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크 루트 재밌네요...^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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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플로어에서 나가는 건가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밍크는 문 쪽으로 가지 않고, 그 옆에 있는 좁은 통로로 들어갔다.
인기척이 없는 통로는 어딘가로 이어지지 않고 막혀있는 탓에 아무도 없다.
벽에는 광고지가 어수선하게 붙어있어서, 어쩐지 괴물의 비늘처럼 보인다.
“……윽.”
난폭하게 밀쳐져서, 등이 벽에 닿는다.
밍크는 팔 안에 나를 가두는 것처럼 벽에 손을 짚고, 무릎으로 내 양쪽 허벅지 사이를 가르고 들어왔다.
“이게 네 본성인가.”
“본, 성?”
머리가 멍해서……, 단어의 의미가 잘 파악되지 않는다.
어쨌든 누군가가 날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것밖에는 머릿속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서, 그 마음 하나로 밍크를 올려다본다.
나를 마주보는 밍크의 눈동자에 평소와는 다른 빛이 스쳤다.
……그런 것처럼 보인 건, 기분 탓인가?
“……바보가.”
밍크가 입 밖으로 말을 뱉어내는 듯이 중얼거린다.
“벗어.”
“……앗.”
커다란 손이 바지 너머로 내 하반신을 강하게 움켜쥔다. 몸이 흠칫 튀어올랐다.
“……누가, 볼지도.”
“알 게 뭐야.”
“……훗, 아하하.”
나는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스스로 벨트의 버클을 풀어내려 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꼬여서 좀처럼 잘 되지 않는다.
내가 우물쭈물거리고 있으니, 밍크의 손이 속옷과 바지를 난폭하게 끌어내렸다.
낱낱이 드러난 하반신으로 시선이 쏟아진다.
그것만으로도……, 몸이 뜨겁다.
“…………흣, 하아.”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런 건가.”
나의 그곳은 밍크에게 보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단단해져서, 머리를 들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부끄러움을 느꼈을 텐데, 지금은…….
“…………, 애태우지 마.”
“………….”
“빨리, 해. ……, 빨리.”
넘쳐흐를 듯한 정욕을 억누르지 못하고, 나는 자신의 그것으로 손을 뻗으려 했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건지……, 스스로도 잘 알 수 없다.
그저, 아무튼 간에 온몸이 욕망으로 달아올라서…….
밍크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내 어깨를 꾹 짓눌렀다. 그 기세에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만다.
“그럼 준비는 스스로 해라.”
“……후후.”
명령을 받고, 소름이 돋는다.
……평소의 나는 이렇지 않다.
그런 식의 생각도 들었지만, 곧바로 플로어의 배경음악이 사고를 어지럽게 휘젓는다.
밍크가 내 뒷머리에 손을 대고, 머리카락을 움켜쥔다.
머리카락에서 전해지는 찌릿찌릿한 자극에 성급한 마음이 들어서, 나는 분주한 손놀림으로 밍크의 벨트 버클을 풀었다.
남자의 것을 삼켜본 적 따위는 없지만……, 지금은 망설임도 무엇도 없었다.
아직 반응하지 않은 밍크의 그것을 속옷에서 꺼내들고, 입술을 댄다.
“으음, ……응, 후우.”
입 안에 머금고, 부드러운 그것을 혀로 굴린다.
사탕을 빨아먹는 것처럼 했더니, 아주 희미하게 반응을 했다.
“응, 으음……, 읏.”
반 정도 선 그것을 입술로 조이고, 머리를 위아래로 움직여본다.
입 안으로 뭉그러진 물소리가 울리고, 채 다 머금지 못한 타액이 흘러내려간다.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자, 망크의 손이 내 머리를 무리하게 눌렀다.
“우웁, 응, ……큭!”
꽤 많이 선 밍크의 그것이 목구멍 깊이까지 닿아서 토기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밍크는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내 머리를 붙잡고는, 앞으로 밀었다가 뒤로 빼내기를 반복했다.
“웁……! 으흣, 윽, 으음……, 윽!”
……괴롭다. 힘들다. 토할 것 같다. 눈꼬리에 생리적인 눈물이 스민다.
하지만, 그런 일을 당하면서도……, 흥분하는 내가 있었다.
이것이 내가 바랐던 것…….
좀 더 강하게 해주길 원한다…….
좀 더…….
“……으윽.”
머리가 일방적으로 잡아당겨지고, 입에서 밍크의 것이 쓱 빠져나간다.
밍크는 곧바로 내 팔을 붙잡아 몸을 일으켜 세우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밍크가 내 한쪽 다리를 휙 꺾는 듯이 들어올리고, 뒤쪽에 뜨거운 것이 닿는다.
“아, 하아……, 흣, ……아, 아아앗……!!”
……느닷없이, 몸 안으로 격렬한 통증이 스쳤다.
그 어떤 준비도 없이, 밍크의 열이 나의 그곳을 인정사정없이 벌리고 들어왔다.
너무 아픈 나머지 숨이 멎고, 목이 부들부들 떨린다.
“윽, 아앗, ……하앗…….”
“………….”
밍크가 억지로 힘으로 밀어붙여서 뿌리까지 집어넣고,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히, ……아, 아앗……, 흐……읏!”
좁은 내부를 무리하게 꿰뚫려, 타는 듯한 아픔이 번져나간다.
나는 필사적으로 밍크에게 매달려,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
“아, 아아, 으윽, ……읏, 아아……, 윽!!”
“…………, 만족하나?”
밍크가 귓가에서 한숨 섞인 목소리로 속삭여서, 몸이 흠칫 떨린다.
그때, 댄스플로어의 배경음악의 음량이 갑자기 높아졌다.
몸을 난도질하는 듯한 중저음이 울려퍼진다.
거기에 불안정한 멜로디가 뒤얽혀서…….
머리도 몸도……, 능욕 당한다.
“으응, ……아, 으……읏, 아, 더……, 읏!”
수치심도 체면도 모조리 벗어던지고, 밍크에게 애원한다.
“더, 세게……, 아, 아앗, ……더……!”
“……후우.”
밍크가 짧게 숨을 내뱉고, 더 세게 힘을 실어 내 안으로 치고 들어온다.
눈앞이 아찔해지는 것만 같은 고통의 쾌락에 까무러치기 직전의 상태가 되고, 단단해진 나의 그것 그것에서도 쿠퍼액이 줄줄 흘러넘쳐간다.
“히잇, 아……, 읏, 아, 으응…….”
더 세게 부숴주길 원한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될 만큼.
더, 더……!
“아앗……! 그만, 위험해……, 으응……!”
쉴 새 없이 격렬하게 안쪽을 찔려서, 눈 깜짝할 사이에 한계로 내몰려간다.
“그만, 이제, ……아, 갈 것, 아, ……으응, 아아앗……!!!”
난잡한 신음 소리를 내며, 나는 밍크에게 매달리면서 절정에 달했다.
팽팽하게 휘어진 나의 그것에서 하얀 액체가 뿜어져 나온다.
“으응, 큿……, 하아, ……아, ……흐읏.”
“…………읏, ……, …….”
내가 간 후에, 밍크가 몇 차례 세게 안쪽을 꿰뚫고서 깊숙한 곳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아픔으로 마비된 점막에 밍크의 정액이 토해진다.
밍크도, 갔구나…….
………….
……머리도 몸도, 나른하다. 혼이 밖으로 끄집어내진 것만 같다.
“………….”
“……어이.”
전력질주를 하고난 후 같은 피로감에 굴복하고, 눈을 감는다.
의식이 졸음의 언저리를 둥실둥실 표류해, 깨어있는데도 자고 있는 것 같다.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나고, 몸이 잡아당겨지는 느낌이 들고는…….
느닷없이, 딱딱한 바닥 위로 내던져졌다.
“……윽!”
댄스플로어의 바닥에 내팽개쳐지기라도 한 건가 싶어 눈을 떠보니, 전혀 다른 곳이었다.
여기……, 어디지?
멍하니 생각을 하면서도, 다시 저절로 눈꺼풀이 감겨진다.
“……아야.”
뺨에 심한 아픔이 느껴지고, 거기서 잠이 확 달아난다.
여기……, 글리터다.
나, 그 광마약이 범람하던 클럽에 있었을 텐데……?
언제 돌아온 거지?
느릿느릿 주위로 시선을 돌리자, 밍크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윽, 아야.”
일어나려고 하다가 날카로운 두통에 얼굴을 찌푸린다. 욱신욱신하고 바늘로 찌르는 듯한 아픔이다.
방금 얻어맞은 뺨은 물론이고, 몸 이곳저곳이 아프고 노곤하다. 왜 이렇게…….
………….
지금 그거, 꿈인가?
……아니, 꿈이 아니다.
나, 그 클럽에서 밍크랑…….
“………….”
“………….”
기억이 너무 애매해서 실감이 들지는 않지만…….
이 몸의 통증과 탈력감이 그것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내 앞으로 들이민다.
게다가 나……. 그때, 뭔가 엄청난 말을 해버린 것 같은데…….
……싫다. 떠올리고 싶지 않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정도의 수치심에 내몰리며, 나는 아픔을 참고 상반신을 일으켰다.
조심조심 밍크의 얼굴을 살펴본다.
그만 눈이 마주치고 말아서, 곧바로 시선을 피하려 하다가……, 뭔가 위화감이 드는 것을 느꼈다.
나를 보는 밍크의 눈, 뭔가 평소와는 다른 것 같은데……?
……경악? 아니면, 경계?
……설마. 그럴 리가 없다.
오히려 나 따위, 경멸이 들 게 뻔하다. 터무니없는 추태를 보이고 말았으니…….
내가 입을 다물고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자, 밍크는 말없이 등을 돌리고는 계단을 올라갔다.
2층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린다.
“…………제기랄.”
밍크의 모습이 사라지고, 답답하게 가슴을 옥죄었던 긴장감에서 해방된다.
하지만, 그 대신에 폭풍과도 같은 후회와 자기혐오가 엄습해왔다.
나는 옆에 떨어져있던 가방을 끌어당겨, 잠들어있는 렌과 두통약을 꺼내들었다.
두통약은 남은 양이 꽤나 줄어든 상태였다. 일단 한 알을 입 안으로 털어넣는다.
……이러고 잠시 기다리면 두통은 누그러지겠지.
어쨌든 약을 먹었다는 안도감에 작게 숨을 내쉬고, 렌을 기동시킨다.
‘……아오바.’
“……렌.”
‘괜찮아? 컨디션이 꽤나 좋지 않다.’
“…………윽.”
렌의 목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슬픈 감정이 치밀어 올라서, 나는 그 동그란 몸을 꼭 끌어안았다.
“너무 힘들어……. 어떻게 하지…….”
‘조금 쉬는 편이 좋아. 아까도 약간 위험한 상태였어.’
“아까?”
‘광마약의 영향으로 인해, 의식과 감각이 일시적으로 착란 상태에 빠졌었어.’
‘그 때문에 자제심이 약해져, 스크랩의 힘이 반은 각성된 듯한 상태가 지속되었어.’
“정말이야……?”
‘그대로 계속 그 장소에 있었다면, 스크랩의 힘이 폭주했을 가능성도 있어.’
“…………폭주?”
그 말을 듣고, 등골이 오싹해진다.
스크랩이 폭주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더 광범위하게 사람들을 이상하게 만들어버리는 걸까.
그리고, 나 자신도 뭔가 영향을 받을 것이다.
“………….”
밍크는……, 정말로 단순히 긴장을 풀기 위해서 그곳에 갔던 것일까.
설마 그럴 리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 내가 어떻게 될지 알고서 데려간 건 아니겠지.
설마…….
만약 그렇다고 해도, 목적이 무엇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아니, 그 전에 밍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따위 아무것도 모르겠고…….
밍크는 무엇을 위해서 그런 곳에 갔던 것일까.
“아야야…….”
나는 렌을 안아들고는 일어나, 욱신거리는 몸을 질질 끌고 소파까지 걸어갔다.
털썩 하고 몸을 내던지는 듯이 앉는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밍크랑 이렇게 되어버리고, 솔직히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
게다가…….
밍크랑……, 한창 하고 있을 때, 어쩐지 굉장히 무서운 감각이 나를 덮쳤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비유를 하자면, 들여다보아서는 안 되는 자신 안의 심연과 마주한 듯한……, 몹시도 불쾌한 느낌이었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나 자신도 알 수 없다.
밍크와의 일도, 그 무엇도.
‘……아오바, 조금 쉬는 게 좋겠어.’
“……그래.”
나는 렌을 끌어안고, 소파에서 일어나 2층의 방으로 돌아갔다.
침대에 몸을 누이고, 헤드폰을 귀에 대고서 음악을 재생한다.
오늘은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자버리자.
잠들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가능한 한 음악에 집중하려고 하면서 눈을 감았다.
다음날.
잠에서 깨니, 이미 정오를 지난 시간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플라티나 제일은 항상 밤이니, 코일을 보고서 시간을 판단한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렌을 기동시키고 복도로 나갔다.
“……?”
거실 쪽에서 이야기소리가 들려온다.
밍크가 소파에 앉아있었다. 코일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손에는 담뱃대가 들려있고, 이따금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아아, 그런가. 알았다.”
약간 긴장하면서 걸어가자, 마침 통화를 끝낸 밍크가 나를 보았다.
하얀 연기가 훅 하고 입술 사이로 내뿜어지고는 사라진다.
밍크가 자리에서 일어섬과 동시에, 날 향해서 무언가를 던졌다.
허둥지둥 받아들고 본 그것은, 둥그런 빵이었다.
“밖으로 나간다.”
……그러니까 냉큼 먹어치우라는 건가? 무의식중에 빵과 밍크를 견주어본다.
“어디로.”
“그냥 그런 볼일이다.”
그 말만을 남기고, 밍크는 계단을 내려갔다.
“그냥 그런 볼일이라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따라가는 수밖에는 없겠군.’
“뭐 그건 그렇지만…….”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두고 간다.’
푸드덕거리는 날개 소리가 들리고, 새가 우리들의 머리 위를 한 바퀴 돌고서는 1층으로 내려갔다.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어제 그런 일이 있었던 탓에, 나는 밍크를 어떻게 상대하면 좋을지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되었다.
어제 나는……, 광마약 때문인지 어째선지, 조금 이상해졌었다. 어렴풋하긴 하지만, 기억이 났다.
그래서 나는 밍크에게……, 당치도 않은 말을 하고 당치도 않은 짓을 했다.
그런데, 밍크는 어째서 그것에 응했던 것일까?
그 녀석이라면 나를 두들겨 패서 기절시키는 것쯤,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어차피 밍크 본인에게 물어봐도, 아무것도 대답해주지 않겠지.
하지만, 딱 하나 분명한 것이 있다.
밍크의 목적은 토우에라는 것.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기에, 그 녀석과 같이 행동할 이유는 존재한다.
오히려 혼자서 행동하는 것보다 그러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러니까……, 갈 수밖엔 없다.
자신을 타이르는 듯이, 마음속으로 그렇게 되새긴다.
나는 빵을 한입 가득 넣고서, 방으로 돌아가 준비를 하고서 계단을 내려갔다.
현관 밖으로 뛰쳐나가, 제일 먼저 밍크의 모습을 찾는다.
날 기다려 줄 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역시나 그랬다.
“어쩌라는 거야……!”
꽤나 멀리 떨어진 곳을 걸어가는 밍크의 뒷모습을 뒤쫓는다.
가까스로 약간 뒤까지 따라붙고, 나는 달리는 것을 멈추고 묵묵히 걸었다.
왜라든지 어째서라든지, 지금 여기서 그런 말을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밍크는 내가 입 다물고 복종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납득 같은 건 전혀 되지 않았지만,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은 밍크가 바라는 대로 하는 수밖에는 없다.
밍크는 점점 메인스트리트에서 벗어나, 좁은 인도와 옆길을 지나 약간 황량해 보이는 구역으로 들어갔다.
위치 면에서 이야기하자면 플라티나 제일을 에워싼 외벽에 상당히 가깝다. 화려한 가게나 숙박시설 같은 것은 없고, 창고 같은 건물이 도회지의 이면에 고요하게 서있다.
이런 곳에 뭐가 있는 거지? 좀 전의 통화랑 관련이 있는 건가?
밍크는 창고들 가운데 하나로 다가가, 뒷문처럼 보이는 문 앞에 서서 재빨리 코일을 조작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바로 그곳에 누군가가 서있다.
순간, 경계심에 몸이 경직되었다. ……하지만.
“밍크 씨!”
기쁜 듯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그곳에 있던 것은 얼굴에 웃음을 띤 남자였다.
“큰 소리 내는 거 아냐.”
밍크가 힐끗 노려보고는, 빨리 안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말하는 듯이 한쪽 손을 휘휘 내젓는 동작을 취했다.
남자가 허둥지둥 뒤로 물러나고, 나도 밍크와 함께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창고 안은 꽤나 널찍했고, 큼지막한 목제 상자가 쭉 늘어서있었다. 천장도 높다.
어딘지 모르게 숨이 막히고 먼지가 풀풀 날린다. 창고가 다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여긴 무슨 창고인 것일까.
방금 문을 열었던 남자 외에도 몇 명의 사람이 나무상자의 그림자에서 나와, 이쪽으로 모여든다.
이 녀석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스크래치 멤버들 아닌가?
“왜 여기에…….”
내가 엉겁결에 말을 입 밖에 내자, 모여든 녀석들이 노골적으로 경계를 드러냈다.
뭐야 이 녀석은, 그런 느낌으로, 내가 이곳에 있는 것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듯이 밍크를 본다.
하지만, 밍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대충 헤아린 것인지, 멤버 중 한 명이 유들유들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밍크 씨의 지시다.”
“지시?”
“밍크 씨의 계획이라고. 모르는 건가?”
계획? 그런 건 처음 듣는다.
“뭐야, 계획이라니.”
“……계획을 모르는 네 녀석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더는 못 참겠다는 기세로 다른 멤버 한 명이 입을 연다.
“어떤 방법으로 밍크 씨에게 빌붙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에 거슬린다고.”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을 것 같은데 말이지. 대체 뭐야 넌.”
“밍크 씨 옆에 있다고 우리들이 널 인정할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니까 말야.”
“주제도 모르고 우쭐거리지 말라고.”
“………….”
녀석들이 하는 말에, 나는 화가 나기보다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너희들, 하찮은 소리 지껄이지 마라.”
“……네.”
“죄송합니다…….”
밍크의 한 마디에 멤버들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드러내면서도 입을 다문다.
……뭐랄까, 밍크는 엄청나게 추앙받는구나.
내 입장에선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도…….
상황에 어울리지 않지만 내심 감탄하고 있으니, 밍크가 나를 보았다.
“이건 내 목적을 실행하기 위한 계획이다. 이 녀석들도 그걸 위해서 이쪽에 왔지.”
밍크의 목적…….
……토우에인가.
“밍크 씨, 예의 그 물건은 확실히 숨겨뒀습니다. 나중에 메일로 장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무기도 잔뜩 가져왔습니다. 이걸 봐주십시오! 이걸로 언제든 치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한 멤버가 자루를 짊어들고 와서는 바닥에 뒤엎자, 달그락달그락 하고 어딘지 위험한 느낌이 드는 소리를 내며 다양한 크기의 총기가 쏟아져 나왔다.
밍크가 그 중 하나, 개조된 머신건 같은 것을 손에 들고 품평을 하는 듯이 살펴본다.
다른 녀석들도 떠들썩거리며 무기를 주워들고, 서로 자기가 집은 무기를 다른 멤버들에게 보여주거나 한다.
“이 뒤로는 지시했던 대로 움직여. 뭔가 문제가 생기면 연락해라.”
“네!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는 양 굴면서 거들먹거리는 녀석들한테 본때를 보여주겠습니다.”
“플라티나 제일은 어떤 곳일까 싶었는데, 뭔가 물러빠진 동네네요. 이런 상태라면 가볍게 날뛰기만 해도 낙승…….”
“훗훗후~.”
“!”
“이것저것 만사가 다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나? 이 녀석드으으으으으으으을!”
돌연, 창고 안으로 가래 끓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쿠시마!?”
“나만 온 게 아니라고~~~~~~.”
아쿠시마 외에도 이곳저곳에서 경찰관들이 줄줄이 떼 지어 몰려나와, 우리들을 에워쌌다.
“구 주민구를 요-령껏 빠져나갈 작정이었겠지만, 유감스럽게 됐군.”
“너희들의 엉성한 움직임이 내 똘똘한 포위망에 제대로 걸려든 것 같군~~~.”
“……저 집념만은 존경스럽군.”
“……죄송합니다, 밍크 씨.”
팀 멤버들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심상치 않은 긴박감이 감돈다.
아쿠시마는 아마도 팀 멤버들의 뒤를 밟아서 여기까지 온 것이겠지.
치명적인 실수다. 밍크, 꽤 화내는 거 아냐……?
“됐어. 이미 벌어진 일이다. 그보다 먼저 이 사태를 수습할 걸 생각해라.”
“……네!”
“네!”
……의외였다.
밍크의 말에 멤버들의 얼굴도 냉정한 빛을 되찾는다.
제멋대로에 난폭함. 그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밍크의 이미지인데…….
어쩐지 밍크가 어떤 사람인지 더 알 수 없게 되었다.
“저쪽은 50명 정도 되는 건가.”
밍크가 경찰관들을 응시한다. 이쪽은 날 포함해도 열 명 정도다.
아무리 무기가 있다고 해도,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이 상태에서 어떻게…….”
밍크가 나에게 뭔가를 던져서 건네준다.
허둥지둥 받아든 그것은, 소형 총이었다.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라.”
“이걸 쓰라는 거야?”
“다른 방법이 있다면 말해보라고. ……너희들, 준비는 됐나.”
“네!”
“멍청하게 뒤를 밟힌 저희들의 실수입니다. 수습은 확실하게 끝내겠습니다.”
“그런 건 나중에 해도 좋아. 우선 여기서 빠져나간다. ……가라.”
밍크의 호령을 듣고, 팀 멤버들이 흩어진다.
“핫핫핫핫핫하!!! 그렇게 죽고 싶다면 죽여주지!!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아쿠시마가 의기양양하게 말을 내뱉고, 경찰관들을 선동한다.
……그러나, 아쿠시마의 양옆에 있던 몇 명이 휙 하고 방향을 바꾸고는, 어째서인지 아쿠시마에게 총을 들이밀었다.
“아아!? 어이 뭐 하는 거냐 네 녀석들!?!?”
“오오오오오오오오옷!??!”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아쿠시마에게 총을 겨눈 경찰관 가운데 한 명이 실제로 총을 쏘았다. 아쿠시마의 손에서 메가폰이 떨어진다.
“뭐야, 뭐야! 이 녀석들 미친 거냐!?”
“지금까지의 처사가 안 좋았던 거겠지.”
밍크의 말에 아쿠시마의 안색이 변한다.
“……어이. 설마. 이 자식.”
“뭐야.”
“무슨 수작을 부린 거로군!?”
“너희들의 상사보다도 더 많이 급료를 주겠다는 말을 꺼냈을 뿐이다.”
“이 자시이이이이이이이이익!!!!”
아쿠시마의 절규를 소거하는 듯이, 밍크가 무기가 든 자루에서 무언가를 꺼내 던졌다.
퉁! 하고 소리가 나고는, 눈 깜짝할 새에 하얀 연기가 사방을 메운다.
“으라차!”
“덤벼봐라!”
시야가 새하얘진 가운데, 총소리와 고함소리가 공기 속에서 어지럽게 뒤섞인다.
시작됐다……!
나는 곧바로 내달려서, 나무상자 뒤에 숨으려 했다.
“……윽.”
총탄이 바로 눈앞으로 지나가, 핏기가 싹 빠져나간다.
잠시 다리의 움직임이 멈출 뻔했지만, 나는 나무상자의 윤곽을 발견하고는 자꾸만 경직되려는 몸을 간신히 움직여 그쪽을 향해 달려갔다.
나무상자의 측면에 등을 딱 붙이고는 몸을 웅크린다.
만일 방금 전의 그 총알이 명중했더라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움츠러든다.
밍크가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키라고 했지만…….
느닷없이 벌어진 이런 상황에서 뭘 어쩌라는 거야……!?
나는 밍크 패거리와는 다르다. 몸으로 치고받는 정도라면 몰라도 목숨을 건 총격전 같은 건 경험해본 적 없다.
죽이라는 건가? 이 총으로,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자기 몸을 지킨다는 건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
“……!?”
안개 속에서 누군가가 몸을 부딪쳐왔다.
바로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지만, 팔을 붙잡힌다.
“어이 잠깐.”
“밍크……!”
내 앞으로 뛰어든 것은 서브 머신건을 손에 든 밍크였다.
“언제까지 숨어있을 셈이지. 총은 어쨌어.”
“……앗.”
“안 쓸 건가. ……아니면 쓰고 싶지 않은 건가.”
[ 말문이 막힌다 ]
[ 총은 쓰고 싶지 않다 ] → 선택
“총은, ……쓰고 싶지 않아.”
“총을 쓰지 않는다면 너한테 남은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어.”
“!”
밍크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는 알고 있다.
다른 방법…….
목소리……, 스크랩의 힘을 말하는 거다.
“그걸 사용해라.”
밍크가 서브 머신건을 든 손 말고 다른 한쪽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내 앞에 내려놓는다.
“메가폰? ……아쿠시마가 들고 있던 건가.”
“나한테 생각이 있어. 타이밍을 놓치지 말라고.”
“에?”
말을 마치자마자, 밍크는 나무상자의 그림자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는 도통 영문을 알 수 없어서, 밍크의 모습을 눈으로 좇았다.
“어이, 이쪽이다!”
장해물이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뛰어나간 밍크가 큰 소리로 외친다. 경찰관들이 일제히 밍크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런 짓을 하면 순식간에 벌집이 된다고……! 무슨 생각 하는 거야, 저 녀석……!
“간다, 준비-, 출발!”
무언가가 떨어져 내리는 소리가 크게 나고, 모처럼 뿌연 것이 걷히기 시작했던 시야가 또다시 새하얘졌다.
이번엔 아까보다도 훨씬 더 짙어서, 정말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뭐, ……으악! 쿨럭, 콜록!”
숨을 들이마신 순간 목이 멘다. 이 가루 같은 느낌은……, 밀가루인가?
“으헉! 쿨럭! 뭐, 뭐야 이거-!! 밀가루!?”
“제기랄, 쏴라! 쏘는 거다!”
“어이 이 바보들 그만둬!!! 너희들이야 어찌 됐든 나를 죽일 셈이냐!! 발포 중지다!!!”
“연막전이랑은 다르다! 날아다니는 가루 입자에 불이 붙고 다른 입자로 그 불이 옮겨 붙어서 창고가 통째로 뻥! 터진다고!!”
“어이, 지금이다!”
경찰관들이 웅성대는 가운데, 밍크가 나를 향해서 소리친다.
“…………윽.”
가능하면 힘은 사용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다.
나는 메가폰을 들어올리고, 눈을 감고서 의식을 집중시켰다.
가능한 한 주변의 소리를 차단하고, 자신의 심장 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
이 상황을 종식시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목소리’에, 집중을…….
“……그만해!!”
“윽, ……, 으윽, 큭…….”
“으악……, 으아아아아아아아…….”
“뭐, 야 이거……, 머리, 가……, 윽.”
……………….
……성공, 한 건가?
총격은 멈췄지만……, 여기저기서 고통스러운 듯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스로 뿌연 안개가 걷히고, 주변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분간할 수 있게 된다.
그 광경을 눈으로 보고서……,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경찰관이고 스크래치 멤버들이고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을 웅크리고, 괴로운 듯이 바닥 위를 뒹굴고 있었다.
“…………핫.”
이런 건…….
이런 건, 성공이 아니다.
…………실패했다.
“어이, 가자.”
밍크가 내 곁으로 와 팔을 붙잡는다.
“그치만 당신 팀 멤버들은…….”
“경찰 증원대가 오고 있어. 됐으니까 빨리 튀어.”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팔을 강하게 이끌려서, 나는 밍크와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다른 방향에서 우당탕 뛰어오는 많은 수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나를 질책하는 듯이, 머리가 날카롭게 욱신거린다.
스크랩에……, 실패했다.
그 탓에 밍크의 동료들까지…….
실패의 원인은 아마도……, 내가 완전히 집중을 하지 못했던 것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힘이 어중간하게 작동해서, 오차가 생기고 말았다.
“……윽.”
격렬한 자기혐오가 덮쳐든다.
후회해도 늦다. 이제 와서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알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어렵사리 창고에서 탈출한 우리들은, 글리터로 돌아갔다.
글리터로 돌아오고서, 나와 밍크는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2층으로 올라갈 기력도 없어서, 나는 벽에 기대어 발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밍크는 테이블 가장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당신네 팀원들, 괜찮은 거야?”
“이러네 저러네 할 것도 없어. 뒤는 그 녀석들 하기 나름이다.”
“경찰한테 붙잡히거나 한 건.”
“그렇다면 어쩔 거지. 도움이라도 주려고 갔다가, 전원이 사이좋게 같이 체포될 건가?”
“……그치만.”
말을 내뱉기가 힘들어서, 바싹 마른 목으로 침을 삼킨다.
“……내 탓, 인 거지. 그때, 내가 좀 더 잘 했더라면…….”
“………….”
밍크는 담뱃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일어나,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걸어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
“크윽…….”
느닷없이 커다란 손이 튀어나와 내 목을 움켜쥐었다. 온몸이 벽으로 밀어붙여진다.
밍크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싸늘한 눈동자로, 버둥거리는 나를 응시했다.
“정말로 발전이 없는 애송이로군.”
“윽……, 으윽…….”
“후회하면 뭐가 움직이기라도 하는 건가? 그런 하찮은 일에 허비할 시간은 없다고.”
“현실을 봐. 언제 누가 널 책망했지? 너 혼자만의 감상에 빠져서 허우적대지 마. 그런 건 생각하기를 포기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이제 와서 도망치지 마라.”
압도적인 힘이 실린 말을 내뱉고, 밍크가 내 목에서 손을 놓는다.
“쿨럭쿨럭, 윽, 콜록, 큭……!”
숨 막힘에서 해방되어 기침을 해대고 있으니, 이번에는 머리카락을 붙잡혔다.
그것이 뒤쪽으로 세게 잡아당겨져서 목이 확 젖혀지고, 위를 향하게 된 시야에 밍크의 얼굴이 비친다.
머리카락을 움켜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신경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윽, 큭……, 으악…….”
“이제 작작 좀, 똑바로 각오를 다지라고.”
“……, ……윽.”
“너한테 자각이 없다면 끄집어내주지. 그쪽이 편리해.”
“뭐, ……윽, 히익, 아……, 윽!”
머리카락에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극심한 통증이 스친다.
밍크가 내 머리카락을 있는 힘껏 움켜쥐고서, 그 위로 이를 세우고 있었다.
있는 그대로 밖으로 드러난 신경을 직접 물어뜯는 듯한 아픔에 식은땀이 스며 나온다.
“익, 아, ……윽, 으윽, 큭……, 윽.”
머리카락이 끊어질 듯이 세게 깨물리고,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눈앞이 붉게 물든다.
“…………윽, 아, ……아파, ……이거, 놔……, 큭, 놓으라고……!!”
어쨌든 아픔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 나는 반사적으로 움켜쥔 주먹을 뻗었다.
“……윽.”
머리카락을 깨물리는 아픔이 그친다.
번쩍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얼굴을 비스듬하게 기울인 밍크가 곁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큭!”
바로 뺨에 한 방을 맞고, 시야가 흔들린다.
밍크가 불안정하게 비틀거리던 내 어깨를 붙잡고, 몸을 뒤집으려 했다.
“여기로 등을 돌리고, 벽에 손을 대라.”
“……!”
그 말에……, 이제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가 짐작되었다.
“농담도 정도껏 해, 까불지 말라고!”
“……으윽.”
밍크의 배를 무릎으로 치려고 했지만, 싱겁게도 팔로 저지당하고 그 대신에 뺨을 얻어맞는다.
시야가 순간적으로 암전되고, 입 안에 피 맛이 번졌다.
“빨리 해라.”
“싫다고, 했잖아, ……윽!”
“윽, 큭…….”
밍크에게 주먹을 날리고자 했던 팔을 붙잡혀 도리어 주먹으로 맞고, 힘으로는 상대가 안 된다는 사실을 싫을 정도로 뼈저리게 느낀다.
“싫어, ……으악!”
밍크가 저항하는 나의 뒷머리를 다시 힘껏 움켜쥐었다. 견디기 힘든 아픔에 전신에서 땀이 솟아오른다.
“……, 이거 놔……, 큭!”
“시끄러워.”
“아……!”
몇 방 얻어맞은 탓에 시야가 크게 흔들리고, 내가 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린 시점에서 몸이 뒤집혔다.
머리가 꾹 눌리고, 부어오른 뺨에 차가운 벽이 닿는다.
“우욱…….”
밍크의 체중이 찌부러진 개구리 꼴이 된 내 등을 짓누르기 시작한다.
시나몬과도 비슷한 밍크의 체취가 풍겼다.
……싫어.
양손이 저절로 주먹을 쥐고, 부서질 듯한 정도로 어금니를 악문다.
“……왜, ……큭, 어째서냐고……!”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는 비참함과 굴욕감 가운데, 갈 곳을 잃은 마음이 멋대로 입을 통해 밖으로 나온다.
“내가 원해서 이렇게 된 것도 아닌데, 이런 힘……, 윽. 나는, ……난 그저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고!!”
“하지만 당신은 할머니를 구해줬으니까……, 그러니까 당신이 하라고 하면 할 거고, 똑바로 각오하라고 하면 또 그렇게 할 거야, 그렇지만……!”
“그렇지만……. 망설임이 든다고. 나도 뭐가 뭔지 영문을 모르겠다고! 갑자기 이런저런 얘기를 한꺼번에 듣고, 네 그렇습니까, 하고 바로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냐고……!”
“잠시만, 망설이는 것 정도는 하게 해줘……. 이제, 이런 건 진절머리가 난다고……!!”
“나는……, 윽, 당신이랑은, 달라……, 큭.”
가슴 속을 꽉 메웠던 감정이 토해지고, 우는 것처럼 목소리가 갈라졌다. 어깨가 멋대로 부들부들 떨린다.
밍크의 손이 뒤쪽에서 뻗어 나와, 내 턱을 붙잡았다.
억지로 고개가 뒤로 돌아가고, 날카로운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다.
“네가 짊어지고 있는 건 숙명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정해져있던 거라고. 그러니까 원망하려면 신을 원망해라.”
“그렇지만, 그런 걸 짊어지고 있는 건 너뿐만이 아냐. 누구든 똑같아. 자기 혼자만이 비극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네가 원했는지 안 원했는지는 관계없어. 지금 네 눈앞에 있는 것은, 네가 그 숙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현실뿐이다.”
“주변 따위는 관계없는 거라고. 싫으면 죽을 기력을 다해서 저항해봐라. 휩쓸려가지 마.”
“네가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건, 전부 자기 자신일 텐데. 아니면, 너는 누군가가 네 앞날을 결정해주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바보인 건가?”
“……윽.”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관계없다고.”
“……, 나는…….”
“뭐지.”
바지의 버클이 난폭하게 풀리고, 속옷도 있는 힘껏 끌어내려진다.
“나는 이런 힘, 사용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나는 자신이 대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
“그럼 우선 모든 것을 버려. ……널 뒤덮고 있는 모든 것을 말이지.”
“그러지 않으면 진정으로 원하는 건 손에 들어오지 않아.”
귓가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주문처럼 울린다.
밍크의 손이 내 엉덩이를 좌우로 벌리고, 수축되어있던 그곳에 단단하게 선 것을 바싹 가져다댔다.
그리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있는 힘껏 쑤셔넣었다.
“아, …… 히익, ……윽, 아……, 으윽!!”
광마약 때는 잔뜩 취한 듯한 느낌이었고, 몸의 감각 자체도 이상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머리도 몸도 똑똑히 깨어있는 상태에서 젖지도 않은 내벽을 후벼 파는 것은, 갓 생긴 상처에 나이프를 찔러넣는 듯한 고통을 불러일으켰다.
“윽, ……아, 큭, ……크윽, …….”
무언가를 향해 도움을 요청하는 듯이 손가락으로 딱딱한 벽의 표면을 긁어댄다. 목에서 뭉그러진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다못해 다른 아픔으로 주의를 돌리고자, 얼굴에 대고 있던 손등에 이를 세운다.
“……읏.”
밍크의 그것이 나를 난도질하면서, 점점 부피를 늘려간다.
아파. 괴로워. 힘들어……!
“도망치지 마.”
귀 울음이 울리는 가운데, 낮은 속삭임이 몽롱한 의식에 각인을 남긴다.
“이 아픔을 네게 주고 있는 건 나다. 내 앞에선 숨기지 마라. 모두 다 드러내.”
그 말을 새겨 넣는 듯이, 밍크가 몇 번이고 내 안을 꿰뚫는다.
“아, 아아, ……크윽, 으흑, 윽, ……아악.”
“아픔 속에 잠들어있는 것을 끄집어내. 내가 네게 가하는 아픔을 생생하게 느끼고, 이 아픔까지 포함한 내 전부를 받아들여라.”
“큭, 윽, ……흐윽, 앗, ……흣, 아아악……, 으윽!”
머리카락이 잡아당겨져, 엄청난 아픔에 비명을 지르고 만다. 전신이 감각의 덩어리가 된 것 같다.
같은 남자에게 이렇게까지 유린을 당한다는 고통.
그렇지만, 뿌옇게 흐려지는 의식의 한구석에서…….
밍크가 하는 말을 듣는 동안, 어째선지 이 행위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어째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 몸 구석구석까지 ‘나’라는 감각을 새겨 넣어라. 네 모든 것으로 나를 기억해라. 나를 볼 때마다, 그 감각을 떠올려.”
내장까지 한꺼번에 밀어 올려지는 듯한 극심한 고통 가운데, 밍크의 말이 몇 번이고 귓가에서 되풀이된다.
밍크의 목소리가, 나의 뇌에 손톱을 박아간다.
“이익, 으, 아앗, ……윽, 으흑…….”
채 견뎌낼 수 없는 격렬한 아픔에 의식이 흐릿해지기 시작했을 때, 밍크가 가장 깊숙한 곳까지 나를 꿰뚫었다.
“…………읏.”
밍크의 움직임이 멈추고, 희미하게 들뜬 숨소리가 들려오고는…….
거기서부터는 의식이 거의 끊어져서, 어떻게 되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으응, 윽.”
밍크가 내 안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고는, 등에 느껴졌던 무게가 사라졌다.
그대로 무너져 내릴 뻔한 내 몸을 무언가가 안아든다.
붕 하고 몸이 떠오르는 느낌이 들고…….
진동이 일고, 그리고는 어딘가로 옮겨지는 듯한 감각이 느껴지고는…….
돌연 부드러운 감촉이 몸을 감쌌다.
눈을 뜨니, 천장이 보였다.
여긴, 2층의 침실……?
“………….”
나는 잠시 멍하니 계속해서 천장을 쳐다봤다. 알맹이가 빠져나간 빈 껍질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대로 정신없이 잠 속으로 빠져들고 싶다.
이대로…….
아픔과 노곤함 속으로 가라앉는 듯이, 나는 의식에서 스르륵 손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