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가까스로 졸음이 몰려왔을 때에는, 커튼 너머의 창으로 밝은 빛이 비쳐들기 시작했다.
꾸벅꾸벅 졸고 있으니, 갑자기 코일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전화다.
“네에.”
“아오바 씨? 자고 계셨나요?”
이 목소리……. 에- 누구더라…….
코일 액정에 표시된 이름을 본다.
“……아? 바이러스?”
“네.”
“어-, 무슨 일이야?”
“큰일이에요. 침착하게 잘 들어주세요. 지금 경찰이 아오바 씨 댁을 향해서 가고 있습니다.”
“…………헤?”
단번에 잠이 확 깨서, 나는 무의식중에 코일에 얼굴을 바싹 갖다 댔다.
“뭐 때문에.”
“모르겠어요. 단 꽤 많은 숫자가 출동한 것 같아요.”
“진짜야……?”
“아무튼 도망치거나 숨으세요. 저희도 경찰이 움직인 탓에 조금 시끄러워져서. 또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겠습니다.”
“아오바 씨, 부디 조심하세요.”
바이러스로부터 걸려온 전화가 끊긴다.
뭐지? 경찰?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때, 어렴풋하게 방 안을 비추는 정도였던 창밖의 빛이 갑자기 강해졌다.
아침을 넘겨버리고 낮이 된 것처럼 밝다.
“……?”
침대에서 내려와 창문으로 다가가, 커튼을 살짝 걷어본다.
“……윽, 눈부셔…….”
눈을 뜨고 있을 수 없다. 얼굴을 찡그리며 창밖을 본다.
아직 옅게 안개가 낀 이른 아침의 거리를 배경으로, 경찰 차량과 경찰관들이 집 앞에 주르륵 늘어서서 북적대고 있었다.
“아-, 아-, 아----. 냉큼 나와라-! 여기에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이 테러리스트 녀석들!!”
“…………하!?”
이 목소리……, 아쿠시마다.
“아---, 너희들의 죄목은 이렇다! 불법침입, 기물파손, 그 외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온갖 범죄를 통틀어 전부다!!!”
“당장 나와라! 세라가키 아오바와 그 일당들!!!”
“!”
풀 네임으로 호명되어서, 이 소동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그건 그렇고, 테러리스트? 어째서 그렇게 된 거냐고!
나는 옷을 갈아입은 후 렌을 기동시키고, 곧장 1층으로 내려갔다.
거실에는 할머니, 코우자쿠, 밍크, 노이즈, 클리어, 그리고 하가 씨와 요시에 씨가 있었다.
“아오바…….”
“마스터!”
“할머니! 어쩐 일인지 밖에 경찰관이 엄청 많이 있는데, 그것도 내 이름을 막 부르는데…….”
“성가시게 되었구나…….”
“잠깐 아오바쨩!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타에 씨께 부탁받은 일의 준비가 끝나서 왔습니다만……, 어쩐지 엄청난 일이 일어난 것 같군요.”
“저 녀석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들은 아오바쨩 편이니까 말야!”
“그렇고말고요!”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저도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어서…….”
“토우에겠지.”
“토우에……?”
“네가 어제, 스크랩을 사용한 것을 모르핀인지 뭔지 하는 녀석들이 보고한 거겠지. 곧바로 너한테 흥미를 보였다는 건가.”
“빨리 나와라-----!!! 안 나오면 이쪽에서 쳐들어가겠다! 괜찮겠지! 좋아! 돌격 준비다-------!”
“너희들, 빨리 뒷문으로 도망가거라!”
“저 녀석, 한다면 진짜로 한다고.”
“여기는 저희들이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그러니 아오바 군과 친구 분들은 어서 뒷문으로 나가세요!”
“그래! 나쁜 짓만 잔뜩 해대고 시민의 지팡이 노릇이라곤 요만큼도 안 하는 경찰 따위 확 날려버릴 테니까 말야!”
“하가 씨, 요시에 씨……. 할머니도, 고마워요.”
“도---올겨-----억!!!”
“아오바, 가자!”
우리들은 부엌의 뒷문을 통해 집 밖으로 나갔다.
교대하듯이, 경찰관들이 집 안으로 들이닥치는 소음이 전해져온다.
할머니도 하가 씨도 요시에 씨도……, 모두들, 미안……!
부디 무사하게 있어줘……!!
뒷문에서 나와, 우리들은 담과 담 사이의 좁은 길로 들어갔다.
그곳을 빠져나가, 조금 넓은 뒷길로 나온다.
“그쪽은 경찰관이 있습니다! 발소리가 들립니다!”
클리어가 소리친 대로, 앞쪽에서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있다! 이쪽이다!”
“……윽.”
들켰다……!
이런 곳에서 궁지에 몰리게 되면 일망타진이다.
“뭉쳐있지 마라! 흩어져!”
밍크의 말을 따라, 우리들은 뿔뿔이 흩어져 달리기 시작했다.
여하튼 경찰을 따돌리고자, 나는 오로지 달리는 데에 전념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도중에 발을 멈추고 주변의 낌새를 살핀다.
뒤를 쫓아오는 구두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럭저럭 따돌린 건가?
“하아, 하아……, 하아…….”
나는 가까이에 있는 벽에 기대어,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가슴을 바쁘게 달싹거렸다. 전속력으로 달린 탓에 힘이 든다.
숨을 고르고 있으니, 뭔가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전방에서 웬 남자가 걸어온다.
갈지자로 걸으면서 뭔가 혼자 중얼중얼거린다.
“취객인가?”
그 순간, 몸이 급격하게 가라앉는 듯한 감각이 나를 덮쳤다.
“!”
‘아오바!’
이 느낌…….
바로 얼마 전에 경험한 것이다.
라임……!?
“또 라임이냐고……, 뭐야 대체.”
“것보다 여기…….”
“어쩐지 기분 나쁜 곳이네……. 누가 사는 집 내부를 그대로 빌린 것 같달까, 기묘하게 생활감이 있달까.”
“아오바, 조심해.”
“아아.”
“저 녀석, 아까 그 취객이야.”
“그렇단 건, 저 녀석이 날 여기로……?”
“우왓!”
“에-, 그러니까……, 렌, 방어!”
“그럭저럭 위기는 모면했네…….”
“아니, 혹시 의외로 수월하게 이길 수 있는 거 아냐?”
“아오바, 지시를.”
“다음은…….”
“!”
“렌!”
“……윽, 괜찮아.”
“미안, 내가 방심했어. 한 방에 끝내고, 빨리 이런 데서 나가자.”
“알았다.”
“……으아.”
라임에서 풀려나, 현실 세계로 의식이 되돌아온다.
나는 골목길 한 구석에 산처럼 쌓여있는 쓰레기더미 옆에 털썩 주저앉아있었다.
“젠장……, 뭐야 진짜.”
방금 그 라임……, 우스이가 없었다.
또 무차별 살인 라임이었던 건가?
왜 연속으로 이런 걸 당하는 거냐고…….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날카로운 두통이 몰려왔다.
“앗, 아야.”
찌르는 듯이 아팠지만, 곧바로 가라앉아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일어섰다.
발치에는 렌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라임에서 공격을 당했었지…….
“렌, 어이. 괜찮아?”
셧다운 되어있다…….
렌을 안아들고서 기동시키자, 잠시 사이를 두고서 렌이 눈을 떴다.
‘……아오바.’
“괜찮아? 방금 데미지 입었지.”
‘………….’
렌이 나를 바라보고는 침묵한다.
‘……약간의 위화감은 들지만,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아.’
“혹시 모르니 나중에 점검해둬야겠네.”
불안감을 느끼며 렌을 가방에 넣고 있으니, 코일이 울렸다.
“응? 착신?”
‘게임 어플리케이션 송신이다.’
“또!? 아니 이런 때에!?”
‘자동으로 재생되는 타입인 것 같다.’
“에……!?”
“초대장……. 이걸로 플라티나 제일에 들어갈 수 있는 건가?”
‘그런 거겠지.’
송신되어온 게임의 내용은 또 영문을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아니, 잠깐.
할머니가 납치되었을 때 왔던 건, 분명……, 할머니 캐릭터가 까마귀들에게 붙잡혀서 쓰레기로 이루어진 산으로 끌려가는 내용이었다.
“설마……, 이번에도 연결되어있는 건 아니겠지. 렌, 어떻게 생각해?”
‘확률 통계를 낼 수 있을 정도로 선례가 존재하지 않아.’
“그건 그래. 하지만……, 만약 이것도 연결되어있는 거라면.”
동굴, 보물 상자, 열쇠, 커다란 문. 뭔가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또 코일이 울렸다.
이번에는 메일이다.
-
하가 씨 / 플라티나 제일로 가는 지름길.
실은 제가 안내할 생각이었습니다만, 예정 변경입니다. 북쪽 지구의 D-86까지 와주세요. 거기서 합류하죠.
-
메일에는 이미지 파일이 첨부되어 있었고, 그것을 열어보니 구 주민구의 지도가 떴다.
플라티나 제일 외벽 왼쪽 가장자리 부근에 붉은색 점이 찍혀있다.
“……좋아, 가볼까.”
‘아아.’
나는 지도에 따라서, 하가 씨와 합류하기로 한 장소를 향해 갔다.
지정된 장소는 북쪽 지구 변두리에 있는 지하통로의 출입구로, 그곳에는 부서진 바리케이드가 겹겹이 쌓여있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하가 씨가 이미 그 자리에 나와 계셨고, 내게 호신용으로 개조된 스턴 건을 건네주셨다.
하가 씨의 말에 따르면, 이 지하통로는 원래 플라티나 제일을 건설할 때 사용했던 운반용 통로인 듯하다.
본디 플라티나 제일은 섬 전체를 통째로 오락시설로 만들 예정이었던 듯, 구 주민구에도 공사용 물자를 운반하는 통로가 만들어지기는 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계획이 좌절되어 통로만 남게 된 것 같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존재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거의 사라지고 말았지만, 여하튼 이 통로를 빠져나가면 플라티나 제일의 게이트 앞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썩어들기 시작한 계단을 내려갔다.
통로 안은 어둡고, 터널과도 같은 외줄기 길이 아주 길게 이어져있었다.
묵묵히 길을 걸어가자 그 끝에 계단이 나오고, 그것을 올라가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장소로 나왔다.
거대한 백색 게이트가 눈앞에 우뚝 솟아있다.
이게……, 플라티나 제일의 게이트인가.
……정말로 여기까지 발을 들여도 괜찮은 걸까?
역시 함정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지만,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서 걸음을 내딛었다.
“우와.”
게이트가 열림과 동시에 폭죽 소리에 팡파레 소리까지 성대하게 울려 퍼졌다.
“어서 오세요! 일본 최대, 최고급의 사랑과 꿈이 가득한 힐링 오락시설, 플라티나 제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옆쪽에서 귀여운 건지 안 귀여운 건지 잘 분간이 안 되는 팬더가 나와 인사를 한다.
그 뒤에는 다섯 개의 하얀 문이 있었다.
“여기는 선택받은 사람밖에는 들어갈 수 없는 지상 낙원이야! 부디 마음속 깊은 곳까지 리프레~시될 때까지 즐겁게 지내다 가!”
“하아…….”
내가 어이없어하는 것 따위는 상관하지 않고, 팬더는 리드미컬한 동작으로 벽에 붙어있는 버튼을 눌렀다.
“자아~ 그럼, 우리 친구들이 갈 곳은 어디가 될까나? 두근두근 룰렛, 스타트!”
“어이쿠~, 우리 친구들이 가게 될 곳은 미드나이트 블루 코스트야! 자아, 이쪽으로 오세요!”
팬더는 정중앙의 문 앞에 서서, 익살을 떠는 양 상반신을 옆으로 기울인다.
“이곳은 플라티나 제일의 본모습이 그대로 구현된 에리어야! 우리 친구들도 이런저런 것들을 벗어던지면……, 뭔가가 변할지도 모른다고~?”
“안으로 들어가 주세요! 잘 다녀와~!”
팬더가 의기양양하게 등을 떠밀어서, 나는 경계를 하면서도 문 앞으로 다가갔다.
문 앞에 멈춰 서서, 가방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는 렌에게 말을 건다.
“함정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겠지.”
‘가능성은 높군.’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는 없다, 이건가.”
“문 옆에 있는 인증 모니터에 입장 티켓, 또는 초대장을 대줘~!”
“초대장…….”
나는 코일로 초대장을 띄우고, 문 옆에 있는 인증 모니터에 가져다댔다.
“플라티나 ID의 인증이 끝났습니다. 아오바 님, 플라티나 제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모든 권한은 플라티나 제일에 귀속됩니다. 자세한 사항은 초대장의 서비스 항목을 봐주십시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문을 통과한 곳에는……, 하얗고 매끄러운 외관을 지닌 번화가가 펼쳐져있었다.
군더더기가 없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구 주민구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듯한 건물이 잔뜩 늘어서있다.
별들이 반짝반짝거리는 밤하늘도 구 주민구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플라티나 제일은 날씨와 시간대가 컨트롤되고 있고, 기본적으로는 언제나 밤이라는 설정인 것 같다.
매일을 축제 기분으로 보내기 위해, 또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컨셉이 있는 모양인 것 같은데…….
정면으로 보이는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서있는 것은, 플라티나 제일을 상징하는 탑이다.
“저게 오벌 타워…….”
소문으로 들은 적은 있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이것이 토우에가 만들어낸 세계…….
그런 생각이 뇌리에 떠오른 것만으로도 단번에 모든 것이 가짜처럼 보인다.
아무리 편리하고 깨끗해도, 이렇게 생기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세계는 싫다.
이렇게, 모든 것이 매끈매끈하게 균일화되어있는 듯한 곳 따위는…….
‘……, …….’
“렌?”
묘한 숨소리가 들려서 그쪽으로 눈을 돌리니, 웬일인지 렌이 혀를 내밀고 쌕쌕거리면서 빠르게 숨을 몰아쉬기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괜찮아?”
‘아아. 약간 에너지 소비가 심하지만, 딱히 문제가 있는 레벨은 아니야.’
“그래도 너, 힘들어 보여. 역시 아까 그 무차별 살인 라임 때 문제가 생긴 건가. 어디서 점검할 수 있으면……, 아. 그러고 보니.”
“초대장에 숙박시설에 대해 쓰여 있었지.”
나는 코일로 초대장을 열고, 첨부되어있는 지도를 확인했다.
붉은색 점이 깜박거리는 곳이 있다.
“호텔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여기로 가자. 렌, 길 안내할 수 있겠어?”
‘그 정도는 여유 있게 할 수 있어.’
“부탁해.”
나는 렌의 안내에 따라, 최단 루트를 지나 숙박시설로 향했다.
지도상에서 붉은색 점이 깜박였던 곳으로 가자, 수많은 건물들이 모여 있는 구역이 나왔다. 꽤나 호화로운 단독 주택들이 늘어서있다.
단, 그 안에도 랭크가 있는 듯, 우리들이 머물 곳은 자그마한 2층 건물이었다.
외관은 다른 건물들과 똑같지만, 어딘지 고풍스러운 느낌이 드는 건물이다.
문 위쪽에는 ‘글리터’라고 쓰인 플레이트가 내걸려있다.
옆 건물에도 다른 단어가 쓰인 플레이트가 있으니, 이게 이 건물의 이름인 거겠지.
문 옆에 인증 모니터가 달려있어서, 내가 그곳에 코일을 대자 록이 해제되었다.
“헤-…….”
손잡이를 돌리고 안으로 들어간 후, 약간 놀랐다.
내부 장식은 외관 이상으로 레트로……랄까 클래식하게 꾸며져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가구가 목제라, 바로 직전까지 보아왔던 새하얀 세계와의 갭이 엄청나다.
안쪽에 계단이 있어서, 1층을 가볍게 둘러보고서 2층으로 올라가본다.
2층은 계단을 다 올라가서 바로 나오는 곳이 간소한 거실로 꾸며져 있었다. 작은 규모의 바 카운터도 있다.
옆쪽으로 이어져 있는 복도에는 몇 개의 방이 있었다. 그 방들 가운데 하나에 들어가 본다.
방 안은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어서, 화려한 맛은 없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냈다.
“자 그럼. 렌을 진찰해야지.”
나는 침대에 앉아, 가방에서 렌을 꺼냈다.
렌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코일로 컨트롤 패널을 연다.
이상의 존재 여부만이라면 이걸로 확인할 수 있다.
“어디 보자.”
컨트롤 패널에 표시된 항목의 수치를 확인해본다.
……으-응. 딱히 이상을 나타내는 수치가 눈에 띄지는 않네.
“딱히 이상은 없는 것 같은데, 아직도 어디가 이상해?”
‘그렇군. 구체적인 설명은 불가능하지만, 위화감이 있어.’
“뭐가 원인일까. 역시 안쪽이려나~.”
잔뜩 흐트러졌었던 렌의 호흡도 지금은 안정된 상태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음~.”
폭신폭신한 털을 헤치고, 렌의 몸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렌이 조금 간지러운 듯이 몸을 비비꼬았다.
“특별히 외상은 없음, 인가. 제길, 내가 방심하지 않았더라면…….”
‘그래도 지시를 내리는 스피드는 이전보다도 올라갔어.’
“일단 전에 한 번 했었던 모양이니까, 라임. 아직 실감은 안 들지만……. 감이 돌아온 거겠지, 아마도.”
“그건 그렇고 그 필드, 되게 이상했지. 무차별 살인 라임이라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요즘엔 그런 게 유행인 걸까.”
‘……아오바.’
“응?”
‘그만둬 줘.’
“왜 그래? 어디가 이상해?”
손을 멈추고 렌의 얼굴을 본다. 렌이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이 자신의 코끝을 할짝 핥았다.
‘아니…….’
“? 뭐야, 왜 그래. 말해봐.”
‘잘 모르겠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어.’
“그래……. 본격적으로 안을 열어보지 않는 이상, 지금 상태로는 뭐가 문젠지 알 수가 없네.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은 있어?”
‘딱히 없어.’
“그러면 지금은 상황을 두고 봐야겠네……. 만약 역시 도무지 견디지 못하겠다 싶으면 바로 말해야 돼.”
‘알았다.’
컨트롤 패널을 종료시키고서, 나는 렌을 안아들고 눈을 맞추었다.
촉촉한 까만 눈동자가 나를 마주본다.
[ 미안한 마음이 든다 ] → 선택
[ 쓸쓸한 마음이 든다 ]
“……미안해.”
‘어째서 사과하지?’
“아니, 그게 말야. 너는 내 소중한 파트너고. 내가 제대로 봐주지 않으면 안 되는데……. 내 책임이고.”
‘딱히 아오바 탓인 건 아니잖아.’
“내가 싫단 말야. 특히 최근에는……, 왠지 이런 일투성이라 나 자신이 싫어져.”
‘………….’
“그냥 해본 소리야.”
기분이 푹 가라앉을 것만 같아져서, 나는 일부러 밝게 말하고는 렌과 이마를 맞대려고 했다.
……그러자, 무언가가 뺨에 닿았다.
렌의 발이다. 이마를 맞대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두 개의 자그마한 버팀대가 내 얼굴을 꾸욱 밀어냈다.
“뭐야, 왜 그래?”
‘아니…….’
그렇게 말하면서도, 렌은 발을 뒤로 무르려 하지 않는다.
왜 이러는 거지? 지금껏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렌의 몸을 떼어놓자, 렌은 내게서 눈을 돌렸다.
……정말 왜 이러는 거지?
“라임에서 받았던 데미지 때문이야?”
‘그런 건 아닌데…….’
“정말로? 그래도 뭔가 이상하다고?”
‘조금 위화감이 있을 뿐이다. 괜찮아.’
렌이 애매하게 얼버무리는 듯이 말한다.
이렇게 확실하지 않게 말을 하는 건 처음이다.
‘난처하게 만들었다면 미안하다. 신경 쓰지 마.’
“아니, 그렇게 말해도……. 너 왠지, 이상하다고. 플라티나 제일 안에 있는 파츠 가게를 좀 찾아볼까.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만약, 이후에 네가 움직이지 않게 되거나 하면 위험하잖아. 이런 건 아픈 거랑 똑같아서, 신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 돼. 알았지?”
진지하게 렌을 타이르고서, 나는 렌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서 일부러 털을 거꾸로 세웠다.
“복슬복슬~.”
‘장난치지 말아줘.’
“하하, 미안 미안.”
장난치는 척을 하면서도, 나는 방금 전에 받은 쇼크를 채 억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렌과 이마를 맞대는 걸 거부당하다니……. 생각도 못해본 일이다.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으니, 그 탓도 있겠지만…….
정말로 괜찮은 건가……?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한 채, 나는 렌을 가방에 넣고서 현관으로 향했다.
바깥의 풍경을 살펴보니,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 광경이 내 눈에는 약간 섬뜩하게 비쳤다.
두루두루 관리가 잘 된 도시라는 건 이런 것일까.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 지나치게 정돈된 부자연스러움이 있다고나 할까.
이런 호화로운 장소에서 나 같은 건 동떨어져 보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거리를 활보하는 무리들은 딱히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다.
뭐 그렇다면 나도 당당하게 파츠 가게를 찾아다닐 수 있다.
나는 초대장에 첨부된 지도에 의지해, 쇼핑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수많은 가게들을 지나, 어느 가게 앞에서 발을 멈춘다.
쇼윈도 안에는 말끔하게 손질이 된 개 모양 올메이트가 앉아있었다.
여기라면 파츠도 있을 것 같다. 들어가 볼까.
척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가게라, 나는 살짝 주눅이 드는 것을 느끼며 문을 통과했다.
“굉장하네…….”
가게 안은 널찍하면서도 청결하고, 바닥에 쓰레기 하나 떨어져있지 않다.
경쾌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벽 쪽에 있는 유리 상자에는 수많은 올메이트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 옆에 올메이트용 옷과 장난감까지 쭉 늘어놓아져 있다.
“어이, 렌. 이거 봐봐.”
렌이 가방에서 고개를 내민다.
“여기 있는 올메이트들, 뭐했다가는 구 주민구의 사람들보다도 호화롭게 생활하고 있는 거 아냐?”
‘확실히. 그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겠어.’
“그치.”
나 말고도 손님이 몇 명 있었고, 그들 모두가 느긋하게 그림이라도 감상하는 듯이 케이스 안을 살펴보고 있었다.
나는 가게 안을 둘러보고는, 수리용 도구와 커스텀 파츠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쓱 훑어보니, 파츠의 종류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신형 올메이트는 컨트롤 패널만으로도 정비가 가능하게끔 되어있으니, 이런 도구는 수요가 없는 것이겠지.
“음~. 딱히 쓸 만한 게 안 보이네…….”
점원에게 물어볼까 했지만, 다른 손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말을 걸기가 힘들다.
어떻게 할지 생각하면서 가게 안을 바라보고 있으니, 디지털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플라티나 제일 특별기념 이벤트, 개최!’
그 아래에는 개최 일자가 커다랗게 쓰여 있다.
개최는 내일부터 이틀간. 딱히 구체적인 내용이 적혀있지는 않다.
플라티나 제일의 특별기념 이벤트……. 어떤 걸 하는 걸까?
조금 신경이 쓰여서, 나는 근처에 있던 손님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저기, 실례합니다.”
“네?”
“저기에 나와 있는 플라티나 제일의 특별기념 이벤트라는 거, 어떤 걸 하는 건지 아시나요?”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어요. 당일까지 공개되지 않는 것 같지만 말이에요.”
“그래도 분명 훌륭한 이벤트일 게 틀림없다고요? 평상시의 퍼레이드도 정말로 즐거워서 꿈만 같은 걸요!”
“아 네…….”
“분명 토우에 씨도 나오시지 않을까요? 그분은 정말로 멋진 분이세요!”
“하시는 일도 만들어내시는 것도 전부 엘레강트하면서도 완벽하고 빈틈이 없으셔서. 반해버릴 것만 같아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가볍게 머리를 숙이고, 나는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플라티나 제일의 관광객들에게도 특별기념 이벤트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지진 않은 건가.
하지만 토우에가 올지도 모른다고 했지.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가까이 갈 수는 없는 걸까.
어쨌든 지금은 토우에와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
뭐든 좋다. 뭔가 실마리가 발견되면…….
“렌, 내일은 그 특별기념 이벤트라는 데에 가보자고.”
렌에게 말을 건다. 하지만, 대답이 없다.
“렌?”
가방을 보니, 렌은 올메이트들이 들어간 유리 상자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래?”
유리 상자에는 올메이트의 성능을 표시한 스펙 모니터가 달려있었고, 나는 그것을 보고서 입이 떡 벌어졌다.
“우와……, 엄청나네.”
애초에 나는 올메이트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최신형이라는 걸 보니, 역시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고 만다.
최신형에는 내 커스텀으로는 도저히 발치에도 못 미칠 듯한 기능이 디폴트로 탑재되어있다.
라임은 물론, 일상생활에서의 기능도 다채롭다. 이러니 아날로그한 수리용 도구 같은 건 필요가 없겠지.
“하-……. 요즘 건 이렇게 좋아졌네.”
‘신경 쓰여?’
“신경 쓰고 있던 건 너잖아. 계속 보고 있었으니까.”
‘………….’
“뭐, 놀랍긴 하네. 실제로 써보면 엄청 편리할 것 같긴 해.”
‘……써보고 싶어?’
“헤?”
의외의 질문에 렌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렌은 여전히 상자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생각은 전혀 안 드는데. 나한테는 네가 있으니까.”
‘그건 아오바가 최신형의 성능을 실감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렇겠지.’
“? 무슨 소리야? 너.”
‘………….’
렌이 또 이상한 소리를 하네.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파악이 되지 않아 눈썹을 찡그리자, 렌이 꼼질꼼질 움직여 가방에서 뛰쳐나갔다.
“! 어이!”
내가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렌은 그대로 내달려서 가게 밖으로 나가버렸다.
뭐하는 거야, 저 녀석!
“렌!”
내가 큰 소리를 낸 탓에 깜짝 놀란 다른 손님들과 점원의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나는 렌의 뒤를 쫓아서 가게에서 뛰쳐나갔다.
파란 털 뭉치가 약간 앞쪽에 있는 골목길로 뛰어 들어간다.
“렌……!”
허둥지둥 그 골목길로 들어간다. 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역시 재빠르네. 그런데 왜 갑자기…….
내가 뭔가 렌을 화나게 할 만한 말을 한 건가?
……아니,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다.
올메이트는 희로애락을 이입하여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만들어진 성격 패턴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야기다.
예를 들자면, 베니는 비교적 화를 잘 내는 편이니 성미가 급한 성격이 초기 설정인 것으로 보인다. 렌은 성미가 느긋한 편이다.
제각기 약간의 진폭은 있어도, 올메이트가 급격한 감정의 변화를 보이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방금 전의 렌은 명백하게 기분이 상했다는 느낌이었다.
역시 무차별 살인 라임 때 받은 데미지 탓인가?
이것저것 생각하며 몇 번째의 모퉁이를 돌았을 때였다.
“……!”
그곳은 다른 골목과는 약간 분위기가 달랐다.
완전히 망각된 공간이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수많은 잡동사니들이 겹겹이 쌓인 듯이 내버려져있고 빛이 잘 들지 않아 어둑하다.
메인 스트리트를 거니는 관광객들은 물론, 이곳의 스태프들조차도 잊어버리고 만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쓸쓸한 장소다.
플라티나 제일에도 이런 곳이 있는 건가…….
의외의 광경에 눈을 빼앗기고 있자, 잡동사니들 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렌……!?”
어두운 공간 속에서 꿈틀거린 것은 파란 털 뭉치……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
이런 곳에 사람이…….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인형인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팔다리가 가늘고 하얗다.
“저기……, 괜찮, 으세요?”
내가 말을 걸자, 그 사람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에?
눈이 마주친 순간, 머릿속에서 정전기 같은 것이 튀었다.
뭐지, 지금…….
그 사람이 나를 본다.
……보고 있는 건가?
멍하니 있달까, 눈의 초점이 맞지 않는다.
하지만 뭔가……, 왜일까.
나, 어디선가 이 사람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얼굴을 봤다기보다도……, 분명, 눈이다.
빨려 들어가고 말 것 같은, 기묘한 감각.
어디선가 우연히 스치거나 했던 걸까.
아니, 그런 게 아니다.
만났다든지 보았다든지 그런 게 아니라…….
좀 더…….
뭐랄까…….
……………….
“윽!”
벼락처럼 강한 전류가 스치고, 나는 몸을 날려 피하는 듯이 뒤로 물러섰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머리가 점점 멍해지더니…….
그리고는 전류가 스치고, 의식이 도중에 끊겨서…….
……어라?
……없다.
방금 전의 그 사람이 없어졌다.
사라진 건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의식이 끊긴 건 아주 잠깐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사라지다니…….
“어떻게 된 거야…….”
어안이 벙벙해져서 있으니, 타박타박 하고 경쾌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골목길 안쪽에서 파란 털 뭉치가 나타난다.
“렌!”
렌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달려와서는, 내 앞에 탈싹 앉았다.
“너……, 지금까지 어디 갔었던 거야.”
‘딱히……, 특별히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하? 뭐야 그게.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굳이 말하자면……, 그런 기분이었던 것뿐이다.’
“기분?”
렌이 발견되어서 진심으로 안심이 되었는데, 그도 잠시, 이내 마음이 복잡해진다.
[ 고장을 의심하는 마음이 강하다 ]
[ 렌을 걱정하는 마음이 강하다 ] → 선택
“기분이라니 뭐야 그게. 지금껏 그런 일 없었는데, 갑자기 어떻게 된 거야. 역시 상태가 안 좋은 거야?”
‘아직 위화감은 있지만……, 아오바가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아니, 이미 충분히 걱정될 정도니까. 진짜로 이상하다고, 너. 스스로가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다는 자각이 없는 거야?”
‘딱히.’
“진짜냐고……. 제길, 제대로 진찰해줘야 되는데. 지금은 도구도 없고…….”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평상시의 행동에 지장이 생길 정도는 아니야.’
“충분히 지장이 있다니까! ……정말이지 난처하게 됐네.”
나는 렌을 안아들고, 눈을 맞추었다.
“부탁하니까 말야, 갑자기 탈주하거나 단독으로 행동하지 마. 너는 내가 반드시 고쳐줄 테니까. 이 이상 심해지지 않게 얌전히 있어줘. 알았지?”
‘별로 그렇게까지 걱정할 정도의…….’
“렌.”
‘……알았어. 주의하도록 하지. 미안했어.’
“응.”
늘 해오던 습관대로 이마를 맞대려 하다가, 그만둔다.
또 렌에게 거부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서 할 수가 없었다.
수리용 도구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답답함을 느낀다.
빨리 어떻게든 하고 싶은데…….
일단 렌을 가방에 넣고서, 방금 전 사람이 앉아있었던 부근을 돌아본다.
그 사람……, 정말로 뭐였던 걸까.
“있잖아, 렌.”
‘뭐지.’
“너 말야, 여기에 사람이 앉아있는 거 못 봤어?”
‘사람을 본 기억은 없는데.’
“그래.”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응, 아니. 아마도 기분 탓일 거야.”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렌에 대한 것도 있고……, 다른 걸 생각할 여유 같은 건 없다.
나는 발길을 돌려, 글리터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글리터로 돌아온 후, 나는 침실의 침대에 드러누워 뒹굴거리며 코일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토우에에 대해 조금이라도 정보를 모으고자 했지만…….
인터넷에는 구 주민구에서도 충분히 손에 넣을 수 있을 법한 이리저리 검열된 정보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그 외에는 플라티나 제일과 토우에를 찬양하는 미사여구뿐이다.
전파 제한도 되어있는 듯, 이쪽에서는 구 주민구로 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걸 수가 없다.
에러가 표시된 코일 화면을 닫고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 이벤트가 마지막 희망, 인가.”
구 주민구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이다…….
발치에는 렌이 몸을 둥글게 말고 자고 있어서, 나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얼른 렌도 수리해주고 싶지만, 지금은 힘들다.
가능하면 렌의 증상이 이 이상 심해지기 전에 구 주민구로 돌아가고 싶다.
그걸 위해서도 내일을 대비해 쉬어두자는 생각에, 나는 잠이 오지도 않는 눈을 감았다.
………….
………….
………………?
……뭐지?
뭐야, 이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목도 손가락도 다리도 완전히, 손톱만큼도 움직일 수가 없다.
……또 이건가.
또다, 이 꿈. 또 움직일 수 없는 꿈이다.
몸이 마비된 듯이 움직이지 없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그리고…….
그리고……,
그렇다.
오른팔이 욱신거리며 떨린다. 정확하게는 오른쪽 팔꿈치 위쪽이.
그 아래는, 없다.
저번 꿈에서, 먹혀버리고 말았다.
통증은 없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이 무섭다.
영원히 상실된 채로, 그 다음엔…….
그 다음엔…….
………….
……이번엔 다리다.
왼쪽 다리의 종아리 부분을 먹혔다.
새카만 어둠이 물결처럼 졸졸 흘러들어와 그 단면을 간지럽힌다.
도망치지 않으면.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도망치지 않으면……, 빨리.
빨리………….
다음날.
잠에서 깼을 때는 정오가 되기 전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플라티나 제일은 항상 밤이니, 언제 일어나도 바깥은 캄캄하다.
이런 데서 살았다가는 몸이 이상해질 것 같다…….
“………….”
나는 몸을 일으키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쓱쓱 눈을 비볐다.
어쩐지 꿈자리가 굉장히 뒤숭숭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떤 꿈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여운인지 머리가 조금 아프다.
썩 좋지 못한 기분으로, 렌을 안아들고 방에서 나온다.
어쩌면 특별기념 이벤트의 현황이 중계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소파에 앉아 TV를 켜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화면에는 굉장한 성황을 이루고 있는 메인 스트리트의 모습이 비쳤다.
싱글벙글한 표정의 리포터가 이벤트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요란한 음악이 흐르는 메인 스트리트에서는 퍼레이드 행렬이 한창이고, 사람들이 콩나물시루처럼 빽빽이 들어차있다.
“굉장하네…….”
잠시 동안 같은 화면이 계속되다가, 도중에 스튜디오에 있는 아나운서에게로 화면이 넘어갔다.
“……오늘 오후 1시, 오벌 타워에서 플라티나 제일의 대표인 토우에 타츠오가 여러분께 인사 말씀을 올릴 예정입니다.”
“이 실황은 모든 채널에서 방송됩니다. 직접 참가를 희망하시는 분은 타워 앞의 광장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아나운서의 설명을 배경으로, 토우에의 얼굴이 화면에 비친다.
“……토우에.”
저 얼굴, 잊을 수도 없다.
할머니를 구하러 갔을 때, 무차별 살인 라임에 말려들었던 일을 떠올린다.
“……윽.”
그때의 분함과 비참함이 되살아난다.
절대로, 이 녀석 생각대로 되게끔 내버려두지 않겠다.
오늘 오후 1시. 오벌 타워에서 토우에가 식사(式辭)를 한다.
1시까지는 아직 조금 여유가 있다.
어서 준비하지 않으면.
내가 일어서자, 그에 연동하듯이 렌도 소파에서 내려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렌, 몸 상태는 어때? 괜찮아?”
‘문제없다.’
“그래. 그럼 지금부터 밖으로 나가자. 어제 말했던 그 이벤트야. 토우에가 나온다고 했던 거.”
‘알았다.’
언뜻 보기에, 렌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어제 그런 일이 있었던지라 아직 불안을 씻어낼 수는 없다.
렌의 상태에 내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기로 하고, 나는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 방으로 돌아갔다.
글리터에서 나와, 나는 오벌 타워를 향하여 메인 스트리트 위를 걸어갔다.
거리는 축제 분위기에 이상한 열기로 가득 차올라있고, 퍼레이드 행렬의 인형 탈을 쓴 사람과 악대, 댄서들이 손을 흔들며 줄지어 행진하고 있다.
개중에는 댄서들 틈에 관광객이 끼어들어서 춤을 추거나, 관광객들끼리 뭉쳐서 서로 끌어안고 있는 광경도 엿보인다. 아까 TV에서 보았던 것보다도 요란스럽다.
타워에 가까워져감에 따라 점점 더 길거리가 사람으로 꽉꽉 들어찼다.
특히 타워 앞의 광장은 미어터질 듯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있다.
“큰일이네, 이거…….”
“우왓.”
“플라티나 제일, 만세!”
뒤쪽으로 누군가의 몸이 부딪친 건가 싶었더니, 느닷없이 모르는 남자가 나를 붙들고 늘어졌다.
“이거 놔……!”
“우하하, 토우에 씨 최고!”
남자를 떼어내고 도망친다.
“대체 뭐야, 취객인가?”
라고 생각하자마자…….
“토우에 씨 멋져!”
“잠깐, 잠깐……!”
이번엔 여자가 달려 들어와서, 인파를 밀어제치고 피한다.
“앗, ……!”
틀렸다. 멈춰 서있으면 떠밀려가게 된다.
그러나……,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는 건 나뿐이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싱글벙글 즐거운 듯이 떠들어대고 있다.
뭐랄까, 꽤나 기분 나쁘다.
혼자 그렇게 허둥거리고 있으니, 갑자기 광장 주변에 있는 커다란 선전용 모니터들의 화면에 전부 노이즈가 일었다.
곧바로 화면이 바뀌어, 이 광장의 모습이 비쳐지고 환호성이 인다.
……오후 1시.
이제 시작할 시간이다.
“그럼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플라티나 제일 대표 토우에 타츠오가, 여러분께 인사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겹쳐져 귀에 거슬리는 소음 덩어리를 이루는 가운데, 몇 명의 사람이 타워의 발코니로 나왔다.
그 모습이 모니터에 비친다.
정중앙에 있는 것이 토우에다. 그 양옆에 보디가드가 한 명씩 서있고, 비스듬하게 뒤쪽으로 또 한 명이 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탓에 그 녀석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여러분.”
토우에가 마이크에 대고 한 마디를 내뱉자, 그렇게나 열광적인 분위기였던 광장이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모두 기대로 가득 찬 얼굴로, 토우에가 다음으로 할 말을 기다리고 있다.
토우에는 여유를 무너뜨리지 않고, 엷은 웃음을 띠고서 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느릿하게 둘러보았다.
“오늘, 이 플라티나 제일 특별기념 이벤트에 모여주신 것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플라티나 제일도 개장 1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의 흐름이란 무척이나 빠른 법입니다.”
“그렇습니다. 시간은 멈춰 서서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곳에서는 여러분의 유한한 시간을 즐겁게, 행복하게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대체 무엇인가. 저는 항상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행복이란 누구나가 간단하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행복에 대한 관점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진심으로 웃는 것, 기뻐하는 것, 평안을 얻는 것, 어떤 상황에서든 허용을 하는 것.”
“이것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성립된다면, 분쟁 같은 것은 생길 리가 없는 것입니다.”
“분노와 슬픔은 성장의 양식이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지론은 지당한 것입니다. 허나, 여러분은 일상생활에 있어 분노와 슬픔을 느끼는 일이 오히려 더 많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곳에서는 그런 일상의 모든 것을 잊고, 행복 속에 몸을 맡겨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곳이 여러분의 제2의 고향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되기를 저는 늘 기원하고 있습니다.”
“부디 여러분의 위로 행복이 쏟아져 내리기를.”
토우에가 가슴에 손을 얹고, 조용히 머리를 숙인다.
찰나의 침묵 뒤, 돌연 엄청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모두 양손을 높이 쳐들고 손뼉을 치며, 토우에의 이름을 외치거나 손가락을 입에 넣고 휘파람을 불고 있다.
그냥 우두커니 서있는 것도 뭐한 느낌이 들어서, 나도 일단은 박수를 쳤다.
하지만……, 이래선 교주와 열광적인 신자들과 다를 것이 없다.
토우에는 자신을 찬양하는 군중을 만족스럽게 바라보고서,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 이벤트는 이틀 동안 개최됩니다. 메인 이벤트는 내일. 오늘은 전야제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내일을 맞이하기 전에, 오늘은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저의 새로운 ‘행복’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자, 이쪽으로.”
토우에가 비스듬하게 뒤에 서있던 인물을 가까이 불러들인다.
“이 청년의 이름은 세이. 저의 아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 또한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 정도로, 제게 있어서는 소중한 인물입니다.”
“이 특별기념 이벤트는, 그를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는 제게 희망을 내려주는, 사람의 마음에 행복을 내려주는 사자(使者)입니다. 부디 그에게, 여러분의 축복을.”
군중이 술렁이고, 세이라고 한 청년을 향해 호기심 어린 시선을 쏟는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세이가 얼굴을 들자, 대형 모니터에 그 얼굴이 클로즈업되었다.
“……!”
저건…….
어제 렌을 찾아다녔을 때 봤던, 골목길에 앉아있었던 녀석이잖아……?
“…………윽.”
……또다.
골목길에서 저 녀석과 눈이 마주쳤을 때랑 똑같이……, 전류가 스쳐지나가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 다르다.
모니터에 비친 저 녀석의 얼굴……. 저 눈이 머릿속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세이의 눈이……,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깜빡거린다.
마치 나의 내부에 세이가 있는 것처럼…….
몇 번이고, 깜빡거린다.
티 없이 맑은 그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내 안을……, 깊숙이 휘젓는다.
내 안을…….
……………….
“앗…….”
강한 두통이 일어서, 급작스럽게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번쩍 정신이 들었다.
“아야…….”
머리가 지끈지끈 울린다.
지금, 무슨 일이……?
“아아……, 세이. 빛이 나는 것 같아…….”
“세이 님…….”
“………….”
방금 전까지만 해도 토우에에게 열광하던 녀석들이, 지금은 무언가에 홀린 듯이 모니터에 비치는 세이의 모습을 황홀하게 바라보고 있다.
세이의 눈이 모니터 안에서 천천히 깜빡인다.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축복, 저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내일 이벤트를 플라티나 제일뿐만 아니라, 섬 전체가 즐겼으면 합니다. 그런 까닭에…….”
세이가 비치고 있었던 대형 모니터의 영상이 바뀐다.
다음으로 화면에 나타난 것은…….
“어이…….”
이건…….
구 주민구……!?
“플라티나 제일 건설 당시, 유감스럽게도 이 지구에는 저희들의 열렬한 의지가 전해지지 못했고, 그때 저희가 협력을 얻지 못했던 섬의 주민 분들은 지금도 이곳에서 생활하고 계십니다.”
“한때는 서로 감정의 응어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만, 지금은 섬의 주민 분들도 조금씩 이쪽으로 걸음을 해주고 계십니다.”
“이 이벤트가 개최되는 중에는, 구 주민구에서도 이쪽의 중계 영상을 볼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그 현장을 봐주십시오.”
광장이 모인 군중으로부터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져 나온다.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두통도 잊어버리고서 바보처럼 멍하니 모니터의 영상을 쳐다보았다.
분명 내가 잘 알고 있는 시가지다. 그런데도, 그것은 몹시도 괴상한 광경이었다.
본디 혼잡하고 어수선한 구 주민구의 사람들이 일심불란하게 TV를 보고 있다.
TV에 비치고 있는 것은 이 이벤트의 현황이다.
그 밖에도……, 바깥을 돌아다니던 녀석들이 멈춰 서서 거리에 내걸린 모니터를 보고 있거나, 식당에 있는 무리들이 가게 안의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영상이 흘러나온다.
“……거짓말이지.”
토우에는 방금 ‘섬의 주민들도 조금씩 이쪽으로 걸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
구 주민구에는 토우에가 한 짓을 곱게 생각하지 않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다.
바로 최근에도, ‘평범’에 왔던 손님이 토우에를 비판하는 이야기를 했었고, 플라티나 제일과 토우에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잔뜩 있다.
그랬던 인심이, 이렇게 단시간에 움직일 리가 없다.
웃기지 않는 콩트라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으로, 나는 모니터를 응시했다.
……어쩐지, 모두 이상하다.
표정부터가 이상하다. 눈동자가 텅 비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비슷하다. 그때랑.
미즈키가, 모르핀에게 조종당했던 때랑…….
“……윽.”
머리가 욱신욱신거린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어이, 렌……. 위험하지, 이거.”
가방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는 렌에게 말을 건다.
‘아아. 통상적인 상태가 아닌 거겠지.’
“조종당하고 있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할머니가 말했던 대로다.
토우에는 이 섬에 있는 인간 모두를 조종하려 하고 있다고. 구 주민구의 사람들까지도…….
……그렇지. 할머니는 무사한 걸까?
코우자쿠, 노이즈, 밍크, 클리어.
하가 씨랑 요시에 씨, 악동 형제들도……. 모두…….
“머지않아 그들도 이 낙원으로 발을 들이는 때가 올 것입니다. 그때는 부디, 그들을 동지로서 즐겁게 받아들여주십시오.”
토우에의 말에 광장의 군중이 커다란 환호성을 지른다.
……여기에 있는 녀석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진실에 대해서는 무엇 하나 알지 못한 채,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토우에의 말에 놀아나고 조종당하고 있다.
토우에가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것이 없어도, 여기에 있는 녀석들은 분명히 토우에를 맹신할 것이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채로 놀아나는 편이 편하기에, 그쪽으로 흘러갈 뿐이다.
고통도 슬픔도 분노도 없는 세계.
토우에는 그것을 행복이라고 지칭했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녀석들은 그것이 옳은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받아 삼키고 있다.
……웃기지 말라고.
모든 것이 다 이상한데, 그것에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있다니…….
어떻게 생각해도 이상하잖아……!
“구 주민구, 만세--!!”
내 옆에 있던 남자가 크게 소리친다.
그 촐싹대는 목소리가 짜증을 돋워서, 나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구 주민구와 토우에 씨, 만…….”
“입 닥쳐.”
나는 충동적으로 남자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뭐, 뭐야 너.”
“시끄러, 닥쳐.”
“왜 화를 내는 거야. 토우에 씨도 말씀하셨잖아?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언제든 마음에 여유를…….”
“시끄러워!!”
“힉.”
‘아오바!’
주먹을 치켜든 시점에서 렌의 목소리가 귀로 들어온다.
‘진정해, 아오바.’
“…………윽.”
“히이이익.”
멱살을 움켜쥐고 있었던 손에서 힘을 빼자, 남자는 몹시 허둥거리며 인파 속으로 도망쳤다.
“……제길!”
무진장 열 받는다…….
구 주민구의 저런 상황을 보고 태평스럽게 기뻐하고 있는 녀석들에게. 그걸 부추기는 토우에에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기에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에게……!
‘이런 데서 소동을 일으키면 행동에 제약이 발생하게 돼.’
“나도 알아, 나도 아는데……!”
‘화가 치밀면 제어가 통하지 않게 되는 건 아오바의 안 좋은 습관이야.’
“윽, 그런 말 해봤자 소용이 없잖아!”
“……!”
렌에게 화풀이를 하고 말았다.
뭐하는 거야, 나…….
아까부터 머리가 아파서 배겨낼 수가 없는 것도 있어서…….
……하지만, 그런 건 단순한 변명에 불과하다.
‘………….’
“……미안. 그만……. 정말로 안 좋은 습관이네. 미안해.”
‘아냐…….’
거북한 공기가 감도는 가운데, 코일의 착신음이 울렸다.
……전화?
“……에!?”
발신인은……, 하가 씨!?
구 주민구와 플라티나 제일 사이에는 통신이 차단되어 있을 텐데…….
나는 억지로 인파를 헤치고, 가능한 한 가장자리 쪽으로 이동하고서 코일을 조작했다.
“……하가 씨!”
“……아오바 군? ……지금, 본토와 연락을 취할 때 쓰는 회선을 위장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잠깐 동안이라면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하가 씨, 무사하세요? 지금 여기서 구 주민구의 영상을 봤는데요…….”
“네. 방금 전에 갑자기, 온 거리에 대음량으로 음악이 흘러나오고서는, 모두가 꼼짝없이 플라티나 제일의 이벤트 중계방송에 눈을 뺏겨버려서…….”
“다른 사람들은요? 할머니나 코우자쿠나, 요시에 씨나 그 밖에도…….”
“지금으로선 모두 무사합니다. 음악이 울려 퍼지기 전에 타에 씨가 귀를 막으라고 일러주셔서.”
“다행이다…….”
“아오바 군은 괜찮은 건가요……?”
“괜찮습니다.”
“그런가요. 그래도 절대로 혼자서 너무 무리하진 마세요. 이쪽에서도 지금, 대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일까지는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오늘은 이 이상 아무 일도 없을 것 같고, 토우에가 본격적으로 행동에 들어간다면 내일 있을 메인 이벤트가 그 무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까지는 아직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오바 군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황급히 행동에 나서거나 하지 말아주세요.”
“아오바 군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타에 씨도 다른 사람들도 슬퍼할 겁니다.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하가 씨? 하가 씨!”
……전화가 끊겼다. 곧바로 다시 걸어본다.
몇 번을 해도 연결되지 않는다. 젠장……!
끝내 포기하지 못하고 다시금 재다이얼을 누르려 하자, 주변에서 또 귓구멍을 틀어막는 듯한 환호성이 일었다.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오늘은 전야제. 본무대는 내일입니다. 부디 충분히 만족이 드실 때까지 즐기다 가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토우에는 미소를 짓고서, 곁에 보디가드들을 거느리고서 세이와 함께 타워 안으로 돌아갔다.
“………….”
토우에가 떠난 뒤에도 광장에는 앙코르라도 청하는 듯이 박수갈채가 계속되었지만, 조금씩 사람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반은 넋이 나간 상태로, 주변 사람들이 줄줄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전 모니터를 통해 보았던 구 주민구의 영상과 하가 씨의 전화 등으로,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다.
두통도 계속 심해지기만 해서……, 뭐가 뭔지 잘 알 수 없게 된다.
‘아오바, 일단 글리터로 돌아가서 쉬는 편이 좋겠어.’
“그러고 있을 상황이……!”
‘아오바.’
“……미안. 그러네.”
렌이 말한 대로다.
이런 때야말로 냉정하게 생각을 정리하지 않으면…….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고, 나는 천천히 인파 속을 걷기 시작했다.
다리가 무겁다……. 땅바닥에 쩍쩍 달라붙는다.
그런데도, 푹신푹신한 구름 위를 걷고 있는 것만 같아서 현실감이 들지 않는다.
……변함없는 거리의 열기에 휘청거리면서도, 나는 간신히 글리터까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