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공통 루트가 짧네요? ^q^
공통루트는 이걸로 끝. 개별 루트로 이어집니다.
※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
요시에 씨에게서 해방되어 밖으로 나오니, 완전히 밤이 되어 있었다.
“……렌, 수고했어.”
‘……피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
렌은 녹초가 되어서 가방 속에 웅크리고 있다.
클라라는 저런 거만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에 비해 렌을 마음에 들어 하고 있는 듯해서, 나랑 마주 대할 때마다 렌은 어디 있냐고 물어본다.
올메이트의 성격은 어느 정도 주인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지만, 제각각의 환경에 의해 조금씩 변화해간다.
그 결과로, 올메이트끼리의 상성에도 차이가 생긴다.
렌은 클라라를 대하는 것이 영 껄끄러운 것 같다. 렌한테는 미안하지만, 그래도 조금 재미있다는 생각이 드는 내가 있다.
‘아오바야말로 괜찮아?’
“……그럭저럭.”
요시에 씨가 마지막으로 나를 불러 세운 후에, 나는 요시에 씨가 요리교실에서 만들었다는 생크림이 듬뿍 얹힌 케이크를 배가 터지도록 얻어먹었다.
……정확하게는, 강제적으로 거의 전부를 먹게 되었다. 덕분에 꽤 심하게 명치 부근이 더부룩하고 쓰리다.
“자, 돌아갈까…….”
지옥의 밑바닥 속을 꿋꿋이 헤쳐 나온 전우를 격려하는 듯이 렌의 등을 쓰다듬고, 나는 집을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밤다운 풍경이 된 거리는, 도처에 늘어선 가게에 야단스러운 네온이나 라이트가 켜져 있다.
위법 건축에 대한 검문이 이루어지지 않는 탓에, 구 주민구의 하늘은 일그러진 건축물들의 그림자로 뒤덮여있다. 그래서 낮에도 어딘지 모르게 어둡다.
밤이 되면 어디에 숨어있었던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무리들이 밖으로 나온다. 리브스티즈도 모여들고, 낮과는 다른 활기에 차오른다.
리브스티즈라는 것은 구 주민구에서 팀을 짜서, 멋대로 영역 다툼이라는 이름의 싸움질을 벌이고 있는 패거리들이다.
유행의 측면에서는 라임보다도 리브스티즈 쪽이 더 오래되었고, 리브 패거리들은 대부분이 라임을 하는 녀석들을 깔보고 있다.
머리만 엄청나게 큰 온실 속의 인텔리들이 공상 세계에서 살고 싶어 한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리브 안에서도 라임으로 옮겨가는 녀석들이 나오기도 하는 것 같아서, 최근에 와서는 리브파와 라임파 사이에 실랑이가 일어나는 일도 많다.
소란스러운 공기 속에서 걷고 있자, 갑자기 뒤에서 팔을 붙잡혔다.
“!”
“오, 이거 브레인 넛츠의 자켓이잖아.”
내 팔을 붙잡은 것은 실없이 실실거리는 머리를 붉게 물들인 남자였다. 분명 나보다도, 연하다.
“이봐, 이 디자인이면 지금 프리미어 붙어있는 물건 아냐?”
이번에는 녹색 머리의 껄렁패가 히죽히죽 웃으며 다가왔다. 건 그렇고 저 머리색, 크리스마스냐고.
“맙소사- 나 이거 어-엄청 갖고 싶은데 말이죠~. 이봐요 형님~.”
빨간 머리가 일부러 그러는 듯한 웃음을 띠고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역 앞의 가게에서 팔고 있어.”
내 팔을 붙잡은 손을 있는 힘껏 뿌리치자, 빨간 머리가 울컥 화가 치민 얼굴로 다시 내 팔을 붙잡았다.
“잠깐 기다리라니까.”
“너 뭐야, 그 태도.”
“나는 지금, 여기서, 이게 갖고 싶다고 말하는 거라고. 잘 알아먹었어?”
“이것 봐, 우리들 ‘버그봄(Bug Bomb)’인데 말이야. 알고 있지? 버그봄. 근데, 뭐야? 우릴 깔보는 거야?”
초록 머리가 의기양양하게 손목을 내민다.
거기에는 커다란 핑크색 폭탄에 올라타서 윙크하는 가슴 큰 여자의 타투가 새겨져 있었다.
우와.
이 녀석들, 이런 거 새기고 부끄럽지도 않은 건가…….
그보다도 버그봄인지 뭔지 말해도 들어본 적 없고.
이 타투도 팀을 의미하는 것이겠지만, 어쨌든 이 녀석들이 말단 조무래기들이라는 사실은 잘 알 수 있었다.
아래에 있는 녀석들일수록, 이렇게 공공연하게 시비를 걸고 싶어 하니까 말이지.
“촌스러.”
“아아? 어이 지금 뭐랬어.”
“촌스럽다고 했어.”
“아아~~? 너, 어느 팀이야.”
“팀 같은 거 안 들었다고.”
“하!? 설마 ‘노마크’!?”
“정말이냐!?”
빨간 머리와 초록 머리가 얼굴을 마주보고, 이내 대놓고 날 바보 취급하는 듯이 웃어댔다.
“말도 안 돼~~~.”
리브에는 제각각의 팀의 심볼이 되는 ‘태그아트’가 있어서, 대체로 자신이 소속된 팀의 태그아트를 몸 어딘가에 새기고 있다.
거꾸로 말하면 타투가 없는 녀석은 리브가 아니라는 게 된다. 그래서 노마크는 리브들에게 분풀이의 표적이 되는 일이 많다.
설령 죽여 버리고 만다고 해도 팀의 원한을 살 일이 없기 때문이다.
“헤에~, 노마크라는 건 손을 써도 된다는 거군.”
“완전 여유지.”
“형님 있잖아, 잠깐 저쪽에 같이 가자고, 응?”
“그 정도로 해두라고.”
“아아!?”
뒤쪽에서 갑자기 날아 들어온 목소리에, 빨간 머리와 초록 머리가 과장되게 눈을 부라리며 위협한다.
“이 녀석한테 시비 걸면 턱 깨진다고.”
“하아? 뭐야. 너, 누구야?”
“……아.”
목소리의 주인공을 본 순간, 녹색 머리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이, 위험하다고…….”
“뭐가 말야.”
“이 녀석……, 드라이주스의 보스, 미즈키야.”
“하!? 드라이주스……!?”
“이 녀석의 필살기, 알고 있나? ‘여우 발꿈치 공격’이라고 해서. 한 방 먹으면 턱이 깨진다고.”
“칫……! 드라이주스라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라고!”
“가, 가자!”
둘은 겁에 질려서 처량하기까지 한 대사를 남기고,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강아지들처럼 도망갔다.
그 모습을 보고서, 내 뒤에 서 있던 녀석이 웃는다.
“진짜 폼 안 나네, 어이. 도망칠 정도면 처음부터 싸움을 걸지를 말라고.”
그 녀석이 누구인지는 이미 파악이 된 상태라,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여어.”
“오랜만이네, 아오바.”
[ 미즈키! ]
+++ 타투 스튜디오 경영 +++
오른손잡이
키: 181cm
혈액형: B형
생일: 3월 7일
별자리: 물고기자리
팀: 드라이주스
싱글벙글 웃는 그 남자는, 리브 내에서 가장 큰 팀인 ‘드라이주스’의 리더를 맡고 있는 미즈키다.
약간 갈색으로 그을린 피부에 까만 머리, 녹색의 눈동자를 지닌 용모에, 눈 아래에 팀의 심볼인 눈물 모양의 타투를 새겨 넣고 있다.
“여우 발꿈치 공격이라니 뭐야.”
“네 발차기 이야기야. 이름은 방금 적당히 붙인 거지만. 그래도 턱이 깨진 적이 있는 건 사실이잖아?”
“몇 년 전 이야기냐고.”
“나는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 말이지. 근데, 네가 이 시간에 여기에 있는 건 희한하네.”
“아아, 뭐 그렇지.”
“결국 올 마음이 생긴 거야? 드라이주스에.”
싱긋 웃으며 말하는 미즈키에, 나는 가볍게 어깨를 움츠렸다.
“서-얼마. 그런 거 싫다고 했잖아.”
“팀도 들어와 보면 의외로 좋은 거라고.”
미즈키와는 예전에 같이 어울렸던 적이 있는, 자주 함께 바보짓을 했었던 사이다.
소탈한 성격에, 그렇지만 세게 나와야할 때는 칼같이 나오는 제대로 된 녀석이다.
리브에 참가하는 녀석들은 젠 체하고 허세를 부리는 녀석들뿐인데도, 그런 녀석들을 하나로 모아서 리브 최대의 팀 같은 걸 꾸리고 있으니 역시 굉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나 스스로는 드라이주스에 들어갈 생각도, 리브가 될 생각도 없었다.
“아무튼 귀찮은 건 질색이야 난.”
“알고 있어. 그렇지만 최근엔 우리 팀도 꽤나 미묘하다고.”
“미묘? 그래? 너희 팀은 여전히 최강이잖아?”
“그거야. 라임 때문이야.”
“라임…….”
미즈키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우리 멤버도 쫄랑쫄랑 따라다니고 있다고. 라임 따위, 두뇌전이라고 하면 듣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어차피 망상 게임에 불과하잖아?”
“정말이지 어디가 좋다는 건지 알 수가 없어. 망상 따위로 영역을 지킬 수 있냐고.”
“뭐, 사실 그렇지…….”
미즈키가 라임에 대해 품고 있는 감정은, 솔직히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리브 같은 건 까놓고 말하자면 애송이들끼리 벌이는 시시한 땅따먹기 놀이다. 그래도, 그럼에도 미즈키는 자신의 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간단히 유행을 따라가는 녀석들을 용서할 수 없는 것이겠지.
“그리고, ‘신령의 유괴’야.”
“신령의 유괴?”
“들어본 적 있겠지. 예전에, 리브 팀 전원이 통째로 행방불명되었다는 이야기.”
“아아. 들어봤는데, 근데 그건 도시전설 같은 거잖아? 그것도 10년 전쯤 소문이고.”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싹 보이지 않게 된 팀이 있지.”
“멍청한 실수라도 해서 야쿠자한테 쪼이거나 한 거 아냐?”
“그게, 사라진 팀의 멤버가 며칠 지나고서 다시 훌쩍 돌아오는 일이 일어나서 말야. 근데 그 녀석,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던 것 같아.”
“자기가 누군지도 잊어버리고……, 꼭 뇌가 망가진 듯한 느낌이었던 것 같더라고.”
“근데 ‘신령의 유괴’ 말야, 확실히 범인은 모르핀이었다는 결말 아니었어? 모르핀 자체가 도시전설 같은 거고.”
“뭐 그렇지만 말야…….”
……모르핀.
10년쯤 전에, 리브들 사이에서 최강으로 경외시되었던 전설의 팀이다.
전신을 검은색으로 치장한 모습에, 심장과 십자가의 태그아트.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 외에는 수수께끼에 싸여있다.
이런저런 소문이 있었지만, 다 내용이 제각각이라 믿을만한 건 하나도 없었다.
‘신령의 유괴’도 그런 종류의 하나다.
모르핀을 보았다는 녀석은 있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나 증거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
“범인이 모르핀이 아니라면, 어쩌면 라임 하는 녀석들의 짓거리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말이지.”
“그건 좀 이야기가 너무 먼 데까지 튀었잖아.”
“진심으로 말하는 건 아니라고? 그저, 최근에 녀석들 기세등등해져서 말야.”
“그렇다고 해서 ‘신령의 유괴’까지 저지르고, 거기다가 사람의 머리를 이상하게 만든다든지 그런 게 가능한 거야?”
“그렇게까지 할 수 있다면, 뭔가 큰 소동이 났겠지.”
“아니, 알고 있다니까. 그러니까 나도 진심으로 이런 말 하는 건 아냐.”
갑자기, 근처에서 환성이 울렸다. 주변에 있던 녀석들이 그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미즈키가 혀를 차고 부아가 치민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라임인가.”
“……아-, 왠지 기분이 안 좋네. 슬슬 가볼게. 다음에 또, 가게로 놀러오라고.”
“아아.”
“그럼.”
미즈키가 휙 하고 손을 흔들고, 라임을 보러 몰려드는 녀석들을 밀어제치듯이 멀어져갔다.
미즈키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고서, 나는 모두가 달려가는 방향으로 얼굴을 돌렸다.
딱히 미즈키처럼 이유 없이 라임을 경멸하는 건 아니지만, 그다지 흥미가 들지 않는다.
미즈키를 처음 만났을 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나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었지.
‘왜 그래?’
“아무것도 아냐-. 갈까.”
렌의 머리를 쓰다듬고, 나는 시끌시끌한 골목길을 걸어가려 했다.
그때…….
갑자기, 하얀 빛이 내 몸을 감쌌다.
“……?”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 걸음을 멈춘 내 앞에, 빛의 덩어리가 나타났다.
그것은 서서히 사람의 형상이 되어, 이쪽으로 손을 뻗어왔다.
그 손끝이 내 뺨을 쓰다듬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에…….”
그렇게 생각한 순간, 갑자기 수많은 사람이 밀려들어왔다.
“에, ……에? 우왓!”
열광하는 무리들의 틈에 끼어서 이리저리 치인다. 이래선 빠져나갈 수 없어……!
“우스이! 우스이!”
지변에 커다란 빛의 고리가 떠오르고, 그로부터 나타난 것은…….
여러 개의 팔을 가진 여자의 몸이 천천히 흔들리고는, 정지한다.
“자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지금부터 라임을 개시합니다!”
“오늘의 제 1회전은 라임 네임 ‘플레이어’ 대 ‘루트44’의 대전이다!”
……이거, 라임이다.
몇 번 멀찍이서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다.
“플레이어는 지금까지 5회 참전, 3연승 중-! 그리고, 루트44는 첫 참가!”
빛의 고리에서 나타난 것이 라임의 심볼이자 심판인 우스이다.
겉모습과는 정반대인 굵직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우스이가 빛을 발하며 여러 개의 손을 흔들자, 머리 위로 거대한 버추얼 모니터가 출현했다.
관객은 이 모니터로 게임의 상황을 볼 수 있다.
우스이의 양쪽 사이드에는 이미 참가자가 스탠바이하고서, 자신의 올메이트를 세팅하고 있다.
“과연 신인이 연승 기록을 멈출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자아, ‘플레이어’ 쪽은 준비가 끝난 것 같다! ‘루트44’ 쪽도……, 이제 슬슬 OK인가?”
“양쪽 모두 준비 완료! 그럼 바로 시작해볼까! GAME……, START!!!”
미소를 띤 우스이가, 목소리와는 정반대로 나긋나긋한 움직임으로 살포시 손을 들어올린다.
모니터가 하얗게 발광하고 필드가 비추어졌다.
관객들이 흥분해서, 저마다 큰 소리로 야유를 보낸다.
“……윽.”
갑자기 날카로운 두통이 스쳤다.
“………….”
손으로 이마를 짚고, 정처 없이 이곳저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뭐지? 관객들이 시끄러운 탓인가?
‘아오바, 괜찮아?’
“……아아, 괜찮아. 여하튼 슬슬 집에 갈까.”
‘그러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라임에 넋을 빼앗긴 관객들 사이를 조금 무리하게 비집고 걸음을 옮겨서, 나는 산처럼 모여든 구경꾼들 틈에서 빠져나왔다.
주변에 있던 벽에 몸을 기대고, 숨을 내쉬고서 고개를 숙인다.
“……?”
……누가 온 건가?
인기척이 들어서 고개를 드니, 면식이 있는 2인조가 그 앞에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야호-.”
“왜 그러시죠? 기분이 안 좋아지기라도 하신 건가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멀미라도 난 거야?”
[ 바이러스 & 트립! ]
+++ 미도리지마의 야쿠자 +++
바이러스
왼손잡이
키: 182cm
혈액형; AB형
생일: 2월 23일
별자리: 물고기자리
트립
오른손잡이
키: 185cm
혈액형: B형
생일: 5월 3일
별자리: 황소자리
“너희들…….”
“아-, 뭐 그렇다고 할까…….”
안경을 쓰고 있는 쪽이 바이러스고, 체격이 좋은 쪽이 트립. 이 두 사람과는 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다.
‘아오바, 기분은 좀 어때?’
“그럭저럭, 괜찮아.”
“이런 데서 무슨 일이신 거죠? 아오바 씨가 라임이라니 신기한데.”
“아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혹시 흥미가 생기셨나요?”
“전혀 그런 거 아니거든-.”
“멍 때리고 있다가 말려든 거 아냐?”
“아니래도. 것보다 너희들이야말로, 왜 이런 데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거야.”
“저희들은 일하러 온 거에요.”
“라임 패거리들, 요즘 너무 들떠 있으니까.”
구 주민구에는 흔히 말하는 함부로 건드렸다간 피 보는 위험한 조직이 몇 가지 있는데, 이 둘도 그 구성원이다.
알고 지내게 된 건 꽤나 오래 전 일로, 내가 아직 10대 안팎 정도의 나이로 바보짓을 하고 다니던 때다.
그때는 집에도 돌아가지 않고 서쪽 지구의 ‘와니바시’에 틀어박혀서 지냈고, 어째선지 늘 짜증을 냈었다.
그런 식으로 뻐기고 다닌 결과로, 나는 싸움에서 멍청한 실수를 하고 보복을 하려다 되려 당해서, 병원에 실려 가게 되었다.
떠올리는 것도 부끄럽다…….
당시의 일을 실시간으로 알았던 것은 이 녀석들과 할머니 정도겠지.
한때는 이 녀석들과도 관계가 소원해졌었지만, 몇 년 전부터 다시 보고 지내게 되었다.
나는 프리터, 이 녀석들은 야쿠자가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곳에선 경찰이 야쿠자 같은 족속들인데다, 딱히 뭐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그렇고, 너희들 여전히 비슷하게 하고 다니네. 쌍둥이 같아.”
“쌍둥이가 아니니까요.”
“쌍둥이가 아니라니까.”
“아오바 씨는, 하시는 일은 순조로우신가요?”
“아-, 아이스크림 가게였나. 앞치마에 펭귄이 그려진. 그건 하루 일하고 잘렸나?”
“하루 아냐, 3일. 지금은 정크숍에서 점원 일 하고 있어.”
“아아, 뭐였지. 평등?”
“‘평범.’ 이미 꽤 오래 하고 있다고.”
“아오바 씨한테 평범 같은 네이밍, 어울리지 않지만 말이죠. 뭐, 만약 거칠게 놀고 싶어지시면 언제든 말해주세요.”
“저희 조직, 비교적 인망이 높아서 추천해드릴 수 있다고요.”
“하하……, 마음만 받아둘게.”
“아오바 씨의 싸우는 모습, 또 보고 싶다고 지금도 자주 그런 생각을 하는 걸요.”
“그래 그래, 우리들 팬이니까 말야. 아오바의.”
“어이쿠, ‘루트44’ 데미지 250!! 자아, 마침내 클라이맥스인가!?”
우스이의 라임 실황에 관객의 흥분이 정점에 달한다. ……그때.
“이봐 너희들!!!”
시끄럽게 꽥꽥대는 목소리가 열띤 공기의 틈을 가르고 들어왔다.
[ 아쿠시마! ]
+++ 미도리지마 경찰서 경감 +++
오른손잡이
키: 176cm
혈액형: B형
생일: 11월 30일
별자리: 사수자리
경찰관들을 거느리고 우당탕 나타난 것은, 확성기를 손에 든 눈초리가 사나운 형사, 아쿠시마였다.
“아아, 시끄러운 게 와버렸네요.”
“너희들, 이런 데서 시끄럽게 굴지 마라!!! 전원 한꺼번에 체포다!!!”
우스이의 모습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라임이 중단된다. 참가자도 관객도 개미 새끼들이 흩어지듯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쿠시마. 자기 하고픈 대로 직권을 남용하는 형사다.
전혀 잘못한 게 없는데도 이 녀석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체포를 당한 피해자의 수는 셀 수 없을 정도다.
바짝 야윈 겉모습대로, 구 주민구의 사신이라고 불리고 있다.
“여기선 도망쳐야겠네요. 아오바 씨도 어서.”
“아아.”
“바이바이, 아오바.”
“거기 서라 이 녀석!!! 내빼지 마라!!! 이 버러지가, 체포다아아아아아아!!!!”
툭 튀어나온 혈관이 끊어지기 직전엔 아쿠시마가 외치는 소리에 붙잡히지 않도록, 나는 곧바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우선 아오야기 대로로 나온다.
“!”
“……윽.”
달리면서 모퉁이를 돌려고 하다가, 바이크와 부딪칠 뻔했다.
순간적으로 바닥에 넘어진다.
“………….”
나는 방심한 상태로 바이크 쪽을 올려다보았다.
운전을 하고 있는 남자는 바이크에서 내리지 않고, 시선만 내 쪽으로 돌렸다.
……그 눈을 보고서, 왜인지 오한이 스쳤다.
남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곧바로 다시 바이크를 출발시켰다.
“! ……어이!”
허둥지둥 일어섰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바이크는 굉음을 울리며, 눈 깜짝할 사이에 대로 위를 달려서 사라졌다.
“………….”
저 자식……!
사고가 날 뻔했는데도, 아니 사람을 칠 뻔했는데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
이 도시에선 드문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화가 난다.
만약 저런 녀석한테 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을 하니, 소름이 끼친다.
‘아오바, 괜찮아?’
“아아, 간신히 세이브. 위험했지만.”
‘무사해서 다행이다.’
“정말로.”
걱정해주는 렌의 말에 조금은 화가 가라앉는다.
뭐 그래도 큰일은 없었고, 다행인 걸로 해둘까…….
기분을 바꾸어, 나는 집으로 향하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택가로 들어가 조금 걸어가니, 눈에 익은 내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녀왔습니…….
“작작 좀 하라고!! 이 바보 손자!!!”
[ 타에! ]
+++ 아오바의 할머니 +++
오른손잡이
키: 156cm
혈액형: A형
생일: 12월 3일
별자리: 사수자리
문을 엶과 동시에, 우레와 같은 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귀가 찌잉 하고 아프다.
“으……, 시끄~…….”
“당연하지! 시끄러우라고 호통을 치고 있으니까!!”
우레의 정체……, 할머니가 현관 마루에서 저승사자처럼 딱 버티고 서서, 콧김을 거칠게 내뿜으며 나를 노려보고 있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대체 할머니의 몸 어디에서 저런 화통을 삶아먹은 듯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일까. 너무 궁금해서 귀청이 다 떨어질 지경이다.
“뭐야, 왜 화내는 거야.”
“그야 화낼 만도 하지! 현관문 말야, 현관문!”
“현관문?”
“일하러 나갈 때는 현관문 잠가놓으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아는 거야!”
“아아~……, 그런가. 미안.”
오늘은 일어나고 보니 아르바이트 시간까지 아슬아슬해서, 빛의 속도로 집에서 뛰쳐나왔었다.
“미안 하고 말만 해서 되는 게 아냐! 정말이지 왜 이렇게 기억력이 나쁜 아이로 자란 건지 원.”
“윽, 어쩔 수 없잖아, 잊어버렸었다고.”
“보나마나 또 늦잠 자서 허겁지겁 집에서 나갔겠지. 정말이지 나이를 스물셋씩이나 먹고서도 답이 없는 손자라니까. 이 할미는 슬퍼서 눈물이 다 나올 것 같다.”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하잖아! 깜빡하는 것 정도는 다 있는 일이잖아!”
“너는 깜빡하기 세계 선수권 대회라도 나갈 생각인 거냐? 이걸로 몇 번째야!”
“…………, 여섯 번?”
“차---암말로……, 너라는 애는~~~~~.”
할머니가 분노에 겨워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이마에 핏줄에 선명하게 떠오른 걸 보니 위험하다.
머리에 피가 몰려서 쓰러진 적이 있으니 농담으로 넘길 수가 없다고…….
“알았어, 알았어-! 내일부터 조심할게. 그러니까 이제 화 좀 그만 내.”
“……흥. 그 말도 몇 번째려나. 네가 그러니까, 나도 마음 놓고 죽을래야 죽을 수가 없어.”
할머니는 거친 콧김을 뿜으며, 터덜터덜 발소리를 내며 주방 쪽으로 돌아갔다.
“여봐, 얼른 들어와.”
……아무래도 일단 진정된 것 같다.
한숨 놓고서, 나는 신발을 벗고서 복도에 발을 내딛었다.
이런 식으로 매일같이 서로 큰 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나와 할머니의 사이는 결코 나쁘지 않다. 오히려 양호하다.
할머니가 호통을 치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다. 저 호통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쓸쓸할 것 같다.
여자 혼자서 나를 키워준 할머니에게 감사하고 있는데다, 존경도 하고 있다. 쑥스러우니까 얼굴을 맞대고 그런 말을 꺼낼 일은 아마도 없겠지만.
주방에서는 할머니가 프라이팬으로 갓 볶아낸 무언가를 접시로 옮기고 있었다.
나도 싱크대에서 손을 씻고, 선반에서 젓가락을 꺼내 식탁에 올려놓는다.
우리 집에는 원래 내 부모님도 함께 살고 있었지만, 부모님은 근본적으로 자유인들이라 늘 집에 없었다.
1년 가까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싶으면 갑자기 불쑥 돌아오고, 또 없어지고…….
어릴 적부터 그래왔던 탓에, 어느 사이엔가 할머니와 둘이서 사는 것이 내게 있어서는 일상이 되어있었다.
그래서, 부모님의 발길이 뚝 끊기게 되고도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것은 실로 할머니의 덕택이다.
지금껏 이래저래 걱정도 끼쳤지만, 지금은 할머니와의 생활을 소중히 지켜나가고 싶다.
무언가 특별히 호강 같은 걸 하지 않아도,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
“그럼, 먹어볼까.”
식탁 위에 늘어서있는 것은 소면, 참치, 표고버섯 볶음과 나물 무침, 튀긴 흰 살 생선과 된장국이다.
할머니와 함께 자리에 앉아 양손을 모은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할머니, 맛있어.”
“그래?”
경찰에게 쫓기는 등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배가 고팠던지라, 할머니가 손으로 만든 음식이 위장 구석구석으로 스며든다.
바닥까지 싹싹 긁어내듯이 먹는 것에 열중하고 있자, 갑자기 띵 하고 머리가 아팠다.
아-, 왔다……. 늘 오던 녀석이다…….
“아야야.”
“또 그러니? 밥 먹고 나서 약 먹는 거 잊어버리지 마라.”
“응.”
예전에 바보짓을 하다가 입원 사태까지 이른 이후, 어째서인지 두통이 빈번하게 일어나게 되었다. 오늘은 두 번째다.
병원에서도 이래저래 검사를 받았지만, 원인불명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고부터는 줄곧 할머니가 처방해주는 약을 먹고 있다.
할머니는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어서, 예전부터 이웃에 사는 사람을 진찰하거나 약을 처방해주고 있다.
돈만 비싸게 받아먹는 엉터리 의사보다 훨씬 안심이 된다고, 이웃들 사이에서는 꽤나 평판이 좋다.
확실히 다른 약은 안 듣는데도, 할머니의 약을 먹으면 두통이 뚝 그친다.
그 정도로 실력이 좋다는 것이겠지.
“잘 먹었습니다.”
밥을 다 먹고서 약을 먹고, 나는 설거지를 하고서 2층으로 올라갔다.
내 방으로 들어가, 슬립모드로 되어있었던 렌을 기동시키고 가방에서 꺼낸다.
또 두통이 오네…….
바깥 공기를 쐬고 싶다는 생각에, 나는 베란다로 발길을 돌렸다.
베란다로 나와서, 난간에 기댄다. 조금 쌀쌀한 바람이 기분 좋다.
작게 숨을 내쉬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겹겹이 포개어진 건물의 그림자들만 시야에 잔뜩 비쳤다.
예전엔 이런 풍경이 아니었지. 좀 더 아름다웠다. 이 섬은…….
이 미도리지마는 일본 열도의 남서쪽, 혼슈(本州)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 떠올라있다.
섬의 명물은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과 풍성한 수풀……이었다. 꽤나 오래전의 이야기다.
지금은 섬의 동쪽, 3분의 1 정도를 플라티나 제일이 마치 이 섬이 다 자기 것인 양 점령하고 있다.
플라티나 제일과 구 주민구는 거대한 벽으로 차단되어있어서, 이쪽에서 그 모습은 볼 수 없다.
플라티나 제일을 만든 토우에 재벌의 대표는 TV와 인터넷에서 몇 번 본 적이 있다.
내가 아직 꼬마였을 때, 이 섬이 개발에 들어가면서 토우에 재벌이 섬의 주민들에게 퇴거를 요구했던 것 같다.
단, 호화 가옥과 막대한 돈이 약속된 파격적인 조건이 붙어서, 대부분의 섬 주민은 교섭에 응하여 섬에서 나갔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나가지 않는 완고한 섬 주민들이 있었다. 우리들도 그렇다.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버를 수는 없다고 저항해, 재차 삼차에 이르는 퇴거 요구를 계속해서 무시했다.
얼마간 그러고 있자, 토우에 쪽에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표면상으로는 ‘억지로 쫓아내고 싶지는 않다’는 이유로 토우에가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섬에 남은 주민들을 방기한 것이다.
교섭에 응하지 않는다면 부디 좋으실 대로. 죽는 것도 사는 것도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겠지.
그리고, 토우에는 다음 수법으로 넘어갔다.
섬을 위한 정비라고 하고서는 수도와 가스, 물자의 공급 라인을 점점 좁혀가, 결과적으로 남아있던 섬의 주민들을 지금의 구 주민구로 쫓아냈다.
과거에는 아름다웠던 미도리지마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이런 횡포는, 아무리 그래도 국가가 허가할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한 섬 주민들은 어떻게든 해달라고 국가에 탄원했다.
그러나, 지금도 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기대해봤자 허사라는 이야기다.
3년 정도 전부터는, 구 주민구에서 섬 밖으로 나갈 때 토우에가 만든 관리국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안 됐다.
즉, 구 주민구의 인간은 토우에의 허가 없이 섬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허가 따위 내려줄 리가 없다. 영원히.
퇴거 요구에 응하지 않은 쪽이 나쁘다는 것이 토우에 측의 주장이겠지.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고 있자, 발치에서 소리가 났다.
‘아오바, 오늘 메일로 다운로드한 데이터 말인데, 어떻게 할 거야?’
“……다운로드?”
매달리는 듯이 난간에 기대고 있던 나는, 렌의 말에 번쩍 정신이 들어 몸을 일으켰다.
……맞다. 완전히 잊고 있었다. 낮에, 가게에 악동 형제들이 왔을 때다.
어느 사이엔가 다운로드 완료 화면이 떴었는데, 역시 그건가…….
“그 데이터, 바이러스는 없었어?”
‘검출되지 않았어.’
“내용은?”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조종해서 이동, 정보를 수집하고, 적 캐릭터와 싸워서 경험치를 얻어, 레벨을 올리는 타입의 게임이다.’
“아아, RPG네. 유료야?”
‘유료는 아니야.’
“헤에……, 그렇다는 건 장난꾸러기 꼬맹이들 때문에 무심코 구입한 건 아닌가. 어딘가의 체험판 앱일까나.”
‘불분명하다.’
“뭐, 이상한 게 아니라면 해 볼 가치는 있을지도 모르겠네. 심심풀이로.”
‘기동할까?’
“부탁해.”
‘알았다.’
나는 렌을 안아들고 방으로 돌아와, 침대 위에 앉았다.
‘도와줘…….’
‘누가 좀, 도와주세요…….’
‘누가 좀, 여기서 꺼내줘…….’
“엄청 고전적인 화면이네-.”
키오, 나오, 미오 세대는 본 적조차 없는 게 아닐까?
나도 이렇게 오래된 타입의 게임, 동영상 사이트에서밖에 본 적이 없다.
공주님에게서 온 메시지가 끝나자, 타이틀 로고가 나타났다.
……뭐랄까, 너무 구식이라 오히려 신선하군.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며, 나는 ‘START’를 눌렀다.
“……어라? 시리즈물인가, 이거.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건가?”
‘그런 것 같다.’
“과연. 말 그대로 심심풀이하기에는 딱 맞는 짧은 길이네.”
재미가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 다음이 업데이트된다면 또 플레이 해봐도 좋을지도 모른다.
게임 화면을 닫음과 동시에 하품이 쏟아졌다.
가만히 게임을 플레이하고 앉아있었더니, 어쩐지 졸리다.
“슬슬 잘 준비라도 해볼까, 읏차.”
나는 베란다의 창문과 커튼을 닫고, 방에서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다음날.
여느 때처럼 ‘평범’에 출근한 나는, 카운터에서 가게를 보고 있었다.
아야야…….
이렇게 이따금씩 두통이 스칠 때면, 엄지와 검지로 양쪽 눈 사이를 집고서 주무른다.
오늘은 아침부터 줄곧 머리가 무겁다.
일단, 아침밥을 먹고 나서 약은 먹었지만……. 감기라도 걸린 걸까.
“아오바 군, 잠깐 배달을 부탁하고 싶습니다만.”
가게 안쪽에서 덜컹덜컹 소리가 나고, 하가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도와드릴게요, ……윽.”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다가 그만 다리가 휘청거린다. 당황해서 카운터를 손으로 짚는다.
“아오바 군, 괜찮은가요?”
“죄송해요, 잠깐 일어서면서 현기증이 나서.”
“앉아 있으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후응! 핫! 으랏차!”
“후우.”
“………….”
“응? 왜 그러죠? 아오바 군.”
“아아, 아뇨, 굉장하다- 싶어서.”
“아뇨 아뇨 그런. 하하하.”
‘청소, 청소.’
하가 씨의 올메이트 ‘범인군’이 다가와서, 하가 씨의 주위를 빙글빙글 맴돈다.
“아아, 범인군. 안쪽을 부탁해요.”
“안쪽, 안쪽.”
범인군이 가게 안쪽으로 되돌아간다.
“그래 그래. 그래서 말이죠, 이 상품의 배달을 부탁할 수 있을까요?”
하가 씨가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봉투를 꺼낸다.
“어제 밤중에 손님으로부터 주문이 왔습니다만, 빠른 배달 지정이에요.”
종이봉투의 전표를 보니, 이곳과 똑같은 동쪽 지구였다. 그렇다면 확실히 직접 전해주러 가는 편이 빠르다.
“이제 곧 물건을 매입하는 곳의 관계자 분께서 오셔서, 저는 가게를 비울 수가 없어서. 미안합니다.”
“괜찮아요. 금방 다녀올게요.”
“부탁할게요.”
하가 씨는 싱긋 웃고서, 지하 창고로 이어지는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아직 머리가 무겁다. ……그렇지만, 이건 일이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나는 한쪽 손으로 가볍게 두드리고, 기합을 넣어 짧은 숨을 내쉬었다.
옆에 놔두었던 가방을 들고 그 안에 잘 넣고서, 종이봉투를 들고 가게를 나간다.
“에- 그러니까, 이 길로 가는 게 빨랐나.”
‘아아.’
렌에게 길안내를 받으며 아오야기 대로를 걷는다.
빌딩과 빌딩의 틈새에 있는 이 수수한 길은, 벽 이곳저곳에 눈에 익은 태그아트가 그려져 있다.
‘베니시구레(紅時雨).’ 코우자쿠의 팀이다.
리브는 자기 팀의 태그아트를 그리는 것으로 영역을 주장한다. 이 부근은 코우자쿠네 팀의 영역이다.
코우자쿠의 팀은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다. 그렇다기보다, 애초에 코우자쿠에게 리브의 의식이 그다지 존재하지 않는다.
여자에게 인기가 있는 성질상, 코우자쿠는 남자들의 노여움을 사서 시비에 말려드는 일이 많다. 늘 싸움이 끊이질 않는다.
그래도, 져본 적이 없다.
그렇게 연전연승하는 사이에 어느 틈엔가 남자 팬이 붙어서, 팀도 멋대로 꾸려진 것 같다.
그럼에도 매몰차게 내치지 않고 신경을 써주는 점에서, 코우자쿠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는 생각이다.
누가 자기를 의지하면 싫다는 말은 못 하지. 그 녀석.
팀이라는 건 보스를 동경해서 모여드는 녀석이 많으니, 멤버들도 어딘지 그 보스의 분위기와 비슷하게 된다.
그 탓인지, 베니시구레의 영역인 이 부근은 하카마를 입지 않은 약식의 기모노를 입은 남자가 유달리 많다.
언뜻 봐서는 질이 나쁜 것 같지만, 모두 좋은 녀석들이다.
짐이 무거워서 곤경에 빠진 할머니를 도와드리거나, 길 잃은 아이의 부모를 찾아주거나.
그래서, 구 주민구에서 베니시구레의 인기는 꽤나 놓다. 이것도 코우자쿠의 덕택……인지도 모른다.
“여어 아오바.”
“하이.”
길을 지나가던 안면 있는 멤버와 인사를 나눈다.
멤버들이 즐거운 듯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경찰관이다.
구 주민구의 경찰은 기본적으로 부패했지만, 돈이나 자기 기분에 따라서 섬 주민과 친하게 지내는 부류들도 간혹 있다.
리브 중에도 그런 부류를 잘 이용해서 정보를 손에 넣거나, 잘못을 저지르고도 슬쩍 빠져나가게끔 하는 녀석들이 있다.
뭐, 다들 참 안이하단 말이지.
계속해서 길을 걸어가자, 앞쪽에서 몹시도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인 3인조가, 2인3각처럼 찰싹 붙어서 걸어가고 있다.
“싫다~ 정말. 코우자쿠 씨도 참~.”
“그치만 그런 점도 좋아!”
“하하하.”
“………….”
……역시.
여자들 사이에 딱 끼어서 걸어오는 것은 예상대로, 코우자쿠였다.
이런 상황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군…….
이라고 생각했지만, 딱 정면으로 오니 이래서는 피할 수 없다.
“어, 아오바잖아.”
“……안녕.”
코우자쿠의 쾌활한 미소에 얼굴에 경련이 인다.
‘아오바. 렌은 잘 지내나?’
코우자쿠의 옆쪽에서 날아다니고 있는 것은 코우자쿠의 올메이트 베니다. 렌이 가방에서 얼굴을 내민다.
‘여기에 있다.’
‘오우, 그래.’
“어머어~, 이쪽, 코우자쿠 씨 친구?”
여자들이 물건을 감정하는 시선으로 나를 힐끔힐끔 본다.
“아아, 소꿉친구지.”
“어머 그래요~. 이 분이~?”
……미안하게 됐네. 완전 멋진 코우자쿠 씨의 소꿉친구가 이 따위라.
소꿉친구라고는 해도, 우리들은 어릴 적부터 계속 함께였던 것은 아니다.
코우자쿠는 원래 본토 출신으로, 어머니와 함께 이 섬으로 왔다.
섬에 있던 것은 3, 4년 정도로, 그 후에는 어머니와 함께 다시 본토로 돌아갔다.
그리고 약간의 텀을 두고서, 3년 정도 전에 코우자쿠만이 불쑥 다시 섬으로 왔다.
다시 만났을 때는 꽤나 체격이 다부져져서 놀랐지만, 웃을 때의 얼굴이나 몸짓, 말투 같은 것은 옛날과 똑같았다.
그 후로 다시금 어울리게 되어서, 코우자쿠는 할머니가 직접 만든 음식을 목적으로 우리 집에도 자주 온다.
“뭐야, 왜 그래 너.”
“뭐가?”
“몸이 안 좋아 보이잖아.”
“! ……딱히 아무 일도 없는데.”
“그래? 그럼 됐지만.”
평정을 가장하며, 내심 꽤나 놀랐다. 확실히 아직도 약간 두통이 있다.
것보다, 그 정도로 얼굴에 다 드러나는 걸까? 나.
“이제부터 배달하러 가나?”
“그래. 누구 씨랑은 다르게 말야.”
일부러 비위를 거스르는 듯한 말을 하자, 양쪽에 선 여자들이 코우자쿠보다도 먼저 반응했다.
“뭐어! 코우자쿠 씨는 딱히 놀고 있는 게 아니라고!?”
“맞아, 지금도 일하는 도중에 우리들을 데려다주고 있는 것뿐이니까~.”
“………….”
“뭐어,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확실히 이렇게 귀여운 아가씨들과 함께면 일도 손에 안 잡히니까 말이지.”
“꺄아!”
“코우자쿠 씨도 참!”
매번, 잘도 저런 대사를 말하고 손발이 오그라들지도 않나보지…….
‘곱게 차려진 밥상을 마다하는 건 남자의 수치지.’
“내 말이 바로 그 말. 여자는 이 세상의 보물이다. 부드럽지 상냥하지, 남자를 감싸 안아주지. 그러니까 여자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남자의 의무라는 거다. 그렇잖아?”
코우자쿠가 여자들의 어깨를 끌어안는다.
“꺄~~~~~~!!!”
“나 이제 죽어도 좋아!”
……………….
“……그럼, 난 슬슬 가볼게.”
“어라? 잠깐 기다려. 이봐요.”
완전히 질려서 그 자리를 뜨려고 하자, 여자 중 한 명이 나를 불러세웠다.
“여기, 봐봐 역시. 먼지가 묻어있어.”
여자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뻗어 와서, 자켓의 옷깃 언저리를 가볍게 털어냈다.
“……아, 고맙습니다.”
“과연. 세심한 여자는 내 스타일이라고.”
“우후훗, ……어라?”
코우자쿠에게 칭찬을 받아 우쭐해진 여자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한 것처럼 나를 보았다.
“……?”
“당신, 잘 보니까 머리가 기네?”
“……!”
“어머 정말로. 눈치 못 채고 있었어.”
“후후, 왠지 귀엽네.”
“여자애 같애~.”
여자 중 하나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손을 뻗어왔다.
[ 뿌리친다 ] 클리어, 노이즈 루트로 계속
[ 주저한다 ] 코우자쿠, 밍크 루트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