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힘 세고 강한 밍크~
※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
[ 코우자쿠를 떠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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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어둑한 방에서 나왔다.
바깥 공기를 마실 겸 산책이라도 할까 해서, 발소리를 내지 않고 계단을 내려간다.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살며시 문을 열고서 밖으로 나갔다.
눈앞의 도로에 발을 내딛으려다가, 누군가가 담에 기댄 채로 있는 것을 깨닫는다.
날개를 퍼덕이는 소리가 나고, 한 마리의 커다란 새가 그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커다란 새……, 앵무새인가?
그렇다면, 저기에 서있는 건 밍크인가.
잘 보니, 하얀 연기가 느릿하게 일렁이고 있다.
밍크……. 솔직히, 지금은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다…….
반사적으로 집으로 되돌아가려다가, 발을 멈춘다.
아무래도 밍크가 신경 쓰인다. 내가 밖으로 나온 것은 이미 눈치를 채고 있겠지.
그런데 이제 와서 도로 들어가는 것도, 노골적으로 피하는 것 같아서 좀 이상하려나…….
“……이런 데서 뭐 하는 거야.”
“딱히.”
“………….”
알고는 있었지만……,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벌써부터 말을 건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이럴 바엔 아예 그냥 빨리 집으로 들어가 버릴까.
하지만 이거 왠지 빼도 박도 못 하겠달까…….
뭔가 화제가 될 만한 게…….
근데 그렇다고 이야깃거리를 꺼내서 답을 해줄 인물도 아니고.
애초에 이 녀석이랑 같이 행동하게 된 계기도 최악이었고…….
어색함에 몸이 뒤틀릴 것 같은 분위기에, 점점 생각도 비뚤어진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래도.
밍크가 있었기에 할머니를 구할 수 있었다.
할머니를 납치한 녀석들의 행방을 밍크가 알고 있었기에, 곧바로 행동을 개시할 장소를 정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할머니를 구하는 일을 돕겠다는 약속은 정확하게 지켜주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정도는 해두는 게 맞겠지.
상대가 어떤 인물이건,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저기 말야.”
내가 말을 걸어도 밍크는 이쪽을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슬슬, 이런 태도에도 익숙해졌다.
“저기……, 할머니를 구하는 일을 도와줘서, 고마웠어. 분명 당신이 없었으면 무리였을 거야. 시간도 더 많이 들었겠지.”
밍크가 곁눈으로 나를 본다.
“난 봉사를 한 게 아냐. 잊지 말라고. 이제부터는 네 차례다.”
“물론 안 잊었어. 알고 있다고. 당신이 나한테 요구하는 건……, 역시 내 목소리에 깃든 힘에 관한 거지.”
“………….”
밍크는 다시 하늘로 시선을 돌리고, 담뱃대를 입으로 날랐다.
나는 밍크로부터 약간 거리를 두고서 담에 기대었다.
“목소리에 대한 것도 당신이 한 말 그대로였어. 내 목소리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거.”
“안 믿고 있었던 건가.”
“그건 아니지만……. 할머니한테 그런 말을 들어도 아직 믿겨지지가 않는달까, 전혀 다른 사람 얘기 같고. 그런데 당신은 그런 것까지 알고 있었지.”
“대체, 어떻게 안 거야?”
밍크의 옆얼굴을 올려다보니, 그 눈은 다시금 먼 하늘을 향한 채였다.
“……성대의 진동으로 알 수 있지. 너한테는 보통 인간에게는 없는 특징이 있다.”
“성대…….”
“넌 기억 못 하겠지만, 난 전에도 네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그때 깨달았지.”
“에? 전에 만난 적이 있단 말이야?”
이렇게 덩치가 큰 사내를, 한 번 보면 잊을 리가 없을 텐데……. 언제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후로 난 널 찾아다녔지. 그 목소리를 확인하기 위해서 말야.”
“그래서였던 거야? 처음부터 내가 목적이라고…….”
“힘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아무 의미도 없어. 너도 그걸 뼈저리게 느꼈을 텐데.”
“………….”
그건……, 밍크의 말대로다. 이런 힘, 그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렇기는커녕, 폭주하면 누군가를 상처 입힐 가능성이 있다. 형체가 보이지 않는 흉기와도 같다.
“그 힘만 그런 게 아냐. 그게 무기가 됐든 도구가 됐든 그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단순한 쓰레기에 불과해. 그 뒤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달려있지.”
“하지만 난 이런 힘, 갖고 싶다는 생각 따위 한 적 없어. 사용하고 싶지도 않아.”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면 돼. 그건 네 자유다. 다만…….”
밍크가 몸을 일으키고, 난폭한 움직임으로 내 얼굴 바로 옆에 손을 짚었다.
앵무새가 날개를 푸드덕 펼친다.
“내 용건에 관해서는 그 힘을 사용해야 한다. 그 외의 선택지는 없어.”
“………….”
바로 눈앞으로 다가오는 싸늘한 두 눈동자에, 누그러들기 시작했던 마음이 다시 얼어붙는다.
“……당신의 용건이란 건, 대체 뭐지.”
“그걸 지금 여기서 이야기할 필요는 없군.”
“……윽.”
낮게 말을 내뱉고는 몸을 일으키고, 밍크는 집 앞의 도로 위로 걸음을 내딛었다.
넓은 등이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간다.
그것을 바라보며, 나는 궁지에 내몰린 듯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밍크는……, 어디까지나 나를 자신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 사용할 생각인 거다.
거기에 동료 의식이나 협력 같은 개념은 없다.
그저 내 힘만 있으면 그걸로 된 것이다.
밍크는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 그렇기에 나도 그 은혜는 제대로 갚고 싶다.
갚고 싶지만…….
“……영문을 모르겠다고.”
입속으로 혼잣말을 내뱉고, 나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2층으로 올라가, 내 방으로 돌아와서는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바로 잠들 수 있을 기분이 아니라, 나는 잠시 천장을 노려보았다.
가까스로 졸음이 몰려왔을 때에는, 커튼 너머의 창으로 밝은 빛이 비쳐들기 시작했다.
꾸벅꾸벅 졸고 있으니, 갑자기 코일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전화다.
“네에.”
“아오바 씨? 자고 계셨나요?”
이 목소리……. 에- 누구더라…….
코일 액정에 표시된 이름을 본다.
“……아? 바이러스?”
“네.”
“어-, 무슨 일이야?”
“큰일이에요. 침착하게 잘 들어주세요. 지금 경찰이 아오바 씨 댁을 향해서 가고 있습니다.”
“…………헤?”
단번에 잠이 확 깨서, 나는 무의식중에 코일에 얼굴을 바싹 갖다 댔다.
“뭐 때문에.”
“모르겠어요. 단 꽤 많은 숫자가 출동한 것 같아요.”
“진짜야……?”
“아무튼 도망치거나 숨으세요. 저희도 경찰이 움직인 탓에 조금 시끄러워져서. 또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겠습니다.”
“아오바 씨, 부디 조심하세요.”
바이러스로부터 걸려온 전화가 끊긴다.
뭐지? 경찰?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때, 어렴풋하게 방 안을 비추는 정도였던 창밖의 빛이 갑자기 강해졌다.
아침을 넘겨버리고 낮이 된 것처럼 밝다.
“……?”
침대에서 내려와 창문으로 다가가, 커튼을 살짝 걷어본다.
“……윽, 눈부셔…….”
눈을 뜨고 있을 수 없다. 얼굴을 찡그리며 창밖을 본다.
아직 옅게 안개가 낀 이른 아침의 거리를 배경으로, 경찰 차량과 경찰관들이 집 앞에 주르륵 늘어서서 북적대고 있었다.
“아-, 아-, 아----. 냉큼 나와라-! 여기에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이 테러리스트 녀석들!!”
“…………하!?”
이 목소리……, 아쿠시마다.
“아---, 너희들의 죄목은 이렇다! 불법침입, 기물파손, 그 외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온갖 범죄를 통틀어 전부다!!!”
“당장 나와라! 세라가키 아오바와 그 일당들!!!”
“!”
풀 네임으로 호명되어서, 이 소동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그건 그렇고, 테러리스트? 어째서 그렇게 된 거냐고!
나는 옷을 갈아입은 후 렌을 기동시키고, 곧장 1층으로 내려갔다.
거실에는 할머니, 코우자쿠, 밍크, 노이즈, 클리어, 그리고 하가 씨와 요시에 씨가 있었다.
“아오바…….”
“마스터!”
“할머니! 어쩐 일인지 밖에 경찰관이 엄청 많이 있는데, 그것도 내 이름을 막 부르는데…….”
“성가시게 되었구나…….”
“잠깐 아오바쨩!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타에 씨께 부탁받은 일의 준비가 끝나서 왔습니다만……, 어쩐지 엄청난 일이 일어난 것 같군요.”
“저 녀석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들은 아오바쨩 편이니까 말야!”
“그렇고말고요!”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저도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어서…….”
“토우에겠지.”
“토우에……?”
“네가 어제, 스크랩을 사용한 것을 모르핀인지 뭔지 하는 녀석들이 보고한 거겠지. 곧바로 너한테 흥미를 보였다는 건가.”
“빨리 나와라-----!!! 안 나오면 이쪽에서 쳐들어가겠다! 괜찮겠지! 좋아! 돌격 준비다-------!”
“너희들, 빨리 뒷문으로 도망가거라!”
“저 녀석, 한다면 진짜로 한다고.”
“여기는 저희들이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그러니 아오바 군과 친구 분들은 어서 뒷문으로 나가세요!”
“그래! 나쁜 짓만 잔뜩 해대고 시민의 지팡이 노릇이라곤 요만큼도 안 하는 경찰 따위 확 날려버릴 테니까 말야!”
“하가 씨, 요시에 씨……. 할머니도, 고마워요.”
“도---올겨-----억!!!”
“아오바, 가자!”
우리들은 부엌의 뒷문을 통해 집 밖으로 나갔다.
교대하듯이, 경찰관들이 집 안으로 들이닥치는 소음이 전해져온다.
할머니도 하가 씨도 요시에 씨도……, 모두들, 미안……!
부디 무사하게 있어줘……!!
뒷문에서 나와, 우리들은 담과 담 사이의 좁은 길로 들어갔다.
그곳을 빠져나가, 조금 넓은 뒷길로 나온다.
“그쪽은 경찰관이 있습니다! 발소리가 들립니다!”
클리어가 소리친 대로, 앞쪽에서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있다! 이쪽이다!”
“……윽.”
들켰다……!
이런 곳에서 궁지에 몰리게 되면 일망타진이다.
“뭉쳐있지 마라! 흩어져!”
밍크의 말을 따라, 우리들은 뿔뿔이 흩어져 달리기 시작했다.
여하튼 경찰을 따돌리고자, 나는 오로지 달리는 데에 전념했다.
모퉁이를 돌아 앞으로 나아가고, 다시 모퉁이를 돈 지점에서 무언가에 부딪쳤다.
“!”
경찰인가……!?
그곳에 있던 것은…….
“밍크!”
“이리 와.”
밍크가 갑자기 내 팔을 붙잡고 달리기 시작한다.
이대로 이 녀석을 따라가도 괜찮은 건가?
그런 불안이 뇌리를 스쳤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
나는 밍크의 손에 이끌려, 다시금 골목길 위를 내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우리들은 골목에서 빠져나온 지점에서 발을 멈추고, 주변의 낌새를 살폈다.
뒤를 쫓아오는 발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따돌리는 데 성공한 건가?
“하아, 하아, 하아…….”
일단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 나는 가까이에 있는 벽에 기대어 가쁜 숨을 이어나갔다.
밍크는 약간 숨을 헐떡이긴 했지만, 끊임없이 주위를 살펴보았다.
“……?”
호흡이 진정되었을 때, 코일이 울렸다.
‘게임 어플리케이션 송신이다.’
“또!? 아니 이런 때에……!?”
“………….”
밍크의 코일에도 무언가가 온 모양이다.
‘게임 어플리케이션 송신인 것 같군.’
“정말이야? 내 거랑 똑같네.”
‘아무래도 자동으로 재생되는 타입인 것 같다.’
“에……!”
“또 뭐가 뭔지 의미 불명이고……. 이 초대장이란 것도 영문을 모르겠고.”
“초대장?”
“당신한텐 안 온 거야?”
“이리 보여 봐라.”
나는 코일을 내밀어, 밍크에게 초대장을 보여주었다.
“나한테만 온 건가.”
“수상하군.”
확실히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게임…….
“할머니가 납치됐었던 거, 역시 이 게임이 그걸 예언했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예언?”
“내가 말했었지, 전에도 이런 게임이 송신되었었다고. 그러니까, 어쩌면 이번 것도 뭔가 의미가 있을지도…….”
“그렇다면 함정이겠지. 할머니 유괴 건을 누구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는 말이 되니 범인의 수작일 거다.”
“!”
확실히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네…….
그렇지만 함정이라고 쳐도, 이번에 송신된 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동굴, 보물 상자, 열쇠, 커다란 문.
“……이번엔 메일인가.”
-
하가 씨 / 플라티나 제일로 가는 지름길.
실은 제가 안내할 생각이었습니다만, 예정 변경입니다. 북쪽 지구의 D-86까지 와주세요. 거기서 합류하죠.
-
메일에는 이미지 파일이 첨부되어 있다. 구 주민구의 지도다.
플라티나 제일 외벽 왼쪽 가장자리 부근에 붉은색 점이 찍혀있다.
“일단, 하가 씨랑 합류하자.”
“플라티나 제일로 통하는 통로라는 건가.”
“아아.”
우리들은 지도를 따라, 하가 씨와 합류할 장소로 향했다.
지정된 장소는 북쪽 지구 변두리에 있는 지하통로의 출입구로, 그곳에는 부서진 바리케이드가 겹겹이 쌓여있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하가 씨가 이미 그 자리에 나와 계셨고, 내게 호신용으로 개조된 스턴 건을 건네주셨다.
하가 씨의 말에 따르면, 이 지하통로는 원래 플라티나 제일을 건설할 때 사용했던 운반용 통로인 듯하다.
본디 플라티나 제일은 섬 전체를 통째로 오락시설로 만들 예정이었던 듯, 구 주민구에도 공사용 물자를 운반하는 통로가 만들어지기는 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계획이 좌절되어 통로만 남게 된 것 같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존재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거의 사라지고 말았지만, 여하튼 이 통로를 빠져나가면 플라티나 제일의 게이트 앞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썩어들기 시작한 계단을 내려갔다.
통로 안은 어둡고, 터널과도 같은 외줄기 길이 아주 길게 이어져있었다.
묵묵히 길을 걸어가자 그 끝에 계단이 나오고, 그것을 올라가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장소로 나왔다.
거대한 백색 게이트가 눈앞에 우뚝 솟아있다.
이게……, 플라티나 제일의 게이트인가.
……정말로 여기까지 발을 들여도 괜찮은 걸까?
역시 함정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스쳤지만, 그럼에도 우리들은 걸음을 내딛었다.
“!”
게이트가 열리자, 요란한 팡파레와 폭죽 소리가 우리를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일본 최대, 최고급의 사랑과 꿈이 가득한 힐링 오락시설, 플라티나 제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4차원스럽게 보이는 팬더가 종종거리며 옆쪽에서 나왔다.
그 뒤로는 다섯 개의 하얀 문이 보였다.
“여기는 선택받은 사람밖에는 들어갈 수 없는 지상 낙원이야! 부디 마음속 깊은 곳까지 리프레~시될 때까지 즐겁게 지내다 가!”
“지상 낙원이라니…….”
“일일이 야단법석이군.”
짜게 식어가는 우리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팬더는 하이텐션으로 벽에 붙어있는 버튼을 톡 눌렀다.
“자아~ 그럼, 우리 친구들이 갈 곳은 어디가 될까나? 두근두근 룰렛, 스타트!”
“와~우, 우리 친구들이 가게 될 곳은 블랙 밸리야! 자 자, 이쪽으로 오세요!”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있는 문 앞에 선 팬더가 버둥버둥 제자리걸음을 한다.
“여기는 플라티나 제일에서도 살짝쿵 자극을 추구하는, 어른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친구들이 모이는 다크하고 덴저러스한 에리어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조마조마 두근두근의 연속~! 그런 기대를 가득 안고서, 잘 다녀와~!”
“어쩐지 열 받네…….”
나는 꽤나 울컥했지만, 밍크는 팬더의 하이텐션은 싹 무시하고서 모니터를 응시했다.
“나방이 스스로 불 속으로 날아드는 격이군.”
밍크가 낮은 소리로 혼잣말을 내뱉는다.
확실히……. 만약 이것이 함정이라고 한다면, 우리들은 제 발로 적의 수중으로 뛰어드는 꼴이 된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꽤나 높다.
“문 옆에 있는 인증 모니터에 입장 티켓, 또는 초대장을 대줘~!”
문 옆에 달려있는 인증 모니터가 반짝거린다.
“초대장…….”
나는 코일로 초대장을 띄우고, 인증 모니터에 가져다댔다.
“플라티나 ID의 인증이 끝났습니다. 아오바 님과 그 외 한 분, 플라티나 제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입장 수속을 개시하겠습니다.”
“동행하신 분의 게스트 ID를 발행하겠습니다. 동행하신 분께서는 코일을 모니터에 대주십시오.”
밍크가 코일을 모니터에 댄다.
밍크는 범죄자인데……, 괜찮은 건가?
“인증이 완료되어 게스트 ID를 송신했습니다. 모든 권한은 플라티나 제일에 귀속됩니다.”
내 걱정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밍크의 ID가 인증되었다.
어째서지? 플라티나 제일은 의외로 치안이 느슨한 건가?
아니면 초대장이 있으면 OK라는 건가…….
그래도 어쨌든 다행이다…….
“게스트 ID만으로는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주십시오.”
“자세한 사항은 초대장의 서비스 항목을 봐주십시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문을 통과한 곳에 나타난 것은……, 밤의 세계였다.
그렇다고 19금적인 의미가 아니라, 시각적으로 캄캄하다는 말이다.
어떤 건물이든 색조가 어둡고, 장식으로도 묵직한 느낌의 쇠사슬이나 가시 돋친 철사 같은 것이 사용되어있다.
하지만 건물 자체는 고급이라는 느낌이 남아있으니, 어디까지나 ‘밤’을 테마로 한 에리어라는 거겠지.
거리를 걸어 다니는 녀석들도 나랑 비슷하거나, 그보다 위로 보이는 사람이 많은 듯한 느낌이다.
머리위로는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이 펼쳐져있다. 구 주민구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플라티나 제일은 날씨와 시간대가 컨트롤되고 있고, 기본적으로는 언제나 밤이라는 설정인 것 같다.
매일을 축제 기분으로 보내기 위해, 또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컨셉이 있는 모양인 것 같은데…….
정면으로 보이는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서있는 것은, 플라티나 제일을 상징하는 탑이다.
“저게 오벌 타워…….”
소문으로 들은 적은 있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
밍크는 거리의 풍경을 한번 쓱 둘러보고는, 마치 노려보는 듯이 오벌 타워를 올려다보았다.
“초대장에는 구체적으로 뭐가 적혀있지.”
“에- 그러니까…….”
코일을 조작해 초대장을 확인한다.
“이거, 지도 같은데.”
‘플라티나 제일의 안내도다.’
“여기 마크되어있는 곳은?”
‘체류 기간 동안 머물 숙박시설이 있는 곳이겠지.’
“거기로 가자.”
“알았어. 렌, 이 시설까지 길 안내 부탁해.”
‘알았다.’
우리들은 렌의 안내를 따라, 초대장의 지도에 표시된 장소로 향했다.
에리어 안에는 숙박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모여 있는 구역이 있어서, 어느 나라의 궁전을 방불케 하는 규모의 저택들이 그곳에 쭉 늘어서 있었다.
그 안에도 랭크가 있는 듯, 우리들이 머물 곳은 끄트머리 쪽에 있는 자그마한 2층 건물이었다.
“여긴가.”
그 건물은 다른 건물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만듦새에서 어딘지 고풍스러운 느낌이 났다.
문 위쪽에는 ‘글리터’라고 쓰인 플레이트가 내걸려있다.
옆 건물에도 다른 단어가 쓰인 플레이트가 있으니, 이게 이 건물의 이름인 거겠지.
“거기에 코일을 대라.”
밍크가 문 옆에 달려있는 인증 모니터를 턱으로 가리킨다.
나는 인증 모니터에 코일을 대고, 앤티크한 손잡이를 돌렸다.
안으로 들어가 보고, 깜짝 놀랐다.
밖에서 보기에도 클래식하다 싶었지만, 내부 장식은 그 인상을 한층 더 강하게 만들었다.
“꽤나 옛날 분위기가 나는군.”
밍크가 집 안을 둘러보며 시시하다는 듯이 그런 말을 내뱉는다.
나도 그 의견에는 동감이었다.
전체적으로 나무가 많이 사용된 구조라, 갑자기 다른 세계로 워프한 듯한 기분이다. 플라티나 제일 특유의 느낌이 거의 없다.
실내에 놓여있는 것들은 전부 세심하게 손질이 되어있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들뿐이고, 안쪽에는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다.
“뭔가 굉장하네…….”
나는 일단 소파에 앉아, 건물 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소파는 생각 이상으로 푹신푹신해서 몸이 푹 꺼져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상태로 편하게 쉬고 싶어질 정도다.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있으니, 저절로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여태껏 긴장의 연속이었지…….
게다가 같이 있는 게 다른 사람도 아닌 밍크고, 말 그대로 하드코어라고…….
부드러운 소파에 파묻혀있는 사이에,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이대로라면 잠이 들어버리겠네……. 곤란하다.
그렇지만, 솔직히 이제 일어설 기력도 없다고나 할까…….
일어서고 싶지 않달까…….
계속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이곳까지 왔고…….
지금 이 순간만……, 조금은 쉬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조금만…….
……………….
………….
무언가를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나서, 눈을 뜬다.
“……!”
깜짝 놀라 등받이에서 몸을 일으키자, 계단을 턱턱 올라가는 밍크의 모습이 보였다.
푸드덕거리는 날개 소리가 들리고, 밍크의 앵무새가 괘종시계의 꼭대기에 내려앉는다.
‘2층에 침실이 있는 모양이다. 오늘은 너희들도 쉬는 게 좋겠군.’
“아아, 아니 나……, 자고 있었어?”
‘두, 세 시간 정도. 우리들은 그 사이에 에리어 내의 분위기를 살펴보고 왔다.’
“그래…….”
렌은 내 발치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자고 있다.
그 몸을 살며시 안아들며, 어떤 의문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너, 이름은?”
‘그런 걸 물어봐서 어쩔 거지?’
“아니, 봐. 이 녀석은 렌이라고 하는데 말야. 넌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싶어서.”
‘딱히 붙여진 이름은 없다.’
“그럼 밍크는 평소에 뭐라고 부르는 거야.”
‘어이, 너, 새, 정도로군.’
“……과연.”
어떤 의미에선, 밍크답달까…….
나는 새를 향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잠들어있는 렌을 안아들고 계단을 올라갔다.
2층은 계단을 다 올라가면 바로 나오는 곳이 거실로 꾸며져 있고, 당구대와 다트 같은 것들이 놓여있다.
안쪽으로 이어진 복도 쪽에는 몇 개 정도 방이 있는 것 같다. 새가 말했던 침실이겠지.
밍크는 TV 앞에 있는 소파에 그 커다란 몸을 누이고, 깍지 낀 양손을 머리 밑에 놓고는 길게 드러누워 있었다.
그 등받이 쪽을 지나가려 하다가, 발을 멈춘다.
구 주민구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줄곧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의문. 그것에 대해 물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말야.”
대답은 없다. 하지만, 제대로 들렸을 것이다.
“당신이 플라티나 제일에서 하려는 건 대체 어떤 거야?”
“………….”
밍크가 말없이 나를 본다.
“당신이 여기서 하려는 일에 내가……, 내 힘이 필요한 거지.”
그러니까 적어도 그것이 뭔지 알 권리 정도는 있는 게 아닌가?
직접 다 말을 하진 않으면서도 그런 의미까지 포함해서 질문을 던진다.
밍크는 시선을 천장으로 향하고는, 잠시 침묵했다.
……긴 침묵에 더는 배겨내지 못하게 되었을 때, 혼잣말과도 같은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목적은 토우에다.”
“……!”
“그 녀석을 쓰러트리는 것. 그게 내 목적이다.”
왠지 모르게……, 밍크의 목적이 토우에가 아닐까라는 예감은 들었었다.
그렇기에, 나는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역시, 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어째서 토우에를 쓰러트리고 싶은 거야?”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단순하게 마음에 안 들 뿐인 걸까?
이 남자를 보고 있으면, 그렇게 이유가 간단하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거기까지 너한테 말할 필요는 없어.”
“윽, 어이……!”
마치 나를 뿌리쳐내는 듯이 그런 말을 내뱉고, 밍크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내 쪽은 보지도 않고, 복도 안쪽의 방으로 들어간다.
……뭐야 대체.
가벼운 짜증을 느끼며, 나는 밍크가 누워있었던 소파에 걸터앉았다.
“……영문을 모르겠다고.”
한숨과 함께 그런 말이 흘러나온다.
“정말이지 무슨 생각 하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어. 그치 렌.”
무릎 위에 올려놓고서 기동시켰던 렌에게 갑작스레 동의를 구해본다.
‘그치, 라는 건 무엇에 대한 말이지.’
“저 녀석 말야, 밍크. 왜 저렇게 자기만 아는 걸까.”
‘성격 때문이겠지.’
“그야 그렇겠지만 말야…….”
내 입장에선 꽤나 복잡한 심경이었다.
밍크는 내 힘을 사용해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나는 이런 힘 따위……, 가능하면 사용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할머니를 구하는 데에 밍크가 힘을 빌려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밍크가 없었으면, 할머니를 찾아내는 일조차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밍크와의 약속을 깰 수는 없다.
그렇기에 더욱, 힘을 사용하는 이유로서 밍크의 구체적인 목적을 알고 싶었다.
하지만, ‘너한테 말할 필요는 없어’라고 하시니 더 이상 어떻게 말을 붙여볼 틈이 없다.
나는 그저 입 다물고 밍크의 뒤를 쫓아가서, 밍크가 명령할 때에만 힘을 사용하면 된다는 건가?
그런 건 말 그대로, 단순한 도구에 불과하잖아…….
“어쩐지 잘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안 들어…….”
‘타개할 방법을 찾아보는 수밖에는 없겠어. 괜찮아, 어떻게든 될 거야.’
“정말이냐고.”
‘아오바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자주 하는 말을 흉내냈을 뿐이다.’
“너 말야…….”
렌의 담담한 대답에, 그 코끝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집는다.
그렇지만, 렌이 있어주어서 다행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전환된다. 혼자였다면 당장 여기서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온 이상은, 어떻게든 해나가는 수밖에는 없겠지…….
자신을 타이르는 듯이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되뇌며, 나는 렌을 안아들고 일어섰다.
복도에 있는 방……. 밍크가 들어간 곳과는 다른 방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렌을 내려놓고는 나도 천장을 보고 드러누웠다.
아까도 소파에서 선잠을 잤지만, 제대로 침대 위에 누우니 다시금 느슨한 졸음이 몰려왔다.
밍크와의 일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앞으로의 추세가 점점 불안해져간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어쩔 수가 없다.
서로 어떻게 해도 안 맞는 성격도 있는 법이고…….
여하튼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다시 행동에 들어가자…….
종잡을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하며 천장을 바라보던 중에, 나는 어느 사이엔가 의식에서 손을 놓았다.
“……어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서, 눈이 떠진다.
하지만……, 졸리다.
“어이, 일어나.”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건 알고 있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앗!”
갑자기 엄청난 공격에 몸이 뒤흔들려서, 단번에 잠이 달아났다.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깜짝 놀라 벌떡 몸을 일으키고 보니, 곁에 밍크가 서있었다.
지금 그거, 밍크가 침대를 찬 건가…….
“칠칠치 못하게 잠이나 퍼 자고 있을 때가 아냐. 밖으로 나간다.”
[ 곧바로 준비를 한다 ] → 선택
[ 어디로 가는지 묻는다 ]
나는 막 잠에서 깨서 멍한 머리를 억지로 움직여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렌”
‘준비는 다 끝났어.’
렌이 내 가방을 입에 물고 끌면서, 살랑살랑 꼬리를 흔든다.
“잘했어! ……어이 밍크!”
나는 가방을 받아들고 렌을 그 안에 넣고서, 허둥지둥 방에서 나와 현관으로 향했다.
아니 얼마나 제멋대로인 거냐고……!
화가 나는 것을 꾹 참으며 밖으로 나와, 점점 인파 속으로 섞여 들어가 버리는 육중한 뒷모습을 쫓아간다.
밍크는 메인 스트리트에서 벗어나, 약간 황량해 보이는 길로 들어갔다.
사람 수가 줄어들고, 가게들도 술집이나 고급 클럽 같은 수상쩍은 간판이 많이 눈에 띈다.
플라티나 제일에도 이런 곳이 있었네…….
밍크는 마치 처음부터 길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망설임 없이 걸어 나가, 무기질적인 네모난 건물 앞으로 향했다.
간판이 나와 있지 않은 탓에 어떤 가게인지는 알 수 없다.
내가 밍크 옆으로 따라붙자, 밍크는 네모난 상자의 입구를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실례합니다만, 회원증은 소지하고 계십니까?”
문 옆에 있는 검은 수트 차림의 남자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우리들을 손으로 제지했다.
회원증? 그런 거 가지고 있을 리가…….
밍크가 코트의 안쪽 주머니를 뒤져, 검은색의 카드를 꺼내든다.
수트 차림의 남자는 밍크에게서 카드를 받아들고, 앞도 뒤도 샅샅이 핥는 듯이 체크하고서는 되돌려주었다.
“확인했습니다. 이쪽에 코일을 대주십시오.”
남자가 문 옆에 있는 인증 모니터를 가리켜, 밍크와 나는 순서대로 코일을 그 앞에 댔다.
“……감사합니다. ID를 확인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주십시오.”
남자가 우아한 동작으로 문을 연다.
약간 기가 꺾인 나는 본체만체하고, 밍크는 태연한 얼굴로 문을 통과했다.
그 건물은 아무래도 클럽인 것 같았다.
문 안으로 들어가 바로 나오는 곳에 바가 들어서있고, 손님들이 유리잔을 손에 들고서 여기저기서 담소를 나누거나 술을 마시고 있다.
그 안쪽에 다른 문이 하나 더 있는 것이 보인다. 중저음이 울려퍼지는 느낌이 드는 걸 보면, 저 건너편이 댄스플로어인가.
왜 일부러 이런 곳에…….
“왜 그런 카드를 가지고 있었던 거야.”
“사용되지 않게 되어서 이리저리 떠돌던 카드를 개인 정보까지 통째로 사들였지. 교도관을 통해서.”
“사용되지 않게 되다니…….”
“원래 주인이 죽었단 말이다.”
“…………. 그렇다면, 처음부터 여기에 올 작정이었던 거야?”
“아아.”
“춤이라도 추러 온 거야?”
“여기서 사용되고 있는 건 광마약이다.”
“광마약……, 들어본 적 있어.”
그러고 보니 최신형 마약이니 뭐니 해서, 구 주민구에서도 소문이 돌았던 것 같다.
“체내에 직접 침투하는 이전의 마약과는 달라. 빛을 이용해서 의식을 반 각성상태로 만들지.”
“그렇게 해서, 깨어있는데도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 좋은 감각을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마약과는 다르게 그저 잠을 자는 거나 똑같은 거라, 부작용도 없고 안전하다는 데에 상품으로서 메리트가 있지.”
“다만 대규모의 장치가 필요해서, 아직 보급 단계는 아닌 것 같지만.”
“헤에…….”
“그게 이 앞에 있다. 두렵나?”
“하? 설마.”
“그래.”
밍크는 어째선지 입 꼬리를 약간 끌어올리고 웃으며, 댄스플로어로 이어지는 문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뭔가 잘은 모르겠지만, 어린애 취급당한 것 같아서 열 받네.
앞쪽으로 걸어가는 넓은 등을 노려보며 그 뒤를 따라가자, 밍크가 문 앞에서 발을 멈췄다.
문 옆에는 또 아까와는 다른 검은 수트를 입은 남자가 서있었고, 밍크는 그 녀석에게 무언가 귓속말을 했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고, 오른손을 슥 내민다.
그림자가 져서 분간하기 어렵지만, 잘 보니 그 방향에 또 다른 문이 있었다.
밍크가 그쪽 방향으로 걸어간다. 나도 그 뒤를 따라갔다.
“……우왓.”
댄스플로어로 나온 순간, 가벼운 현기증을 느꼈다.
중저음이 주축이 된 음악과, 그 위에 중첩된 귀에 거슬리는 전자음이 이루어내는 파동이 굴곡을 이루며 고막을 자극하는 탓에 기분이 나쁘다.
라이트가 불규칙적으로 번쩍거리는 탓에 시야가 안정되지 않는데다, 어쨌든 굉장히 불쾌한 공간이었다.
이게, 광마약?
플로어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고, 모두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
이런 데서 잘도 오랜 시간 동안 있네…….
‘아오바, 괜찮아?’
“……일단 지금은.”
배경음악의 영향으로 렌의 목소리도 조금 왜곡되어서 들린다.
열띤 플로어의 분위기를 뒤로 하고, 우리들은 문 옆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 2층으로 향했다.
2층에는 몇 개의 테이블석이 있고, 그곳에 앉아도 플로어를 내다볼 수 있게끔 되어있다.
계단 옆에 서있던 남자가 우리들을 자리로 안내했다.
밍크가 털썩 소리를 내며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꼰다. 나도 그 옆에 앉았다.
“뭐 편하게 있으라고.”
밍크가 갑자기 그런 말을 꺼낸 것에 놀란다.
“편하게라니……, 뭐하러 온 거야.”
“느긋하게 긴장을 풀기 위해서지.”
“하? 장난치는 거야?”
밍크가 엷은 웃음을 띤다.
눈앞에 펼쳐진 댄스플로어의 정경이 꽤나 불쾌해서, 나는 마음이 상당히 조급해진 상태였다.
이런 곳에 오래 있고 싶지 않다.
뭔가 용건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여기 온 이유가 긴장을 풀기 위해서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소파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발걸음이 꼬이고 만다.
이 빛과 소리 때문이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
“벌써 취한 건가? 약이 처음인 것도 아닐 텐데.”
“……윽.”
소파의 등받이에 손을 짚고, 플로어 쪽을 보지 않게끔 얼굴을 돌리고 눈을 감는다.
그럼에도 감긴 눈꺼풀 안쪽에서 빛이 튀어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소리가 귓속으로 들어오고……, 그에 호응하는 듯이 토기가 강하게 치밀어 오르고, 두통마저 들기 시작한다.
……위험하다. 본격적으로 취한 것이다.
가방에서 두통약을 꺼내들고, 일단 몇 알 정도를 입에 털어넣는다.
고개를 들자, 나를 보고 있던 밍크와 눈이 마주쳤다.
그 시선에 깃든 차가움에 한기를 느낀다.
내가 평소의 상태였다면 어려움 없이 피했겠지만……, 지금은 무리다.
감정이 읽히지 않는 밍크의 시선이, 바늘처럼 나를 찌른다.
깊이, 깊이.
마음속 깊은 곳까지 도달해, 한층 더 안쪽으로 침잠하는 듯이……, 깊이.
밍크에게서 눈을 돌린다. 하지만,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감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계속 나를 보고 있다.
계속…….
계속…….
…………누가?
“………윽, 으윽, 아아…….”
“……어이.”
……나를 보고 있다.
……누군가가.
계속……!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지금 당장 그 시선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 나는 개별실에서 뛰쳐나와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
“………….”
“어이 어이, 괜찮아?”
“………….”
“어이 정신 차려~. 여기 처음 와? 어쩐지 꽤나 취한 것 같은데.”
“………….”
“저기 말이지. 빛으로 하면 말야~, 남자라도 꽤나 감도가 좋아진다고 하던데. 넌 어때?”
“모처럼 만이니까 살짝, 시험해보지 않을래?”
“……윽, …….”
“네 네-, 저항하면 못 써요~. 얌전하게 있어야 돼요~.”
“……윽.”
“……만지지 마.”
“응?”
“만지지 말라고 했잖아, 저리 떨어져.”
“에? ……윽!”
“떨어져.”
“…………, ……네, 에.”
………….
…………. ……………….
………………어라.
눈앞에 수많은 발들이 있다. 약간 어둑한 공간 안에서 이리저리 바쁘게 춤을 추고 있다.
나…….
쓰러진 건가?
‘아오바, 괜찮아?’
귀에 거슬리는 음악소리에 뒤섞여 렌의 목소리가 들린다.
원근감이 사라진 것처럼, 소리가 전부 똑같은 볼륨으로 들려와서 시끄럽다.
뺨이 바닥에 달라붙어있어서, 중저음이 피부로 직접 울린다. 그 진동이 뇌를 뒤흔든다.
째지는 듯한 전자음이 치과의사가 사용하는 도구와도 같은 쇳소리로, 내 사고를 잡아 찢는다.
심장의 고동과 댄스플로어의 중저음이 겹쳐지고, 심장 쪽이 으스러진다.
플로어를 질주하는 붉은색과 핑크색의 빛. 배경음의 일환인 것인지 진짜인지,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붉은 빛. 핑크색의 빛.
교성. 중저음. 쇳소리.
그것들이 되풀이되고, 되풀이되어…….
내 뇌를 범하고, 순환하는 피가 시야까지 적셔간다.
반복해서, 반복해서…….
내 안으로…….
내 안으로…….
침입해──
……온다.
“……어이.”
누군가 뺨을 쳐서 눈을 뜬다.
붉은색과 핑크색의 빛에 물이 든 밍크의 얼굴이 보였다.
……머리, 아파.
“일어나.”
밍크가 내 팔을 붙잡아 억지로 위로 끌고, 날 일으켜세우려고 한다.
하지만, 다리가 흐느적거려서 설 수 없다. 바닥이 흐물흐물한 스펀지가 된 것 같다.
“칫. 뭐하는 거야, 일어나.”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오고, 등에 두꺼운 팔이 둘러졌다. 어깨를 부축 받고 가까스로 일어선다.
“……약.”
“아?”
“방금……. 약, 먹었는데도……, 안 들어……. 머리 아파…….”
“……빨리 걸어.”
밍크가 앞으로 나가려 한다.
나는 다리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서, 밍크에게 끌려가는 듯한 꼴이 된다. 플로어 위로 몸이 질질 끌린다.
질질 질질, 걸어간다.
질질 질질…….
……바보 같아.
“후, 하하하하, 아하하, 하하.”
“………….”
“아하,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주정할 정도로 취한 건가.”
뭔가 잘 모르겠지만 우습다. 우습고 우스워서 견딜 수가 없다. 머리가 아프다.
밍크는 계속해서 웃는 나를 억지로 끌고서 걸어 나가려 했다.
“어머 싫다~, 얘 괜찮은 거야? 곤드레만드레잖아~.”
“………….”
“그보다 오빠, 별로 본 적 없는 얼굴이네~. 좀 관심 가는데~. 같이 놀자~.”
“비켜.”
“꺄!”
엉겨 붙는 여자를 매몰차게 뿌리치고, 밍크는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다.
조금만 더 가면 문에 다다르는 지점에서, 밍크의 발이 멈췄다.
“………….”
어째서냐면…….
내가 발이 걸려서 넘어질 뻔했기 때문이다.
“뭐 하는 거야.”
밍크가 짜증이 치민 목소리로 그렇게 말을 내뱉고 내 몸을 다시 감싼다.
또 너무나 우스워져서, 나는 양팔로 밍크의 목을 끌어안고 매달렸다.
“후후후, 후후, 아하.”
“……어이.”
밍크가 내 어깨를 움켜잡고, 날 떨어트려놓으려 한다.
그 순간, 어떤 말이 번개처럼 번뜩였다.
……부서지고 싶다.
부숴줬으면 좋겠다. 부수고 싶다. 모조리 다.
부서지고 싶다.
“…………하아.”
뜨거운 숨을 토해내고, 나는 밍크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적당히 해라.”
“……날 부숴.”
“……아?”
“날 부숴줘. 부서지고 싶어, 당신한테.”
“산산조각으로든, 엉망진창으로든, 질척질척하게든……, 어떻게든 좋으니까.”
“지금, 여기서……. 날 부숴줘.”
그런 말을 하는 사이에도, 소리와 빛이 나를 범한다.
하지만, 그런 걸로는 부족하다. 좀 더 직접적으로 느끼고 싶다.
좀 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될 정도로.
“………….”
밍크는 잠시 입을 다물고는, 갑자기 또 나를 잡아끌고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