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 초고입니다.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날이 저물고서, 코노에들은 여관의 식당에 모여들었다. 악마들도 함께다.
특별히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니다.
바르도가 코노에들을 불러서 식사를 하고 있으니, 어쩐 일인지 악마들도 모여들었을 뿐이었다.
「필요하면, 당신들 분도 준비할까?」
「필요 없어. 그렇다곤 해도 주면 먹겠지만 말야. 어느 쪽이든 좋다고」
「어느 쪽인지 확실히 하라고」
「그러니까 어느 쪽이든 좋다잖아!」
「예이예이」
베르그가 거만한 태도로 난폭하게 소리를 친다. 질렸다는 눈빛을 보내며, 바르도는 가지고 온 요리의 접시를 테이블에 두고 간다.
코노에의 옆 자리에 앉아 있는 아사토는, 테이블 위로 늘어선 접시를 응시하고 있다.
아무래도 긴장하고 있는 것 같다.
「왜 그렇게 긴장하고 있는 거야」
「그냥」
「그냥?」
「……전에, 접시에 잔뜩 쌓아 올려서, 그게 어쩐지……」
아사토의 말에, 그러고 보니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낸다.
축제가 있던 날 밤이다. 바르도가 나무 열매인지 무엇인지를 산처럼 쌓아놓았었다.
아사토는 채 거절하지 못하고, 물렸다는 듯한 얼굴로 먹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바르도, 대하기 어려운 거야?」
작은 소리로 묻자, 아사토는 주방으로 들어가는 바르도를 흘끗 보았다.
「……편하지는 않아. 싫지는 않지만, 저 거리낌 없는 점이, 조금 불편해」
아사토가 곤혹스러워 하는 것이 아무래도 재미있어서, 코노에는 작게 미소짓는다.
오늘은 바르도의 수제요리가 아니라, 바르도와 친한 사이의 겐 씨가 만들어 준 음식인 것 같다.
겐 씨는 요리를 만드는 데도 능숙해서, 가끔 여관에도 자신이 만든 요리를 가져 와 준다고 한다.
과연 자기 실력에 자신을 가지고 있는 바르도가 요리를 잘 한다고 칭할 만한 정도로, 테이블에 늘어선 요리는 어느 것이고 맛있게 보였다.
실제로 먹어보니, 요리는 정말로 맛있었다.
아사토는 튀긴 나무 열매만을 접시에 담고, 계속 베어 먹고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나무 열매를 좋아하는 것 같다.
바르도가 있는 탓인지, 라이는 어느 때보다도 더욱 언짢은 듯한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다.
주위를 은근슬쩍 관찰하면서, 코노에는 건조시킨 과일을 먹고 있었다.
자신의 접시에 덜었던 분의 나무 열매를 다 먹어 치운 아사토가, 다시금 나무 열매가 담긴 접시로 손을 뻗는다.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아사토는 접시에서 나무 열매가 아닌 것을 집어 올렸다.
장식으로 붙어 있는 꽃이다.
코를 가까이 대고 거듭해서 냄새를 맡고,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아사토는 꽃잎을 한 장 물어뜯었다.
「그건 못 먹는 거잖아……!?」
왜인지 코노에 쪽이 조바심이 나서, 한번 더 꽃을 먹으려 하는 아사토를 저지한다.
이상하다는 듯한 눈이 코노에를 본다.
「좋은 향기야」
「그야, 꽃이니까」
「나무 열매랑 같이, 접시에 놓여있었어. 못 먹는 거야?」
「꽃은 꽃이니까…… 못 먹는 거잖아」
「그래?」
아사토는 고개를 끄덕이고, 예의 바른 행동거지로 꽃을 원래 있던 접시로 돌려놓으려 했다.
「거기다 놓지 마!」
그것도 서둘러 저지한다.
코노에는 결국 아사토에게서 꽃을 받아들고서, 자신의 접시에 올려놓았다.
왜인지 묘하게 피곤해졌다.
「아사토는 겉보기랑은 안 어울리게 꽃을 좋아하는 거야?」
요리를 담은 접시를 손에 들고 있던 바르도가, 놀림이 섞인 말투로 말을 걸어 왔다.
「먹을 수 있는 꽃인가 싶었어」
「못 먹을 거 없잖아. 괜찮아, 먹어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코노에가 가볍게 쏘아보자, 바르도는 능청을 떨듯이 어깨를 움츠리고, 다른 테이블로 이동했다.
「먹을 수 있는 꽃이었던 거야?」
아사토가 어떤 의심도 없이 물어와서, 코노에는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정말로, 여러 의미에서 순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먹을 수 없는 건 아니겠지만…… 이건 그냥 장식이야. 보통은 안 먹어」
「그래?」
가까스로 납득한 모양으로, 아사토는 몇 번 끄덕이고서 다시금 튀긴 나무 열매를 먹기 시작했다.
코노에는 매너에 어긋나게 테이블에 한쪽 팔꿈치를 대고, 그 모습을 바라본다.
「그렇게 좋은 거야? 꽃이」
「그런 것 같아」
「그런 것 같다니…… 자기 이야기잖아」
아사토는 나무 열매를 베어 먹으면서, 코노에에게 똑바로 시선을 향해 왔다.
그 눈을 본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너무나…… 아이 같은 눈동자인 것이다.
어떤 불순물도 거짓도 없다.
보고 있는 쪽이 자기 자신의 더러움을 깊이 깨닫게 되는 것 같아, 무엇이라고도 할 수 없는 기분이 된다.
「왜 그래?」
「아니……, 너는 참 대단한 것 같아서」
「어떤 의미야?」
「됐어, 몰라도 돼」
「대단하다고 하면 코노에 쪽이……」
「됐어, 말 안 해도」
망연함과 체념이 뒤섞인 어조로 말을 뱉는다.
코노에는 건조시킨 과일을 휙 하고 아사토의 접시로 던졌다.
놀란 아사토에게, 가볍게 어깨를 움츠리고 능청을 떤다.
그러면서, 머릿속 한편으로는 작은 안도를 느끼고 있었다.
낮에, 키라 고양이의 건이 있고 나서. 조금 침울해져 있는 것 같아서,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이런 형색이라면, 괜찮겠지.
먹고 있던 과일을 입으로 나른다. 새콤달콤함이 혀에 번진다. 그것을 보고 있던 아사토도, 코노에가 던진 과일을 입으로 옮겼다.
그런 평온한 공기 가운데, 저녁 식사의 한때가 흘러가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 침대 위에 웅크린 심야. 정적의 가운데, 아사토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살그머니 침대에서 일어났다.
숨을 죽이고 코노에의 형색을 살핀다. 옆 침대에서는 모포의 덩어리가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필시 숙면을 취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러나, 만약을 위해 기척을 죽이고, 아사토는 희미하게 열려 있었던 창문을 완전히 열었다.
창틀에 올라 타, 어떤 망설임도 없이 바로 밑으로 뛰어내린다.
여관 뒤쪽으로 이어진 샛길에 착지한다. 밤의 장막이 내려진 거리는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걸음을 내딛으려 하다가, 아사토는 가슴을 내리누르고 눈썹을 찡그린다. 저녁 식사 후로 계속, 희미하게 토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저녁 식사 때문이 아니다.
──키라 고양이와 만났기 때문이다.
「…………」
키라 고양이가 내던졌던 말. 확실히 그것은 어릴 적부터 가슴에 박혀 있는 가시였다.
그러나, 코노에가 있었으니 괜찮았다. 코노에의 말을 듣고, 어둡게 가라앉아 있던 마음이 탁 트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원인은 다른 데에 있다.
필시……
그것은 「말」이 아니라, 말을 들은 「순간」에 있다.
──마물의 자식 녀석.
그때,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났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다음으로 정신이 들었던 때에는 지면을 나뒹굴고 있었고, 곁에 코노에가 쓰러져 있었다.
그 공백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기억이 싹 누락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기억을 잃어버리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빈번하지는 않지만, 어릴 적부터 있었던 일이다. 그저,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각이 줄곧 가슴에 남아 있었다.
무언가가 태어나기 직전과도 같은, 기묘하게 목을 조이는 감각.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코노에에게 물어보면, 분명 가르쳐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럴 수 없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되는 것으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골목길의 벽에 기대어, 수런대는 가슴께를 옷 너머로 세게 움켜쥔다.
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
옆쪽에 서 있는 나무의 잎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아사토는 숨을 죽이고, 귀를 세워 낌새를 살핀다.
나무 위에서, 하나의 살기가 번뜩였다.
「……윽!」
무슨 일이, 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사토는 반사적으로 재빠르게 물러섰다. 아사토가 서있던 지면에 무언가가 꽂힌다.
달빛을 차갑게 튕겨내는 그것은, 가늘고 긴 은백의 침이었다.
아사토가 얼굴을 듦과 동시에, 머리 위에서 누군가가 내려섰다.
회색의 천을 몸에 두른 고양이──키라의 고양이인가. 아사토는 그 즉시 검의 손잡이로 손을 뻗는다.
그러나.
「…………」
확인하는 듯이, 아사토는 두 눈을 가늘게 좁힌다. 눈앞에 나타난 고양이는 몹시도 자그마한 몸집을 지니고 있었다. 수컷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가냘프다.
──설마.
키라 고양이가 두르고 있던 천을 걷어치운다.
「……오랜만이네」
「……카가리」
가슴이 두근거려서, 코노에는 갑작스레 눈을 떴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가슴께에 손을 댄다. 무언가 안 좋은 것을 먹기라도 한 듯이 기분이 나쁘고, 진정되지 않는다.
옆쪽의 침대로 시선을 돌린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
아사토가 없다.
이런 늦은 밤에 어디로 나간 것일까. 잠이 오지 않아서, 산보라도 하러 나간 것일까? 그것은 별달리 책망할 일도 걱정할 일도 아니다.
그렇게 생각은 해도, 두근거림이 더해져 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잠이 완전히 깨고 말았다. 코노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쪽으로 다가간다.
차가운 밤공기를 크게 들이마시고, 내쉰다.
거기서, 창문이 완전히 열려있는 것을 깨달았다.
완전히 닫아두면 공기가 탁해지니까, 창문은 언제나 조금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겨울도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기에, 바깥 공기는 그 나름대로 쌀쌀하다. 밤에 완전히 열어두는 일은 없다.
아사토가 열어둔 것일까? 무엇 때문에──
그때, 희미한 금속질의 소리가 들려왔다. 코노에는 창문에서 몸을 내민다.
뒷골목에서, 두 마리의 고양이가 밤의 어둠에 파묻혀 교전하고 있었다.
한쪽은 낯선 고양이, 다른 한쪽은……
──아사토다.
퍼부어지는 공격을 피하며, 아사토는 한 차례 뒤쪽으로 물러서고는 높게 도약했다. 머리 위에서 카가리를 향해 검을 내리친다.
「…………」
자그마한 몸은 재빠르게 옆으로 비켜서서, 낮은 자세에서 아사토의 옆구리를 노리고 잇달아 발차기를 날린다.
몸을 비스듬하게 기울이고 피하면서, 아사토는 다시금 발을 내딛어 칼을 치켜들고 덤빈다.
힘으로 말하면 아사토가 위, 민첩함으로 말하면 카가리가 위다. 그러나, 종합적인 승세는 아사토 쪽에 있었다.
그럼에도 어지간히 결착이 나지 않는 것은, 다름 아닌 아사토의 마음이 동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째서지.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카가리만은, 자기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을 이해해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카가리가 다루는 세 갈래의 칼날이, 용서 없이 아사토를 노린다. 공격의 틈으로 보이는 눈동자는, 그저 냉담히 아사토를 포착한다.
아주 근소하게, 늦게 떨어진 발이 아사토의 움직임을 무디게 만들었다.
「……큭」
싸늘한 바람이 아사토의 뺨을 스쳐지나갔다. 균형을 되찾는 틈도 놓치지 않도록, 카가리의 두 눈이 가늘어진다.
──허물어진다.
아사토가 그렇게 생각함과 거의 동시에, 몸을 반전시킨 카가리가 돌려차기를 날렸다.
「…………, ……제길」
검을 양손으로 치켜들어, 발차기의 일격을 막아내고 튕겨낸다. 그러나, 완전히 페이스가 무너져 있었다.
통통, 하고 발끝으로 뛰어서 거리를 벌린 카가리가, 도전적으로 입꼬리를 올린다.
아사토도 자세를 고쳐 다시 검을 쥔다. 역시──죽일 수밖에는 없는 것인가.
그러나, 카가리는 적이 아니다. 그렇기에, 죽이는 일 따위는 할 수 없다.
카가리는 냉랭하게 아사토를 응시하고 있다.
그 표정에서는 주저나 망설임은 느껴지지 않는다.
혼란스러워진다. 카가리는, 자신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기에 죽이려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자신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그런 일은……
「……아사토!」
혼탁한 사고를 차단하듯이, 선명한 목소리가 아사토의 귀에 울려퍼진다.
곧바로 뒤를 돌아본다.
그곳에는, 숨을 헐떡이는 코노에가 서 있었다.
「……코노에」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온 순간, 자신의 안에서 스윽 하고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것을 아사토는 감지했다.
「……쳇. 엉뚱한 훼방꾼이 끼어들었군」
카가리는 분한 듯이 혀를 차고는 전투 태세를 푼다.
「……키라의 고양이로군. 그때의 암컷인가」
「너에게 이야기해줄 것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
적의를 드러내고, 카가리는 드센 눈동자로 코노에를 응시했다.
코노에도 조용히 카가리를 본다.
「아사토를 노리는 짓은 그만 둬」
「그러니까. 너에게 이야기해줄 것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
「아사토는 키라를 버렸다고. 더 이상 키라의 고양이가 아냐」
「바보 같은 소리도 작작 하라고. 네가 무슨 말을 하든, 키라는 아사토를 용서하지 않는다. 땅 끝까지 추적해서, 반드시 숨통을 끊는다」
「너도 촌장이 하라면 다 하는 건가」
카가리가 깔보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젓고, 말끝에 웃음기를 띠었다.
「외부는 외부, 키라는 키라다. 외부의 고양이에게 참견 받을 만한 일을 한 기억은 없어」
「……어째서」
비탄의 색이 스민 목소리로, 아사토가 카가리에게 묻는다.
「카가리만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
카가리가 두 눈을 가늘게 좁힌다.
「……다른 녀석들로는 널 죽이는 것은 무리다. 그러니까, 내가 그 역할을 자진해서 맡은 거야. 놓치지 않겠어」
「…………」
격정에 내몰리지도, 조소를 퍼붓지도 않고 담담히 전하고서, 카가리는 재색의 천을 주워들고 발길을 돌린다.
아사토는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이내 카가리의 뒷모습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나 더, 대답해」
카가리의 움직임이 멈춘다.
「……내가, 마물과의 혼혈아라는 이야기는…… 사실인 건가」
「…………」
「나는, 카가리에게 길러진 거나 다름없어. 알고 있겠지. 진실을」
「몰라」
혼잣말을 내뱉듯이 고하고, 카가리는 다시금 아사토를 향해 돌아선다.
「진실을 알고 싶다면, 스스로 찾으면 돼. 게다가, 나는 이제 네 편이 아니야」
「네 목숨을 노리고 있어. ……그걸 기억해 둬」
그 눈동자에는 조용히 뿌리쳐내는 빛이 감돌고 있었다.
카가리가 달리기 시작한다. 바람에 나부끼는 천의 자락이 어둠에 녹아들며, 경쾌한 발소리는 골목길의 안쪽으로 사라져 갔다.
짓눌리는 듯이 답답한 침묵만이 남겨진다.
아사토는 완만한 움직임으로 검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귀가 숙여져 있다. 뭐라고 말을 걸어야 좋을지 떠올리지 못한 채, 코노에는 침묵을 지킨다.
그리고, 그런 자신에게 강한 자기혐오를 느꼈다. 배려의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한다니, 스스로의 무력함에 화가 치민다.
「……방으로 돌아가자」
아사토가 작은 소리로 말을 내뱉는다. 그 표정에는 채 감춰지지 않는 낙담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코노에는 아사토의 곁으로 다가가, 난처해하면서도 그 어깨에 살며시 코 끝을 가져다 댔다.
아사토가 약간 놀란 듯이 미동한다.
말로 전할 수 없다면. 코노에 나름대로 마음을 내보이고자 하는 생각이었다.
눈치를 살피듯 올려다보자, 아사토는 희미하게 목을 울리고 작게 웃었다.
「……괜찮아?」
「코노에가 있으니까, 괜찮아」
「……그래」
코노에는 무심결에 얼굴을 돌린다. 얼굴을 맞대고 그런 말을 듣는 것은 어쩐지 부끄럽다.
그래도,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다행이다.
작게, 휴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돌아가자」
코노에는 아사토와 함께 여관으로 돌아가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약간 앞에 서서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사실 아사토는──자신 따위보다도 훨씬 더 강한 것이 아닐까.
힘 이야기가 아니다.
아사토는 코노에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아사토 자신이 강하기 때문인 것이라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침.
눈을 뜨자, 뒤집어 쓴 모포 너머로도 상쾌한 빛이 흘러 넘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날씨는 좋은 것 같다.
자리에서 일어나, 코노에는 시트에 몸을 비비며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크게 기지개를 켠다.
하품을 꾹 참고, 아침의 털다듬기를 시작한다. 옆쪽의 침대를 별 생각 없이 흘끗 보고, 코노에는 덜컥 움직임을 멈췄다.
또, 아사토가 없다.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코노에는 그 즉시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다.
그러나, 이내 그만둔다.
심야라면 몰라도, 아직 해도 높이 떠있다. 확실히 걱정은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온종일 붙어다니는 것도 우스운 이야기다.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아사토 자신도 주의는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털다듬기를 계속한다.
그러나, 그리 간단히 마음이 개운해지는 것도 아니라, 코노에는 안절부절못하고 진정되지 않는 기분으로 있었다.
몸차림을 가다듬고, 코노에는 1층으로 내려갔다.
잠자리에서 막 일어났을 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몸 상태가 조금 안 좋았다.
호흡이 들떠서 숨 쉬기가 힘들다.
피로가 몰린 것일까, 감기라도 걸린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대합실을 지나가니, 카르츠의 모습이 보였다.
다른 악마들은 없는 듯, 혼자서 소파에 앉아있다.
늘상 창가에 우두커니 서 있는 인상이 있었던지라, 희한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르츠는 무언가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
그 옆얼굴은, 어느 때보다도 더 비애를 띠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당신 혼자인 거야?」
카르츠가 깜짝 놀란 듯이 얼굴을 들고, 손 안의 무언가를 움켜쥔다.
하얗고 납작한 형상을 지닌 물건으로 보였지만, 확실하게는 알 수 없었다.
「……아아. 다른 악마들은 나갔다」
「당신은, 오늘은 뭔가 하거나 하지 않는 건가」
「뭔가?」
「누군가에게 호출되거나 하지 않나 해서. 전에, 라젤이 그런 말을 했으니까」
「아아……」
카르츠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돌린다.
「마음이 내키지 않는 날도 있다」
「……그런 건가」
카르츠는 악마답지 않다.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비애」를 관장하는 때문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정말로 본의 아니게 악마라는 입장에 서 있다…… 그런 식으로 보였다.
「오늘은……」
카르츠가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슬퍼 보인다, 는 말 이외에 표현할 방도가 없는 옆얼굴이다.
「마을 전체의 공기가 평소와는 다른 듯한 느낌이 든다」
「공기?」
「아아. 이건 아마도……」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 카르츠는 이어질 말을 쓸쓸해 보이는 미소로 바꾸었다.
「……아니. 내가 참견할 일이 아니로군」
「……?」
「그것보다……, 너와 같은 방을 쓰는 그 고양이는, 잘 있나」
같은 방을 쓰는 고양이, 라 함은 아사토를 말하는 것일까. 코노에는 조금 놀란다.
「뭐, 잘 있냐고 한다면 잘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왜 그런 걸, 물어보는 거야」
「아니, 조금 신경이 쓰였을 뿐이다.」
그렇게 말하고, 카르츠는 시선을 돌렸다.
전혀 의도를 파악할 수 없다.
코노에는 내심 고개를 갸웃거린다.
「당신, 이상해」
카르츠가 다시금 코노에를 본다.
「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다른 악마들과는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런가」
「왜, 악마가 된 거야」
말을 내뱉고서, 꽤나 멍청한 질문을 했다고 코노에는 후회했다.
애당초 악마가 되고 되지 않고 따위의 개념이 이상하다.
카르츠가 약간 의외라는 듯이 코노에를 바라본다.
「어째서, 인가. 그렇군……. 어쩌면 나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바라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독백과도 같은 대답은, 역시 코노에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카르츠가 소파에서 일어나, 곁눈으로 코노에를 본다.
「오늘은, 주의하는 편이 좋아」
중얼거리듯이 전하고, 카르츠는 한쪽 팔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그 발치에서 푸른 불꽃이 피어오른다.
「주의하라니, 뭘……」
거기서, 코노에는 이어질 말을 삼켰다.
카르츠가 떠나려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어떤 냄새가 코끝을 스쳤기 때문이다.
이 냄새──어디선가 맡아본 적이 있다. 무슨 냄새였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카르츠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역시, 이상한 악마라는 생각이 든다. 인상도 분위기도 종잡을 데가 없다.
숨을 내쉬어 마음을 새로이 하고, 코노에는 현관으로 향하려 했다.
접수처로 시선을 던진다. 마침 바르도가 주방에서 나온 참이었다.
「여어, 외출하는 건가?」
「아아」
접수처 쪽으로 다가가며, 코노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왠지 뒤숭숭한 소문이 나돌고 있는 것 같으니까, 조심하라고」
「뒤숭숭한 소문?」
코노에가 귀를 세우고 묻자, 바르도는 양 팔꿈치로 카운터에 체중을 실어 몸을 내밀었다.
「아아. 어젯밤에 또, 마물이 나왔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말야」
그거라면 알고 있다. 축제 때 숙박객이 이야기했던 소문이다.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어제 건은 다친 녀석도 있었던 것 같아. 뭐, 이런 커다란 도시 안에서 마물이 나타났다는 따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말야. 조심할수록 더 좋지」
「마물을 보면 제일 먼저 보고하러 돌아올 테니까」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하자, 바르도가 입꼬리를 치켜 올렸다.
「오우. 기다리고 있겠다고」
바르도에게 꼬리 끝을 흔들고, 코노에는 현관으로 향하려 했다. 그러나, 도중에서 발을 멈춘다.
──생각났다.
곧장 접수처로 돌아가, 무슨 일이냐며 놀라는 바르도에게 질문을 던진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시들지 않는 꽃이라는 거, 존재한다고 생각해?」
「……아아?」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냐는 듯한 얼굴로, 바르도가 눈썹을 찡그린다.
생각난 것이다.
방금 전 그립다는 느낌을 받았던, 그 냄새.
꽃밭이다.
아사토가 데려가 주었던 꽃밭에서 맡았던 것과 굉장히 비슷했다.
동시에, 아사토가 어머니의 유품이라고 말했던 시들지 않는 꽃잎도 뇌리에 떠올랐다.
「시들지 않는 꽃, 이라……」
바르도가 턱을 당기고, 시선을 천장으로 향한다.
「아-,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 쪽이야」
「일단 들어 봐. 도서관에 가보는 게 어때. 그쪽 방면의 자료, 꽤 있지 않을까」
도서관…… 그러고 보면 확실히 무언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방대한 양의 책들 가운데에서 찾아 나서게 된다고 하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그 속에서 찾는다니…… 단순히 시간이 걸리는 정도의 일이 아니잖아」
「그건 그렇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시들지 않는 꽃 같은 건 몰라. 미안하네」
그걸 먼저 말해줬으면 좋겠다.
「알았어」
조금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코노에는 여관에서 큰길로 나갔다.
큰길은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고양이의 수가 어느 때보다도 적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노점도 반 이상이 문이 닫혀 있다. 오늘은 축제 후의 휴일인지 뭔지 하는 것일까?
생각을 하며, 코노에는 도서관을 향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시들지 않는 꽃에 관련한 자료를 찾기 위해서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머리가 핑 돌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찾을 생각은 없었지만, 그 밖에 실마리를 얻을 곳도 없다. 가보기만이라도 하자고 생각했다.
「…………」
걸어가면서 무의식 중에 손으로 가슴께를 내리누른다. 숨 쉬기 힘들다. 아침부터 줄곧 계속되고 있었다. 조금씩이지만, 심해지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천천히 걷고 있자, 불현듯 무언가의 냄새가 났다.
──카르츠?
제일 먼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꽃밭과 똑같은 냄새였기 때문이다.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지만, 카르츠로 보이는 모습은 눈에 띄지 않는다.
멈추어 선 코노에를 고양이 한 마리가 앞질러 간다.
또, 그 냄새가 났다.
「……!」
곧바로 그 뒷모습으로 시선을 돌린다.
코노에를 앞질러 간 고양이는, 몹시도 삼엄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카르츠가 아니다.
축제의 가장처럼 검정 일색으로, 거리에 있는 고양이들로부터 부자연스럽게 떠 있다.
괴이쩍기는 했지만, 검정 일색의 고양이가 지나간 뒤로 그 냄새가 감돌고 있었다.
생각하는 것보다도 먼저, 코노에는 뒤를 쫓았다. 알 수 없는 고양감을 느낀다. 이유도 없이 긴장감이 들었다.
검정 일색의 고양이는 느긋하게 걷고 것처럼 보임에도, 좀처럼 따라잡을 수 없다.
그 괴상한 모습을 놓치는 일은 없을 것 같았지만, 어쨌든 필사적으로 뒤를 쫓았다.
마을 동쪽에 있는 숲 속으로 들어간다.
이 앞에는, 그 꽃밭이 있다. 그리고, 검정 일색의 고양이로부터는 그 꽃밭의 향기가 풍기고 있다.
대체, 누구인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해, 코노에는 희미하게 혼란을 느낀다.
여기까지 쫓아오고 말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그 곷밭과 비슷한 향기의 꽃이나 향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만약, 앞에 가고 있는 고양이가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한다면, 이 미행은 전혀 의미가 없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런 것을 생각해도 늦다. 자신의 생각이 얕았음을 뉘우치며, 코노에는 기척을 죽이고 검정 일색의 고양이의 뒤를 쫓았다.
도중에서 몇 번인가 가슴에 통증이 스쳐, 그 탓에 나무 뿌리에 발이 걸릴 뻔했다.
아침부터 계속된 숨막힘이 심해져 있었다.
머지않아, 검정 일색의 고양이는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외줄기 길에서 벗어나, 나무숲의 깊숙한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 길은──
걸음을 옮기면서, 코노에는 심장이 크게 고동치는 것을 느낀다.
나아간 끝에, 돌연 시야에 한가득 펼쳐지는 것은.
──역시.
숨이 막힐 듯한 방향. 바람에 흩날리는, 놀랄 만큼 선명한 색채.
그, 꽃밭이었다.
「…………」
말을 잃는다. 물론, 검정 일색의 고양이가 우연하게 이 장소로 나왔을 뿐이라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코노에는 반은 확신에 가까운 감각을 품고 있었다. 이 고양이에게는 무언가가 있다.
수많은 꽃들에 파묻힌 것처럼 꼼짝 않고 그 자리에 서 있는 고양이가 있었다. 먼저 온 손님이다. 그 모습을 눈으로 확인했을 때, 코노에는 다시금 말을 잃었다.
서 있는 것은──아사토다.
검정 일색의 고양이가 아사토 쪽을 향해 걸어간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아사토가 얼굴을 들고, 곧바로 경계하며 귀를 숙였다.
가슴의 통증도 잊고서, 코노에는 꽃밭 안으로 들어간다.
험악한 표정이었던 아사토가, 코노에의 모습을 보자마자 그 눈을 동그랗게 떴다.
「……코노에?」
어째서 여기에, 라고 눌란 눈동자가 말하고 있다.
검정 일색의 고양이가 천천히 코노에를 돌아보았다.
「예정 외지만…… 뭐 좋아」
낮은 소리로 말을 뱉고, 고양이는 다시 아사토 쪽을 향한다.
아사토는 난처한 듯이 코노에를 보고 있었지만, 검정 일색의 고양이에게 시선을 옮기고는 매섭게 노려보았다.
「……너, 누구야. 어째서 여길 알고 있지」
「별로, 알고 있는 게 뭔가 이상한 건가?」
「여기는 나랑 어머니, 카가리밖에 모르는 곳이야. 카가리는 어머니께 들었다고, 그렇게 말했어」
「그 이야기가 진실이라면, 그렇겠군」
「뭐라고……?」
아사토가 턱을 당기고, 이빨을 드러낸다.
검정 일색의 고양이는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행방을 쫓는 듯이, 등 뒤로 펼쳐진 꽃밭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이야기는 거짓이 아니다. 그저, 이곳을 알고 있는 자가 그 밖에도 있다는 것일 뿐이다. 예를 들면…… 네 아버지의 일족이라든지」
「……!?」
아사토의 뺨이 경직된다.
「모르는 건가? 키라에서 이야기를 듣지 않았던 건가. 네 아버지는 우리들의 동포──메이기의 고양이다」
「…………, ……메이, 기……?」
경악을 금치 못하는 아사토의 목소리가, 꽃 향기를 실은 바람에 사라진다.
코노에도 귀를 의심했다.
그것은──키라와 대립 관계에 있는 일족이 아닌가.
코노에 자신도, 키라에서 메이기의 고양이라는 의심을 받아, 위험한 꼴을 당했던 것이다.
아사토의 아버지가, 메이기의 고양이.
그런 바보 같은.
그러나, 그렇다고 한다면.
키라 고양이들이 아사토를 「마물의 자식」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 탓인 것일까?
……아니.
확실히 메이기는 사악한 신에 대한 신앙을 지니는 마도의 일족으로 불리고 있지만, 마물 취급까지 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키라 고양이들이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면, 그것은 키라가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노에는 다시금 검정 일색의 고양이를 바라본다. 이 고양이도──메이기의 고양이인 것일까.
「키라의 고양이로서 사는 너는, 이미 우리들 메이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존재. 그러나, 앞으로 너에게 남은 시간은 조금뿐이다」
「……남은, 시간……」
「충고해두지. 너의 꿈은, 꿈이 아니다」
「……!」
아사토를 감싸고 있던 공기가 얼어붙는다. 갈색의 뺨이 희미하게 전율했다.
꿈……?
이야기의 내용을 따라가지 못한 채로, 코노에는 눈썹을 찌푸린다.
「만약, 네가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자살해라」
「!」
방금 전부터 이 고양이는──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모조리 다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분노도 노여움도 넘어서, 한 순간 머릿속이 텅 빈다.
「그것 외에는 길이 없다」
메이기의 고양이는 눈을 가늘게 좁히고 코노에와 아사토를 응시하고서, 이윽고 천천히 발길을 돌렸다.
「……기다려」
메이기의 고양이가 발을 멈추고 어깨 너머로 돌아본다. 품고 있는 마음 전부를 부딪뜨리듯이, 코노에는 그 옆얼굴을 노려보았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좀 전부터 전혀 모르겠어. 자살이라니 무슨 소리야. 그런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려고, 일부러 아사토를 만나러 온 건가」
「얼토당토않은 말, 인가.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그걸로 좋다. 그러나 말했을 터다. 충고를 하러 왔다고. ……네 아버지의, 한 마리의 친구로서 말이지」
거기까지 담담했던 어조가, 말끝이 희미하게 흔들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사토가 고개를 숙이고, 깊은 호흡에 몇 번인가 어깨를 오르락내리락 한다. 꼭 움켜쥔 주먹이 떨리고 있다.
「……어째서, ……어째서, 메이기, 인 거야. 어머니는 키라의 고양이고, 그런데, 어째서……」
「……모든 일이 이치에 합당한 것뿐이었다면, 누구도 고통스러워하지 않는다. 빛이 있는 곳에는 그림자 또한 있는 것처럼 말이지」
「진실은 결국,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모든 것이 끝나는 때이기도 하다. 너는 미지수의 존재. 금기의 자식이다」
조용히 그런 말을 전하고서, 메이기의 고양이는 소리도 없이 걷기 시작했다.
칠흑으로 감싸인 뒷모습에서 거절의 공기가 전해져 와, 코노에도 아사토도 그 이상은 불러 세울 수 없었다.
일진의 강한 바람이 지나간다. 가련한 꽃잎들이 떨어져 내려, 코노에는 무심결에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