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가 귀엽죠? 저도 좋아해요.
※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
이제 편해지고 싶어?
네 ◀
네
이제 포기하고 싶어?
네 ◀
네
이제 쉬고 싶어?
네 ◀
네
이제 잠들고 싶어?
네 ◀
네
이제 눈뜨지 않아도 괜찮아?
네 ◀
네
이제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네 ◀
네
이제 그만둬도 괜찮아?
네
아니오 ◀
그만두면 안 돼?
네 ◀
아니오
무슨 일이 있어도?
네 ◀
아니오
절대로?
네 ◀
아니오
어째서?
그래서는 안 되니까 ◀
나쁜 일이니까
어째서 안 돼?
아직은 끝낼 때가 아니다 ◀
아직은 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언제?
그걸 정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다 ◀
알 수 없다
그럼 누가?
생각해라 ◀
알 수 없다
너는 누구?
그건… ◀
“………….”
“노이즈…….”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세계는, 외로워.”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그래서, 상대방에게 어떤 식으로 접해야 좋을지 알 수 없어.”
“그건 지독하게 외롭고, 괴로워.”
“하지만, 누구도 그걸 알아주지 않았어. 부모님도 말썽만 일으키는 나를 애물단지 취급했어.”
“빨리 죽어달라고, 그렇게 생각했겠지. 그래서 나는 반드시 살아 보이겠다고 생각했어.”
“반드시 혼자서도 끝까지 살아내겠다고.”
“그러기 위해서, 먼저 누군가에게 의지한다는 생각을 버렸어. 그렇게 하면 혼자서 살아가는 방법이 몸에 배어. 혼자여도 곤란을 겪지 않아.”
“내가 죽어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아. 아무런 문제도 없는, 가장 스마트한 삶의 방식이지.”
“……아니야.”
“사실은 그게 아니라고, 너도 알고 있는 거지?”
“………….”
“이미 이런 식으로, 나는 너와 관계하고 있어. 그러니까 나는 너를 걱정할 거고, 네가 상처 입으면 치료할 거고, 네가 죽으면 슬퍼할 거야.”
“게다가 너, 나랑 라임으로 승부를 내고 싶은 거잖아? 그 시점에서 너도 나를 필요로 해. 그래서 여기까지 나를 따라왔어. 내 말이 맞지?”
“너, 어째서 라임에는 그렇게 집착하는 거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는 흥미 없는 주제에.”
“………….”
“……라임은, 몸이 아니라 머리로 데미지를 느끼잖아. 그래서 나한테도 어렴풋하게 느껴져. 아픔이.”
“몸으로 받는 진짜 아픔은 모르지만, 라임에서 데미지를 받을 때……, 이게 아픔이란 건가, 싶어.”
“그 순간만큼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 나는 인간이 느끼는 아픔을 알지 못하는 괴물이 아니라, 어엿하게 살아있다고.”
“아픔을 느낄 수 있는 라임에서도, 나는 데미지를 입는 걸 겁내거나 하지 않았어.”
“그래서 아픔이 있든 없든 나는 강하고, 타인 따위는 필요 없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졌어.”
“하지만, 그런 내가 너한테 졌어. 그러니까 난 너랑 한 번 더 싸워서, 널 이기고 싶어.”
“내 필드를 침범한 너를 쓰러뜨리고 싶어.”
“……너, 말하는 게 모순되어 있어. 넌 분명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을지 몰라. 하지만.”
“진짜 너는, 역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해. 그래서 아픔을 느낄 수 있는 라임에 목을 매는 거야.”
“라임은 유일하게, 네가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소잖아? ‘아픔’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말야. 나는, 그런 너와 라임에서 싸워서 이겼어.”
“네가 자신의 영역을 침입한 나와 다시 싸우고 싶다는 건, 그만큼 나와 관계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는 거잖아?”
“……그건.”
“나는 라임에서의 재결전을 받아들이겠어. 단, 라임뿐만이 아니야. 현실에서도다.”
“이제 너는 혼자가 아니고, 혼자서는 있을 수 없어. 네가 아픔을 알고 싶다면, 내가 아픔이 무엇인지 알려주겠어.”
“그러니까, 나는 너를 부수겠어.”
“네가 틀어박혀있는……, 갇혀있는 세계를 부수겠어.”
“…………!”
현실로 돌아와서 보니, 나는 엎드린 채로 쓰러져있었다.
곧바로 노이즈를 찾는다.
……있다.
노이즈도 나랑 똑같이 바닥에 쓰러져있다.
“노이즈! ……윽.”
일어서려고 했지만, 온몸이 다 욱신거려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특히 머리가……, 눈을 뜨고 있는 것도 힘들 정도로, 아프다.
──── 이제 끝이다 ────
……웃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의 목소리…….
‘그 녀석’의 목소리가…….
……제길.
지금은 그보다 노이즈를…….
목소리도 두통도 무시하고서, 나는 노이즈의 곁으로 다가갔다.
“……, 노이즈.”
“………….”
노이즈의 눈이 천천히 떠지고는, 나를 바라본다.
멍하니 초점이 맞지 않았던 눈동자가 서서히 빛을 되찾아간다.
“……나, ……, ……무슨 일이.”
……다행이다.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다.
어떻게 일이 잘 풀렸…….
──── 끝이라고 ────
──── 이제 끝이다 ────
……‘그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전의 그 어떤 때보다도, 똑똑하게.
머리가 아프다. 손이 떨린다.
숨을 쉴 수가 없다.
눈앞이, 어두워진다…….
“어이……?”
──── 포기해라 ────
──── 이렇게 될 것을 ────
──── 사실은 알고 있었을 터 ────
──── 너는 ────
“……으윽!!”
──── 너는, 끝이다 ────
“윽, 아아아아아아악!!”
………….
……………….
…………아아.
…………그런가.
…………알았다.
지금, 전부 보였다.
나의 힘…….
……스크랩의 정체가.
줄곧 내게 힘을 사용하라고, 모든 것을 부숴버리라고 속삭였던 ‘그 녀석’에 대해서도.
그 녀석은……, 나인 것이다.
나의 본능. 순수한 욕망 그 자체의 나. 내 의지의 일부분.
모조리 다 부수고 싶다. 모든 것을 파괴해서, 없애버리고 싶다.
그렇게……, 모든 생명에 죽음을.
그 녀석은 그런 것을 갈망하는 나 자신인 것이다.
스크랩은 사람을 파괴하는 힘이다. 그 녀석이 그 힘의 근원인 것이겠지.
따라서, 내가 스크랩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그 녀석의 존재가 커진다.
그리고, 지금.
무리하게 힘을 사용해서, 나와 그 녀석의 밸런스가 무너지고 말았다.
그 탓으로…….
‘나’라는 의식이 그 녀석에게 먹혀들기 시작했다.
그 녀석은 내 의식을 완전히 소멸시켜서, 내 몸을 가지고 자기 마음대로 날뛰려하고 있다.
모든 것의 파괴. 모든 것의 죽음.
그것이 바로 그 녀석의 바람이다.
……하지만.
힘을 쓰지 않았다면, 노이즈가 눈을 뜨게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나 혼자서는 무리였다.
그러니까……, 이걸로 잘 된 일인 것이다.
“어이…….”
노이즈가 걱정스러워 보이는 얼굴로 내 쪽을 들여다본다.
“괜찮아?”
“……아아.”
“……폐를, 끼쳤어.”
“어쩌다 그렇게 된 거야.”
“응급처치를 할 만한 도구를 찾고 있었더니, 도중에 마스크를 쓴 하얀 경비원 같은 녀석한테 들켰어. 도망쳤는데도 붙잡혀서, 강제로 이상한 노래를 들었어.”
“그랬더니, 의식을 잃었어.”
“그런데……. 너, 나한테 그 힘을 사용했지.”
“………….”
“그 덕분에 나는 제정신을 되찾을 수 있었어. 그렇지?”
“아아, 하지만……, ……윽.”
또다……!
심장 고동이 빨라지고, 온몸이 전율한다.
“으, ……윽, …….”
──── 부수고 싶다 ────
“어이, 괜찮아?”
──── 부수고 싶다 ────
“……윽, 으아, …….”
──── 부숴라, 부숴라 ────
──── 부숴라, 부숴라 ────
──── 모두 부숴라 ────
──── 부숴라! ────
“어이……!”
“큭, 아아아악, ……윽!”
머리가……!
여하튼 간에 머리가 너무 아파서…….
그 녀석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와서…….
그 녀석의 웃는 얼굴이 뇌리에 떠올라서…….
……결국, 나는 파괴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다.
마지막에는 자기 자신까지도 파괴하는 수밖에는 없겠지.
하지만, 그 녀석이 내 몸을 빼앗기 전에…….
이 힘을 폭주시키기 전에, 막지 않으면…….
“아아악……, 윽…….”
──── 부수고 싶다 ────
──── 부수고 싶다 ────
“으, 으……, 윽.”
──── 부숴라, 부숴라 ────
──── 부숴라, 부숴라 ────
──── 모두 부숴라 ────
…………부숴라!!!
‘긴급 사태 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타워 안에 계신 분들은 즉시 탈출해주십시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긴급 사태 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어이, 정신 차려!”
“나는, 괜찮으니까……. 노이즈, 너만이라도…….”
“이제 와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자, 빨리 일어나!”
나를 일으키려고 노이즈가 내 팔을 붙잡는다.
하지만, 나는…….
‘그 녀석’이…….
“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늦으니까……, 너만이라도, 빨리……!”
“윽.”
나는 팔을 빼내려다가 그만 노이즈의 손을 뿌리치고 말았다.
바로 사과하려하다가……, 그만둔다.
순간적으로 손을 뿌리친 채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면 내 말대로 노이즈가 혼자 떠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노이즈만이라도 먼저 도망쳐준다면…….
하지만, 노이즈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눈썹을 찡그리고, 입술을 굳게 다물고서 나에게 뿌리쳐진 손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 손을 감싸듯이 다른 한쪽 손을 그 위에 얹었다.
……에?
저 몸짓은…….
“……너, 설마.”
“……그래.”
노이즈가 처음으로 격한 감정을 품은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아파. 너 때문에.”
“네가 나를 스크랩한 탓에……, 나를 끄집어낸 탓에, 무슨 영문에선지 몸의 감각이 돌아왔어.”
“네 탓이야. 멋대로 날 이렇게 만들어놓고서는 내팽개칠 셈이냐고.”
“하지만……, 내 힘……, 이대로라면, 폭주할지도 몰라…….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모두를……, 너까지도, 파괴해버릴지도 모르니까…….”
“그러니까, 나는 괜찮으니까…….”
“윽!”
“……아파. 너도 아프겠지만, 널 때린 나도 아파. 어떻게 해줄 거야. 지금까지 몰랐던 만큼, 엄청나게 아프다고.”
“폭주라든지 네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어떻게든 해. 방법을 생각할 거야.”
“그리고……, 네 힘이 내 세계를 부숴서, 나한테 감각을 되찾아주었어.”
“그러니까 네 그 힘은 악한 것이 아냐.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
“네 앞일 같은 거, 내가 생각할 테니까. 그러니까 나랑 같이 가. 알겠지?”
“………….”
노이즈가 내 어깨에 팔을 두른다. 그 팔에 의지하여, 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노이즈에게 맞았을 때……. 내 안에서 무언가 따뜻한 것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두통이 누그러져갔다.
‘그 녀석’의 형체도……, 희미해져간다.
“……있잖아.”
문을 향해 걷기 시작하며, 노이즈가 이을 연다.
“네가 했던 말의 의미,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
“누군가가 상처를 입으면 도와주고 싶어진다, 뭐 그런 거. 아픔이 어떤 건지 알고 있으면, 확실히 그렇게 되는 걸지도.”
“……아아.”
그 말을 듣고, 나는 점점 더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홀에서 빠져나온 우리들은, 타워의 진동에 주의를 기울이며 복도를 걸었다.
“몸은 좀 괜찮아? 방금 힘들어 보였는데.”
“아아, 지금은 꽤 나아졌어. ……것보다 여기, 곧 무너지겠지.”
“아마도.”
“네가 한 거야?”
“아니, 난 아냐.”
“그럼 누가…….”
“글쎄……. 기적이 일어난 거 아냐?”
“우리들까지 말려들게 됐는데 이게 기적이냐.”
“그래서 이렇게 도망치고 있잖아.”
둘 다 만신창이 상태로 서로를 부축하는 듯이 걸어가다 보니, 복도의 막다른 곳에 소형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이 보였다.
“어이, 저거.”
엘리베이터로 다가가, 시험 삼아 버튼을 눌러본다.
……문이 열렸다.
“비상용 긴급 엘리베이터인가. 이걸로 아래까지 갈 수 있겠어.”
우리들은 그 안에 올라타, 1층의 버튼을 눌렀다.
타워의 진동에 불안정하게 뒤흔들리며, 엘리베이터가 하강을 시작한다.
“……도중에 멈추지 않으면 좋겠는데.”
“그러네.”
우리들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는 무사하게 1층까지 내려간 후 멈추었다.
문이 열리고, 1층으로 나온다.
조금만 더 가면 출구다.
“!?”
“!”
격렬한 굉음과 함께 발치가 흔들리고, 바로 옆에 있는 벽에 균열이 일어났다.
무너진다……!
곧바로 양팔로 머리를 감쌌지만, 강한 충격과 무게에 눌려 바닥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윽, 쿨럭, 콜록, 노이즈……!”
흙과 먼지가 뒤섞인 공기를 그대로 들이마시고는 기침을 해대며, 나는 건물의 파편을 털어내고 일어서려했다.
……그때, 내 머리가 무언가 부드러운 것에 닿았다.
확인하기 위해 손으로 그것을 만져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 감촉, 설마…….
“……노이즈!?”
“……윽.”
노이즈가……, 나를 감싸는 듯이 내 위에서 엎드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 등은 수많은 파편들로 뒤덮여있다.
“…………윽.”
노이즈는 얼굴을 찡그리고 이를 악물고는, 거친 숨을 내쉬며 서서히 내 몸 위로 쓰러졌다.
“노이즈, 어이! 괜찮아!?”
“……아야……. ……너는, 안 다쳤어?”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네가 문제잖아!”
“하하……. 솔직히, 어디가 아픈 건지, 잘……, 모르겠어.”
노이즈의 몸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진다. 그 등과 머리카락은 먼지투성이고 옷도 이곳저곳이 찢어진 상태였다.
“어이……, 괜찮아? 움직일 수 있는 거냐고, 너…….”
“글쎄……. 어쩐지, 어딘가, 부러진 것 같아.”
노이즈가 떨리는 한쪽 팔을 천천히 들어올린다.
일부러 그러는 건가 싶을 정도로, 손목이 부자연스럽게 흔들흔들 거렸다.
잘 보니 발목도 말도 안 되는 방향으로 꺾여있는 상태다.
이런 거……. 보통 사람한테도 굉장히 아픈데, 이제 막 통각이 되돌아온 노이즈는 분명 죽을 만큼 아플 거다.
“아파…….”
“이제 됐으니까 움직이지 마! 젠장, 어떻게든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또 한 번 타워가 크게 흔들렸다.
빨리 도망가지 않으면 무너진다……!
“……너 혼자 가.”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하하……. 방금, 너도 똑같은 소리 했던 주제에……. 것보다 나, 진짜로 못 움직이겠다고…….”
“……윽.”
……옆구리의 화상이 아직 아프긴 하지만, 노이즈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다.
파편이 부딪쳐서 생긴 상처도 가벼운 찰과상 정도다. 두통도 상당히 가라앉았고, 움직이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좋았어.
“조금 아플지도 모르겠지만, 참아.”
“!? 뭘……, 어이!”
나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노이즈의 무릎 뒤쪽과 어깨에 손을 집어넣고, 신중하게 들어올렸다.
“영차…….”
“무슨 짓거리야, 내려놔!”
“싫어.”
노이즈는 마른 편이지만 역시 남자인지라, 꽤나 무겁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아니, 신경 쓸 새가 없다.
어쨌든, 빨리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좋아……. 간다! 꽉 잡아!”
“!”
한 번 약해졌던 진동이 다시 강해지는 가운데, 나는 노이즈를 안고서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렸다.
무너져 내리는 벽을 가능한 한 피해, 필사적으로 허벅다리를 들어 올려 지면으로 발을 내딛는다.
입구의 문이 바로 눈앞에 있다.
앞으로……, 조금만 더!
“……후.”
“왜 그래? 윽, 어디 아파? 이제 금방이니까…….”
“그게 아니라……, 하핫.”
“……, 왜, 웃는 거야……!”
“아니, 뭔가 굉장한 상황이라서.”
“나는 완전 필사적이라고!”
“미안. ……고마워.”
“………….”
노이즈가 불쑥 내뱉은 말에, 더 힘을 낼 수 있는 기력이 솟아오른다.
“……윽!”
입구를 바로 앞에 둔 지점에서, 천장에서 조명이 떨어져내렸다.
허겁지겁 피했지만, 앞길이 막혀버리고 만다.
나는 이럭저럭 바닥에 처박힌 조명을 우회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출구까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압!!”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이 흔들거리는 문을 빠져나와, 타워 밖으로 나온다.
그 기세로 좀 더 달려서, 안전한 장소까지 도달하고서는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져 지면에 무릎을 꿇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 …….”
살며시 노이즈를 내려놓고서, 나는 위를 향한 채로 쓰러졌다.
폐가 폭발할 것만 같다…….
몇 번이고 숨을 들이마시고는 내쉰다.
우리들이 바깥으로 나온 직후, 타워가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주변에 모여 있던 구경꾼들과 타워 안에서 도망쳐나온 사람들이 비명을 지른다.
이걸로 마침내……, 끝이 난 것이다.
우리들은 바닥에 쓰러진 채로, 타워가 무너져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심장부인 오벌 타워가 붕괴된 후, 플라티나 제일은 일체의 기능이 정지되었다.
그러나, 본토의 신속한 개입 등으로 인해 혼란은 빠르게 종식되었다.
타워가 붕괴된 원인은, 플라티나 제일의 중추를 담당하는 시스템의 폭주라고 했다. 그 외의 자세한 사항은 불명이다.
당시, 타워 안에 있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기적적으로 대피를 해서, 사망자나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타워의 상태가 이상해지기 전에, 대피를 권고하는 수수께끼의 메일이 타워 안의 사람들에게 전송되었던 모양이다.
단, 토우에를 필두로 한 일부의 관계자들은 행방불명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토우에가 꾸미고 있던 사람의 마음을 조작하는 연구와 그에 관련된 실험이 세상에 공표되었다.
구 주민구까지 끌어들여 실험을 행할 예정이었던 특별 기념 이벤트도 중지되고, 미도리지마는 가까스로 토우에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토우에 재벌의 관련 기업이 취급하고 있던 것은 모두 다른 기업으로 인수되었다. 올메이트도 그렇다.
그와 똑같이 라임도 관리 회사가 변경되고, 라임을 주재하는 것은 우스이가 아니게 되었다.
그렇게, 토우에 재벌의 그림자는 미도리지마에서 조금씩 옅어져갔다.
지금, 섬의 주민들은 미도리지마를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놓기 위해 활기를 띠고 있다.
코우자쿠는 변함없이 미용사 일을 계속하고 있고, 클리어는 가끔씩 ‘평범’에 불쑥 얼굴을 내민다.
밍크에 관해서는 소식불통이다. 그렇지만, 그 녀석이 그렇게 간단히 뻗어버릴 리가 없다.
미즈키는 의식을 회복했다. 아직 퇴원은 할 수 없지만, 문병하러 간 나를 보고는 웃는 얼굴을 보여주었다.
나는 어떠냐고 하면, 다시 할머니와 함께 평상시와 똑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심했던 두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만지면 아팠던 머리카락의 감각도 서서히 희미해져갔다.
최근엔 ‘그 녀석’의 기척도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내 안에 있다는 사실만은 알 수 있다.
비유를 하자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깊게 잠이 들어있다. 그런 느낌이다.
그렇기에 솔직히 여전히 불안이 남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 전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평온했다.
노이즈는 전신이 복합 골절된 듯한 중상을 입어서, 구 주민구의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막 입원했을 때의 노이즈의 상태는,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간병을 겸해서 매일 병원으로 찾아갔다.
운 좋게도 마침 그 자리가 비어있었던지라, 노이즈의 병실은 개인실로 지정되었다. 본인의 성격으로 봐서도 그 편이 좋겠지.
노이즈도 지금은 꽤나 회복되어서, 퇴원할 수 있는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나는 오늘도 익숙한 병실 앞에 서서, 문에 노크를 했다.
“들어간다-.”
“아아.”
문을 열자, 평소와 똑같이 침대 위에 앉아 잡지를 읽고 있는 노이즈의 모습이 보였다.
간소한 환자복이 몸에 걸쳐져있고, 완치되지 않은 팔다리에는 아직도 하얀 붕대가 애처롭게 감겨져있다.
그렇지만, 본인은 몹시도 팔팔해 보인다.
나는 침대 옆으로 다가가, 가방에서 종이봉투를 꺼내 사이드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오늘은 할머니가 만든 도넛 가져왔어. 먹을 거지?”
겉옷을 벗어서 가방과 함께 바닥에 내려놓고, 의자에 앉는다.
노이즈는 잡지를 배 위에 덮어두고, 무언가 망설이는 듯이 시선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아~…….”
“뭐야, 안 먹을 거야?”
“……먹는데.”
약간 겸연쩍은 듯한 노이즈의 시선이 내 쪽으로 되돌아온다.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하면, 노이즈는 꽤나 솔직해졌다. 실로 기쁜 일이다.
“자.”
봉투에서 도넛을 꺼내 내밀자, 노이즈는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는 받아들었다.
실은 좋아하는 주제에. 조금 흐뭇해진다.
나는 나대로 거리낌 없이 도넛을 베어 문다.
오늘은 생각보다도 ‘평범’의 일이 바빠서 점심을 먹을 때를 놓쳤으니까, 마침 잘 됐다.
새롭게 발매된 파츠의 평판이 좋아서, 꽤 전부터 입하해두고 있었던 우리 가게에도 경쟁이라도 하는 듯이 물밀 듯이 주문이 들어왔다. 덕분에 완매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가게의 장사가 잘 되는 건 기쁜 일이지만, 전화도 인터넷 주문도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것은 역시 고역이다.
적당히 바쁜 정도가 딱 좋은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할머니가 너보고 퇴원하면 또 먹으러 오라고 했어. 그보단 나보고 너 좀 오게 하라는 느낌이었지만.”
“아-, 뭐 그래.”
“앞으로 얼마나 있으면 퇴원할 수 있어?”
“의사는 빠르면 2주, 길게는 한 달이라고 했는데.”
“꽤 시간이 걸리네.”
“뭐 검사라든지 이래저래 있으니까.”
“……몸은 어때? 감각 같은 거나.”
“아아, 그것도 검사했었는데 거의 돌아온 것 같아.”
“그래. 그럼 링거나 주사 같은 거 아파서 깜짝 놀라겠네.”
“그렇지도 않아. 바늘로 찔리는 아픔이 그런 거일 줄 몰랐으니까 재미는 있었지만.”
“그게 재밌냐고.”
“응, ……아.”
노이즈가 도넛의 마지막 한 입을 먹으려다, 툭 떨어트렸다.
도넛 조각이 데굴데굴 굴러서, 배 부근에서 멈춘다.
“정말이지, 이상한 데서 애 같다니까.”
“시끄럽네. 불편하다고.”
“읏차.”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손을 뻗어서 도넛 조각을 집었다.
“잡았다. ……?”
“………….”
의자에 앉으려고 했더니 느닷없이 팔을 붙잡혔다. 깜짝 놀라 노이즈를 본다.
노이즈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왜 그래?”
“……몸의 감각이 돌아오고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는데.”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인지, 노이즈가 띄엄띄엄 말을 내뱉는다.
……뭐지?
지금껏 느껴본 적이 없는 공기가 주변을 감싼다.
“잠깐, 이야기 좀 해도 돼?”
“……아아.”
“그게……. 지금까지 나는 부모님한테도 주변 사람들한테도 버림받았달까, 없는 존재 취급을 받았으니까.”
“뭐든지 혼자 해서 살아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사람이 사람에게 간섭하는 데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다가오는 녀석들은 돈이나 몸이 목적이거나, 자기만족을 위해서 나를 이용하려는 녀석들뿐이었고.”
“그런 식으로 타인이라는 존재를 전혀 인식할 수 없었는데, 그 탓에 내 시야를 억지로 비집고 들어온 네가 처음엔 짜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어. 무슨 영문인지도 알 수 없었고.”
“하지만, 네가 나를 위해서 이것저것 해주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니까, 나도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을 쓴다’는 걸 해볼까 해서.”
“뭐랄까, 날 이런 식으로 만든 건 전부 너라고. 네가 말한 대로, 이 세계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게 조금 이해가 됐어.”
“………….”
“네가 없었으면, 나는 분명 어딘가에서 비명횡사했겠지. 죽는 것 따위 어찌되든 상관없었고.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아직 그 감각은 남아있어. ……하지만.”
“아픔이 어떤 건지 알게 되고서,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에도 아픔이 있다는 걸……, 그건 무너지는 건물 파편으로부터 널 감쌌을 때 엄청나게 느꼈어.”
“절대로 너를 죽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럴 바에는 내가 죽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어. 엄청나게, 숨이 멎을 듯한 감각이었어.”
“노이즈…….”
“그러니까 나는 너한테, 그……, 감사하고 있어. 그래서 지금…….”
노이즈가 말을 멈추고 입술을 굳게 다문다.
이미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발언들의 총출동에 날뛰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는 상태였던 나는,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한 번 더, 만지고 싶어.”
“에?”
“제대로 감각이 있는 상태에서……, 널 만지고 싶어.”
“………….”
내 팔을 붙잡은 노이즈의 손이 쓸어내리는 듯이 미끄러져 내려가고, 손등에 도달한다.
그대로, 노이즈가 천천히 내 손을 그러쥐었다.
“넌, 어때.”
노이즈의 눈이 정면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노이즈에 대해, 처음엔 어쨌든 위태위태하고 이상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래도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하지만……. 노이즈의 내면을 알아가면서, 이 녀석도 수많은 어려움을 끌어안고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이에 비해 어리다 싶은 점도 보여서, 귀엽다는 생각이 든 적도 몇 번인가 있다. 지금도 그렇다.
시작은 보호본능 비슷한 감각이었지만…….
확실히, 나는 이 녀석을 알면 알수록 더 깊게 빠져들어 간다.
그런 느낌이 든다.
다시 말해, 이건…….
나도 자각하고 있었다는 걸로 결론지으면 좋을까.
나는 노이즈에게 잡힌 손을 뒤집어, 노이즈의 손가락에 내 손가락을 감고 다시금 손을 잡았다.
“………….”
노이즈가 조금 놀란 듯이 눈을 깜박인다.
분명, 내 마음은 전해졌으리라 생각하지만…….
점점 얼굴이 뜨거워진다.
맞잡은 손에 서서히 땀이 스미고, 쿵쾅대는 심장소리가 귓가에서 울려 퍼졌다.
“……이거, 동의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좋은 거지.”
“……아아.”
노이즈가 자신의 손과 뒤얽혀있는 내 손을 입가로 끌어당겨, 입술을 맞댄다.
그 감촉에 어깨를 움츠리자, 이번에는 더 강하게 손이 잡아당겨졌다.
“우왓!”
몸이 기울어져, 노이즈를 뒤덮는 형태가 된다.
잡지가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뭐랄까…….
기분 탓인지, 나를 보는 노이즈의 눈이 열기를 띠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에, 설마…….
“지, 지금, 여기서?”
“싫어?”
“싫다기보다……, 뭐랄까, 아니, 여기 병원이잖아. 누가 오는 거 아닌가, 뭐 그런 거.”
“이 시간에는 안 와.”
“정말로?”
“아아.”
“…………, 알았어.”
정말로 괜찮은 건지 망설임이 들면서도, 무슨 이유에선지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솔직하게 나를 원해오는 노이즈를 받아들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 게다가…….
나 자신에게도, 노이즈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것은 스스로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강한 감정인지도 모른다.
지금 여기서……, 이런 장소에서도 그만두고자 하는 생각을 하지 않는 자신이, 무엇보다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나는 일단 노이즈에게서 떨어져, 문의 열쇠를 잠갔다. 그 김에 커튼이 제대로 쳐져있는지도 확인한다.
“신중.”
“당연하잖아……!”
“나는 누가 봐도 딱히 상관없는데.”
“나는 싫어.”
노이즈의 곁으로 돌아가, 다시 방금 전처럼 침대 위로 양손을 올린다.
“………….”
“………….”
“어, 어쩐지 막상 하려고 하니까 용기가 필요하네.”
“그래?”
“그야 그렇잖아, 이래저래 생각하게 되고. 문은 잠갔지만 누가 밖에 서있으면 어쩌나 하고.”
“생각 안 하면 돼.”
“아니 생각하게 되니까.”
“그럼 이제 생각하지 마.”
“!”
노이즈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몸을 일으켜 내 등에 팔을 둘렀다.
그대로……, 키스 당한다.
“……, 으응, ……읏.”
“………….”
가볍게 맞닿았던 입술이 서서히 강하게 밀어붙여지고, 노이즈의 혀가 그 다음을 재촉하는 듯이 입술의 표면을 찌른다.
그것을 입 안으로 받아들이자, 곧바로 안쪽으로 들어온 혀가 점막의 이곳저곳을 핥고 이빨의 뒷면을 더듬었다.
입 안에서 무언가가 이에 달칵달칵 부딪치는 소리가 나, 노이즈의 혀에 피어스가 있다는 사실이 상기된다.
그러고 보니,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지…….
그때도 기세와 분위기를 타고서 뭔가 엄청난 짓을 했었지만……, 설마 이렇게 될 줄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하아, ……읏, 으응.”
혀를 휘감거나 빨면서, 나는 양손을 노이즈의 목에 둘렀다. 가끔씩, 등이나 머리를 느릿하게 어루만진다.
“……아, 으, ……응.”
“…………, …….”
깊은 키스를 되풀이하는 사이에 머릿속의 심지가 녹아들고, 체온도 점점 올라갔다.
처음엔 문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흠칫거렸지만, 그것도 점점 신경 쓰이지 않게 되었다.
“응…….”
나는 천천히 체중을 실어 노이즈를 침대에 눕히고, 살며시 입술을 떼었다.
뜨거운 숨과 함께 타액이 가느다란 실처럼 두 사람의 입술 사이로 이어진다.
베개에 머리를 댄 노이즈가 조금 의아한 얼굴을 하고 나를 보았다.
“……? 뭐야?”
“일어나있는 거 힘들지 않을까 해서.”
“설마 이걸로 끝이라는 말 같은 건 안 하겠지. 아니면…….”
“혹시, 네가 위에 올라타 주기라도 하는 건가?”
“………….”
“……뭐어, 대충 그런 느낌으로.”
“……정말?”
농담으로 해본 말이었던 듯, 노이즈가 의외라는 듯이 눈을 깜박거린다.
그런 반응이 돌아오면 부끄러워서 그만두고 싶어진다고…….
“……너, 지금 환자고. 무리시킬 수 없잖아.”
“연상의 여유와 서비스를 보여주는 건가? 굉장하네.”
“시끄러. 누가 오면 곤란하니까 빨리 하자고.”
“무드 없네.”
노이즈가 좋은 구경이라도 난 듯한 얼굴을 하고 웃어서, 나는 우선 그 밉살스러운 입을 키스로 막았다.
“……으음!”
처음엔 세게 밀어붙이고, 그리고는 몇 번 부드럽게 서로의 입술을 머금는다.
노이즈가 입고 있는 옷의 매듭을 풀고 두 손을 그 안에 집어넣는다. 손바닥에 닿은 그 살결은 뜨겁고 조금 거칠거칠했다.
가슴에서 배, 그리고 옆구리로 손을 움직여 어루만져가고, 하반신 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잠깐.”
“?”
갑자기 노이즈가 진지한 목소리를 내서, 손을 멈춘다.
“잠시만, 이대로.”
노이즈가 내 두 손 위로 자신의 손을 포개고, 눈을 감는다.
“따뜻해. 아니 뜨거워. 네 손바닥이랑, 손가락의 감촉이.”
……그런가.
노이즈는 ‘감각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몸의 감각이 둔해서 잘 알지 못했을 테지만, 지금은 이렇게 내 몸이 닿아있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겠지.
보통 사람들 같았으면 당연했을 일이지만, 노이즈에게 있어서는 소중한 첫 경험인 것이다.
나는 노이즈가 원하는 대로, 잠시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이윽고 노이즈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것을 확인하고서, 조금씩 손을 아래로 이동시켰다.
“………….”
근육이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는 배를 배꼽의 피어스까지 한꺼번에 어루만지고, 속옷에 손가락을 걸치고 서서히 끌어내리자…….
조금 단단해진 노이즈의 그것이 그대로 드러났다.
피어스가 잔뜩 박힌 그것은 시각적으로 조금 그로테스크하고……. 그렇지만, 어쩐지 묘하게 흥분이 된다.
나는 앉은 위치를 뒤로 물러서 노이즈의 하반신 쪽으로 이동하고, 몸을 굽히고서 그곳으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 으응.”
끝부분을 조금 핥고서 손으로 뿌리를 지탱하고, 아직 완전하게 심이 서지 않은 그것을 입에 머금는다.
“……아.”
손을 움직이며 깊이 삼켜가자, 가까스로 억누르는 듯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노이즈는 희미하게 눈썹을 찡그리고, 약간 물기가 어린 눈으로 내 쪽을 보고 있다.
전에는 깨물지 않으면 느낌이 오지 않았던 것 같지만……. 지금은 제대로 본래의 감각을 맛보고 있는 것일까.
“……후, 좋아?”
“읏, ……묻지 마…….”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잖아. ……으음.”
머리를 움직이며 눈을 위로 뜨고 살펴보니, 노이즈의 뺨이 희미하게 상기되어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쩐지……, 조금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묘하게 흥분이 고조되어서, 나는 입으로 하는 애무에 집중했다.
“아, 읍……, 응, 후우…….”
손으로 전체를 문지르고, 입 안의 점막에 노이즈의 것을 비비는 듯이 머리를 움직인다. 노이즈의 것에 평평하게 밀착된 혀에 피어스가 닿는다.
“……아, 읏…….”
노이즈의 호흡이 흐트러지고, 입 안의 그것이 점점 단단함을 더해간다.
끝부분에서 배어나오기 시작한 씁쓸한 체액을 빨아들이고, 꿀꺽 삼킨다.
노이즈가 정말로 느끼고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이 든다.
“으응, 읍…….”
“읏!”
“아…….”
크게 움직이는 바람에 이가 그것에 닿고 말아서, 노이즈의 허리가 흠칫 튀어올랐다.
위험했다. 아팠으려나.
사과하려고 노이즈의 얼굴을 올려보았다가……, 가슴이 철렁했다.
노이즈는 입술을 살짝 벌리고 눈을 가늘게 뜨고서, 조금 전보다도 더 뺨을 붉게 물들인 채로 있었다.
얕은 호흡을 반복하며, 나를 보고 있다.
이가 닿아서 아팠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좋았던 거다…….
시험 삼아 한 번 더, 끝부분을 깨물어본다.
“……읏, 아…….”
노이즈가 미간에 힘을 주고는 눈을 감고서, 억누른 목소리를 흘렸다.
……역시, 느끼고 있는 거다.
노이즈는 이윽고 천천히 눈을 뜨고, 요염한 표정으로 웃었다.
“아프다고.”
“……에로 꼬맹이.”
그 얼굴이 굉장히 섹시해서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내뱉고, 다시금 입과 손을 움직였다.
이 녀석, 역시 아픈 게 좋은가보네…….
강약을 조절하면서 페니스의 끝과 뒷면을 깨물자, 배에 무언가가 닿았다.
붕대를 감은 노이즈의 손가락이 T셔츠 너머로 내 몸의 라인을 천천히 더듬었다.
“응, 으음…….”
그 감각에 어쩐지 애가 타서……, 나는 흘러넘치는 쿠퍼액을 삼키고, 꽤 단단해진 노이즈의 것에서 입을 뗐다.
“웁, ……하, ……하아.”
“………….”
손으로 입가를 훔치고, 스스로 바지 앞섶을 풀고서 속옷째로 한쪽 다리만을 빼낸다.
노이즈의 것을 삼키고 있던 탓에 내 것도 완전히 단단해진 상태였다.
짓궂은 노이즈의 시선이 내 하반신에 집중되어서, 얼굴이 뜨거워진다.
“굉장하네. 내 걸 핥았을 뿐인데도 그렇게 된 거야?”
“……시끄럽네.”
무릎으로 침대에 올라가, 노이즈의 허리 위에 다리를 벌리고 걸터앉는다.
스프링이 삐걱삐걱 대는 소리가 몹시도 생생하게 귓가에 울렸다.
“에로……. 여기, 벌써 젖었네.”
“! 만지지 마, ……아.”
노이즈가 손가락으로 내 것을 찌른다. 끝부분에서 투명한 액체가 실처럼 늘어진다.
“이제 흘러내릴 것 같아.”
“…………으윽.”
부끄러움과 울컥하는 마음으로 노이즈를 가볍게 노려보고, 나는 검지와 중지를 한꺼번에 입에 넣었다.
타액을 고루 휘감아 손가락을 적시고, 엉덩이 쪽으로 손을 뻗는다.
“……혼자서 하는 거야? 경험 있구나.”
“없어, ……으응.”
이런 건 처음이지만, 노이즈가 무리하게 움직이게끔 할 수는 없으니까.
제대로 풀지 않은 상태에서 했다가 지옥을 보는 것도 싫고…….
처음엔, 하나만…….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숨을 내쉬고, 나는 미지근한 수분에 감싸인 손가락을 조금씩 자신의 안으로 넣었다.
“아, 읏, ……아아.”
내가 내 살을 만지는 것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느낌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따뜻하다. 감각은……, 잘 모르겠다.
“혼자서 하는 거, 어떤 느낌이야?”
“몰라, ……으응, 아아, …….”
“힘들어 보이는데.”
“하아, 으응, ……읏, …….”
손가락을 두 개로 늘려본다. 조금 벅차지만, 가능한 한 넓혀두지 않으면…….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고 있자, 갑자기 노이즈가 내 허리를 잡아끌었다.
“!? 뭐야…….”
“아무것도 아냐.”
노이즈는 무뚝뚝하게 말을 내뱉고 내 T셔츠를 걷어 올리고는, 얼굴을 가까이 댔다.
“……응, 어이……!”
“됐으니까 계속 해.”
“앗.”
노이즈가 내 유두를 입에 넣고 빨면서, 발기된 나의 그것을 손으로 느릿느릿 문지르기 시작한다.
너무 부끄러워서 도망가고 싶어졌지만, 노이즈의 애무 덕분에 뒤쪽의 감각이 조금 편안해진다.
그대로, 나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안을 더듬었다.
“으응, 후우, ……아앗.”
처음엔 조금 버거웠던 손가락 두 개도, 서서히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됐어, ……하.”
흐트러진 호흡을 내뱉으며, 뒤쪽에서 손가락을 빼낸다.
“이거 봐, 완전히 젖었어.”
“그런 거 말하지 말래도……, 읏.”
나는 나를 놀리는 노이즈의 그것을 조금 난폭하게 붙잡고, 뒤쪽에 댔다.
“……아, ……앗, 하아.”
꾸역꾸역, 그곳이 크게 벌어진다.
……들어온다.
“읏, 으응……, 읏, 아.”
“……후.”
아무리 손가락으로 넓혔다고 해도, 역시 힘겹다.
좁은 살이 꿰뚫려, 점점 벌어지는 이 감각…….
머리가 뜨거워지고 무릎이 떨린다. 피어스가 점막을 긁어서, 더더욱…….
“하아, 핫, ……으윽.”
시간을 들여서 조금씩 받아들여, 마침내 뿌리까지 다 들어간다. 내 엉덩이와 노이즈의 허리가 밀착되었다.
몸 안쪽에서 노이즈의 것이 두근두근 맥박을 치는 것이 느껴진다.
“들어갔, 다…….”
“후……, 뜨거워.”
노이즈의 어깨에 몸을 기대자, 귓가에서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화상을 입어도 태연했던 노이즈가……, 뜨겁다는 말을 한다.
그런 생각이 들자, 어쩐지 그것이 특별한 말처럼 여겨졌다.
얼굴을 들여다보니, 노이즈는 눈을 꼭 감고서 더는 참을 수 없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좋아?”
“……모, 르겠어, ……뜨거워서.”
그 감상이 귀여워서, 노이즈의 콧등을 가로지르는 피어스에 가볍게 키스한다.
좀 더……, 직접 서로 살을 맞대는 감각과 온도를 노이즈에게 가르쳐주고 싶다.
몸의 안도 밖도, 이렇게 뜨겁고 기분 좋은 것이라고.
노이즈가 서로의 손가락으로, 살결로 전하는 ‘살아있다는 감각’을 알게 되었으면 한다.
나는 노이즈에게 매달려,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아……, 하아, ……읏.”
두 다리를 사용해, 허리를 들어 올렸다 내리는 것을 반복한다.
자신의 체중이 가해져있는 탓에, 아주 조금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안쪽까지 닿는 듯한 느낌이 든다.
스스로도 길을 들일 생각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으니, 노이즈가 내 허리를 붙잡았다.
“으앗……, 읏.”
“읏, 후…….”
생각지도 못한 시점에서 노이즈가 강하게 쳐올려서, 큰 소리가 나오고 만 탓에 허겁지겁 입을 다문다.
혼자서 움직이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충격이……!
입술을 꼭 깨물고 있으니, 노이즈가 희미하게 붉어진 얼굴로 싱긋 웃었다.
“……소리, 참을 수 있어?”
“읏, 그보다 너, 몸은.”
“괜찮아. 그치만 움직이기 힘드니까……, 너도 움직여.”
그렇게 속삭이는 노이즈의 목소리가 열을 품고 있어서, 더 달아오른다.
실내 온도가 완전히 올라가서, 나도 노이즈도 땀투성이가 되었다.
노이즈가 여유를 잃은 듯한 표정으로 내 허리를 흔들기 시작한다.
“읏, 응, ……아, 으응.”
안쪽까지 들어간 노이즈의 열이 몇 번이고 내벽을 문지른다.
그것이 반복될 때마다, 아직 이물감이 느껴지는 몸 안으로 서서히 달콤한 감각이 번져간다.
“아, 으응, ……앗, 아.”
“……하, 아…….”
좀 전부터 나의 그것이 노이즈의 배에 닿아서, 미묘하게 자극을 받는다.
그것만으로는 아쉬운 느낌이 강해져서, 나는 마음을 먹고 자신의 그것을 노이즈의 배에 밀어붙였다.
“하, 후우, 아아, ……으응.”
노이즈의 배꼽 피어스가 뒤쪽에 닿아서, 기분 좋다…….
노이즈가 쳐올리는 움직임과 내 움직임이 맞물려서, 쾌락이 배로 늘어난다.
“아, 으응, 읏, 아앗……, 읏.”
“하……, 읏…….”
노이즈의 어깨에 입술을 누르고, 큰 소리가 나올 것만 같은 것을 참는다.
“……핫, ……기분, 좋아.”
“………….”
그 갈라진 목소리에 등줄기가 떨려왔다.
노이즈는 막다른 곳에 몰린 듯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정말로 기분 좋은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그런 노이즈를 좀 더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나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움직였다.
노이즈가 쳐올리는 것에 맞춰 허리를 내리자, 노이즈의 그것이 내 안쪽의 더 깊은 곳을 찔러서 저절로 달콤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으응, 흐읏, ……읏, 아, ……응, 아앗.”
“아, 읏,……하아.”
침대의 스프링이 삐걱대고, 이어진 부분에서 나는 축축하게 젖은 소리가 방 안 이곳저곳으로 흩어진다.
노이즈를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지만……, 스스로도 더 잘 느껴지는 곳에 닿게끔 움직이고 만다.
나의 그것의 선단에서는 투명한 액체가 줄줄 흘러넘쳐, 노이즈의 배를 적시고 있었다.
“하……, 야해…….”
“시끄러, ……으응.”
노이즈가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웃고, 나의 입술을 막는다.
“으음, ……응, 하아…….”
“하……, 앗.”
서로 주체하지 못하는 열을 부딪치는 듯이 혀를 휘감고, 허리가 움직이는 속도를 높여간다.
“음, 으응, ……읏, 하아, …….”
“으음……, ……하.”
“……아앗!”
내가 반응하는 미묘한 변화를 알아챈 것인지, 노이즈는 후반부터는 내가 느끼는 곳만을 격렬하게 찔러댔다.
“……읏, 느껴져?”
“아, 거기, ……아앗, 으응.”
노이즈의 것이 내벽에 세게 문질러져서 전류와도 같은 쾌감이 빠르게 등줄기를 스치고 지나간다.
“……읏.”
정신없이 노이즈에게 매달리자,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번쩍 정신이 든다. 어깨에 붙인 거즈에 내 팔이 닿아있었다.
“아, 미안, 다친 데를…….”
“……괜찮아, 그런 거.”
“아, ……앗! 잠, 앗, 하아…….”
내가 몸을 떨어트리려 하자, 그것을 저지하는 듯이 노이즈가 연이어 강하게 안쪽을 찔렀다.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는 달콤한 파동을 견디며, 어떻게 어깨의 거즈에서 다른 쪽으로 손을 옮긴다.
“하, 아, 으응……, 읏, 아앗…….”
“……후우, ……하.”
“아, 이제, ……노이즈, 응, 아아.”
“……으읏, ………….”
갈 것 같은 느낌에 이 이상 참고 있기가 힘들어져서, 울음소리 같은 숨이 흘러나온다.
폭발 직전의 그것을 노이즈의 배에 문지르고, 나는 노이즈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한층 더 크게 침대가 삐걱거리고, 노이즈가 나를 끌어안고서 깊숙이 쳐올린다.
“크읏, ……하, ………….”
“으응, 아, 그만, 노이즈, ……이제, 앗, 아아아……!!”
그 기세에 최고조까지 달아오른 쾌감이 파열하고…….
나는 마침내 한계를 맞이했다.
선단에서 정액이 뿜어져 나와, 나와 노이즈의 배를 적신다.
“아, ……앗, 하, ……으응, …….”
“하, ……읏, ……하아, ………후.”
사정의 여운 속에서 가늘게 떨며 노이즈의 그것을 조였다 풀기를 반복하자, 노이즈가 몇 번 움직이고 내 안으로 자신의 것을 모두 밀어 넣고는……, 움직임을 멈췄다.
“……앗! ……하, 하아…….”
노이즈가 거친 숨을 내쉬고, 몸을 떤다.
나는 노이즈의 어깨에 기대어, 몸 안쪽으로 쏟아진 따뜻함을 어렴풋하게 느꼈다.
“하아, ……하아, …….”
“더워…….”
“땀 좀 봐……. ……몸, 아프지 않았어?”
어쩐지 꽤나 무리를 시키고 만 것 같은데…….
얼굴을 들여다보니, 노이즈는 열기에 젖은 몽롱한 눈동자로 나를 마주보았다.
“아아……, 아마도, 괜찮아.”
“……그래.”
“그보다.”
노이즈는 살짝 눈을 내리뜨고, 쪽 하고 내 입술에 닿을 뿐인 키스를 하고서 다시 나를 보았다.
“엄청 좋았어.”
“……응.”
똑바로 얼굴을 마주본 상태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쑥스러워져서, 그만 눈을 돌리고 만다.
당당하게 그런 말을 내뱉는 게 너무 직선적인 느낌이랄까 뭐랄까…….
“넌?”
“에.”
“별로 좋지도 않았다는 느낌?”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흐응.”
노이즈가 살며시 웃고는 내 얼굴을 바라본다.
이 녀석, 절대로 내 반응을 즐기고 있는 거겠지…….
“……뺀다.”
쑥스러움을 숨기고자 얼굴을 돌리고, 나는 허리를 들어 노이즈의 것을 안쪽에서 빼냈다.
“……, 응.”
안에 있던 것이 빠져나가는 감각에 숨을 죽인 것도 잠시…….
안쪽에서 미지근한 무언가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우와……!
“일 났네……, 뭔가 닦을 거…….”
“자.”
노이즈가 내민 케이스에서 티슈를 뽑아들고 허벅지를 닦고 있으니, 엄청나게 시선이 쏠리는 것이 느껴졌다.
“왜?”
“안에 있는 거, 안 긁어내?”
노이즈의 눈이 짓궂게 웃는다.
“……환자는 얌전히 누워있으라고.”
“아얏.”
건방진 이마에 딱밤을 먹이고, 나는 몇 장의 티슈를 더 뽑았다.
노이즈의 배 위로 하얀 액체가 성대하게 흩뿌려져있다.
티슈로 노이즈의 배를 닦기 시작하자, 노이즈가 몸을 비틀었다.
“이봐, 가만히 있으라고. 못 닦겠잖아.”
“하하, 간지러워.”
노이즈의 얼굴을 보고서……, 이런 상황에서 나는 조금 감동을 하고 말았다.
그 나이에 어울리는 웃음이다. 처음 봤다.
뭐랄까, 역시 조금 귀엽네.
“……자, 끝.”
다 쓴 휴지를 버리고 몸을 일으키니, 나를 쳐다보고 있던 노이즈와 눈이 맞았다.
방금 그 웃음을 본 것도 작용해서, 나는 저절로 이끌려가는 듯이 노이즈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아.”
“……꼬맹이.”
“뭐야 갑자기.”
“아무것도 아냐.”
노이즈는 조금 울컥한 얼굴을 했지만, 곧바로 입 꼬리를 들어올렸다.
“퇴원하면 이것저것 더 많이 도전해야지.”
“……에로 꼬맹이!”
나는 노이즈의 머리카락을 한손으로 이리저리 헤집었다.
전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게 되었다.
그것이 솔직하게 기쁘다.
자그마한 행복 가운데서, 우리들의 평온한 나날은 눈 깜작할 사이에 지나갔다.
노이즈의 몸은 순조롭게 회복되어서, 그로부터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퇴원했다.
우리들은 그 병실에서 확실하게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몸을 맞대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 있었다.
“………….”
“………….”
“…………드디어, 결전이네.”
“그래.”
“플라티나 제일에서의 일도 있었고, 네가 다친 것도 있었고.”
“혹시 흐지부지하게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닐까 싶었어.”
“안 그래.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어. 엄연히 약속이고.”
“단, 이거 하나만은 말해두겠어.”
“아아.”
“너를 스크랩한 이후로, 나는 힘을 사용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사용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어. 그래도 좋은 거지?”
“……아아.”
“전에는 어쨌든 너한테 졌다는 사실이 믿겨지지가 않아서, 다음에는 꼭 네가 참패하게끔 만들어주겠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지금은 달라. 그저 너랑 싸우고 싶어. 이기고 지는 건 아무래도 좋아. 너랑 온 힘을 다해서 싸우고 싶어.”
“내게 있어 라임은……. 유일하게, 살아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것이었어.”
“그러니까, 아오바. 그곳에서 나와 싸워라. 온 힘을 다해서.”
“……아아.”
“아오바, 지시를.”
“……간다!”
“렌, ‘자(慈)’ 세팅이다!”
“알았다.”
“……그래. 적당히 봐주지 말고 덤비라고.”
“‘실’이다.”
“‘실’ 세팅.”
“라져-!”
“렌! 방어!”
“알았다.”
“……렌, ‘예(譽)’다.”
“알았다.”
“방어.”
“라져-!”
“카운터 발동!”
“……윽.”
“카운터…….”
“보통은 옵션을 내장하잖아. 네 올메이트는 맨몸밖에 없는 상태지만.”
“두 턴 소비하고 ‘붕’에 추가효과, ‘괴’.”
“‘붕’, ‘괴’, 세팅.”
“라져-!”
“렌!”
“……윽!”
“적의 본체 방어벽, 91% 손상!”
“렌의 방어가 무너졌어. 다음은 본체……, 너에게 직접 공격이 가해지게 돼.”
“……윽.”
“전에는 놀이였지만, 오늘은 그렇게는 안 해.”
“전력을 다해 널 쓰러트릴 거야.”
“그게 싫으면 사용하라고. ……그 힘.”
“!”
“……싫어.”
“절대로 안 쓸 거니까 말야.”
“렌! ‘예’다!”
“알았다.”
“다음, ‘어(御)’!”
“알았다.”
“방어.”
“이쪽의 본체 방어벽, 34% 손상!”
“……이쪽의 턴이다.”
“이걸로 끝내주지.”
“……윽.”
“두 턴 소비. 한 번 더, ‘붕’, 그리고 ‘괴’다.”
“‘붕’, ‘괴’, 세팅!”
“라져-!”
“아오바……!”
“큭, ……으악, ……윽!!”
“적의 본체, 68% 손상!”
“젠장…….”
“잘도 버텼네. 하지만 올메이트의 방어가 없는 상태에서의 공격은 본체의 체력도 소모해버리지.”
“렌에게 강한 공격을 명령하면 반 정도의 데미지가 되돌아와. 지금 네 체력으로는 버틸 수 없어.”
“여기서 약한 공격을 한다고 해도, 다음 턴에서 내가 공격을 하니까 끝이 나지.”
“어느 쪽이 됐든 끝이로군.”
“……그게 아니잖아, 바보.”
“……진 걸 인정하기 싫은 건가?”
“방금 너, 이걸로 끝낼 거라고 했잖아. 그런데 나는 쓰러지지 않았어.”
“내가 버틴 게 아니라, 네가 무의식적으로 힘을 조절한 거야.”
“!”
“……너, 아픔을 알아버렸으니까 말야.”
“……윽.”
“하지만 난 적당히 안 해.”
“현실의 아픔에 비하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니까 말야……!”
“다음이 마지막이다.”
“이쪽의 체력을 모두 공격에 투입하고, 방어는 버린다.”
“네가 계속해서 방어를 한다면, 네 말대로 나의 패배야.”
“……간다. 렌.”
“………….”
“……알았다.”
“……!”
“……방어!”
“손실된 기체 수, 4기, 5기, 6기……, 7기!”
“이쪽의 본체 방어벽, 56%, 68%, ……데미지 계속 중!”
“……큭.”
“윽, 크윽, 으윽……!”
“아오바, 위험하다!”
“…………윽.”
“……어이, 아프잖아, 그만해!”
“……그만두지 않아. ……절대로, 그만두지 않을 거니까……!”
“……!”
“…………, ……젠장!”
“……네가 아파하는 걸 보고 기뻐할 정도로, 나는 사디스트가 아니라고!”
“방어 해제!? 진짜로!?”
……라임에서의 결전이 끝난 후, 노이즈는 내 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3개월이 더 흐른 후.
나는 오늘도 여느 때처럼 ‘평범’의 카운터에 앉아있었다.
부지런히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있는 범인군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는다.
그렇게 많은 일이 있었는데도, 지금은 모든 게 꿈이었던 것처럼 이전과 변함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평범한 일상을 누린다는 건 굉장히 행복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내 안에서 딱 하나 결여되어있는 것이 있다.
노이즈다.
라임에서 결전을 치른 이후, 노이즈의 행방은 지금까지도 묘연하다.
메일이나 전화로도 전혀 연락이 되지 않는 채로, 어느 사이엔가 꽤 긴 시일이 흐르고 말았다.
처음에는 나도 필사적으로 찾아다녔지만, 점차로 그렇게 찾지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 녀석과의 라임 승부는…….
내가 이겼다. 스크랩의 힘을 사용하지 않고서.
현실의 아픔을 알게 된 그 녀석은, 라임에서 이전처럼 거침없이 싸울 수 없게 변해버린 상태였다.
충분히 강한 그 녀석이, 날 이길 수 없었던 것은 확실히 그 탓이다.
아마도, 노이즈 자신도 그렇게 될 것을 어렴풋이 감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런데도, 그 녀석은 나에게 승부를 걸어왔다.
나에게 진 것을 분하기 여기는 집념에서 재결전을 열망했던 때와는 다르다.
서로 똑같이 아픔을 아는 인간으로서, 같은 위치에 서서 싸우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나도 질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져서는 안 된다고.
아픔을 알게 된 상태에서 라임을 해서 ‘이길 수 없었다’는 사실이, 그 녀석에게는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게임 종료 후, 노이즈는 평소의 그 웃음으로 나의 승리를 축하해주었다.
그리고……, 연락이 되지 않게 되었다.
혹시 내가 이겨서 노이즈의 프라이드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만 것이 아닐까?
내가 이기지 않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당황하거나 후회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곧바로 생각을 고쳤다.
노이즈는……, 그 녀석은 그런 녀석이 아니다.
그 녀석이 어디로 간 건지는 모르지만, 노이즈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니 그런 것이겠지.
그러니까, 틀림없이 어딘가에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오바.’
내 발치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있던 렌이 나를 올려다본다.
“응~?”
‘감정이 불안정하게 동요하고 있어. 최근 들어서, 줄곧 똑같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괜찮은 거야?’
“괜-찮아 괜찮아. 시간문제라고.”
그래. 시간이 지나면…….
“아오바 군.”
“아, 네.”
뒷마당에서 하가 씨의 목소리가 들려서, 나는 등줄기를 펴고 돌아보았다.
하가 씨가 커다란 흰 상자를 들고 와서, 카운터 위에 탁 올려놓았다.
“이 안의 내용물을 확인해줄 수 있나요?”
“네.”
의자에서 일어나 상자의 내용물을 확인하려고 하다가, 하가 씨가 생글생글 웃으며 나를 보고 있는 것을 눈치 챘다.
“? 무슨 일 있으세요?”
“아뇨, 죄송합니다.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이렇게 다시 아오바 군과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로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제와 똑같은 날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최근 부쩍 실감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그렇네요.”
“예에…….”
나와 하가 씨가 어쩐지 숙연해진 때였다.
“도오오올겨어어어억~~~~~~!!!”
“돌격-----!”
“요즘 시대에 돌격이라니 촌스럽다고!!!”
장난기가 가득한 커다란 소리와 함께, 세 개의 폭풍이 가게 안으로 후닥닥 쏟아져 들어왔다.
“아아, 너희들. 어서 와…….”
“앗, 적군의 병사 발견!”
“발견!”
“즉시 공격을 개시한다!”
“개시~~~~!”
“잠깐! 발 좀 밟지 마!”
악동 형제들이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있던 범인군을 발견하고, 즉시 추격전을 개시했다.
내 발치에 있던 렌이 곧바로 수하물의 그림자로 숨는다.
“거기 서라-! 도망치지 마라-!!”
“거기 서라-!”
“아아……, 너희들……, 그렇게 막 뛰어다니지 말라고 항상…….”
“시끄러워 대머리!”
“대, ……대? 바보! 형아!”
“………….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
키오가 기세등등함을 주체하지 못하고 금지어구를 입 밖에 낸 탓에, 하가 씨의 등 뒤로 검은 아우라가 피어오른다.
이 꼬마들은 매번 질리지도 않나보네…….
“뭡니까……? 한 번 더 말씀해주시죠? 자아 어서요? 대……?”
“와, 와앗!”
“도망쳐라-!”
“정말 남자들은 바보네!”
그때, 소란스러운 공기를 가르는 듯이 도어벨 소리가 울렸다.
“도망쳐라, ……우욱!”
곧장 현관문을 향해서 달려 나간 키오가, 안으로 들어오던 손님과 부딪친다.
“잠깐 키오!”
“손님이다-!”
“아아, 죄송합니다……!”
손님의 등장에 하가 씨가 놀라서 허둥거리는 바람에, 검은 아우라가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죄송합니다!”
“괜찮아.”
가게 안으로 들어온 인물을 보고…….
나는 숨이 멎어버릴 정도로 놀랐다.
“………….”
“……여어.”
“자네는…….”
“오오~?”
“오오~?”
“앗, 그때 그 변태!”
“………….”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면 그걸로 됐다.
외로움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나로 하여금 그런 마음을 먹게끔 했던 녀석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
그 사실만으로도 대사건인데, 무엇보다 날 놀라게 한 것은 녀석의 차림새였다.
……뉘신지?
라고 물어보고 싶어질 정도로, 그 노이즈가 수트를 딱 갖춰 입고 있었다.
헤어스타일도 차분하게 정돈되었고, 얼굴과 손에 달고 있던 피어스도 없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
노이즈는 미소를 지으며, 넋이 나간 채로 우두커니 서 있는 내 쪽으로 걸어왔다.
“너, 여전히 여기에 있었네.”
“………….”
“그리고, 여전히 참담한 얼굴.”
“……너, 너야말로. ……뭐야, 수트 같은 거 입고…….”
“어울려?”
“어울려, 는 무슨 이 바보가…….”
“계속 연락도 안 되고……, 연락해도 답이 없고……. 그러더니, 갑자기 가게로 오고…….”
머릿속이 패닉 상태라,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노이즈의 얼굴을 눈으로 보자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윽.”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눈앞에 있는 노이즈를 노려보았다.
“너 말야……, 지금까지 어디서 뭐하고 있었던 거야! 나는 메일이다 전화다 불이 나도록 해댔는데 답변은 일절 없고!”
“그랬던 주제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갑자기 가게로 찾아와서, 그것도 수트 같은 거 입고는 어울려? 라니 말야, 농담도 정도껏…….”
“걱정했어?”
“걱정!? 이것 봐, 걱정하는 게 당연하잖아! 걱정했다고!!”
“외로웠어?”
“하!? 외로, 웠어?”
“그래. 보고 싶다는 생각 같은 거 했어?”
“……윽, ……너, 말야~~~~.”
“진정하라니까. 너무 열 내지 말라고.”
노이즈는 혼란에 빠진 나의 목덜미를 붙잡고, 휙 끌어당겼다.
그리고…….
“!!”
“……!! 아, 아오바 군……!?”
“와아~~~~~.”
“키스다아~~~!”
“……윽, 너란 녀석은 진짜……, 무슨 짓이야!”
얼굴이 급속도로 빨개지는 것을 느끼며, 키스당한 입술을 감추듯이 손등으로 덮는다.
하필이면 가게 안에서, 그것도…….
하가 씨한테 이걸 보였다……. 악동 형제들한테도……!
“너……, 요만큼도 변한 구석이 없어!!”
“그래? 나로서는 이래저래 결착을 짓고 온 셈인데.”
“결착?”
“그래. 것보다 나 오늘, 널 마중하러 온 거니까.”
“헤? 마중?”
노이즈가 한쪽 손으로 가볍게 넥타이의 매듭을 조이는 시늉을 한다.
“그것 때문에 나, 집으로 돌아갔어.”
“집? 어디에 있는데.”
“독일.”
“독일……!?”
또 뭔가 엄청난 곳이 나왔다…….
“집 나온 이후론 계속 돌아가지 않았으니까, 나. 부모님은 어쨌든 남동생은 계속 날 찾아서, 내 얼굴 보고는 울었어.”
“내가 없는 사이에 남동생이 아버지 회사의 후계자로서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보좌라도 좋으니까 같이 하게 해 달랬더니 엄청 기뻐하던데.”
“그 다음엔 부모님한테도 일단, 사과하고……. 좋은 얼굴로 날 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뭐, 그 부분은 내가 이제부터 만회해가면 되고.”
“이래저래 그런 일들을 하고 조정하는 사이에, 조금 늦어졌다는 느낌이랄까.”
“………….”
노이즈의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그저 아연실색할 수밖에는 없었다.
정말로……, 이 녀석은 이 녀석 나름대로 결착을 내고 온 것이다.
줄곧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생각은 했었지만, 설마 그랬을 줄은…….
“……너, 역시 굉장하네.”
“할 때는 제대로 행동으로 보여줘야지, 말로만 그러면 멋없잖아.”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올 거지? ……이게 아니지.”
“와, 줄 거지?”
“………….”
바로 대답을 할 수가 없어서, 나는 노이즈를 바라본 채로 침묵했다.
노이즈와 이런 식으로 재회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데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래도,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자면……, 기뻤다.
심지어 제대로 나름의 결착을 내고서 와준 것이다.
나를 마중하러 오기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까지…….
하지만……, 나에게는 이곳에서의 일상이 있다. 할머니도 있다.
그렇기에, 그렇게 간단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대답을 하면…….
“……아오바 군. 언제든 돌아오면 되지 않습니까.”
“!”
예상치 못했던 말에, 깜짝 놀라 하가 씨를 본다.
“주저하고 있는 거죠? 타에 씨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는 거겠죠.”
“………….”
“하지만 괜찮습니다. 전혀 만나지 못할 거리도 아니고, 인터넷이나 전화로 서로의 영상을 볼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희들도 있으니까요. 타에 씨에게는 제대로 말씀을 드리면 괜찮을 겁니다.”
“하가 씨…….”
“어떤 사정인지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아오바 군이 그렇게 망설이는 것은, 그 청년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이기에 그런 것이겠죠?”
“그렇다면,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져보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오바 군이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한다면, 타에 씨는 그걸 기쁘게 받아들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 네.”
“너, 남자잖아!”
키오가 노이즈를 향해 검지를 들이댔다. 노이즈가 가볍게 눈썹을 들어올렸다.
“여자로 보여?”
“안 보여! 너, 남잔데 남자인 아오바가 좋은 거냐고!”
“그런데.”
“변태냐!”
“변태냐-!”
“뭐가 문제지? 그리고 나, 남자가 아니라 아오바가 좋은 건데.”
“………….”
애들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음…….”
키오는 입을 다물고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시금 노이즈에게 검지를 들이댔다.
“알았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대신에, 제대로 챙겨주라고! 아오바는 바보니까!”
“그래! 바보니까!”
“너희들……! 바보 바보 잘도 지껄였겠다……! 어라? 근데 미오는?”
“좀 전에 그 청년이 들어왔을 때, 얼굴이 새빨개져서 허둥지둥 밖으로 나갔어요.”
밖으로 나갔다?
혹시…….
전에 노이즈가 미오의 손에 뽀뽀를 쪽 했었는데, 그 일이 예상외의 쇼크여서 마음의 상처로 남기라도 한 건가…….
아무리 작고 나이가 어려도 여자는 여자니까. 갑자기 자기보다 몸집이 큰 남자한테 그런 짓을 당하면…….
“어라?”
“미오!”
문이 열리고, 미오가 엄청난 기세로 달려서 가게 안으로 돌아왔다.
“거기 너! 이거!”
귀까지 빨개진 미오가 노이즈 앞에 멈춰 서고는, 찌릿 하고 노려보고 무언가를 불쑥 내민다.
그 손에 들려있는 것은 꼬깃꼬깃한 봉투다.
“편지?”
“바보 아냐? 제대로 보라고!”
노이즈가 봉투를 받아들자, 미오는 팔짱을 끼고 다른 데로 고개를 홱 돌렸다.
뭐지? 결투신청인가?
슬쩍 목을 빼고 노이즈의 손을 들여다본다.
………….
이건…….
옅은 핑크색 봉투의 겉면에 빨간색 크레파스로 ‘러브레터’라고 쓰여 있다.
“………….”
“………….”
“이야이야, 이건.”
……틀렸다. 입이 저절로 히죽히죽 웃고 만다.
“제법이네~, 인기남~.”
“뭐랄까…….”
과연 그 노이즈도 조금 난처해진 것 같다. 그게 또 신선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노이즈는 세심한 손놀림으로 편지를 겉옷의 주머니 안에 넣고 미오를 보았다.
상반신을 굽혀, 미오와 눈높이를 맞춘다.
“어이.”
“뭐야.”
“고마워,”
노이즈가 미오의 머리를 톡톡 쓰다듬는다.
“차, 착각하지 마! 안 읽어도 딱히 상관없으니까!”
“어이 너!”
미오의 오빠들이 허둥지둥 뛰쳐나와서, 양팔을 벌리고 미오의 앞을 막아선다.
“아오바는 몰라도 우리 여동생은 안 넘겨 줘!”
“안 넘겨 줘!”
“승부다!”
“그래!”
“바보 아냐, 너희들!”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을 마치자마자 노이즈는 내 쪽을 돌아보고, 카운터를 훌쩍 타고 넘어 들어왔다.
뭐지? 이번엔 뭘…….
“나한테는 이 녀석이 있으니까.”
“!? 우와앗!”
뭘 하는 건가 싶었더니, 노이즈는 갑자기 나를 안아 올렸다.
“과연 젊은 사람은 체력이 좋네요.”
‘아오바…….’
“윽, 너 말야! 내려놔 이 바보! 무슨 짓이야 이 얼간이가!”
“날뛰지 마. 떨어져.”
“잠깐……!”
“미안. 그치만 너, 좋은 여자가 될 거야.”
“……흥! 네가 말 안 해도 알고 있어! 너보다 좋은 남자도 금방 찾게 될 거니까!”
‘아오바. 심박 수가 급상승하고 있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그런 거 일일이 보고 안 해도 된다고!!”
……이제는 정말,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아직 그 힘…….
스크랩의 힘을 지닌 그 녀석이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고. 어쩌면 이후에 또 고개를 내미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되더라도 괜찮을 듯한 예감이 든다.
나에게는 할머니를 비롯한 구 주민구의 사람들이 있고, 노이즈도 있다.
노이즈는 그렇게 말해주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내겠다고.
그 한 마디 말만 믿고 매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로서는 마음이 든든하다.
그러니까…….
조금 더 즐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느 때와 변함이 없는, 이 평온한 일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