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발의 수고양이가 순간 뒤를 돌아본다.
코노에가 방금 막 달려왔던 길의 안쪽부터 차례로 형체가 나타났다.
코노에의 가슴에, 뜸해졌던 통증이 다시 되돌아온다.
감정의 공감이 시작되었다. 옷 너머로 가슴을 쥐어뜯는다.
이 이상, 견딜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절망에 이를 악물었을 때, 은발의 고양이가 달려나갔다.
「가라」
나직한 저음이 귀를 스친다.
그것은──흡사 백주 대낮에 보는 은빛의 섬광 같았다.
하얀 꼬리를 나부끼며 달리는 모습은 짙은 녹색의 초목 사이를 빠져나가, 오로지 혼자서 무뢰한들에게 맞서 간다.
코노에는 반은 넋이 빠져서, 그 광경을 주시했다.
선두에 있던 강도 고양이가, 포효하며 은발의 고양이에게 덤벼든다.
피가 붉게 뽐어져 나온다.
강도 고양이의 몸이, 소리도 없이 무너져 내렸다.
마치 그렇게 되기로 처음부터 정해져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일련의 흐름에는 어떤 주저도 망설임도 없었다.
정체불명의 은발의 고양이.
대체 누구인 것인가.
그런 것보다, 검을 휘두르는 자로서 눈이 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음을 이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넋 놓고 보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가라.
저 고양이는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코노에는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은발의 고양이의 말에 따르고 있었다.
공감의 아픔은 여전히 코노에의 몸을 괴롭혀 와, 그 때문에 숨이 도중에서 턱턱 끊겨대고 있었다.
그대로 강도들에게 따라잡혔다면, 따돌리는 일은 불가능했겠지.
감정의 공감. 이것만큼은 어떻게 되지 않는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마음 속 깊은 곳의 응어리를 느낀다.
양의 달은 하늘 높이 빛나고 있었다.
정면으로 바람을 받아, 거스르며, 코노에는 숲 속을 달려서 빠져나간다.
한편, 은발의 고양이는 달려가는 코노에를 돌아보는 일도 없이 검을 휘둘렀다.
그 모습에 사납게 날뛰는 기색은 없다. 오히려 담담하게까지 보인다.
단──
치켜든 검이 살을 베는 순간. 그 표정에는 확연히 희미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막힌 소리의 비명.
땅에 방울져 떨어지는 생명의 붉음.
녹색이 점점 생생한 붉은색으로 물들어 간다.
은발이 나부낄 때마다, 그 뒤를 쫓는 듯이 핏방울이 흩날린다.
향연은 깊숙한 숲에 가려져, 하늘에조차 울려퍼지는 일 없이 끝을 고한다.
몇 개의 수런대는 기운이 있었다.
그 기운은 어렴풋하게 피어올라, 아지랑이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그곳은 마치 광대한 사막처럼, 공간 안에서 사락사락 하고 모래가 흩날렸다.
기운이 흔들린다.
모래 한 알 한 알은 마음의 허물이었다.
열매를 맺는 일도 없이 시든 마음이 흘러내려 쌓인다.
힘껏 밟으면, 고통스러운 소리가 날 테지.
승화되지 않은 마음의 낙원.
무르고 덧없는 영원한 꿈의 계속.
그곳에, 바람이 분다.
흔들리는 기운을 헤집는다.
바람은, 네 개의 아름다운 색을 띠고 있었다.
때로는, 사탕과자처럼 달콤하게.
때로는, 잠든 잎사귀처럼 고요하게.
때로는, 노하는 비처럼 강렬하게.
때로는, 들뜬 쇠처럼 호쾌하게.
네 개의 바람은 휘몰아친다.
바람이 전하는 것은, 일종의 「구원」이었다.
「구원」이라 함은, 마음의 허물을 없애는 일.
이 낙원에서 날아오르는 일.
감옥으로부터의 해방.
방법은?
그것은 지극히 간단해, 함께 나눌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편안해질 수 있다.
그렇지만, 함께 나눌 수 있는 자가 없다.
이루어줄 자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닿지 않으니까.
얼마만큼 목소리를 쥐어짜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들리지 않는다.
바람은 웃는다.
사색의 음을 울리며.
사색의 모래를 감아올리며.
──가는 것이 좋다.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목소리 아닌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네 개의 바람이 흩어져, 모래땅에 긴 흔적이 늘어선다.
하나는 달콤하게,
하나는 고요하게,
하나는 강렬하게,
하나는 호쾌하게.
저마다가 올려다 본 끝에는, 기운들이 흩어진 공중이 있다.
즐거울 것 같다.
볼 만한 것이 아닌가.
네 개의 그림자가 웃는다.
허물의 모래가 날아오른다.
공허한 소리를 내며, 어디까지고 달려간다.
네 개의 그림자는 바람이 되어, 저편으로 사라져 간다.
「…………」
얼마만큼의 거리를 달린 걸까.
감각 따위, 오래 전에 날아가버린 상태였다.
숨이 차올라서 힘들다.
그럼에도, 코노에는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은발의 고양이.
그 고양이에게는, 뭔가 묘한 박력이 있었다.
싸늘한 푸른 눈동자를 떠올린다.
그 고양이는──강하다.
몸놀림과 그 주변에 배어든 공기로 그런 느낌이 전해져 왔다.
강도 열 마리나 스무 마리쯤, 하잘것없는 상대겠지.
도망치게 해준 것은, 솔직히 고맙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어째서?
전혀 알지도 못하는 약한 고양이 따위, 내버려 두는 편이 편할 텐데.
단순한 변덕인가.
그리고, 그 고양이는 뭘 위해서 이 숲에 있는 것일까.
코노에처럼, 란센으로 향하는 도중이었던 걸까.
수많은 의문이 솟아난다.
그러나, 그런 것보다 그 고양이에 대해서 강하게 품었던 마음이 있었다.
──싸워보고 싶다.
은발 고양이의, 공기를 가르는 듯한 예리한 움직임.
다시 생각하는 것만으로 꼬리의 털이 곤두선다.
검을 주고받는 순간, 푸른 눈동자는 무엇을 비출 것인가.
어떤 빛을 품을 것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
「……아앗, ……윽!?」
수풀을 헤치고 달리는 도중에, 갑자기 지면이 없어졌다.
세차게 들이쉰 숨에 목이 울린다.
도중부터 경사가 심한 비탈로 되어있는 듯하다.
눈치채지 못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확인할 틈도 없이, 코노에는 길이 전혀 없는 곳으로 굴러 떨어졌다.
잔가지와 작은 돌이 걸려서, 의복과 피부가 상처를 입는다.
가까스로 멈췄을 때에는 진흙투성이가 되어, 하늘을 보고 누워 있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 한다.
그 순간, 지끈 하고 머리가 둔탁하게 아파왔다.
삼베 자루 아래에 휘감긴 꼬리도 아프다.
얼굴을 찌푸리며, 마구잡이로 화풀이를 하듯이 거친 손놀림으로 자루를 내동댕이친다.
몸이 아픈 것을 참으며 일어나, 코노에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옷에 붙은 흙과 나뭇잎을 털어낸다.
뭘 하고 있는 걸까, 자신은.
한심한 기분으로, 눈을 치뜨고 하늘을 본다.
양의 달은 조용히 그 모습을 감추려 하고 있었다.
너른 시야로 주위를 바라보고는, 놀란다.
머리 위로 가파른 낭떠러지가 높게 불거져 있었다.
코노에의 발이 미끄러진 것은, 다행스럽게도 그 옆에 있는 완만한 비탈인 것 같았다.
만약 저 낭떠러지에서 떨어졌다면, 목숨은 없었겠지.
그런 생각이 들자, 오싹 했다.
우선은 낭떠러지 위까지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한 걸음 내딛고서, 발에 위화감을 느낀다.
묘하게 질퍽한 느낌이 들었다.
여태까지 걸어왔던 길과는 다른 감촉이다.
게다가──
코노에는 턱을 위로 향하고, 가볍게 공기의 냄새를 맡는다.
흙, 초목, 물, 그것들 전부가 뒤섞여 있는 듯한 썩은 냄새가 감돌고 있다.
주위로 시선을 돌린다.
시야가 선명하지 않다.
어둑하게 온기를 띤 안개가 자욱이 껴 있고,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늘어선 나무들은 대부분이 시들어 있었다.
공기가 몹시도 무겁다.
일그러져 있다.
문득 생각이 미친다.
어쩌면 여기는──「유각의 계곡」이 아닐까.
[ 유각의 계곡 ]
소문은 카로우에서도 들은 적이 있다.
미혹의 숲 안에 있고, 지면에서 피어오르는 원인불명의 독기로 초목이 시들고, 물은 썩고, 공기도 괸다.
생명이 있는 것은 함부로 접근하지 않는 장소라고.
또, 이런 이야기도 떠올랐다.
「유각의 계곡」에는 키라(吉良)라는 마을이 있고, 그곳에는 남의 눈을 피해 숨어 사는 부족이 있다.
그들은 피에 굶주린 짐승처럼 모질고 사나운 집단으로 싸움을 좋아해, 눈을 마주쳤다가는 결국, 산산이 물어뜯겨 버리고 만다고.
키라의 백성은 확실히──갈색의 피부에 검은 귀와 꼬리를 가진 자가 많고, 몸에는 반점이 있어, 딱 「유각의 계곡」에 어울리는 저주받은 모습이라는.
그러나, 실제로 키라의 주민을 본 자는 많지 않기에,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코노에는 적잖이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검은 귀와 꼬리, 몸의 반점──바로, 지금의 코노에의 상태다.
그들과 만나면, 뭔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
가까이까지 왔다면, 만나보고 싶다.
그 모습을 한번 보고 싶다.
그렇지만, 만약 소문대로 야만한 고양이들이라면, 이 몸도 위험하다.
코노에는 귀를 세우고 주변의 기색을 살피며, 공기의 냄새를 맡았다.
마른 나무에는 영역을 주장하는 손톱의 흔적은 없는 것 같았지만, 희미하게 다른 고양이의 냄새가 났다.
여긴가.
코노에는 냄새를 따라, 휘감겨드는 짙은 안개 속을 걷기 시작했다.
역시, 소문은 소문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걸어가는 중에,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애당초 이 계곡이 얼마나 넓은지 모르는데다, 키라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기에, 코노에의 행동이 생각 없는 것이었다고 한다면 그것으로 끝이겠지만.
시야는 흐릿하고,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상당한 거리를 걸었다는 느낌인데다, 고양이의 냄새는 나지만, 마을 같은 것은 도통 나타나지 않는다.
역시, 그저 소문에 불과했던 것이 아닐까.
거의 늪지대와 다르지 않은 푹신한 지면을 밟으며, 생각한다.
점차로, 이런 곳에 마을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기를 품은 안개가 자욱이 껴 있는 것이다.
평범하게 생활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눈을 위로 뜨고 하늘을 바라보니, 음의 달의 윤곽이 어렴풋이 떠올라 있었다.
안개 때문이다.
숲의 밤은 어둡지만, 이곳은 정말로 칠흑 같이 컴컴해진다.
어쩐지 으스스한 정적만이 물밀듯이 뒤를 쫓아온다.
조금 더 가보고, 그래도 찾지 못한다면 되돌아오자.
가능한 한 귀를 높게 세우고 눈을 집중시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신중하게 걷고 있었다.
주위에는 누구의 기척도 없을 터였다.
──그러나.
「움직이지 마」
돌연, 등 뒤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즉시 돌아보려고 했지만, 목에 무언가가 닿았다.
딱딱하고, 차갑다.
불쾌한 땀이 등을 따라 흘러내린다.
언제 나타난 것인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설마──키라의 고양이인가?
「돌아가」
목 언저리에 나이프가 강하게 눌러진다.
위협의 울림이 없는, 무표정한 목소리였다.
그것이 역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를 불러 일으켜, 코노에는 숨을 삼킨다.
「……키라의 고양이인가」
「말하지 마」
「…………」
조용히 몸에서 힘을 빼고, 침묵하는 것으로 코노에는 복종의 뜻을 나타낸다.
등 뒤의 고양이는 코노에를 붙잡은 채로, 몸의 방향을 천천히 옮겼다.
지금껏, 코노에가 걸어왔던 방향이다.
그러나, 이대로 고분고분하게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고양이가 코노에의 몸을 앞으로 밀어내려 하는, 순간.
「……에잇!」
뒤에 기대듯이 일시에 체중을 실어서, 목에 걸쳐졌던 손을 뿌리쳐냈다.
여세를 몰아 한쪽 팔꿈치를 뒤쪽으로 밀어넣었지만, 반응은 없다.
몸을 굽히며 돌아보자, 머리 위로 날카로운 바람이 가로질렀다.
시야의 끝에 나이프의 어두운 반짝임이 비친다.
상대는 코노에보다도 체격이 좋은 수고양이였다.
검은 옷차림이, 몸 전체를 어둠에 녹아들게 하고 있다.
동공이 뾰족하게 가늘어진 눈동자만이, 차갑게 빛났다.
오한이 등골을 타고 질주한다.
악의도 투지도 아닌, 살기 덩어리가 거기에 있었다.
──진심의 눈이다.
싸우는 것을 즐기는 것도 아닌, 분노가 있는 것도 아닌, 그저 눈 앞에 있는 생명을 없애려 하고 있다.
다른 것이 섞여 있지 않은 의지는, 무엇보다도 강한 빛을 발한다.
아랑곳 하지 않고, 코노에는 낮은 위협의 소리를 쥐어짜내고 있었다.
사납게 상대를 마주 노려본다.
적이 크면 클수록, 눈을 피하지 않는다.
설령 신체적으로 열세에 있다 해도, 질 생각은 없다.
말로 나타내는 것보다도 강하게, 눈빛에 힘을 실었다.
수고양이의 표정이 아주 잠시, 색을 바꾼다.
입술이 희미하게 살짝 열린다.
그러나, 상대는 말 없이 나이프를 쥐고서 파고들어 왔다.
피하려 하다가, 코노에는 진창에 발을 빠트린다.
한쪽 팔로 머리를 감싸며 상체를 굽혀, 간신히 비스듬하게 피한다.
나이프의 끝은 살을 헤집고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손의 아머(armor)에 걸렸다.
그럼에도 개의치 않고, 코노에는 뒤로 재빨리 물러섰다.
건조한 소리가 울렸다. 아머의 천이 찢겨, 하릴없이 지면에 사르르 떨어졌다.
가까스로 거리를 두게 되어, 코노에는 허리의 검으로 손을 뻗고, 몸의 자세를 다시 세우려 했다.
그러나, 상대 고양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온통 뒤덮여 있었던 살기도, 조금씩 옅어져 간다.
의아하게 생각해, 코노에는 상대의 기색을 살펴보았다.
검정 일색의 수고양이는, 자세를 풀고서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
「……너」
수고양이가 입을 연다.
그 목소리에는 당황한 기색이 뒤섞여 있는 것처럼 들렸다.
코노에도 자세를 풀고,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응시했다.
수고양이는 의복 때문만이 아니라, 정말로 새까맸다.
피부색은 갈색, 머리칼도, 거기다 귀도 꼬리도──까맣다.
팔에는 반점 같은 것이 보인다.
틀림없다. 키라의 고양이다.
「그 팔……」
살기가 가신 키라 고양이의 시선은, 아머가 벗겨진 코노에의 팔에 집중되어 있었다.
시선은, 뒤이어 귀와 꼬리로 향한다.
싸우고 있는 동안에 후드가 벗겨져, 귀가 노출되어 있었다.
「……너, 뭐야」
「……그런 거, 이쪽이 묻고 싶어」
「……, 무슨 뜻이야」
코노에는 찢어져버린 아머를 주워 올리고, 드러난 팔로 시선을 떨어트렸다.
어두운 시야에도, 반점은 선명하게 떠올라 보였다.
「……갑자기, 이렇게 됐어. 이게 대체 뭔지 알고 싶어서, 여기에 왔어. 키라의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
키라 고양이는 입을 다물고, 복잡한 빛을 띄운 눈동자로 코노에를 바라보았다.
귀가 약간 숙여져 있다.
코노에가 입 밖에 낸 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진위를 가려내고자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코노에도 고양이를 똑바로 마주 봤다.
키라 고양이는 시선을 발치로 떨어트리고, 잠시 동안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얼굴을 들고 입을 열었다.
「따라 와」
갑작스런 말에, 코노에는 당황한다. 그러나, 키라 고양이는 재빨리 발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마을로 향하는 것일까. 새까만 등은 곧장 어둠에 섞여버릴 것만 같아서, 코노에는 서둘러 뒤를 쫓았다.
조금 걸어가자 독기의 안개가 걷히고, 방금 전까지 헤맨 것은 뭐였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싱겁게 키라에 도달했다.
아니, 키라의 고양이와 함께였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
게다가, 아무리 안개가 걷혔다 해도 공기의 무거움은 바뀌지 않는다.
유각의 계곡과 똑같이, 키라는 어둡고 생기가 없었다.
[ 키라 ]
마을 고양이들의 집은 모두, 나무 위에 지어져 있었다.
그 외관은 검소 그 자체로, 겉치레 따위는 전혀 없었다.
카로우보다도 살풍경한지도 모른다.
카로우의 색채를 갈색이라 한다면, 키라는 회색이다.
그런 살벌한 공기가 감돌았다.
마을의 고양이는 모두, 코노에를 보자 눈을 가늘게 뜨고, 노골적인 경계를 드러냈다.
개중에는 위협의 소리를 내는 자도 있었다.
그 탓에 똑똑히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역시 검은 귀와 꼬리를 가진 고양이가 많고, 반점의 경우는 모든 고양이에게 있는 것 같았다.
코노에를 데리고 온 검은 고양이는, 마을 안을 똑바로 가로질러 나아간다.
마을 깊숙이에는 시든 거목이 있고, 다른 집보다도 한층 더 커다란 움막이 나무 위에 세워져 있었다. 움막까지는, 단출한 계단이 이어져 있다.
「잠깐 기다리고 있어」
검은 고양이는 계단을 올라 움막으로 들어가더니, 그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왔다.
나무 위로부터 눈으로 신호를 받고, 코노에도 계단을 올라 움막으로 향했다.
움막 안은, 생각했던 것보다도 널찍했다.
그렇지만, 몇 개의 낡아빠진 선반과 저장용 단지 외에 이렇다할 물건은 아무것도 없는, 어둑한 움막이었다.
움막의 중앙에는 늙은 고양이가 서 있고, 그 뒤쪽으로 비스듬하게 젊은 고양이가 대기하고 있다.
젊은 고양이를 보고, 코노에는 놀랐다.
고양이는, 암컷이었다.
갈색의 피부에 하얀 귀와 꼬리가 잘 어울려 보인다.
암고양이는, 코노에의 시선을 물리쳐 내듯이 커다란 눈동자로 매섭게 노려보았다.
늙은 고양이는 등을 둥글게 구부리고 있었지만, 몸 자체는 크다.
미간에 깊은 주름이 모아져서, 연로함에도 여전히 예리한 눈빛이 고요하게 코노에를 포착하고 있었다.
귀와 꼬리는 검은색이 아니었지만, 반점은 그 피부에 또렷이 떠올라 있다.
「너는 내려가도 좋다」
늙은 고양이가, 코노에를 데리고 왔던 검은 고양이에게 고했다.
그 어조에는, 필요 이상의 냉엄함이 깃들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수고양이는 명해진 대로, 말없이 움막을 나갔다.
「그러면……」
늙은 고양이가 번득 하고 안구를 움직여 코노에를 보았다.
크게 흔들리는 꼬리가 소리를 내며 바닥을 두드린다.
털에 윤기는 없었지만 힘이 넘쳐서, 마치 채찍 같다.
「환영하네, 라는 말이라도 하고 싶지만 말일세」
「당신이, 키라의 촌장인가」
「물론일세」
키라의 촌장이, 거리낌없는 시선으로 코노에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차분하게 훑어보았다.
「이야기는 들었네. 원래라면, 타관의 고양이가 이 마을에 들어오는 일은 허용되지 않네. 그러나……, 그 검은 귀, 꼬리, 그리고…… 그 반점」
촌장의 시선이, 코노에의 팔에 머무른다.
아머가 벗겨진 탓에, 검은 반점이 노출되어 있다.
「자네는, 원래부터 그런 모습이었는가」
「아니」
「그렇다면, 어느 날 돌연 그렇게 되었다, 라고」
「아아. 당신들의 소문을 들어서, 그래서……, 뭔가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 이 마을을 찾고 있었어」
「호오」
촌장은 콧소리를 울리고 코노에에게 다가가, 그 팔을 잡았다.
촌장의 손바닥은 단단하고, 꺼끌꺼끌했다.
「검은 귀와 꼬리에 검은 반점. 전설로 내려오는 저주의 상징. 키라의 백성 중에는 분명 그것과 합치하는 자도 있네」
「때문에 바깥 세상에서는 무어라 말이 많을 것이지만, 우리들은 우리들의 전통을 중히 여기고 있을 뿐일세. 예를 들면……」
키라의 촌장은 자신의 팔을 내밀고, 살갗에 떠오른 반점을 문질렀다.
미미하긴 하지만, 반점이 밀려서 옅어진다.
「이것은 반점이 아닐세. 키라 백성의 증표라 하는 것이 옳다고 할까. 물과 꿀을 섞어 반죽한 먹으로 그린 것에 지나지 않네」
「검은 귀와 꼬리를 지닌 고양이가 많은 것도, 키라의 조상으로부터 유래하는 것이네. 순수한 혈통을 끝까지 지키고 있는 까닭이야. 그러나, 자네의 이것은……」
촌장이 코노에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아서, 코노에는 무의식적으로 팔을 뺐다.
「유감이지만, 우리들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네」
코노에의 안에서 희미하게 싹텄던 기대와 희망. 그것들이, 조용히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자네는 어디에서 왔는가」
「……카로우」
「호오, 카로우인가. 마을을 나온 것인가」
「아아. ……이제, 돌아갈 수 없어」
이런 몸으로는.
「그렇겠군」
촌장은 한숨을 내쉬고, 창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촌장의 등 뒤에서 대기 중인 암고양이는, 지그시 코노에를 응시하고 있었다.
기가 셀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헛걸음을 쳤구만」
창 밖을 바라보던 채로, 촌장이 불쑥 입을 열었다.
「아니. 이야기를 들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야」
원래라면 곧바로 쫓겨났어도…… 아니, 죽임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코노에의 모습이 키라의 고양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서도, 촌장은 일절 흐트러짐을 보이지 않았다.
카로우에서 들었던 야만스러운 소문은, 거짓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촌장은 뒤를 돌아, 잠시 말없이 코노에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타관 고양이와 한통속이 될 생각은 없지만, 자네의 기분도 알지 못하겠는 건 아닐세」
「우리들도, 때로는 주위에서 몰아치는 바람의 세기에 이빨을 드러내고 싶어질 때가 있네」
「그 몸, 필시 살아가기 어렵겠구만. 어쩌면, 우리들 이상으로」
「하물며 자신의 의지로 그리 된 게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그런 것은, 다른 이로서는 좀처럼 알 수 없는 아픔이다」
「…………」
코노에는 어금니를 악물고, 손바닥에 손톱이 파고들 정도로 강하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제, 이 장소에 있을 필요는 없다.
코노에가 발길을 돌려, 출입구로 향해 걸어가려던 때였다.
「갈 곳은 있는가」
뜻밖에 던져진 촌장의 목소리에, 멈춰 선다.
「아니……」
「양의 달이 뜰 때까지는, 마을에 있어도 상관 없네」
「에?」
코노에는 반사적으로 뒤돌아보았다.
대기하고 있던 암고양이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진다.
「피로할 터이지. 몸을 쉬이고 가게」
「촌장님, 기다려 주세요」
「가만히 있거라, 카가리」
「…………」
제지된 암고양이──카가리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입을 다문다.
촌장은 카가리를 흘끗 보고는, 말을 이었다.
「다만, 어떤 사정이 있다 해도 이방인은 이방인이다. 이처럼, 백성들도 환영은 하지 않을 터이지. 그래도 좋다면, 이라는 이야기일세」
촌장의 어조는 엄격한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제안을 해준 것은, 코노에의 처지에 대해서 약간은 생각해준 것이리라.
코노에는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강한 망설임에, 꼬리를 몇 번이고 좌우로 흔든다.
제의는 솔직히 고맙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촌장이 말한 대로, 키라의 고양이는 코노에를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카가리는 불만을 감추지도 않은 채, 촌장의 옆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염려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산 제물이다.
키라도 식량난은 카로우나 다른 마을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적인 이방인은 알맞은 사냥감이 된다.
어떤 스스럼도 없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뭔가 물어보고 싶은 거라도 있는 겐가」
코노에의 형색을 보다 못한 것인지, 촌장이 눈을 가늘게 떴다.
「……키라에는, 제물의 제도는 있는 건가」
「제물? ……아아」
촌장은 미간을 한데 모으고, 혐오를 드러냈다.
「우리들은 키라의 핏줄에 긍지를 지니고 있네. 얼마만큼 굶주렸다 해도, 동족을 먹는 것 따위 당치도 않네. 애당초, 자네의 몸을 먹고 싶다는 따위의 말을 할 용사는, 그리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네만」
「…………」
그것은 확실히 말 그대로였다.
저주 받은 몸을 먹으면, 먹은 자도 저주를 받는다──카로우의 고양이들이라면 그렇게 말할 법 하다.
자신들의 피에 긍지를 지니는 키라 일족.
그것은 적어도 카로우보다 훨씬 사려 깊은 것으로 느껴졌다.
「아사토를 불러와라」
촌장이 대기하고 있던 암고양이에게 명한다.
암고양이는 여전히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기색이었지만, 곧바로 움막에서 나갔다.
잠시 후에, 움막의 문이 열렸다.
들어온 것은, 코노에를 마을에 데리고 왔던, 그 검은 고양이였다.
촌장이 손짓하자, 검은 고양이는 무표정으로 다가왔다.
「이 자의 이름은 아사토라고 하네. 밤이 밝을 때까지, 자네를 보살펴주도록 하겠네」
아사토라고 불린 고양이가 코노에를 본다.
코노에를 향한 눈동자는, 밤이 시작되는 하늘을 닮은 짙은 감색을 하고 있었다.
코노에보다도 한두 살 연상일까.
감정을 보이지 않는 어른스러운 분위기 속에, 다듬어지지 않은 젊음을 느낀다.
문득 눈치를 채고 살펴보니 촌장이, 지그시 아사토를 보고 있었다.
그 눈에는, 꺼림칙한 것을 보는 듯한 혐오의 빛이 있었다.
코노에의 모습을 앞에 두고도, 그런 눈은 하지 않았는데도.
뭔가가 있는 것일까, 라고 머릿속 한편으로 생각한다.
아사토를 따라서, 코노에는 촌장의 움막을 나갔다.
길을 가는 도중에, 스쳐 지나는 마을의 고양이들로부터 혐오와 호기심의 시선을 느꼈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코노에만이 아니라, 아사토에게도 던져지는 것 같았다.
앞을 가는 등과 검은 꼬리를 본다.
아사토는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말없이 오로지 걸어가기만 한다.
마을 고양이 사이의 다툼이나 문제는, 어디에도 있다.
카로우에서도 물론 있었다.
그렇기에 크게 걱정할 것은 없겠지만, 왜인지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아사토의 집은 마을의 변두리에 있었다.
다른 집들처럼, 나무와 돌을 사용해서 만들어진 아무런 특징도 없는 검소한 집으로, 안으로 들어가도 그 인상은 바뀌지 않았다.
아사토는 집에 들어가자 곧바로, 선반에서 잔가지 같은 것을 꺼내들었다.
발화 가지다.
발화성이 있는 광석을 분말로 만들어, 잔가지의 끝 부분에 굳힌 것이다.
아사토가 발화 가지를 벽에 문지르자, 끝 쪽에 불이 붙었다.
그 가지째로, 문의 옆 쪽에 장치된 램프에 넣는다.
오렌지색의 빛이 실내에 퍼졌다.
불이 싫은 코노에는, 램프를 피해서 반대 쪽의 벽으로 다가갔다.
초면에, 게다가 신세를 지고 있는 처지에, 불이 싫으니 꺼달라고는 부탁할 수 없다.
아사토가 안쪽의 벽에 주저앉는다.
코노에가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을 보자, 한쪽 손으로 자신의 정면을 가리켰다.
앉아, 라고 하는 것이겠지.
코노에는 짊어지고 있던 삼베 자루를 내려놓고, 가리켜진 장소에 앉았다.
태연스레 주위를 둘러본다.
안쪽에 침대가 있다.
그리고 저장용 단지가 하나, 물을 넣는 통이 하나.
그 외엔 정말로, 아무것도 없다.
아사토는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옆을 향하고는, 꼬리의 끝 부분을 가끔 움직이고 있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슬쩍 형색을 살펴본다.
무표정한 옆얼굴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키라로 들어오기 전, 마주친 순간에 공격을 해왔던 아사토는 확실히 살기 덩어리였다.
아사토의 번뜩이는 눈빛이, 눈꺼풀 안쪽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렇지만, 지금 눈 앞에 있는 고양이는 마치 다른 고양이 같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계속됐지만, 상대방이 전혀 무반응이니, 역으로 긴장도 풀려 갔다.
완전히 지쳐버린 발에서 신발을 벗겨내, 다리를 쭉 편다.
느슨한 해방감에 작게 숨을 내쉬었다.
한 짝만 차고 있었던 손의 아머도 벗겨내, 코노에는 털다듬기를 시작했다.
지붕이 있다는 것만으로, 살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듯한 기분이었다. 세심하게 털을 핥는다.
잠시 털다듬기에 몰두하고 있으니, 문득 시선이 느껴졌다.
아사토가 지그시 이쪽을 보고 있었다.
「……?」
「…………」
「……하면 안 되는 거였어?」
너무 뚫어져라 바라봐서, 무언가 나쁜 일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되어 갔다.
무심결에 코노에가 질문을 던지자, 아사토는 의아한 듯한 얼굴을 했다.
「뭐가」
「털다듬기」
「아……? 아니……」
아주 조금 당황한 듯이, 아사토가 시선을 돌렸다.
코노에의 것보다 가느다란 꼬리가, 파닥파닥 바닥을 치고 있다.
──뭐지?
아사토는 곁눈으로 코노에를 봤지만, 또 바로 시선을 돌려, 나직나직 하게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배는」
「에?」
「…………배는, 고프지 않나」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랐지만, 그러고 보니, 하고 자신의 공복 상태에 주의를 돌린다.
약간, 무언가 먹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조금」
코노에가 대답하자 아사토는 일어나서, 단지가 놓여진 곳으로 걸어갔다.
그 속에서 식량을 꺼내들고, 돌아온다.
「……이거」
건조시킨 나무 열매가 몇 개 내밀어진다.
큄도 섞여 있었다.
「괜찮은 거야?」
아사토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옆 쪽을 향했다.
이상한 녀석이라고 코노에는 생각했다.
정말로, 방금 전에 싸웠던 때와는 전혀 인상이 다르다.
게다가, 언뜻 보기엔 무표정하지만, 냉담한 건 아닌 것 같다.
단순히 사교성이 없달까…… 타자와의 접촉이 서투른 것인지도 모른다.
코노에는 건조시킨 큄에 손을 뻗어, 입에 던져 넣었다.
밀도 높은 새콤달콤함이 퍼져, 어쩐지 뱃속에서부터 안도감이 스며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가까스로 힘을 빼도 좋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되어서, 스르르 미끄러지는 듯한 한숨이 입술에서 새어나온다.
「……맛있어?」
머뭇거리며 물어오는 아사토에게, 무심결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아사토는 가까스로 정면에서 코노에를 보고, 한숨 놓인 듯이 입가를 부드럽게 풀었다.
──웃으니까, 조금 어려 보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코노에가 나무 열매를 먹고 있자. 아사토는 다시 일어나서, 이번에는 약간 작은 그릇에 물을 담아서 돌아왔다.
「이것도, 마셔」
「……미안」
「……아냐」
다시 침묵이 찾아온다.
그러나, 긴장된 공기는 아니다.
흔들리는 램프의 불꽃처럼, 어딘가 부드러운 침묵이었다.
묵묵히 세 개 정도 나무 열매를 다 먹고, 물을 마시며, 코노에는 눈을 위로 뜨고 아사토를 보았다.
「너는, 괜찮은 거야?」
「……?」
「밥이라든지」
「나는 괜찮아」
희미한 빛에, 또렷이 드러난 턱선이 비춰져 보인다.
불꽃이 일렁이는 진한 감색의 눈동자는, 동공이 둥글게 넓어져 있다.
가끔 조심스레 코노에를 살피는 몸짓은, 고양이라기보다 고양이에게 몰린 작은 동물 같은 인상을 주었다.
의외로, 상냥한 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마주친 순간의 번뜩이던 눈동자가 점점 더 거짓말 같았다.
그러고 보니, 하고 문득 생각이 미친다.
코노에의 몸의 증상이, 키라의 고양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아사토도 눈치채고 있을 터다.
그런데도, 촌장에게 반은 떠밀린 형태로 자신을 보살피게 되어서, 싫지는 않은 것일까.
「……싫지는, 않은 건가」
「뭐가?」
「…………」
질문을 받고, 코노에는 입을 다물었다.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불쑥 입 밖에 내고 말았다.
이런 이야기는 껄끄럽다.
자신에 대한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묻는 것.
그리고 나서, 상대방이 그것을 생각하는 때의 정체된 공기.
그것들이 참을 수 없이 껄끄러웠다.
바로 정면에서 내던져지는 악의 같은 것은 괜찮다.
맞서서 대들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싫다고도 좋다고도 해석할 수 없는 상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 없게 된다.
만약 싫어하고 있다면, 상대에게 부담이 되면서까지 신세를 지는 것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면 노숙을 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
아사토는 의미를 모르겠다는 얼굴로 코노에를 보고 있다.
점점 겸연쩍어져서, 코노에는 물이 담긴 그릇을 놓아두고는 얼굴을 돌렸다.
결심을 하고 입을 연다.
「……촌장의 명령이잖아, 날 보살펴준다는 건. 사실은 싫었다면, ……미안하다고 생각해서」
웅얼웅얼 하고 알아듣기 어려운 소리가 되고 말았다.
「……아아」
긍정으로도 부정으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애매한 목소리가 되돌아왔다.
그것이 근질근질 갑갑해서, 코노에는 무심결에 꼬리를 세운다.
아사토는 돌연 코노에의 눈을 마주보고, 그리고서 가만히 코노에를 주시했다.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기에, 코노에는 무의식적으로 턱을 당겼다.
「……?」
「예쁜 눈이다」
「……하?」
반사적으로 반문하고 있었다.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너무나 뜻밖이라 의미를 알 수 없다.
「……별로, 어디에든 있을 법한 색인데」
「아니」
아사토는 작게 고개를 젓고, 곁눈으로 코노에 쪽을 보았다.
「색깔이 아냐. 싸우고 있을 때의 눈이, 힘차서」
싸우고 있을 때…… 처음 만났을 때의 이야기인 것일까.
자신은 그때, 그저 아사토의 살기에 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을 뿐이다.
「거기다, 털의 결도. ……갈고리 꼬리구나」
지적 받고서, 코노에는 뱃속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수치스러운 것을 지적당한 듯한 기분이었다.
갈고리 꼬리는, 절대로 보기 좋은 것이 아니다.
「……미안하게 됐네, 갈고리 꼬리라서」
퉁명스럽게 되받자, 아사토의 귀가 움찔 하고 섰다.
「아니야. ……예쁘다고 생각해서」
「…………」
진심으로 의미를 모르겠다.
정신이 들자, 자신의 꼬리를 보고 있었다.
그 끝 부분을 까딱 하고 흔들어 본다.
이렇다 할 것 없이 보통이다.
특별히 윤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여기저기 뛰어다닌 탓에 부스스해져 있었다.
그것보다도.
코노에는 아사토의 꼬리로 시선을 옮긴다.
같은 칠흑색이어도, 아사토 쪽이 훨씬 아름답게 보인다.
코노에의 꼬리보다 약간 털이 짧기 때문인지, 표면의 광택도 윤기가 돈다.
「네 쪽이 예쁘잖아」
「……에」
아사토가 눈을 둥글게 뜨고 코노에를 본다. 솔직한 감상을 말한 것뿐이었지만, 그런 얼굴을 하면, 굉장히 곤란한 것을 말해버린 듯한 기분이 된다.
이내, 코노에는 뾰로통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 모든 게 이상한 방향으로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이다」
어색한 침묵에, 낮은 중얼거림이 불쑥 던져진다.
「그런 말, 들은 건」
코노에는 무심결에 얼굴을 들었다.
아사토는 뻣뻣하게 뺨을 굳히고 있었다.
마치, 잘못을 저질러서 꾸중을 듣는 어린 아이처럼.
그렇지만, 싫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부끄러워 하고 있다…… 그런 건지도 모른다.
어설픈 말.
어설픈 태도.
검을 휘두르고 있던 때는, 그토록 무서운 눈을 하고 있었는데.
「이상한 녀석이네」
무심결에 중얼거리자, 아사토는 뜻밖이라는 듯이 몇 번 눈을 깜박거렸다.
「이상한가, 내가. ……그치만, 너도 이상하다. 절대로, 이상해」
「…………」
잘라 말해져서, 코노에는 조금 발끈한다.
「너는 나보다 훨씬 이상하잖아」
「그런 건가?」
「그래」
「그런가……」
「……거짓말이야」
말대꾸를 해본 것이지만, 아사토의 반응이 지극히 순진해서, 조금 우습게 되어버렸다.
아이 같다.
몸은 커다란 주제에.
코노에가 작게 웃자, 아사토의 공기가 약간 누그러졌다.
「너, 이름은…… 뭐야」
「코노에」
「코노에……」
맛있는 사탕이라도 주어진 것처럼, 아사토는 몇 번 입 속으로 코노에, 코노에 하고 되풀이했다.
묘하게 간지러운 기분이 된다.
「코노에」
갑자기, 아사토가 손을 내밀었다.
「고쳐줄게」
「뭐를」
「팔의, 그거. 잘라버렸으니까, 내가」
그 말을 듣고, 손의 아머를 이야기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삼베 자루에 쑤셔넣어 두었던 그것을 꺼내들고 건네준다.
「할 수 있는 거야?」
「할 수 있어」
아사토는 아머의 천을 입에 물고 일어나, 선반에서 무언가를 꺼내들고서 돌아왔다.
돌을 가늘게 깎아 뾰족하게 만든 것에 실을 단단히 감아서, 아머의 찢어진 부분을 꿰매기 시작한다.
뼈가 도드라진 갈색의 손가락은 의외로 섬세한 움직임을 보여서, 코노에는 무심코 집중해서 지켜보았다.
「굉장하네」
감탄의 혼잣말을 흘리자, 아사토는 조금 쑥스러운 듯이 눈을 아래로 향했다. 그리고 나서 곧바로, 미안한 듯한 얼굴을 했다.
「……아까는, 미안했어」
「에?」
「침입자는 배제하도록 명해지고 있어. 그 때문에, 그래서……」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곧 생각이 미쳐서, 코노에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아. 알고 있어. 신경쓰지 않아」
「그런가……, 다행이다」
아사토의 목소리에, 안도의 색이 섞인다.
아머는 눈 깜짝할 새에 찢어진 곳이 기워져, 코노에에게로 돌아왔다.
「덕분에 살았어」
「아냐……」
아머를 착용하려 하다가, 시선을 깨닫는다.
아사토가 팔의 반점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안 물어보는 건가」
「뭐를?」
「이 몸에 대해서」
아사토는 조금 망설이는 듯이 시선을 돌렸지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얘기하고 싶지 않으면, 물어보지 않아. 얘기하고 싶어지면, 가르쳐 줘」
서툰 배려에, 코노에는 자신의 안에서 아사토에 대한 인상이 점점 바뀌어 가는 것을 느낀다. 어딘지 모르게, 자신과 닮아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안도한 탓인지, 문득 하품이 나올 것 같아졌다.
피로감이 느닷없이 몸을 덮는다.
「조금, 자두는 게 좋아. 침대에서 자」
「너는」
「나는, 어디든 괜찮아」
아사토가 느릿느릿 일어나서, 안쪽의 침대로 가도록 코노에에게 내보였다.
순간 망설였지만, 모처럼의 호의를 거절할 마음은 들지 않아서, 순순히 따랐다.
아사토는 다시 땅바닥에 앉더니, 벌렁 몸을 옆으로 누였다.
코트를 벗어, 코노에는 무성의하게 놓여진 모포의 안으로 기어든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자신의 것과는 조금 다른 냄새가 났다.
카로우를 나오고서 아직 그렇게 시간이 흐르지는 않았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따뜻한 침대에 누운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도 실감하고 있었다.
희미하게 목을 울리며, 코노에는 꾸벅꾸벅 얕게 잠들기 시작한다.
「나는……」
비몽사몽 하고 있자, 모포 너머로 우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싫지 않아. ……전혀」
잠기운의 탓으로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코노에는 꼬리를 크게 풀썩 흔들어 대답을 했다.
그리고서, 오랜만에 고요한 잠에 빠져들었다.
──그때, 키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변을 눈치채는 일도 없이.
──죽여라, 죽여라.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죽여라, 죽여라.
목소리가, 낮게 귓가에서 속삭인다.
그것은, 키라 안의 모든 고양이에게 들려지는 소리였다.
그 모습을 보았겠지.
그것은 저주 받은 자의 증표.
그 녀석을 멋대로 내버려 두어도 좋은 건가.
이대로 마을에서 내보내도 좋은 건가.
좋지 않다.
좋지 않을 것이리라.
그렇다, 좋지 않다.
그 녀석이 만약──
『메이기(冥戱)』의 고양이였다면?
놓아주었다간, 끝장이다.
동정은 멸망의 방아쇠가 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를 허용하지 말라.
키라를, 긍지를 지키고 싶다면.
지금 바로 배제하라.
키라를 상처입히는 자는 모두, 어둠으로 덮어 없애버려라.
키라를 상처입히는 자, 그 수가 몇일지라도 모조리.
전부 다.
──죽여라, 죽여라.
──모두 배제하라.
속삭임은, 키라 안의 고양이들의 마음을 휘저었다.
가슴 속에, 붉은 불꽃이 떠오른다.
목소리는 그곳에서도 울렸다.
동공이 가늘게 조여지고, 목에서는 굵은 울부짖음이 새어나온다.
안개에 뒤덮인 키라의 중앙에, 멈추어 선 그림자가 있었다.
그림자는, 불꽃에 둘러싸여 있다.
가장자리에 붉은 빛이 스민 검은 아지랑이가, 흔들흔들 피어 오른다.
그림자는 진홍의 머리칼을 흩날리며, 즐거운 듯이 미소를 띠었다.
희미하게 열린 그 입술에서, 주문이 흘러나온다.
「배제하라」
「……노에……, 일어나, 코노에」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코노에는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에 아사토의 얼굴이 비친다.
팔꿈치를 괴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꽤나 깊게 잠들어 있었던 듯, 머릿속의 심지가 흐리멍덩하다.
「도망가자」
「……도망가?」
갑자기 그런 말을 듣고, 무슨 일인가 하고 놀란다.
아사토는 몹시도 진지한 얼굴로 코노에를 보고 있었다.
「됐으니까 빨리 일어나」
그 순간, 집의 바깥쪽에서 웅성거리는 기척이 전해져 와서, 코노에는 귀를 기울였다.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이쪽을 향하고 있는 듯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설명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
모포에서 기어나온 코노에는, 일어서서 몸차림을 갖추고 삼베 자루를 짊어졌다.
아사토는 이미 채비를 끝낸 듯했다.
아사토가 문의 손잡이를 잡는다.
약간의 사이를 두고서, 문이 활짝 열린다.
꼬리의 뿌리 부분이 오싹 하고 곤두선다.
침전하는 듯한 어두운 밤이다.
그 어둠에 몸을 숨기고, 몇 마리의 고양이가 서 있었다.
아사토의 집을 에워싸고 있다.
무서울 정도의 살기가 전해져 온다.
「죽여라. 죽여라」
「저 녀석을 죽여라, 이방인을 죽여라」
저주는, 코노에를 향해 퍼부어지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기분으로, 눈 앞의 광경을 바라본다.
확실히 환영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로 원한을 산 기억은 없다.
아니면, 이 불길한 몸에 대한 사실이 하룻밤 만에 널리 알려져버린 것인가.
그렇다고 해도, 역시 이 형색은 심상치 않다.
「죽여라! 저 녀석은 첩자다. 메이기의 고양이다!」
「…………」
선두에 나선 촌장이, 코노에를 손가락질하며 드높게 소리친다.
그 모습에, 코노에는 말을 잃음과 동시에 충격을 느꼈다.
그토록 사려 깊었던 촌장이, 어째서.
함정이었던 건가?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움막에서 주고받은 말이 거짓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혼란해져서, 코노에는 아사토를 올려본다.
아사토는 냉엄한 얼굴로 키라의 고양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모르겠어」
아사토가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그 사이에도 키라의 고양이들은 소리를 높이고 으르렁거려, 지금이라도 뛰어들어올 것 같았다.
「아사토여, 그 녀석을 죽여라. 네놈도 키라의 고양이 나부랭이라면」
「그래. 조금은 쓸모있게 구는 게 어떠냐!」
아사토──?
코노에가 귀를 의심함과 동시에, 키라 고양이들의 살기가 코노에에서 아사토에게로 돌려졌다.
아사토는 뺨을 굳히고, 그저 전방을 응시하고 있다.
키라 고양이들 모두의 눈동자에, 검은 불꽃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온다.
코노에는 직감한다.
자제하지 않으면.
심장이 두근두근 하고 세찬 맥박을 치기 시작한다.
싫은 예감이 극심해져 간다.
순간, 뇌리를 뱀이 가로질렀다.
붉은, 뱀.
뱃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기척이 느껴진다.
「이대로는, 궁지에 몰리게 돼. ……뛰자」
아사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다.
「코노에는, 오른쪽으로 가」
「너는……」
「얘기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 괜찮으니까 빨리」
[ 「너는 어떻게 할 거야」 ] → 선택
[ 「알았어, 간다」 ]
「!? 어이!」
코노에가 불러세울 새도 없이, 아사토는 앞으로 낮게 기운 자세를 취하고, 기세를 몰아 정면으로 돌진했다.
단숨에 뽑힌 검이, 어둡게 번쩍인다.
「아사토!? 네 녀석, 뭘 하는 게냐!」
촌장을 필두로 포효하던 키라의 고양이들이, 일제히 아사토에게 덤벼든다.
아사토는 응전하면서, 떼를 짓는 고양이들을 데리고 왼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남은 몇 마리의 고양이들이 코노에에게 위협의 소리를 높인다.
혀를 차고서, 코노에도 곧바로 오른쪽을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도무지 짐작조차 가지 않지만, 아사토의 마음을 헛되게 하고 싶지는 않다.
등 뒤로 쫓아오는 기척.
여지껏 계속 도망만 치고 있다.
여기저기 흩어진 집들의 사이를 빠져나가, 밤을 누비며 생각한다.
그런 생각조차 배어내듯이, 따라붙은 고양이가 검으로 들이쳐 왔다.
그 즉시 뽑아든 검으로 받아들이고, 베어 넘긴다.
휘청대던 고양이는, 그럼에도 이빨을 드러내고 반대쪽 손을 잇달아 내질렀다.
날카로운 손톱이 뺨을 스친다.
「……윽」
두근, 하고 심장이 고동쳤다.
──역시, 왔다.
감정의 공감.
통증이 욱신욱신 몸 속을 헤집어 나간다.
가슴을 누르고, 이를 악물었다.
[ 몹시 슬퍼진다 ] → 선택
[ 묘하게 즐거워진다 ]
[ 공연히 기뻐진다 ]
가슴이 짓눌린다.
몹시도 슬픈 감정이 가슴을 치고, 지금이라도 눈물이 흘러넘칠듯이 비명을 울린다.
맞닿은 부위에서 흘러드는, 성난 물결과도 같은 증오, 증오, 증오.
이것은…… 강도들과는 전혀 다르다.
좀 더 뿌리 깊고, 깊숙한 탁류다.
이대로라면 마음이 으스러져 버린다.
그럼에도, 발을 멈출 수는 없다.
몸놀림도, 전투기술도, 강도들과는 비교할 만한 것이 못 된다.
공격과 공격의 틈을 메우듯이, 다른 고양이가 속도를 높여 따라붙어, 코노에를 앞질러 땅을 찼다.
도약한 고양이가 여세를 실어서 크게 휘두른 검을 번쩍 치켜든다.
코노에도 검을 손으로 받쳐들고 머리 위로 치켜올려, 공중의 일격을 튕겨내고는 피했다.
사이를 두지 않고 옆에서, 끝이 날카롭게 갈린 가느다란 도검이 뻗어나온다.
비스듬하게 옆으로 뛰어올라 피하고, 내딛은 발로 반동을 걸어 앞으로 돌진했다.
눈앞에는, 방금 전 가느다란 검을 내질렀던 고양이가 있다.
또다시 휘둘러진 검을 검으로 튕겨내고, 위협의 소리와 함께 지체 없이, 왼쪽 팔을 그 얼굴로 밀어넣었다.
「크아아아악!!」
허공을 가르는 비명이 울린다.
손톱은 한 차례 고양이의 얼굴을 포착해 파고들고는, 미끄러져 내려와 숨통을 쥐었다.
밀착한 손과 살갗의 틈새에서 붉은 윤곽선이 번진다.
손바닥에 뜨거운 고동이 전해져 온다.
죽일 생각은 없다.
죽일 여유 따위 없었다.
붙잡았던 목을 몸째로 뿌리쳐낸다. 손에 잔뜩 들러붙은 피가 시야의 끝을 스친다.
본능적으로 솟아오르는 흉폭한 충동.
으으, 하고 입 끝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 사이에도, 긴장을 늦췄다가는 무릎이 꺾여 쓰러져버릴 것 같을 정도로, 몸 속은 아픔으로 미쳐 날뛰고 있었다.
땀줄기가 이마에서 뺨으로, 턱으로, 몇 방울이고 흘러 떨어져 간다.
삐걱삐걱 하고 울리는 소리가 이가 갈리는 것인지, 두통인 것인지 알 수 없다.
키라 고양이는 만만치 않다.
격통 속에서, 코노에는 겉으로 보이는 것은 상관하지 않고 검을 휘두르고, 손톱으로 할퀴고, 이빨을 드러내며, 달렸다.
들이닥쳐 오는 고양이를 떨쳐내고, 어둠을 짓이기듯이 달려서 키라를 빠져나갔다.
발이 둔해지는 감촉.
힘껏 디디는 수렁.
죽기살기로 달려서, 낭떠러지를 향한다.
완만한 곳을 기어오르자, 꼬리가 잡혀 끌려졌다.
돌아보지도 않고, 뒷발로 인정사정 없이 차고 또 차서 떨어트렸다.
그렇게 해서 또, 올라간다.
가까스로 낭떠러지를 다 올라가, 조금 더 달렸으나, 돌연 몸에서 힘이 빠졌다.
태엽이 끊긴 장난감처럼 풀썩 지면에 가로눕는다.
뺨에 나뭇잎과 가지가 닿은 감촉이 들고, 그리고서 흙의 냄새가 났다.
폐가 찢어질 것 같았다. 고통스러운 호흡을 반복한다.
이제, 안개는 보이지 않는다.
저릿저릿한 감각은 있었지만, 정신이 들자 공감의 아픔은 꽤 가라앉아 있었다.
추격자의 낌새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떻게 얼굴만을 들고서, 주변을 둘러본다.
「…………」
──숲이다.
돌아온 것이다.
천천히,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때, 키라에서는.
「이미 도망갈 곳은 없다. 단념해라, 아사토」
촌장의 의기양양한 웃음소리가 울린다.
미친 듯이 날뛰는 키라 고양이들을 유인하며 달렸던 아사토는, 마을의 변두리에 몰려 있었다.
둘러싸였다.
모두가 용솟음치는 살기를 차올리며, 아사토를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고 있다.
몇몇의 위협하는 소리.
한발 한발 좁혀져 가는 고리의 정 가운데에서, 아사토는 낮게 검을 쥐고 태세를 갖추어 주위를 응시하고 있었다.
「네놈, 동포에게 칼을 겨누다니……. 정신이 나가기라도 한 게냐. 네놈의 탓으로, 그 고양이…… 저주 받은 고양이를 놓치고 말았다」
촌장이 증오에 사로잡힌 듯이 으르렁거린다.
연동하듯이, 주변의 고양이도 낮게 으르렁거렸다.
분노의 소용돌이 속, 아사토는 냉정히 키라의 고양이들을 관찰한다.
키라는 무엇보다도 피의 전통과 긍지를 중히 여기는 일족이다.
성미가 까다롭기는 하지만, 사납게 구는 일은 거의 없었다.
있다고 한다면, 메이기──견원지간인 마도(魔道)의 일족이 시비를 걸어올 때 정도인 것이다.
지금의 고양이들은 촌장도 포함해 모두, 눈이 제정신이 아니다.
괴이하게 돌변한 태도가 신경쓰였다.
코노에는 메이기의 첩자다──방금 전, 그런 소리가 들렸던 것을 떠올린다.
그런 것일까?
순간, 의심이 스쳐지나간다.
그러나, 그것은 주위를 에워싼 고양이들의 건너편, 시야에 비친 그림자에 곧바로 사라졌다.
조금 떨어진 위치에 멈추어 선, 장신의 그림자.
밤눈에도 선명한 붉은 머리칼이 바람이 나부끼고 있다.
이쪽을 보고있는 듯했다.
웃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키라의 고양이인가?
저런 고양이, 있었던 걸까.
위화감에 눈을 집중시킨다.
머리 부분에 불거져 나온 것은, 귀라고 하기엔 너무나 날카롭다.
……기다려.
저것은, 설마──
「네놈의 어미도 가당치도 않은 고양이를 낳은 게다. 아니, 고양이조차 아니다. 우리 일족에 재양을 끼칠 부정의 자식…… 괴물 녀석」
촌장이 노골적으로 조롱 섞인 말을 뱉어낸다.
그 순간, 아사토는 즉시 촌장을 보았다.
그림자에 대해서는, 거기서 잊어버렸다.
냉정했던 사고에,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그래! 이 괴물, 요괴 녀석!」
박차를 가하며, 잇달아 비난의 말이 던져졌다.
악의가 깃든 말.
아사토가 제일, 듣고 싶지 않은 말.
아사토의 내부에서 견디기 힘든 충동이 치밀어 오른다.
맹렬한 분노가 나선을 그리며, 안쪽에서 터져 날뛴다.
참을 수 없다.
그것만큼은, 어떻게도.
──나는.
나는, 괴물이 아냐.
「……그만해……」
땅을 기는 듯한 소리였다.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이빨을 드러낸다.
전신이 경직되어서, 긴장으로 뒤덮인다.
난폭하게 날뛸 것만 같은 자신을 필사적으로 매어 두려 하지만, 제어할 수 없다.
괴이한 감각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며, 아사토는 주위를 둘러싼 고양이들을 노려보았다.
뱃속에서부터 포효가 세차게 솟아나왔다.
굵은 울부짖음은, 키라 고양이들을 순간 얼어붙게 만들었다.
「히익……, 화, 화를 입는다……!」
정신이 번쩍 든 것처럼 기력이 약해진 고양이들이, 귀를 숙이고 뒷걸음질 친다.
「칫……」
촌장은 부아가 치미는 듯이 혀를 차고는, 넓게 퍼진 고리를 거슬러 나아가는 것처럼, 구태여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낮게 으르렁대며 위협하는 아사토를 조용히 쏘아본다.
「알겠나, 잘 들어라. 그 고양이를 놓아준 것은 너다. 네 책임이다. 녀석을 여기로 데리고 돌아오거나, 그렇지 않으면 죽여라. 메이기의 치라면 살려둬서는 안 된다」
「이것은──명령이다. 실패는 용서하지 않아」
말꼬리를 강조하는 것처럼 천천히 잘라 말하며, 촌장은 물러서는 듯이 마을의 고양이들에게 시선을 고루 돌렸다.
아사토를 에워싼 고리가 느슨해지고, 동시에 고양이들의 눈동자에서 검은 불꽃이 엷어져 간다.
아사토의 몸에서도, 몸을 불태우는 듯한 격렬한 충동은 사라져 있었다.
그렇지만, 촌장과 마을의 고양이들을 강하게 노려보았다.
촌장의──명령.
그것은 피와 규율에 속박된 키라의 고양이들에게 있어서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거스르는 것은 키라를 버리는 것과 다름 없다.
키라를 위해서 살아온 고양이들은, 그 외에는 살아가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키라를 버린다…… 그것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죽음보다도 무서운 것이었다.
아사토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얼마만큼 혹독하게 비난을 받아 증오가 치밀었다고 할지라도, 복종하는 것 이외에 길은 없었다.
의식의 아주 깊숙한 곳에, 아로새겨져 있는 것이다.
「…………」
「알았으면, 어서 가라」
아사토는 적대하듯이 한층 더 낮게 울부짖으며, 이빨을 드러냈지만, 결국은 무언가를 억누르는 것처럼 얼굴을 돌렸다.
촌장 쪽은 보지 않은 채로, 허물어진 고양이의 고리를 달려서 빠져나간다.
발 끝은 코노에가 간 방향으로 향한다.
촌장의 명령이다.
코노에.
키라의 백성과는 다른, 저주 받은 모습의 고양이.
죽인다.
죽이지 않으면, 마을로 돌아올 수 없다.
자기암시처럼 강하게 몇 번이고 마음 속으로 되뇌이면서, 아사토는 밤의 마을을 달렸다.
코노에를 죽인다.
간단한 일이다.
방금 막 아는 사이가 된, 그저 지나가던 고양이에게 무엇을 주저할 일이 있는 것인가.
게다가 만약 정말로 메이기의 고양이라면, 촌장이 말한 대로 살려둬서는 안 된다.
알고 있다.
망설임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도──예쁜 눈동자였다.
선명하게 떠오른다.
올곧고, 마주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눈.
처음 보았을 때, 놀란 것이다.
강한 의지, 힘, 그런 것들.
키라의 고양이도 용감하지만, 살기와 투지와는 조금 더 별개의,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은 빛.
뿐만 아니라 자신을…… 예쁘다고 말해줬다.
이런 자신을.
참을 수 없는 감정에 내몰려, 아사토는 이를 악문다.
무엇을 망설이고 있나, 나는.
그 녀석을 죽인다.
죽이는 거다.
아사토는 그저 오로지, 그것만을 자신에게 되뇌었다.
무거운 몸을 억지로 끌고, 키가 큰 풀의 덤불을 헤치고 나간다.
그 안쪽에 있는 나무의 줄기에 기대어, 코노에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주저앉은 그 장소는, 다행이도 『공허』에 침식되지 않은 것 같았다.
움직이고 싶지 않다. 이 이상은 무리다.
바로 눈을 감는다.
시야가 차단되면, 다른 감각이 날카로워진다.
가지 끝을 흔드는 차가운 바람이 귀의 솜털을 간질여 간다.
키라 고양이들은──어떻게 된 걸까.
흘러들어온 감정의 맹렬함을 떠올리고, 온몸의 털이 거꾸로 선다.
무언가 이상하다.
요전의 강도에게도 같은 것을 느꼈다.
문득, 그 도화사(道化師)…… 휘리를 떠올린다.
제3자의 존재.
얼굴도 모습도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손을 쓰고 있다. 더러는 웃으며 이쪽을 지켜보고 있다.
──조종당하고 있다.
느닷없이, 그런 말이 떠올랐다.
그런 것일까?
그러나, 그것이 다른 어떤 말보다도 딱 들어맞는 것처럼 느껴졌다.
강도도 키라의 고양이들도, 조종당했다.
그러나, 어째서? 무엇을 위해서.
일련의 사건들이, 마치 나쁜 꿈인 것만 같았다.
너무나도 터무니없어서, 코노에의 안에서 현실과 결부되지 않는다.
그 뒤, 아사토는 무사했을까.
친절히 대해준데다, 도망치게도 해주었다.
포위당했을 때, 키라의 고양이들은 아사토에게도 증오를 드러내고 있었다.
촌장의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꺼림칙한 것을 보는 듯이 아사토를 보고 있었다.
코노에는 삼베 자루에서 나무 대롱을 꺼내들고, 약간 목을 축였다.
미지근한 물로는, 혼탁한 사고가 가라앉지 않는다.
한숨이 새어나온다.
칠흑같은 나무들의 틈새에서, 음의 달의 창백한 빛이 고요하게 내리비친다.
몹시도 오랜만에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쫓아왔던 키라의 고양이는 전원 따돌렸음에 틀림 없지만, 한층 더 추격자가 따라붙을지도 모른다.
귀로 항시 주위의 기척을 살핀다.
바람의 소리.
나무들의 웅성임, 기묘한 울음소리.
그 외에, 특별히 이상한 소리는 없다.
천천히 눈꺼풀을 내린다.
지금은 공감의 통증도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차라리, 감정 따위 자신의 안에서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
보통의 고양이가 되고 싶다.
그러면, 이렇게 괴로워하지 않아도 될 텐데.
피폐한 사고에, 혼잣말이 드문드문 떠오르고는 가라앉는다.
거기에, 어떤 소리가 침입해 왔다.
──이질의, 소리.
「……윽!」
황급히 일어났다.
귀를 세운다.
발소리인가.
초목을 헤치고 땅을 차는 소리다.
무언가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달리고 있다.
틀림 없이, 이쪽을 향해서.
키라의 추격자인가.
몸은 납처럼 무거웠지만, 바로 달려나가고자 했다.
그때, 수풀에서 검은 덩어리가 튀어나왔다.
땅 위로 엉켜서 넘어진다.
서로 격렬한 위협의 소리를 내뱉으며, 머리카락이고 옷이고 할 것 없이 맞잡는다.
형체의 인식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마물(魔物)인가 싶었지만, 냄새로 동류임을 알아챈다.
목을 울리는 신음과 열기가 교차한다.
무기도 들지 않고, 야생의 피 그대로 뒤얽힌다.
몸에 올라탄 상대의 귀를 물고, 있는 힘껏 무릎으로 배를 차올린다.
머리 위에서 아픔과 분노가 뒤섞인 신음 소리가 울린다.
코노에도 목 언저리에 아픔을 느꼈다.
덥석 물려 있다.
어깨에는, 손톱이.
한창 공방을 하던 때, 가슴에 무언가가 스륵 흘러들어왔다.
상대의 감정이다.
깊숙한 곳까지 밀려들지 않도록 자제한다.
마음에 커다란 공간을 그리고,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어 감정을 억지로 멈춘다.
들어오지 마.
들어오지 마.
──그러나.
코노에는 상대와 몸싸움을 벌이며, 기이한 감각을 느꼈다.
알고 있다, 이 감정.
엄밀하게는, 이 감정의 흐름과 많이 닮은 파장을.
「아사토……!?」
머리로 이해하기 보다 먼저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상대가 흠칫 하고 몸을 떤다.
──아사토.
역시, 그런가.
약간 안도한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잠시였다.
「……죽인다」
「……!?」
귓가에 낮게 퍼진 중얼거림에 눈을 크게 뜬다.
……죽인다?
어째서.
반사적으로 품은 의문은, 곧바로 자조의 마음으로 변한다.
잘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사토도, 키라의 고양이니까.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적잖이 충격을 받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이쪽을 배려해주는 아사토의 시선을 떠올린다.
「크……윽!」
망설이는 코노에의 어깻죽지에 통증이 스쳤다.
물린 것이다.
얼굴을 찡그린다.
이것은, 본심이 담긴 통증이다.
주저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주저하고 있으면, 살해당한다.
어깨의 격통에 이를 악물고, 아랫배에 힘을 모은다.
아사토의 몸에 달라붙어서, 무릎으로 힘껏 배를 차올렸다.
한 번, 두 번.
숨을 죽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어깨에 파고들었던 이빨은 느슨해졌지만, 발버둥치듯이 꿈틀거리는 손이 코노에의 목에 감긴다.
세게 조여 온다.
「……윽……」
덮쳐오는 숨막힘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시야가 압박되는 가운데, 처음으로 아사토와 눈이 마주친다.
눈이 마주치고는──힘이 빠질 것 같았다.
「……, 크윽, 너……」
증오도 분노도 아닌, 아사토는 지금도 울 것 같은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것은 코노에의 공격으로 인한 고통 때문이 아니다.
지독히 싫은 일이 있지만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는 어린 아이처럼, 굳게 미간을 모으고 있었다.
그런 얼굴을 하면서, 목을 조르는 손에는 점점 힘이 실려 간다.
어쨌든, 멈추지 않으면.
한 손을 억지로 쳐들고, 전력을 다해 휘둘러 아사토의 얼굴을 세게 쳤다.
「큭……!」
낮은 신음 소리와 함께 순간 목의 압박이 느슨해진다.
짓눌러 오는 몸을 양손으로 들이밀치고, 땅을 기듯이 해서 아사토의 밑에서 빠져나왔다.
아사토의 팔이 코노에를 다시 붙잡으려 뻗어 온다.
몸을 비튼 코노에의 시야에, 털이 짧은 검은 꼬리가 비친다.
생각할 새도 없이 움켜잡아, 그 끝을 깨물었다.
「! 크흑…… 읏!」
고통의 소리를 흘리며, 아사토의 몸이 움찔 하고 튀어올랐다.
꼬리는 급소의 하나였지만, 코노에를 붙잡는 데에 몰두한 나머지 의식이 소홀해졌던 것이리라.
완전히 아사토의 몸을 떨쳐내자, 코노에는 땅에 달라붙듯이 고개를 숙이고 격렬하게 기침을 해댔다.
목을 조르는 위화감이 사라지지 않고, 토기가 치밀어 오른다.
타액이 몇 방울, 뚝뚝 떨어졌다.
등 뒤로 일어서는 기척이 들어서, 곧바로 돌아본다.
더 할 작정인가.
그렇지 않아도 곤두선 꼬리가, 경계로 뻣뻣하게 부푼다.
양 무릎을 꿇은 아사토는 어깨로 거칠게 숨을 내쉬며 이빨을 드러내고, 궁지에 몰린 감정으로 코노에를 노려보았다.
짙은 청색의 눈동자에는 살기와, 그보다도 강하게 곤혹의 빛이 흔들리고 있다.
「……너」
──따로따로잖아.
의식과, 행동이.
눈동자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든다.
망설임을 느끼며, 코노에도 맞서듯이 아사토를 응시했다.
「나를, 죽일 건가」
「…………」
아사토의 어깨가 흠칫 하고 떨린다.
양 주먹이 소리 없이 강하게 쥐어진다.
「나는, 너를…… 죽인다. 죽이지 않으면, 안된다. 촌장님의 명령이니까, 그러지 않으면……」
더듬거리는 말이 도중에 끊기고, 숨을 잇는 소리가 들렸다.
코노에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사토를 본다.
어째서, 그렇게 괴로운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걸까.
자신 따위는 고작 하룻밤, 약간 이야기를 나눈 정도의 사이일 뿐인데.
아사토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자제하고 있던 공감을 해제하고 싶어진다.
그러면, 아사토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가 보인다.
그렇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스스로도 원하지 않는 이 힘을, 타인의 마음을 엿보는 따위의 수작을 하기 위해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럴 바에는, 제대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말로 듣고 싶다.
더는 배겨낼 수 없어져서, 질문을 꺼내려 했던 때였다.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나더니, 마주보던 두 마리의 사이를 눈부신 빛이 스쳐 지나갔다.
눈앞이 아찔해진다.
갈라진 바람이 뒤늦게 그것을 따라 지나가, 옷자락과 머리칼이 흩날렸다.
──뭐지?
한 순간의 공백, 그 직후에 폭발음이 났다.
등 뒤를 돌아본다.
조금 떨어진 지면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탄 냄새가 코 끝을 스친다.
빛이 튀어 온 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시선의 끝, 암흑의 나무숲에 뒤섞여 붉은 그림자가 서 있었다.
그렇다, 붉다.
마치 아지랑이처럼 어렴풋이 흔들리고 있다.
고양이……인 것일까?
위화감에 미간을 찌푸린다.
머리 쪽에 불거져 나온 두 개의 귀.
이상하다.
저건, 귀가 아니잖아.
같은 방향을 보고 있던 아사토가, 갑자기 몸을 경직시켰다.
「저 녀석은……」
「알고 있는 거야?」
「마을에서 봤어. 모두가, 이상해졌을 때에」
「……에?」
또다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
「윽!」
또, 그 빛이다.
옆으로 뛰어서 지면에 엎드린다.
폭발음에 얼굴을 들자, 코노에와는 반대 방향으로 피했던 아사토와 눈이 마주쳤다.
시선을 정면으로 흘려보낸다.
붉은 그림자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
미소를 띠운 입가가 보인다.
소름이 끼친다.
「저 녀석, 대체 뭐야」
「모르겠어. 단, 저 머리에 나 있는 건…… 뿔, 아닌가」
「뿔?」
붉은 그림자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아사토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빨보다도 두꺼운 뿔을 달고, 단단하고 윤기가 도는 꼬리를 지닌 사악한 존재. 사신신앙(邪神信仰)의 의식 따위에서 소환되는 일이 있다고 들었어」
그거라면 코노에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전설이나 항간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과 똑같이, 실제로 눈으로 본 자는 아무도 없다.
꿈 이야기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게 그렇다는 거야? 그런 게,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모르겠어. 그치만, 마을의 모두를 이상하게 만든 것도, 어쩌면……, ……온다」
아사토가 말을 멈추고, 날카롭게 눈을 좁힌다.
붉은 그림자는, 어둠 속에서도 그 용모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머리 부분에 돋아나 있는 것은 역시 귀가 아니다.
두껍고 기다란 이빨과도 같은…… 저것이 뿔.
두근, 하고 심장이 맥박친다.
──붉은 ,뱀.
구불구불 기어가는 그림자가 뇌리를 가로질렀다.
몸 안의 반점이 수런거린다.
어째서, 지금 그런 것이…….
답을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그림자가 천천히 한쪽 손을 들어올린다.
겨냥하는 것은, 코노에다.
눈부신 빛이 작렬한다.
「……!」
순간적으로 아사토가 있는 쪽을 향해서 땅을 차고, 뛰어든다.
곧바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가슴이 타는 듯한 매캐한 탄내가 감돈다.
코노에가 있던 부근의 지면은 완전히 도려내져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만약──정말로 아사토가 말한 대로의 존재라면, 정면으로 붙어도 승산은 없다.
일어나서 달리려 하자 가슴에 날카로운 통증이 스쳤다.
얼굴을 찡그리고 비틀거린다.
「……크윽」
「코노에?」
「아무것도 아냐」
이 통증…… 공감할 때와 비슷하다.
그렇지만, 주변에 그런 기척은 없다.
원인은, 저 붉은 그림자인가?
동요와 의문을 품은 채, 아사토에게 팔을 잡아끌려 달리기 시작한다.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 따위 알 수 없다.
때때로 발사되는 빛의 구체가 바로 옆에서 작렬한다.
그때마다, 한기가 몸을 스쳐지났다.
이쪽은 전력으로 달리고 있고, 상대의 움직임은 완만하다.
그런데도, 거리가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다.
아직도 쫓아오는 것인가.
줄지어 늘어선 나무들의 사이를 달려, 불거져나온 뿌리를 뛰어넘는다.
그때, 문득 돌연 공기가 바뀐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눈에 비치는 광경은 똑같다.
그래도, 확실히 무언가가──
「크읏……」
아사토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지면에 무릎을 꿇고서,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임을 멈춘다.
「어이, 무슨 일이야?」
「이 부근은……」
아사토가 굳어진 표정으로 코노에를 보았다.
눈앞에 털이 짧은 검은 꼬리가 치켜올려진다.
흔들리는 끝 부분은, 상처가 나서 피가 스며 있었다.
부상을 당한 것이냐고 눈으로 묻자, 아사토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풀에 닿았을 뿐이야」
그 말에, 핏기가 쑥 빠져나갔다.
주위로 시선을 돌린다.
언뜻 보기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밤의 숲.
그러나, 눈을 잘 집중시키면, 어둠에 뒤덮여 있음에도 오히려 그 색채는 선명하게 자기주장을 하고 있다.
풀도, 나무도, 잎도, 스스로 빛을 발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모든 것이 독살스러울 정도로──선명하게.
발치에 떨어져 있는 잎에 손가락 끝을 닿게 했다.
찌릿, 하고 자극이 스치고, 손가락에 붉고 가느다란 선이 번진다.
──거부당하고 있다.
「……『공허』인가」
혀를 찬다.
어느 사이에, 도대체 어느 부분부터 침식된 범위로 들어온 것일까.
만약 눈치채지 못하고 깊숙한 곳으로 나아갔다면, 풀이나 나뭇가지와 잎에 몸을 난도질 당했을지도 모른다.
등 뒤를 돌아본다.
붉은 그림자는 속도를 바꾸지 않고, 그러나 확실히 쫓아오고 있었다.
한쪽 손이 천천히 들어올려진다.
──하는 수밖에 없다.
도망친다는 선택지는 이미 사라졌다.
아사토를 보자,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던 듯, 힘찬 눈동자가 코노에를 마주보았다.
「움직일 수 있겠어?」
「아아」
고개를 끄덕이며, 아사토가 일어선다.
「저 녀석이 노리는 건 나야. 이대로, 돌진한다」
「알았어」
지금, 그 이상의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길게 설명할 여유 따위는 없었지만, 서로 어떻게 해야 할지 통했으리라고, 이유도 없이 확신한다.
코노에는 낮게 주저앉아, 전방의 그림자를 노려보았다.
붉은 그림자는 웃고 있다.
코노에의 몸 안에서 같은 색을 한 뱀의 잔영이 꿈틀거려, 가벼운 토기가 올라온다.
붉게 점멸하는 시야에, 사악한 아지랑이가 흔들린다.
구체의 빛이 발사됨과 동시에, 코노에는 몸을 앞으로 밀어붙였다.
등 뒤로 아사토가 움직이는 기척.
그 뒤, 섬광과 폭발음이 이어졌다.
한층 더 발산되는 빛을 가까스로 피하며 전진한다.
그 여파로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 스치운 뺨에 열을 느낀다.
눈 앞으로 그림자가 다가온다.
그림자가 들어올린 손이 크게 펼쳐진다.
빛이 만들어진다.
「……읏!」
──머리 위로, 바람.
코노에는 붉은 그림자에 부딪치기 직전, 옆으로 크게 뛰어오르고는 굴렀다.
상공(上空), 나무들로 파묻힌 어둠에서 아사토가 뛰어나온다.
높게 쳐든 검이, 붉은 그림자의 머리 부분을 겨냥해 내리쳐졌다.
묵직하게 막힌 소리가 울린다.
해치운 건가.
그러나, 몰아쳐야 할 피보라도 비명도, 무엇도 없었다.
확실히 공격은 명중했다.
붉은 그림자는 장신을 요동치더니, 이윽고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흘러내리는 진홍의 머리칼이, 그 표정을 감춘다.
아사토는 코노에를 정면으로 마주보고, 착지해서 몸을 낮춘 자세 그대로 그림자의 동태를 바라보고 있다.
정적──모든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얼어붙어 있었다.
숨을 삼키는 두 마리의 귀에, 무언가가 갈라지는 소리가 닿는다.
「…………」
눈앞의 광경에, 코노에는 말을 잃었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붉은 그림자의 머리, 머리부터 얼굴, 얼굴부터 가슴에 걸쳐 균열이 이어져 간다.
그것은 살아있는 덩굴처럼 전신을 기어다니고는, 마침내는──
붉은 그림자는, 여리고도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흩어졌다.
금속이 섞인 붉은 파편이, 음의 달의 빛을 받아 반짝반짝 흩날린다.
떠다니는 모습은, 현혹의 숲에 내리는 붉은 눈 같았다.
──예쁘다.
이런 상황인데도, 오도카니 그런 생각을 한다.
「코노에」
이름을 불려 정신이 들었다.
아사토가 검을 손에 든 채로, 달려왔다.
「다친 데는 없어?」
「……아아. 그쪽은」
「괜찮아」
아사토가 고개를 끄덕이고, 붉은 그림자가 서 있었던 부근을 돌아보았다.
그 옆모습에는 복잡한 빛이 역력히 떠올라 있다.
코노에도 어딘가 불안한 부유감을 느끼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난 뒤처럼, 현실감이 없다.
──허망했다.
그것이, 솔직한 감상이었다.
전설로 전해질 법한 사악한 존재가, 이렇게나 간단히 쓰러져버리는 것일까.
마음에 휑하니 무언가 허전한 구멍이 뚫린다.
허공을 떠도는 붉은 파편은 차츰 엷어져, 사라져갔다.
지금은 공기 그 자체가 색과 빛을 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환상적인 광경에 잠시 눈을 뺏겼지만, 자신들이 놓인 상황을 상기해낸다.
좌측, 이어지는 길의 안쪽을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봤다.
밤의 칠흑에, 너무나 아름다운 초목과 꽃이 선명하게 떠올라 있다.
『공허』의 독이다.
「일단은, 이곳에서 떠나자」
「아아」
달려왔던 길을 돌아본다.
수없이 도려내진 지면과 나무 줄기가, 달빛에 쓸쓸하게 드러나 있었다.
아사토가 짧은 한숨을 내뱉는다.
곁눈으로 살펴보니, 그 표정에는 희미하게 피로가 스며있는 것처럼 보였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아사토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 이상했다.
바로 전까지, 쫓는 자와 쫓기는 자였을 터인데.
리비카에게는 원래, 함께 싸운다는 개념이 없다.
그랬던 것이, 같은 적을 앞에 두고는 자연스레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아사토도 분명 그럴 것이리라.
혼자서가 아닌 싸움, 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지금의 아사토에게서, 코노에에 대한 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덤벼들어 왔던 때, 어째서 그렇게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던 걸까.
그 이유를 알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칠대로 지친 침묵의 가운데, 코노에와 아사토는 잠시 머물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공허』에 침식되지 않은 장소까지 돌아와, 커다란 나무의 밑동에 파묻히듯이 두 마리서 기대었다.
피로 때문인지, 걸을 때마다 발이 땅에 깊숙이 가라앉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가까스로 앉게 되었을 때는, 서로 말이 없었다.
아사토가 자신의 꼬리를 잡고, 끝 부분의 상처를 열심히 핥고 있다. 『공허』에 침식된 잎에 의해 생긴 창상(創傷)이다.
가끔 엿보이는 혀가 빨갛다.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피부도 머리칼도 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혀만 별개의 생물 같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시선을 눈치챈 아사토와 눈이 마주쳤다.
「?」
「……아냐. 결국 뭐였던 걸까, 방금 전의 그거」
「고양이 아닌 것……, 악마, 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해. 그치만, 뭔가 이상했어」
동의의 뜻으로, 풀썩 하고 꼬리를 흔든다.
그 악마는 마치,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기계인형 같은 움직임이었다.
그래서, 찰나의 계책이라고는 해도, 그런 터무니없는 전투 방식이 먹혀든 것이다.
만약 수를 잘못 읽었다면, 지금쯤은 머리통이 날아가 있었을 테지.
상처입은 꼬리를 핥는 것을 멈추고, 아사토가 생각에 잠긴 듯이 허공의 한 점을 응시했다.
「본체가, 따로 있는 건지도 몰라」
「본체?」
「악마는 힘을 분산시켜서, 여러 개의 분신을 만든다. 그렇게, 들었어」
「잘 알고 있네」
아사토의 시선이, 미끄러지듯이 코노에 쪽으로 돌려진다.
「……메이기가 옛날에, 어느 악마를 믿고 있었어」
「메이기?」
사악한 신을 믿는 마도의 일족이라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다.
그러고 보면 키라를 나올 때에도, 키라의 고양이들이 코노에를 향해 첩자라고 소리쳤던 느낌이 든다.
아사토가 코노에를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가늘게 좁힌다.
그 눈동자에는 명백히 의혹의 빛이 떠올라 있어, 코노에는 눈썹을 찌푸렸다.
「뭐야」
「정말로, 모르는 건가」
탐색하는 듯한 음성이 신경을 건든다.
「몰라. 나는 카로우의 고양이다」
턱을 당기고, 꿰뚫을 듯이 세차게 노려보며 말을 던졌다.
의심당하고 있다.
몰라.
메이기 따위는 모른다.
말과 똑같이, 눈에도 힘을 싣는다.
아사토는 잠시 코노에를──코노에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바라봤지만, 이윽고 작게 숨을 내쉬고는 눈을 돌렸다.
「그런가……」
「메이기라면, 어쨌다는 거야」
「……죽이지 않으면 안돼. 확실히」
죽인다.
그렇다.
아사토는 자신을 죽이기 위해 키라에서 쫓아온 것이다.
「어째서」
아사토가 얼굴을 돌리고, 꼬리로 몇 번 지면을 친다.
건조한 흙의 소리가 났다.
「키라와 메이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서로를 적대시하고 있어. 메이기는 키라를 짓밟으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어. 촌장님은, 코노에가 메이기의 고양이인 게 아니냐고 말했어」
「나는 메이기의 고양이가 아냐」
「알고 있어. 그치만, 그래도……」
아사토는 미간을 좁히고, 괴로운 듯한 표정으로 코노에를 보았다.
「나는, 너를, 죽인다」
「……!」
순간적으로 물러서고 있었다.
살기 따위를 느낀 것은 아니었지만, 반사적으로 그러고 있었다.
아사토는 무엇도 하지 않고서 앉아있던 그대로, 슬픈 듯이 귀를 숙였다.
그 표정에 곤혹을 느낀다.
나는, 너를, 죽인다.
한 마디씩 씹어누르는 듯한 발음이 귓가에 되살아난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말에 반해 어딘지 깊은 고민이 담겨있는 듯한 울림을 띠고 있었다.
코노에를 바라보는 눈동자에, 사냥감을 노리는 번뜩이는 빛은 없다. 그래서 더욱, 코노에는 곤혹을 느낀다.
「……왜, 어째서 그런 얼굴, 하는 거야. 죽인다고 말하면서, 왜」
「죽이고 싶지 않아……, 사실은」
「그러면……」
「명령이니까」
낮게 잠긴 목소리가 중얼거린다.
아사토는 고개를 숙이고, 꼬리를 힘없이 흔들었다.
「촌장님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거역하는 것은, 용서되지 않아」
「절대적? 명령이니까, 죽이고 싶지 않아도 죽인다고 하는 건가」
아사토가 끄덕인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맨 먼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의문이 조금씩 분노로 바뀌어, 미간에 힘이 들어간다.
「……절대 같은 거, 있을 리가 없어. 촌장에게 복종할 것인가, 거역할 것인가……, 그런 거, 너한테 달려있는 거잖아」
「촌장님에게는, 거역할 수 없어. 거역하면 키라로는 돌아갈 수 없어」
「별로 상관 없잖아, 돌아갈 수 없어도. 키라가 아니면 살 수 없는 것도 아냐」
「살 수 없어」
「……에?」
어떤 망설임도 없이 되돌아온 대답에, 눈이 크게 떠진다.
의미를 모르겠다.
「키라의 고양이는, 키라 밖에 모른다. 키라의 밖으로는, 나갈 수 없어. 나가면 살아있어서는 안돼」
「뭐야, 그거. 누구한테 그런 말 들은 거야?」
「촌장님에게 배워왔어. 철이 들었을 때부터, 줄곧」
──이 녀석들은.
코노에는 꼬리가 마비되는 듯한 기묘한 감각을 맛보며, 눈앞의 검은 고양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