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 초고입니다.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걸어가면서, 코노에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메이기의 고양이가 말했던 이야기…… 발정기의 일이 있어서 깨끗하게 잊고 있었지만, 조금씩 이야기의 내용이 떠오른다.
아직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질 않는다. 그저 막연히, 그 무게만이 가슴을 짓누른다.
아사토는 괜찮은 것일까. 물론, 코노에보다 훨씬 커다란 충격을 받았을 터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자, 마주잡은 손에 꼬옥 힘이 실렸다.
마치 코노에의 마음을 읽고서, 괜찮다고 대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렇기에, 코노에도 뒤를 돌아보는 일 없이, 힘을 실어 손을 맞잡았다.
말 따위가 없어도──전해진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의 의미. 그것을 가슴에 깊이 스며드는 것처럼 실감하고 있었다.
여관으로 돌아와, 방으로 들어가 장비를 풀고서, 코노에는 접수처에 있는 바르도에게 발정기에 대한 것을 물어보러 갔다.
바르도는 말 그대로라고 선선히 대답하고, 그러니까 조심하라고 말했던 거야, 라는 말도 덧붙였다.
다만, 고양이에 따라 시기나 충동의 고저가 제각각인데다, 상성이라는 것도 있다는 것이었다.
상성이 딱 맞으면, 서로가 강하게 이끌려 발정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자신과 아사토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그만두었다.
묘하게 쑥스러워져서, 방으로 돌아가서도 아사토와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그 꽃밭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를 것 같아질 때마다, 코노에는 필사적으로 마음을 딴데로 돌렸다.
그러고 있는 동안에, 밤은 조용히 깊어져갔다.
심야, 몸이 뜨겁고 노곤한 것을 느끼고 코노에는 눈을 떴다.
잠시 가만히 있었지만, 어쩌면 발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이른다. 자기 전에 물로 목욕을 한 탓일까.
바르도에게 발정기에 대한 것을 물어보았을 때, 바르도가 물로 목욕을 할 수 있는 장소도 가르쳐 주었다.
솜털에 붙은 먼지를 떼고 싶다는 것도 있었지만, 차가운 물이라도 뒤집어쓰고, 울적한 기분을 풀고 싶었다.
바르도가 가르쳐준 대로, 여관 뒤쪽으로 가보니, 판잣집이 있었다.
안에는 작은 연못이 있어, 맑은 물이 고여 있었다. 샘물인 것 같았다.
판잣집은 허름한 외관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 나름대로 바람이나 바깥 공기를 차단하는 듯해서, 겨울의 도래가 느껴지는 이 시기에도 춥지는 않았다.
그 옛날 두 지팡이 시대의 「고양이」는 물 목욕을 싫어했다고 한다. 정말일까.
몸을 물로 씻어내도, 마킹을 할 때 필요한 자신의 냄새는 털다듬기를 하면 문제 없다.
물 목욕을 끝낸 후, 코노에는 방으로 돌아왔다. 역시 감기에 걸린 것일까.
그게 아니면 발정기의 영향일까, 피로가 화근이 된 것일까. 몹시도 노곤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계속해서 웅크리고 있는 동안에, 어느 사이엔가 잠이 들어버린 것 같았다.
열은 아직 내리지 않고 있는 듯, 몸 안이 뜨겁고, 솜털이 곤두서 있다.
코노에는 모포에서 얼굴을 내밀고, 방 안을 둘러보았다. 바로 곁에 커다란 그림자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잘 보니 그것은 그림자가 아니라, 밤의 어둠에 뒤섞이듯이 멈춰 선 아사토였다.
걱정스러운 듯한 얼굴로 지그시 이쪽을 보고 있다. 짙은 감색의 눈동자는, 밤이 된 탓에 칠흑색으로 보였다.
코노에가 눈을 뜬 것을 눈치챈 것 같다. 아사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코노에의 귀에 손끝을 댄다.
체온이 얼마나 높은지 확인하고 있는 것이겠지. 귀에서 손가락이 떨어지고, 첨벙 하고 물이 튀는 소리가 났다. 시선을 돌린다. 물이 담긴 그릇이 눈에 들어왔다. 아사토는 그 속에 담그었던 손을 코노에의 이마에 댔다.
차갑다. 손바닥은 싸늘하게 젖어 있었다. 기분 좋음에, 코노에는 작게 숨을 내쉰다.
아사토는 손바닥이 코노에의 열로 따뜻해지자 다시금 손을 물에 담그고, 이마에 대는 것을 몇 번인가 반복했다.
「힘들어?」
「괜찮아」
대답을 하고서, 목이 바싹 말라있는 것을 깨닫는다. 침을 삼키려 해도, 목 안쪽의 점막이 달라붙어서 아프다.
「……물 마시고 싶어」
잔뜩 잠긴 목소리로 말을 내뱉자, 아사토의 손이 어깨에 둘러졌다.
그대로 천천히 안아 일으키고서, 물이 든 그릇을 내민다.
「마실 수 있어?」
고개를 끄덕이고, 코노에는 그릇의 물을 혀로 떠올렸다. 건조한 혀에 물은 달게 스며드는 것 같아,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정신없이 마신다.
목의 갈증이 가셔서, 기분도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 그릇에서 얼굴을 들자, 아사토가 괜찮냐고 묻는 듯이 얼굴을 들여다보아 왔다.
「더 안 마셔도 돼?」
「아아」
고개를 끄덕이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깨를 안는 아사토의 팔에 완전히 기대고 있었다. 다부진 팔의 통과 온도에, 또 한번 마음이 진정된다.
「……뭐랄까, 입장이 반대네」
「반대?」
「아니, 이렇게 하고 있으니까 너, 커다랗구나 싶어서」
키라 이외의 것을 가르쳐주고 싶어서, 줄곧 자신이 아사토를 끌어줄 셈으로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조금 한심스럽다는 느낌도 들었다.
아사토의 팔에 기댄 채, 천천히 눈을 감는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 편해지는 일도, 있구나」
누구에게 말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중얼거리고 있었다.
열이 나서 마음이 약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마음이 놓이지 않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일까, 의식하고 있지 않은데도 툭 하고 말이 흘러나온다.
「편해? 지금. 열 나고 있는데」
「편하다기보다, 안정이 돼」
「……그래」
아사토는 조금 망설이는 것 같았다. 코노에의 어깨를 안은 손에 힘이 실린다.
「나는……」
어둠 속, 까만 꼬리가 크게 흔들린다.
아사토의 목에서 숨을 죽이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공기가 긴장이 들어찬 것으로 변했다.
「……!?」
의아하게 여길 새도 없이, 팔 아래 부근까지 덮여있던 모포가 난폭하게 벗겨졌다. 시야가 어질 하고 흔들리고, 코노에는 등으로 침대가 삐걱이는 것을 느낀다.
「……윽」
강한 충격에 코노에는 얼굴을 찡그렸다. 토기도 강해진다.
느릿느릿 다시 눈을 떴을 때, 시야에 비친 것은 깊이 생각에 잠긴 아사토의 얼굴이었다.
움직이려 하다가, 양손이 억눌려져 있는 것을 깨닫는다.
두통 탓에 제대로 사고하는 것이 불가능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잘 알 수 없었다.
「아사토……?」
「……큭, 코노에……」
마치 고통을 참아내고 있는 듯한 목소리였다. 의아하게 여기며, 코노에는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저항을 한다.
「뭐 하는 거야, 비켜……」
「모르겠어. 자신이, 어떻게, 된 건지……」
「……?」
「모르겠어……」
곤혹스러운 혼잣말에 아사토를 올려다보고, 코노에는 숨을 삼켰다.
아사토의 눈동자는 희미하게 열을 띠고 있었다. 그것은 발정의 때와 몹시 비슷했다. 그러나 그때보다도 훨씬──
짐승 같은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의식한 순간, 심장의 고동이 빨라져 가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눈동자 깊숙이, 아사토가 아닌 무언가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입맛을 다시며 코노에를 노리고 있다.
밀어 제칠 힘도 없다. 아사토의 몸이 지금껏 보아왔던 것보다 훨씬 더 크게 느껴졌다. 공기가 폭력적인 열을 품는다.
아사토가 천천히 코노에의 몸 위로 자신의 몸을 덮어,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등줄기가 작게 떨렸다.
뜨거운 한숨과 함께 목의 연한 피부가 먹히고, 혀가 그 표면을 더듬어 간다. 달려들어 무는 듯한 움직임에, 코노에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만해……윽!」
양팔을 붙들고 있는 양팔을 아사토의 손가락에 힘이 잔뜩 실려서, 피부에 파고들어 아프다. 떼쳐내려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멋대로 몸이 농락당하는 것에 대한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공포. 몸보다도 마음이 덮쳐 눌러져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사토인데도, 아사토가 아니다.
안 됀다, 더 이상──코노에는 굳게 눈을 감는다.
「아사토, 그만해……! 윽…… 싫어!」
필사적으로 소리를 치자, 아사토가 움직임을 멈추고 얼굴을 들었다. 그곳에는, 깜짝 놀란 얼굴이 있었다.
「…………」
「…………」
「……코노에, ……미안해, ……나는……」
아사토는 괴로운 듯이 눈을 가늘게 좁히고, 코노에의 위에서 물러났다. 그대로 창문 쪽으로 내달린다.
「어이, ……」
불러 세울 틈도 없이, 아사토는 창문에서 밖으로 뛰어내렸다.
열로 인한 노곤함도 잊고서, 코노에도 창문에 매달린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사토 같은 검은 그림자가 지붕을 타고 멀어져 가는 것이 보였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내밀었지만, 가벼운 현기증이 찾아와 창틀에 기댄다.
천천히 일어나, 발이 엉킬 것처럼 휘청대면서도 자신의 침대로 돌아간다.
모포 속으로 기어들어가, 코노에는 눈을 감았다.
아사토를 상처입혀 버린 것일까. 그렇지만, 하는 수가 없었다.
싫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정말로 무서웠던 것이다.
만약 정말 아사토에게 상처를 입혔다면…… 이대로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불안이 스친다. 그러나, 지금은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분명 괜찮을 것이라고 자신을 타이른다. 잠에 들기 위해, 코노에는 계속 눈을 감았다.
그로부터 얼마 후, 코노에는 얕게 잠이 들고서는 깨어나, 깨고서는 다시 조는 일을 반복했다.
아사토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아침에는 분명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말 못할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몸은 아직 열에 들떠 있었지만, 토기나 두통따위의 증상은 조금씩 진정되어 가는 듯했다.
모포 안에서 몸을 뒤척이고, 구부리고 있었던 다리를 편다.
거기서, 코노에는 움직임을 멈췄다.
귀를 기울이고, 모포 너머로 소리가 들리는 것을 살핀다.
누군가의 기운이 느껴졌다. 방 가까이에서 꿈틀대고 있다. 욱신 하고 가슴에 통증이 스친다. 발열에 의한 컨디션의 부조때문이 아니다. 이 통증은…….
코노에는 숨을 죽이고, 신중하게 모포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불길한 밤의 구름이 달을 가려, 내리비치는 빛이 끊어진다.
창문 근처에 있는 나무에, 불길한 그림자가 내려선다. 그림자는 기다란 천을 연기처럼 나부끼며, 번뜩번뜩 빛나는 눈으로 코노에를 바라본다.
안 좋은 예감이 스친다.
이 가슴의 통증…… 틀림없이 이전과 똑같이, 리크스가 보낸 추격자다.
코노에가 쇠약해져 있는 틈을 노리고 온 것일까.
추격자의 그림자가 가볍게 움직인다. 곧바로 일어나려 했지만, 열이 난 몸으로는 생각처럼 움직일 수가 없다.
나무의 수풀이 크게 소리를 낸다. 추격자의 그림자가 가지를 차고, 창문 쪽을 겨냥해 돌진해 왔다.
피하려고 하다가, 어질 하고 시야가 크게 흔들린다.
……틀렸나.
각오를 다지고, 양팔을 얼굴 앞으로 교차시켰다.
「……윽! ……큭, 쿨럭, ……!」
격렬한 충격과 함께 몸이 날려져, 벽에 등을 부딪친다.
폐가 찌부러진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통증이 스쳤다. 한 순간 숨이 멈추고, 그 직후 심한 기침이 나온다.
그러나 쉬고 있을 여유따위 없다.
시야의 끄트머리에서 번뜩이는 가느다란 빛은, 치켜 올려진 검이다.
침대를 박차고, 이번에는 바로 옆쪽으로 뛰어든다.
쉭,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바닥에 착지했지만, 몸이 휘청거려 자세가 흐트러진다. 강한 충격이 다시금 몸을 덮쳐왔다.
「크윽, ……아 ……크악!!」
어깨를 차였다. 고통으로 신음하며, 코노에는 바닥 위를 구른다.
방금 전 벽으로 내동댕이쳐졌을 때의 충격이 여전히 남아 있다. 도망치자는 생각을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자신의 팔과 다리인데도,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날카로운 살기를 느꼈다.
리크스에게 도달하지 못한 채, 이런 곳에서 죽는 것일까.
체념하고, 코노에는 굳게 눈을 감았다.
숙여진 귀에, 불가해한 소리가 들려왔다.
낮은 위협의 소리가 이어진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래도 코노에를 향한 것은 아닌 듯했다.
코노에는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광경에 놀란다.
습격해 왔던 추격자는 코노에에게 등을 지고 창문 쪽을 노려보고 있다.
잘 보니, 팔과 다리에 무언가가 꽂혀 있다. ……침이다. 그것도, 굵고 기다란. 코노에는 추격자로부터 창가에 멈추어 선 그림자로 시선을 옮긴다.
그곳에 서 있는 것은, 그 암컷 고양이──카가리였다.
「경계가 너무 허술하다고, 칠칠지 못하게」
「어째서, 당신이……」
「착각하지 말라고. 널 구해준 게 아냐. 나는 늘 아사토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어. 그러니까, 아사토랑 교대로 이 녀석이 이 방으로 향하는 게 보였던 거야」
카가리가 추격자 고양이를 턱으로 가리킨다.
석연치 않다.
아사토는 방에서 뛰쳐나갔다. 감시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당연히 카가리도 알고 있을 것이다.
습격하기 용이한 심야에 사냥감이 혼자가 된 것이다. 카가리로서는, 틀림없이 절호의 찬스가 아닌가.
의아한 시선을 던지자, 카가리는 코노에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이 입을 열었다.
「어째서 내가 이쪽에 있는 걸까, 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널 구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고,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야」
「……?」
카가리가 턱을 당기고, 한층 더 사나운 눈동자로 코노에를 지그시 응시했다. 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채, 코노에는 입을 다문다.
카가리는 추격자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도발하는 듯이 자그마한 입술에 미소를 띄웠다. 작고 하얀 이가 내비친다.
「자, 너. 내가 네 상대라고. 저 녀석을 죽이고 싶으면, 먼저 나를 쓰러트려」
추격자 고양이가 몸에 박혔던 침을 뽑아내고, 카가리를 향해 살기를 담아 포효했다.
카가리는 추격자와 마주본 채로 창틀로 뛰어들어, 훌쩍 몸을 날려 밤의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다. 추격자가 뒤를 쫓아 창문에서 뛰쳐나간다.
정적이 돌아온 방에서, 코노에는 격심한 토기를 참으며 느리게 숨을 내쉬었다.
눈의 초점이 맞지 않는다. 귀 안쪽에서 두근두근 하고 고동 소리가 빠르게 울린다.
바닥에 누운 채, 코노에는 어두운 천장을 올려다본다.
결국은, 카가리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 되는 것일까. 기묘했다.
카가리는 아사토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데도, 왜인지──그다지 적대심이 생기지 않는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에 대해 생각하고 싶어도 지금은 사고를 회전시킬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깊게 천천히 숨을 내쉰다. 그대로, 코노에의 의식은 어둠에 봉쇄되어 갔다.
의식이 가볍게 부상한다.
희미하게 눈꺼풀을 들어올리가, 코노에는 파묻혀 있었던 모포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안구 안쪽이, 노곤하다.
게다가, 몸이 삐걱삐걱 하고 심하게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열은 내린 것 같았지만, 결코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방 안은 조금 어둡다. 밤 같은 어두움이 아니라, 창문이 닫혀 있는 탓이다.
잠시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고는, 불현듯 깨닫는다.
누가 창문을 닫았지?
머릿속의 기억을 더듬으려 했을 때, 잘 알고 있는 냄새가 희미하게 풍겼다.
이것은, 아사토의 냄새다.
돌아온 것일까.
옆쪽의 침대로 시선을 돌렸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돌아와서는, 다시 나간 것일까.
아직 불안을 씻어낼 수는 없었지만, 영영 돌아오지 않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기에 약간의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느릿느릿 몸을 일으킨다.
아침의 털다듬기를 하고, 물통으로 다가갔다.
발열로 인해 바싹 말라버린 목은 탐욕스럽게 물을 갈구해, 코노에는 정신없이 물을 마셨다.
목마름을 충족시키고서 몸차림을 가다듬고, 방을 환기시키기 위해 창문을 크게 연다.
창문으로부터 차가운 공기가 흘러들어온다. 그것이 기분 좋아서, 코노에는 가슴 한 가득 들이마셨다.
하늘은 한 면이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날이 꽤나 추워졌기에, 머지않아 눈이 내릴지도 모른다.
바깥의 빛을 쬐고서 완전히 잠이 깬 코노에의 머릿속으로, 어제의 일이 몇 개인가 떠올랐다.
어제, 꽃밭에서 메이기의 고양이를 만났던 일……
지금에 와서는 머나먼 꿈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들었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확실하게 고막에 새겨져 있다.
꿈이 아니다.
현실인 것이다.
──충고해두지.
너의 꿈은, 꿈이 아니다.
그것은, 무슨 의미인 것일까. 게다가, 자살하는 수밖에는 없다는 말은 전혀 이해가 불가능했다.
──한 번 더, 그 꽃밭에 가볼까.
간다고 해서 무언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쩌면 또 그 메이기의 고양이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아사토에 관련한 무언가를 알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느낌이 들었다.
마음을 정하고, 코노에는 창문을 닫고 방을 나섰다.
계단을 내려가 현관 쪽으로 향한다.
걸어가는 도중에, 접수처에 바르도가 한가한 듯이 앉아있었다.
발소리에 정신이 든 바르도가 코노에에게 시선을 돌린다.
「늦은 아침이네. 이제 곧 해가 중천에 뜬다고」
「당신은 한가해 보이네」
「축제가 끝나면 본격적인 겨울 채비에 들어가니까 말야. 여관도 겨울잠을 잔다고. 그러고 보니, 어제는 어떻게 된 거야.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있는 것 같던데」
「조금 피곤했을 뿐이니까」
「뭐 먹을래? 간단한 거라면 내올 수 있는데」
「아냐, 됐어」
「그래. 뭐,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하라고」
대답 대신에 가볍게 세운 꼬리를 흔들고, 코노에는 여관에서 나와 큰길로 향했다.
큰길을 똑바로 나아간 후 동쪽을 향하면, 눈앞에 울창하게 우거진 숲이 다가온다.
아직 아픔이 가시지 않은 몸을 감싸면서도, 코노에는 빠른 걸음으로 숲 속으로 들어갔다.
외줄기 길을 걸어가, 도중에서 오른쪽의 나무숲을 헤치고 들어간다. 잠시 동안 걷자 시야가 트이고, 농밀한 꽃 향기에 감싸였다. 꽃밭을 앞에 두고, 코노에는 두 눈을 가늘게 좁혔다.
이 색과 향기에 녹아들어, 경계를 잃어버리고 싶다.
그렇게 하면, 무언가 알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근거도 없이,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는다.
천천히 심호흡한다.
문득, 향기가 변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의아하게 여겨, 눈을 뜬다.
「……에?」
무심결에 소리를 내고 있었다.
순간, 모든 꽃이 전부 다른 색으로 물든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깜짝 놀라, 다시금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나, 딱히 달라진 곳은 없었다.
……잘못 본 것일까.
어안이 벙벙해, 코노에는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숲에 숨어서 숨을 쉬는 꽃들, 향기로운 방향(芳香).
상쾌한 바람이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데도, 왜인지──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돌연, 만발한 꽃이 구불구불 일그러졌다.
아니다.
자신의 시야가 이상한 것이다.
급속도로 초조감에 사로잡혀, 코노에는 지면에 무릎을 꿇었다.
눈이 돈다.
향긋한 냄새는 들이마실 때마다, 폐에 가득 차는 듯한 무거움을 동반한다.
자신을 둘러싼 꽃들의 색이 일제히 변해 간다.
이곳은…… 이곳에는, 무언가가 있다.
그저 꽃이 피어있을 뿐인 장소가 아니다. 그 외의 무언가가……
숨을 죽이고, 눈을 감는다.
다시금 눈을 떴을 때, 마치 거짓말처럼 꽃의 색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
몸에 일어난 이변도 거짓말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코노에는 곤혹을 느끼면서도 천천히 일어선다.
지금 것은──무엇이었던 것일까.
정말로 꿈이라도 꾼 듯한 기분이었다.
주위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꽃들이 펼쳐져 있다.
기분이 나빠져서, 코노에는 숲의 길로 돌아가기로 했다.
해는 조금씩 저물기 시작하고 있었다.
란센의 거리로 향하던 도중, 다시금 가슴이 답답해져서 코노에는 발을 멈췄다.
「……윽!?」
몸이 크게 흔들리며 기운다.
처음엔 지면이 흔들리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니다. 흔들리고 있는 것은 자신이다. 현기증이 난다.
무릎과 손을 바닥에 짚는다.
울려 퍼지는 심장 소리에 맞추어, 온몸에 아픔이 스친다.
「……윽, ……크 ……윽」
채 견디어내지 못하고, 결국에는 몸을 웅크렸다. 이를 악문다.
온 신경이 팽팽히 잡아당겨져서, 마구 찢겨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정도의 고통이었다.
호흡도 뜻대로 되지 않아, 가까스로 떨리는 숨을 내쉰다.
한 순간, 뇌리에 완만한 곡선의 잔상이 번뜩였다.
녹색, 황색, 청색, 적색. 사색의 빛이 튄다.
알고 있다. 이전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생각해 낼 여유는 없다. 관자놀이를 타고 차가운 땀이 흘러내린다.
알고 있다──위 안쪽으로 느껴지는, 무언가가 꿈틀대는 감촉.
무겁게 미끈거리며, 속을 헤집으며 뒹군다……
「……윽, ……」
고통스러움에, 매달리는 듯이 한쪽 팔을 앞으로 뻗었다. 흐릿해진 시야에 자신의 팔이 비친다. 그리고, 코노에는 말이 막혔다.
이것은 틀림없는 자신의 팔이다. 그렇지만, 믿을 수 없었다.
꿈은 아닐까.
아니, 이것은 꿈이다.
또 열이 나서 쓰러진 것이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타이르며, 핏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우스울 정도로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뼈도 피부도 근육도 모두 다 긴장으로 팽팽해져서, 뻣뻣하게 굳는다.
다른 한쪽 팔에도 눈을 돌린다.
똑같다.
팔의 표면에──검은 반점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 ……어째서……」
무심결에 그런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팔에 붙박인 시선을 억지로 떼어내고, 코노에는 꼬리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다리 사이에 가로놓인 꼬리는, 밑동부터 선단까지 혐오가 치밀 정도의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런.
눈앞이 캄캄해진다.
통증도 어딘가로 날아가, 코노에는 상반신을 일으켰다.
폭주하는 심장이 당장에라도 파열할 것만 같았다.
틀어막고 있던 숨이 입술에서 새어나온다.
「…………」
말을 잃는다.
설마, 이것은.
또──
──어째서?
저주는 풀렸던 것이 아니었나.
그때…… 그 공터에서 리크스가 악마들의 힘을 빼앗았을 때에.
악마들에게 힘이 되돌아간 것일까?
아니면, 저주는 아직 풀리지 않았던 것일까.
알 수 없다…… 알 수 없다. 생각하려 해도 무리다.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거기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지면에 발을 내딛은 순간, 나락의 밑바닥으로 떨어져 가는 듯한 감각.
유일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이 통증도, 몸의 반점도, 검게 물든 꼬리도 귀도 현실이라는 것. 이전에 저주에 걸렸을 때와 완전히 똑같다.
어째서…….
어째서……!
「……흐, ……윽, 으, 아아아아아아악……!!」
일어섬과 동시에, 뛰어나가고 있었다.
무턱대고 숲속을 달리기 시작한다.
감정이 폭발하고 있었다. 마음이 휘둘린다.
멈추지 않는다.
어디를 달리고 있는 것인지따위, 전혀 알 수 없었다.
들려오는 것은 자신의 호흡, 보이는 것은 짙은 어둠이었다. 눈은 바로 정면을 포착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다.
어째서,
왜,
무엇 때문에──
머릿속을 맴도는 의문은, 점차 비명으로 변해 간다.
도중에 발이 엉켜, 야단스럽게 넘어진다.
몸을 세게 부딪쳤지만, 통각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일어서지도 않은 채, 땅에 뺨을 내리누른다. 떨리는 손으로 풀을 움켜쥐고, 잡아뜯었다.
거친 숨에 신음과도 같은 소리가 뒤섞인다.
시야도 사고도 흐릿해져서, 코노에는 잠시 동안 그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반발을 느낀 이은 있어도,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저주했던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그런 마음을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누구를 저주하지?
그 누구도 아니다.
신이든 뭐든 좋다. 이런 운명을 결정지은 누군가다.
이제는, 싫었다.
자신은 카로우에서 태어난, 보통의 고양일 뿐이다.
그런데도, 어째서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내가 무슨 일을 했다고?
확실히 조금 성가신 몸이긴 하지만, 조용히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았다.
바람은, 그것뿐인데도.
「……큭」
주먹으로 지면을 세게 내리쳤다.
그러나 그것뿐,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기력을 잃어, 눈을 감으려 한다. 그러나, 그 직전에 코노에의 시선은 어떤 물건에 고정되었다.
기묘했다.
다른 것은 흐릿하게 보이는데도, 그것만은 왜인지 너무나 똑똑하게 눈에 들어왔다.
마치, 코노에를 향해 스스로의 존재를 주장하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실의(失意)가 만들어 낸 환상인가.
얼굴을 들고, 시선을 모은다. 반지인 것 같았다. 특별히 큼직한 보석이나 장식이 가해져 있는 것도 아닌, 검소한 은반지다.
몹시도 마음이 이끌렸다. 동시에, 강렬한 충동을 느낀다.
감정의 앙금 없이 맑은 부분을 없앤 후의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있는 그대로 드러난 욕망.
욕망은 몸을 구불거리며, 의식을 향해 외친다.
저것을──갖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에는 이미 손이 뻗어나가, 반지를 움켜쥐고 있었다.
움켜쥔 순간, 긴장했다.
자신에게는 공감의 작용 이외에 하나 더, 성가신 힘이 있는 것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긴 시간이 축적된 「물건」의 과거를 엿보는 힘──
만약 이 반지가 예사롭지 않은 사정을 지니고 있다면, 과거가 보이고 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불과한 듯했다. 안도의 숨을 내쉬고, 코노에는 반지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별다른 것이 없는 평범한 반지다. 그런데도, 어째서 이렇게 마음이 끌리는 것일까.
욕망의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꼬리의 털이 부풀어 오른다.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가, 어떤 사실을 알아차렸다. 반지의 표면에 문자가 새겨져 있다. 코노에도 읽을 수 있는 것이었기에, 조용히 입술을 움직여본다.
문자는, 반지를 한 바퀴 돌아 하나의 문장이 문양과도 같이 새겨져 있었다.
마지막까지 다 읽었을 때, 이것은 노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더, 처음부터 읽어본다. 이번에는 조그맣게 소리를 내어, 선율에 맞추는 듯이 조금 음조를 넣어서.
틀림없다. 역시, 노래다.
그렇게 확신했을 때였다.
「……!?」
다시금 심장이 크게 울렸다.
날카로운 두통에 얼굴을 찡그린다.
고음과 저음이 한데 뒤섞인 귀울음이 울린다.
이 감각. 저주와는 또 다른, 이것은……
인식하기 전에, 뇌리에 영상이 흐르기 시작한다. 처음에 나타난 것은, 크게 입을 벌린 무서운 형상을 한 얼굴이었다.
깜짝 놀라, 몸이 흠칫 하고 움츠러든다. 소리는 없었지만, 확실히 절규가 들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코노에는 전혀 본 기억이 없는 영상…… 필시, 이것은 반지가 지니고 있는 과거다. 기억을 엿보고 있다.
그렇지만, 어째서? 방금 전에 만졌을 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도, 잇달아 차례차례로 영상은 흘러간다.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고양이, 울부짖으며 덤벼드는 고양이, 피바다에 잠기는 고양이.
──전율한다. 이것도 저것도, 모두 다 그런 것들 뿐이었다. 음(陰)의 덩어리다.
대체 이 반지의 소유자는 어떤 고양이였다는 것인가. 반지에서 손을 떼려고 했지만──손이 떨어지지 않는다.
「……윽!」
마치 달라붙기라도 한 것처럼, 반지가 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영상은 한층 더 가혹하게, 잔혹하게, 그리고 선명해져 간다. 연달아서, 밀려들어 온다.
과거의 기억은 거대한 하나의 물결이 되어, 코노에의 의식을 삼켜 간다.
농락당한다. 휩쓸려 들어가서, 산산이 으깨진다.
발버둥쳤다.
기억의 바다에서 질식한다.
「윽, ……크윽, ……으악……!!」
점차로 의식이 마비되어 간다.
자신은, 어떻게 되는 거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싫다. 삼켜지고 싶지 않다. 삼켜지면……
마음 속으로까지 기억은 흘러들어와, 안쪽에서부터 코노에를 불태워 간다.
필사적인 저항도 허무하게, 손가락은 매달리고 있던 최후의 보루에서 떨어져 간다.
힘이 다한다.
끝내, 의식을 손에서 놓았다.
멀리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째서, 그런 일을 하고 만 것일까.
게다가, 코노에를 지킬 수 없었다.
여관의 지붕으로 올라간 아사토는, 거리에 늘어선 건물들을 내려다보며 격렬한 자기혐오에 내몰리고 있었다.
거리는 석양으로 물들어, 큰길을 바쁘게 오가는 고양이들은 모두 같은 색으로 동화되어 있다.
조금 거센 바람에 꼬리를 흔들며, 아사토는 눈 아래의 광경을 멍하니 바라본다.
아침 무렵, 방으로 돌아오니 코노에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침대의 시트는 어지럽혀져 있고, 방 안에는 명백하게 싸움이 일었던 흔적이 있었다.
누군가가 침입했던 것이다. 희미한 잔향에서, 키라의 고양이와 다른 고양이의 냄새가 느껴졌다.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코노에가 무사했기에 다행이긴 했지만,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아사토는 분노에 절로 이빨이 드러날 것만 같아진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동시에, 그때 뛰쳐나갔던 자신을 저주한다.
그렇지만, 정말로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방에서 뛰쳐나간 후의 일은 아무것도 기억하고 있지 않다. 밤의 거리를 달렸던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제정신이 든 것은 아침, 방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코노에에게──거부당했을 때.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자신이 코노에가 싫어할 만한 짓을 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쇼크였다.
그저, 발열로 인해 조금 물기를 머금은 코노에의 눈을 보고 있는 사이에, 자신에게 기대어 오는 어깨를 그러안아 붙들고 있는 사이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런 짓을 하고 있었다.
입술을 굳게 닫고, 아사토는 군청색과 주홍색이 뒤섞인 수채화 같은 하늘을 올려다 본다.
이 마음은,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하는 것일까.
아사토에게 있어, 코노에는 무척이나 소중한 고양이다.
이런 자신을 예쁘다고 말해 주었다. 키라보다도 훨씬 더 큰 세계로 데리고 나가 주었다.
그 밖에도 소중한 고양이는 있다. 키라의 촌장님과 카가리다.
그렇지만 이상한 것은──코노에에 대한 마음은, 그 어느쪽과도 다르다는 것이었다.
「소중하다」는 마음에 종류가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발정기의 경우도 아사토는 과거에 경험한 일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갈구하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할 정도로 발정한 적은 없었다.
기껏해야 조금 가슴이 답답해질 정도로, 몸을 웅크리고서 그것이 지나가게끔 내버려둘 수 있었다.
코노에에게, 닿고 싶다고 생각했다. 닿고 싶어서 닿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손을 대면, 가슴이 아플 정도로 두근거렸다.
자신은 어딘가 이상해진 것일까? 아니면 이것이 보통인 것일까.
보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기에, 아사토로서는 판단을 내릴 수도 없다.
좌우로 크게 꼬리를 흔들고, 아사토는 다시금 거리의 광경을 내려다 본다. 코노에를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 그렇지만, 만나서 사과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줄곧 그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조용히 생각해 보니, 혼잡했던 사고가 정리되어 가는 듯했다.
방으로 돌아가 코노에의 얼굴을 보자. 코노에의 상태도 걱정이 되었다.
아사토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옆쪽에 있는 나무로 뛰어올랐다. 여관의 2층, 자신들의 방의 창문이 보인다. 열려 있다. 줄기를 세게 차고 도약해서, 창 안으로 뛰어든다.
「…………」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코노에는 외출한 것일까? 코노에와 대면하기 위한 각오를 나름대로 다지고 있었기에, 맥이 빠지는 기분이 든다.
아사토는 귀를 숙이고, 자신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어디로 간 것일까. ……딱히, 어디를 가든 코노에의 자유인가.
그러나, 왜인지──묘하게 가슴이 두근거려 진정되지 않았다. 아사토는 지금까지 본능과 직감으로 살아왔다. 그렇기에, 이런 예감은 대체로 적중한다.
코노에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두근거림이 강해져, 아사토는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된다.
「코노에……」
불안을 일소하듯이 이름을 부르고, 아사토는 다시금 창문에서 바깥으로 뛰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