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ㅗ^*
※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
금속질의 딱딱한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고, 날카로운 칼끝이 클리어의 측두부에 직격했다.
피처럼 보이는 오일이 뿜어져 나오고, 인간의 피부와 몹시도 유사한 표면이 쪼개져 바닥에 떨어진다.
“……으윽, …….”
클리어가 이를 악물고, 머릿속을 더듬는 듯이 천천히 나이프를 움직인다.
오일이 클리어의 이마와 뺨으로 흘러 떨어져간다.
그 광경은 너무나도 비장해서……, 나는 차마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클리어…….”
“너…….”
“……이제부터, ……윽, 반격 개시다…….”
기름을 잔뜩 뒤집어쓰면서도 도발적으로 웃으며, 클리어가 가벼운 몸놀림으로 다시 일어선다.
클리어는 나이프를 내던지고, 나와 똑같이 어안이 벙벙해져있는 알파를 향해 돌진했다.
“……윽!”
그 박력에 압도된 것인지, 알파가 조금 주춤거리며 클리어의 주먹을 막는다.
클리어는 간발의 틈을 두지 않고 끊임없이 공격을 전개해간다.
클리어의 전투 방식은 방어라는 것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었다.
시간이 없어서 초조해하고 있는 것처럼……,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클리어가 움직일 때마다 몸 이곳저곳에서 기계 파편이 떨어져나가고, 가끔씩 무게중심을 잃은 것처럼 발걸음이 휘청거린다.
이대로라면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게 아닌가? 그렇게 되면, 클리어는…….
그런 불안이 머릿속을 스쳤을 때, 잠시 비틀거린 클리어의 틈을 노리고 알파가 발차기를 날렸다.
튕겨져 나가는 듯이 클리어가 뒤쪽으로 물러나 알파의 공격을 피한다.
“……하. 그 기세랑 생각 없이 구는 점은 솔직히 대단한 것 같지만, 결국 별거 아니네.”
“………….”
클리어가 괴로운 듯이 거친 숨을 내쉬고, 알파를 노려본다.
“최후의 발버둥이라는 거였으려나. 그치만, 이제 슬슬 못 움직이게 됐겠지? 그 몸, 안쪽도 바깥쪽도 완전히 걸레짝이 되었으니 말야.”
“그 뒤로는 내가 천천히 결단을 내주겠어.”
알파가 바닥에 떨어진 나이프를 주워들고, 여유가 넘치는 발걸음으로 클리어에게 다가간다.
“네가 키 록을 파괴해서 잠깐 사이의 자유를 얻을 수 있었던 이 나이프로, 네 자유를 빼앗아주지.”
“제기랄, 이거 놔!! 클리어 도망쳐! 빨리!!”
알파2의 팔을 뿌리쳐내고자 몸부림을 치며, 나는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도 나이프를 든 알파가 클리어의 눈앞으로 거리를 좁혀간다.
클리어는……, 움직이지 않는다.
“네 가짜 마스터가 걱정하고 있다고. 괜찮은 거야?”
“………….”
“이미 포기한 건가. 그럼 단칼에 끝을 내주지. 네 쪽이 구형이지만, 알맹이는 거의 똑같으니까 말야. 빗나가지 않으니까 안심해.”
“이제 곧 피날레인가. ……끌고 가라.”
토우에가 흥미를 잃은 듯이 혼잣말을 내뱉고, 안쪽의 문으로 발길을 돌리며 알파2에게 명령했다.
“……윽!”
토우에가 발걸음을 옮기자, 알파2는 엄청난 힘으로 나를 잡아끌고 이동하려 했다.
“클리어!!”
“그러면, 이걸로 정말 안녕이다.”
알파가 냉혹한 미소를 띠며, 나이프를 치켜든다.
그럼에도……, 클리어는 움직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거지? 알파의 말대로, 포기한 건가?
어째서…….
어째서 움직이지 않는 거야……!
“클리어……!!”
“바이바이, 형.”
그 순간──
클리어가 양팔을 벌리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부드럽고 투명한 목소리가, 온화한 멜로디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이건……!”
알파가 깜짝 놀란 듯이 뒷걸음질을 치고, 그 손에서 나이프가 떨어진다.
알파2도 움직임을 멈추고, 내게서 떨어져 괴로운 듯이 신음하며 몸을 웅크렸다.
붙잡혀있었던 팔이 해방되어 자유로워진다.
그럼에도……, 나는 클리어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클리어는, 노래하고 있었다.
클리어의 노랫소리는 물론, 노래를 부르는 그 모습이 몹시도 아름다워서……, 눈을 빼앗기고 만다.
겉보기에는 무참한 꼴이지만, 그런 것 따위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클리어의 노래는 마음에 평안을 주면서도, 가슴 깊숙한 곳을 애절하게 휘저어간다. 참으로 신기했다.
“윽, 아악…….”
알파와 알파2가 바닥에 쓰러져,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발버둥을 친다.
잠시 후……. 양쪽 다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클리어가 조용히 노래를 마치고, 그 자리에서 무릎을 꺾는다.
“……, 윽.”
“클리어!”
허둥지둥 달려가, 그 등을 부축한다.
“괜찮아?”
“네…….”
“방금 그 노래는…….”
“알파가 지닌 처리능력의 한계를 넘게끔, 최대 출력으로 노래했습니다.”
“저는 원래 알파와 똑같은 노래밖에는 부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노래의 선율을 전부 거꾸로 돌려서 불렀습니다.”
“거꾸로 돌려서……?”
“아마도 할아버지께서 저를 손보셨을 때, 긴급 상황에 대비해 프로그래밍 해두셨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거꾸로 돌려진 선율은, 알파의 귀에는 처리가 불가능한 불쾌한 음파로 포착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최대 출력으로 노래를 부르면 처리능력의 한계를 넘어서 신경회로를 파괴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잘 될지 어쩔지는 미지수였습니다만…….”
“그래……. 그래도 너무 무모했다고. 바보.”
“죄송합니다.”
클리어가 난처한 듯이 작게 웃는다.
주변을 둘러보니, 토우에는 이미 모습을 감추고 없었다. 안쪽의 방으로 도망친 것이겠지.
“토우에 녀석…….”
“!?”
갑자기, 타워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뭐지? 지금 그건…….
모니터가 저절로 줄줄이 열리고는, 누군가의 얼굴이…….
“……아.”
“……지금, 저희들의 힘의 근원, 오리지널이 소멸했습니다.”
“오리지널??”
“네. 토우에의 야망의 상징인 동시에, 플라티나 제일의 모든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키 록을 파괴해서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만, 알파에게 주어지던 에너지 공급은 끊겼습니다. 이제 다시 일어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타워도 머지않아 무너져서 사라지고 말겠죠.”
“…………?”
클리어가 하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타워의 진동이 심해져서 거기에 신경을 쓰고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어쨌든, 무너진다면 얼른 도망쳐야지. 꽉 잡아!”
나는 클리어의 팔을 붙잡아 어깨에 두르고, 몸 전체를 부축하며 걷기 시작했다.
홀에서 복도로 나온다.
“이 왼쪽의 복도를 쭉 따라가면, 비상용 긴급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1층까지 바로 이어집니다. 거기서 아래로 내려가죠.”
“알았어.”
어디선가 폭발음이 나고, 알람이 울려 퍼졌다.
“서두르지 않으면……!”
나는 가능한 한 클리어의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긴급 엘리베이터를 향해서 흔들거리는 복도 위를 빠르게 걸었다.
긴급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층으로 내려가, 우리들은 타워의 입구에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타워의 상층부에서 폭발음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수런거리고 있다.
나는 타워를 돌아보거나 걸음을 멈추는 일 없이, 오로지 클리어를 부축하며 계속해서 걸어 나갔다.
무너질 위험이 있는 타워에서 일초라도 빨리 멀어지고 싶었던 데다, 무엇보다도 클리어를 쉬게 하고 싶었다.
지금 떠오르는 장소는 글리터밖에는 없다.
“……윽, 힘내, 클리어……!”
“네…….”
클리어의 상태가 상태인지라, 사람 눈에 크게 띄지 않도록 뒷골목으로 이동한다.
어떻게든 좁은 길을 둘이서 걸어, 가까스로 글리터에 도착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나는 일단 클리어를 벽 옆으로 내려놓았다.
너덜너덜해진 겉옷을 조심히 벗기고, 그 상반신을 벽에 기댄다.
사실은 2층의 방까지 데려가서 침대에 눕히고 싶었지만, 계단을 올라가는 것은 역시 무리겠지.
“……윽.”
클리어가 눈썹을 찡그리고, 떨리는 숨을 토해낸다.
“아파?”
“……괜찮습니다.”
흐트러지는 숨을 참고서 미소를 짓는 클리어의 모습이 가슴이 욱신거린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좋지?
올메이트를 만지는 정도라면 나라도 할 수 있지만, 클리어 같은 복잡한 기계를 수리하는 건 자신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태평한 소리를 할 상황이 아닌가.
어쨌든 무언가 도구를 찾아보기 위해 움직이려하자, 클리어가 내 겉옷을 붙잡았다.
“기다려주세요. ……가지 마.”
간청해오는 자그마한 목소리에,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곁에, 있어주세요.”
“………….”
혼란스러운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 클리어의 옆에서 몸을 웅크린다.
“그치만,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이대로는…….”
“괜찮습니다. 이미 늦었으니까.”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제 몸에 대해선 제가 가장 잘 압니다. 좀 전에 키 록을 부쉈을 때, 뇌간의 주요회로가 복원 불가능한 데미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이미.”
“그렇게 무모한 방식으로……. 너, 정말이지 지나친 것도 정도가 있다고……!”
“하지만, 그 방법이 아니었으면 아오바 씨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잘못된 일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윽. 그럼 난 이제, 어떻게 하면 널 도울 수 있는 거야…….”
“그보다도, 무슨 일이 있어도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만……. 말해도 괜찮을까요.”
“우선 너를 살리는 일이 먼저잖아!”
“제가 살아날 가능성은 상당히 낮습니다. 거기에 시간을 들이다 끝이 나고 말 거라면, 저는 자신의 바람을 이루고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말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방금,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다는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고장이 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에 복종하는 일밖에는 할 수 없었던,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 아집……, 들어주시지 않겠습니까?”
“………….”
갑자기 울고 싶어져서……, 배에 힘을 모아서 어떻게든 꾹 참아낸다.
눈가와 목이 타들어가는 듯이 뜨겁다. 아무리 노력 해봐도 입술이 떨리고 만다.
“……너, 비겁해. 그런 말투…….”
“곤란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제 소원, 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클리어는 미안한 듯이 웃으며, 내부의 기계 장치가 살짝 엿보이는 손으로 내 뺨을 만졌다.
소리를 내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 그저 고개를 끄덕이자, 클리어가 안심한 듯이 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그럼, 말할게요.”
“………….”
“부탁드립니다. 아오바 씨의 몸에, 닿게 해주세요.”
클리어의 손가락이 느릿하게 내 뺨을 어루만진다.
“어차피, 저희들은 만들어진 물건입니다. 인간이 될 가능성도 없습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인간답게, 인간과 똑같이 아오바 씨에게……, 당신의 몸에 닿고 싶어. 마음을 전하고 싶어.”
“만약, 이루어질 수 있다면.”
클리어의 진지한 눈빛이 내 눈동자를 사로잡는다.
‘닿고 싶다’는 말의 의미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어렴풋이 이해가 되었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다.
그리고, 나도 클리어의 몸에 닿고 싶다.
클리어는 이런 무참한 꼴이 되면서까지, 나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관철했다.
그런 클리어의 노고를……, 어루만져주고 싶었다.
클리어가 기뻐하고, 편안해질 수 있는 일을 해주고 싶다.
나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애를 써준 클리어에게 상냥하게 대해주고 싶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었다.
“……좋아.”
“네가 원하는 대로 해도 좋아.”
“아오바 씨…….”
“그러니까……. 그렇게, 마지막 소원 같은 말, 하지 마.”
클리어가 난처한 듯이 웃는다. 대답은 하지 않고, 대신에 조용히 나를 끌어안았다.
나와 클리어의 위치가 천천히 바뀌고, 내가 벽에 기대는 형태가 된다.
“클리어, 몸은.”
“괜찮습니다. 그보다도, 정말로 좋은 건가요?”
“그래.”
“정말로?”
“……응.”
“………….”
클리어가 몹시도 감동한 듯이 숨을 내뱉고, 얼굴을 가까이 댄다.
눈을 감자, 입술이 맞닿았다.
“음…….”
뺨 위에 얹어진 손에서 클리어의 체온이 전해져온다.
그 손에, 살며시 내 손을 포개어놓는다.
“……!”
맞닿은 부분의 피부가 벗겨져서 뚝 떨어지는 것을 보고, 숨을 삼킨다.
역시……, 그만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런 불안이 차올라 클리어를 바라본다.
클리어는 내 시선의 의미를 알아차린 것인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괜찮습니다.”
“그치만.”
“그보다도, 당신을 만지고 싶어.”
“………….”
클리어를 살리고 싶다는 마음과 소원을 이루어주고 싶다는 마음.
그 둘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난다.
하지만,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다.
클리어가 그것을 바라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이걸로 된 거다…….
나의 주저를 깨끗이 지워내려는 듯이, 클리어의 입술이 뺨으로, 턱으로, 목덜미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쪽 하는 소리가 울릴 때마다, 간지러움과 부끄러움이 솟아오른다.
“……후.”
“여기. 만져도, 좋습니까.”
클리어가 쇄골에서 입술을 떼고, 내 배 위로 손을 올렸다.
“……원하는 대로 해도 좋다고, 했잖아.”
“감사합니다.”
T셔츠의 자락이 걷어 올려지고, 무기질적인 딱딱함을 지닌 것이 맨살에 바싹 닿았다.
클리어의 손은 내부의 기계 장치가 완전히 드러나서, 그것이 눈에 들어오자 숨이 막히는 듯한 감각이 엄습한다.
점점 허물어져갈 수밖에는 없는 클리어의 현실. 그것을 절감하고……, 괴로워진다.
그러나, 곧바로 그런 기분을 떨쳐낸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허물어져갈 수밖에 없기에 더더욱, 더 많이 클리어의 몸에 닿길 바란다.
더 많이 그 몸으로 직접 나의 몸을 느끼고, 나의 전부를 알아주었으면 한다…….
“으응……, 아.”
클리어의 손이 내 살결의 구석구석까지 기억하려는 듯이, 세심하게 이리저리 움직인다.
손끝이 근육이 부풀어 오른 부분과 뼈 사이를 더듬어간다.
“아, ……후우.”
손바닥이 가슴을 뒤덮는 듯이 빈틈없이 밀착되고, 유두까지 한꺼번에 느릿느릿 문지른다.
쇄골도 혀로 핥아져, 묘한 기분이 된다.
“……하, ……아아.”
클리어의 등에 살며시 팔을 두르고, 그 어깨로 이마를 대고 목소리를 눌러 죽인다.
“……따뜻합니다. 그리고 보드라워서 기분이 좋아. 약간 땀이 스미게 된 건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입니까?”
“!”
자세하게 해설하는 듯한 말투에 얼굴이 뜨거워진다.
“실황중계 하지 마. 부끄럽잖아…….”
“알겠습니다. 그래도, 조금 더 만지게 해주세요.”
클리어는 몹시도 상냥한 손놀림으로, 내 가슴을 어루만지거나 돌기를 손가락으로 집거나 했다.
어쩐지 정말로 내 몸의 형상을 기억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응, ……후우, 아앗…….”
“아오바 씨…….”
클리어의 손이 배 위를 스르륵 미끄러져 내려가, 벨트 위에서 멈춘다. 견고한 손끝이 버클에 닿아, 챙 하고 소리가 났다.
“……만지고 싶어. 만지게 해주세요.”
내 귓가에 절실하게 속삭이고, 클리어가 한쪽 손으로 벨트를 풀어내려 한다. 하지만, 너무 조급한 탓인지 좀처럼 잘 풀리지 않는다.
“……기다려. 내가 할 테니까.”
클리어의 손을 제지하고, 스스로 벨트의 버클을 푼다.
나에 대한 배려일까, 아니면 망설임이 들었던 것일까.
클리어는 기계 장치가 훤히 드러난 쪽의 손을 뒤로 빼고, 피부가 남아있는 쪽의 손을 내밀어 속옷 위로 나의 그것을 만졌다.
“……응.”
주저하는 손끝이 아직 부드러운 나의 것을 쥐고, 신중한 손놀림으로 바깥으로 꺼낸다.
“………….”
클리어가 뺨에 홍조를 띠고 숨을 내뱉는다. 내 어깨에 이마를 가져다대고, 목을 뻗어서 키스해온다.
“응, ……으음.”
이번에는 방금 전과는 다르게 혀가 들어와서, 나도 혀를 휘감아 그에 응한다.
키스를 하면서, 클리어가 나의 것을 아래위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으응, ……아, ……으읏.”
“아오바 씨, 좋아요?”
잠시 입술이 떨어진 사이에 너무나 돌발적인 질문이 던져져서, 다시금 수치심에 불이 붙는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조차 자극을 느끼는 것인지, 나의 그곳은 점점 열을 띠어간다.
“……핫, ……하아.”
“……아오바 씨, ……윽.”
클리어의 목소리가 부자연스럽게 끊어지고, 손의 움직임이 멈춘다.
시선을 돌리니, 클리어가 괴로운 듯이 이를 악물고 있었다.
“괜찮아!?”
“네……, 죄송합니다.”
“역시 그만두는 편이.”
“싫습니다.”
클리어가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강한 의지가 담긴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한쪽 손으로 내 윗옷을 붙잡았다.
“그것만큼은……, 싫습니다. 부탁입니다.”
“……알았어.”
클리어는, 각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도 마음을 굳히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녀석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주고 싶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으니, 끝까지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클리어와 함께.
“잠깐, 가만히 있어봐.”
“아오바 씨?”
나는 상반신을 일으켜 클리어의 양쪽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그 몸을 신중하게 바닥으로 넘어뜨렸다.
하반신 쪽으로 이동해, 바지의 버클을 풀어간다.
“! 아오바 씨, 그건 제가.”
“괜찮아. 네가 무리하게 움직이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내가 할 테니까.”
“………….”
바지의 앞섶을 풀고, 속옷을 내린다.
그곳에는 인간의 그것과 완전히 똑같은 물건이 제대로 달려있었다. 게다가 조금 단단해진 상태다.
무의식중에 가만히 그것에 시선을 고정하는 나를 보고, 클리어가 작게 웃었다.
“……놀라셨나요?”
“아니, 뭐……. 조금.”
“반응 같은 것도 인간과 똑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험해본 적은 없습니다만.”
“토우에도 말했지만, 저희들은 최종적으로는 사람들 틈에 녹아들어, 그 속에서 생활하면서 사람들을 조종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요.”
“유사 성행위도 가능합니다만, 역시 생식 기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
나는 인간의 것과 쏙 빼닮은 클리어의 그것을 손 안에 쥐어보았다.
살짝 문지르고서, 천천히……, 그 끝을 입에 머금어본다.
“……앗.”
클리어가 숨을 죽이는 소리가 들렸다. 느끼는 것도 인간과 똑같은 건가?
방금 시험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지만…….
혹시, 사람이 만지는 건 내가 처음인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두근두근 거린다. 물론 나도 입으로 해본 적 따위 없다.
그러나, 클리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 싶다는 마음이 나를 움직였다.
아직 그렇게 커지지 않은 클리어의 것을 천천히 깊게 삼키고, 입술을 스르륵 끌어올린다.
그것을 몇 번 반복하자, 클리어의 그것이 서서히 커져갔다.
“후우……, 웁, 으음…….”
“하, ……아.”
심지가 딱딱해진 페니스를 손으로 문지르고, 그곳에 혀를 밀어붙이는 듯이 하여 머리를 움직인다.
“응, 으음……, 후, 음.”
“아, 읏, ……응, …….”
클리어의 손이 내 어깨 위를 떠돌다가, 머리에 도달해서는 어색한 손놀림으로 어루만진다.
머리카락에 약간의 자극이 느껴졌지만, 클리어가 하는 대로 둔다.
클리어의 것을 입에 물며 눈을 위로 떠 흘끔 살펴보니, 클리어는 희미하게 얼굴을 붉히며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아오바 씨…….”
제대로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기뻐진다.
좀 더 클리어를 느끼게 하고 싶다. 나를 느끼길 원한다.
나는 목 안쪽까지 클리어의 것을 삼키고, 조이는 듯이 입술을 오므려 끌어올렸다.
내 머리를 쓰다듬는 클리어의 손이 뻣뻣하게 굳는다.
“하, 아…….”
“하아……, 으음, ……응.”
입 안이 축축해졌다. 한 번 입을 떼어내고 보니, 완전히 단단해진 클리어의 것의 끝부분에서 투명한 액이 스며 나오고 있었다.
쿠퍼액까지……. 그렇다는 건 그것도 나오는 건가, 역시.
흥분이 고조되는 것을 느끼며, 나는 클리어의 그것에서 얼굴을 들었다.
“……?”
눈치를 살피는 듯이 클리어가 행위를 멈춘 나를 본다.
나는 반은 벗겨져있었던 바지와 속옷을 완전히 벗어내고, 윗옷도 전부 벗고서 클리어의 몸 위로 올라탔다.
“………….”
클리어가 가만히 내 알몸을 바라본다.
그 눈빛에 얼굴에서 불이 날 것만 같았지만, 나는 클리어의 기계손을 잡고 내 배에 가져다댔다.
딱딱한 재질의 손가락이 피부 위에서 움찔 하고 튄다.
“전부, 닿고 싶은 거지. ……안까지 들어오라고.”
“아오바 씨.”
“그리고, 똑똑히 기억해둬. 나를, 내 몸의 어디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를……, 그런 것들을.”
그런 후에, 절대로 잊지 않기를 바란다.
잊고 싶지 않다.
설령……, 이것이 마지막이 될지라도.
“……네. 아오바 씨, 좋아합니다. 진심으로.”
클리어가 미소 짓고, 내 가슴과 배를 상냥한 손놀림으로 어루만진다.
그것을 기분 좋게 느끼며, 나는 자신의 손가락을 핥아 타액을 묻히고서 뒤쪽으로 가져갔다.
“으응…….”
이런 걸 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지금의 나에게 주저나 망설임은 그리 남아있지 않았다.
어쨌든 클리어를 받아들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클리어에게 나를 깊이 새기고 싶어서, 그것을 위해 행동하고 있었다.
흠뻑 젖은 검지를 자신의 봉오리 속에 넣고, 조금씩 안쪽으로 나아간다.
“으응, ……아.”
손가락이 이렇게 굵을 거라고는 생각 안 했는데, 꽤 빡빡하다…….
이물감도 있는데다, 무엇보다도 안이 너무 좁다.
손가락을 가볍게 굽히고 돌려본다.
자신의 몸 안에서 손가락이 움직이고 있다니……, 꽤나 묘한 기분이다.
“아, ……하앗, ……응!”
안쪽을 손가락으로 더듬고 있자, 앞쪽에서 달콤한 자극이 느껴졌다.
시선을 돌리니, 클리어가 손을 뻗어 반은 발기한 상태의 나의 것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클리어…….”
“괜찮습니까? 조금 힘들어 보여서.”
“괜찮아, ……으응.”
앞에서 주어지는 자극 덕분에 뒤쪽의 위화감이 조금 누그러진다. 손가락도 원활하게 움직이게 되었다.
“앗, 아……, ……아아!?”
슬슬 손가락을 빼내려 했을 때, 클리어가 상반신을 일으켰다.
한쪽 손으로 나의 것을 쥔 채로, 기계손을 뒤쪽으로 뻗는다.
“클리어, 잠깐……!”
내 손가락으로 넓게 벌려진 봉오리의 가장자리를 금속질의 손가락이 덧그리고, 안으로 들어오려 한다.
“클리어, ……아앗!”
당황해서 내 손가락을 빼내려 하니, 그 틈에 클리어의 손가락이 안쪽으로 들어왔다.
결과적으로 손가락 두 개를 받아들이게 되어, 뒤쪽이 넓혀지는 강렬한 감각에 숨을 멈춘다.
그러나 클리어가 나의 것을 자극하고 있기에,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하아, 으응, ……응, 아.”
“죄송합니다, 이쪽도 만져보고 싶어서. 괜찮습니까?”
“응……, 앗.”
“따뜻하네요…….”
“읏……, 바보. 이제 됐어……, 빼.”
내가 조금 무리하게 자신의 손가락을 빼자, 클리어의 손가락도 함께 바깥으로 스륵 빠져나왔다.
안쪽이 저릿저릿하니, 꽤 많이 풀어졌을 거다…….
나는 클리어의 허리 위로 올라탄 자세를 고쳐 잡고, 클리어의 것을 자신의 뒤쪽에 댔다.
클리어가 열기를 머금은 눈으로 나의 움직임을 좇는다.
“……아오바 씨.”
“넣을게. ……읏, 응, 아, ……!”
한손으로 클리어의 것을 받쳐 들고, 천천히 허리를 내린다.
“……아파, ……앗.”
손가락으로 길을 들였는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팽팽히 부풀어 오른 클리어의 그것이 용서 없이 나의 살을 헤집고 들어간다.
몸의 정 가운데서부터 찢기는 듯한 아픔과 압박감에, 나는 얕은 호흡을 되풀이했다.
“후우, 읏, ……아앗, 아.”
고통을 견디며, 어떻게든 뿌리까지 클리어의 것을 삼키려 한다.
“아…….”
“으응, 앗, ……읏, 하아……, 응, ……들어갔, 다.”
이 이상은 무리인 지점까지 벌려진 그곳이 클리어의 것을 깊숙이 삼킨다.
전부, 들어갔다…….
크게 숨을 내쉰다.
“………….”
클리어가 좀 전보다도 더 촉촉해진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그만 클리어의 가슴에 체중을 싣고 있었다.
“아차, 미안.”
곧바로 떨어지고자 하는 내 팔을 클리어가 붙잡는다.
“괜찮습니다.”
“그치만…….”
“이 정도는 끄떡없으니까.”
“……그럼, 움직일 테니까.”
나는 가능한 한 클리어에게 체중이 실리지 않게끔 무릎을 써서,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으읏, 아아…….”
“하, ……으응.”
처음엔 클리어의 허리에 걸터앉은 채로, 앞뒤로 조금 흔들어본다.
그런데도……, 조금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안쪽이 가득 차서 힘이 든다.
“으응, 아아, 읏, ……하아, …….”
“……, 힘들지, 않나요?”
“괜찮아, ……아.”
삽입으로 인해 조금 시들어버렸던 나의 것을 클리어가 다시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
기계손의 감촉은 몹시도 독특해서, 요철이 있는 딱딱하고 가느다란 금속질의 손가락이 나의 것을 문지르자 묘하게 쾌감이 더해졌다.
앞쪽에서 일어나는 달콤한 자극에 맞추어 허리를 움직이는 사이에, 조금씩 고통이 엷어져간다.
“아, 으응, 아……, 하아, ……응.”
“응……, 읏, ……아오바 씨의 안, 기분 좋아.”
헐떡이는 숨과 뒤섞여 흘러나오는 클리어의 말에 흥분이 더해진다.
나는 조금 더 깊게까지 허리를 움직여, 클리어의 것을 내벽 이곳저곳에 닿게 했다.
“아, 하, ……앗.”
나의 것을 만지작거리던 클리어의 손가락이 떨어지고, 가슴과 배를 어루만진다.
무기질적인 클리어의 손가락은 내 쿠퍼액에 흠뻑 젖어, 겉보기에도 윤기를 띠고 있어서…….
이런 분위기에서는 적절치 않은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쩐지 야하게 느껴졌다.
그 윤기에 이끌리듯이, 나는 클리어의 젖은 손을 잡고 자신의 입으로 옮겼다.
“………….”
“……응, 후우, …….”
자신의 체액이 잔뜩 묻어있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클리어의 손가락을 핥는다.
사람의 피부와는 다른, 울퉁불퉁한 기계의 질감.
그러나 그것이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워서, 공을 들여 혀를 감고 빨았다.
“읏, 아오바 씨……!”
클리어가 상기된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고, 내 입에서 손가락을 빼고는 양손으로 허리를 붙잡았다.
“……? 읏! 아, 윽, 아아, ……으응!”
갑자기 강하게 쳐올려져서, 무의식중에 큰 소리가 나온다.
“클, 리어……, 읏!”
“응……, 하.”
내 허리를 붙잡은 채로, 클리어가 몇 번이고 격렬하게 움직인다.
클리어의 것이 안쪽 깊은 곳에 닿을 때마다, 흠칫 하고 소름이 돋는 듯한 강한 감각이 몰려왔다.
“아, ……읏, 응, 아앗……!”
“응, ……으읏.”
사고가 마비되어가는 가운데, 클리어의 목소리에 괴로움이 묻어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클리어는 괴로운 듯이 얼굴을 찡그리고 있고, 이미 이곳저곳의 피부와 부품이 너덜너덜하게 상당수 떨어져나간 상태였다.
뺨도 가슴도 팔도, 전부.
내부 붕괴가……, 진행되고 있는 건가?
“……읏, 그만해, 그렇게 세게 하면, 너……, 윽!”
조바심에 움직임을 멈추려 하자, 클리어가 내 팔을 붙잡았다.
“괜찮습니다……, 윽, 이대로, 계속해줘…….”
“그치만……!”
“상관없으니까!”
비통한 목소리가 가슴에 박힌다.
“부탁입니다, 멈추지 마……. 마지막까지, 아오바 씨를…….”
“아오바 씨에게, 닿은 채로 있고 싶어……. 그러니까……, 부탁이야. 절 배려한다고, 자제하지 말아주세요.”
말하는 도중에 진지했던 클리어의 표정이 변하고, 힘없는 울음소리가 새어나온다.
클리어의 눈에서 투명한 물방울이 흘러나와, 뺨을 타고 떨어져내렸다.
“…………크흑.”
가슴 안쪽에서 형용할 수 없는 감각이 파열되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시야가 부예진다.
코와 눈가가 뜨겁고 시큰거린다. 목에서 오열이 새어나온다.
이것은……, 클리어의 생의 마지막 소원인 것이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설령 클리어의 몸이 흔적도 없이 부서져버린대도, 마지막까지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클리어에게 나를 새기고, 나에게 클리어를 새긴다.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도록.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도록.
그것이, 내가 클리어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윽, ……으응, 아, ……후우.”
솟아오르는 눈물을 참고, 나는 이를 악물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클리어는 안심한 듯이 미소를 띠고, 내 움직임에 맞추어 허리를 쳐올렸다.
부서져가는 자신의 몸 따위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강하게.
내가 만져도 만지지 않아도, 클리어의 표면은 너덜너덜하게 허물어져간다.
이렇게 눈앞에서 그런 광경을 보고 있는데도, 나로서는 그것을 멈출 수가 없다.
어찌할 방도가 없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분한 마음이 들어서……, 어느 사이엔가 눈물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지금은 고통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클리어의 것이 안쪽을 찌르면 기분이 좋은데도……, 슬퍼서 견딜 수가 없다.
머릿속이……, 엉망진창이다.
“으응, 읏, ……윽, 후, 읏.”
“……아오바 씨…….”
클리어가 기계손의 손가락으로 내 뺨 위로 흘러내린 눈물을 훔친다. 그 손을 살며시 쥐고서,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저 사랑스러워서, 소중히 하고 싶어서…….
몸의 어디든 좋으니, 조금이라도 더 많이 클리어에게 닿고 싶었다.
“응, ……후우.”
“하…….”
키스하고 있는 사이에도 눈물은 멈추지 않아서, 코와 입 언저리의 감각도 서서히 둔해져갔다.
그럼에도 정신없이 혀를 휘감는다.
“하아, ……읏, 으응, ……아.”
클리어가 내 안을 찌르는 속도를 높이고, 내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페니스를 그러쥔다.
그렇게 몰아쳐져, 한계가 가까워져왔다.
“아, 아앗, 하, ……으응, 앗.”
눈 안쪽에서 빛이 번쩍거리고, 모든 사고 작용이 쾌락 속으로 가라앉아간다.
그러나……, 머릿속 한 구석에는 계속, 슬픔과 분함이 남아있다.
“읏, ……아, 으읏.”
“…………으응.”
클리어도 갈 것 같은지, 괴로운 것과는 조금 다른 얼굴로 거친 숨을 내쉰다.
나는 의식을 늦추지 않고 자신의 안에 있는 클리어를 세게 조이고, 허리를 내리는 속도와 세기를 높였다.
“응, 읏, 아, 앗, 이제……, 가, 버릴지도……, 읏.”
“……읏, 아오바 씨…….”
절정에 달하기 직전의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몽롱한 상태에서도, 나는 클리어에게 한 번 더 깊게 입을 맞추었다.
클리어도 그에 응하는 듯이 내 몸을 단단히 끌어안는다.
맨살이 드러난 팔과 허벅지에, 표피가 벗겨진 클리어의 기계 장치와 그 파편이 닿는다.
이제 곧, 끝난다.
최후의 최후까지……. 클리어를 받아들이고 싶다.
“……후우, 아, 으응, ……아, 아앗, ……읏!!”
안쪽 깊은 곳을 한층 더 강하게 찔려, 호흡이 곤란해진 가슴 안에서 무언가가 터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클리어의 손 안에 정액을 토해낸다.
“으읏, 응, ……으응.”
“……읏! 큭, ……으읏, 아아……!”
내가 절정에 달한 후에 클리어가 짧게 신음하고, 내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는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계속 문질러져서 민감해진 점막에 따뜻한 것이 쏟아진다.
“하아……, 후…….”
사정 후의 나른함 속에서……, 나는 몸을 일으켜 클리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가볍게 키스를 하고, 턱에 있는 두 개의 점에도 입술을 가져다댄다.
“………….”
여전히 열기가 가득 들어차있어 멍한 머리로, 흐트러진 숨을 헐떡이며 클리어와 마주보았다.
클리어는 천천히 눈을 깜박이고……, 기쁜 듯이 미소 지었다.
“……아오바 씨, 고마워요.”
그 자그마한 목소리에 다시금 눈가가 뜨거워져서, 채 견디지 못하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윽, 고맙다는 말 같은 거……, 하지 마…….”
“정말로, 기뻤어. 아오바 씨를 느낄 수 있어서, 아오바 씨를 안을 수 있어서…….”
“역시, 사실은……. 인간으로서 계속 당신의 곁에 있고 싶었어.”
“…………흐윽.”
“하지만, 괜찮습니다. 저는 이미 과분할 정도로 행복하니까.”
“행복했습니다, 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저는 행복합니다.”
“그러니까, ……윽, 큭.”
클리어가 얼굴을 찡그리고 괴로운 듯이 신음한다.
팔의 관절과 옆구리, 그 외에도 몸 이곳저곳에서 불꽃이 튄다.
“클리어……!”
“괜, 찮, 습니다……. 아오바 씨, 물어보고, 싶은 게…….”
무언가가 타는 듯한 냄새가 풍기고, 클리어의 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나는 어떻게 해야……, 어떻게 해야 좋지……!?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도, 나는 소리를 지를 것만 같은 것을 필사적으로 참고 클리어를 향해 몇 번 고개를 끄덕였다.
“……윽, 저는, ……인간답게, 당신과 온전, 히……, 맞닿았나요……?”
“마지막까지, 제대로…….”
“…………윽.”
차오르는 눈물에 목이 막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억지로 소리를 쥐어짜내려 한다.
클리어에게……, 대답하기 위해서.
“…………, 당연하지……, 너, 나 같은 거 보다, 훨씬……, 누구보다도……, 누구보다도……, 윽.”
“훨씬 더……, 너는 인간다웠어……, 클리어……, 흑.”
“………….”
클리어가 안심한 듯이 천천히 미소를 띤다.
그것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온기에 가득 찬……, 진정으로 온화한 미소였다.
“아오바 씨……, 조금 전, 알파와 싸웠을 때……, 저에게 스크랩을, 쓰셨죠…….”
“저는 기계인데도, 신기하다 싶어서…….”
“……!”
……그렇다.
확실히 그때, 나는 클리어를 스크랩했다.
스크랩으로 들어가는 감각 후에, 신비한 공간 속에 있었다.
마치 클리어의 노랫소리를 듣고 있는 듯한……, 그런 공간이었다.
“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아오바 씨를 지키고 싶다는 의지가, 제게 있어서는 ‘마음’이었던 것이 아닐까하고.”
“아오바 씨가,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을 때……, 기뻤어. 정말로, 따뜻했습니다.”
“클리어…….”
“………….”
클리어는 괴로운 듯이 숨을 내뱉었지만, 계속해서 그 얼굴에서 미소만은 지우지 않았다.
“……저, 죽음이란, 차가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도, 정말로, 슬퍼서…….”
“할아버지는, 잠이 든 채로……, 영원히 눈을 뜨지 않아서……. 그래서, 아오바 씨가 잠을 자고 있을 때도, 불안해서…….”
“그런데……, 죽음이란 건, 이렇게 부드럽고, 따뜻한 것이었군요…….”
“아오바 씨……. ……고마워.”
마지막으로, 날숨만으로 그렇게 말을 내뱉고…….
클리어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온화하게 미소를 띤 얼굴 그대로, 눈동자에서 조금씩 빛이 사라져간다.
이제 두 번 다시……, 내게 말을 걸어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를 ‘마스터’라고 부르는 일도. ‘아오바 씨’라고 부르는 일도.
이제……, 두 번 다시는.
이렇게 될 줄은 알고 있었다.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윽, 으윽, ……크흑, ……윽, 흐윽…….”
나는 클리어의 뺨을 양손으로 감싸고, 훤히 드러난 기계 장치 부분에 키스를 했다.
“……잘 자, ……클리어.”
심장부인 오벌 타워가 붕괴된 후, 플라티나 제일은 일체의 기능이 정지되었다.
그러나, 본토의 신속한 개입 등으로 인해 혼란은 빠르게 종식되었다.
타워가 붕괴된 원인은, 플라티나 제일의 중추를 담당하는 시스템의 폭주라고 했다.
그 외의 자세한 사항은 불명이다.
당시, 타워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기적적으로 대피를 해서, 사망자나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타워의 상태가 이상해지기 전에, 대피를 권고하는 수수께끼의 메일이 타워 안의 사람들에게 전송되었던 모양이다.
단, 토우에를 필두로 한 일부의 관계자들은 행방불명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토우에가 꾸미고 있던 사람의 마음을 조작하는 연구와 그에 관련된 실험이 세상에 공표되었다.
구 주민구까지 끌어들여 실험을 행할 예정이었던 특별 기념 이벤트도 중지되고, 미도리지마는 가까스로 토우에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토우에 재벌의 관련 기업이 취급하고 있던 것은 모두 다른 기업으로 인수되었다. 올메이트도 그렇다.
그와 똑같이 라임도 관리 회사가 변경되고, 라임을 주재하는 것은 우스이가 아니게 되었다.
그렇게, 토우에 재벌의 그림자는 미도리지마에서 조금씩 옅어져갔다.
지금, 섬의 주민들은 미도리지마를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놓기 위해 활기를 띠고 있다.
코우자쿠는 변함없이 미용사 일을 계속하고 있고, 노이즈는 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소문을 가끔씩 전해 듣는다.
밍크에 관해서는 소식불통이다. 그렇지만, 그 녀석이 그렇게 간단히 뻗어버릴 리가 없다.
미즈키는 의식을 회복했다. 아직 퇴원은 할 수 없지만, 문병하러 간 나를 보고는 웃는 얼굴을 보여주었다.
나는 어떠냐고 하면, 그렇게 심했던 두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만지면 아팠던 머리카락의 감각도 서서히 희미해져갔다.
최근엔 ‘그 녀석’의 기척도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
스크랩의 힘을 사용할 때마다 어른어른 머릿속을 스쳤던……, 그 녀석이다.
다만, 내 안에 있다는 사실만은 알 수 있다.
비유를 하자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깊게 잠이 들어있다. 그런 느낌이다.
그렇기에 솔직히 여전히 불안이 남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 전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평온했다.
그런 가운데, 나는 움직이지 않게 된 클리어를 어떻게 구 주민구까지 데리고 돌아와 수리를 해보려 했다.
1개월 정도일까. 하가 씨에게 무리한 부탁을 해서 아르바이트의 휴가를 얻어, 방 안에 틀어박혀 클리어의 수리로 나날을 보냈다.
벽장 속에 클리어를 숨겨두고서, 방 밖으로 나오는 것은 밥을 먹을 때와 목욕을 할 때와 화장실에 갈 때 정도였다.
그렇지만, 역시나 그런 나를 보고 걱정을 한 할머니로 인해 억지로 방에서 끌려나와서, 뭘 하는 거냐고 추궁 당했다.
처음엔 할머니의 화를 돋울 것 같아서 대충 얼버무리려 했지만, 결국엔 체념하고 클리어에 대한 일을 자백했다.
할머니는……, 화내지 않았다.
아는 연구원에게 수리를 부탁해보겠다고 말해주었다.
그 말이 몹시도 기뻐서……, 실은 자신의 손으로 고치고 싶었지만,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보고 그 이상 어찌할 방도가 없었던 나는 할머니의 지인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그것 말고 클리어를 살아 돌아오게 할 방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클리어가 할머니의 연구원 지인이 있는 곳으로 옮겨지고서, 1년.
나는 아르바이트에 복귀해, 완전히 이전과 똑같은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쩌면, 이제 클리어가 돌아오는 일은 없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면서…….
“……됐으니까.”
“말 좀 들으라고 했잖아----!!!!”
“와-----!!!”
내 호통에 깜짝 놀란 악동 형제들이, 허둥지둥 가게 밖으로 나간다.
“……정말.”
나는 한숨을 내쉬고,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꼬맹이들이 날뛴 탓에 상품들이 엉망진창이다.
“아~ 아.”
3남매는 여전히 못된 장난을 하러 가게에 찾아온다.
몇 번 혼이 나도 지치지 않는 꼬맹이들이지만, 이런 것도 평화롭기 때문에 있는 일이지……, 따위의 생각을 최근에는 가끔씩 하게 되었다.
그래도 역시 밉살스러운 건 변함없지만.
‘청소……, 청소…….’
“지금 도와줄 테니까 기다려.”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는 범인군이 불쌍해서, 나는 털썩 웅크리고 앉아서 바닥에 흐트러진 상품들을 한데로 모았다.
그러고 있으니, 문득 기시감이 느껴졌다. 왠지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
……맞다. 기억났다.
악동 형제들을 쫓아낸 후에, 바깥에서 엄청난 소리가 나서 보러 나간 일이 있었다.
그때, 클리어를 만났다.
지붕에서 떨어진 클리어가 땅바닥에 쓰러져서…….
“………….”
지금은 아무리 기다려보아도, 커다란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알고 있으면서도 가슴이 희미하게 욱신거려서, 나는 가게를 정리하는 데에 집중하기로 했다.
변하지 않는 것 따위는 없다. 변화는 언제나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까 나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어때.”
“글쎄요……. 아마도 이제 이걸로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흐음.”
“그치만 깜짝 놀랐네요. 뇌 회로의 98%가 데미지를 입고 있었다고요? 보통 같았으면 우선 폐기 처분입니다.”
“그걸 이렇게까지 복구하다니……. 저로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반년이 걸렸지만 말이지. 그리고 내가 한 일은 어디까지나 기반을 수리한 것뿐이야. 그 다음으로 이어진 이식 작업은 자네 실력이지.”
“아뇨, 그 반년의 작업이 기적적이라는 말입니다.”
“흥.”
“그건 그렇고, 이식을 할 개체가 비교적 깨끗한 상태로 발견되어서 다행이었죠. 같은 시리즈의 개체였던지라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었고요.”
“토우에가 당치도 않게 대량생산했었으니까 말이지. 그런 게 여기저기서 우글우글 거렸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고.”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자, 그럼 테스트를 겸해서 조금 기동시켜볼까요.”
“……에!?”
“왜 그러나?”
“그, 그게……. 분명 여기에 놓아뒀었는데…….”
“하-, 다녀왔습니다-.”
아르바이트에서 돌아와 현관문을 여니, 집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어라? 할머니?”
조금 소리를 크게 내서 불러보아도 대답은 없다. 어디 나간 걸까.
나는 신발을 벗고, 계단을 올라가 내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가 우선 가방에서 렌을 꺼내고, 아침부터 열어놓은 채로 내버려두고 있었던 커튼을 치려했다.
“……?”
소리가 들린다……?
바깥에서다.
베란다의 창문을 열어본다.
밤이 가까워진 하늘 아래, 부드러운 바람이 불고 있다.
나는 눈을 가늘게 좁히고 베란다의 난간으로 다가갔다.
좀 전부터 어렴풋이 들려오는 것은……, 노래?
누군가가, 노래하고 있다?
또렷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멜로디…….
“……!”
번쩍 정신이 들어서, 나는 난간에서 몸을 내밀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의 구석구석까지 시선을 돌린다.
집과 집의 사이, 기둥의 그림자.
길모퉁이의 건너편. 간판의 뒤쪽.
그리고…….
조금 떨어져있는 집의, 옥상 위.
“………….”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가운데, 그곳에 하나의 인영이 앉아 있었다.
그 실루엣이 기묘한 것은, 필시 우산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노래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귀를 기울이면, 똑똑히 들려온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맑은 노랫소리.
베란다에서 몸을 내민 채로, 나는 넋을 잃고 그 선율에 빠져들었다.
‘해파리의 노래’라고 했었다.
지금은…….
재회를 알리는 노래다.
천천히 노래가 끝나고, 우산을 든 인영이 이쪽을 돌아본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내 시야는 하얗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쪽을 돌아본 그가, 조용히 미소 짓는다.
“목소리가 들려서, 왔습니다.”
“……아오바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