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 초고입니다.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발견하시면 아낌없이 지적해주세요.
다음날, 『암동』 2일째.
하늘은 쾌청하고, 창으로 산뜻한 햇볕이 방 안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털다듬기를 하고서 몸차림을 가다듬고, 방을 나온다.
계단을 내려가자, 대합실에는 몇 마리의 고양이들이 각각의 대화에 꽃을 피우고 있었다.
축제 첫날이었던 어제보다는 수가 줄어 있다.
「잘 잤나」
목소리가 들려 시선을 돌린다. 소파에 라젤이 앉아 있었다.
「다른 녀석들은」
「밖으로 나갔다」
「걸어서 나간 거야?」
그만, 생각지도 않은 것을 무심코 입 밖에 내고 말았다.
악마들이 모여서 대열을 지어 거리를 행진하는 장면을 상상하니, 왜인지 우스웠기 때문이다.
그 의도를 파악한 것인지, 라젤은 아주 미미하게 입술에 미소를 띄우고,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힘을 빼앗겼다고는 해도, 공중부양이나 단거리 공간이동 정도는 할 수 있다. 게다가, 호출되면 그곳으로 떠나지」
「떠나?」
「우리들의 주된 역할 중 하나다. 자신의 무언가를 희생하더라도 이루고 싶은 소원을 가진 자가 의식을 행하고, 우리들을 소환한다」
「전원이, 소환되는 거야?」
「아니, 전원이 아니다. 저마다가 관장하는 감정에 강하게 접해 있는 자의 곁으로 소환되지.
예를 들면, 『분노』에 미쳐 날뛰는 자가 있다면, 내가 간다. 손에 들어오는 보수는 미미한 것이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힘을 얻어 보충할 필요가 있다」
「희생이라면, 뭘 희생하는 거야」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것이라면, 무엇이든 상관 없다. 머리카락도, 팔도, 영혼도, 혈연자도」
「혈연자……. 그렇게까지 해서,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가」
「대부분은, 원한이나 모략의 종류가 많다.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방해꾼을 없애고 싶다는 소원이다. 인간에 비한다면, 고양이는 아직 적은 편이지만」
──인간.
익숙해지지 않는 그 말은, 확실히 「두 지팡이」의 별칭이라고 들은 적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두 지팡이」는 이 세계를 창조해낸 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다.
리비카들은 모두, 서적을 통해 「두 지팡이」에 대해 배우고, 동경하고, 숭배해 왔다.
좋은 일을 하면, 죽은 후에는 「두 지팡이」로 환생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까지 은밀히 퍼질 정도다.
그러나, 서적 이외에는 그들을 알 방법이 없었다.
모습조차, 확실히 알지 못한다.
호기심이 돋구어져, 코노에는 라젤이 앉은 소파의 곁에 섰다.
「당신들은, 『두 지팡이』를 본 적이 있는 거야?」
라젤이 끄덕인다.
더욱더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어떤 느낌이었는지, 듣고 싶어」
「…………」
그러나, 라젤은 코노에의 기대를 받아넘기듯이 시선을 돌리고, 생각에 잠긴 얼굴로 잠시 침묵했다.
이윽고, 천천히 입을 연다.
「너희들이 생각하고 있는 만큼, 좋은 게 아니다」
「……?」
의미를 알 수 없어 질문을 던지는 시선을 보냈지만, 대답은 없었다.
라젤이 소파에서 일어나, 가볍게 어깨를 움츠린다.
「아무래도 호출된 것 같다. 그리고 하나 더, 이런 식으로 사라질 수 있지」
말과 함께 돌연, 한 줄기의 강한 바람이 대합실을 빠져나갔다.
너무나 강한 기세에 얼굴을 돌리고 눈을 감는다.
코노에가 다음으로 얼굴을 들었을 때에는, 라젤의 모습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어안이 벙벙해서 꼼짝 없이 그 자리에 붙박인다.
대체 뭐였지…… 그런 생각이 오도카니 남았다.
번쩍 정신이 들어 주위의 고양이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만약 이 광경을 보였다면, 수상하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이도 고양이들은 각각의 이야기에 몰두해, 돌풍에는 놀란 것 같았지만, 이쪽을 주목하는 기색은 없다.
안도의 숨을 쉰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머리가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라젤은, 필시 「두 지팡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피한 것이겠지.
말을 얼버무리고 자신을 따돌린 것이다.
베르그도 그렇지만, 악마들은 「두 지팡이」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리비카의 서적에 기록되어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단편적인 정보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서는 미루어 짐작할 수 없는 진실이 있거나 하는 것일까.
작게 숨을 내쉬고, 코노에는 다시금 주위로 시선을 돌린다.
라이나 아사토는 없는 것 같았다.
기분전환으로 밖으로 나갈까 하는 생각에, 문을 향해 걸어가려던 참에, 시야의 끄트머리에 무언가가 스쳤다.
시선을 돌리고, 흠칫 놀란다.
대합실의 창에서 갈색의 피부가…… 거꾸로 매달린 아사토의 상반신이 보이고 있었다.
「아사토……!?」
「잘 잤어?」
「……아아」
당황한 코노에를 아랑곳하지 않고, 아사토는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다.
「나가는 거야?」
「축제를 보러 나갈까 해. 아사토는?」
「소란스러운 건 질색이야. 그래서,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어」
「위?」
질문을 던지고서 가까스로 깨닫는다.
지붕을 말하는 것이겠지.
「코노에도 올래?」
「아니, 오늘은 큰길 쪽을 이리저리 구경하면서 돌아다니고 싶어」
「그래」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아사토는 능숙한 몸놀림으로 척척 위쪽으로 올라갔다.
어딘가에 꼬리를 묶어두고 있기라도 한 걸까.
창틀 윗부분에서 머리가 엿보이는 상태로, 뚝 하고 멈춘다.
「오늘도 큰길 쪽은 굉장히 북적이고 있어. 조심해」
그리고는, 창문의 네모난 틀 가운데서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키라에서는, 저것이 보통인 것일까.
적어도 카로우에서 저런 행동을 하는 고양이는 없었다.
아니면 아사토가 별난 것일까.
어안이 벙벙함을 느끼면서도 몸을 문 쪽으로 돌리고, 이번에야말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다.
「잘 잤어?」
접수처를 지나치려던 참에, 때마침 주방에서 얼굴을 내민 바르도가 말을 걸어왔다.
그대로 카운터로 다가온다.
숙박장 위에는 접수처가 비어있음을 알리는 푯말이 놓여있었다.
「바쁜 것 같네」
「그건 말야. 축제 이틀째고. 좋든 싫든 마음이 들뜬다는 거지」
바르도는 한쪽 손을 허리에 대고, 다른 한쪽 팔로 카운터에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아침부터 내리 일만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어젯밤에 보았을 때와 같은 짙은 피로의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상쾌하게 땀을 흘리는 노동자의 얼굴이다.
그것이 무리를 하고 있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간파할 수는 없다.
「꼬리는 좀 어때. 이제 안 아픈 거야?」
「아아. 털다듬기까지 하니까, 전혀」
증명하는 듯이, 코노에는 꼬리를 가볍게 들어 올리고 흔들어보였다.
「그거 다행이네. 브러싱을 한 효과가 있다는 거네」
「라이 녀석은, 어땠지. 나랑 이야기했다는 것 때문에 화내거나 하지 않은 거야?」
「딱히 아무 일도」
「그래. ……아, 네 네. 아아, 꽃집이 있는 장소?」
도중에 숙박객이 바르도에게 말을 걸어왔다.
정말로 바쁜 것 같다.
신경을 쓰게 하는 것도 좋지 않은 것 같은 생각에, 코노에는 그대로 여관을 나가려 했다.
「잠깐 기다려」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손님의 말에 대응하는 것은 끝이 난 듯이, 바르도가 카운터에서 몸을 내밀고 있었다.
「축제 구경하러 가는 건가」
「아아」
「나도 볼일이 있어서 나가려고 하던 참이었어. 중간까지 같이 갈까」
「겐 씨?」
「오늘은 아냐」
「여관은 괜찮은 거야?」
「그렇게 오래 비우는 건 아냐. 게다가 축제 시기는 바쁘니까, 어디든 다 비슷한 처지라고. 그럼, 잠깐 거기서 기다려」
말을 마치자마자, 바르도는 재빨리 주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정말로 괜찮은 것인지 심히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까지 저런 식으로 해온 것이겠지.
쓸데없는 걱정인가 싶어, 코노에는 얌전히 현관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머지않아, 바르도가 주방에서 나온다.
「가자」
바르도는 그렇게 말하며, 아무렇지 않게…… 실로 아무렇지도 않게, 코노에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저기」
「응?」
「팔」
「아아, 팔을 걸치기에 딱 좋은 위치에 네 어깨가 있어서 말이지」
바르도는 나른해 보이는 표정 그대로, 선뜻 태연하게도 그런 말을 내뱉었다.
몸을 옆으로 빼고, 코노에는 그 팔로부터 벗어난다.
본래 누군가와 몸이 닿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데다, 잘 알지도 못하는 상대에게 어깨를 안기는 것은 몹시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밖에서 놓쳐버리면 큰일일 텐데」
「……뭐, 그렇긴 하지만」
「그럼 이쪽이라면 괜찮은 건가」
그렇게 말하고 내민 것은, 손이었다.
코노에는 눈을 부릅뜨고 바르도를 보았다.
바르도는 눈썹 하나 깜짝하지 않고 태연하다.
「자」
「……당신 말야」
「싫은 거야?」
「싫어」
「아, 그래」
내밀었던 손을 무르며, 바르도가 히죽 웃었다.
그 순간, 코노에의 안에서 들끓는 화가 솟아오른다.
놀림당한 것이다.
할퀴어버릴까 하고 손톱을 세웠을 때, 바르도는 기분을 전환시키는 듯이 숨을 내쉬었다.
「뭐, 농담은 이 정도로 해두고. 가자고. 시간이 아까우니까 말야」
무심결에 이빨을 드러낼 뻔한 것을 참으며, 코노에는 바르도의 뒤를 따라 현관문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때, 무언가가 팔랑 하고 휘날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
그것은, 바르도의 옷자락에서 떨어진 것 같았다.
몸을 굽혀, 주워올려 본다.
아무래도 자그마한 크기의 초상화인 것 같다.
수컷인지 암컷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예쁘장한 아이의 얼굴이, 질이 좋아 보이는 네모난 천에 그러져 있다.
색채는 상당히 바래져 있으니, 꽤나 오래된 물건인 것 같았다.
「뭐야」
멈춰서있는 코노에를 돌아보고, 바르도가 의아한 듯이 눈썹을 들어올린다.
[ 그림을 품속에 넣는다 ] → 선택
코노에는 순간적으로 그림을 들고 있는 쪽의 손을 뒤로 돌렸다.
「아무것도 아냐」
「그래?」
「열기가 굉장하니까, ……거리에」
「더위 먹은 건가. 다부지지 못하네」
바르도가 눈썹을 들어올린다.
어째서 감추고 만 것인지는, 자신도 잘 알 수 없다.
단순히, 정말로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돌려주지 않을 생각은 아니다.
그렇다기보다,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그림을 가진다 해도 의미가 없다.
언젠가 적당한 때를 보아서 돌려주자는 생각을 하며, 코노에는 그림을 품속에 살짝 집어넣었다.
그려져 있던 아이는 누구인 것일까.
바르도는 독신이라고 했지만, 그렇다면 예전의──?
「이봐, 빨리 가자고」
개운치 않은 마음을 품으며, 코노에는 바르도와 함께 거리로 나갔다.
거리는 어제와 똑같이 오가는 고양이들로 심한 혼잡을 이루고 있어, 엄청난 성황이었다.
「오늘도 대단한 열기네. 기운도 좋네, 다들」
고양이들의 물결에 이리저리 밀리는 듯이 걸어나가며, 바르도가 불쑥 중얼거린다.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코노에도 그 뒤를 따라서 걷는다.
「아-, 내가 볼일이 있는 건 여기야, 여기. 잠깐 기다리라고. 이 가게, 안이 좁아」
그렇게 말하고, 바르도는 어느 가게 앞에 발을 멈추고, 안으로 들어갔다.
식품과 음료 따위의 다양한 물건을 취급하는 잡화점 같다.
떨어진 식재료 따위를 사려는 것이겠지.
코노에는 가게의 출입구에 우두커니 서서, 멍하니 그 주위를 바라보았다. 그 사이에, 바르도가 가게에서 나왔다.
틀림없이 커다란 짐이라도 껴안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다.
「기다리게 했네」
「짐은?」
「양이 많아서 말야. 여관까지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왔어」
「그렇게 안 머니까, 들고 가면 될 텐데」
「이렇게 북적거리는 통에 짐을 들고서 걷는다니, 장난이 아니라고」
「나도 도울게」
「너, 일단은 손님이잖아」
일단은 코노에도 손님으로서 대우받고 있다는 사실에 내심 놀란다.
가게를 보게 하거나 푯말을 쓰게 하거나 하는 일은, 바르도의 안에서는 손님에게 시켜도 상관 없는 일인 것일까.
「그럼, 이다음은 거리를 한 바퀴 빙 돌고서 돌아갈까」
바르도가 걷기 시작한다.
줄무늬 꼬리가 음악에 맞추어, 이따금 좌우로 작게 흔들린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아무래도 은근히 축제를 즐기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 웃음이 나왔다.
「축제, 좋아하는 거야?」
「그다지. 싫어하진 않지만」
말투는 무뚝뚝한 것이었지만, 꼬리가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고 마는 것이겠지.
「너는 어때. 축제 좋아하나?」
질문을 받고, 코노에는 생각에 잠긴다.
란센의 축제도 처음으로 보는 것들뿐이라, 취향을 운운할 이전에 그저 놀라거나, 감탄하거나 할 따름이다.
그러나, 그래서 싫은 것이냐고 한다면, 그렇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싫지 않다, 고 생각해」
「그래?」
바르도는 왜인지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줄무늬 꼬리의 끝으로 살며시 코노에의 턱을 간질였다.
깜짝 놀란 코노에가 몸을 뒤로 빼자, 눈썹을 들어올리고 작게 웃는다.
또 놀림당한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어, 눈을 부릅뜨고 쏘아보려 했던 코노에의 앞에 바르도가 갑자기 멈춰 선다.
무언가가 의아스럽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좁히고, 앞쪽으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무슨 일 있어?」
「뭔가 하고 있는 것 같네. 아마도, 싸움이지 싶지만」
말을 마치자마자, 바르도는 휙휙 고양이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뒤처지지 않도록, 코노에도 허둥지둥 뒤를 쫓았다.
가볍게 목을 빼고서 앞쪽을 본다.
불규칙적이긴 하지만 그 나름대로 일련의 흘므을 만들고 있던 고양이들의 물결이, 뒷골목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의 입구 부근에서 정체되어 있다.
「축제 때는 어쩔 수가 없다니까. 방방 들뜨는데다, 개다래주도 슬쩍 해금되기까지 하면은, 말야, ……으앗!?」
바르도가 소동의 중심을 둥글게 에워싼 고양이의 무리를 가르고 들어가려 했던 때였다.
갑자기, 둔탁하고 무거운 소리와 함게, 이쪽을 향해 무언가가 휙 날아왔다.
고양이 무리가 흩어지고, 몇 마리가 한 발 늦어 지면에 쓰러진다.
바르도가 가볍게 뒤쪽으로 피하고, 코노에는 그 등에 코끝을 부딪혔다.
날아온 것은 고양이였다.
젊은 수컷으로, 딱 보기에 깡패 같은 느낌이었다.
깡패 고양이는 아픈 듯이 얼굴을 찡그리고, 비틀거리면서 일어선다.
「부딪쳤나. 미안하게 됐네」
「……괜찮아」
걱정스러워 보이는 얼굴을 하는 바르도를 향해, 코끝을 문지르며 고개를 끄덕인다.
골목길 부근에는, 그 외에도 몇 마리의 고양이가 쓰러져 있었다.
날아온 고양이와 똑같이 질이 나빠 보이는 차림새다.
죽지는 않은 것 같지만, 팔과 다리에 부상을 입고서 신음하는 고양이도 있다.
「취한 기세로 시비를 건 상대에게 도리어 당했다, 그런 상황이려나. 그건 그렇고 꽤나 야단스럽게도 일을 벌여놨네」
질렸다는 식으로 한숨을 내쉬고, 바르도가 뒷골목의 안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 옆얼굴을 올려다보고, 코노에는 눈썹을 찡그렸다.
「…………」
바르도가 뺨을 굳히고, 가만히 골목 안쪽을 바라보고 있다.
「……어이」
불러보아도, 마치 코노에가 곁에 있는 것 따위는 잊어버리고 말기라도 한 듯이 반응이 없다.
그리고 갑자기, 구경을 하던 고양이들을 팔로 밀어제치고는, 넓은 보폭으로 성큼성큼 골목으로 들어가 버렸다.
깜짝 놀라, 코노에도 허둥지둥 뒤쫓아 간다.
뒷골목으로 들어가서 바로 나오는 곳에, 바르도는 이쪽에 등을 지고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길가에 쪼그리고 앉은 부랑자 고양이나, 수상쩍은 가게 앞에 서있는 호객꾼 고양이가, 무슨 일인가 하고 숨을 죽이고 행방을 지켜보고 있다.
코노에는 바르도의 곁으로 다가가려 했지만, 곧바로 팔로 저지당했다.
「오지 마」
그 얼굴을 올려다본다.
이번에는 방금 전보다도 훨신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명백하게 분위기가 다르다.
힐끔 눈에 들어온 가느다란 꼬리는 팽팽하게 부풀어 있어서, 바르도가 긴장하고 있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손을 댔다가는 터져버리고 말 듯한 분위기에, 코노에도 무의식적으로 털을 곤두세운다.
바르도가 전방의 어느 한 점을 응시하고 있다.
그 시선을 따라, 코노에도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눈이 크게 떠졌다.
은백색의 꼬리…… 은백색의 머리칼이 바람에 나부낀다.
약간 고개를 숙이고, 마치 영혼이 없는 자처럼 멍하니 서 있는 그 모습은──
「……라이……」
망연히 그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는다.
확실히 라이였다.
그러나, 낌새가 이상하다.
검을 움켜쥔 팔을 축 늘어트리고, 그림자에 뒤덮인 눈가에는 푸른 눈동자가 괴이한 빛을 띠고 있다.
검 끝에서 검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아니, 검은색이 아니다.
약간 어둑한 탓에 그렇게 보이지만, 저것은──붉은색이다.
라이의 털과 똑같이 싸늘하게 번뜩이는 칼날은, 붉게 젖어 있었다.
욱신, 하고 심장에 통증이 스친다.
「……윽」
가슴께를 붙잡고, 코노에는 고개를 떨궜다.
오랜만에 느끼는, 공감의 통증이었다.
귀울음이 울리고, 동시에 두통이 일어난다.
격렬한 탁류가 밀려오는 일은 없었지만, 대신에 검게 소용돌이치는 진흙탕과도 같은 감정이 쿵쿵 소리를 내며 흘러들어왔다.
라이인 것인가.
라이의──감정인 것일까.
「……저 녀석……」
바르도가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통증에 신음하는 코노에는, 그 표정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라이가 검을 입가로 가져간다.
붉은 혀가 엿보이고, 칼날을 살며시 핥아 올린다.
피의 색이, 혀에 녹아든다.
그리고서 라이는, 괴이하게 광택을 띤 입술을 스윽, 하고 양옆으로 벌려──웃었다.
그 미소다.
이전에 전투가 한창 벌어질 때 보았던, 차가운 미소.
라이의 움직임에 눈을 빼앗긴 채로 있자, 바로 옆에서 낮게 목을 으르렁대는 소리가 났다.
시선을 돌리고, 코노에는 놀란다.
바르도가 라이를 세차게 노려보고,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꼬리가 완전히 부풀어 오르고 귀도 숙여져,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아플 정도로 살기가 전해져온다.
완전히 기가 눌려서, 코노에는 뒷걸음질을 칠 뻔했다.
180도 돌변하여 평소의 바르도에게서는 상상도 되지 않을 듯한 그 모습에 말을 잃는다.
이윽고, 겁에 질려 멀리 물러나있던 구경꾼 고양이들이, 낌새를 살피기 위해 슬그머니 뒷골목을 엿보기 시작했다.
불온한 술렁임이 팽팽하게 긴장된 공기에 침투한다.
라이는 그 미소를 띤 그대로, 한 발짝, 두 발짝 천천히 후퇴하기 시작했다.
라이가 몸을 휙 돌린다.
내달리기 시작한 그 뒷모습은 경쾌한 구두소리와 함께, 뒷골목 안쪽으로 사라졌다.
긴박감의 실은 라이가 떠나간 것으로 단숨에 풀어졌다.
불온한 술렁임도 축제의 야단스러운 싸움에 삼켜져간다.
공감의 아픔도 가라앉아, 코노에는 곁에 서 있는 바르도의 낌새를 살피고자 했다.
그렇지만, 볼 수가 없었다.
약간의 공포심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방금 전의 바르도의 표정에는 오싹한 무언가가 있었다.
자연히 귀를 숙이고 만다.
「……하지 않았어……」
신음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와 귀를 기울인다.
쥐어짜내는 듯이, 바르도가 혼잣말을 내뱉는다.
「……변하지 않은 건가, 그 무엇도……」
변하지 않았다?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의아하게 여겼지만, 바르도의 옆얼굴이 정말로 궁지에 몰린 것처럼 보여서, 아무래도 물어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잠시 사이를 두고서, 번쩍 정신이 든 듯이 바르도가 코노에에게로 얼굴을 돌린다.
「……괜찮아? ……라니, 뭐가 괜찮은 건지 모르겠지만」
미간을 좁히고, 조금 겸연쩍은 듯이 시선을 돌리고서, 바르도는 뒷통수를 벅벅 긁었다.
평소의 바르도다운 말투와 몸짓에, 코노에도 무의식적으로 한숨을 놓고 어깨의 힘을 뺀다.
「……원인은 저 녀석인가. 시비를 걸어온 깡패에게 도리어 한 방 먹여준 거겠군」
라이가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며, 바르도가 중얼거린다.
그 모습에, 코노에는 희미한 위화감을 느꼈다.
라이는 명백하게 이상했다.
그것은 바르도도 확실히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을 터다.
그런데도, 당황을 하지도 뒤를 쫓지도 않고, 몹시도 침착한 것처럼 보인다.
「라이, 낌새가 이상했는데……. 안 쫓아가 봐도 되는 거야?」
「아아……. ……괜찮겠지, 아마도」
「괜찮다니……」
저 상태로,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인가.
꽤나 무책임한 발언인 것처럼 느껴져, 바르도에게 불신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러나, 그런 말과는 정반대로 바르도는 괴로움으로 가득 찬 표정을 하고 있어서, 코노에는 말을 삼켰다.
바르도는 어쩌면──라이의 돌변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침착한 것일까.
그런 얼굴을 하는 걸까.
「변하지 않았다」는 그 말도──라이에 대한 것일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문이 솟아났지만, 선뜻 질문을 던질 수는 없었다.
바르도를 감싼 공기가, 이 이상의 개입을 거절하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슬슬…… 여관으로 돌아갈까」
불쑥 혼잣말을 내뱉고서, 바르도가 큰길 쪽으로 몸을 돌린다.
그 곁에 나란히 서면서, 코노에는 슬며시 바르도의 눈치를 살폈다.
그 옆얼굴에는 어젯밤에 보았을 때와 같은 짙은 피로의 기색이 번져 있었다.
희미한 불안이 가슴 속에서 싹트기 시작해, 코노에는 침묵을 지킨다.
말을 걸 수 있을 듯한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대로 큰길로 나와 여관으로 향하던 도중, 바르도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다.
코노에는 조금 놀라 귀를 세운다.
「……왜」
「……아니. 잠깐, 이런저런 생각을 해서」
애매모호한 말의 의미가 짐작되지 않아, 코노에는 질문을 던지는 눈빛을 보낸다.
「제대로 따라오고 있나 싶어서」
바르도는 왜인지 거북한 듯이 시선을 돌리고, 빠른 말로 슬쩍 그런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바로 다시 정면을 향하고, 걷기 시작했다.
──이것은, 바르도 나름대로 마음을 써주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도 좋은 것일까.
바르도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역시 잘 파악이 되지 않는데다, 가슴에 남은 불안도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묘하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바르도에게는 수수께끼가 많다.
겉과 속이 다르다기보다도, 불투명한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접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시선을 모으면 보일 것 같은데도, 중요한 부분은 감추어져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불성실이나 기만을 일삼는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불신을 품으면서도 코노에가 완전히 바르도를 멀리할 수는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라이에 대해서도 무언가 알고 있는 것 같고──
거리를 가늠하면서도, 코노에는 조금 더 바르도에 대해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음날은 『암동』 마지막 날임에도 불구하고, 공교롭게도 하늘에는 옅은 구름이 덮여져 있었다.
그럼에도 축제의 매듭을 짓기 위해, 창에서 엿본 거리는 이전의 이틀 동안 이상으로 북적거리고, 들떠있는 듯했다.
해질 무렵, 코노에, 라이, 아사토와 악마들은 식당에 모였다.
사전에 바르도에게 부탁해, 대절해놓았다.
「드디어 축제 3일째인가. 이제 슬슬 가장무도회가 시작할 쯤일까. 도서관은 개방됐으려나」
「놀러가는 게 아니니까 말야. 좀 진정해. 고양이가 비웃는다고」
코노에를 비롯한 고양이들은 테이블을 둘러싸고 의자에 앉고, 악마들은 제각각, 자기 좋을 대로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프라우드는 몸을 가볍게 공중에 띄우며, 아이처럼 침착성 없이 안절부절못하며, 식당 안에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왔다갔다 하고 있다.
베르그는 접시 따위의 식기 종류가 수납된 선반에 기대어 있고, 카르츠는 창가에, 라젤은 벽의 가장자리에 몸을 기대고 서 있었다.
「아무리 가장무도회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 모습으로는 역시 눈에 띄겠지」
카르츠가 다소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코노에는 식당에 모인 각자의 얼굴을 차례로 바라본다.
코노에나 라이는 그렇다 쳐도, 악마 네 마리에 키라의 고양이가 한 마리.
확실히, 약간 불길한 조합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축제 마지막 날이다. 다른 고양이를 그렇게까지 신경 쓸 패거리가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데」
「……그러고 보니」
아사토가 얼굴을 들고, 무언가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꼬리를 가볍게 세웠다.
「지붕 위에서 거리를 구경하고 있을 때, 신경 쓰이는 이야기가 들렸어. 도서관이 개방되는 건, 전체 가운데 극히 일부분인 것 같아」
「에?」
반사적으로, 아사토의 얼굴로 시선이 갔다.
「일부분이라니, 어떻게 된 거야」
「중요한 문헌이 있는 서고는 비공개라고, 나도 거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요컨대, 모든 서적을 열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인가.
그러면, 정보수집의 폭이 한층 좁아진다.
자칫 잘못하면, 헛걸음만 치게 될지도 모른다.
눈앞에 다가와 있던 희망이 갑자기 차단된 기분에, 코노에는 한숨을 내쉬며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내맡겼다.
「……절망적이군」
「리크스에 관련된 서적이라면, 비공개 구역 쪽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네」
「쳐부수고 들어가면 되는 거 아냐. 비공개건 어쨌건, 상관 없이」
「소란을 피우는 건 좋지 않아. 란센에 있을 수 없게 돼」
모두, 똑같이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긴다.
식당은 축제 마지막 날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몹시 조용해졌다.
그런 침묵을 깨트리듯이 성큼성큼 걷는 발소리가 나고, 나무 쟁반에 그릇을 얹은 바르도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여어, 뭘 그리 시들어빠진 얼굴들을 하고 있는 거야. 하늘이 흐리다고 당신들까지 우울해질 건 없잖아. 과실수라도 마시라고」
말과는 정반대로 노곤한 듯한 어조로 말을 내뱉으며, 바르도는 음료수가 든 그릇을 테이블로 가져간다.
라이가 언짢은 듯이 얼굴을 돌렸다.
코노에는 그릇을 끌어당겨, 냄새를 맡아보았다.
희미하게 새콤달콤한 과일 냄새가 났다.
「근데 말야, 그렇네. 첫날이나 둘째 날이 흐린 때는 있었어도, 여지껏 마지막 날은 대체로 쾌청했는데 말야. 당신들도 참 운이 없네」
쟁반을 겨드랑이에 낀 바르도가, 창 밖을 보며 한숨을 쉰다.
「당신은 여기 온 지, 오래된 거야?」
「그렇네, 겨울 축제도 봄 축제도, 다섯 번 정도 봤네. 건 그렇고 오늘 무도회, 가는 거야?」
「그럴 생각인데」
대답하며, 슬쩍 주위로 시선을 돌린다.
프라우드가 좌우로 고개를 젓고, 베르그는 어깨를 움츠렸다.
「도서관은, 전부 다 공개되는 게 아닌 건가」
「아아. 역사책 같은 중요한 게 있는 쪽은 들어갈 수 없는 거 아니었나」
「그런가」
무심결에 낙담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음료수 그릇에 입을 대고, 혀 끝으로 과실수를 조금 퍼올린다.
산뜻하게 느껴질 정도의 달콤함이, 목구멍을 미끄러져 내려간다.
「뭐야? 도서관에 볼일이 있는 건가」
「조금」
거기서, 바르도는 마치 좋은 장난거리가 생각난 아이처럼 가볍게 눈썹을 들어올리고, 입 꼬리를 끌어올렸다.
「들어갈 방법, 없는 것도 아냐」
다음 순간.
식당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전부, 일시에 바르도 쪽을 향했다.
싸, 하고 기묘한 정적이 찾아온다.
「아?」
살기에 가까운 진지한 시선을 한꺼번에 받고, 바르도는 곤혹스러운 듯이 목덜미에 한쪽 손을 댔다.
「그 방법을 알고 싶어」
「뭘 그리 무섭게 보는 거야」
「사정이 있어. 괜찮다면, 가르쳐주지 않겠어」
「가르쳐준다 해도, 우선은 그 사정인지 하는 걸 듣지 않으면 말야」
「시간이 없어. 일이 끝나고 나서는, 안될까」
「그렇다곤 해도 말야……. 별로 당신들이랑 나랑, 사이가 가까운 것도 아니고」
「아----- 성가셔 죽겠네- 진짜-!!! 감전시켜버린다!!」
가장 먼저 인내심의 한계를 넘긴 듯한 베르그가, 테이블의 다리를 걷어차고 한쪽 팔을 앞쪽으로 쳐들었다.
순식간에, 가느다란 선형의 창백한 빛이 팔을 뒤덮는다.
주먹을 쥐자 파직파직 하는 소리가 났다.
「베르그!」
「하하하하하, 바보구나 너란 녀석은. 우리들, 악마 가장을 한 고양이라는 설정이었는데, 전부 쓸모없게 됐잖아」
「알까 보냐! 들통나는 게 위험하다면 거짓말 같은 거 처음부터 안 하면 되잖아!」
「…………, 거짓말?」
바르도가 있는 힘껏 눈썹을 찌푸리고, 베르그를 보며 손가락질을 했다.
「……당신들……」
──일을 내고 말았다.
악마 가장을 하고 있는 고양이가, 어떻게 하면 그런 기술을 내보일 수 있단 말인가.
얼버무리기도, 굉장히 힘들다.
즉각 쫓겨나는 것을 각오하고서 변명거리를 생각하고 있자. 바르도는 베르그를 노려보듯이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들, 어디서 온 길거리 기예단 고양이들이지?」
순간, 휑하니 정적이 흘렀다.
공기가 빠져나가기라도 한 듯한 탈력감이 감돈다.
일종의 살기를 띠고 있던 시선들이 전부, 얼어붙었다.
이윽고 아사토가 고개를 숙이고, 불쑥 중얼거렸다.
「길거리 기예단 고양이……」
「……길거리 기예단이든 뭐든 상관 없잖아, 별로」
「어이어이, 고양이의 저질 재주랑 똑같이 보지 말라고!!」
「넌 너무 고양이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어」
「시끄럽네, 그치만 고양이라고!?」
「슬슬 도서관으로 가지 않으면, 시간이……」
「축제 마지막 날의 무도회다. 하룻밤 내내 하는 것 아닌가」
「근데, 길거리 기예단 고양이, 라니 또 새로운 표현이네」
「……어이」
바르도의 반응에 긴장이 풀린 것인지, 모두 저마다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두서없는 분위기에 신물이 난다.
아무래도 이제부터 하나의 목표를 이루려는 집단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제멋대로인 것은 고양이의 습성이다.
악마들도 프라이드가 높으니, 비슷한 것이겠지.
그러나, 지금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런 생각에, 코노에는 테이블 아래로 주먹을 쥔다.
어느 정도의 수의 문헌이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시간이 허용되는 한, 찾아보고 싶다.
혼자로는 무리다.
여럿이 한꺼번에 떠들어대니, 다짜고짜로 평온치 못한 코노에의 신경을 거스른다.
이러고 있을 때가──
「식당은 손톱 갈기 금지인 거야?」
「내 진짜 힘은 이 정도가 아니라고!!」
「고양이도 악마도, 바보는 역시 바보로군」
「너도 꽤나 편견이 심한 거 같네. 뭔가 바보의 정의라는 게 있는 거야?」
「정의고 뭐고 없어. 바보는 바보다.」
「우리들의 가장, 있을 거라 생각하나」
「글쎄. 우리들은 가장을 한 고양이, 라는 설정이 된 것 같지만」
「귀 대신에 뿔을, 이라는 건가」
「의자 다리 정도면, 괜찮은 거야……?」
「……시끄러워!!」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코노에는 양손으로 테이블을 내려치고 있는 힘껏 소리쳤다.
꼬리의 털이 짜증으로 부풀어오른다. 테이블에는 손톱 자국이 남고 말았다.
전원이 움직임을 멈추고 코노에를 주목했다.
코노에는 당장이라도 이빨을 드러낼 듯한 기세로, 주변을 노려보았다.
「……한꺼번에 떠들지 마. 알겠어? 이러고 있을 여유는 없다고. ……바르도」
「옙」
「우리들은 이유가 있어서, 어떻게든 도서관의 서적을 조사하지 않으면 안 돼. 그러니까,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 이유는 가르쳐줄게. 그리고, 당신이 알고 싶은 것도, 전부」
바르도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코노에를 바라보았지만, 잠시 후 숨을 내쉬고, 기가 질린 듯이 어깨를 움츠렸다.
「……이런 이런. 뭔지 모르겠지만, 심각한 사정이 있는 것 같군. 알았어. 이유나 궁금한 건, 일단락되고 나서 알려주라고」
「아아」
「그럼, 그림으로 그려서 간략하게 설명해주지. 잘 그리진 못하지만 말야. 잠깐 기다려」
그렇게 말하고, 바르도는 느릿하게 꼬리를 흔들고서 식당에서 나갔다.
사라져가는 바르도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은 뒤, 코노에는 맥이 빠진 것처럼 털썩 의자에 앉았다.
오른쪽에 있는 아사토를 곁눈으로 보니, 갑자기 그릉그릉 하고 희미하게 목을 울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다.
「뭐야」
「……아냐」
베르그가 테이블에 바로 걸터앉아, 팔짱을 끼고 코웃음을 쳤다.
「쳇, 고양이 주제에」
「후후후. 어린 고양이인 줄 알았더니, 무지하게 까칠하구나. 너」
빙글 하고 한 바퀴를 돌고서, 프라우드가 즐거운 듯이 웃는다.
문득 시선을 느끼고, 코노에는 얼굴을 돌렸다.
좌측, 조금 떨어진 위치에 앉아있는 라이가, 한쪽 팔꿈치를 괴고 지그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왜 그러냐는 듯이 희미하게 고개를 기울이자, 라이는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바보 고양이도 이빨을 드러내면 일단은 고양이, 란 건가」
「…………」
아무래도 바보 취급 당한 것 같지만, 이젠 화낼 마음도 들지 않는다.
「……이를 드러내고 맞서는 마음은 필요하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혼잣말처럼 불쑥, 카르츠가 중얼거린다.
그 말이 굉장히 쓸쓸하게 느껴져서, 시선을 돌린다.
「비애를 관장하는 악마님은, 늘 흥미가 없으신 것 같네」
농을 던지는 베르그를 카르츠는 날카롭게 노려보았지만, 반론은 하지 않고 말 없이 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깥에는 밤의 어둠이 찾아와 있었지만, 고양이들의 들뜬 모양은 클라이맥스에 달한 것 같았다.
다양한 악기의 음색과 환성, 노랫소리 같은 것이 부단히 들려온다.
코노에는 문득, 카르츠의 등을 바라보았다.
늘 홀로, 슬픈 듯해보인다.
「비애」를 관장하는 악마.
그러나, 베르그나 라젤, 프라우드와 조금 분위기가 다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생각이 지나친 것일까.
「좋아. 잠깐 모여봐」
종이와 펜을 든 바르도가 식당에 나타난다.
지체 없이 명랑한 기미의 간결한 설명이 시작되었다.
「여기에 이런 게 있어서 말야, 그래서, 벽을 따라서 이렇게 나아가면……」
「…………」
「왜 그래?」
「……아니」
「그림, 못 그리네」
「…………」
솔직히, 바르도의 그림은 정말로 형편없어서,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질문을 거듭해, 머리에 깊이 새겼을 즈음에는 바르도의 심기가 나빠졌지만, 몸차림을 가다듬고, 코노에들은 마침내 여관을 떠났다.
줄을 지어 함께 걸어가는 것은 역시 눈에 띄리란 생각에, 코노에, 라이, 아사토 세 마리는 지상으로, 악마들은 공중으로 도서관을 향해 나갔다.
여관에 있을 때에 창으로 전해져왔던 떠들썩함도 충분히 대단했지만, 실제로 큰길로 나가보니, 그 성황은 열광적이라고 밖엔 말할 수가 없었다.
노점의 주인들은 축제 한정 상품을 팔아 치우기 위해 목소리를 드높이고, 음악단은 최후의 중대사라는 기세로 곡예단까지 끌어들여, 성대한 연주를 피로하고 있다.
큰길 위를 걸어가는 고양이들의 물결은, 대체로 똑바로 북쪽을 향하고 있다.
북쪽에는 도서관이 있다.
대부분의 고양이가 가장을 하고 있으니, 모두 무도회에 가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한 탓인지, 코노에도 조금 가슴이 두근거렸다.
「리크스는 지금, 뭘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좌우에서 걷고 있는 라이와 아사토가 시선을 보내온다.
우선, 축제 삼 일 동안은 아무 일도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
자신의 몸에도, 지금으로서는 저주의 증표가 다시금 나타나는 듯한 일은 없다.
그래도, 리크스는 반드시 어딘가에 있다.
숨을 죽이고, 호시탐탐 다음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무언가 계략을 꾸미고 있다.
이유도 동기도, 알 수 없지만.
「몰라」
「……뭐야 그게. 건성이네」
「그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 없는 일이야」
「되는 대로 될 수 밖에 없어. 보이지 않는 녀석에 대해 생각해도 의미가 없어」
거기서, 무심코 좌우의 얼굴을 교차로 보고 말았다.
──이 두 마리의 의견이 합치한 것은, 처음이 아닐까.
「뭐지」
「아니……, 너희들, 의외로 마음이 맞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 순간, 두 마리의 귀가 우스울 정도로 똑같은 타이밍에 숙여졌다.
「언젠가 죽일 대상이다」
「노예와 똑같이 취급되고 싶진 않군」
옅은 청색과 짙은 청색의 눈빛이 차가운 불꽃을 튀긴다.
내심 쓴웃음을 지으며, 코노에는 얼굴을 든다.
전방에 커다란 건물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게 도서관인가……」
무미건조한 상자──그것이, 첫인상이다.
도서관은, 말끔하게 남아 있던 「두 지팡이」의 유적을 사용하고 있다고 들었다.
천연의 바위 따위와는 달리, 매끈매끈하고 평평한 회색의 벽이 네모꼴로 잘린, 이상한 건물이다.
군데군데 썩어 일그러져 있거나, 부서져있기도 하지만, 달빛을 받아도 그 표면에는 단조로운 음영밖에는 생기지 않고, 밤하늘을 등지고 선 모양은 묘한 박력이 있었다.
「두 지팡이」 시대에는 이런 건물밖에 없었던 것 같지만, 저 벽은 손톱도 갈 수 없고, 통풍이 잘 되지 않을 듯하니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울 것 같고, 틀림없이 살기 불편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정면에는 또 한 번 네모꼴로 입구가 잘려져 있어서, 고양이들이 그 안으로 점점 빨려들어간다.
입구 주변엔 축제의 장식이 설치되어 있었다.
고양이들의 물결을 타고, 코노에들도 도서관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들어가보고 놀란 것은, 천장의 높이였다.
그 밖에도 「두 지팡이」의 유적을 재이용한 건물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특히 높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올려다보니, 아득한 상공에 가늘고 긴 막대와 갓 같은 것이 매달려 있다.
「『두 지팡이』는 저것에 동그란 유리 구체를 동여매서, 불 대신에 썼던 것 같군」
「헤에……」
유리는 시사에도 있지만, 상당한 귀중품이다.
「두 지팡이」의 유적에서 발굴하는 것 외에는 입수할 방법이 없다.
비슷한 성질의 돌도 있기는 있지만, 투명도가 낮은데다 깨지기 쉬워서, 쓸 만한 물건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불 대용이 되는 거지. 유리 안에 뭔가 넣는 거야?」
「그럴지도. 나도 자세히는 모른다」
「길잡이의 잎이라든지」
「그건 무리겠지」
정말이지 「두 지팡이」는 묘하다.
내장은 다소 손질이 되어 있었지만, 그럼에도 역시 원래부터 매끈매끈한 벽이었던 모양으로, 살풍경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선뜩한 공기가 희미하게 몸에 달라붙는다.
바깥보다도 안쪽이, 밤의 냉기가 늘어난 듯한 느낌이 든다.
생각했던 대로, 지내기에 불편할 것 같다.
입구에서 이어지는 큰 방의 바로 정면에는 커다란 쌍바라지문이 있고, 좌우에도 약간 작은 문이 하나씩 있다.
정면의 문은 활짝 열려 있어, 가장을 한 고양이들이 경쾌한 무도곡에 맞춰 춤을 추거나, 몇 마리가 한데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코노에들이 향해가는 곳은, 도서관으로 이어져 있는 오른쪽의 문이다.
라이와 아사토에게 눈길로 신호를 주고, 다가간다.
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건물 주변은 죽 늘어선 나무로 둘러싸여있고, 똑바로 난 좁은 길이 안쪽으로 이어져 있다.
도서관은 무도회장과는 다른 건물로, 두 건물이 나란하게 세워져 있는 것 같다.
무언가 이야기 소리가 들린 듯한 느낌에 하늘을 올려보니, 악마들이 있었다.
무도회장의 평평한 지붕 가장자리에 앉아 있다.
프라우드가 싱글벙글 하며 손을 흔들었다.
「저러고 있으면, 조금은 악마다워 보이는군」
라이가 질린 듯한 어조로 중얼거린다.
바르도의 이야기에 의하면, 도서관은 두 건물 가운데, 오른쪽이 개방되어 있고 왼쪽이 봉쇄되어 있다.
그리고 제각기, 건물 앞에 파수꾼이 있다는 것이었다.
일반 개방되고 있는 건물에 수납되어 있는 것은 소설이나 우화 따위의 종류로, 시사의 역사나 「두 지팡이」에 관한 문헌은 봉쇄된 건물에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경우, 왼쪽 건물의 서적만을 조사하자고 이야기를 맞추었다.
「도서관은 어느쪽에도 뒷문이 있어. 먼 옛날 『두 지팡이』가 썼던 거겠지만 말야, 지금은 엄청 큰 자물쇠로 잠겨서 열리지 않게 돼있어. 그치만, 실은 왼쪽은 고장이 났지」
「고장이 나?」
「아아. 자물쇠로 잠겨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풀려 있어. 이전에, 꼬마 녀석들이 장난을 쳐서 말야. 그 소문은 알고 있었으니까, 다음 해 축제 때 장난삼아 만져봤더니, 열려버려서」
「누군가에게 알려주거나 하지는 않은 거야?」
「내가 고장냈다고 의심받으면 곤란하잖아」
「……최악이네」
「뭐어. 덕분에 당신들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근데, 자물쇠를 푸는 방법 말인데, 힘으로만 끌어당기려 하면 안 돼. 매달려 있는 부분을 한 번 밀어넣은 다음에, 오른쪽으로 비틀면서 잡아당기라고. 그럼, 열리지」
「알았어」
「망 보는 고양이는 주의하라고. 중대사니까 말야」
무도회장에서부터 쭉 나있는 길을 잠시 동안 걷자, 눈앞에 새로운 두 개의 「상자」가 나타났다.
작다고 들었지만, 충분히 커다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도회장과 비교해 보았을 때 높이는 그대로인데, 가로폭만 좁아진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안에 얼마나 되는 책이 들어차 있을까.
생각만으로도 현기증이 난다.
높은 위치에 매달린 램프의 빛이, 휘황찬란하게 번쩍이며 흔들리고 있다.
주위에는 몇 마리 정도 구경하러 온 고양이의 모습이 보이고, 망을 보는 고양이가 문 옆에 한 마리씩 서 있었다.
역시 봉쇄된 쪽보다도, 개방된 건물 주변에 구경꾼이 많다.
생각했던 것 보다도 건물의 가로폭이 넓어서, 구경꾼들 틈에 섞여 오른쪽 건물 옆에서부터 간다면, 이럭저럭 뒤쪽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파수꾼의 눈치를 살피며, 그러면서도 태연한 동작으로 옆쪽으로 들어간다.
당연히 길은 없었고, 무성하게 우거진 풀을 헤치며 나아갔다.
건물의 뒤쪽으로 나온다.
옅은 달빛이 비치는 가운데, 거무스름한 벽에 푹 꺼진 것처럼 문이 들어맞추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가자, 손잡이 부분에는 크고 네모진 자물쇠가 설치되어 있었다.
본래는 튼튼했겠지만, 꽤나 낡아버린 상태다.
「다 낡아빠졌네. 어린 아이가 만지고 싶어지는 것도 무리는 아냐」
「『두 지팡이』 시기의 것을 그대로 쓰고 있는 거겠지」
벽을 따라 시선을 던지자, 평행선상에 좌측 건물의 뒷문이 보였다.
「서두르자」
언제 누가 올지도 모른다.
파수꾼 고양이가 아니어도, 호기심에서나 산보를 하는 김에 뒤쪽으로 가볼까 하고 생각하는 고양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발빠르게 봉쇄된 건물의 뒤쪽으로 이동해, 문의 자물쇠에 손을 댔다.
푸는 방법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갑자기 긴장감이 증폭되어서, 코노에는 미미하게 귀를 눕혔다.
공연히 나무로 손톱을 갈고 싶어진다.
「매달려 있는 부분을 밀어넣고, 왼쪽으로 비틀면서 당긴다, 였다」
귓전에 라이의 냉정한 목소리가 지시해 온다.
머릿속에서 복창하고서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조용히 내쉰다.
코노에가 자물쇠에 손을 댄, 그때였다.
「……!」
도서관의 좌측, 코노에 일행이 보기에 오른쪽의 벽에서, 바스락바스락 하고 풀을 밟는 발소리가 울려퍼졌다.
──누군가 온다.
등 뒤에 있는 라이와 아사토를 돌아본다.
두 마리는 귀를 쫑긋 세우고, 소리가 나는 쪽을 지그시 바라보며 낮게 자세를 취한다.
발소리는, 확실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죽여서는 안된다.
소동이 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모습을 들켜서도 안된다.
가능하다면, 소리내지 않고 기절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구경꾼이라면 몰라도, 파수꾼 고양이라면 완전히 무방비하지도 않을 테지.
그렇게 일이 잘 풀려갈 것인가.
풀숲에 몸을 낮추며, 코노에는 숨을 죽였다.
발소리가 벽의 모퉁이, 바로 옆까지 다가온다.
「……!?」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돌연, 창백한 빛과 소리가 작렬했다.
코노에는 순간적으로 털을 곤두세우고, 뒤쪽으로 재빨리 몸을 피했다.
옅은 어둠 속, 눈부심에 눈을 감는다.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희미하게 열린 시야로, 커다란 뒷모습이 비쳤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어깨 너머로 돌아본 얼굴이 의기양양하게 미소를 띄웠다.
「……베르그!?」
「여어」
베르그는, 팔을 축 늘어트린 고양이를 안고 있었다.
파수꾼 고양이다.
「죽인 거야?」
「큭, 바보 같은 소리 마! 가벼운 쇼크로 기절시킨 것 뿐이라고」
「너라면 죽일지도 모르지」
베르그의 등 뒤에서, 몹시 언짢은 듯이 미간을 찡그린 카르츠가 나타났다.
「내가 그런 야만인으로 보이는 거냐고, 아아?」
베르그가 카르츠 쪽으로 팔을 뻗자, 카르츠는 그 팔을 세게 뿌리쳤다.
「만지지 마」
「예이예이. 미움 받았네, 정말이지」
어깨를 움츠리며, 베르그는 재밌다는 듯이 히죽 하고 입 꼬리를 끌어올렸다.
「다른 두 마리는?」
「우리들한테 두 마리라는 말, 위화감 있는 걸……. 지금 오잖아」
그 말이 신호이기라도 한 것처럼, 프라우드와 라젤이 상공에서 내려왔다.
「후후. 중요한 비밀을 가르쳐 주지. 실은 나와 라젤은 말야, 근거리 공격은 별로 잘 하지 못 해. 베르그나 카르츠가 적임자지」
「베르그 혼자로 충분했을 텐데」
「만약을 위해서야」
프라우드가 싱긋 웃고서, 카르츠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이쪽의 파수꾼이 돌아오지 않는 걸 깨닫는다면, 또 다른 한 마리가 시끄럽게 구는 거 아닌가」
「괜찮다니까. 일어나면 깨끗하게 잊어버리고, 고개 갸웃거리면서 원래 있던 위치로 돌아간다고」
그렇게 말하며, 베르그는 팔에 안고 있던 파수꾼을 모퉁이 저편으로 거리낌 없이 내팽개쳤다.
「자,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
프라우드가 독촉해 와, 코노에는 조바심을 느끼면서도 이럭저럭 자물쇠를 풀고 문을 열었다.
그 순간, 시야가 하얗게 물들고, 케케묵은 냄새가 일시에 넘쳐났다.
순간적으로 얼굴을 돌렸지만, 조금 들이마시고 말았다.
「콜록, 쿨럭, ……엄청나네」
「키라의 보물 창고 같아……」
「빨리 들어가」
코노에를 비롯한 고양이들 다음으로 악마들이 뒤를 잇고, 문이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