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제 와서 또 노이즈냐!
사실 노이즈 배드 엔딩이 하나 더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제 컴퓨터에서는 그냥 화면이 암전되고 끝나서 =.,= 굳이 번역할 게 없겠구나 싶어서 그냥 넘어갔었어요. 그런데 노이즈의 다른 배드 엔딩에 대해 미카님께서 제보를 해주셔서, 혹시...? 싶어서 게임을 삭제하고 다시 인스톨하고서 해보니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배드 엔딩잌ㅋㅋㅋㅋㅋㅋㅋ 또 있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헤헤 어쨌거나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T 제보해주신 미카님 감사합니다!
※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
BLOG ARTICLE ↘노이즈 | 6 ARTICLE FOUND
- 2012.05.16 DMMd 번역 / 노이즈 ─ 배드 엔딩 2 4
- 2012.05.01 DMMd 번역 / 노이즈 ─ 트루 엔딩 8
- 2012.04.30 DMMd 번역 / 노이즈 ─ 배드 엔딩 1 7
- 2012.04.29 DMMd 번역 / 노이즈 ─ #03. 10
- 2012.04.26 DMMd 번역 / 노이즈 ─ #02. 5
- 2012.04.22 DMMd 번역 / 노이즈 ─ #01. 7
노이즈가 귀엽죠? 저도 좋아해요.
※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
이제 편해지고 싶어?
네 ◀
네
이제 포기하고 싶어?
네 ◀
네
이제 쉬고 싶어?
네 ◀
네
이제 잠들고 싶어?
네 ◀
네
이제 눈뜨지 않아도 괜찮아?
네 ◀
네
이제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네 ◀
네
이제 그만둬도 괜찮아?
네
아니오 ◀
그만두면 안 돼?
네 ◀
아니오
무슨 일이 있어도?
네 ◀
아니오
절대로?
네 ◀
아니오
어째서?
그래서는 안 되니까 ◀
나쁜 일이니까
어째서 안 돼?
아직은 끝낼 때가 아니다 ◀
아직은 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언제?
그걸 정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다 ◀
알 수 없다
그럼 누가?
생각해라 ◀
알 수 없다
너는 누구?
그건… ◀
“………….”
“노이즈…….”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세계는, 외로워.”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그래서, 상대방에게 어떤 식으로 접해야 좋을지 알 수 없어.”
“그건 지독하게 외롭고, 괴로워.”
“하지만, 누구도 그걸 알아주지 않았어. 부모님도 말썽만 일으키는 나를 애물단지 취급했어.”
“빨리 죽어달라고, 그렇게 생각했겠지. 그래서 나는 반드시 살아 보이겠다고 생각했어.”
“반드시 혼자서도 끝까지 살아내겠다고.”
“그러기 위해서, 먼저 누군가에게 의지한다는 생각을 버렸어. 그렇게 하면 혼자서 살아가는 방법이 몸에 배어. 혼자여도 곤란을 겪지 않아.”
“내가 죽어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아. 아무런 문제도 없는, 가장 스마트한 삶의 방식이지.”
“……아니야.”
“사실은 그게 아니라고, 너도 알고 있는 거지?”
“………….”
“이미 이런 식으로, 나는 너와 관계하고 있어. 그러니까 나는 너를 걱정할 거고, 네가 상처 입으면 치료할 거고, 네가 죽으면 슬퍼할 거야.”
“게다가 너, 나랑 라임으로 승부를 내고 싶은 거잖아? 그 시점에서 너도 나를 필요로 해. 그래서 여기까지 나를 따라왔어. 내 말이 맞지?”
“너, 어째서 라임에는 그렇게 집착하는 거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는 흥미 없는 주제에.”
“………….”
“……라임은, 몸이 아니라 머리로 데미지를 느끼잖아. 그래서 나한테도 어렴풋하게 느껴져. 아픔이.”
“몸으로 받는 진짜 아픔은 모르지만, 라임에서 데미지를 받을 때……, 이게 아픔이란 건가, 싶어.”
“그 순간만큼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 나는 인간이 느끼는 아픔을 알지 못하는 괴물이 아니라, 어엿하게 살아있다고.”
“아픔을 느낄 수 있는 라임에서도, 나는 데미지를 입는 걸 겁내거나 하지 않았어.”
“그래서 아픔이 있든 없든 나는 강하고, 타인 따위는 필요 없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졌어.”
“하지만, 그런 내가 너한테 졌어. 그러니까 난 너랑 한 번 더 싸워서, 널 이기고 싶어.”
“내 필드를 침범한 너를 쓰러뜨리고 싶어.”
“……너, 말하는 게 모순되어 있어. 넌 분명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을지 몰라. 하지만.”
“진짜 너는, 역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해. 그래서 아픔을 느낄 수 있는 라임에 목을 매는 거야.”
“라임은 유일하게, 네가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소잖아? ‘아픔’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말야. 나는, 그런 너와 라임에서 싸워서 이겼어.”
“네가 자신의 영역을 침입한 나와 다시 싸우고 싶다는 건, 그만큼 나와 관계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는 거잖아?”
“……그건.”
“나는 라임에서의 재결전을 받아들이겠어. 단, 라임뿐만이 아니야. 현실에서도다.”
“이제 너는 혼자가 아니고, 혼자서는 있을 수 없어. 네가 아픔을 알고 싶다면, 내가 아픔이 무엇인지 알려주겠어.”
“그러니까, 나는 너를 부수겠어.”
“네가 틀어박혀있는……, 갇혀있는 세계를 부수겠어.”
“…………!”
현실로 돌아와서 보니, 나는 엎드린 채로 쓰러져있었다.
곧바로 노이즈를 찾는다.
……있다.
노이즈도 나랑 똑같이 바닥에 쓰러져있다.
“노이즈! ……윽.”
일어서려고 했지만, 온몸이 다 욱신거려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특히 머리가……, 눈을 뜨고 있는 것도 힘들 정도로, 아프다.
──── 이제 끝이다 ────
……웃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의 목소리…….
‘그 녀석’의 목소리가…….
……제길.
지금은 그보다 노이즈를…….
목소리도 두통도 무시하고서, 나는 노이즈의 곁으로 다가갔다.
“……, 노이즈.”
“………….”
노이즈의 눈이 천천히 떠지고는, 나를 바라본다.
멍하니 초점이 맞지 않았던 눈동자가 서서히 빛을 되찾아간다.
“……나, ……, ……무슨 일이.”
……다행이다.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다.
어떻게 일이 잘 풀렸…….
──── 끝이라고 ────
──── 이제 끝이다 ────
……‘그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전의 그 어떤 때보다도, 똑똑하게.
머리가 아프다. 손이 떨린다.
숨을 쉴 수가 없다.
눈앞이, 어두워진다…….
“어이……?”
──── 포기해라 ────
──── 이렇게 될 것을 ────
──── 사실은 알고 있었을 터 ────
──── 너는 ────
“……으윽!!”
──── 너는, 끝이다 ────
“윽, 아아아아아아악!!”
………….
……………….
…………아아.
…………그런가.
…………알았다.
지금, 전부 보였다.
나의 힘…….
……스크랩의 정체가.
줄곧 내게 힘을 사용하라고, 모든 것을 부숴버리라고 속삭였던 ‘그 녀석’에 대해서도.
그 녀석은……, 나인 것이다.
나의 본능. 순수한 욕망 그 자체의 나. 내 의지의 일부분.
모조리 다 부수고 싶다. 모든 것을 파괴해서, 없애버리고 싶다.
그렇게……, 모든 생명에 죽음을.
그 녀석은 그런 것을 갈망하는 나 자신인 것이다.
스크랩은 사람을 파괴하는 힘이다. 그 녀석이 그 힘의 근원인 것이겠지.
따라서, 내가 스크랩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그 녀석의 존재가 커진다.
그리고, 지금.
무리하게 힘을 사용해서, 나와 그 녀석의 밸런스가 무너지고 말았다.
그 탓으로…….
‘나’라는 의식이 그 녀석에게 먹혀들기 시작했다.
그 녀석은 내 의식을 완전히 소멸시켜서, 내 몸을 가지고 자기 마음대로 날뛰려하고 있다.
모든 것의 파괴. 모든 것의 죽음.
그것이 바로 그 녀석의 바람이다.
……하지만.
힘을 쓰지 않았다면, 노이즈가 눈을 뜨게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나 혼자서는 무리였다.
그러니까……, 이걸로 잘 된 일인 것이다.
“어이…….”
노이즈가 걱정스러워 보이는 얼굴로 내 쪽을 들여다본다.
“괜찮아?”
“……아아.”
“……폐를, 끼쳤어.”
“어쩌다 그렇게 된 거야.”
“응급처치를 할 만한 도구를 찾고 있었더니, 도중에 마스크를 쓴 하얀 경비원 같은 녀석한테 들켰어. 도망쳤는데도 붙잡혀서, 강제로 이상한 노래를 들었어.”
“그랬더니, 의식을 잃었어.”
“그런데……. 너, 나한테 그 힘을 사용했지.”
“………….”
“그 덕분에 나는 제정신을 되찾을 수 있었어. 그렇지?”
“아아, 하지만……, ……윽.”
또다……!
심장 고동이 빨라지고, 온몸이 전율한다.
“으, ……윽, …….”
──── 부수고 싶다 ────
“어이, 괜찮아?”
──── 부수고 싶다 ────
“……윽, 으아, …….”
──── 부숴라, 부숴라 ────
──── 부숴라, 부숴라 ────
──── 모두 부숴라 ────
──── 부숴라! ────
“어이……!”
“큭, 아아아악, ……윽!”
머리가……!
여하튼 간에 머리가 너무 아파서…….
그 녀석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와서…….
그 녀석의 웃는 얼굴이 뇌리에 떠올라서…….
……결국, 나는 파괴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다.
마지막에는 자기 자신까지도 파괴하는 수밖에는 없겠지.
하지만, 그 녀석이 내 몸을 빼앗기 전에…….
이 힘을 폭주시키기 전에, 막지 않으면…….
“아아악……, 윽…….”
──── 부수고 싶다 ────
──── 부수고 싶다 ────
“으, 으……, 윽.”
──── 부숴라, 부숴라 ────
──── 부숴라, 부숴라 ────
──── 모두 부숴라 ────
…………부숴라!!!
‘긴급 사태 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타워 안에 계신 분들은 즉시 탈출해주십시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긴급 사태 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어이, 정신 차려!”
“나는, 괜찮으니까……. 노이즈, 너만이라도…….”
“이제 와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자, 빨리 일어나!”
나를 일으키려고 노이즈가 내 팔을 붙잡는다.
하지만, 나는…….
‘그 녀석’이…….
“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늦으니까……, 너만이라도, 빨리……!”
“윽.”
나는 팔을 빼내려다가 그만 노이즈의 손을 뿌리치고 말았다.
바로 사과하려하다가……, 그만둔다.
순간적으로 손을 뿌리친 채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면 내 말대로 노이즈가 혼자 떠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노이즈만이라도 먼저 도망쳐준다면…….
하지만, 노이즈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눈썹을 찡그리고, 입술을 굳게 다물고서 나에게 뿌리쳐진 손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 손을 감싸듯이 다른 한쪽 손을 그 위에 얹었다.
……에?
저 몸짓은…….
“……너, 설마.”
“……그래.”
노이즈가 처음으로 격한 감정을 품은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아파. 너 때문에.”
“네가 나를 스크랩한 탓에……, 나를 끄집어낸 탓에, 무슨 영문에선지 몸의 감각이 돌아왔어.”
“네 탓이야. 멋대로 날 이렇게 만들어놓고서는 내팽개칠 셈이냐고.”
“하지만……, 내 힘……, 이대로라면, 폭주할지도 몰라…….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모두를……, 너까지도, 파괴해버릴지도 모르니까…….”
“그러니까, 나는 괜찮으니까…….”
“윽!”
“……아파. 너도 아프겠지만, 널 때린 나도 아파. 어떻게 해줄 거야. 지금까지 몰랐던 만큼, 엄청나게 아프다고.”
“폭주라든지 네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어떻게든 해. 방법을 생각할 거야.”
“그리고……, 네 힘이 내 세계를 부숴서, 나한테 감각을 되찾아주었어.”
“그러니까 네 그 힘은 악한 것이 아냐.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
“네 앞일 같은 거, 내가 생각할 테니까. 그러니까 나랑 같이 가. 알겠지?”
“………….”
노이즈가 내 어깨에 팔을 두른다. 그 팔에 의지하여, 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노이즈에게 맞았을 때……. 내 안에서 무언가 따뜻한 것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두통이 누그러져갔다.
‘그 녀석’의 형체도……, 희미해져간다.
“……있잖아.”
문을 향해 걷기 시작하며, 노이즈가 이을 연다.
“네가 했던 말의 의미,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
“누군가가 상처를 입으면 도와주고 싶어진다, 뭐 그런 거. 아픔이 어떤 건지 알고 있으면, 확실히 그렇게 되는 걸지도.”
“……아아.”
그 말을 듣고, 나는 점점 더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홀에서 빠져나온 우리들은, 타워의 진동에 주의를 기울이며 복도를 걸었다.
“몸은 좀 괜찮아? 방금 힘들어 보였는데.”
“아아, 지금은 꽤 나아졌어. ……것보다 여기, 곧 무너지겠지.”
“아마도.”
“네가 한 거야?”
“아니, 난 아냐.”
“그럼 누가…….”
“글쎄……. 기적이 일어난 거 아냐?”
“우리들까지 말려들게 됐는데 이게 기적이냐.”
“그래서 이렇게 도망치고 있잖아.”
둘 다 만신창이 상태로 서로를 부축하는 듯이 걸어가다 보니, 복도의 막다른 곳에 소형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이 보였다.
“어이, 저거.”
엘리베이터로 다가가, 시험 삼아 버튼을 눌러본다.
……문이 열렸다.
“비상용 긴급 엘리베이터인가. 이걸로 아래까지 갈 수 있겠어.”
우리들은 그 안에 올라타, 1층의 버튼을 눌렀다.
타워의 진동에 불안정하게 뒤흔들리며, 엘리베이터가 하강을 시작한다.
“……도중에 멈추지 않으면 좋겠는데.”
“그러네.”
우리들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는 무사하게 1층까지 내려간 후 멈추었다.
문이 열리고, 1층으로 나온다.
조금만 더 가면 출구다.
“!?”
“!”
격렬한 굉음과 함께 발치가 흔들리고, 바로 옆에 있는 벽에 균열이 일어났다.
무너진다……!
곧바로 양팔로 머리를 감쌌지만, 강한 충격과 무게에 눌려 바닥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윽, 쿨럭, 콜록, 노이즈……!”
흙과 먼지가 뒤섞인 공기를 그대로 들이마시고는 기침을 해대며, 나는 건물의 파편을 털어내고 일어서려했다.
……그때, 내 머리가 무언가 부드러운 것에 닿았다.
확인하기 위해 손으로 그것을 만져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 감촉, 설마…….
“……노이즈!?”
“……윽.”
노이즈가……, 나를 감싸는 듯이 내 위에서 엎드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 등은 수많은 파편들로 뒤덮여있다.
“…………윽.”
노이즈는 얼굴을 찡그리고 이를 악물고는, 거친 숨을 내쉬며 서서히 내 몸 위로 쓰러졌다.
“노이즈, 어이! 괜찮아!?”
“……아야……. ……너는, 안 다쳤어?”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네가 문제잖아!”
“하하……. 솔직히, 어디가 아픈 건지, 잘……, 모르겠어.”
노이즈의 몸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진다. 그 등과 머리카락은 먼지투성이고 옷도 이곳저곳이 찢어진 상태였다.
“어이……, 괜찮아? 움직일 수 있는 거냐고, 너…….”
“글쎄……. 어쩐지, 어딘가, 부러진 것 같아.”
노이즈가 떨리는 한쪽 팔을 천천히 들어올린다.
일부러 그러는 건가 싶을 정도로, 손목이 부자연스럽게 흔들흔들 거렸다.
잘 보니 발목도 말도 안 되는 방향으로 꺾여있는 상태다.
이런 거……. 보통 사람한테도 굉장히 아픈데, 이제 막 통각이 되돌아온 노이즈는 분명 죽을 만큼 아플 거다.
“아파…….”
“이제 됐으니까 움직이지 마! 젠장, 어떻게든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또 한 번 타워가 크게 흔들렸다.
빨리 도망가지 않으면 무너진다……!
“……너 혼자 가.”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하하……. 방금, 너도 똑같은 소리 했던 주제에……. 것보다 나, 진짜로 못 움직이겠다고…….”
“……윽.”
……옆구리의 화상이 아직 아프긴 하지만, 노이즈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다.
파편이 부딪쳐서 생긴 상처도 가벼운 찰과상 정도다. 두통도 상당히 가라앉았고, 움직이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좋았어.
“조금 아플지도 모르겠지만, 참아.”
“!? 뭘……, 어이!”
나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노이즈의 무릎 뒤쪽과 어깨에 손을 집어넣고, 신중하게 들어올렸다.
“영차…….”
“무슨 짓거리야, 내려놔!”
“싫어.”
노이즈는 마른 편이지만 역시 남자인지라, 꽤나 무겁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아니, 신경 쓸 새가 없다.
어쨌든, 빨리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좋아……. 간다! 꽉 잡아!”
“!”
한 번 약해졌던 진동이 다시 강해지는 가운데, 나는 노이즈를 안고서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렸다.
무너져 내리는 벽을 가능한 한 피해, 필사적으로 허벅다리를 들어 올려 지면으로 발을 내딛는다.
입구의 문이 바로 눈앞에 있다.
앞으로……, 조금만 더!
“……후.”
“왜 그래? 윽, 어디 아파? 이제 금방이니까…….”
“그게 아니라……, 하핫.”
“……, 왜, 웃는 거야……!”
“아니, 뭔가 굉장한 상황이라서.”
“나는 완전 필사적이라고!”
“미안. ……고마워.”
“………….”
노이즈가 불쑥 내뱉은 말에, 더 힘을 낼 수 있는 기력이 솟아오른다.
“……윽!”
입구를 바로 앞에 둔 지점에서, 천장에서 조명이 떨어져내렸다.
허겁지겁 피했지만, 앞길이 막혀버리고 만다.
나는 이럭저럭 바닥에 처박힌 조명을 우회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출구까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압!!”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이 흔들거리는 문을 빠져나와, 타워 밖으로 나온다.
그 기세로 좀 더 달려서, 안전한 장소까지 도달하고서는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져 지면에 무릎을 꿇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 …….”
살며시 노이즈를 내려놓고서, 나는 위를 향한 채로 쓰러졌다.
폐가 폭발할 것만 같다…….
몇 번이고 숨을 들이마시고는 내쉰다.
우리들이 바깥으로 나온 직후, 타워가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주변에 모여 있던 구경꾼들과 타워 안에서 도망쳐나온 사람들이 비명을 지른다.
이걸로 마침내……, 끝이 난 것이다.
우리들은 바닥에 쓰러진 채로, 타워가 무너져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심장부인 오벌 타워가 붕괴된 후, 플라티나 제일은 일체의 기능이 정지되었다.
그러나, 본토의 신속한 개입 등으로 인해 혼란은 빠르게 종식되었다.
타워가 붕괴된 원인은, 플라티나 제일의 중추를 담당하는 시스템의 폭주라고 했다. 그 외의 자세한 사항은 불명이다.
당시, 타워 안에 있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기적적으로 대피를 해서, 사망자나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타워의 상태가 이상해지기 전에, 대피를 권고하는 수수께끼의 메일이 타워 안의 사람들에게 전송되었던 모양이다.
단, 토우에를 필두로 한 일부의 관계자들은 행방불명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토우에가 꾸미고 있던 사람의 마음을 조작하는 연구와 그에 관련된 실험이 세상에 공표되었다.
구 주민구까지 끌어들여 실험을 행할 예정이었던 특별 기념 이벤트도 중지되고, 미도리지마는 가까스로 토우에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토우에 재벌의 관련 기업이 취급하고 있던 것은 모두 다른 기업으로 인수되었다. 올메이트도 그렇다.
그와 똑같이 라임도 관리 회사가 변경되고, 라임을 주재하는 것은 우스이가 아니게 되었다.
그렇게, 토우에 재벌의 그림자는 미도리지마에서 조금씩 옅어져갔다.
지금, 섬의 주민들은 미도리지마를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놓기 위해 활기를 띠고 있다.
코우자쿠는 변함없이 미용사 일을 계속하고 있고, 클리어는 가끔씩 ‘평범’에 불쑥 얼굴을 내민다.
밍크에 관해서는 소식불통이다. 그렇지만, 그 녀석이 그렇게 간단히 뻗어버릴 리가 없다.
미즈키는 의식을 회복했다. 아직 퇴원은 할 수 없지만, 문병하러 간 나를 보고는 웃는 얼굴을 보여주었다.
나는 어떠냐고 하면, 다시 할머니와 함께 평상시와 똑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심했던 두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만지면 아팠던 머리카락의 감각도 서서히 희미해져갔다.
최근엔 ‘그 녀석’의 기척도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내 안에 있다는 사실만은 알 수 있다.
비유를 하자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깊게 잠이 들어있다. 그런 느낌이다.
그렇기에 솔직히 여전히 불안이 남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 전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평온했다.
노이즈는 전신이 복합 골절된 듯한 중상을 입어서, 구 주민구의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막 입원했을 때의 노이즈의 상태는,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간병을 겸해서 매일 병원으로 찾아갔다.
운 좋게도 마침 그 자리가 비어있었던지라, 노이즈의 병실은 개인실로 지정되었다. 본인의 성격으로 봐서도 그 편이 좋겠지.
노이즈도 지금은 꽤나 회복되어서, 퇴원할 수 있는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나는 오늘도 익숙한 병실 앞에 서서, 문에 노크를 했다.
“들어간다-.”
“아아.”
문을 열자, 평소와 똑같이 침대 위에 앉아 잡지를 읽고 있는 노이즈의 모습이 보였다.
간소한 환자복이 몸에 걸쳐져있고, 완치되지 않은 팔다리에는 아직도 하얀 붕대가 애처롭게 감겨져있다.
그렇지만, 본인은 몹시도 팔팔해 보인다.
나는 침대 옆으로 다가가, 가방에서 종이봉투를 꺼내 사이드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오늘은 할머니가 만든 도넛 가져왔어. 먹을 거지?”
겉옷을 벗어서 가방과 함께 바닥에 내려놓고, 의자에 앉는다.
노이즈는 잡지를 배 위에 덮어두고, 무언가 망설이는 듯이 시선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아~…….”
“뭐야, 안 먹을 거야?”
“……먹는데.”
약간 겸연쩍은 듯한 노이즈의 시선이 내 쪽으로 되돌아온다.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하면, 노이즈는 꽤나 솔직해졌다. 실로 기쁜 일이다.
“자.”
봉투에서 도넛을 꺼내 내밀자, 노이즈는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는 받아들었다.
실은 좋아하는 주제에. 조금 흐뭇해진다.
나는 나대로 거리낌 없이 도넛을 베어 문다.
오늘은 생각보다도 ‘평범’의 일이 바빠서 점심을 먹을 때를 놓쳤으니까, 마침 잘 됐다.
새롭게 발매된 파츠의 평판이 좋아서, 꽤 전부터 입하해두고 있었던 우리 가게에도 경쟁이라도 하는 듯이 물밀 듯이 주문이 들어왔다. 덕분에 완매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가게의 장사가 잘 되는 건 기쁜 일이지만, 전화도 인터넷 주문도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것은 역시 고역이다.
적당히 바쁜 정도가 딱 좋은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할머니가 너보고 퇴원하면 또 먹으러 오라고 했어. 그보단 나보고 너 좀 오게 하라는 느낌이었지만.”
“아-, 뭐 그래.”
“앞으로 얼마나 있으면 퇴원할 수 있어?”
“의사는 빠르면 2주, 길게는 한 달이라고 했는데.”
“꽤 시간이 걸리네.”
“뭐 검사라든지 이래저래 있으니까.”
“……몸은 어때? 감각 같은 거나.”
“아아, 그것도 검사했었는데 거의 돌아온 것 같아.”
“그래. 그럼 링거나 주사 같은 거 아파서 깜짝 놀라겠네.”
“그렇지도 않아. 바늘로 찔리는 아픔이 그런 거일 줄 몰랐으니까 재미는 있었지만.”
“그게 재밌냐고.”
“응, ……아.”
노이즈가 도넛의 마지막 한 입을 먹으려다, 툭 떨어트렸다.
도넛 조각이 데굴데굴 굴러서, 배 부근에서 멈춘다.
“정말이지, 이상한 데서 애 같다니까.”
“시끄럽네. 불편하다고.”
“읏차.”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손을 뻗어서 도넛 조각을 집었다.
“잡았다. ……?”
“………….”
의자에 앉으려고 했더니 느닷없이 팔을 붙잡혔다. 깜짝 놀라 노이즈를 본다.
노이즈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왜 그래?”
“……몸의 감각이 돌아오고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는데.”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인지, 노이즈가 띄엄띄엄 말을 내뱉는다.
……뭐지?
지금껏 느껴본 적이 없는 공기가 주변을 감싼다.
“잠깐, 이야기 좀 해도 돼?”
“……아아.”
“그게……. 지금까지 나는 부모님한테도 주변 사람들한테도 버림받았달까, 없는 존재 취급을 받았으니까.”
“뭐든지 혼자 해서 살아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사람이 사람에게 간섭하는 데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다가오는 녀석들은 돈이나 몸이 목적이거나, 자기만족을 위해서 나를 이용하려는 녀석들뿐이었고.”
“그런 식으로 타인이라는 존재를 전혀 인식할 수 없었는데, 그 탓에 내 시야를 억지로 비집고 들어온 네가 처음엔 짜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어. 무슨 영문인지도 알 수 없었고.”
“하지만, 네가 나를 위해서 이것저것 해주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니까, 나도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을 쓴다’는 걸 해볼까 해서.”
“뭐랄까, 날 이런 식으로 만든 건 전부 너라고. 네가 말한 대로, 이 세계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게 조금 이해가 됐어.”
“………….”
“네가 없었으면, 나는 분명 어딘가에서 비명횡사했겠지. 죽는 것 따위 어찌되든 상관없었고.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아직 그 감각은 남아있어. ……하지만.”
“아픔이 어떤 건지 알게 되고서,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에도 아픔이 있다는 걸……, 그건 무너지는 건물 파편으로부터 널 감쌌을 때 엄청나게 느꼈어.”
“절대로 너를 죽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럴 바에는 내가 죽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어. 엄청나게, 숨이 멎을 듯한 감각이었어.”
“노이즈…….”
“그러니까 나는 너한테, 그……, 감사하고 있어. 그래서 지금…….”
노이즈가 말을 멈추고 입술을 굳게 다문다.
이미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발언들의 총출동에 날뛰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는 상태였던 나는,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한 번 더, 만지고 싶어.”
“에?”
“제대로 감각이 있는 상태에서……, 널 만지고 싶어.”
“………….”
내 팔을 붙잡은 노이즈의 손이 쓸어내리는 듯이 미끄러져 내려가고, 손등에 도달한다.
그대로, 노이즈가 천천히 내 손을 그러쥐었다.
“넌, 어때.”
노이즈의 눈이 정면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노이즈에 대해, 처음엔 어쨌든 위태위태하고 이상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래도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하지만……. 노이즈의 내면을 알아가면서, 이 녀석도 수많은 어려움을 끌어안고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이에 비해 어리다 싶은 점도 보여서, 귀엽다는 생각이 든 적도 몇 번인가 있다. 지금도 그렇다.
시작은 보호본능 비슷한 감각이었지만…….
확실히, 나는 이 녀석을 알면 알수록 더 깊게 빠져들어 간다.
그런 느낌이 든다.
다시 말해, 이건…….
나도 자각하고 있었다는 걸로 결론지으면 좋을까.
나는 노이즈에게 잡힌 손을 뒤집어, 노이즈의 손가락에 내 손가락을 감고 다시금 손을 잡았다.
“………….”
노이즈가 조금 놀란 듯이 눈을 깜박인다.
분명, 내 마음은 전해졌으리라 생각하지만…….
점점 얼굴이 뜨거워진다.
맞잡은 손에 서서히 땀이 스미고, 쿵쾅대는 심장소리가 귓가에서 울려 퍼졌다.
“……이거, 동의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좋은 거지.”
“……아아.”
노이즈가 자신의 손과 뒤얽혀있는 내 손을 입가로 끌어당겨, 입술을 맞댄다.
그 감촉에 어깨를 움츠리자, 이번에는 더 강하게 손이 잡아당겨졌다.
“우왓!”
몸이 기울어져, 노이즈를 뒤덮는 형태가 된다.
잡지가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뭐랄까…….
기분 탓인지, 나를 보는 노이즈의 눈이 열기를 띠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에, 설마…….
“지, 지금, 여기서?”
“싫어?”
“싫다기보다……, 뭐랄까, 아니, 여기 병원이잖아. 누가 오는 거 아닌가, 뭐 그런 거.”
“이 시간에는 안 와.”
“정말로?”
“아아.”
“…………, 알았어.”
정말로 괜찮은 건지 망설임이 들면서도, 무슨 이유에선지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솔직하게 나를 원해오는 노이즈를 받아들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 게다가…….
나 자신에게도, 노이즈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것은 스스로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강한 감정인지도 모른다.
지금 여기서……, 이런 장소에서도 그만두고자 하는 생각을 하지 않는 자신이, 무엇보다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나는 일단 노이즈에게서 떨어져, 문의 열쇠를 잠갔다. 그 김에 커튼이 제대로 쳐져있는지도 확인한다.
“신중.”
“당연하잖아……!”
“나는 누가 봐도 딱히 상관없는데.”
“나는 싫어.”
노이즈의 곁으로 돌아가, 다시 방금 전처럼 침대 위로 양손을 올린다.
“………….”
“………….”
“어, 어쩐지 막상 하려고 하니까 용기가 필요하네.”
“그래?”
“그야 그렇잖아, 이래저래 생각하게 되고. 문은 잠갔지만 누가 밖에 서있으면 어쩌나 하고.”
“생각 안 하면 돼.”
“아니 생각하게 되니까.”
“그럼 이제 생각하지 마.”
“!”
노이즈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몸을 일으켜 내 등에 팔을 둘렀다.
그대로……, 키스 당한다.
“……, 으응, ……읏.”
“………….”
가볍게 맞닿았던 입술이 서서히 강하게 밀어붙여지고, 노이즈의 혀가 그 다음을 재촉하는 듯이 입술의 표면을 찌른다.
그것을 입 안으로 받아들이자, 곧바로 안쪽으로 들어온 혀가 점막의 이곳저곳을 핥고 이빨의 뒷면을 더듬었다.
입 안에서 무언가가 이에 달칵달칵 부딪치는 소리가 나, 노이즈의 혀에 피어스가 있다는 사실이 상기된다.
그러고 보니,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지…….
그때도 기세와 분위기를 타고서 뭔가 엄청난 짓을 했었지만……, 설마 이렇게 될 줄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하아, ……읏, 으응.”
혀를 휘감거나 빨면서, 나는 양손을 노이즈의 목에 둘렀다. 가끔씩, 등이나 머리를 느릿하게 어루만진다.
“……아, 으, ……응.”
“…………, …….”
깊은 키스를 되풀이하는 사이에 머릿속의 심지가 녹아들고, 체온도 점점 올라갔다.
처음엔 문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흠칫거렸지만, 그것도 점점 신경 쓰이지 않게 되었다.
“응…….”
나는 천천히 체중을 실어 노이즈를 침대에 눕히고, 살며시 입술을 떼었다.
뜨거운 숨과 함께 타액이 가느다란 실처럼 두 사람의 입술 사이로 이어진다.
베개에 머리를 댄 노이즈가 조금 의아한 얼굴을 하고 나를 보았다.
“……? 뭐야?”
“일어나있는 거 힘들지 않을까 해서.”
“설마 이걸로 끝이라는 말 같은 건 안 하겠지. 아니면…….”
“혹시, 네가 위에 올라타 주기라도 하는 건가?”
“………….”
“……뭐어, 대충 그런 느낌으로.”
“……정말?”
농담으로 해본 말이었던 듯, 노이즈가 의외라는 듯이 눈을 깜박거린다.
그런 반응이 돌아오면 부끄러워서 그만두고 싶어진다고…….
“……너, 지금 환자고. 무리시킬 수 없잖아.”
“연상의 여유와 서비스를 보여주는 건가? 굉장하네.”
“시끄러. 누가 오면 곤란하니까 빨리 하자고.”
“무드 없네.”
노이즈가 좋은 구경이라도 난 듯한 얼굴을 하고 웃어서, 나는 우선 그 밉살스러운 입을 키스로 막았다.
“……으음!”
처음엔 세게 밀어붙이고, 그리고는 몇 번 부드럽게 서로의 입술을 머금는다.
노이즈가 입고 있는 옷의 매듭을 풀고 두 손을 그 안에 집어넣는다. 손바닥에 닿은 그 살결은 뜨겁고 조금 거칠거칠했다.
가슴에서 배, 그리고 옆구리로 손을 움직여 어루만져가고, 하반신 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잠깐.”
“?”
갑자기 노이즈가 진지한 목소리를 내서, 손을 멈춘다.
“잠시만, 이대로.”
노이즈가 내 두 손 위로 자신의 손을 포개고, 눈을 감는다.
“따뜻해. 아니 뜨거워. 네 손바닥이랑, 손가락의 감촉이.”
……그런가.
노이즈는 ‘감각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몸의 감각이 둔해서 잘 알지 못했을 테지만, 지금은 이렇게 내 몸이 닿아있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겠지.
보통 사람들 같았으면 당연했을 일이지만, 노이즈에게 있어서는 소중한 첫 경험인 것이다.
나는 노이즈가 원하는 대로, 잠시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이윽고 노이즈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것을 확인하고서, 조금씩 손을 아래로 이동시켰다.
“………….”
근육이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는 배를 배꼽의 피어스까지 한꺼번에 어루만지고, 속옷에 손가락을 걸치고 서서히 끌어내리자…….
조금 단단해진 노이즈의 그것이 그대로 드러났다.
피어스가 잔뜩 박힌 그것은 시각적으로 조금 그로테스크하고……. 그렇지만, 어쩐지 묘하게 흥분이 된다.
나는 앉은 위치를 뒤로 물러서 노이즈의 하반신 쪽으로 이동하고, 몸을 굽히고서 그곳으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 으응.”
끝부분을 조금 핥고서 손으로 뿌리를 지탱하고, 아직 완전하게 심이 서지 않은 그것을 입에 머금는다.
“……아.”
손을 움직이며 깊이 삼켜가자, 가까스로 억누르는 듯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노이즈는 희미하게 눈썹을 찡그리고, 약간 물기가 어린 눈으로 내 쪽을 보고 있다.
전에는 깨물지 않으면 느낌이 오지 않았던 것 같지만……. 지금은 제대로 본래의 감각을 맛보고 있는 것일까.
“……후, 좋아?”
“읏, ……묻지 마…….”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잖아. ……으음.”
머리를 움직이며 눈을 위로 뜨고 살펴보니, 노이즈의 뺨이 희미하게 상기되어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쩐지……, 조금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묘하게 흥분이 고조되어서, 나는 입으로 하는 애무에 집중했다.
“아, 읍……, 응, 후우…….”
손으로 전체를 문지르고, 입 안의 점막에 노이즈의 것을 비비는 듯이 머리를 움직인다. 노이즈의 것에 평평하게 밀착된 혀에 피어스가 닿는다.
“……아, 읏…….”
노이즈의 호흡이 흐트러지고, 입 안의 그것이 점점 단단함을 더해간다.
끝부분에서 배어나오기 시작한 씁쓸한 체액을 빨아들이고, 꿀꺽 삼킨다.
노이즈가 정말로 느끼고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이 든다.
“으응, 읍…….”
“읏!”
“아…….”
크게 움직이는 바람에 이가 그것에 닿고 말아서, 노이즈의 허리가 흠칫 튀어올랐다.
위험했다. 아팠으려나.
사과하려고 노이즈의 얼굴을 올려보았다가……, 가슴이 철렁했다.
노이즈는 입술을 살짝 벌리고 눈을 가늘게 뜨고서, 조금 전보다도 더 뺨을 붉게 물들인 채로 있었다.
얕은 호흡을 반복하며, 나를 보고 있다.
이가 닿아서 아팠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좋았던 거다…….
시험 삼아 한 번 더, 끝부분을 깨물어본다.
“……읏, 아…….”
노이즈가 미간에 힘을 주고는 눈을 감고서, 억누른 목소리를 흘렸다.
……역시, 느끼고 있는 거다.
노이즈는 이윽고 천천히 눈을 뜨고, 요염한 표정으로 웃었다.
“아프다고.”
“……에로 꼬맹이.”
그 얼굴이 굉장히 섹시해서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내뱉고, 다시금 입과 손을 움직였다.
이 녀석, 역시 아픈 게 좋은가보네…….
강약을 조절하면서 페니스의 끝과 뒷면을 깨물자, 배에 무언가가 닿았다.
붕대를 감은 노이즈의 손가락이 T셔츠 너머로 내 몸의 라인을 천천히 더듬었다.
“응, 으음…….”
그 감각에 어쩐지 애가 타서……, 나는 흘러넘치는 쿠퍼액을 삼키고, 꽤 단단해진 노이즈의 것에서 입을 뗐다.
“웁, ……하, ……하아.”
“………….”
손으로 입가를 훔치고, 스스로 바지 앞섶을 풀고서 속옷째로 한쪽 다리만을 빼낸다.
노이즈의 것을 삼키고 있던 탓에 내 것도 완전히 단단해진 상태였다.
짓궂은 노이즈의 시선이 내 하반신에 집중되어서, 얼굴이 뜨거워진다.
“굉장하네. 내 걸 핥았을 뿐인데도 그렇게 된 거야?”
“……시끄럽네.”
무릎으로 침대에 올라가, 노이즈의 허리 위에 다리를 벌리고 걸터앉는다.
스프링이 삐걱삐걱 대는 소리가 몹시도 생생하게 귓가에 울렸다.
“에로……. 여기, 벌써 젖었네.”
“! 만지지 마, ……아.”
노이즈가 손가락으로 내 것을 찌른다. 끝부분에서 투명한 액체가 실처럼 늘어진다.
“이제 흘러내릴 것 같아.”
“…………으윽.”
부끄러움과 울컥하는 마음으로 노이즈를 가볍게 노려보고, 나는 검지와 중지를 한꺼번에 입에 넣었다.
타액을 고루 휘감아 손가락을 적시고, 엉덩이 쪽으로 손을 뻗는다.
“……혼자서 하는 거야? 경험 있구나.”
“없어, ……으응.”
이런 건 처음이지만, 노이즈가 무리하게 움직이게끔 할 수는 없으니까.
제대로 풀지 않은 상태에서 했다가 지옥을 보는 것도 싫고…….
처음엔, 하나만…….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숨을 내쉬고, 나는 미지근한 수분에 감싸인 손가락을 조금씩 자신의 안으로 넣었다.
“아, 읏, ……아아.”
내가 내 살을 만지는 것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느낌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따뜻하다. 감각은……, 잘 모르겠다.
“혼자서 하는 거, 어떤 느낌이야?”
“몰라, ……으응, 아아, …….”
“힘들어 보이는데.”
“하아, 으응, ……읏, …….”
손가락을 두 개로 늘려본다. 조금 벅차지만, 가능한 한 넓혀두지 않으면…….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고 있자, 갑자기 노이즈가 내 허리를 잡아끌었다.
“!? 뭐야…….”
“아무것도 아냐.”
노이즈는 무뚝뚝하게 말을 내뱉고 내 T셔츠를 걷어 올리고는, 얼굴을 가까이 댔다.
“……응, 어이……!”
“됐으니까 계속 해.”
“앗.”
노이즈가 내 유두를 입에 넣고 빨면서, 발기된 나의 그것을 손으로 느릿느릿 문지르기 시작한다.
너무 부끄러워서 도망가고 싶어졌지만, 노이즈의 애무 덕분에 뒤쪽의 감각이 조금 편안해진다.
그대로, 나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안을 더듬었다.
“으응, 후우, ……아앗.”
처음엔 조금 버거웠던 손가락 두 개도, 서서히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됐어, ……하.”
흐트러진 호흡을 내뱉으며, 뒤쪽에서 손가락을 빼낸다.
“이거 봐, 완전히 젖었어.”
“그런 거 말하지 말래도……, 읏.”
나는 나를 놀리는 노이즈의 그것을 조금 난폭하게 붙잡고, 뒤쪽에 댔다.
“……아, ……앗, 하아.”
꾸역꾸역, 그곳이 크게 벌어진다.
……들어온다.
“읏, 으응……, 읏, 아.”
“……후.”
아무리 손가락으로 넓혔다고 해도, 역시 힘겹다.
좁은 살이 꿰뚫려, 점점 벌어지는 이 감각…….
머리가 뜨거워지고 무릎이 떨린다. 피어스가 점막을 긁어서, 더더욱…….
“하아, 핫, ……으윽.”
시간을 들여서 조금씩 받아들여, 마침내 뿌리까지 다 들어간다. 내 엉덩이와 노이즈의 허리가 밀착되었다.
몸 안쪽에서 노이즈의 것이 두근두근 맥박을 치는 것이 느껴진다.
“들어갔, 다…….”
“후……, 뜨거워.”
노이즈의 어깨에 몸을 기대자, 귓가에서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화상을 입어도 태연했던 노이즈가……, 뜨겁다는 말을 한다.
그런 생각이 들자, 어쩐지 그것이 특별한 말처럼 여겨졌다.
얼굴을 들여다보니, 노이즈는 눈을 꼭 감고서 더는 참을 수 없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좋아?”
“……모, 르겠어, ……뜨거워서.”
그 감상이 귀여워서, 노이즈의 콧등을 가로지르는 피어스에 가볍게 키스한다.
좀 더……, 직접 서로 살을 맞대는 감각과 온도를 노이즈에게 가르쳐주고 싶다.
몸의 안도 밖도, 이렇게 뜨겁고 기분 좋은 것이라고.
노이즈가 서로의 손가락으로, 살결로 전하는 ‘살아있다는 감각’을 알게 되었으면 한다.
나는 노이즈에게 매달려,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아……, 하아, ……읏.”
두 다리를 사용해, 허리를 들어 올렸다 내리는 것을 반복한다.
자신의 체중이 가해져있는 탓에, 아주 조금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안쪽까지 닿는 듯한 느낌이 든다.
스스로도 길을 들일 생각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으니, 노이즈가 내 허리를 붙잡았다.
“으앗……, 읏.”
“읏, 후…….”
생각지도 못한 시점에서 노이즈가 강하게 쳐올려서, 큰 소리가 나오고 만 탓에 허겁지겁 입을 다문다.
혼자서 움직이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충격이……!
입술을 꼭 깨물고 있으니, 노이즈가 희미하게 붉어진 얼굴로 싱긋 웃었다.
“……소리, 참을 수 있어?”
“읏, 그보다 너, 몸은.”
“괜찮아. 그치만 움직이기 힘드니까……, 너도 움직여.”
그렇게 속삭이는 노이즈의 목소리가 열을 품고 있어서, 더 달아오른다.
실내 온도가 완전히 올라가서, 나도 노이즈도 땀투성이가 되었다.
노이즈가 여유를 잃은 듯한 표정으로 내 허리를 흔들기 시작한다.
“읏, 응, ……아, 으응.”
안쪽까지 들어간 노이즈의 열이 몇 번이고 내벽을 문지른다.
그것이 반복될 때마다, 아직 이물감이 느껴지는 몸 안으로 서서히 달콤한 감각이 번져간다.
“아, 으응, ……앗, 아.”
“……하, 아…….”
좀 전부터 나의 그것이 노이즈의 배에 닿아서, 미묘하게 자극을 받는다.
그것만으로는 아쉬운 느낌이 강해져서, 나는 마음을 먹고 자신의 그것을 노이즈의 배에 밀어붙였다.
“하, 후우, 아아, ……으응.”
노이즈의 배꼽 피어스가 뒤쪽에 닿아서, 기분 좋다…….
노이즈가 쳐올리는 움직임과 내 움직임이 맞물려서, 쾌락이 배로 늘어난다.
“아, 으응, 읏, 아앗……, 읏.”
“하……, 읏…….”
노이즈의 어깨에 입술을 누르고, 큰 소리가 나올 것만 같은 것을 참는다.
“……핫, ……기분, 좋아.”
“………….”
그 갈라진 목소리에 등줄기가 떨려왔다.
노이즈는 막다른 곳에 몰린 듯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정말로 기분 좋은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그런 노이즈를 좀 더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나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움직였다.
노이즈가 쳐올리는 것에 맞춰 허리를 내리자, 노이즈의 그것이 내 안쪽의 더 깊은 곳을 찔러서 저절로 달콤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으응, 흐읏, ……읏, 아, ……응, 아앗.”
“아, 읏,……하아.”
침대의 스프링이 삐걱대고, 이어진 부분에서 나는 축축하게 젖은 소리가 방 안 이곳저곳으로 흩어진다.
노이즈를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지만……, 스스로도 더 잘 느껴지는 곳에 닿게끔 움직이고 만다.
나의 그것의 선단에서는 투명한 액체가 줄줄 흘러넘쳐, 노이즈의 배를 적시고 있었다.
“하……, 야해…….”
“시끄러, ……으응.”
노이즈가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웃고, 나의 입술을 막는다.
“으음, ……응, 하아…….”
“하……, 앗.”
서로 주체하지 못하는 열을 부딪치는 듯이 혀를 휘감고, 허리가 움직이는 속도를 높여간다.
“음, 으응, ……읏, 하아, …….”
“으음……, ……하.”
“……아앗!”
내가 반응하는 미묘한 변화를 알아챈 것인지, 노이즈는 후반부터는 내가 느끼는 곳만을 격렬하게 찔러댔다.
“……읏, 느껴져?”
“아, 거기, ……아앗, 으응.”
노이즈의 것이 내벽에 세게 문질러져서 전류와도 같은 쾌감이 빠르게 등줄기를 스치고 지나간다.
“……읏.”
정신없이 노이즈에게 매달리자,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번쩍 정신이 든다. 어깨에 붙인 거즈에 내 팔이 닿아있었다.
“아, 미안, 다친 데를…….”
“……괜찮아, 그런 거.”
“아, ……앗! 잠, 앗, 하아…….”
내가 몸을 떨어트리려 하자, 그것을 저지하는 듯이 노이즈가 연이어 강하게 안쪽을 찔렀다.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는 달콤한 파동을 견디며, 어떻게 어깨의 거즈에서 다른 쪽으로 손을 옮긴다.
“하, 아, 으응……, 읏, 아앗…….”
“……후우, ……하.”
“아, 이제, ……노이즈, 응, 아아.”
“……으읏, ………….”
갈 것 같은 느낌에 이 이상 참고 있기가 힘들어져서, 울음소리 같은 숨이 흘러나온다.
폭발 직전의 그것을 노이즈의 배에 문지르고, 나는 노이즈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한층 더 크게 침대가 삐걱거리고, 노이즈가 나를 끌어안고서 깊숙이 쳐올린다.
“크읏, ……하, ………….”
“으응, 아, 그만, 노이즈, ……이제, 앗, 아아아……!!”
그 기세에 최고조까지 달아오른 쾌감이 파열하고…….
나는 마침내 한계를 맞이했다.
선단에서 정액이 뿜어져 나와, 나와 노이즈의 배를 적신다.
“아, ……앗, 하, ……으응, …….”
“하, ……읏, ……하아, ………후.”
사정의 여운 속에서 가늘게 떨며 노이즈의 그것을 조였다 풀기를 반복하자, 노이즈가 몇 번 움직이고 내 안으로 자신의 것을 모두 밀어 넣고는……, 움직임을 멈췄다.
“……앗! ……하, 하아…….”
노이즈가 거친 숨을 내쉬고, 몸을 떤다.
나는 노이즈의 어깨에 기대어, 몸 안쪽으로 쏟아진 따뜻함을 어렴풋하게 느꼈다.
“하아, ……하아, …….”
“더워…….”
“땀 좀 봐……. ……몸, 아프지 않았어?”
어쩐지 꽤나 무리를 시키고 만 것 같은데…….
얼굴을 들여다보니, 노이즈는 열기에 젖은 몽롱한 눈동자로 나를 마주보았다.
“아아……, 아마도, 괜찮아.”
“……그래.”
“그보다.”
노이즈는 살짝 눈을 내리뜨고, 쪽 하고 내 입술에 닿을 뿐인 키스를 하고서 다시 나를 보았다.
“엄청 좋았어.”
“……응.”
똑바로 얼굴을 마주본 상태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쑥스러워져서, 그만 눈을 돌리고 만다.
당당하게 그런 말을 내뱉는 게 너무 직선적인 느낌이랄까 뭐랄까…….
“넌?”
“에.”
“별로 좋지도 않았다는 느낌?”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흐응.”
노이즈가 살며시 웃고는 내 얼굴을 바라본다.
이 녀석, 절대로 내 반응을 즐기고 있는 거겠지…….
“……뺀다.”
쑥스러움을 숨기고자 얼굴을 돌리고, 나는 허리를 들어 노이즈의 것을 안쪽에서 빼냈다.
“……, 응.”
안에 있던 것이 빠져나가는 감각에 숨을 죽인 것도 잠시…….
안쪽에서 미지근한 무언가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우와……!
“일 났네……, 뭔가 닦을 거…….”
“자.”
노이즈가 내민 케이스에서 티슈를 뽑아들고 허벅지를 닦고 있으니, 엄청나게 시선이 쏠리는 것이 느껴졌다.
“왜?”
“안에 있는 거, 안 긁어내?”
노이즈의 눈이 짓궂게 웃는다.
“……환자는 얌전히 누워있으라고.”
“아얏.”
건방진 이마에 딱밤을 먹이고, 나는 몇 장의 티슈를 더 뽑았다.
노이즈의 배 위로 하얀 액체가 성대하게 흩뿌려져있다.
티슈로 노이즈의 배를 닦기 시작하자, 노이즈가 몸을 비틀었다.
“이봐, 가만히 있으라고. 못 닦겠잖아.”
“하하, 간지러워.”
노이즈의 얼굴을 보고서……, 이런 상황에서 나는 조금 감동을 하고 말았다.
그 나이에 어울리는 웃음이다. 처음 봤다.
뭐랄까, 역시 조금 귀엽네.
“……자, 끝.”
다 쓴 휴지를 버리고 몸을 일으키니, 나를 쳐다보고 있던 노이즈와 눈이 맞았다.
방금 그 웃음을 본 것도 작용해서, 나는 저절로 이끌려가는 듯이 노이즈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아.”
“……꼬맹이.”
“뭐야 갑자기.”
“아무것도 아냐.”
노이즈는 조금 울컥한 얼굴을 했지만, 곧바로 입 꼬리를 들어올렸다.
“퇴원하면 이것저것 더 많이 도전해야지.”
“……에로 꼬맹이!”
나는 노이즈의 머리카락을 한손으로 이리저리 헤집었다.
전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게 되었다.
그것이 솔직하게 기쁘다.
자그마한 행복 가운데서, 우리들의 평온한 나날은 눈 깜작할 사이에 지나갔다.
노이즈의 몸은 순조롭게 회복되어서, 그로부터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퇴원했다.
우리들은 그 병실에서 확실하게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몸을 맞대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 있었다.
“………….”
“………….”
“…………드디어, 결전이네.”
“그래.”
“플라티나 제일에서의 일도 있었고, 네가 다친 것도 있었고.”
“혹시 흐지부지하게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닐까 싶었어.”
“안 그래.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어. 엄연히 약속이고.”
“단, 이거 하나만은 말해두겠어.”
“아아.”
“너를 스크랩한 이후로, 나는 힘을 사용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사용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어. 그래도 좋은 거지?”
“……아아.”
“전에는 어쨌든 너한테 졌다는 사실이 믿겨지지가 않아서, 다음에는 꼭 네가 참패하게끔 만들어주겠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지금은 달라. 그저 너랑 싸우고 싶어. 이기고 지는 건 아무래도 좋아. 너랑 온 힘을 다해서 싸우고 싶어.”
“내게 있어 라임은……. 유일하게, 살아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것이었어.”
“그러니까, 아오바. 그곳에서 나와 싸워라. 온 힘을 다해서.”
“……아아.”
“아오바, 지시를.”
“……간다!”
“렌, ‘자(慈)’ 세팅이다!”
“알았다.”
“……그래. 적당히 봐주지 말고 덤비라고.”
“‘실’이다.”
“‘실’ 세팅.”
“라져-!”
“렌! 방어!”
“알았다.”
“……렌, ‘예(譽)’다.”
“알았다.”
“방어.”
“라져-!”
“카운터 발동!”
“……윽.”
“카운터…….”
“보통은 옵션을 내장하잖아. 네 올메이트는 맨몸밖에 없는 상태지만.”
“두 턴 소비하고 ‘붕’에 추가효과, ‘괴’.”
“‘붕’, ‘괴’, 세팅.”
“라져-!”
“렌!”
“……윽!”
“적의 본체 방어벽, 91% 손상!”
“렌의 방어가 무너졌어. 다음은 본체……, 너에게 직접 공격이 가해지게 돼.”
“……윽.”
“전에는 놀이였지만, 오늘은 그렇게는 안 해.”
“전력을 다해 널 쓰러트릴 거야.”
“그게 싫으면 사용하라고. ……그 힘.”
“!”
“……싫어.”
“절대로 안 쓸 거니까 말야.”
“렌! ‘예’다!”
“알았다.”
“다음, ‘어(御)’!”
“알았다.”
“방어.”
“이쪽의 본체 방어벽, 34% 손상!”
“……이쪽의 턴이다.”
“이걸로 끝내주지.”
“……윽.”
“두 턴 소비. 한 번 더, ‘붕’, 그리고 ‘괴’다.”
“‘붕’, ‘괴’, 세팅!”
“라져-!”
“아오바……!”
“큭, ……으악, ……윽!!”
“적의 본체, 68% 손상!”
“젠장…….”
“잘도 버텼네. 하지만 올메이트의 방어가 없는 상태에서의 공격은 본체의 체력도 소모해버리지.”
“렌에게 강한 공격을 명령하면 반 정도의 데미지가 되돌아와. 지금 네 체력으로는 버틸 수 없어.”
“여기서 약한 공격을 한다고 해도, 다음 턴에서 내가 공격을 하니까 끝이 나지.”
“어느 쪽이 됐든 끝이로군.”
“……그게 아니잖아, 바보.”
“……진 걸 인정하기 싫은 건가?”
“방금 너, 이걸로 끝낼 거라고 했잖아. 그런데 나는 쓰러지지 않았어.”
“내가 버틴 게 아니라, 네가 무의식적으로 힘을 조절한 거야.”
“!”
“……너, 아픔을 알아버렸으니까 말야.”
“……윽.”
“하지만 난 적당히 안 해.”
“현실의 아픔에 비하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니까 말야……!”
“다음이 마지막이다.”
“이쪽의 체력을 모두 공격에 투입하고, 방어는 버린다.”
“네가 계속해서 방어를 한다면, 네 말대로 나의 패배야.”
“……간다. 렌.”
“………….”
“……알았다.”
“……!”
“……방어!”
“손실된 기체 수, 4기, 5기, 6기……, 7기!”
“이쪽의 본체 방어벽, 56%, 68%, ……데미지 계속 중!”
“……큭.”
“윽, 크윽, 으윽……!”
“아오바, 위험하다!”
“…………윽.”
“……어이, 아프잖아, 그만해!”
“……그만두지 않아. ……절대로, 그만두지 않을 거니까……!”
“……!”
“…………, ……젠장!”
“……네가 아파하는 걸 보고 기뻐할 정도로, 나는 사디스트가 아니라고!”
“방어 해제!? 진짜로!?”
……라임에서의 결전이 끝난 후, 노이즈는 내 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3개월이 더 흐른 후.
나는 오늘도 여느 때처럼 ‘평범’의 카운터에 앉아있었다.
부지런히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있는 범인군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는다.
그렇게 많은 일이 있었는데도, 지금은 모든 게 꿈이었던 것처럼 이전과 변함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평범한 일상을 누린다는 건 굉장히 행복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내 안에서 딱 하나 결여되어있는 것이 있다.
노이즈다.
라임에서 결전을 치른 이후, 노이즈의 행방은 지금까지도 묘연하다.
메일이나 전화로도 전혀 연락이 되지 않는 채로, 어느 사이엔가 꽤 긴 시일이 흐르고 말았다.
처음에는 나도 필사적으로 찾아다녔지만, 점차로 그렇게 찾지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 녀석과의 라임 승부는…….
내가 이겼다. 스크랩의 힘을 사용하지 않고서.
현실의 아픔을 알게 된 그 녀석은, 라임에서 이전처럼 거침없이 싸울 수 없게 변해버린 상태였다.
충분히 강한 그 녀석이, 날 이길 수 없었던 것은 확실히 그 탓이다.
아마도, 노이즈 자신도 그렇게 될 것을 어렴풋이 감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런데도, 그 녀석은 나에게 승부를 걸어왔다.
나에게 진 것을 분하기 여기는 집념에서 재결전을 열망했던 때와는 다르다.
서로 똑같이 아픔을 아는 인간으로서, 같은 위치에 서서 싸우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나도 질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져서는 안 된다고.
아픔을 알게 된 상태에서 라임을 해서 ‘이길 수 없었다’는 사실이, 그 녀석에게는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게임 종료 후, 노이즈는 평소의 그 웃음으로 나의 승리를 축하해주었다.
그리고……, 연락이 되지 않게 되었다.
혹시 내가 이겨서 노이즈의 프라이드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만 것이 아닐까?
내가 이기지 않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당황하거나 후회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곧바로 생각을 고쳤다.
노이즈는……, 그 녀석은 그런 녀석이 아니다.
그 녀석이 어디로 간 건지는 모르지만, 노이즈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니 그런 것이겠지.
그러니까, 틀림없이 어딘가에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오바.’
내 발치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있던 렌이 나를 올려다본다.
“응~?”
‘감정이 불안정하게 동요하고 있어. 최근 들어서, 줄곧 똑같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괜찮은 거야?’
“괜-찮아 괜찮아. 시간문제라고.”
그래. 시간이 지나면…….
“아오바 군.”
“아, 네.”
뒷마당에서 하가 씨의 목소리가 들려서, 나는 등줄기를 펴고 돌아보았다.
하가 씨가 커다란 흰 상자를 들고 와서, 카운터 위에 탁 올려놓았다.
“이 안의 내용물을 확인해줄 수 있나요?”
“네.”
의자에서 일어나 상자의 내용물을 확인하려고 하다가, 하가 씨가 생글생글 웃으며 나를 보고 있는 것을 눈치 챘다.
“? 무슨 일 있으세요?”
“아뇨, 죄송합니다.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이렇게 다시 아오바 군과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로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제와 똑같은 날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최근 부쩍 실감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그렇네요.”
“예에…….”
나와 하가 씨가 어쩐지 숙연해진 때였다.
“도오오올겨어어어억~~~~~~!!!”
“돌격-----!”
“요즘 시대에 돌격이라니 촌스럽다고!!!”
장난기가 가득한 커다란 소리와 함께, 세 개의 폭풍이 가게 안으로 후닥닥 쏟아져 들어왔다.
“아아, 너희들. 어서 와…….”
“앗, 적군의 병사 발견!”
“발견!”
“즉시 공격을 개시한다!”
“개시~~~~!”
“잠깐! 발 좀 밟지 마!”
악동 형제들이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있던 범인군을 발견하고, 즉시 추격전을 개시했다.
내 발치에 있던 렌이 곧바로 수하물의 그림자로 숨는다.
“거기 서라-! 도망치지 마라-!!”
“거기 서라-!”
“아아……, 너희들……, 그렇게 막 뛰어다니지 말라고 항상…….”
“시끄러워 대머리!”
“대, ……대? 바보! 형아!”
“………….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
키오가 기세등등함을 주체하지 못하고 금지어구를 입 밖에 낸 탓에, 하가 씨의 등 뒤로 검은 아우라가 피어오른다.
이 꼬마들은 매번 질리지도 않나보네…….
“뭡니까……? 한 번 더 말씀해주시죠? 자아 어서요? 대……?”
“와, 와앗!”
“도망쳐라-!”
“정말 남자들은 바보네!”
그때, 소란스러운 공기를 가르는 듯이 도어벨 소리가 울렸다.
“도망쳐라, ……우욱!”
곧장 현관문을 향해서 달려 나간 키오가, 안으로 들어오던 손님과 부딪친다.
“잠깐 키오!”
“손님이다-!”
“아아, 죄송합니다……!”
손님의 등장에 하가 씨가 놀라서 허둥거리는 바람에, 검은 아우라가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죄송합니다!”
“괜찮아.”
가게 안으로 들어온 인물을 보고…….
나는 숨이 멎어버릴 정도로 놀랐다.
“………….”
“……여어.”
“자네는…….”
“오오~?”
“오오~?”
“앗, 그때 그 변태!”
“………….”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면 그걸로 됐다.
외로움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나로 하여금 그런 마음을 먹게끔 했던 녀석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
그 사실만으로도 대사건인데, 무엇보다 날 놀라게 한 것은 녀석의 차림새였다.
……뉘신지?
라고 물어보고 싶어질 정도로, 그 노이즈가 수트를 딱 갖춰 입고 있었다.
헤어스타일도 차분하게 정돈되었고, 얼굴과 손에 달고 있던 피어스도 없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
노이즈는 미소를 지으며, 넋이 나간 채로 우두커니 서 있는 내 쪽으로 걸어왔다.
“너, 여전히 여기에 있었네.”
“………….”
“그리고, 여전히 참담한 얼굴.”
“……너, 너야말로. ……뭐야, 수트 같은 거 입고…….”
“어울려?”
“어울려, 는 무슨 이 바보가…….”
“계속 연락도 안 되고……, 연락해도 답이 없고……. 그러더니, 갑자기 가게로 오고…….”
머릿속이 패닉 상태라,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노이즈의 얼굴을 눈으로 보자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윽.”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눈앞에 있는 노이즈를 노려보았다.
“너 말야……, 지금까지 어디서 뭐하고 있었던 거야! 나는 메일이다 전화다 불이 나도록 해댔는데 답변은 일절 없고!”
“그랬던 주제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갑자기 가게로 찾아와서, 그것도 수트 같은 거 입고는 어울려? 라니 말야, 농담도 정도껏…….”
“걱정했어?”
“걱정!? 이것 봐, 걱정하는 게 당연하잖아! 걱정했다고!!”
“외로웠어?”
“하!? 외로, 웠어?”
“그래. 보고 싶다는 생각 같은 거 했어?”
“……윽, ……너, 말야~~~~.”
“진정하라니까. 너무 열 내지 말라고.”
노이즈는 혼란에 빠진 나의 목덜미를 붙잡고, 휙 끌어당겼다.
그리고…….
“!!”
“……!! 아, 아오바 군……!?”
“와아~~~~~.”
“키스다아~~~!”
“……윽, 너란 녀석은 진짜……, 무슨 짓이야!”
얼굴이 급속도로 빨개지는 것을 느끼며, 키스당한 입술을 감추듯이 손등으로 덮는다.
하필이면 가게 안에서, 그것도…….
하가 씨한테 이걸 보였다……. 악동 형제들한테도……!
“너……, 요만큼도 변한 구석이 없어!!”
“그래? 나로서는 이래저래 결착을 짓고 온 셈인데.”
“결착?”
“그래. 것보다 나 오늘, 널 마중하러 온 거니까.”
“헤? 마중?”
노이즈가 한쪽 손으로 가볍게 넥타이의 매듭을 조이는 시늉을 한다.
“그것 때문에 나, 집으로 돌아갔어.”
“집? 어디에 있는데.”
“독일.”
“독일……!?”
또 뭔가 엄청난 곳이 나왔다…….
“집 나온 이후론 계속 돌아가지 않았으니까, 나. 부모님은 어쨌든 남동생은 계속 날 찾아서, 내 얼굴 보고는 울었어.”
“내가 없는 사이에 남동생이 아버지 회사의 후계자로서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보좌라도 좋으니까 같이 하게 해 달랬더니 엄청 기뻐하던데.”
“그 다음엔 부모님한테도 일단, 사과하고……. 좋은 얼굴로 날 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뭐, 그 부분은 내가 이제부터 만회해가면 되고.”
“이래저래 그런 일들을 하고 조정하는 사이에, 조금 늦어졌다는 느낌이랄까.”
“………….”
노이즈의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그저 아연실색할 수밖에는 없었다.
정말로……, 이 녀석은 이 녀석 나름대로 결착을 내고 온 것이다.
줄곧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생각은 했었지만, 설마 그랬을 줄은…….
“……너, 역시 굉장하네.”
“할 때는 제대로 행동으로 보여줘야지, 말로만 그러면 멋없잖아.”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올 거지? ……이게 아니지.”
“와, 줄 거지?”
“………….”
바로 대답을 할 수가 없어서, 나는 노이즈를 바라본 채로 침묵했다.
노이즈와 이런 식으로 재회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데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래도,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자면……, 기뻤다.
심지어 제대로 나름의 결착을 내고서 와준 것이다.
나를 마중하러 오기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까지…….
하지만……, 나에게는 이곳에서의 일상이 있다. 할머니도 있다.
그렇기에, 그렇게 간단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대답을 하면…….
“……아오바 군. 언제든 돌아오면 되지 않습니까.”
“!”
예상치 못했던 말에, 깜짝 놀라 하가 씨를 본다.
“주저하고 있는 거죠? 타에 씨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는 거겠죠.”
“………….”
“하지만 괜찮습니다. 전혀 만나지 못할 거리도 아니고, 인터넷이나 전화로 서로의 영상을 볼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희들도 있으니까요. 타에 씨에게는 제대로 말씀을 드리면 괜찮을 겁니다.”
“하가 씨…….”
“어떤 사정인지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아오바 군이 그렇게 망설이는 것은, 그 청년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이기에 그런 것이겠죠?”
“그렇다면,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져보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오바 군이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한다면, 타에 씨는 그걸 기쁘게 받아들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 네.”
“너, 남자잖아!”
키오가 노이즈를 향해 검지를 들이댔다. 노이즈가 가볍게 눈썹을 들어올렸다.
“여자로 보여?”
“안 보여! 너, 남잔데 남자인 아오바가 좋은 거냐고!”
“그런데.”
“변태냐!”
“변태냐-!”
“뭐가 문제지? 그리고 나, 남자가 아니라 아오바가 좋은 건데.”
“………….”
애들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음…….”
키오는 입을 다물고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시금 노이즈에게 검지를 들이댔다.
“알았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대신에, 제대로 챙겨주라고! 아오바는 바보니까!”
“그래! 바보니까!”
“너희들……! 바보 바보 잘도 지껄였겠다……! 어라? 근데 미오는?”
“좀 전에 그 청년이 들어왔을 때, 얼굴이 새빨개져서 허둥지둥 밖으로 나갔어요.”
밖으로 나갔다?
혹시…….
전에 노이즈가 미오의 손에 뽀뽀를 쪽 했었는데, 그 일이 예상외의 쇼크여서 마음의 상처로 남기라도 한 건가…….
아무리 작고 나이가 어려도 여자는 여자니까. 갑자기 자기보다 몸집이 큰 남자한테 그런 짓을 당하면…….
“어라?”
“미오!”
문이 열리고, 미오가 엄청난 기세로 달려서 가게 안으로 돌아왔다.
“거기 너! 이거!”
귀까지 빨개진 미오가 노이즈 앞에 멈춰 서고는, 찌릿 하고 노려보고 무언가를 불쑥 내민다.
그 손에 들려있는 것은 꼬깃꼬깃한 봉투다.
“편지?”
“바보 아냐? 제대로 보라고!”
노이즈가 봉투를 받아들자, 미오는 팔짱을 끼고 다른 데로 고개를 홱 돌렸다.
뭐지? 결투신청인가?
슬쩍 목을 빼고 노이즈의 손을 들여다본다.
………….
이건…….
옅은 핑크색 봉투의 겉면에 빨간색 크레파스로 ‘러브레터’라고 쓰여 있다.
“………….”
“………….”
“이야이야, 이건.”
……틀렸다. 입이 저절로 히죽히죽 웃고 만다.
“제법이네~, 인기남~.”
“뭐랄까…….”
과연 그 노이즈도 조금 난처해진 것 같다. 그게 또 신선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노이즈는 세심한 손놀림으로 편지를 겉옷의 주머니 안에 넣고 미오를 보았다.
상반신을 굽혀, 미오와 눈높이를 맞춘다.
“어이.”
“뭐야.”
“고마워,”
노이즈가 미오의 머리를 톡톡 쓰다듬는다.
“차, 착각하지 마! 안 읽어도 딱히 상관없으니까!”
“어이 너!”
미오의 오빠들이 허둥지둥 뛰쳐나와서, 양팔을 벌리고 미오의 앞을 막아선다.
“아오바는 몰라도 우리 여동생은 안 넘겨 줘!”
“안 넘겨 줘!”
“승부다!”
“그래!”
“바보 아냐, 너희들!”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을 마치자마자 노이즈는 내 쪽을 돌아보고, 카운터를 훌쩍 타고 넘어 들어왔다.
뭐지? 이번엔 뭘…….
“나한테는 이 녀석이 있으니까.”
“!? 우와앗!”
뭘 하는 건가 싶었더니, 노이즈는 갑자기 나를 안아 올렸다.
“과연 젊은 사람은 체력이 좋네요.”
‘아오바…….’
“윽, 너 말야! 내려놔 이 바보! 무슨 짓이야 이 얼간이가!”
“날뛰지 마. 떨어져.”
“잠깐……!”
“미안. 그치만 너, 좋은 여자가 될 거야.”
“……흥! 네가 말 안 해도 알고 있어! 너보다 좋은 남자도 금방 찾게 될 거니까!”
‘아오바. 심박 수가 급상승하고 있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그런 거 일일이 보고 안 해도 된다고!!”
……이제는 정말,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아직 그 힘…….
스크랩의 힘을 지닌 그 녀석이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고. 어쩌면 이후에 또 고개를 내미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되더라도 괜찮을 듯한 예감이 든다.
나에게는 할머니를 비롯한 구 주민구의 사람들이 있고, 노이즈도 있다.
노이즈는 그렇게 말해주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내겠다고.
그 한 마디 말만 믿고 매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로서는 마음이 든든하다.
그러니까…….
조금 더 즐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느 때와 변함이 없는, 이 평온한 일상을.
노이즈쨔응...ㅠㅠ
※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
이제 편해지고 싶어?
네 ◀
네
이제 포기하고 싶어?
네 ◀
네
이제 쉬고 싶어?
네 ◀
네
이제 잠들고 싶어?
네 ◀
네
이제 눈뜨지 않아도 괜찮아?
네 ◀
네
이제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네 ◀
네
이제 그만둬도 괜찮아?
네
아니오 ◀
그만두면 안 돼?
네 ◀
아니오
무슨 일이 있어도?
네 ◀
아니오
절대로?
네 ◀
아니오
어째서?
그래서는 안 되니까
나쁜 일이니까 ◀
어째서 나빠?
틀렸으니까 ◀
시시하니까
무엇을 원해?
진짜 세계 ◀
어쨌든 편한 세계
내가 원하는 세계 는…
내가 원하는 세계
내가 정말 로 원하는 세계
“……내가, 정말로, 원하는, 세계는…….”
“…………후.”
“………….”
숨이 막힐 듯한, 피 냄새.
가로누운 몸이 움직이자, 보이지 않는 바닥을 적시는 붉은 샘이 젖은 소리를 냈다.
여기가 어딘지는,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마도, 아직 노이즈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겠지.
노이즈가 쇠사슬에 묶인 채로 웅크리고 있었던, 그 아무것도 없는 좁은 방에…….
지금은, 나도 함께 있다.
“……아오바.”
나에게 매달린 채로 있는 노이즈가 그 팔에 힘을 실어, 내 가슴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댄다.
“아, ……아앗, ……아, ……파.”
노이즈의 몸이 닿자……, 그 부분에 격렬한 통증이 스친다.
피부가 찢어지고, 순식간에 선혈이 흘러나온다.
상처는 아물지 않고, 계속해서 피를 흘리며 아픔을 호소한다.
그렇게 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내가 노이즈를 만져도, 똑같다.
노이즈는 지금까지 아픔을 느껴본 적이 없으니까, 남들보다 몇 배는 더 강하게 아픔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에 가능한 한 몸이 닿지 않게끔 했지만…….
노이즈는 오히려 내 손을 붙잡고, 자신의 몸으로 밀어붙여 상처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아픔을 참으며 웃고는 이렇게 말했다.
“……아파.”
“아프네……. 하지만, 이게, 아픔. 내가 몰랐던 감각…….”
……아니다.
이런 건 아픔이 아니다.
확실히 생생하기는 하지만, 결국은 가짜다.
여기는 너의 세계니까……. 네가 원하는 것이 그대로 반영돼.
현실이 아냐.
그 사실을 전하고 싶어도, 전할 수 없다.
나도……, 이 세계에 사로잡히고 말았으니까.
이제, 도망칠 수 없다.
“아파……, 아파. 아프다고, ……아오바. ……하하.”
“으응, ……윽.”
노이즈가 기쁜 듯이 속삭이고, 나에게 입을 맞춘다.
입술이 찢어져, 피가 흐른다. 감겨드는 혀도 찢어져, 피가 흐른다.
서로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로 이루어진 웅덩이 속, 우리들은 서로 상처를 입히며 서로 끌어안는다.
그때마다 스치는 아픔을 마땅히 받아야 할 벌처럼, 또는 살아있다는 증거처럼 받아들이며.
처음엔 제대로 노이즈를 받아들였던 나의 몸 안쪽도, 지금은 갈기갈기 찢어져 너덜너덜해지고 말았다.
이제 누구도 움직일 수 없게 되어서…….
그저 계속해서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
“후후, 후후후, 하하하, 하하…….”
노이즈가 웃고서, 찢어진 혀로 나의 피를 핥아 올린다.
“……윽, ……, 노이즈…….”
“줄곧 혼자였지만……, 앞으로 계속 함께야. 네가, 함께 있어주니까.”
“그러니까 이제, 이 대로면 충분해. 아픔과 네가 있으면, 이 대로면…….”
“나는, 행복해.”
“후후후후, 후후…….”
“………….”
이번 편의 마지막 부분은 버그가 아니라 연출이니 안심하시길...! 엔딩 부분에 선택지까지 포함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
타워를 빙 우회해서, 뒷문으로 향한다.
뒷문에는 두 명의 경비원이 서있었다.
우선 잠시 눈치를 살피……려고 했더니, 노이즈가 갑자기 뛰쳐나갔다.
“노이즈……!”
“우욱!”
“으악!”
노이즈가 경비원들의 얼굴에 차례로 주먹을 날려, 눈 깜짝할 사이에 기절시키고 말았다.
“빨리 와.”
“너 말야……!”
갑자기 뛰쳐나가다니 너무 위험하잖아……!
가슴이 조마조마해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노이즈와 함께 뒷문 앞에 섰다.
“………….”
말없이 문을 바라보던 노이즈가 인증 모니터에 코일을 댔다.
등록되어있지 않으면 에러가 뜰 것이다.
……그런데.
도어록의 램프가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고, 문이 스르륵 열렸다.
“열렸네……. 어째서?”
“방금 그 메일에 쓰여 있었잖아. 문은 전부 열려있다고.”
“그럼, 역시.”
“함정이겠지.”
한기와 비슷한 긴장감이 스치고, 으슬으슬 소름이 돋는다.
그렇지만……, 가는 수밖엔 없다.
“가자.”
우리들은 시선을 주고받은 후, 타워 안으로 들어갔다.
타워 안은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얗고 무기질적이었다.
반질반질하게 닦인 거울 같은 바닥과 벽이 우리들의 모습을 차갑게 반사한다.
타워 안에는 일반인에게 개방된 에리어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뒷문으로 들어온 탓인지 손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이.”
신중하게 복도 위를 걸어가다 보니, 맞은편에서 경비원이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곧바로 복도 옆쪽의 코너 안으로 들어가, 숨을 죽인다.
“………….”
경비원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서 조용히 복도로 돌아가, 주변을 확인한다.
경비원이 왔던 쪽의 막다른 곳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이 보였다.
“저걸 타자.”
“알았어.”
만약을 위해 경비원이 완전히 멀어진 것을 재차 확인하고, 우리들은 단숨에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렸다.
이미 1층에 내려와 있었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 노이즈가 가장 높은 층의 버튼을 누른다.
미약한 진동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약간 마음이 놓여 숨을 내쉰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긴장을 풀 수는 없다.
코일 소리가 나서 시선을 돌리니, 노이즈가 지도를 보고 있었다.
이 녀석이 하는 일이다. 뭔가 생각이 있는 거겠지…….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속도를 늦추고, 소리도 없이 멈췄다.
문이 열리고 나타난 것은, 1층과는 약간 분위기가 다른 공간이었다.
온통 흰색인 점은 똑같았지만, 좀 더 살풍경하고 복도의 폭도 좁다.
“여기서 좀 할 일이 있어.”
지도를 닫은 노이즈가 복도를 걷기 시작한다.
노이즈는 무언가를 찾는 듯이 발치를 둘러보면서 걸어가더니, 중간에 뚝 멈춰 섰다.
“여기다.”
노이즈가 턱으로 벽을 가리킨다.
벽에는 네트워크 케이블의 콘센트가 달려있다. 노이즈는 그 앞에 몸을 수그리고, 코일에서 코드를 뽑아내 콘센트에 연결한다.
“뭐 하는 거야?”
“이 층의 네트워크에 약간 손을 댈 거야.”
“손을 대?”
“여기서부터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어있어. 경비도 삼엄해지지. 그러니까 여기서 가짜 신호를 흘려보내서, 층 전체를 마비시킨다.”
“우리들이 아무리 날뛰어대도, 바깥에서는 이 층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끔 하는 거지.”
“일시적인 거니까 시간을 좀 버는 정도밖엔 안 되겠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해두는 편이 낫잖아.”
노이즈가 코일의 디스플레이와 키보드를 띄우고, 조작을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문자가 흘러가는 디스플레이를 바라보며, 키보드를 두들기는 데에 몰두한다.
노이즈의 손놀림은 신의 경지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꽤나 시간이 걸릴 듯하다.
적의 진영 안에서 똑같은 장소에 오랜 시간 머무는 것은 꽤나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안절부절못하며, 노이즈의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아직이야?”
“조금만 더.”
노이즈가 손을 멈추지 않고 대답한다.
진정되지 않는 마음으로 복도 쪽으로 돌리고 있으니, 안쪽에서 크기가 작은 무언가의 형체가 나타났다.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다. 저건……, 개?
늘씬한 체구에 검고 짧은 털을 지닌 개가 경쾌한 발걸음으로 이쪽을 향해 다가온다.
뭐지? 저 개. 누군가의 올메이트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뭔가 이상하다.
“어이, 노이즈.”
“곧 끝나.”
“아니…….”
집중하고 있는 중이고, 지금은 말을 걸지 않는 편이 좋을까…….
렌에게 물어보자는 생각에, 가방을 연다.
“렌, 저 녀석 뭐야? 왜 이런 데에 개가.”
‘……아오바, 도망쳐. 저 기종은.’
“기종?”
검은 개는 우리들 앞까지 와서 멈춰 서고…….
……다음 순간, 그 입이 옆으로 크게 쭉 갈라졌다.
시뻘건 살덩이 안에서 길고 가느다란 총신이 튀어나온다.
“!”
‘저건 방범용 장비를 갖춘 특수한 올메이트다.’
“방범용!? 노이즈, 도망쳐!”
노이즈가 얼굴을 들고, 곧바로 그 자리를 피하려 한다.
하지만, 그보다도 먼저 검은 개의 총신에서 붉은 광선이 발사되었다.
“위험해……!”
“……윽!”
“아파……!”
곧바로 몸을 날려서, 태클로 노이즈를 들이 밀친다.
뭐지? 지금 그건. 빔 같은 게…….
얼굴을 들어보니, 빔에 맞은 벽이 시커멓게 타들어가 있었다.
저게 직격했을 걸 생각하면…….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
“위기일발, ……아야!”
몸을 일으키려하자, 옆구리에 감각이 마비되는 듯한 통증이 스쳤다.
T셔츠가 찢어지고 피부에 검붉은 화상이 나있다.
아마, 노이즈를 밀쳤을 때 빔이 스친 거겠지.
“너 그거…….”
“아니 나 말고 저쪽!”
내 부상에 눈썹을 찡그리는 노이즈에게, 필사적으로 검은 개 쪽을 가리킨다.
입을 쩍 벌린 검은 개가 총신을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두 번째 빔이 날아올 것 같다.
“큭!”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노이즈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
“노이즈!”
노이즈는 달리면서 허리에 차고 있던 큐브를 빼내, 그것을 개의 입 안으로 밀어 넣는 듯이 내던졌다.
뭘 하는 거야……!?
그 순간, 검은 개의 입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검은 개가 앞발을 허우적거리며 쓰러진다.
지금 그거…….
큐브로 총구를 막아서 폭발시킨 건가?
일 초라도 타이밍이 어긋났으면 큰일 날 뻔 했달까…….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로 무섭다고, 어이…….
전과 다름없이 너무 무모하다.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복도 안쪽에서 또 똑같은 타입의 개들이 나타났다.
그것도, 이번에는 한두 마리가 아니다……!
“칫, 또 있는 건가. 어이, 달릴 수 있겠어?”
“아아.”
“어디에 숨어서 저것들이 지나가길 기다리자.”
욱신거리는 옆구리를 손으로 감싸고, 나는 노이즈와 함께 복도 위를 달렸다.
도중에 상반부가 유리로 되어있는 문이 있어서, 그 안을 들여다본다.
아무래도 비품을 놓아두는 방인 것 같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들은 방으로 들어가, 질서정연하게 늘어서있는 선반 사이에 몸을 웅크리고 숨었다.
가쁜 숨을 필사적으로 눌러죽이고, 바깥의 소리와 기척을 살핀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공기 속, 그 검은 개 올메이트들로 추정되는 발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발소리가 방 앞까지 도달하고, 멈춘다.
“………….”
그러나, 잠시 후 발소리는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다행이다. 갔다.
“……하아.”
나는 가슴 속에 꽉 차올라있었던 무거운 숨을 내뱉었다.
“위험했네.”
“………….”
노이즈를 보니,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공중의 한 점을 노려보고 있다.
“노이즈?”
“……알 수가 없어.”
혼잣말처럼 불쑥 말을 내뱉고, 노이즈가 나를 본다.
그 눈빛에 잔뜩 날이 서있어서, 약간 기가 죽는다.
[ 화가 난 것처럼 보인다 ]
[ 불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 → 선택
이 녀석이 불만을 품고 있을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렴풋이 감지하게 되었다.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너 말야…….”
“앗, ……아파!”
갑자기 노이즈가 내 쪽으로 손을 뻗어서, 화상을 입은 쪽의 옆구리를 만졌다.
허둥지둥 몸을 뒤로 뺐지만, 그럼에도 손이 닿은 탓에 따끔따끔 아파온다.
“갑자기 무슨 짓이야!”
작은 소리로 항의하자, 노이즈가 마치 날 바보 취급하는 듯한 얼굴을 했다.
“아프잖아. 날 감싼 탓이야.”
“하지만 난 감싸달라고 부탁한 적 없어.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이해불능인데.”
“또 그 이야기냐……. 너 말야, 그런 걸 정통으로 맞았으면 죽었을 거 아니냐고. 감싸준 게 뭐가 나빠.”
“그건 너한테도 마찬가지잖아. 일 초라도 타이밍이 어긋났으면 직격으로 뻥 뚫려서 죽었어.”
“……뭐, 그건 그렇지만.”
“그런데 그걸 알고도 내 앞에 뛰어들다니, 역시 이유를 모르겠어. 죽고 싶었어?”
“하아? 뭐야 그 말투. 딱히 네가 나한테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 같은 건 전혀 안 하지만, 솔직히 그건 아니잖아. 너야말로 죽어도 상관없었다는 거야?”
“그래.”
“……윽.”
……순간적으로 열이 머리끝까지 오르고, 정신이 들고 보니 내가 노이즈의 얼굴로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
번쩍 정신이 들어서, 자신의 주먹과 노이즈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본다.
노이즈의 뺨이 빨개지고, 입가에는 희미하게 피가 배어있었다.
아뿔싸, 일냈다.
“……헤에.”
입술의 찢어진 부분을 가볍게 핥고, 노이즈가 희미하게 웃음을 띤다.
“……제법인데.”
“윽!”
받은 걸 그대로 되돌려주듯이 노이즈도 나에게 주먹을 날려서, 뺨에 뜨거운 충격이 스친다.
“아파……. ……너 말야!”
“……큭!”
“아야! 이 자식!”
“……짜증난다고!”
“아파……!”
내가 때리고, 노이즈가 때리고, 또 내가 때리고.
몇 번 그렇게 서로 주먹을 주고받는 사이에, 나는 바닥으로 넘어졌다.
노이즈가 내 몸 위로 올라타고, 그 무릎이 옆구리의 화상에 닿는다.
“아파, 옆구리, 진짜로 아프다고!”
“………….”
알고서 일부러 그러는 건지, 노이즈가 무릎을 더 바싹 댄다.
“아야야, 아파, ……윽, 비켜, 아프다잖아!”
“윽.”
극심한 통증과 치밀어 오르는 화에, 나는 그만 노이즈의 배를 있는 힘껏 발로 차고 말았다.
“아차, 미안……!”
순간 당황해서 얼굴을 살펴보자, 노이즈는 태연하게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금까지도 서로 신나게 주먹을 주고받은 데다 뺨도 부어올라있는데, 전혀 아파보이지 않는다.
“……지금, 안 아팠어?”
“………….”
노이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표정에도 변화가 없다.
이 녀석……. 확실히 전에도 이랬다.
커피에 손을 뎄을 때도 전혀 아파하지 않았다.
오기로 안 아픈 척 하거나 아니면 통증을 잘 참는 편인가 싶었지만, 이 정도까지 되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지금, 내 주먹을 맞받아 나를 쳤을 때도 감정적인 반응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이 녀석이 잘도 날 쳤겠다’라는 흥분이 있거나 하지만…….
노이즈에게는 그게 없다. 망설임도 없다. 어딘지 기계적인 느낌이 든다.
“……너, 안 아픈 거야?”
“…………, 안 아파.”
노이즈가 얼음처럼 차가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본다.
그 목소리는 지금껏 들어왔던 노이즈의 목소리들 가운데 가장 건조하고, 무기질적인 것이었다.
“주먹으로 맞든 발로 차이든 칼에 찔리든, 무슨 짓을 당해도 안 아파.”
“아픔을 못 느낀다고.”
“아픔을, 못 느껴?”
“몸의 감각이 둔하다고, 혀 빼고 다. 뭔가가 살에 닿은 게 어렴풋이 느껴질 정도랄까, 엄청나게 두꺼운 고무를 사이에 두고서 감촉이 전해지는 느낌이야.”
“그러니까 말했잖아. 치료 같은 거 필요없다고.”
“………….”
“상처 같은 거 적당히 내버려두면 얼마 안 있어 저절로 나아. 지금까지도 줄곧 그렇게 해왔고.”
“근데 넌 달라. 넌 아픔을 느끼잖아? 그런데 날 감싸고는 상처를 입다니, 내 입장에선 정말 영문을 알 수 없으니까.”
“일부러 리스크를 감수하다니 의문…….”
“진짜로 영문을 알 수 없는 건 누구 쪽이냐고, 이 바보야.”
나는 노이즈의 뺨을 가볍게 치고, 말을 가로막았다.
처음엔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바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을 정도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태연하게 하는 노이즈를 보고 있는 사이에, 어쩐지…….
점점 마음이 아파졌다.
노이즈는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 진정한 아픔을 모른다.
그건……, 몹시도 슬픈 일이지 않은가.
이 녀석은 아픔과 동시에 참으로 많은 것들을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싶고…….
상처 입히는 아픔과, 상처 입는 아픔.
타인과 직접 관계를 맺으며 그런 일들을 실제로 체험하고, 그 안에서 반성을 하거나 더 잘 해나갈 방법을 찾아나간다. 그렇게 한 인간의 성장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아마도 이 녀석에게는 그런 일이 없었겠지.
자신이 아픔을 느끼지 못하니,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내 행동도 이해하지 못했던 거다.
순수하게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을 기울임으로 인해 일어나는 행동. 거기에 손익계산 같은 건 없다.
하지만, 이 녀석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거기다 같이 자는 게 목적이라느니……. 그런 마음이 싸해지는 말만 입 밖에 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노이즈가 몹시도 어리게 보였다.
“너 말야, 너무 바보 같은 소리 좀 하지 마. 아픔이 없다고 해도 피는 흘러나오고, 치명상을 입으면 죽어.”
“안 아프니까 치료는 필요 없다니, 그런 억지가 어디 있어.”
“………….”
“나는 확실히 널 감싸고 다쳤고, 또 아팠어. 하지만 그걸로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야말로 내가 입은 상처 따위는 신경이 안 쓰일 정도로.”
“그건 내가 죽으면 자기 탓이 되니까 그런 거겠지. 뒷일도 귀찮아지고.”
“아냐. 왜 그렇게 뒤틀린 쪽으로밖엔 생각이 안 가는 거야. 내 탓이 안 되더라도 널 살렸을 거라고.”
“그럼 나랑 자고 싶어선가.”
“그렇게 말하는 것 좀 그만해. 아니니까. 왜 널 도와줬냐고 한다면……. 널 납득시킬만한 말이 잘 안 떠오르긴 한데.”
“어쨌든 도와주고 싶었어. 그래서 치료도 하고, 감싼 거고.”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인간이라는 건 원래 그렇게 알 수 없는 것투성이잖아. 넌 안 아프니까 괜찮을지 몰라도, 내가 싫어. 그래서 멋대로 이런저런 걸 하는 거야.”
“바보야?”
“너한테 바보 소리 듣고 싶지 않네요.”
“보상이 없으니까 손해를 볼 뿐인데.”
“상관없어. 난 손해라고 생각 안 하니까. 결국, 어떤 의미에서는 나도 제멋대로인 거야. 내가 하고 싶은 걸 너한테 강요하니까.”
“그만두라고 하면?”
“안 그만둬. 너, 내가 상관하는 게 싫지? 하지만 난 그런 거 관계없어. 내가 하고 싶으니까 할 뿐이고.”
“그게 짜증난다면 조금이라도 내가 하는 말을 들어. 그럼 나도 생각할 거야. 그러니까 너도, 더 나를 생각해.”
“………….”
노이즈가 갑자기 입을 다물어서, 약간 초조해진다.
뭔가 이상한 말을 해버린 걸까…….
“……너 말야, 지금 꽤 이상한 말 했다는 자각은 있어?”
“에?”
“바로 내 면전에 대고 자기를 생각하라느니 말야. 그런 걸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당당하게 말하는 녀석은 처음 봤어.”
“………….”
노이즈에게 지적을 받고, 나는 스스로가 생각보다 훨씬 열성적으로 노이즈를 상대로 말을 내뱉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황해서 얼굴을 돌린다.
“얼굴 빨간데.”
“시끄러워.”
“……하지만, 뭐 방금도 말했지만, 이렇게까지 나한테 개입하는 녀석은 네가 처음이야.”
“지금까지는 미움을 사서 따돌림을 받거나, 몸이나 돈을 목적으로 접근하거나 둘 중 하나였으니까.”
노이즈의 목소리가 조금 차분해진 듯한 느낌이 들어 시선을 돌리니, 방금 전과는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기질적인 차가움이 사라지고, 약간 당황이 서려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몸이나 돈을 목적으로?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집에 돈이 많으니까.”
“부자야?”
“부모님이. 근데 난 그런 녀석들한테, 아니 타인 자체에 흥미 없어. 그래서 조금 난폭하게 굴면, 바로 문제가 됐지.”
“문제가 된 건 어렸을 때부터 그랬지만. 아픈 걸 모르니까 상대방을 다치게 해도 그게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고. 조절을 할 수가 없어.”
“그래서 내가 울린 애의 부모가 자주 우리 집으로 따지러 와서, 부모님이 나보고 집안의 수치라고 하고.”
“누구하고도 얽히지 말라고, 방에 가둬놨었지.”
“너무 하네…….”
“돈만 쓸데없이 많았으니까, 화장실이랑 샤워실까지 다 갖춰진 방을 만들어서 거기다 날 집어넣었어. 공부는 가정교사한테 배우고, 밥은 메이드가 날라 오고.”
“그 외엔 아무도 날 보러 안 왔고, 다치거나 해도 혼자 처치했고.”
“………….”
“처음엔 외로워서 울었지만, 점점 혼자서 이것저것 할 수 있게 되어서 말이지.”
“그런 후에는 혼자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타인 따위는 필요 없다고.”
“그건……, 아니잖아.”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면 확실히 그런 귀결에 이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분명 나도, 상황이 그랬다면 노이즈랑 똑같아졌을 거다.
혼자서 살아갈 것을 강압 받고, 그 외에 달리 어찌할 수도 없이…….
어느 사이엔가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굳어졌다면, 그에 대해 의문조차도 품지 않게 되겠지.
노이즈는 태연한 얼굴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린 마음에는 꽤나 잔혹한 처사였을 것이다.
부모에게서 그런 취급을 받으면……, 혼자서도 괜찮다고 굳게 믿지 않는 이상은 살아갈 수가 없다.
“물어보고 싶은데. 만약 내가 너를 생각하게 된다면, 나한테 무슨 이득이라도 생기는 거야?”
“……우선 그 손해니 이득이니 하는 사고방식을 좀 버려. 뭐 그래도, 손해는 안 보게 할 거야.”
“근거는?”
“그런 거 없어.”
그렇게 말을 내뱉으며, 나는 팔을 뻗어 노이즈의 머리를 내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어이.”
“괜찮으니까. 얌전히 있어.”
노이즈는 처음에는 저항했지만, 잠시 후 어색하게 몸을 맡겨왔다.
노이즈의 머리를 가슴으로 꼭 끌어안는다.
이런 녀석에겐 말이나 다른 무엇보다도 체온으로 전달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가 엉엉 울면서 말을 듣지 않을 때, 할머니도 나한테 그렇게 해줬으니까.
할머니의 온도를 느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진정되었다.
그러니까 이 녀석한테도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사람의 온도라는 게 어떤 것인지 모른다면 더더욱.
“내가 너한테 딱 하나 가르쳐줄 수 있는 건 말이지. 분명……. 네가 생각하는 만큼, 이 세상이 나쁘지는 않다는 거야.”
“나는 애초에 세상이 어떨지 그런 생각 안 해. 흥미도 없고.”
“그건 네가 모를 뿐이잖아. 너, 모르는 게 엄청 많이 있으니까.”
“알 필요가 있는 거야?”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게 이득이잖아? 네가 말하는 방식을 따르자면.”
“그럼, 네가 구체적으로 그걸 알려주는 거야?”
“………….”
나는 약간 놀라서 노이즈를 보았다.
설마 노이즈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으니까.
조금 낯간지러운 기분이 들어서, 나는 노이즈의 머리를 끌어안은 손에 더 힘을 실었다.
“그래. 네가 조금 더 나를 생각하고, 무모한 짓 같은 거 안 하겠다고 약속한다면 말이지.”
“뭐, 어쨌든 내 쪽이 연상이고 형님이니까 말야.”
“이런 건 짜증나네.”
“시끄러워.”
자연스레 웃음이 흘러나온다.
노이즈에 대해 약간은 알게 된 듯한 느낌이 들어서, 조금 기쁜 마음이 든다.
“……어쩐지 더워졌어.”
뭔가 중얼중얼 혼잣말을 내뱉길래 그 머리에 얹고 있던 손을 떼자, 노이즈는 몸을 일으키고 바닥에 앉았다.
나도 상반신을 일으켜 선반에 기댄다.
“그래서. 약속해줄 거야?”
“그런 거 알게 뭐야. 나도 몰라. 마음이 내키면.”
“그럼 나도 언제 가르쳐줄 수 있는지 알 수 없잖아.”
“난 모르는 일이야.”
반발밖에 돌아오지 않는 건 지금까지와 똑같지만…….
노이즈는 계속 시선을 돌린 채로 있다.
혹시……, 부끄러워하고 있는 건가?
그렇다고 한다면, 내가 하는 말을 조금은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것보다 이런 데서 너랑 노닥거릴 상황이 아니라고.”
“노닥거린다니……, 이 녀석이. 그건 그렇고 좀 전에 네트워크에 손을 본다고 했던 거, 어떻게 잘 된 거야?”
“아아. 그 검은 개 올메이트가 우리들을 발견했다는 정보도, 아직까지는 눈치 채이지 않았을 거야.”
“그래. 그럼 이 틈에……, 아야.”
옆구리의 화상 따끔 하고 쑤셔서, 얼굴을 찌푸린다.
안심한 탓인지 어째서인지, 갑자기 아파왔다. 맥박이 두근두근 고동을 치고, 심장이 상처 난 곳으로 이동한 것만 같다.
“아야야…….”
“방금 다친 덴가.”
노이즈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와서, 옆구리의 화상을 들여다본다.
“아픈가보네.”
“그래.”
“응급처치 같은 거, 해두는 편이 좋겠네.”
“……, 아아, 뭐, 할 수 있으면.”
대답을 하며, 나는 멍하니 노이즈를 올려다보았다.
노이즈가 나를 걱정하고 있다……?
“뭐야.”
“아니, 아무것도 아냐.”
“뭔가 응급처치 할 수 있는 거…….”
노이즈가 바지 주머니를 뒤진다.
그 안에서 꺼내진 것은……. 뜻밖에도, 하얀 손수건이었다.
“손수건? 왜 네가 그런 걸.”
“……, ……어렸을 때 습관이 없어지질 않는다고.”
노이즈가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는다.
그런가. 노이즈네 집은 부자라고 하니 그에 걸맞게 기품 있는 가정교육을 받은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하얀 손수건…….
어쩐지 귀엽네.
“헤에에.”
“뭐야. 시끄럽네.”
신선한 사실에 웃음을 흘리며 얼굴을 들여다보자, 노이즈는 언짢은 듯이 손수건을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쓸 만한 게 없네.”
“괜찮아.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
통증을 참으며 일어나, 걸음을 내딛고자 한다.
하지만…….
“……윽.”
“아파?”
“조금…….”
“역시 뭔가 쓸 만한 걸 찾아와야겠어.”
“그치만 위험하잖아. 좀 전의 그 검은 개 올메이트가 있을지도 모르고.”
“어떻게든 될 거야. 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일단, 이 녀석을 두고 갈 테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이 녀석의 눈을 눌러.”
노이즈가 허리에 차고 있던 큐브 중에 하나를 떼어내서 내 쪽으로 던진다.
그리고는 문 쪽으로 가려고 하다가, 이쪽을 돌아보았다.
“왜…….”
갑자기 노이즈가 내 머리를 끌어당기고는……, 가볍게 입술이 맞닿았다.
그리고는 노이즈의 혀가 내 입술을 슬쩍 핥고 지나간다.
“!”
“그럼.”
평소와 같은 무덤덤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 노이즈는 방에서 나갔다.
그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나는 혼자서 쑥스러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엄청난 기세로 노이즈에게 휘둘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뭐 상관없겠지.
나는 다시 바닥에 앉고, 따끔거리는 옆구리를 감싸며 선반에 기댔다.
노이즈, 괜찮을까.
이곳은 적의 진영 한복판이고, 저 녀석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역시 걱정이 된다.
나의 불안에 동조하는 듯이, 화상이 욱신욱신 통증을 호소했다.
“빨리 돌아와.”
손 안의 큐브를 움켜쥐고, 나는 노이즈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기다렸다.
……그 후, 30분 정도가 지났다.
노이즈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늦어.
역시 이상하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늦다.
역시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중간에 발각되었나?
나쁜 쪽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리 그 노이즈라고 할지라도 가능성이 없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찾으러 가는 편이 좋을까…….
‘비상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지금부터 약 5분 후에 지하층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칸막이벽이 내려가 통로가 차단됩니다. 시스템도 일시적으로 정지됩니다. 통로에 나와 있는 스태프들은 신속하게 피난해주십시오. 다시 말씀드립니다. 비상사태가 발생했습니다.’
“………….”
잘 모르겠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노이즈를 찾으러 가지 않으면.
손 안의 큐브를 바라보고서, 나는 선반을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
“……윽.”
솔직히 말하자면, 옆구리의 화상이 상당히 아프다. 식은땀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약한 소리를 할 상황이 아니다.
나는 슬립 모드 상태로 가방 속에 들어있던 렌을 기동시켰다.
‘아오바.’
“렌, 약간 일이 성가셔졌어. 나도 꽤 아슬아슬한 상태니까, 서포트 부탁해.”
‘괜찮아?’
“그렇다고 말하는 건 좀 무리지만, 끝까지 해보는 수밖엔 없네.”
옆구리를 감싸며, 나는 가능한 한 빠르게 걸어서 방에서 나왔다.
복도로 나오자, 알람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멀리서 땅이 울리는 듯한 소리도 어렴풋이 전해져온다. 아마도, 칸막이벽이 내려오는 소리일 것이다.
노이즈는, 지금 이 층에는 없는 것일까?
큐브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노이즈에게 들었던 대로 눈 부분을 눌러본다.
‘불렀어?’
“노이즈는 이 층에 있어?”
‘없어.’
“그래…….”
우선 위층으로 가볼까…….
‘아오바, 뒤쪽이다.’
“!”
……뒤를 돌아보니, 그 검은 개 올메이트가 서있었다.
지금 그 빔을 맞으면 끝이다……!
“……윽.”
나는 그 순간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옆구리가 욱신대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여유는 없다.
뒤쪽에서 개의 발소리가 나를 쫓아온다.
빨리……, 어디에 숨든지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으니, 복도 끝쪽에서 엘리베이터가 보이기 시작했다.
매달리는 듯이 엘리베이터 문 앞에 서서, 버튼을 누른다.
빨리……, 빨리……!
마침내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나는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닫혀가는 문의 틈으로 검은 개 올메이트가 보인다.
살았다…….
나는 일단 가장 높은 층의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조용히 정지하고, 문이 열린다.
발을 내딛으려 하다가……, 얼어붙었다.
또다.
또, 검은 개 올메이트가…….
그것도 이번에는 입을 쩍 벌린 상태로, 가느다란 총신을 내보이고 있다.
어쩌면 좋은 거냐고……?!
그때, 어떤 기억이 내 뇌리를 스쳤다.
“……핫!”
빔이 발사되기 직전, 나는 검은 개의 입을 노려서 노이즈의 큐브를 내던졌다.
안쪽으로 틀어막힌 폭발음이 나고, 검은 개가 바둥바둥 발을 움직이며 후퇴했다.
검은 개는 잠시 동안 발버둥을 쳤지만, 이윽고 입에서 연기를 내뿜고 쓰러졌다.
……해치운 건가?
검은 개에게 다가가, 낌새를 살핀다.
아무래도 완전히 기능이 정지된 것 같다. 다시 일어날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그 옆에는 노이즈의 큐브가 나뒹굴고 있었다.
그것을 주워들자, 큐브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 24, 수치, 이상, ……절단, …….’
빔이 폭발한 탓에 망가진 것 같다…….
‘……, 노이즈, ……있어, ……수치, 58…….’
“……노이즈? 있는 거야? 어디에.”
‘이, 층, ……중앙, 의, ……커다란 방에, ……83, 저하, …….’
거기서 전원이 끊어진 것인지, 큐브의 눈의 빛이 천천히 약해지더니 이내 완전히 꺼졌다.
“……고마워. 노이즈는 내가 반드시 찾아낼 테니까.”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서 내게 노이즈가 있는 위치를 알려준 듯한 느낌에 어쩐지 짠한 마음이 들어, 나는 큐브를 자켓 주머니에 잘 넣어두었다.
검은 개 올메이트의 잔해 옆을 지나, 안쪽으로 나아간다.
노이즈가 있는 곳은 중앙의 커다란 방…….
서두르지 않으면.
옆구리는 여전히 몹시도 아프지만, 지금은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계속해서 복도를 걸어가자, 막다른 곳에 문이 있는 것이 보였다.
다른 문들에 비해 유달리 화려하다. 그 안에는 홀 같은 게 있는 거겠지.
여기에 노이즈가 있는 건가……?
나는 빠른 걸음으로 문에 다가갔다.
하얀 벽과 바닥과 천장.
여기가, 노이즈가 말했던 토우에의 방인가?
“노이즈…….”
……있다.
다행이다, 무사했구나.
마음 깊이 안심이 들어서, 저절로 웃음이 흘러나온다.
“너……, 엄청 걱정했다고. 아무리 기다려도 안 와서. 별일 없었던 거야?”
노이즈 쪽으로 다가가려했지만, 중간에 동작을 멈춘다.
……묘하다.
노이즈는 그저 우두커니 서있을 뿐, 나를 보고도 움직이려하지 않는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가만히 나를 보고 있다.
……무기질적이고, 싸늘한 눈동자.
‘……아오바, 온다.’
“……!?”
갑자기, 공간이 구불구불 일그러졌다.
……설마.
“……라임이냐고.”
“저 녀석, 어떻게 된 거야.”
“자세한 사항은 불명이지만, 누군가에게 컨트롤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컨트롤……. 대체 누구한테.”
“아오바, 온다.”
“윽.”
“아오바, 지시를.”
“……젠장!”
“조종당하고 있다니……, 농담이겠지. 노이즈, 눈을 떠!!”
“……윽!”
“노이즈! 정신 차려! 어이!”
“아오바!”
“! 렌, 방어!”
“으악!”
“아오바, 공격을!”
“빌어먹을!”
“!!”
“아오바!”
“……아야.”
현실로 돌아와, 나는 온몸을 뒤덮는 아픔을 채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꺾었다.
바닥에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옆구리의 통증이 심한 상태인데, 인정사정없는 노이즈의 공격에 거기서 더 크게 데미지를 입었다.
‘아오바, 조심해.’
고개를 들자, 방금 전과 똑같이 노이즈가 우두커니 선 채로 나를 보고 있었다.
노이즈가 낮은 자세를 취한다. ……온다.
“윽!”
노이즈가 내지른 오른쪽 주먹을 양팔로 막는다. 쿵 하고 강한 충격이 뼈까지 전해졌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잇달아 주먹이 날아온다.
“노이즈……!”
가드를 하면서 노이즈의 얼굴을 바로 가까이에서 살펴본다.
역시, 눈이…….
나를 보고 있는 듯하면서도 제대로 보고 있지 않다. 누군가에게 의지를 조종당하고 있는 인간의 눈.
미즈키도 아쿠시마도 그랬다.
“윽!? 우왓!”
그때까지 계속 안면을 노렸던 노이즈의 주먹이 배 쪽으로 공격 방향을 바꾸었다.
그 즉시 몸을 뒤로 빼 피하자, 주먹이 아슬아슬하게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쪽은 화상을 입은 쪽이다. ……일부러 노린 건가?
나의 의문을 입증하는 듯이, 노이즈는 계속해서 옆구리만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크……, 윽!”
노이즈가 나를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진심으로 날 때려눕힐 기세다.
“노이즈, 그만해!”
“………….”
노이즈의 표정에 변화는 보이지 않고, 나를 응시하며 담담히 공격을 한다.
그 한 치의 틈도 없는 기계적인 움직임에 일방적으로 방어만 하게 된다.
이런 상태의 노이즈와는 싸우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슬슬 팔도 마비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도 몸이 버티지 못한다.
──── 사용해라 ────
──── 사용해라, ‘힘’을 ────
──── 사용해라 ────
……또다.
두통이 시작되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 서두르지 않으면 때를 놓치고 만다 ────
──── 어서, 사용하라고 ────
──── 그 녀석의 머릿속을 ────
──── ‘폭로해라’ ────
“아아아아아아아아악!!!”
머리가 쪼개질 듯한 통증 속에서, 갑자기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으로 변했다.
내 손이 저절로 노이즈의 이마에 얹힌다.
그리고…….
“……네 안으로, 들어간다.”
………….
……………….
눈앞이 캄캄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앞도 뒤도 오른쪽도 왼쪽도, 어디가 어디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여기가……, 노이즈의 머릿속, 인가?
잠시 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점점 눈이 어둠에 적응되었다. 어렴풋이 그 안의 음영이 구분된다.
하지만, 파악된 것은 바닥과 벽과 천장의 경계선뿐이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방 안이다.
노이즈는 어디에 있는 거지?
갑자기, 우측의 벽에 네모난 구멍이 뚫렸다.
어두운 방 안으로 하얀 빛이 들이비치고, 그 속에 사람의 형체가 나타난다.
그 사람은 회색 옷에 하얀 마스크를 쓰고서, 등을 구부정하게 굽히고 느릿느릿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 뒤로도 완전히 똑같은 차림을 한 녀석들이 줄지어 들어온다.
어두컴컴한 공간에 모노톤의 인간들이 모여든 모습은, 마치 이 세계에서 색이 사라지고 만 것 같아서 오싹했다.
마스크를 쓴 녀석들은 방의 정중앙에 모여, 술래잡기를 하는 듯이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울 듯한 얼굴을 한 하얀 마스크가 떠오르고, 빙글빙글 회전한다.
괴상하기 짝이 없는 광경에 눈을 뺏기고 있자, 녀석들의 중심에서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곳에 모니터 같은 게 있기라도 한 듯이 공간이 어그러지고, 고장 난 TV화면처럼 지직거린다.
누군가……, 사람이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건…….
노이즈?
……노이즈다.
“………….”
노이즈는 눈을 감고서 잠들어있는 것 같았다.
……노이즈.
이름을 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입이 뻐끔뻐끔 공허한 숨을 내뱉을 뿐이다.
그때, 규칙적으로 돌고 있던 마스크 집단이 기묘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각기 따로따로 요동치기 시작하고,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 불쾌한 소리에 공명하는 듯이, 어디에서라고 특정 지을 수도 없이 음악 소리가 흘러들었다.
비틀어져서 리듬이 멋대로 날뛰는, 낡아빠진 레코드와도 같은 연약한 소리.
그것이 눈앞의 광경과 맞물려, 한층 더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
‘정말로,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럴 바에는 차라리, 평생 밖에 나가지 않는 게 저 애를 위해서도 좋지 않을까요.’
‘우리 집안의 망신, 저런 애가 있었다는 게 후세에 알려지는 것도 수치니까 말이지. 태어나지 않는 편이 행복했을지도 몰라.’
‘어머, 당신.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진.’
‘당신이야말로, 저 애를 바깥에 내보낼 마음은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
……이 대화.
이곳은 노이즈의 머릿속이다. 모든 것이 노이즈의 안에 있는 것으로 형성되어있다.
그러니, 이 대화는 노이즈가 실제로 들었던 것이겠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필시 노이즈의 부모님일 것이다.
……너무하다.
“……노이즈!”
기괴한 춤을 추고 있는 가면들을 헤치고, 나는 노이즈의 곁으로 가려했다.
하지만, 내가 다가가려고 하면 가면들이 동작을 바꾸고 내 앞으로 몰려들었다. 내가 가는 길을 가로막으려는 듯이 정신없이 흔들흔들 거린다.
“저리 비켜! ……윽!”
가면을 밀어제치려했더니 내 손가락이 기묘하게 일그러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깜짝 놀라 손을 뒤로 뺀다.
가면들이 그런 내 모습을 비웃는 듯이 어수선하게 흔들린다.
손을 확인해보아도, 딱히 이상하게 변한 구석은 없다.
방금 일그러진 것처럼 보였던 것은 눈의 착각인가?
그런 생각에, 다시 한 번 가면들을 치우고자 손을 뻗었다.
……또 손가락이 일그러졌다.
대체 뭐야, 이거.
내가 노이즈의 곁으로 가려고만 하면, 무언가에 녹아드는 것처럼 내 손가락이 일그러진다. 가면들이 조소를 흘린다.
……시험당하고 있는 건가?
이 기분 나쁜 상황을 넘어서지 않으면, 노이즈가 있는 곳으로는 갈 수 없다는 건가.
이곳은 현실과는 다르니, 실제로 몸이 일그러지는 것은 아니다.
머리로는 그렇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역시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도, 가지 않으면.
두려움에 내몰리는 자신의 마음을 바로잡고, 나는 가면들을 헤치고 나아가고자했다.
뼈와 피부가 부자연스럽게 비틀리는 생생한 감각이 손끝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진다.
……이건 현실이 아니다.
현실이 아닌 것이다.
그 사실을 필사적으로 마음속에 떠올리고, 나는 흐늘흐늘 춤을 추는 가면들을 밀어제쳤다.
녀석들은 내 손이 닿자 저항도 하지 않고 바닥으로 떨어져, 뭍으로 끌어올려진 생선처럼 꿈틀꿈틀 떨고는 이내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모든 가면을 배제하자, 모니터의 영상처럼 부옇게 흔들리던 노이즈의 모습이 선명한 실체로 응축되었다.
갑자기 모든 소리가 멎는다.
‘나는, 세상으로부터 격리 당했다.’
불쑥, 노이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눈앞에 있는 노이즈는 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다.
이곳은…….
노이즈가 평소에 느끼고 있는 세계인 걸까…….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혼자서 살아갈 것을 강압 받은 노이즈의 세계.
아픔도 무엇도 느껴지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홀로 남겨진, 고독한 어둠의 공간.
그것이, 노이즈가 줄곧 느껴왔던 세계인 것이다.
웅크리고 있는 노이즈의 팔다리에는 두꺼운 수갑과 족쇄가 채워져 있고, 쇠사슬이 어둠속으로 끝없이 이어져있다.
그 곁에 몸을 굽히고, 족쇄를 풀어내고자 한다.
그 순간, 노이즈가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
크게 벌려진 눈이 나를 포착하고, 수갑이 채워진 손이 내 뺨을 감싼다.
얇은 입술이 열리고, 조용히 옆으로 벌어져 웃는 모양을 만든다.
그 틈새에서 살짝 새빨간 혀가 보였다.
혀는 아랫입술을 지나 턱까지 뻗어나간다. 그 터무니없는 길이에 공포를 느낀다.
색이 상실된 공간에, 그 붉은색은 괴이할 정도의 요염함으로 내 눈을 사로잡았다.
노이즈는 내 뺨을 양손으로 단단히 붙잡고,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댔다.
무심결에 뒤로 물러날 뻔 했지만……, 순간적으로 노이즈의 말을 떠올린다.
혀 말고는 감각이 없다고, 그렇게 말했다.
이곳은 현실의 세계가 아니다.
그러니까, 감각이 있는 혀만이 과장되게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노이즈가 감각을 느끼는 것이 유일하게 허용된 부위. ……그렇다면.
노이즈가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을……, 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윽.”
초조와 긴장에 목덜미로 열이 오른다.
나는……, 노이즈를 향해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기다란 혀에 입술을 대고, 눈을 감는다.
미지근한 무언가가 입 안으로 들어왔다.
……노이즈.
나는 너를 받아들인다.
그러니까…….
……돌아와.
.
.
.
.
.
.
이동수단으로는 두 다리가 최강. 이건, 여기선 당연한 일이다.
이 구 주민구의 교통사정은 꽤나 나쁘다.
그 나름대로 커다란 길목이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고 있어, 일단, 버스나 전차, 택시 같은 것도 있기는 있다.
이 구 주민구의 교통사정은 꽤나 나쁘다.
그 나름대로 커다란 길목이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고 있어, 일단, 버스나 전차, 택시 같은 것도 있기는 있다.
그렇지만, 갑자기 운행을 쉰다거나 태연하게 지연시키거나, 어쨌든 안정되어 있지 않다.
도로도 갑자기 봉쇄되거나 하기 때문에, 공공 교통기관은 누구도 신용하지 않는다.
지금도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모습은 거의 없다. 길가에서 마냥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나, 이따금 다 낡아빠진 차가 멈춰 서있는 정도다.
그와는 반대로 보도는 사람들로 꽉 들어차있다. 가장 의지가 되는 것은 자신의 다리라는 거겠지.
“이 도둑-!”
“남의 방에서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어서 오라고.”
“하……!? 누구야, 너. 왜 내 방에…….”
미나읆ㅈfawjefoiajw;oefiaosdㄹ;재ㅑᅟᅥᆯ;ㅐㅑ멎ㄷㄹawf;oaijwdifaowidfoiaㅈㄹ;ㅁ쟈덜매ᅟᅣᆮㅈ래awd;ofiajwoiefㅁㅈ;럄젇럄잴aw;ifajowiejfaㅈㄷ랴ᅟᅢᆷㅈ;ㄹaw;ifjoawifㅁㅈ;ㅑ러매쟈래ᅟᅣᆷ좨ᅟᅣᆷㅈㅇ퍔ㅈ;ㅐefa;woiefjaoiwfaidwvjoaiwjfㅁㅈ;랴ᅟᅥᆷ재ㅑ러맮;쟈awifaowijf;oaiwefoiaw;oefija;of
“너……. 나이□□□□□□어린 여□□□□□□자애□□□□무슨□□□□□□□는 거야.”
“□□□□뭐□□□□□□□가□□□□□□□□.”
“□□□□갑□□□□□□자기 손□□□□□□□□에 쪽□□□□□□□□□□라니……. 깜짝 놀□□□□□□□□□□□할까 기분 나빠□□□□□□□잖아,□□□□보□□□□□□□□□통.”
“딱히□□□□□□□□□이상한□□□□□□□□은□□□□□□□아□□□□□니잖□□□□□□아.”
정도□□□□□□□□□□□□□□□□□□□□□□□□□□
없□□□□□□□□□□□□□□□□□□□□□□□□□□□
□□□□□해서, □□□□□□□□□□□□□□□길□□□□□□□□□□□□□□□□
□□□□희미□□□□□□□□□□□□빛나□□□□□□□□□□□□□시작□□□□□했□□□□□□□□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공장 벽에 딱 달라붙자, 안에서 미미한 소리가 들려왔□□□□□□□□클리어□□□□□□□□□□□□□
의□□□□□□□□□□□□□□□□□□□□□□□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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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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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해도 싫다면, 날 때려.”
“아무vcvaw;rgj;oaiwe;;wefawjo리 해awifejoawdoiajw도 싫waefawiogjaoiwejfoiaef, djfaiwojefo려.”
“아무리 해awiejfiajsdf;oijfqeifjiwj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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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봐도 노이즈는 고도의 게이인 것 같아요 (심지어 도M)
※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
또 뭔가를 사려고 가게 앞에 줄을 서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이 주변에는 없는 것 같다.
시끌벅적한 메인스트리트를 빠져나와, 사람이 적은 골목으로 향한다.
안쪽으로 걸어가자, 전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길가에서 뭔가 왁자지껄 소란이 일어난 것이 보인다.
싸움이 난 건가? 뭔가 안 좋은 예감이…….
“이 자식!”
“큭, 젠장!”
그곳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불길한 예감이 확신으로 변해간다.
……역시.
좁은 골목길의 한가운데, 몇 명의 사내들이 이리저리 뒤얽혀서 서로 주먹을 날려대고 있다.
그 안에……, 노이즈가 있었다.
“으악!”
노이즈에게 어퍼컷을 맞은 남자가 목 안에서 막힌 소리를 내며, 위를 향한 채로 쓰러진다.
이미 두 명의 사내가 땅바닥에 뻗어있다. 모두 수트 차림이다.
내가 착각한 게 아니라면, 뺨에 상처가 있는 직업을 가지신 분들로 보이는데…….
……어이어이.
“노이즈!”
내가 허둥지둥 달려가자, 전원이 움직임을 멈추고 내 쪽을 보았다.
“뭐야 너. 이 녀석이랑 한 패인가.”
“아아, 뭐어 대충 그런 느낌이네요.”
“이 빌어먹을 애송이가 주제도 모르고 날뛰어 대서 말이야……. 이렇게 아수라장이 된 거, 어떻게 할 거냐고. 아앙?”
“정말 죄송해요. 이 녀석이 아직 애라서 이래저래 사고를 치고 다니네요……. 정말 죄송해요. 미안합니다.”
나는 일부러 굽실굽실 머리를 숙이면서, 노이즈 쪽으로 다가갔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해요, 정말로……, ……자, 도망치자!”
“!”
이럴 땐 재빠르게 도망치는 게 이기는 거다. 노이즈의 팔을 붙잡고, 곧장 내달리기 시작한다.
“어이, 거기 서!”
“윽, 이거 놔!”
“닥치고 뛰어!”
노이즈의 팔을 질질 잡아끌고 달려서, 방금 전까지 있었던 스트리트로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틈에 섞여들면……!
나는 달리는 속도를 낮추고, 통행인들 사이에 끼어서 시치미를 떼고 태연한 얼굴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걷고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등 뒤를 돌아본다.
방금 그 사내들이 우리 뒤를 쫓아오지는 않은 것 같다.
“하아~…….”
“………….”
어떻게 모면은 한 건가…….
그건 그렇다 하더라도, 위험했다.
정말이지 왜 이러는 거야, 이 녀석은…….
나는 싫다는 노이즈를 억지로 잡아끌고, 글리터로 돌아갔다.
“하아…….”
“………….”
건물 안으로 들어가 한숨 놓고 있으니, 노이즈가 말없이 나를 노려보았다.
“뭐야.”
“쓸데없는 참견이나 해대고.”
“하?”
“네가 쓸데없이 참견하지만 않았으면, 충분히 이기고도 남았을 텐데.”
“……너 말야.”
좋게 말해 마이페이스지 이 정도까지 되면 단순한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어이가 없어지는 가운데 가볍게 짜증이 솟는다.
“있지, 그런 성가신 녀석들이랑 얽히게 되면 나중에 귀찮아진다고. 그 정도는 너도 알잖아?”
“저런 녀석들이 집념은 보통이 아니라고. 한 번 시작되면 거머리처럼 끈적끈적 들러붙어. 그럼 엄청 성가셔지잖아.”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상황인데, 여기서 더 복잡하게 만들면 어떻게 하냐고. 움직이기 힘들어지기만 하잖아.”
“………….”
노이즈가 언짢은 듯이 옆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반론하지 않는 건, 일단 내 말을 이해는 했다는 건가.
다시금 노이즈 쪽을 쳐다보고서, 나는 기겁을 했다.
손이 새빨갛게 흠뻑 젖어있다…….
“너, 또 다친 거냐고! 그것도 피가 줄줄 나오잖아!”
당황해서 손을 뻗으니 세차게 뿌리쳐진다.
“만지지 마.”
노이즈가 싸늘한 눈초리로 나를 응시한다.
이 녀석…….
뜨거운 커피에 화상을 입었을 때도 그랬지만, 어째서 이렇게까지 자기 몸에 닿는 걸 싫어하는 걸까.
평소엔 담담하면서, 만지려고만 하면 과민하게 반응한다. 결벽증인가?
“……제발, 부탁이다. 피만이라도 멎게 하지 않으면.”
“됐어.”
“상처가 심해져서 덧나면 곤란하잖아. 이리 보여줘.”
“됐다고 했잖, ……!”
“보여줘.”
“이거 놔.”
“안 돼.”
나는 우격다짐으로 노이즈의 손을 잡고, 싫어하는 것을 무시하고 가까이 끌어당겼다.
조금 강경하게 나가지 않으면, 이 녀석 또 다친 걸 방치할 거다.
“아무리 해도 싫다면, 날 때려.”
“………….”
노이즈는 꽤나 짜증이 치민 상태인 것 같았지만, 내 말에 딴 데로 얼굴을 돌리고는 얌전해졌다.
상처는 생각보다 심해서, 손등이 쩍 갈라져있었다.
그 야쿠자들한테 칼이라도 맞은 거겠지.
그러고 보니……, 어제 다쳤던 건 어떻게 됐지? 슬쩍 손가락 끝을 본다.
중지에 붉은 선이 그어져있지만, 이쪽은 그렇게 심하지 않은 것 같다.
다행이다…….
내가 다치게 한 거나 마찬가지고, 꽤나 마음이 쓰였기에 약간 안도감이 든다.
……어라.
그러고 보니, 응급처치를 하려고 해도 마땅한 도구가 없네.
“도망치지 마. 꼼짝 말고 있어.”
나는 단단히 일러두고서는 노이즈의 손을 놓고, 손에 닿는 대로 선반의 서랍을 열었다.
……오.
그렇게 이 서랍 저 서랍 열고 닫는 사이에, 한 서랍에 구급 세트 같은 것이 딱 들어있는 게 눈에 띄었다.
붕대와 소독시트, 각기 사이즈가 다른 반창고 같은 것이 작은 비닐 팩 안에 담겨있다.
이걸로 충분하겠지. 구급 세트를 들고서, 곧바로 노이즈 곁으로 돌아온다.
내가 팔을 잡자, 노이즈는 노골적으로 언짢아 보이는 얼굴을 했다.
그런 건 무시하고 다친 곳의 상태를 살펴본다.
“아~아, 아프겠다…….”
여전히 응고되지 않은 채로 흐르는 피를 티슈로 닦는다. 치료해주는 이쪽이 다 아파진다…….
“약간 쓰라릴지도 몰라. 조금만 참아.”
붉게 젖은 생채기를 소독 시트로 조심스레 닦는다. 아무리 신중하게 해도 분명 아프겠지…….
그런 생각에 노이즈의 얼굴을 본다.
하지만, 아픈 것을 참는 눈치는 아니다.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다.
……안 아픈 건가?
아니면 나한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오기로 태연한 척을 하고 있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그 근성이 존경스러울 정도지만…….
의아하게 여기면서도, 상처 위로 가장 큰 사이즈의 반창고를 붙인다.
“자, 완료.”
노이즈는 내가 무슨 부모의 원수라도 되는 양 노려보고, 손을 뺐다.
일단 다친 것을 방치하는 사태는 면하게 되어 안심한다.
나는 소파에 앉아, 약간의 탈력감을 느끼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너, 무모한 짓 좀 하지 말라고. 내가 다 조마조마하니까 말야.”
일부러 농담조로 말을 건넨다. 하지만 그 마음만은 꽤나 진지했다.
안 그랬다간 이 녀석, 언젠가 정말로 큰코다칠 것 같아서 무섭다.
“여하튼 지금은 토우에에 관한 정보를 모으지 않으면…….”
“영문을 모르겠다고.”
내 말을 가로막고, 노이즈가 입을 연다.
“뭔가 의미가 있는 거야?”
“……뭐가?”
“이런 거.”
노이즈가 반창고를 붙인 손을 내 쪽으로 들이민다.
“뭔가 이득이라도 있는 거야?”
“하? 이득?”
“……아아. 있는 건가.”
노이즈가 말꼬리에 비웃음을 띄운다.
“뒷일을 생각하면 내가 있는 편이 편하겠지. 이용 가치를 따지고 봐도 충분하고.”
“………….”
어제부터 몇 번이고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 녀석.
영문을 모르겠는 건 이쪽이다.
“……너, 자기가 무슨 말 하는지 알고 있어?”
“목적이 없으면 이런 짓 안 하잖아, 보통. 생판 남한테.”
노이즈가 다친 손을 팔랑팔랑 흔든다.
“남을 도와주거나 하는 거. 아무런 득도 없지 비효율적이지, 이익도 안 생기고.”
“내가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그것 때문에 치료해주려 한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아냐?”
“아냐.”
속에서 뭔가가 울컥한다.
“그럴 리가 없잖아. 단지 걱정이 되어서 도와준다든지, 이유 같은 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잖아.”
“모르겠어. 전혀 알 수가 없다고. ……아아, 아니면.”
노이즈가 난폭하게 모자를 벗고, 소파를 돌아 내 정면에 선다.
뭐야, 한 대 칠 건가?
나는 주먹이 날아올 것을 대비해 자세를 잡고자 소파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려고 했는데.
노이즈의 행동은……, 내 상상을 월등히 초월했다.
“…………!”
“이런 건가.”
………….
………….
…………!?
……아니아니아니아니!!
에!?
“윽, 무, 슨 짓이야 너! 이상하잖아!!”
“뭐가.”
“갑자기 키스라니!!”
“이용하는 것 외의 목적이라면 이것밖엔 없잖아.”
“이거라니 그게 뭔데!”
“나랑 어떻게 해보려고.”
“하아!?”
진심으로, 정말로, 진짜 진지하게.
어디를 어떻게 하면 생각이 그렇게 흘러갈 수 있냐고!?!?
갑자기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이야기에 사고 정지 상태로 있으니, 노이즈가 다시 얼굴을 가까이 댔다.
“어이 잠깐 기다려 연하남! 잠깐!”
“시끄러.”
“우웁……!”
노이즈가 내 머리를 잡아끌고는, 억지로 입을 막는다.
“후읍……!”
양손으로 세게 밀쳐내려 했지만, 턱을 붙잡혀 입이 억지로 벌려졌다.
혀가 들어오고……, 부지불식간에 등줄기로 짜릿한 감각이 가볍게 스친다.
“……웁.”
“…………, 으음…….”
노이즈의 혀가 미끌미끌하게 점막을 문지르고, 내 혀를 휘감으려 한다.
위험하다, 뭔가…….
잠깐, 이건…….
당황하는 나의 입 안에서 노이즈의 혀가 꿈틀댈 때마다, 무언가가 이에 닿아서 탁탁 소리가 난다.
무슨 소리지……?
“흐응, ……읏, ……”
그게 무엇일지 생각하기 전에, 허리가 지잉 하고 욱신거린다.
젠장…….
이 녀석의 키스, 특별히 잘하는 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라, 뭔가 굉장히…….
……너무 무방비하잖아, 나.
“……, 뭐야. 섰어?”
“!”
내 입 안에서 자신의 혀를 빼낸 노이즈가, 이거 보란 듯이 무릎으로 내 고간을 밀어 올린다.
한심스럽게도 내 그곳은 약간 반응을 해버리고 말았다.
“네가 갑자기 이상한 짓 하니까……!”
“그치만 키스 받고 선 거잖아?”
“……윽.”
“이거 어쩔 거야. 혼자서 뺄 건가?”
“윽, 어쩔 수가 없잖아, 이것만큼은! 생리현상이니까!”
“해줄게.”
“하!?”
“그 대신, 나도 해줘.”
“아니아니아니아니, 잠깐 기다려! 지금 네가 하는 말은 이상하다고!”
“뭐가?”
“해준다느니 자기 것도 해달라느니……, 이상하잖아!”
“근데 말야.”
노이즈가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다.
“너 왜 그렇게 당황하는 건데. 남자끼리 부끄러워할 필요, 별로 없지 않아? 게다가 지금 너도 말했잖아. 이런 건 단지 생리현상에 불과하다고.”
“서로 생리현상을 해소하는 것뿐이야. 어차피 할 거면 한꺼번에 하는 편이 효율적이지 않아? 그런 느낌.”
“아니아니아니아니!!”
뭐가 어떻게 효율적이란 건지 모르겠다고!
대체 뭐지? 이게 뉴에이지란 건가?
요즘 젊은이들은 이 정도까지 정조관념이 진화한 건가?
근데 나랑 이 녀석은 그렇게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아니고…….
역시 결국은 이 녀석이 이상할 뿐인 거 아니냐고!?
“어쨌든 말이죠. 저는 이쯤에서 물러나고 싶으니 이거 놔……, 앗, 잠깐……!”
앉아있는 내 팔을 노이즈가 갑자기 위쪽으로 잡아끌었다.
내 의지랑은 상관없이 몸이 일으켜지고, 나는 노이즈의 손에 질질 끌려 강제적으로 움직이게 되었다.
향하는 곳은……. 노이즈의 방이다. 분명.
“어이, 노이즈! ……앗, 우왓!”
노이즈는 나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자마자, 침대로 들이밀었다.
위쪽을 향하고 넘어진 내 등 뒤로 부드러운 충격이 전해져온다.
간발의 틈을 두지 않고, 노이즈가 침대 위로 올라왔다.
“잠깐 잠깐 잠깐 잠깐.”
도망치려고 몸을 뒤로 뺐다. 하지만, 곧바로 등이 벽에 닿았다.
완전히 독 안에 든 쥐 상태다…….
“끝까지 비싸게 나오네.”
“당연하지!”
“경험 없어?”
“그, 럴 리가 없잖아!”
“그럼 상관없잖아, 별로. 처음 하는 게 아니면 그냥 당당하게 하지. 이런 때 허둥대는 것도 촌스러운 짓이고.”
“……윽.”
……이 자식…….
노이즈는 태연한 얼굴로 내 하반신으로 손을 뻗어, 찰칵찰칵 소리를 내며 바지 앞섶을 풀기 시작했다.
“어이……, 윽.”
노이즈의 팔을 제지하려하다가, 망설임이 인다.
……잠깐.
본인이 말한 대로, 이 녀석은 이런 걸 단순한 생리현상 처리로밖엔 생각하지 않는다.
부끄럽다고 여기는 건 나 혼자뿐, 노이즈에게는 분명 그런 감각이 없을 거다.
내 쪽이 일반적인 반응일 텐데, 연상인 이 녀석한테 촌스럽다는 말까지 듣고…….
꼭 내가 세련되지 못한 것처럼 상황이 흘러가고 있는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생리현상 처리와 정조 관념을 딱 나눠서 생각하지 못하는 내가 좀스러운 걸까? 아니면 이상한 건 이 녀석 쪽이니까 마지막까지 저항을 해야 하는 걸까.
야한 짓이라는 선입관이 있으니 무리라는 생각이 드는 것뿐, 야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 야한 건가?
확실히 같은 게 달려있는 사내자식끼리고…….
아, 점점 어느 쪽이 맞는 건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어쩌지?
“무섭다면 그만두겠지만.”
“! 그럴 리 없잖아.”
갈등에 갈등을 거듭하던 중에, 노이즈의 말에 울컥 화가 치밀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바보 취급당하기만 하는 건 역시 열 받는다.
장난삼아서라면 친구랑 서로 만지작거려본 적도 있고…….
닮는 것도 아니고, 이제 와서 새삼 고민할 일은 아니겠지.
남자끼리니까, 딱히…….
나는 턱을 당기고, 다시금 노이즈를 바라보았다.
노이즈는 내 반응은 살피는 듯이 눈을 맞추고, 내 손을 잡고는 자신의 하반신으로 이끌었다.
“………….”
“겨우 그럴 마음이 들었어?”
“멋대로 지껄이든지.”
“풀어.”
노이즈의 재촉에, 나는 각오를 굳히고 약간 땀이 밴 손으로 노이즈의 벨트를 풀고 단추를 끄른 뒤 지퍼를 내렸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쿵쿵 울려대기 시작하고, 얼굴도 점점 뜨거워진다.
위험해. 긴장된다.
하지만……, 하는 수밖엔 없다.
노이즈의 속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 아직은 부드러운 그것을 잡고서 밖으로 끄집어낸다.
노출된 그것을 보고,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피어스가 달려있다.
끝부분에 여러 개가 있다. 심지어 뒤쪽에까지…….
그러고 보니 이 녀석, 몸 이곳저곳에 엄청나게 피어싱을 하고 있었지.
설마 여기까지 해놨을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내가 그것에 눈을 뺏기고 있는 사이에, 노이즈의 손이 똑같이 내 것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응…….”
나 아닌 누군가 손가락이, 조금 간지럽다.
“손, 움직여.”
노이즈가 곧바로 내 것을 위아래로 문지르기 시작한다.
피어스 째로 문질러도 괜찮은 건가……?
나도 노이즈의 것을 조심조심 만지작거려본다.
“더 세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잘도 그런 말을 지껄이네, 이 자식.
나는 큰맘을 먹고서 노이즈의 것을 힘차게 그러쥐었다.
힘을 실어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자, 피어스의 딱딱한 감촉이 오돌토돌 손바닥에 닿았다.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다…….
“……이거, 피어스. 안 아파?”
“전혀.”
“뚫을 때도?”
“응.”
“진짜로? ……아, 혹시 혀도 뚫었어?”
“이거?”
“아-…….”
노이즈가 낼름 혀를 내밀었다. 은색의 동그란 구슬 몇 개가 타액에 젖어 빛나고 있다.
혓바닥도 거기도 구멍 숭숭이라니 아프지도 않나…….
묘한 압도감을 느끼며, 노이즈의 손에 의해 주어지는 자극에 점점 숨이 가빠졌다.
이런 건 오랜만이라, 어쩐지 감각이 더 민감해진 것 같달까…….
“……읏, 후우…….”
“……넌 안 뚫어?”
완전히 단단해진 나의 것을 만지며, 노이즈가 내 귓가에 낮게 속삭인다.
그 목소리에 살짝, 심장이 뛰어오른다.
“……안 뚫어.”
“왜.”
“아플 것 같고……. 애초에 피어싱 같은 거 하고 싶다는 생각, 해본 적 없어.”
“뚫어줄까.”
“아……, 읏.”
노이즈가 끈적끈적 내 귀를 핥는다.
혀의 피어스가 닿아서, 간지럽다…….
“귀, 민감하네.”
“……몰라 그런 거.”
“만약 그렇다면 아플지도 모르겠네, 뚫는 거.”
“……응, 흣, 아……”
귓속으로 숨을 불어넣는 듯이 말을 내뱉으며, 노이즈가 나의 것을 문지르는 손에 힘을 싣는다.
끝부분에서 흘러나온 액체가 그 움직임을 더 매끄럽게 만들어, 달콤한 자극이 허리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간다.
“너도, 제대로 해줘.”
“……으읏.”
소리가 나올 것만 같은 것을 참으며, 나는 노이즈의 것을 그러쥔 손을 움직였다.
……그러나.
“……?”
노이즈의 것은 약간 단단해졌을 뿐, 좀 전부터 그 이상의 변화는 없다.
눈을 위로 뜨고 흘낏 엿본 노이즈의 얼굴도, 흐트러진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이상하네.
이렇게까지 만져지면, 아무리 손놀림이 어설퍼도 약간은 느끼게 되지 않나?
아니면 내 테크닉이 유례없이 엉망인 건가…….
“……별로, 느낌이 안 와?”
“음…….”
그렇다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분간이 안 되는 소리를 내고, 노이즈가 묵묵히 내 것을 문지른다.
나도 더 힘을 실어서 손을 움직여본다. 하지만, 내 쪽이 먼저 절정으로 내몰리고 만다.
“아, 으응, ……하아, ……응.”
“………….”
“하, 아……, 읏, 아, 잠, 깐…….”
이제 슬슬, 위험할지도…….
하지만 시야에 비치는 노이즈의 얼굴은 태연함 그 자체라, 묘한 초조함에 내몰린다.
이런 때에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연상인 나만 계속해서 추태를 내보이고, 이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게 극심하게 부끄럽다.
이래선 꼭 내가 조루 같잖아…….
“아, 안 돼, 아, ……앗, 갈 것 같아, 그만……, 손…….”
손 치워, 더러워져.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괜찮아.”
“……읏, 아, 하아……, 아아……, 읏!!”
결국, 나는 노이즈의 손에 감싸인 채로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몸이 흠칫흠칫 떨리고, 방금 쏟아져 나온 정액이 노이즈의 손끝에서 뚝뚝 떨어진다.
흐트러진 숨을 내쉬며, 나는 멍하니 노이즈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기분 좋았다.
하지만, 나만 이래서는…….
내가 사정의 여운과 자기혐오와 후회에 시달리는 사이, 노이즈가 내 체액으로 흠뻑 젖은 손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꽤 나왔네.”
“시끄러워……. 빨리 닦아.”
내가 티슈를 집으려하자, 노이즈는 갑자기 자신의 손을 입가로 가져갔다.
“!!”
“써…….”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내 체액을 핥고, 노이즈는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아, 아무리 수치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설마……. 그걸 핥다니…….
심지어 간 건 나뿐이고, 노이즈는 그럴 징조조차 보이지 않는다.
………….
……이건 아니다.
연상으로서, 남자로서 체면이 서질 않는다.
역시 이렇게까지 되면 나도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손으로 안 된다면…….
……머릿속에서 어떤 스위치가 켜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위를 보고 누워있던 몸을 돌려, 엎드린 자세로 노이즈의 하반신으로 다가갔다.
“뭐야?”
“괜찮으니까.”
노이즈의 그것은 일단 발기는 되어있지만, 끝이 나려면 한참 멀었다는 느낌이다.
나는 의아한 듯한 얼굴을 하는 노이즈의 허리로 몸을 내리고, 노이즈의 그것을 손으로 받치고는 입을 댔다.
끝부분을 가볍게 핥고, 입술을 벌리고서 서서히 삼켜간다.
노이즈의 그것은 겉으로 보기보다 커서, 곧바로 입 안이 가득 찼다.
“……하.”
……오.
희미하게 숨을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이거 어쩌면…….
나는 천천히 머리를 위아래로 움직이고, 노이즈의 것을 입 안의 점막으로 문질렀다.
당연히, 이런 걸 하는 건 처음이다.
하지만, 지금은 망설임이나 당혹스러움보다도 노이즈를 가게 하고 싶다는 의지 쪽이 앞섰다.
“으응, ……응.”
혀로 여기를 이렇게, 손을 이렇게 움직여서…….
나한테도 똑같은 게 달려있고, 입으로 해본 적은 없어도 어떻게 하면 될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그건 그렇고 노이즈의 피어스가 혀에 오돌토돌 닿아서, 왠지 묘한 기분이다…….
“응, ……하, 으음…….”
“……, 후.”
한숨소리가 들린 듯한 느낌에 눈을 위로 뜨고 살펴보니, 어느 사이엔가 노이즈의 눈이 감겨져있었다.
그 표정에 약간 가슴이 철렁한다.
방금 전까지 건방진 소리를 지껄이던 녀석이 내가 해주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왠지 등줄기에 짜릿한 감각이 스쳤다.
좀 더……, 노이즈의 야한 얼굴이 보고 싶다.
그런 욕심이 솟아올라서, 자연스레 행위에 집중한다.
기분 좋지 않을까 싶은 곳을 중점적으로 애무하고, 손으로 페니스와 음낭을 어루만지면서 혀로 끝부분의 움푹 팬 곳을 찌른다.
피어스가 이에 닿아서 달칵달칵 소리가 났지만, 이미 그런 것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후……, 으음, 하아.”
“……읏, …….”
노이즈의 호흡 간격이 짧아지더니, 갑자기 내 머리를 꾹 내리눌렀다.
눈을 위로 뜨고 보니, 노이즈가 무슨 말인가 하고 싶은 듯이 가만히 나를 보고 있었다.
“……왜?”
“……좀 더, 세게.”
“세게?…….”
일단 노이즈의 그것에서 입을 뗀 후 얼굴을 들고, 확인하는 듯이 손에 힘을 실어서 세게 문질러본다.
“이렇게?”
“아니, 더…….”
“……세게, 깨물어.”
“!?”
지금, 뭐라고 했지?
깨물어?
노이즈가 내 머리를 눌러서, 행위를 계속하게끔 재촉한다.
다시금 노이즈의 것을 삼키면서, 나는 가벼운 혼란에 빠졌다.
깨물라니……. 이빨로 깨물라는 건가? 안 아픈가?
머릿속이 물음표투성이가 된다.
그치만, 확실히 방금 깨물라고 말했지…….
나는 쭈뼛쭈뼛 노이즈의 그것의 끝부분에 살며시 이를 세워보았다.
살덩이에 푹 파묻히는 느낌이 들어서, 무섭다…….
내가 이렇게 당했더라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아프다.
“……빨리.”
주저하고 있으니 노이즈가 재촉해왔다. 여기선 마음을 단단히 먹는 수밖엔 없다.
온몸에 피어싱을 했을 정도니, 괜찮……겠지.
괜찮을 거다. ……아마도.
“……, ……읏!”
나는 눈을 꼭 감고, 노이즈의 그것을 어금니로 깨물었다.
………….
이가 살에 닿고 깊숙이 박혀 들어가는,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감촉.
역시 아프지 않을까……? 괜찮나? 피, 안 났겠지?
그런 전전긍긍한 마음에 노이즈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읏.”
노이즈는 눈을 감고, 황홀하다고 할 수 있을 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짜냐고.
……기분 좋은 거다.
깨물리는 정도가, 좋은 건가?
그런 생각이 들자, 왜인지 나도 묘하게 흥분이 되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맥박 치기 시작한다.
왠지 위험하네. 이 위태위태한 느낌…….
아무튼 이렇게 계속 해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얻고, 나는 다시 노이즈의 것을 입에 머금고 끝부분에 이를 세웠다.
좀 아프지 않을까 싶을 만큼 세게 깨물거나, 살짝 깨물거나, 피어스를 물고서 당기거나 해본다.
그러는 동시에 할퀴는 듯이 페니스에 손톱을 세우고, 손바닥으로 있는 힘껏 그러쥐고서 문질렀다.
“읏……, 아, 음.”
노이즈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오자, 몸 안쪽이 희미하게 욱신거렸다.
이 녀석을 느끼게끔 만들었다는 게 굉장히 뿌듯하다.
나는 입과 손을 써서 노이즈의 것을 애무하는 데에 정신없이 몰두했다.
“읏, 하…….”
눈을 감고 있던 노이즈가 뚜렷하게 미간을 좁히고, 그 허리가 약간 떨린다.
입 안이 수분으로 가득 찬 것은 타액뿐만이 아니라, 노이즈의 그것에서 쿠퍼액이 흘러넘친 때문이기도 했다.
좀 전에 손으로 해줬을 때는 전혀 반응이 없었는데, 지금은 제대로 반응하고 있다.
노이즈의 것은 꽤나 커져서, 목 안쪽까지 들어오면 약간 토기가 올라왔다.
그럼에도 노이즈를 가게 하고 싶다는 일심으로, 나는 자신의 고통을 제쳐놓고 오로지 봉사에 전념했다.
“큭, 흐읏, 아…….”
씁쓸한 액체를 빨아들이며, 페니스의 끝에서부터 중간까지 조금씩 씹어 먹는 것처럼 세게 깨물어가자, 노이즈가 숨을 꾹 눌러 참았다.
“…………으읏!!”
노이즈의 몸이 크게 흔들리고, 내가 삼키고 있던 것이 움찔움찔 떨리고는……, 입 안이 미지근한 액체로 가득 차올랐다.
“……! ……응.”
정액이 입에서 넘쳐흐를 것만 같아서, 무심결에 꿀꺽 삼킨다.
……쓰다.
입술을 떼자 채 삼키지 못하고 흘러넘친 액체가 턱을 타고 떨어져내렸다.
“………….”
희미하게 얼굴이 발그스름해진 노이즈가 거친 숨을 이어나가며 나를 본다.
사정 직후라 그런지, 평소에는 사나운 눈빛이 약간 멍하니 풀어져있다.
그것을 보고,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내가 한 일로 이 녀석이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묘한 만족감과 달성감이 솟아오른다.
“……그거 닦아.”
“……아아, 응.”
노이즈가 사이드보드에 놓여있던 티슈를 몇 장 뽑아서, 내 쪽으로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들고, 턱에서 떨어져 내리는 정액을 닦아낸다.
중간에 스스로도 한껏 달아올라서 꽤 세게 깨물어버렸는데……, 피가 나왔다거나 하진 않겠지.
노이즈의 것을 흘낏 살펴본다.
딱히 상처가 난 곳은 없는 것 같다. 다행이다.
“……저기 말야. 너, 아픈 게 좋아?”
“…………별로.”
노이즈가 홀연히 시선을 돌린다.
뭐어……. 성벽 같은 건 사람마다 다른 거고.
일부러 집요하게 캐물을 필요는 없고, 나도 놀라기는 했지만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고.
그렇다곤 해도…….
열이 식자, 그때까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들이 이래저래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기세를 타고 한 일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엄청난 짓을 해버렸구나, 라든지.
짓궂은 농담이랄까, 질 나쁜 놀이랄까…….
그래도 내가 입으로 해줬을 때의 노이즈, 꽤 반응이 솔직했지.
그런 점은 역시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고 만다.
“……씻고 올게.”
노이즈가 몸을 일으키고,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볍게 정리하고서는 침대에서 내려간다.
“너는.”
“너 다음에 씻어도 괜찮아.”
“같이 들어갈래?”
“아니, 에- 그게, …….”
“……농담이야.”
평소처럼 담담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남기고, 노이즈가 방에서 나갔다.
“……하아.”
딱히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이 찝찝함과 자괴감은 뭐지.
나는 일단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방에서 나와, 바 카운터로 향했다.
싱크대의 수돗물로 입을 헹구고, 나른한 몸을 소파에 푹 파묻는다.
아래층에서 샤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지…….
에- 그러니까…….
분명 저 녀석이 뭔가 오해를 해서 불쑥 키스를 하고, 그리고는…….
내가 자기랑 어떻게 해보려고 했다느니 별 같잖은 소리를 하던데, 저 녀석에게는 내가 그런 식으로 보이는 걸까.
그렇게 생각될만한 짓을 한 기억은 전혀 없는데…….
저 녀석이 자의식 과잉인 건가?
하지만 뭐랄까 도끼병 환자의 말투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잘은 모르겠지만…….
그보다도 애초에 우리들, 지금 이런 짓을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닌데. 일이 이상하게만 꼬여간다…….
그런 갖가지 생각들과 씨름하고 있으니, 샤워를 끝낸 노이즈가 2층으로 올라왔다.
“씻어.”
“……아아, 땡큐.”
소파에서 일어나, 노이즈의 옆을 스쳐지나간다.
아직 젖어있는 노이즈의 머리카락에서 희미하게 비누 냄새가 나서……, 살짝 두근거린다.
……머리를 식히는 편이 좋겠군.
나는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 샤워실로 향했다.
샤워를 한 뒤, 나는 맹렬히 쏟아지는 졸음에 내 방의 침대 위로 쓰러졌다.
그대로 잠이 들어버리고……, 다음으로 눈을 떴을 때는 늦은 밤이었다.
엎드린 채로 있던 내 등 위로 무언가가 콩콩 뛰어서, 그로 인해 잠이 깼다.
‘아오바, 일어나. 아오바.’
“응~. 렌……? 어라, 슬립 모드였던 거…….”
‘자기 전에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하다면서 기동시켰잖아. 그보다 얼른 일어나.’
“왜 그래? 클라라쨩이라도 온 거야?”
‘농담할 상황이 아냐.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 건물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
“……!”
그 말에 잠이 확 날아가서,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인다.
……확실히 창밖에서 소란스러운 기척이 느껴진다.
“어째서…….”
‘자세한 사항은 불명이다.’
“플라티나 제일 안에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 이 상황에선 도망치는 편이 좋겠네.”
‘아아.’
나는 옷을 갖춰 입고, 렌을 가방에 넣고서 방에서 나왔다. 곧바로 노이즈의 방으로 향한다.
“노이즈.”
노이즈는 이미 준비를 마치고, 방 한가운데에 서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위험한 것 같으니까 도망치자.”
“……아아.”
대답은 했지만, 노이즈는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 빨리 움직여. 왜 그래?”
“뭐, 너 혼자 도망치면 되잖아.”
“하?”
“나는 나대로 도망갈 거고. 일부러 부르러 오는 것 따위 의미 없잖아.”
……이 녀석, 또 이러네.
[ 이젠 정말 화가 난다 ]
[ 솔직하게 마음을 전한다 ] → 선택
상황이 상황인 만큼, 노이즈에게도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신중하게 말을 고를 시간은 없었다.
“됐으니까 같이 도망치자고, 빨리 움직여!”
나는 방 안으로 발을 들이고, 노이즈의 팔을 붙잡았다.
“이거 놔.”
“시끄러, 입 말고 다리를 움직이라고, 뛰어!”
나는 노이즈를 방 밖으로 끌고 나와, 계단을 내려가려했다.
……그러나.
“어이!!”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썩 나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이 부서지고, 몇 명의 남자가 고함을 치며 글리터 안으로 들어왔다.
……이 녀석들, 혹시 어제 노이즈랑 뒷골목에서 싸웠던 녀석들인가?
“과연 그렇달까, 예상대로랄까.”
“누구, 저 녀석들.”
“네가 어제 주먹을 썼던 녀석들이라고.”
“아아, 끈덕지네.”
“그러니까 내가 이럴 거라고 했잖아…….”
노이즈의 태도에 진절머리가 나는 것을 느끼며, 나는 바로 계단을 내려가지 않고 침입자들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안 내려가?”
“지금 내려가면 속공으로 붙잡힐 거야. 그 전에 약간 수를 줄여둘까 해서.”
“……아아.”
“너도 협력해. 그럼……, 간다!”
우리들은 둘이서 동시에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열 칸 정도가 남은 지점에서 난간을 붙잡고, 몸을 앞으로 날린다.
“이얍!!”
“으앗!?”
선두에 있던 남자의 얼굴에 니킥을 먹인다. 그 남자가 위를 향한 채로 쓰러지고, 뒤에 있던 녀석들이 도미노처럼 그 아래에 깔렸다.
“이, 자식!”
“읏차!”
몸을 일으켜 세움과 동시에 돌진해오는 남자에게 발차기를 먹이려 했더니, 노이즈가 너클로 후려쳐 날려버렸다.
“으악!”
“성가시네. 얼른 가자고.”
“원인 제공자는 너잖아!”
여하튼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도망갈 길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들은 공동작전을 펼쳤다.
“이야압!”
“………….”
“크헉! 젠장……!”
“!”
“칫.”
좀처럼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전하는 사이에, 가까운 곳에서 소란스러운 사이렌 소리와 발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너희들! 무슨 짓이냐!!”
“아- 진짜, 빌어먹을! 노이즈 가자!”
“거기 서 이놈들!!”
끈질기게 덤벼드는 녀석들을 적당히 피하고, 우리들은 현관에서 밖으로 나갔다.
네온 장식이 눈부시게 빛을 발하는 스트리트를 빠져나가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 오로지 달리는 데에 전념한다.
경찰인지 야쿠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뒤에서 누군가가 쫓아온다.
그래도 좌회전과 우회전을 거듭하는 사이에, 점점 등 뒤로 발소리가 작아진다.
제대로 따돌린 건가……?
어깨 너머로 뒤를 돌아보고, 달리는 것을 멈추려 한 때였다.
“거기 서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으익!?”
“!”
누군가가 내 코앞까지 뛰어들었다.
허둥지둥 발을 멈추고, 그 녀석의 얼굴을 보고서는 놀란다.
“아쿠시마!?”
“이 녀석드으으으으으을 지명 수배다아아아아아!”
“왜 여기에…….”
“너희 테러리스트들을 멸종시키기 위해서 플라티나 제일 지국으로 이동했다고오오오오오오오오하하하하하하하하!”
엄청난 집념이다……. 하지만, 어딘지 낌새가 이상하다.
원래도 이상한 아저씨지만, 히죽히죽 기분 나쁜 미소가 입가에서 떠나지를 않고 눈의 초점도 맞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범죄자느으으으으으은 죽인다아아아아아아!!!”
아쿠시마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듯이 양팔을 떡 벌리고, 이쪽을 향해서 무언가를 치켜들었다.
뭐야 저거……. 메가폰을 개조해서 엄청 크게 만든 듯한 물건이…….
“윽!”
“!!”
갑자기, 노이즈가 나를 밀쳤다.
“무슨 짓……, !”
아쿠시마의 메가폰에서 전기 덩어리 같은 것이 발사되어, 엄청난 기세로 바닥에 넘어진 내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날아갔다.
뭐야 지금 그거……!?
그 즉시 몸을 일으켜 돌아보자, 전기 덩어리가 벽에 부딪쳐 소멸되는 것이 보였다.
“과연 저건 위험하네.”
나랑 같이 땅바닥에 엎드리고 있었던 노이즈가 일어서서, 아쿠시마를 응시한다.
“성가시네. 처리해둬야겠군.”
“할 수 있겠어? 이상한 무기 들고 있는데.”
“하는 수밖에 없잖아.”
“죽어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와, 또……!”
“큭!”
또 그 전기 덩어리가 날아와서, 나와 노이즈는 제각기 좌우로 재빠르게 흩어졌다.
“놓칠까보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진짜냐고……!”
아쿠시마가 발사한 전기 구가 내 바로 옆에 있는 벽을 도려내고, 요란한 빛과 소리를 내며 사라진다.
“엄마야…….”
“……큭.”
아쿠시마의 공격이 한 순간 멈춘다.
그 순간, 노이즈가 아쿠시마를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바보! 하지 마!!”
“죽어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노이즈는 아슬아슬하게 전기 구를 피하고, 아쿠시마의 몸통 쪽으로 뛰어들고는 너클로 후려쳤다.
“으악!!”
“으에에엑!!”
“……! 그만해, 어이 노이즈!”
노이즈가 잇달아 아쿠시마에게 주먹을 날린다.
그 용서 없는 공격에 나는 조금 무서워졌다.
아쿠시마의 공격도 위험하지만, 저 녀석도 꽤나 위태롭다고……!
저러다가 죽이고 만다……!
신나게 얻어맞은 아쿠시마가, 고개를 푹 떨군다.
설마…….
“…………흐하하하하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갑자기 아쿠시마가 얼굴을 들고,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입을 크게 벌리고서 웃었다.
한쪽 손으로 노이즈의 목을 붙잡고, 거대 메가폰을 노이즈의 배에 댄다.
“윽!”
“노이즈!”
“이번에야말로 죽어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나는 생각보다도 먼저 달리기 시작했다.
주변의 소리가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되고, 심장의 고동과 귀 울음만이 울린다.
──── 사용해라. ────
──── 사용하라고, ‘힘’을. ────
──── 사용해라. ────
………….
………….
…………힘을.
“…………앗!!”
목전에 아쿠시마가 들이닥친다.
……힘을.
…………힘을!
나는 아쿠시마에게로 뛰어들어, 그 이마에 손을 올렸다.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를 바라본다.
“…………가라앉아라.”
“……하아, 하아, ……윽, 하아.”
……젠장.
머리가 쪼개질 듯이 아프다.
숨을 쉬는 것도 전력 질주한 직후처럼 힘들다.
……하지만.
“……어이.”
노이즈가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 옆에는 아쿠시마가 쓰러져있었다.
노이즈……. 용케 타이밍을 맞췄다…….
“…………다행이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안도감과 함께 혼잣말을 내뱉는다.
“………….”
그러나, 노이즈는 몹시 험악한 눈초리로 나를 노려보았다.
“……?”
“……지금 그 목소리.”
“목소리?”
“저번에, 내가 졌을 때랑 똑같아. ……역시 사실은 할 수 있는 거잖아.”
“아…….”
“뭐가 기억이 안 나, 야.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나 떼고. 사실은 할 수 있는 거잖아? 예전에도 그 힘을 써서 라임을 했겠지.”
“그렇다면 싸우라고. 한 번 더, 지금 당장 해. 빨리.”
“……!”
노이즈가 내 양쪽 어깨를 내리누른다. 하릴없이, 나는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고요한 분노가 깃든 노이즈의 눈빛이, 나를 꿰뚫는다.
“……윽.”
“빨리 해.”
“무리, 라고 했잖아……!”
지금은 부득이하게 사용한 것뿐이고……. 그런 힘, 실은 사용하고 싶지 않다.
“하라고.”
“무리, 라니까, 윽, 못 한다고……!”
노이즈의 손이 내 어깨를 지면으로 꾹꾹 짓누른다. 뼈와 살이 삐걱거리고, 아픔에 얼굴이 일그러진다.
어째서……, 이런 꼴을 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고. 이 녀석을 구해주고 싶어서 한 일인데…….
딱히 보답을 바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째서 이 녀석의 요구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강요받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고……!
치밀어 오르는 억울함에 목 안쪽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아서, 나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큭, 너야말로, 왜 이렇게까지 나한테 집착하는 건데……!?”
“기껏해야 라임이잖아, 라임에서 한 번 진 걸 가지고……. 영문을 모르겠다고!”
“………….”
그 순간, 노이즈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
“……그럼 도와주려고 하지 마.”
“넌 날 도와주고서 자기만족에 젖었을지 모르겠지만, 만일 방금 그걸로 내가 죽었다고 해도 결국은 자업자득이야.”
“그 녀석한테 덤벼든 건 나였으니까. 네가 개입할 필요 없었어.”
“그런데, 왜 일부러 날 구한 거지? 이렇게 딱딱거릴 거면 처음부터 그냥 내버려두라고. 내가 보기엔 네 쪽이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는데.”
“………….”
“내가 뭘 원하고 있는지, 이미 충분히 알고 있잖아. 넌 거기에 응하려고 하질 않아.”
“그러면서 도와주느니 어쩌니 이해가 안 가는 짓만 해대고, 너야말로 대체 뭐냐고.”
“뭐어, 네 입장에선 내가 있는 편이 여러모로 편리할 테고. 그게 아니면 그저 단순히 나랑 자는 게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말야, 상처 처치 같은 건 필요 없으니까.”
“………….”
“……하하…….”
노이즈의 말을 듣고, 갈라진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편리하다느니, 잔다느니. ……이번에도 그거냐고.
이 녀석, 내가 그런 녀석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갑자기 키스했던 것도 내 목적이 자기랑 자는 거라고 생각해서였나?
어이가 없는 차원을 넘어서……, 허무해진다.
“……너 말야, 날 그런 식으로 봤던 거야?”
“그런 거 말고 또 뭐가 있냐고.”
“있어. 얼마든지 있어. 걱정이 되고 마음이 쓰이니까 이래저래 상관하게 된다는 것도 있을 수 있잖아.”
“없어.”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노이즈가 부정한다.
“남한테 무언가를 해줄 때, 대부분은 보답을 원하지. 오히려 그걸 위해서 남에게 상관을 해. 결국은 자기 좋자고 하는 짓이야. 그 외의 이유 같은 건 없어.”
“아냐.”
그런 사고방식은 분명 이상하다. 아니, 그보다 너무 슬프잖아…….
“네가 있으면 마음이 든든하다든지,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네가 있으니까 편리하다든지 그런 생각 건 해본 적 없어.”
“자는 게 목적인 것도 절대 아냐. 아니 이 상황에서 그런 거 일일이 생각할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
“마음이 든든하다는 건 편리하다는 말을 그럴싸하게 바꾼 것뿐이잖아.”
“그러니까 아니라고. 그게 아니라……, 너 말야, 보고 있으면 어쩐지 조마조마하다고. 내버려둘 수가 없달까……. 그것뿐이야.”
“미안한데, 나 너보다 강해.”
“알고 있어. 근데 지금 그 얘길 하는 게 아니라고.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이 답답해서, 나는 내 어깨 위에 놓인 노이즈의 손을 꼭 잡았다.
노이즈가 곧바로 손을 빼려고 한다.
하지만, 놓지 않는다.
“상대가 누가 됐든 상처를 입으면 치료를 해. 나한테 있어서 편리하지 않은 인간이었어도 말야.”
“거기에 이유 같은 건 없어. 그냥 그런 거야.”
“이유 같은 거 없으면서, 내 상처가 빨리 낫게끔 해서 어쩔 거지? 나한테 이용 가치가 있다는 것 말고는 너한테 득 될 게 없잖아.”
“그러니까! 몇 번을 말하게 하는 거야, 관계없다고 그런 거.”
“……뭐라는지 모르겠어. 정말 이해가 안 돼. 이상한 생물체네, 너.”
“내 입장에서는 네 쪽이 훨씬 더 이상해.”
잡고 있던 손을 놓자, 노이즈가 못마땅한 얼굴로 일어섰다.
……일단 화는 가라앉은 것 같다.
“아야야…….”
긴장이 풀리자, 방금 전보다도 두통이 더 심해졌다.
“……말해두는데, 이야기는 전혀 끝나지 않았으니까 말야. 난 너한테서 떨어질 생각 없어. 반드시 나랑 싸우게 만들겠어.”
“아아.”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 나는 노이즈의 눈을 똑똑히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노이즈는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힘을 빌려줬다.
그러니, 나도 언젠가 반드시 이 녀석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언제까지고 피해 다닐 수는 없다.
내가 예전에 라임을 했던 건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그 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그런데, 이 녀석 어떻게 하지.”
노이즈가 바닥에 쓰러져있는 아쿠시마의 등을 툭 치고는 굴려서, 그 몸이 위쪽을 향하게 했다.
입을 크게 벌린 채로 기절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아쿠시마의 모습은 전의 그 주차장에서 조우했던 미즈키와 똑같았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조종당한 거겠지.
“……윽.”
……힘을 사용해서 아쿠시마를 저지했을 때.
내 목소리인데도 내 것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 입에서 나온 말도.
‘가라앉아라.’
저절로 입에서 나왔다는 느낌으로, 나로서는 오히려 귀에 익지 않은 말이다.
역시……. 힘을 사용하는 건 꺼림칙하다. 자신이 점점 알 수 없는 무언가로 변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녀석 깨어날 것 같지 않네. 내버려둘까.”
“………….”
“어이.”
“……아아, 응.”
번쩍 정신이 들어서, 노이즈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끄덕인다. 노이즈가 의아한 듯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뭐야.”
“아니……. 별거 아냐.”
코일이 울렸다. 메일이다.
-
(제목 없음) / 납치된 공주
탑의 문은 모두 열렸다
-
“……? 또 스팸인가?”
“잠깐 이리 줘봐.”
“에? 어이!”
노이즈가 내 코일을 낚아채, 자신의 코일에 접속시키고 멋대로 메일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역시 발신지를 특정 지을 수 없어. 아니, 특정된 장소에서 발신된 게 아냐.”
“무슨 말이야?”
“네트워크상에 썩어날 만큼 넘치는 낡은 데이터 쓰레기들을 사이에 두고, 위장을 해서 보낸 거야.”
“단, 여기는 플라티나 제일이다. 역시 외부로부터의 액세스라고 보기는 힘들어. 그렇게 되면,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플라티나 제일 안에 있는 누군가가 접촉해온 거라고 생각하는 게 맞겠지.”
“아아.”
“근데 이 메일이 함정이라고 한다면, 무슨 의미가 담겨있는 거야?”
“문자 그대로인 거 아냐? 정말로 타워의 문이 열려있다든지.”
“그렇다면 완전히 함정인 거네. ……토우에의.”
“그렇겠지. 어떻게 할 거야?”
“뭐……. 지금도 사면초가로 곳곳에 함정이 널려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고.”
“타워에 갈 거야?”
“그래…….”
“뭐, 안 움직일 건 없을 것 같네.”
“아아. ……가자.”
이게 정말로 맞는 길일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적의 수중에 있는 우리들로서는 다른 길을 생각하거나 선택할만한 시간이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는 없다.
경찰이나 야쿠자와 맞닥뜨리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우리들은 눈앞에 우뚝 솟아있는 타워를 향해 달렸다.
드디어! 많은 분들께서 기다리시던 노이즈 루트입니다. 약간 기합을 넣어서 했더니 살짝 시간이 걸렸네요 헤헤...ㅠㅠ
※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
[ 노이즈를 떠올린다 ] → 선택
[ 클리어를 떠올린다 ]
침대에서 일어나 방에서 나간다.
계단을 내려가서 보니, 거실에 조명이 켜져 있었다. 할머니인가?
“……!”
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가려 하다가, 무언가에 부딪쳤다.
“! ……너.”
“………….”
부딪친 것은 노이즈였다.
노이즈도 마침 거실에서 복도로 나가려던 참이었던 것 같다.
“왜 이런 데 있어?”
“있으면 안 되냐고. 먼저 부딪친 건 그쪽이잖아.”
그 말투에 조금 울컥한다.
“……미안하게 됐네.”
발길을 돌리려 하다가, 갑자기 팔을 붙잡혔다.
“……! 뭐야?”
“너, 나한테도 그 힘을 쓴 거야?”
“……윽.”
“기억해냈잖아. 라임 했었던 거. 그러니까 나랑 싸우라고.”
“그건…….”
“원한다면 지금 여기서 해도 상관없는데.”
“윽, 농담하지 마. 여기 집 안이라고.”
“라임은 그런 거 상관없어.”
“……적당히 좀 하라고.”
나는 노이즈의 손을 뿌리치고는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 녀석, 정말로 머릿속에 라임밖에 없다. 그 외에는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태도다.
그런 점이 어쩐지 비위에 거슬렸다.
“스크랩이었나, 네 힘. 여태까지도 그걸 써서 자기 좋을 대로 해온 거 아냐?”
“윽, 그럴 리가 없잖아……!”
“남의 마음을 엿보거나 짓밟아버릴 수 있다는 거잖아. 라임에서도 쓸 수만 있으면 써먹었던 거 아냐?”
“몰라, 라임에 참가했었다는 것 말고는 생각나는 것도 없어.”
“거짓말이겠지. 그럼 나랑 싸웠을 때의 그건 뭐야.”
“그러니까, 정말로 기억 안 난다고!”
그만 큰 소리가 나와서, 스스로도 당황해서 입을 닫는다.
노이즈도 거기서 입을 다물고, 내 눈을 응시했다.
마치 진위를 가려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눈을 거의 깜박이지 않고 나를 바라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위압감을 느끼면서도, 나는 눈을 피하지 않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하튼 기억 안 난다는 건 정말이야. 만에 하나 너랑 싸웠을 때 힘을 사용했었다고 해도, 지금은 사용하는 방법도 아무것도 몰라. 거짓말 아냐.”
“이런 상태라도 좋다면 싸워주지. 그치만, 네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잖아?”
“………….”
“내가 너랑 싸울 수 있겠다 싶은 때가 오면, 반드시 상대해줄 테니까. 약속할게.”
“……정말이지?”
“아아. 꼭이다.”
“……알았어. 지금은 널 믿는 걸로 해두지.”
“하지만, 때가 오면 반드시 승부다. 도망치지 말라고.”
“……알고 있어.”
노이즈는 재차 확인하는 듯이 내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는, 이내 내 옆을 스쳐서 복도로 나갔다.
“어디 가는 거야.”
“산책.”
대답을 적당히 둘러대고, 노이즈가 현관에서 밖으로 나간다.
그 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은……, 만일에 그 힘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된다고 해도, 가능한 한 사용하고 싶지 않다.
미즈키에게 심한 타격을 입히고 말았던 무시무시한 힘이다.
이런 일을 또 겪는 것은, 절대로 사양이다…….
“………….”
기분전환을 하고자 1층으로 내려온 것인데, 전환은커녕 더 울적해졌다.
나는 다시 한숨을 내쉬고, 우울한 기분으로 내 방으로 돌아갔다.
침대 위로 기어들어가, 잠들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눈을 감았다.
가까스로 졸음이 몰려왔을 때에는, 커튼 너머의 창으로 밝은 빛이 비쳐들기 시작했다.
꾸벅꾸벅 졸고 있으니, 갑자기 코일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전화다.
“네에.”
“아오바 씨? 자고 계셨나요?”
이 목소리……. 에- 누구더라…….
코일 액정에 표시된 이름을 본다.
“……아? 바이러스?”
“네.”
“어-, 무슨 일이야?”
“큰일이에요. 침착하게 잘 들어주세요. 지금 경찰이 아오바 씨 댁을 향해서 가고 있습니다.”
“…………헤?”
단번에 잠이 확 깨서, 나는 무의식중에 코일에 얼굴을 바싹 갖다 댔다.
“뭐 때문에.”
“모르겠어요. 단 꽤 많은 숫자가 출동한 것 같아요.”
“진짜야……?”
“아무튼 도망치거나 숨으세요. 저희도 경찰이 움직인 탓에 조금 시끄러워져서. 또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겠습니다.”
“아오바 씨, 부디 조심하세요.”
바이러스로부터 걸려온 전화가 끊긴다.
뭐지? 경찰?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때, 어렴풋하게 방 안을 비추는 정도였던 창밖의 빛이 갑자기 강해졌다.
아침을 넘겨버리고 낮이 된 것처럼 밝다.
“……?”
침대에서 내려와 창문으로 다가가, 커튼을 살짝 걷어본다.
“……윽, 눈부셔…….”
눈을 뜨고 있을 수 없다. 얼굴을 찡그리며 창밖을 본다.
아직 옅게 안개가 낀 이른 아침의 거리를 배경으로, 경찰 차량과 경찰관들이 집 앞에 주르륵 늘어서서 북적대고 있었다.
“아-, 아-, 아----. 냉큼 나와라-! 여기에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이 테러리스트 녀석들!!”
“…………하!?”
이 목소리……, 아쿠시마다.
“아---, 너희들의 죄목은 이렇다! 불법침입, 기물파손, 그 외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온갖 범죄를 통틀어 전부다!!!”
“당장 나와라! 세라가키 아오바와 그 일당들!!!”
“!”
풀 네임으로 호명되어서, 이 소동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그건 그렇고, 테러리스트? 어째서 그렇게 된 거냐고!
나는 옷을 갈아입은 후 렌을 기동시키고, 곧장 1층으로 내려갔다.
거실에는 할머니, 코우자쿠, 밍크, 노이즈, 클리어, 그리고 하가 씨와 요시에 씨가 있었다.
“아오바…….”
“마스터!”
“할머니! 어쩐 일인지 밖에 경찰관이 엄청 많이 있는데, 그것도 내 이름을 막 부르는데…….”
“성가시게 되었구나…….”
“잠깐 아오바쨩!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타에 씨께 부탁받은 일의 준비가 끝나서 왔습니다만……, 어쩐지 엄청난 일이 일어난 것 같군요.”
“저 녀석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들은 아오바쨩 편이니까 말야!”
“그렇고말고요!”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저도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어서…….”
“토우에겠지.”
“토우에……?”
“네가 어제, 스크랩을 사용한 것을 모르핀인지 뭔지 하는 녀석들이 보고한 거겠지. 곧바로 너한테 흥미를 보였다는 건가.”
“빨리 나와라-----!!! 안 나오면 이쪽에서 쳐들어가겠다! 괜찮겠지! 좋아! 돌격 준비다-------!”
“너희들, 빨리 뒷문으로 도망가거라!”
“저 녀석, 한다면 진짜로 한다고.”
“여기는 저희들이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그러니 아오바 군과 친구 분들은 어서 뒷문으로 나가세요!”
“그래! 나쁜 짓만 잔뜩 해대고 시민의 지팡이 노릇이라곤 요만큼도 안 하는 경찰 따위 확 날려버릴 테니까 말야!”
“하가 씨, 요시에 씨……. 할머니도, 고마워요.”
“도---올겨-----억!!!”
“아오바, 가자!”
우리들은 부엌의 뒷문을 통해 집 밖으로 나갔다.
교대하듯이, 경찰관들이 집 안으로 들이닥치는 소음이 전해져온다.
할머니도 하가 씨도 요시에 씨도……, 모두들, 미안……!
부디 무사하게 있어줘……!!
뒷문에서 나와, 우리들은 담과 담 사이의 좁은 길로 들어갔다.
그곳을 빠져나가, 조금 넓은 뒷길로 나온다.
“그쪽은 경찰관이 있습니다! 발소리가 들립니다!”
클리어가 소리친 대로, 앞쪽에서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있다! 이쪽이다!”
“……윽.”
들켰다……!
이런 곳에서 궁지에 몰리게 되면 일망타진이다.
“뭉쳐있지 마라! 흩어져!”
밍크의 말을 따라, 우리들은 뿔뿔이 흩어져 달리기 시작했다.
“……윽, 젠장……!”
여하튼 간에 경찰관들에게 붙잡히지 않도록 오로지 골목길 위를 달리는 데에 집중한다.
잠시 그렇게 달리다가, 뒤쪽에서 계속해서 발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눈치 챘다.
경찰관인가……!?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져온다. 빠르다. 내가 속도를 올려도 전혀 멀어지지 않는다.
위험해, 따라잡힌다……!
“……안 놓친다고.”
“! 노이즈!?”
틀림없이 경찰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옆에 나란히 선 것은 노이즈였다.
상당히 속도를 내서 달려왔을 텐데도, 노이즈는 숨도 헐떡이지 않고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다.
상대가 상대인지라 조금 복잡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혼자인 것 보다는 든든한가.
“너 말고 경찰한테서 도망치고 있는 거라고!”
“알고 있다고, ……!”
둘이서 달리던 도중에, 노이즈가 갑자기 멈춰 섰다.
“우왓, 잠깐!”
노이즈가 나보다 앞에서 달리고 있었던 탓에 자칫하다간 부딪칠 것만 같아서, 허둥지둥 발을 멈춘다.
“어이……!”
“……온다.”
“뭐가. ……윽!”
덜컥 하고, 지면이 일그러지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이건……!
“이 느낌……, 라임인가?”
“그러네.”
“왜 또……! 그것도 나랑 너랑 한꺼번에…….”
“무차별 살인 라임이겠지. 우스이가 없으니까 룰을 시행하는 녀석이 없어. 무법지대라는 말이다.”
“것보다……, 어쩐지 기분 나쁘지 않아? 이 필드. 유달리 생생한 게 현실적인 느낌이랄까.”
“라임을 너무 많이 해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겠지. 최근 여기저기서 눈에 띄니까 말야, 라임에 푹 절은 정신이상자.”
“………….”
“아오바, 온다.”
“에- 그러니까, 렌, 방어 부탁해!”
“………….”
“어이, 왜 입 다물고 보고만 있는 거야.”
“저쪽이 처음 노린 건 너야. 그러니까 네가 해.”
“하아!? 뭐야 그게!”
“아오바, 지시를.”
“그러면…….”
“!”
“렌!”
“……, 괜찮아.”
“내 탓이야, 미안.”
“신경 쓰지 마. 그보다 지시를.”
“……아아.”
“…………, 과연 그렇군.”
“가라.”
“오~케이!”
“…………윽!”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싱겁게 끝났네. 잔챙이다. 별 볼일 없네.”
“……그럼 좀 더 빨리 도와줬으면 어디 덧나냐고. 그랬으면 렌도…….”
태연하게 말을 내뱉는 노이즈에게 짜증을 느끼며, 나는 렌을 가방에서 꺼내 안아들었다.
“렌, 괜찮아?”
‘아아, 치명적인 데미지는 입지 않았다.’
“그래…….”
한숨 놓고서 렌을 쓰다듬고, 다시 가방 안으로 집어넣었다.
“바보 아냐? 기계 상대로는 필요 없잖아, 그딴 걱정.”
“……뭐?”
“아니 진짜 바보야? 기계를 걱정하지 말고 자기 걱정이나 하라고.”
“방금 그 녀석, 데미지 제한 장치를 끊어놓고 있었다고. 한 방이라도 제대로 맞았으면 너, 예삿일로는 안 끝났을 걸.”
“………….”
“그치만 네가 했던 말, 거짓말은 아닌 것 같네. 핀치에 몰렸는데도 아무것도 안 한다는 건 정말 잊어버렸단 거네.”
“……너, 설마 그걸 확인하려고 안 싸웠던 거야?”
“그런데?”
“……윽.”
역시 화가 울컥 치밀어서, 노이즈에게 그 화를 터트리고자 했던 때였다.
“……?”
‘게임 어플리케이션 송신이다.’
“또!? 아니 이런 때에…….”
“………….”
‘게임 어플리케이션 송신! 게임 어플리케이션 송신!’
“너한테도 온 거야?”
“그런 것 같네.”
‘아무래도 자동으로 재생되는 타입인 것 같다.’
“에……!”
“이 게임……, 묘하군.”
“말했었잖아, 데모 무비만 송신되는 게임이 있다고.”
“근데 이 초대장이란 건, 이걸로 플라티나 제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건가?”
“초대장? 그딴 건 안 왔는데.”
“진짜? 봐, 이거.”
나는 노이즈에게 초대장을 보여주었다.
“……과연 그렇군.”
“장난질인가 싶었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네. 게임 쪽은 개조된 것 같지만.”
“개조?”
“그 게임은 옛날에 해본 적 있어. 그치만, 그런 장면은 없었다고.”
어떻게 된 거지……?
게임 내용도 또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거였고…….
……잠깐.
“……할머니가 납치되었을 때도 게임이 송신되었었어.”
“그런 말을 했었지.”
“그러고 나서, 게임 내용이랑 똑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어. 그러니까 이번에도 뭔가 예고 같은 게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명백하게 함정이네. 할머니를 유괴할 거라고 예고했었단 거잖아.”
“!”
확실히 그렇게 되네…….
하지만, 함정이라고 쳐도 이번에 송신된 영상의 의미는 뭐였을까.
동굴, 보물 상자, 열쇠, 커다란 문…….
“이번엔 메일인가.”
-
하가 씨 / 플라티나 제일로 가는 지름길.
실은 제가 안내할 생각이었습니다만, 예정 변경입니다. 북쪽 지구의 D-86까지 와주세요. 거기서 합류하죠.
-
메일에는 이미지 파일이 첨부되어 있다. 구 주민구의 지도다.
플라티나 제일 외벽 왼쪽 가장자리 부근에 붉은색 점이 찍혀있다.
“지금부터 하가 씨랑 합류할 거야.”
“나도 간다. 네가 재대결 전에 어디서 죽어버리면 곤란하니까 말야.”
“…………, 가자.”
복잡한 마음이 드는 것을 느끼면서도, 나는 노이즈와 함께 걸음을 옮기고자 했다.
……그때, 바로 옆에서 뛰어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경찰인가?
“……앗.”
“이쪽이다.”
노이즈가 내 팔을 잡아끌고서 달리기 시작하고, 모퉁이를 돈다.
“어~~이쿠~~~~. 여기까지다 테러리스트 제군!!”
“!”
“칫.”
“겨~우 찾아냈다~~~~. 이제 놓치지 않을 테니까 말야! 포기하고 얌전히 쇠고랑이나 차라! 후하하하하하하!!!”
아쿠시마……!
이제 틀렸다고 생각한 순간, 간발의 틈을 두지 않고 노이즈가 아쿠시마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어이!?”
“우아아악!?”
……엄청난 소리가 나고, 아쿠시마가 정통으로 지면에 뒤통수를 박았다.
노이즈가 갑자기 아쿠시마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아쿠시마는 아무래도 기절을 한 모양으로, 코에서 시뻘건 피를 뿜어내고 있다.
코뼈, 부러지진 않았겠지…….
아니 것보다 갑자기 주먹이라니……. 게다가 그냥 때린 걸로는 저렇게까지 안 되지 않나?
어안이 벙벙해져서 노이즈에게 시선을 돌리니, 노이즈의 손에 척 보기에도 험악해 보이는 너클이 끼워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 녀석, 라임뿐만 아니라 육탄전에서도 위험하게 노네…….
“어이, 가자.”
노이즈가 내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한다.
나는 번쩍 정신이 들어, 허둥지둥 발을 움직였다.
어찌어찌 경찰의 추격으로부터 완전히 도망친 우리들은, 하가 씨와 합류하기로 했던 장소로 향했다.
지정된 장소는 북쪽 지구 변두리에 있는 지하통로의 출입구로, 그곳에는 부서진 바리케이드가 겹겹이 쌓여있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하가 씨가 이미 그 자리에 나와 계셨고, 내게 호신용으로 개조된 스턴 건을 건네주셨다.
하가 씨의 말에 따르면, 이 지하통로는 원래 플라티나 제일을 건설할 때 사용했던 운반용 통로인 것 같다.
본디 플라티나 제일은 섬 전체를 통째로 오락시설로 만들 예정이었던 듯, 구 주민구에도 공사용 물자를 운반하는 통로가 만들어지기는 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계획이 좌절되어 통로만 남게 된 것 같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존재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거의 사라지고 말았지만, 여하튼 이 통로를 빠져나가면 플라티나 제일의 게이트 앞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썩어들기 시작한 계단을 내려갔다.
통로 안은 어둡고, 터널과도 같은 외줄기 길이 아주 길게 이어져있었다.
묵묵히 길을 걸어가자 그 끝에 계단이 나오고, 그것을 올라가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장소로 나왔다.
거대한 백색 게이트가 눈앞에 우뚝 솟아있다.
이게……, 플라티나 제일의 게이트인가.
……정말로 여기까지 발을 들여도 괜찮은 걸까?
역시 함정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스쳤지만, 그럼에도 우리들은 걸음을 내딛었다.
“!”
“어서 오세요! 일본 최대, 최고급의 사랑과 꿈이 가득한 힐링 오락시설, 플라티나 제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게이트가 열린 순간, 요란한 팡파레와 폭죽 소리가 나고 이상한 팬더가 나왔다.
그 뒤로 다섯 개의 하얀 문이 보인다.
“여기는 선택받은 사람밖에는 들어갈 수 없는 지상 낙원이야! 부디 마음속 깊은 곳까지 리프레~시될 때까지 즐겁게 지내다 가!”
“수상해.”
“내 말이…….”
짜게 식어가는 우리들을 무시하고, 팬더가 벽에 붙어있는 버튼을 누른다.
“자아~ 그럼, 우리 친구들이 갈 곳은 어디가 될까나? 두근두근 룰렛, 스타트!”
“이야~아, 우리 친구들이 갈 곳은 그린 플레이그라운드야! 자 자, 이쪽으로 와주세요!”
왼쪽에서 두 번째 문 앞에 선 팬더가 한쪽 손으로 문 쪽을 가리킨다.
“여기는 최신형 게임센터를 비롯해 즐겁게 놀 수 있는 시설들이 쫘르르 늘어선 최고의 플레이그라운드야! 심심함이랑은 평생 연이 없는 세계지! 여한이 없게 잔뜩 놀고 와~!”
팬더가 내뱉는 대사에 약간 짜증이 치미는 것을 느끼며, 나와 노이즈는 그 문으로 다가갔다.
“자아 이제, 문 옆에 있는 인증 모니터에 입장 티켓, 또는 초대장을 대줘~!”
나는 코일로 초대장을 띄우고 모니터에 가져다댔다.
“플라티나 ID의 인증이 끝났습니다. 아오바 님과 그 외 한 분, 플라티나 제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입장 수속을 개시하겠습니다.”
“동행하신 분의 게스트 ID를 발행하겠습니다. 동행하신 분께서는 코일을 모니터에 대주십시오.”
노이즈가 코일을 모니터에 댄다.
“인증이 완료되어 게스트 ID를 송신했습니다. 모든 권한은 플라티나 제일에 귀속됩니다.”
“게스트 ID만으로는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주십시오.”
“자세한 사항은 초대장의 서비스 항목을 봐주십시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문이 열리고 그 앞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게임센터들이 군집되어 있는 듯한 장소였다.
건물들 가운데는 검정색으로 칠해져있는 것이 많고, 이곳저곳에 심플한 디자인의 네온 장식이 더해져있다.
라임 같은 게임의 세계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로, 비현실적인 느낌이다.
거리 위를 걸어 다니는 관광객들도 젊은 사람들뿐이고, 연배가 있는 사람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떼 지어 몰려다니는 모습만 봐서는 구 주민구의 녀석들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역시 구 주민구보다는 깔끔한 느낌이다. 겉으로 보이는 면만 그렇달까.
위를 올려다보니,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떠있다. 이것도 구 주민구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플라티나 제일은 날씨와 시간대가 컨트롤되고 있고, 기본적으로는 언제나 밤이라는 설정인 것 같다.
매일을 축제 기분으로 보내기 위해, 또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컨셉이 있는 모양인 것 같은데…….
정면으로 보이는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서있는 것은, 플라티나 제일을 상징하는 탑이다.
“저게 오벌 타워…….”
소문으로 들은 적은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뭔가 엄청나네.”
“그래? 저 정도는 보통 아냐?”
“저게 보통이라고…….”
주변의 광경에 압도되는 나는 본체만체하고서, 노이즈는 시시하다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초대장에 뭐라고 쓰여 있었지. 아직 제대로 보지 않았다.
나는 코일로 초대장을 열었다.
“이게 첨부되어있는데, 지도인가?”
‘플라티나 제일의 안내도다.’
렌이 가방에서 얼굴을 내민다.
“이 마크는?”
‘숙박시설의 위치겠지.’
“초대장에도 체류할 수 있는 시설이 지정되어있네. 일단 가볼까.”
“함정일지도 모르는데.”
“………….”
확실히 그것은 처음부터 줄곧 뒤를 따라다니던 불안요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을 수도 없다.
“플라티나 제일 안으로 들어온 시점에서 제 발로 함정에 뛰어든 거나 마찬가지잖아.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흐응. 뭐 어쨌든 상관없지만. 따라갈 거니까.”
“…………, 맘대로 하라고. 렌, 숙박시설까지 안내해줄 수 있어?”
‘알았다.’
시종일관 건방진 태도를 고수하는 노이즈에게 질려서, 나는 재빨리 걷기 시작했다.
렌의 안내를 따라서, 우리들은 숙박시설이 모여 있는 구역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궁전을 옮겨놓았나 싶을 정도로 호화스러운 건물들이 쭉 늘어서있었다.
그 안에도 랭크가 있는 듯, 우리들이 머물 곳은 끄트머리 쪽에 있는 자그마한 2층 건물이었다.
“여기가…….”
그 건물은 다른 건물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어딘지 모르게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문 위쪽에는 ‘글리터’라고 쓰인 플레이트가 내걸려있다.
옆 건물에도 다른 단어가 쓰인 플레이트가 있으니, 이게 이 건물의 이름인 거겠지.
나는 문 옆에 있는 인증 모니터에 코일을 대고, 앤티크한 손잡이를 돌렸다.
안으로 들어가고서는……, 깜짝 놀랐다.
밖에서 보기에도 고풍스럽다 싶었지만, 내부 장식은 훨씬 더 클래식한 느낌이 강했다.
“뭐랄까, 시대감이 느껴지는 내부 장식이네.”
“……이런 건 별로 취향이 아냐.”
“왜.”
“낡아빠졌어.”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내뱉어지는 냉혹한 말에 노이즈 쪽을 보자, 그 표정에 약간 변화가 생긴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어쩐지 혐오감이 밖으로 스며 나온 것처럼 보인다.
그게 약간 마음에 걸렸지만, 더 이상 신경 쓰지는 않고서 건물 안을 둘러보았다.
1층에는 커다란 괘종시계와 비싸 보이는 가구들이 잔뜩 늘어서있고, 안쪽에는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다.
내가 이곳저곳을 둘러보자, 노이즈는 소파에 털썩 걸터앉았다.
그리고, 갑자기 내게로 손을 내밀었다.
“네 코일 이리 줘.”
“하?”
“이리 내라고.”
“뭐 때문에.”
“초대장의 발신처를 조사할 거다. 만약 그게 토우에한테 이어져있다면 이야기가 빨라지잖아.”
“토우에? 왜 토우에한테.”
“이 플라티나 제일은 토우에의 소유물이야. 그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건 토우에가 주모자일 가능성이 높아.”
“………….”
노이즈의 말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이 녀석 자체를 믿어도 좋을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말은 그럴싸하게 하고선 코일에서 내 정보를 빼내거나 하는 게 아닐까?
그 정도는, 이 녀석에게는 식은 죽 먹기일 거다.
“뭐야.”
“아냐.”
“혹시 정보만 싹 빼가는 거 아닌가 의심하는 거야? 이제 와서 그런 짓 안 해. 맘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고.”
“……너 말야…….”
“빨리 이리 줘.”
뭐가 그렇게 당당한지 계속해서 요구를 되풀이하는 노이즈의 말에, 나는 마지못해 코일을 벗어서 노이즈에게 던졌다.
코이즈는 내 코일을 받아들고는, 자신의 코일에 접속해 조작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스피드의 손놀림으로 키보드를 치면서, 빠르게 흘러가는 모니터의 텍스트를 눈으로 좇고 있다.
……장난이 아니네.
나도 어느 정도는 기계를 다루는 데에 자신이 있는 편이지만, 이렇게까지는 못 한다.
꽤나 집중하고 있는 것인지, 말 걸기 힘든 분위기가 노이즈를 감싸고 있다.
내심 감탄하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 노이즈가 갑자기 손을 멈췄다.
“……말도 안 돼.”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
“무슨 짓을 해도 전부 에러가 떠. 국가 네트워크라도 이 정도로 철벽인 경우는 없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상대가 토우에인지 아닌지는 별개로 쳐도…….”
“발신처가 오리무중이라는 것만은 확실해. 역시 함정일지도 모르겠군.”
“……진짜야?”
그렇게 선선한 얼굴로 그런 말을 해도…….
노이즈가 내 코일을 돌려준다. 곱게는 아니고 휙 던져서.
“일단, 주의해두는 게 어때? 어쨌든 뭔가가 널 노리고 있다는 거잖아. 무차별 살인 라임도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것 같고.”
무차별 살인 라임인가…….
토끼 머리는 이 녀석이었지만, 두 번째로 무차별 살인 라임을 걸었던 건 모르는 녀석이었다.
“무차별 살인 라임은 누구든 할 수 있는 거야?”
“약간의 지식과 요령만 있으면 하고도 남아. 누구든 할 수 있다고, 너도 말이지. ……것보다.”
거기서 말을 멈추고, 노이즈가 내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뭐야.”
“라임 해봤으면서, 모르는 거야? 우스이가 나오고 규제가 생긴 건 6, 7년 전 이야기야.”
“네가 라임을 했던 때……, 10년 정도 전에는 오히려 무차별 살인 라임 쪽이 레귤러였을 텐데.”
“난 몰라, 기억도 안 나고.”
노이즈가 입을 닫고, 노려보는 듯이 내 얼굴을 응시했다.
“네 그 어중간하고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는 얼굴, 이젠 보는 것도 신물이 나.”
“…………하!?”
일방적으로 그런 말을 남기고, 노이즈는 소파에서 일어나 계단을 올라갔다.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그저 멍하니 그 뒷모습을 눈으로 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뭐야 저 녀석.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건 내 쪽이라고.”
기분이 너무 언짢은 나머지 일부러 소리가 나게 소파에 앉고, 가방에서 렌을 꺼낸다.
“왜 저 녀석은 매사가 다 지가 상전인 거야. 행동도 말하는 것도 느닷없고, 제멋대로인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확실히 노이즈의 발언과 그 의도는, 약간 이해하기 어렵군.’
“그렇지? 상대가 나라서 그러는 건지 어쩐 건지는 모르겠는데, 생각이란 걸 좀 해줬으면 좋겠어.”
렌을 상대로 신나게 노이즈 욕을 하는 사이에, 몸이 소파로 가라앉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이 소파, 뭔가 엄청나게 푹신푹신하다. 그 때문인지, 약간 졸음이 몰려왔다.
그러고 보니, 구 주민구에서 여기로 오는 동안 미친 듯이 계속 달리기만 했지…….
체력 회복을 위해서도 좀 쉬고 싶달까…….
피곤하네…….
서서히 밀려오는 졸음에 반항하지 않고,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
………….
……………….
……알고 있잖아, 사실은. 인정하라고.
인정하면 편해진다. 무슨 일이든 생각대로 풀리게 된다.
그러니까, 인정해라. 인정하고 받아들여라.
그러는 편이 지금보다도 훨씬 즐거워진다. 이미 알고 있잖아?
이봐…….
………….
………….
……………….
“………….”
묵직한 눈꺼풀을 들어올리고, 몇 번 눈을 깜박인다.
……지금, 몇 시지?
팔을 들어 코일로 시간을 확인하니, 한밤중이었다.
분명 소파에 앉아서, 그대로 잠들어버렸었지…….
“…………윽.”
머리가 약간 지끈거린다.
뭔가 꿈을 꿨던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목이 마르네. 물이라도 마실까…….
소파에서 일어난 시점에서, 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라? 이 녀석 어디 갔지?
평소 같았으면 내 발치에 있었을 텐데.
……지금 이 소리.
2층인가?
계단을 올라가자, 소파에 앉아있는 노이즈의 뒷모습이 보였다.
2층은 계단을 다 올라가면 바로 나오는 공간에 거실이 들어서있고, 그 안에는 TV와 바 카운터가 있다.
복도 안쪽에는 방도 있는 것 같다.
것보다……. 노이즈,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내가 2층으로 올라온 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이쪽을 돌아보지 않는다.
집중하면 주변이 보이지 않게 되는 타입인가.
소파로 다가간 나는 뒤에서 노이즈의 손이 움직이는 쪽을 살짝 들여다보고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렌!
노이즈의 무릎에는 렌이 축 늘어진 채로 올려져있었다. 게다가 노이즈의 손에는 공구가 들려있다.
“무슨 짓이야!”
반사적으로 소리를 치자, 노이즈가 천천히 내 쪽을 돌아보았다.
“뭐야, 있었어?”
“있었어? 란 말이 나오냐고! 렌을 놔줘! 아니 이리 내!”
나는 소파의 등받이 너머로 몸을 내밀어, 노이즈의 무릎에서 파란 털 뭉치를 안아들었다.
황급히 렌을 기동시킨다. 평소보다 약간 시간이 걸렸지만, 이내 깜박 하고 눈이 떠졌다.
‘아오바.’
“괜찮아? 어디 이상한 데 없어?”
‘이상 없다.’
“그래…….”
렌이 무사한 것에 마음 깊이 안도한다. 하지만, 나는 곧바로 노이즈를 노려보았다.
“너……, 렌한테 무슨 짓했어.”
“아무 짓도 안 했어.”
“거짓말 하지 마. 분명히 무슨 짓 하고 있었잖아.”
“하고는 있었는데, 그 녀석한테 지장이 생길만한 건 안 했어. 것보다 너, 이상하다고.”
“어디가.”
“무차별 살인 라임에 걸렸을 때도 한 말이지만 말야. 기껏해야 올메이트일 뿐인데 왜 그렇게까지 열을 내는 거냐고. 촌스럽게.”
“윽, 너 말야……!”
나는 렌을 바닥에 내려놓고, 소파를 돌아서 정면으로 노이즈를 보고 섰다.
내가 아무리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고 해도 방금 그 말은 그냥 흘려듣지 못하겠다.
노이즈의 멱살을 움켜쥐려다……, 흠칫 놀란다.
……피다.
노이즈의 손가락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
“! 너, 그거……, 다친 거야!?”
“아아. 공구가 스쳐서.”
혹시, 내가 억지로 렌을 안아들었을 때 그런 건가……?
생각해보니 그때 말고는 딱히 그럴 타이밍이 없다. 내가 뒤에서 들여다봤을 때는 상처 같은 거 없었고…….
그렇다는 건……, 내 탓이 되네.
순식간에 화가 무안함으로 변한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해도, 역시 다치게 만들어놓고 주먹을 날리는 짓은 못 하겠다.
“……미안해. 내 탓이야, 그건 사과할게. 다친 데 이리 보여줘 봐. 일단 지혈해둬야지.”
“괜찮아.”
“안 괜찮잖아. 보여줘 봐.”
“됐어.”
“안 됐다니까…….”
“만지지 마. 내가 알아서 해.”
“………….”
상처 난 곳을 보고자 뻗었던 손이 매몰차게 뿌리쳐졌다.
나는 깜짝 놀라서, 멍청하게 노이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노이즈는 소파에서 일어나, 복도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 어이…….”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린다.
“………….”
화나게 했나.
……화가 난 거네, 저건.
멋대로 렌을 만지작거린 건 용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처를 입히는 게 용납되는 건 아니다.
피도 꽤 많이 났고…….
죄악감에 내몰리며, 렌을 본다.
“렌.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
‘아아.’
“저 녀석한테 무슨 짓 당한 거야?”
‘내 성능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던 것 같아.’
“그것뿐?”
‘그리고 전번의 무차별 살인 라임에서, 웜 프로그램이 나한테 감염되었던 것 같아.’
“웜이라니……, 진짜야?”
‘아아. 공격을 받았을 때다. 현 상황으로서는 내버려 두어도 특별히 웜의 활동이 개시되지는 않는 상태였던 것 같지만, 그것도 노이즈가 치료해주었다.’
“그랬구나…….”
그 말인즉, 렌의 은인이라는 거잖아.
화를 내기는커녕 고맙다는 말을 했어야 했다…….
“………….”
……난감하네.
순간 이성을 잃었다고는 해도, 심한 짓을 해버리고 만 것에는 변함이 없다.
가능하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사과하고 싶지만……. 좀 전의 그 태도는, 완전 거부였지.
분명, 굉장히 화가 난 거다.
저 녀석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지금 섣불리 사과하러 간다고 해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과는커녕 오히려 더 화를 돋우고 말 것 같다.
어떻게 하지.
사과하러 가야 하나, 단념해야 하나…….
나는 렌을 안은 채로 소파에 앉았다.
……노이즈. 저 녀석, 정말 모르겠어.
좋은 녀석인지 어떤지조차도, 전혀.
노이즈가 들어간 방의 문으로 시선을 돌린다.
……역시, 사과하는 편이 좋겠지.
노이즈의 방 앞에 서서, 가볍게 문을 노크해본다.
……대답이 없다.
역시 화난 걸까…….
“…………, 미안해.”
자그마한 소리로 그 말만을 남기고, 나는 옆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심플하고 아담한 침실로 꾸며져 있었다.
렌을 침대 위에 내려놓고, 나도 그 옆에 드러눕는다.
긴 한숨을 내쉬고 눈을 뜨니, 희미하게 두통이 일었다.
노이즈한테 미안한 짓을 해버렸네. 다친 것도 신경이 쓰이고…….
……내일, 제대로 사과하자.
그리고, 내일부터는 좀 더 토우에에게 접근할 실마리가 될 정보 같은 것도 모으지 않으면…….
띄엄띄엄 그런 생각들을 하는 사이에 의식이 멀어져가고, 나는 거기서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다음날 아침.
오늘은 꽤나 가뿐하게 눈이 뜨였다.
침대에서 잔 탓인지, 숙면이 된 모양이다.
두통도 말끔히 가라앉아,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에서 나왔다.
복도를 걸어서 거실로 나와, 커피라도 마실 작정으로 바 카운터로 들어간다.
선반에서 머그컵을 두 개 꺼내들고, 인스턴트커피 분말을 넣었다.
노이즈 것도 끓여서, 방으로 들고 가보자. 그리고는, 어제 일을 사과하자.
그런 생각을 하며 커피를 끓이고 있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노이즈다.
어쩐지 긴장감이 들어서, 나는 컵에 뜨거운 물을 따르며 그것을 필요 이상으로 뚫어져라 응시했다.
노이즈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
……대답을 해줬다. 약간 안심이 된다.
노이즈가 소파에 앉아서, 나는 커피가 든 머그컵을 들고 소파 쪽으로 갔다.
테이블 위에 컵을 올려놓는다.
“커피. 끓였으니까 마셔.”
“땡큐.”
의외로 평범하게 대답이 돌아왔다. ……다행이다.
어쨌든 화가 난 상태는 아닌 것 같다.
“……저기 있잖아. 어제 말인데.”
나는 약간 긴장을 풀고, 노이즈에게 사과를 하고자 입을 열었다.
“윽!”
“!?”
컵을 들고 입으로 가져간 노이즈가 갑자기 놀란 듯이 몸을 흠칫 떨었다.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있다. 혀를 덴 건가?
나는 허둥지둥 다시 바 카운터로 가서, 찬물을 따른 컵과 티슈 곽을 집어 들고 소파로 되돌아왔다.
“미안, 뜨거웠어? 이거, 물.”
“………….”
“뜨거운 거 잘 못 먹어? 괜찮아?”
“……별거 아냐.”
노이즈의 손에서 쏟아진 커피를 티슈로 닦으려하다가, 깜짝 놀란다.
머그컵을 단단히 쥐고 있던 노이즈의 손 위로, 쏟아진 커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혀를 델 정도니 꽤나 뜨거울 텐데, 왜 이렇게 태연하게 컵을 그대로 든 채로 있냐고 이 녀석은……!
“너, 손! 손 빨리 식혀! 거기도 뎄잖아.”
“손? ……아아.”
노이즈가 내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다는 듯한 얼굴로 커피에 흠뻑 젖은 손을 본다.
손바닥은 이미 빨갛게 부어오르기 시작해서, 보고 있는 내 쪽이 다 아프다.
빨리 식히지 않으면……!
노이즈의 팔을 붙잡으려는 순간, 어제 노이즈가 완전히 나를 거부했던 일이 떠올랐다.
너무 끈덕지게 간섭하지 않는 편이 좋은 걸까……?
[ 손을 식히라고 일러둔다 ]
[ 물이 나오는 곳으로 데려간다 ] → 선택
하지만 역시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다.
“컵 내려놔! 더 다치기 전에, 빨리!”
나는 노이즈의 팔을 붙잡고, 바 카운터 안에 있는 자그마한 싱크대로 데려가려했다.
“!”
“……내가 알아서 해.”
노이즈는 냉랭한 말투로 그렇게 말하고, 카운터 안으로 들어갔다.
……이상한 녀석. 혀를 뎄을 때는 당황했으면서, 손은 끄떡없는 건가?
아니면 일부러 아픈 티를 안 내고 있는 걸까. 센 척인가?
만약 그런 거라면 정말로 어린애랑 다를 게 없다.
그치만…….
어제에 이어서 또 내 탓이다. 다치게만 하고, 최악이다…….
죄악감이 목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나는 카운터 안의 노이즈를 바라보았다.
“……정말, 미안. 어제도……. 어제는 내가, 앞뒤 사정도 잘 안 살펴보고 네가 렌한테 뭔가 이상한 짓을 하는 거라고 멋대로 단정했었는데.”
“근데 실은 그게 아니라 렌한테 있었던 웜을 없애줬던 거잖아. ……고마워.”
“치료를 한 건 겸사겸사였지만. 사실 그보다는 네 올메이트한테 흥미가 있었던 거니까.”
“흥미?”
“네가 어떻게 나를 이길 수 있었는지. 올메이트한테 뭔가 있는 건지, 일단 조사를 해봤어.”
“……뭐야, 그거.”
“안을 열어본 것뿐이야. 그것 말고는 웜을 제거한 정도. 그런데 결국, 단순한 구형에 불과하다는 것 말고는 알아낸 게 없어. 왜 그런 걸 계속 쓰고 있는 거지?”
“……그건 네가 알 바 아니잖아.”
“네가 한창 라임을 하던 당시에는 별로 그런 거 못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네 올메이트, 꽤나 초기에 나왔던 녀석이잖아.”
“내가 이 섬에 와서 라임을 하기 시작한 건 3, 4년 전이지만, 그때도 그런 구식 모델을 쓰는 녀석은 없었다고.”
“………….”
“나는 내 멋대로 네 올메이트를 조사했어. 웜도 그냥 마음이 내켜서 멋대로 없앤 거야.”
“그러니까 네가 나한테 사과할 필요 같은 거 전혀 없는데. 이렇게 마음 좋은 분이실 줄은 몰랐네.”
“윽, 어쩔 수 없잖아, 애초에 네가 좀 더 제대로 설명…….”
“근데 말야. 배 안 고파?”
“하??”
산에서 갑자기 바다로 가는 정도의 갑작스런 화제 전환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배가 고프다고? 지금 하던 이야기의 어느 부분에서 그렇게 이어진 거지?
노이즈는 나 따위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척척 계단을 내려간다.
“어이, 어디 가는 거야.”
“밖.”
“잠깐 기다리래도.”
나도 허둥지둥 계단을 내려간다.
노이즈는 재빠르게 밖으로 나가버렸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방금 전까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정말이지 시종일관 참 꿋꿋한 마이페이스라고나 할까…….
진심으로 기가 질리는 것을 느끼며, 나는 노이즈의 뒤를 쫓아갔다.
“어이 기다려!”
성큼성큼 걸어가는 노이즈를 간신히 따라잡고, 그 옆에 선다.
불평이라도 한 마디 내뱉으려고 얼굴을 드니, 무언가가 시야 끄트머리에 스쳤다.
……뭐지?
지금, 저쪽의 어두운 곳에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부 새하얀, 유령 같은 느낌의…….
확인하기 위해 돌아봤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기분 탓인가?
“………….”
……다시 얼굴을 돌리니, 이번에는 노이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저 녀석……!”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면서 주변을 살펴보자, 노이즈가 가게 앞에 멈춰서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 부근은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는 듯, 비슷비슷해 보이는 가게들이 양옆으로도 늘어서있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 배고프다고 했었나.
“어이, 노이즈!”
이름을 부르며 가까이 다가가자, 노이즈가 내 쪽을 돌아보았다.
손에는 어느 사이엔가 타코야키 같은 것이 들려있다. 저건 또 언제 샀니…….
노이즈는 내게서 다시 가게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옆쪽의 가게로 이동했다. 또 뭔가를 산다.
그리고는 또 옆 가게로 이동해, 또 또 뭔가를 샀다.
그리고는 또 또 옆 가게로 이동해, 또 또 또 뭔가를…….
………….
“대체 얼마나 사대는 거야!”
노이즈의 양손은 눈 깜짝할 사이에 먹을 것으로 가득 찼다. 당장이라도 뭔가 떨어질 것 같다.
“그 이상은 못 들잖아. 이리 줘.”
보다 못한 내가 노이즈에게로 달려가, 음식이 담긴 용기를 뺏어든다.
“너도 먹고 싶으면 먹어도 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너 말야. 이건 사재기 수준이잖아.”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게 뭔 말이야. 시급 센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거야?”
“라임 관련 정보 매매. 내 팀의 정보는 비싼 돈을 내서라도 얻고 싶다는 녀석들이 잔뜩 있다고. 우스이의 출현 장소 같은 건 거의 빗나간 적도 없고.”
“헤에…….”
그러고 보니 그런 걸 한다고 했었지.
하지만 게임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돈을 낸다는 감각은, 나로서는 잘 이해가 안 되네.
“것보다, 그거 뭐야.”
“……헤?”
노이즈가 진지한 얼굴로 내가 들고 있는 타코야키를 가리킨다.
“지금 네가 직접 산 거잖아.”
“그렇긴 한데, 이름이 뭔진 몰라.”
“……하?”
농담을 하는 건가 싶어 노이즈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다.
노이즈는 신기한 거라도 보는 듯이 타코야키를 바라보고 있다.
……이 녀석, 진짜로 모르는 건가?
“장난치는 거야?”
“장난 아냐. 빨리 이름 대.”
“타코야키.”
“타코야키……. 흐-응, 이상해.”
………….
…………!?
“진짜냐……?”
“이건?”
노이즈가 자기 손에 들려있는 포장을 치켜들어 나에게 보여준다.
“크레이프.”
“이쪽은.”
“튀긴 도넛.”
“헤에. 이상한 이름뿐이네.”
“………….”
노이즈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본다.
하지만, 역시 날 놀리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확실히 애초부터 별난 녀석이다 싶긴 했지만, 구 주민구에서도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 좋아하는 먹거리를 모르다니…….
노이즈는 손에 들고 있던 크레이프와 튀긴 도넛을 쳐다보고는, 튀긴 도넛을 덥석 베어 물었다.
“달아.”
“그야 당연하지.”
“그래도 나쁘진 않네.”
“거 참 다행이네……. 여태까지 뭐 먹고 산 거야, 너.”
“피자나 파스타 배달해서.”
“그것만?”
“그것만.”
“질리잖아, 보통.”
“별로. 맛만 있으면 계속 그것만 먹어도 문제없어, 난.”
“………….”
이 녀석은 약간 별난 정도가 아니다.
기인열전 내보내도 되겠네…….
묘한 피로감을 느끼고, 나는 들고 있던 타코야키를 하나 먹었다.
은근 배가 고팠었구나. 오랜만에 먹으니 굉장히 맛있게 느껴진다.
플라티나 제일은 고급 레스토랑밖에는 없을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의외로 이런 것도 있구나.
“붕어빵까지 있다니……. 어쩐지 감격스럽네.”
다른 가게들을 둘러보고 있으니, 갑자기 오른손이 휙 잡아당겨졌다.
“응? ……앗!”
내가 먹으려고 했던 타코야키가……!
“너, 뭐 하는 거야.”
“짜.”
“당연하지. 무슨 애도 아니고. 몇 살이니, 꼬마야.”
“열아홉.”
“흐-응, 열아홉이라고.”
“……엣!!”
열아홉!?
노이즈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나보다 아래일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스물 아래일 줄은…….
“뭐야.”
“……아니, 젊구나- 싶어서.”
“넌 몇인데.”
“스물셋.”
“별로 차이도 안 나네.”
아니 충분히 나잖아!
것보다 지금까지 뭔가 이상하다 싶긴 했는데, 그 원인은 이건가? 연령인가?
냉정하고 침착해 보이는 겉모습과 그 내면의 갭이…….
그건 그렇고 나, 연하한테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한 거 아냐.
“……응?”
그때, 거리 이곳저곳에 걸려있는 광고 모니터의 문자가 눈에 들어왔다.
‘특별 기념 이벤트.’
이게 할머니가 말했던, 토우에의…….
“어이 노이즈. 저거…….”
노이즈 쪽을 본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다.
……또 사라졌다…….
“이 녀석이……, 이번엔 어디로 튄 거야.”
나는 이제는 거의 미아가 된 아이를 찾는 부모의 마음이 되어서, 내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