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 초고입니다.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발견하시면 아낌없이 지적해주세요.
※ 윈도우7의 말썽으로, 중간에 제 컴퓨터에서는 대사가 뜨지 않아서 임의로 ☆ 표시를 해둔 부분이 약간량 존재합니다. 이 부분에 어떤 대사들이 등장하는지 제보해주신다면 즉시 추가하고 수정하겠습니다.
다음날은 『암동』 축제 첫날이어선지, 아침부터 시끌벅적했다.
창을 닫고 있어도 음악 소리와 고양이들의 웅성거림이 안으로 들어올 듯한 상태라, 코노에는 끊임없이 귀를 사방팔방으로 세우고 낌새를 살피고 있었다.
이렇게 소란스러운 것은 처음이라, 아무래도 진정되지 않는 것이다.
침대에 걸터앉아 팔의 털다듬기를 하며, 그만 꼬리를 몇 번이고 흔들고 만다.
그러다가 갑자기, 꼬리에 강한 충격을 느끼고 펄쩍 뛰어오를 뻔했다.
「--으윽!!」
「시골뜨기로군. 움직임이」
냉랭한 목소리와 눈빛이 동시에 쏟아진다.
그러나,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라이의 발이, 꼬리의 꺾어진 부분에 보기 좋게 얹혀 있었다.
소리를 낼 수 없는 아픔에 목을 낮게 울리며, 뒤를 돌아봄과 동시에 라이를 노려본다.
「이거 치워」
「흥」
입 꼬리를 끌어올리고, 라이가 발을 치운다.
그 즉시 꼬리를 들어올리고, 코노에는 라이를 노려보며 꼬리의 욱신대는 부분을 핥았다.
아침 댓바람부터 기분이 언짢아졌지만, 축제에 대한 채 억누를 수 없는 호기심으로 흘러넘치는 마음은 희미하게 흥분되어 있었다.
몸차림을 가다듬고 아사토의 방을 찾아가, 세 마리가 함께 아래층으로 향한다.
그러나, 대합실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을 때, 코노에는 엉겁결에 발을 멈추고 굳어버리고 말았다.
──뭐지, 이건.
그곳에는
괴상한 가면과 의상을 몸에 걸친,
수상한 고양이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이상해」
아사토도 똑같이, 뺨을 뻣뻣하게 굳히고 있다.
「……이게, 『암동』의 겉치장인 거야?」
「가장(假裝)이잖아」
라이는 별로 놀란 기색도 없이, 선선한 눈초리로 대합실을 바라보고 있다.
축제라고 하면 화려한 것이 상상되지만, 전혀 다르다.
어느쪽이냐 하면 주술사와도 같은 차림이다.
그런 고양이들이 소리 높여 웃으며 서성거리고 있는 모습은, 괴이했다.
「그런 데 멈춰 서서 뭐 하는 거야. 내려오라고」
느긋하고 굵은 목소리가 들려서 시선을 돌리자, 가장을 한 고양이들에 뒤섞여 바르도가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칫」
라이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서 혀를 찬다.
계단을 내려가 대합실로 들어가자, 가장을 한 고양이들을 바로 가까이에서 보게 되어서, 코노에는 점점 더 긴장하게 되었다.
무언가 묘한 박력이 있다.
「잠자기는 어땠어. 잘 잤나. 오늘은 『암동』 1일째다. 흥분의 도가니라고」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태평스러운 걸음걸이로 바르도가 코노에를 향해 다가왔다.
라이는 완전히 얼굴을 돌리고 있다.
「……엄청난 모습이네, 모두」
「전통이라는 거다. 란센이 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쭉 이어지고 있지. 『두 지팡이』도 비슷한 걸 자주 했던 것 같군. ……응?」
도중에 말을 멈추고, 바르도가 아사토를 보았다.
「아아, 네가 세 마리짼가」
「…………」
타자와의 접촉을 싫어하는 아사토는 턱을 당기고, 경계하고 있다.
「나는 이 여관을 운영하고 있는 바르도다」
「……아사토다」
「아사토. 너, 대체 언제 들어온 거야? 어제 오늘 나는 계속 접수처에 있었지만, 내가 아는 한 본 기억이 없는데……」
약간 내빼는 아사토의 태도도 신경쓰지 않고, 바르도는 고개를 기울이고 비스듬하게 시선을 던진다.
「창문이다」
「……창문?」
「창문이다」
「……창문으로 들어왔다고?」
「들어왔어」
「……아, 그래」
바르도는 순간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지만, 태연하게 잘라 말하는 아사토에게 눌린 건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굴을 당겼다.
「뭐, 상관 없지. 축제 때는 이것저것 안 가리고 노는 법이니. ……그러니까, 당신들도 가장, 해보지 않을래」
질문을 받고, 말문이 막힌다.
가능하면 거절하고픈 참이었다.
「……절대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건가」
「아니. 그냥 우리집에서 의상을 빌려주니까 말야. 물어본 것 뿐이야」
「모처럼 만이니까 축제에 융화되어 보는 것도 즐거울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때」
즐거울 거라고 말하는 것에 비해서는, 어찌 되든 상관 없는 듯한 어조다.
코노에는 무의식적으로 라이와 아사토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사토는 소란스러움에 피로해진 것인지, 눈이 멍해졌다.
라이는 어떠하나면 말할 것도 없이, 엉뚱한 쪽을 향하고 있었다.
「……모처럼만이지만」
「그런가. 뭐 마음이 내키면 적당히 얘기해 줘. 그리고, 큰길 쪽에도 나가보는 게 좋을 거야. 가장은 란센 축제의 명물이기도 하니까 말야, 이것저것 볼 수 있어. 즐기고 오라고」
「아아」
바르도가 휙 하고 한쪽 손을 올리고, 긴 꼬리를 휘날리며 접수처 안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가까스로 숙적이 사라졌다는 듯이, 라이가 짧게 한숨을 쉰다.
「……코노에」
부르는 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아사토가 곤혹이라고도 짜증이라고도 할 수 있는 표정으로, 미미하게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큰길로 가는 거야?」
「일단, 그럴 생각이야. ……아사토는 어떻게 할래?」
「……따라갈래」
아마도, 거리의 혼잡함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진절머리가 나는 것이겠지.
기분이 언짢은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목소리가 낮다.
라이가 몇 번째인지 알 수 없는 한숨을 내쉬고, 현관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어이」
「뭐야」
「넌 어떻게 할 거야, 이다음에」
코노에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라이는 여관을 나간다. 코노에도 반사적으로 뒤를 쫓는다.
현관에서 나온 순간, 코노에는 일시에 털을 곤두세웠다.
여관 안에 있을 때는 멀게 느껴졌던 음악과 웅성거림이, 거친 파도처럼 밀려들어 왔다.
마치 둑을 무너뜨리고 넘쳐 흐르는 탁류 같다.
생생하게 살갗에 부딪치는 열광과 흥분.
위 부근에 부유감을 느낀 것은, 점점 더 흥분되고 있다는 증거다.
꿀꺽 하고 숨을 삼킨다.
확실히 바르도가 말한 대로, 여기저기에 별난 가장을 한 고양이가 있었다.
단체도 있다.
어느 것도 겨울 축제에 걸맞는 어두운 색채로, 사악하다고 할 만한 것까지 있다.
음악도, 명랑하다기보다는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축제 그 자체에도 놀랐지만, 코노에가 무엇보다도 압도당했던 것은, 축제가 고양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었다.
평소엔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고, 거리에 넘쳐날 뿐인 고양이들이, 지금만큼은 각자가 명확한 열을 지니고, 한편으로는 단결하고도 있다.
파열할 것처럼 부푼 환희의 감정이 한 다발이 되어, 코노에의 공감의 문을 두드린다.
자제하고 있어도, 좋든 싫든 간에 감화된다.
분노나 슬픔 이외에, 이 정도로 강하게 공감을 받은 것은 처음인지도 모른다.
꼬리의 밑동이, 부들부들 떨렸다.
거리의 성황에 시선을 뺏기고 있는 동안에, 라이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을 깨닫는다.
시선으로 찾는다.
──없다.
아사토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주변은 완전히 축제를 즐기는 고양이들로 메워져 있다.
아무래도, 또 홀로 떨어진 것 같다.
초조함과 함께 맹렬한 자기혐오에 내몰려, 코노에는 내심 혀를 찼다.
어쩐지 자신은 예전부터 이런 점이 있었다.
고양이 주제에, 방향감각이 둔한 것이다.
여관 쪽으로 돌아가려 하니, 고양이의 무리가 크게 움직였다.
퍼레이드라도 있는 것인지, 길의 한 복판을 트려 하고 있다.
멈추는 일이 없는 고양이의 물결 앞에서는, 코노에 정도의 체격으로는 거스를 수 없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여관과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게 되어버렸다.
반은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마음으로, 그럼에도 라이나 아사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뒷골목 쪽으로 가까이 갔을 때였다.
「……!?」
등 뒤에서 뻗어 온 손에, 입이 틀어막혔다.
라이와 아사토를 찾는 일에 집중하고 있던 탓도 있었지만,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떼어내려 해도, 가부를 묻지 않는 힘에 끌려간다.
어깨 너머로 돌아보니 골목의 어둠이 보였다.
축제에 들뜬 고양이들은, 길가의 작은 다툼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뒷골목의 중간 정도까지 끌려들어가니, 갑자기 손이 떨어졌다.
그 자리에서 돌아보고, 검의 자루에 손을 올리고 낮게 으르렁거린다.
란센에 처음으로 왔던 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또 천박한 치한 나부랭이인가 하는 생각에, 매섭게 쏘아본 시선의 끝──멈추어 서 있는 모습에, 심장이 멎을 뻔했다.
그런, 터무니없는.
「여어, 쉽게 느끼는 아기고양이」
「…………」
대담하게 싱긋 웃는, 그 머리 부분에 돋아나 있는 것은──뿔이다.
네 개의 바위가 있는 공터에서, 확실히 리크스에게 소멸당했을 터인 악마…… 베르그가, 눈앞에 서 있었다.
순간, 꿈이나 환상은 아닌가 하고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꿈이 아니다」
코노에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대답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골목의 어둠에 몇 개의 기운이 흔들리고, 이윽고 물 위로 떠오르듯이 라젤, 프라우드, 카르츠의 모습이 나타난다.
「……, ……너희들……」
코노에는 깜짝 놀라,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이것도 설마, 리크스의 음모인 건가……?
그러나, 그런 의심을 프라우드가 웃어넘겨버린다.
「아하하, 놀란 것 같네. 그때, 우리들이 리크스에게 소멸당했다고 생각했겠지? 분명히 소멸당했어. 힘은 말이야」
「……힘?」
「주된 마력의 대부분을 빼앗겼다. 지금은, 본래의 삼 분의 일 정도 밖엔 사용할 수 없어」
「악마의 위엄이고 뭐고 엉망진창이라고. 그 빌어먹을 마술사 자식」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눈을 깜박이는 것도 잊고, 코노에는 정지해버린 사고를 필사적으로 움직이려 한다.
움직인 결과, 입술에서 흘러나온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었다.
「……거짓말이다」
「하아?」
베르그가 일부러 그러는 듯이 눈썹을 찌푸리고, 상체를 굽히고는 얼굴을 바싹 붙여 왔다.
「거짓말이라니 뭐야, 에-?」
「……리크스의 함정인 거 아니야?」
「어이어이」
구부리고 있던 몸을 일으키고서, 베르그는 이마에 손을 얹고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역시 신으로 숭상하는 만큼 너희 고양이들은 『두 지팡이』를 꼭 닮았군.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선악을 단정짓고, 언제든 자기들은 피해자인 척이야. 그런 주제에, 태연한 얼굴로 거짓말을 하지」
「험한 일을 당해왔으니, 어쩔 수 없겠지. 갑자기 믿으라고 하는 쪽이 무리다」
「헷. 참 다정하시네- 카르츠 님은 말야-」
카르츠와 베르그가 서로 노려보고, 프라우드가 양 손을 어깨 위치까지 들어올리고서 성대하게 한숨을 쉰다.
「그만 두라고, 둘 다. 아기고양이가 무서워하고 있잖아」
「시끄러-. 애초에 말야, 원래 난 너희들이랑 한통속이 될 생각은 전혀……」
그때, 라젤이 조용히 손을 내밀어, 베르그의 말을 제지했다.
베르그는 불만스럽게 혀를 찼지만, 이내 얼굴을 돌리고 입을 다물었다.
라젤이 다시 코노에 쪽을 향하고는, 몸을 숙이고 코노에의 얼굴을 가까이서 들여다보았다.
윤기가 도는 색채의 눈동자에 온몸이 꿰뚫려,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놀랐겠지. 뭔가 묻고 싶은 것은, 없나」
차분한 저음이 대답을 재촉해 와, 정지하고 있던 사고가 다시금 회전하기 시작한다.
검의 자루에 손을 올리고 방어 자세를 풀지 않은 채로, 코노에는 턱을 당기고 악마들을 노려보았다.
손바닥에, 땀이 스민다.
등 뒤는 절벽──그런 기분이었다.
「……리크스의 함정이 아니라면, 어째서 너희들은 사라지지 않은 거지」
「힘만을 원했던 거겠지, 우리들의」
「애당초, 우리들은 리크스와 사이가 좋은 게 아니라고」
「……에?」
무심코 되묻고 말았다.
「이해관계의 일치로, 일시적으로 손을 잡고 있었을 뿐이다. 의리도 무엇도 없어」
「그래도, 그렇다면……」
더욱더, 없애지 않고 내버려 둔 이유를 알 수 없어진다.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있던 프라우드가, 천천히 입술을 웃는 모양으로 끌어올린다.
「단, 우리들이 살아있으면, 리크스에겐 이득이 되려나」
「……무슨 말이야」
「이런 거라고」
「……!?」
베르그의 팔이 뻗어 와, 억지로 끌어당겨졌다.
순간적으로 검을 빼들고, 베르그의 목에 들이민다.
「……이거 놔」
「싫은데」
칼날이 목에 밀어붙여저도 전혀 개의치 않고, 베르그는 코노에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었다.
혀가, 귀를 낼름 핥는다.
「……읏!」
「오- 오-, 민감하네」
「흐-응. 혼자 선수 치는 건 좋지 않다고」
「예 예」
곧바로 몸을 끌어안고 있던 팔의 힘이 약해져, 코노에는 베르그를 뿌리쳐내듯이 재빨리 비켜섰다.
가라앉았던 경계심이 일시에 팽창해, 검을 빼들고 낮게 으르렁댄다.
귀에 남은 젖은 감촉이 불쾌해서, 손등으로 몇 번이고 문질렀다.
「화났어, 화났어」
「요컨대, 우리들은 원래 너를 노리고 있었어」
「…………」
──노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이전에도, 베르그는 자신을 「사냥감」이라고 말했었다.
카르츠가 눈썹을 찡그리고, 마지못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너는 우리들에게 있어선, 말하자면 『식량』같은 존재다. 먹으면, 힘이 되지」
「식량? 어째서, 내가」
「우리들은 감정을 관장한다. 우리들로서는, 감정의 고조가 강한 혼을 먹으면 극상의 힘을 얻지. 드물게, 그런 혼을 지닌 자가 나타난다」
감정의 고조가 강한 혼──
자연스레, 공감작용이 떠오른다.
「전부터 그런 녀석이 나타날 때는, 서로 차지하려고 싸웠었지. 근데, 이번에는 리크스가 직접 제안을 해온 거야. 최고급의 밥을 먹을 수 있다, 고 말야. 불러들여진 거라고」
「리크스가……」
어째서지.
그렇다면 마치, 이전부터 리크스가 자신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아진다.
코노에의 안에서, 시커먼 의문이 소용돌이쳤다.
「리크스는 아무래도 네가…… 눈엣가시인 것 같네. 우리들이 너를 먹어치웠으면 했던 거야. 그래서, 맞서 싸웠다는 거」
「네 안으로 들어간 뱀은, 우리들의 분신. 몸에 나타났던 반점은, 우리들의 표식이다」
깜짝 놀라 팔로 시선을 떨어트린다.
지금은 말끔하게 없어져버린 검은 반점은, 악마들이 태어난 장소──네 개의 바위에 새겨진 것과, 똑같았다.
「자신이 관장하는 감정 안에, 네 혼을 빠져들게 하는 녀석이 이기는 거였어. 전원, 보기 좋게 패했지만 말이지」
「아무래도, 너는 리크스나 우리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한 혼의 소유자였던 것 같아」
프라우드가 익살스러운 장단으로 어깨를 움츠리고, 입술을 ㅅ자로 구부렸다.
그러나, 그렇다면…… 코노에는 얼굴을 든다.
「귀와 꼬리가 검게 된 것도, 너희들 때문인 건가」
「그건 아니야. 다만, 우리들의 소행에 의해 네 몸이 반응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 탓으로 전설의 저주랑 일치돼버렸단 건가? 예언이라는 거잖아? 어쩌면 너, 뭔가 있는 건지도 말야」
베르그가 즐거운 듯이 히죽히죽 웃는다.
「어쨌든, 우리들은 너에게 져서, 너를 타락시키겠다는 리크스와의 약속도 깼어. 그래서 힘을 빼앗겼지. 이건 물어보지 않은 이야기긴 해도 말야.
……그래서, 인 거야. 힘을 잃어버린 지금, 너라는 존재가, 우리들에게는 더욱더 맛있게 보이는 거지만」
자신이 먹힌다니 그게 될 말인가.
코노에는 전신에 투지를 가득 채우고, 으르렁대며 이빨을 드러냈다.
「그렇게 경계하지 말라고. 지금은 아직, 임시 휴전 상태야」
「……휴전?」
「네 혼은 하나 밖에 없다. 누가 빼앗을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힘이 없는 이상, 널 먹을 방법은 머리부터 통째로 베어 먹는 것밖엔 없어. 그러니까, 누가 먼저 손 쓰지 않도록, 전원이 널 포위하기로 결정한 거야」
「…………, ……뭐?」
전원이, 포위한다?
곧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코노에는 잠시 멍하니 눈앞에 있는 악마들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을 맴도는 말이, 조금씩 스며들어 온다.
동시에, 맹렬한 분노에 내몰렸다.
「그렇게 하면, 서로에 대해서도, 너에 대해서도 망을 보는 게 가능하지」
「잠깐 기다리라고, 난 너희들에게 먹힐 생각 따위 없어」
「사냥감의 의지 따위 상관 없어. 이쪽도 사느냐 죽느냐의 중대 문제라고」
「……윽」
「뭐, 그렇게 열 내지 말아줘. 그 전에……」
「어이……!」
「코노에!」
프라우드의 말을 막고, 등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난입해 왔다.
돌아본다.
큰길에 면한 골목길의 입구에, 굳어진 표정의 라이와 아사토가 서 있었다.
라이는 곧바로 턱을 당기고, 눈동자에 날카로운 빛을 깃들이고는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장검을 빼들었다.
아사토도 검의 자루를 쥐고, 꺼내들며 뒤를 잇는다.
「아-? 어이어이, 잠깐 기다리라고. 지금 우리들은 이 고양이랑……」
「닥쳐. 그 녀석에게서 떨어져」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너희들, 리크스에게 소멸된 게 아니었던 건가」
「그러니까 그걸 지금, 이 고양이에게 설명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헛소리다. 어차피 리크스의 사주겠지」
「……칫. 정말이지-, 이러니까 고양이는 싫은 거라고. 어이, 꼬마야옹이」
베르그가 짜증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코노에에게로 시선을 내렸다.
「꼬마가 아냐, 코노에다」
「내가 보기엔 어쨌거나 꼬마야. 암튼 그게 아니라고-」
「알겠어?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말야. 거짓말을 하는 건 너희들과 『두 지팡이』의 특성이다」
「우리들은 말야, 거짓말은 하지 않아. 절대로」
「우리들은 욕망에 충실하지. 그것이 설령 악이라고 불리는 것이라 해도, 하고 싶은 때에는 해.
그 대신, 기만하는 일은 하지 않아. 지금 이야기한 건, 모두 진실이야」
「……먹을 생각이잖아, 나를」
「……먹어?」
크게 꼬리를 흔들고, 아사토가 악마들을 노려보며, 낮게 으르렁댄다.
「그 이야기를 하려는데, 도중에 방해를 받은 거라고. 어쨌든, 끝까지 들어주면 좋겠는데 말야」
프라우드가 고개를 갸웃하고, 흘끗 라이 쪽을 보는 것처럼 움직였다.
눈가가 가려져 있는 탓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들을 필요 따위 없어. 헛소리다」
라이는 장검을 가로쥔 채, 지그시 프라우드를 응시하고 있다.
솔직히, 코노에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악마들이 말하고 있는 것이 어디까지 진짜인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자기 자신조차도 믿을 수 없을 듯한 위험한 상태인 것이다.
그래서, 어찌 되든 악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마음도 들었다.
들을 건 듣고, 그래도 신용할 수 없다면 싸우면 된다.
「이야기 해 봐」
라이가 시선을 던져왔지만, 코노에는 억지로 눈치채지 못 한 척 했다.
프라우드가 양 팔을 벌리고서 한쪽 손을 가슴에 대고, 천천히 머리를 숙였다.
「허락해 줘서 영광이야. 그럼, 계속 이야기하지.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들도 리크스를 쓰러뜨리고 싶어. 물론, 빼앗긴 힘을 되찾기 위해서 말이지.
그래서, 말이야. 여기서 한 가지 제안인데……, 모처럼이니까, 손을 잡지 않을래?」
라이의 귀가 움찔 하고 떨린다.
「……무슨 말이냐」
「너희들도 리크스를 쫓을 것이겠지. 이해가 일치하고 있다는 말이다. 일시적 휴전으로, 손을 잡는 쪽이 효율이 높다」
「웃기지 마」
「우리들은 지금, 리크스에게 힘을 빼앗긴 채다. 말하자면 맨손과도 같은 상태다. 만약 싸운다고 한다면, 너희들에게 있어서는 절호의 기회지」
「…………」
라젤의 말에, 라이를 에워싼 공기가 아주 조금 변했다.
그것은 뒤집어 말하면, 맨손의 상대에게 승부를 걸 생각인가, 라고 말하고 있는 것과도 같았다.
싸우는 일에 몸을 담고 있는 자로서…… 특히 라이는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상대가 자신보다도 강하다면 더욱더 그렇다.
라젤이 그것을 꿰뚫어보고서 말한 것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리크스를 쓰러트리고, 힘을 되찾는다. 우리들이 싸우는 것은, 그 후에도 늦지 않아」
「……함정이 아니라는 확증이 없어」
☆
「자자. 진정하라고」
머리카락을 마구 휘저으며 세차게 발을 구르는 베르그를 달래며, 프라우드가 다시 라이 쪽을 향했다.
그 입술이, 슬며시 차가운 미소를 짓는다.
「진중한 건 좋은 거지. 그치만, 어떤 것이든 도를 넘으면 역효과 밖에는 되지 않아」
「너는, ……너야말로, 그 지나치게 진중한 성격. 뭔가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이 들고 마는 걸, 나는」
라이의 꼬리 끝이, 미미하게 흔들린다.
순간, 푸른 눈동자에 어두운 그림자가 스쳤다.
「……무슨 말이 하고 싶지」
「때로는 불 속에 뛰어드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거야. ……뭐, 그건 그렇고. 좋아, 이쯤에서 수치스러움을 참고 한 가지 증거를 보여주지」
프라우드는 베르그 쪽을 돌아보고, 딱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베르그가 죽을 만큼 싫다는 듯한 얼굴을 한다.
☆
「나는 싫다고」
☆
베르그가 돌아본다.
카르츠는 눈을 감고서 얼굴을 돌리고, 라젤은 좌우로 고개를 젓고서 베르그를 향해 턱짓을 했다.
그 동작에 이어, 프라우드가 즐거운 듯이 베르그를 본다.
「……그렇다네」
「……칫. 알았다고. 하면 되잖아」
자포자기한 기색으로 실쭉해진 베르그가 한 발 앞으로 나와, 한쪽 손을 가슴에 댔다.
손가락 끝이 녹아서 융합되는 것처럼, 피부의 표면으로 잠겨든다.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만, 그 사이에도 손가락은 질퍽질퍽 하고 안으로 꿰뚫고 들어가, 몸 속으로 파묻혀 간다.
「……윽」
베르그의 얼굴이 괴로운 듯이 일그러진다.
손은 완전히 가슴 속으로 들어가, 살을 도려내는 듯한 불쾌한 소리를 내며 뽑혀져 나왔다.
손은 피에 젖어있지도 않았지만, 무언가를 움켜쥐고 있었다.
손바닥이 펼쳐져 간다.
금색의 빛을 발하는 구체가, 얹혀 있었다.
……아니, 구체가 아니다.
잘 보니, 타원형으로 일그러진 무언가의 부서진 조각 같았다.
「아-」
「이거, 뭔 것 같아? 알고 있어?」
프라우드가 들뜬 목소리를 낸다.
「우리들의 힘의 근원이다. 정확하게는 구체화시킨 것이지만. 저마다가 가지고 있고, 본래는 구(球)의 형체다」
「힘을 뺏겨서, 모양이 일그러진 건가……」
수정처럼 그것은 투명한 빛을 발하고 있다.
눈을 빼앗길 정도로 예뻤다.
「이런 상태는 말야, 힘이 없습니다~ 하고 증명하는 하는 거랑 비슷하다고. 약점을 드러내고 있는 거랑 똑같아. 이제 됐겠지」
퉁명스럽게 말을 전하고, 베르그는 힘의 근원인 물체를 다시금 가슴 속으로 밀어넣었다.
프라우드가 라이 쪽을 다시 향하고, 팔짱을 낀다.
「이걸로 믿게 되었으려나」
「……맘대로 하라고」
검을 내리고, 라이가 낮게 말을 내뱉었다.
「괜찮은 거야?」
「몰라」
프라우드의 얼굴이, 코노에에게로 향한다.
「너도 그걸로 괜찮은 거지?」
「리크스를 쓰러트릴 때까지는, 나를 먹지 않겠다는 거로군」
「할 수 있다면 머리부터 통째로 삼킨다는 원시적인 방법은 피하고 싶으니까 말야. 게다가, 악마가 뒤죽박죽으로 서로 치고 받고서 순번을 정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모든 건 힘을 되찾고 나서, 야」
악마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그 말을 믿을 것인가 아닌가.
애당초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자체가, 거짓말인 것은 아닐까.
그러나 거기까지 생각하고, 의심덩어리처럼 되어버린 자신 쪽이, 지독히 싫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진위를 가려내는 판단의 기준은 자신의 마음 속에만 있다고, 숲에 사는 그 주술사도 말했다.
이것도 저것도 다 밀쳐내버린다면, 분명 진실도 놓쳐버리고 만다.
한번 더, 자신의 마음 속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들의 말은, 역시 거짓으로는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고, 얼굴을 들었다.
「……알았어」
신중하게 끄덕이자, 프라우드는 입술을 양옆으로 벌렸다.
「거래 성립이다. 리크스를 쓰러트릴 때까지, 우리들도 너를 먹지 않아. 약속하지」
마치 그때까지 줄곧 숨을 멈추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코노에는 깊게 긴 숨을 내쉬었다.
무거운 공기가 빠져나간 가슴에 남은 것은, 분노라고도 억울함이라고도 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저절로, 손이 주먹을 쥔다.
이런 이상한 힘…… 공감의 작용만 없었다면, 표적이 되는 일도 없었다.
이제 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출생을 저주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어째서 리크스는 자신을 알고 있던 것일까…… 악마들을 부추겨온 것일까.
수수께끼는 깊어질 뿐, 뒤로 물러설 리도 없었다.
지금은, 리크스를 쫓는 것만을 생각하자.
다시금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고쳐, 코노에는 다시 악마들을 바라보았다.
힘을 잃었다 하더라도, 본래는 리크스와 견줄 정도의 존재인 것이다.
그런 녀석들과 일시적이라고는 해도, 손을 잡는 일 따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리고 물론, 앞으로의 일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너희들, 이다음엔 어쩔 생각이지」
「야옹이들은, 여관에 묵거나 하는 거지?」
「그런데」
「그럼, 우리들도 거기에 가지 않으면 안되겠군」
「……여관에?」
그만 엄청나게 눈썹을 찌푸리고 되묻고 말았다.
악마가 여관에 묵는 일 따위, 그런 이상한 이야기…… 있을 리가 없다.
카르츠가 작게 한숨을 쉰다.
「눈을 뗄 수는 없으니까 말이지」
「누가 선수 칠지 모르는데다, 어디서 멋대로 죽어버리면 곤란하지. 네가 없어지는 것도 곤란해」
코노에는 곤혹스러운 나머지 라이를 올려보았지만, 차가운 시선이 한번 흘끗 돌아볼 뿐이었다.
「……어떻게 하지」
「몰라. 네가 결정한 일이잖아」
「머리에 뿔이 나있으니까, 속세와는 연이 없는 일상이었으니까 말야. 도시의 여관에 묵는다니, 조금 기대되는 걸. 후후후」
「…………」
정말로 기쁜 듯이 몸을 비비꼬는 프라우드를 보고, 눈이 멍해질 것 같아진다.
뿔이 나있을 뿐, 알맹이는 그 근처에 있는 고양이의 집단과 다르지 않은 듯한 느낌도 들었다.
뿔.
거기서, 문득 깨닫는다.
「우선, 뿔이랑 그 매끈매끈거리는 꼬리 좀 어떻게 하라고. 눈에 띄어」
「지금은 축제가 한창이다. 가장이라고 하면 속여넘길 수 있어」
「축제가 끝나면?」
「그때는 그때야. 어떻게든 되겠지」
「…………」
「그럼, 여관까지 안내해 줘. 야옹이 씨」
……악마라는 건, 힘을 잃으면 의외로 이런 것일까.
석연치 않은 마음을 품으면서도 다시 큰길 쪽을 향하려 하다가, 문득 눈치챘다.
카르츠의 낌새가 이상하다.
멈춰 선 채로 미미하게 눈을 크게 뜨고, 한 점을 응시하고 있다.
아무래도 아사토를 보고 있는 듯했다.
☆
시선을 깨달은 아사토가, 의아한 얼굴을 한다.
카르츠는 곧바로 눈을 돌렸다.
☆
라이가 코노에의 곁에 나란히 선다.
지나치게 티를 내며 자신을 유도하려는 모양에, 코노에는 곁눈으로 라이를 노려본다.
「뭐야」
「떨어지지 말라고 말했잖아. 너, 방향치인가. 고양이 주제에」
「……윽」
고양이 주제에.
쿠궁, 하고 눈앞이 깜깜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떤 의미에선, 얻어맞는 것보다 쓰라리다.
사상 최고라고도 할 수 있는 충격에, 꼬리가 부들부들 떨릴 것 같다.
☆
「고양이 주제에 방향치라고?」
☆
「미아가 되는 건가」
「처음 들었어」
「……………………」
잇달아 들이닥치는 고문과도 같은 처사에 마음이 꺾일 듯한 상태로, 코노에는 꼬리를 늘어트리고 터벅터벅 여관으로 향하는 길을 걸었다.
「어이어이, 너희들. 왜 증식해서 오는 거야……」
돌연, 큰길에서 우르르 밀어닥치듯이 쏟아져 들어온 코노에 일행의 무리에, 바르도는 기가 막힌다는 얼굴을 했다.
무리도 아니다.
여관은 그 나름대로 떠들썩한 상태라, 대합실에도 아직까지 가장을 한 고양이들이 모여 있었다.
거기에, 총인원 일곱 명이 밀어닥쳐 왔으니, 결코 넓지 않은 대합실은 정원 오버인 상태였다.
「게다가 뭐야 그 꼴은. 악마 가장인가? 또 꽤나 불길한 네 마리로군」
접수처 안에서 카운터에 팔꿈치를 대고, 바르도가 악마들을 본다.
확실히 괴상한 모습이었지만, 주변이 가장을 한 고양이 천지라, 그렇게 동떨어져 보이는 것도 아니다.
축제 시기라 정말로 다행이다, 라고 코노에는 생각했다.
「방 두 개 더, 비어있거나 하지는…… 않겠지」
눈을 위로 뜨고 바르도의 눈치를 살피니, 지칠대로 지친 시선이 되돌아왔다.
「설마 묵고 갈 생각인가? 뭐 묵는 건 별로 괜찮지만, 방이 공교롭게도……, ……아-, 비어있었나」
바르도가 바로 옆에 있었던 숙박 장부를 끌어당겨, 팔랑팔랑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아아, 역시. 기가 막힌 시간차로군. 방금 막 나간 손님이 있어」
「아아 역시라니……. 당신이 체크하고 있는 거 아니였어?」
「이렇게 손님이 많으면 번거로워서 말야. 점점 어찌 되든 상관 없어진다고」
「……그런 식으로 잘도 여관 주인 같은 거 할 수 있네」
「의외로 어떻게든 된다고」
기가 찬 코노에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바르도는 턱을 문지르며 악마들 쪽으로 얼굴을 들었다.
「……그래서. 방 두 개는 역시 무리지만, 하나라면 묵을 수 있다고. 어떻게 할 거지」
등 뒤에 있는 악마들을 돌아본다.
죽 늘어서서 이쪽을 보고 있는 모습은 역시 압권이었지만, 속마음을 눈치채이지 않도록, 코노에는 아무 일 없는 듯이 대답을 요구하는 시선을 보낸다.
「문제 없다」
「자는 곳 따위 어찌 되든 상관 없어. 우리들은 기본적으로 고양이랑 다르니까 말야」
「고양이랑 달라……?」
「……아니, 아무것도 아냐」
태연스레 그런 말을 내뱉은 베르그를 곁눈으로 노려본다.
바르도는 수상쩍다는 듯한 얼굴을 했지만, 이윽고 숙박 장부에 무언가를 기록했다.
「그럼, 방은 2층으로 올라가서 왼쪽에서 가장 안쪽이다」
「아아」
내밀어진 열쇠를 받아든다.
바르도는 숙박 장부를 두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작게 숨을 내쉬고, 접수처에 등을 지고 악마들을 본다.
「들었겠지」
「물론. 당장 방으로 가자고」
프라우드가 몹시도 들뜬 기색을 띠며 계단으로 향한다.
광택 있는 꼬리가 튀어오르는 것이 기묘하기 짝이 없다.
「어이, 너도 빨리 오라고」
대합실의 창에서 길거리를 바라보고 있던 카르츠의 어깨를, 베르그가 잡으려 한다.
카르츠는 즉시 그 손을 뿌리치고, 뒤로 물러났다.
「……만지지 마」
차분한 용모에는 걸맞지 않은 격렬한 빛이 눈동자에 깃들어 있다.
「예 예 알겠습니다요」
베르그는 움츠리고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계단 쪽으로 걸어간다.
카르츠는 얼굴을 돌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악마 사이에도 상성이나 대립관계가 존재하는 것일까, 따위를 생각하며, 코노에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뒤를 돌아, 라이와 아사토의 모습을 찾는다.
두 마리는 현관으로 들어와 바로 가까이에 있는 벽에 기대어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서로 간에는 꽤 거리가 벌어져 있다.
어쩐지 말을 걸기 거북한 분위기라, 어떻게 할까 망설이고 있자, 등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아아, 아직 있었던 거야?」
돌아보자, 주방으로 이어진 문에서 바르도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그대로 접수처로 나온다.
바르도는 카운터로 가볍게 몸을 내밀고, 코노에에게 이쪽으로 오라는 손짓을 했다.
아무래도 호출되고 있는 것 같다. 코노에는 카운터로 다가간다.
「축제는 벌써 보고 온 거야?」
「아니……, 밖으로 나가긴 했어도, 이리저리 구경하지는 않았어」
「그럼 같이 밖으로 나갈까」
「에?」
「겐 씨가 갖고 싶어했던 식재료가 손에 들어와서 말이지. 지금부터 전해주러 갈 거야. 뭐 그 겸이야」
그 겸이라고 잘라서 말하는 것은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바르도에게 악의는 없는 것 같다.
「그치만, 여관은」
「해가 떠있는 동안은 다들 축제에만 정신이 팔려있잖아. 비어있는 방도 없고, 빈방이 없어 부재중입니다, 라고 푯말이라도 꺼내두면 돼」
그래도 괜찮은 것일까.
지극히 무책임한 대답에 할 말을 잃으면서도, 큰길을 꽉 메운 축제의 성황 사이를 혼자서 걸어가는 것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기에, 그 말이 고맙게 느껴지기는 했다.
코노에가 고개를 끄덕이자, 바르도는 기대고 있던 카운터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럼, 준비하고 올 테니까 기다려. ……아아, 그리고 말야. 그 사이에 빈방이 없어 부재중입니다라고 써 놓아주지 않을래?」
바르도가 장부에서 종이를 찢어, 카운터에 놓여있던 펜과 함께 코노에에게 내민다.
「잘 부탁해」
「……아, 잠깐」
「아?」
「……별로 자신이 없는데」
「뭐가」
「……글자 말야」
「……아아」
희미하게 웃음을 짓는 바르도에게 바보 취급 당한 듯한 기분이 들어서, 코노에는 무심결에 바르도를 노려본다.
「대충 해도 된다니까. 지저분해도 상관 없어. 얼른 써달라고」
코노에의 시선에는 신경을 쓰지도 않고, 바르도는 그것만을 말해두고서 안쪽의 문으로 들어갔다.
코노에는 잠시 그 뒷모습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시선을 카운터 위로 옮겨, 펜과 종이를 뚫어지도록 지그시 바라보았다.
왜인지 묘한 긴장과 초조함이 솟아오른다.
「…………」
마치 그것이 부모의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코노에는 펜과 종이를 노려본다.
부탁을 받은 이상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을 정하고 펜을 손에 쥐고서, 그 뾰족한 끝을 얇은 종이 위로 내리꽂았다.
지나치게 힘을 준 반동으로 꼬리의 잔털이 일어난다.
한쪽 손으로 단단히 종이를 누르고, 종이를 뒤덮는 듯한 자세를 하고서, 신중하게…… 신중하게 펜을 움직였다.
다 쓰고서, 크게 숨을 내쉰다.
손이 흔들리지 않도록 자연히 숨을 멈추고 있었던 것 같다.
뭐, 나름대로 그럭저럭 잘 쓴 것이 아닌가.
진정되지 않는 마음으로 자신의 글자를 안절부절못하며 바라보고 있자, 바르도가 카운터 안쪽의 문에서 나왔다.
한손에 자그마한 삼베 자루를 들고 있다.
겐 씨인지 뭔지 했던 고양이에게 전해준다고 했던 짐이겠지.
「기다리게 했네. 제대로 쓴 거야?」
마치 아이의 공부를 봐주는 듯한 태도로, 바르도는 카운터 위의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바르도의 뺨이 희미하게 굳는다.
「…………」
「…………, 못 쓰겠으면 확실히 말하라고」
바르도는 입을 약간 벌렸지만, 잠시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아-, 응. 뭐」
눈은 거기에 달라붙은 것처럼 종이를 바라보고 있다.
「나쁘지는 않아. 특히 이…… 아주 길게 뻗은 선에 넘치는 힘이라든지, 조금 구불구불한 느낌으로 커브를 넣은 데라든지…… 꽤 굉장한 역작이네」
바르도의 귀가 몇 번인가 가늘게 떨리고 있는 것을 보고, 코노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못 썼으면 못 썼다고 말하면 되잖아」
「아냐, 별로. ……뭐 못 쓰긴 했네」
「…………」
「이걸 본 녀석이 알아먹으면 그걸로 됐어. 그럼, 가자고」
카운터를 돌아서 접수처에서 나온 바르도가, 현관 쪽을 향한다.
확실하게 그런 말을 듣는 것은 그 나름대로 상처를 받는 것이 있었지만,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부탁을 받았기에 했던 것뿐이다.
그렇게 생각해두고, 코노에는 기분을 전환시키듯이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는 내쉬었다.
문득 주변으로 시선을 던진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라이와 아사토의 모습이 없었다.
방으로 돌아간 것일까, 아니면 어딘가로 나간 것인지도 모른다.
「왜 그래?」
「아니」
가볍게 좌우로 고개를 젓고, 코노에는 바르도와 함께 큰길로 나섰다.
거리의 번잡한 모양은, 조금 전에 나왔을 때보다도 훨씬 더 가열되어 있었다.
지금은 퍼레이드가 시작된 듯하다. 거리의 정중앙을 가장행렬과 종이로 만든 거대한 장식물이, 화려한 음악을 연주하는 악대와 함께 지나간다.
「변함없이, 굉장하네」
먼 곳을 보는 듯이 눈을 가늘게 좁히며, 바르도가 허리에 손을 대고 혼잣말을 내뱉었다.
「란센은 매년 이런 느낌인 거야?」
「아아, 뭐 그렇네. 공연 레퍼토리라든지 의상은 조금씩 변했지만 말야. 너는 어디서 온 거야?」
「카로우야」
「아-. 어디보자, 란센 남쪽에 있는 숲에서 쭉 내려간 데에 있는 곳이었나. 나는 가본 적이 없지만, 카로우에서는 축제는 안 했던 건가」
「있기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화려하지는 않았어」
「란센의 축제는 겨울도 봄도 시사 최대 규모지. 그래서 관광하러 오는 고양이들도 많아. ……아아, 저것 봐. 저 커다란 인형. 보여?」
「에, 뭐라고?」
끊임없이 흐르는 음악과 웅성거림 탓에, 목소리를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되물으면서 한쪽 귀를 그쪽으로 향하자, 바르도는 코노에의 어깨를 가까이 끌어당기고 거리의 행렬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거야, 저거. 저걸 겨울의 악마에 비기는 거야. 암동 축제 의상의 의미는, 알고 있어?」
「몰라」
「악마가 발산하는 냉기에 동사하지 않게끔, 악마를 쫓아내는 차림을 하는 거라고. 일단은, 옛부터 전해 내려오는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야」
바르도는 귀찮다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길을 가면서 저건 뭐다, 이건 이런 의미다라고 이래저래 가르쳐주었다.
어쨌든 고양이들의 수가 장난이 아니었기에,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바르도를 놓칠 뻔하게 된다.
그러나, 바르도는 그 나름대로 코노에를 신경 써주면서 걸어가고 있는 듯했다.
「노점도 둘러보고 갈까」
시선을 행렬에서 거리의 좌우로 돌린다.
겨울 축제에 맞춘 장식을 한 노점들이 처마를 잇대고 늘어서 있고, 가게 주인들이 활기찬 목소리로 손님을 불러들이고 있다.
코노에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서, 바르도는 노점이 줄지어 늘어선 쪽으로 발을 돌렸다.
노점 쪽으로 다가가자, 살포시 독특한 냄새가 풍겼다.
필시 무슨 향 같은 것을 피우고 있는 것이겠지.
절대로 역한 냄새가 아니고, 그것이 또 축제의 독특한 분위기를 한층 더 부채질하고도 있었다.
기세 좋은 가게 주인의 목소리가 곧바로 날아들어 온다.
그 기세에 눌려서 조심스레 몸을 뒤로 뺀 코노에의 등을 바르도가 가볍게 떠밀었다.
「여기서 말야, 안쪽으로 들어가면 겐 씨네 집이 있어」
그렇게 말하고, 곧바로 거기서 들여다보이는 골목을 가리킨다.
「바로 전해주고 올 테니까, 적당히 이 주변에서 구경하고 있어줘」
「알았어」
고개를 끄덕이자, 바르도는 가볍게 어깨를 움츠렸다.
「아무도 안 잡아먹어. 그렇게 겁내지 마」
「……겁 안 냈어」
불끈 화가 나서 무심결에 말대답을 했지만, 바르도는 휙 하고 한쪽 손을 흔들고, 그대로 고양이들의 물결 속으로 사라졌다.
마음을 새로 잡고, 코노에는 노점을 둘러보았다.
깔개 위에 다양한 물건이 빈틈없이 잔뜩 늘어놓아져 있다.
규칙적으로 진열되어 있는 가게도 있는가 하면, 뭐가 어떻게 되어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난잡한 가게도 있다.
처음에는 긴장이 되었지만, 호기심에 이런 것 저런 것을 보고 있는 사이에, 주변이 신경 쓰이지 않게 될 정도로 완전히 빠져들고 말았다.
말을 걸어오는 가게 주인들에게도 띄엄띄엄이나마 대답을 하거나,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코노에가 몸을 구부리고, 물건을 손에 들고 가만히 살펴보고 있으니, 무언가가 발치를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
즉시 시선을 돌린다.
진열된 물건들 가운데 한 마리의 새끼 쥐가 있었다.
처음에는 모조품인가 싶었는데, 아니다.
수염과 코가 실룩실룩 움직이고 있다.
……살아있다.
쥐는 수가 많아서, 사냥에서도 비교적 잡기 쉬운 사냥감이었다.
카로우 부근의 숲에서 나오기에, 코노에도 『공허』가 나타나기 전에는 자주 사냥을 해서 잡았었다.
란센에서는, 시내에도 있는 것일까.
졸랑졸랑 뛰었다가 멈췄다가, 새끼 쥐는 불규칙적인 움직임으로 물건들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다른 손님들도 가게 주인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코노에의 시선은 붙박인 듯이 계속해서 새끼 쥐의 뒤를 쫓는다.
충동이 근질근질 일어난다.
덤벼들어서, 잡아버리고 싶은 충동이다.
이것만큼은 본능이기에 아무리 해도 억누르기가 힘들다.
참는 듯이 손을 강하게 움켜쥔다.
여기서 뛰어들거나 했다가는, 노점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의식은 완전히 새끼 쥐 쪽으로 집중되어 있었다.
빨리 어딘가로 가버리면 좋을 텐데, 새끼 쥐는 마치 코노에를 부추기기라도 하는 듯이 언제까지고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이미 한계다.
「……젠장……!」
끝내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다.
근육이 긴장으로 경직되고, 코노에가 크게 꼬리를 흔든 그 순간.
「……뭐야?」
「……!? 아, 윽……!!」
귀에 익은 목소리와 함께, 꼬리에 격통이 스쳤다.
그것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맹렬한 아픔이라, 코노에는 즉시 일어서서 뒤를 돌아보고, 반사적으로 낮게 으르렁댔다.
코노에의 주변에 있던 손님들과 가게 주인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작게 술렁였다.
「……어이어이, 뭐 하는 거야」
등 뒤에는 바르도가 서 있었다.
한쪽 손을 목덜미에 대고 눈썹을 찡그리며, 경악 반 어이없음 반의 얼굴을 하고 있다.
「말을 걸려고 했는데 갑자기 움직이니까, 그만 밟아버렸어」
그 말에 허둥지둥 꼬리를 말고서, 가까이 끌어당겨 확인한다.
「…………」
대체, 얼마만큼의 힘으로 밟은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고는 배기지 못할 정도로, 꼬리 끝 쪽의 털은 부스스하게 흐트러져 있고, 구부러진 부분이 완전히 부어 있었다.
혹시 뼈가 부러진 것은 아닐까 싶은 마음에, 조심조심 움직여본다.
욱신 하고 날카로운 통증이 스쳤지만, 뼈는 무사한 것 같다.
코노에는 잔뜩 힘이 들어간 눈을 흘끗 치뜨고서 바르도를 노려본다.
그런 시선에도 개의치 않고, 바르도는 움직이기 귀찮다는 듯이 코노에의 곁에 몸을 웅크렸다.
「아아, 미안 미안. 근데 엄청 집중하고 있는 것 같던데, 뭘 보고 있었던 거야」
「쥐가……」
대답하면서, 방금 전 새끼 쥐가 있었던 부근으로 시선을 돌린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새끼 쥐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쥐인가」
「란센은 시내에서도 나오는 거야?」
「가끔 길을 잃고서 들어오는 게 있는 정도야. 쥐 입장에서 보면 여긴 천적의 소굴이고 말이지. ……으잇, 차」
양쪽 무릎에 손을 대고서, 바르도가 천천히 일어선다.
그에 이끌리듯이, 코노에도 일어섰다.
「영감님, 미안하게 됐네」
바르도는 어안이 벙벙해져있는 가게 주인에게 가볍게 한쪽 손을 들어보이고서, 코노에의 꼬리로 시선을 돌렸다.
「아-, 털이 엄청난 꼴이 됐네. 나중에 풀어줄까」
「됐어, 별로」
「그런 말 하지 말라니까. 화내지 말라고」
「화 안 났어」
「화났잖아」
「화 안 났어」
애 같다는 것은 알고 있어도, 코노에는 뾰로통한 얼굴로 화가 안 났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주장했다.
바르도가 히죽히죽 웃으며 곁눈으로 시선을 보내와서, 한층 더 울컥한 것도 있었다.
결국 계속해서 그렇게 똑같은 말을 주고받기를 반복하며, 코노에와 바르도는 큰길을 우회해서 곁눈으로 축제를 바라보며, 여관으로 돌아갔다.
여관에 도착해 바르도와 헤어진 후, 털이 납작하게 눌린 꼬리를 짜증스럽게 흔들며 코노에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라이는 없다.
그 후로 외출한 것이겠지.
한숨을 내쉬고, 코노에는 장비를 풀고서 자신의 침대 위에 올랐다.
꼬리를 가까이 끌어당기고, 다시 바르도에게 밟힌 곳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보면 볼수록 무참한 꼴에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찡그리며, 코노에는 어떤 기대를 가슴에 품고서, 살며시 꼬리 끝을 쥐고서 잡아당겨보았다.
따끔 하고 작게 통증이 스치고, 동시에 기대도 완전히 사라진다.
꼬리는, 여전히 구부러진 그대로다.
잘만 되면, 밟힌 충격으로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펴지거나 하지는 않을까. 그런 식으로 생각했던 것이었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듯했다.
당연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낙담한다.
어쨌든 아픔이 가라앉을 때까지 부어오른 부분을 계속해서 핥고, 잠시 동안 꾸벅꾸벅 선잠을 잤다.
축제 첫날이라, 거리는 밤이 되어도 낮과 다르지 않게 성황을 보이고 있었다.
코노에 일행들은, 바르도의 여관의 식당에 모여 있었다.
물론 악마들도 함께다.
축제 동안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함께 어울린다는 것으로, 바르도는 대합실에도 손님을 모아 요리를 대접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내가 만드는 밥은 맛있지. 맛을 잘 음미하고 먹으라고」
늘 나른한 듯한 바르도가 미소를 띠고, 주방에서 잇달아 요리를 날라온다.
테이블에는 정말로 훌륭한 음식들이 늘어서 있었다.
소금에 절인 닭고기, 콩을 푹 익힌 스프, 부드럽게 구워낸 빵에 여러 종류의 허브 샐러드.
마실 것은 각종 과일을 짜낸 주스에, 희미하게 쓴 맛이 나는 개다래나무 성분이 들어간 술.
그 밖에도 더 많은 음식들이 있다.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 역시 마음이 설레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요 사이, 고기는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코노에, 아사토, 라이는 식당의 테이블에 앉아있다.
악마들은 각각 벽에 기대거나, 창가에서 밖을 보거나 하며 제멋대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거, 전부 당신이 만든 건가?」
「뭐 그렇지. 디저트도 있어. 속속 먹어달라고」
바르도가 손에 들고 있던 접시를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담겨있는 것은 과일 같았지만, 유달리 갈쭉한 윤기가 있다.
달콤한 냄새가 폴폴 풍겼다.
「이건?」
「카딜이란 거야. 과일을 꽃 시럽에 절인, 란센의 전통적인 과자다. 축제나 경사가 있을 때 만들지」
카딜 안에는 큄도 있었다.
손가락으로 집어서, 입 안으로 던져 넣는다.
서서히 배어나오는 달콤함과 큄의 시큼함이 혀에 퍼진다.
「……맛있어」
「당연하지」
히죽 웃고, 바르도는 대합실 쪽으로 걸어갔다.
큄을 씹어넘기며, 코노에는 소금에 절인 고기를 손에 든다.
아직 시럽의 달콤함이 남아있음에도 고기를 베어 먹는다. 저마다의 풍미가 뒤섞여 입 안에 기묘한 맛이 퍼졌다.
「그거, 맛있어?」
「아아. 그치만 고기랑 같이 먹지 않는 편이 좋아」
「너무 게걸스럽게 먹지 마라」
「……시끄럽네. 너도 뭔가 먹으라고」
「필요 없어」
아사토는 즉시 카딜에 손을 댔지만, 라이는 과실즙 이외에는, 무엇도 입에 대려고 하지 않는다.
「헤에. 인간 정도는 아니지만 말야. 고양이들도 의외로 제법 하는데. 나쁘지 않아」
베르그가 옆에서 고기를 집어들고, 물어뜯는다.
「인간?」
「아? 모르는 거야?」
베르그가 의외라는 듯한 얼굴을 한다.
「너희들이 신으로 숭배하고 있는 선조 말이야. 『두 지팡이』. 그건 인간이라고도 부른다고」
「잘 알고 있네」
「우리는 너희 따위보다 훨씬 오래 살았으니까 말야. ……뭐어, 대략 한 명, 신참이 있지만」
그렇게 말하고, 베르그가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시선의 끝에는 카르츠가 있었다.
불쾌함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고 베르그를 노려보고 있다.
「과연 슬픔을 관장하는 악마님 답네. 분위기 못 맞추는 것도 정도가 있지」
베르그가 어깨를 움츠리고, 일부러 그러는 듯 한숨을 내쉰다.
「어찌 되든 상관 없지만, 당신들은 안 먹어도 괜찮은 거 아냐?」
「아!? 무슨 재미 없는 소리를 나불대는 거야 꼬마 주제에. 맛을 음미하는 즐거움이라는 게 있잖아-」
울컥 해서 말대꾸를 하려는 참에, 새로운 접시를 든 바르도가 다가왔다.
「수다 떨 여유가 있으면, 어서 먹으라고」
이번에는 갓 튀긴 나무 열매였다.
향긋한 냄새가 가득하다.
어째서인지 바르도는 음식을 나누어 담는 스푼으로, 아사토의 접시에만 나무 열매를 담아냈다.
「……아니, 이렇게 많이는 필요 없어」
「사양하지 마. 피곤한 상태인 거지. 얼굴에 나와 있다고. 이 녀석은 피로에 잘 들어」
「…………」
나무 열매가 왕창 쌓아올려진다.
아사토가 복잡한 표정으로 입을 다문다.
나무 열매가 담긴 접시를 테이블의 정중앙에 놓으며, 바르도는 무언가가 생각난 듯이 코노에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너희들, 축제 마지막 날에 뭐가 있는지는 알고 있는 거야?」
「마지막 날?」
「모르는 거야? 이 지역에 시사 최대의 도서관이 있다는 건 역시 알고 있겠지」
그거라면 이전에 토키노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주로 「두 지팡이」와 리비카의 역사에 관한 서적이 있는 듯하다.
「평소는 입장 금지지만, 『암동』 마지막 날만 일반 개방되지. 가장무도회도 개최되고 말야. 모처럼 만이니까, 가 보는 게 어때」
바르도가 테이블을 떠나자, 라이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중얼거렸다.
「가 볼까. 무언가 정보가 손에 들어올지도 모른다」
「리크스에 관한 과거라든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리크스, 굉장히 오래 살았으니까」
벽에 기대어 있었던 프라우드가 입술을 양 옆으로 벌렸다.
「리크스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건가」
「전혀. 원래부터 리크스한테는 관심이 없었어」
「리크스의, 과거……」
무언가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찾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자. 아사토는?」
「갈게」
「당신들도 올 건가?」
「흥미가 있다」
「읏차. 나도 가지. 라젤이 선수를 치면 곤란하니까」
「물론」
「……모두가 간다면」
카르츠의 탄식을 마지막으로, 악마도 포함하여 전원이 도서관에 가는 것이 결정되었다.
그 뒤는 각각, 바르도에게 식당에서 쫓겨날 때까지 저 좋을 대로의 행동을 취했다.
식사는 어느 것도 맛있었지만, 특히 마음에 든 카딜을 베어 먹으며, 코노에는 주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사토는 고봉처럼 쌓인 나무 열매에 질린 것인지, 은근슬쩍 접시를 멀리하고 있다.
라이는 창가에서 밤 하늘을 바라보고 있고, 카르츠와 라젤은 말 없이 벽에 기대고 있었다.
이따금, 한 마디 두 마디 말을 주고받고 있는 듯하다.
베르그는 이러쿵저러쿵 말을 늘어놓으며 음식을 볼이 미어지도록 밀어넣고 있고, 프라우드는 공중을 부유하거나 빙글빙글 회전하거나, 잘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코노에는 어떤 사실에 신경이 쓰였다.
가끔, 카르츠가 아사토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확인하려 하는 때에는 다른 쪽을 보고 있거나 한다.
자신이 지나치게 신경을 곤두세운 것인가라고도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
아사토는 키라의 고양이이고, 카르츠는 악마다.
접점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기묘한 광경이었다.
코노에와 라이, 아사토가 2층으로 올라간 뒤, 바르도는 빈 접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산한 식당에는, 식기를 나르는 소리가 조용히 울려퍼진다.
악마들은 아직 식당에 있었다. 벽에 기대어 있던 라젤이 불현듯 눈을 가늘게 좁힌다.
「……어이」
곁에 있는 카르츠를 작은 목소리로 부른다.
카르츠가 돌아보자, 라젤은 그대로 유도하는 듯이 바르도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저건」
두 마리의 변화를 눈치 챈 것인지, 프라우드와 베르그의 시선이 바르도에게로 쏠린다.
악마들이 주목한 것은──바르도의 오른팔이었다.
별다를 것이 없는 천이 감겨져 있다.
옷맵시의 일환이라는 느낌으로,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다.
그러나.
「……아아」
베르그가 재빠르게 눈을 가늘게 좁힌다.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이──과거를 회상하는 듯이.
「……그 녀석인가」
자그마한 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고, 쾌락의 악마는 도발적으로 웃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간 코노에는, 라이와 띄엄띄엄 말을 나누며 밤의 털다듬기를 했다.
자기 전에 물을 마시려고 앉아있었던 침대에서 일어나, 시선을 돌리고는 눈썹을 찡그린다.
물통이 없어졌다.
「네가 치운 거야?」
라이에게 묻자, 그럴 리가 있냐는 듯한 얼굴로 코노에를 보았다.
「물은 여관에서 갈고 있잖아. 그러니까, 여관 녀석이 치운 거 아닌가」
어이가 없다는 듯한 말투로 대답이 돌아온다.
물을 갈려고 하다가, 그대로 돌려두는 것을 깜박 잊은 것은 것인가.
「아래로 내려가서, 물어보고 올게」
라이에게 그렇게 말하고, 코노에는 방을 나섰다.
밤의 어둠에 둘러싸인 여관의 복도는 고요하고, 매달려있는 램프의 불빛이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다.
음영이 짙게 드리워진 마루청을 잔뜩 힘을 주고 밟아, 발소리를 죽인 코노에는 계단을 내려갔다.
대합실에는 2층의 복도와 똑같이 램프에 불이 켜져 있다.
고양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접수처 안쪽에 있는 두 개의 문 가운데, 주방으로 이어지는 문이 희미하게 열려 있어서, 약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바르도가 있는 것일까.
다가가서, 살며시 문을 열고서 안쪽의 낌새를 살폈다.
……있다.
어렴풋하게 조명이 비치는 가운데, 중앙에 놓인 작업대에 살짝 걸터앉아 있는 등이 보였다.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인지, 기다란 줄무늬 꼬리가 너울너울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어쩐지 말을 걸기 어려운 분위기에, 코노에는 망설인다.
주방이 약간 어둑한 탓인지도 모르지만, 평소의 바르도가 아니라 전혀 다른 고양이의 등처럼 느껴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바르도에게는 어딘지 가까이 달라붙기 힘든 분위기가 있었다.
아직 서로 알게 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애매하게 빙빙 둘러서 본심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하는 듯한 말투를 지닌 고양이라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렇기에, 코노에도 더 파고들어도 되는 것인지, 다소 거리를 가늠할 수 없는 상태였다.
바르도의 어깨가 작게 위아래로 움직인다.
한숨을 쉰 것이다.
……역시, 말을 거는 것은 그만둘까.
물통이 없는 것도 오늘밤만 참고서, 내일 아침에라도 부탁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발길을 돌림과 동시에 작은 소리가 났다.
신발이 문에 닿고 만 것이다.
쥐죽은 듯 조용한 실내에서는 충분히 두드러지는 소리라, 코노에는 움찔 하고 털을 곤두세웠다.
눈치 챘을까.
천천히 어깨 너머로 돌아본다.
「…………」
아니나 다를까, 바르도가 낌새를 살피는 듯이 이쪽을 보고 있다.
체념하고서, 코노에는 열린 문의 틈새로 얼굴을 내밀었다.
「……아아, 뭐야, 넌가」
바르도는 한쪽 손을 허리에 대고 작업대에 기대어, 작게 가라앉은 숨을 내쉬었다.
「들어가도 돼?」
「들어와」
방금 전 느꼈던 위화감은 사라져있었지만, 바르도의 얼굴에는 명백하게 지친 기색이 감돌고 있었다.
무리를 시키는 것도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대로 자리를 뜰 수도 없어서, 코노에는 문을 열고서 주방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들어선 순간, 복잡한 냄새가 콧구멍을 자극했다.
이런저런 식품과 향신료 따위가 한데 섞인 기묘한 냄새였다.
싫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왜 그러지. 무슨 볼일이라도 있나」
「저기, 물. 물이 들어간 통. 방이 없는데」
바르도는 시선을 천장으로 향하고, 생각이 미친 것인지 몇 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거네. 물을 갈려고 아래로 가지고 내려왔을 때 마침 겐 씨가 왔어. 낮에 식재료를 가져다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인가 뭔가 하면서. 그래서 이야기하는 데 열중하다가 잊어버리고 말았어. 미안하네」
그렇게 말하고, 바르도는 주방의 구석에 놓여 있던 통을 들고서, 빠른 걸음으로 문 쪽으로 향했다.
「새 물 퍼올 테니까, 잠깐 기다려」
조용한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힌다.
약간 어둑한 주방에 홀로 남겨져, 코노에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금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금 싸늘한 공기가 뺨에 닿는다.
벽이고 선반이고 할 것 없이, 빈틈없이 이런저런 물건들이 놓여 있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 본인만 알 수 있게 배열되어 있거나 한 것이겠지.
벽에 걸려 있는 것은 조리기구인 것일까.
꽤나 낡았지만, 세심하게 사용되고 있는 흔적이 엿보인다.
카로우에서는, 이런 종류의 물건들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조리를 할 때에는 무기로 사용하는 검을 소독해서 쓰거나 한다.
저런 모양의 칼로는 무엇을 하는 걸까, 내던져서 사냥감을 잡거나 하는 것일까, 따위를 생각하며 차근차근 살펴보고 있으니, 문이 열렸다.
통을 든 바르도가 서 있었다.
「그렇게 신기한가」
「이런 데는 들어와 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 출신지는…… 카로우였나. 거기는 확실히, 이런 조리실 같은 건 필요 없겠네. 그렇게 큰 마을도 아니고. ……이거, 방으로 가지고 가」
바르도가 손에 들고 있던 물통을 흔들어서 보여주고, 발치에 내려놓는다.
찰랑 하고 물이 튀는 소리가 났다.
바르도는 카로우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다.
코노에는 란센에 대한 것을 거의 알지 못했다.
란센으로 오고서는, 카로우가 얼마나 폐쇄되어 있는 마을인지를 이따금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당신은 어디 출신이야?」
「출신? 세츠라야」
작업대에 몸을 기대며, 바르도가 선뜻 대답을 한다.
세츠라라고 하면──
「라이랑 똑같은……」
「아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다고. 여하튼, 그 녀석이 이만했을 때부터 검술을 가르쳐줬으니까 말야」
바르도가 아주 조금 몸을 굽히고, 자신의 무릎 부근을 손으로 가리킨다.
「세츠라는, 당신이나 라이처럼 커다란 고양이들뿐인 거야?」
「뭐 그렇지. 나보다 큰 녀석도 있고, 나나 라이 정도는 표준이지」
이 정도로 표준이라면, 코노에는 이제 막 태어난 갓난아기 레벨이다.
바르도는 라이가 어렸을 때부터 줄곧 알고 지냈던 것 같지만,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라이라니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라이는…… 옛날부터, 저런 느낌이었어?」
「앙?」
반문을 들으면 무언가 이상한 걸 물어보고 만 듯한 느낌이 들어서, 코노에는 그만 고개를 숙였다.
의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 밖으로 스르르 빠져나간 의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저런…… 태도였나 싶어서」
꼬리를 흔들고, 말을 생각하며 입을 연다.
잠시 뜸을 두고서, 바르도가 숨을 후 하고 내쉬고, 입 꼬리를 들어올렸다.
「아아, 그런 말인가. 그 녀석, 철저하게 붙임성이 없으니까 말야. 뭐 역시 예전에는 온순했다고. 그 녀석 집은, 부모가 엄해서 말이지」
바르도가 호박색 눈동자를 천장으로 향한다.
「그 부모들이랑도 친하게 지내서, 어느 쪽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지. 어린애에 대한 가정 교육이 이상할 정도로 엄해서, 나조차도 그만 참견을 하고 싶었을 정도야.
그치만, 라이는 말없이 참았었지. 고분고분하게, 부모의 명령대로 하려 하고」
「그래……」
온순하고 고분고분하다.
지금의 라이에게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연상할 수 없는 말이다.
「설마 그 녀석이, 라고 생각했나」
반사적으로 코노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본심이다.
「뭐, 지금의 그 녀석을 보면 누구든 그렇게 생각하겠지. 나조차도 깜짝 놀랐을 정도니까. 예전에는 항상 나한테 착 달라붙어왔던 주제에」
「달라붙어왔다고?」
상상을 할 수 있다든지 없다든지, 그런 범주를 넘어선 말에 놀란다.
「그 녀석의 아버지는 꽤 실력 있는 검술사라, 변경 지역의 경비 일을 나가느라 늘 집을 비웠지. 그래서 뭐, 나이도 비슷했고, 내가 아버지 대신처럼 느껴졌겠지」
그렇게 말하고, 바르도는 무언가를 회상하는 듯이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 옆얼굴에는 의외로 어렴풋한 온화함이 감돌고 있었다.
정말로 라이를 귀여워했던 것이겠지.
그러나, 라이는 바르도를 굉장히 싫어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어째서일까.
「……저기」
「응?」
「라이는 당신을 꽤나…… 피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
잠시 뜸을 들이고서, 바르도가 태평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아니, 뭐 이래저래 꼬여버려서 말이지.
싸움이랄까 뭐랄까……, 봐봐, 그 녀석은 돌을 깎아서 만들어진 것 같은 고지식한 고양이잖아. 이렇다고 생각하면 일직선으로 돌진하는 구석이 있지」
「……뭐, 그렇게 된 거지」
목덜미를 뒤덮은 뒷머리를 헤집으며, 바르도는 어깨를 움츠렸다.
어조는 가벼운 것이었지만, 말하고 있는 것이 애매해서 잘 알 수 없다.
대답을 얼버무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딱히 그 이상 물어보고 싶은 마음도 없었던데다, 분위기가 미묘한 기미를 띤 듯한 느낌이 들어, 코노에는 즉시 화제를 전환시킬 말을 찾았다.
바르도는 라이를 자기 아이처럼 귀엽게 여기고 있었던 것 같지만, 계속 혼자였던 것일까.
암컷의 수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코노에가 태어나기 전후의 일이니, 바르도가 젊었을 적이면 아직 연애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당신, 아내라든지 없는 거야?」
「지금까지 줄곧 독신이야」
「그래」
「신경 쓰였어?」
「……어쩐지 그냥」
바르도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귀찮다는 듯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헤집었다.
「결혼 따위 성가신 짓은 안 해. 나는 유유자적 노는 편이 성미에 맞아」
「……자주 노는 거야?」
「얼마 전까지는 말이지. 지금은 이 여관도 있고, 그럴 여유가 없는 상황이지만」
바르도가 작업대를 손톱으로 가볍게 톡톡 두들긴다.
「너는 없는 건가. 고향에, 사이 좋은 고양이 한 마리나 두 마리」
「없어」
「그렇겠네」
단박에 긍정하는 말이 돌아와, 코노에는 어쩐지 울컥 한다.
그 반응이 예상대로였는지, 바르도는 히죽 웃었다.
「뭐, 아무래도 상관 없지. 그런 이야기. ……자, 그럼」
바르도는 손톱으로 튕기고 있던 작업대를, 이번에는 한손으로 통통 두들겼다.
「여기 앉아」
갑자기 작업대를 가리켜도 그 의미가 파악되지 않아, 코노에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뻣뻣하게 굳혔다.
「꼬리 말야, 꼬리. 낮에. 세게 밟았었잖아, 내가」
「……아아. 괜찮아. 필요 없어」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모처럼의 서비스야. 안 그럼, 물통을 그렇게 장치해뒀던 것도 헛수고가 돼버리잖아」
「장치?」
바르도가 몹시도 수상쩍은 미소를 짓고, 팔짱을 기고서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너희들 방에 내가 가면, 라이가 시끄럽게 굴잖아. 그러면 너를 불러내는 편이 훨씬 낫지」
그 말에, 코노에는 깜짝 놀란다.
「……물통, 일부러 제자리에 안 갖다놨던 거야?」
「일단 라이가 가지러 오는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지」
「내일 아침에 가지러 올까라고도 생각했는데」
「그 때는 그 때지」
교활한 건지 대충대충인 건지 알 수 없다.
기가 막혀 한숨을 내쉼과 동시에 시선을 보내자, 바르도는 재촉하는 듯이 다시금 작업대를 두들겼다.
「아직 털이 엉클어진 그대로잖아, 그거」
흘낏 자신의 꼬리를 본다.
아픔이 가시고 나서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에, 끝부분의 털은 꼴사납게 눌린 채였다.
그렇지만, 코노에는 바르도의 말에 따르는 것을 망설였다.
유흥을 즐기는 고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경계심이 든 탓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주고받았던 말에서 보아 아무래도 바르도를 신용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교활하고 경박한 느낌이 든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어느 사이엔가 바르도의 페이스에 휘말려버린다.
이따금, 바보 취급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느낌마저 들고 만다.
어쨌든, 순순히 따를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런 코노에의 심중을 꿰뚫어본 것인지, 바르도는 이런 이런, 하고 한 마디 내뱉고 싶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뭘 경계하고 있는 거야. 좀 놀아본 고양이라는 말을 들어서 그런가? 지금은 단순한 여관 주인이라고」
「…………」
「자. 꼬리를 빗는 것 뿐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바르도가 한쪽 손을 내밀어왔다.
코노에는 조금 망설인다.
쭈뼛쭈뼛 움직이면서, 작업대의 가장자리에 살짝 걸터앉았다.
「잠깐 기다리라고」
바르도가 주방에서 나가, 곧바로 무언가를 가지고서 돌아왔다.
브러시다.
「으잇차」
바르도가 작업대에 털썩 걸터앉았다.
이리 좀 더 가까이 와봐, 하고 손짓으로 부르기에, 정말로 마지못해서라는 듯한 움직임으로, 코노에는 자세를 고쳐서 작업대에 깊숙이 자리를 잡고 앉는다.
「다리 펴고 있어도 괜찮다고. 편한 자세로 말이지」
「작업대가 더러워져」
「아아, 이 작업대에 직접 재료를 놓거나 하는 일은 별로 없어. 대체로 아래에 뭔가 깔지. 신경 쓰지 말라고」
정말로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을 하며, 코노에는 일단 신발을 벗고, 조심스럽게 발을 작업대 위에 올려놓았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어쩐지 멋쩍은 듯한 느낌이 떠나지 않는다.
가능한 한 몸을 작게 해두고 싶었다.
「꼬리, 이리 내봐」
손이 내밀어진다.
그 위에, 코노에는 갈고리 모양으로 된 끝부분을 살포시 올려놓았다.
바르도의 손가락이 살그머니 꼬리를 붙잡는다.
꼬리는 급소이기도 하기 때문에, 너무 세게 잡히면, 반사적으로 손톱으로 할퀴고 싶어질 정도로 불쾌한 감각이 스친다.
그러나, 같은 고양이라 그런 것인지, 바르도의 손길은 절묘했다.
가볍게 닿아있는 정도뿐인 듯한 느낌이 들어 곁눈으로 보면, 제대로 손바닥으로 붙잡고 있다.
조금식, 털이 엉켜있지 않은 부분부터 길을 들여가는 것처럼 브러시가 닿아간다.
털이 빗겨지는 감각은 조금 간지러웠지만, 참았다.
「결이 좋은 털이네」
바르도가 불쑥 말을 내뱉는다.
「보통이잖아」
「아냐. 짧은 털이면서 이렇게까지 광택이 좋은 건 드물다고. 꼭 채찍처럼 팽팽하게 뻗어있어」
「……보통이라니까」
급소를 빤히 바라보면서 칭찬을 해도 이쪽이 곤혹스럽다.
더는 그 상태로 배겨낼 수 없을 듯한 기분이 되어, 코노에는 휙 하고 얼굴을 돌렸다.
「여기서부터 좀, 아플지도 모르겠네」
마침내 브러시는 뒤엉켜서 뭉쳐있는 털을 빗으려 하고 있었다.
아무리 아픔이 가셨다고는 해도, 밟혔던 것은 오늘 낮이다.
코노에는 각오를 굳힌다.
신중한 손놀림으로 털이 빗겨지기 시작한다.
브러시에 털이 얽히는 느낌이 피부를 잡아당겨서, 아주 조금 아프다.
그러나, 견딜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괜찮아?」
「아아」
「털이 너무 심하게 뭉쳤다면, 가위로 싹둑 자르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말야. 땜빵 만드는 건 싫겠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 않아도 꼴사납게 구부러져있는데, 이 이상 볼품없는 꼬리로는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런데, 좀 전의 이야기지만 말야」
바르도가 손을 놀리며 입을 연다.
「좀 전의 이야기?」
「네 꼬리 말야. 털의 광택도 좋지만, 이……」
그때, 브러시와는 다른 매끄러운 감촉이 꼬리에 닿아서, 등줄기에 전율이 스쳤다.
곧바로 꼬리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바르도의 손가락이 갈고리 모양으로 되어있는 부분을 느슨하게 잡고 있었다.
「하지 마, 간지러워」
「아아, 아니. 이 꺾어진 부분이 말야,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그 말에, 코노에는 희미한 짜증과 기막힘을 느낀다.
「미안하게 됐네. 이상한 꼬리라」
「그런 뜻이 아냐. 갈고리 꼬리는 드물잖아」
「……미안하게 됐네. 드문 꼬리라」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라고. 칭찬하고 있잖아. 네 꼬리를」
「이런 구부러진 꼬리의 어디가 좋다는 거야. 곧게 뻗어있는 쪽이 좋은 게 당연하잖아」
「그러니까……」
거기서 바르도는 손을 멈추고, 작게 한숨을 내쉼과 동시에 코노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코노에로 말할 것 같으면, 갈고리 꼬리의 열등감을 마구 자극당한 탓에 본격적으로 언짢은 기분이 되어 있었다.
「……너, 꽤나 비뚤어졌네」
「…………」
이런 꼬리로는 비뚤어지고도 싶어진다.
바르도는 줄무늬 꼬리를 팔랑 하고 흔들며, 다시금 브러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 좋아. 생각하는 방식은 고양이들의 체격이랑 똑같이 제각각인 거니까. 어쨌든, 나는 네 꼬리가 상당히 좋다고 말한 거야」
「……별스럽네」
「뭐, 너도 말이지」
코노에는 솔직히 불쾌함에 될 대로 되라는 심경이었지만, 바르도는 왜인지 재밌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시 동안은 오고가는 말이 없는 시간이 흘렀다.
코노에는 마음이 언짢았지만, 꼬리를 빗는 브러시의 감촉은 기분이 좋아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무심코 눈을 가늘게 좁히고 있었다.
「……됐어, 이 정도면 됐나. 다음은 핥아서 가다듬으면 돼」
바르도가 꼬리에서 손을 떼었다.
꼬리의 끝부분을 가볍게 들어 올리고서 흔들어본다.
뒤엉켜 있었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털은 정갈한 흐름을 되찾은 상태였다.
「굉장하네」
「뭐 이런 걸 가지고. 통증은 없나? 일단, 바르는 약 같은 것도 있는데」
「괜찮아」
「그래. 그러면, 이제 가서 자라고」
바르도가 재촉하는 대로, 코노에는 신발을 신고서 작업대에서 뛰어내렸다.
「물, 잊지 말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코노에는 문 앞에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저기」
「응?」
「……고마워」
「아-? 아냐」
솔직하게 고맙다는 말을 들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인지, 바르도는 조금 당황한 듯이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그리고」
「응?」
「지쳐있어, 얼굴이」
「……아, 그래?」
바르도가 한손으로 자신의 양쪽 뺨을 움켜쥐는 듯이 어루만진다.
의외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무리하지 않는 편이 좋아. ……그럼, 잘 자」
「……어. 잘 자」
바르도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서, 코노에는 곁에 있던 물통을 들고서는 곧바로 주방을 나가 계단으로 향했다.
심장이 은밀히 빠르게 맥박을 치고 있었다.
감사의 말, 배려.
자신답지 않은 짓을 한 탓에, 나중에야 급격히 부끄러움이 치밀어 올라왔다.
바르도의 호의에, 자신도 조금 솔직해져 보자고 생각했던 것이다.
솔직해지는 것은, 의외로 어렵다.
아무도 없는데도 혼자서 허둥거리며 계단을 올라, 모두 잠들어 조용해진 복도를 걸어 방으로 돌아간다.
어렴풋이 불이 켜진 실내에, 라이는 침대의 등받이에 상체를 기대고 앉아, 창문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물, 갈아왔으니까」
쥐죽은 듯 고요한 방 안에, 자신의 목소리가 유달리 크게 울려퍼진다.
물통을 살며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늦었군」
「……조금, 바르도랑 이야기하고 있었어」
라이는 바르도를 싫어하고 있다.
그렇기에 화를 내지는 않을까 싶었지만, 딱히 반응은 없었다.
「빨리 자라」
「아아」
작게 대답하고서, 코노에는 신선한 물을 두 모금 정도 마시고, 신발과 옷을 벗고서 모포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눈꺼풀 안쪽의 어둠으로, 방금 전의 바르도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 이야기하는 품새로 보면 라이와 바르도는, 분명 예전에는 사이가 좋았던 것이겠지.
지금과 같은 상태가 되고 만 것은, 언제부터일까.
꽤나 긴 시간 만나지 않았던 것 같지만…… 아버지처럼 따랐다는 감정이, 저렇게까지 혐오로 변하고 만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코노에가 깊숙이 파고들어도 될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신경이 쓰였다.
몸에 찰싹 붙이고 둥글게 만 꼬리의 끝부분을 핥으며, 코노에는 곰곰히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어림짐작을 하며 졸음이 찾아오는 것을 기다렸다.
──오른손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 …………」
주방에서 홀로, 바르도는 작업대에 걸터앉아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멈추지 않는다.
떨리는 오른손의 손가락을 머리카락에 찔러 넣고, 느슨하게 움켜쥔다. 이어서 다른 한쪽의 손도 똑같이, 머리로.
거친 숨이 고요하게 목 안쪽을 기어간다.
어깨는 크게 위아래로 움직이고, 머릿속에서는 흑과 백의 기묘한 환영이 서로 뒤섞이며 흔들리고 있었다.
크게 벌려진 눈에는, 자신의 그림자로 빈틈없이 칠해진 어두운 바닥만이 비치고 있다.
이마를, 턱을 타고 흐르는 땀.
뚝 하고, 바닥으로 검게 스민다.
「……이런 일이, 있을 줄은 말이지」
완전히 메마른 입술을, 그다지 축축하지 않은 혀로 핥는다.
중얼거린 목소리도 외풍과도 같이 버스럭거렸다.
「……설마, 만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어. ……이제 다시는 만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손의 떨림이 심해진다.
머릿속에서 흔들리는 환영은, 백의 비율이 커진다.
풍성한 은백색의 털.
티 없이 맑은 옅은 푸른색의 눈동자.
그때부터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윽」
아픔을 참기라도 하는 듯이 숨을 죽이고는 이를 악물고, 바르도는 굳게 눈을 감았다.
손가락에도 힘이 실린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건가……, ……지금도, 사라지지 않은 건가……?」
그──
광기도.
──괴로울 테지.
귓가에서 누군가가 속삭인다.
──지쳤을 테지.
목소리는 수컷의 것도 암컷의 것도 아니다.
큰 소리로 경박하게 웃으며, 그 목소리의 성질을 자유자재로 바꾼다.
으스스한 울림에 털이 곤두선다.
──이쪽으로 와라.
목소리가 속삭인다.
──편해진다고.
「……닥쳐!」
낮게 으르렁거리고서 한쪽 팔을 휘두른다.
그렇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곰팡내 나는 어둠뿐이다.
「…………」
다시금 머리를 감싸쥔다.
환청은 이렇게 가끔씩, 바르도를 찾아온다.
……아니, 정말로 환청인 것일까.
아니면, 나는 이미──
미친 것일까.
욱신, 하고 오른팔에 통증이 스친다.
환청처럼 들리는 목소리는 양의 달이 떠오를 때까지 그치지 않는다.
아침의 빛을 간절하게 바라며, 바르도는 영원이라고도 여겨질 듯한 고통의 시간을 참고 견딘다.
혼자서, 참고 견디는 수밖에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