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 초고입니다.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윈도우7의 말썽으로, 중간에 제 컴퓨터에서는 대사가 뜨지 않아서 임의로 ☆ 표시를 해둔 부분이 약간량 존재합니다. 이 부분에 어떤 대사들이 등장하는지 제보해주신다면 즉시 추가하고 수정하겠습니다.
다음날은 『암동』 축제 첫날이어선지, 아침부터 시끌벅적했다.
창을 닫고 있어도 음악 소리와 고양이들의 웅성거림이 안으로 들어올 듯한 상태라, 코노에는 끊임없이 귀를 사방팔방으로 세우고 낌새를 살피고 있었다.
이렇게 소란스러운 것은 처음이라, 아무래도 진정되지 않는 것이다.
침대에 걸터앉아 팔의 털다듬기를 하며, 그만 꼬리를 몇 번이고 흔들고 만다.
아사토는 어떠냐 하면, 역시 코노에와 똑같이 이 소란스러움에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 듯했다.
침대의 등받이에 기대어 앉아 있다.
꼬리의 선단이 흔들거리고, 귀는 끊임없이 사방의 소리를 포착하고 있는 듯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경직된 시선은, 가만히 창문을 향한 채다.
키라에서 나온 적이 없는 아사토에게, 란센의 축제는 어떻게 비치고 있는 것일까.
「키라에서는, 이런 축제 없었던 거야?」
말을 걸자, 아사토는 어색한 움직임으로 코노에 쪽을 돌아보았다.
몹시 긴장하고 있는 그 모습이, 조금 우습다.
「키라에도 있었어. 그치만, 마을 고양이들만으로 벌여지는데다, 훨씬 조용해. 이렇게 시끄럽지는 않아」
「놀랐어?」
아사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금 시선을 창 밖으로 돌렸다.
코노에도 란센의 축제는 처음이기에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아사토를 보고 있자니 왠지 밖으로 데리고 나가고 싶은 기분이 든다.
좀 더 다양한 것을 보고 좀 더 놀라움을 느끼고, 키라 이외의 세계는 이렇게 넓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오늘은 같이 밖으로 나갈까?」
움찔 하고 크게 귀를 떨고서, 아사토가 돌아본다.
「코노에랑?」
「그래. 좀 돌아다니면서 축제 구경하자」
아사토의 얼굴에 뭐라고도 표현하기 힘든 표정이 떠오르고, 귀가 약간 내려간다.
망설이고 있는 것이겠지.
그래도, 그것을 알면서도 코노에는 물어보고 있었다.
「싫다면, 무리해서 그러라곤 안 하지만」
「……아냐. 가자」
중대한 결의처럼 코노에를 똑바로 바라보고, 아사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긴장 안 해도 괜찮아. 분명 재미있을 거니까」
「……그런가」
몸차림을 가다듬고, 코노에는 아사토와 함께 방을 나왔다.
그러자, 마침 그때 옆 방의 문이 열렸다.
라이가 나오는 참이었다.
라이는 푸른 눈동자로 흘끗 아사토와 코노에를 한번 보고, 그 후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단으로 향했다.
뒤를 따라가는 모양으로, 코노에들도 계단을 내려온다.
그러나, 대합실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을 때, 코노에는 엉겁결에 발을 멈추고 굳어버리고 말았다.
──뭐지, 이건.
그곳에는
괴상한 가면과 의상을 몸에 걸친,
수상한 고양이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이상해」
아사토도 똑같이, 뺨을 뻣뻣하게 굳히고 있다.
「……이게, 『암동』의 겉치장인 거야?」
「가장(假裝)이잖아」
라이는 별로 놀란 기색도 없이, 선선한 눈초리로 대합실을 바라보고 있다.
축제라고 하면 화려한 것이 상상되지만, 전혀 다르다.
어느쪽이냐 하면 주술사와도 같은 차림이다.
그런 고양이들이 소리 높여 웃으며 서성거리고 있는 모습은, 괴이했다.
「그런 데 멈춰 서서 뭐 하는 거야. 내려오라고」
느긋하고 굵은 목소리가 들려서 시선을 돌리자, 가장을 한 고양이들에 뒤섞여 바르도가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칫」
라이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서 혀를 찬다.
계단을 내려가 대합실로 들어가자, 가장을 한 고양이들을 바로 가까이에서 보게 되어서, 코노에는 점점 더 긴장하게 되었다.
무언가 묘한 박력이 있다.
「잠자기는 어땠어. 잘 잤나. 오늘은 『암동』 1일째다. 흥분의 도가니라고」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태평스러운 걸음걸이로 바르도가 코노에를 향해 다가왔다.
라이는 완전히 얼굴을 돌리고 있다.
「……엄청난 모습이네, 모두」
「전통이라는 거다. 란센이 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쭉 이어지고 있지. 『두 지팡이』도 비슷한 걸 자주 했던 것 같군. ……응?」
도중에 말을 멈추고, 바르도가 아사토를 보았다.
「아아, 네가 세 마리짼가」
「…………」
타자와의 접촉을 싫어하는 아사토는 턱을 당기고, 경계하고 있다.
「나는 이 여관을 운영하고 있는 바르도다」
「……아사토다」
「아사토. 너, 대체 언제 들어온 거야? 어제 오늘 나는 계속 접수처에 있었지만, 내가 아는 한 본 기억이 없는데……」
약간 내빼는 아사토의 태도도 신경쓰지 않고, 바르도는 고개를 기울이고 비스듬하게 시선을 던진다.
「창문이다」
「……창문?」
「창문이다」
「……창문으로 들어왔다고?」
「들어왔어」
「……아, 그래」
바르도는 순간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지만, 태연하게 잘라 말하는 아사토에게 눌린 건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굴을 당겼다.
「뭐, 상관 없지. 축제 때는 이것저것 안 가리고 노는 법이니. ……그러니까, 당신들도 가장, 해보지 않을래」
질문을 받고, 말문이 막힌다.
가능하면 거절하고픈 참이었다.
「……절대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건가」
「아니. 그냥 우리집에서 의상을 빌려주니까 말야. 물어본 것 뿐이야」
「모처럼 만이니까 축제에 융화되어 보는 것도 즐거울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때」
즐거울 거라고 말하는 것에 비해서는, 어찌 되든 상관 없는 듯한 어조다.
코노에는 무의식적으로 라이와 아사토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사토는 소란스러움에 피로해진 것인지, 눈이 멍해졌다.
라이는 어떠하나면 말할 것도 없이, 엉뚱한 쪽을 향하고 있었다.
「……모처럼만이지만」
「그런가. 뭐 마음이 내키면 적당히 얘기해 줘. 그리고, 큰길 쪽에도 나가보는 게 좋을 거야. 가장은 란센 축제의 명물이기도 하니까 말야, 이것저것 볼 수 있어. 즐기고 오라고」
「아아」
바르도가 휙 하고 한쪽 손을 올리고, 긴 꼬리를 휘날리며 접수처 안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가까스로 숙적이 사라졌다는 듯이, 라이가 짧게 한숨을 쉰다.
「……코노에」
부르는 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아사토가 곤혹이라고도 짜증이라고도 할 수 있는 표정으로, 미미하게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큰길로 가는 거야?」
「일단, 그럴 생각이야. ……아사토는 어떻게 할래?」
「……따라갈래」
아마도, 거리의 혼잡함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진절머리가 나는 것이겠지.
기분이 언짢은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목소리가 낮다.
라이가 몇 번째인지 알 수 없는 한숨을 내쉬고, 현관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어이」
「뭐야」
「넌 어떻게 할 거야, 이다음에」
코노에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라이는 여관을 나간다. 코노에도 반사적으로 뒤를 쫓는다.
현관에서 나온 순간, 코노에는 일시에 털을 곤두세웠다.
여관 안에 있을 때는 멀게 느껴졌던 음악과 웅성거림이, 거친 파도처럼 밀려들어 왔다.
마치 둑을 무너뜨리고 넘쳐 흐르는 탁류 같다.
생생하게 살갗에 부딪치는 열광과 흥분.
위 부근에 부유감을 느낀 것은, 점점 더 흥분되고 있다는 증거다.
꿀꺽 하고 숨을 삼킨다.
확실히 바르도가 말한 대로, 여기저기에 별난 가장을 한 고양이가 있었다.
단체도 있다.
어느 것도 겨울 축제에 걸맞는 어두운 색채로, 사악하다고 할 만한 것까지 있다.
음악도, 명랑하다기보다는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축제 그 자체에도 놀랐지만, 코노에가 무엇보다도 압도당했던 것은, 축제가 고양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었다.
평소엔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고, 거리에 넘쳐날 뿐인 고양이들이, 지금만큼은 각자가 명확한 열을 지니고, 한편으로는 단결하고도 있다.
파열할 것처럼 부푼 환희의 감정이 한 다발이 되어, 코노에의 공감의 문을 두드린다.
자제하고 있어도, 좋든 싫든 간에 감화된다.
분노나 슬픔 이외에, 이 정도로 강하게 공감을 받은 것은 처음인지도 모른다.
꼬리의 밑동이, 부들부들 떨렸다.
거리의 성황에 시선을 뺏기고 있는 동안에, 라이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을 깨닫는다.
시선으로 찾는다.
──없다.
아사토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주변은 완전히 축제를 즐기는 고양이들로 메워져 있다.
아무래도, 또 홀로 떨어진 것 같다.
초조함과 함께 맹렬한 자기혐오에 내몰려, 코노에는 내심 혀를 찼다.
어쩐지 자신은 예전부터 이런 점이 있었다.
고양이 주제에, 방향감각이 둔한 것이다.
여관 쪽으로 돌아가려 하니, 고양이의 무리가 크게 움직였다.
퍼레이드라도 있는 것인지, 길의 한 복판을 트려 하고 있다.
멈추는 일이 없는 고양이의 물결 앞에서는, 코노에 정도의 체격으로는 거스를 수 없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여관과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게 되어버렸다.
반은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마음으로, 그럼에도 라이나 아사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뒷골목 쪽으로 가까이 갔을 때였다.
「……!?」
등 뒤에서 뻗어 온 손에, 입이 틀어막혔다.
라이와 아사토를 찾는 일에 집중하고 있던 탓도 있었지만,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떼어내려 해도, 가부를 묻지 않는 힘에 끌려간다.
어깨 너머로 돌아보니 골목의 어둠이 보였다.
축제에 들뜬 고양이들은, 길가의 작은 다툼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뒷골목의 중간 정도까지 끌려들어가니, 갑자기 손이 떨어졌다.
그 자리에서 돌아보고, 검의 자루에 손을 올리고 낮게 으르렁거린다.
란센에 처음으로 왔던 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또 천박한 치한 나부랭이인가 하는 생각에, 매섭게 쏘아본 시선의 끝──멈추어 서 있는 모습에, 심장이 멎을 뻔했다.
그런, 터무니없는.
「여어, 쉽게 느끼는 아기고양이」
「…………」
대담하게 싱긋 웃는, 그 머리 부분에 돋아나 있는 것은──뿔이다.
네 개의 바위가 있는 공터에서, 확실히 리크스에게 소멸당했을 터인 악마…… 베르그가, 눈앞에 서 있었다.
순간, 꿈이나 환상은 아닌가 하고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꿈이 아니다」
코노에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대답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골목의 어둠에 몇 개의 기운이 흔들리고, 이윽고 물 위로 떠오르듯이 라젤, 프라우드, 카르츠의 모습이 나타난다.
「……, ……너희들……」
코노에는 깜짝 놀라,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이것도 설마, 리크스의 음모인 건가……?
그러나, 그런 의심을 프라우드가 웃어넘겨버린다.
「아하하, 놀란 것 같네. 그때, 우리들이 리크스에게 소멸당했다고 생각했겠지? 분명히 소멸당했어. 힘은 말이야」
「……힘?」
「주된 마력의 대부분을 빼앗겼다. 지금은, 본래의 삼 분의 일 정도 밖엔 사용할 수 없어」
「악마의 위엄이고 뭐고 엉망진창이라고. 그 빌어먹을 마술사 자식」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눈을 깜박이는 것도 잊고, 코노에는 정지해버린 사고를 필사적으로 움직이려 한다.
움직인 결과, 입술에서 흘러나온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었다.
「……거짓말이다」
「하아?」
베르그가 일부러 그러는 듯이 눈썹을 찌푸리고, 상체를 굽히고는 얼굴을 바싹 붙여 왔다.
「거짓말이라니 뭐야, 에-?」
「……리크스의 함정인 거 아니야?」
「어이어이」
구부리고 있던 몸을 일으키고서, 베르그는 이마에 손을 얹고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역시 신으로 숭상하는 만큼 너희 고양이들은 『두 지팡이』를 꼭 닮았군.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선악을 단정짓고, 언제든 자기들은 피해자인 척이야. 그런 주제에, 태연한 얼굴로 거짓말을 하지」
「험한 일을 당해왔으니, 어쩔 수 없겠지. 갑자기 믿으라고 하는 쪽이 무리다」
「헷. 참 다정하시네- 카르츠 님은 말야-」
카르츠와 베르그가 서로 노려보고, 프라우드가 양 손을 어깨 위치까지 들어올리고서 성대하게 한숨을 쉰다.
「그만 두라고, 둘 다. 아기고양이가 무서워하고 있잖아」
「시끄러-. 애초에 말야, 원래 난 너희들이랑 한통속이 될 생각은 전혀……」
그때, 라젤이 조용히 손을 내밀어, 베르그의 말을 제지했다.
베르그는 불만스럽게 혀를 찼지만, 이내 얼굴을 돌리고 입을 다물었다.
라젤이 다시 코노에 쪽을 향하고는, 몸을 숙이고 코노에의 얼굴을 가까이서 들여다보았다.
윤기가 도는 색채의 눈동자에 온몸이 꿰뚫려,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놀랐겠지. 뭔가 묻고 싶은 것은, 없나」
차분한 저음이 대답을 재촉해 와, 정지하고 있던 사고가 다시금 회전하기 시작한다.
검의 자루에 손을 올리고 방어 자세를 풀지 않은 채로, 코노에는 턱을 당기고 악마들을 노려보았다.
손바닥에, 땀이 스민다.
등 뒤는 절벽──그런 기분이었다.
「……리크스의 함정이 아니라면, 어째서 너희들은 사라지지 않은 거지」
「힘만을 원했던 거겠지, 우리들의」
「애당초, 우리들은 리크스와 사이가 좋은 게 아니라고」
「……에?」
무심코 되묻고 말았다.
「이해관계의 일치로, 일시적으로 손을 잡고 있었을 뿐이다. 의리도 무엇도 없어」
「그래도, 그렇다면……」
더욱더, 없애지 않고 내버려 둔 이유를 알 수 없어진다.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있던 프라우드가, 천천히 입술을 웃는 모양으로 끌어올린다.
「단, 우리들이 살아있으면, 리크스에겐 이득이 되려나」
「……무슨 말이야」
「이런 거라고」
「……!?」
베르그의 팔이 뻗어 와, 억지로 끌어당겨졌다.
순간적으로 검을 빼들고, 베르그의 목에 들이민다.
「……이거 놔」
「싫은데」
칼날이 목에 밀어붙여저도 전혀 개의치 않고, 베르그는 코노에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었다.
혀가, 귀를 낼름 핥는다.
「……읏!」
「오- 오-, 민감하네」
「흐-응. 혼자 선수 치는 건 좋지 않다고」
「예 예」
곧바로 몸을 끌어안고 있던 팔의 힘이 약해져, 코노에는 베르그를 뿌리쳐내듯이 재빨리 비켜섰다.
가라앉았던 경계심이 일시에 팽창해, 검을 빼들고 낮게 으르렁댄다.
귀에 남은 젖은 감촉이 불쾌해서, 손등으로 몇 번이고 문질렀다.
「화났어, 화났어」
「요컨대, 우리들은 원래 너를 노리고 있었어」
「…………」
──노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이전에도, 베르그는 자신을 「사냥감」이라고 말했었다.
카르츠가 눈썹을 찡그리고, 마지못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너는 우리들에게 있어선, 말하자면 『식량』같은 존재다. 먹으면, 힘이 되지」
「식량? 어째서, 내가」
「우리들은 감정을 관장한다. 우리들로서는, 감정의 고조가 강한 혼을 먹으면 극상의 힘을 얻지. 드물게, 그런 혼을 지닌 자가 나타난다」
감정의 고조가 강한 혼──
자연스레, 공감작용이 떠오른다.
「전부터 그런 녀석이 나타날 때는, 서로 차지하려고 싸웠었지. 근데, 이번에는 리크스가 직접 제안을 해온 거야. 최고급의 밥을 먹을 수 있다, 고 말야. 불러들여진 거라고」
「리크스가……」
어째서지.
그렇다면 마치, 이전부터 리크스가 자신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아진다.
코노에의 안에서, 시커먼 의문이 소용돌이쳤다.
「리크스는 아무래도 네가…… 눈엣가시인 것 같네. 우리들이 너를 먹어치웠으면 했던 거야. 그래서, 맞서 싸웠다는 거」
「네 안으로 들어간 뱀은, 우리들의 분신. 몸에 나타났던 반점은, 우리들의 표식이다」
깜짝 놀라 팔로 시선을 떨어트린다.
지금은 말끔하게 없어져버린 검은 반점은, 악마들이 태어난 장소──네 개의 바위에 새겨진 것과, 똑같았다.
「자신이 관장하는 감정 안에, 네 혼을 빠져들게 하는 녀석이 이기는 거였어. 전원, 보기 좋게 패했지만 말이지」
「아무래도, 너는 리크스나 우리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한 혼의 소유자였던 것 같아」
프라우드가 익살스러운 장단으로 어깨를 움츠리고, 입술을 ㅅ자로 구부렸다.
그러나, 그렇다면…… 코노에는 얼굴을 든다.
「귀와 꼬리가 검게 된 것도, 너희들 때문인 건가」
「그건 아니야. 다만, 우리들의 소행에 의해 네 몸이 반응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 탓으로 전설의 저주랑 일치돼버렸단 건가? 예언이라는 거잖아? 어쩌면 너, 뭔가 있는 건지도 말야」
베르그가 즐거운 듯이 히죽히죽 웃는다.
「어쨌든, 우리들은 너에게 져서, 너를 타락시키겠다는 리크스와의 약속도 깼어. 그래서 힘을 빼앗겼지. 이건 물어보지 않은 이야기긴 해도 말야.
……그래서, 인 거야. 힘을 잃어버린 지금, 너라는 존재가, 우리들에게는 더욱더 맛있게 보이는 거지만」
자신이 먹힌다니 그게 될 말인가.
코노에는 전신에 투지를 가득 채우고, 으르렁대며 이빨을 드러냈다.
「그렇게 경계하지 말라고. 지금은 아직, 임시 휴전 상태야」
「……휴전?」
「네 혼은 하나 밖에 없다. 누가 빼앗을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힘이 없는 이상, 널 먹을 방법은 머리부터 통째로 베어 먹는 것밖엔 없어. 그러니까, 누가 먼저 손 쓰지 않도록, 전원이 널 포위하기로 결정한 거야」
「…………, ……뭐?」
전원이, 포위한다?
곧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코노에는 잠시 멍하니 눈앞에 있는 악마들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을 맴도는 말이, 조금씩 스며들어 온다.
동시에, 맹렬한 분노에 내몰렸다.
「그렇게 하면, 서로에 대해서도, 너에 대해서도 망을 보는 게 가능하지」
「잠깐 기다리라고, 난 너희들에게 먹힐 생각 따위 없어」
「사냥감의 의지 따위 상관 없어. 이쪽도 사느냐 죽느냐의 중대 문제라고」
「……윽」
「뭐, 그렇게 열 내지 말아줘. 그 전에……」
「어이……!」
「코노에!」
프라우드의 말을 막고, 등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난입해 왔다.
돌아본다.
큰길에 면한 골목길의 입구에, 굳어진 표정의 라이와 아사토가 서 있었다.
라이는 곧바로 턱을 당기고, 눈동자에 날카로운 빛을 깃들이고는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장검을 빼들었다.
아사토도 검의 자루를 쥐고, 꺼내들며 뒤를 잇는다.
「아-? 어이어이, 잠깐 기다리라고. 지금 우리들은 이 고양이랑……」
「닥쳐. 그 녀석에게서 떨어져」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너희들, 리크스에게 소멸된 게 아니었던 건가」
「그러니까 그걸 지금, 이 고양이에게 설명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헛소리다. 어차피 리크스의 사주겠지」
「……칫. 정말이지-, 이러니까 고양이는 싫은 거라고. 어이, 꼬마야옹이」
베르그가 짜증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보고서는, 코노에에게로 시선을 내렸다.
「꼬마가 아냐, 코노에다」
「내가 보기엔 어쨌거나 꼬마야. 암튼 그게 아니라고-」
「알겠어?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말야. 거짓말을 하는 건 너희들과 『두 지팡이』의 특성이다」
「우리들은 말야, 거짓말은 하지 않아. 절대로」
「우리들은 욕망에 충실하지. 그것이 설령 악이라고 불리는 것이라 해도, 하고 싶은 때에는 해.
그 대신, 기만하는 일은 하지 않아. 지금 이야기한 건, 모두 진실이야」
「……먹을 생각이잖아, 나를」
「……먹어?」
크게 꼬리를 흔들고, 아사토가 악마들을 노려보며, 낮게 으르렁댄다.
「그 이야기를 하려는데, 도중에 방해를 받은 거라고. 어쨌든, 끝까지 들어주면 좋겠는데 말야」
프라우드가 고개를 갸웃하고, 흘끗 라이 쪽을 보는 것처럼 움직였다.
눈가가 가려져 있는 탓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들을 필요 따위 없어. 헛소리다」
라이는 장검을 가로쥔 채, 지그시 프라우드를 응시하고 있다.
솔직히, 코노에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악마들이 말하고 있는 것이 어디까지 진짜인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자기 자신조차도 믿을 수 없을 듯한 위험한 상태인 것이다.
그래서, 어찌 되든 악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마음도 들었다.
들을 건 듣고, 그래도 신용할 수 없다면 싸우면 된다.
「이야기 해 봐」
라이가 시선을 던져왔지만, 코노에는 억지로 눈치채지 못 한 척 했다.
프라우드가 양 팔을 벌리고서 한쪽 손을 가슴에 대고, 천천히 머리를 숙였다.
「허락해 줘서 영광이야. 그럼, 계속 이야기하지.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들도 리크스를 쓰러뜨리고 싶어. 물론, 빼앗긴 힘을 되찾기 위해서 말이지.
그래서, 말이야. 여기서 한 가지 제안인데……, 모처럼이니까, 손을 잡지 않을래?」
라이의 귀가 움찔 하고 떨린다.
「……무슨 말이냐」
「너희들도 리크스를 쫓을 것이겠지. 이해가 일치하고 있다는 말이다. 일시적 휴전으로, 손을 잡는 쪽이 효율이 높다」
「웃기지 마」
「우리들은 지금, 리크스에게 힘을 빼앗긴 채다. 말하자면 맨손과도 같은 상태다. 만약 싸운다고 한다면, 너희들에게 있어서는 절호의 기회지」
「…………」
라젤의 말에, 라이를 에워싼 공기가 아주 조금 변했다.
그것은 뒤집어 말하면, 맨손의 상대에게 승부를 걸 생각인가, 라고 말하고 있는 것과도 같았다.
싸우는 일에 몸을 담고 있는 자로서…… 특히 라이는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상대가 자신보다도 강하다면 더욱더 그렇다.
라젤이 그것을 꿰뚫어보고서 말한 것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리크스를 쓰러트리고, 힘을 되찾는다. 우리들이 싸우는 것은, 그 후에도 늦지 않아」
「……함정이 아니라는 확증이 없어」
☆
「자자. 진정하라고」
머리카락을 마구 휘저으며 세차게 발을 구르는 베르그를 달래며, 프라우드가 다시 라이 쪽을 향했다.
그 입술이, 슬며시 차가운 미소를 짓는다.
「진중한 건 좋은 거지. 그치만, 어떤 것이든 도를 넘으면 역효과 밖에는 되지 않아」
「너는, ……너야말로, 그 지나치게 진중한 성격. 뭔가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이 들고 마는 걸, 나는」
라이의 꼬리 끝이, 미미하게 흔들린다.
순간, 푸른 눈동자에 어두운 그림자가 스쳤다.
「……무슨 말이 하고 싶지」
「때로는 불 속에 뛰어드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거야. ……뭐, 그건 그렇고. 좋아, 이쯤에서 수치스러움을 참고 한 가지 증거를 보여주지」
프라우드는 베르그 쪽을 돌아보고, 딱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베르그가 죽을 만큼 싫다는 듯한 얼굴을 한다.
☆
「나는 싫다고」
☆
베르그가 돌아본다.
카르츠는 눈을 감고서 얼굴을 돌리고, 라젤은 좌우로 고개를 젓고서 베르그를 향해 턱짓을 했다.
그 동작에 이어, 프라우드가 즐거운 듯이 베르그를 본다.
「……그렇다네」
「……칫. 알았다고. 하면 되잖아」
자포자기한 기색으로 실쭉해진 베르그가 한 발 앞으로 나와, 한쪽 손을 가슴에 댔다.
손가락 끝이 녹아서 융합되는 것처럼, 피부의 표면으로 잠겨든다.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만, 그 사이에도 손가락은 질퍽질퍽 하고 안으로 꿰뚫고 들어가, 몸 속으로 파묻혀 간다.
「……윽」
베르그의 얼굴이 괴로운 듯이 일그러진다.
손은 완전히 가슴 속으로 들어가, 살을 도려내는 듯한 불쾌한 소리를 내며 뽑혀져 나왔다.
손은 피에 젖어있지도 않았지만, 무언가를 움켜쥐고 있었다.
손바닥이 펼쳐져 간다.
금색의 빛을 발하는 구체가, 얹혀 있었다.
……아니, 구체가 아니다.
잘 보니, 타원형으로 일그러진 무언가의 부서진 조각 같았다.
「아-」
「이거, 뭔 것 같아? 알고 있어?」
프라우드가 들뜬 목소리를 낸다.
「우리들의 힘의 근원이다. 정확하게는 구체화시킨 것이지만. 저마다가 가지고 있고, 본래는 구(球)의 형체다」
「힘을 뺏겨서, 모양이 일그러진 건가……」
수정처럼 그것은 투명한 빛을 발하고 있다.
눈을 빼앗길 정도로 예뻤다.
「이런 상태는 말야, 힘이 없습니다~ 하고 증명하는 하는 거랑 비슷하다고. 약점을 드러내고 있는 거랑 똑같아. 이제 됐겠지」
퉁명스럽게 말을 전하고, 베르그는 힘의 근원인 물체를 다시금 가슴 속으로 밀어넣었다.
프라우드가 라이 쪽을 다시 향하고, 팔짱을 낀다.
「이걸로 믿게 되었으려나」
「……맘대로 하라고」
검을 내리고, 라이가 낮게 말을 내뱉었다.
「괜찮은 거야?」
「몰라」
프라우드의 얼굴이, 코노에에게로 향한다.
「너도 그걸로 괜찮은 거지?」
「리크스를 쓰러트릴 때까지는, 나를 먹지 않겠다는 거로군」
「할 수 있다면 머리부터 통째로 삼킨다는 원시적인 방법은 피하고 싶으니까 말야. 게다가, 악마가 뒤죽박죽으로 서로 치고 받고서 순번을 정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모든 건 힘을 되찾고 나서, 야」
악마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그 말을 믿을 것인가 아닌가.
애당초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자체가, 거짓말인 것은 아닐까.
그러나 거기까지 생각하고, 의심 덩어리처럼 되어버린 자신 쪽이, 지독히 싫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진위를 가려내는 판단의 기준은 자신의 마음 속에만 있다고, 숲에 사는 그 주술사도 말했다.
이것도 저것도 다 밀쳐내버린다면, 분명 진실도 놓쳐버리고 만다.
한번 더, 자신의 마음 속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들의 말은, 역시 거짓으로는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고, 얼굴을 들었다.
「……알았어」
신중하게 끄덕이자, 프라우드는 입술을 양옆으로 벌렸다.
「거래 성립이다. 리크스를 쓰러트릴 때까지, 우리들도 너를 먹지 않아. 약속하지」
마치 그때까지 줄곧 숨을 멈추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코노에는 깊게 긴 숨을 내쉬었다.
무거운 공기가 빠져나간 가슴에 남은 것은, 분노라고도 억울함이라고도 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저절로, 손이 주먹을 쥔다.
이런 이상한 힘…… 공감의 작용만 없었다면, 표적이 되는 일도 없었다.
이제 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출생을 저주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어째서 리크스는 자신을 알고 있던 것일까…… 악마들을 부추겨온 것일까.
수수께끼는 깊어질 뿐, 뒤로 물러설 리도 없었다.
지금은, 리크스를 쫓는 것만을 생각하자.
다시금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고쳐, 코노에는 다시 악마들을 바라보았다.
힘을 잃었다 하더라도, 본래는 리크스와 견줄 정도의 존재인 것이다.
그런 녀석들과 일시적이라고는 해도, 손을 잡는 일 따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리고 물론, 앞으로의 일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너희들, 이다음엔 어쩔 생각이지」
「야옹이들은, 여관에 묵거나 하는 거지?」
「그런데」
「그럼, 우리들도 거기에 가지 않으면 안되겠군」
「……여관에?」
그만 엄청나게 눈썹을 찌푸리고 되묻고 말았다.
악마가 여관에 묵는 일 따위, 그런 이상한 이야기…… 있을 리가 없다.
카르츠가 작게 한숨을 쉰다.
「눈을 뗄 수는 없으니까 말이지」
「누가 선수 칠지 모르는데다, 어디서 멋대로 죽어버리면 곤란하지. 네가 없어지는 것도 곤란해」
코노에는 곤혹스러운 나머지 라이를 올려보았지만, 차가운 시선이 한번 흘끗 돌아볼 뿐이었다.
「……어떻게 하지」
「몰라. 네가 결정한 일이잖아」
「머리에 뿔이 나있으니까, 속세와는 연이 없는 일상이었으니까 말야. 도시의 여관에 묵는다니, 조금 기대되는 걸. 후후후」
「…………」
정말로 기쁜 듯이 몸을 비비꼬는 프라우드를 보고, 눈이 멍해질 것 같아진다.
뿔이 나있을 뿐, 알맹이는 그 근처에 있는 고양이의 집단과 다르지 않은 듯한 느낌도 들었다.
뿔.
거기서, 문득 깨닫는다.
「우선, 뿔이랑 그 매끈매끈거리는 꼬리 좀 어떻게 하라고. 눈에 띄어」
「지금은 축제가 한창이다. 가장이라고 하면 속여넘길 수 있어」
「축제가 끝나면?」
「그때는 그때야. 어떻게든 되겠지」
「…………」
「그럼, 여관까지 안내해 줘. 야옹이 씨」
……악마라는 건, 힘을 잃으면 의외로 이런 것일까.
석연치 않은 마음을 품으면서도 다시 큰길 쪽을 향하려 하다가, 문득 눈치챘다.
카르츠의 낌새가 이상하다.
멈춰 선 채로 미미하게 눈을 크게 뜨고, 한 점을 응시하고 있다.
아무래도 아사토를 보고 있는 듯했다.
☆
시선을 깨달은 아사토가, 의아한 얼굴을 한다.
카르츠는 곧바로 눈을 돌렸다.
☆
라이가 코노에의 곁에 나란히 선다.
지나치게 티를 내며 자신을 유도하려는 모양에, 코노에는 곁눈으로 라이를 노려본다.
「뭐야」
「떨어지지 말라고 말했잖아. 너, 방향치인가. 고양이 주제에」
「……윽」
고양이 주제에.
쿠궁, 하고 눈앞이 깜깜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떤 의미에선, 얻어맞는 것보다 쓰라리다.
사상 최고라고도 할 수 있는 충격에, 꼬리가 부들부들 떨릴 것 같다.
☆
「고양이 주제에 방향치라고?」
☆
「미아가 되는 건가」
「처음 들었어」
「……………………」
잇달아 들이닥치는 고문과도 같은 처사에 마음이 꺾일 듯한 상태로, 코노에는 꼬리를 늘어트리고 터벅터벅 여관으로 향하는 길을 걸었다.
「어이어이, 너희들. 왜 증식해서 오는 거야……」
돌연, 큰길에서 우르르 밀어닥치듯이 쏟아져 들어온 코노에 일행의 무리에, 바르도는 기가 막힌다는 얼굴을 했다.
무리도 아니다.
여관은 그 나름대로 떠들썩한 상태라, 대합실에도 아직까지 가장을 한 고양이들이 모여 있었다.
거기에, 총인원 일곱 명이 밀어닥쳐 왔으니, 결코 넓지 않은 대합실은 정원 오버인 상태였다.
「게다가 뭐야 그 꼴은. 악마 가장인가? 또 꽤나 불길한 네 마리로군」
접수처 안에서 카운터에 팔꿈치를 대고, 바르도가 악마들을 본다.
확실히 괴상한 모습이었지만, 주변이 가장을 한 고양이 천지라, 그렇게 동떨어져 보이는 것도 아니다.
축제 시기라 정말로 다행이다, 라고 코노에는 생각했다.
「방 두 개 더, 비어있거나 하지는…… 않겠지」
눈을 위로 뜨고 바르도의 눈치를 살피니, 지칠대로 지친 시선이 되돌아왔다.
「설마 묵고 갈 생각인가? 뭐 묵는 건 별로 괜찮지만, 방이 공교롭게도……, ……아-, 비어있었나」
바르도가 바로 옆에 있었던 숙박 장부를 끌어당겨, 팔랑팔랑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아아, 역시. 기가 막힌 시간차로군. 방금 막 나간 손님이 있어」
「아아 역시라니……. 당신이 체크하고 있는 거 아니였어?」
「이렇게 손님이 많으면 번거로워서 말야. 점점 어찌 되든 상관 없어진다고」
「……그런 식으로 잘도 여관 주인 같은 거 할 수 있네」
「의외로 어떻게든 된다고」
기가 찬 코노에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바르도는 턱을 문지르며 악마들 쪽으로 얼굴을 들었다.
「……그래서. 방 두 개는 역시 무리지만, 하나라면 묵을 수 있다고. 어떻게 할 거지」
등 뒤에 있는 악마들을 돌아본다.
죽 늘어서서 이쪽을 보고 있는 모습은 역시 압권이었지만, 속마음을 눈치채이지 않도록, 코노에는 아무 일 없는 듯이 대답을 요구하는 시선을 보낸다.
「문제 없다」
「자는 곳 따위 어찌 되든 상관 없어. 우리들은 기본적으로 고양이랑 다르니까 말야」
「고양이랑 달라……?」
「……아니, 아무것도 아냐」
태연스레 그런 말을 내뱉은 베르그를 곁눈으로 노려본다.
바르도는 수상쩍다는 듯한 얼굴을 했지만, 이윽고 숙박 장부에 무언가를 기록했다.
「그럼, 방은 2층으로 올라가서 왼쪽에서 가장 안쪽이다」
「아아」
내밀어진 열쇠를 받아든다.
바르도는 숙박 장부를 두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작게 숨을 내쉬고, 접수처에 등을 지고 악마들을 본다.
「들었겠지」
「물론. 당장 방으로 가자고」
프라우드가 몹시도 들뜬 기색을 띠며 계단으로 향한다.
광택 있는 꼬리가 튀어오르는 것이 기묘하기 짝이 없다.
「어이, 너도 빨리 오라고」
대합실의 창에서 길거리를 바라보고 있던 카르츠의 어깨를, 베르그가 잡으려 한다.
카르츠는 즉시 그 손을 뿌리치고, 뒤로 물러났다.
「……만지지 마」
차분한 용모에는 걸맞지 않은 격렬한 빛이 눈동자에 깃들어 있다.
「예 예 알겠습니다요」
베르그는 움츠리고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계단 쪽으로 걸어간다.
카르츠는 얼굴을 돌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악마 사이에도 상성이나 대립관계가 존재하는 것일까, 따위를 생각하며, 코노에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뒤를 돌아, 라이와 아사토의 모습을 찾는다.
두 마리는 현관으로 들어와 바로 가까이에 있는 벽에 기대어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서로 간에는 꽤 거리가 벌어져 있다.
「소란스러운 일당이로군. 존재 그 자체가 시끄러워」
라이가 짜증이 치민다는 듯이 중얼거리고, 벽을 하얀 꼬리로 세차게 내리친다.
「코노에는, 또 축제를 보러 가는 거야?」
질문을 받고, 코노에는 조금 생각하고서 입을 열었다.
「그렇네. 아까는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되돌아왔고」
「그래」
「아사토는?」
물어보자, 아사토는 망설이는 듯이 한 차례 입을 닫았다.
큰길의 시끌벅적함은 아사토로서는 상상 이상의 것이었겠지.
「코노에가 간다면, 따라갈게」
망설임 끝에, 의지를 굳힌 표정으로 아사토는 벽에서 몸을 일으켰다.
라이에게도 같이 가자고 말을 걸어볼까라는 생각에, 시선을 돌린다.
그러나, 그 순간 이미 새하얀 등은 계단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라이, ……」
불러 세우려던 참에, 꼬리에 무언가가 닿는 감촉이 들었다.
아사토의 꼬리다.
시선을 돌린다. 복잡한 눈이 지그시 코노에를 보고 있었다.
라이와 함께인 것은 곤란하다고 무언으로 호소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망설였지만, 그 사이에 라이는 척척 2층으로 올라가버렸다.
얼굴을 마주 대하면 싸우게 되니, 아사토의 마음을 알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잘 생각해보면 같이 가자고 해도, 라이가 함께 돌아다니며 축제를 본다는 일은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갈까」
눈치를 살피듯이 말을 걸자, 아사토는 웃는 얼굴만 보이지 않았을 따름으로, 꼿꼿이 귀를 세우고 기쁜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 모습에 내심 쓴웃음을 지으며, 코노에는 아사토와 함께 큰길로 나갔다.
큰길의 성황을 이룬 모습은, 좀 전에 나왔을 때보다 더 가열되어 있었다.
지금은 퍼레이드가 시작된 모양이라, 큰길의 정중앙을 가장 행렬과 거대한 인형이, 화려한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과 함께 지나간다.
누가 보아도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었지만, 코노에는 발치로 시선을 떨어트리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템포가 신나는 음악도 그대로 귀를 지나쳐 간다.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
축제는 처음인데다, 누군가와 함께 외출하는 것도 지금껏 거의 없었던 일이었다.
새삼스레 이런 장면과 조우하니, 기습 공격으로 얻어맞는 것보다도 훨씬 더 긴장하게 된다.
그래도……
아사토를 곁눈으로 흘끗 본다.
평소와 표정이 크게 변하지 않은 탓일까, 겉보기에는 평상시와 같았지만, 아마도 코노에보다도 훨씬 긴장하고 있을 것임이 분명했다.
뺨이 희미하게 경직되어, 시선은 큰길을 횡단하는 퍼레이드의 공연에 정면으로 꽂혀있다.
그렇기에, 아사토가 당황하지 않도록 자신이 똑똑히 정신을 차리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게 생각을 바로잡고, 코노에는 아사토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아?」
「아아」
「피곤하거나 하지는?」
「괜찮아. 다만…… 조금 놀랐어. 이렇게나 많은 고양이가 떠들썩거리는 안으로 들어간 일은, 지금까지 없었으니까」
「나도야. 카로우에서도 축제는 있었지만, 이렇게 성대하고 야단스러운 게 아니었던지라」
「시사에는 몇 마리 정도의 고양이가 살고 있는지, 코노에는 알고 있어?」
「글쎄」
코노에가 고개를 젓자, 아사토는 먼 곳을 바라보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시사는…… 키라보다도 훨씬 크고, 끝 없이, 펼쳐져 있구나」
「……그렇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알아주었으면 하고 생각한 것이다.
아사토의 옆얼굴을 올려보고, 코노에는 남몰래 마음 속으로 중얼거린다.
잠시 동안 고양이의 물결이 흘러가는 대로 몸을 싣고 퍼레이드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커다란 소리가 귀에 들어와, 코노에는 무심코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길가에 빼곡히 늘어선 노점에서, 유객의 소리가 어지럽게 퍼지고 있다.
「노점, 조금 구경하고 올까」
아사토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떨어지지 마」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고양이들을 느릿하게 가로질러, 코노에는 아사토를 데리고 길가로 나왔다.
노점은 제각각의 자리에 의류나 잡화, 수상쩍은 도구부터 고서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잇달아 늘어놓고 있다.
가게의 주인과 손님이 쾌활하게 물건을 주고 받는 모습이 몇이고 눈에 보였다.
아사토는 이미 모든 것이 신기해서 어쩔 수 없는 듯이, 아이 같은 눈으로 노점의 상품을 바라보고 있다.
그 모습을 조금 우습다고 느끼며, 코노에는 천천히 가게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아사토를 귀엽게 여길 여유도 도중에 어딘가로 사라지고 말았다.
늘어선 여러 물건들은 코노에의 눈에도 아주 신기해서, 그만 이것저것 주시해버리고 만다.
그러고 있던 중에, 문득 정신이 들어 코노에는 등뒤를 돌아보았다.
아사토가 없다.
노점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어느 사이엔가 떨어져 버린 것 같다.
미미한 초조함을 느끼며, 코노에는 주위를 조급하게 둘러보았다.
그때.
「먹고 튈 생각이냐! 당장 거기 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리니, 어느 노점 앞에 고양이들이 모여 있다.
아무래도 소동이 일어난 듯하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코노에는 순간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흐름이 정체된 고양이들을 헤치고, 군중의 최전선으로 나온다.
──역시.
예감은 적중했다.
소동의 중심에는, 아사토와 노점의 주인이 서로 노려보고 있었다.
게다가…… 코노에는 아연실색했다.
아사토는 입에 구운 닭고기 같은 것을 물고 있었다.
「이 도둑고양이 자식! 돈 내놓으라고!」
가게 주인인 중년의 고양이가 새빨간 얼굴로 거칠게 소리를 치고 있다.
……돈을 내라고?
설마.
「아사토!」
이름을 부르자, 털을 곤두세우고 있던 아사토가 돌아보고, 닭고기를 입에서 떼어내며 조금 놀란 듯이 코노에를 본다.
「뭐 하고 있는 거야……」
「맛있을 것 같았으니까」
「돈, 낸 거야?」
「돈?」
……아무래도, 일을 저지른 것 같다.
「당신, 이 녀석이랑 아는 사이인가? 책임 지라고!」
가게 주인의 서슬 퍼런 얼굴에 압도되며, 코노에는 짊어지고 있던 삼베 자루에서 돈이 든 봉지를 끄집어냈다.
얼마인지 물으려 하니, 다섯 개의 손가락을 펼친 손바닥이 내밀어졌다.
「다섯 개다」
「……다섯 개? 고기 한 덩이로?」
「이 녀석이 날뛴 탓에 말야, 파는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고 뒤집어지고, 정말이지 당치도 않은 꼴이라고!」
그 말을 듣고 가게 주인의 등 뒤로 시선을 던지니, 확실히 큼직한 바구니가 뒤집어져, 안에 들어 있던 과일이 땅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
무의식적으로 아사토에게 어이 없는 시선을 보냈지만, 사정이 잘 이해되지 않는 듯,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우선 경화(硬貨)를 주인의 말대로 다섯 개 건내고, 코노에는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런 흉폭한 자식은 어디에 꽁꽁 붙들어 매두라고!」
가게 주인은 콧바람을 내쉬며 거칠게 말을 내뱉고, 어깨를 들썩이며 가게로 되돌아갔다.
바싹 긴장되어 있던 긴장감이 느슨해져, 주위에 무리지어 있던 고양이들이 조금씩 축제의 떠들썩함으로 돌아간다.
작게 숨을 내쉬고, 코노에는 곁으로 다가 온 아사토를 어이 없음 반으로 노려보았다.
아사토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띠고 있다.
「저 녀석이 먼저 소리 치면서 화를 냈어. 코노에가 사과하지 않아도……」
「잘못한 건 너잖아……!」
그만 말꼬리를 거칠게 높일 것만 같은 것을 억누른다.
「물건 사는 법, 몰랐던 거야?」
「사?」
아사토는 의미를 알 수 없다는 얼굴로 코노에를 보았다.
「산다니, 어떻게 하는 거야」
「…………」
기묘한 탈력감이 덮쳐든다.
아무리 키라만이 세계의 전부였다고는 해도, 이정도까지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내가 방금 가게 주인한테 건내준, 동그란 돌이 있었잖아. 이렇게 늘어서 있는 것들 중에 뭔가 갖고 싶은 게 있으면, 그 돌을 필요한 만큼, 맞바꾸는 거야. 그 돌이 없으면, 안돼」
「……그런 거였어?」
아사토는 얌전한 얼굴로 시선을 발치로 떨어트리고, 불쑥 중얼거렸다.
자기 쪽이 나빴다는 것을 알고 침울해진 것 같다.
「미안해. 폐를 끼쳤어」
「괜찮아. 몰랐던 거니까. 잘 모르겠으면 물어보면 되는 거고,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나한테 말하면 돼」
「알았어」
별로 화를 냈던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아사토는 아직도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다.
자기 안에서 용서할 수 없는 것이 있는 것이겠지.
그 마음을 알지 못하겠는 것도 아니지만, 끝없이 우울해하면 코노에도 곤란스러워진다.
「마음에 두고 있는 거야?」
「…………」
「실수 같은 건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잖아」
그럼에도 아사토의 입술은 굳게 닫힌 채다.
「그래, 알았어」
작게 숨을 내쉰 후, 기분을 전환하듯이 꼬리를 흔들고, 코노에는 아사토가 손에 든 채로 있는 닭고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거. 먹고 싶었으니까 들고 나온 거지」
「……아아」
한층 더 미안한 듯한 얼굴이 되어, 아사토가 끄덕인다.
「내가 반 먹을게」
「……?」
「그걸로, 너랑 내가 그 고기를 샀다는 걸로 하자. 그러니까, 이제 이 이야기는 끝이야. 알았지?」
「……그치만」
아사토의 말을 제지하듯이, 코노에는 그 손에서 닭고기를 뺏어든다.
그리고는, 마음껏 고기를 물어뜯었다.
아사토의 눈이 놀라움에 약간 크게 벌어진다.
잘 구워진 고기의 고소한 맛이 혀에 퍼졌다.
「맛있어」
입 안에 든 것을 씹으며, 이빨로 반으로 잘린 고기를 아사토에게 내민다.
아사토는 완전히 주눅 든 기색으로, 머뭇거리며 고기를 받아들었다.
「그거 다 먹으면 좀 다른 데도 돌아보자. 모처럼만의 축제니까 말야」
「빨리」
「알았어」
고개를 끄덕이고, 아사토는 고기를 입으로 날랐다.
사실은 어느쪽이냐 하면, 코노에는 고기보다도 과일 쪽을 좋아하지만, 고기를 열심히 먹는 아사토의 모습은 정말 맛있어 보여서, 입 안에 남은 맛에 조금 더 먹어봐도 좋았을 걸, 하는 생각 따위가 들었다.
고기를 다 먹은 아사토의 팔을 이끌고, 코노에는 다시금 큰길의 고양이의 물결 속으로 들어갔다.
팔을 붙잡았을 때, 아사토의 몸이 희미하게 망설이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상관하지 않고 잡아끌어 걸었다.
또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이 가장 첫째였지만, 걸핏하면 어디까지고 푹 가라앉아버릴 듯한 아사토의 마음을 밝은 쪽으로 이끄려는 목적도 있었다.
지금은 아사토와 축제를 즐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그렇게 전하고 싶어서, 코노에는 단단히 아사토의 팔을 움켜잡았다.
축제 첫날이라, 거리는 밤이 되어도 낮과 다르지 않게 성황을 보이고 있었다.
코노에 일행들은, 바르도의 여관의 식당에 모여 있었다.
물론 악마들도 함께다.
축제 동안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함께 어울린다는 것으로, 바르도는 대합실에도 손님을 모아 요리를 대접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내가 만드는 밥은 맛있지. 맛을 잘 음미하고 먹으라고」
늘 나른한 듯한 바르도가 미소를 띠고, 주방에서 잇달아 요리를 날라온다.
테이블에는 정말로 훌륭한 음식들이 늘어서 있었다.
소금에 절인 닭고기, 콩을 푹 익힌 스프, 부드럽게 구워낸 빵에 여러 종류의 허브 샐러드.
마실 것은 각종 과일을 짜낸 주스에, 희미하게 쓴 맛이 나는 개다래나무 성분이 들어간 술.
그 밖에도 더 많은 음식들이 있다.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 역시 마음이 설레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요 사이, 고기는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코노에, 아사토, 라이는 식당의 테이블에 앉아있다.
악마들은 각각 벽에 기대거나, 창가에서 밖을 보거나 하며 제멋대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거, 전부 당신이 만든 건가?」
「뭐 그렇지. 디저트도 있어. 속속 먹어달라고」
바르도가 손에 들고 있던 접시를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담겨있는 것은 과일 같았지만, 유달리 갈쭉한 윤기가 있다.
달콤한 냄새가 폴폴 풍겼다.
「이건?」
「카딜이란 거야. 과일을 꽃 시럽에 절인, 란센의 전통적인 과자다. 축제나 경사가 있을 때 만들지」
카딜 안에는 큄도 있었다.
손가락으로 집어내, 입 안으로 던져 넣는다.
서서히 배어나오는 달콤함과 큄의 시큼함이 혀에 퍼진다.
「……맛있어」
「당연하지」
히죽 웃고, 바르도는 대합실 쪽으로 걸어갔다.
큄을 씹어넘기며, 코노에는 소금에 절인 고기를 손에 든다.
아직 시럽의 달콤함이 남아있음에도 고기를 베어 먹는다. 저마다의 풍미가 뒤섞여 입 안에 기묘한 맛이 퍼졌다.
「그거, 맛있어?」
「아아. 그치만 고기랑 같이 먹지 않는 편이 좋아」
「너무 게걸스럽게 먹지 마라」
「……시끄럽네. 너도 뭔가 먹으라고」
「필요 없어」
아사토는 즉시 카딜에 손을 댔지만, 라이는 과실즙 이외에는, 무엇도 입에 대려고 하지 않는다.
「헤에. 인간 정도는 아니지만 말야. 고양이들도 의외로 제법 하는데. 나쁘지 않아」
베르그가 옆에서 고기를 집어들고, 물어뜯는다.
「인간?」
「아? 모르는 거야?」
베르그가 의외라는 듯한 얼굴을 한다.
「너희들이 신으로 숭배하고 있는 선조 말이야. 『두 지팡이』. 그건 인간이라고도 부른다고」
「잘 알고 있네」
「우리는 너희 따위보다 훨씬 오래 살았으니까 말야. ……뭐어, 대략 한 명, 신참이 있지만」
그렇게 말하고, 베르그가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시선의 끝에는 카르츠가 있었다.
불쾌함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고 베르그를 노려보고 있다.
「과연 슬픔을 관장하는 악마님 답네. 분위기 못 맞추는 것도 정도가 있지」
베르그가 어깨를 움츠리고, 일부러 그러는 듯 한숨을 내쉰다.
「어찌 되든 상관 없지만, 당신들은 안 먹어도 괜찮은 거 아냐?」
「아!? 무슨 재미 없는 소리를 나불대는 거야 꼬마 주제에. 맛을 음미하는 즐거움이라는 게 있잖아-」
울컥 해서 말대꾸를 하려는 참에, 새로운 접시를 든 바르도가 다가왔다.
「수다 떨 여유가 있으면, 어서 먹으라고」
이번에는 갓 튀긴 나무 열매였다.
향긋한 냄새가 가득하다.
어째서인지 바르도는 음식을 나누어 담는 스푼으로, 아사토의 접시에만 나무 열매를 담아냈다.
「……아니, 이렇게 많이는 필요 없어」
「사양하지 마. 피곤한 상태인 거지. 얼굴에 나와 있다고. 이 녀석은 피로에 잘 들어」
「…………」
나무 열매가 왕창 쌓아올려진다.
아사토가 복잡한 표정으로 입을 다문다.
나무 열매가 담긴 접시를 테이블의 정중앙에 놓으며, 바르도는 무언가가 생각난 듯이 코노에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너희들, 축제 마지막 날에 뭐가 있는지는 알고 있는 거야?」
「마지막 날?」
「모르는 거야? 이 지역에 시사 최대의 도서관이 있다는 건 역시 알고 있겠지」
그거라면 이전에 토키노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주로 「두 지팡이」와 리비카의 역사에 관한 서적이 있는 듯하다.
「평소는 입장 금지지만, 『암동』 마지막 날만 일반 개방되지. 가장무도회도 개최되고 말야. 모처럼 만이니까, 가 보는 게 어때」
바르도가 테이블을 떠나자, 라이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중얼거렸다.
「가 볼까. 무언가 정보가 손에 들어올지도 모른다」
「리크스에 관한 과거라든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리크스, 굉장히 오래 살았으니까」
벽에 기대어 있었던 프라우드가 입술을 양 옆으로 벌렸다.
「리크스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건가」
「전혀. 원래부터 리크스한테는 관심이 없었어」
「리크스의, 과거……」
무언가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찾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자. 아사토는?」
「갈게」
「당신들도 올 건가?」
「흥미가 있다」
「읏차. 나도 가지. 라젤이 선수를 치면 곤란하니까」
「물론」
「……모두가 간다면」
카르츠의 탄식을 마지막으로, 악마도 포함하여 전원이 도서관에 가는 것이 결정되었다.
그 뒤는 각각, 바르도에게 식당에서 쫓겨날 때까지 저 좋을 대로의 행동을 취했다.
식사는 어느 것도 맛있었지만, 특히 마음에 든 카딜을 베어 먹으며, 코노에는 주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사토는 고봉처럼 쌓인 나무 열매에 질린 것인지, 은근슬쩍 접시를 멀리하고 있다.
라이는 창가에서 밤 하늘을 바라보고 있고, 카르츠와 라젤은 말 없이 벽에 기대고 있었다.
이따금, 한 마디 두 마디 말을 주고받고 있는 듯하다.
베르그는 이러쿵저러쿵 말을 늘어놓으며 음식을 볼이 미어지도록 밀어넣고 있고, 프라우드는 공중을 부유하거나 빙글빙글 회전하거나, 잘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코노에는 어떤 사실에 신경이 쓰였다.
가끔, 카르츠가 아사토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확인하려 하는 때에는 다른 쪽을 보고 있거나 한다.
자신이 지나치게 신경을 곤두세운 것인가라고도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
아사토는 키라의 고양이이고, 카르츠는 악마다.
접점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기묘한 광경이었다.
식사가 끝나, 방으로 돌아간다.
숙박객 중에는 술에 곯아떨어진 고양이도 있어, 바르도가 있는 힘껏 일으켜서 옮기고 있었다.
어느 사이엔가 아사토도 술을 입에 댄 듯, 아무래도 알큰하게 취해 있는 것 같았다.
술을 술인 줄 알고서 마셨는지 어쨌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길잡이의 잎의 옅은 빛이 흔들리는 방에서, 아사토는 대자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코노에도 자신의 침대에 가볍게 걸터앉아 장비를 푼다.
몸 전체에, 느릿한 피로감이 퍼져가는 것을 느낀다.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몸에 저주가 나타나고서부터 줄곧 숨 돌릴 틈도 없었다.
그렇기에, 오늘처럼 한숨 돌릴 수 있는 날이 얼마나 기분 좋은 것인지를 실감하고 있었다.
활짝 열린 창으로는, 음의 달의 빛이 방의 불빛에 포개어지듯이 들어온다.
아사토는 자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몸 옆쪽으로 쭉 편 꼬리의 선단이 작게 움직이고 있다.
「괜찮아?」
「……괜찮아」
말을 걸자, 한 템포 늦은 대답이 돌아왔다.
정말로 괜찮은 거냐는 생각을 하며, 코노에는 털다듬기를 시작한다.
「술 같은 거 마실 수 있었던 거야?」
「술, 이었던 건가」
……생각했던 대로다.
「천장이, 돈다……」
「…………」
작게 한숨을 내쉬고, 코노에는 털다듬기를 중단하고 물통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릇으로 물을 뜨고, 아사토의 곁으로 가지고 간다.
「자, 이거」
아사토가 천천히 일어나, 물이 담긴 그릇을 받아든다.
그대로 입을 대려 하다가, 그릇이 바닥으로 낙하했다.
손이 미끄러진 것 같다.
바닥이 흠뻑 젖어버리고 말았다.
「전혀 괜찮지 않잖아……」
어이 없음을 느끼며, 코노에는 그릇을 줍기 위해 몸을 구부리려 했다.
「……!?」
그러나, 옆쪽에서 뻗어온 손에 팔을 붙잡혀, 억지로 침대 위로 끌어올려졌다.
「무슨 짓을……!」
「……노래가」
아사토가 멍하니 중얼거린다.
어딘가 멍하니 흐려진 눈빛은, 창 쪽을 향하고 있다.
생각 이상으로 취해 있는 걸지도 모른다.
「노래가, 들려」
「노래?」
움직임을 멈추고, 코노에는 아사토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노래야. 머릿속에서, 들리고 있어. 이 노래는, 엄마가 좋아하셨던 노래야」
잠꼬대처럼 그렇게 말하고, 아사토는 희미하게 입술에 미소를 띄웠다.
──엄마가 좋아하셨던 노래.
그 말에 코노에는 공감과도 같은 것을 느낀다.
「어떤 고양이셨어. 아사토의 어머니」
「내가……, 어렸을 적에 돌아가셨으니까, 확실하게는 기억나지 않아」
「……미안」
「괜찮아. 기억은 안 나지만, 아주 상냥했다는…… 애매한, 이미지 같은 건 남아 있어」
어린 날의 모친과의 이별.
한 마디로 똑같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아사토는 코노에와 굉장히 비슷한 유소년 시기를 보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침대에서 내려오는 것을 관두고, 코노에는 아사토의 옆에 엎드려 누웠다.
올려다 보아도 바로 가까이에 어두운 천장 밖에는 없다. 그렇지만, 별이 여기저기 박힌 밤 하늘 아래에 있는 듯한 기분으로, 코노에는 느긋이 꼬리를 흔든다.
그리운 카로우의 밤을 떠올린다.
문득, 저음의 선율이 들려왔다.
아사토의 콧노래다.
띄엄띄엄 이어져 간다.
분명 그것이, 아사토의 머릿속에서 들리고 있는 노래겠지.
어머니가 좋아하셨다는 노래다.
코노에는 천천히 귀로부터 선율을 음미한다.
스스로 음의 흐름을 탄다.
깊이 빠져든다.
마음과, 소리와.
그것들이 교차하는 멜로디는, 설령 얼마만큼 간소한 것일지라도 불문곡직하고 가슴에 스며든다.
그리고서 정신이 드니, 코노에는 아사토의 목소리에 포개듯이 같은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
놀란 것인지, 아사토는 노래하는 것을 멈추고 코노에를 보았다.
몹시도 기분 좋은 노래였다.
코노에가 멍하니 흥얼거리고 있자, 지그시 뚫어지게 바라보는 아사토의 시선이 느껴졌다.
부끄러워져서, 코노에는 노래하는 것을 멈추었다.
「……뭐야」
「……외운 거야?」
「옛날부터, 노래를 외우는 것만은 잘 했으니까」
「그게 아냐」
아사토는 고개를 젓고, 엎드리고 있던 몸을 팔꿈치로 지탱해 가볍게 일으킨다.
「놀랐어. 네 목소리는 정말로…… 가슴에 울려」
「보통이잖아, 별로」
대답하며, 코노에는 어느 사이엔가 눈을 감고 있었다.
사고(思考)가 둥실둥실 가볍게 흔들려 기분이 좋다.
그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눈꺼풀 안쪽에서 보이지 않는 멜로디가 흐르고 있다.
이대로 잠들어 버릴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꾸벅꾸벅 졸고 있으니, 바로 곁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무거운 눈꺼풀을 희미하게 들어올린다.
바로 곁에, 푸른 눈동자가 있었다.
「…………」
「…………」
아사토가 깜짝 놀란 듯이 뺨을 경직시킨다.
그 손은, 코노에의 목덜미 부근에 닿기 직전에 멈춰 있었다.
그러나, 비몽사몽한 머리로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채, 코노에는 그저 왜 그러냐고 묻는 시선을 멍하니 보냈다.
「……?」
「……앗」
순간, 아사토는 곧바로 귀를 숙이고, 재빠른 몸놀림으로 몸을 뒤로 물렸다.
그리고, 양 손으로 창틀을 붙잡고는 단숨에 뛰어올랐다.
어째서 갑자기 그러는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채, 코노에는 얼굴을 든다.
[ 뒤를 쫓는다 ] → 선택
[ 뒤를 쫓지 않는다 ]
아사토의 모습이 창가에서 사라진다.
코노에는 반사적으로 창을 넘어, 뛰어 올랐다.
진동을 받아들이기 위해 몸을 둥글게 말고 지면으로 착지한다.
일어서서, 곧바로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나, 아사토 같은 모습은 눈에 띄지 않는다.
큰길 쪽인지, 그게 아니면 골목 쪽으로 들어간 것인지 생각하고 있자, 부스럭부스럭 하고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이어서 무언가를 거칠게 깎는 듯한 소리도 들려온다.
여관 뒤쪽에서다.
달려 나가며 기척을 찾는다.
소리는, 여관 뒤쪽에 심어져 있는 나무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머리 위의 수풀이 흔들리고, 무언가를 깎는 소리와 함께 나뭇잎이 흩날리며 떨어져 내린다.
……나뭇잎만이 아니었다.
톱밥도 섞여 있다.
이미, 나무 위의 괴물체의 정체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아사토」
목소리를 낮추며 이름을 부르자, 나무의 흔들림과 소음이 뚝 그쳤다.
시선을 모아 수풀의 사이를 응시한다.
「뭐 하고 있는 거야, 거기서」
「…………」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구태여 물어보았다.
아사토는 나무 줄기에 손톱을 세운 자세로, 망연히 코노에를 내려다보고 있다.
「……손톱 갈기를」
「안 된다고 했었잖아. 얼른 내려와」
「…………」
아사토는 잠시 그 자세 그대로 굳어 있었지만, 이윽고 체념한 듯이 줄기에서 떨어져 나와 뛰어내렸다.
착지하고 일어서며, 아사토는 진중한 얼굴로 코노에에게서 시선을 돌린다.
딱 장난이 발각된 아이 같다.
「왜 갑자기 손톱 갈기야. 뭔가 화나게 할 만한 일을 한 거야?」
「……그게 아냐」
아사토는 코노에 쪽을 보려고는 하지 않고, 느슨하게 주먹을 쥐고 말을 잇는다.
「……심한 일을, 하려고 했어」
「심한 일?」
거기서 겨우 방금 전의 일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심한 일이라고 해도, 아무 일도 당하지 않았는데」
「그러니까, 그건……」
「갑자기 밖으로 뛰쳐나가서 손톱 갈기를 하는 쪽이 훨씬 더 놀란다고」
「……그런가」
아사토가 추욱 귀를 내린다.
「미안해」
「괜찮아. 화난 게 아니라, 놀란 것 뿐이니까. 어쨌든, 너무 유별난 짓은 하지 마」
「알았어」
고개를 숙인 채, 아사토가 순순히 끄덕인다.
가끔 이렇게 무언가가 하나 뚝 끊긴 듯이 대담한 행동을 하는 주제에, 반성할 때는 도가 넘칠 정도로 반성을 하니, 정말로 묘하다.
어떤 행동에도 악의가 없는 것이겠지.
완전한 폐쇄사회에서 자라온 까닭에 생긴 특성인 것일까.
그 부분이 밉지 않게 생각되는 점이기도 하지만.
「그럼, 방으로 돌아가자」
「아아, …………」
고개를 끄덕인 아사토가, 갑자기 날카로운 시선으로 등 뒤를 돌아보았다.
코노에도 그쪽으로 눈을 돌린다.
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있다.
그러나, 시야에 비치는 것은 침묵하는 밤의 광경 뿐이었다.
「……?」
확실히 느꼈을 텐데…… 기분 탓이었던 걸까.
아사토의 기색을 살피니, 코노에와 똑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의아한 듯이 눈썹을 찡그리고 있었다.
「지금, 누가 있었지」
「아아」
그 뒤로도 잠시 동안은 기척을 찾아보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는 않았다.
코노에와 아사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여관의 방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