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건물로 들어간 후 바로 2층으로 올라가서는, 제일 먼저 두통약을 먹는다.
그리고, 렌과 함께 소파에 앉아 잠시 가만히 있었다.
“………….”
조금 마음을 가라앉히고서, 내 안에서 어지럽게 뒤섞여있던 것들을 정리해본다.
우선, 하가 씨께 들은 구 주민구의 이야기다.
온 거리에 어떤 음악이 울려 퍼지고, 그 후 모두가 플라티나 제일의 중계방송을 보게끔 되었다고 했다.
하가 씨를 비롯한 지인들은 귀를 막아서 괜찮았던 것 같지만…….
다시 말해 그 음악이 모두를 이상하게 만들었다는 건가.
만약 할머니와 내가 아는 사람들이 이상해졌으면, 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경련이 일 것만 같다.
하지만 이쪽에서 연락을 취할 수는 없다.
이러고 있는 사이에도, 어쩌면…….
“……큭.”
‘아오바.’
내가 초조함에 사로잡혀 있는 것을 감지한 것인지, 렌이 내 무릎 위로 앞발을 올렸다.
“미안…….”
냉정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하지 않으면.
하가 씨의 말을 믿는다면, 모두 아직 무사하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지금 당장 구 주민구로 돌아간다고 해봤자, 뭘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이곳에 온 의미도 없어져버린다.
하가 씨가 내게 혼자서 행동에 나서지 말라고 거듭 당부한 것도, 화가 치밀면 주변이 보이지 않게 되는 내 성격을 잘 알고 계시기 때문이겠지.
메인 이벤트가 열리는 건, 내일.
그때까지 어떻게든 토우에가 있는 곳에 도달하면…….
마구 널을 뛰는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나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눈꺼풀 안쪽으로 그 녀석의 눈……, 깜빡거리는 세이의 눈동자의 잔상이 떠오른다.
토우에는 세이를 몹시도 소중히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아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인지 뭔지 했었지.
세이의 눈이 대형 모니터에 클로즈업되었을 때……,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이 스쳤다.
골목길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던 세이의 눈을 보았던 때와 똑같다.
그 후, 광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마술에라도 걸린 것처럼 세이에게 심취했다.
그 눈……. 고요한, 잔잔한 바다와도 같은 눈동자.
그 녀석은 대체, 뭐지?
알 수 없는 것투성이지만, 뭔가 상당히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타워 앞 광장에 모여들었던 관중들의 열광과 구 주민구 사람들의 변모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눈을 뜨고, 무릎 위에 올라와있는 렌의 등을 쓰다듬는다.
“렌.”
‘뭐지?’
“내일, 타워에 가보려고 해.”
‘어떻게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지.’
“정정당당하게 정면 돌파……는 무리겠지.”
‘어렵겠지.’
“그러면 다른 방법은…….”
“……완전히 없는 것도 아니군.”
‘……아오바. 힘을 사용할 생각인가.’
“…………. 렌한테는 뭐든 숨길 수가 없다니까.”
‘그 힘을 사용하는 건 위험하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때가 늦기 전에 행동하지 않으면.”
‘만약 그것이, 아오바에게 있어 되돌릴 수 없는 사태를 불러일으켜도 말인가.’
“………….”
렌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안다. 내 힘은…….
미즈키를 부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나 스스로에게도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그렇게 간단하게 사용해도 되는 힘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 이상,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없어지는 건 싫어. 그걸 막기 위해서 힘을 사용하고 싶어.”
‘그 때문에 아오바 자신에게 예기치 못한 무언가가 일어나서, 타에와 다른 모두가 슬퍼하게 되어도 말인가?’
[ 렌에게 대답한다 ] → 선택
[ 렌을 쓰다듬는다 ]
“……그래도 모두를 구할 수 있다면.”
내 대답을 듣고, 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무릎 위에서 빙글 하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
나는 미안함과 쓸쓸함이 뒤섞인 기분으로, 그 자그마한 등을 어루만졌다.
렌이 날 걱정해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줄곧 함께 해왔기에 더더욱 이런 충고를 하는 것이다.
부모님의 거처조차 불분명한 나에게 있어, 렌은 거의 가족과도 같은 소중한 존재다.
렌과 처음으로 만났을 때는…….
………….
에-, 그러니까…….
“렌, 내가 너랑 처음으로 만났던 건 언제쯤이었더라…….”
‘그건 아오바가 나를 구입했을 때를 말하는 건가?’
“응.”
‘아오바의 얼굴을 인증하고 등록한 시점을 가리키는 거라면, 대략 10년 전이 된다.’
“그래, 그랬었나. 어쩐지 훨씬 더 오래전부터 같이 있었던 것 같은데.”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참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왔네.”
‘그렇군.’
“널 처음으로 안았을 때, 엄청 보들보들해! 엄청 커다래! 싶었었는데. 지금보다 훨씬 크다는 느낌이 들어서 말야.”
‘그건 아오바가 성장했기 때문이겠지.’
“그렇겠지. 보들보들한 건 안 변했지만. 뭐랄까 형제 같은 사이잖아, 너랑 나는. 지금은 내가 형이고 네가 동생.”
‘그 말에는 찬성하기 어렵군.’
“그럴 줄 알았어.”
소리 내어 웃으며, 나는 쉬지 않고 계속해서 렌의 등을 쓰다듬었다.
새삼스럽게 렌이 내게 있어 소중한 존재라는 느낌이 들어, 쓰다듬는 손에 마음을 담는다.
단호하게 마음을 굳힌 탓인지, 그러는 사이에 잊고 있었던 피로감이 서서히 온몸으로 퍼져갔다.
놀람과 긴장의 연속으로 확실히 몸이 지쳐있는 상태다.
하지만……, 그 전에.
나는 소파의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대고, 코일을 조작했다.
할머니와 코우자쿠, 그 외 다른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낸다.
전달되지 않을 건 알고 있다. 거의 소원을 비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부디 모두 무사하기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그렇게 빌었다.
결국, 나는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다음날 아침을 맞이했다.
무거운 몸과 머리를 질질 끌고 방에서 나온다.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켜자, 어제와 똑같이 특별기념 이벤트의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화려한 퍼레이드 현황을 특집으로 다룬 코너가 끝나고, 화면이 전환된다.
그것을 보고, 나는 졸음도 잊고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구 주민구……!”
몹시도 밝은 분위기의 나레이션과 함께 화면에 비친 광경은, 어제에 비해 한층 더 괴상하게 변해있었다.
모두……, 웃고 있다.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거나 한 게 아니라, 가면을 씌운 듯한 미소를 띠고 있다.
그렇지만, 눈이 텅 비어있다.
어디를 보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얼굴로, 그저 입만 웃고 있다.
개중에는 ‘플라티나 제일 만세!’ 따위의 말을 외쳐대는 녀석도 있어서, 리포터가 ‘구 주민구에서도 성대한 환영의 분위기를 보이고 있습니다.’라고 지껄여댄다.
“그럴 리가 없잖아…….”
이 광경……. 어제 타워 앞 광장에 모여들었던 녀석들과 똑같다.
하가 씨가 말했던 음악 때문인가?
하가 씨와 할머니, 그 밖에 다른 사람들은……. 정말로, 정말로 괜찮은 건가……!?
나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코일을 조작했다.
예상했던 대로, 어제 보냈던 메일에 대한 답장은 누구에게서도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전화를 걸어본다.
……틀렸다. 역시 연결되지 않는다.
“젠장…….”
아직 할머니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상태까지 이상해졌다고 확정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할머니가 있기에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안이 점점 무서운 속도로 쌓여간다.
만약 할머니를 비롯한 나의 지인들도 이상해져버린다면…….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도 최악의 상황이 머릿속을 맴돈다.
“렌, 가자.”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발치에 있던 렌에게 말을 건넸다.
‘……알았다.’
렌은 뭔가 말하고 싶은 것처럼 나를 올려다보았지만, 꼬리를 크게 흔들고는 내 뒤를 따라왔다.
차림새를 정돈하고서, 나는 렌을 가방에 넣고 글리터에서 뛰쳐나갔다.
축제 분위기가 한창인 길거리는 사람이 많아서 걷기가 힘들다. 게다가 경비원의 수가 명백하게 늘어난 상태다.
가능한 한 경찰관 근처를 지나가지 않게끔 하면서, 타워로 향한다.
어제는 사람들 틈에 완전히 파묻혀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타워 앞에는 경비원들이 잔뜩 서있었다.
도저히 혼자서는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어떻게 할까…….”
코일로 초대장에 첨부된 지도를 열어본다.
“렌, 타워에 뒷문은 없는 거야?”
‘……지도상으로는 입구 반대편에 종업원 및 물품 반입용 통용구가 있는 것 같다.’
“이 부근이려나……. 경비도 느슨할지 모르니까, 가보자.”
망설일 틈이 없다. 나는 타워의 뒤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종업원 및 물품 반입용 통용구는 타워 안에서도 으슥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탓에 약간 어둑했고, 관광객도 좀처럼 오지 않기 때문인지 경비원의 수가 적었다.
철창으로 되어있는 차량용 게이트 앞에 두 명이 서있는 정도다.
“……두 명이면 어떻게든 되려나.”
‘경비는 두 명뿐인 것 같지만, 주의하는 게 좋아.’
“오-케이.”
나는 가방 안쪽에서 스턴 건을 꺼내들었다.
구 주민구에서 나올 때 하가 씨께 받았던 물건이다.
게이트 옆에는 키 큰 화단이 있다. 그 뒤쪽을 통해서 가면, 아마도 괜찮겠지.
나는 허리를 낮춘 자세로 화단의 그늘로 뛰어 들어가, 숨을 죽이고 경비원 중 한 명에게 접근했다.
타이밍을 계산하고…….
“뭐야!? ……으악!”
“어이! ……큭!”
돌려차기로 한 명을 쓰러트리고, 이쪽의 상황을 눈치 챈 다른 한 명의 목에 스턴 건을 들이댄다.
……근데. 이 스턴 건, 위력이 상상을 초월하는데. 괜찮은 건가? 안 죽었겠지?
하가 씨 수제 스턴 건이니 분명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장난이 아닌데…….”
‘아오바도야.’
“나?”
쓰러진 경비원의 가슴께를 재빠르게 뒤지며, 가방에서 얼굴을 내민 렌 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설마 갑자기 돌격할 줄은 몰랐어.’
“이런 건 타이밍과 기세가 관건이잖아. 그게 없으면 이길 수 없는 싸움도 있으니까……. 아, 여기 있다.”
경비원의 목에 걸려있던 ID 카드를 빼낸다.
“이게 있으면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겠지. 가자.”
‘……이론보다 행동, 이네.’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말야.”
나는 카드를 손에 들고 눈앞의 문을 향해 달려갔다.
인증 모니터에 카드를 대자 록이 해제되었다.
문을 통과한 곳에는, 긴 복도가 이어져있었다.
여기가……, 오벌 타워의 내부인가.
“………….”
타워 안에는 일반인에게 개방된 에리어가 있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뒷문으로 들어온 탓인지 관광객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희미하게 사람이 걷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순찰하는 경비원이 있는 것이겠지.
주위의 낌새를 경계하며 앞으로 걸어 나가자, 전방에 엘리베이터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앞에 경비원 두 명이 서있다.
그 즉시 옆으로 꺾어지는 통로로 들어가, 벽에 착 달라붙어 모퉁이 너머로 경비원들의 기색을 살핀다.
엘리베이터 주변에는 몸을 숨길 수 있을 만한 게 아무것도 없다.
방금 게이트에서 했던 것처럼 그늘에서 습격하는 건 불가능하겠네.
어떻게 할까…….
“어이, 거기서 뭐하고 있지.”
“!”
뒤를 돌아보자, 복도 안쪽에 경비원이 서있었다.
큰일 났다……! 안쪽에 있는 방에서 나온 건가.
방금 그 소리로 엘리베이터 앞의 경비원들도 내 존재를 눈치 챈 듯, 분위기가 어수선해진다.
“엄마야…….”
“움직이지 마!”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고상한 옷차림의 남녀가 나왔다. 손님인가?
엘리베이터 앞에 있던 경비원이 그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약간 망설이는 듯이 발을 멈춘다.
……지금이다!
“……윽.”
“어이, 거기 서!”
나는 복도의 모퉁이에서 뛰쳐나가, 엘리베이터를 향해 마구 달렸다.
엘리베이터 앞의 경비원들이 허둥지둥 내게로 달려들고자 하고, 손님으로 보이는 남녀가 겁을 먹은 듯이 도망친다.
달리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나는 그대로…….
닫혀가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거기 서!”
“저리 가, 라고!”
“크악!”
엘리베이터 안으로 올라타려는 경비원을 슬라이딩 자세로 차버리고, 문에 끼이기 전에 발을 뺀다.
“후-. 그럭저럭 위기는…….”
문이 닫히기 직전, 경비원이 손을 집어넣어 억지로 문을 열고자 했다.
위험하다……!
나는 가방에서 스턴 건을 꺼내, 그 손으로 바싹 가져다댔다.
“우왓!”
경비원의 손이 튕겨나가듯이 뒤로 물러난다.
“렌!”
렌이 가방에서 뛰어내려, 앞발로 패널 버튼을 터치했다.
아직 뭔가를 더 하려는 경비원을 앞에 두고, 조용히 문이 닫혀간다.
“……깜짝이야.”
“이용하실 층의 버튼을 눌러주십시오.”
“아, 그렇지.”
엘리베이터의 안내 음성에 정신이 든 나는, 일어서서 적당히 눈에 보이는 층의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희미하게 흔들리고 상승하기 시작한다.
“하아……, 아야.”
슬라이딩 했을 때 바닥에 어깨를 부딪쳤던 거겠지. 욱신대는 부위를 문지르며, 나는 렌 앞에서 몸을 수그렸다.
“나이스 렌. 역시.”
‘인간의 말을 빌리자면 간담이 서늘해지는 상황이 계속되는군.’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잘 되어가고 있어. 렌 덕분이야.”
‘방심은 하지 마.’
“뭔가 이렇게, 영화처럼 천장에 착 달라붙어서 숨거나 할 수는 없으려나.”
‘실현 가능한 방법을 생각해야할 것 같군.’
“그건 그래. ……응?”
렌을 가방에 넣으려고 안아들고서, 나는 손을 멈추었다.
“렌. 이거, 왜 그래?”
렌의 눈에 무언가 반짝반짝거리는 것이 붙어있다. 얼음 알갱이 같다.
“눈 주변에 뭐가 붙어있어.”
‘………….’
눈가로 손을 뻗자, 렌이 얼굴을 돌렸다. 이쪽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렌?”
‘………….’
“여기 봐. 왜 그래?”
문득, 렌과 이마를 맞대려다 거부당했던 때의 일이 뇌리를 스쳤다.
그 이후로는 렌도 그렇게 상태가 나빠 보이지 않았고, 이런저런 일이 있었던 탓에 거의 잊고 있었지만…….
“어이, 렌.”
‘………….’
“눈, 보여 달라니까.”
‘지금은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쓸 상황이 아니잖아.’
“사소한 일……?”
‘그래. 사소한 일이야. 앞으로 있을 일을 생각하면 우선해야 할 사항이 아니야.’
“무슨 소리야, 너.”
렌이 얼굴을 돌리고 있는 것에 상관하지 않고 내 얼굴을 가까이 댄다.
“몇 번이나 말했잖아. 네가 망가지면 곤란하다고.”
‘아오바의 발목을 붙잡을 만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게끔 노력할 거야.’
“그런 게 아냐.”
‘올메이트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면, 나는 단순한 폐기물에 불과해. 그렇게 되지 않게끔…….’
“어이, 그만해. 뭐야 그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런 데서 내가 행동불능 상태가 되면, 아오바에게 폐를 끼치게 돼.’
“그런 게 아냐. 내가 한 말은 그런 게 아니라, 순수하게 네가 걱정되니까.”
‘괜찮아. 이런 일로 아오바를 수고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아.’
“그런 말 한 적 없잖아. 렌, 내 말 들어.”
‘신경 쓰지 말아줘.’
“너 말야……, 적당히 좀 해!”
렌이 하는 말이 너무 심한 나머지, 나는 그만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너, 왜 그러는 거야? 하는 말이 뒤죽박죽이라고?”
가벼운 진동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정지한다.
문이 열린 순간, 렌이 세차게 몸부림을 쳐 내 팔에서 빠져나갔다.
“어이, 렌!”
렌은 열린 문 틈새로 눈 깜짝할 사이에 엘리베이터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다.
뭐지……!? 대체 왜 이러는 거냐고……!
렌의 뒤를 쫓아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가자마자, 바깥쪽에 있던 웬 여자와 어깨가 부딪혀서 곧바로 사과했다.
꽤나 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자다 싶었더니, 정면에 있는 활짝 열린 문 사이로 파티가 한창인 것이 보였다.
파란 형체가 문 근처에 있는 사람들의 발밑을 재빠르게 빠져나가, 회장 안으로 들어간다.
“렌……!”
스스로가 명백하게 이 자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차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어쨌든 렌을 붙잡기 위해 회장으로 들어갔다.
회장 안에는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잔뜩 모여서, 손에 컵이나 접시를 들고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상류계급에 속해있는 높으신 분들의 모임이라는 느낌이다.
내가 지나가자 모두 이쪽을 흘낏 쳐다보고는, 곧바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하던 이야기를 마저 나눈다.
성가신 일에 엮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겠지. 다들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는 태도다.
그럼에도 회장 안이 서서히 술렁이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경비원을 부른다면 일이 복잡하게 된다.
나는 발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렌의 모습을 찾는 데에 전념했다.
어디 간 거야, 이 녀석. 빨리 찾아내지 않으면…….
……에?
지금…….
사람들 틈으로 섞여 들어가는 뒷모습을 눈으로 쫓는다.
저건…….
…………나?
“윽!”
갑자기 극심한 두통이 나를 덮치고, 시야가 크게 흔들렸다.
눈에 비치는 광경의 잔상이 수없이 겹쳐지고, 흐릿해진다.
한 데 뒤섞여 소란을 이루는 소리가 고장 난 테이프처럼 둔해지고……, 이윽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된다.
심장 고동에 맞춰, 머리가 지끈지끈 울린다.
뭐지……?
다리가 이상하게 무겁다.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그 녀석이 그렇게 소중한 건가?”
“!”
느닷없이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소중한 거지? 물론, 그런 건 다 알고 있다.”
“그럼, 왜 그렇게 소중한 건지 생각해본 적, 있나?”
“………….”
누구지…….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도 목소리만이 들려온다.
두통이 점점……, 심해진다.
“사실은 알고 있지? 왜냐면 너는…….”
“……시끄러워.”
“하지만, 너는 이미 마음을 정했으니까.”
“그대로 밀어붙이면 된다. 생각하는 대로, 욕망이 이끄는 대로.”
“누구도 너를 막을 수는 없어.”
“진짜 너를 막을 수는, 없어.”
“시끄러워!!”
그 목소리를 지워내듯이 소리를 치자, 회장에 있던 손님들이 일제히 이쪽을 보았다.
……웃고 있다.
구불구불 일그러진 얼굴이 나를 보고……, 웃고 있다.
“……!”
그때까지 멈춰있었던 소리가 봇물이 터지듯 넘쳐흐르고…….
슬로모션으로 움직였던 세계도 철근처럼 무거웠던 다리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지금 그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지……?
“어이, 저 녀석이다!”
경비원들이 회장 안으로 들어와, 나를 보자마자 소리를 쳤다.
그렇다, 도망가지 않으면.
렌을 찾아내기 전에 붙잡혀서는 안 된다.
나는 당황하는 손님들을 밀어제치고 걸어가며, 발밑을 구석구석까지 살펴보았다.
나와 접촉하는 것을 피하는 듯이 손님들이 비켜서고, 전방의 길이 점점 열려간다.
그곳을 파란 털 뭉치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렌!”
……저기 있다!
하지만, 내가 렌에게 다가가는 것보다도 먼저 반대편에서 경비원들이 나타났다.
“이 똥강아지가 어딜!”
“!!”
도망치려고 했던 렌이 경비원의 발에 차이고, 그 동그란 몸이 바닥에 나뒹군다.
“렌!!”
곧장 달려가 렌의 몸을 안아든다. 경비원들이 날 둘러싸고 총을 들었다.
“잠깐. 생포해오라는 명령이 있었다. 총은 쓰지 마라.”
경비원 중 한 명이 그렇게 말하자, 다른 녀석들이 온 힘을 다해 나를 구속하고자 했다.
“……윽, 이거 놔!”
“얌전히 있어!”
나는 렌을 감싸듯이 가슴으로 끌어안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 저항했다.
“만지지 마!”
이거 놔……!
렌……!!
돌연, 뇌수를 가르는 듯한 아픔이 스쳤다.
아파……!
제길, 머리가…….
쪼개질 듯이…….
렌…….
렌…………!
“……만지지 마.”
“뭐?”
“만지지 마, 이거 놔.”
“……윽, ……네.”
“어이……!”
“너도 걸리적거린다.”
“……윽, ……네…….”
“들어라.”
“여기 있는 녀석들은 전부, 날 보았던 것을 잊어라.”
“네…….”
“……네.”
“네…….”
………….
………….
……………….
…………이미, 알고 있다.
또, 이 꿈이다.
움직일 수 없는 꿈. 몸이 먹혀들어가는 꿈.
내 몸은……, 지금도 먹히고 있다.
오른쪽 팔꿈치 아래는, 이미 없다. 왼쪽 무릎 아래도, 이미 없다.
지금은 왼쪽 팔꿈치 아래와……, 오른쪽 무릎 아래가 먹히고 있다.
칠흑 같은 어둠에…….
통증은 없다. 충격이 있을 뿐이다.
우적우적 하고 들리지 않는 소리를 내며, 어둠이 내 팔과 다리를 깨끗이 삼켜간다.
그것들은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은…….
내…….
……몸통을 깨물릴 때마다, 내 안에서 무언가가 크게 팽창한다.
그것은, 충동이다.
……부수고 싶다.
이 어둠이 나를 베어 먹는 것처럼.
전부 다, 모든 것을.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그것이, 내 진정한 소망.
진정한, 소망?
진짜……, 나의.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 부수고 싶다 ────
“────으윽!”
“…………, …….”
“……아……?”
뭐지? 지금, 나…….
의식이…….
잔 건가? 이런 데서?
그렇지만, 꽤나 안 좋은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이…….
심장이 두근두근거린다.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 부수고 싶다 ────
……갑자기 그런 말이 뇌리에 떠오른다.
부수고 싶다?
무엇을?
“……윽.”
머리가 아프다. 약, 먹지 않으면…….
“…………!?”
……거기서 나는, 가까스로 자신이 지금 처해있는 상황을 인식했다.
회장에 모여 있던 호화로운 옷차림의 손님들이……, 모두 쓰러져있다.
서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어, 째서, ……무슨 일이.”
너무나도 괴이한 광경에 말을 잃는다.
어째서 이런 일이……?
분명 나는 렌의 뒤를 쫓아서 이 회장으로 들어와서, 렌을 찾아 이곳저곳을 뒤지고…….
“……윽!”
두통과 함께 어떤 기억이 어른거린다.
하지만, 먼 옛날에 꾸었던 꿈처럼 흐릿해서 또렷하게 떠올려낼 수가 없다.
나는 왜 쓰러져있었던 거지?
여기서 대체, 무슨 일이…….
회장을 둘러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 파란 털 뭉치가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었다.
저건……!
“렌!”
나는 두통도 잊고서 벌떡 일어나, 렌의 곁으로 달려갔다.
축 늘어진 그 몸을 안아 올린다.
“어이 렌! 괜찮아? 렌!”
렌을 기동시켜본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몇 번을 해도 렌이 눈을 뜨지 않는다.
“…………거짓말이지.”
온몸의 핏기가 싹 빠져나간다.
렌의 상태가 이상해지고서, 어쩌면 이렇게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예감은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설마 이렇게 갑작스럽게…….
“……윽.”
북받치는 감정을 꾹 억누르고, 나는 렌을 가방에 넣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렌을 수리해주고 싶다. 하지만, 여기에 계속 남아있는 것은 위험하다.
어디가 안전한 장소를 찾고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장 안쪽에 있는 문으로 향했다.
문의 건너편에는 계단이 있었다. 경비원들이 쫓아오지 않을까 싶어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며, 올라가기 시작한다.
두통이……, 계단을 오르는 진동에 맞춰 심해진다.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발을 움직인다.
“……, 윽…….”
……무리다.
도저히 참을 수 없이 힘들다. 눈이 핑핑 돈다.
층계참까지 올라간 시점에서, 나는 부딪치는 듯이 벽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하아, 하…….”
가방 안에 손을 쑤셔넣어 난폭하게 뒤지고, 두통약을 꺼내든다.
여하튼 빨리 통증을 완화시키고 싶어서, 약을 몇 알 입에 털어넣는다.
“윽…….”
대량의 땀이 관자놀이에서부터 턱을 타고 흘러내린다.
약은 먹었으니, 남은 건 통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
거칠게 숨을 헐떡이며, 나는 가방을 열고 렌을 꺼내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기동시키려 해도, 축 늘어진 몸은 역시 움직이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파진다.
렌은 어떻게 돼버린 거지……?
렌의 상태를 살펴보고자, 나는 코일로 컨트롤 패널을 불러냈다.
패널상의 모든 수치에 에러가 표시되었다. 즉, 완전히 기능이 정지되었다는 것이다.
“렌…….”
패널을 조작해 생각이 미치는 한에서 간단한 처치를 실행해본다.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탈력감을 느끼고, 나는 컨트롤 패널을 종료시킨 뒤 렌을 안아들었다.
눈을 감은 채 꿈쩍도 하지 않는 렌은, 평범한 인형 같다.
그 빈껍데기 같은 모습을 보고 있으니, 공연히 분하고 슬픈 마음이 든다.
만약……, 렌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겠지만, 렌은 구형이라 파츠도 더 이상 제작되지 않는 것이 많다.
내 올메이트는……. 파트너는, 렌 외에는 있을 수 없는데.
지금껏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이 상실된다.
그 사실에 눈앞이 캄캄해지고, 절망에 빠진다.
렌이 없어졌을 때를 완전히 생각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상상과 현실은 전혀 다르다.
자신이 얼마나 렌에게 의지해왔는지를 뼈저리게 절감하고, 크나큰 타격을 입는다.
“어쩌면 좋냐고……!”
눈을 감자, 눈꺼풀 안쪽으로 그리운 얼굴이 떠올랐다.
할머니…….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지?
“무슨 일이 있어도 멈춰 서지 마라. 자신이 정한 길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다.”
……자신이 정한 길을 믿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다.
이런 곳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나에겐 해야 할 일이 있다.
토우에를 저지하는 것. 그리고, 구 주민구의 사람들을 구하는 것.
그렇기에…….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이런 데서 멈춰있을 상황이 아니다.
“……윽.”
렌을 가방에 넣고서, 나는 벽에 등을 문지르는 듯이 움직여서 간신히 일어섰다.
두통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지만, 다시금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더 위로 가지 않으면.
더 위로……. 토우에가 있는 곳으로.
내가 가는 수밖에는 없다.
나밖에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몸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아 연신 벽에 부딪치며, 한 계단 한 계단 발을 옮겨간다.
……오로지 계단을 오르는 데에만 집중하다보니, 끝이 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던 계단이 도중에 끊기고 문이 나타났다.
가장 높은 층에 도착한 건가……?
문으로 다가가, 통용구에 있던 경비원에게서 뺏은 카드를 인증 모니터에 댄다.
이번에 나온 층은 좀 전의 파티 회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화려한 느낌은 완전히 사라지고, 푸르스름한 색을 띤 무기질적인 복도가 이어져있다.
“윽……, 하아, 하아…….”
또 경비원이 있을지도 모르니 주의를 하면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생각은 그런데도, 두통은 가라앉기는커녕 점점 심해져만 간다.
사고가 제대로 회전되지 않는다.
분명 방금 약을 먹었는데, 어째서지……?
나는 반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가방에서 약을 꺼내들고, 그대로 내용물을 입 안으로 탈탈 털어넣었다.
몇 알이 입 안에서 튕겨져 나와 바닥으로 떨어지고, 약 케이스가 텅 비어버린다.
사실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으면 안 되겠지만…….
지금은 어찌 되었건 두통을 멈추고픈 마음이었다.
나는 텅 빈 케이스를 가방 안으로 던져넣고, 푸르스름한 복도 위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거친 숨이 입에서 흘러나오고, 벽에 손을 짚고서 발을 질질 끄는 듯이 걸어간다.
아직 두통이 누그러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눈앞이 흐릿해지고, 심하게 갈증이 인다.
지금 여기서 누군가에게 발각되었다가는 큰일이다. 하지만……, 여하튼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온 힘이 소모되었다.
발을 질질 끌며 걸어가다 보니, 조금 앞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통로를 차단하는 타입의 문이 열리고, 거기서 흰 가운을 입은 두 명의 남자가 나왔다.
……위험하다.
어디에 숨거나 도망치거나,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어이, 저거.”
“뭐야 저 녀석.”
“침입자 아냐……?”
“시큐리티 룸에 연락해. 빨리…….”
“……윽.”
젠장……. 지금 붙잡힐 수는 없다고……!
여기까지 와서, 이런 데서…….
붙잡힐 수는…………!
“………….”
“어, 어이, 뭐야?”
“움직이지 마! 지금 경비를 불렀다고.”
“……너희들이야말로, 움직이지 마라.”
“……윽!? 몸이, 안 움직여……!”
“날 방해하지 마라.”
“대체 뭐야, 너!”
“운이 나빴군.”
“으, 으아아악!”
“‘생’으로부터 해방시켜주지. 부숴주겠어. ……의식도 기억도 모조리 다, 산산이 부서져버려라.”
“아, 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아…….”
……흰 가운을 입은 남자들이, 쓰러져있다.
흰자를 드러내고, 입에서 거품을 뿜어내면서…….
“……윽.”
단순히 쓰러져있는 게 아니다. ……부숴버린 것이다.
내가, 부쉈다.
전부터 가끔씩 의식이 도중에 끊기는 일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똑똑히 보고 있었다.
의식이 있는데도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는…….
‘내’가 이 남자들을 부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이 남자들의 의식을……, 부숴버리고 말았다.
파티 회장에 있었던 사람들도…….
‘내’가 쓰러트렸던 것이다.
“으……윽.”
머리가 아프다.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전부, 네 탓이다.”
“!?”
갑자기, 목소리가 들렸다. 환청인가 싶었지만 그렇지 않다.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나와 똑같은 목소리가……, 말을 걸어온다.
“네가 인정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되는 거야.”
“…………윽.”
눈이 핑 돌고, 시야가 까맣게 흐려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내게 말을 걸어오는 ‘나’의 목소리에 고막을 지배당한다.
“네 탓이다.”
“네 탓.”
“네 탓이라고.”
……시끄러워.
“네 탓이다.”
시끄러워.
“네 탓이다.”
시끄러워, 시끄러워.
“네 탓이다.”
“────시끄러워!!”
“……후훗.”
“너……, 대체 뭐야.”
“나는, 너야.”
“………….”
“여태껏 잔뜩 힘을 빌려줬잖아?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 지금도 그래.”
“그러니까 이제 슬슬, 내가 네가 되어도 괜찮겠지.”
“……웃기지 마. 나는 나야.”
“후훗. 하지만 넌, 자신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잖아.”
“자신이 무엇인지, 어떻게 되어있는지 설명할 수 있나?”
“………….”
“넌, 스스로가 모른다고 생각하겠지. 그렇지 않아. 사실은 알고 있다고. 하지만 넌 그걸 인정하려고 하지 않아.”
“인정하지 않는 한, 너는 계속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그대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전부 어중간하게 끝나지.”
“하지만……, 난 알고 있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 나는 너니까 말야.”
“………….”
“그러니까, 교대해주지.”
“내가 교대해주겠어.”
“모든 걸 알고 있는 내가, 너 대신에 너로서 살아주겠어.”
“그러니까 ”
“……닥쳐.”
“교대해.”
“닥쳐.”
“나랑 교대해.”
“닥쳐, ……닥쳐!!”
“교대하라고. 나랑 교대해.”
“시끄러, 닥쳐! 사라져! 사라져! ……썩 꺼지라고!!”
“……!”
갑작스레 시야가 트이고, 나는 헐떡이는 듯이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지금 그건…….
대체 뭐였지……?
꿈……?
……아니. 꿈 따위가 아니다.
눈앞에 두 명의 남자가 엎드린 자세로 쓰러져있다.
“………….”
역시, 내가 저지른 짓이다.
그 녀석에게 몸을 빼앗긴 상태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 남자들을 파괴한 것은, 바로 나다.
그 녀석은 ‘잔뜩 힘을 빌려주었다’고 했다.
그 녀석이 말한 힘이라는 건……, 스크랩을 이야기하는 건가?
즉, 그 힘은 그 녀석의……?
최근에는 스크랩의 힘을 사용한 직후, 혹은 무언가가 일어나기 직전에 두통이 일어나는 일이 잦았다.
그것도……, 그 녀석이 원인인 것일까.
그 녀석이 움직임으로 인해, 그 영향이 나에게 두통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건……, 하나의 몸에 두 개의 의식이 혼재하고 있다는 게 된다.
그 녀석은 내게 교대하라고 말했다.
만약 교대한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물론 나는 내가 아니게 된다.
내 의식은 그 녀석이 되어서, 그 녀석이 이 육체를 조종해 표면으로 나온다.
……그런 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스크랩의 힘이 정말로 그 녀석의 것이라면, 그 녀석은 분명 멋대로 힘을 구사해서 자기 좋을 대로 굴겠지.
모두가 파괴되고 말 것이다.
그렇지만…….
그 녀석의 말이 가시처럼 가슴 속에 박혔다.
“넌, 스스로가 모른다고 생각하겠지. 그렇지 않아. 사실은 알고 있다고. 하지만 넌 그걸 인정하려고 하지 않아.”
“인정하지 않는 한, 너는 계속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그대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전부 어중간하게 끝나지.”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내가, 무엇을?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괜스레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그 녀석이 알고 있고, 사실은 나도 알고 있는 것…….
……어쨌든, 이 이상 스크랩의 힘을 사용하지 않게끔 하지 않으면.
또 그 녀석에게 몸을 빼앗겨버릴지도 모른다.
“……윽.”
극심했던 두통도 꽤나 약해져서, 나는 흰 가운을 입은 남자들이 나왔던 문 쪽으로 눈을 돌렸다.
문의 건너편에는 복도가 이어져있고, 그 안쪽에도 또 다른 문이 달려있다.
그쪽으로 가기 전에, 나는 쓰러져있는 흰 가운을 입은 남자들의 형색을 살폈다.
등이 희미하게 움직이고 있다. 죽지는 않은 것 같다…….
아주 조금이나마 안심을 하고, 나는 문 쪽을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복도 위를 걸어 나가, 다음 문 앞에 선다.
문 옆에 인증 모니터가 달려있어서, 경비원에게서 뺏은 카드를 대봤지만 열리지 않는다.
여기서부터는 이 카드로는 안 되는 건가…….
나는 흰 가운을 입은 남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그들 중 한 명의 목에 걸려있는 카드를 슬쩍했다.
……이번에는 열렸다.
“………….”
한 순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망설인다.
그 방은 어둑한 가운데 다양한 기구의 램프가 깜빡거리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눈이 이쪽을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어쩐지 으스스하다.
방의 좌우에는 큰 규모의 수조가 몇 개나 늘어서있고, 뭔가 잘 알 수 없는 기묘한 것들이 그 안에 들어가 있다.
여러 생물들의 일부분이 한 데 기워져있는 듯한 것이거나, 털이 난 커다란 덩어리거나…….
그런 것들이 액체에 잠겨있고, 모두 다 몹시도 생생하다.
개중에는……, 인간의 얼굴이나 팔다리가 다른 물체와 이어져있는 것도 있다.
대체 뭐지? 이건…….
주변에 사람의 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 나는 신중하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떤 연구의 과정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그렇다고 해도, 토우에는 무엇을 위해서 이런 걸? 이건 마치 괴생물체 표본 같다.
그리고, 여기에 있는 인간들은 대체 어디에서……?
여하튼 이건 너무 심하다는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반은 넋이 나간 상태로 수조를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시선이 느껴졌다.
……하반신이 물고기와 꼬리로 이루어져있는 인어 같은 여자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윽!!”
인어가 온통 하얗게 흐려진 눈을 크게 뜨고, 손으로 수조의 유리벽을 두들겼다.
입을 뻐끔뻐끔거리고 있다.
“뭐, 야…….”
다른 수조의 물체들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면, 모두 내 쪽을 보고 있다.
“……와, 주……었, 네…….”
“기다, 렸어……, 계, 속…….”
“어서, 내가, 있는, 곳으로…….”
“나를, 부숴, 줘…….”
“너, 의, 힘, 으로…….”
“…………으윽!!”
일단 방에서 나가고자 몸을 돌리다가……, 무언가에 부딪쳤다.
“!?”
……어느 틈엔가, 등 뒤에 검은 형체가 서있었다.
그것도 잔뜩 있다……!
“! 어이, 뭐야, 이거 놔!”
그 녀석들은 도망치려는 나를 붙잡고, 바닥으로 덮쳐누르려 했다.
뭐야 이 녀석들……!?
얼굴을 보기 위해 목을 비틀자, 겉옷의 가슴 부근에 어떤 모양 같은 게 있는 것이 보였다.
저건…….
모르핀……!
경악을 금치 못하는 나의 귀에 느긋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정중앙의 통로로 걸어온다.
경비원인가? 실내가 어두운 탓에 잘 보이지 않는다.
발소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그 용모가 또렷하게 눈에 들어오게 된다.
그것이 누구인지 안 순간, 나는…….
그저, 눈을 크게 뜨는 수밖에는 없었다.
“야아, 혼자서 이런 곳까지 들어올 줄은 말이죠. 과연 우리들의 아오바 씨라니까.”
“과연 그러네.”
“너희들…….”
바이러스와, 트립.
왜 이 녀석들이…….
바이러스가 재미있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이고서 웃는다.
“어째서 저희들이 여기에 있는 건가 싶으시겠죠?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어요. 가르쳐드릴까요. 굉장히 간단한 이치입니다.”
“그건 저희들이……, 모르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모르핀……?”
……거짓말이지?
이 두 사람이, 모르핀?
“그렇다곤 해도, 저희들은 이 녀석들 같은 실전 부대가 아닙니다. 말하자면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바이러스가 나를 붙들고 있는 검은 파카 무리를 턱으로 가리킨다.
“……날 속였던 건가.”
“저희들 입장에서는,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말이죠. 그렇게 받아들이셔도 어쩔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아오바의 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뭐 우리들에 대한 건 어찌 됐든 상관없어. 하잘 것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것보다도, 당신 쪽이 훨씬 더 중대하지.”
“뭐니 뭐니 해도 그분의……, 세이 씨의 분신이었으니까 말이죠.”
“세이의, 분신?”
“세이라면, 이벤트 때 토우에랑 같이 있었던…….”
“……아오바 씨. 당신은 자신의 출생에 대해서는 모르고 계신 거죠?”
“………….”
내가 입을 다물고 있자, 바이러스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렇겠죠. 그러면 모처럼 여기까지 오셨으니까,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아오바 씨. 당신은 세이 씨의 쌍둥이 형제입니다.”
“토우에가 오랜 기간의 연구를 거친 끝에, 가까스로 손에 넣은 가장 이상적인 힘……, 토우에가 지니고 있는 힘의 근원인 세이 씨의.”
“당신은 세이 씨와 똑같이, 토우에 재벌이 소유한 연구소에서 태어났습니다. 능력 특화 유전자 조작에 의해 만들어진 디자이너 베이비죠.”
“그리고, 세이 씨는 당신의 형. 세이 씨와 아오바 씨는 이란성 쌍둥이입니다.”
“!!”
내가, 유전자 조작을 받은 아이……?
그 세이가……. 내, 형……?
쌍둥이……?
“당신을 만들어낸 능력 특화 이론의 기초가 된 것은, 당신의 할머니께서 하셨던 연구입니다.”
“할머니께서는 디자이너 베이비를 위해서 자신의 연구가 사용되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셨던 것 같지만 말이죠.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뇌 연구였으니까.”
“당신들 쌍둥이 형제는, 선천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조종하는 능력을 타고 나게끔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단, 생명이라는 건 참으로 묘한 것이라, 아무리 면밀하게 계산을 해도 반드시 그 계산대로 태어난다고는 단정 지을 수 없죠.”
“당신들은 특수한 능력을 품었지만, 전신의 색소가 누락된 상태로 태어났습니다.”
“심지어, 세이 씨와 당신은 머리카락이 이어져있었어. 그 사이로 신경도 지나갔었다고 합니다.”
“당신의 머리카락에 감각이 있는 건 그 흔적이겠죠.”
“당신들은 그런 선천성 이상을 지닌 채로 배양기에서 나왔던 겁니다.”
“게다가 불행하게도, 둘은 죽은 상태로 태어났죠.”
“세이 씨는 머리카락을 절단했을 때 되살아났다고 합니다만, 아오바 씨의 호흡은 그대로 멈춘 채였다고 해요.”
“할머니께서는 자신의 연구가 스스로 의도치 않았던 실험에 사용된 데다, 태어난 아이가 이미 죽어있었다는 사실에 상당히 마음이 상하셨죠.”
“그리고, 죽은 당신의 몸을 떠맡고 연구소를 그만두셨죠. 적어도 당신이 인간으로서 장례를 치를 수 있게끔 해주고 싶으셨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런데, 당신은 도중에 다시 숨을 쉬었습니다. 되살아난 거죠. 할머니께서는……, 분명 깜짝 놀라, 기뻐하시지 않았을까요.”
“자신이 죽인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하지만, 할머니께서는 당신을 자신의 고향인 이 섬의 교회에 맡기고 떠나셨습니다.”
“어째서 그러셨는지, 아시겠나요? 이건 제 추측입니다만……. 아무리 연구소를 그만두었다고 해도, 당신의 할머니는 일단 연구자의 몸입니다.”
“순수하게 당신을 귀여워해주고, 기르려고 해도, 결국 또 연구자의 눈으로 당신을 보고 마는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요.”
“당신은 그 이후, 색소도 보통 사람들과 똑같아지고,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히는 경향이 약간 있긴 했지만, 쑥쑥 자라났던 겁니다.”
“그건 그렇고, 당신들 형제가 지닌 능력은 정말 놀라워. 당신은 목소리로, 세이 씨는 눈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지.”
“평범한 인간이 아무리 원해도 절대로 손에 넣을 수 없는 힘을 당신들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어. 말 그대로 신의 선물인 셈이죠.”
“…………윽.”
“자, 제가 알고 있는 건 이 정도입니다. 뭔가 물어보고 싶으신 건 없나요?”
“……그런 이야기, ……거짓말이야.”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전부 아오바 씨 자신에 대한 이야기고,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것대로 상관하지 않겠습니다만. 저는 알고 있는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
아마도……, 바이러스가 이야기한 것은 사실이겠지.
이렇게 스케일이 큰 이야기를 꾸며서 해봤자 바이러스에게는 아무런 득도 없다.
그렇지만……, 허용량을 넘어선 사실들에 머리가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마음이 크나큰 타격을 입는다.
“……너희들, 그걸 전부 알고서 지금까지 나랑 같이 있었던 건가.”
“그건 아닙니다.”
“아니야.”
두 사람이 태연한 얼굴로 즉시 답을 한다.
“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희들이 아오바 씨의 팬이라는 건 거짓말이 아니에요.”
“라임에서 싸우는 너는 최고로 기분 좋아 보이고 멋있었어.”
“맞아 맞아. 그런데 당신이 라임에서 대전 상대를 스크랩했을 때, 그 힘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이 사람은 정말로 굉장한 사람이구나, 하고.”
“그래서, 조사를 해나가는 사이에 선이 하나로 연결되었죠.”
“처음엔 상당히 놀랐어요. 왜냐면 아오바 씨는, 그 세이 씨와 똑같은 가능성을 간직한 사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당신 자신에게는 자각이 없는 것 같았으니까요. 언제 어디서 폭주할지 알 수 없는 위험성이 있었어.”
“그 힘의 존재를 저희들 외의 누군가가 알게 되면 성가시게 되겠죠. 그 점에서, 라임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는 당신의 기억에서 지우기로 한 겁니다.”
“라임이 아니라, 약간의 싸움이 인 끝에 사고가 난 걸로 해뒀죠.”
“모르핀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인간 심리 조작을 위해 준비된 정예 부대니까요. 기억 조작 정도는 식은 죽 먹기입니다.”
“뭐, 아직 저희들의 통제가 느슨해서 일을 좀 화려하게 하던 시절에는 ‘신령의 유괴’니 뭐니 해서 괴현상 취급받았지만 말이에요.”
“그러니까, 당신이 라임을 했었다는 과거의 기억을 지운 건 저희들입니다. 죄송했습니다.”
퍽이나 미안한 듯한 말투로 바이러스가 사과를 한다.
“그래도 토우에에게는 세이 씨가 있고, 아오바 씨의 존재는 저희들만의 비밀로 해둬도 좋지 않을까 싶었죠.”
“뭐 결국, 아오바 씨도 토우에에게 발각되고 말았지만.”
“………….”
“자, 저희들과 함께 가실까요. 세이 씨와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세이는……, 줄곧 토우에의 곁에 있었던 건가?”
“그렇죠. 단, 지금으로선 이미 살아갈 기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
“세이 씨는 어렸을 때부터 쭉 의식을 분석당해 왔으니까요.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고 있는 시간이 더 짧았을 겁니다.”
“그 탓에 세이 씨는 몸도 마음도 완전히 약해져버리고 말았어. 이젠 한계입니다. 토우에가 아오바 씨의 할머니를 불러내려는 것도 세이 씨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섭니다.”
“그런…….”
“하지만, 세이 씨의 눈을 모델로 한 발광 장치는 이미 완성된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서, 세이 씨가 없어진다고 해도 괜찮을 거라고는 생각해요.”
“발광 장치?”
“세이 씨의 눈에서는 보통 인간들과는 다른 시각 신호가 나옵니다.”
“그것을 분석해서 대형 발광 장치에 탑재하면, 많은 수의 사람들에게도 한꺼번에 똑같은 효과를 부여할 수 있게 되죠.”
“뭐, 세이 씨는 천성적인 능력을 지닌 인간이니까, 가능하면 잃고 싶지는 않지만요.”
“하지만 세이 씨가 없다고 해도, 더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겠네요. 이번에는 아오바 씨가 있으니까.”
그 말에……, 나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웃기지 말라고……!
“그럼 다른 질문이 없으시다면……, 굉장히 죄송스럽지만, 당신을 생포하고자 합니다.”
검은 파카를 입은 무리가 나를 억지로 끌고서 어딘가로 데려가고자 한다.
“……윽, 이거 놔……!”
“얌전하게 있어주세요.”
바이러스가 엷은 웃음을 띤다.
나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마음으로 그것을 쳐다보았다.
이 녀석들을, 신뢰했었다.
야쿠자지만 꽤 좋은 녀석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너희들, 왜 토우에 따위에게……, 윽!”
“저희들 말인가요?”
바이러스와 트립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얼굴을 마주본다.
“굳이 말하자면, 그러네요……. 저희들은, 재미있는 게 좋아요. 그리고 굉장한 거랑 편한 것도.”
“맞아 맞아.”
“토우에의 사상에는 별로 흥미가 없습니다. 저희들이 여기에 있는 이유는, 세이 씨가 굉장한 사람이고, 토우에의 측근으로 있으면 편하니까.”
“단지 그것뿐입니다.”
“그런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