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일이 많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 임의적으로 문장 길이 순으로 정렬을 해놓았지만, 실제 플레이 시에는 문항이 랜덤으로 뜹니다.
[ 蓮は旧型だ - 렌은 구형이다 ] O
[ 蓮は大型犬だ - 렌은 대형견이다 ] X
[ 蓮はぽわぽわだ - 렌은 복슬복슬하다 ] O
[ 蓮の瞳は茶色だ - 렌의 눈동자는 갈색이다 ] X
[ 蓮はオスではない - 렌은 수컷이 아니다 ] X
[ 蓮の舌はピンクだ - 렌의 혀는 핑크색이다 ] O
[ 蒼葉がいないと困る - 아오바가 없으면 곤란해진다 ] O
[ 蓮の肉球はピンクだ - 렌의 발바닥 젤리는 핑크색이다 ] O
[ 俺には蒼葉が必要だ - 나에게는 아오바가 필요하다 ] O
[ 蓮はクララが苦手だ - 렌은 클라라가 거북스럽다 ] O
[ 蓮は毎日俺に噛みつく - 렌은 매일 나를 깨문다 ] X
[ 蓮はクララちゃんが好き - 렌은 클라라를 좋아한다 ] X
[ 俺は蒼葉のことが好きだ - 나는 아오바를 좋아한다 ] O
[ 蓮の毛並はダークブルーだ - 렌의 털 색깔은 다크블루다 ] O
[ 蓮の首輪のチャームは星形だ - 렌의 목줄걸이는 별모양이다 ] X
[ 蓮は自分自身のことを「俺」と呼ぶ - 렌은 스스로를 ‘나’라고 지칭한다 ] O
[ 蓮は毎日ばあちゃんのご飯を食べる - 렌은 매일 할머니가 만든 밥을 먹는다 ] X
[ 蓮は俺にとって家族のような存在だ - 렌은 나에게 있어 가족과도 같은 존재다 ] O
[ 蓮が蒼葉の顔を認証登録したのは5年前だ - 렌이 아오바의 얼굴을 인증하고 등록한 것은 5년 전이다 ] X
[ 俺が蓮に礼を言った時の口癖は「こちらこそ」だ - 내가 렌에게 고맙단 말을 했을 때의 말버릇은 ‘나야말로’이다 ] O
“………….”
“렌…….”
산산이 부서진 ‘벽’의 건너편에는, 슬퍼 보이는 눈을 하고 있는 렌이 서있었다.
좀 전의 살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부터, 렌과 마주한다. 렌의……, 본심과.
렌은 잠시 동안 나를 바라보고, 이윽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줄곧 아오바를 지켜봐왔어. 아오바와 함께 있었어.”
“……응.”
“나는 그러기 위해서 태어났어. 아오바를 지키고, 정신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내 역할이었어.”
“하지만, 아오바가 마음의 제어력을 잃고 불안정해졌을 때부터, 점차로 내 목소리는 아오바에게 닿지 않게 되어갔어.”
그건, 내가 불량하게 놀던 시기를 말하는 것일까.
그때는 할머니에게도 꽤나 걱정을 끼쳤지만……, 렌에게도 부담을 지게 했던 건가.
“만약 내 목소리가 완전히 닿지 않게 된다면, 마음의 제어력을 잃은 아오바가 어떻게 될지는 나로서도 알 수 없어.”
“그렇지만, 나는 내부에서밖에는 손을 쓸 수가 없어. 물리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 점을 염려해, 나는 끊임없이 어떻게 해야 좋을지 생각했어. 그러던 때, 아오바가 그 올메이트 기체를 주워왔어.”
올메이트 기체……, 개 형태의 렌을 말하는 것이다.
렌은 길가에 내버려져있었고, 그 모습이 너무나도 불쌍해 보여서 주워왔던 것이다.
“이건 찬스라고 생각했어. 올메이트는 등록을 할 때, 등록자의 개체인식 칩을 통해 온라인에서 등록자와 의식을 공유하지.”
“그때, 나는 그 개 형태의 올메이트와 의식을 동조시켰어. 올메이트로 변모해서, 아오바에게 물리적으로 손을 쓰는 일이 가능해졌어.”
“그 이후로 얼마 동안, 나는 올메이트로서……, 렌으로서 아오바와 접촉했어. 아오바가 라임에서 사고를 일으켰던 것도 전부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 라임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한 기억이 외부의 강제개입에 의해 삭제되었어.”
“그때, 나는 라임에서 일어난 사고뿐만 아니라 자신이 본래는 ‘아오바의 내부에 있는 자’라는 사실까지 잊어버리고 말았어.”
“그 이후로 나는 자신이 정말로 렌이라고 굳게 믿고서 지내왔지만, 모든 것이 기억났어. 내 본래 역할도, 전부 다. 계기는 웜의 감염이야.”
“그 웜에 의해 발생되는 버그는, 올메이트에게 탑재되어있는 감정 발견 시스템을 완전하게 작동시키지.”
“감정 발견? 그런 게 내장되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공식적으로 발표되어있지 않을 뿐이야. 모든 올메이트에 처음부터 탑재되어있어.”
‘처음부터’라는 건, 토우에가 그렇게 만든 건가.
노이즈도 올메이트에게는 무슨 연유에선지 수정되지 않는 버그가 있다고 말했었지만, 그것이 이번 버그 소동에 연관되어 있는 것이겠지.
“버그는 올메이트의 감정뿐만이 아니라, 내 기억과……. 존재할 리 없는 감정까지도 흔들어 깨웠어.”
“올메이트와 의식을 동조시키고 있던 것에 의한 예상외의 에러였지.”
“올메이트의 감정 발견 시스템이 작동된 영향으로, 내 안에서도 감정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생겨났어.”
“그래서……. 나는 이제 렌으로서도, 본래의 나로서도 존재할 수 없게 되어버렸어.”
“무슨 뜻이야…….”
“처음으로 알게 된 감정이라는 건, 몹시도 괴롭고 고통스러운 것이었어. 나는……, 렌은 올메이트로서는 구형이야. 성능은 신형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지.”
“신형 올메이트에 대한 열등감, 질투, 절망. 아오바도 언젠가는 신형으로 갈아타고 나를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공포를 느꼈어.”
“이건 내가 아니라, 올메이트 ‘렌’이 느꼈던 건지도 모르지만…….”
“그런 감정의 동요가 또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끝내……. 나는 스스로의 마음을 깨닫고 말았어.”
“나는, 아오바를 누구에게도 넘겨주고 싶지 않아. 계속 아오바의 곁에 있고 싶어. 역할로서 지켜보는 게 아니라, 아오바와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 라고.”
“………….”
“그건 내 본래 역할에서 심하게 벗어난 생각이야. 그렇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멈출 수는 없었어.”
“역할과 감정의 괴리에서 혼란에 빠진 나는, 그 어느 쪽도 아닌 길을 선택하기로 했어.”
“아오바 안에서 나라는 존재가 배제되게끔 하는 길이야. 아오바가 나를 강하게 부정해주면, 나는 아오바의 안에서 소멸하지.”
“그래서……. 나한테서 멀어지고, 이빨을 드러내고 덤벼들어 물었던 건가.”
“………….”
렌이 침묵을 지킨다.
일련의 이야기를 듣고서…….
솔직히, 나는 조금 화가 났다.
중반까지는 꽤나 쇼크를 받았지만, 후반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 녀석, 싶었다.
“너 말야, 애도 아니고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줄곧 내 안에 있어왔으니까, 나에 대해선 잘 알고 있을 거 아냐?”
“네가 날 깨물었다고 해서, 그 정도로 내가 널 싫어할 거라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
“내가 왜 구형인 너를 언제까지고 일일이 손을 봐가면서 쓰고 있는 줄 알아? 소중하니까 그런 거야.”
“소중하니까 고장이 나도 고쳐서, 좀처럼 파츠가 발견되지 않아도 찾아서, 끝내는 찾아내서, 손에 넣어서.”
“전부, 전부 전부 네가 소중하니까 그런 거라고. 신형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네가 나한테 감정을 가지게 됐네 어쩌네 하는 건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나 있어선 안 되는 일이냐고.”
“네가 나에 대해서 무언가를 느끼거나 생각하거나 하는 게, 그렇게 나쁜 일이야?”
“……지금의 나는 본래의 존재 이유와 모순된 상태야. 아오바의 마음의 균형을 잡는 것이 내 역할인데, 지금의 나는 스스로 아오바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존재야.”
“그러니까, 어차피 나는 지금 이 상태로 계속 존재할 수 없어. 모순된 존재를 끌어안은 채로는 아오바의 몸과 마음이 버티지 못해. 나는 최종적으로 소멸하게 돼.”
“그런…….”
렌이 소멸된다니……, 생각하는 것도 싫다.
“……그건 안 돼. 절대로 용납 못 해. 넌, 나잖아? 그럼 네가 필요한지 필요 없는지를 결정할 권리는 나한테도 있는 거지.”
“나는 네가 있었기에 어떤 일이 있어도 헤치고 나갈 수 있었어. 라임도 그래.”
“정확하게는 사라지는 건 나뿐이야. 올메이트 렌은 초기 출하 상태로 돌아가지만, 문제없이 쓸 수 있어.”
“그러니까 아오바에게 불리한 상황이 되는 건 아니야.”
“……윽.”
“누가 그런 말을 했냐고. 올메이트로서라든지 그런 게 아냐. 알았어? 내 말 잘 들어.”
“나는 렌이……, 올메이트로서라느니 그런 게 아니라, 네가 필요한 거야. 없어지지 않길 원해. 내 곁에 있어주길 바란다고.”
“………….”
“그런데, 넌 그래도 사라질 거냐고…….”
“아오바…….”
“아오바가 그런 마음을 가져주는 건 정말로 기뻐. 하지만…….”
렌이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인다.
아무리 서로 말을 주고받아도, 분명 여기서 더 마음이 전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렌에게로 다가갔다.
팔을 뻗어, 렌의 몸을 살며시 끌어안는다.
“아오바…….”
“몇 번이든 말할 거야. 나는 네가 사라지는 걸 바라지 않아. 네가 필요해.”
“그러니까, 곁에 있어줘.”
“………….”
고개를 드니, 렌의 표정이 처음으로 움직였다. 미간을 좁히고, 애달픈 듯이 눈을 가늘게 뜬다.
렌의 손이 조심조심 내 뺨을 만지고는……. 내 몸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윽, 아오바……!”
이곳은 서로가 데이터화되어있는 세계다. 그러니, 실제로는 살갗이 맞닿아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뿐이겠지.
그렇지만, 지금 내 손으로는 렌의 피부의 감촉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서로 끌어안아 포개어진 곳으로부터는 체온이 전해져온다.
렌이 깜짝 놀랄 정도의 힘으로 나를 끌어안아서, 조금 숨이 막혔지만…….
그래도, 이렇게 힘차게 부딪쳐오는 것이 기뻤다.
렌이 이렇게나 내게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나도 그에 응답하듯이 렌의 몸을 단단히 끌어안았다.
지금, 나와 렌은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렌, 약속해. 이제 두 번 다시 사라지려는 생각 같은 거 하지 마.”
“아오바…….”
“약속해.”
“……알았어.”
렌이 내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알았어, 아오바. 약속할게.”
“……응.”
나는 천천히 렌으로부터 몸을 떼고, 렌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호박색의 눈이 부드럽게 깜박인다.
“그럼, 이만 가자. 저쪽에서 다들 기다리고 있어.”
“아아.”
렌의 손을 잡고, 서로 마주보며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는다.
의식을 집중시키고, 둘이서 지면을 차고 뛰어올랐다.
높이, 높이…….
보이지 않는 벽을 뚫고 나가는 이미지를……, 그린다.
“…………니까, 자신……………………렴.”
“……아. ……는……든 부술………수……니까.”
“……고, ……에…………세계를……내면…….”
“……윽.”
“아오바!”
“마스터!”
눈을 뜨자, 걱정스럽게 나를 들여다보는 코우자쿠와 클리어의 얼굴이 보였다.
“이제야 돌아온 건가.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라고.”
노이즈가 키보드를 두들기며 그런 말을 내뱉는다.
노이즈의 주변에는 올메이트 토끼들이 몇 마리 나뒹굴고 있었다.
“이거…….”
“나한테 비어있는 손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아오바가 돌아왔다는 건, 이제부턴 좀 요란하게 놀아도 된다는 얘기로군.”
내 앞에 꽂아두었던 검을 뽑아내고, 코우자쿠가 대담한 웃음을 짓는다.
“어이! 아오바가 돌아왔다!”
앞쪽에서 경비원들, 올메이트들과 몸싸움을 하던 밍크가 어깨 너머로 이쪽을 돌아본다.
“좋았어, 실력발휘 좀 해보실까!”
코우자쿠가 일어서서, 공격 태세로 검을 쥐고서 밍크 쪽으로 달려간다.
그러고 보니, 렌은? 같이 돌아왔을 텐데.
“!”
렌은 내 뒤에 서있었다.
아직 버그가 조금 남아있는 것 같지만, 또렷한 빛이 서린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
그 눈빛이 나를 향하는 것을 보고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역시, 그랬구나.
렌이 이렇게 언제나 나를 봐주고 있기에, 나는 안심하고 도약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일어서서, 렌과 클리어를 보았다.
“우리들도 가자. 한 번에 정리해버리자고.”
“아아.”
“네.”
우리들은 코우자쿠와 밍크가 있는 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우오랴아아아앗!!”
“………….”
코우자쿠가 의기양양하게 검을 휘두르고, 밍크가 수많은 경비원들과 올메이트들을 한꺼번에 주먹으로 날려버린다.
“렌, ‘자(慈)’ 세팅! ……앗, 이얍!”
“알았다.”
그보다 조금 뒤쪽에서, 나는 렌과 함께 전투에 임했다.
날 향해 덤벼드는 경비원을 발차기를 날리며, 렌에게 지시를 내린다.
렌이 팔을 무기 형태로 변형시켜서, 주로 올메이트 무리를 쓰러트려간다.
“어이, ‘실(失)’이다.”
“‘실’ 세팅!”
“라져-!”
노이즈가 키보드를 두드리며 모조토끼에게 지시를 내려, 지원 사격을 해준다.
“그만해주세, 요----!!!”
“렌, 방어!”
“알았다.”
“이야압! 이제 조금만 더!!”
“오합지졸 피라미들이군.”
“가까이 오지 마세, 요----!!!”
“‘붕(崩)’이다.”
“‘붕’ 세팅!”
“라져-!”
“렌! 노이즈의 공격에 가세해! ‘경(慶)’ 세팅!”
“알았다.”
“………….”
……가까스로 현실로 돌아왔다.
주변을 살펴보니, 다른 네 명도 눈을 뜨고서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이곳은……, 방금 전과는 다른 장소다.
노이즈가 필드를 억지로 비틀어서 열었다고 했으니, 공간이 뒤틀려서 다른 장소로 나와 버리고 만 것이겠지.
“……윽.”
머리가 아프다. 그렇다기보다도 무겁다.
내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 하자, 내 손 위로 무언가가 폭신 얹혀졌다.
파랗고 자그마한 발이다.
‘아오바.’
……렌.
개의 모습을 한 렌이, 평소처럼 혀를 내밀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그것을 보고, 나는 조금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다행이다. 돌아왔다.
정말로 다행이다. 정말로…….
“렌……!”
파랗고 보들보들한 몸을 안아들고서,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댄다.
렌은 싫어하는 기색 없이 나와 이마를 맞댔다.
“……다행이다.”
‘미안했어.’
“그런 말은 됐어, 이제.”
‘아오바…….’
……지금, 내 몸은 보통과는 다른 상태다.
렌은 본디, 내 의식의 일부……, 나 그 자체다.
그런데, 자아를 가지게 된 렌을 나는 ‘자신과는 다른 존재’로서 허용했다.
좀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을 강행한 탓인지, 머리가 약간 멍하다.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강도의 무거움에 더해, 조금 기이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걸로 됐다.
렌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 내 절실한 소원이었으니, 이 무거움이야말로 ‘렌’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힘들 것도 없다.
“아야야. 여하튼 위기는 모면했네.”
“모두들 돌아오셨네요. 마스터도 무사하시고. 굉장해요!”
“거기서 좀 더 시간을 끌었다가는 위험했을지도.”
“다들……, 와줘서 고마워.”
“새삼 그런 말 말라고. 쑥스럽잖아.”
“딱히 너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고.”
“렌 씨도 돌아와서 다행이네요.”
“아아.”
‘폐를 끼쳤어.’
‘정말이지 간이 쪼그라드는 줄 알았다고. 걱정하게 만들고!’
‘버그로부터 복귀했으니, 정말이지 별일이군.’
다들 무사하게 돌아와서, 정말로 다행이다.
“그 경비원들이랑 올메이트들은?”
“저기 어딘가에 뻗어있겠지. 다른 층에도 있을 테고.”
“다음은 드디어 토우에다. 그 녀석, 한시라도 빨리 해치워버리지 않으면.”
“토우에……. 그러고 보니 구 주민구는 어떻게 된 거야? 괜찮은 거야?”
“아직 지금으로선 별 문제 없어. 단 오늘 이벤트가 끝날 때 토우에가 폐회사를 한다고 해서, 구 주민구에서도 모든 방송국에서 강제적으로 중계를 하는 것 같아.”
“그때 무언가 대대적으로 손을 쓰겠지. 어제는 음악이었어. 이번엔…….”
“빛과 소리겠지. 다수의 인간을 한꺼번에 이상하게 만들 거라면.”
“………….”
그것 역시 세이의 힘을 모방한 장치인 것일까.
바이러스와 트립이 했던 말을 떠올리고, 기분이 가라앉는다.
어서 토우에를 막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세이도 구하고 싶다.
나는 할머니 덕분에 이렇게 엄연한 개인으로서 자유롭게 있을 수 있지만, 세이는 줄곧 토우에에게 붙잡힌 채로 있는 것이다.
“그런데, 토우에는 어디 있는 거야? 위에 있나?”
“제일 높은 층에 토우에의 집무실이 있을 거다.”
“바보랑 뭐는 높은 데를 좋아한다는 그거로군.”
“그렇다곤 해도 여기서부턴, 일이 수월하게 풀릴지 어떨지…….”
느닷없이 코일이 울렸다. 전화다.
전화를 건 상대는……, 불명?
“누구한테 온 거야?”
“모르겠어.”
코일을 조작해 통화 상태로 돌리자, 모니터가 멋대로 기동되었다.
그 화면에 토우에의 모습이 비친다.
“!”
“토우에……!?”
“만나서 반갑네, 아오바 군. 어서 오게. 몸 상태는 어떠려나?”
“……윽.”
“설마 했지만, 정말로 여기까지 올라올 줄은 말이지.”
“훌륭한 동료들의 원조도 있었던 것 같고, 자네 덕에 꽤나 재미있는 광경을 보았네.”
“그럼, 조금 부탁하고 싶은 게 있네만……. 여기서부터는 가능하면 자네만 와주었으면 하네.”
“자네의 동료들은 다소 개성이 강한 것 같으니 말이지. 뭐, 자네에게 실례될 일은 하지 않아.”
“자네만 혼자 내가 있는 곳으로 와준다면, 구 주민구의 주민들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네. 약속하지.”
“마음이 정해졌으면 거기에 있는 엘리베이터에 타게나. 나는 가장 높은 층에 있네. ……그럼.”
모니터가 자동적으로 사라지고, 주변에 있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우리들은 말없이 엘리베이터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 거야, 아오바.”
“……가는 수밖에 없잖아.”
“함정일 가능성도 있다고요?”
“오히려 대놓고 함정인 거 아냐?”
“나하고 렌만 가면, 구 주민구에는 손을 대지 않겠다고 했어.”
“녀석이 하는 말을 믿는 거야?”
“그래도 토우에의 말을 거슬렀다가, 만에 하나 구 주민구에 무슨 일이 생기면…….”
“………….”
“……알았어. 다녀와.”
“……코우자쿠.”
“네 고집을 어떻게 꺾겠어, 어차피 막아봤자 갈 거잖아. 그리고 난 토우에를 믿는 게 아냐. 널 믿는 거니까.”
“그러니까, 타워 아래로 내려올 때는 꼭 연락해. 우리들은 밑에서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말야.”
“준비?”
“그런 게 있어. 저 녀석 주도로.”
“어떤 결과가 되건 간에, 결착은 확실하게 짓겠다.”
“마스터, 저는 마스터를 믿습니다! 꼭 돌아와 주세요!”
“아아.”
나는 모두의 얼굴을 둘러보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이 렌! 너, 아오바를 제대로 지켜주고 꼭 돌아오라고! 올메이트의 역할을 훌륭하게 완수하고 오란 말이다!’
‘아아.’
‘뭐 너라면 괜찮겠지. 저기 있는 참새보다는 두뇌회전이 꽤 빠를 것 같으니.’
‘뭐라고!? 핑크 앵무새 녀석이 어디서 잘난 척이야!!’
베니가 날개를 파닥파닥 흔들며, 공중을 한 바퀴 빙 돈다.
“좋아. 그럼 같이 기합을 넣자고. 아오바, 손 내밀어.”
내가 손을 뻗자, 코우자쿠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그 위로 자신의 손을 올렸다.
“너희들도 하라니까. 빨리.”
“넵!”
“……아아?”
“귀찮은데.”
노이즈와 밍크가 언짢은 기색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고서 마지못해 참가한다.
모두 함께 손을 겹치고, 서로의 얼굴을 본다.
“아오바. 이따 보자고.”
코우자쿠가 다부진 말투로 그렇게 말한다.
내가 반드시 돌아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눈이다.
그렇기에, 나도 힘을 실어 똑똑히 대답했다.
“아아.”
코우자쿠 일행과 헤어진 나는, 렌을 가방에 넣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말없이 상승하는 엘리베이터의 숫자를 바라본다.
이 위에 토우에가 있다. 그리고, 세이도.
솔직히, 조금이라도 마음을 풀었다간 긴장과 불안으로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렌이 있다. 그러니 괜찮다.
“여기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곧바로 문이 보였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층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가자, 렌.”
‘아아.’
두 손으로 조용히 주먹을 움켜쥐고,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문을 열자 나타난 것은, 홀처럼 휑뎅그렁한 방이었다.
그 중심에 한 남자가 서있다.
“기다리고 있었네, 아오바 군.”
“………….”
토우에……!
“약속을 제대로 지켜준 것 같군. 자네의 성의에 감사를 표하지.”
“자네만 부른 건 달리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네.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말이지. 자네의 동료들은 다소 혈기가 왕성한 편인 것 같으니.”
“……나도 당신한테 할 이야기가 있어.”
“그렇다면 자네와 나의 목적은 일치했다는 말이 되는군. 행운일세.”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당신의 진짜 목적은 뭐지?”
“그 말은 어떤 뜻이려나?”
“당신이 이 섬에서 저지르고 있는 일에 대해선 할머니한테서 대강 전해 들었어.”
“세라가키 타에 말인가. 그래서, 자네의 감상은 어떤가?”
“설마 이 섬의 사람들을 조종하는 것만으로 끝낼 생각은 아니겠지.”
“후후…….”
토우에가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감이 좋군. 확실히 그 말대로네. 이 섬은 첫 단추라고나 할까.”
“나는 머지않아 이 섬을 국가로서 독립시킬 생각이네.”
“국가?”
“그러네. 이 섬은 내 연구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지. 하지만, 단순히 국가로 만드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어.”
“국가를 강대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높은 군사력이네. 최신예 병기, 군대, 시설, 자금.”
“하지만, 그것들을 강화하면 강화할수록 폐해가 되는 것이 있지. 바로 일반 시민의 감정일세.”
“일반 상식 속에서 윤리관을 키운 무사제일주의의 시민은, 국가가 힘을 가지게 되면 평화를 주장하며 비난의 소리를 내지.”
“게다가 국민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며 일방적으로 말을 주워섬긴다네. 하지만, 강대한 국가 없이 국민이 존속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집이 살기 불편하다며 앞뒤의 일은 고려하지 않고 부숴놓고서, 다음으로 살 집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조차 하지 않아.”
“생각을 했다고 해도 실제로 만들고자 하면 좀처럼 잘 되지 않지.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일세.”
“나는 어중간한 것은 질색이라 말이지. 그럴 바에는 차라리 국민의 의지까지 장악하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네.”
“지도자의 의지에 결코 반항하는 일이 없는 순종적인 국민과 병사를 만들어내는 것. 가치관으로서는 종교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지.”
“만약 극악무도한 폭군이 이 일에 착수한다면, 거역의 뜻을 내비친 국민은 몰살이네. 그리고 공포를 매개로 국민을 복종시키고, 통일시키지.”
“하지만, 내 경우는 다르네. 본인이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나에게 복종하고 있는 것이지.”
“그것에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고, 지극히 자연스럽게 말일세. 나는 어떤 의미에서는 이 방법을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지.”
“이 얼마나 스마트하고 극적인 살인 방법인가, 라고.”
“……!”
“그래서, 당신이 그 지도자가 된다는 건가.”
“내가 발안자니 필연적으로 그렇게 되겠군.”
“국가를 만들어서, 그 다음엔 어쩔 거지. 왕이 된 기분이라도 만끽할 셈인가?”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네만, 나는 세속적인 야망을 위해 행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네. 역으로 무언가를 손에 넣고 싶다는 구체적인 야망 따위가 없지.”
“나는, 도전하고 싶은 걸세. 내 생각이 어디까지 통용될지 말이지.”
“도전하다니……, 누구한테.”
“특별히 이렇다 할 만한 형체는 없네. 굳이 진부한 표현을 쓰자면, 운명을 조종하는 신들에게……, 라고 할까.”
“내 생각이 맞는다면, 다소의 장애가 있다 하더라도 계획은 막힘없이 실행되지. 허나, 만약 잘못되었다면 그 시점에서 끝이네.”
“운이 좋게도, 나는 아직 자신의 계획을 계속해서 추진시키고 있지. 다시 말해 나는 아직 운명과의 도박에서 이기고 있다는 걸세.”
“그 말은, 계속해나갈 수 있다면 어디까지고 밀어붙이겠다는 건가.”
“그렇게 되겠군. 나는 사람의 마음에 흥미가 있네. 과연 인간이 인간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는가.”
“운명에 패배하지 않는 한, 나는 그 규모를 확대시켜가지.”
“단, 나의 승리가 너무 뻔히 보여서는 재미가 없지. 장애물의 난이도가 높을수록 게임은 재미있어지는 법이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당신에게 있어서 인생은 게임이고, 인간은 그 장기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인생이란 승부일세.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그렇겠지. 가족, 친구, 반드시 무언가와 우열을 겨뤄서 상하를 결정하고 있지.”
“내 말이 틀렸나?”
“……큭.”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당신 맘이지만, 나까지 당신 인생의 장기말이 되는 건 참을 수 없군.”
“거기다 내 주변 녀석들까지……, 당신의 장기말 취급 받는 건 용납 못 해.”
“네 녀석의 게임에 관계없는 사람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누구도 당신의 게임에 참가 표명 같은 거 한 적 없어.”
“세이까지 멋대로 끌어들인 주제에……!”
“세이 말인가…….”
“그 아이가 없었으면 내 계획은 여기까지 진행되지 않았겠지. 그 아이는 내게 있어 필수불가결한 존재네.”
“그리고 지금, 그 아이의 분신인 자네가 내 앞에 나타났어. 이것을 운명이라 부르지 않고 무엇이라 부르겠는가.”
“즉 자네들 쌍둥이는, 운명이 내게 선물해준 최고의 장기말이라는 이야길세.”
“!”
이 녀석은……,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지?
나와 세이가, 장기말?
……웃기지 마.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끓어오른다.
“……너, 절대로 용서 못 해. 사람을 멋대로 도구 취급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이 정도로까지 업신여겨지고서 그냥 입 다물고 있을 것 같아?”
“네 녀석도 우리들이랑 똑같이, 고작 인간에 불과하잖아.”
“일단, 자네에게 묻고 싶네만…….”
“내 밑으로 올 생각은 없나?”
“있는 것처럼 보여?”
“후후, 그 상태로는 무리겠군. 그렇다는 건, 자네는 내 적진으로 선회하겠다는 뜻이려나?”
“세이와 똑같은 힘을 지닌 자네는, 나에게 있어 최대의 장애물이 될 것 같군.”
“그딴 건 내 알 바 아냐! 나는 당신이 맘에 안 들어. 그것뿐이야.”
“뭐, 좋아. 어느 쪽이 됐든 답은 하나네. 자네가 이기거나, 내가 이기거나. 그렇다면, 어느 쪽의 의지가 운명의 선택을 받을지 내기를 해보는 것이 어떤가.”
“자네도 잘 알고 있는, 물러설 곳이 없는, 낱낱이 드러난 있는 그대로의 ‘생’이 충돌하는, 그곳에서.”
“!”
‘아오바!’
여기는…….
라임 필드……!
“라임……, 토우에인가.”
“그런 것 같아.”
토우에와 라임에서 싸우는 것은 이걸로 두 번째가 된다.
전에는 이런 필드가 아니었다. 이것이……, 진짜 토우에의 필드인 건가.
어둡고 을씨년스럽지만, 어딘지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저번 싸움에서는 졌지만, 이번에는…….
나는 온몸에 힘이 넘쳐흐르는 것을 느꼈다.
눈앞의 공간이 흔들리고, 두 개의 형체가 나타난다.
한 사람은 토우에, 다른 한 사람은…….
“에? 저건 설마…….”
“우스이……!?”
“뭐야 저 녀석……. 갑자기 변신했어.”
“토우에의 올메이트. 그것이 우스이의 진짜 모습인 것 같아.”
“말도 안 돼……!”
“자, 시작해볼까. 아오바 군이 선공이네.”
“……윽.”
토우에는 몹시도 태연자약한 미소를 띠고 있다.
그 여유가 느껴지는 태도에, 나는 불쾌한 초조감을 느꼈다.
정말로……, 이길 수 있을까?
“걱정할 것 없어, 아오바.”
힘을 불어넣는 든든한 한 마디에 시선을 돌리자, 렌이 확신에 찬 빛이 서린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렇다.
나에게는 렌이 있다.
“해보는 수밖에……!”
“렌, ‘어(御)’ 세팅이다!”
“알았다.”
“윽, 역시 강하네.”
“다음은 이쪽 차례다.”
“렌, 방어!”
“알았다.”
“렌, 괜찮아!?”
“아아.”
“젠장……, 윽!”
“전혀 안 먹혀…….”
“후후…….”
“이 우스이도, 세이를 모델로 만들어졌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네만, 알아볼 수 있으려나?”
“!”
“세이와 아오바. 자네들은 운명에게 선택받은 쌍둥이네. 세이는 이름 그대로 ‘삶’을 관장하고, 자네는 죽어서 태어난 아이……, ‘죽음’을 관장하는 존재지.”
*역주: ‘살 생(生)’ 자의 일본식 음독은 ‘세이’
“세이는 새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고, 자네는 기존의 것을 부수는 능력을 지니고 있네. 자네들은 둘이서 하나, 라는 말일세.”
“뇌와 의식의 연구를 위해, 세이는 혼수상태에 처해있는 일이 많았지.”
“자유를 잃은 세이는 하다못해 마음만이라도 자기 뜻대로 자유롭게 움직이고자 했던 것인지, 끝내 ‘자기의식’을 대량으로 만들어내게 되었네.”
“비유를 하자면, 자신의 의식을 수없이 분열시켜서 대량생산하는 것과 같은 상태지.”
“세이가 만들어낸 ‘자기의식’은 전파를 통해, 이곳저곳으로 흘러들어갔네. 네트워크에도 마음대로 잠입하고 있지.”
“‘자기의식’ 그 자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네트워크의 바다를 타면, 가고자 하는 곳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네.”
“아오바 군. 자네와 연락을 취하는 일도 가능하지.”
세이가 나에게 연락을……?
그런 일이 있었나.
“우리들은 세이의 이 특성을 응용해, 세이의 의식을 주입시킨 세뇌전용 인형들을 만들었네. 우스이도 그 중 하나일세. 그렇게 해서, 라임이 탄생했지.”
“그만큼, 그 근원인 세이의 의식은 산만해져서, 점점 희박해져갔지만 말이네.”
“………….”
“우스이는, 말하자면 제2의 세이라고 할 수 있네.”
“렌!”
“윽, 아직은 괜찮아…….”
“아오바 군. 이제 슬슬 깨닫는 게 좋아.”
“이기려고 마음을 먹은 시점에서, 이미 패배를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크윽.”
“인간의 정신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승화되는 숭고한 순간은, 어떤 상태일 거라고 생각하나?”
“무(無), 일세. 욕망과 감정을 봉쇄했을 때야말로, 인간은 진정한 ‘행복’을 손에 넣을 수가 있지.”
“욕망이 있기에 분쟁이 일어나지. 그것들을 완전히 소거해, 사람들에게 평등하고도 평온한 ‘행복’을 주고자 하는 나의 생각은……, 잘못된 건가?”
“……윽.”
“자네는 욕망을 방임해서 사람들이 분쟁을 일으키고, 생명이 헛되게 죽어가는 세상 쪽이 좋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 아니야……. 윽!”
“자네가 가진 것은 파괴력. ‘죽음’에 직결된 힘이네. 자네는 세이가 모처럼 만들어낸 ‘자기의식’들을 죽일 건가?”
“……윽.”
……그렇지 않다.
확실히 내 힘으로는 파괴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이 아니다.
“‘죽음’과 파괴하는 것, 죽이는 것이 반드시 이어져있는 건 아냐.”
“무언가로부터 해방하는 것. 시작하기 위해 끝을 내는 것. 그런 것을 위한 ‘죽음’ 또한 반드시 있을 거라고!”
“……과연.”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디 한 번 이겨보게나. 자네가 지닌 ‘죽음’으로, 나의 ‘삶’을 보란 듯이 멈춰주게.”
“그러면, 나도 해방시켜줄 건가? 후후…….”
“젠장! 또 저걸 맞으면 렌이 버텨내지 못해…….”
“괜찮아.”
“안 괜찮아! 어떻게 하면…….”
“……아오바.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이상할지도 모르겠지만.”
“우스이에게 세이의 ‘자기의식’이 들어있다고 한다면, 세이를 불러내면 통할지도 몰라.”
“무슨 뜻이야?”
“이곳은 라임 필드야. 육체를 사이에 둘 때보다 의식과 의식 간의 거리가 가깝지. 아오바가 내게 했던 것처럼, 세이를 불러내면 돼.”
“……그런가.”
“알았어. 해볼게.”
“그 사이에, 내가 아오바를 보호할게.”
“미안.”
“그게 내 역할이야.”
의식을 집중시키고…….
마음속으로 세이를 부른다.
……세이.
대답해줘.
나의 부름에…….
대답해줘……!
“대답해, 대답해줘.”
“대답해줘, ……부탁이야.”
“……부탁이니까…….”
“……대답해줘, 형!”
우스이의 눈이…….
나를, 본다.
“………….”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
“오.”
“바.”
“………….”
나를, 부숴, 줘…….
“이제 됐어……. 내가, 부술 테니까. 해방시켜줄 테니까. 내 힘으로, 형을.”
“……우스이의 공격이 멈췄어.”
……현실로 돌아오니, 토우에가 내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있었다. 그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다.
“후후, 과연. 완패다.”
“운명은 자네들에게 승리의 깃발을 흔들었다는 건가.”
“………….”
“허나 이런 결말도 좋겠지. 신의 선택이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공평하고, 또한 불공평하지 않으면 안 되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 토우에는, 조금 괴로운 듯한 기색을 내비치면서도 평소의 여유를 되찾고 있었다.
“패자는 미련 없이 무대를 떠난다. 그것이 승부를 겨루는 일에 있어 최소한의 매너지.”
“세이는, 이 앞쪽의 방에 있네.”
토우에가 안쪽에 있는 문으로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고 토우에를 응시했다.
패자는 미련 없이 무대를 떠난다.
그 의미는…….
“당신, 설마…….”
……그 이상은 말을 멈추었다.
내가 말하려 했던 것을 긍정하는 듯이, 토우에가 더 깊은 미소를 짓는다.
“하늘을 나는 새가 떠나가는 장면은 아름답지 않으면 안 되지.”
“………….”
분명, 토우에는 이 직후에…….
……나는 토우에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안쪽의 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오바.’
“아아, 가자.”
토우에를 돌아보지 않고, 나는 문 앞에 섰다.
골동품처럼 섬세한 장식이 가해진, 커다란 문이다.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민다.
그 방은, 마치 어린아이의 놀이터 같았다.
선물상자와 장난감, 리본이 온 바닥에 흩어져있고, 언뜻 둘러본 것만으로도 그 화려한 색채에 눈이 핑 돈다.
방의 한가운데에 놓여있는 의자에는, 인형 같은 남자가 힘없이 앉아있었다.
“……세이.”
그 생기 없는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치밀어 오르는 감정에 목이 막힌다.
그것을 애써 삼키고, 나는 세이의 곁으로 다가갔다.
손을 내밀어, 안이 투명하게 비칠 듯이 하얀 뺨을 손가락으로 만져본다.
피부가 차갑다.
뒷골목에서 만났을 때의 일이 떠오른다.
세이는……, 길을 잃은 아이처럼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망각된 골목의 한구석에서.
토우에가 말했다. 세이는 몹시도 자유를 갈구한 나머지, ‘자기의식’을 대량으로 만들어내게 되었다고.
그리고, 그 결과 세이 자신의 의식이 희박해지고 말았다고.
“……늦어서, 미안…….”
자그마한 소리로 말을 내뱉자, 세이의 속눈썹이 희미하게 떨렸다.
새카만 눈동자가 느릿하게 움직여, 나를 본다.
그 순간…….
전류와 비슷한 충격이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
……눈을 뜨니, 나는 하얀 공간 안에 서있었다.
어디가 천장이고 어디가 지면인지 알 수 없다. 여하튼 온통, 머리가 어떻게 될 것 같을 정도로 하얗다.
내 옆에는 인간 형태의 렌이 서있다.
그렇다는 건, 이곳은 라임 필드인 건가……?
“………….”
정면에 누군가가 서있다.
누구지?
……아.
혹시…….
……세이?
방금 전에 보았을 때는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였지만, 지금은 이 필드와 똑같이 새하얗다.
머리카락도, 눈도, 피부도. 어딘가에 색을 잊어버리고 두고 온 것 같았다.
“아오바……, 이제야 만났네.”
세이가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분명 목소리를 듣는 것은 처음일 텐데, 왜인지 몹시도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들어본 적이 있다. 이 목소리…….
“어서, 내가, 있는, 곳으로…….”
“나를, 부숴, 줘…….”
“너, 의, 힘, 으로…….”
그때 그 목소리는 세이였던 건가…….
나를 응시하는, 빨려 들어갈 듯한 눈동자를 보고 있으니 이상한 의미에서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세이, ……형.”
내가 이름을 부르자, 세이는 기쁜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머리카락이랑 눈 색깔은……, 어째서.”
“우리들이 태어났을 때의, 본래의 모습이야. 나는 이쪽 세계에서는 이 모습이 돼.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그런 걸까…….”
세이의 미소가 조금 쓸쓸한 것으로 변한다.
“아오바, 줄곧 너와 만나고 싶었어. 사실 한편으로는, 이 순간이 오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
“그건 내 이기적인 바람이기도 했지만…….”
세이가 눈꺼풀을 내리깐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잘 알 수 없었다.
“……만나고 싶지 않았다는 거야?”
“아니야. 이렇게 만나게 되어도, 나는 머지않아…….”
“머지않아, 사라질 거니까. 아오바는 나를 부숴줄 거지?”
“………….”
내가 세이를 부순다. 해방시킨다.
그 말에 담긴 의미가 느닷없이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내 앞에 들이밀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같이 도망칠 수는 없는 거야?”
“……그러네. 그렇게 말해주는 건 정말로 기뻐. 그리고 나도 그러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해. 하지만, 무리일 거야. 내 마음이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해.”
“그런…….”
“미안해. 고마워.”
“…………. ……형은 줄곧, 토우에 밑에 있었던 거지.”
“응.”
“그 게임, 형이 보낸 거였지? 날 도와줬던 거.”
“……응.”
“플라티나 제일 안으로 들어갈 때의 그 초대장도…….”
종종 송신되어왔던 수수께끼의 게임과, 공주님으로부터의 메일.
그리고, 플라티나 제일 안으로 들어가는 데 필요한 초대장.
세이는 대량으로 만들어낸 ‘자기의식’을 이곳저곳으로 잠입시킬 수 있다고 토우에가 말했었다.
토우에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감이 오지 않았지만…….
그 게임과 메일을 보낸 것은 세이였던 것이다.
세이가……, 도와주었던 것이다.
“너를 돕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사실대로 말하자면, 어서 내가 있는 곳으로 와주었으면 하는 이기적인 마음도 있었어.”
“나를, 빨리 부숴주었으면 했으니까.”
‘누가 좀, 도와주세요…….’
“………….”
세이의 바람은, 이제는 그것밖에는 없는 것이겠지.
희망을 품고 계속해서 발버둥을 치기에는, 너무나도 기나긴 시간이 흘러버리고 말았다.
토우에 때문에 죽는 것도 허용되지 못하고, 절망에 빠진 채로 목숨을 이어나가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분명 내가 부숴줄 것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며, 오늘까지 살아왔을 것이다.
그런 건…….
그런 건, 너무…….
“……윽.”
마음이 끊어질 듯이 아파서, 나는 내 가슴께를 세게 움켜쥐었다.
나와 세이는 형제인데도, 세이만 그런 꼴을 당하고 말았다.
이제 와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되돌릴 수 없는 일인 것을 알지만, 그래도…….
괴롭고, 슬펐다.
“……렌.”
세이의 온화한 시선이 내 옆쪽을 향한다.
“네가 줄곧, 아오바를 지켜왔지.”
“아아.”
“그리고, 너는 아오바에게 별개의 인격으로서 존재하는 것을 허락받았어.”
“……그래.”
“그렇다면, 이제는 ‘그 아이’도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안 되겠네.”
“………….”
“너와 ‘그 아이’는, 본래 같은 존재야. ‘그 아이’는 줄곧 슬퍼하고 있어. ‘그 아이’를 받아들여줘.”
그 아이? 누구를 말하는 거지?
“아오바. 렌은 본래 네 안에 있던 ‘아오바라는 의식의 일부’지.”
“아아.”
“렌은 너를 보호하기 위해서, 네 정신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태어났어. ……그렇다면 무엇으로부터 보호하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일까?”
세이가 내게 답을 구하는 시선을 보낸다. 바로 답이 떠오르지 않아서, 나는 렌을 보았다.
렌은 세이를 바라보고 있다.
“네 안에 있는 ‘아오바라는 의식의 일부’는 렌뿐만이 아니야. 그건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그 모습을 본 적도, 목소리를 들은 적도 있을 거야. 또 한 사람의, 너.”
“……!”
또 한 사람의 나.
그것은…….
스크랩의 힘을 지닌 그 녀석이다.
“렌은 줄곧 ‘그 아이’로부터 너를 지켜왔어. ‘그 아이’가 너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하지만 ‘그 아이’는 적이 아냐. 나쁜 존재가 아니야. 그리고 ‘그 아이’는 너를 망가트리고 싶어 하지도 않아.”
“그렇지? 또 한 사람의, 아오바.”
세이가 어깨 너머로 돌아보자, 어느 사이엔가 그곳에 또 한 사람의 내가 서있었다.
‘나’는 세이와 똑같이 머리카락도 눈도 피부도 새하얬다.
세이가 좀 전에 말했던 대로, 내가 태어났을 때와 똑같은 모습인 거겠지.
“아오바. 렌은 너에게 자신의 바람을 전하고 그것을 허용 받았어. 그렇다면 부디 ‘그 아이’의 바람에도 귀를 기울여주었으면 해.”
그렇게 말하고, 세이는 ‘나’의 몸을 앞으로 밀었다.
세이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난다.
……그때, 나는 어떤 이변이 일어난 것을 깨달았다.
세이의 발 부분이 투명해졌다. 어쩐지 이대로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형, 몸이…….”
“내 소원은 이제 곧 이루어져. 그건 네가 날 부숴주어서, 해방되는 거야. 그러니까 이제 나는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마음에 걸리는 건……, ‘그 아이’뿐이야. 그렇지만 렌을 받아들여준 너라면 분명, 괜찮겠지.”
“아오바. 의외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토우에를 원망하고 있지 않아.”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의 문제는, 그런 건 누구도 알 수 없어. 그걸 결정하는 건 결국 언제나 사람의 마음이야.”
“확실히 지금까지의 나날들은 너무나 힘들었지만, 내가 토우에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 내 입장에서 토우에가 잘못되었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건 나뿐이야.”
“그런 것과 똑같이, 한 가지 국면에 얽매이지 마. 이런저런 일들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고, 깊이 알고자 해봐.”
“네가 직접 느껴서 그로부터 우러나온 대답이야말로, 너에게 있어 전부인 거니까.”
세이의 몸이 투명해지고, 점점 사라져간다.
“형……!”
윤곽밖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손이 내 뺨을 만진다.
“나는 토우에를 원망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제부터 제대로 끝을 내러 갈 거야. 나에게도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니까.”
“내가 만들어낸 내 ‘자기의식’을 총동원해서, 이 타워를……, 플라티나 제일을 파괴할 거야.”
“이것이 너하고는 다르게 부수는 일을 할 수 없는 나의, 최후의 발악이야.”
세이가 조용히 미소 짓는다.
“자, 아오바. 나를 부숴줘. 나를……, 해방시켜줘. 그 후에, 나는 타워를 파괴할 거야.”
“……윽, ……싫어……!”
“아오바…….”
세이가 눈썹을 약간 찡그리고, 안이 훤히 비치는 두 손으로 내 손을 살며시 움켜쥔다.
“내 눈을 봐.”
“싫어…….”
“아오바.”
슬픈 기색이 서린 목소리가 말을 이어나간다.
“부탁이니까……, 이제, 나를 편하게 해줘. 너의 힘으로……, 나를 이곳에서부터 해방시켜줘.”
“……윽!”
이를 악물고, 나는 천천히 세이의 얼굴을 보았다.
깊고 부드러운 빛을 머금은, 빨려 들어가고 말 듯한 세이의 눈동자.
그 눈을 바라보며……, 떨리는 입술을 뗀다.
세이를…….
형을, 구하기 위해서.
……부수지 않으면.
“……나는, ……나는…….”
“……형을, …………부수겠어.”
“……!”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빛이 파열한다.
빛이 멎었을 때…….
세이는 내게서 멀어져, 거의 투명해져버린 몸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형…….”
“마지막으로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 ……아오바, 정말로 고마워.”
그 말을 끝으로…….
세이가, 공기 속으로 사악 녹아들었다.
“………….”
나는 바보처럼 우두커니 서서, 방금 전까지 세이가 있었던 곳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세이가……, 사라졌다.
그 의미는……. 잘 알고 있다.
너무 잘 알아서 목이 멜 정도로.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윽.”
채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이 흘러넘쳐, 목 안쪽이 타는 듯이 뜨거워졌다.
괴로워서……, 어찌할 수가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온통 새하얬던 필드에 서서히 색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흰색을 완전히 뒤덮고, 해질녘의 바다와 모래사장이 되었다.
이곳은…….
아주 어렸을 적에 보았던 광경으로, 어렴풋하게 기억이 난다. 굉장히 소중한 장소라는 인상이 남아있다.
언제나처럼 혼자서 모래사장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어와서…….
저건…….
……아버지?
……아아, 그렇다. 기억났다.
나는 항상 머릿속의 친구하고만 이야기를 하고, 마음을 닫고서 주변 사람들과는 일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나를 해방시켜준 것이, 아버지였다.
나는 연구소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혈연관계는 없다. 하지만, 내 아버지는 그 사람이다.
나의 세계를 열어젖히고, 빛을 끌어다준 사람.
‘괜찮아. 세계는 언제든 부술 수 있으니까.’
내게 그렇게 말했다.
지금은……, 아버지가 있던 곳에 또 하나의 내가 서있다.
새하얬던 ‘나’는, 어느 사이엔가 지금의 나와 똑같은 모습이 되어있었다.
“아오바.”
렌이 진지한 눈으로 나를 본다.
“우리들은 원래 아오바의 의식의 일부야. 그것이 아오바와 나와 그로 나눠지고 말았어.”
“아오바가 본래의 의식 형태를 되찾기 위해서는, 우리들이 통합되지 않으면 안 돼. 즉 사라진다는 말이야.”
“하지만, 나는 내 나름의 의지를 갖게 되었어. 아오바는 그것을 자신과는 다른 존재로서 인정해주었어. 받아들여주었어. 그 때문에 내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거야.”
“하지만 그는……. 아오바에게 받아들여지지도 못하고, 본래대로 아오바와 하나가 되지도 못한 채 괴로워하고 있어. 계속.”
다시 ‘나’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무표정할 줄 알았던 ‘나’는 조금 불안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줄곧 이 녀석이 나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 몸을 차지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거라고.
하지만, 그런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표정을 보고 있는 사이에,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나 말야, 스크랩의 힘을 사용하는 게 무서웠어. 사람의 머릿속을 부순다니, 그런 건 살인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서…….”
“그런 힘을 사용할 수 있는 나 자신이 무서워서……, 아니, 그게 아냐. 그런 힘을 사용할 수 있는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대단하다고 우월감을 가지고 마는, 그런 나 자신이 무서웠어.”
“라임에서 사고를 일으켰을 때, 나는 그런 상태가 중증에 달한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서,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 그래서 없었던 일로 하려고 했어.”
“잊어버리려고 했던 거야. 내가 스크랩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게 너를 부정하는 일이 되어버렸지.”
“자기 자신으로부터 눈을 돌리고, 가능한 한 평온하게, 풍파를 일으키지 않게끔 살아가자고……. 줄곧 그런 식으로 생각했어.”
“그렇지만 너는 나니까, 나에게서 망각되는 걸 싫어했어. 나한테 호소하고 싶었던 거지. ‘나’는 여기에 있다고.”
“………….”
“네가 그렇게 호소해올 때마다, 나는 적의를 드러내는 거라고 생각했어. 멋대로 그렇게 생각하고, 널 거부하고…….”
“세이가 방금 그렇게 말했지. 한 가지 국면에 얽매이지 말라고. 나, 널 오해하고 있었어.”
“그러니까, 더 이상 도망치지도 않고 거부하지도 않을 거야. 너는 나 자신이고, 내 안에 있어. 예나 지금이나, 줄곧.”
“지금까지, 미안했어.”
말을 마치고, 나는 ‘나’에게로 다가갔다.
‘나’의 몸이 희미하게 떨리고, 여린 숨을 토해낸다.
바로 앞에서 ‘나’를 보니, 그 눈동자에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감정들이 담겨있는 것처럼 보였다.
또 하나의 내가 천천히 손을 올린다.
둘로 나눠져 있던 조각을 하나로 맞추듯이 나도 손을 올리고……, 살며시 손바닥을 맞댔다.
포개어진 손과 손의 사이로, 자그마한 불꽃과도 같은 온기가 생겨난다.
‘나’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나의 모습을 반사하고, 입술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 고, 마워.”
갈라진 목소리가 들리고……, 눈부신 빛이 흘러넘쳤다.
“……윽!”
눈을 떠보니, ‘나’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가슴이, 따뜻하다.
살며시 손을 대자, 심장이 흔들림 없이 고동치는 소리가 전해졌다.
“그는, 아오바의 안으로 돌아갔어.”
렌이 내 곁에 선다.
“아오바가 받아들여주어서, 본래대로 돌아갈 수 있었어.”
“……너는, 괜찮은 거지?”
“아아. 나는 아오바에게 스스로의 의지를 지니는 것을 인정받았어. 그러니까 아오바의 안으로는 돌아가지 않아.”
“그래.”
그 말을 듣고서 안도한다.
또 한 사람의 ‘나’는, 내가 받아들여주어서 내 안으로 돌아갔다. 그것이 그 녀석의 소원이었다.
하지만, 세이는…….
내 힘에 의한 해방이 세이의 소원이었다.
그렇기에……, 그 소원이 이루어진 이상…….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것이다.
가까스로 만나게 되었는데, 다시는…….
돌연, 새삼스레 눈물이 솟아올랐다.
“아오바…….”
“……어떻게든 해서, 구할 수는 없었던 걸까. ……세이를.”
“……세이가 말했어. 자기는 토우에를 원망하고 있지 않고, 한 가지 국면에 얽매이지 말라고.”
“아마도, 이 결말이 세이에게 있어서는 ‘아오바가 자신을 구해주었다’는 것이 되겠지.”
“………….”
……만약, 내가 좀 더 빨리 세이를 도울 수 있었다면.
만약, 나와 세이가 이런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그런 식으로 생각을 뻗어나가서, 다른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지금 일어난 일이 사실이고, 현실인 것이다.
그렇기에…….
분명, 이 외의 길 같은 건 없었을 것이다.
나는 눈가에 고인 눈물을 손등으로 난폭하게 닦았다.
오가는 말이 끊기자, 밀려들었다 빠져나가는 희미한 파도소리가 귓가에 흘러들어왔다.
석양빛으로 물든 풍경은 마치 꿈속과 같다.
조용한 바람이 나와 렌의 사이를 스치고 지나간다.
희미한 바다 냄새와 함께, 아린 가슴에 안타까움이 스친다.
“……예쁘네.”
“아아.”
“내 소중한 추억이야. 이 풍경을 너와 함께 볼 수 있어서, 다행이야.”
“렌은 줄곧 나와 함께 있었던 거지. 같은 장소에서 같은 풍경을 보고……. 이 바다도 봤었지? 나랑 같이.”
“그래.”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 렌의 손이 뺨에 닿았다.
렌은 잠시 나를 바라보고는……, 느닷없이 끌어안았다.
“앗, 렌?”
“………….”
“뭐야, 왜 그래?”
“모르겠어. 갑자기 이러고 싶다는 충동이 몰려왔어.”
“하하, 뭐야 그게.”
조금 웃고서, 렌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다.
렌의 체온이 전해져오고……, 그리고 문득 쓸쓸함이 밀려들었다.
따뜻한데도, 쓸쓸하다.
“……네가 별개의 의지를 지닌 존재가 되었다고 해도 말야, 사람의 모습으로 너랑 만날 수 있는 건 이쪽 세계에서만 가능한 일인 거지.”
“아아.”
“……그건, 좀 쓸쓸하네.”
“………….”
“올메이트로서의 나는 계속 남아있을 거야. 지금껏 그래왔던 대로야.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어.”
“그건 기쁘지만……, 그게.”
“……올메이트 형태의 렌만으로는 싫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현실에서는 이렇게 할 수 없다는 게, 어쩐지 쓸쓸하달까…….”
“아오바…….”
“괜찮아, 미안, 이상한 말 해버렸네.”
허둥지둥 말을 얼버무리고, 렌에게서 몸을 떼고자 한다. 스스로도 이상한 말을 입 밖에 내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까지 전부 이해하고서, 나는 렌을 받아들인 거니까.
“좋아, 그럼 슬슬…….”
“……윽.”
“……! 렌?”
몸을 떼어내려 하자, 렌이 나를 끌어당겼다.
아플 정도로 억센 힘으로 끌어안기고, 다급한 숨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싫어.”
“………….”
“나도 사실은 좀 더, 아오바와 함께 있고 싶어.”
“……응.”
“이런 말, 해서는 안 된다는 거 알고 있어. 하지만…….”
“좀 더……, 아오바를 만지고 싶어. 지금 내, 솔직한 마음이야.”
그 말을 듣고서,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기쁜 마음이 들었다.
렌에게서 그런 말을 듣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나에게 있어, 렌은 정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나도 렌의 몸을 끌어안고, 그 가슴에 뺨을 댄다.
“……나도, 렌을 좀 더 만지고 싶어.”
“……아오바.”
렌이 점점 더 세게 끌어안아서, 밸런스를 무너트리고 비틀거린다.
“레, 렌, 잠깐, 숨 막혀, 앗, ……우왓!”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나는 렌과 함께 넘어지고 말았다.
“미안, 괜찮아?”
“……하하, 깜짝 놀랐잖아.”
렌이 감싸준 덕분에, 딱히 아픈 곳은 없었다.
“아오바.”
렌이 내 목덜미로 머리를 가져다댄다. 렌이 내쉬는 숨이 피부로 느껴져서, 심장이 뛰어올랐다.
“왜 그래?”
“……어쩐지 믿을 수가 없어. 내가 이렇게 아오바를 만지고 있다는 게.”
렌은 한층 더 세게 나를 끌어안고,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내 냄새를 맡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대로 멈춘 채 움직이지 않는다.
그 몸짓이 사랑스러워서, 나는 렌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보다……, 데이터상의 모습이라고는 해도, 렌은 나보다 체격이 좋다. 키도 나보다 크다.
그게 어쩐지 좀 분하다.
“……너, 여기선 왜 나보다 큰 거야.”
장난기가 발동해 렌의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휘젓자, 렌이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설정되어있으니까 어쩔 수 없어.”
“알고는 있는데. 어쩐지 열 받네.”
“싫어?”
“으응.”
“………….”
조심스럽게 내 기분을 살피는 눈동자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이윽고 서로 말없이 마주본다.
다정한, 호박색의 눈동자.
그 눈빛은 개의 모습이었을 때와 조금도 변함이 없다. 언제나 나와 함께였던 렌의 눈이다.
“아오바…….”
내 이름을 부르며 내뱉어지는 숨이 뺨을 간지럽힌다.
렌이 조용히 눈을 깜박이고, 그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연스레 입술이 포개어졌다.
“……음.”
몸으로 가벼운 전류가 흐른다.
지금, 스스로가 뭔가 터무니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렌은 본래 나 자신이기에…….
하지만, 싫지 않았다.
“응, ……하아.”
“………….”
렌이 깨무는 듯이 내 입술에 이를 세우고, 조금 머뭇거리며 혀로 핥는다.
그에 응하듯이 맞물려있던 이의 틈새를 위아래로 약간 벌리자, 혀가 입 안으로 침입해왔다.
렌의 혀가 나의 혀를 휘감는다.
부드럽고, 뜨겁다.
“응, 하……, 하아.”
“……음, …….”
혀와 혀가 스칠 때마다, 미세한 전류가 등줄기를 찌르르 스치고 지나간다.
입 안이 타액으로 넘쳐서, 몇 번을 삼켜도 다시 흥건해진다.
렌은 내 혀를 핥으며, 이따금 입술을 세게 빨거나 깨물었다.
“읏, 하아……, 음, ……으응.”
“후…….”
키스를 하는 동안, 내 가슴을 만지작거리던 렌의 손이 티셔츠 자락을 걷어 올리고 맨살을 만졌다.
렌이 나를 만지는 것이 간지럽고……, 어쩐지 깨지기 쉬운 물건을 다루는 것처럼 손놀림이 조심스러워서, 그만 웃음이 나오고 만다.
“……으음, 풋, 하하하.”
“……아오바?”
렌이 손을 멈추고 내 얼굴을 살펴본다.
웃음을 참아보려 했지만, 한 번 간지럽다는 느낌을 받으니 그저 손이 닿는 것만으로도 견딜 수가 없다.
“미안, ……하하.”
“……뭔가 이상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미안. 괜찮으니까.”
“………….”
렌은 조금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한 얼굴을 하고, 내 입술을 할짝 핥았다.
그것이 개의 모습일 때 습관적으로 내보이던 몸짓을 연상시켜서, 좋았다.
“역시 렌은 렌이네.”
“그건 어쩔 수가 없어. 다년간 개의 형태를 취해온 영향일 거야.”
렌이 조금 난처한 듯이 말한다.
렌의 머리에 납작하게 늘어진 귀가 보이는 것만 같아서, 그것이 참을 수 없이 귀여워서, 나는 렌의 아래턱에 입술을 댔다.
“그런 게 아니라니까. 역시 나의 렌이구나 싶어서.”
“……아오바.”
렌이 멈추었던 손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티셔츠 너머로 손을 댈 때보다 더 천천히 내 가슴을 어루만지고, 손끝이 한쪽 돌기를 스치고 지나갔다.
“읏.”
간지러운 느낌이 아직 가시질 않아서, 숨을 죽인다.
렌의 손가락이 말랑한 유두를 문지르자, 그곳은 이내 너무도 쉽게 심을 지니고 딱딱해졌다.
렌은 돌기를 만지작거리며, 내 하반신으로 비어있는 쪽의 손을 뻗었다. 한손만으로도 요령 좋게 찰칵찰칵 벨트를 풀어간다.
“음, ! 으응, 읏.”
멈추고자 했을 때는 이미 늦어서, 그대로 바지 앞섶이 훤히 열리고 만다.
렌의 손이 속옷 너머로 나의 것을 만진다. 나는 황급히 키스를 하고 있던 입술을 떼었다.
“음, ……하아, 기다리라니까, 잠깐.”
“……기다릴 수 없어.”
“! 어이, 렌, ……으앗!”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렌이 나의 것을 속옷 밖으로 꺼냈다.
이미 약간 단단해진 그것이 훤히 드러나서, 얼굴에 피가 몰린다.
다리가 양옆으로 벌려진 자세로 렌에게 몸을 기대고 있는 탓에, 마치 자신의 것이 일부러 눈앞에 내보여지고 있는 것만 같아서 엄청나게 부끄럽다.
게다가……, 다급한 목소리로 속삭여진 ‘기다릴 수 없어’라는 한 마디가 고막을 떠나지 않아서, 한층 더 심박수가 올라갔다.
렌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렌……! 이 자세, 좀……!”
“………….”
짐승이 으르렁대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고, 입술이 틀어 막힌다.
소리를 내며 혀를 휘감으면서, 렌은 나의 것을 느릿느릿 문지르기 시작했다.
“후우, ……응.”
기분 좋은 자극이 허리에 스치고, 욕정이 일기 시작한다. 쾌락에 불이 붙기 직전의 예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렌은 키스의 중간 중간에 내 뺨과 턱을 핥고, 애를 태우는 듯이 나의 것을 손끝으로 지분거렸다.
허리 안쪽으로 타들어가는 듯한 자극이 꿈틀대고, 숨이 멋대로 튄다.
“하아, ……음, 으응, ……응.”
한참 키스를 하던 입술을 옆으로 조금 물러서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달콤한 질식감을 토해낸다.
잔뜩 비음이 섞인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나 싫었지만, 그것을 억누를 여유도 없다.
“아오바…….”
렌이 자신의 입술에서 벗어난 내 입술을 혀끝으로 핥는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렌이 내 것의 끝부분을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서 문지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쿠퍼액으로 범벅이 된 상태에서 문질러서, 렌의 손가락도 흠뻑 젖어서……, 뭐랄까…….
“아오바……, 여기가 넘쳐흘러서, ……뜨거워.”
“읏, 일부러 말하지 마……. 응, 아……!”
내가 반론하려고 하자, 렌의 손이 나의 것을 감싸 쥐고 세게 훑기 시작했다.
“응, 아, 바보, 렌……. 읏!”
그곳은 완전히 단단해져서, 너무나도 쉽게 쾌감이 밀려들어온다.
“안 돼……. 읏, 안 된, 다니까…….”
점점 속도를 올리는 렌의 손을 멈추려 한다. 하지만,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쿠퍼액이 미끈거리는 것도 있어서, 위험하다.
이대로라면, 곧…….
“응, 하아, 렌, 잠깐, 아……. 기다리라니, 까.”
“……무리야.”
“……에?”
“미안.”
예상치 못했던 말에 순간 사고가 정지한다.
게다가…….
“으응, 아……, 읏!”
렌은 날 잡아먹는 게 아닐까 싶은 기세로 내 귓불을 빨고, 그 위로 이를 세웠다.
귓속에도 혀를 집어넣고 마구 휘젓는다.
고막을 울리는 음란한 물소리에 오싹오싹한 감각이 몰려와, 나도 모르게 그쪽 어깨를 움츠리고 렌에게서 떨어지고자 한다.
하지만, 렌은 내 몸을 단단히 붙잡고서 한계로 내몰아가듯이 나의 것을 쓸어 올렸다.
“렌……, 아, ……, 렌……, 읏!”
필사적으로 호소하자, 렌은 그제야 내 쿠퍼액으로 흠뻑 젖은 손을 놓았다.
잔뜩 흐트러진 숨을 헐떡이는 내 눈앞에서, 렌이 천천히 젖은 손을 핥는다.
“!”
렌의 입술 사이로 이빨이 슬쩍 엿보였다. 그 모습에 야성과 관능을 느끼고, 가슴이 철렁한다.
렌은 자신의 손가락 위로 혀를 놀리며, 반은 벗겨진 상태였던 내 바지 위로 손을 올렸다.
“아오바, 미안해. 나 자신을 제어할 수가 없어.”
“아오바를……, 느끼고 싶어.”
“………….”
“지금껏 이런 상태가 되었던 적이 없어서,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이렇게나 달뜬 렌의 목소리……. 이제껏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렌이 느끼는 당혹감과 그 진지한 마음이 전해져 와서, 그것이 몹시도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신기했다.
언제나 내게 냉정한 의견을 제시해주는 렌이, 지금은 애매한 표현으로 말을 머뭇거리고 있다.
그렇게 만들고 있는 건 바로 나라는……, 그 사실이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럽다.
렌은 나 자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기묘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되돌릴 수는 없다.
렌에 대한 나의 마음과, 나의 렌에 대한 마음. 양쪽 다 제대로 내 안에서 숨을 쉬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나 자신의 일이니, 알 수 있다.
“……어쩐지 말야, 묘하네.”
“어떤 게?”
조금 불안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렌의 뺨에, 살며시 손을 올린다.
“왜냐면 너는 나고, 여기는 내 머릿속이고……. 하지만, 너는 이제 내가 아니게 되었고. 그리고는 우리 둘이 이런 식으로, 되었다는 게.”
“……그래서 싫은 거야?”
“그런 게 아냐.”
렌의 뺨에 대고 있던 손을 그 목에 두르고, 머리를 끌어안는다.
“……좀 더, 네 마음대로 해도 좋아. 좀 더……, 하고 싶은 대로.”
그렇게 속삭이자, 렌의 목이 그르릉 하고 짐승처럼 작게 울렸다.
“아오바……!”
“으응……, 읏.”
입술이 난폭하게 빼앗기고, 렌이 내 바지와 속옷을 움켜잡는다. 벗기기 쉽도록 허리를 약간 들어올린다.
깊게 맞물린 입술의 틈새로 렌이 손가락을 미끄러트려, 타액을 묻힌다.
손가락을 충분히 적시고서, 렌은 그 손을 내 하반신으로 가져갔다.
“읏, ……아앗, …….”
봉오리에 손가락이 닿고, 천천히 안으로 비집고 들어간다.
“아, 핫……, 응, 아아…….”
경직된 살을 헤집고, 손가락이 안쪽에서 굽혀지거나 돌려질 때마다 그 형태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아픔은 생각했던 것만큼, 심하지 않았다.
렌이 나 자신이기도 하기 때문인지…….
렌은 내가 느끼는 곳을 처음부터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으응, 아……, 하앗…….”
어쩐지, 점점……. 렌의 손가락이 기분 좋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읏, ……응, 으응…….”
목소리에 달콤한 교성이 섞여들기 시작했을 때, 렌이 내 안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아.”
……이걸론 부족하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혼자 부끄러워하고 있으니, 등 뒤에서 렌이 움직이는 기척이 들었다.
갑자기 한쪽 다리가 들어 올려지고, 손가락이 들어갔었던 곳에 더 뜨겁고 커다란 것이 닿는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만 순간적으로 당황해 렌을 올려다보았다.
아무리 데이터상이라고는 해도 감각이 존재하기에, 역시 반사적으로 방어 태세를 취하고 만다.
“………….”
하지만, 렌의 눈을 보고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 눈동자에 나를 원한다고 솔직하게 호소해오는 절실함이 담겨있어서…….
나의 조바심을 풀어주는 듯이, 렌이 내 귀와 목덜미로 혀를 미끄러트린다.
달콤하게 살갗을 간질이는 감각에 정신을 뺏기고 있으니, 렌의 것이 천천히 내 안으로 들어왔다.
“응, 읏, 아, 아앗……, 읏!”
안쪽이 입구에서부터 깊숙한 곳으로까지 벌려져간다. 숨이 막힌다.
참을 수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버겁다.
“으응, 윽, ……핫.”
“아오바……, 괜찮아? 아파?”
“………….”
제대로 렌을 받아들이고 싶어서, 나는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렌은 나를 배려하는 듯이 서서히 조금씩 몸을 앞으로 움직여간다.
전부 다 들어갈 때까지, 필사적으로 짧은 호흡을 되풀이한다.
……이윽고, 렌의 움직임이 멈추고 귓가에 깊은 한숨이 떨어져내렸다.
전부, 들어갔다.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아아, 아! ……앗, 렌……, 읏!”
렌이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해, 방심하고 있었던 나는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앗, 아, 빡빡해……. 읏, 아아……!”
“……읏, ……후우.”
안쪽을 쿡 찔리면 소리가 나오고 만다. 달리 어찌할 수가 없어서, 그저 어떻게든 참아내고자 했다.
“아오바…….”
“핫, ……응, 으응…….”
렌이 뜨거운 숨을 섞어 내 이름을 부르고, 거센 움직임으로 안쪽을 꿰뚫는다.
처음엔 몸 안쪽이 한계점까지 벌려져서 버거운 느낌이 들었지만, 곧바로 달콤하고 짜릿한 감각이 솟아올랐다.
역시, 렌은 내가 느끼는 곳을 알고 있는 거다…….
“……앗!?”
쾌락에 몸을 맡기고 있으니, 기묘한 감각이 나를 덮쳐왔다.
렌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내 쪽인데도, 나도 삽입하고 있는 듯한……. 그런 쾌락의 파도가 서서히 밀려들어온다.
뭐지? 이 느낌.
혹시…….
나와 렌이,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하앗, 아, ……아앗, 하아……, 앗!”
깊숙하게 박힐 때마다 마치 스스로도 넣고 있는 듯한 쾌감이 스쳐, 나의 그곳은 눈 깜짝할 사이에 단단해졌다.
렌이 내 다리를 꽉 붙잡고서, 팽팽하게 선 나의 것을 손으로 훑는다.
“렌……! 아, 앗, ……으응, 아…….”
내가 신음소리를 내자, 왜인지 가슴속에서 따뜻하고도 달콤한 감각이 서서히 일어났다. 하반신에서 오는 감각과는 다르다.
만약 정말로 삽입의 감각이 공유되고 있다고 한다면…….
이 달콤한 쾌감은, 렌이 내 목소리를 듣고서 느낀 흥분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는 건, 렌도 내가 받아들이고 있는 이 엄청난 쾌락을 느끼고 있다는 것일까?
“핫, 아앗, 으응, 아아……, 앗!”
몇 번이고 안쪽을 찔려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어간다.
렌이 내 기분 좋은 곳을 사정없이 자극해 와서, 몸이 녹아 없어질 것만 같다.
“하, ……읏.”
“응, 으응…….”
렌이 혀를 내밀어 내 아래턱을 핥는다. 입을 열자, 턱을 핥던 혀가 안으로 들어왔다.
“하아, ……응, 으응……, 핫……, 응.”
“읏……, ……후우, 아오바…….”
깊고 진한 키스의 가운데, 렌의 목소리를 듣는다.
“아오바……, 아오바. ……아오바, …………, 아오바.”
“렌……, 아앗.”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점점 갈라져간다. 그 울림이 안타까워서, 내 쪽에서도 렌의 입술을 덮었다.
지금, 우리들에게는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밖에는 없다.
내가 렌을 좋아한다는 것. 렌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
단지, 그것뿐이다.
그렇기에, 그 이상은 무리일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내서 서로의 몸을 끌어안고 싶었다.
“……렌.”
“………….”
“……계속, 함께야.”
렌은 아주 잠시 눈썹을 찡그리고는, 곧바로 미소를 지었다.
“……아아.”
렌이 깨무는 듯한 키스를 해오고, 다시 서로 혀를 휘감는다.
한층 더 세게 쳐올려져서, 눈앞이 아찔해지는 듯한 감각의 급류가 온몸을 희롱했다.
“으응, ……응, 아아! 읏……, 아앗.”
더 깊숙한 곳까지 도달하려는 듯이, 렌이 나를 꿰뚫는다.
사고가 흐물흐물 녹아내려서, 자신이 어떻게 되어있는 건지 잘 알 수 없다.
렌의 호흡도 완전히 흐트러지고, 이따금 무언가를 참는 듯이 목이 울렸다.
엄청난 힘으로 몸이 뒤흔들리고, 내 입술에서 벗어난 렌의 이빨이 턱에 닿는다.
뾰족한 이빨 사이로 드러난 혀가, 내 입가에서 흘러내리는 타액을 핥아 올린다.
“아, 아앗……, 으응, ……앗.”
“…………읏, …….”
쿠퍼액으로 흠뻑 젖어버린 나의 것을 렌의 손이 세게 움켜쥐고, 한계로 내몰아가는 듯이 훑는다.
그 자극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서, 눈물이 스며 나온다.
“하, 앗, 렌……, 위험해, 아, 아앗……, 앗.”
“읏, ……후우.”
열기에 취해 무의식적으로 한계를 호소하는 내 뺨을 핥으며, 렌이 점점 더 격렬하게 내 안으로 파고든다.
“아앗, 아! 그만, 렌…….”
“읏……!”
“아, 아앗……, 앗!!”
안쪽을 도려내는 듯이 꿰뚫리고……. 격렬한 쾌락이 전신을 뒤덮는다.
나는 등을 크게 젖히고서, 렌의 손에 하얀 액체를 토해냈다.
“……하앗, 아, ……앗, 아…….”
“하…….”
렌이 희미하게 신음하고, 내 허리를 있는 힘껏 끌어당긴다.
“……읏! ………….”
내 안의 렌이 흠칫흠칫 떨리고는, 안쪽 깊숙한 곳이 뜨겁게 젖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하아, 핫, 하아…….”
나도 렌도 거친 숨을 내쉬며, 무언의 여운에 몸을 내맡겼다.
몸이 기진맥진해져서, 어디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으응…….”
축 늘어진 몸을 렌에게 기대고 있으니, 렌이 내 안에서 빠져나갔다.
렌이 들어왔었던 곳에 온기가 남는다.
“……아오바.”
렌이 나를 등 뒤에서 꼭 끌어안는다. 나도 눈을 감고, 렌의 팔 위로 손을 올렸다.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관계가 어떻든, 렌과 지금 이렇게 체온을 나누고 있다는 것이.
현실로 돌아가면, 렌은 다시 올메이트로서 내 곁에 있게 된다.
이전과 변함없는 일상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서로가 인간의 육체를 지니고 끌어안는 일은, 이제 없겠지.
라임에서의 렌은 인간 형태가 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게임상의 전투를 위한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
나 자신, 스스로에 대한 스크랩은 두 번 다시는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번에 성공한 것은 거의 기적이다.
렌이 있었기에……, 렌과 떨어지고 싶지 않았기에 기적이 일어났다.
이 마지막 기회에 렌과 서로 끌어안고 체온을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이다.
렌이 품고 있는 열과 나에 대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다.
“………….”
“……아오바.”
“……응?”
“걱정되는 게 있어.”
“뭐?”
“아오바는 가끔 자신의 허용량을 넘어서 생각하려고 하는 버릇이 있어.”
“그리고, 감정이 고조되면 제어를 못하게 되는 점이 있어.”
“상대가 누군지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부탁을 받으면 싫다는 말을 못하는 점이 있어.”
“그리고…….”
“……후후.”
어쩐지 우스워져서, 나는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왜 그래? 뭔가 이상해?”
“아냐, 미안. 그런 게 아니라. 왜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하나 싶어서.”
“………….”
“거기다,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구나 싶어서. 당연한 일이겠지만 말야.”
“아오바…….”
“렌은 말야, 내가 기억 못할 만큼 오래 전부터 줄곧 함께 있었던 거지. 그래서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알고 있어.”
“정말로 누구보다도……, 나보다도.”
렌이 말없이 내 어깨에 이마를 댄다. 나도 팔을 뒤로 돌려서, 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둘만의 소중한 시간.
……갑자기, 가슴속에서 어떤 감정이 부풀어 올랐다.
또……, 쓸쓸하다는 감정이다.
현실로 돌아가도, 나와 렌은 함께 있을 것이다.
우리들 사이에는, 다른 그 어떤 사람과도 맺을 수 없는 우리들만의 특별한 연이 생겨났다.
따로따로 흩어지는 일 따위는 없다. 계속 함께다.
……그렇지만, 역시.
“………….”
“아오바?”
“……, ……마음이 아프네.”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은 목소리가 조금 갈라지고, 뜨거워진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넘친다.
눈을 감고, 천천히 긴 숨을 내쉰다.
이것은, 감정의 고요한 범람이다.
채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이 눈물이 되어 흘러간다.
렌이 내 목덜미에 코끝을 부빈다.
“……미안해, 지금만. 조금만…….”
“아오바.”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을 뿐이야……. 같이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쁜데……, 미안해.”
“내가 마음 아프다는 말 같은 걸 하면, 렌도 싫지…….”
“아오바…….”
“나……, 렌이 좋아.”
“……윽.”
“언제까지나 좋아할 거니까.”
이것은 분명,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눈물이다.
그것을 위해서 나는 지금……, 울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렌이 내 뺨에 두 손을 대고, 부드럽게 내 고개를 돌려 자신의 얼굴과 마주보게 한 후에 이마와 이마를 콩 부딪뜨렸다.
우리들이 언제나 하던 것처럼…….
맞닿은 곳으로부터 전해져오는 온도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계속 함께야.”
“……아아.”
“나는 언제나 아오바를 지켜보고 있어. 아오바의 곁에 있어.”
“그러니까 울지 마. 아오바.”
“렌…….”
나는 렌의 입술에 살며시 키스를 했다.
렌이 내 입술을 핥고, 뺨 위의 눈물도 핥아낸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렌을 느끼고 싶다.
어디선가 멀찍이, 종소리가 들려온다.
나와 렌의 몸이 살며시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갈 시간이다.
황혼이 진 하늘도 모래사장도 바다도, 이 공간을 형성하던 모든 것들이 진동하며 조금씩 조각조각 흩어져간다.
“아오바.”
렌이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나도 손을 뻗는다.
투명하게 사라져가는 손과 손이……, 확실하게 이어진다.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환상의 세계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모래알처럼 산산이 흩어지고…….
이윽고, 새하얀 빛이 우리들을 삼켰다.
‘안 돼. 이 녀석한테 가까이 가지 마. 이런 녀석은 믿지 마! 내가 하는 말을 들어! 이 녀석은 위험해. 이런 녀석보다 나를 믿으라고!’
‘괜찮으니까, 그 사람을 믿어. 그 사람은 반드시, 아오바에게 힘이 되어줄 거야. 그 사람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 괜찮아. 내가 있어. 아무것도 무서울 것 없어.’
“무서워할 것 없으니까, 자신만의 세계에서 나오렴.”
“괜찮아. 세계는 언제든 부술 수 있으니까.”
“부수고, 그 후에 또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면 돼. 가능성에 끝이란 건 없단다.”
“……좋아, 결정했어. 너에게 새로운 인생과 가능성을 주마.”
“오늘부터 네 이름은, 아오바야.”
……아오바.
……아오바.
……아오바.
……아오바.
“……아버지.”
……하늘.
파랗고 높은, 하늘.
파란…….
“………….”
“……아오바!”
눈을 뜨니, 끝없이 맑은 파란 하늘과 코우자쿠를 비롯한 모두의 얼굴이 보였다.
여기는…….
“괜찮으세요? 마스터.”
“다친 덴 없어? 천천히 일으킬게.”
코우자쿠의 부축을 받아 상반신을 일으킨다.
코우자쿠, 클리어, 노이즈, 밍크……. 모두가, 곁에 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주위는 몹시도 혼란스러워서, 많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거나 심각해 보이는 얼굴로 이야기를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니, 하늘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플라티나 제일의 상징이었던 오벌 타워가 말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타워가.”
그 엄청난 광경에 아연실색하고 있으니, 클리어가 내 무릎 위에 무언가를 올려놓았다.
“마스터.”
“!”
“너랑 같이 쓰러져있었어.”
무릎 위에 올려진 것을 보고, 심장이 멈출 뻔한다.
그것은, 파란 털 뭉치였다.
“……렌!”
나는 렌을 안아들고, 즉시 기동시켰다.
렌이 반짝 하고 눈을 뜬다.
……이상은 없다. 제대로 기동되었다.
한숨 놓여서, 그 등을 쓰다듬는다.
“렌…….”
‘멍!’
“……!”
“……렌?”
‘멍!’
그런…….
거짓말이지…….
렌이 아냐…….
렌이, 없어졌어……?
“어째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채로, 나는 멍하니 렌을 바라보았다.
내 안에 렌이 있는 기척은……, 없다. 물론, 또 한 사람의 ‘나’도.
……설마, 렌은.
……사라진 건가?
“………….”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었는데.
올메이트로 돌아가니까, 지금까지와 아무런 변함이 없다고.
그랬는데…….
없다.
내 안에도 올메이트 안에도, 렌이 없다.
……모두, 없어져버리고 말았다.
세이도, 또 한 사람의 ‘나’도, 렌도.
아무도, 없다.
“……흑.”
렌이 위로해주는 듯이 내 뺨을 할짝할짝 핥는다.
렌…….
나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채로…….
그저, 있는 힘을 다해 파란 털 뭉치를 끌어안았다.
심장부인 오벌 타워가 붕괴된 후, 플라티나 제일은 일체의 기능이 정지되었다.
그러나, 본토의 신속한 개입 등으로 인해 혼란은 빠르게 종식되었다.
타워가 붕괴된 원인은, 플라티나 제일의 중추를 담당하는 시스템의 폭주와, 테러리스트에 의한 폭파라고 했다.
당시, 타워 안에 있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기적적으로 대피를 해서, 사망자나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타워의 상태가 이상해지기 전에, 대피를 권고하는 수수께끼의 메일이 타워 안의 사람들에게 전송되었던 모양이다.
단, 토우에를 필두로 한 일부의 관계자들은 행방불명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토우에가 꾸미고 있던 사람의 마음을 조작하는 연구와 그에 관련된 실험이 세상에 공표되어, 토우에 재벌은 격렬한 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그 결과, 토우에 재벌의 관련 기업이 취급하고 있던 것은 모두 다른 기업으로 인수되었다. 올메이트도 그렇다.
초기 버그가 제거되고, 기존의 올메이트들에게는 무상으로 백신이 배포되었다.
그와 똑같이 라임도 관리 회사가 변경되고, 라임을 주재하는 것은 우스이가 아니게 되었다.
그렇게, 토우에 재벌의 그림자는 미도리지마에서 조금씩 옅어져갔다.
지금, 섬의 주민들은 미도리지마를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놓기 위해 활기를 띠고 있다.
코우자쿠는 변함없이 미용사 일을 계속하고 있고, 노이즈는 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소문을 가끔씩 전해 듣는다.
밍크는 소식불통이지만, 그 녀석이 그렇게 간단히 뻗어버릴 리가 없다.
클리어는 가끔씩 ‘평범’에 불쑥 얼굴을 내민다.
미즈키는 의식을 회복했다. 아직 퇴원은 할 수 없지만, 문병하러 간 나를 보고는 기쁜 듯이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구 주민구로 돌아와, 다시 할머니와 함께 평소와 똑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렇게 심했던 두통도 거짓말처럼 없어지고, 머리카락의 통각도 사라졌다.
모두……, 끝난 것이다.
“일전에 플라티나 제일에서 일어난 오벌 타워 붕괴 사건에 대한 속보입니다.”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타워 지하부에 폭약이 설치되어 있었던 점에서 미루어볼 때, 테러리스트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이 높으며.”
“자세한 전말을 밝혀내기 위해 계속해서 조사를 해나갈 것이라고 합니다.”
“타워 붕괴 당시의 피해 상황에 대해서는, 타워 내부에 있던 직원 빛 일반 시민에게는 사전에 코일을 이용한 피난 경보가 도착한 덕분에.”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고, 부상자도 경상에 그쳤다고 합니다.”
“또한, 행방불명된 토우에 재벌의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현재도 수색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1년 후.
나는 이전과 똑같이 ‘평범’에서 일하고 있다.
여전히 손님 수가 적어서, 그렇게 바쁘지는 않다.
……하지만.
평화로운 나날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지금은 가슴 깊이 절감하고 있다.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우여곡절 있었고, 잃어버린 것들도 있었고…….
그렇기에, 더더욱.
이 1년 동안, 나는 이런저런 일들을 기억해냈다.
나에게 있어서는 정말로 중요한 1년이었다.
어느 순간 문득 기억의 파편이 돌아오는 듯한 감각이 일어나고, 그것이 조금씩 쌓여가서…….
그런 감각이 들 때마다, 나는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했다.
할머니는 내 질문에 천천히 정성스럽게 대답해주었다.
내가 꿈에서 보았던 해변은 이 미도리지마에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로, 할머니가 나를 맡겼다는 교회도 바로 그 부근에 있는 모양이다.
어느 날, 교회에서 빠져나간 내가 다다른 곳이 그 해변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그 사람과 만났다.
나의 아버지와.
그때, 나는 이 사람과 함께 가고 싶다는 마음을 강하게 품었다.
나를 데리고 가주었으면 좋겠다고.
아버지와 나 사이에 혈연관계는 없다. 물론 어머니도 그렇다.
나는 토우에의 연구소에서 태어났기에.
어머니도 할머니의 친자식이 아니고, 복잡한 내력이 있어서 할머니가 키우게 되었다고 했다.
아버지는 별다른 목적도 없이 훌쩍 이 섬에 찾아온 방랑객으로, 어쩌다 어머니와 알게 되어서 사랑에 빠졌다.
아버지는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사람이었기에, 어머니와 연을 맺고도 이 섬에 머물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어머니도 그 사실은 알고 있었던 것 같지만, 아버지가 이 섬을 떠난다고 한 날에 억지로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고 한다.
아버지는 어디 출신인지조차 묘연해서, 할머니도 처음에는 어디서 굴러먹던 개뼈다귀인가 하고 꽤나 경계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어딘지 마음을 닫고 있었던 어머니가 안정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직감했다고 한다.
이 남자에게는 무언가 묘한 힘이 있다고.
그래서, 할머니는 그 남자를 한 번 믿어 보자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어머니에 대해서도, 딸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믿고 길을 떠나는 것을 배웅해주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할머니 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직 꼬마였던 내가 함께였다.
할머니는 처음엔 못 보던 아이가 갑자기 생긴 것에 놀라고, 다음으로는 내가 해변의 교회 근처에 있었다는 말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 얼굴을 보고는 거의 확신을 했다고 한다.
교회에 연락을 해서 물어보니 역시 그건 나였고……. 그때, 할머니는 나를 떠맡기로 결정했던 것 같다.
이미 이것은 운명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한 번은 떨어트려놓고자 교회에 맡겼지만, 그럼에도 다시 곁으로 돌아온 것은 운명이다……, 라고.
……내게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해준 할머니는 ‘이제야 이야기할 수 있는 때가 온 건가’라는 말을 덧붙였다.
줄곧 나를 말없이 지켜봐주었던 할머니.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느꼈다.
카운터 위에 팔꿈치를 괴고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으니, 전화벨이 울렸다.
“네, ‘평범’입니다.”
“여보세요? 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그쪽에 아오바 씨라는 분이 계신가요?”
“? 전데요.”
어쩐지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목소리다.
누구였더라…….
“그러셨나요. 이쪽은 미도리지마 종합병원입니다. 실은 아오바 씨의 친족 분께서 이쪽에 입원하고 계셔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에? 친족? 할머니인가요?”
“아뇨, 형 되시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 형?”
“네에.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 걸 아무것도 가지고 계시지 않아서, 연락이 늦어졌습니다만.”
“아오바 씨에 대해서 알려준 분이 계셔서요.”
“그런……, ……무슨 오해가 있는 게 아닐까요. 사람을 혼동했다든지.”
“아뇨, 그럴 리가 없습니다만. 세라가키 아오바 씨 되시죠?”
“……아, 네. 그렇습니다.”
“형 되시는 분의 성함은, 세이 씨죠?”
“………….”
순간, 말이 막힌다.
내 형이 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인물은 한정되어 있다.
당혹감을 느끼며, 오랜만에 들은 그 이름에 1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입이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형의 이름은, 세이입니다.”
“그렇다면 오해 같은 건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 습니까…….”
“만약 괜찮으시면, 편하실 때에 면회하러 와주실 수 있습니까?”
“아, 네. 면회 말인가요……. 조만간 찾아가겠습니다.”
“잘 됐네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꼭 와주십시오. 그럼.”
나는 반은 넋이 나간 상태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의미도 없이 의자 위에 앉아있던 몸을 바로잡는다.
방금 그 말은…….
사실인 것일까.
“방금 그 전화…….”
세이가, 발견되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서야 가까스로, 몽롱한 머리에 그 말의 의미가 침투된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믿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발견되었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뭐가 발견된 거지? 몸인가? 만약 타워의 붕괴로부터 기적적으로 육체가 발견되었다고 해도, 마음은 이미…….
세이는……, 바로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제부터 제대로 끝을 내러 갈 거야’라는 말을 남기고.
나는, 형을 잃었다.
그리고……, 렌도.
올메이트 렌은 아직까지 초기 출하 상태 그대로다.
교육 프로그램을 다시 넣는 것도 생각해보았지만, 그래서는 의미가 없다.
내가 아는 렌으로는 돌아오지 않는다.
또 한 사람의 ‘나’도 세이도 렌도, 모두 내 안에서 없어지고…….
평화로운 나날은 돌아왔지만, 내 마음은 지금도 상실감으로 시커멓게 구멍이 뚫려있다.
……역시, 세이가 발견되었다는 것을 믿으라는 쪽이 무리다.
하지만, 저쪽은 세이가 내 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째서지? 누군가가 가르쳐준 건가?
아니면…….
정말로 세이인 건가……?
……방금 그 전화는 장난전화일 가능성도 있고, 사람을 혼동했을 경우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도……, 만나러 가봐야 하는 것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으니, 어떤 말이 머릿속에 번쩍 떠올랐다.
……그런가.
그 말이 떠오르자, 혼란이 말끔히 사라졌다.
그렇다. 의심할 필요는 없다. 장난이었다고 해도 상관없다.
왜냐면…….
“세상은 언제든 부술 수 있으니까.”
나는 하가 씨에게 조퇴 허가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 할머니에게 좀 전에 걸려왔던 전화에 대해……, 세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할머니는 부엌에서 저녁밥을 만들며 내 이야기를 듣고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그러니?’라는 말만을 남겼다.
할머니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 뒷모습에서는 파악할 수 없었다.
할머니의 입장에서는, 세이를 토우에에게 희생시키고 말았다는 죄악감이 줄곧 남아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분명 세이는 할머니가 나빴다든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 때문에 더더욱, 할머니를 위해서도 병원에 가서 세이가 발견되었다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도리지마 종합병원.
이전보다도 근사해진 건물을 올려다본다.
이 안에, 세이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게 되어서, 나는 입구 앞에서 잠시 동안 우두커니 서있었다.
“……응?”
메일인가 싶었더니 게임 어플리케이션 송신이다. 굉장히 오래간만이다.
이전의 게임은 세이가 보낸 메시지였지만, 이건……?
“선물? ……잘 모르겠지만, 기뻐하고 있는 건가?”
이 게임도 세이가 보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타이밍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건…….”
……나는 마음을 정하고, 병원 안으로 발을 들였다.
대합실은 꽤나 넓고, 사람으로 꽉 들어차있었다. 여러 개의 접수창구가 늘어서있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긴 의자에 앉아있다.
종합 접수창구에서 면회를 신청하고 환자의 이름을 댄 후, 병실 번호를 듣고서 엘리베이터에 탄다.
병실은 403호다. 나는 4층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간호사실에 들렀다.
아까 병실에 가기 전에 간호사실에 들르라고 했었지.
“실례합니다.”
인기척을 내자 간호사가 나왔다.
“네. 아, 403호에 면회하러 오신 분이신가요?”
“네.”
“이쪽입니다. 따라오세요.”
간호사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새하얗고 청결한 복도를 걷고 있으니,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되살아날 것만 같다.
하지만, 그것도 403호실의 플레이트를 눈으로 본 순간 단번에 날아가 버렸다.
“이쪽입니다.”
“………….”
“오늘은 붕대를 푸는 날이에요. 선생님께서 풀어도 좋다고 말씀하셔서.”
“그렇, 습니까.”
“네에. 세이 씨이 동생 분이신 거죠?”
“네.”
“동생 분께서 만나러 오신 걸 아시면, 분명 세이 씨도 기뻐하실 거예요. ……세이 씨? 들어가겠습니다.”
그 방은 개인실이었고, 눈앞이 하얀 커튼으로 가로막혀있었다.
“세이 씨, 동생 분께서 오셨어요.”
간호사가 커튼을 걷는다.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한 후, 나는 침대로 다가갔다.
침대 위에는……. 머리까지 붕대를 두른 사람이 누워있었다.
이게, 세이?
……정말로?
“입원하신 때부터 얼마 동안 잠든 상태가 계속되고 있었던 탓에, 아직 대화를 나누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의식은 있으신 것 같고, 목소리도 들리실 거예요.”
“그런가요…….”
역시……, 다른 사람이 아닐까?
너무나도 측은한 모습에 눈을 돌리고 싶어진다.
눈과 입가는 간신히 밖으로 드러나 있지만, 그 외의 부위는 하얀 붕대에 뒤덮여있다.
“형은 어떤 경위로 이곳에 오게 되었나요?”
“이 병원으로 옮기신 건 3개월 전이에요. 그 전까지는 해외의 병원에 입원하고 계셨습니다.”
“해외의?”
“네에. 그때까지 세이 씨를 간병하셨다는 분의 희망으로, 이 병원으로 옮기게 되셨다고 해요.”
간병을 했다……? 누구지.
“이 병원으로 옮기신 후에는 담당의 선생님도 놀라실 정도로 순조롭게 회복되셔서, 지난달에는 의식이 돌아오셨어요.”
“꼭 말을 걸어봐주세요. 이제부터 붕대를 풀겠습니다.”
간호사가 세심한 손놀림으로 붕대를 풀어간다. 약간 긴장하며 그 광경을 지켜본다.
제일 먼저, 까만 머리카락이 밖으로 드러났다.
내 기억 속의 세이보다도 조금 짧다. 병원에서 자른 것일까.
그리고, 눈썹. 코, 뺨…….
목까지 붕대가 풀어지자, 정말로 세이의 잠든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혈색이 좋지 않아 도자기 인형 같지만…….
세이……. 정말로 살아났던 건가…….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손을 짚고, 앞으로 몸을 구부리고서 세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세이. ……내 말 들려?”
목소리가 긴장으로 갈라진다.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 걸까?
마른침을 삼키며 지켜보는 내 앞에서, 세이의 눈꺼풀이 흠칫 떨렸다.
그 떨림이 몇 번 계속되고, 깜박임으로 변한다.
눈이 천천히…….
떠진다.
세이의 어깨에 살며시 손을 대자,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던 눈이 이쪽을 향했다.
“……!”
이 눈동자 색…….
이건…….
다정한, 호박색의 눈동자.
설마…….
세이가 완만한 움직임으로 팔을 들어올려, 내 뺨을 만졌다. 입을 움직이지만, 바람이 빠지는 소리밖에는 나지 않는다.
“……뭐?”
입가에 얼굴을 가까이 대자, 뺨을 만지는 세이의 손에 힘이 실렸다.
끌어당기려는 건가? 얼굴을 더 가까이 가져가본다.
……할짝, 뺨을 핥는 감촉이 들었다.
“!”
무심결에 그 얼굴을 본다. 너무나도 그리웠던 이 몸짓…….
단단히 버티고 있던 둑이 단숨에 무너져 내린 듯이, 뜨겁게 솟아오르는 감정으로 가슴이 가득 차오른다.
……그런가.
좀 전에 송신되었던 게임 어플리케이션. 선물을 들고 기뻐하던 공주님.
그 의미를……, 알았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그’가 누구인지도.
그가 멋쩍은 듯이 미소를 짓고, 입술을 움직인다.
……아오바.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 것은 날숨뿐이었지만, 나에게는 그 목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언제나 나를 부르는, 늠름한 목소리.
……그다.
돌아와 주었다.
이제 두 번 다시……, 맞닿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세이가, 형이 내게 보내준 마지막 선물이다.
나는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그 이마에 내 이마를 댔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그에게 속삭였다.
“……어서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