※ 번역 초고입니다.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도, 코노에는 돌아오지 않았다.
방에 없다는 것을 알고서, 아사토는 코노에를 찾아 시내 안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코노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체념하고 방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자기혐오와 쓸쓸함이 더해져, 잠들지 못하는 밤을 보냈다.
어쩌면, 완전히 나가버린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떠올라 침울해진다.
그러나, 직감적으로 그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언가, 좀 더 다른 이유로 코노에는 없어진 것이다.
──역시, 찾아보자.
머리를 써서 긴 시간 고민하는 것은 질색이다.
아사토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에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옆쪽의 나무에 올라 타, 지붕으로 올라간 시점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
지붕 위에는 그 은백의 고양이──라이가 있었다.
라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자연스레 몸이 경계 태세로 들어간다.
아사토는 낮게 으르렁거리며 털을 곤두세웠다.
「……흥」
라이는 아사토를 한 번 흘끗 보았지만, 곧바로 흥미가 없다는 듯한 기색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태도가 비위에 거슬린다. 아니, 상대가 라이라면 어떤 태도라도 비위에 거슬리는 것일까.
「어이」
무시하고 지나치려고 하자, 등 뒤에서 불러 세우는 소리가 들렸다.
아사토는 뒤를 돌아보고, 매섭게 쏘아본다.
「그 바보 고양이는 어쨌지. 같이 있는 게 아닌가」
바보 고양이, 라면 코노에를 말하는 것일까.
「……너랑은 얘기하고 싶지 않아」
「건방지군」
라이는 천천히 눈을 가늘게 좁힌다.
「모르니까, 대답할 수 없는 것 아닌가」
「…………」
정곡을 찔려서, 아사토는 말을 잃는다.
그 반응에, 라이는 희미하게 턱을 들어올렸다.
「역시 그렇군. 뭐, 고작 해야 하루, 소란을 떨 정도의 일도 아닌가……」
말꼬리를 애매하게 끊고서, 라이는 시선을 저 멀리로 던졌다.
설마, 라이도 느끼고 있는 것일까. 이──기묘한 가슴의 수런거림을.
「……느껴지는 건가, 너한테도」
「……글쎄」
라이는 아사토 쪽을 보지 않고 대답하고서, 일어섰다.
「네 녀석을 상대하고 있을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고」
라이는 그 말을 내뱉고 나무 줄기로 뛰어올라, 뒷골목에 착지하고는 떠나갔다.
……역시, 라이는 싫다. 곤두서있던 꼬리를 흔들고, 아사토는 지붕에서 지붕으로 건너가며 북동쪽으로 나아갔다.
달려가면서 생각한다.
라이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필시 자신과 똑같이 가슴이 수런대는 것을 느끼고 있다.
──무사했으면 좋겠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사토는 동쪽의 숲으로 향했다.
숲을 빠져나와, 꽃밭에 도착한다.
주위를 둘러보고, 아사토는 무심결에 한숨을 내쉬었다.
기대와 체념이 반반이긴 했지만, 역시 코노에는 없었다.
이전에도 이곳에서 우연히 만났으니, 혹시나 싶었던 것이다.
눈부실 정도로 싱싱하고 아름다운 꽃들도, 지금의 아사토를 격려하는 힘이 되지는 못한다.
귀를 숙이고, 아사토는 숲의 길로 되돌아가고자 했다.
그러나…… 들이마신 공기와 농후한 방향(芳香), 그 속에서 다른 냄새를 느끼고 멈추어 섰다.
「……?」
기분 탓인가 싶었지만, 아니다.
왜냐하면 잘 알고 있는 냄새였기 때문이다.
코노에의──냄새.
왔던 것일까, 이 곳에. 언제?
오늘인가, 아니면 어제인가.
꼬리의 밑동이 타들어가는 듯한 초조에 내몰려, 아사토는 다시 한 번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희미한, 정말로 가느다란 실과도 같은 잔향을 더듬어 간다.
꽃밭에서 숲으로 돌아가, 길 위를 달린다.
코노에는 이 길을 지나갔다. 그렇다면, 이 앞에 있는 것일까?
그러나, 체념의 가운데 생겨난 덧없는 희망은 아주 간단하게 산산조각 났다.
코노에의 냄새는, 도중부터 뚝 하고 끊겨 있었다.
뒤쫓아 갈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인가. 아사토는 분함에 이가 갈리는 마음으로 주위의 나무숲을 둘러본다.
불길한 예감은, 이 장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이 극심해져 있었다.
무사한 것일까.
숲에 코노에가 있다는 확실한 증거따위는 없었지만, 아사토는 달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렇게, 음의 달이 뜰 때까지 계속해서 숲 속을 전전하며 코노에를 찾아다녔다.
역시 코노에를 발견하지 못한 채, 심야가 되고서 아사토는 여관으로 돌아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초조와 불안에 시달리며, 아사토는 기분을 진정시키기 위해 숨을 내쉬고 눈을 감았다.
천천히 잠의 늪 속으로 떨어져 간다. 감긴 눈꺼풀의 안쪽, 깊이 가라앉은 의식은 매끈한 어둠에 사로잡힌다.
사고가 완전한 흑색으로 뒤덮인다.
시작된 것은, 꿈이었다.
달리고 있는 것일까. 광경은 마치 유선(流線)과도 같이, 눈으로는 채 파악할 수 없는 빠르기로 흘러 간다.
속도에 익숙해진 시야에 비친 것은, 란센의 거리다.
거기서 자신은…… 손톱을 휘두르고 있다. 지금보다도 훨씬 길고 두껍고, 강인한 손톱이다.
거기서 자신은…… 이빨을 드러낸다. 지금보다도 훨씬 길고 두껍고, 예리한 이빨이다.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효는, 마치 짐승의 그것과도 같았다. 땅울림 같은 으르렁거림이 끊임없이 목을 울리고 있다.
이것은──자신인 것일까?
감각은 확실히 자신의 것이다. 그렇지만, 맹렬한 불안이 덮쳐든다. 이런 손톱이 아니었다. 이런 이빨이 아니었다. 이런 목소리가 아니었다.
밤의 장막이 내려진 거리에 비명이 울린다.
시선을 도린다. 공포에 전율하는 고양이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자신이 아닌 자신의 모습을.
──거짓말이다.
순간적으로 달려 나간다. 겁에 찬 시선을 받고, 더 겁이 난 것은 아사토 자신이었다.
오로지 달리기만 한다. 폐가 요란하게 소리를 냈다. 이따금 울려 퍼지는 절규는──이 모습을 본 마을 고양이들의 것이다.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인지 알 수 없다.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채, 아사토는 달렸다.
창백한 달이 싸늘하게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달에게도, 이 모습이 보이고 있다.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지 말아줘.
보지 마. ──보지 마!!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즉시 자신의 양손을 확인한다. 손바닥도 손톱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두근두근 하고 심장이 세찬 고동을 치고 있다. 빠른 호흡으로 헐떡이며, 아사토는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로 어둠을 바라본다.
한쪽 손을 이마에 댄다.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꿈인가.
가까스로, 그렇게 인식할 수 있었다.
생생한 꿈.
이런 꿈을 꾸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시각, 호흡, 촉각, 청각…… 모든 것이 마치 지금 막 보고 온 것처럼, 또렷하게 몸에 남아 있다.
정말로 꿈이었던 것일까.
매번, 꿈을 꿀 때마다 그런 의문을 품는다.
──충고해두지. 너의 꿈은, 꿈이 아니다.
「…………」
메이기의 고양이가 했던 불길한 말이 귀에 메아리쳐, 아사토는 곧바로 그 목소리를 머릿속에서 지워낸다.
식은땀이 관자놀이를 타고 한 줄기 떨어져 내렸다.
아사토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하늘에는 음의 달이 떠올라 있다.
그것은 꿈 속에서와 똑같이 차갑게, 더러는 따뜻하게 보였다.
창틀에 손을 걸치고 싸늘한 바깥 공기를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쉰다.
사납게 날뛰던 기분이 폐로부터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것 같아서, 조금 진정된다.
역시, 낮보다도 밤 쪽이 좋다.
낮의 햇살과 공기는 모든 것을 활동적으로 만든다.
그렇지만, 밤은 다르다.
낮처럼 무언가를 부여하는 일은 없지만, 혼자서만 있어도 조용하게 감싸준다.
밤은, 모든 것에 평등하다.
창틀에 기대어, 아사토는 시선을 하늘에서 지붕으로 옮긴다. 그곳에, 그림자가 하나 있는 것을 포착했다.
──누군가가, 지붕 위에 서 있다.
경계로 털을 곤두세우며, 아사토는 그림자를 가만히 응시했다.
달을 등지고 있는 탓에 역광으로 되어 있다. 그 위에 후드를 쓰고 있어서, 어떤 용모인지는 잘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것을 느꼈다.
본 기억이 있는 실루엣. 아니, 잘못 볼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에는, 아사토는 창틀을 뛰어 넘어 단숨에 지붕으로 도약하고 있었다.
틀림없다. 저것은──
「……코노에!」
아사토가 지붕에 도달함과 동시에, 코노에는 코트 자락을 나부끼며 달리기 시작했다. 이웃집의 지붕으로 뛰어든다.
「코노에, 기다려!」
어째서 도망치는 것일까. 뒤를 쫓는다.
코노에는 잇달아서 가벼운 몸놀림으로 지붕을 건너 간다.
달려가면서, 아사토는 묘한 감각에 휩싸였다.
이대로 가면 동쪽의 숲이 나온다. 그 꽃밭이 나온다.
그곳으로 갈 생각인 것일까?
영문을 알지 못한 채, 아사토는 계속해서 코노에의 뒤를 쫓았다.
숲으로 들어가자, 돌연 코노에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놓치고 말았다.
초조에 내몰리며, 아사토는 어느 한 곳으로 향했다.
분명, 코노에는 그곳에 있다.
왜인지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무숲을 빠져나가, 목적지에 발을 들인다.
「…………」
아사토는 말을 잃었다.
그곳은 확실히 꽃밭이었다.
그러나──
흘러 넘치는 꽃들의 색채는, 아사토의 기억과는 전혀 달랐다.
색이, 변한 것이다.
미세한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은 희미하게 발광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낮의 싱그러움은 자취를 감추고, 지금은 어딘지 요염하고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밤에 변하는 꽃──?
거기서 사고를 중단시키고, 아사토는 얼굴을 들었다.
요염하게 흔들리는 꽃들을 거느리기라도 하는 듯이, 코노에가 서 있었다.
그 모습은 확실히 코노에이지만, 아사토는 눈썹을 찡그린다.
마치 모조품과도 같은──코노에. 그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새겨진다.
살며시, 너무나도 농밀한 꽃의 향기가 아사토의 몸을 가득 채웠다.
「……!?」
갑자기, 심장이 마구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식은땀이 스민다. 안구의 안쪽으로 영상이 명멸한다.
가지각색의 기억, 가지각색의 꿈이 단편적으로 떠오른다.
그 하나 하나를 자세히 인식할 수 없지만, 몹시도 불쾌한 것들이라는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
몸 속 깊은 곳, 낮은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의 것이 아니다.
무언가가 기어 올라오려 하고 있는 듯한, 불쾌한 감촉이었다.
미끄덩미끄덩 기어다니는 소리가 날 때마다, 통증이 뇌수를 스치고 지나간다.
「고양이가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이 있어도, 이 장소에 발을 드이는 일은 없다. 어째서, 메이기의 일족들만 이 장소를 알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나」
고통에 이를 악물고, 아사토는 코노에에게 시선을 돌렸다.
코노에는 무표정하게 아사토를 바라보고 있다.
「눈속임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이 꽃은 메이기에게 있어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이 녀석, 코노에가 아니다.
아사토는 낮게 으르렁댄다. 코노에는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차가운 눈도 하지 않는다.
아사토의 위협을 마음에 두는 기색도 없이, 코노에의 얼굴을 한 누군가는 발치의 꽃을 잡아 뜯어, 우수수 떨어트렸다.
「메이기의 고양이들은 이 꽃을 사용해 마도의 의식을 거행하지. 꽃잎을 먹는다고 한다」
「……너, 누구야」
「코노에라고」
「거짓말이다」
「……정확하게는 코노에와 같은 자, 라고 말해야 할까나」
「코노에와……, …… 같은 자?」
「그래. 같은 자다.」
코노에는 느릿한 동작으로 아사토에게 등을 돌렸다.
의미를 모르겠다.
어떻게 생각해도, 이 고양이는 아사토가 알고 있는 코노에가 아니다.
그렇다면, 아사토가 알고 있는 코노에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역시 넌 코노에가 아니야」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걸로 좋다」
「코노에는 어디 있는 거야」
「그러니까, 여기에 있다」
코노에가 뒤를 돌아보고, 자신의 가슴께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 몸짓에 분노를 느끼고, 아사토는 코노에를 노려본다.
「아냐. 네가 아냐, 코노에다」
「……코노에는 잠들어 있다. 이 안에 말이지」
다시금 나타내 보이듯이, 코노에의 얼굴을 한 고양이는 가슴께를 손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그럼, 너는 누구지. 무엇 때문에, 코노에를……」
「때는, 가깝다. 어둠이 차오르기 시작하고 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알려두자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너희들이 얼마나 무르고 헛된 발판 위에 서 있는지를」
「……?」
코노에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사토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순간, 오싹 하고 등줄기에 극심한 오한이 스쳐 지나갔다.
코노에는 입을 닫고, 턱을 당기고 조용하게 아사토를 바라보고 있다.
그 눈동자에는 빛이 깃들어 있었다. 나락의 밑바닥을 연상시키는, 새카만 빛이.
조용히 다가오는 위압감에, 아사토는 전신의 털을 곤두세운다.
「너의 꿈은, 꿈이 아니다」
「……!」
흠칫, 아사토의 귀가 전율했다. 경악에 찬 심정으로 코노에를 본다.
「사실은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겠지? 알고 싶지 않을 뿐」
「…………」
거의 떨어지기 직전의 가장자리로 내몰려 가는 심경이었다. 앞으로 한 발짝 더 내려가면, 그 다음은 끝없는 어둠이다.
코노에는 희미하게 미소를 띄우고, 아사토를 지그시 바라보며 한쪽 손을 내밀었다.
천천히, 그 입술이 열린다.
듣고 싶지 않다.
직감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 말을 들어버리면, 나는──
「감지하고 있을 터다. 네 안에 잠들어 있는, 마물을」
──마물.
가까스로 고정되어 있었던 세계에 균열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 밑에서부터 일어나는 것은…… 혼돈의 포효다.
──마물이.
「꿈은, 꿈이 아니다. 무섭겠지. 두렵겠지? 너는 어느 사이엔가, 너 자신이 아니게 된다. 그것은 금기의 피로부터 태어난 영혼의 슬픈 숙명이다」
「금기, 의……」
금지된 자식. 마물의 자식.
시야가 어둠으로 물들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네가 몸도 마음도 완전히 마물로 변했을 때…… 너는, 강력한 어둠의 사도가 되겠지」
아사토의 번민을 즐기는 듯이, 코노에는 그 두 눈을 천천히 웃음의 형상으로 가늘게 좁혔다. 그리고, 한 발씩 가까이 다가선다.
거리가 좁혀질 때마다, 고요한 위압감이 증폭된다.
희미한 두려움이 스쳐, 아사토는 코노에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손톱으로 그 어깨를 움켜잡고 덤벼든다.
「그런 짓을 하면, 코노에의 몸이 상처 입을 뿐이라고」
「……!」
그 즉시 양손을 떼어낸다. 그 얼굴은 확실히 코노에지만, 눈동자의 초점이 분명하지 않다.
시야가 어둡게 점멸한다.
「코노에는 잠들어 있다. 이 몸은 코노에의 것이다. 이대로 죽으면, 코노에의 영혼도 죽는다」
「너……!」
「고통스럽지?」
속삭이는 듯이 코노에가 질문을 던진다.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되어가는 공포에 떨고 있겠지? 어쩌면, 방에서 자고 있는 사이에 코노에를 물어 죽이고 말지도 모른다」
「……윽」
얼굴을 돌린다. 그러나, 말의 주박은 숙여진 귀로부터 들어와, 아사토를 단단히 조여간다.
「만약, 너를 구해줄 수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거지」
돌아본다. 바로 가까이에, 코노에의 눈동자가 있었다.
사로잡힌다.
어두운 빛을 품은 눈동자에 끌려 들어간다.
「구해줄까, 내가」
코노에의 손이 뺨에 살며시 닿는다.
가슴이 철렁했다.
눈을 돌릴 수가 없다. 옅은 고양감이 한숨이 된다.
엷은 미소를 띤 코노에의 얼굴이 다가온다. 눈꺼풀이 감긴다.
입술이, 서로 포개어진다.
──그 직전.
「……윽」
아사토는 굳게 눈을 감고서, 양팔로 코노에를 밀쳐냈다.
자신보다도 가느다란 체구가 비틀거린다.
무심결에 떠받쳐주고 싶어지는 것을 참는다.
「거짓말이다. 너는 코노에가 아니야. 그러니까, 믿지 않아」
「후후…… 그런가.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코노에가 한쪽 팔을 뻗어, 손의 아머를 벗겨 올렸다.
그곳에는, 검은 반점이 또렷이 떠올라 있었다.
아사토는 숨을 삼키고, 깜짝 놀라 코노에에게 시선을 돌린다. 다시 한 번 그 얼굴을 바라보고, 분명하게 확인한다.
방금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지만──역시.
코노에의 귀는, 다시금 어둠의 칠흑으로 물들어 있었다.
설마…… 저주는 풀렸던 것이 아닌가.
「너…… 리크스로군」
코노에…… 리크스는 그저 한층 더 미소를 지을 뿐이다.
「믿을 마음이 생긴 건가?」
「웃기지 마. 빨리 코노에에서 나가」
「그런가. 유감이로군」
리크스가 우습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뜬다.
「그렇다면,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되어가는 때의 감각을 넉넉히 맛보면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코노에의 피와 살을, 마음껏 포식하는 것이 좋겠지」
「……큭!!」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달구어져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눈앞이 캄캄해져, 충동이 이는 그대로 코노에에게 덤벼든다.
그러나, 코노에는 훌쩍 옆으로 피해 재빨리 물러섰다.
뒤쫓아서 다시금 붙잡으려 해도, 허사였다.
마치 환상처럼, 코노에는 기묘하게 흐드러진 꽃들을 흔들리게 하며 도망쳐 간다.
희미한 빛을 띤 수많은 꽃잎들이 밤의 허공에 날려, 아사토의 시야로 흩어졌다.
「또 만나자, 어둠의 사도여」
그런 말을 남기고, 코노에는 한층 더 높이 도약했다. 코트의 자락이 밤의 색으로 물들어 펄럭인다.
「거기 서!」
아사토도 똑같이 뛰어올랐지만, 코노에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분노를 눌러 죽이며, 아사토는 꽃들 가운데로 착지한다. 흩어진 꽃잎이 날아오른다.
몸을 지탱하기 위해 지면에 댔던 주먹이 떨린다.
코노에…… 리크스의 말이 가슴 깊이 박혀 있었다.
꿈은, 꿈이 아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꿈이라고 생각했던 그 짐승은 자신인 것일까.
자신이 한 일이라는 것인가.
──그런 바보 같은.
그러나…… 리크스의 말은 아사토의 불안에 적확하게 들어맞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동요가 일었다.
어떻게 하면 좋지.
완전히 혼란에 빠져, 아사토는 종잡을 수 없는 사고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회전시킨다.
그 가운데 딱 하나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있었다.
아사토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진다.
이것만은 고민할 것도 분개할 것도 없다. 천천히 일어나, 아사토는 억양 없는 목소리로 혼잣말을 내뱉는다.
「……리크스. 반드시, 죽인다」
차가운 우리 안에 있다. 우리 안에, 갇혀 있다.
코노에는 그 안에 웅크리고 있었다.
주변은 어둡다. 그러나, 어둠 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보이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영상이 머릿속으로 멋대로 흘러들어 오는 느낌이 든다. 알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자신의 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지금, 코노에의 몸은 다른 이의 의지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다. 그리고, 코노에 자신의 의식과 사고는 우리 안에 붙들려 버린 상태였다.
코노에의 몸은, 누군가와 싸우고 있는 듯했다. 머릿속의 영상이 연달아 변환된다. 이따금, 내려쳐지는 검의 번뜩임과 날카로운 손톱이 보인다.
싸우고 있는 상대는 리크스가 보낸 추격자인 것일까, 따위를 멍하니 생각한다.
머릿속에 안개가 자욱이 껴 있다. 꿈과 현실이 구별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때──목소리가 들렸다.
울부짖는 소리다.
목소리는 멀리서부터 울려퍼졌지만, 점차로 커지더니, 몇 겹으로 포개어져 들리기 시작했다.
낮은 소리, 높은 소리, 가지각색의 소리가 한데 뒤섞인다. 그렇지만, 이것도 저것도 모두──공포에 떨고 있었다.
비명은 생생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코노에의 귀에 박혀든다.
싹 하고 핏기가 가셔, 코노에는 튀어오르는 듯이 일어났다.
꿈? 아니다. 이것은 꿈이 아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아직 주위는 어둠에 둘러싸여 있다. 보이지 않는 창살에 달려들어 세차게 흔들어 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혼란스러움에,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된다.
머릿속에서는 영상이 끊이지도 않고 흘러들고 있다.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각조각 부서질 듯한 의식을 집중시켜서 더듬어본다.
영상은 변함없이 계속 움직이고 있어서,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마을 안에 있다는 것은 감지했다. 역시, 싸우고 있다.
검은 뽑지 않았다. 손톱을 휘두르고 있다.
싸우고 있는 상대는, 리크스가 보낸 추격자가 아니었다. 손톱의 일격에 비틀거리는 상대가 누군지를 알고서, 코노에는 경악한다.
──마을의 고양이다.
도망을 치고자 허둥거리는 고양이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영상으로부터 울려퍼지는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코노에의 곁으로 물밀 듯이 몰려든다.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만둬!
한시라도 빨리 저지하고자, 코노에는 우리 안에서 난폭하게 날뛰었다. 창살을 손톱으로 할퀴고 발로 차, 어떻게든 바깥으로 나가고자 한다.
그러나, 나갈 수 없다. 그 사이에도 영상은 계속되어 간다.
방해가 된다 싶으면, 용서 없이 손톱을 휘두른다. 길을 가로막은 돌멩이를 걷어 치우는 것과 똑같다.
안 된다. 이 이상 고양이들을 다치게 하기 전에 막지 않으면. 코노에는 소리를 지르려 했다.
그렇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바깥의 소리는 들려오는데도, 자신은 소리를 지를 수가 없다.
목이 따끔거린다. 바싹 마른 기관에서, 휴우 하고 가느다란 숨이 새어나왔다. 목구멍을 빠져 나가는 공기에 아픔이 스친다.
그럼에도, 소리를 내려 한다.
굳게 눈을 감고, 코노에는 있는 힘을 다 해 소리쳤다.
「……그만해…… 크윽!!」
사고가 크게 요동친다.
몸이 두 동강이 되어 따로따로 흩어지는 감각이 들고, 시야가 하얗게 메워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머릿속의 영상도 울부짖는 소리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코노에는 조심조심 눈을 뜬다.
시야로 들어오는 것은, 밤하늘을 반사하는 수면이었다. 큰길의 뒤쪽으로 흐르는 강이다.
코노에는 강가의 제방에 멍하니 서 있었다.
습기를 품은 밤의 공기가 코노에의 뺨을 어루만지고 간다. 그 차가움에 정신이 들어, 주위를 둘러본다.
다른 고양이의 기척은 없다. 곧바로 귀와 꼬리를 움직여 본다. 다른 이의 조종을 받는 감각은 사라지고 없었다.
역시, 꿈을 꾸었던 것일까?
그러나, 코노에는 두 손으로 시선을 떨어트리고는 얼어붙었다. 손끝에 무언가가 달라붙어 있다. 그것은,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
깜짝 놀라, 다시금 손끝을 본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붉은색도, 아무것도.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싸움을 한 후의 감촉은 남아있었다.
……상처 입힌 것인가. 이 손으로, 아무런 죄도 없는 고양이들을. 잘 모르겠다.
떨리기 시작하는 양손을 세차게 움켜쥔다. 손바닥에 손톱이 박힌다.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인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기억의 실을 신중하게 잡아당겨 끌어올린다. 어둠의 우리에서 깨어나기 전, 자신은…….
「신경이 쓰이나」
「!?」
귓가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코노에는 전신의 털을 곤두세우고 등 뒤를 돌아본다. 그러나, 아무도 없다.
주위로 시선을 돌린다.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환청인 것일까? 그렇게 생각한 때였다.
「찾아 봐도 소용없다」
다시금 들려온 목소리에, 무의식중에 꼬리가 전율했다. 바깥에서부터 들리는 것이 아니다.
──목소리는, 머릿속에서 울려퍼지고 있다.
「느껴지는가? 내가」
사고가 정지한다.
이 목소리, ……그렇다. 잊지도 않고 있는, 이 목소리의 주인은.
이해하는 것과 동시에, 코노에는 분노에 이빨이 드러날 것 같아졌다.
「……리크스……」
「그렇다」
「어디에 있지」
「지금, 나는 네 안으로 직접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몹시도 기묘한 감각이었다. 자신의 사고에 리크스의 목소리가 덧씌워진다.
「왜, ……뭐가, ……어째서……」
분노와 혼란이 서로 뒤섞여, 그런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목 안에서 울리는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후후……. 휴식의 때가 끝났다고, 전해주려고 생각해서 말이지. 저주가 다시 나타나서, 놀랐나? 자신의 운명을 저주했나」
「……윽」
──저주.
심장이 크게 소리를 낸다. 꼬리로 시선을 돌린다. 밤의 어둠에 동화된 불길한 검은색이, 선명하게 망막에 박힌다.
그렇다. 저주는 풀리지 않았던 것이다.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운 현실이 코노에의 위로 덮쳐든다.
저주가 다시 나타났을 때의 일을 떠올린다.
절망으로 큰 타격을 입어,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서 아무렇게나 마구 달려댄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서…… 무언가에 끌어당겨진 것처럼, 떨어져 있던 반지에 손을 댔던 것이다.
그리고, 반지가 지닌 무시무시한 과거를 공유하고, 삼켜졌다. ──거기까지다. 거기서 기억은 끊겨 있다.
「기억해 낸 건가」
「……네가, 한 짓인가」
코노에는 분한 나머지, 어금니를 악문다.
「마을의 고양이들을 다치게 한 것도……」
「아아, 방금 전은 생각지 못했던 수확이 있었던 탓에, 그만 힘을 제어하는 데 실수를 저질렀다」
「어째서……, 무슨 생각으로……!」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을 가르쳐 주지」
코노에의 격한 감정과는 정반대로, 느긋한 목소리가 울린다.
「그 반지를 매개로, 나는 너의 안으로 들어갔다. 어째서, 들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
「……?」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너와, 내가」
「!?」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자신과 리크스가, ……이어져 있다?
누군가가 옆에서 머리를 내려친 듯한 충격을 받는다.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의 의미다. 너와 나는, 이어져 있다」
「무슨 뜻이야……!」
「두 개의 달에 관련된 노래를, 알고 있나」
코노에의 동요를 부서뜨리는 듯이, 리크스의 목소리가 울린다.
두 개의 달에 관련된 노래──그것이라면 알고 있었다. 음의 달과 양의 달이 겹쳐질 때, 이 세계는 다시 태어난다는 내용의 노래다.
그러나, 시사에 그런 전설따위는 얼마든지 있었다.
「때는, 가깝다. 어둠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때?」
「최후의 때다」
리크스의 목소리가 담담하게 울린다.
「어둠이야말로, 우리의 힘의 원천. 힘은, 내 안에도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더욱, 너에게 저주를 새겨넣는 것도, 반지를 매개로 너의 안으로 들어가, 조종하는 것도, 지금의 나에게는 식은 죽 먹기다」
「……저주는, 네 악마들의 힘에 의한 것이 아니었던 건가」
「녀석들의 힘은 지금, 내 안에 있다. 단, 그 힘을 부린 것은 나다. 그저 빼앗은 것만으로는 재미가 없잖아? 이 세계가 어둠으로 채워져, 공포와 비명, 혼란에 파묻히는 때……」
「네 자신도 저주의 어둠에 먹히겠지. 그리고, 이 세계는 끝을 고한다」
「……!」
「너와 나의 인내력 싸움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네가 축제에 정신을 팔고 있을 사이에도 말이지」
코노에는 전율하는 듯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피가 배어나올 정도로 입술을 세게 깨문다.
「……내가, 내가 눈엣가시라, 없애고 싶은 거겠지……? 그렇다면, ……이런, 이런 번거롭게 에두르는 짓 하지 말고, 어서 죽이라고! 빨리 날 없애 버리면 되잖아!? 그런데, 어째서, 이런……」
말이 막혀서, 말끝이 도중에 약하게 끊긴다. 채 감정을 다 내뱉어 내지 못한 대신에, 세게 주먹을 쥐었다.
리크스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전혀 알 수 없다. 고통을 주어서 어쩌려는 것인가.
게다가, 죽이지 않고 내버려 두는 이유도 알 수 없다. 리크스 정도라면, 자신 같은 고양이 한 마리를 죽이는 일 정도, 문제 없을 터다.
어째서, 죽이지 않는 것인가.
어찌 될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주어진 「휴식」이라는 미끼를 문 코노에들을, 리크스는 분명 웃으면서 보고 있었겠지.
분하다, 따위의 것이 아니었다. 꼬리가 부풀어 올라 부들부들 떨리고, 동공도 팽팽히 조여진다.
의식하고서 억누르지 않으면, 지금 당장에라도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올 것 같다.
「……코노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이름을 부른다.
「운명을 저주하나. 이 나로부터, 벗어나고 싶은가. 고통을 마다하고 싶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된다. 그것은 나로서는, 바라 마지않는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몹시도 유감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나는, 너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기대……?」
「그렇다. 이것은 너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코노에, 나를 즐겁게 해다오」
즐겁게 해?
……웃기지 마.
그렇다면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릴까. 그런 생각마저 든다.
코노에의 사고를 꿰뚫어 보는 듯이, 리크스가 낮게 비웃음의 소리를 낸다.
「실컷 괴로워하는 것이 좋다. 네가 멈춰 서도, 좋든 싫든 때는 앞으로 나아간다. 결국은,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닥쳐. 빨리 내 안에서, 사라져」
낮게 말을 내뱉는다. 지나치게 끓어 오른 분노는, 검은 덩어리가 되어 코노에의 안으로 무겁게 가라앉는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충고해두지」
「시끄러워. 없어져 버려」
「네 곁에 있는, 그 검은 고양이다」
「……?」
이 이상 리크스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그런 생각이 든 찰나에, 그 말이 내리꽂혔다.
어째서, 리크스의 입에서 아사토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인가.
삐걱 하고, 마음 어딘가에서 듣기 싫은 소리가 났다.
「그 검은 고양이의 안에 잠재하는 또 하나의 『생명』이 지금, 조금씩 그 껍질을 가르려 하고 있는 모양이다」
「……무슨 말이지」
「문자 그대로의 의미다. 그 고양이는 내부에 잠재되어 있는 생명에 물어뜯긴다. 몸도 마음도 말이지. 그리고 결말은…… 어둠의 화신이라고나 할까」
「……!」
물어뜯긴다? 어둠의 화신?
너무나 뜬금없는 말에 그저 아연실색할 뿐, 코노에는 혼란에 싸인다.
대체──무슨 말인가. 아사토의 안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인가?
「그 전조는 이미 나타났다. 곁에 있으면 너도 언젠가…… 난도질을 당할지도 모르겠군」
「……아사토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거짓말이다……!」
「원인이 된 것은 오히려 네 쪽이다, 코노에」
「……에?」
예상 외의 말에, 코노에는 허를 찔린다.
「네 자신의 영향이 어느 정도의 것인지…… 물론, 자각하고 있지 않겠지. 어둠은, 어둠과 호응한다. 코노에, 너와 나는 똑같다. 네 안에도──어둠은 존재한다」
「…………」
말이 막힌다.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뚫리기라도 한 듯한, 어찌할 수도 없는 절망감을 느낀다.
「마음의 빚을 느낀다면, 멀어지면 된다. 그럼에도 곁에 있고 싶다면, 물려서 죽임을 당하는 공포에 떨어라. 어느 길을 택하든, 너의 자유다」
목소리는 웃고 있었다. 코노에는 강한 분노를 분출한다.
「웃기지 마……!! 어서 사라져……!」
「어둠은, 누구도 유혹하지 않는다. 그저 언제나 그곳에 있을 뿐이다. 누구의 마음 속에도, 똑같이 말이지」
목소리가 끊어짐과 동시에, 돌연 강한 바람이 휘몰아치는 굉음이 머릿속에서 울려퍼졌다.
「……윽!」
무심결에 눈을 감고, 귀를 숙인다. 아픔 따위는 없었지만, 소리는 충격을 느낄 정도의 크기로 코노에의 사고를 흩뜨려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