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봐도 노이즈는 고도의 게이인 것 같아요 (심지어 도M)
※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
또 뭔가를 사려고 가게 앞에 줄을 서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이 주변에는 없는 것 같다.
시끌벅적한 메인스트리트를 빠져나와, 사람이 적은 골목으로 향한다.
안쪽으로 걸어가자, 전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길가에서 뭔가 왁자지껄 소란이 일어난 것이 보인다.
싸움이 난 건가? 뭔가 안 좋은 예감이…….
“이 자식!”
“큭, 젠장!”
그곳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불길한 예감이 확신으로 변해간다.
……역시.
좁은 골목길의 한가운데, 몇 명의 사내들이 이리저리 뒤얽혀서 서로 주먹을 날려대고 있다.
그 안에……, 노이즈가 있었다.
“으악!”
노이즈에게 어퍼컷을 맞은 남자가 목 안에서 막힌 소리를 내며, 위를 향한 채로 쓰러진다.
이미 두 명의 사내가 땅바닥에 뻗어있다. 모두 수트 차림이다.
내가 착각한 게 아니라면, 뺨에 상처가 있는 직업을 가지신 분들로 보이는데…….
……어이어이.
“노이즈!”
내가 허둥지둥 달려가자, 전원이 움직임을 멈추고 내 쪽을 보았다.
“뭐야 너. 이 녀석이랑 한 패인가.”
“아아, 뭐어 대충 그런 느낌이네요.”
“이 빌어먹을 애송이가 주제도 모르고 날뛰어 대서 말이야……. 이렇게 아수라장이 된 거, 어떻게 할 거냐고. 아앙?”
“정말 죄송해요. 이 녀석이 아직 애라서 이래저래 사고를 치고 다니네요……. 정말 죄송해요. 미안합니다.”
나는 일부러 굽실굽실 머리를 숙이면서, 노이즈 쪽으로 다가갔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해요, 정말로……, ……자, 도망치자!”
“!”
이럴 땐 재빠르게 도망치는 게 이기는 거다. 노이즈의 팔을 붙잡고, 곧장 내달리기 시작한다.
“어이, 거기 서!”
“윽, 이거 놔!”
“닥치고 뛰어!”
노이즈의 팔을 질질 잡아끌고 달려서, 방금 전까지 있었던 스트리트로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틈에 섞여들면……!
나는 달리는 속도를 낮추고, 통행인들 사이에 끼어서 시치미를 떼고 태연한 얼굴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걷고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등 뒤를 돌아본다.
방금 그 사내들이 우리 뒤를 쫓아오지는 않은 것 같다.
“하아~…….”
“………….”
어떻게 모면은 한 건가…….
그건 그렇다 하더라도, 위험했다.
정말이지 왜 이러는 거야, 이 녀석은…….
나는 싫다는 노이즈를 억지로 잡아끌고, 글리터로 돌아갔다.
“하아…….”
“………….”
건물 안으로 들어가 한숨 놓고 있으니, 노이즈가 말없이 나를 노려보았다.
“뭐야.”
“쓸데없는 참견이나 해대고.”
“하?”
“네가 쓸데없이 참견하지만 않았으면, 충분히 이기고도 남았을 텐데.”
“……너 말야.”
좋게 말해 마이페이스지 이 정도까지 되면 단순한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어이가 없어지는 가운데 가볍게 짜증이 솟는다.
“있지, 그런 성가신 녀석들이랑 얽히게 되면 나중에 귀찮아진다고. 그 정도는 너도 알잖아?”
“저런 녀석들이 집념은 보통이 아니라고. 한 번 시작되면 거머리처럼 끈적끈적 들러붙어. 그럼 엄청 성가셔지잖아.”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상황인데, 여기서 더 복잡하게 만들면 어떻게 하냐고. 움직이기 힘들어지기만 하잖아.”
“………….”
노이즈가 언짢은 듯이 옆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반론하지 않는 건, 일단 내 말을 이해는 했다는 건가.
다시금 노이즈 쪽을 쳐다보고서, 나는 기겁을 했다.
손이 새빨갛게 흠뻑 젖어있다…….
“너, 또 다친 거냐고! 그것도 피가 줄줄 나오잖아!”
당황해서 손을 뻗으니 세차게 뿌리쳐진다.
“만지지 마.”
노이즈가 싸늘한 눈초리로 나를 응시한다.
이 녀석…….
뜨거운 커피에 화상을 입었을 때도 그랬지만, 어째서 이렇게까지 자기 몸에 닿는 걸 싫어하는 걸까.
평소엔 담담하면서, 만지려고만 하면 과민하게 반응한다. 결벽증인가?
“……제발, 부탁이다. 피만이라도 멎게 하지 않으면.”
“됐어.”
“상처가 심해져서 덧나면 곤란하잖아. 이리 보여줘.”
“됐다고 했잖, ……!”
“보여줘.”
“이거 놔.”
“안 돼.”
나는 우격다짐으로 노이즈의 손을 잡고, 싫어하는 것을 무시하고 가까이 끌어당겼다.
조금 강경하게 나가지 않으면, 이 녀석 또 다친 걸 방치할 거다.
“아무리 해도 싫다면, 날 때려.”
“………….”
노이즈는 꽤나 짜증이 치민 상태인 것 같았지만, 내 말에 딴 데로 얼굴을 돌리고는 얌전해졌다.
상처는 생각보다 심해서, 손등이 쩍 갈라져있었다.
그 야쿠자들한테 칼이라도 맞은 거겠지.
그러고 보니……, 어제 다쳤던 건 어떻게 됐지? 슬쩍 손가락 끝을 본다.
중지에 붉은 선이 그어져있지만, 이쪽은 그렇게 심하지 않은 것 같다.
다행이다…….
내가 다치게 한 거나 마찬가지고, 꽤나 마음이 쓰였기에 약간 안도감이 든다.
……어라.
그러고 보니, 응급처치를 하려고 해도 마땅한 도구가 없네.
“도망치지 마. 꼼짝 말고 있어.”
나는 단단히 일러두고서는 노이즈의 손을 놓고, 손에 닿는 대로 선반의 서랍을 열었다.
……오.
그렇게 이 서랍 저 서랍 열고 닫는 사이에, 한 서랍에 구급 세트 같은 것이 딱 들어있는 게 눈에 띄었다.
붕대와 소독시트, 각기 사이즈가 다른 반창고 같은 것이 작은 비닐 팩 안에 담겨있다.
이걸로 충분하겠지. 구급 세트를 들고서, 곧바로 노이즈 곁으로 돌아온다.
내가 팔을 잡자, 노이즈는 노골적으로 언짢아 보이는 얼굴을 했다.
그런 건 무시하고 다친 곳의 상태를 살펴본다.
“아~아, 아프겠다…….”
여전히 응고되지 않은 채로 흐르는 피를 티슈로 닦는다. 치료해주는 이쪽이 다 아파진다…….
“약간 쓰라릴지도 몰라. 조금만 참아.”
붉게 젖은 생채기를 소독 시트로 조심스레 닦는다. 아무리 신중하게 해도 분명 아프겠지…….
그런 생각에 노이즈의 얼굴을 본다.
하지만, 아픈 것을 참는 눈치는 아니다.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다.
……안 아픈 건가?
아니면 나한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오기로 태연한 척을 하고 있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그 근성이 존경스러울 정도지만…….
의아하게 여기면서도, 상처 위로 가장 큰 사이즈의 반창고를 붙인다.
“자, 완료.”
노이즈는 내가 무슨 부모의 원수라도 되는 양 노려보고, 손을 뺐다.
일단 다친 것을 방치하는 사태는 면하게 되어 안심한다.
나는 소파에 앉아, 약간의 탈력감을 느끼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너, 무모한 짓 좀 하지 말라고. 내가 다 조마조마하니까 말야.”
일부러 농담조로 말을 건넨다. 하지만 그 마음만은 꽤나 진지했다.
안 그랬다간 이 녀석, 언젠가 정말로 큰코다칠 것 같아서 무섭다.
“여하튼 지금은 토우에에 관한 정보를 모으지 않으면…….”
“영문을 모르겠다고.”
내 말을 가로막고, 노이즈가 입을 연다.
“뭔가 의미가 있는 거야?”
“……뭐가?”
“이런 거.”
노이즈가 반창고를 붙인 손을 내 쪽으로 들이민다.
“뭔가 이득이라도 있는 거야?”
“하? 이득?”
“……아아. 있는 건가.”
노이즈가 말꼬리에 비웃음을 띄운다.
“뒷일을 생각하면 내가 있는 편이 편하겠지. 이용 가치를 따지고 봐도 충분하고.”
“………….”
어제부터 몇 번이고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 녀석.
영문을 모르겠는 건 이쪽이다.
“……너, 자기가 무슨 말 하는지 알고 있어?”
“목적이 없으면 이런 짓 안 하잖아, 보통. 생판 남한테.”
노이즈가 다친 손을 팔랑팔랑 흔든다.
“남을 도와주거나 하는 거. 아무런 득도 없지 비효율적이지, 이익도 안 생기고.”
“내가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그것 때문에 치료해주려 한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아냐?”
“아냐.”
속에서 뭔가가 울컥한다.
“그럴 리가 없잖아. 단지 걱정이 되어서 도와준다든지, 이유 같은 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잖아.”
“모르겠어. 전혀 알 수가 없다고. ……아아, 아니면.”
노이즈가 난폭하게 모자를 벗고, 소파를 돌아 내 정면에 선다.
뭐야, 한 대 칠 건가?
나는 주먹이 날아올 것을 대비해 자세를 잡고자 소파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려고 했는데.
노이즈의 행동은……, 내 상상을 월등히 초월했다.
“…………!”
“이런 건가.”
………….
………….
…………!?
……아니아니아니아니!!
에!?
“윽, 무, 슨 짓이야 너! 이상하잖아!!”
“뭐가.”
“갑자기 키스라니!!”
“이용하는 것 외의 목적이라면 이것밖엔 없잖아.”
“이거라니 그게 뭔데!”
“나랑 어떻게 해보려고.”
“하아!?”
진심으로, 정말로, 진짜 진지하게.
어디를 어떻게 하면 생각이 그렇게 흘러갈 수 있냐고!?!?
갑자기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이야기에 사고 정지 상태로 있으니, 노이즈가 다시 얼굴을 가까이 댔다.
“어이 잠깐 기다려 연하남! 잠깐!”
“시끄러.”
“우웁……!”
노이즈가 내 머리를 잡아끌고는, 억지로 입을 막는다.
“후읍……!”
양손으로 세게 밀쳐내려 했지만, 턱을 붙잡혀 입이 억지로 벌려졌다.
혀가 들어오고……, 부지불식간에 등줄기로 짜릿한 감각이 가볍게 스친다.
“……웁.”
“…………, 으음…….”
노이즈의 혀가 미끌미끌하게 점막을 문지르고, 내 혀를 휘감으려 한다.
위험하다, 뭔가…….
잠깐, 이건…….
당황하는 나의 입 안에서 노이즈의 혀가 꿈틀댈 때마다, 무언가가 이에 닿아서 탁탁 소리가 난다.
무슨 소리지……?
“흐응, ……읏, ……”
그게 무엇일지 생각하기 전에, 허리가 지잉 하고 욱신거린다.
젠장…….
이 녀석의 키스, 특별히 잘하는 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라, 뭔가 굉장히…….
……너무 무방비하잖아, 나.
“……, 뭐야. 섰어?”
“!”
내 입 안에서 자신의 혀를 빼낸 노이즈가, 이거 보란 듯이 무릎으로 내 고간을 밀어 올린다.
한심스럽게도 내 그곳은 약간 반응을 해버리고 말았다.
“네가 갑자기 이상한 짓 하니까……!”
“그치만 키스 받고 선 거잖아?”
“……윽.”
“이거 어쩔 거야. 혼자서 뺄 건가?”
“윽, 어쩔 수가 없잖아, 이것만큼은! 생리현상이니까!”
“해줄게.”
“하!?”
“그 대신, 나도 해줘.”
“아니아니아니아니, 잠깐 기다려! 지금 네가 하는 말은 이상하다고!”
“뭐가?”
“해준다느니 자기 것도 해달라느니……, 이상하잖아!”
“근데 말야.”
노이즈가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다.
“너 왜 그렇게 당황하는 건데. 남자끼리 부끄러워할 필요, 별로 없지 않아? 게다가 지금 너도 말했잖아. 이런 건 단지 생리현상에 불과하다고.”
“서로 생리현상을 해소하는 것뿐이야. 어차피 할 거면 한꺼번에 하는 편이 효율적이지 않아? 그런 느낌.”
“아니아니아니아니!!”
뭐가 어떻게 효율적이란 건지 모르겠다고!
대체 뭐지? 이게 뉴에이지란 건가?
요즘 젊은이들은 이 정도까지 정조관념이 진화한 건가?
근데 나랑 이 녀석은 그렇게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아니고…….
역시 결국은 이 녀석이 이상할 뿐인 거 아니냐고!?
“어쨌든 말이죠. 저는 이쯤에서 물러나고 싶으니 이거 놔……, 앗, 잠깐……!”
앉아있는 내 팔을 노이즈가 갑자기 위쪽으로 잡아끌었다.
내 의지랑은 상관없이 몸이 일으켜지고, 나는 노이즈의 손에 질질 끌려 강제적으로 움직이게 되었다.
향하는 곳은……. 노이즈의 방이다. 분명.
“어이, 노이즈! ……앗, 우왓!”
노이즈는 나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자마자, 침대로 들이밀었다.
위쪽을 향하고 넘어진 내 등 뒤로 부드러운 충격이 전해져온다.
간발의 틈을 두지 않고, 노이즈가 침대 위로 올라왔다.
“잠깐 잠깐 잠깐 잠깐.”
도망치려고 몸을 뒤로 뺐다. 하지만, 곧바로 등이 벽에 닿았다.
완전히 독 안에 든 쥐 상태다…….
“끝까지 비싸게 나오네.”
“당연하지!”
“경험 없어?”
“그, 럴 리가 없잖아!”
“그럼 상관없잖아, 별로. 처음 하는 게 아니면 그냥 당당하게 하지. 이런 때 허둥대는 것도 촌스러운 짓이고.”
“……윽.”
……이 자식…….
노이즈는 태연한 얼굴로 내 하반신으로 손을 뻗어, 찰칵찰칵 소리를 내며 바지 앞섶을 풀기 시작했다.
“어이……, 윽.”
노이즈의 팔을 제지하려하다가, 망설임이 인다.
……잠깐.
본인이 말한 대로, 이 녀석은 이런 걸 단순한 생리현상 처리로밖엔 생각하지 않는다.
부끄럽다고 여기는 건 나 혼자뿐, 노이즈에게는 분명 그런 감각이 없을 거다.
내 쪽이 일반적인 반응일 텐데, 연상인 이 녀석한테 촌스럽다는 말까지 듣고…….
꼭 내가 세련되지 못한 것처럼 상황이 흘러가고 있는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생리현상 처리와 정조 관념을 딱 나눠서 생각하지 못하는 내가 좀스러운 걸까? 아니면 이상한 건 이 녀석 쪽이니까 마지막까지 저항을 해야 하는 걸까.
야한 짓이라는 선입관이 있으니 무리라는 생각이 드는 것뿐, 야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 야한 건가?
확실히 같은 게 달려있는 사내자식끼리고…….
아, 점점 어느 쪽이 맞는 건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어쩌지?
“무섭다면 그만두겠지만.”
“! 그럴 리 없잖아.”
갈등에 갈등을 거듭하던 중에, 노이즈의 말에 울컥 화가 치밀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바보 취급당하기만 하는 건 역시 열 받는다.
장난삼아서라면 친구랑 서로 만지작거려본 적도 있고…….
닮는 것도 아니고, 이제 와서 새삼 고민할 일은 아니겠지.
남자끼리니까, 딱히…….
나는 턱을 당기고, 다시금 노이즈를 바라보았다.
노이즈는 내 반응은 살피는 듯이 눈을 맞추고, 내 손을 잡고는 자신의 하반신으로 이끌었다.
“………….”
“겨우 그럴 마음이 들었어?”
“멋대로 지껄이든지.”
“풀어.”
노이즈의 재촉에, 나는 각오를 굳히고 약간 땀이 밴 손으로 노이즈의 벨트를 풀고 단추를 끄른 뒤 지퍼를 내렸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쿵쿵 울려대기 시작하고, 얼굴도 점점 뜨거워진다.
위험해. 긴장된다.
하지만……, 하는 수밖엔 없다.
노이즈의 속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 아직은 부드러운 그것을 잡고서 밖으로 끄집어낸다.
노출된 그것을 보고,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피어스가 달려있다.
끝부분에 여러 개가 있다. 심지어 뒤쪽에까지…….
그러고 보니 이 녀석, 몸 이곳저곳에 엄청나게 피어싱을 하고 있었지.
설마 여기까지 해놨을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내가 그것에 눈을 뺏기고 있는 사이에, 노이즈의 손이 똑같이 내 것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응…….”
나 아닌 누군가 손가락이, 조금 간지럽다.
“손, 움직여.”
노이즈가 곧바로 내 것을 위아래로 문지르기 시작한다.
피어스 째로 문질러도 괜찮은 건가……?
나도 노이즈의 것을 조심조심 만지작거려본다.
“더 세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잘도 그런 말을 지껄이네, 이 자식.
나는 큰맘을 먹고서 노이즈의 것을 힘차게 그러쥐었다.
힘을 실어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자, 피어스의 딱딱한 감촉이 오돌토돌 손바닥에 닿았다.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다…….
“……이거, 피어스. 안 아파?”
“전혀.”
“뚫을 때도?”
“응.”
“진짜로? ……아, 혹시 혀도 뚫었어?”
“이거?”
“아-…….”
노이즈가 낼름 혀를 내밀었다. 은색의 동그란 구슬 몇 개가 타액에 젖어 빛나고 있다.
혓바닥도 거기도 구멍 숭숭이라니 아프지도 않나…….
묘한 압도감을 느끼며, 노이즈의 손에 의해 주어지는 자극에 점점 숨이 가빠졌다.
이런 건 오랜만이라, 어쩐지 감각이 더 민감해진 것 같달까…….
“……읏, 후우…….”
“……넌 안 뚫어?”
완전히 단단해진 나의 것을 만지며, 노이즈가 내 귓가에 낮게 속삭인다.
그 목소리에 살짝, 심장이 뛰어오른다.
“……안 뚫어.”
“왜.”
“아플 것 같고……. 애초에 피어싱 같은 거 하고 싶다는 생각, 해본 적 없어.”
“뚫어줄까.”
“아……, 읏.”
노이즈가 끈적끈적 내 귀를 핥는다.
혀의 피어스가 닿아서, 간지럽다…….
“귀, 민감하네.”
“……몰라 그런 거.”
“만약 그렇다면 아플지도 모르겠네, 뚫는 거.”
“……응, 흣, 아……”
귓속으로 숨을 불어넣는 듯이 말을 내뱉으며, 노이즈가 나의 것을 문지르는 손에 힘을 싣는다.
끝부분에서 흘러나온 액체가 그 움직임을 더 매끄럽게 만들어, 달콤한 자극이 허리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간다.
“너도, 제대로 해줘.”
“……으읏.”
소리가 나올 것만 같은 것을 참으며, 나는 노이즈의 것을 그러쥔 손을 움직였다.
……그러나.
“……?”
노이즈의 것은 약간 단단해졌을 뿐, 좀 전부터 그 이상의 변화는 없다.
눈을 위로 뜨고 흘낏 엿본 노이즈의 얼굴도, 흐트러진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이상하네.
이렇게까지 만져지면, 아무리 손놀림이 어설퍼도 약간은 느끼게 되지 않나?
아니면 내 테크닉이 유례없이 엉망인 건가…….
“……별로, 느낌이 안 와?”
“음…….”
그렇다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분간이 안 되는 소리를 내고, 노이즈가 묵묵히 내 것을 문지른다.
나도 더 힘을 실어서 손을 움직여본다. 하지만, 내 쪽이 먼저 절정으로 내몰리고 만다.
“아, 으응, ……하아, ……응.”
“………….”
“하, 아……, 읏, 아, 잠, 깐…….”
이제 슬슬, 위험할지도…….
하지만 시야에 비치는 노이즈의 얼굴은 태연함 그 자체라, 묘한 초조함에 내몰린다.
이런 때에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연상인 나만 계속해서 추태를 내보이고, 이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게 극심하게 부끄럽다.
이래선 꼭 내가 조루 같잖아…….
“아, 안 돼, 아, ……앗, 갈 것 같아, 그만……, 손…….”
손 치워, 더러워져.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괜찮아.”
“……읏, 아, 하아……, 아아……, 읏!!”
결국, 나는 노이즈의 손에 감싸인 채로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몸이 흠칫흠칫 떨리고, 방금 쏟아져 나온 정액이 노이즈의 손끝에서 뚝뚝 떨어진다.
흐트러진 숨을 내쉬며, 나는 멍하니 노이즈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기분 좋았다.
하지만, 나만 이래서는…….
내가 사정의 여운과 자기혐오와 후회에 시달리는 사이, 노이즈가 내 체액으로 흠뻑 젖은 손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꽤 나왔네.”
“시끄러워……. 빨리 닦아.”
내가 티슈를 집으려하자, 노이즈는 갑자기 자신의 손을 입가로 가져갔다.
“!!”
“써…….”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내 체액을 핥고, 노이즈는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아, 아무리 수치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설마……. 그걸 핥다니…….
심지어 간 건 나뿐이고, 노이즈는 그럴 징조조차 보이지 않는다.
………….
……이건 아니다.
연상으로서, 남자로서 체면이 서질 않는다.
역시 이렇게까지 되면 나도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손으로 안 된다면…….
……머릿속에서 어떤 스위치가 켜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위를 보고 누워있던 몸을 돌려, 엎드린 자세로 노이즈의 하반신으로 다가갔다.
“뭐야?”
“괜찮으니까.”
노이즈의 그것은 일단 발기는 되어있지만, 끝이 나려면 한참 멀었다는 느낌이다.
나는 의아한 듯한 얼굴을 하는 노이즈의 허리로 몸을 내리고, 노이즈의 그것을 손으로 받치고는 입을 댔다.
끝부분을 가볍게 핥고, 입술을 벌리고서 서서히 삼켜간다.
노이즈의 그것은 겉으로 보기보다 커서, 곧바로 입 안이 가득 찼다.
“……하.”
……오.
희미하게 숨을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이거 어쩌면…….
나는 천천히 머리를 위아래로 움직이고, 노이즈의 것을 입 안의 점막으로 문질렀다.
당연히, 이런 걸 하는 건 처음이다.
하지만, 지금은 망설임이나 당혹스러움보다도 노이즈를 가게 하고 싶다는 의지 쪽이 앞섰다.
“으응, ……응.”
혀로 여기를 이렇게, 손을 이렇게 움직여서…….
나한테도 똑같은 게 달려있고, 입으로 해본 적은 없어도 어떻게 하면 될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그건 그렇고 노이즈의 피어스가 혀에 오돌토돌 닿아서, 왠지 묘한 기분이다…….
“응, ……하, 으음…….”
“……, 후.”
한숨소리가 들린 듯한 느낌에 눈을 위로 뜨고 살펴보니, 어느 사이엔가 노이즈의 눈이 감겨져있었다.
그 표정에 약간 가슴이 철렁한다.
방금 전까지 건방진 소리를 지껄이던 녀석이 내가 해주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왠지 등줄기에 짜릿한 감각이 스쳤다.
좀 더……, 노이즈의 야한 얼굴이 보고 싶다.
그런 욕심이 솟아올라서, 자연스레 행위에 집중한다.
기분 좋지 않을까 싶은 곳을 중점적으로 애무하고, 손으로 페니스와 음낭을 어루만지면서 혀로 끝부분의 움푹 팬 곳을 찌른다.
피어스가 이에 닿아서 달칵달칵 소리가 났지만, 이미 그런 것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후……, 으음, 하아.”
“……읏, …….”
노이즈의 호흡 간격이 짧아지더니, 갑자기 내 머리를 꾹 내리눌렀다.
눈을 위로 뜨고 보니, 노이즈가 무슨 말인가 하고 싶은 듯이 가만히 나를 보고 있었다.
“……왜?”
“……좀 더, 세게.”
“세게?…….”
일단 노이즈의 그것에서 입을 뗀 후 얼굴을 들고, 확인하는 듯이 손에 힘을 실어서 세게 문질러본다.
“이렇게?”
“아니, 더…….”
“……세게, 깨물어.”
“!?”
지금, 뭐라고 했지?
깨물어?
노이즈가 내 머리를 눌러서, 행위를 계속하게끔 재촉한다.
다시금 노이즈의 것을 삼키면서, 나는 가벼운 혼란에 빠졌다.
깨물라니……. 이빨로 깨물라는 건가? 안 아픈가?
머릿속이 물음표투성이가 된다.
그치만, 확실히 방금 깨물라고 말했지…….
나는 쭈뼛쭈뼛 노이즈의 그것의 끝부분에 살며시 이를 세워보았다.
살덩이에 푹 파묻히는 느낌이 들어서, 무섭다…….
내가 이렇게 당했더라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아프다.
“……빨리.”
주저하고 있으니 노이즈가 재촉해왔다. 여기선 마음을 단단히 먹는 수밖엔 없다.
온몸에 피어싱을 했을 정도니, 괜찮……겠지.
괜찮을 거다. ……아마도.
“……, ……읏!”
나는 눈을 꼭 감고, 노이즈의 그것을 어금니로 깨물었다.
………….
이가 살에 닿고 깊숙이 박혀 들어가는,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감촉.
역시 아프지 않을까……? 괜찮나? 피, 안 났겠지?
그런 전전긍긍한 마음에 노이즈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읏.”
노이즈는 눈을 감고, 황홀하다고 할 수 있을 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짜냐고.
……기분 좋은 거다.
깨물리는 정도가, 좋은 건가?
그런 생각이 들자, 왜인지 나도 묘하게 흥분이 되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맥박 치기 시작한다.
왠지 위험하네. 이 위태위태한 느낌…….
아무튼 이렇게 계속 해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얻고, 나는 다시 노이즈의 것을 입에 머금고 끝부분에 이를 세웠다.
좀 아프지 않을까 싶을 만큼 세게 깨물거나, 살짝 깨물거나, 피어스를 물고서 당기거나 해본다.
그러는 동시에 할퀴는 듯이 페니스에 손톱을 세우고, 손바닥으로 있는 힘껏 그러쥐고서 문질렀다.
“읏……, 아, 음.”
노이즈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오자, 몸 안쪽이 희미하게 욱신거렸다.
이 녀석을 느끼게끔 만들었다는 게 굉장히 뿌듯하다.
나는 입과 손을 써서 노이즈의 것을 애무하는 데에 정신없이 몰두했다.
“읏, 하…….”
눈을 감고 있던 노이즈가 뚜렷하게 미간을 좁히고, 그 허리가 약간 떨린다.
입 안이 수분으로 가득 찬 것은 타액뿐만이 아니라, 노이즈의 그것에서 쿠퍼액이 흘러넘친 때문이기도 했다.
좀 전에 손으로 해줬을 때는 전혀 반응이 없었는데, 지금은 제대로 반응하고 있다.
노이즈의 것은 꽤나 커져서, 목 안쪽까지 들어오면 약간 토기가 올라왔다.
그럼에도 노이즈를 가게 하고 싶다는 일심으로, 나는 자신의 고통을 제쳐놓고 오로지 봉사에 전념했다.
“큭, 흐읏, 아…….”
씁쓸한 액체를 빨아들이며, 페니스의 끝에서부터 중간까지 조금씩 씹어 먹는 것처럼 세게 깨물어가자, 노이즈가 숨을 꾹 눌러 참았다.
“…………으읏!!”
노이즈의 몸이 크게 흔들리고, 내가 삼키고 있던 것이 움찔움찔 떨리고는……, 입 안이 미지근한 액체로 가득 차올랐다.
“……! ……응.”
정액이 입에서 넘쳐흐를 것만 같아서, 무심결에 꿀꺽 삼킨다.
……쓰다.
입술을 떼자 채 삼키지 못하고 흘러넘친 액체가 턱을 타고 떨어져내렸다.
“………….”
희미하게 얼굴이 발그스름해진 노이즈가 거친 숨을 이어나가며 나를 본다.
사정 직후라 그런지, 평소에는 사나운 눈빛이 약간 멍하니 풀어져있다.
그것을 보고,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내가 한 일로 이 녀석이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묘한 만족감과 달성감이 솟아오른다.
“……그거 닦아.”
“……아아, 응.”
노이즈가 사이드보드에 놓여있던 티슈를 몇 장 뽑아서, 내 쪽으로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들고, 턱에서 떨어져 내리는 정액을 닦아낸다.
중간에 스스로도 한껏 달아올라서 꽤 세게 깨물어버렸는데……, 피가 나왔다거나 하진 않겠지.
노이즈의 것을 흘낏 살펴본다.
딱히 상처가 난 곳은 없는 것 같다. 다행이다.
“……저기 말야. 너, 아픈 게 좋아?”
“…………별로.”
노이즈가 홀연히 시선을 돌린다.
뭐어……. 성벽 같은 건 사람마다 다른 거고.
일부러 집요하게 캐물을 필요는 없고, 나도 놀라기는 했지만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고.
그렇다곤 해도…….
열이 식자, 그때까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들이 이래저래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기세를 타고 한 일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엄청난 짓을 해버렸구나, 라든지.
짓궂은 농담이랄까, 질 나쁜 놀이랄까…….
그래도 내가 입으로 해줬을 때의 노이즈, 꽤 반응이 솔직했지.
그런 점은 역시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고 만다.
“……씻고 올게.”
노이즈가 몸을 일으키고,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볍게 정리하고서는 침대에서 내려간다.
“너는.”
“너 다음에 씻어도 괜찮아.”
“같이 들어갈래?”
“아니, 에- 그게, …….”
“……농담이야.”
평소처럼 담담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남기고, 노이즈가 방에서 나갔다.
“……하아.”
딱히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이 찝찝함과 자괴감은 뭐지.
나는 일단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방에서 나와, 바 카운터로 향했다.
싱크대의 수돗물로 입을 헹구고, 나른한 몸을 소파에 푹 파묻는다.
아래층에서 샤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지…….
에- 그러니까…….
분명 저 녀석이 뭔가 오해를 해서 불쑥 키스를 하고, 그리고는…….
내가 자기랑 어떻게 해보려고 했다느니 별 같잖은 소리를 하던데, 저 녀석에게는 내가 그런 식으로 보이는 걸까.
그렇게 생각될만한 짓을 한 기억은 전혀 없는데…….
저 녀석이 자의식 과잉인 건가?
하지만 뭐랄까 도끼병 환자의 말투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잘은 모르겠지만…….
그보다도 애초에 우리들, 지금 이런 짓을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닌데. 일이 이상하게만 꼬여간다…….
그런 갖가지 생각들과 씨름하고 있으니, 샤워를 끝낸 노이즈가 2층으로 올라왔다.
“씻어.”
“……아아, 땡큐.”
소파에서 일어나, 노이즈의 옆을 스쳐지나간다.
아직 젖어있는 노이즈의 머리카락에서 희미하게 비누 냄새가 나서……, 살짝 두근거린다.
……머리를 식히는 편이 좋겠군.
나는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 샤워실로 향했다.
샤워를 한 뒤, 나는 맹렬히 쏟아지는 졸음에 내 방의 침대 위로 쓰러졌다.
그대로 잠이 들어버리고……, 다음으로 눈을 떴을 때는 늦은 밤이었다.
엎드린 채로 있던 내 등 위로 무언가가 콩콩 뛰어서, 그로 인해 잠이 깼다.
‘아오바, 일어나. 아오바.’
“응~. 렌……? 어라, 슬립 모드였던 거…….”
‘자기 전에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하다면서 기동시켰잖아. 그보다 얼른 일어나.’
“왜 그래? 클라라쨩이라도 온 거야?”
‘농담할 상황이 아냐.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 건물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
“……!”
그 말에 잠이 확 날아가서,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인다.
……확실히 창밖에서 소란스러운 기척이 느껴진다.
“어째서…….”
‘자세한 사항은 불명이다.’
“플라티나 제일 안에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 이 상황에선 도망치는 편이 좋겠네.”
‘아아.’
나는 옷을 갖춰 입고, 렌을 가방에 넣고서 방에서 나왔다. 곧바로 노이즈의 방으로 향한다.
“노이즈.”
노이즈는 이미 준비를 마치고, 방 한가운데에 서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위험한 것 같으니까 도망치자.”
“……아아.”
대답은 했지만, 노이즈는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 빨리 움직여. 왜 그래?”
“뭐, 너 혼자 도망치면 되잖아.”
“하?”
“나는 나대로 도망갈 거고. 일부러 부르러 오는 것 따위 의미 없잖아.”
……이 녀석, 또 이러네.
[ 이젠 정말 화가 난다 ]
[ 솔직하게 마음을 전한다 ] → 선택
상황이 상황인 만큼, 노이즈에게도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신중하게 말을 고를 시간은 없었다.
“됐으니까 같이 도망치자고, 빨리 움직여!”
나는 방 안으로 발을 들이고, 노이즈의 팔을 붙잡았다.
“이거 놔.”
“시끄러, 입 말고 다리를 움직이라고, 뛰어!”
나는 노이즈를 방 밖으로 끌고 나와, 계단을 내려가려했다.
……그러나.
“어이!!”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썩 나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이 부서지고, 몇 명의 남자가 고함을 치며 글리터 안으로 들어왔다.
……이 녀석들, 혹시 어제 노이즈랑 뒷골목에서 싸웠던 녀석들인가?
“과연 그렇달까, 예상대로랄까.”
“누구, 저 녀석들.”
“네가 어제 주먹을 썼던 녀석들이라고.”
“아아, 끈덕지네.”
“그러니까 내가 이럴 거라고 했잖아…….”
노이즈의 태도에 진절머리가 나는 것을 느끼며, 나는 바로 계단을 내려가지 않고 침입자들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안 내려가?”
“지금 내려가면 속공으로 붙잡힐 거야. 그 전에 약간 수를 줄여둘까 해서.”
“……아아.”
“너도 협력해. 그럼……, 간다!”
우리들은 둘이서 동시에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열 칸 정도가 남은 지점에서 난간을 붙잡고, 몸을 앞으로 날린다.
“이얍!!”
“으앗!?”
선두에 있던 남자의 얼굴에 니킥을 먹인다. 그 남자가 위를 향한 채로 쓰러지고, 뒤에 있던 녀석들이 도미노처럼 그 아래에 깔렸다.
“이, 자식!”
“읏차!”
몸을 일으켜 세움과 동시에 돌진해오는 남자에게 발차기를 먹이려 했더니, 노이즈가 너클로 후려쳐 날려버렸다.
“으악!”
“성가시네. 얼른 가자고.”
“원인 제공자는 너잖아!”
여하튼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도망갈 길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들은 공동작전을 펼쳤다.
“이야압!”
“………….”
“크헉! 젠장……!”
“!”
“칫.”
좀처럼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전하는 사이에, 가까운 곳에서 소란스러운 사이렌 소리와 발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너희들! 무슨 짓이냐!!”
“아- 진짜, 빌어먹을! 노이즈 가자!”
“거기 서 이놈들!!”
끈질기게 덤벼드는 녀석들을 적당히 피하고, 우리들은 현관에서 밖으로 나갔다.
네온 장식이 눈부시게 빛을 발하는 스트리트를 빠져나가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 오로지 달리는 데에 전념한다.
경찰인지 야쿠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뒤에서 누군가가 쫓아온다.
그래도 좌회전과 우회전을 거듭하는 사이에, 점점 등 뒤로 발소리가 작아진다.
제대로 따돌린 건가……?
어깨 너머로 뒤를 돌아보고, 달리는 것을 멈추려 한 때였다.
“거기 서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으익!?”
“!”
누군가가 내 코앞까지 뛰어들었다.
허둥지둥 발을 멈추고, 그 녀석의 얼굴을 보고서는 놀란다.
“아쿠시마!?”
“이 녀석드으으으으으을 지명 수배다아아아아아!”
“왜 여기에…….”
“너희 테러리스트들을 멸종시키기 위해서 플라티나 제일 지국으로 이동했다고오오오오오오오오하하하하하하하하!”
엄청난 집념이다……. 하지만, 어딘지 낌새가 이상하다.
원래도 이상한 아저씨지만, 히죽히죽 기분 나쁜 미소가 입가에서 떠나지를 않고 눈의 초점도 맞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범죄자느으으으으으은 죽인다아아아아아아!!!”
아쿠시마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듯이 양팔을 떡 벌리고, 이쪽을 향해서 무언가를 치켜들었다.
뭐야 저거……. 메가폰을 개조해서 엄청 크게 만든 듯한 물건이…….
“윽!”
“!!”
갑자기, 노이즈가 나를 밀쳤다.
“무슨 짓……, !”
아쿠시마의 메가폰에서 전기 덩어리 같은 것이 발사되어, 엄청난 기세로 바닥에 넘어진 내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날아갔다.
뭐야 지금 그거……!?
그 즉시 몸을 일으켜 돌아보자, 전기 덩어리가 벽에 부딪쳐 소멸되는 것이 보였다.
“과연 저건 위험하네.”
나랑 같이 땅바닥에 엎드리고 있었던 노이즈가 일어서서, 아쿠시마를 응시한다.
“성가시네. 처리해둬야겠군.”
“할 수 있겠어? 이상한 무기 들고 있는데.”
“하는 수밖에 없잖아.”
“죽어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와, 또……!”
“큭!”
또 그 전기 덩어리가 날아와서, 나와 노이즈는 제각기 좌우로 재빠르게 흩어졌다.
“놓칠까보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진짜냐고……!”
아쿠시마가 발사한 전기 구가 내 바로 옆에 있는 벽을 도려내고, 요란한 빛과 소리를 내며 사라진다.
“엄마야…….”
“……큭.”
아쿠시마의 공격이 한 순간 멈춘다.
그 순간, 노이즈가 아쿠시마를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바보! 하지 마!!”
“죽어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노이즈는 아슬아슬하게 전기 구를 피하고, 아쿠시마의 몸통 쪽으로 뛰어들고는 너클로 후려쳤다.
“으악!!”
“으에에엑!!”
“……! 그만해, 어이 노이즈!”
노이즈가 잇달아 아쿠시마에게 주먹을 날린다.
그 용서 없는 공격에 나는 조금 무서워졌다.
아쿠시마의 공격도 위험하지만, 저 녀석도 꽤나 위태롭다고……!
저러다가 죽이고 만다……!
신나게 얻어맞은 아쿠시마가, 고개를 푹 떨군다.
설마…….
“…………흐하하하하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갑자기 아쿠시마가 얼굴을 들고,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입을 크게 벌리고서 웃었다.
한쪽 손으로 노이즈의 목을 붙잡고, 거대 메가폰을 노이즈의 배에 댄다.
“윽!”
“노이즈!”
“이번에야말로 죽어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나는 생각보다도 먼저 달리기 시작했다.
주변의 소리가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되고, 심장의 고동과 귀 울음만이 울린다.
──── 사용해라. ────
──── 사용하라고, ‘힘’을. ────
──── 사용해라. ────
………….
………….
…………힘을.
“…………앗!!”
목전에 아쿠시마가 들이닥친다.
……힘을.
…………힘을!
나는 아쿠시마에게로 뛰어들어, 그 이마에 손을 올렸다.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를 바라본다.
“…………가라앉아라.”
“……하아, 하아, ……윽, 하아.”
……젠장.
머리가 쪼개질 듯이 아프다.
숨을 쉬는 것도 전력 질주한 직후처럼 힘들다.
……하지만.
“……어이.”
노이즈가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 옆에는 아쿠시마가 쓰러져있었다.
노이즈……. 용케 타이밍을 맞췄다…….
“…………다행이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안도감과 함께 혼잣말을 내뱉는다.
“………….”
그러나, 노이즈는 몹시 험악한 눈초리로 나를 노려보았다.
“……?”
“……지금 그 목소리.”
“목소리?”
“저번에, 내가 졌을 때랑 똑같아. ……역시 사실은 할 수 있는 거잖아.”
“아…….”
“뭐가 기억이 안 나, 야.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나 떼고. 사실은 할 수 있는 거잖아? 예전에도 그 힘을 써서 라임을 했겠지.”
“그렇다면 싸우라고. 한 번 더, 지금 당장 해. 빨리.”
“……!”
노이즈가 내 양쪽 어깨를 내리누른다. 하릴없이, 나는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고요한 분노가 깃든 노이즈의 눈빛이, 나를 꿰뚫는다.
“……윽.”
“빨리 해.”
“무리, 라고 했잖아……!”
지금은 부득이하게 사용한 것뿐이고……. 그런 힘, 실은 사용하고 싶지 않다.
“하라고.”
“무리, 라니까, 윽, 못 한다고……!”
노이즈의 손이 내 어깨를 지면으로 꾹꾹 짓누른다. 뼈와 살이 삐걱거리고, 아픔에 얼굴이 일그러진다.
어째서……, 이런 꼴을 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고. 이 녀석을 구해주고 싶어서 한 일인데…….
딱히 보답을 바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째서 이 녀석의 요구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강요받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고……!
치밀어 오르는 억울함에 목 안쪽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아서, 나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큭, 너야말로, 왜 이렇게까지 나한테 집착하는 건데……!?”
“기껏해야 라임이잖아, 라임에서 한 번 진 걸 가지고……. 영문을 모르겠다고!”
“………….”
그 순간, 노이즈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
“……그럼 도와주려고 하지 마.”
“넌 날 도와주고서 자기만족에 젖었을지 모르겠지만, 만일 방금 그걸로 내가 죽었다고 해도 결국은 자업자득이야.”
“그 녀석한테 덤벼든 건 나였으니까. 네가 개입할 필요 없었어.”
“그런데, 왜 일부러 날 구한 거지? 이렇게 딱딱거릴 거면 처음부터 그냥 내버려두라고. 내가 보기엔 네 쪽이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는데.”
“………….”
“내가 뭘 원하고 있는지, 이미 충분히 알고 있잖아. 넌 거기에 응하려고 하질 않아.”
“그러면서 도와주느니 어쩌니 이해가 안 가는 짓만 해대고, 너야말로 대체 뭐냐고.”
“뭐어, 네 입장에선 내가 있는 편이 여러모로 편리할 테고. 그게 아니면 그저 단순히 나랑 자는 게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말야, 상처 처치 같은 건 필요 없으니까.”
“………….”
“……하하…….”
노이즈의 말을 듣고, 갈라진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편리하다느니, 잔다느니. ……이번에도 그거냐고.
이 녀석, 내가 그런 녀석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갑자기 키스했던 것도 내 목적이 자기랑 자는 거라고 생각해서였나?
어이가 없는 차원을 넘어서……, 허무해진다.
“……너 말야, 날 그런 식으로 봤던 거야?”
“그런 거 말고 또 뭐가 있냐고.”
“있어. 얼마든지 있어. 걱정이 되고 마음이 쓰이니까 이래저래 상관하게 된다는 것도 있을 수 있잖아.”
“없어.”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노이즈가 부정한다.
“남한테 무언가를 해줄 때, 대부분은 보답을 원하지. 오히려 그걸 위해서 남에게 상관을 해. 결국은 자기 좋자고 하는 짓이야. 그 외의 이유 같은 건 없어.”
“아냐.”
그런 사고방식은 분명 이상하다. 아니, 그보다 너무 슬프잖아…….
“네가 있으면 마음이 든든하다든지,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네가 있으니까 편리하다든지 그런 생각 건 해본 적 없어.”
“자는 게 목적인 것도 절대 아냐. 아니 이 상황에서 그런 거 일일이 생각할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
“마음이 든든하다는 건 편리하다는 말을 그럴싸하게 바꾼 것뿐이잖아.”
“그러니까 아니라고. 그게 아니라……, 너 말야, 보고 있으면 어쩐지 조마조마하다고. 내버려둘 수가 없달까……. 그것뿐이야.”
“미안한데, 나 너보다 강해.”
“알고 있어. 근데 지금 그 얘길 하는 게 아니라고.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이 답답해서, 나는 내 어깨 위에 놓인 노이즈의 손을 꼭 잡았다.
노이즈가 곧바로 손을 빼려고 한다.
하지만, 놓지 않는다.
“상대가 누가 됐든 상처를 입으면 치료를 해. 나한테 있어서 편리하지 않은 인간이었어도 말야.”
“거기에 이유 같은 건 없어. 그냥 그런 거야.”
“이유 같은 거 없으면서, 내 상처가 빨리 낫게끔 해서 어쩔 거지? 나한테 이용 가치가 있다는 것 말고는 너한테 득 될 게 없잖아.”
“그러니까! 몇 번을 말하게 하는 거야, 관계없다고 그런 거.”
“……뭐라는지 모르겠어. 정말 이해가 안 돼. 이상한 생물체네, 너.”
“내 입장에서는 네 쪽이 훨씬 더 이상해.”
잡고 있던 손을 놓자, 노이즈가 못마땅한 얼굴로 일어섰다.
……일단 화는 가라앉은 것 같다.
“아야야…….”
긴장이 풀리자, 방금 전보다도 두통이 더 심해졌다.
“……말해두는데, 이야기는 전혀 끝나지 않았으니까 말야. 난 너한테서 떨어질 생각 없어. 반드시 나랑 싸우게 만들겠어.”
“아아.”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 나는 노이즈의 눈을 똑똑히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노이즈는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힘을 빌려줬다.
그러니, 나도 언젠가 반드시 이 녀석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언제까지고 피해 다닐 수는 없다.
내가 예전에 라임을 했던 건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그 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그런데, 이 녀석 어떻게 하지.”
노이즈가 바닥에 쓰러져있는 아쿠시마의 등을 툭 치고는 굴려서, 그 몸이 위쪽을 향하게 했다.
입을 크게 벌린 채로 기절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아쿠시마의 모습은 전의 그 주차장에서 조우했던 미즈키와 똑같았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조종당한 거겠지.
“……윽.”
……힘을 사용해서 아쿠시마를 저지했을 때.
내 목소리인데도 내 것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 입에서 나온 말도.
‘가라앉아라.’
저절로 입에서 나왔다는 느낌으로, 나로서는 오히려 귀에 익지 않은 말이다.
역시……. 힘을 사용하는 건 꺼림칙하다. 자신이 점점 알 수 없는 무언가로 변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녀석 깨어날 것 같지 않네. 내버려둘까.”
“………….”
“어이.”
“……아아, 응.”
번쩍 정신이 들어서, 노이즈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끄덕인다. 노이즈가 의아한 듯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뭐야.”
“아니……. 별거 아냐.”
코일이 울렸다. 메일이다.
-
(제목 없음) / 납치된 공주
탑의 문은 모두 열렸다
-
“……? 또 스팸인가?”
“잠깐 이리 줘봐.”
“에? 어이!”
노이즈가 내 코일을 낚아채, 자신의 코일에 접속시키고 멋대로 메일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역시 발신지를 특정 지을 수 없어. 아니, 특정된 장소에서 발신된 게 아냐.”
“무슨 말이야?”
“네트워크상에 썩어날 만큼 넘치는 낡은 데이터 쓰레기들을 사이에 두고, 위장을 해서 보낸 거야.”
“단, 여기는 플라티나 제일이다. 역시 외부로부터의 액세스라고 보기는 힘들어. 그렇게 되면,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플라티나 제일 안에 있는 누군가가 접촉해온 거라고 생각하는 게 맞겠지.”
“아아.”
“근데 이 메일이 함정이라고 한다면, 무슨 의미가 담겨있는 거야?”
“문자 그대로인 거 아냐? 정말로 타워의 문이 열려있다든지.”
“그렇다면 완전히 함정인 거네. ……토우에의.”
“그렇겠지. 어떻게 할 거야?”
“뭐……. 지금도 사면초가로 곳곳에 함정이 널려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고.”
“타워에 갈 거야?”
“그래…….”
“뭐, 안 움직일 건 없을 것 같네.”
“아아. ……가자.”
이게 정말로 맞는 길일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적의 수중에 있는 우리들로서는 다른 길을 생각하거나 선택할만한 시간이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는 없다.
경찰이나 야쿠자와 맞닥뜨리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우리들은 눈앞에 우뚝 솟아있는 타워를 향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