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우! 자! 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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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밍크를 떠올린다 ]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갔다.
복도를 걸어가니, 계단 중간에 앉아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저 뒷모습은…….
내가 말을 걸기도 전에, 뒤를 돌아본다.
“여어.”
“코우자쿠. 뭐 하는 거야, 이런 데서.”
“잠깐 좀.”
나는 계단을 내려가, 코우자쿠보다도 한 칸 위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불이 켜져 있지 않은 탓에 어둑하다.
“실은 산책이라도 할까 했는데, 여기까지 와서는 결단이 안 서서. 잠깐 앉았더니 금방 시간이 지나버렸어.”
“생각할 일이라도 있어?”
“뭐 그렇지. 너야말로 어떻게 된 거야. 잠이 안 오는 건가.”
“……그렇, 네. 이런저런 일이 있었으니까.”
“그보다 너, 정말 무모한 짓을 많이 한다고.”
“러프래빗이 튀어나오질 않나, 이상한 가스마스크가 뒤를 종종 따르질 않나, 급기야는 스크래치까지 튀어나오고.”
“미안…….”
“아, 아니, 미안. 그런 뜻이 아니었어. 나무랄 생각으로 한 말이 아니라, 그……, 뭐냐.”
“아까 타에 씨가 이야기한 것도 있잖아? 그래서 걱정이 된달까.”
“그러네. 너한테는 정말 걱정만 잔뜩 끼치고…….”
“잠깐, 그게 아냐. 내 말은 그런 게 아니라……. 뭐라고 하지, 너, 혼자서 다 끌어안는 구석이 있잖아. 예전부터.”
“그러니까 사소한 일이라도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하고, 널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
“그치만 네가 그런 건 전부터 그래왔던 거니까. 딱히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고.”
“나쁜 건 아닌데 말야. 너, 그런 거 말 안 하면 모르잖아? 그러니까 나도 계속해서 말하는 거라고.”
“……응.”
“미즈키 일도, 너무 신경 쓰지 마. 뭐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겠지만”
“그러는 게 무책임하게 느껴진다면, 내 탓으로 돌려도 괜찮으니까.”
“……고마워.”
코우자쿠는 그 나름대로 내게 힘을 북돋워주려는 것이겠지.
그 마음이 기뻐서, 나는 솔직하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코우자쿠는 곁눈으로 나를 보고는 뭔가 말하고 싶은 듯한 분위기를 풍기다가,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앞머리를 손으로 헝클어트렸다.
“네……, 힘, 스크랩이라고 했나. 그것도 말야, 네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무섭다든지 위험해 보인다든지, 나는 그런 생각 안 하니까.”
“네가 라임을 했었다는 건……, 좀 의외였지만.”
“나도 진짜로 잊고 있었어. 일부러 숨긴 건 아냐.”
“알고 있어. 오랜 시간 널 지켜본 이상,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정도는 알 수 있어. 근데 그 일에 대해서도 너무 죄책감 같은 거 느끼지 말라고.”
“널 책망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고, 무엇보다 제일 힘든 사람은 너일 거고. 지금, 우리들은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밖에는 없어. 단지 그것뿐이야.”
“……고마워.”
코우자쿠의 진중한 말에, 나는 한 번 더 감사의 뜻을 전했다.
코우자쿠가 작게 숨을 내쉬고 웃는다.
“이제부터 플라티나 제일로 쳐들어가는 거라고?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고, 어떻게 될지도 몰라.”
“너도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자고, 휴식을 취해두라고. 알았지?”
“네 말이 맞네, 그래야지. 근데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제대로 쉬라고.”
“오우, 나도 그럴 거니까 걱정하지마.”
“그럼, 잘 자.”
“잘 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올라가 내 방으로 돌아갔다.
코우자쿠와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조금은 마음이 진정되었다.
지금은 아무튼 앞으로 나아갈 일을 생각하자. 이제부터 일어날 일에 집중하지 않으면.
그것이……, 미즈키를 구하는 일과도 이어질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도 가능한 한 잠을 자두자는 생각에, 나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가까스로 졸음이 몰려왔을 때에는, 커튼 너머의 창으로 밝은 빛이 비쳐들기 시작했다.
꾸벅꾸벅 졸고 있으니, 갑자기 코일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전화다.
“네에.”
“아오바 씨? 자고 계셨나요?”
이 목소리……. 에- 누구더라…….
코일 액정에 표시된 이름을 본다.
“……아? 바이러스?”
“네.”
“어-, 무슨 일이야?”
“큰일이에요. 침착하게 잘 들어주세요. 지금 경찰이 아오바 씨 댁을 향해서 가고 있습니다.”
“…………헤?”
단번에 잠이 확 깨서, 나는 무의식중에 코일에 얼굴을 바싹 갖다 댔다.
“뭐 때문에.”
“모르겠어요. 단 꽤 많은 숫자가 출동한 것 같아요.”
“진짜야……?”
“아무튼 도망치거나 숨으세요. 저희도 경찰이 움직인 탓에 조금 시끄러워져서. 또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겠습니다.”
“아오바 씨, 부디 조심하세요.”
바이러스로부터 걸려온 전화가 끊긴다.
뭐지? 경찰?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때, 어렴풋하게 방 안을 비추는 정도였던 창밖의 빛이 갑자기 강해졌다.
아침을 넘겨버리고 낮이 된 것처럼 밝다.
“……?”
침대에서 내려와 창문으로 다가가, 커튼을 살짝 걷어본다.
“……윽, 눈부셔…….”
눈을 뜨고 있을 수 없다. 얼굴을 찡그리며 창밖을 본다.
아직 옅게 안개가 낀 이른 아침의 거리를 배경으로, 경찰 차량과 경찰관들이 집 앞에 주르륵 늘어서서 북적대고 있었다.
“아-, 아-, 아----. 냉큼 나와라-! 여기에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이 테러리스트 녀석들!!”
“…………하!?”
이 목소리……, 아쿠시마다.
“아---, 너희들의 죄목은 이렇다! 불법침입, 기물파손, 그 외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온갖 범죄를 통틀어 전부다!!!”
“당장 나와라! 세라가키 아오바와 그 일당들!!!”
“!”
풀 네임으로 호명되어서, 이 소동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그건 그렇고, 테러리스트? 어째서 그렇게 된 거냐고!
나는 옷을 갈아입은 후 렌을 기동시키고, 곧장 1층으로 내려갔다.
거실에는 할머니, 코우자쿠, 밍크, 노이즈, 클리어, 그리고 하가 씨와 요시에 씨가 있었다.
“아오바…….”
“마스터!”
“할머니! 어쩐 일인지 밖에 경찰관이 엄청 많이 있는데, 그것도 내 이름을 막 부르는데…….”
“성가시게 되었구나…….”
“잠깐 아오바쨩!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타에 씨께 부탁받은 일의 준비가 끝나서 왔습니다만……, 어쩐지 엄청난 일이 일어난 것 같군요.”
“저 녀석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들은 아오바쨩 편이니까 말야!”
“그렇고말고요!”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저도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어서…….”
“토우에겠지.”
“토우에……?”
“네가 어제, 스크랩을 사용한 것을 모르핀인지 뭔지 하는 녀석들이 보고한 거겠지. 곧바로 너한테 흥미를 보였다는 건가.”
“빨리 나와라-----!!! 안 나오면 이쪽에서 쳐들어가겠다! 괜찮겠지! 좋아! 돌격 준비다-------!”
“너희들, 빨리 뒷문으로 도망가거라!”
“저 녀석, 한다면 진짜로 한다고.”
“여기는 저희들이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그러니 아오바 군과 친구 분들은 어서 뒷문으로 나가세요!”
“그래! 나쁜 짓만 잔뜩 해대고 시민의 지팡이 노릇이라곤 요만큼도 안 하는 경찰 따위 확 날려버릴 테니까 말야!”
“하가 씨, 요시에 씨……. 할머니도, 고마워요.”
“도---올겨-----억!!!”
“아오바, 가자!”
우리들은 부엌의 뒷문을 통해 집 밖으로 나갔다.
교대하듯이, 경찰관들이 집 안으로 들이닥치는 소음이 전해져온다.
할머니도 하가 씨도 요시에 씨도……, 모두들, 미안……!
부디 무사하게 있어줘……!!
뒷문에서 나와, 우리들은 담과 담 사이의 좁은 길로 들어갔다.
그곳을 빠져나가, 조금 넓은 뒷길로 나온다.
“그쪽은 경찰관이 있습니다! 발소리가 들립니다!”
클리어가 소리친 대로, 앞쪽에서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있다! 이쪽이다!”
“……윽.”
들켰다……!
이런 곳에서 궁지에 몰리게 되면 일망타진이다.
“뭉쳐있지 마라! 흩어져!”
밍크의 말을 따라, 우리들은 뿔뿔이 흩어져 달리기 시작했다.
“아오바!”
코우자쿠가 나와 같은 방향으로 달려와서는, 옆에 나란히 선다.
“일단 달리자!”
“아아!”
어디를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 것인지 확인할 여유도 없이, 우리들은 계속해서 골목길 위를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도중에 발을 멈추고, 주위의 낌새를 살핀다.
뒤를 쫓아오는 발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따돌린 건가……?
“하아, 하아, 하아……, 하…….”
“하아, 하아, 하…….”
나와 코우자쿠는 가까이에 있는 벽에 기대어, 잠시 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거친 숨을 이어나갔다. 폐가 터질 것 같다.
“……?”
차츰 호흡이 진정되기 시작했을 때, 코일이 울렸다.
‘게임 어플리케이션 송신이다.’
“또!? 아니 이런 때에……!?”
코우자쿠의 코일에서도 소리가 났다.
“……응? 나한테도 뭔가 왔는데.”
‘아오바랑 똑같은 거 아냐? 게임 어플리케이션 송신이라고.’
“진짜로……!?”
‘아무래도 자동으로 재생되는 타입인 것 같다.’
“에……!”
“뭐지 이거. 뭔지 잘 알 수 없는 게임이네. 플레이도 할 수 없고.”
“너한테 온 건 이번이 처음이야?”
“아아. 본 적 없어, 이런 거.”
“말했었잖아? 데모 무비만 송신되어오는 게임이 있다고.”
“그게 이거였어?”
“근데, 이 마지막의 초대장이란 건, 이걸로 플라티나 제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건가?”
“응? 초대장? 나한테는 그런 거 안 왔는데.”
“봐봐, 이거.”
나는 코우자쿠에게 초대장을 보여주었다.
“확실히 초대장 같긴 하네.”
“나한테만 온 건가.”
게임 내용도 또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거였고…….
……아니, 그렇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할머니가 납치됐었던 거, 역시 이 게임이 그걸 예언했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설마.”
“그치만 게임 내용이랑 거의 똑같은 일이, 그 뒤에 실제로 일어졌어.”
“……그럼, 이번 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동굴, 보물 상자, 열쇠, 커다란 문…….”
“뭐 게임이야 어쨌든, 그 초대장은 가짜가 아닐지도 모르겠는데. 진짜로 플라티나 제일로 초대한다는 건가.”
……이번엔 메일 수신이다.
-
하가 씨 / 플라티나 제일로 가는 지름길.
실은 제가 안내할 생각이었습니다만, 예정 변경입니다. 북쪽 지구의 D-86까지 와주세요. 거기서 합류하죠.
-
메일에는 이미지 파일이 첨부되어 있다. 구 주민구의 지도다.
플라티나 제일 외벽 왼쪽 가장자리 부근에 붉은색 점이 찍혀있다.
“하가 씨랑 합류한다. 가자.”
“좋아.”
우리들은 일단 하가 씨와 합류하기로 한 장소로 가기로 했다.
지정된 장소는 북쪽 지구 변두리에 있는 지하통로의 출입구로, 그곳에는 부서진 바리케이드가 겹겹이 쌓여있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하가 씨가 이미 그 자리에 나와 계셨고, 내게 호신용으로 개조된 스턴 건을 건네주셨다.
하가 씨의 말에 따르면, 이 지하통로는 원래 플라티나 제일을 건설할 때 사용했던 운반용 통로인 것 같다.
본디 플라티나 제일은 섬 전체를 통째로 오락시설로 만들 예정이었던 듯, 구 주민구에도 공사용 물자를 운반하는 통로가 만들어지기는 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계획이 좌절되어 통로만 남게 된 것 같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존재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거의 사라지고 말았지만, 여하튼 이 통로를 빠져나가면 플라티나 제일의 게이트 앞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썩어들기 시작한 계단을 내려갔다.
통로 안은 어둡고, 터널과도 같은 외줄기 길이 아주 길게 이어져있었다.
묵묵히 길을 걸어가자 그 끝에 계단이 나오고, 그것을 올라가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장소로 나왔다.
거대한 백색 게이트가 눈앞에 우뚝 솟아있다.
이게……, 플라티나 제일의 게이트인가.
……정말로 여기까지 발을 들여도 괜찮은 걸까?
역시 함정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스쳤지만, 그럼에도 우리들은 걸음을 내딛었다.
“!”
게이트가 열리자, 요란한 팡파레와 폭죽 소리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뭐야……?”
“어서 오세요! 일본 최대, 최고급의 사랑과 꿈이 가득한 힐링 오락시설, 플라티나 제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귀여운 건지 안 귀여운 건지 잘 분간이 안 되는 팬더가 걸어 나와, 우리들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그 뒤로 다섯 개의 하얀 문이 보였다.
“여기는 선택받은 사람밖에는 들어갈 수 없는 지상 낙원이야! 부디 마음속 깊은 곳까지 리프레~시될 때까지 즐겁게 지내다 가!”
“지상 낙원……?”
“수상쩍음이 만발하는데.”
우리들의 반응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팬더가 춤을 추면서 벽에 붙어있는 버튼을 눌렀다.
“자아~ 그럼, 우리 친구들이 갈 곳은 어디가 될까나? 두근두근 룰렛, 스타트!”
“오오 과연, 우리 친구들이 갈 곳은 플레임 윌로우야! 자, 이쪽으로 오세요!”
팬더가 가장 왼쪽에 있는 문 앞에 서서, 양손을 흔들며 춤을 춰댄다.
“여기는 정열적이고 유쾌 통쾌한 친구들이 잔뜩 모여 있는 에리어야! 분명 너무 즐거워서 우리 친구의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쉴 새 없이 쿵쾅거릴 걸!”
“그런 기대를 가득 안고서, 잘 다녀와~!”
“하아? 대체 뭐야 저 팬더. 의미를 모르겠네.”
“아무튼 간에, 여기서부터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조심하지 않으면.”
“아아.”
이것이 함정일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되돌아갈 수는 없다.
“문 옆에 있는 인증 모니터에 입장 티켓, 또는 초대장을 대줘~!”
“초대장이면, 이건가.”
나는 코일로 초대장을 띄우고 모니터에 가져다댔다.
“플라티나 ID의 인증이 끝났습니다. 아오바 님과 그 외 한 분, 플라티나 제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입장 수속을 개시하겠습니다.”
“동행하신 분의 게스트 ID를 발행하겠습니다. 동행하신 분께서는 코일을 모니터에 대주십시오.”
코우자쿠가 코일을 모니터에 댄다.
“인증이 완료되어 게스트 ID를 송신했습니다. 모든 권한은 플라티나 제일에 귀속됩니다.”
“게스트 ID만으로는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주십시오.”
“자세한 사항은 초대장의 서비스 항목을 봐주십시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문을 빠져나가자, 온통 붉은 색채로 뒤덮인 장소가 나왔다.
뭐랄까……. 건물의 디자인이 과거의 일본을 연상시키는 느낌이라, 조금 독특한 분위기다.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다. 일단 이런 건 구 주민구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플라티나 제일은 날씨와 시간대가 컨트롤되고 있고, 기본적으로는 언제나 밤이라는 설정인 것 같다.
매일을 축제 기분으로 보내기 위해, 또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컨셉이 있는 모양인 것 같은데…….
정면으로 보이는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서있는 것은, 플라티나 제일을 상징하는 탑이다.
“저게 오벌 타워…….”
소문으로 들은 적은 있었지만, 실물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플라티나 제일의 상징……. 감시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어쩐지 불쾌한 느낌이다.
“플레임 윌로라 이거지…….”
코우자쿠가 에리어의 이름이 적힌 간판을 올려다보고, 주변을 유심히 쳐다본다.
“왠지 묘한 분위기네. 지금으로선 어디가 어딘지도 전혀 모르고, 일단 정보를 모으지 않으면 안 되겠군.”
“그러네.”
“그 초대장에는 이 에리어에 대한 설명 같은 건 안 적혀있었어?”
“한 번 봐볼게.”
코일로 초대장에 첨부되어있던 지도를 연다.
“플라티나 제일의 지도인가. 이 마크되어있는 곳은?”
‘체류 기간 동안 머물 숙박시설이 있는 곳이겠지.’
“곧바로 가보실까나.”
“아아. 렌, 이 시설까지 길 안내를…….”
“어머.”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자, 두 명의 여자가 서있었다.
둘 다 요란한 차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얼굴이나 동작에서 어딘지 모르게 고상한 분위기가 감돈다.
플라티나 제일의 손님인 걸 봐서도, 어디 돈 좀 있는 집안의 아가씨들이겠지.
“당신, 멋진 옷을 입고 있네요.”
여자 중 한 명이 코우자쿠를 지그시 응시하며, 손끝으로 코우자쿠의 기모노를 슬쩍 가리켰다.
갑자기 말을 걸어와서 코우자쿠랑 아는 사람인가 싶었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아아, 별말씀을.”
“귀여운 새까지 데리고.”
“이 녀석은 베니라고 하지.”
‘오우.’
“당신들, 아직 여기 온 지 얼마 안 된 거야?”
“그보단 지금 막 온 참이라.”
“그렇지?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길래 그렇지 않을까 싶었어.”
“뭐어, …………!”
코우자쿠가 여자들의 비위에 맞춰 웃으려 하다가, 그 중 한명에게 시선을 모았다.
여자의 목 부분에는 검고 커다란 거미 모양의 문신이 새겨져있다.
그보다 크기가 작은 금색의 거미가 그 위를 기어갔다.
금색 거미는 올메이트겠지.
“왜 그러실까?”
코우자쿠의 시선을 눈치 챈 여자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코우자쿠는 곧바로 억지웃음을 지었다.
“아아, 미안. 내가 그만 넋을 잃고 봤네.”
“어머.”
“나한테 흥미가 있는 거야?”
“그거야, 남자라면 모두 여자에게 흥미가 있겠지.”
“우후후.”
“재미있는 사람이네.”
여자들이 즐겁다는 듯이 깔깔 웃는다.
“우리들, 지금부터 파티에 갈 거야. 파티라고 해도 딱딱하게 격식만 차리는 건 아냐. 느긋하게 놀 수 있는 곳이지.”
“만약 괜찮다면, 당신도 같이 가는 건 어떨까.”
“………….”
여자의 권유에 코우자쿠가 입을 다문다.
어차피 바로 거절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코우자쿠는 좀처럼 대답을 하지 않는다.
어이어이, 설마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여자가 좋다고 해도 역시 이건 좀 곤란하다고…….
“여기는 낙원, 우리들은 이곳에 이끌린 인간들이지. 말하자면 가족과 다를 것이 없어. 그러니까 몸을 사릴 일은 전혀 없어. 마음 편히 있어.”
“……그 말대로네. 그렇다면 날 데리고 가주겠어?”
“……헤!?”
뭐라고……!?
예상치도 못했던 대답에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어이, 코우자쿠……!”
소리를 내서 이름을 부르자, 코우자쿠가 내 귓가로 얼굴을 가까이 댔다.
“정보라는 건 저런 데서야말로 얻을 수 있는 거라고. 맡겨둬.”
“그런 게 아니라…….”
“걱정하지 말라니까. 코일로도 연락은 가능한 것 같고. ……읏샤.”
코우자쿠가 빠른 손놀림으로 코일을 조작한다. 곧바로 내 코일이 울렸다.
-
코우자쿠 / (제목 없음)
나중에 방금 얘기했던 시설로 갈게. 지도 보내줘.
-
“………….”
“저 아이는 괜찮은 거야?”
“아아, 나만 갈 거야. 혼자서 독점하고 싶으니까 말이지.”
“후후.”
“그럼.”
“코우자쿠……!”
코우자쿠는 양옆에 선 여자들의 어깨를 끌어안고, 내게 등을 돌리고서 서둘러 걷기 시작했다.
………….
홀로 남겨진 나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코우자쿠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수밖에는 없었다.
“……뭐, 뭐야 진짜 저 녀석…….”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건 좀 심하지 않아? 그치 렌.”
어이가 없어서 가방에서 얼굴을 내민 렌에게 동의를 구한다.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까지 환장할 거라고는 생각 안 하잖아 보통.”
‘코우자쿠답다고 한다면 코우자쿠답지만……. 지금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다.’
“저 녀석도 그걸 알고 있을 텐데 말이지. 정보 수집 차라고는 했지만…….”
‘코우자쿠가 그렇게까지 생각이 얕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말야…….”
렌에게 푸념을 늘어놓으며, 나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생각, 사실은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 코우자쿠에게 조금 실망한 기분이다.
설마 이 상황에서 진짜로 여자를 선택할 줄은 몰랐고…….
……어쩐지, 이런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 없게 된다.
“뭐어,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지. 난 나대로 정보를 수지하러 가볼까.”
‘아아.’
나는 플라티나 제일의 지도에 의지해, 에리어 안을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이곳저곳 둘러보고 있으니, 어떤 선전이 유독 눈에 띄었다.
‘특별기념 이벤트.’
대규모의 전자 포스터와 큼지막한 광고 모니터로 선전하고 있으니, 보기 싫어도 시야에 들어온다.
할머니가 말했던 이벤트라는 건 아마도 이거겠지. 이 이벤트는 가두는 편이 좋을 듯한 느낌이 든다.
……결국, 에리어 안을 돌아다녀서 손에 얻은 유력한 정보는 그 정도에 불과했다.
그것 말고는 플라티나 제일과 토우에를 칭송하는 문구투성이라 진절머리가 났다.
“……조금 피곤해졌어.”
‘줄곧 움직이기만 했으니 그렇겠지.’
“응. 그 숙박시설이라는 데에 가볼까. 렌, 안내 부탁해.”
‘알았다.’
나는 정보 수집을 마치고, 숙박시설로 향하기로 했다.
도중에 적당한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가볍게 먹을 것을 샀다.
배가 고프면 조금만 일이 있어도 금세 짜증이 나는 법이고, 공복감을 해소하는 건 꽤나 중요한 사항이다.
패스트푸드라고 해도 여기는 플라티나 제일이다. 가게는 역시나 구 주민구의 패스트푸드점보다도 훨씬 세련되어서, 안으로 들어가는 게 조금 기가 꺾이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어떻게 무사하게 먹을 것을 구입해, 나는 렌의 안내로 가까스로 목적 장소까지 도착했다.
그곳은 숙박시설이 모여 있는 구역인 듯, 몹시도 호화로운 저택들이 그곳에 처마를 잇대고 늘어서 있었다.
그 가운데서, 우리들이 머물 곳은 끄트머리 쪽에 있는 자그마한 건물이었다.
외관은 다른 건물들과 똑같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풍겼다.
문 위쪽에는 ‘글리터’라고 쓰인 플레이트가 내걸려있다.
옆 건물에도 다른 단어가 쓰인 플레이트가 있으니, 이게 이 건물의 이름인 거겠지.
나는 문 옆에 있는 인증 모니터에 코일을 대고, 앤티크한 손잡이를 돌렸다.
안으로 들어가고서는……, 깜짝 놀랐다.
밖에서 보기에도 고풍스럽다 싶었지만, 내부 장식은 훨씬 더 클래식한 느낌이 강했다.
커다란 시계와 테이블, 소파가 있고, 가구는 전부 다 세심하게 손질이 된 골동품으로 보인다.
“엄청나네…….”
안쪽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 2층으로 가본다.
2층은 계단을 다 올라가면 바로 나오는 공간에 거실이 들어서있고, 그 안에는 TV와 자그마한 바 카운터, 소파가 있었다.
그 옆쪽으로 이어진 복도에는 몇 개의 방이 있다. 아마도 침실이겠지.
2층을 쭉 둘러보고서, 나는 1층으로 돌아와 소파에 앉았다.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샀던 패스트푸드를 테이블 위에 펼쳐놓는다.
플라티나 제일이니 패스트푸드도 비쌀 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렇지도 않았다.
그건 그렇고, 이곳의 패스트푸드는 어떤 맛이 날까.
햄버거를 집어 들고, 한 입 깨물어본다.
……음. 어쩐지 고기의 식감이 조금 다르네.
뭐가 다른지 정확하게는 이야기할 수 없지만, 더 고급스러운 맛이 난다고 할까……. 딱히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늘 먹어오던 구 주민구 패스트푸드의 조악한 맛이 갑자기 그리워진다.
나는 느릿느릿 햄버거를 먹으며 코일을 확인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먹을 것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이에 코우자쿠에게 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은 아직 오지 않았다.
“정말 어떻게 된 거야? 이 녀석.”
여자의 어깨를 끌어안고서 떠나는 코우자쿠의 뒷모습을 떠올리고, 마음이 복잡해진다.
특별기념 이벤트란 것에 대해서도 의논하고 싶은데…….
“너무 그렇게 팔랑팔랑 여자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면 오랫동안 쌓아올린 신뢰도 없어져버려요~ 라고. 바보.”
불평을 늘어놓으며, 나는 묵묵히 눈앞의 음식을 처리해갔다.
먹을 것을 전부 먹어치운 뒤, 나는 소파에서 잠시 동안 선잠을 잤다.
잠에서 깨어 코일에 표시된 시계를 보니, 이미 날짜가 바뀐 상태였다. 동이 틀 시간에 가깝다.
코우자쿠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 같다.
“이 녀석, 진짜 뭐 하는…….”
그때, 현관문이 열렸다.
나는 소파에서 벌떡 몸을 일으키고 그쪽을 보았다.
코우자쿠…….
“……자고 있었어? 미안. 깨워버렸네.”
코우자쿠는 나를 보고는, 겸연쩍은 듯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나는 그 직전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현관에서 들어왔을 때, 코우자쿠는 완전히 피폐해진 듯한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코우자쿠로서는 별일이랄까, 그다지 본 적이 없는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돌아오면 따끔하게 한 마디라도 말해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늦어버렸네, 미안.”
“………….”
“아오바?”
“아, ……음. 정말 많이 늦었네. 뭐 하고 있었던 거야, 너.”
“뭐 조금.”
뭐 조금, 이라니…….
코우자쿠는 그 이상 설명하려 하지 않고, 계단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어이, 잠깐 기다려.”
코우자쿠가 발을 멈추고 돌아본다.
“정보는? 그것 때문에 갔던 거잖아.”
“……아아. 역시 초장부터 큰 걸 물어볼 수는 없어서. 수확 제로야, 미안.”
“………….”
……뭐야, 그게.
역시 울컥 화가 치밀어서, 나는 코우자쿠를 가볍게 노려보았다.
“……코우자쿠. 잠깐 얘기 좀 해도 되겠어?”
“……아아.”
“네가 어디서 뭘 하든 난 딱히 상관 안 할 거고, 여자랑 놀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 된다고 생각해.”
“근데, 그렇지 않아도 이제부터 위험천만한 일들이 벌어지게 될 것 같은 때에……. 뭐랄까, 너도 알 거 아냐. 잘은 말 못하겠는데, 분위기라든지 그런 거.”
내가 약간 추궁하는 어조로 말을 하자, 코우자쿠는 미안한 듯이 눈꼬리를 아래로 내렸다.
“……그 말이 맞네. 그만 안 좋은 버릇이 나오고 말았어. 괜히 걱정시켜서 미안.”
“뭐……, 딱히 그렇게 사과할 것까진 없지만 말야.”
솔직하게 사과를 하는 코우자쿠에게 더 강하게 쏘아붙일 수 없게 되어서, 거북한 침묵이 흘러든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 없어서, 나는 억지로 다른 화제를 입에 올렸다.
“그건 그렇고 너, 밥은 먹은 거야?”
“아아, 먹고 왔어.”
“그래.”
“근데 말야, 이 건물…….”
코우자쿠가 실내를 휙 돌아본다.
“이런저런 의미에서 굉장하네. 외관이랑은 전혀 딴판이고.”
“아아, 나도 처음 봤을 때는 놀랐어.”
“2층에는 가봤어?”
“침실이 있어.”
“그래. 그럼 바로 눈 좀 붙일까.”
채 털어낼 수 없는 어색함으로부터 도망치는 듯이, 코우자쿠가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올라가는 도중에 발을 멈추고 내 쪽을 돌아보았다.
“너도 소파 말고, 제대로 방에 들어가서 자라고. 뭐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럼, 잘 자.”
코우자쿠는 그대로 2층으로 올라가, 복도 안쪽으로 걸어갔다.
“………….”
나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으로 2층을 쳐다보았다.
이런 시간까지…………. 저 녀석, 어디서 뭘 하고 있었던 거지?
그것에 대해서 대충 얼버무린 점에서는 솔직히 화가 났지만, 그보다도…….
코우자쿠의 낌새가 조금 이상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는 말이 피상적이랄까, 서먹서먹하달까…….
여자를 상대하다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렇다고 해도 자업자득이다.
여자 문제 같은 건 나한테는 관계없는 일이고…….
또 가슴이 갑갑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1층으로 올라갔다.
코우자쿠와 같은 방에 들어가지 않게끔, 사람의 기척이 들지 않는 곳을 확인하고서 방 안으로 들어간다.
실내는 그렇게 넓지는 않지만 잘 정돈이 되어서 깨끗했다. 침대 위로 털썩 몸을 날린다.
……정말이지 대체 뭐냐고. 코우자쿠 녀석.
오늘만 해도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혼잣말을 머릿속으로 흘리고, 천장을 바라본다.
이것저것 생각하는 사이에, 몸이 피곤했던 탓도 있어 점점 졸음이 몰려왔다.
좀 전에도 소파에서 눈을 붙였지만, 역시 침대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몸이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다.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것이 힘들어져서……, 나는 천천히 의식에서 손을 놓았다.
다음날 아침은, 꽤나 이른 시간에 눈이 떠졌다.
그렇다기보다도 눈이 떠지고 말았다.
무언가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
소리는 1층에서 들려왔다.
1층……, 현관?
침대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나와 계단에서 아래를 들여다본다.
……현관문이 지금 막 닫힌 참이었다.
코우자쿠 말고는 밖으로 나갈 사람이 없다.
코일을 보니, 아직 이른 아침 시간이었다.
저 녀석…….
내 안에서 코우자쿠에 대한 불신감이 조금씩 커져간다.
“……렌. 코우자쿠, 어디로 간 것 같아?”
나를 따라서 방에서 나온 렌에게 질문을 던진다.
‘알 수 없다.’
“지금부터 엄청 껄끄러운 말을 할 건데, 괜찮겠어?”
‘뭐지?’
“코우자쿠의 뒤를 쫓을 거야.”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할 수 없는 판단인데.’
“아니 명백히 이상하잖아. 플라티나 제일에 아는 사람이 있을 리도 없고. 말도 안 하고 살금살금 나가질 않나.”
‘확실히 그 말대로지만…….’
“단순히 아침으로 먹을 걸 사러 나간 거였다거나 하면, 그건 그것대로 오케이. 자, 가자.”
나는 렌을 가방에 넣고, 재빨리 준비를 하고서 글리터에서 뛰쳐나갔다.
이런 짓, 실은 썩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망설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오바, 저쪽이다.’
렌의 목소리에 얼굴을 돌리니, 조금 떨어진 곳을 걸어가는 붉은 기모노를 걸친 뒷모습이 보였다.
“………….”
어떻게 봐도 아침으로 먹을 음식을 사러 나가는 분위기는 아니로군…….
그렇다면 어디로 가는 거지? 산책인가? 아니면…….
어제 만났던 여자를 보러 가는 건가?
설마……, 내가 어제 주의를 줬다고 해서 나한테는 말도 없이 나간 건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려나.
아직 코우자쿠가 어디로 가는 건지 확실히 파악이 안 된 상황이고, 일방적으로 단정을 짓기에는 이르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내 안의 불신감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오바, 사고가 혼란해진 상태다.’
“……알고 있어.”
코우자쿠는 코우자쿠 나름대로 뭔가 생각이 있는 것이겠지. 그러니까 믿고서 기다리면 된다.
나도 이런 괴상한 짓을 할 것이 아니라, 어서 토우에에 대한 정보를 모으러 가야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역시 신경이 쓰인다. 코우자쿠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코우자쿠를 의심한다기보다도……, 코우자쿠가 향하는 곳이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라서, 그것을 제대로 확인하고서 안심하고 싶었다.
죄악감에 내몰리며, 나는 코우자쿠에게 눈치 채이지 않도록 하며 뒤를 쫓았다.
……결국, 코우자쿠는 어제 만났던 여자와 합류했다.
여자는 코우자쿠의 옆에 착 달라붙어, 팔짱을 끼고 걷기 시작했다. 역시 만날 약속을 했던 것이겠지.
어제는 둘이었지만, 오늘은 한 명밖에 없다. 분명, 목에 문신을 한 여자다.
나란히 서서 걸어가는 모습은 평범한 커플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은 메인스트리트를 유유히 걷고서, 도중에 옆길로 빠졌다. 놓치지 않게끔 그 뒤를 따라간다.
좁은 길을 통과해, 네모난 상자 같은 건물 앞으로 나왔다. 두 사람이 그 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좁은 길에서 막 빠져나온 지점에서 발을 멈추고, 그 네모난 상자를 바라보았다.
건물의 표면에는 간판이나 안내 같은 게 전혀 나와 있지 않고, 문 앞에 수트를 입은 체격이 건장한 남자가 서있을 뿐이다.
어떤 건물인지는 전혀 알 수 없다. 다시 말해, 겉으로 드러내서 선전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겠지. 그런 쪽의 업소는 대체로 그렇다.
“……코우자쿠.”
역시……. 코우자쿠는 어제 만났던 여자와 만나기 위해, 나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외출한 것이다.
단순한 기우로 끝나길 바랐던 불안이 낙담으로 변한다.
이렇게까지 해서 그 여자랑 만나고 싶었던 건가?
그 정도로 홀딱 빠져든 거라면 당당하게 그렇다고 이야기하면 될 것을.
나보고는 무슨 이야기든 털어놓으라고 했었잖아…….
“설득력 제로잖아…….”
‘아오바…….’
분노보다도 탈력감이 찾아든다.
코우자쿠가 여자랑 같이 들어간 이 장소……. 대체 뭐하는 데지?
내가 건물로 다가가자, 문 앞에 있던 수트를 입은 남자가 제지하는 듯이 팔을 뻗었다.
“회원증은 소지하고 계십니까?”
“아뇨.”
“이곳은 회원제입니다. 회원이 아니신 분은 입장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이 안에 있는데요.”
“돌아가 주십시오.”
“아니, 그치만.”
“돌아가 주십시오.”
……틀렸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질 않는다.
여기선 일단 후퇴하자.
……!
뭐지……!?
지금, 머리카락에 자극이…….
뒤를 돌아보려 했더니, 갑자기 누군가가 내 어깨를 끌어안았다.
“!?”
누구지? 이 녀석…….
“기다렸지. 일이 늦게 끝나서, 실은 나도 아직 안에 안 들어가고 있었어. 연락하면 좋았을걸.”
“에?”
“이 사람, 내 일행이니까.”
“저기.”
“알겠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앞길을 가로막고 있던 남자가 팔을 무르고, 깊숙이 머리를 숙인다.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상황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상태에서, 나는 생면부지의 남자에게 어깨를 끌어안긴 채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를 지나치면 바가 있고, 그 끝에는 넓은 플로어가 이어져있었다. 커다란 음량의 음악과 묘한 향기가 몸으로 휘감긴다.
형광색의 라이트가 어둑한 공간 속을 날아다니고, 수많은 남녀들이 춤을 추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뭔가를 마시고 있다.
흔히 말하는 클럽이라는 건가.
……그보다, 지금의 화두는 이 수수께끼의 남자다.
나는 어깨를 끌어안는 손에서 벗어나, 다시 한 번 남자를 보았다.
“아아, 미안. 갑자기 놀라게 해서.”
플로어를 가로지르는 조명에 맞춰, 남자의 시원스러운 이목구비가 떠오른다.
언뜻 보고서는 내 또래인가 싶었지만, 어쩌면 나보다 연상일지도 모르겠다.
남자가 기모노를 입고 있어서, 그것을 보고 코우자쿠를 떠올렸다.
이 남자의 기모노는 파란색이니 코우자쿠와는 정반대다. 목에도 파란 문신이 새겨져있다.
게다가 지금은 웃고 있어서 부드럽게 보이지만, 날카롭게 째진 눈은 어딘지 모르게 여우를 연상시켰다.
“네가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것 같아서, 그만 아는 척을 하고 말았지만. 안으로 들어오고 싶었던 거잖아? 아니야?”
“그건……, 맞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좋은 일 했네.”
남자가 싱긋 웃는다. 여우같은 눈이 완전히 실처럼 가늘어져서 인상이 어려졌다. 연령불명이다.
“저야말로 죄송해요. 감사합니다. 그치만, 어째선가요?”
“뭐가?”
“절 안으로 들여보내주신 거요. 이전에 뵌 적이 있거나 한 건 아니죠?”
“응. 아무런 연도 없는 남이지.”
“그럼 어째서…….”
“그렇게 물어봐도 말이지. 단순한 변덕이니까 말야.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사람을 눈앞에 두고서 나만 쏙 들어가는 것도 썩 기분이 좋은 일은 아니잖아.”
“그러, 신가요.”
“뭐, 여하튼 변덕으로 그런 거야.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라니까. 여기는 낙원이야. 모처럼 들어왔으니까 잔뜩 즐기다 가라고. 아, 맞다.”
남자는 기모노의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카드를 꺼냈다.
“이게 있으면 언제든 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으니까. 챙겨둬.”
“에, 그치만.”
“괜찮아 괜찮아. 받을 수 있는 건 받아두라고.”
“하아…….”
거절하려고 했지만, 남자가 기세 좋게 밀어붙여서 그대로 받아들고 말았다.
“그럼 나는 다른 데로 가볼 테니까. 또 봐.”
남자가 상냥하게 손을 흔들고, 인파 속으로 사라져갔다.
“뭐였지, 대체…….”
‘단순히 친절한 사람인 게 아닐까?’
“완전 수상쩍었다고. 게다가 이 카드……. 어떻게 하지, 이거.”
‘일단 가지고 있으면 돼. 아니면 지금부터 뒤를 쫓아가서 돌려주고 올까?’
“뭐, 그것도 너무 야박한 것 같네.”
확실히 그 남자 덕에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고…….
나는 손 안으로 만지작거리던 카드를 겉옷의 주머니에 넣었다.
……이제, 수수께끼의 남자가 등장한 덕에 삼천포로 빠지긴 했지만, 다시 코우자쿠를 찾지 않으면.
리듬에 맞춰 해초처럼 흐늘흐늘 춤을 추는 무리의 틈바구니를 빠져나와, 플로어 이곳저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어둑한데다 라이트가 깜박거리는 탓에, 사람의 얼굴을 잘 분간할 수 없다.
그건 그렇고, 이 리듬…….
미묘하게 어긋난 템포와 마치 이를 가는 소리와도 같은 전자음이 불안정하게 뒤섞여서, 눈이 어질어질 한다.
기묘한 부유감 가운데, 소리의 압력이 뇌로 꽂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나쁘다.
“…………윽.”
소름이 쫙 돋는 감각이 들고, 서서히 토기가 치밀어올랐다. 손으로 입을 막는다.
위험하다, 멀미라도 하는 걸까…….
이 현기증 같은 빛과 음악, 다른 녀석들은 괜찮은 건가?
주위를 잘 살펴보니, 이 녀석도 저 녀석도 황홀하게 도취된 표정으로 몸을 흔들고 있다.
반나체 상태로 춤을 추거나, 개중에는 구석진 곳에서 본방을 치르는 녀석들도 있다.
혹시 이거…….
……광마약인가?
확실히 최신형 마약인지 뭔지로, 구 주민구에서도 소문이 났었던 물건이다.
흥미가 없으니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빛을 이용해서 부작용 없이 황홀경을 체험할 수 있다던가 뭐라던가…….
이 기괴한 음과 빛. 꽤나 견디기 힘들다…….
플로어 전체가 보랏빛의 연기로 완전히 뒤덮여있는 것처럼 보여서, 어디가 바닥이고 어디가 천장인지 점점 알 수 없게 된다.
‘아오바, 괜찮아?’
“……조금, 위험할지도…….”
‘조금 쉬는 편이 좋겠어.’
시야가 구불구불 일그러져서, 서있을 수가 없다…….
여하튼 플로어의 가장자리로 가자는 생각에, 걸음을 내딛는다.
하지만, 딱딱해야할 바닥의 감촉이 두부를 짓밟는 듯한 것으로 변한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그럴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라?
‘아오바!’
“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수없이 많은 신발들이 제멋대로 이 방향 저 방향으로 꿈틀대는 것이 보였다.
“저기-, 괜찮아-?”
“이런 데서 쓰러지면 방해가 되는데-.”
“너무 많이 퍼마신 거 아냐? 아하하하하.”
머리 위로 혀가 잘 돌아가지 않는 듯한 탁한 목소리가 쏟아져 내린다.
내 존재 따위는 무시하고 태연스레 걷는 신발이, 툭툭 몸에 부딪친다.
“아야야……, 제길.”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위가 목까지 올라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기분이 안 좋다. 두통까지 난다.
‘아오바, 무리하지 마. 말초신경에 일시적인 장해가 일어났다.’
“그런 말을 해도…….”
“어이, 방해된다고 했잖아. 빨리 안 비키면 벗겨버린다.”
“아하하, 그거 재밌겠는데~? 확 해버리라고-. 어차피 못 움직이잖아?”
“어이 형씨-. 살아있는 거야-?”
누군가가 내 팔을 붙잡고, 끌어당기려 한다.
도망가지 않으면…….
하지만……, 머리가 아프다. 욱신욱신 거려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아오바!’
──── 부숴라 ────
──── 부숴라 ────
──── 전부 파괴해라 ────
──── 그렇게 하면 ────
“윽…….”
“……아오바!?”
아픔에 시달린 나머지 정신이 몽롱해지는 가운데, 많이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오바 아냐! 렌까지! 어이 코우자쿠, 빨리 도와줘!’
“괜찮아? 어이! 정신 차려!”
몸이 안겨서 일으켜지고, 흐릿한 시야에 코우자쿠의 얼굴이 비친다.
“코우, ……윽.”
이름을 부르려 했더니, 목까지 차올라 있었던 역류물이 한꺼번에 솟아올랐다.
참아보고자 즉시 손으로 입을 막는다. 그러나…….
“욱, 우욱.”
“아앗! 이봐!”
“토했어!”
위험해…….
……일 쳤다.
토사물과 함께 맹렬한 자기혐오가 흘러넘친다.
주변에서 비명과 욕설이 들려온다. 스스로도 너무 한심해서 죽을 것 같다…….
“……윽, …….”
손으로 입가를 훔치고 얼굴을 들자, 곁에 있던 코우자쿠의 기모노에도 큼지막하게 얼룩이 생기고 만 것이 눈에 들어왔다.
“미안, 코우자쿠……, 기모노가…….”
“바보, 말 하지 마.”
힘없이 고개를 떨고는 내 머리를 코우자쿠의 손이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괜찮으니까 가만히 있어.”
의외다 싶을 정도로 온화한 목소리로 말하고, 코우자쿠는 기모노의 소매로 내 입을 닦으려 했다.
“! 더러워져……!”
깜짝 놀라 코우자쿠의 팔을 밀어내고자 했다. 그러나, 역으로 어깨를 붙잡히고 강제적으로 입가가 닦였다.
거짓말이지……. 붉은색의 고운 기모노 소매에, 오물이…….
“뭐, 뭐하는 거야 너……!”
“시끄러. 몸이 안 좋은 거잖아. 입 다물고 있어. 일어설 수 있겠어?”
[ 코우자쿠에게 의지한다 ] → 선택
[ 혼자서 어떻게든 한다 ]
코우자쿠가 내 팔을 붙잡고 부축해준다.
하지만……, 일어설 수가 없다. 역시 눈이 핑핑 돈다.
“좀 무리인가.”
“미안…….”
“괜찮아. 그럼 이렇게 하자.”
말을 마치자마자, 코우자쿠는 내게 등을 지고서 몸을 굽혔다.
“자.”
“에?”
“빨리.”
“뭐가…….”
“어부바.”
“……하!?”
“괜찮으니까 빨리 업혀.”
“무슨 말을……, 농담이지?”
“농담이 아냐. 못 걸으면 돌아갈 수 없잖아. 가게에도 폐가 되고, 빨리 업혀”
“……앗.”
지극히 당연한 이유가 들이밀어져서, 나는 말을 삼켰다.
우리들 옆에서는 종업원이 분주하게 청소를 시작하고, 춤을 추고 있던 무리들도 불쾌하다는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다.
“………….”
나는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고, 각오를 굳히고서 코우자쿠의 어깨에 양팔을 둘렀다.
등을 뒤덮고서 조용히 체중을 싣는다.
이 나이가 되어서 남의 등에 업히다니……. 하지만, 이 이상 피해를 끼칠 수는 없다.
“일어선다.”
코우자쿠가 내 허벅지를 감싸고 신중하게 일어선다. 붕 하고 몸이 뜨는 감각이 들어서, 나는 코우자쿠의 목에 매달렸다.
남이 나를 업어주는 건 어릴 적 이후 처음이라, 어쩐지 무섭다.
“그럼, 죄송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코우자쿠는 청소 중인 가게 사람에게 머리를 숙이고, 방해가 되지 않게끔 플로어의 가장자리로 걸어서 밖으로 나왔다.
빛, 소리, 향수, 사람의 체취, 다양한 것이 뒤섞인 공간으로부터의 탈출은, 바깥의 공기가 한층 더 신선하게 느껴지게끔 했다.
코우자쿠는 이따금 나를 고쳐 업고, 묵묵히 길을 걸었다.
처음엔 업혀있는 모습이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체념하게 되었다.
코우자쿠의 등으로부터 전해지는 체온이 기분 좋다. 몸 상태가 안 좋았던 것도 조금씩 가라앉아갔다.
“……코우자쿠.”
“응?”
“……미안해. 기모노, 내가 더럽혀서.”
“이런 건 빨면 되니까, 신경 쓰지 마. 너랑 나 사이에.”
“………….”
그 말이 가슴을 쿡 찌른다. 코우자쿠의 다정함이, 지금은 조금 버겁다.
“우선 아무 말 하지 말고 있어. 또 상태가 안 좋아질지도 모르니까.”
“……아아.”
코우자쿠는 평소와 똑같이 나에게 마음을 써주어서, 그 탓에 점점 더 가슴이 아파진다.
코우자쿠는……,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나를 도와주었다.
다정하고, 다른 사람을 잘 챙겨주고. 여자에게 인기가 많은 것도 이런 부분이 작용한 것이겠지…….
그런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역시 코우자쿠에 대한 불신감을 떨쳐낼 수 없는 자신이 있었다.
너무 거기에만 얽매이는 건지도 모르지만, 코우자쿠가 내게 뭔가를 숨겼다는 사실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이 다정함마저도 솔직하게 기쁘다고 생각할 수 없는, 매정한 자신이 있다.
“코우자쿠…….”
“응?”
“……아무것도 아냐.”
마음을 정하고서 직접 물어보는 편이 좋은 것일까.
……알 수 없다.
소꿉친구인 코우자쿠의 일이기에 더더욱,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지경이다.
나와 코우자쿠 사이의 거리를, 가늠할 수 없다.
말없이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에, 나른함이 온몸에 퍼지기 시작했다.
코우자쿠가 걷는 진동이 기분 좋다.
점차로 눈꺼풀이 무거워져서, 나는 멍하니 코우자쿠의 등에 몸을 내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