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우자쿠는 본편이 기네요... 4편까지 이어집니다.
※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거리에는 화려한 네온 장식이 반짝이고, 사람들은 오히려 내리는 비를 즐기는 것처럼 그곳을 활보한다.
그런 광경에 기가 눌려서, 나는 무심결에 길의 가장자리 쪽으로 걸었다.
빗줄기가 약해졌다고는 해도, 머리카락에 닿는 비는 조금 불쾌하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보고자 하는 기력은 지금의 나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걸음을 옮기는 데에만 몰두하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그 클럽 앞의 골목까지 다다랐다.
“………….”
건물이 있는 곳까지 가까이 갈 생각은 들지 않아서, 나는 골목의 벽에 몸을 기댔다.
완전히 비에 젖고 만 탓도 있어서, 벽이 몹시도 차갑다.
이렇게 밖에 나와 있으니,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이 전부 꿈이었던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꿈이 아니다.
코우자쿠의 손에 세게 붙잡혔던 곳이 여전히 얼얼하게 아픈 것이 그 증거다.
……코우자쿠는 돌아올까.
어쩌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설령 돌아온다고 해도, 이런 상태로 토우에가 있는 곳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자, 바로 옆에서 땅에 고인 비 웅덩이를 힘껏 밟는 듯한 소리가 났다.
“흠뻑 젖었네.”
……뒤를 돌아보니, 그 기모노를 입은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미소 띤 얼굴로, 내게로 우산을 내밀었다.
“비가 오는데 왜 이러고 있는 거야. 아니면 비에 젖는 걸 좋아하는 걸까나.”
“………….”
“처참한 얼굴이네.”
남자가 싱긋 웃고서, 가볍게 고개를 기울였다.
“무슨 일 있었어?”
“………….”
‘그렇지만 주의하는 편이 좋아. 너는 조금 무방비하니까. 긴장을 늦추면, 믿고 있던 사람한테 갑자기……, 덥석 하고, 먹혀버릴지도 몰라?’
이 남자가 말했던 것이 현실이 되었지…….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으니, 남자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치만, 대답을 할 수 있을 만한 마음 상태가 아닌 것 같네. 그러니까 이런 데에 우두커니 서있는 거겠고.”
“그래도 이대로 있으면 감기에 걸리고 말 거야. 어서 돌아가는 게 좋아.”
남자가 빗줄기의 상태를 살피는 듯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다시 내 쪽으로 시선을 되돌린다.
“안 가는 거야?”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 아닙니다.”
“이런 이런.”
남자가 의미심장하게 눈을 가늘게 좁히고 웃는다.
“네가 여자애였다면 그 말은 남자의 이성을 뇌쇄하는 결정적 한 마디였을 텐데 말이지. 뭐 이런 데에 계속 있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고, 뭔가 따뜻한 거라도 마실까.”
“에, 그치만.”
“바로 여기니까.”
남자가 턱으로 건물을 가리킨다.
“이 클럽의 오너랑 아는 사이라서 말이지. 방 하나를 빌려서 거기서 머물고 있어.”
“난 원래 플라티나 제일에 살고 있는 게 아니라서.”
그렇게 말하고, 남자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건, 자기 방으로 같이 가자는 거겠지.
……어떻게 하지.
따라가도 괜찮은 걸까. 이 남자의 이름이 뭔지도 모르는데.
애초에 이제 막 알게 됐을 뿐인 나에게 이렇게까지 해주는 이유는 뭘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수상하다.
……그럼에도, 내 안에서는 어떤 예감이 깜박거렸다.
코우자쿠는 이곳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다. 이 남자 이야기에도 과민하게 반응했다.
혹시, 이 남자…….
코우자쿠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우연인지도 모르겠지만, 남자가 했던 말이 현실이 되었다는 것이 내 등을 떠밀었다.
“어떻게 할래?”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나와야지.”
남자는 기쁜 듯이 웃으며, 바로 옆에 서서 내 어깨를 끌어안았다.
“안 젖게, 좀 더 이쪽으로 와. 아, 그렇지. 이름, 가르쳐줄래?”
“……아오바.”
“아오바구나, 좋은 이름이네. 나는 류호.”
“류호…….”
“그래. 잘 부탁해.”
류호는 시종 얼굴에 미소를 띤 채로. 내 어깨를 살며시 밀고는 걷기 시작했다.
……정말로, 이래도 괜찮은 걸까?
아직 완전히 망설임을 떨쳐내지 못한 나의 귀로, 우산을 때리는 빗소리가 유달리 건조한 울림으로 와 닿았다.
“들어와.”
“……감사합니다.”
검게 도색된 테이블 위로 하얀 찻잔이 놓인다.
그 안에는 엷은 갈색의 액체와 어떤 꽃의 잎이 담겨있고, 살포시 묘한 향기가 감돌았다.
“향이 좋지? 일부러 주문해서 들여온 거라, 일본에서는 안 파는 거야.”
한 모금 마시자, 풍부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찻잔 속에서 꽃잎이 사랑스럽게 흔들린다.
“……맛있다.”
“맛있다니 다행이네.”
류호도 찻잔을 들고 와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내 바로 정면에 앉았다.
정면에서 싱글싱글 웃으며 나를 쳐다봐서, 무심결에 눈을 돌린다.
류호의 방으로 가기로 결정된 후, 우리들은 클럽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은 1층이 댄스 플로어와 바, 2층이 타투 스튜디오와 대기실, 3층이 스태프 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류호의 방은 3층이었고, 실내는 류호 본인처럼 종잡을 수 없는 분위기로 가득했다.
다다미가 깔려있는 전통식 방이긴 했지만, 가구는 유럽풍의 앤티크 같은 것이 놓여있거나 해서 일본식과 서양식이 한데 어울려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방 이곳저곳에 문신의 도안이 그려진 종이들이 붙어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약간 어둑한 실내에서는 그것들이 주술을 쓰는 데 사용되는 도구처럼도 보여서, 조금 기분이 나쁘다.
“……저 그림은, 혹시.”
“아아, 문신 새기는 일을 하고 있어.”
“헤에…….”
어디선지 모르게 먹물이나 잉크 냄새 같은 게 나는 것은 그 때문인가.
타투이스트인가……. 미즈키도 이런 일을 하고 있지…….
희미한 아픔이 가슴을 스치는 것을 느끼고, 도안으로부터 눈을 돌리고자 했다.
……응?
저 무늬……,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아오바 군, 문신에 관심이 있는 거야?”
“에? 아아, 뭐……. 제 몸에 새기는 정도는 아니지만요.”
“꽤나 열심히 보고 있어서 말야. 원한다면, 내가 새겨줄게.”
“아뇨, 그렇게까지 폐를 끼칠 수는. ……그보다, 저기.”
“응?”
“왜 그렇게까지 이래저래……, 저한테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건가요?”
마음을 먹고서 줄곧 신경이 쓰였던 것에 대해 물어본다.
류호는 잠시 생각하는 듯이 천장을 보았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네가 마음에 들었으니까. 흔히들 말하는 첫눈에 반했다는 거겠지.”
“………….”
“이건 농담이고.”
어떻게 리액션을 하면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나를 보고는 웃으면서, 류호는 찻잔을 손가락으로 통 튀겼다.
“이런 말을 하면 미심쩍다고 여기겠지만 말이지. 솔직히 말하자면, 네게서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것을 느꼈기 때문이야.”
“…………”
“이건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냐. 널 보았을 때, 네 안에 심상치 않은 힘……, 생명력이 흘러넘치는 것을 느꼈어.”
“……아 네.”
어쩐지 이야기의 방향이 수상한 종교의 설교처럼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류호는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너에게서는 거대한 파도가 느껴져. 그것은 단독으로 일으킬 수 있는 게 아냐. 이성, 보호, ……파괴.”
“그것들이 네 안에서 독자적으로 의지를 지닌 채로, 공존하고 있어.”
“……!”
……파괴. 파괴 충동.
내 힘에 대해서, 할머니도 똑같은 말을 했었다.
코우자쿠의 일도 그렇고, 이 녀석…….
류호의 눈에서는 그 전까지 줄곧 떠올라있었던 웃음기가 사라진 상태였다.
나는 스스로가 동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류호에게 눈치 채이지 않게끔 눈을 내리깔고, 찻잔에 입을 댔다.
미지근해진 차를 목구멍으로 흘려보내고,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한다.
“바로 맞췄으려나?”
“………….”
“그런데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건, 난 너의 그런 복잡한 면을 막무가내로 들춰낼 생각은 없어. 그런 세련되지 못한 짓은 안 해.”
“정갈하게 추려지고 깨끗하게 정돈된 것보다도, 복잡하게 뒤얽히고 일그러진 것이 훨씬 더 좋아. 문신이랑 똑같아.”
류호의 시선이 벽에 장식된 문신 도안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훑는다.
“이 아이들도 도안 단계에서는 단순히 정돈된 그림으로만 보이겠지. 하지만, 모두 계산해서 만들고 있어.”
“실제로 피부에 새길 때의 막힘, 미끄러짐, 일그러짐, 둥그스름함, 번짐, 스밈, 색의 변화까지를 말이지.”
“피부라는 건 울퉁불퉁해. 그 위로 피가 스며들 때를 보면 알겠지?”
“상태에 따라서는 계산 밖의 사태가 일어나기도 하지. 인간에게 뒤틀어지지 않은 부분 같은 건 하나도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먹물을 넣을 때, 내 영혼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는 생각으로 바늘을 찌르지.”
“뒤틀린 피부에 손을 대서 그보다 더한 뒤틀림을 발생시키는 거야. 나도 그에 걸맞은 경의를 표하지 않으면 안 돼.”
소중한 것을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감상하는 때와 같은 말투로 이야기를 하고는, 류호는 내 쪽으로 시선을 되돌렸다.
이 녀석…….
지금 그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이 남자에게 이전부터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를 파악했다.
어딘지 모르게 웃는 얼굴이나 행동거지가 연기 같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류호는 문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다른 사람처럼 표정이 변한다.
문신에 대한 이상한 집념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쪽이 류호의 진짜 얼굴인 것이겠지.
지금 그 이야기는 적어도 일반적인 차원의 것은 아니다. 허나, 그 이야기를 입 밖에 낼 때의 류호는 정말로 즐거워 보였다.
류호의 눈에는……, 인간이 어떤 식으로 비치는 것일까?
……갑자기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시야도 흔들려서 확실치가 않다.
“나는, 순수하게 너에게 흥미가 있어.”
류호의 말이 귓속에서 반향을 일으키며 팽창되고, 이내 녹아들어 사라진다.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다.
“네 안에 존재하는 개개의 의지가 서로 반발하고 다투는 한, 네가 애써 이어나간 연을 갈라놓을 수밖에는 없겠지.”
“그게 네가 짊어진 숙명이니까 말야. 너는 타인과 순수하게 공존할 수 없어.”
내가 짊어진, 숙명…….
끝내 눈꺼풀이 떠지지 않고, 사고가 졸음의 소용돌이 속으로 말려들어간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이 극심한 졸음……. 그런가. 그 차…….
“내가 내 생애를 걸고 있는 문신과, 너. 이 두 가지가 융합되면 어떤 뒤틀림이 생겨날지……, 흥미가 있어.”
“……아아.”
눈치를 챘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스스로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수마의 습격에, 나는 의식에서 손을 놓았다.
………….
무언가, 소리가 난다.
“…………으윽.”
눈을 뜨려고 하자, 머리에 둔탁한 통증이 스쳤다.
여기는…….
……방금 전과 똑같이, 류호의 방이다.
나는 어느 사이엔가 이부자리 위에 엎드리고 있었다.
사방등의 불이 일렁일렁 흔들리고, 그에 맞춰 그림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린다.
“일어났어?”
“!”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얼굴을 돌리려 한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팔다리가 마비되어서 남의 것인 양 무겁다.
분명 류호의 방에서 차를 마시고는……. 그 차에는 틀림없이, 약이 섞여있었을 것이다.
젠장…….
“아직 몸에 힘이 안 들어가겠지?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는 편이 좋아. 쉽게 상처를 입고, 말을 하려고 하면 혀를 깨물게 될 거야.”
“……윽.”
류호의 말투가 지금까지보다도 훨씬 더 정중하고, 마치 의식이라도 시작하는 듯한 분위기라 불길한 예감이 마구 부추겨진다.
조금 전부터 작은 금속이 서로 부딪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거기다, 먹물 냄새에 뒤섞여 소독약 냄새도 희미하게…….
“무, ……슨 짓을.”
“말 안 하는 편이 좋아.”
“뭘, 할, 작정…….”
“그래. 간단하게 말하자면 네가 내 연구를 도와줬으면 해. 연구라는 말 따위, 실은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 말이지. 문신은 내 전부니까.”
“이 등에 나의 꽃을 새기면, 어떤 식으로 너의 생명력을 빨아들여서 개화할지. 그걸 보고 싶어.”
“……윽!”
등에 싸늘한 무언가가 닿는다. T셔츠가 걷어 올려져있다.
등에 닿은 것은 류호의 손인가? 얼음처럼 차갑다.
내 눈앞으로 가느다란 봉 같은 것이 들이밀어진다.
“자. 이게 너의 피부를 관통해서, 안쪽까지 먹물을 새겨 넣을 거야.”
붓?……이 아니다.
끝부분이 가느다란 몇 개의 바늘이 한 덩어리로 뭉쳐져 있다.
저것이 살갗에…….
실제 시술에 사용되는 기구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자, 식은땀이 솟아난다.
지금 당장 여기서 도망치지 않으면…….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크, 흑…….”
“그래봤자 허사야. 너만 힘들어.”
몸을 일으키려는 나를 진심으로 동정하는 듯한 말투로 말을 내뱉고, 류호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잠깐 부족한 도구를 가지고 올게. 얌전하게 있어.”
조용조용히 다다미를 밟는 소리가 나고, 문을 여닫는 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제길……, 윽.”
어떻게든 해서, 지금 이 틈에……!
양팔과 양다리에 힘을 실어서 몸을 일으켜보려 한다.
그렇지만, 곧바로 힘이 빠지고 만다.
입안도 바싹 말라서, 타액을 삼키는 것도 힘들다.
도망치려면 지금뿐인데……!
“……크윽, …….”
그렇게 발버둥을 치고 있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류호가 돌아온 건가?
무언가가 다다미 위를 구르는 듯한 소리가 나고, 맨살이 그대로 드러난 등에 폭신한 무언가가 닿았다.
‘아오바!’
“……렌!?”
파란 털 뭉치가 눈앞을 가로막고, 내 얼굴을 핥았다.
“렌, 어떻게 여기에.”
‘중간에 가방에서 빠져나가서, 도움을 요청하러 밖으로 나갔었어.’
“도움을? 누구한테…….”
“아오바……!”
“코우자쿠……!?”
‘코우자쿠를 찾아내는 건 굉장히 수고스러운 일이었어.’
“렌……. 너, 최고.”
렌이 기쁜 듯이 꼬리를 흔든다.
“아오바, 괜찮아?”
코우자쿠가 몸을 굽히고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순간, 글리터에서 있었던 일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코우자쿠의 걱정스러워 보이는 얼굴을 보니 그것도 금세 어딘가로 사라지고 말았다.
“움직일 수 있겠어?”
“일어날 수가 없어. 차를 마셨는데 그 안에 뭔가 약 같은 게 섞여있어서…….”
“잠깐 기다려.”
코우자쿠가 위로 걷어 올려진 내 T셔츠를 내려주고서, 내 팔을 잡고 자신의 어깨에 둘렀다.
허리를 떠받치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준다.
코우자쿠의 도움을 받아, 이불 위로 그럭저럭 앉는 자세를 취한다.
팔다리가 마비된 탓에 몸이 축 늘어지는 느낌이 들고, 호흡을 하는 것도 약간 괴롭다.
“힘들어?”
“괜찮아…….”
“근데, 이 방…….”
코우자쿠가 혐오를 그대로 드러낸 얼굴로 실내를 둘러본다.
문신 도안과 이부자리 옆에 놓인 기구를 보더니,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조용한, 그러나 심상치 않은 분노를 느끼고, 나는 코우자쿠의 옆얼굴을 쳐다보았다.
“……아아, 미안. 욕 나올 만큼 기분 나쁜 방이네. 빨리 여기서 뜨자.”
내 시선을 눈치 챈 코우자쿠가 표정을 풀고는, 어깨동무를 해서 나를 일으켜세우고자 했다.
그때…….
방의 문이 열렸다.
“!”
“……이런 이런.”
“………….”
류호가 발을 멈추고, 우리들을 보고는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주인이 없는 사이에 도둑질인가? 그것도 꽤나 당당하게 하고 있는 것 같은데.”
“…………, ……이 자식.”
코우자쿠가 매서운 눈초리로 류호를 노려보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범상치 않은 분노를 품은 공기가 코우자쿠의 몸을 에워싼다.
“겨우 찾아냈다고.”
……에?
겨우 찾아냈다니……. 무슨 말이지?
류호가 입술에 손을 대고, 생각하는 듯한 동작을 취한다.
“실례지만 누구였더라? 아오바 군이랑 아는 사이인 건 확실한 것 같지만.”
“시치미 떼지 마. 잊어버렸다는 말 같은 건 못 하게 해주겠어. 나는 네 녀석 탓에…….”
“내 탓?”
“이걸 잊어버린 거냐!”
코우자쿠가 긴 앞머리를 쓸어올린다.
지금껏 감춰져있었던 얼굴의 반쪽이, 사방등 불빛에 훤히 드러난다.
그곳에는……, 문신이 새겨져있었다.
“………….”
등뿐만이 아니라, 얼굴에까지…….
코우자쿠의 문신을 보고는, 그때까지 왠지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을 하는 듯했던 류호의 눈동자에 빛이 깃들었다.
류호의 입이 싱긋 웃는다.
“……일부러 모른 척 해본 것뿐이야. 잊어버릴 리가 없잖아. 코우자쿠, 네 문신을.”
“아직 어디에도 상처가 나지 않은, 티 없이 깨끗한 네 피부에 새겼던 내……, 미완성의 최고 걸작.”
“시끄러워, 입 닥쳐. 너 이 자식, 아오바한테 무슨 짓 했어.”
“아무것도 안 했어. 아직은, 말야. 마침 이제부터 뭔가 시작하려던 참이었지만, 네가 훼방을 놓았어. 기가 막힌 타이밍이군.”
“……윽.”
“네가 플라티나 제일에 온 건 눈치 채고 있었어. 그저께, 이 건물 1층의 댄스 플로어에 있었지? 그때 널 발견했어.”
“다만, 내 쪽에서 말을 걸지는 않았지. 네가 내 뒤를 쫓아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이 자식…….”
코우자쿠의 목소리에 채 억누르지 못한 분노가 배어나온다.
류호는 그와 반대로, 그 어떤 때보다도 생기가 넘쳤다.
코우자쿠의 등과 얼굴의 문신.
그것들을 새긴 것은……, 류호인가?
“뒤틀림이 없다는 건 말야, 다시 말하자면 매끄럽고 올곧다는 거지. 올곧은 것은, 거꾸로 말하자면 그 뿌리부터 뒤틀리기 쉬워. 내성이 없지.”
“거기에 내 바늘을 박아 넣는다면 어떤 방식으로 뒤틀릴지, 올곧은 네 마음은 어떻게 일그러질지.”
“그걸 보고 싶어서, 나는 내 몸과 혼을 다 쏟아서 너에게 문신을 새겼어. 영혼이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면 부스러기 하나 남기지 않았을 정도로, 나 자신을 전부 기울여서 말이지.”
“입 닥치라고 했잖아!!”
“후훗.”
류호가 즐거운 듯이 웃는다.
“내가 했던 충고, 잊어버린 건가? 그때, 난 분명 너한테 주의하라는 말을 했어. 그렇게 분노에 몸을 내줘도 괜찮은 거야?”
“……윽.”
“그런데 설마 정말로 나를 찾아낼 줄은 말이지. 발칙하기 짝이 없는 집념이야. 감탄스럽다고. 하하. 정말로 감탄스러워.”
그렇게 말하며, 류호가 뒤로 한 발짝 물러난다.
“이 자식……! 도망칠 작정이냐!”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이렇게 된 이상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싶어.”
“너는 네 마음껏, 나에 대한 분노를 끄집어내면 돼. 단단히 각오를 해두자고, 너도 나도.”
“류호!!”
류호가 살포시 발길을 돌리고, 방에서 나간다.
“거기 서!!”
“……앗.”
코우자쿠가 그 뒤를 쫓으려 한다. 나는 곧바로 코우자쿠의 기모노 자락을 붙잡았다.
이대로 류호의 뒤를 쫓게 해서는 안 된다. 어째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앗, 이거 놔!!”
“싫어……!”
“류호…………!!”
내장까지 전율하는 듯한 고함 소리가 울려퍼지고, 코우자쿠가 거세게 날뛰는 바람에 옷깃을 붙잡은 내 손도 코우자쿠를 놓칠 것만 같아진다.
[ 코우자쿠의 팔을 세게 붙잡는다 ] → 선택
[ 다른 방법을 생각한다 ]
“코우자쿠……!”
나는 필사적으로 코우자쿠의 팔을 붙잡았다.
“이거 놔, ……놔!!”
“안 돼!”
코우자쿠는 분노에 이성을 잃은 상태다.
어떻게든 막지 않으면……!
“……크윽.”
머리가…….
제길, 이런 때에……!
머리가, 아프다…….
그치만, 코우자쿠를 막지 않으면…….
코우자쿠……!
“코우자쿠, 진정해!!”
두통을 참으며 무작정 소리를 지르자, 코우자쿠가 움직임을 딱 멈췄다.
“…………, 아오바.”
나를 돌아본 코우자쿠의 표정에서는, 분노가 사라져있었다.
“……윽.”
겨우 한숨 놓여서, 나는 이불 위로 두 손을 짚었다. 코우자쿠가 달려와 그런 나를 지탱해준다.
“괜찮아?”
“……그보다 너야말로 괜찮은 거냐고.”
“나는……, …….”
코우자쿠가 말을 끝까지 입 밖에 내지 못하고, 시선을 불안정하게 이곳저곳으로 돌린다.
좀 전에 오고간 이야기를 들은 바로는……. 코우자쿠에게 문신을 새긴 것은 류호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코우자쿠는 류호를 몹시도 증오하고 있다.
그리고, 무언가가 동기가 되어서 이성을 잃고 말았다…….
그런데, 어째서 류호가 코우자쿠에게 문신을 새겼던 것일까?
왜, 코우자쿠는 류호를 증오하는 것일까?
코우자쿠가 이성을 잃었던 것은 왜일까?
그것들은 이어질 것 같으면서도……, 이어지지 않는다.
각각의 사건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된 것인지 알 수 없다.
코우자쿠는 입을 다물고서는, 마음속에서 무언가를 딱 잘라낸 것처럼 내 얼굴을 보았다.
“……우선, 너한테 사과하지 않으면. 미안했어. 어제도 난 너한테……, 당치도 않은 짓을.”
“………….”
“코우자쿠 씨!”
“무사하십니까!”
갑자기, 거센 소리와 함께 문이 기세 좋게 열렸다.
그것을 본 코우자쿠가 웃음을 짓는다.
“너희들, 늦었잖아.”
“죄송합니다!”
“아…….”
방 안으로 줄줄이 들어온 것은 베니시구레의 멤버들이었다.
“너희들……,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구 주민구의 경찰관한테 말을 해서, 플라티나 제일로 들어올 수 있게끔 조치를 취하게 했지.”
구 주민구의 경찰관…….
그러고 보니 베니시구레는 경찰관 몇 명하고도 친분이 있었지.
“곧 있으면, 토우에의 특별기념 이벤트가 열리잖아? 그때 경비 강화를 위해서 구 주민구의 경찰관들도 호출되는 모양이라서 말야.”
“그래서 경찰관으로 위장하고 그 증원된 인원인 척하고 들어온 거야. 이벤트가 개최되는 동안의 일시적인 거니까, 검문도 그렇게 철저하지 않고.”
“말이 그렇긴 하지만요. 솔직히 언젠가 들통 나는 게 아닐까 엄청나게 조마조마했습니다.”
“정말이에요! 신원 인증을 할 때마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하, 그래. 그래도 무사했으니 다행이잖아.”
“그러네요!”
“그런데 이 자식……. 순식간에 꽁무니를 빼다니.”
코우자쿠가 분하다는 듯이 혼잣말을 내뱉는다. 류호를 말하는 거겠지.
“너, 정말로 아무 짓도 안 당한 거지.”
“아아.”
“그래……. 젠장, 어디로 내뺀 거야.”
“‘이 자식’이라면, 혹시 기모노를 입은 녀석 말씀입니까?”
“그래.”
“그 남자라면 밖에서 대기시켜뒀던 녀석이 뒤를 쫓고 있습니다! 건물 안에서 허둥지둥 뛰쳐나온 기모노를 입은 남자가 수상쩍어 보여서, 뒤를 밟겠다는 연락이 왔었습니다.”
“잘 했어. 상이라도 줘야겠군.”
“헤헤.”
과연 베니시구레랄까, 팀플레이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었다고 할까.
“기모노를 입은 녀석의 행방에 대해서는 나중에 연락이 올 것 같습니다. 다른 멤버들은 일단 창고에 대기시켜놨습니다. 경찰관한테서 뒷문의 키 패스워드를 들어서요.”
“그래. 그럼 다른 녀석들이랑 합류하자고. 언제까지고 이런 기분 나쁜 곳에 있고 싶지 않으니까.”
“옙!”
“아오바, 가자. 움직일 수 있겠어?”
“아아.”
“영, 차.”
코우자쿠가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일어선다.
“아오바 씨, 괜찮으십니까? 저도 돕겠습니다!”
“미안.”
멤버 중 한 명이 코우자쿠의 반대쪽에서 어깨에 팔을 둘러 나를 지지해준다.
“전 아오바 씨의 가방이랑 올메이트를 가지고 가겠습니다!”
“부탁해.”
“네! 저, 개를 좋아해서요!”
‘멍멍!’
“으햐하!”
“좋아, 가자.”
아직 류호가 먹였던 약의 효과가 다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와준 덕분에 정신적으로는 상당히 편안해졌다.
우리들은 건물에서 나와서, 다른 멤버들이 대기하고 있다는 창고로 향했다.
플라티나 제일의 메인스트리트를 벗어나 외곽 쪽으로 걸어가자, 여러 개의 창고들이 늘어서있는 장소가 나왔다.
화려하게 장식된 가게나 시설 같은 것은 보이지 않고, 관광객의 모습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들은 그 창고들 가운데 하나로 다가가,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세심하게 확인하고서 뒷문으로 향했다.
베니시구레의 멤버 중 한 명이 코일을 조작해 뒷문의 록을 해제한다.
창고 안은 공간이 굉장히 널찍했고, 커다란 상자가 쭉 늘어서있었다.
우리들이 안으로 들어가자, 상자의 그림자에서 몇 명이 나와서 모여들었다. 대기하고 있었던 다른 멤버들이다.
코우자쿠는 멤버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무사하게 합류하게 된 것을 멤버들과 함께 기뻐했다.
나도 약의 효과가 떨어져 겨우 움직일 수 있게 되어서, 벽 쪽으로 다가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건 그렇고……,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긴장감에서 해방되어 멍하니 있으니, 멤버들과의 이야기를 마친 코우자쿠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몸은 괜찮아?”
“아아.”
“그래.”
코우자쿠가 내 옆에 앉는다.
지금까지는 정신없이 달려오느라 잊고 있었지만…….
다시금 둘만 남게 되자,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알 수 없게 된다.
코우자쿠도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아오바.”
팽팽한 긴장감으로 들어찬 침묵을 깨고, 코우자쿠가 조용히 나를 바라본다.
“우선 사과하게 해줘. 사과해서 될 일이 아닌 건 나도 잘 알고 있어. 그런데…….”
“정말로, 미안했어.”
“………….”
그 말을 듣고서, 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코우자쿠에 대해서는 이래저래 생각한 것이 많아서……, 말하고 싶은 것도 물어보고 싶은 것도 산처럼 쌓여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코우자쿠에 대해 알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코우자쿠가 나에 대해서 더 알 수 있게끔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만 코우자쿠에게 요구를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제대로 보폭을 맞추지 않으면.
지금까지 코우자쿠가 내게 그렇게 해주었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젠 어렸을 때와는 다르니까.
그것을 위해서도, 내가 느꼈던 것을 솔직하게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우자쿠, 나 말야. 너한테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있어.”
코우자쿠의 얼굴에 희미한 긴장이 스친다.
“나는 오래 전부터 널 알아 와서, 그 때문에 너에 대해서라면 뭐든 내가 이미 다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잠겨있었어.”
“하지만 난……. 전에도 말했지만, 실은 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지.”
“아오바…….”
“나 스스로도 내가 얼마나 교만한 인간이었는지를 생각하면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는 얘기야. 그런데 그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되니까 엄청나게 충격으로 다가와서…….”
“처음엔, 코우자쿠가 왜 나한테 뭔가를 숨기는 걸까 싶었어. 그치만,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닌 거지.”
“너한테는 너의 사정이 있고, 나한테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도 있었을 거고……. 난 우선 그걸 이해하려하지 않았던 거야.”
“그럼에도 한 번은 이해심 좋은 척 하면서, 널 믿고 기다리자고 결심했었어.”
“네가 이야기해줄 때까지 기다리자고. ……그런데 그게 안 돼. 나, 역시 너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싶어.”
“네가 섬에 없었던 사이에,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된 건지를 알고 싶어.”
“아무래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면 괜찮지만……, ……아니.”
“안 괜찮아. 이런 가식은 이제 안 떨어. ……코우자쿠, 말해줘. 네 이야기를, 나한테.”
“………….”
코우자쿠는 복잡해 보이는 얼굴로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만약 이래도 아무것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면, 그때는 깨끗하게 포기한다.
그것이 코우자쿠로부터의 대답인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서야, 코우자쿠가 천천히 얼굴을 들어 나를 보았다.
“……알았어, 이야기할게. 설마 내가 너한테 그런 마음이 들게끔 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다만 널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하나로, 그것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솔직히, 네가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웠던 것도 있어. 하지만 결국은 널 끌어들이고 말았어. 류호도 그 원인의 일부야.”
“여기까지 온 이상 새삼스레 숨길 생각은 없어. 나도 각오를 굳혔어. 그러니까, 들어줘.”
“……아아.”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코우자쿠도 내 눈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엄마랑 이 섬에서 나왔을 때 말야. 그때, 난 본토에 있는 본가로 돌아갔었어.”
“넌 모르겠지만, 우리 본가는 말이지, 사실은 야쿠자야.”
“……그랬구나.”
“아아. 나는 조직의 후계자였어. 후계자라곤 해도 엄마는 첩이지만. 본처가 아이를 못 낳는 사람이여서. 대신에 내가 후계자 자리에 오르게 됐지.”
“그렇지만 난 뒤를 이을 마음 같은 건 추호도 없었고, 엄마도 본처한테 심하게 괴롭힘을 당해서 말야. 그런 것들에 완전히 지쳐버려서, 그래서 이 섬으로 도망쳐왔던 거야.”
“뭐 결국은 다시 소환되고……, 그리고는 이런저런 일이 생겨서. 엄마도 그때 돌아가셨어.”
“………….”
코우자쿠의 어머니, 돌아가셨던 건가…….
코우자쿠가 어머니와 함께 섬에 살던 때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몹시도 상냥하고 아름다운 분이셨다.
갑작스럽게 알게 된 사실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채로 있으니, 코우자쿠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
“……얼굴의 문신은, 아까 처음으로 본 거지.”
“아아. 그치만……, 등에 있는 문신은 알고 있어.”
“봤던 거야? 언제.”
“내가 토했을 때 말야, 내가 네 기모노까지 더럽혀버려서, 그래서 너, 샤워실에서 기모노를 빨았었지.”
“아아.”
“그때, 문이 약간 열려있었어. 샤워하고 있나 싶어서 별 생각 없이 들여다봤는데, 그때…….”
“훔쳐볼 생각은 없었지만……, 미안.”
“……어쩐지, 그랬구나. 별로 신경 쓸 거 없어. 등에 있는 문신을 봤을 때, 놀랐지?”
“아, 조금.”
“등에 있는 것도 얼굴에 있는 것도, 이 문신들은 본가로 돌아갔을 때 했던 거야. 강제적인 거였지만 말이지. 이것들을 새긴 건 그 녀석, 류호다.”
“아버지가 그 녀석을 마음에 들어 해서, 그래서 나한테도 문신을 새기도록 했지.”
“이런 것 따위, 짊어지고 싶지 않았는데. 인과라고 치부해버리면 그걸로 끝일지도 모르겠지만……. 집안의 계보라느니 조직의 후계자라느니 엿이나 먹으라지.”
부아가 치민다는 듯이 말을 내뱉고, 코우자쿠는 한손으로 자신의 앞머리를 흐트러트렸다.
“류호 자식……. 네가 류호랑 말하는 걸 봤을 때부터 경계는 했지만, 설마 그 자식이 정말로 너한테 손을 댈 줄은 몰랐어.”
“좀 전에 네 모습을 봤을 때, 심장이 멈추는 게 아닐까 싶었어. 그래서 그곳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던 거야.”
내가 류호랑 말하는 걸 봤다고?
“그거……, 그 클럽 앞에서 내가 류호랑 이야기했을 때를 말하는 거야?”
“아아. 그 광경이 내 눈에 들어온 건 정말로 우연이었지만 말야. 여기에 온 후로 나는 줄곧 그 녀석을 찾아 헤맸는데…….”
“여기에 처음 왔을 때 우리들한테 말을 걸었던 여자 두 명, 기억나지?”
“아아.”
“그 여자들 중 한 명이, 목에 류호의 문신을 새긴 상태였어. 그 녀석이 새긴 문신은 특징이 있으니까 금방 알 수 있어. 그 녀석 특유의 안개가 낀 것처럼 뿌연 푸른빛이 돌지.”
“그래서 나는 류호가 여기에 있다는 걸 확신하고, 그 여자에게 류호에 대해서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여자랑 만나러 나갔던 거야?”
“아아. 너한테는 미안하지만, 솔직히 그때는 류호 일로 머릿속이 가득 찼었어. 엄마가 돌아가신 후, 그 녀석은 계속 행방을 감추고 있었어.”
“문신에 관한 것도 있었고, 나는 그 녀석을 확 붙잡아서 가만 두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지. 그런데, 그 녀석은 본토에서는 아무리 찾아도 발견되지 않았어.”
“내 마음은 결코 진정되지 않았지만, 나도 언제까지고 이 문제를 질질 끌고 있을 수는 없다고……. 그런 생각이 들어서 다시 미도리지마로 건너왔던 거야.”
“그런데 그 녀석, 갑자기 손이 닿을 법한 곳에 뻔뻔하게 얼굴을 내밀고. 거기다 아오바한테까지…….”
거기서 코우자쿠는 말을 멈췄다. 눈동자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난 류호를 용서할 수 없어. 문신이라는 건 한 번 새기면 완전히 지울 수가 없어. 죽을 때까지 같이 있는 거야.”
“아무리 아버지의 명령이라고는 해도, 그런 걸 새긴 녀석을 용서할 수 있을 리가 없어.”
“그 녀석은 문신을 새기는 짓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어. 뒤집어 말하면 문신 이외에는 뭐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거야.”
“상대방이 눈물을 흘리든 소리를 지르든 희희낙락하면서 바늘을 찌르지. 그 녀석은 인간도 아니야.”
“그리고……, ……엄마가 돌아가신 것의 원인은, 그 녀석에게도 있어.”
“………….”
“사실은 잊어버릴 생각이었어. 아무리 미워하고 원망한다고 해도,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이다음은 시간이 모든 것을 떠내려가게 해줄 것을 기다리는 것뿐이라고.”
“그런데 그 녀석, 이제 와서 천연덕스럽게 얼굴을 내밀고. 사람을 얼마나 병신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거야, 빌어먹을……!”
코우자쿠가 주먹으로 벽을 내리친다. 그 주먹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녀석 생각만 하면 피가 거꾸로 솟아서, 뭐가 뭔지 분간을 할 수 없게 돼버려. 너한테도 폐를 끼치고 말았어.”
“나 스스로도 이상하다는 건 알고 있어. 그렇지만 의도치 않았건 어쨌건 간에, 나는 이 문신을 떠안고 말았어. 그러니까, 이건 내 업이야.”
“이게 있는 한, 내 안의 증오와 분노는 사라지지 않아. 그러니까……, 결착을 짓고 싶어.”
“결착?”
“아아. 나와 그 녀석 사이의, 결착이다.”
“하지만, 이건 전부 내 사정이야. 너하고는 관계없는 일이고, 이 이상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아. 결착도 나 혼자서 짓겠어.”
“………….”
“그러니까 너한테 폐를 끼치지는…….”
“……날 바보 취급하는 거야?”
나는 코우자쿠의 말을 가로막고, 눈동자에 강하게 힘을 실어 코우자쿠의 눈을 응시했다.
“언제, 누가, 네가 폐가 된다는 말 같은 걸 했냐고.”
“………….”
코우자쿠가 당황한 듯이 지면으로 시선을 떨어트린다.
“네 멋대로 내 대답을 정하지 마. 나는 네가 폐가 된다는 생각 같은 거 해본 적 없고, 지금도 그래.”
“지금……, 네 이야기를 듣게 되어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이걸로 가까스로, 내가 널 위해서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아오바…….”
“얼마 전에, 참 오랜만에 어렸을 적 꿈을 꿨어. 밤이 되어도 할머니가 오지 않아서 내가 울고 있고, 그랬더니 네가 날 찾으러 와줬어.”
“넌 항상, 날 찾아내주었잖아? 난 그게 정말로 기뻤어. 그래서 네가 언제나 날 도와주는 히……, 의지할 수 있는 형처럼 느껴졌어.”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가 널 돕고 싶어. 너, 저번에 그렇게 말했잖아. 내가 혼자서 다 끌어안는 습성이 있어서, 말하지 않으면 모르니까 계속해서 말을 하는 거라고.”
“그거, 나도 그렇게 하기로 했어. 네가 혼자 다 끌어안으려고 하면 나에게 의지하라고, 날 끌어들이라고 계속해서 말 할 거야. ……그게 너랑 내 사이의 정이잖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은 나도, 너를 내 일에 끌어들인 형국이고…….”
거기서 말을 멈추고, 나는 코우자쿠의 기색을 살폈다.
코우자쿠는 미간에 깊게 주름을 새기고서 입을 다물었지만, 이내 후 하고 숨을 내쉬고서 미소를 지었다.
“……? 왜 그래.”
“아니. 여기 오기 전에, 뭐든 좋으니까 이야기를 털어놓으라고 너한테 말했던 걸 떠올리니까, 어쩐지 우스워져서.”
“말한 당사자가 그러질 못한다는 게, 최고로 볼품없잖아.”
“우리들, 서로 닮은 걸지도 모르지. 자기 일에 있어서는 완전히 눈뜬장님이 되는 거라든지.”
“그럴지도 모르지. ……어렸을 적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 오랜만에 이 섬으로 돌아와서 널 보았을 때, 실은 상당히 놀랐었어.”
“놀랐어? 뭐 때문에.”
“그렇게 쪼그맸던 네가 다 커서 완전히 어른이 됐구나~ 싶어서.”
“당연하잖아, 그거야.”
“아아. 그치만 정말로 놀랐었어. 내가 모르는 아오바가 있구나 하고.”
“……!”
코우자쿠가 온화한 웃음을 띤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너는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겠지만, 나도 전에 본 적 없는 너의 모습에 당혹감을 느꼈다는 말이야.”
“피장파장이네…….”
“그렇게 되네.”
“그런데 난 섬으로 돌아온 널 봤을 때, 별로 안 놀랐어. 변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너무하네. 전혀 성장이 없었단 건가.”
“그런 게 아냐. 좀 전에도 말했지만, 코우자쿠는 언제나 날 도와주는……, 히어로였으니까 말야.”
“히어로?”
“……그래. 그게 뭐.”
“……어, 어어.”
“그러니까 섬으로 다시 돌아온 코우자쿠도 예전과 다르지 않은, 내가 알고 있는 그대로의 코우자쿠일 거라고 멋대로 착각에 빠졌었지. 그래서 너한테 응석부렸던 거야, 나.”
“……안 변했어, 아무것도.”
나를 보는 코우자쿠의 눈이 가늘게 좁혀진다.
“확실히 우리들은 떨어진 채로 보냈던 시간이 있었어. 하지만, 우리들의 본질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
“다만 어른이 되어서, 쓸데없는 걸 생각하게 되었을 뿐이지. 나는 나. 너는 너야. 그렇잖아?”
“……아아.”
고개를 끄덕이자, 코우자쿠가 싱긋 웃으며 내게로 손을 내밀었다.
“화해의 악수야. 어렸을 땐 자주 했었잖아? 이렇게 손을 잡고서.”
코우자쿠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내 손에 감긴다.
“……그러고 나서 넌, 항상 나한테 이렇게 말했었지.”
“지지 마, 라고.”
“그랬었나.”
“그랬어. 지금도 똑똑히 기억나. 너한테서 그 말을 들으면, 어쩐지 정말로 힘이 솟아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신기했어.”
“……그래.”
코우자쿠가 조금 쑥스러운 듯이 웃는다.
“……응? 너, 이거 왜 그런 거야.”
“뭐가?”
“목 쪽이, 약간 빨개. 벌레한테 물렸다기보다는 두꺼운 바늘로 찌른 것처럼…….”
“코우자쿠 씨!”
베니시구레의 멤버들이 술렁이고, 그 중 한 명이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나도 코우자쿠도 잡고 있던 손을 동시에 놓는다.
“어, 무슨 일이야.”
“그 기모노를 입은 녀석의 뒤를 쫓았던 멤버에게서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녀석은 오벌 타워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오벌 타워…….”
“오벌 타워면……, 플라티나 제일을 관리하기 위한 탑이잖아?”
“정확하게는 관리‘도’ 하고 있지. 실제로는 토우에 재벌의 본사 빌딩이라고 하던데.”
“토우에 재벌의 본사 빌딩? 왜 류호가 그런 곳에.”
“그 녀석, 설마 토우에랑 손을 잡고 있는 건가?”
“!”
코우자쿠의 눈이 날카롭게 빛난다.
“좋아. 우리들도 오벌 타워로 간다.”
“가시죠!”
“그치만 어떻게 안으로 들어가지? 보통은 못 들어가게 되어있을 텐데.”
“들어간다고 한다면 뒷문을 사용해야겠지.”
“그러네요. 기모노 입은 녀석을 뒤쫓았던 녀석의 말을 따르면 종업원용 통용구가 있어서, 그 부근은 경비가 삼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좋아, 그럼 거기서부터 치고 들어갈까.”
“알겠습니다!”
“아오바, 너도 올 거지?”
코우자쿠가 확인하는 듯이 나를 본다.
“안 물어봐도 알잖아.”
“너랑 내 사이니까 말야.”
코우자쿠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어서, 나도 가볍게 웃음을 지어서 그에 화답한다.
지금부터 류호의 뒤를 쫓아서 토우에가 있는 곳으로 쳐들어간다.
생각을 해보니, 조금 묘한 느낌이 들었다.
본디 나와 코우자쿠의 목적은 서로 다른 것이었는데, 최종적으로는 같은 방향으로 모이게 되었기에.
이걸로 토우에의 계획을 멈출 수 있다면…….
“가자!”
“옙!”
우리들은 창고에서 나와, 오벌 타워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