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부터는 게임 화면에서 오른쪽 마우스 버튼을 누르시면 오른쪽 아래에 노란색 선이 그어져있는 게 보이실 거예요. 본격적으로 클리어 루트 돌입입니다. *_*
※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
[ 노이즈를 떠올린다 ]
[ 클리어를 떠올린다 ] → 선택
커튼이 쳐진 창문 쪽을 본다.
바깥 공기라도 좀 쐴까…….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갔다.
커튼을 걷으려 하다가, 손을 멈춘다.
무슨 소리가 들린다.
……노래?
“………….”
창문을 열고서 베란다를 들여다본다.
그렇지만, 아무도 없다. 기분 탓인가?
“마스터.”
“우왓!”
갑자기 위에서 목소리가 들리고, 무언가가 베란다로 뛰어들었다.
“……클리어!?”
“네. 저입니다.”
“깜짝 놀랐어……. 너, 지붕에 있었던 거야?”
“네. 지붕 위로 올라가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노래? 그럼 방금 전에 들린 노래, 네가 부른 거였어?”
“네. 해파리의 노래예요.”
“해파리의 노래??”
“네. 함께 살았던 할아버지가 해파리 이야기를 자주 해주셔서,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해파리는 몸의 대부분이 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엿한 생물이라니 정말 재미있죠.”
“해파리는, 잠을 자거나 꿈을 꾸기도 하는 걸까요…….”
………….
“……그, 러게.”
수수께끼의 발언을 이어나가는 클리어의 모습에 머리가 멍해진다.
농담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클리어는 내 곁에 나란히 서고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또 우산이다.
“왜 쓰고 있는 거야, 그거.”
“쓰면 안 되는 건가요?”
“아니, 괜찮은데……. 근데 왜 쓰는 거야?”
“왠지 별이 떨어져 내릴 것 같다~ 싶어서요.”
“………….”
하늘을 올려다봐도 별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 위법 건축물의 그림자가 시야에 훼방을 놓을 뿐이다.
뭐, 이 녀석에게 제대로 된 대답을 기대하는 편이 잘못인 건가…….
“그런데 말입니다 마스터.”
“잠깐 기다려봐. 너 말야, 그렇게 부르는 거 그만 좀 해.”
“어째서입니까?”
“왠지 근질근질하달까……. 아오바라고 불러도 돼.”
“아뇨, 마스터는 마스터이시니 마스터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래?”
“마스터는 마스터입니다만, 클리어라는 제 이름은 할아버지께서 붙여주셨습니다.”
“할아버지면, 해파리 이야기를 해준?”
“네. 이미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말입니다.”
“그래…….”
“할아버지와 저는 예전에, 북쪽 지구의 잡동사니 에리어 부근에 살았습니다.”
“잡동사니……, 쓰레기 처리시설 말인가. 너, 그래서 그 부근 지리에 밝았던 거구나.”
“네. 그런데 마스터. 방금 하려다가 만 말입니다만.”
“응?”
“요번에, 북쪽 지구로 미즈키 씨를 구하러 갔을 때의 일입니다.”
“그때, 멋있는 쪽의 마스터가 되셨었네요. 저, 찌릿찌릿! 했습니다.”
“멋있는 쪽……?”
“제가 마스터를 가게 앞까지 날랐을 때와 똑같이, 멋있는 마스터였어요. 지금은…….”
클리어가 나를 힐끔 본다.
“지금도 멋있습니다.”
“너 말야…….”
명백하게 말을 꾸며낸 거잖아, 지금…….
그 태도에 어이가 없어지는 한 편, 클리어가 한 말이 마음에 걸렸다.
멋있는 쪽의 나라니……, 무슨 의미지?
“저는 앞으로도 마스터의 뒤를 따르겠습니다. 마스터를 지키겠습니다.”
“그러니까 마스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클리어가 우산을 접고, 몸을 90도로 굽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결국 내 호칭은 마스터냐고.”
무심결에 쓴웃음을 짓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 녀석, 엄청 이상한데다 잘 알 수 없지만 나쁜 녀석은 아닌 것 같단 말이지.
“마스터는 이제 슬슬 주무세요. 내일에 무리가 가고 맙니다.”
“그렇네. 너는?”
“저는 만약 허락해주신다면, 조금 더 지붕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지붕 뚫어버리지만 않으면 돼.”
“감사합니다.”
클리어가 또 꾸벅 인사를 한다.
“그럼 난 이만 잘게. 안 떨어지게 조심하라고.”
“네.”
나는 방으로 돌아가, 베란다의 창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
침대에 누워서 잠시 가만히 있으니, 창문 쪽에서 노랫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온화한 저음이라, 마치 자장가 같다.
왠지 굉장히 안심이 된다…….
불안정했던 기분도 서서히 편안해져서,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가까스로 졸음이 몰려왔을 때에는, 커튼 너머의 창으로 밝은 빛이 비쳐들기 시작했다.
꾸벅꾸벅 졸고 있으니, 갑자기 코일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전화다.
“네에.”
“아오바 씨? 자고 계셨나요?”
이 목소리……. 에- 누구더라…….
코일 액정에 표시된 이름을 본다.
“……아? 바이러스?”
“네.”
“어-, 무슨 일이야?”
“큰일이에요. 침착하게 잘 들어주세요. 지금 경찰이 아오바 씨 댁을 향해서 가고 있습니다.”
“…………헤?”
단번에 잠이 확 깨서, 나는 무의식중에 코일에 얼굴을 바싹 갖다 댔다.
“뭐 때문에.”
“모르겠어요. 단 꽤 많은 숫자가 출동한 것 같아요.”
“진짜야……?”
“아무튼 도망치거나 숨으세요. 저희도 경찰이 움직인 탓에 조금 시끄러워져서. 또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겠습니다.”
“아오바 씨, 부디 조심하세요.”
바이러스로부터 걸려온 전화가 끊긴다.
뭐지? 경찰?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때, 어렴풋하게 방 안을 비추는 정도였던 창밖의 빛이 갑자기 강해졌다.
아침을 넘겨버리고 낮이 된 것처럼 밝다.
“……?”
침대에서 내려와 창문으로 다가가, 커튼을 살짝 걷어본다.
“……윽, 눈부셔…….”
눈을 뜨고 있을 수 없다. 얼굴을 찡그리며 창밖을 본다.
아직 옅게 안개가 낀 이른 아침의 거리를 배경으로, 경찰 차량과 경찰관들이 집 앞에 주르륵 늘어서서 북적대고 있었다.
“아-, 아-, 아----. 냉큼 나와라-! 여기에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이 테러리스트 녀석들!!”
“…………하!?”
이 목소리……, 아쿠시마다.
“아---, 너희들의 죄목은 이렇다! 불법침입, 기물파손, 그 외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온갖 범죄를 통틀어 전부다!!!”
“당장 나와라! 세라가키 아오바와 그 일당들!!!”
“!”
풀 네임으로 호명되어서, 이 소동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그건 그렇고, 테러리스트? 어째서 그렇게 된 거냐고!
나는 옷을 갈아입은 후 렌을 기동시키고, 곧장 1층으로 내려갔다.
거실에는 할머니, 코우자쿠, 밍크, 노이즈, 클리어, 그리고 하가 씨와 요시에 씨가 있었다.
“아오바…….”
“마스터!”
“할머니! 어쩐 일인지 밖에 경찰관이 엄청 많이 있는데, 그것도 내 이름을 막 부르는데…….”
“성가시게 되었구나…….”
“잠깐 아오바쨩!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타에 씨께 부탁받은 일의 준비가 끝나서 왔습니다만……, 어쩐지 엄청난 일이 일어난 것 같군요.”
“저 녀석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들은 아오바쨩 편이니까 말야!”
“그렇고말고요!”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저도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어서…….”
“토우에겠지.”
“토우에……?”
“네가 어제, 스크랩을 사용한 것을 모르핀인지 뭔지 하는 녀석들이 보고한 거겠지. 곧바로 너한테 흥미를 보였다는 건가.”
“빨리 나와라-----!!! 안 나오면 이쪽에서 쳐들어가겠다! 괜찮겠지! 좋아! 돌격 준비다-------!”
“너희들, 빨리 뒷문으로 도망가거라!”
“저 녀석, 한다면 진짜로 한다고.”
“여기는 저희들이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그러니 아오바 군과 친구 분들은 어서 뒷문으로 나가세요!”
“그래! 나쁜 짓만 잔뜩 해대고 시민의 지팡이 노릇이라곤 요만큼도 안 하는 경찰 따위 확 날려버릴 테니까 말야!”
“하가 씨, 요시에 씨……. 할머니도, 고마워요.”
“도---올겨-----억!!!”
“아오바, 가자!”
우리들은 부엌의 뒷문을 통해 집 밖으로 나갔다.
교대하듯이, 경찰관들이 집 안으로 들이닥치는 소음이 전해져온다.
할머니도 하가 씨도 요시에 씨도……, 모두들, 미안……!
부디 무사하게 있어줘……!!
뒷문에서 나와, 우리들은 담과 담 사이의 좁은 길로 들어갔다.
그곳을 빠져나가, 조금 넓은 뒷길로 나온다.
“그쪽은 경찰관이 있습니다! 발소리가 들립니다!”
클리어가 소리친 대로, 앞쪽에서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있다! 이쪽이다!”
“……윽.”
들켰다……!
이런 곳에서 궁지에 몰리게 되면 일망타진이다.
“뭉쳐있지 마라! 흩어져!”
밍크의 말을 따라, 우리들은 뿔뿔이 흩어져 달리기 시작했다.
“젠장……!”
여하튼 간에 오로지 골목길 위를 달리는 데에 집중한다.
잠시 그렇게 달리다가, 뒤쪽에서 쫓아오는 발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눈치 챘다.
경찰관인가……!?
달리는 속도를 조금 더 올리려고 했던 때였다.
“마스터!”
“! 클리어!?”
뒤를 돌아보니, 클리어가 내 뒤쪽에서 달리고 있었다.
“너……!”
“절 두고 가지마세요~~~~~.”
조금 속도를 늦추고 클리어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마스터, 아직 경찰이 따라오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이대로 달리죠!”
“알았어!”
나는 클리어와 함께 정신없이 골목길을 달렸다.
얼마나 달린 걸까…….
우리들은 발을 멈추고 주변의 낌새를 살폈다.
“……윽, 하아, 하아, 하…….”
“후우, 후우, 이제, 괜찮습니다, 경찰은, 안 따라오고 있어요.”
클리어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몸을 앞으로 수그린다. 나도 호흡을 가다듬으며 벽에 기댔다.
“어떻게, 아는 거야, 안 따라온다고.”
“만약 따라왔다면 구두 소리가 들렸을 겁니다. 그게 들리지 않는다는 건, 안 따라오고 있다는 것이 됩니다.”
“그야 그렇지만…….”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클리어 이 녀석, 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귀가 밝은 건가?
“……?”
‘게임 어플리케이션 송신이다.’
“또!? 아니 이런 때에……!?”
“게임, 인가요?”
‘아무래도 자동으로 재생되는 타입인 것 같아.’
“에……!”
“초대장? 이걸로 플라티나 제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건가.”
‘그렇게 되겠지.’
“게임 내용도 또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거였고…….”
……아니. 잠깐.
“할머니가 납치되었을 때도, 그 전에 게임이 송신되었었지.”
“그런가요?”
“아아. 다 같이 북쪽 지역에 갔을 때, 잠깐 얘기했었잖아. 할머니 캐릭터가 까마귀한테 붙잡혀서 쓰레기 산으로 끌려갔다는 거.”
“네. 말씀하셨네요.”
“그 게임이 송신된 다음, 할머니는 정말로 유괴되었어. 그렇단 건 이번 것도 무언가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닐까.”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겠죠. 그렇지만 수상쩍음 대폭발인 것 같습니다.”
“뭐어 그렇긴 한데…….”
수신인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거꾸로 생각하면 범행 예고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동굴, 보물 상자, 열쇠, 커다란 문. 이것들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거지?
“이번엔 메일인가.”
-
하가 씨 / 플라티나 제일로 가는 지름길.
실은 제가 안내할 생각이었습니다만, 예정 변경입니다. 북쪽 지구의 D-86까지 와주세요. 거기서 합류하죠.
-
메일에는 이미지 파일이 첨부되어 있다. 구 주민구의 지도다.
플라티나 제일 외벽 왼쪽 가장자리 부근에 붉은색 점이 찍혀있다.
“하가 씨랑 합류한다. 가자.”
“네.”
일단 우리들은 하가 씨와 합류하기로 한 장소를 향해서 갔다.
지정된 장소는 북쪽 지구 변두리에 있는 지하통로의 출입구로, 그곳에는 부서진 바리케이드가 겹겹이 쌓여있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하가 씨가 이미 그 자리에 나와 계셨고, 내게 호신용으로 개조된 스턴 건을 건네주셨다.
하가 씨의 말에 따르면, 이 지하통로는 원래 플라티나 제일을 건설할 때 사용했던 운반용 통로인 것 같다.
본디 플라티나 제일은 섬 전체를 통째로 오락시설로 만들 예정이었던 듯, 구 주민구에도 공사용 물자를 운반하는 통로가 만들어지긴 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계획이 좌절되어 통로만 남게 된 것 같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존재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거의 사라지고 말았지만, 여하튼 이 통로를 빠져나가면 플라티나 제일의 게이트 앞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썩어들기 시작한 계단을 내려갔다.
통로 안은 어둡고, 터널과도 같은 외줄기 길이 아주 길게 이어져있었다.
묵묵히 길을 걸어가자 그 끝에 계단이 나오고, 그것을 올라가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장소로 나왔다.
거대한 백색 게이트가 눈앞에 우뚝 솟아있다.
이게……, 플라티나 제일의 게이트인가.
……역시 함정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스쳤지만, 그럼에도 우리들은 발을 내딛었다.
“우왓.”
“와앗.”
게이트가 열린 순간, 요란한 팡파레와 폭죽 소리가 우리들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일본 최대급 오락시설 플라티나 제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귀여운 건지 안 귀여운 건지 잘 분간이 안 가는 팬더가 걸어와서, 우리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팬더 뒤에는 다섯 개의 하얀 문이 있다.
“여기는 선택받은 사람밖에는 들어갈 수 없는 지상 낙원이야! 부디 마음속 깊은 곳까지 리프레~시될 때까지 즐겁게 지내다 가!”
“지상 낙원? 수상한 게 안 봐도 뻔한데.”
“그러네요~. 수상쩍음 대폭발이네요~.”
팬더는 짜게 식은 우리들 앞에서 껑충껑충 춤을 추고, 벽에 붙어있는 버튼을 눌렀다.
“자아~ 그럼, 우리 친구들이 갈 곳은 어디가 될까나? 두근두근 룰렛, 스타트!”
“짜자~안, 우리 친구들이 갈 곳은 아쿠아 포레스트야! 이쪽으로 와주세요~!”
팬더가 오른쪽 끝에 있는 문으로 걸어가, 그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여기는 느그~읏하게, 처~언천히 흘러가는 물처럼 상쾌하고 편안한 시간이 흐르는 장소야! 분명 무지무지 릴랙스되어서 집에 가기가 싫어지겠지!”
“그런 매력이 철철 넘치는 에리어에, 잘 다녀오세요~!”
“어쩐지 두근두근하네요. 다녀오겠습니다~”
“………….”
“문 옆에 있는 인증 모니터에 입장 티켓, 또는 초대장을 대줘~!”
“초대장이면 이건가.”
나는 코일로 초대장을 띄우고, 문 옆에 있는 인증 모니터에 가져다댔다.
“플라티나 ID의 인증이 끝났습니다. 아오바 님과 그 외 한 분, 플라티나 제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입장 수속을 개시하겠습니다.”
“동행하신 분의 게스트 ID를 발행하겠습니다. 동행하신 분께서는 코일을 모니터에 대주십시오.”
“네-에.”
클리어가 코일을 모니터에 댄다.
“인증이 완료되어 게스트 ID를 송신했습니다. 모든 권한은 플라티나 제일에 귀속됩니다.”
“게스트 ID만으로는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주십시오.”
“자세한 사항은 초대장의 서비스 항목을 봐주십시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문이 열리고 나타난 곳에는……, 묘한 광경이 펼쳐져있었다.
눈앞의 큰길에는 반투명 소재로 만들어진 어딘지 환상적인 분위기의 건물이 늘어서있고, 나무에 잎이 풍성하게 우거져있다.
올려다본 밤하늘에도 수많은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고, 어쨌든 이런 건 구 주민구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플라티나 제일은 날씨와 시간대가 컨트롤되고 있고, 기본적으로는 언제나 밤이라는 설정인 것 같다.
매일을 축제 기분으로 보내기 위해, 또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컨셉이 있는 모양인 것 같은데…….
“모든 게 다 물빛이네요. 굉장해요.”
“여기 말고도 또 에리어가 있는 걸까.”
“문은 다섯 개 있었으니까 말이에요. 있는 거겠죠”
하늘에는 별 말고도, 하얗고 높은 탑이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게 오벌 타워…….”
플라티나 제일을 상징하는 타워.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보는 것은 처음이다.
“마스터, 우선 어떻게 할까요?”
클리어가 여기저기 잔뜩 두리번거리고서 나를 본다.
“그러고 보니 좀 전에 초대장에 숙박시설이 어쩌고 하는 게 있었는데.”
나는 코일을 조작해 초대장의 지도를 띄웠다.
빨갛게 마크되어있는 장소가 있다.
“이 마크되어있는 곳이 숙박시설이려나.”
‘아아.’
“그럼, 일단 거기로 가볼까.”
“네.”
“렌, 길 안내 부탁해.”
‘알았다.’
우리들은 렌의 안내에 따라, 숙박시설로 가기로 했다.
에리어 안에는 숙박시설이 모여 있는 구역이 있어서, 몹시도 호화로운 저택들이 그곳에 처마를 잇대고 늘어서 있었다.
그 안에도 랭크가 있는 듯, 우리들이 머물 곳은 끄트머리 쪽에 있는 자그마한 2층 건물이었다.
“여긴가.”
외관은 다른 곳과 똑같지만, 만듦새에서 어딘지 모르게 고풍스러운 느낌이 난다.
문 위쪽에는 ‘글리터’라고 쓰인 플레이트가 내걸려있다.
옆 건물에도 다른 단어가 쓰인 플레이트가 있으니, 이게 이 건물의 이름인 거겠지.
나는 문 옆에 있는 인증 모니터에 코일을 대고, 앤티크한 손잡이를 돌렸다.
“오-.”
“와아…….”
안으로 들어가고서는 깜짝 놀란다.
밖에서 보기에도 그랬지만, 내부 장식은 훨씬 더 클래식한 느낌이었다.
플라티나 제일 특유의 매끈거리는 질감이 없다.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기분이다.
안쪽에는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고, 정면에 테이블과 소파가 있다. 놓여있는 가구는 다 비싸 보이는 것들뿐이다.
“엄청나네…….”
“고급 게스트하우스인 걸까요.”
“게스트하우스? 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게스트한 하우스입니다.”
“……너도 잘 모르는 거잖아.”
“비밀입니다.”
“………….”
우선 1층 여기저기를 둘러보기로 했다.
“마스터!”
뒤를 돌아보니, 어느 사이엔가 2층으로 올라간 클리어가 난간에서 몸을 내밀고 있었다.
“2층에는 방이 있습니다.”
“그래.”
“그런데 부탁이 있습니다만.”
“뭐?”
“오늘은 정말로 피곤했네요.”
“그렇네.”
“그러니까, 이제 자도록 하겠습니다.”
“헤?”
“안녕히 주무세요.”
“에, 잠깐.”
클리어는 2층의 안쪽으로 총총 걸어가 버렸다.
어이어이어이……. 뭐야 뭐냐고?
클리어의 느닷없는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채로, 나도 계단을 올라간다.
2층은 계단을 다 올라가면 바로 나오는 공간에 거실이 들어서있었다.
당구대와 다트, 규모가 작은 바 카운터와 TV가 있다.
클리어가 사라진 쪽에는 복도가 이어져있고, 방이 몇 개 있었다.
그 중 하나에 들어가 본다.
심플하지만 깨끗하게 정돈된 침실이다. 클리어의 모습은 없다.
방에서 나와, 옆방의 문을 연다.
“쿨- 쿨-.”
……있다.
클리어가 침대 위에 대자로 누워있었다. 그것도 가스마스크를 쓴 채다.
“………….”
이 녀석…….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서부터가 농담인지 모르겠다.
나쁜 녀석은 아니겠지만, 역시 엉뚱하다. 뭘 생각하고 있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고…….
것보다,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숨 쉬기 힘들지 않은 건가…….
……뭐, 상관없나.
나는 그 이상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살며시 방에서 나왔다.
거실로 돌아와 소파에 앉아, 가방에서 렌을 꺼낸다.
“우선 생각해두지 않으면 안 될 건 어떻게 토우에를 찾을지네. 역시 그 타워에 있는 걸까.”
‘특별 기념 이벤트가 있다고 타에가 말했으니, 토우에가 타워 안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은 높아. 그러나 단언은 할 수 없다.’
“그렇겠지.”
렌과 이야기하며, 나는 소파에 누워 머리 뒤쪽으로 깍지를 꼈다.
이 소파, 어쩐지 엄청나게 편하다.
여기까지 숨 돌릴 틈도 없이 달려왔으니 말이지……. 조금 쉬고 싶기는 하다.
얼굴을 옆으로 돌리니, TV가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플라티나 제일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걸까.
호기심에 테이블 위에 놓인 카드 형태의 리모컨을 들고, TV를 켜본다.
“……응?”
채널을 몇 개 돌려봐도, 구 주민구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은 하나도 안 하는 것 같다.
플라티나 제일에 관련된 뉴스나 플라티나 제일에 대한 해외의 반응, 시설 내부 소개 같은 것밖에는 없다.
“어째……. 시시하네.”
어쨌든 뉴스에 채널을 맞춰본다.
“……다음 소식으로, 일전에 개최된 심포지엄, ‘플라티나 제일과 오락,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이념’에 대하여 전해드립니다.”
“당일은 1000명 이상의 참가자가 모여, 회장 내부는 굉장한 혼잡을 이루었습니다.”
“또한, 심포지엄에서는 플라티나 제일의 창설자, 토우에 재벌의 대표 이사인 ‘토우에 타츠오’의 강연이 개최되었습니다.”
“그러면, 강연 당일의 현장 상황을 봐주십시오.”
“……여러분. 오늘 이 심포지엄에 모여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포지엄의 테마로도 내걸려있는 ‘플라티나 제일과 오락’. 오늘은 이 관계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제가 무슨 연유로 플라티나 제일을 만들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그것은 여러분에게, 최고로 완벽한 오락을 제공하고 싶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 자신에게도 어디까지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지 도전해보고 싶다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락이란 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누구 하나 불만을 가지지 않는, 몸과 마음이 다 행복과 평안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전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개중에는 불행이 있기에 더더욱 행복을 실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완벽한 행복의 실현이야말로, 진실한 스트레스프리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이론상으로는 이 지구상의 모두가 그렇게 된다면, 이 세상에서 분쟁이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그것은 역시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이 플라티나 제일을 완벽한 오락의 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속이 뒤집힌다.
나는 TV를 끄고, 리모컨을 테이블 위로 던졌다.
구 주민구의 사람들 입장에선, 토우에가 하는 이야기는 단순히 허울 좋은 말로밖엔 들리지 않는다.
훌륭한 사상을 내걸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수많은 인간들이 고통 받고 있다.
“뭐가 스트레스프리야, 웃기고 있네.”
나는 몸을 뒤척여, 소파의 등받이를 마주보았다.
화가 치미는 것을 느끼며, 이런저런 일들에 피곤해진 것도 있어 몸이 조금 노곤해졌다.
클리어도 곧바로 잠들어버렸고…….
“렌…….”
멍하니 이름을 부르자, 렌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 폭신폭신한 몸을 끌어안고, 나는 제대로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자 눈을 감았다.
“으, 응…….”
………….
……어라. 나…….
……아아, 그런가.
어제, 소파에 눕고서 그대로…….
근데.
……에?
“……침대?”
지금, 내가 누워있는 건 어떻게 봐도 침대다.
어느 사이에 이동한 거지, 나. 잠결에 기억을 못할 뿐인 건가?
막 일어나서 멍한 머리로 혼란스러워하고 있으니, 방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맛있는 냄새도 풍겨 와서, 당장이라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것만 같다.
………….
“……윽.”
불길한 예감이 들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발치에서 자고 있던 렌을 기동시킨다.
‘안녕, 아오바.’
“안녕 렌!”
막 일어난 렌을 끌어안고 방에서 나오려다, 멈춰 선다.
……왠지 방이 반짝반짝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원래도 깨끗했지만, 한층 더 광을 낸 듯한…….
……방 밖에서 식칼 소리가 들려온다.
………….
방에서 나와 복도를 걸어가자, 거실의 테이블 위에 무언가가 잔뜩 올려져있었다.
“뭐야 이거…….”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것은 몹시도 호화로운 요리들이었다.
엄청 큰 치킨 같은 거라든지 스프라든지, 그리고 생선을 조린 듯한 것도 있다.
전부 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들뿐이다. 당연히 어떤 맛일지도 알 수 없다.
“흥흥흐흐-응♪”
바 카운터 안쪽에서 콧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저 녀석……!”
나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뛰어 들어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아, 마스터. 좋은 아침이에요.”
“………….”
그곳에는……. 기묘한 물체가 서있었다.
전라에 귀여운 에이프런, 가스마스크와 장갑.
부끄러운 듯이 몸을 비비꼬면서, 엉덩이를 몽땅 드러내고 식탈을 들고 있는 변태가 부엌에 있습니다.
“이제 곧 아침식사 준비가 끝나니까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
“어제는 잘 주무셨어요? 방이 반짝반짝했죠? 마스터가 주무시는 동안에 청소도 끝내놨어요♪”
“…………너 말야.”
“네에, 무슨 일이세요 마스터.”
“……바보냐!!!”
“아얏!!!”
차마 두 눈 다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에 경악한 나는, 그만 클리어에게 돌려차기를 날리고 말았다.
클리어가 턱을 걷어차이고 휙 날아가, 바닥에 쓰러져 훌쩍훌쩍 울기 시작한다.
“너, 너무해. 마스터를 위해서 성심성의껏 노력했는데.”
“노력하는 방향이 이상하잖아!”
“하지만 남자의 로망은 직접 만든 요리랑 알몸 에이프런이라고 하잖습니까. 그래서 마스터가 기뻐하실 거라 생각하고.”
“대체 얼마나 한 쪽으로 치우친 지식인 거냐고! 어쨌든 그 에이프런 벗고 옷 갈아입고 와!”
“우우, 네.”
클리어가 쿨쩍쿨쩍 울면서 일어서서, 한심스러운 에이프런 차림으로 바 카운터에서 나온다.
사내 녀석의 적나라한 엉덩이가 눈앞에…….
“정말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괴상한 짓을 하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말 그대로 “머리는 숨기고 엉덩이는 숨기지 않는다”로군.’
*머리는 숨기고 엉덩이는 숨기지 않는다: 나쁜 행실을 숨기려 했지만 전부 다는 숨기지 못한 꼴을 조롱하는 일본 속담.
“……그러네, 확실히…….”
방으로 들어가는 클리어를 본체만체하고, 나는 한숨을 내쉬고 소파에 앉았다.
눈앞의 테이블에는, 아침식사치고는 지나치게 호화스러운 메뉴가 늘어서있다.
……꽤 잘 만들었네. 평범하게 맛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음식들을 만든 건, 저 녀석이란 말이지…….
겉보기는 그럴싸해도 맛까지 괜찮을지는 모르는 일이고, 어쩌면 4차원의 맛일지도…….
……배고프다.
냄새 때문에 공복감이 한 층 더 심해졌던 나는, 쭈뼛쭈뼛 포크로 손을 뻗었다.
치킨 비슷하게 보이는 고기 쪼가리를 찍어서, 각오를 굳히고……, 입으로 나른다.
“……맛있어.”
“그렇죠?”
“우왓!”
눈앞에 갑자기 가스마스크가 나타나, 몸이 뒤로 넘어간다.
위험해, 포크로 찌를 뻔했다…….
“깜짝 놀랐네……. 놀래지 좀 마.”
“죄송합니다. 그래도 제대로 옷을 갈아입고 왔습니다.”
“이거, 전부 네가 만든 거지?”
“네.”
“그래…….”
“맛있었나요? 맛있었죠? 지금 그렇게 말하셨으니까.”
“뭐어……, 그래. 맛있어.”
“아아 다행이다! 마스터를 위해 노력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클리어가 양손을 모으고 꺅꺅거린다.
“청소도 그렇지만, 요리 같은 거 어디서 배운 거야?”
“배운 것과 독학한 것 반반입니다. 할아버지의 시중을 들어드렸으니까요.”
“아아, 그래. 근데 이 음식 재료들은 어디서 난 거야?”
“슈퍼 같은 곳에 갔더니 공짜로 얻었어요.”
“얻었다고?”
“네. 이곳에 머물고 있는 사람은 모두 자유롭게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헤에……. 과연 모든 인류의 행복을 목표로 하는 토우에 님이시네.”
클리어와 이야기를 하며, 나는 공복을 이기지 못하고 테이블 위의 음식들을 차례로 입 안에 집어넣었다.
“그쪽의 콘스프는 제가 만들었지만 자신 있게 추천해드릴 수 있어요. 크림이랑 콘이 잔뜩 들어갔습니다.”
“……응, 맛있어.”
“그리고 이 오믈렛, 꽤나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어떠세요?”
“……맛있어.”
“다행이다아~.”
“근데 이렇게 우아하게 아침 식사할 때가 아니라고!!”
“와앗! 마스터 위험해!”
“……아, 미안.”
내가 자리에서 갑자기 일어나는 바람에 테이블이 뒤집어질 뻔한다.
위험해, 아침 식사가 맛있어서 그만 말려들고 말았다고…….
“그런데 마스터.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저희들은 이제부터 오벌 타워를 목표로 하게 되는 건가요?”
“아직 그렇게 결정된 건 아니지만, 만약을 위해서 타워도 이래저래 조사를 해두는 편이 좋겠지.”
“그렇다면 나중에 타워 쪽에 가보지 않으시겠어요? 정보 수집은 중요하니까 말이에요.”
“아아.”
팬케이크 위에 올려진 딸기를 손으로 집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은 처음부터 그럴 작정이었다.
“좋아, 그럼 준비 끝나면 나가자고.”
“네. 아, 설거지는 제가 할 테니까.”
“아냐, 나도 먹었으니까 도와줄게.”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여.보.”
“………….”
“아얏! 너, 너무해요 마스터!”
……그렇게 우당탕 소란을 피우며, 우리들은 아침 식사의 뒷정리를 끝내고 채비를 한 후에 글리터에서 나왔다.
이곳에 오고서 하룻밤이 지났는데도, 줄곧 밤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든다.
플라티나 제일은 항상 밤이니까 당연한 거라고 말한다면 그렇겠지만, 이렇게 영영 날이 밝지 않을 걸 생각하면 조금 무섭다.
이곳의 고객들은 그런 것이 신경 쓰이지 않는 걸까.
위화감을 떨쳐내지 못한 채로, 나는 초대장의 지도에 의지하여 클리어와 함께 메인스트리트를 걸었다.
오벌 타워가 꽤나 가까워진 지점에서, 클리어가 내 옷을 잡아당겼다.
“마스터. 이야기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뭐야.”
“실은 말이죠.”
클리어가 짐짓 무게를 잡는 듯이 작은 소리로 말을 하며, 내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댔다.
“저, 누가 타워로 들어갈 방법을 알고 있을지 짚이는 데가 있어요.”
“정말이야?”
“네. 그것도 지금, 바로 가까이에 있습니다.”
“어떻게 안 거야? 아니 그런 건 어디서…….”
“쉿.”
장갑이 끼워진 검지가 내 입술에 닿는다.
“지금, 뒤에 있습니다. 곧바로 알았습니다. 저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네. 그럼 지금부터 물어보겠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클리어는 뒤를 휙 돌아봤다.
그곳에 있던 것은…….
“!!”
“경찰 아저씨------, 으우우웁!”
“바보!!!”
나는 클리어의 가스마스크를 뒤쪽에서 붙잡고, 억지로 질질 끌어서 이동했다.
“너무해 마스터! 어째서 말리신 거예요!”
“어째서고 나발이고! 저거 경비원이잖아!”
클리어가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머리위로 물음표를 떠올린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보통 잘 모르는 게 있으면 경찰 아저씨한테 물어보라고 하지 않나요? 타워에 대해서도 반드시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너 말야, 이제부터 뭘 하려고 하는지 알고 있는 거야!?”
“우리들, 구 주민구에서 테러리스트 취급받았잖아! 위험하다고! 눈에 띄는 행동은 자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아니 절대로 금지!”
“아, 그랬네요. 테러리스트.”
클리어가 손뼉을 짝 친다.
“진짜 제발 생각이란 걸 좀 해줘라…….”
“그럼 저 사람은 어떨까요? 뭔가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에?”
다른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클리어가 걷기 시작한다.
“잠, 어이!”
“저기-, 잠깐 실례합니다---!”
클리어가 향해가는 쪽에 있는 인물을 보고, 나는 또 뒤로 자빠질 뻔했다.
저건…….
어디로 어떻게 봐도 뺨에 흉터가 있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잖아……!
“잠깐 클리어!”
“실례합니다---!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마---안!!”
“아아?”
“뭐야?”
전혀 분위기 파악이 안 된 클리어의 목소리에 그 패거리들이 반응한다. 위험하다, 곤란하다. 막지 않으면……!
내가 당황하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클리어는 불량배들이 있는 바로 근처까지 가버리고 말았다.
“저 타워에 들어가고 싶습니다만, 뭔가 방법이 없을까요?”
“타워? 어이, 남한테 뭘 물어볼 때는 먼저 예의라는 걸 차려야할 텐데.”
“예의? 인사 말씀입니까?”
“지금 장난하나? 돈 있으면 이리 내.”
“돈? 그런, 지금 막 만났을 뿐인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줄 돈은 없습니다.”
“하아아?”
“꽤나 건방진 소리를 잘도 지껄이는군.”
“바보……! 클리어!”
불량배들 가운데 하나가 이마에 핏대를 세우고, 갑자기 팔을 들어올렸다.
“클리어!”
맞는다……!
……라고 생각한 순간.
“폭력은 안 됩니다----!!!”
“으갹!”
“에!?”
클리어가 양손을 붕붕 휘둘러, 남자의 얼굴에 명중시켰다. 얻어맞은 남자가 쓰러진다.
“너 이 자식, 무슨 짓거리야!”
“폭력을 써서는 안 됩니다!”
“클리어!”
“어이, 뭐하고 있나.”
불량배들의 뒤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고,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안경을 쓴 남자가 느긋하게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이 녀석들이…….”
안경 쓴 남자는 클리어가 날려버린 남자를 한 번 흘낏 보고서는 우리들을 보았다.
“이 짓 한 거, 어느 쪽이야.”
“가스마스크 쪽입니다.”
“아, 그래. 이 녀석, 우리 조직의 멤버인데. 이런 일 당하는 건 좀 곤란하지.”
“먼저 손을 올린 건 그쪽이라고요.”
“………….”
“클리어, 넌 이제 말하지 마. ……죄송합니다, 조금 이래저래 착오가 생겨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나는 클리어의 팔을 끌어당기고, 야쿠자들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그렇지만, 역시라고 할까 뭐랄까……. 이미 때는 늦은 것 같다.
“죄송합니다로 끝나면 좋겠는데 말야. 나도 가능하면 그러고 싶지만.”
“……윽.”
안경 쓴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와서, 갑자기 나를 들이 밀쳤다. 중심을 잃고 클리어와 부딪친다.
“마스터! 괜찮으십니까?”
“아아, 괜찮아.”
“마스터? 바 주인이냐고. 까부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하는 거잖아? 너희들.”
안경 쓴 남자가 코웃음을 치자, 클리어는 안경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한 발 앞으로 나갔다.
“클리어, ……?”
뭐지? 이 느낌…….
평소와는 다른 공기가 클리어의 주위를 감싸고 있다.
“………….”
“마스터에게 손을 대는 녀석은 용서 안 해.”
“하아? 뭐라는 거야?”
“용서 안 한다고 했어.”
“시끄럽네, 이 녀서…….”
“끄악!!”
갑자기, 클리어가 눈앞의 불량배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것만으로도 놀랄 노 자인데……. 얼마나 힘을 줘서 때린 건지, 불량배의 몸은 꽤 엄청난 기세로 날아갔다.
클리어가 뒤로 휙 돌아, 안경 쓴 남자에게 얼굴을 돌린다.
“마스터에게 손을 올린 건 너다. 그러니까 나는 너를 용서하지 않는다.”
“…………윽.”
그때까지 여유를 내보였던 안경 쓴 남자가 얼굴을 찌푸렸다. 클리어에게 다가가, 멱살을 움켜잡는다.
“너, 너무 눈에 뵈는 거 없이 까불어대지…….”
“크헉!”
“마스터에게 사과해라.”
“너 이 녀석……!”
“사과하라고.”
“윽, 큭!”
“클리어, 그만해!”
“빨리.”
“……큭, 누가……!”
“크헉, 큭!”
“클리어!!”
이대로라면 죽이고 만다……!
나는 클리어의 어깨를 세게 잡아끌었다.
“클리어, 이제 그만해!”
“하지만 마스터. 이 녀석들은 마스터를.”
“괜찮으니까! ……내 말 들어, 알겠어? 이제 그만하는 거야.”
“…………, 네.”
가까스로 클리어에게서 살기가 사라지고, 그 등이 기운 없이 구부정해진다.
“으으……, 윽.”
주위를 둘러보니, 방금 전까지 거들먹거리며 으름장을 놓았던 야쿠자들이 모두 쓰러져서 신음하고 있었다.
역시 이건 좀 과했다…….
아니, 왜 이런 지경이 된 거야…….
내 눈에는 클리어가 갑자기 폭발한 것처럼 보였지만…….
……어쨌든, 빨리 여기를 뜨는 편이 좋겠지.
“가자.”
“네.”
나는 클리어를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글리터로 돌아갔다.
“너 말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잖아.”
“에에~ 그치만~.”
“그치만이 아냐!”
“그렇게 말씀하셔도~.”
글리터로 돌아온 후, 나는 클리어와 2층의 소파에서 방금 전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로서는 진지하게 설교를 할 생각이었지만, 클리어가 시도 때도 없이 ‘그치만’이라든지 ‘그래도’ 따위의 말을 해대니 뚜껑이 열릴 지경이었다.
[ 단단히 타이른다 ]
[ 클리어의 말도 듣는다 ] → 선택
“뭐, 그쪽도 꽤 질이 안 좋은 느낌이었으니까 말야. 네 기분이 이해 안 가는 것도 아니지만.”
“저, 마스터가 상처 입는 것만큼은 정말로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상처를 입는 건 별로 상관없지만, 마스터만은 안 됩니다.”
“그래도 그건 네 행동이 과했어. 너, 이성을 잃은 건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도 묘하게 무서운 느낌이었고.”
“그랬나요?”
“그래. 그 안경 쓴 녀석도 쉬지도 않고 발로 차대고. 진짜 죽여 버리는 거 아닐까 싶어서 조마조마했다고.”
“죄송합니다. 정말로 죽일 생각은 아니었습니다만.”
“어쨌든 남의 눈에 띄는 건 위험하니까. 토우에가 있는 곳까지 가기 전에 녀석 눈에 찍혀버리면 끝이잖아.”
“네.”
“나도 약간 얻어맞는 것 정도라면 전혀 문제없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서, 너도 주의하라고.”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크나큰 폐를 끼치고 말아서,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클리어가 풀이 죽어서 어깨를 완전히 축 늘어뜨리고 있다.
그 모습이 꾸지람을 들은 개 같아서 조금 가여운 마음이 들어, 나는 클리어의 머리를 가볍게 툭툭 쓰다듬었다.
“뭐, 알아들었으면 됐으니까. 너무 울적해하지 말라고.”
“네, 감사합니다.”
“응.”
“아, 마스터!”
클리어가 갑자기 크게 소리를 치는 바람에, 나는 놀라서 움찔했다.
“뭐야 갑자기.”
“중대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창밖을 봐주세요!”
클리어의 말대로,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딱히 이상한 점은 없다.
“창밖이 어쨌다는 거야?”
“네! 밤입니다!”
“여기는 계속 밤인데.”
“아뇨, 시간적인 의미입니다.”
“그래서, 저는 슬슬 자려고 합니다.”
“에?”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할 말만 쏙 하고, 클리어는 소파의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대고는 배 위에 깍지 낀 양손을 올려놓았다.
“……어이.”
“새근새근.”
………….
……아주 조금 냅다 후려갈기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실은 마스크 아래로 히죽히죽 웃고 있거나 하진 않겠지.
진짜 자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어깨를 흔들어본다.
“음냐음냐.”
………….
이 녀석, 절대로 안 자고 있는 거겠지.
어떤 얼굴로 음냐음냐 따위 말하고 있는 거냐고.
나는 가벼운 복수를 할 생각으로 가스마스크로 손을 뻗었다.
“!”
가스마스크에 손이 닿기 직전, 클리어가 내 손을 붙잡았다.
“………….”
“마스터, 왜 그러시죠?”
“……뭐야. 역시 안 자고 있었던 거야?”
“아뇨, 자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마스터의 기척이 느껴져서요.”
클리어의 반응에 조금 김이 샌다. 자는 척이었다고 해도 너무 빠르잖아…….
“마스터, 이 마스크 아래의 얼굴이 보고 싶으신 건가요?”
“에? ……뭐어, 그건 말야. 감춰져있는 건 그 안에 뭐가 있을지 신경이 쓰이는 법이잖아. 그치만 절대로 싫다면 꼭 보여주지 않아도 돼.”
“아뇨, 괜찮습니다. 그보다도 마스터가 보고 싶으시다면 보여드리죠.”
클리어는 내 손을 놓고는 벌떡 일어나, 한 손을 마스크의 가장자리에 댔다.
설마……. 진짜로 보여주는 건가?
나는 조금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클리어의 마스크를 바라보았다.
클리어의 손가락에 잔뜩 힘이 들어간다.
“짜자-안!”
“………….”
마스크 아래에 감춰져있던 것은…….
찹쌀떡처럼 새하얗고…….
아랫볼이 좀 볼록한 느낌의…….
오카메의 얼굴이었다.
*오카메(お亀): 코가 낮고 뺨이 둥글게 튀어나온 여성의 얼굴, 또는 그 가면. 뺨이 튀어나온 형태가 항아리(瓶, 카메)와 비슷하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다. 가면의 경우는 민간 신사에서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쓰이기도 한다.
그것보단 오카메 가면이다.
클리어의 맨얼굴은 오카메였던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이 녀석, 마스크 아래에 탈 같은 걸 쓰고 있었던 건가!
꽤나 진지하게 기대를 했던 만큼, 맥이 빠지는 차원을 넘어서 분노에 불이 붙는다.
“너 말야, 농담도 적당히 좀 하라고!”
내가 소리를 치자, 클리어는 다시 가스마스크를 쓰고는 소파 위에 털썩 쓰러졌다.
방금 전 잠을 자던 때와 완전히 똑같은 자세를 취한다.
“새근새근.”
………….
………………이 녀석!
발로 한 대 확 차줄까 싶었지만, 어쩐지 모든 게 다 가열하게 바보 같아졌다.
이딴 일에 체력과 기력을 쓰는 건 에너지 낭비 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나도 자자.”
클리어를 그냥 내팽개쳐놓고, 나는 침실로 들어가 침대 위로 쓰러졌다.
말 그대로, 전도다난이다.
저런 녀석이랑 같이 행동해서, 앞으로 정말 괜찮은 걸까.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알 수 없는 사이에 야쿠자의 원한도 사버리고…….
토우에가 있는 곳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도, 이래서는 중간에 바보짓을 저질러서 다 글러먹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다기보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
“난이도가 너무 높잖아…….”
우울하게 클리어와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하며,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