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부분에 선택지까지 포함해서 올리겠습니다.
※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
타워의 입구 근처까지 온 우리들은 반대쪽으로 나아가, 종업원용 통용구로 향했다.
통용구는 타워 뒤쪽에 있는 탓에 일반 입장객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 때문인지, 경비원의 수도 적었다.
차량용 철창 게이트 앞에 두 명의 경비원이 서있다.
우리들은 가까이에 있는 골목으로 숨어들어, 낌새를 살폈다.
“우선 저희들이 돌진해서 경비원들을 붙들어놓겠습니다. 코우자쿠 씨와 아오바 씨는 그 틈에 안으로 들어가세요.”
“괜찮겠어? 저쪽은 총 같은 걸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구 주민구의 경찰관한테 들은 얘긴데, 여기 경비원은 총을 들고 있으면 손님들 눈에 인상이 안 좋게 비친다고, 시시한 소형총 밖에는 안 들고 다닌다고 합니다.”
“그래. 그래도 주의하라고. 너희들만 믿는다.”
“옙!”
“좋아, 가자!”
베니시구레의 멤버들이 골목에서 밖으로 뛰쳐나가, 차량용 게이트를 향해 달린다.
“뭐, 뭐야!?”
“잠깐 실례 좀 하겠습니다요!”
당황하는 경비원들을 향해 베니시구레 멤버들이 덤벼들고, 눈 깜짝할 새에 난투가 벌어진다.
“우리들도 가자!”
“아아!”
나와 코우자쿠도 골목 밖으로 뛰쳐나가 통용구로 향한다.
도중에 다른 경비원들이 뛰어나와서, 우리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거기 서!”
“저리 비, 켜!”
경비원이 치켜든 경찰봉을 코우자쿠가 한쪽 팔로 막고, 경비원의 명치에 한 방 먹인다.
“으윽.”
“젠장, 날뛰지 마라!”
“우왓.”
내 쪽으로도 경비원이 돌진해 와서, 옆쪽으로 몸을 날리는 듯이 피했다.
목표물을 붙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경비원의 등에 발차기를 날린다.
“크악!”
“하나 더!”
균형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진 경비원의 등을 발꿈치로 찍어 누르자, 경비원이 지면으로 쓰러졌다.
주변에서는 베니시구레의 멤버들이 경비원의 몸 위로 올라타거나 이리저리 휘두르는 등 한껏 신이 나서 날뛰어대고 있다.
“아오바!”
코우자쿠가 통용구의 문을 향해 달리며 내 이름을 부른다. 곧바로 코우자쿠의 뒤를 쫓았다.
타워 내부로 이어진 문에는 인증 모니터가 달려있었다.
“이거, 우리들 ID로는 안 되겠지.”
“그렇겠지. 이렇게 되면 때려 부숴야 하나?”
‘아오바, 메일이다.’
렌이 가방에서 얼굴을 내민다.
“이런 때에……, 앗, 에?”
‘ / 납치된 공주’
‘(제목 없음) / 코우자쿠’
‘플라티나 제일로 가는 지름길 / 하가 씨’
‘도와주세요 / 납치된 공주’
‘도와주세요 / 납치된 공주’
‘도와주세요 / 납치된 공주’
메일을 무시하려고 하니, 코일이 강제적으로 기동되어 메일이 표시되었다.
“뭐야 이거, 렌.”
‘원인 불명의 작동이다.’
“그게 무슨 말이야…….”
-
납치된 공주 /
마음 의 열쇠 는
모두 개방 된다
-
“마음의, 열쇠?”
“오?”
갑자기 록을 해제하는 소리가 나고, 문이 열렸다.
“갑자기 열렸어. 고장인가?”
“지금 그 메일, 마음의 열쇠가 개방됐느니 어쩌니 하고 쓰여 있었는데…….”
“그거랑 이거랑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안으로 들어가자고.”
코우자쿠가 팀 멤버들을 돌아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제일 높은 층까지 가주세요! 저희들도 따라가겠습니다!”
경비원 위에 올라탄 멤버가 한쪽 손을 들고서 붕붕 흔들었다.
코우자쿠가 그 멤버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답을 하고, 우리들은 문을 통과했다.
문의 건너편에는, 하얗고 긴 복도가 이어져있었다.
여기가 오벌 타워인가…….
타워 안에는 일반인에게 개방된 에리어가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뒷문으로 들어온 탓인지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의 모습은 없다.
그럼에도 사람의 발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것을 보면, 순회하는 경비원이 있는 것이겠지.
우리들은 주변의 낌새를 살피면서, 신중하게 복도 위를 걸어갔다.
“……뭔가 이상하네.”
“아아. 이렇게 소란을 피웠는데, 경보마저 안 울리다니 어떻게 된 일이지.”
“………….”
입 밖에 내지 않아도, 우리들의 머릿속에는 똑같은 단어가 떠올랐다.
통용구의 문이 멋대로 열린 것 하며……. 역시 함정이 아닐까?
수상쩍게 여기면서도 계속해서 걸어나가자, 복도 끝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이 보였다.
엘리베이터 옆에는 경비원 두 명이 서있다. 발각되기 전에 옆길로 숨어들어가 낌새를 살피고자 했다.
……허나.
“어이, 거기서 뭘 하고 있지.”
“!”
“……위험하게 됐네.”
……숨는 게 조금 늦었던 모양이다. 발소리가 엘리베이터 쪽에서 이쪽으로 다가온다.
나는 코우자쿠와 한 번 눈을 마주 보고서, 서로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코우자쿠가 먼저, 그 다음으로 내가 복도로 뛰쳐나간다.
“너희들, 누구……, 우왓!”
코우자쿠가 느닷없이 경비원 한 명을 냅다 주먹으로 후려갈긴다.
다른 편에서 내가 나머지 한 명의 경비원을 발로 차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렸다.
팔을 뻗어, 엘리베이터를 호출하는 버튼을 누른다.
“서라, ……윽!”
“잠깐 자고 있으라고.”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경비원의 목덜미로 코우자쿠가 손날을 날린다.
코우자쿠는 이어서 등에 지고 있던 검을 잡고서, 다른 한 명의 경비원의 배를 있는 힘을 다해 칼집으로 쳤다.
“으윽, 크헉!”
“코우자쿠!”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나는 코우자쿠의 이름을 부르고서 먼저 엘리베이터에 타고, 곧바로 문을 닫는 버튼을 눌렀다.
닫히기 시작한 문틈으로 코우자쿠가 미끄러져 들어온다.
“후우. 십년감수했네.”
“위기일발이었어. 제일 위층이면 되는 거지.”
“아아.”
가장 위에 있는 층의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기 말야. 문득 생각난 건데.”
“응?”
“너희 팀 녀석들, 왜 제일 높은 층이라고 한 걸까. 거기에 토우에가 있다는 걸까? 아니면 류호인가.”
“……둘 중 하나는 있는 거 아닐까? 직접 수색을 했거나 누구한테 들었거나 했겠지.”
“그렇, 겠지…….”
“………….”
코우자쿠가 복잡해 보이는 얼굴로 침묵한다.
베니시구레의 멤버들을 의심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은 들었지만, 좀 전부터 계속해서 그것이 신경 쓰였다.
정말이지 그 녀석들, 왜 제일 높은 층이라고 한 거지……?
뭐……. 높으신 분들은 대개 꼭대기에 있는 법이니까, 그런 맥락에서 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엘리베이터가 서서히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정지한다.
문이 열린 순간, 또 경비원들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에 긴장감이 들었다.
……하지만, 열린 문의 건너편에는 하얀 복도가 이어져있을 뿐이었다.
만약에 대비해 좌우로 시선을 돌려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딱히 누군가가 있는 기척은 들지 않는다.
나와 코우자쿠는 말없이 발을 내딛었다.
복도를 걸어가자, 정면에 커다란 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방은 없는 것 같으니, 플로어 전체가 홀처럼 되어있는 장소인 것이겠지.
우리들은 문을 조금 앞에 두고서 발을 멈췄다.
“……이 녀석들, 늦네.”
코우자쿠가 불쑥 혼잣말을 내뱉는다. 베니시구레의 멤버들을 말하는 것이다.
나중에 뒤따라온다고 말은 했지만, 괜찮은 것일까.
설마……. 어디서 붙잡히거나 하진 않았겠지.
그렇지만 여기서 계속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딘지 찝찝한 불안이 감도는 가운데, 우리들은 문 앞으로 나갔다.
그 장소는 내가 생각했던 대로, 약간 큰 크기의 홀로 꾸며져 있었다.
중앙에는 한 명의 남자가 서있다.
“…………, 류호.”
류호는 내가 알고 있는 명랑한 표정이 아닌, 눈을 날카롭게 좁히고서 웃음을 띤 얼굴을 하고 있었다.
“코우자쿠. 반드시 올 줄 알았어.”
“이 자식…….”
“류호…….”
“여어, 아오바 군도 와줬네. 이거 정말 기쁜걸.”
“………….”
“까불지 마, 이 자식. 아오바한테 함부로 손 못 대게 할 테니까 말야.”
“그건 그저 단순히 네 생각에 불과하잖아? 내가 아오바 군을 손에 넣고 말 것인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어.”
“류호……!”
코우자쿠가 거친 소리를 내며, 등에 진 검에 손을 올렸다.
코우자쿠 주위의 공기가 변한다. 또다……. 또 코우자쿠가 이상해진다.
“으윽………….”
코우자쿠가 칼집에서 검을 빼, 양손으로 붙들고 자세를 취한다.
코우자쿠의 미간에 주름이 깊게 새겨지고, 무시무시한 살기가 흘러넘쳤다.
“내가 아오바 군을 손에 넣으면, 네 뒤를 이을 두 번째……. 아니, 너와는 또 별개의 걸작이 탄생하게 되겠지.”
“멋대로 지껄여 보시지! 아오바한테는 손가락 하나도 못 대!”
“그런 식으로 감정에 몸을 내맡기고 화를 내서는 큰일 난다고. 내가 했던 말, 잊어버린 거야?”
“시끄러!!”
코우자쿠가 울부짖을 때마다, 공기가 진동하는 것이 느껴진다.
……코우자쿠를 말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상태가 이상해졌을 때의 코우자쿠는, 마치 제 목숨을 깎아서 그것을 분노로 바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코우자쿠가 분노에 사로잡힌 채, 제정신을 되찾지 못한다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 그렇게 되기 전에 막지 않으면 안 된다.
“코우자……!”
“……아오바 씨.”
“!”
뒤를 돌아보니, 어느 사이엔가 베니시구레의 멤버들이 그곳에 서있었다.
“너희들…….”
멤버 중 한 명이 내 어깨를 붙잡는다.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그 얼굴을 보고서, 위화감을 느낀다.
……눈에 빛이 없다. 공허한 눈동자. 인형처럼 표정이 없는 얼굴.
이런 눈을 알고 있다. 본 적이 있다.
누군가에 의해 조종되었을 때의 미즈키와 똑같다…….
“코우자쿠 씨를 막아서는 안 됩니다.”
“무슨 소리를……, 아니 이대로라면 저 녀석은!”
“이건 코우자쿠 씨가 스스로 바란 일입니다. 그걸 저지하면 재미가 없죠. 아오바 씨라고 할지라도 그것만큼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
“마지막까지 지켜보시죠……, 저희들과 함께.”
코우자쿠가 스스로 바란 일? 마지막까지 지켜봐?
……안 돼! 그런 짓을 했다간……!
“……윽, 이거 놔……!”
어깨를 붙잡은 손을 풀어내고자 발버둥을 친다. 하지만, 다른 패거리들이 그런 내 몸을 완전히 제압하고자 했다.
“윽, ……코우자쿠!”
내 목소리가 들린 것인지, 코우자쿠가 이쪽을 본다. 그 눈에는 아직 희미하게나마 이성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너희들, 뭐 하는 거야.”
“재밌는 걸 가르쳐줄까.”
류호가 가벼운 몸놀림으로 나와 베니시구레의 멤버들을 손끝으로 가리킨다.
“그 녀석들의 목덜미, 보여? 자그마한 상처가 있겠지. 아오바 군의 목에도 똑같은 게 있지.”
“!”
나는 억지로 얼굴을 움직여서, 옆에 있는 녀석의 목을 보았다.
확실히 굵은 바늘에 찔린 듯한 흔적이 있다. 내 목에도 똑같은 것이……?
그러고 보니……. 코우자쿠가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굵은 바늘에 찔린 것 같은 자국이 있다고…….
“이 자식, 아오바랑 우리 팀 멤버들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아오바 군은 말이지, 클럽 입구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걸 봤을 때 첫눈에 반했어. 그래서 그만 순간적으로 충동이 들어서, 한 땀을 놓았지.”
“약간 정신이 흐트러지기 쉬워지는 종류의 약을 말이지. 아오바 군이 어떤 식으로 반응하고, 어떻게 흐트러지는지 보고 싶어서.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도중에 네가 나타났지.”
“네가 여기에 와있다는 걸 알고서, 나도 오랜만에 진지하게 계획이란 걸 짰다고.”
“목적은 둘. 아오바 군을 어떻게 손에 넣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널 초조하게 만들어서, 부추길 것인가. 너에게 새겼던 문신을 키우기 위해서 말이지.”
“윽……!”
“널 맞아들일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자, 나는 구 주민구로도 몇 번 드나들었지. 네 동료들에게 약간의 장치를 해놓기 위해서 말야.”
“! 설마…….”
“그래. 내 바늘, 너도 자-알 알고 있겠지? 내 집념을 가득 담은 바늘은 피부에서 체내로 스며들어, 사람의 마음까지도 움직이지…….”
“그러기 위해서는 끝부분을 아주 약간만 찔러넣는 것으로 충분해. 찔린 쪽은 거의 아픔을 느끼지 않지. 벌레가 그 위에 앉은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을 뿐이야.”
“네가 내 방으로 들이닥쳤을 때, 그 녀석들은 이미 내 꼭두각시였다고.”
류호가 즐거운 듯이 웃으며 손뼉을 탁 친다.
그러자, 날 붙잡고 있었던 멤버들 가운데 누군가가 내 팔을 세게 비틀었다.
“앗…….”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었지만, 아까도 손벽을 치는 소리가 났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류호가 손뼉을 치는 소리로 팀 녀석들이 조종되고 있는 건가……?
“…………크윽.”
“팀 멤버들과 아오바 군을 살릴 것인지 죽일 것인지도, 마침내 우리들 손에 의해 정해지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 자식, 절대로 용서 안 해……! 지금 이 자리에서 죽여버리겠어!!”
“후후. 너, 역시 내가 했던 말을 잊어버린 거지.”
“그 등의 문신을 새겼을 당시에는, 네가 아직 어린애였던지라 운 좋게도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하지만 성인이 되면 주의하라고, 확실히 그렇게 일러뒀을 텐데 말이지.”
“그렇지? ……어머니를 살해한 코우자쿠.”
“말하지 마!!!”
코우자쿠가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포효한다.
그 몸이 한층 크게 팽창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눈이 착각한 건가 싶었지만……, 그렇지 않다.
“크윽,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코우자쿠의 온몸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채 그 몸을 다 뒤덮을 수 없게 된 겉옷이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내며 찢어진다.
팽창된 상반신이 그대로 노출되고, 그 등에 새겨진 문신도 밖으로 드러난다.
그것을 보고……, 전율했다.
등의 왼쪽에 선명한 모란을 흩뜨려 놓고 있었던 문신이……, 전혀 다른 것으로 변해있다.
마치 껍질이 벗겨져 안이 그대로 노출된 살덩이처럼 붉게 물이 들어있고, 무늬나 형태도 다르다. 등에서부터 팔까지를 휘감는 것처럼 뻗어나와있다.
문신 그 자체가 살아있는 것처럼…….
“크으으으윽…….”
거친 숨을 반복해서 내쉬는 코우자쿠의 눈은, 이젠 그 무엇도 보고 있지 않다. 그저 증오와 분노에 의해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코우자쿠!!”
필사적인 마음을 담아 외쳐보아도, 코우자쿠에 귀에는 닿지 않는다.
“호오……. 이건 정말 훌륭하군.”
코우자쿠의 변화를 차분히 바라보던 류호가 만면에 미소를 떠올렸다.
“네게 새긴 문신은 말이지, 하나의 실험이기도 했지. 실험 같은 말을 사용하고 싶진 않지만……. 제안을 받았었지. 토우에로부터.”
“토우에……!?”
“문신은 그 사람의 업이며, 각인이다. 한 번 새기면 마지막까지, 평생 그것을 떠안게 되지. 그에 걸맞은 각오가 필요해. 새기는 쪽 또한 마찬가지지.”
“토우에는 줄곧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방법을 연구했었지. 그리고 어디선가 우연히 내 소문을 들었던 거겠지. 내게 이렇게 말을 걸어왔어.”
“문신으로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건 가능하냐고 말야. 재미있는 발상이다 싶었지. 나도 그 말에 흥미가 솟아났어. 그리고 코우자쿠, 너를 그 실험대로 선택했지.”
“그 문신은 네 마음을 완전히 먹어치우고, 더 높은 차원의 승화를 보여주려 하고 있지. 감정에 몸을 내맡기지 말라고 그렇게 충고해주었는데도, 바보 같은 녀석.”
“문신은 너와 함께 성장했어. 네가 미성숙했을 동안에는 문신도 어렸으니, 네가 아무리 분노에 미쳐 날뛰어도 제정신을 되돌릴 수 있었지.”
“하지만, 네가 성인이 되면 문신 또한 성숙되지. 네가 분노하면 분노할수록, 문신은 그 분노를 남김없이 빨아들이고, 최후에는 마음까지도 완전히 먹어치우지.”
“그때, 문신은 네 심장과 일체가 되어 진정한 꽃을 피우는 거야. 네 목숨을 불태워 양식으로 삼은, 아름답기 그지없는 꽃을 말이지.”
류호가 정말로 기쁜 듯이, 그 어느 때보다도 생기가 넘치는 얼굴로 양팔을 벌린다.
“이미 내 생에는 한 치의 후회도 남아있지 않아. 네 이성과 내 집념이 충돌한 결과, 승자는 바로 나였어. ……자아, 그 대신에.”
“나의 혼, 가지고 가라.”
“……류호-------!!!”
“안 돼, 코우자쿠 그만해!!”
내 목소리는 코우자쿠에게 닿지 못하고…….
코우자쿠는 검을 쳐들고, 류호를 향해 돌진했다.
“코우자쿠……!!”
“…………윽!”
……불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격렬한 분노가 실린 코우자쿠의 검은, 한 치도 빗겨나가지 않고 똑바로 원수의 몸을 꿰뚫었다.
류호의 등에서 검의 끝부분이 튀어나오고, 선혈이 지면으로 뚝뚝 떨어진다.
“…………큭, …….”
앞으로 몸이 구부러진 류호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허나, 류호는 웃고 있었다.
피의 거품이, 웃음과 함께 사방으로 튄다.
“……하하, 하……, ……자신의, 최고 걸작에게, 죽게 되다니……, 문신사로서, 최고의, 행복이, 군……, 윽!”
미소를 가득 띤 류호의 입술에서 대량의 피가 넘쳐흐르고…….
류호의 고개가 푹 꺾어졌다.
코우자쿠가 인정사정없이 그 몸에서 검을 뽑아낸다.
한층 더 뿜어져 나온 피에 기모노가 검붉게 젖어버린 류호가, 허망하게 바닥으로 허물어져 내렸다.
“………….”
……막을 수 없었다.
증오로부터는 아무것도 태어나지 못한다.
그런 것쯤은, 너도 잘 알고 있잖아?
그런데…….
“어째서야, 코우자쿠……!”
“!?”
돌연, 나를 붙잡고 있었던 베니시구레의 멤버들이 쓰러졌다.
깜짝 놀라 주위를 살펴보니, 다른 녀석들도 차례로 쓰러져간다.
나는 쓰러진 멤버들 중 한 명의 곁에서 몸을 숙이고, 목덜미에 손가락을 댔다.
……맥이 있다. 기절했을 뿐인 것 같다.
그렇지만, 어떻게 된 일이지?
마치 마리오네트의 실이 끊어진 것처럼…….
“……윽!?”
갑자기 무릎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고, 보통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졸음이 나를 엄습했다.
이런 때에 잠이 오다니…….
목덜미에서 열이 느껴져서 손을 대보니, 벌레에 물린 것처럼 부풀어 오른 곳이 있었다.
이거……, 류호의 바늘에 찔린 상처다.
기절해버린 베니시구레의 멤버들도, 모두 류호의 바늘에 찔린 상태였다.
……혹시, 류호가 죽어서 조종을 당하던 쪽에게도 그 영향이 나타나는 건가?
“……큭.”
주체할 수 없이 졸음이 쏟아져서……. 조금만 긴장을 풀었다가는 당장이라도 쓰러져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여기서 기절할 수는 없다.
코우자쿠는…….
물밀 듯이 밀려드는 졸음을 뿌리치고, 나는 안간힘을 다해 겨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눈앞의 광경에 얼어붙었다.
완전히 제정신을 잃은 코우자쿠가, 피로 범벅이 된 검을 들고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코우자쿠……!?”
“…………큭.”
코우자쿠는……, 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 으아아아아아!!”
“!”
코우자쿠가 검을 휘두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졸음으로 인해 둔해진 몸을 풀로 가동시켜 바닥에 드러눕자, 엄청난 기세의 바람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코우자쿠! 그만해!!”
코우자쿠는 검을 휘날리며, 다시금 나를 향해서 그것을 내리쳤다.
“……윽.”
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윽, 코우자쿠! 정신 차려!”
“으아아…….”
코우자쿠의 등에서부터 뻗어 나와 그 피부를 휘감은 문신은, 이제는 얼굴에까지 그 불길한 문양을 새기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코우자쿠를 멈출 수 있지? 어떻게 하면…….
“……윽.”
──── 부숴라 ────
──── 부숴라, 부숴라 ────
────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
──── 그 녀석을 멈출 방법은 ────
“멈출, 방법……?”
──── 그렇다 ────
──── 네가 그 녀석에게 부서지기 전에 ────
──── 네가 그 녀석을 부숴라 ────
──── 스크랩으로 ────
──── 다른 방법은 없다 ────
“……윽, 싫어…….”
만에 하나 내가 스크랩을 사용해서, 코우자쿠가 미즈키처럼 되어버린다면…….
“만약 그때 네가 적확한 말을 던져주었다면, 미즈키의 의식은 원래대로 돌아왔을지도 모르겠구나.”
내가 제대로 미즈키의 내면과 마주했다면, 미즈키는 의식을 잃는 일 없이 무사히 원래대로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코우자쿠도……?
“……큭.”
망설이고 있을 여유는 없다. 이것 말고 다른 유효한 방법도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코우자쿠를 똑바로 응시했다.
‘만약 잘못돼버린다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반드시 잘될 것이다.’
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되뇌인다.
‘반드시 잘될 것이다.’
나는 반드시……, 코우자쿠를.
“……코우자쿠!!”
검을 치켜들고 돌진해오는 코우자쿠를 향해 내달려……, 그 품속으로 뛰어든다.
얼굴 옆으로 지나간 검이 뒷머리를 스쳤다.
──── 부숴라 ────
──── 부숴라, 부숴라 ────
그치지 않는 두통을 참아내며, 하얗게 흐려진 코우자쿠의 눈을 바라보고 의식을 집중시킨다.
“……코우자쿠, ……윽, 나는, 네 안으로……, 들어간다……!!”
몸이 아래로 끌어내려져가는 듯한 감각이 들고는…….
눈을 뜨자, 나는 어둑한 방 안에 서있었다.
뭐지? ……장지문?
발아래에도 다다미가 깔려있다.
방은 다다미 열 장 정도의 넓이고, 키 큰 촛대 위에서 촛불이 흔들리고 있다.
초가 타는 냄새와 함께, 희미하게 백단향의 향기가 풍겼다.
이것이……, 코우자쿠의 마음속인가?
섬에서 떠나있던 시절의 기억인가.
눈앞에 있는 장지문을 열고자, 손을 뻗는다.
“윽, 흐윽……, ……흑, 으흑……, 흑…….”
……목소리다. 연약한 여자의 목소리.
훌쩍이며 울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이 장지문 너머에 있는 건가?
“………….”
나는 약간 긴장하면서, 살며시 장지문을 열었다.
장지문의 건너편에는 지금 내가 있는 방과 똑같은 방이 있었다.
그곳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무언가가 무릎에 감겨들었다.
“!”
검은 머리카락 다발 같은 것이……, 다리를 휘감고 있다.
“하……!?”
순간, 그 머리카락 다발 같은 것의 양이 한층 더 늘어나 내 상반신으로까지 기어오르려 했다.
“뭐, 야, 이거!?”
무릎에 휘감긴 머리카락을 억지로 뜯어내고, 나는 허둥지둥 눈앞의 방으로 뛰어들었다.
……눈앞이 어둑해서 머리카락인가 싶었지만, 잘 살펴보니 코우자쿠의 몸을 뒤덮고 있던 문신과 비슷한 것 같은 느낌이…….
그것이 스륵스륵 소리를 내며 뒤에서 나를 쫓아온다.
“윽, 흐윽……, ……흑, 흐윽……, 흑…….”
……!
방금, 여자가 흐느껴 우는 소리와 함께 코우자쿠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지?
정면에는 또 장지문이 있다. 코우자쿠는 이 문 너머에 있는 건가?
“젠장!”
나는 문신에게 따라잡히지 않게끔 내달려서, 양손으로 난폭하게 장지문을 열었다.
또 똑같은 방이 나왔다.
문신이 뒤에서 쫓아온다.
“대체 뭐야, 여긴……!?”
허겁지겁 다리를 움직여서, 안쪽의 장지문을 연다.
또 똑같은 방이다.
또.
또다!
“하아, 하아…….”
어디까지 계속되는 거야!?
똑같은 짓을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하……, …….”
마침내 지금까지와는 약간 다른 분위기의 방이 나왔다.
허둥지둥 뒤를 돌아보고, 문신에게 따라잡히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방금 전까지 엄청난 기세로 몰려오던 문신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내가 열었던 장지문도 어느 사이엔가 닫혀있다.
이제 괜찮은 건가……?
나는 작게 숨을 내쉬고, 실내를 둘러보았다.
전체적으로 붉은 빛이 도는 방 안에서, 누군가가 이부자리 위에 엎드린 채로 누워있다.
허리에 기모노 같은 것이 걸쳐져있지만, 상반신은 맨몸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약간 체구가 작고 마른 듯한 느낌이 든다. 어린애인가?
불안하게 흔들리는 촛불의 불꽃을 붉게 반사하는 그 등은, 희미하게 떨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의 등이 붉은 것은 불꽃 때문이 아니다. 저건…….
자그마한 등뿐만이 아니라, 요까지 붉게 젖어있다.
……이 목소리.
그럼, 이부자리 위에 누워있는 것은…….
“코우자쿠?”
“!?”
내가 그쪽으로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사라진 줄 알았던 문신 다발이 뒤쪽에서 손을 뻗어왔다.
무의식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한다. 그러나, 문신은 내 발치를 지나쳐갔다.
누워있는 코우자쿠의 등으로 모여들어, 시커먼 누에고치처럼 에워싼다.
“코우자쿠!”
“큭, ……으윽, 윽, 큭, 앗…….”
“!”
물이 튀는 듯한 소리가 나고……, 안쪽의 장지문에 갑자기 피가 튀었다.
장지문 너머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고, 얇은 종이에 비치는 그림자가 이곳저곳으로 허둥지둥 움직인다.
비명과 포효도 들려왔다.
핏방울이 흩날리고, 그것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덧칠되어간다.
이건……, 대체 어떤 기억인 거지?
섬에서 떠나있던 사이에, 코우자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너무나도 참혹한 광경에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장지문이 소리도 없이 열렸다.
그 틈새로 생기 없는 여자의 얼굴이 보인다.
여자는 쥬반을 입은 채로, 넋이 나간 듯이 장지문 앞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쥬반(襦袢): 일본식 속옷으로 맨몸에 직접 입는 짧은 홑옷을 일컫는다. 대개 이런 느낌. → 클릭
얼굴에서 발끝에 이르기까지 온통 붉게 물들어있다.
여자가 약하디약한 움직임으로, 검은 누에고치가 뒤어버린 코우자쿠의 이부자리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
여자는 다다미 위로 쓰러져,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듯이 팔을 뻗었다.
손끝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다.
“……우, 자, ……쿠.”
……!?
지금, 코우자쿠라고…….
……이 사람. 코우자쿠의 어머니다.
너무 여위어있어서 알아보지 못했다…….
“윽, 으윽, ……후우, 윽, ……큭, ……윽.”
어머니의 목소리에 응하는 듯이, 시커먼 고치로부터 코우자쿠가 신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코우자쿠, ……윽, !?”
고치 쪽으로 가려고 하자, 등에 격통이 스쳤다. 무의식적으로 다다미에 무릎을 꿇고 만다.
뭐지, 이거……. 등이 아프다.
불꽃에 타들어가는 것처럼…….
“아, ……큭, …….”
극심한 통증에 몸이 떨리고, 전신에 땀이 밴다.
이 통증은, 혹시…….
문신을 새길 때, 코우자쿠가 느꼈던 아픔……?
“아, 아악……, 크윽, ……으윽…….”
코우자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코우자쿠의 곁으로……!
“큭, 으악, ……, ……윽, 코우자쿠!”
나는 등의 통증을 참고, 휘청거리며 일어섰다.
고치 쪽으로 다가가, 그 표면을 양손으로 막무가내로 잡아 찢는다.
“아, 얏……, 젠장, ……저리 비켜!”
찢겨진 검은 문신들이, 까맣게 탄 종이처럼 쪼글쪼글해지고는 사라져간다.
오로지 고치를 파괴하는 데에만 전념하다 보니, 서서히 코우자쿠의 등과 이부자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코우자쿠, ……윽, 일어나!”
피로 범벅이 된 등으로 손을 뻗는다.
“!”
내 손끝이 닿자, 코우자쿠의 등을 뒤덮었던 피가 젤리처럼 벗겨졌다.
피는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사람 정도의 크기로 팽창하고는, 낯익은 형상을 이루었다.
……류호.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설탕 공예품처럼 일그러지고, 입을 쩍 벌리고는 웃는다.
이 문신은, 이 등은,
이 혼은 나의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아냐. 코우자쿠는, 네 것이 아냐…….”
“코우자쿠에게서 떨어져. 코우자쿠를……, 놓아줘!”
나는 류호의 형상을 한 핏덩어리를 향해 있는 힘껏 주먹을 날렸다.
피가 사방으로 크게 흩날리고, 핏방울이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난무하는 핏방울은 개의치 않고, 나는 코우자쿠의 등을 잡고 그 몸을 일으키고자 했다.
“코우자쿠, ……윽!!”
……갑자기, 눈앞이 하얗게 물들었다.
눈을 감고 있어도 아플 정도로 강한 빛이다.
“……깨달았을 때에는, 모든 것이 이미 늦은 뒤였다.”
빛이 사라지고, 머릿속으로 영상이 흘러들기 시작한다.
슬로우 모션으로 이어지는 무성영화처럼 서서히 장면이 바뀌어간다.
커다란 저택과, 어머니의 손에 이끌린 채로 서있는 어린 코우자쿠. 조직의 우두머리인 듯한 남자.
그 옆에 서있는 것은……, 약간 젊어 보이는 류호다.
촛불이 일렁이는 일본 전통식 방 안의 이부자리. 그 위에 엎드려서, 문신을 새겨 넣는 류호의 바늘을 받아내고 있는 코우자쿠.
코우자쿠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지고, 손톱이 다다미를 긁어댄다. 어린 아이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아픔을 참고 있는 것이겠지.
거기서 화면이 암전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광경이 비쳐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져있는 가운데, 검을 든 코우자쿠가 홀로 우두커니 서있다.
그 주변은……, 피바다다. 코우자쿠 자신도 상처를 입고서, 몸을 피로 물들이고 있다.
“그날은, 문신을 완성한다는 날이었다.”
코우자쿠의 목소리가 온 방향에서 울려퍼진다.
“바늘에 찔리는 아픔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극심해서, 나는 도중에 채 견뎌내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눈이 떠졌을 땐……. 주변 일대가, 피바다였다.”
“집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쓰러져있어서,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믿기지 않는 일이었지만 그 가운데는……, 어머니도 있었다. 자신의 손을 보니, 피로 범벅이 된 칼을 움켜쥐고 있었다.”
“나는 제정신을 잃고 날뛰어서, 모두를 상처 입히고 말았다. 그렇다곤 해도, 어린애가 무턱대고 휘두른 칼에 불과했다.”
“모두가 중상을 입었지만, 가까스로 목숨을 잃지는 않고 끝났다. 어머니도 그랬다. 하지만…….”
“어머니는 의식을 잃은 채로 회복되는 일 없이, 죽었다. ……내 탓이다. 내가 죽인 거나 마찬가지다.”
“코우자쿠…….”
주변의 정경이 어둑한 일본 전통식 방으로 되돌아오고, 눈앞에 코우자쿠가 서있었다.
온몸이 문신에 침식된 모습이었지만, 눈동자에는 정상적인 빛이 돌아온 상태다.
다만, 그 표정은 어딘지 슬퍼 보였다.
“제정신이 돌아왔을 때, 거짓말일 거라고 생각했다. 전부 안 좋은 꿈일 거라고. 하지만 현실이었다. 그것을 똑똑히 인식했을 때, 나는 정말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아예 완전히 미쳐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죽어버리는 편이 좋을 거라고. 오히려 죽어야 마땅하다고.”
“어머니를 제 손으로 죽이고 만 내가 살아있을 의미 따위는, 살 자격 따위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서, 들고 있던 칼로 자결하고자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일이라고.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어. 도저히. ……왜인지, 네 얼굴이 떠올라서.”
나를 바라보는 코우자쿠의 얼굴이 아픔을 참아내는 듯이 일그러진다.
“어렸을 적의 네 웃는 얼굴이 떠오르고, 그러더니 공연히 눈물이 나와서. 괴롭고 슬퍼서……, 두려워서, 고통스러워서, 어찌할 수가 없었어.”
“진심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도, 그와 똑같은 정도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어서…….”
“결국, 나는 이 섬으로 돌아왔어. 죽지도 못하고, 어중간하기 짝이 없는 최악의 상태로……. 그저,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보고 싶어서.”
“널 만나면 무언가가 바뀌지 않을까 하고, 그렇게 자기가 편할 대로 멋대로 생각했던 거야.”
“이 섬에서 너와 재회했을 때, 네가 완전히 어른이 되어있어서 놀랐지만, 그럼에도 웃는 얼굴은 전혀 변하지 않고 그대로여서…….”
“그래서,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 섬에서 너와 함께 있으면, 시간의 흐름이 과거의 기억을 옅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무리였어. 아무리 평온을 염원해도, 우연한 순간에 기억은 다시 떠올랐어. 모든 것이 피로 물들었던 그날의 일을.”
“그런 나를 비웃는 듯한 타이밍에, 그 자식……, 류호까지 얼굴을 내밀었어.”
“그 녀석을 본 순간, 생각했어. 아아, 역시 나는 도망칠 수 없구나. 그러니 저 녀석을 죽이고 나도 죽자고.”
“그 녀석을 죽인다고 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하지만 어차피 지옥행이 결정되어있다면, 적어도 그 정도의 복수는 해도 좋지 않을까라고, 그렇게 생각했던 거야.”
“나는 류호를 죽이겠다는 바람을 이루었어. 그렇지만 내 과거는 전혀 변하지 않고, 등의 문신도 사라지지 않아.”
“도리어 류호를 죽인 시점에서, 이 손에는 한층 더 깊게 피가 스며들고 말았어. 그러니까 이제……, 됐지 않았을까 싶었어.”
“발버둥치는 걸 그만두고, 내 죄에 이 몸을 맡기자고.”
코우자쿠가 고개를 숙이자, 방금 전의 그 검은 문신들이 어느 사이엔가 코우자쿠의 발치로 감겨들었다.
코우자쿠…….
이것이, 코우자쿠의 진짜 과거. 현실 세계에서 내게 이야기하지 않았던 부분이겠지.
……아니, 이야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참혹한 과거를,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단 말인가? 이야기를 꺼낸 뒤에, 그걸 들은 상대방은 어떤 반응을 할 것인가?
나와 코우자쿠가 아무리 끈끈한 관계라고 할지라도, 그런 생각에 고민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지금 내 안에서는, 극심한 갈등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코우자쿠의 진짜 과거에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니다.
어떻게 말을 걸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이렇게 무거운 과거 앞에서는, 그 어떤 말도 경박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코우자쿠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이 눈을 감고 있었다.
허리 부근까지 검은 문신이 기어 올라가, 당장이라도 가슴께까지 도달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코우자쿠는……, 자신이 류호의 문신에 먹혀서 죽게 되는 것마저 받아들이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선 안 된다.
확실히 코우자쿠는 많은 사람들을 상처 입혔고, 본인의 어머니도 그것이 원인이 되어 돌아가시고 말았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코우자쿠의 탓이 아니다. 토우에와 결탁한 류호가 멋대로 새긴 같잖은 문신의 탓이다.
설령 내가 그렇게 말한다 해도, 코우자쿠는 자신을 책망하는 것을 멈추지 않겠지.
벌어지고 만 일은 바꿀 수 없다. 그 모든 것이 사실이니까.
……하지만. 나는 코우자쿠를 잃고 싶지 않다.
나의 이기심이든 뭐든 좋다. 이대로 입을 다물고 그저 코우자쿠를 보고 있기만 하는 일 따위는 할 수 없다.
코우자쿠의 마음은 류호의 문신과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것들에 의해 벌어진 상처는 너무나도 커서…….
지금도 피를 흘리고 있어서, 코우자쿠 혼자만으로는 메울 수가 없다.
그냥 내버려두었다가는, 그 상처는 코우자쿠의 마음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말 것이다.
그러니까.
그 전에.
──부순다.
──── 부숴라 ────
──── 그 녀석을 부숴라 ────
나는 이 스크랩이라는 힘을 사용해서 ‘파괴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다.
그렇기에, 부순다. 상처에 사로잡혀있는 코우자쿠를.
“……윽.”
나는 코우자쿠의 곁으로 다가가, 그 어깨를 양손으로 붙잡았다.
코우자쿠가 천천히 얼굴을 들고, 모두 다 버리고 떠나고자 하는 눈동자로 나를 본다.
“코우자쿠, ……지지 마!”
“…………, ………….”
“……난, ……뭐가, 어떻게.”
“………….”
“아오바! 어떻게 된 거야? 우리들은……, 살아남은 거야?”
“………….”
“……그래, 살아남았어……, 끝난, 건가. ……다행이다.”
“너한테도 잔뜩 폐를 끼쳐서, 정말로 면목이 없어. 미안했어, 아오바.”
“괜찮아.”
“아니, 정말로. 네가 없었으면 난 옛날에 죽었을지도 몰라. 날 이 세계로 붙들어 매준 건 아오바, 너야.”
“………….”
“정말로, 고마워. 네 덕택이야.”
“아아. ……코우자쿠.”
“!? 에? 어, 어이, 아오바? 너, 뭐 하는……, 우왓!”
“아야야. 괜찮아? 갑자기 왜 그래. ……이렇게 나한테 매달리고. 깜짝 놀라서 엉덩방아까지 찧었잖아.”
“……괜찮아.”
“……에? 뭐가?”
“………….”
“…………. ……아오바?”
“코우자쿠…….”
“너…….”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너에 대해선 전부 이해하고 있어. 전부 알고 있어. 그러니까…….”
“………….”
“그, 래.”
“묘하네. 너랑 이러고 있으니까 마음이 편안해져. 굉장히 안정이 돼. 지금까지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이 거짓말 같아.”
“아아.”
“……아오바. 저기, 말이 좀 이상하지만……, 만져도, 괜찮아?”
“괜찮아.”
“……후, ……아오바.”
“응.”
“아오바, ……키스해도, 괜찮아?”
“괜찮아.”
“……읏.”
“……, 후.”
“……아오바.”
“……괜찮아.”
“……좀 더 만져도, 괜찮아?”
“괜찮아.”
“아오바……, 하…….”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정말로, 괜찮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