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의 마지막 부분은 버그가 아니라 연출이니 안심하시길...! 엔딩 부분에 선택지까지 포함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
타워를 빙 우회해서, 뒷문으로 향한다.
뒷문에는 두 명의 경비원이 서있었다.
우선 잠시 눈치를 살피……려고 했더니, 노이즈가 갑자기 뛰쳐나갔다.
“노이즈……!”
“우욱!”
“으악!”
노이즈가 경비원들의 얼굴에 차례로 주먹을 날려, 눈 깜짝할 사이에 기절시키고 말았다.
“빨리 와.”
“너 말야……!”
갑자기 뛰쳐나가다니 너무 위험하잖아……!
가슴이 조마조마해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노이즈와 함께 뒷문 앞에 섰다.
“………….”
말없이 문을 바라보던 노이즈가 인증 모니터에 코일을 댔다.
등록되어있지 않으면 에러가 뜰 것이다.
……그런데.
도어록의 램프가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고, 문이 스르륵 열렸다.
“열렸네……. 어째서?”
“방금 그 메일에 쓰여 있었잖아. 문은 전부 열려있다고.”
“그럼, 역시.”
“함정이겠지.”
한기와 비슷한 긴장감이 스치고, 으슬으슬 소름이 돋는다.
그렇지만……, 가는 수밖엔 없다.
“가자.”
우리들은 시선을 주고받은 후, 타워 안으로 들어갔다.
타워 안은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얗고 무기질적이었다.
반질반질하게 닦인 거울 같은 바닥과 벽이 우리들의 모습을 차갑게 반사한다.
타워 안에는 일반인에게 개방된 에리어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뒷문으로 들어온 탓인지 손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이.”
신중하게 복도 위를 걸어가다 보니, 맞은편에서 경비원이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곧바로 복도 옆쪽의 코너 안으로 들어가, 숨을 죽인다.
“………….”
경비원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서 조용히 복도로 돌아가, 주변을 확인한다.
경비원이 왔던 쪽의 막다른 곳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이 보였다.
“저걸 타자.”
“알았어.”
만약을 위해 경비원이 완전히 멀어진 것을 재차 확인하고, 우리들은 단숨에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렸다.
이미 1층에 내려와 있었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 노이즈가 가장 높은 층의 버튼을 누른다.
미약한 진동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약간 마음이 놓여 숨을 내쉰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긴장을 풀 수는 없다.
코일 소리가 나서 시선을 돌리니, 노이즈가 지도를 보고 있었다.
이 녀석이 하는 일이다. 뭔가 생각이 있는 거겠지…….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속도를 늦추고, 소리도 없이 멈췄다.
문이 열리고 나타난 것은, 1층과는 약간 분위기가 다른 공간이었다.
온통 흰색인 점은 똑같았지만, 좀 더 살풍경하고 복도의 폭도 좁다.
“여기서 좀 할 일이 있어.”
지도를 닫은 노이즈가 복도를 걷기 시작한다.
노이즈는 무언가를 찾는 듯이 발치를 둘러보면서 걸어가더니, 중간에 뚝 멈춰 섰다.
“여기다.”
노이즈가 턱으로 벽을 가리킨다.
벽에는 네트워크 케이블의 콘센트가 달려있다. 노이즈는 그 앞에 몸을 수그리고, 코일에서 코드를 뽑아내 콘센트에 연결한다.
“뭐 하는 거야?”
“이 층의 네트워크에 약간 손을 댈 거야.”
“손을 대?”
“여기서부터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어있어. 경비도 삼엄해지지. 그러니까 여기서 가짜 신호를 흘려보내서, 층 전체를 마비시킨다.”
“우리들이 아무리 날뛰어대도, 바깥에서는 이 층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끔 하는 거지.”
“일시적인 거니까 시간을 좀 버는 정도밖엔 안 되겠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해두는 편이 낫잖아.”
노이즈가 코일의 디스플레이와 키보드를 띄우고, 조작을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문자가 흘러가는 디스플레이를 바라보며, 키보드를 두들기는 데에 몰두한다.
노이즈의 손놀림은 신의 경지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꽤나 시간이 걸릴 듯하다.
적의 진영 안에서 똑같은 장소에 오랜 시간 머무는 것은 꽤나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안절부절못하며, 노이즈의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아직이야?”
“조금만 더.”
노이즈가 손을 멈추지 않고 대답한다.
진정되지 않는 마음으로 복도 쪽으로 돌리고 있으니, 안쪽에서 크기가 작은 무언가의 형체가 나타났다.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다. 저건……, 개?
늘씬한 체구에 검고 짧은 털을 지닌 개가 경쾌한 발걸음으로 이쪽을 향해 다가온다.
뭐지? 저 개. 누군가의 올메이트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뭔가 이상하다.
“어이, 노이즈.”
“곧 끝나.”
“아니…….”
집중하고 있는 중이고, 지금은 말을 걸지 않는 편이 좋을까…….
렌에게 물어보자는 생각에, 가방을 연다.
“렌, 저 녀석 뭐야? 왜 이런 데에 개가.”
‘……아오바, 도망쳐. 저 기종은.’
“기종?”
검은 개는 우리들 앞까지 와서 멈춰 서고…….
……다음 순간, 그 입이 옆으로 크게 쭉 갈라졌다.
시뻘건 살덩이 안에서 길고 가느다란 총신이 튀어나온다.
“!”
‘저건 방범용 장비를 갖춘 특수한 올메이트다.’
“방범용!? 노이즈, 도망쳐!”
노이즈가 얼굴을 들고, 곧바로 그 자리를 피하려 한다.
하지만, 그보다도 먼저 검은 개의 총신에서 붉은 광선이 발사되었다.
“위험해……!”
“……윽!”
“아파……!”
곧바로 몸을 날려서, 태클로 노이즈를 들이 밀친다.
뭐지? 지금 그건. 빔 같은 게…….
얼굴을 들어보니, 빔에 맞은 벽이 시커멓게 타들어가 있었다.
저게 직격했을 걸 생각하면…….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
“위기일발, ……아야!”
몸을 일으키려하자, 옆구리에 감각이 마비되는 듯한 통증이 스쳤다.
T셔츠가 찢어지고 피부에 검붉은 화상이 나있다.
아마, 노이즈를 밀쳤을 때 빔이 스친 거겠지.
“너 그거…….”
“아니 나 말고 저쪽!”
내 부상에 눈썹을 찡그리는 노이즈에게, 필사적으로 검은 개 쪽을 가리킨다.
입을 쩍 벌린 검은 개가 총신을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두 번째 빔이 날아올 것 같다.
“큭!”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노이즈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
“노이즈!”
노이즈는 달리면서 허리에 차고 있던 큐브를 빼내, 그것을 개의 입 안으로 밀어 넣는 듯이 내던졌다.
뭘 하는 거야……!?
그 순간, 검은 개의 입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검은 개가 앞발을 허우적거리며 쓰러진다.
지금 그거…….
큐브로 총구를 막아서 폭발시킨 건가?
일 초라도 타이밍이 어긋났으면 큰일 날 뻔 했달까…….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로 무섭다고, 어이…….
전과 다름없이 너무 무모하다.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복도 안쪽에서 또 똑같은 타입의 개들이 나타났다.
그것도, 이번에는 한두 마리가 아니다……!
“칫, 또 있는 건가. 어이, 달릴 수 있겠어?”
“아아.”
“어디에 숨어서 저것들이 지나가길 기다리자.”
욱신거리는 옆구리를 손으로 감싸고, 나는 노이즈와 함께 복도 위를 달렸다.
도중에 상반부가 유리로 되어있는 문이 있어서, 그 안을 들여다본다.
아무래도 비품을 놓아두는 방인 것 같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들은 방으로 들어가, 질서정연하게 늘어서있는 선반 사이에 몸을 웅크리고 숨었다.
가쁜 숨을 필사적으로 눌러죽이고, 바깥의 소리와 기척을 살핀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공기 속, 그 검은 개 올메이트들로 추정되는 발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발소리가 방 앞까지 도달하고, 멈춘다.
“………….”
그러나, 잠시 후 발소리는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다행이다. 갔다.
“……하아.”
나는 가슴 속에 꽉 차올라있었던 무거운 숨을 내뱉었다.
“위험했네.”
“………….”
노이즈를 보니,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공중의 한 점을 노려보고 있다.
“노이즈?”
“……알 수가 없어.”
혼잣말처럼 불쑥 말을 내뱉고, 노이즈가 나를 본다.
그 눈빛에 잔뜩 날이 서있어서, 약간 기가 죽는다.
[ 화가 난 것처럼 보인다 ]
[ 불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 → 선택
이 녀석이 불만을 품고 있을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렴풋이 감지하게 되었다.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너 말야…….”
“앗, ……아파!”
갑자기 노이즈가 내 쪽으로 손을 뻗어서, 화상을 입은 쪽의 옆구리를 만졌다.
허둥지둥 몸을 뒤로 뺐지만, 그럼에도 손이 닿은 탓에 따끔따끔 아파온다.
“갑자기 무슨 짓이야!”
작은 소리로 항의하자, 노이즈가 마치 날 바보 취급하는 듯한 얼굴을 했다.
“아프잖아. 날 감싼 탓이야.”
“하지만 난 감싸달라고 부탁한 적 없어.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이해불능인데.”
“또 그 이야기냐……. 너 말야, 그런 걸 정통으로 맞았으면 죽었을 거 아니냐고. 감싸준 게 뭐가 나빠.”
“그건 너한테도 마찬가지잖아. 일 초라도 타이밍이 어긋났으면 직격으로 뻥 뚫려서 죽었어.”
“……뭐, 그건 그렇지만.”
“그런데 그걸 알고도 내 앞에 뛰어들다니, 역시 이유를 모르겠어. 죽고 싶었어?”
“하아? 뭐야 그 말투. 딱히 네가 나한테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 같은 건 전혀 안 하지만, 솔직히 그건 아니잖아. 너야말로 죽어도 상관없었다는 거야?”
“그래.”
“……윽.”
……순간적으로 열이 머리끝까지 오르고, 정신이 들고 보니 내가 노이즈의 얼굴로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
번쩍 정신이 들어서, 자신의 주먹과 노이즈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본다.
노이즈의 뺨이 빨개지고, 입가에는 희미하게 피가 배어있었다.
아뿔싸, 일냈다.
“……헤에.”
입술의 찢어진 부분을 가볍게 핥고, 노이즈가 희미하게 웃음을 띤다.
“……제법인데.”
“윽!”
받은 걸 그대로 되돌려주듯이 노이즈도 나에게 주먹을 날려서, 뺨에 뜨거운 충격이 스친다.
“아파……. ……너 말야!”
“……큭!”
“아야! 이 자식!”
“……짜증난다고!”
“아파……!”
내가 때리고, 노이즈가 때리고, 또 내가 때리고.
몇 번 그렇게 서로 주먹을 주고받는 사이에, 나는 바닥으로 넘어졌다.
노이즈가 내 몸 위로 올라타고, 그 무릎이 옆구리의 화상에 닿는다.
“아파, 옆구리, 진짜로 아프다고!”
“………….”
알고서 일부러 그러는 건지, 노이즈가 무릎을 더 바싹 댄다.
“아야야, 아파, ……윽, 비켜, 아프다잖아!”
“윽.”
극심한 통증과 치밀어 오르는 화에, 나는 그만 노이즈의 배를 있는 힘껏 발로 차고 말았다.
“아차, 미안……!”
순간 당황해서 얼굴을 살펴보자, 노이즈는 태연하게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금까지도 서로 신나게 주먹을 주고받은 데다 뺨도 부어올라있는데, 전혀 아파보이지 않는다.
“……지금, 안 아팠어?”
“………….”
노이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표정에도 변화가 없다.
이 녀석……. 확실히 전에도 이랬다.
커피에 손을 뎄을 때도 전혀 아파하지 않았다.
오기로 안 아픈 척 하거나 아니면 통증을 잘 참는 편인가 싶었지만, 이 정도까지 되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지금, 내 주먹을 맞받아 나를 쳤을 때도 감정적인 반응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이 녀석이 잘도 날 쳤겠다’라는 흥분이 있거나 하지만…….
노이즈에게는 그게 없다. 망설임도 없다. 어딘지 기계적인 느낌이 든다.
“……너, 안 아픈 거야?”
“…………, 안 아파.”
노이즈가 얼음처럼 차가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본다.
그 목소리는 지금껏 들어왔던 노이즈의 목소리들 가운데 가장 건조하고, 무기질적인 것이었다.
“주먹으로 맞든 발로 차이든 칼에 찔리든, 무슨 짓을 당해도 안 아파.”
“아픔을 못 느낀다고.”
“아픔을, 못 느껴?”
“몸의 감각이 둔하다고, 혀 빼고 다. 뭔가가 살에 닿은 게 어렴풋이 느껴질 정도랄까, 엄청나게 두꺼운 고무를 사이에 두고서 감촉이 전해지는 느낌이야.”
“그러니까 말했잖아. 치료 같은 거 필요없다고.”
“………….”
“상처 같은 거 적당히 내버려두면 얼마 안 있어 저절로 나아. 지금까지도 줄곧 그렇게 해왔고.”
“근데 넌 달라. 넌 아픔을 느끼잖아? 그런데 날 감싸고는 상처를 입다니, 내 입장에선 정말 영문을 알 수 없으니까.”
“일부러 리스크를 감수하다니 의문…….”
“진짜로 영문을 알 수 없는 건 누구 쪽이냐고, 이 바보야.”
나는 노이즈의 뺨을 가볍게 치고, 말을 가로막았다.
처음엔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바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을 정도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태연하게 하는 노이즈를 보고 있는 사이에, 어쩐지…….
점점 마음이 아파졌다.
노이즈는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 진정한 아픔을 모른다.
그건……, 몹시도 슬픈 일이지 않은가.
이 녀석은 아픔과 동시에 참으로 많은 것들을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싶고…….
상처 입히는 아픔과, 상처 입는 아픔.
타인과 직접 관계를 맺으며 그런 일들을 실제로 체험하고, 그 안에서 반성을 하거나 더 잘 해나갈 방법을 찾아나간다. 그렇게 한 인간의 성장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아마도 이 녀석에게는 그런 일이 없었겠지.
자신이 아픔을 느끼지 못하니,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내 행동도 이해하지 못했던 거다.
순수하게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을 기울임으로 인해 일어나는 행동. 거기에 손익계산 같은 건 없다.
하지만, 이 녀석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거기다 같이 자는 게 목적이라느니……. 그런 마음이 싸해지는 말만 입 밖에 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노이즈가 몹시도 어리게 보였다.
“너 말야, 너무 바보 같은 소리 좀 하지 마. 아픔이 없다고 해도 피는 흘러나오고, 치명상을 입으면 죽어.”
“안 아프니까 치료는 필요 없다니, 그런 억지가 어디 있어.”
“………….”
“나는 확실히 널 감싸고 다쳤고, 또 아팠어. 하지만 그걸로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야말로 내가 입은 상처 따위는 신경이 안 쓰일 정도로.”
“그건 내가 죽으면 자기 탓이 되니까 그런 거겠지. 뒷일도 귀찮아지고.”
“아냐. 왜 그렇게 뒤틀린 쪽으로밖엔 생각이 안 가는 거야. 내 탓이 안 되더라도 널 살렸을 거라고.”
“그럼 나랑 자고 싶어선가.”
“그렇게 말하는 것 좀 그만해. 아니니까. 왜 널 도와줬냐고 한다면……. 널 납득시킬만한 말이 잘 안 떠오르긴 한데.”
“어쨌든 도와주고 싶었어. 그래서 치료도 하고, 감싼 거고.”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인간이라는 건 원래 그렇게 알 수 없는 것투성이잖아. 넌 안 아프니까 괜찮을지 몰라도, 내가 싫어. 그래서 멋대로 이런저런 걸 하는 거야.”
“바보야?”
“너한테 바보 소리 듣고 싶지 않네요.”
“보상이 없으니까 손해를 볼 뿐인데.”
“상관없어. 난 손해라고 생각 안 하니까. 결국, 어떤 의미에서는 나도 제멋대로인 거야. 내가 하고 싶은 걸 너한테 강요하니까.”
“그만두라고 하면?”
“안 그만둬. 너, 내가 상관하는 게 싫지? 하지만 난 그런 거 관계없어. 내가 하고 싶으니까 할 뿐이고.”
“그게 짜증난다면 조금이라도 내가 하는 말을 들어. 그럼 나도 생각할 거야. 그러니까 너도, 더 나를 생각해.”
“………….”
노이즈가 갑자기 입을 다물어서, 약간 초조해진다.
뭔가 이상한 말을 해버린 걸까…….
“……너 말야, 지금 꽤 이상한 말 했다는 자각은 있어?”
“에?”
“바로 내 면전에 대고 자기를 생각하라느니 말야. 그런 걸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당당하게 말하는 녀석은 처음 봤어.”
“………….”
노이즈에게 지적을 받고, 나는 스스로가 생각보다 훨씬 열성적으로 노이즈를 상대로 말을 내뱉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황해서 얼굴을 돌린다.
“얼굴 빨간데.”
“시끄러워.”
“……하지만, 뭐 방금도 말했지만, 이렇게까지 나한테 개입하는 녀석은 네가 처음이야.”
“지금까지는 미움을 사서 따돌림을 받거나, 몸이나 돈을 목적으로 접근하거나 둘 중 하나였으니까.”
노이즈의 목소리가 조금 차분해진 듯한 느낌이 들어 시선을 돌리니, 방금 전과는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기질적인 차가움이 사라지고, 약간 당황이 서려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몸이나 돈을 목적으로?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집에 돈이 많으니까.”
“부자야?”
“부모님이. 근데 난 그런 녀석들한테, 아니 타인 자체에 흥미 없어. 그래서 조금 난폭하게 굴면, 바로 문제가 됐지.”
“문제가 된 건 어렸을 때부터 그랬지만. 아픈 걸 모르니까 상대방을 다치게 해도 그게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고. 조절을 할 수가 없어.”
“그래서 내가 울린 애의 부모가 자주 우리 집으로 따지러 와서, 부모님이 나보고 집안의 수치라고 하고.”
“누구하고도 얽히지 말라고, 방에 가둬놨었지.”
“너무 하네…….”
“돈만 쓸데없이 많았으니까, 화장실이랑 샤워실까지 다 갖춰진 방을 만들어서 거기다 날 집어넣었어. 공부는 가정교사한테 배우고, 밥은 메이드가 날라 오고.”
“그 외엔 아무도 날 보러 안 왔고, 다치거나 해도 혼자 처치했고.”
“………….”
“처음엔 외로워서 울었지만, 점점 혼자서 이것저것 할 수 있게 되어서 말이지.”
“그런 후에는 혼자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타인 따위는 필요 없다고.”
“그건……, 아니잖아.”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면 확실히 그런 귀결에 이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분명 나도, 상황이 그랬다면 노이즈랑 똑같아졌을 거다.
혼자서 살아갈 것을 강압 받고, 그 외에 달리 어찌할 수도 없이…….
어느 사이엔가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굳어졌다면, 그에 대해 의문조차도 품지 않게 되겠지.
노이즈는 태연한 얼굴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린 마음에는 꽤나 잔혹한 처사였을 것이다.
부모에게서 그런 취급을 받으면……, 혼자서도 괜찮다고 굳게 믿지 않는 이상은 살아갈 수가 없다.
“물어보고 싶은데. 만약 내가 너를 생각하게 된다면, 나한테 무슨 이득이라도 생기는 거야?”
“……우선 그 손해니 이득이니 하는 사고방식을 좀 버려. 뭐 그래도, 손해는 안 보게 할 거야.”
“근거는?”
“그런 거 없어.”
그렇게 말을 내뱉으며, 나는 팔을 뻗어 노이즈의 머리를 내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어이.”
“괜찮으니까. 얌전히 있어.”
노이즈는 처음에는 저항했지만, 잠시 후 어색하게 몸을 맡겨왔다.
노이즈의 머리를 가슴으로 꼭 끌어안는다.
이런 녀석에겐 말이나 다른 무엇보다도 체온으로 전달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가 엉엉 울면서 말을 듣지 않을 때, 할머니도 나한테 그렇게 해줬으니까.
할머니의 온도를 느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진정되었다.
그러니까 이 녀석한테도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사람의 온도라는 게 어떤 것인지 모른다면 더더욱.
“내가 너한테 딱 하나 가르쳐줄 수 있는 건 말이지. 분명……. 네가 생각하는 만큼, 이 세상이 나쁘지는 않다는 거야.”
“나는 애초에 세상이 어떨지 그런 생각 안 해. 흥미도 없고.”
“그건 네가 모를 뿐이잖아. 너, 모르는 게 엄청 많이 있으니까.”
“알 필요가 있는 거야?”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게 이득이잖아? 네가 말하는 방식을 따르자면.”
“그럼, 네가 구체적으로 그걸 알려주는 거야?”
“………….”
나는 약간 놀라서 노이즈를 보았다.
설마 노이즈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으니까.
조금 낯간지러운 기분이 들어서, 나는 노이즈의 머리를 끌어안은 손에 더 힘을 실었다.
“그래. 네가 조금 더 나를 생각하고, 무모한 짓 같은 거 안 하겠다고 약속한다면 말이지.”
“뭐, 어쨌든 내 쪽이 연상이고 형님이니까 말야.”
“이런 건 짜증나네.”
“시끄러워.”
자연스레 웃음이 흘러나온다.
노이즈에 대해 약간은 알게 된 듯한 느낌이 들어서, 조금 기쁜 마음이 든다.
“……어쩐지 더워졌어.”
뭔가 중얼중얼 혼잣말을 내뱉길래 그 머리에 얹고 있던 손을 떼자, 노이즈는 몸을 일으키고 바닥에 앉았다.
나도 상반신을 일으켜 선반에 기댄다.
“그래서. 약속해줄 거야?”
“그런 거 알게 뭐야. 나도 몰라. 마음이 내키면.”
“그럼 나도 언제 가르쳐줄 수 있는지 알 수 없잖아.”
“난 모르는 일이야.”
반발밖에 돌아오지 않는 건 지금까지와 똑같지만…….
노이즈는 계속 시선을 돌린 채로 있다.
혹시……, 부끄러워하고 있는 건가?
그렇다고 한다면, 내가 하는 말을 조금은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것보다 이런 데서 너랑 노닥거릴 상황이 아니라고.”
“노닥거린다니……, 이 녀석이. 그건 그렇고 좀 전에 네트워크에 손을 본다고 했던 거, 어떻게 잘 된 거야?”
“아아. 그 검은 개 올메이트가 우리들을 발견했다는 정보도, 아직까지는 눈치 채이지 않았을 거야.”
“그래. 그럼 이 틈에……, 아야.”
옆구리의 화상 따끔 하고 쑤셔서, 얼굴을 찌푸린다.
안심한 탓인지 어째서인지, 갑자기 아파왔다. 맥박이 두근두근 고동을 치고, 심장이 상처 난 곳으로 이동한 것만 같다.
“아야야…….”
“방금 다친 덴가.”
노이즈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와서, 옆구리의 화상을 들여다본다.
“아픈가보네.”
“그래.”
“응급처치 같은 거, 해두는 편이 좋겠네.”
“……, 아아, 뭐, 할 수 있으면.”
대답을 하며, 나는 멍하니 노이즈를 올려다보았다.
노이즈가 나를 걱정하고 있다……?
“뭐야.”
“아니, 아무것도 아냐.”
“뭔가 응급처치 할 수 있는 거…….”
노이즈가 바지 주머니를 뒤진다.
그 안에서 꺼내진 것은……. 뜻밖에도, 하얀 손수건이었다.
“손수건? 왜 네가 그런 걸.”
“……, ……어렸을 때 습관이 없어지질 않는다고.”
노이즈가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는다.
그런가. 노이즈네 집은 부자라고 하니 그에 걸맞게 기품 있는 가정교육을 받은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하얀 손수건…….
어쩐지 귀엽네.
“헤에에.”
“뭐야. 시끄럽네.”
신선한 사실에 웃음을 흘리며 얼굴을 들여다보자, 노이즈는 언짢은 듯이 손수건을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쓸 만한 게 없네.”
“괜찮아.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
통증을 참으며 일어나, 걸음을 내딛고자 한다.
하지만…….
“……윽.”
“아파?”
“조금…….”
“역시 뭔가 쓸 만한 걸 찾아와야겠어.”
“그치만 위험하잖아. 좀 전의 그 검은 개 올메이트가 있을지도 모르고.”
“어떻게든 될 거야. 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일단, 이 녀석을 두고 갈 테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이 녀석의 눈을 눌러.”
노이즈가 허리에 차고 있던 큐브 중에 하나를 떼어내서 내 쪽으로 던진다.
그리고는 문 쪽으로 가려고 하다가, 이쪽을 돌아보았다.
“왜…….”
갑자기 노이즈가 내 머리를 끌어당기고는……, 가볍게 입술이 맞닿았다.
그리고는 노이즈의 혀가 내 입술을 슬쩍 핥고 지나간다.
“!”
“그럼.”
평소와 같은 무덤덤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 노이즈는 방에서 나갔다.
그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나는 혼자서 쑥스러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엄청난 기세로 노이즈에게 휘둘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뭐 상관없겠지.
나는 다시 바닥에 앉고, 따끔거리는 옆구리를 감싸며 선반에 기댔다.
노이즈, 괜찮을까.
이곳은 적의 진영 한복판이고, 저 녀석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역시 걱정이 된다.
나의 불안에 동조하는 듯이, 화상이 욱신욱신 통증을 호소했다.
“빨리 돌아와.”
손 안의 큐브를 움켜쥐고, 나는 노이즈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기다렸다.
……그 후, 30분 정도가 지났다.
노이즈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늦어.
역시 이상하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늦다.
역시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중간에 발각되었나?
나쁜 쪽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리 그 노이즈라고 할지라도 가능성이 없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찾으러 가는 편이 좋을까…….
‘비상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지금부터 약 5분 후에 지하층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칸막이벽이 내려가 통로가 차단됩니다. 시스템도 일시적으로 정지됩니다. 통로에 나와 있는 스태프들은 신속하게 피난해주십시오. 다시 말씀드립니다. 비상사태가 발생했습니다.’
“………….”
잘 모르겠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노이즈를 찾으러 가지 않으면.
손 안의 큐브를 바라보고서, 나는 선반을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
“……윽.”
솔직히 말하자면, 옆구리의 화상이 상당히 아프다. 식은땀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약한 소리를 할 상황이 아니다.
나는 슬립 모드 상태로 가방 속에 들어있던 렌을 기동시켰다.
‘아오바.’
“렌, 약간 일이 성가셔졌어. 나도 꽤 아슬아슬한 상태니까, 서포트 부탁해.”
‘괜찮아?’
“그렇다고 말하는 건 좀 무리지만, 끝까지 해보는 수밖엔 없네.”
옆구리를 감싸며, 나는 가능한 한 빠르게 걸어서 방에서 나왔다.
복도로 나오자, 알람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멀리서 땅이 울리는 듯한 소리도 어렴풋이 전해져온다. 아마도, 칸막이벽이 내려오는 소리일 것이다.
노이즈는, 지금 이 층에는 없는 것일까?
큐브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노이즈에게 들었던 대로 눈 부분을 눌러본다.
‘불렀어?’
“노이즈는 이 층에 있어?”
‘없어.’
“그래…….”
우선 위층으로 가볼까…….
‘아오바, 뒤쪽이다.’
“!”
……뒤를 돌아보니, 그 검은 개 올메이트가 서있었다.
지금 그 빔을 맞으면 끝이다……!
“……윽.”
나는 그 순간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옆구리가 욱신대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여유는 없다.
뒤쪽에서 개의 발소리가 나를 쫓아온다.
빨리……, 어디에 숨든지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으니, 복도 끝쪽에서 엘리베이터가 보이기 시작했다.
매달리는 듯이 엘리베이터 문 앞에 서서, 버튼을 누른다.
빨리……, 빨리……!
마침내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나는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닫혀가는 문의 틈으로 검은 개 올메이트가 보인다.
살았다…….
나는 일단 가장 높은 층의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조용히 정지하고, 문이 열린다.
발을 내딛으려 하다가……, 얼어붙었다.
또다.
또, 검은 개 올메이트가…….
그것도 이번에는 입을 쩍 벌린 상태로, 가느다란 총신을 내보이고 있다.
어쩌면 좋은 거냐고……?!
그때, 어떤 기억이 내 뇌리를 스쳤다.
“……핫!”
빔이 발사되기 직전, 나는 검은 개의 입을 노려서 노이즈의 큐브를 내던졌다.
안쪽으로 틀어막힌 폭발음이 나고, 검은 개가 바둥바둥 발을 움직이며 후퇴했다.
검은 개는 잠시 동안 발버둥을 쳤지만, 이윽고 입에서 연기를 내뿜고 쓰러졌다.
……해치운 건가?
검은 개에게 다가가, 낌새를 살핀다.
아무래도 완전히 기능이 정지된 것 같다. 다시 일어날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그 옆에는 노이즈의 큐브가 나뒹굴고 있었다.
그것을 주워들자, 큐브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 24, 수치, 이상, ……절단, …….’
빔이 폭발한 탓에 망가진 것 같다…….
‘……, 노이즈, ……있어, ……수치, 58…….’
“……노이즈? 있는 거야? 어디에.”
‘이, 층, ……중앙, 의, ……커다란 방에, ……83, 저하, …….’
거기서 전원이 끊어진 것인지, 큐브의 눈의 빛이 천천히 약해지더니 이내 완전히 꺼졌다.
“……고마워. 노이즈는 내가 반드시 찾아낼 테니까.”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서 내게 노이즈가 있는 위치를 알려준 듯한 느낌에 어쩐지 짠한 마음이 들어, 나는 큐브를 자켓 주머니에 잘 넣어두었다.
검은 개 올메이트의 잔해 옆을 지나, 안쪽으로 나아간다.
노이즈가 있는 곳은 중앙의 커다란 방…….
서두르지 않으면.
옆구리는 여전히 몹시도 아프지만, 지금은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계속해서 복도를 걸어가자, 막다른 곳에 문이 있는 것이 보였다.
다른 문들에 비해 유달리 화려하다. 그 안에는 홀 같은 게 있는 거겠지.
여기에 노이즈가 있는 건가……?
나는 빠른 걸음으로 문에 다가갔다.
하얀 벽과 바닥과 천장.
여기가, 노이즈가 말했던 토우에의 방인가?
“노이즈…….”
……있다.
다행이다, 무사했구나.
마음 깊이 안심이 들어서, 저절로 웃음이 흘러나온다.
“너……, 엄청 걱정했다고. 아무리 기다려도 안 와서. 별일 없었던 거야?”
노이즈 쪽으로 다가가려했지만, 중간에 동작을 멈춘다.
……묘하다.
노이즈는 그저 우두커니 서있을 뿐, 나를 보고도 움직이려하지 않는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가만히 나를 보고 있다.
……무기질적이고, 싸늘한 눈동자.
‘……아오바, 온다.’
“……!?”
갑자기, 공간이 구불구불 일그러졌다.
……설마.
“……라임이냐고.”
“저 녀석, 어떻게 된 거야.”
“자세한 사항은 불명이지만, 누군가에게 컨트롤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컨트롤……. 대체 누구한테.”
“아오바, 온다.”
“윽.”
“아오바, 지시를.”
“……젠장!”
“조종당하고 있다니……, 농담이겠지. 노이즈, 눈을 떠!!”
“……윽!”
“노이즈! 정신 차려! 어이!”
“아오바!”
“! 렌, 방어!”
“으악!”
“아오바, 공격을!”
“빌어먹을!”
“!!”
“아오바!”
“……아야.”
현실로 돌아와, 나는 온몸을 뒤덮는 아픔을 채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꺾었다.
바닥에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옆구리의 통증이 심한 상태인데, 인정사정없는 노이즈의 공격에 거기서 더 크게 데미지를 입었다.
‘아오바, 조심해.’
고개를 들자, 방금 전과 똑같이 노이즈가 우두커니 선 채로 나를 보고 있었다.
노이즈가 낮은 자세를 취한다. ……온다.
“윽!”
노이즈가 내지른 오른쪽 주먹을 양팔로 막는다. 쿵 하고 강한 충격이 뼈까지 전해졌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잇달아 주먹이 날아온다.
“노이즈……!”
가드를 하면서 노이즈의 얼굴을 바로 가까이에서 살펴본다.
역시, 눈이…….
나를 보고 있는 듯하면서도 제대로 보고 있지 않다. 누군가에게 의지를 조종당하고 있는 인간의 눈.
미즈키도 아쿠시마도 그랬다.
“윽!? 우왓!”
그때까지 계속 안면을 노렸던 노이즈의 주먹이 배 쪽으로 공격 방향을 바꾸었다.
그 즉시 몸을 뒤로 빼 피하자, 주먹이 아슬아슬하게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쪽은 화상을 입은 쪽이다. ……일부러 노린 건가?
나의 의문을 입증하는 듯이, 노이즈는 계속해서 옆구리만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크……, 윽!”
노이즈가 나를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진심으로 날 때려눕힐 기세다.
“노이즈, 그만해!”
“………….”
노이즈의 표정에 변화는 보이지 않고, 나를 응시하며 담담히 공격을 한다.
그 한 치의 틈도 없는 기계적인 움직임에 일방적으로 방어만 하게 된다.
이런 상태의 노이즈와는 싸우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슬슬 팔도 마비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도 몸이 버티지 못한다.
──── 사용해라 ────
──── 사용해라, ‘힘’을 ────
──── 사용해라 ────
……또다.
두통이 시작되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 서두르지 않으면 때를 놓치고 만다 ────
──── 어서, 사용하라고 ────
──── 그 녀석의 머릿속을 ────
──── ‘폭로해라’ ────
“아아아아아아아아악!!!”
머리가 쪼개질 듯한 통증 속에서, 갑자기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으로 변했다.
내 손이 저절로 노이즈의 이마에 얹힌다.
그리고…….
“……네 안으로, 들어간다.”
………….
……………….
눈앞이 캄캄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앞도 뒤도 오른쪽도 왼쪽도, 어디가 어디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여기가……, 노이즈의 머릿속, 인가?
잠시 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점점 눈이 어둠에 적응되었다. 어렴풋이 그 안의 음영이 구분된다.
하지만, 파악된 것은 바닥과 벽과 천장의 경계선뿐이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방 안이다.
노이즈는 어디에 있는 거지?
갑자기, 우측의 벽에 네모난 구멍이 뚫렸다.
어두운 방 안으로 하얀 빛이 들이비치고, 그 속에 사람의 형체가 나타난다.
그 사람은 회색 옷에 하얀 마스크를 쓰고서, 등을 구부정하게 굽히고 느릿느릿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 뒤로도 완전히 똑같은 차림을 한 녀석들이 줄지어 들어온다.
어두컴컴한 공간에 모노톤의 인간들이 모여든 모습은, 마치 이 세계에서 색이 사라지고 만 것 같아서 오싹했다.
마스크를 쓴 녀석들은 방의 정중앙에 모여, 술래잡기를 하는 듯이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울 듯한 얼굴을 한 하얀 마스크가 떠오르고, 빙글빙글 회전한다.
괴상하기 짝이 없는 광경에 눈을 뺏기고 있자, 녀석들의 중심에서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곳에 모니터 같은 게 있기라도 한 듯이 공간이 어그러지고, 고장 난 TV화면처럼 지직거린다.
누군가……, 사람이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건…….
노이즈?
……노이즈다.
“………….”
노이즈는 눈을 감고서 잠들어있는 것 같았다.
……노이즈.
이름을 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입이 뻐끔뻐끔 공허한 숨을 내뱉을 뿐이다.
그때, 규칙적으로 돌고 있던 마스크 집단이 기묘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각기 따로따로 요동치기 시작하고,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 불쾌한 소리에 공명하는 듯이, 어디에서라고 특정 지을 수도 없이 음악 소리가 흘러들었다.
비틀어져서 리듬이 멋대로 날뛰는, 낡아빠진 레코드와도 같은 연약한 소리.
그것이 눈앞의 광경과 맞물려, 한층 더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
‘정말로,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럴 바에는 차라리, 평생 밖에 나가지 않는 게 저 애를 위해서도 좋지 않을까요.’
‘우리 집안의 망신, 저런 애가 있었다는 게 후세에 알려지는 것도 수치니까 말이지. 태어나지 않는 편이 행복했을지도 몰라.’
‘어머, 당신.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진.’
‘당신이야말로, 저 애를 바깥에 내보낼 마음은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
……이 대화.
이곳은 노이즈의 머릿속이다. 모든 것이 노이즈의 안에 있는 것으로 형성되어있다.
그러니, 이 대화는 노이즈가 실제로 들었던 것이겠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필시 노이즈의 부모님일 것이다.
……너무하다.
“……노이즈!”
기괴한 춤을 추고 있는 가면들을 헤치고, 나는 노이즈의 곁으로 가려했다.
하지만, 내가 다가가려고 하면 가면들이 동작을 바꾸고 내 앞으로 몰려들었다. 내가 가는 길을 가로막으려는 듯이 정신없이 흔들흔들 거린다.
“저리 비켜! ……윽!”
가면을 밀어제치려했더니 내 손가락이 기묘하게 일그러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깜짝 놀라 손을 뒤로 뺀다.
가면들이 그런 내 모습을 비웃는 듯이 어수선하게 흔들린다.
손을 확인해보아도, 딱히 이상하게 변한 구석은 없다.
방금 일그러진 것처럼 보였던 것은 눈의 착각인가?
그런 생각에, 다시 한 번 가면들을 치우고자 손을 뻗었다.
……또 손가락이 일그러졌다.
대체 뭐야, 이거.
내가 노이즈의 곁으로 가려고만 하면, 무언가에 녹아드는 것처럼 내 손가락이 일그러진다. 가면들이 조소를 흘린다.
……시험당하고 있는 건가?
이 기분 나쁜 상황을 넘어서지 않으면, 노이즈가 있는 곳으로는 갈 수 없다는 건가.
이곳은 현실과는 다르니, 실제로 몸이 일그러지는 것은 아니다.
머리로는 그렇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역시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도, 가지 않으면.
두려움에 내몰리는 자신의 마음을 바로잡고, 나는 가면들을 헤치고 나아가고자했다.
뼈와 피부가 부자연스럽게 비틀리는 생생한 감각이 손끝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진다.
……이건 현실이 아니다.
현실이 아닌 것이다.
그 사실을 필사적으로 마음속에 떠올리고, 나는 흐늘흐늘 춤을 추는 가면들을 밀어제쳤다.
녀석들은 내 손이 닿자 저항도 하지 않고 바닥으로 떨어져, 뭍으로 끌어올려진 생선처럼 꿈틀꿈틀 떨고는 이내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모든 가면을 배제하자, 모니터의 영상처럼 부옇게 흔들리던 노이즈의 모습이 선명한 실체로 응축되었다.
갑자기 모든 소리가 멎는다.
‘나는, 세상으로부터 격리 당했다.’
불쑥, 노이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눈앞에 있는 노이즈는 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다.
이곳은…….
노이즈가 평소에 느끼고 있는 세계인 걸까…….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혼자서 살아갈 것을 강압 받은 노이즈의 세계.
아픔도 무엇도 느껴지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홀로 남겨진, 고독한 어둠의 공간.
그것이, 노이즈가 줄곧 느껴왔던 세계인 것이다.
웅크리고 있는 노이즈의 팔다리에는 두꺼운 수갑과 족쇄가 채워져 있고, 쇠사슬이 어둠속으로 끝없이 이어져있다.
그 곁에 몸을 굽히고, 족쇄를 풀어내고자 한다.
그 순간, 노이즈가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
크게 벌려진 눈이 나를 포착하고, 수갑이 채워진 손이 내 뺨을 감싼다.
얇은 입술이 열리고, 조용히 옆으로 벌어져 웃는 모양을 만든다.
그 틈새에서 살짝 새빨간 혀가 보였다.
혀는 아랫입술을 지나 턱까지 뻗어나간다. 그 터무니없는 길이에 공포를 느낀다.
색이 상실된 공간에, 그 붉은색은 괴이할 정도의 요염함으로 내 눈을 사로잡았다.
노이즈는 내 뺨을 양손으로 단단히 붙잡고,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댔다.
무심결에 뒤로 물러날 뻔 했지만……, 순간적으로 노이즈의 말을 떠올린다.
혀 말고는 감각이 없다고, 그렇게 말했다.
이곳은 현실의 세계가 아니다.
그러니까, 감각이 있는 혀만이 과장되게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노이즈가 감각을 느끼는 것이 유일하게 허용된 부위. ……그렇다면.
노이즈가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을……, 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윽.”
초조와 긴장에 목덜미로 열이 오른다.
나는……, 노이즈를 향해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기다란 혀에 입술을 대고, 눈을 감는다.
미지근한 무언가가 입 안으로 들어왔다.
……노이즈.
나는 너를 받아들인다.
그러니까…….
……돌아와.
.
.
.
.
.
.
이동수단으로는 두 다리가 최강. 이건, 여기선 당연한 일이다.
이 구 주민구의 교통사정은 꽤나 나쁘다.
그 나름대로 커다란 길목이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고 있어, 일단, 버스나 전차, 택시 같은 것도 있기는 있다.
이 구 주민구의 교통사정은 꽤나 나쁘다.
그 나름대로 커다란 길목이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고 있어, 일단, 버스나 전차, 택시 같은 것도 있기는 있다.
그렇지만, 갑자기 운행을 쉰다거나 태연하게 지연시키거나, 어쨌든 안정되어 있지 않다.
도로도 갑자기 봉쇄되거나 하기 때문에, 공공 교통기관은 누구도 신용하지 않는다.
지금도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모습은 거의 없다. 길가에서 마냥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나, 이따금 다 낡아빠진 차가 멈춰 서있는 정도다.
그와는 반대로 보도는 사람들로 꽉 들어차있다. 가장 의지가 되는 것은 자신의 다리라는 거겠지.
“이 도둑-!”
“남의 방에서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어서 오라고.”
“하……!? 누구야, 너. 왜 내 방에…….”
미나읆ㅈfawjefoiajw;oefiaosdㄹ;재ㅑᅟᅥᆯ;ㅐㅑ멎ㄷㄹawf;oaijwdifaowidfoiaㅈㄹ;ㅁ쟈덜매ᅟᅣᆮㅈ래awd;ofiajwoiefㅁㅈ;럄젇럄잴aw;ifajowiejfaㅈㄷ랴ᅟᅢᆷㅈ;ㄹaw;ifjoawifㅁㅈ;ㅑ러매쟈래ᅟᅣᆷ좨ᅟᅣᆷㅈㅇ퍔ㅈ;ㅐefa;woiefjaoiwfaidwvjoaiwjfㅁㅈ;랴ᅟᅥᆷ재ㅑ러맮;쟈awifaowijf;oaiwefoiaw;oefija;of
“너……. 나이□□□□□□어린 여□□□□□□자애□□□□무슨□□□□□□□는 거야.”
“□□□□뭐□□□□□□□가□□□□□□□□.”
“□□□□갑□□□□□□자기 손□□□□□□□□에 쪽□□□□□□□□□□라니……. 깜짝 놀□□□□□□□□□□□할까 기분 나빠□□□□□□□잖아,□□□□보□□□□□□□□□통.”
“딱히□□□□□□□□□이상한□□□□□□□□은□□□□□□□아□□□□□니잖□□□□□□아.”
정도□□□□□□□□□□□□□□□□□□□□□□□□□□
없□□□□□□□□□□□□□□□□□□□□□□□□□□□
□□□□□해서, □□□□□□□□□□□□□□□길□□□□□□□□□□□□□□□□
□□□□희미□□□□□□□□□□□□빛나□□□□□□□□□□□□□시작□□□□□했□□□□□□□□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짹짹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공장 벽에 딱 달라붙자, 안에서 미미한 소리가 들려왔□□□□□□□□클리어□□□□□□□□□□□□□
의□□□□□□□□□□□□□□□□□□□□□□□
말했□□□□□□□□□□□□□□□□□□□□□□□□□□□□
□□□□□□□□□□□□□□□□□□□□□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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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무리 해도 싫다면, 날 때려.”
“아무vcvaw;rgj;oaiwe;;wefawjo리 해awifejoawdoiajw도 싫waefawiogjaoiwejfoiaef, djfaiwojefo려.”
“아무리 해awiejfiajsdf;oijfqeifjiwj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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