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 초고입니다.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번화가에 당도했을 때에는, 눈앞에 펼쳐진 일그러진 건물들과 고양이의 무리가 황혼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광경은 흡사, 붉은 바다에 꿈틀거리는 기괴한 덩어리처럼도 보였다.
주술사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혼란스러워서, 공백의 머릿속에 주술사의 말만이 새겨져 있는 듯한 상태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의미가 서서히 침투되어 가슴이 무거워졌다.
몇 마리의 악마와, 자신의 미래를 손에 쥔 존재.
도저히 믿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지만, 그 연령미상의 주술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도 생각되지 않았다.
혼란스러운 탓도 있어서,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냉정히 생각할 수 없다.
우울하게 한숨을 내쉬고, 코노에는 라이와 함께 여관으로 돌아갔다.
아무도 없는 접수처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 방으로 들어간다. 실내는, 저물어 가는 석양의 옅은 주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라이가 창가로 다가가, 곁눈으로 거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곧바로 마을을 떠난다」
「지금?」
「목적이 확실해진 이상, 이러고 있어도 허사일 뿐이다. 게다가, 큰길의 한 가운데에서 습격당해서 소동이라도 일으켜 봐. 란센에 있을 수 없어진다」
그것은, 확실히 말 그대로다.
그러나, 동시에 코노에의 머릿속에는 어느 고양이의 모습이 떠올라 있었다.
토키노.
자신들을 숨겨 주고, 게다가 보통의 고양이라면 꺼려할 사실을 알고서도, 평상시의 웃는 얼굴로 받아들여 주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떠나는 것은 마음이 찝찝하다.
그렇지만, 이 이상 관여하지 않는 편이 좋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토키노의 평온을 깨뜨릴 권리는 없는데다, 깨뜨리고 싶지도 않다.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코노에와 라이를 숨겨 준 탓에, 이미 토키노도 위험한 상태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란센을 떠나면 다음엔 언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더 이상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적어도 최후의 인사는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생각한 끝에, 코노에는 토키노를 만나러 가기로 결정했다.
역시, 말 한 마디도 없이 떠나는 것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주 조금이라도 좋다, 얼굴을 보고서 마을을 떠나자.
「떠나기 전에, 들르고 싶은 곳이 있어」
「토키노인가」
「……알고 있었던 거야?」
「당연하지」
라이는 약간 턱을 들고 꼬리를 한 번 흔들고는, 코웃음을 쳤다.
「갈 거라면 빨리 움직여라」
그 말을 남기고, 라이는 문 쪽을 향해 간다.
코노에도 뒤를 따랐다.
1층의 접수처에는, 외출해버린 주인을 대신해 가게를 봐주고 있는 고양이가 있었다.
접수처에서 숙박료 계산을 마치고, 거리로 나간다.
큰길은 변함없이, 바쁘게 오가는 고양이들로 몹시 붐비고 있었다.
모두, 팔에 짐을 들고 있다.
밤이 멀지 않은 이 시간대는, 가장 흥청거리는 때인지도 모른다.
라이가 이따금, 신호처럼 하얀 꼬리를 세운다.
그것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코노에는 북적이는 거리를 나아갔다.
안쪽으로 이어지는 골목길로 들어가, 잠시 동안 걷자 폭이 좁은 길이 나왔다.
작고 아담한 토키노의 집이 보인다.
문을 주먹으로 가볍게 두들기자, 희미한 소리가 났다.
「……누구세요?」
조심스럽게 문이 약간 열리고, 그 틈새로부터 토키노가 슬쩍 얼굴을 내밀었다.
그 눈이 코노에와 라이의 모습을 포착하자마자, 놀라움에 동그래진다.
「아, 코노에들인가!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일부러 와주다니」
토키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언제나 안도감을 주는 웃는 얼굴에, 지금만큼은 괴로운 감정을 느낀다.
「아니……, 이제 곧, 마을을 떠나니까. 인사를 해야지 싶어서」
「지금부터?」
고개를 끄덕이자, 토키노는 몇 번 눈을 깜박였다.
「꽤나 갑작스럽네. 뭐야, 좀 더 일찍 말해줬으면, 배웅할 준비라든지 했을 텐데」
「미안」
「아냐, 괜찮아. 사과할 건 아니잖아. 이래저래 사정이 있을 테고」
느리게 고개를 좌우로 젓는 토키노에게, 코노에는 미안한 마음이 가득해진다.
이렇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웃어주는 것이 기쁜 한편, 마음이 아프다.
「또, 란센에 오는 거지?」
「그럴 생각이야」
「그때는 절대로 얼굴 보여줘야 돼. 안 그럼, 코노에는 죽었다고 생각할 거니까」
「잔인하네」
「잔인하지」
서로, 어느쪽부터랄 것도 없이 웃음이 새어나온다.
그것이, 어딘지 모르게 쓸쓸했다.
토키노의 얼굴을 바라보고서, 코노에는 그 어깨에 살며시 코 끝을 내리눌렀다.
자신의 어깨에도 토키노의 코 끝이 닿는 것을 느낀다.
「몸 조심해. 무사하길 기도할게」
「아아. 토키노도」
서로의 목이 한 차례 작게 울린다.
몸을 떼어내자, 토키노는 미소를 띄운 채로, 꼬리를 가볍게 들어올려 좌우로 흔들었다.
대답하듯이, 코노에도 꼬리를 가볍게 들었다.
「간다」
라이와 함께 발걸음을 돌린다.
어깨 너머로 돌아보고, 토키노에게 한번 더 꼬리를 들어올려 보였다.
가슴이 가느다란 실로 조여지는 듯한 괴로움이 있었지만, 이후로는 더 이상, 돌아보지 않고 나아갔다.
마을을 떠나기 전에 노점에서 필요한 것들을 간단히 사고, 코노에는 라이와 공터의 옆을 빠져나가 다시금 숲으로 발을 내딛었다.
완전히 밤이 된 숲은 어두웠지만, 『공허』의 숲만큼 위험하지는 않았기에, 라이가 횃불을 켜고서 나아갔다.
불은 싫었지만, 라이에게 알려지는 것은 왠지 마음에 거슬렸기에,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거리를 두고 따라간다.
이제 슬슬 그 주술사가 있는 사당으로 이어지는 길 부근인 걸까.
어두워서, 좌측의 암벽을 봐도 음영의 농담(濃淡) 이외에는 알 수 없다.
과연, 주술사가 말했던 장소는 정말로 있는 것일까.
숲의 밤길을 계속해서 걷고 있자, 느닷없이 그런 생각이 머리에 떠오른다.
만약 거짓말이라면, 그야말로 헛걸음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자신들에게는 믿고서 나아가는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참으로 위험하고 불안한 여행이라고, 새삼스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돌아보지 않은 채로 말을 전하고, 라이는 길에서 떨어진 나무숲 속으로 발길을 돌렸다.
중심이 되는 외줄기 길에서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부근에 멈춰 서고는, 주위의 나뭇가지나 나뭇잎을 모아 횃불째로 그 한복판에 불을 지폈다.
기세를 더한 불꽃이 한 순간 높이 불타오르고, 곧바로 고요해진다.
약간 공포를 느꼈지만, 환하게 타오르는 불꽃은 아름답게도 느껴졌다.
불꽃이 튀는 소리를 들으며, 라이가 모닥불 주변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코노에도 조금 거리를 두고서 앉았다.
잠시 동안 서로 말 없이, 귀만 사방으로 세우고 주위의 낌새를 살피고 있었다.
특별히 수상쩍은 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신발과 손의 아머 등의 장비를 푼다.
털다듬기를 하기 위해 팔에 혀를 미끄러트리고, 그 기분 좋음에 무심코 눈을 가늘게 떴다.
오래간만의 감각으로, 정성스레 핥는다.
힐끗 라이 쪽을 보니, 역시 털다듬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털다듬기를 하는 동안은, 불도 신경쓰이지 않는다.
그때였다.
「불이 싫은 건가」
「……!」
팔꿈치를 핥으려 하다가, 움직임을 멈춘다.
라이를 보자, 이미 털다듬기를 마친 것인지, 똑바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눈치채이지 않았다고 굳게 믿고 있었던 만큼, 심장이 날뛰었다.
코노에는 옆을 향하고는, 당혹감을 들키지 않도록 평정을 가장한다.
「……별로」
「피하면서 걷고 있었잖아. 지금도 그래」
「…………」
「뭐, 별로 그래서 어쨌다는 건 아니지만」
라이에게 그럴 생각은 없었겠지만, 그 말투가 업신여기고 있는 듯이 들려서, 코노에는 약간 기분이 언짢아졌다.
「배는」
「별로」
「…………」
라이가 코웃음을 친 듯한 느낌이 들어, 무심결에 사나운 시선을 보내자 무언가가 날아왔다.
당황하며 움켜잡는다.
주먹 크기의 건조시킨 나무 열매였다.
라이도 나무 열매를 손에 들고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한 얼굴로 베어먹고 있다.
……어쨌거나, 마음을 써주고 있는 것일까.
본의 아니게 방금 전의 언짢은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며, 코노에는 잠시 나무 열매를 손 안에서 만지작거리고는, 살짝 베어물었다.
새콤달콤한 맛이 입 안에 퍼진다.
갑자기 배고픔을 느끼고서, 묵묵히 계속 먹었다.
다시 찾아든 정적 속, 라이가 나무 열매를 베어먹는 손을 멈추고, 얼굴을 들었다.
장검의 자루에 손을 올리고, 귀를 꼿꼿이 세운다.
코노에도 흠칫 귀를 세우고, 주변의 기색을 살핀다. 꼬리의 털이 일시에 부풀어, 뻣뻣해졌다.
전신의 솜털도 곤두서서 바르르 떨리고 있다.
격렬한 살기.
아주 잠시였지만, 확실히 느꼈다.
……뭔가 있다.
경계 태세로 귀를 낮추고, 천천히 허리의 검을 뽑아든다.
돌연, 코노에는 가슴에 충격을 받았다.
충격은 아픔이 되어 서서히 번져간다.
둔탁한 두통과 함께, 귀울음에 괴로워진다.
이것은…… 공감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난폭한 감정의 탁류가 단숨에 흘러들어왔다.
숨이 멎을 것만 같다.
「……윽……」
너무나도 격렬한 분노의 감정.
살의(殺意).
가슴이 으스러질 것만 같아서, 어떻게든 입을 억지로 열어 호흡을 한다.
──알고 있다.
갑자기, 그런 문장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고통을 필사적으로 참아내면서도, 이 감정을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서, 대체, 누구의.
바로 곁에서, 수풀이 흔들렸다.
「……앗!」
어둠보다도 더 까만 그림자. 뛰쳐나온 그것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속도로 라이에게로 덮쳐들었다.
극심한 살기가 저릿저릿 하고 피부에 전해진다.
「……큭」
드높고 격렬한 소리가 고막에서 작렬한다.
라이가 검을 수평으로 들고, 내려쳐진 일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검은 그림자가 이빨을 드러내고, 지축이 흔들리는 듯한 포효를 울렸다.
그 모습에, 코노에는 눈썹을 찡그린다.
설마──아니, 잘못 보았을 리가 없다.
이 감정의 소유자.
「아사토……!?」
부르는 소리에, 검은 그림자의 귀가 흠칫 하고 움직였다.
그림자가 틈을 보인 순간, 라이는 검을 튕겨내고 일어서서, 배후로 재빨리 물러났다.
그러나, 그림자의 반응은 빨라서, 라이를 쫓아 곧바로 발을 내딛는다.
까맣고 긴 꼬리가 잔상을 지워내듯이 나부낀다. 은백색이, 어둠에 삼켜진다.
「그만 해!」
초조함에 몸이 타들어가는 듯한 감각으로, 코노에는 소리치고 있었다.
반동처럼, 자신의 외침이 가슴의 통증에 울려퍼진다.
지금 딱 검을 내리치려 하고 있었던 그림자가,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움직임을 멈춘다.
라이 쪽은 멈추지 않는다.
그림자에게로 돌진해, 그리고──
다시금, 귀청을 찢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어서, 무언가가 지면에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뜨여진 코노에의 눈에, 검을 놓치고 망연히 서 있는 그림자의 모습이 비쳤다.
「……아사토. 아사토지……?」
라이를 노려보고 있던 얼굴이, 뻣뻣하게 돌아본다.
짙은 푸른색의 눈동자의 초점이, 느릿느릿 코노에를 포착했다.
미간에 깊게 주름을 새긴 험악한 형상이 풀어져서, 놀라움으로 변해간다.
연동해서, 공감의 통증이 천천히 멀어진다.
코노에는 가슴 안쪽에서 깊게 숨을 내쉬고, 구부러져 있던 상체를 일으킨다.
역시, 그렇다.
틀림 없다──
아사토다.
「…………, 어째서」
「……에?」
대화를 차단하듯이, 라이가 아사토에게로 장검의 끝을 들이댔다.
아사토보다도 훨씬 옅은 푸른색의 눈동자에, 차가운 불꽃이 흔들리고 있다.
「이 녀석은 뭐지. 너와 아는 사이인가」
코노에가 끄덕이자, 라이는 약간 눈을 가늘게 좁혔다.
「네 지인은 이 고양이 저 고양이 할 것 없이 덤비는 바보인가」
그 말투에 화가 나는 것을 느끼며, 코노에는 말 없이 아사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사토는 라이의 검에 겁을 내기는 커녕 마치 시야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이, 무언가를 참는 것처럼 눈썹을 찡그리고, 가만히 코노에를 바라보고 있다.
「…………, 코노에……」
갈라진 목소리가 이름을 부른다.
그것이 너무나 괴롭게 들려서, 코노에는 눈썹을 찌푸린다.
──아사토의 낌새가, 어딘지 이상하다.
눈을 집중시키고, 주의 깊게 그 모습을 바라본다.
가슴은 거친 숨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고, 한쪽 손이 반대쪽의 어깨에 얹혀져 있다.
그리고, 아사토는 그 어깨를 감싸듯이 몸을 약간 웅크리고 있었다.
후두둑, 하고 무언가가 방울져 떨어진다.
희미하게 풍긴 냄새로, 그것이 피라는 것을 알았다.
──부상을 당한 것이다.
「너, 다친 거야?」
「…………, ……윽」
코노에가 말을 건 것과 거의 동시에, 바로 힘이 다했다는 느낌으로 아사토의 몸이 크게 기울어져, 그대로 지면으로 쓰러졌다.
「……아사토!」
달려가서, 곧바로 안아 일으킨다.
괴로움을 나타내듯이 아사토의 미간은 심하게 좁혀져 있고, 희미하게 열린 입술이, 얕고 빠르게 호흡을 되풀이하고 있다.
방금 전 아사토가 누르고 있던 어깨를 보니, 역시 상처가 있었다.
훤히 드러난 피부가 갈라져, 새빨간 피가 넘쳐 흐르고 있다.
보아하니 최근에 생겨난 것 같았지만, 라이는 아사토를 상처입히지 않았을 터다.
필시, 이곳에 나타나기 전에 입은 상처겠지.
「……괜찮아?」
「……아아……」
코노에는 지고 있던 삼베 자루에서 물이 들어있는 나무통을 꺼내들고, 아사토의 어깨의 상처를 가볍게 씻어냈다.
그리고 건조시킨 약초도 꺼내서, 한 번 입안에 넣어 깨물고는, 뱉어낸 것을 생채기에 눌러덮는다.
지혈과 소독의 효과가 있어, 카로우에서는 자주 사용되고 있는 약초였다.
상처가 아리는 것인지, 아사토가 뺨을 굳힌다.
「아파?」
「……괜찮아」
「살려줄 생각인가」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장검을 칼집에 집어넣은 라이가 싸늘하게 이쪽을 보고 있었다.
「당연하잖아」
「신뢰할 수 없어. 버려 둬」
「한 번,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 게다가, 지금 건 부상을 당해서 살기가 올랐을 뿐이야. 아마, 쫓기고 있다든가 무언가로……」
「죽이는 것에 어떤 망설임도 없다. 그런 눈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무심코 큰 소리를 내버릴 것 같아져서, 입술을 굳게 닫는다.
대신에 눈에 힘을 실어, 코노에는 라이를 쏘아보았다.
「……됐어. 당신이 뭐라든, 난 이 녀석을 구해줄 거야. 가고 싶으면, 당신 혼자 가면 돼」
쥐어짜내는 듯이 말을 내뱉고, 코노에는 라이에게서 눈을 돌리고 아사토의 기색을 살폈다.
찬아고 투아고 알까보냐.
이후엔 혼자서 어떻게든 한다.
자포자기의 상태가 되어, 코노에는 이루 억누를 수 없는 분노를 억지로 참는다.
필시, 아사토는 키라의 추격자와 싸우며 도망쳐온 것이겠지.
체력도 꽤 소모되어 있을 것이다.
이대로 내버려둘 수 있을 리가 없다.
등 뒤에서 질린 듯한 한숨 소리가 들려, 돌아본다.
심하게 언짢은 듯한 얼굴을 한 라이와 눈이 마주쳤다.
「……바보 고양이가 세트로 모여서는」
아사토가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라이에게 이빨을 드러내려 한다.
「아사토도 그만 해」
「……어째서」
「어째서냐니……」
「이 녀석, 적이잖아」
아사토가 적의로 가득 찬 눈빛을 라이에게로 돌린다.
짙은 푸른색과 옅은 푸른색, 양쪽의 눈동자가 맞부딪친다.
일촉즉발의 공기에 속이 타는 것을 느끼며, 코노에는 똑똑히 아사토를 바라보고, 조용히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아냐. 적이 아니야」
「코노에를 끌고 가려고 한 거 아니야?」
「……아냐」
역시.
아사토의 눈에는 그런 식으로 비쳤던 것이다.
그래서 라이에게 덤벼든 것인가.
대화에서 사태의 흐름을 파악한 것인지, 라이가 질린 듯이 한쪽 눈썹을 끌어올렸다.
「정말이지 바보뿐이로군」
「…………」
「그만 좀 해. 아사토도 진정해」
갑자기 없어졌나 했더니 이런 모양으로 재회하게 되다니, 정말이지 최악이다.
코노에는 우선, 아사토를 모닥불 옆에 앉혔다.
라이는 팔짱을 끼고, 변함 없는 태도로 나무 줄기에 기대어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뭔가, 물이나 식량은」
「……됐어」
그것만을 나직이 대답하고, 아사토는 굳게 입술을 닫고, 고개를 숙였다.
아무것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지면을 응시하는 쓸쓸해보이는 옆얼굴에, 코노에는 문득 어떤 사실을 떠올린다.
「아사토는…… 이제 마을로는 돌아갈 수 없는 거지」
그렇다.
이제 돌아갈 장소는 어디에도 없다.
코노에와 똑같다.
모처럼 재회했으니, 코노에는 앞으로의 여로에 아사토를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라이다.
방금 전의 반응부터가 그런 걸 봐서는, 결코 기분 좋은 얼굴은 하지 않겠지.
무거운 기분에 사로잡히며, 코노에는 라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사토도, 데리고 갈 거니까」
「호오」
예상한 대로다.
순식간에 공기가 얼어붙을 듯한 차가운 시선에 응시당한다.
「아사토는 이제 마을엔 돌아갈 수 없어. 나도 똑같아. 게다가, 당신이랑 비등하게 맞붙을 정도로 실력이 있어」
「……그렇다면 좋겠지만」
라이가 아사토를 한 번 흘낏 본다.
아사토도 눈썹을 세차게 찌푸리고 낮게 으르렁거리며, 라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너, 안 좋은 게 느껴져. ……뭐야, 너」
「바보 고양이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군」
「……죽인다」
「이봐」
지금이라도 덤벼들 듯한 아사토의 가슴을 한 손으로 제지하고, 라이에게 책망하는 시선을 보낸다.
아사토는 어째서 막는 거냐고 매달리는 듯이 코노에를 바라보고, 라이는 코웃음을 치며 얼굴을 돌렸다.
무심결에 코노에는 푹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일이 걱정된다.
머리가 아파질 것 같았다.
날이 밝을 때까지 망을 보겠다는 말을 하고, 라이는 나무 위로 올라갔다.
코노에는 아사토와 모닥불을 둘러싸고, 이렇다 할 말도 없이 숲의 밤에 잠겨 있었다.
불꽃을 눈동자에 비추며, 코노에는 줄곧 어느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사토가 라이에게 내뱉은, 안 좋은 것이 느껴진다는 말.
예사롭게 싸움을 하다 나온 말로도 들리지만, 아사토의 눈은 진지함 그 자체였던지라, 신경이 쓰여서 어찌할 수가 없었다.
실은, 코노에도 라이에게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아사토와 싸우던 때, 내려쳐진 검을 라이가 튕겨내던 때다.
그때──웃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이다.
마음이 조급해져 있었던 탓도 있어, 기억은 애매하다.
그렇게 보인 것일 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라이가 싸울 때의 습관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아주 미세하게, 몸의 중심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따금, 얼굴 부근을 감싸듯이 팔을 치켜들고 있는 일도 있다.
마치, 안대를 하고 있는 오른쪽 눈을 보호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왜인지 코노에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생각이 지나친 것이거나, 크게 신경쓸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사토의 말에 호응하듯이 상기해내고 있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 또한 반드시 있네. 누구에게나 있는 일일세.
주술사는 그렇게 말했었다.
누구에게나 있다──
일부러 들춰내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편린이 보이게 되면 신경은 쓰인다.
……아니.
그만두자.
머리를 가볍게 흔들고 생각을 지워버린다.
지금은, 그 외에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있다.
「……코노에」
불시에 아사토에게 이름을 불려, 코노에의 심장은 필요 이상으로 뛰어댔다.
시선을 보내니, 짙은 감색의 눈동자가 모닥불의 붉은 빛을 일렁이며, 가만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아까는, 미안했어.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던데다, 혼란스러웠어」
까만 귀가 미안하다는 듯이 약간 숙여진다.
「아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별 수 없지」
대답을 하며, 코노에는 아사토가 말을 걸어준 것에 은근한 안도를 느끼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줄래?」
「……아아」
그리고, 아사토는 조심스러운 어조로 띄엄띄엄 이제까지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사토가 자취를 감췄던 이유──그것은 대강, 코노에가 예측했던 대로의 내용이었다.
코노에가 나무 위에서 잠들었던 그날 밤, 역시 키라의 추격자가 아주 가까이까지 와있었던 것이다.
「추격자가……」
「그래. 그래서, 우리가 있던 곳이 발각되기 전에, 키라 고양이의 눈을 끌어서 그 자리를 떠났어. 가능한 한, 멀리까지」
결국 그때──아사토는 자기 몸을 바쳐서, 코노에로부터 추격자의 눈을 비껴 가게 해준 것이란 말인가.
감사한 마음에, 귀가 숙여진다.
「……미안. 그치만, 무사해서 다행이야. 정말로」
「코노에가 사과할 거 없어. 나는, 코노에를 지키고 싶었어. 그래서 했어. 그것뿐이야」
목소리에 기쁜 듯한 울림을 퍼트리며, 아사토는 희미하게 목을 울리고 코노에의 꼬리 끝 부분에 자신의 꼬리를 닿게 했다.
사뿐히 닿는 털이 간지럽다.
쑥스러움과 미안한 마음 둘 다를 품으며, 코노에는 고개를 숙이고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나도, 이야기할게. 아사토랑 떨어져 있던 동안, 이런저런 일이 있었으니까」
「이런저런 일?」
「아아」
이번엔 코노에가 이야기할 차례였다.
라이에 대해, 란센에 대해, 그리고──찬아에 대해.
특히 찬아에 대한 이야기는, 아사토도 놀란 것 같았다.
「찬아라니…… 그 찬아(贊牙)인가. 노래를 부르는」
코노에가 끄덕이자, 아사토는 귀를 세우고 꼬리를 크게 흔들었다.
그 눈동자에는, 보물을 발견한 아이처럼 들뜬 빛이 있었다.
「대단하네…… 코노에는, 대단해」
「……별로, 아직 이렇다 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도 아냐」
「그치만, 찬아잖아. 찬아는 귀중하다고, 촌장님이 말했었어. 코노에는, 대단해」
대단해 대단해, 라고 연호되니 어쩐지 부끄러워져서, 코노에는 얼굴을 돌렸다.
아사토는 진심으로 감동한 기색으로, 크르르, 하고 목을 울리고 있다.
「다음에, 코노에의 노래를 들어보고 싶어」
「노래를 잘 부른다든지, 그런 게 아니잖아. 찬아는」
「그치만, 들어보고 싶어」
똑바로 응시당해서, 말문이 막힌다.
거절하면 무언가를 배신해버리는 것이 될 듯한 느낌에, 코노에는 몹시 난감해진다.
「알았어. ……다음에」
결국, 이기지 못하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사토가 기쁜 듯이 한층 더 크게 목을 울렸다.
「그것보다, 어깨는 괜찮은 거야?」
「아아. 대단한 상처는 아냐」
어깨에 난 붉은 상처는 아직 피가 마르지 않아, 아프게 보였지만, 다행이도 그렇게 깊지는 않은 것 같았다.
휴우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동시에 하품이 솟아올라서, 꾹 참았다. 마음이 안정된 탓인지, 가벼운 졸음이 물려왔다.
「조금, 자두는 게 좋아」
「그렇네……」
모닥불이 튀는 소리를 들으며, 코노에는 꼬리를 몸에 감고서 웅크렸다.
「이런 데서 농땡이인가. 천하태평이네-」
돌연, 바로 귓전에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났다.
「……!」
눈을 크게 뜨고, 벌떡 일어난다.
낌새를 알아차린 건지, 라이가 나무의 가지와 잎을 뒤흔들며 머리 위에서 뛰어내렸다.
아사토도 일어서서, 주위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코노에는 전신의 털이 경계심으로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방금 전의 목소리, 분명히──
「여기라고」
뒤를 돌아보자, 그 도화사──휘리가 어둠의 나무숲에 떠 있었다.
휘리는 허리에 손을 대고서, 일부러 그러는 듯 천천히 한쪽 손을 가슴에 대고, 머리를 숙였다.
「너……」
「어라, 친구가 늘었네-. 마음이 든든해? 믿음직해? 잘 됐네-」
머리를 숙인 자세 그대로 라이와 아사토를 번갈아 흘낏 보고서, 휘리는 조롱하는 말투로 장난스런 웃음을 띄웠다.
순간, 코노에의 마음 속에서 강한 분노가 일어난다.
「……에잇」
「코노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코노에는 휘리를 향해 덤벼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앞에 두고, 줄곧 눌러왔던 분노의 충동이 한꺼번에 흘러나오는 듯한 감각이었다.
「……어이쿠!」
휘리는 훌쩍 하고 우아한 몸동작으로 코노에의 손톱을 피한다.
코노에는 몸을 반전시켜서 다시금 휘리를 시야 안에 포착한다.
동공은 바늘처럼 조여지고, 입가에서는 낮은 위협의 소리가 새어나왔다.
「오- 무서워라. 그렇게 열내지 말라고. 싸우러 온 게 아니니까」
발끝으로 가볍게 지면에 착지하고서, 휘리는 짓궂은 웃음을 띄운다.
코노에가 다시 덤벼들려 하자, 아사토가 어깨를 붙잡았다.
「코노에, 안 돼」
아사토의 목소리에, 코노에는 고조된 감정을 진정시키려 몇 번이고 깊게 숨을 들이내쉬었다.
반동으로, 손이 미미하게 떨린다.
「그래그래. 초조하게 굴어도 좋을 건 하나도 없어.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넉넉하게 공격 태세를 취할 여유가 없으면 말이지」
「……너, 무슨 용건이지」
「이래저래 노력하고 있는 것 같네. 이 숲의, 장수한 고양이가 있는 곳까지 일부러 이야기를 들으러 가기도 하고」
모든 걸 보고 있었다, 라는 것인가.
킥킥거리는 웃음 소리를 내며, 휘리는 우스운 듯이 머리를 천천히 좌우로 흔들었다.
라이가 장검을 가로쥐고, 턱을 당겨 휘리를 노려본다.
「네가 말했던 건, 이 녀석인가」
「헤에? 화제에 오를 정도의 존재인 거야, 나? 기쁜데-」
「시끄러워」
「후후」
「너……, 너에게선, 나쁜 기운이 느껴져」
아사토가 몸을 낮추고, 귀를 숙이며 으르렁거렸다.
「뭐야 그거. 난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말야」
「코노에가 고생하고 있는 건, 네가 뭔가 관계 있는 거지」
「너무하네-. 전부 내 탓이라는 거야? 눈물 나네-, 정말이지」
자못 한탄스럽다는 얼굴을 만들고, 휘리는 이마에 한쪽 손을 대고 비틀거린다.
그러나 곧바로, 싹 하고 장난스러운 웃음을 띄웠다.
「난 말야, 친절하게도 너희들을 안내해 주려는 거야. 오히려 감사하라고, 정말」
「누구의 심부름꾼이냐」
「알고 싶어? 알고 싶을 테지-. 좋아. 그럼, 마지막에 알려주지. 그때까지 내 이야기를 입 다물고 들으라고」
휘리는 느릿하게 팔짱을 기고, 한쪽 손을 숲 속 깊은 곳──코노에들이 나아갈 방향으로 뻗었다.
「이쪽으로 갈 생각이지? 가보라고. 바로 거기, 엎드리면 코 닿을 거리에 좋은 게 있어」
「……좋은 것?」
「그래. 그치만 내용물이 뭔지는 안 가르쳐줘. 그거 말해버리면 시시하니까. 그치?」
싱글거리며 고개를 기울여, 휘리가 아사토에게 동의를 구한다.
아사토가 과격하게 이빨을 드러냈다.
「으와, 무서워 죽겠네. 어쨌건 말야. 앞으로 나아가 보라고」
「함정이다」
「그럴까나? 믿거나 안 믿거나 너희들 자유지. 애당초, 이렇게 가르쳐주는 것 자체가, 최후의 자비인지도 몰라. 나의」
휘리가 툭, 하고 지면을 찼다.
둥실 하고 자그마한 몸이 숲의 어둠에 떠오른다.
음의 달을 등에 지고, 휘리는 하얗고 가냘픈 손을 눈 아래의 고양이들을 향해 뻗었다.
손가락 끝으로, 살며시 이리 와보라는 손짓을 한다.
「리크스님은, 너와 만나는 걸 기대하고 계신다고. 그러니까, 어서 와」
「……리크스?」
「후후」
「……기다려!」
휘리는 수면 위를 걷는 것처럼, 한 걸음씩 스텝을 밟아 천천히 뒤로 물러선다.
아사토가 도약한다. 그러나, 휘리는 휙 하고 공중제비를 돌고서 어둠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놓쳤다」
지면에 착지하며, 아사토가 분한 듯이 낮게 으르렁거린다.
코노에는 잠시 동안 휘리가 있었던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머릿속은 휘리를 놓친 것보다도, 어떤 이름으로 가득했다.
──리크스님은, 너와 만나는 걸 기대하고 계신다고.
「……리크스」
소리를 내서 되뇌어 본다.
리크스.
휘리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그것이──자신에게 관계되어 있는 제3자의 정체인 것일까?
리크스.
어딘가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그렇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체, 누구지.
어디서.
어디서──
「리크스인가」
라이의 목소리에, 코노에는 자신도 놀랄 정도의 기세로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알고 있는 거야?」
「악명 높은 마술사다」
「나도, 촌장님께 들은 적이 있어. 어둠의 자식이라 불리는 마술사가 있다고」
──아아, 그렇다.
기억 났다.
그것은, 시사에 오래 전부터 전해내려오는 고양이의 이름이다.
그래서 들은 기억이 있는 것이다.
다만, 거의 전설이나 옛날이야기 같은 것에 가까운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숲에 숨어 산다고 하는, 어둠의 마술사 리크스.
코노에에게 있어서는 공상의 존재나 다름 없다.
말하자면 악마와 같은 인식이다.
「만약 녀석이 주술사가 말했던 흑막의 정체라면, 성가시군」
장검을 칼집에 넣으며, 라이가 화가 치미는 듯이 미간을 좁힌다.
「금단의 마술을 구사해 태고의 혼…… 악마를 소환한다. 냉혹 무자비에 피도 눈물도 없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긴 시간을 살아, 타자와의 접촉을 피하며 결계 안에 몸을 숨기고 있다는」
「……리크스는, 정말로 존재하고 있는 건가」
「그런 걸로는 되어 있어. 그렇지만, 모든 것이 수수께끼에 둘러싸여 있어서,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 건지, 어디에 있는 건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의 이……」
가늘게 좁혀진 옅은 푸른색의 눈동자가, 새카만 밤하늘을 올려본다.
「『공허』에 침식되고 있는 세계의 이변도, 리크스의 계획이 아닌가 하는 소문이 있다」
「『공허』가……?」
실감이 들지 않으니, 상상도 되지 않았다.
리크스가 실재하고 있는 것이라 해도, 그것이, 어째서 자신을──?
묘하게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코노에는 천천히 심호흡을 한다.
「방금 전의 도화사의 말」
라이가 숲의 어둠을 매섭게 쏘아보며, 입을 연다.
「이 앞에는 확실히 함정이 놓여져 있을 테지」
질문을 던지듯이, 라이의 시선이 코노에를 포착한다.
확실히 일부러 그런 도발을 해두고서, 아무 일도 없을 리가 없다.
얕잡아 보고 있는 것인가.
아니, 농락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더욱, 물러서는 것 따위 생각할 수 없었다.
「함정이든 뭐든 관계 없어」
「자포자기인가」
「아냐. 이제 와서 달아난다고 해도 별 수 없잖아. 그러면 파고들어서, 부숴버린다」
「리크스를 말인가?」
라이의 말투는, 어쩐지 재미있어 하고 있는 것처럼도 들렸다.
「리크스가, 코노에의 적인 거야?」
그때까지 말 없이 있었던 아사토가 낮게 으르렁거리듯이 말을 내뱉었다.
「그 저주도, 리크스의 탓인 건가」
「……아마도」
아사토가 팔을 번쩍 쳐들고, 바로 곁에 있던 나무 줄기를 할퀴어댔다.
깊게 도려내는 무기질의 소리와 함께 수풀이 흔들려, 잎이 몇 개고 떨어져 내린다.
「내가 죽인다. 코노에를 괴롭히는 녀석은, 설령 어떤 고양이라 하더라도 용서 못 해」
「교육을 잘 시켜뒀군」
「……그런 거 아냐」
되받아치듯이 대답하며, 코노에 자신도 당황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아사토는 어째서,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분개할 수 있는 것일까.
마음은 고맙다.
비슷한 부분이 있기에 적잖이 친근감도 품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말까지 들을 일은 전혀 한 적이 없다.
말이 서투른 아사토기에 무의식적인 건지도 모르겠지만, 겉치레 없는 직구의 말에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조련사라도 되는 게 어때」
「……일일이 한마디가 많아, 너는」
코노에가 곁눈으로 노려보자, 라이는 대답하게 웃고 팔짱을 끼며, 약간 고개를 기울였다.
「흥. 네 마리 악마에, 흑막은 리크스인가. 재미있군」
「남의 일이지」
「남의 일이다」
「난 남의 일이 아냐」
라이와 아사토의 사이에 순간, 선명하고 맹렬한 불꽃이 흩어진다.
「바보 고양이가」
「……죽인다」
「……적당히들 해두라고」
한숨을 쉬며, 당장이라도 서로 엉켜들기 시작할 것 같은 두 마리를 제지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 상황이 신기하다고도 느끼고 있었다.
리비카는 본래, 단독으로 싸우는 것이 상례이다.
각각의 이유야 어쨌든, 다른 종족의 고양이가 하나의 목적을 위해 모이는 일은 거의 없었다.
마술사 리크스.
그리고, 악마.
솔직히, 아직 실감이 들지 않았다.
너무나도 스케일이 큰 이야기다.
그러나, 만약 진실이라면, 도저히 혼자서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다.
어느 사이엔가 모닥불은 꺼지고 말았지만, 동이 틀 때까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불은 지피지 않고 놔두기로 하고, 코노에는 망을 보기 위해 키 큰 나무에 올랐다.
필연적으로 라이와 아사토가 함께 있게 된다.
신경이 쓰여서 아래를 살펴보니, 어느 쪽도 가까이에는 있지 않았다.
아무래도 상당한 거리를 두고 앉아있는 듯하다.
쓴웃음을 지으며, 코노에는 줄기에 기대었다.
두꺼운 가지에 주저앉아, 눈 아래에 펼쳐지는 숲의 수런거림을 바라본다.
차가운 바람이 아래에서부터 불어올라와, 기분이 좋다.
문득, 라이가 이야기했던 찬아와 투아의 「인연」에 대해 생각이 미쳤다.
신뢰가 깊어질수록, 능력도 높아진다.
신뢰라는 것은──인연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마음의 이어짐.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설명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구체적으로는 무엇일까.
어떻게 이어지는 것일까.
답은, 지금의 자신으로선 알 수 없다.
라이나 아사토는…… 좀더 그 밖의, 시사 안에 있는 고양이들은 어떤 것일까.
그렇게 잠깐 사이의 휴식을 취한 후, 코노에들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이번에는 아사토를 포함한 세 마리서 숲 속을 나아갔다.
잠시 동안 달라지지 않는 풍경이 이어졌지만, 갑자기 뚝 끊어지고 시야가 트인다.
숲을 빠져나온 것이다.
좌측에는 암벽이 이어져 있고, 정면에는 드문드문 나무가 점재하고 있다.
거기다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에, 건물 같은 그림자도 보였다.
아마도, 저것은 마을일 것이다.
멈춰 서서, 잠시 말 없이 바라본다.
창백한 달빛을 받아, 마을의 실루엣은 으스스하게 정지해 있다.
주위를 에워싼 공기에 아주 엷게 긴장이 스치는 것을 느꼈다.
아사토도 라이도, 필시 마음 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은 같을 것이다.
이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꼬리의 밑동에 힘이 들어간다.
잠깐의 사이를 두고서, 코노에 일행은 누구부터라고 할 것 없이 마을 쪽으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횃불의 빛도 거들어서, 거리가 좁혀질 때마다, 어둠 속에서 마을의 형상이 드러난다.
고양이의 기척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심야라는 시간대의 탓인 것일까.
어느 쪽이든, 한산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마을의 입구에 도달해, 발을 안으로 들였다.
어두운 길의 노변에 아담하고 작은 집이 몇 채, 서로 몸을 기대는 듯이 서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길을 비추는 횃불이나 램프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여기까지 와서야 겨우, 고양이의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집의 문은 모두 닫혀있지만, 고양이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경계를 풀지 않고, 코노에들은 더욱 더 안쪽으로 들어가려 하다가 어떤 기척을 느꼈다.
돌아본다.
「히익!」
연약한 비명의 뒤에, 무언가가 쓰러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살펴보니, 엉덩방아를 찧은 고양이가, 겁 먹은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손에는 자그마한 도끼와 횃불을 들고 있지만, 그것들은 아슬아슬하게 지면에 내던저지려 하고 있다.
무리도 아니다.
코노에, 라이, 아사토 세 마리는 둘아봄과 동시에, 일제히 검을 빼들고 있었다.
「사, 살려줘! 죽이지 말아줘!」
정면으로 살기를 받은 고양이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필사적으로 간청한다.
그에, 코노에들은 묘하게 김이 빠진 기분이 되어 검을 물렸다.
만약을 위해 주저앉아 있는 고양이의 낌새를 살핀다.
어떻게 보아도 보통의 마을 고양이라는 느낌이다.
「미안해. 위협할 생각은 아니었어」
코노에가 손을 내밀자, 고양이는 두려워하면서도 순순히 붙잡고, 비칠비칠 일어섰다.
「다, 당신들, 뭘 하러 온 거야. 이 마을에, 대체 무슨 용건이지」
「……그저, 지나가는 길일 뿐인데」
「지, 지나가던 고양이가, 이 마을에 무슨 일이지」
「이 마을에, 가 아냐. 용건이 있는 건, 이 마을 건너에 있는 숲이다」
「아, 아아……, ……혹시 당신들, 단순히 여행하는 고양이들인가?」
코노에가 끄덕이자, 마을의 고양이는 의아스러운 듯한 시선으로 세 마리를 순서대로 차분히 바라보고, 이윽고 한 숨 놓았다는 기색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뭐야……. 아니, 최근 들어 뒤숭숭해서 말야. 산적들이 빈번하게 출몰하게 되어서, 영락없이 당신들도 그런 건가 했지……. 미안했네」
코노에는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밤도 완전히 깊어져 있다.
이런 시간에 방문자라니, 의심받는 것이 당연하겠지.
「건너편의 숲에 가고 싶은 건가?」
마을의 고양이가 턱으로 가리킨 방향에, 밤보다도 한층 더 짙은 수풀의 그림자가 보였다.
「사색의 빛으로 가득 찬 땅, 이란 장소를 알고 있나」
「아아, 거기에 가고 싶은 건가. 물론 알고 있지. 이 근방에서 모르는 고양이는 없어」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로 고양이가 끄덕인다.
「숲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약간 트인 장소가 나와. 사방에 바위가 있지만, 표면이 거울처럼 매끄러워서, 빛이 닿으면 제각기 사색으로 반사되지.
그런데, 반사된 빛은 어째서인지 광장의 정중앙에 전부 모아져. 어떤 구조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지. 신기한 장소야. 그치만……」
「간다」
「이런, 이봐!」
가부를 따지게 하지 않을 기세로 나아가려던 라이를, 마을의 고양이가 당황하며 만류한다.
「성급하네-, 마지막까지 들으라고. 지금 가도 의미가 없으니까」
「무슨 말이지?」
「반사는 양의 달이 뜨지 않으면 볼 수 없어. 음의 달로는 안 된다고」
「어떻게 하지?」
「동이 트길 기다리는 수 밖엔 없군」
「그치만, 아직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아사토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중얼거린다.
「빈 집에 묵었다 가는 게 어때?」
세 마리가 일제히 시선을 돌리자, 마을의 고양이는 흠칫 놀란 듯이 몸을 사렸다.
「아, 아니……, 여기는 보이는 바와 같이 한산한 마을이야. 란센으로 옮겨 가는 고양이가 많다고. 이런 조그마한 곳보다, 먹을 게 잔뜩 있는 도시 쪽이 좋다고 해서」
「덕분에 마을의 고양이도 꽤나 수가 줄었어. 그러니까, 당신들이 묵어 가도, 트집 잡을 녀석은 아무도 없어」
「당신은, 란센에 가지 않는 건가」
「좀처럼 떠나기 힘들어서 말야. 란센으로 옮긴다 해도 공짜로 되는 것도 아니고. 이것저것 시시한 추억도 있고.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 마을이 좋은 거겠지」
마을 고양이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입가에 쓸쓸해 보이는 미소가 떠오른다.
그 기분은, 코노에도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리인 것을 알고있다 해도, 가능하다면 다시 한 번 카로우로 돌아가고 싶다.
「코노에, 어떻게 하지?」
「묵었다 가자」
라이 쪽을 살펴본다.
특별히 반론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럼, 당신들 전원이 들어갈 수 있을 법한 집을 안내해주지. 이쪽이야」
마을 고양이가 선두에 서서 어두운 길을 걷기 시작한다.
「아무 일도 없으면 좋은데 말이지」
걷기 시작함과 동시에, 라이가 낮게 의미심장한 말을 중얼거렸다.
마을 고양이에게 안내받은 것은 꽤 넓은 집으로, 나쁘지 않았다.
빈 집이란 것에 비해서는, 특별히 황폐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가구가 거의 없는 탓인지, 오히려 말쑥하게 보였다.
침대는 큰 것이 둘에 작은 것이 하나.
분명, 이전에는 가족이 살고 있었을 테지.
코노에는 커다란 침대 하나를 차지했지만, 라이는 창 아래에 웅크려 앉고, 아사토도 방구석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각자의 성격이 나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포를 뒤집어쓰며, 코노에는 방금 전 라이가 중얼거린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무언가, 안 좋은 느낌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만약, 정말로 함정이 놓여있는 거라고 한다면──
평소보다 약간 빠른 심장 소리를 들으며, 코노에는 얕은 잠 속을 떠돌았다.
소리가, 불규칙적으로 울려 퍼진다.
그것은 기묘한 간격으로, 듣고 있자니 불쾌한 기분이 되었다.
멈추기 직전의 고동과도 같아서, 숨이 막힌다.
……무슨 소리지?
분명치 않은 의식은, 갑작스럽게 스친 오한에 의해 각성되었다.
「…………」
황급히 일어나서,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본다.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고 있다.
라이와 아사토도 일어나, 꼼짝 않고 기색을 살피고 있다.
소리는, 주먹으로 두드린다기 보다는 나무 열매를 내던지는 것처럼 약했다.
전신의 털이 날카롭게 곤두선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코노에의 목소리에 겹쳐지듯이, 털썩 하고 무거운 소리가 울렸다.
시선을 집중시킨다.
창 밖으로 무언가가 언뜻 보이고 있다.
저것은──손이다.
「……!」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갑자기 커져서, 긴장이 부풀어올랐다.
아사토가 귀를 숙이고 턱을 당겨, 낮게 으르렁댄다.
문의 건너편에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
제각기 검을 빼드는 소리가 울린다.
낡아 빠진 나무 경첩이 지금이라도 떨어져나갈 듯이 삐걱인다.
거기서, 코노에는 뭔가 이상한 것을 알아차렸다.
상대는 어째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인가.
어젯밤은 분명, 아무도 문의 열쇠를 잠그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도 손잡이를 돌리면 손쉽게 문이 열릴 것이었다.
어째서?
그 사이에도 소리는 계속해서 울려댄다.
「……온다」
그것이 신호가 되기라도 한 듯이, 둔탁한 소리가 났다.
문이 활짝 열린다.
네모난 공간에, 한 마리의 고양이가 멈춰 서 있다.
고양이는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어젯밤 만났던 마을의 고양이다.
그러나, 명백하게 낌새가 이상하다.
전신의 힘이 빠진 듯이 고개를 숙이고, 꼬리도 힘 없이 축 늘어져 있다.
입가에서 의미불명의 신음 소리가 새어나온다. 그리고──눈동자가, 완전히 위를 향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출입구에 선 고양이로 인해 그 자리에 못박힌 채로, 코노에는 갈라진 목소리를 짜낸다.
「이 녀석은, 이미 죽었어」
「그치만, 움직이고 있어」
「죽은 자를 되살린 거야」
「죽은 자를? 그런 거, 가능한 거야?」
「주술이로군」
단검을 빼들며, 라이가 입을 연다.
「주술로 조종당하고 있어. 이것이 아마도, 그 도화사가 말했던 거다」
그렇다면, 이것이──함정인 것인가?
그때, 희미한 선율이 귓가에 울렸다.
이것은, 노래다.
누군가가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노래는──사악하다.
불안, 증오, 비애.
그런, 가슴 밑바닥에 고인 앙금을 휘젓는다.
라이가 초조한 듯이 크게 꼬리를 흔든다.
「……칫. 그런 건가」
출입구에 우두커니 선 고양이는 불안정하게 몸을 흔들고 있었지만, 돌연 얼굴을 들었다.
기색이 완전히 바뀐다.
걷어올려진 입술에서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난다.
타액과 함께 격렬한 포효를 흩뜨리며, 고양이가 돌진해 왔다.
뛰쳐나간 라이가 검을 휘두른다.
고양이는 피하지도 않고, 넓적다리를 베이고 앞으로 거꾸러지듯 넘어졌다. 움직임이 둔하다.
「……큭, ……!?」
가슴에 격렬한 통증을 느끼고, 코노에는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귀울음이 울린다.
공감의 작용.
눈 앞의 고양이로부터다.
감정의 탁류가 몰려든다.
자제하려 했지만, 한발 늦었다.
흘러들어온 것은 증오나 분노가 아닌, 슬픔이었다.
갈 데가 없는, 어찌할 수도 없는 비탄이 소용돌이친다.
이런 게 아니었는데.
이런 일은 하고 싶지 않은데.
너무나도 슬픈 감정이, 폭풍처럼 마음 속으로 들어온다.
「코노에!」
「……괜찮아」
달려온 아사토에게 안겨 일으켜진다.
시야의 끝에 희미한 빛이 번쩍인다.
얼굴을 들자, 쓰러진 고양이의 머리 위에서 라이가 검을 치켜들고 있었다.
가슴의 통증이 심해져, 슬픈 감정이 부풀어오른다.
안돼.
죽이지 마.
시선을 보낸 라이의 옆얼굴에, 코노에는 얼어붙는다.
또다.
또──
웃고 있다.
「그만 해!!」
무심결에 소리친다.
라이가 움직임을 멈추고, 돌아본다.
그 표정에서 미소는 사라져 있었다.
라이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한 얼굴로 턱을 든다.
「이미 늦었다. 이미 죽어 있어」
「…………」
코노에는 복잡한 마음에 내몰렸다. 씻어낼 수 없는 위화감이 남는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쓰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그렇게 자신을 타이르고 입을 연다.
「아냐, 그런 게 아냐. 그 녀석은 단지, 조종당하고 있을 뿐이라……」
「그럼, 이 녀석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라이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나고, 장검의 끝이 출입구 쪽으로 겨누어졌다.
그 너머로 보이는 것은──
「…………」
그것은, 몹시도 기묘한 광경이었다.
고양이가 몇 마리고 완만한 움직임으로 이쪽을 향해 오고 있다.
이 마을에 살고 있는……정확히는 살고 있었던 고양이들이리라.
그렇지만, 아마도 모두──죽어 있다.
여기에 있는 고양이들, 모두가.
지금 느껴지는 것이 놀라움인지, 분노인지, 공포인지 알 수 없었다.
꼬리가 저절로 떨리기 시작한다.
귀로 들어오는 사악한 선율이, 뇌에 나선을 그려간다.
너무나도, 무참했다.
「리크스인가」
저절로 말이 새어나온다.
「이게, 휘리가 말했던 건가……」
「코노에……」
「어째서야. 이 녀석들이 무슨 일을 했다고, 어째서……」
「선악 따위는 관계 없어」
강한 목소리가 박혀든다.
「힘 있는 자만이 살아남고, 힘 없는 자는 배제된다. 그게 현실이다」
「그럼 힘 있는 자는 뭘 해도 괜찮은 거야……!?」
투명하게 비치는 푸른 눈동자에, 어두운 빛이 스친다.
「그렇다」
「……큭」
신음 소리가 들려와 시선을 돌린다. 방금 전 라이에게 베여 쓰러진 고양이가, 라이의 다리를 붙잡으려 팔을 뻗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손은 허망하게 꿰뚫려 바닥에 고정되었다.
용서 없는, 검의 일격에 의해.
웅얼대는 신음이 울린다.
라이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 모양을 내려다보았다.
「잠들어라」
뽑아내진 검이, 다시 고양이의 머리 위로 치켜올려진다.
코노에는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돌렸다.
잔혹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크윽!」
고양이의 최후의 감정이 흘러들어 온다.
한 순간의 격통에 숨이 멈췄다.
여운에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코노에는 라이를 노려보았다.
「만약 이게 리크스의 함정이라고 해도, 녀석의 의도 따위는 녀석 밖에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힘 있는 자에게 있어 힘 없는 자는 무료함을 달래는 장난감이다. 물론, 우리들도 포함해서 말이지」
담담하게 말을 내뱉고, 라이는 검에 듣는 피를 흔들어 털어낸다.
「코노에, 해치우지 않으면, 당해」
목소리가 들려서 올려다본다. 어깨에 아사토의 손가락이 닿았다.
「말이나 마음은, 무기가 될 수 없어. 몸을 지키는 것도 할 수 없어. 나는, 코노에를 죽이고 싶지 않은 것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정했어. 그러니까, 그걸 위해서 싸울 거야」
「죽은 자를 되살아나게 할 수는 없어. 촌장님께, 그렇게 배웠어」
「…………」
──알고 있다.
라이와 아사토가 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은 알고 있다.
결국, 언제든 힘 없는 자는 으스러져 간다.
그것이 모든 것의 법칙이자, 규칙이기도 하다.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먹히는 것으로, 세계는 성립되어 있다.
그렇지만,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명쾌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있다.
공감의 능력 따위가 없었다면, 얼마나 편했을 것인가.
지금까지, 본의 아니게 가지각색의 고양이들의 감정에 공감해 왔다.
경우에 따라서는, 표면과 마음이 달랐던 때도 있었다.
분노하고 있는데 울고 있거나, 웃고 있는데 멸시하고 있거나.
그리고 지금도, 으스러져 가는 힘 없는 자들의 슬픔과 고통을 아플 정도로 느꼈다.
그리고서 태연하게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은 강하지 않다.
눈 앞에서 울부짖으며 용서를 간청당하고, 무정하게 검을 내지를 수 있는 고양이가 대체 얼마나 있다는 것인가.
출입구 옆에는, 라이에게 숨통이 끊긴 고양이가 엎드린 채로 쓰러져 있었다.
절단된 머리가 엉뚱한 위치에서 나뒹굴고 있다.
이미 숨이 끊어졌을 터인데, 크게 입을 벌린 표정은 마치 지금도 괴로워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마을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때의 얼굴을 떠올린다.
눈을 돌리려 하다가, 고양이의 뺨이 부자연스럽게 변색되어 있는 것을 깨닫는다.
눈물 자국이다.
운 것인가.
사체인데도.
아니면, 죽기 직전에인가.
어느 쪽이든 상관 없다.
분명 괴로웠을 것이다.
공감했기 때문에, 알 수 있다.
「…………」
코노에는 검을 움켜쥐고, 조용히 일어섰다.
한 발짝, 발을 내딛는다.
라이가 조용히 이쪽을 보고 있다.
설령 한적했다 해도, 이 마을은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탓으로 산산조각나 버렸다.
세상에 제앙을 가져온다──전설 그대로다.
적어도, 이 마을의 고양이에게는 그럴 것이리라.
그래도, 이런 처사는 있을 수 없다.
설령 자신들을 속이기 위한 함정이었다 해도, 용서할 수 없다.
「……리크스……!」
코노에는 쥐어짜내듯 작게 외치고, 집을 뛰쳐나갔다.
라이와 아사토가 뒤를 잇는다.
집 주변에는, 목숨을 잃고 허물이 된 고양이들이 떼를 지어 모여 있었다.
여전히 사악한 선율은 이어지고 있다.
노래하고 있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가슴이 아프다.
자제해도 고양이들의 슬픔이 한층 더, 코노에를 향해 밀려들어 온다.
「이 노래는……」
「아마도……」
거기서, 라이의 말이 끊겼다.
집을 에워싼 고양이들이 덤벼들어 왔다.
그저 돌진해올 뿐인 움직임은 쉬이 피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이빨을 드러낸 공포스러운 형상이 눈에 남는다.
「이야기는 나중에다. 수는 그렇게 많지 않아. 갈라져서 상대하면, 곧바로 결말이 난다」
짧게 전하고, 라이는 왼쪽으로 달려갔다.
물결치는 은발을 시선으로 쫓는다.
「괜찮아?」
「아아」
곁에 선 아사토가 마을의 참상을 조망하듯이 두 눈을 가늘게 좁혔다.
「……당위의 상태로, 되돌린다」
혼잣말처럼 낮게 중얼거리고, 아사토도 오른쪽으로 달려갔다.
코노에는 통증을 호소하는 가슴을 세차게 한 손으로 움켜쥔다.
이 통증은, 잔영이다.
목숨을 잃어버린 자들의, 감정의 잔재다.
눈 앞의 고양이들은, 그저 허물에 지나지 않는다.
코노에는 굳게 눈을 감고, 자제의 마음을 높였다.
그리고 눈을 뜨고서, 고양이의 무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시체 고양이들의 움직임은 단조롭고 둔해서, 역으로 밸런스를 잡기 힘들다.
칼을 놀려도, 기세는 그다지 쇠약해지지 않는다.
아픔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겠지.
이대로는 이쪽이 체력을 소모할 뿐이다.
머뭇거림 끝에, 코노에는 양 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있는 힘껏 고양이의 목을 쳤다.
완전히 움직임을 봉쇄하는 데에는, 이 방법 밖에는 없었다.
한 마리씩 땅으로 가라앉아 간다.
살을 찢고, 뼈를 자르는 소리가 팔로 전해져 온다.
피는 흩날리지 않고 방울져 떨어져서, 검붉게 지면을 물들인다.
이따금, 시야의 끝에 라이와 아사토의 모습이 비친다.
고양이 유해들의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있었다.
죽은 자를 두 번 죽이는 소리와 감정 없는 신음 소리가 울린다.
악몽 같은 시간이 지나, 자신들 이외에 서 있는 자는 아무도 없게 되었다.
코노에는 검을 든 팔을 힘없이 떨어트렸다.
몇 번이고 휘두른 탓에, 팔이 저리다. 시야에 비치는 것은, 검붉게 축축해진 지면과 사체의 산이다.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자제했어도, 마을 고양이들을 상처입힐 때마다 끊이지 않고 감정이 밀려들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주저도 망설임도 무엇도 없다.
지나치게 감정을 느껴서, 도중에 마비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한 마리째의 목을 칠 때, 기도하듯이 눈을 감았다.
두 마리째도.
다섯 마리째 쯤부터는, 감지 않게 되었다.
육체 이상으로 마모된 것은,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