횃불이 켜진 집 앞에는, 두 개의 그림자가 서 있었다.
하나는 산 제물이 되는 고양이고, 다른 하나는 가까운 사이의 고양이겠지.
이별을 애석해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밤이 바로 최후의 시간이 된다.
애처로운 고양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코노에는 생각한다.
만일──자신이 산 제물로 선택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아니,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은 혼자다.
슬퍼할 이도 이별을 애석해할 이도 없다.
이미 돌아가신 어머니는 간신히 흙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먹히지 않고 끝났다.
그러나, 어머니가 병으로 쓰러졌을 때, 도움을 주는 고양이는 아무도 없었다.
코노에는 아직 어렸지만, 그때의 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마을은 이미 매우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별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용서할 수 없었다. 성가신 녀석은 빨리 죽으라고만 하는 듯한 귀찮은 얼굴을 하는 고양이들의 눈을, 코노에는 지금도 잊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부모도 없이 홀몸으로 있는 자신은, 먹는다고 해서 탈이 될 만한 일도 없고 수지가 맞는다.
슬슬, 선택되는 것은 아닐까.
그때, 자신은 조용히 먹혀가기만 할 뿐인 걸까.
그저 조용히, 송곳니로, 턱으로, 이 뼈도 살도 눈도 귀도 모두 잘게 으깨져서……
「……싫어」
목 안쪽에서 잠긴 소리가 새어나온다.
그것만큼은, 싫었다.
누군가의 배를 채우기 위해 희생양이 된다니 그야말로 질색이다.
자신은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다.
자신은 자신을 위해서 산다.
혼자서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누군가의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하기 위해서라면──희생되는 것도 할 수 있을까?
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누군가가 나타나면, 그 녀석을 위해서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일이 생길까?
그때는…… 어떤 마음일까.
「……어찌 되든 상관 없어, 그런 거」
방황하기 시작한 사고를 소리를 내어 절단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꼬리의 뿌리 부분에 힘이 들어가, 털이 부풀어 있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생각해도 별수 없다.
지금은 단지, 내일을 살아나가기 위해 발버둥치지 않으면 안된다.
다른 이의 슬픔에 공감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그래. 공감하고 있을 여유 따위, 없는 것이다.
마음에 휘감기는 탄식의 늪.
두 마리 분의 마음이 밀려들어와, 코노에는 그만 무릎의 힘이 풀려 주저앉게 될 것만 같아졌다.
「……윽」
예전부터 그랬다.
어제, 신과 싸울 때도 느끼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자신은 다른 고양이들의 마음에 동조, 또는 공감하는 일이 있는 것이다.
비유를 해보자면, 마음에 물 같은 것이 흘러들어오는 느낌이다.
그것은 결코 기분 좋은 것이 아니다.
부(負)의 감정 쪽이 많은데다, 너무도 강인한 것이다.
다른 이의 감정이 들어오는 때는, 마치 그 고양이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지독하게 괴로운데다 불쾌하다.
그래서, 평소엔 마음을 자제하고, 가능한 한 공감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혼자서 살아갈 수 있어, 다른 고양이들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
관여하지 않는다면, 괴로울 일도 없다.
횃불의 빛을 차단하듯이 고개를 숙이고, 코노에는 집으로 돌아갔다.
[ 산 제물 고양이의 형색을 살펴본다 ] → 선택
[ 산 제물 고양이의 형색을 살펴보지 않는다 ]
탁탁 튀는 횃불의 소리가 시끄럽다.
그렇게 크지도 않은 소리다. 그러나, 케이쥬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오늘이라는 날이 가장 소중하고, 또 증오스러운 날이기 때문이리라.
눈 앞에서 고개를 숙인 고양이…… 나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무엇이든지 간에 쥐어뜯어버리고 싶은 기분이 된다.
왜, 어째서.
아까부터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이라면, 그것 밖에는 없었다.
「그런 얼굴 하지 마, 케이쥬」
의외로 침착한 목소리로 속삭이고, 나키가 케이쥬의 풀 죽은 귀로 손을 뻗었다.
케이쥬의 몸이 흠칫 떨렸다.
이 가느다란 손의 감촉도, 오늘까지만인 것이다.
이제 두번 다시 이런 식으로 만져주지는 않는다.
케이쥬는 자신이 어린아이로 되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정도로, 마음은 어지럽혀져 있었다.
「……어째서」
「그건, 지금까지 산 제물이 되었던 고양이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할 거야. 나만 특별한 게 아니야」
「알고 있어, 그런 거. 그래도……, 어째서……」
터무니없는 규칙.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사태는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도, 그렇다고 해서 서로 잡아먹는 일이 공적으로 허가되는 것 따위 제정신으로 하는 짓이 아니다.
……지금의 세상이 애당초, 제정신이 아닌 것인가.
온몸이 산산이 찢겨지는 기분이었다.
미칠 것 같다.
케이쥬는 나키의 뺨에 손을 대고 의복 너머로, 목덜미부터 어깨로, 어깨부터 가슴으로 천천히 더듬어갔다.
이 소중한 나키를 형성하는 모든 것이, 지저분하고 단배를 주린 다른 고양이들의 것이 되는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까.
「모두, 그런 거야……. 모두 괴로워하고 있어. 우리들만 그런 게 아니야」
케이쥬의 마음이 통한 것인지, 혹은 자신을 타이르는 것인지, 나키는 눈꺼풀을 떨어트리고 중얼거렸다.
체념으로도 보이는 고요한 모습에 더욱더 슬퍼진다.
참을 수 없어져서, 케이쥬는 나키를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이것은 나의 것, 나만의 것인데.
누군가 도와줬으면 해.
이 세계가 아닌, 어딘가 멀리 떨어진 곳으로 나와 나키를 데려가 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그렇게 빌었다.
「케이쥬, 아파」
괴로운 듯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 힘을 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키의 어깨에 손톱이 파고들어가 있었다.
「미안……」
당황스러움에 그 생채기를 혀로 핥는다.
나키는 약간 몸을 움직이고 목을 울리며, 케이쥬에게 시선을 보냈다.
「있잖아, 케이쥬. 딱 하나, 부탁이 있는데」
「……부탁?」
상처를 핥는 것을 멈추고, 케이쥬는 품속을 들여다본다.
「그래. 이것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케이쥬가 아니면 안 돼」
나키의 꼬리가 너울너울 흔들린다.
결심을 내린 눈동자는, 울 것 같은 케이쥬의 그것과는 다르게 강한 의지를 품고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모두에게……먹혀버리잖아? 그러니까……」
나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케이쥬의 뺨에 살짝 손을 댔다.
가느다란 손가락은 뺨을 미끄러지고, 이윽고 입술에 도달해, 그 틈새로 비집고 들어가려 한다.
「……!? 나키……?」
케이쥬는 놀라서, 그 손을 잡는다.
나키는 처음으로 울 것처럼 눈썹을 찡그리고, 케이쥬를 올려다본다.
떨리는 입술을 깨물고 입을 연다.
「사실은 불평등이니까 규칙도 어기는 게 되지만, 그래도……. ……케이쥬가, 제일 먼저 먹어주었으면 해」
「나키!? 무슨 말을……」
「사실은 전부 먹어주는 편이 좋아. 그래도, 그러면 케이쥬가 모두에게 비난당하잖아? 그런 건 싫으니까, 그러니까……」
나키는 무언가를 참는 듯이 입을 다물고, 소매를 걷어 새하얀 팔을 내민다.
「자, 여기, 제일 부드럽고, 먹기 좋은 곳. ……여기, 먹어줬으면 해. 이 정도라면, 아마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무슨, 말을……」
케이쥬는 말문이 막혔다.
나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시야가 흔들린다.
먹어?
이것을, 내가?
지금?
「나키, 그런 거……」
「먹어줘!!」
돌연, 필사적으로 억누른 소리로 나키가 외쳤다.
그 소리에 꼬리의 털이 꼿꼿이 펼쳐진다.
그만큼, 오싹하게 소름이 끼쳤다.
「싫단 말야, 사실은, 나라고 해서……! 그래도 거스를 수 없어. 도망친대도……, 분명 살 수 없어. 어차피 죽는 거야. 그러니까. 하다못해……」
마침내 나키의 눈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케이쥬도 배가 고프잖아? 조금이라도 보충해줘. 그걸로, 나를 케이쥬의 몸 속에 남겨줘. 단 한 조각의 피와, 살이면, 만족해……」
말은 도중에 막히고, 뭉그러져 오열이 된다.
어깨를 떨며 흐느껴 우는 고양이의 모습에, 케이쥬는 정말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온몸의 털이란 털이 다 거꾸로 선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그것만이 머릿속을 빙글빙글 맴돈다.
공복따위는 어찌 되든 좋다.
그런 건 문제가 아니다.
나키와 함께 있고 싶은 것이다.
어째서──그렇지만.
그래도, 가장 사랑하는 고양이의 소망인 것이다.
최후의.
「…………」
내밀어진 팔을 붙잡음과 동시에, 케이쥬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주르륵 넘쳐흐르는 눈물에 시야가 막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횃불에 비춰진 나키의 머리칼이 반짝반짝 빛나 아름답다.
느닷없이 그런 생각을 하며, 조금이라도 아프지 않도록 하얀 살결을 공들여 핥아, 풀려 했다.
나키가 나무라듯이, 다른 한 쪽 손으로 가만히 케이쥬의 머리카락을 만진다.
「풀지 않아도 괜찮아. 아픈 쪽이 좋아」
「…………」
감정이 격렬하게 흘러 넘쳐서, 폭발할 것 같아서, 참을 수 없어서, 케이쥬는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눈물을 흘리며, 나키가 말한대로 핥는 것을 멈췄다.
송곳니를 드러내고, 나키의 팔에──꽂아 박는다.
「……윽!」
나키의 몸이 흠칫 휘고, 입에서는 억누른 한숨이 새어나온다.
부푼 꼬리가 다리 사이에서 경직되어 있었다.
이빨은 부드러운 살결에 푹푹 파묻힌다.
툭 끊어진 탄력.
피가 입 안에 흘러넘친다.
그것은──울고 싶어질 정도로 달콤했다.
이것이, 나키의 피 맛.
사랑스러운 고양이의, 피 맛이다.
코에 달라붙는 쇠의 냄새조차 달콤하고, 치밀어오르는 토기는 온화해서, 이상하게도 혐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떨리는 몸을 강하게 부둥켜안는다.
케이쥬는 한층 더 힘을 넣는다.
눈물과 피로 범벅이 되며 꿰뚫는 이빨에 마음을 담아,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살을 씹어먹었다.
집으로 돌아간 한밤중.
잠자리에 들긴 했지만 잠이 오지는 않고, 코노에는 잠시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에, 어느샌가 잠이 들어, 꿈을 꾸었다.
코노에는 이상한 공간 안에 있었다.
여러 가지 색의 빛이 교차하고 있다. 물 속과 같은 부유감이 있고, 자신의 몸도 투명하게 비쳐 보였다.
꼬리가 너울너울 흔들린다.
멀게 가깝게, 어딘에선지 알 수 없게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옅은 잠과도 같은 기분 좋은 느낌에 둘러싸여, 코노에는 멍하니 떠돈다.
지극히 무방비한 자신, 무방비한 시간이었다.
이대로 녹아서 공기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멀게 들리는 음악에 섞여서 고동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하고 맥박치는 그것은 태동을 연상시킨다.
자신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디를 떠돌고 있는 것일까.
돌연, 시야가 온통 녹색으로 칠해졌다.
「……!?」
온통 녹색인 공간 속을 허우적거린다.
스르륵 하고, 무언가가 발목에 휘감긴다.
선뜩하니 차갑고, 가늘고, 매끈매끈한 것.
확인하려고 하니, 그것은 맹렬한 기세로 코노에의 몸을 타고 기어올라왔다.
「……윽!!」
그 무시무시한 민첩함에 혐오를 느끼며, 코노에는 순간적으로 손으로 막아내려 했다. 그러나, 할 수 없다.
그것은 스르르 가슴 위를 미끄러져, 목에 달라붙었다.
목이 세게 졸린다.
찌부러지는 살의 감촉을 즐기는 듯이, 조금씩 조여온다.
「……아, 크흑……!」
숨 쉬기가 괴롭다.
손톱으로 목을 죄는 그것의 표면을 죽기살기로 할퀸다.
부슬부슬 하고 무언가가 벗겨져서 떨어졌다.
필사적으로 시선을 던진다. 반투명의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은, 녹색의 비늘이었다.
거기서, 휘감기는 물체의 끄트머리를 본다.
이 녀석은──뱀?
「느껴지는가」
돌연,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뺨에 차갑게 젖은 감촉이 느껴진다.
뱀의 얼굴이 바로 옆에 있었다.
날카로운 눈동자가 코노에를 바라본다. 낼름낼름 엿보이는 혀는 피처럼 붉다.
또다시,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느껴지는가? 이 나의 비늘로부터, 혀로부터, 눈동자로부터, 고동으로부터, 넘쳐나는 것을. 나의 존재를. 느끼고 있는가?」
「……존재?」
「그렇다. 존재다. 대답하라. 너에게 있어, 나는 무엇인가? 너는, 무엇을 느꼈는가?」
질문을 받아도, 고통스러운 호흡에 무엇도 생각할 수 없다.
버둥거리는 손은 비늘을 긁어대고, 발이 헛되이 허공을 가른다.
「……컥, 하…… 윽」
「대답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뱀은 요구한다.
압박은 느슨해지지 않는다.
하얗게 흩어지는 의식을 필사적으로 끌어모아, 코노에는 생각했다.
[ 치밀어 오르는 희열의 충동 ] → 선택
[ 뱀이 세게 조여오는 가학심 ]
목소리를 낸 것은 아니었다.
단지 막연하게 마음속에 말을 떠올렸을 뿐이다.
그러나, 뱀은 코노에의 생각을 알아차린 것인지, 스륵 하고 목에서 떨어졌다.
코노에는 격렬하게 기침을 하며, 쓰러진다.
「으, 크……윽, 쿨룩, 큭……!」
괴롭다.
해방되었을 터인데, 목을 졸렸던 감촉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는 커녕, 감촉은 부쩍부쩍 목의 피부를 비집고 들어가, 저절로 죄어들어 가는 것 같았다.
위를 향하고 누워 뒹구는 코노에로부터, 녹색의 뱀이 미끄러져 내려온다.
낫처럼 굽은 목을 쳐들고 혀를 내미는 모습은,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고통스러운가? 고통스럽겠지. 두려워서 어찌할 수가 없겠지」
뱀이 크게 입을 벌린다.
흉폭한 이빨이 엿보인다.
뱀이 다가온다.
웃으면서.
달아나려고 발톱 끝으로 땅을 차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송곳니에서 방울져 떨어지는 타액이 보인다.
머릿속 깊은 곳에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목을 조이는 감촉은 사라지지 않고, 마침내 호흡이 멈춰 속을 게운다.
시야가 흐릿해진다.
이제, 틀렸어……!
「…………!!」
튕겨지듯이 벌떡 일어났다.
심장이 마구 두근대고 있다.
온몸에 물을 끼얹은 것처럼 땀투성이가 되어,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숨이 거칠다.
지금, 무엇을 봤지?
어떻게 된 거지……?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코노에는 몇 번이고 세차게 꼬리를 흔든다.
──그런가. 지금 본 것은, 꿈?
새하얗게 질린 머리에, 그 한마디가 떠오른다.
「……꿈……」
입 밖에 내고,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한다.
그러자마자, 몸에서 힘이 빠졌다. 깊은 숨을 토해낸다.
꿈.
꿈인가.
당연하다. 애당초 그런 공간은, 현실에는 있을 수 없다.
그래도──
코노에는 천천히 타액을 삼키며, 목에 한쪽 손을 댄다.
녹색으로 빛나는 비늘, 날카로운 눈동자, 크게 벌려진 입과 이빨.
눈에 깊이 새겨진 잔상은 선명해서, 도저히 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무엇을 느꼈는가? 대답하라──
머릿속에 직접 울렸던 목소리.
다시금 그것을 떠올리고, 안정되어 있었던 심장 고동이 다시금 아득해진다.
또 그 뱀이 이 가까이에 있는 것은 아닐까──무의식중에 낌새를 살핀다.
들려오는 것은, 밤의 정적뿐이었다.
코노에는 창 밖을 올려다본다.
하늘에는 음의 달이 떠 있었다.
기분을 전환하자는 생각에, 코노에는 일어나서 물통 가까이로 갔다.
뚜껑을 열고, 캄캄한 수면에 얼굴을 댄다.
그 때, 불현듯 물이 튀었다.
「……!」
순간, 무의식적으로 튕겨나가듯 물러났다.
머릿속 한쪽 구석에, 녹색의 뱀이 흘끗 지나간다.
──뭘 그렇게 과민해져 있는 것인가.
그저 물이 튀었을 뿐이다.
그렇게 자신을 타이르며, 다시금 물통에 다가간다.
수면을 바라보며,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찔러본다.
잠시 기다린다.
가느스름한 파문이 퍼졌지만, 그 외의 변화는 없다.
바보 같다.
그런 괴상한 꿈을 꾸어서, 조금 이상해진 것이다.
마음을 고쳐잡고, 혀로 물을 떴다.
식도를 넘어가는 물을 달게 느끼며, 생각한 것보다 목이 말라있었단 사실을 깨닫는다.
입가를 손으로 닦고, 코노에는 꼬리를 몸에 휘감고 그 자리에 앉았다.
바닥의 한 점을 바라본다.
졸음은 완전히 달아나 있었다.
결국 그날 밤은 한 숨도 자지 못하고, 코노에는 위안 삼아 털다듬기를 하며 아침의 빛을 맞았다.
수면 부족으로 무거운 몸을 억지로 끌며, 코노에는 오늘도 영역의 정찰을 하러 나갔다.
사실, 영역에 그렇게 집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불필요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영역은 귀중한 사냥의 장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른 고양이와 다투는 일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며칠 방치하면 마킹(marking)의 냄새가 옅어져, 다른 고양이에게 빼앗겨버린다.
리비카 고양이들은 주로, 나무줄기에 손톱을 간 흔적을 내 마킹을 하고 있다.
그 때, 리비카만이 구별할 수 있는 냄새가 묻어나와, 다른 고양이들은 그 냄새로 영역의 주인을 확인한다.
그래서, 아무리 나무에 손톱 자국이 새겨져있다 하더라도, 냄새의 진하기로 부재중인 것이 들통나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어젯밤 잠을 못 잔 탓에, 오늘 아침은 양의 달의 빛이 눈에 따갑다.
머릿속에 자욱하게 안개가 끼어 있어서, 안구를 움직이는 것도 노곤했다.
영역을 향해 걷고 있자, 희한한 광경에 맞닥뜨렸다.
고양이들이 몇 마리, 어느 집 앞에 떼지어 모여있었다.
평온한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코노에는 그 집 쪽으로 다가갔다.
입구에서 안을 들여다본다.
어둑한 방의 중앙에, 두 마리의 고양이가 원탁을 사이에 두고 앉아있다.
그 중의 하나는, 검은 덩어리가 얹힌 국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앞날을 점쳐보고 있는 것이겠지.
뜨거운 진흙을 떠올려, 거기에 나타나는 물결의 모양으로 점을 친다.
리비카의 전통으로, 믿고 의지하는 고양이들도 많았다.
「이리도 불길하다니……」
국자를 지닌 고양이가 힙겹게 중얼거린다.
「무엇을 점쳐도, 모두 흉(凶)의 상이 나온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다.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조짐일지도 모르겠군……」
입구에서 불안한 듯이 안을 살펴보고 있던 고양이들이, 침착함을 잃는다.
코노에는 원래 점 따위엔 별로 흥미가 없다.
그래도, 오늘은 어째서인지 희미한 동요를 느꼈다.
어젯밤에 꾸었던 꿈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후로, 줄곧 가슴이 두근거려 진정되지 않는다.
코노에는 국자의 내용물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까맣고 탁한 진흙의 표면에 하얀 모양이 떠올라 있다.
국자를 든 고양이가 흘끗 코노에를 보았다.
고양이는 무언가를 꿰뚫어 보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코를 킁킁댔다.
「너, 코노에. 좋지 않은 상이 나와 있다. 조심해라」
그 자리에 있던 고양이가 일제히 코노에를 돌아봤다.
코노에는 카로우에 고아로 잘 알려져 있다.
코노에 자신의 무뚝뚝함도 있어서, 주위에서 은근히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래서, 노골적인 호기심과 혐오의 시선에 분노를 느꼈다.
역시 너냐. 그런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코노에는 말 없이 그 자리를 뒤로 했다.
좋지 않은 상이 나와 있다──그게 어쨌다는 건가.
점 따위는 믿을 수 없다.
자신의 영역에 도착해, 사냥과 순찰에 집중했다.
영역은 아직 『공허』에 침식되어 있지 않다.
부드러운 초목을 딛을 때, 구두의 밑바닥에 전해져오는 것은 친숙한 감촉이다.
조금 숨이 놓인다.
걸어가면서 손톱으로 나무의 줄기를 할퀴어, 표시를 새로이 해간다.
공기의 냄새를 맡는다.
침입자는 특별히 없는 듯하다.
『공허』의 탓인지, 최근에는 영역을 엉망으로 만드는 일이 많아졌다.
영역의 순찰을 끝내고, 코노에는 주워 모은 나무 열매와 약초를 자루에 넣고 귀로에 올랐다.
언제나와 같은 하루가 지나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코노에는 발을 멈췄다.
어젯밤, 횃불이 걸렸던 집에서 몇 마리의 고양이가 나왔다.
촌장 측의 고양이에게 양 겨드랑이를 붙잡혀, 고개를 숙이며 걷는 가느다란 몸의 고양이──그가, 산 제물이 되는 거겠지.
팔에 붕대 같은 것을 감고 있다.
어젯밤 함께 있었던 짝의 모습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흘러들어온 두 마리의 감정은, 너무나도 무겁고 애절했다.
입을 다물고 배웅하는 일 따위 할 수 없을 테지.
이제부터 산 제물 고양이는, 장로의 거처에 가는 것이다.
몸을 깨끗이 하고, 영혼을 평안하게 하는 의식을 행하고, 그 다음은──
「…………」
견딜 수 없는 심정에 내몰려, 코노에는 눈을 돌렸다.
산 제물 고양이는 한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귀 만큼은 강하게 앞을 향하고 있었다.
의식이 거행되는 것은 심야다.
먹기를 희망하는 자는 조용히 장로의 집에 모인다.
역시 얼마만큼 배가 고파진다 하더라도, 자신이 그것을 희망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코노에는 생각했다.
산 제물 고양이의 짝은, 어떤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마치 공감했던 때처럼, 가슴이 아팠다.
산 제물.
촌장의 통달이 있다면 카로우의 고양이인 한, 피할 수 없는 규칙이다.
……규칙인가.
갑자기, 괘씸함을 느꼈다.
역시, 이 규칙은 어딘가 이상하다.
촌장 혼자만의 판단으로 제물이 정해진다.
그것은 지극히 도리에 맞지 않는다.
먹은 녀석이 다음엔 먹히면 되는 것이다.
마음 속으로 독설을 퍼붓는다.
어째서 이렇게 화가 나는지, 자신도 잘 알 수 없었다.
어젯밤, 그런 광경을 눈으로 본 탓인지도 모른다.
모두, 굶주려 있있기에 어쩔 수 없는 일. 살기 위해 필요한 일.
알고 있다…… 그건 알고 있다.
손바닥에 손톱이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세게 쥐고, 코노에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집 앞에 겨우 도착한다.
코노에는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집중시킨다.
이상한 점은 특별히 없다.
그럼에도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지만, 생각을 바꾼다.
조금 과민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이상한 점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
이것은 여느 때와 똑같은, 자신의 집이다.
그렇게 생각하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걷기 시작한다.
문에 손을 얹는다.
만약을 위해 안의 기색을 살핀다.
마음에 걸리는 소리도 낌새도, 아무것도 없다.
코노에는 작게 숨을 뱉어낸다.
역시, 그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긴장이 느슨해져, 무심코 발치로 시선을 떨어트렸다. 그리고──그대로 얼어붙었다.
「…………」
──뱀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뱀이 지나간 흔적이었지만, 그곳에 있었다.
온몸의 모든 털이 곤두선다.
크게 뜨인 눈동자에, 모래밭을 파내고 좌우로 흔들린 흔적이 비친다.
순간, 시야가 녹색으로 물든다.
어젯밤 꾸었던 꿈이 되살아난다.
목을 조이는 숨막힘을 느껴, 목에 손을 댄다.
그 꿈은──현실이었던 건가?
「……윽!」
발작적으로, 뱀의 흔적을 신발의 밑창으로 있는 힘껏 짓밟고 있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지워질 때까지.
이것은 우연이다.
만약 진짜로 뱀이 지나갔다고 해도, 꿈과는 관계 없다.
있을 리가 없다.
도중에 정신이 들었다.
코노에는 천천히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어제부터…… 조금 이상하다.
「……피곤한 거야」
소리를 내어서 중얼거려본다.
다시 눈을 뜨고 발치를 보았다.
마구 휘저어진 흙은, 조금 전의 흔적을 완전히 흩어 놓고 있었다.
코노에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결정했다.
창문과 출입구에는 만약을 대비해, 덫을 설치해 둔다.
자루를 내던지고, 코노에는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술렁대는 기분을 가라앉히기 위한 털다듬기를 하고, 몸을 둥글게 말고 잠들었다.
악몽은, 그날 밤에도 찾아왔다.
또, 그 이상한 공간에 있다.
어젯밤과 똑같이, 코노에는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희미하게 열린 시야에 부드러운 빛을 포착한다.
두근, 두근 하고 맥박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역시 어젯밤과 똑같이, 빛이 코노에를 덮친다.
다만, 색은 녹색이 아니었다.
노란색의 빛이, 코노에의 시야를 온통 메웠다.
눈이 부셔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뜨려고, 코노에는 숨을 삼켰다.
스륵 하고, 발목에 차가운 감촉이 휘감긴다.
단숨에 핏기가 빠져나간다.
──뱀이다.
어제 꾸었던 꿈과 똑같다.
뱀이 목까지 기어올라오고 있다.
「느껴지는가?」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린다.
시야의 끄트머리에 비치는 것은 노란색 뱀의 머리였다.
코노에는 목에 휘감긴 몸통에 손톱을 세워, 뜯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예상 외로 노란색 뱀은 그 이상 조여오지는 않았다.
입가에서 보이는 혀가 코노에의 뺨을, 목덜미를 어루만진다.
쭈뼛 하고 살갗에 소름이 끼친다.
무언가, 묘한 느낌이 들었다.
뱀의 꼬리가 윗옷의 옷자락을 지분대며 걷어올린다.
노란색 뱀의 표면은 몹시도 젖은 미끈함을 띠고 있었다. 살갗에 닿는 순간, 움찔 하고 몸이 떨린다.
「……!?」
매끈매끈한 몸통이 피부를 스칠 때마다, 형용할 수 없는 감각이 치밀어 오른다.
엉겁결에 귀를 숙이고 숨을 죽였다.
다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뱀은 코노에의 몸을 뾰족한 꼬리로 덧그려 간다.
「……읏, 그만 해!」
「느껴지는가? 이 나의 비늘로부터, 혀로부터, 눈동자로부터, 고동으로부터, 넘쳐나는 것을. 나의 존재를. 느끼고 있는가?」
노란색 뱀이 속삭이기 시작한다.
「대답하라. 너에게 있어, 나는 무엇인가? 너는, 무엇을 느꼈는가?」
「……으, ……읏……」
지나치게 반응하는 몸은, 마치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뱀의 꼬리가 의복 너머로 하반신을 쓰다듬는다.
이를 악물고, 애무로부터 벗어나려고 몸을 비트는 코노에에게 뱀은 계속해서 묻는다.
「대답하라」
[ 치밀어 오르는 쾌락의 충동 ] → 선택
[ 살갗 위를 기어다니는 뱀의 피부의 요염함 ]
대답하지 않으면, 이 극심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끼고, 오로지 사고를 회전시키는 데에 전념했다.
말을 입에 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노란색 뱀도 녹색 뱀과 마찬가지로 생각을 읽어낸 것인지, 돌연 움직임을 멈췄다.
애무는 그쳤지만, 살갗에는 아직 점액질의 감촉과 뜨거움이 달라붙어 있었다.
노란색 뱀이, 느긋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축축하게 젖은 배를 물결치며.
「괴로운가? 아니, 원하고 있지? 사실은. 원하고 원해서, 참을 수 없어」
그렇게 말하고, 뱀이 크게 입을 벌린다.
코노에의 의식을 희롱하듯이, 낮은 웃음소리가 울려퍼진다.
확 하고 뱃속이 뜨거워졌다.
전혀 맛본 적이 없는, 미지의 감각.
설령 꿈이라 할지라도, 벗어나고 싶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뱀의 비늘이 미끈미끈하고 괴이하게 빛난다.
뱀 따위 털어내버리고 싶다.
그렇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욕정의 욱신거림이 들끓는 것을 느끼며, 웅크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날카로운 눈동자가 바로 옆으로 다가온다.
얼굴을 돌려도 헛수고였다.
움직일 수 없는 코노에를 비웃듯이,
뱀의 입에서 나고 드는 혀가 목덜미에──
닿는다.
거기서 눈이 뜨였다.
「…………」
방심한 듯이 천장을 바라보며, 코노에는 자신의 거친 호흡 소리를 듣고 있었다.
또, 같은 꿈을 꾸었다.
이번엔, 노란색 뱀의 꿈…….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 이마에 손을 댔다.
전신이 땀으로 젖어있다.
팔에 위화감을 느끼고, 손으로 만진다. 그 순간, 오한이 스쳤다.
피부 표면에, 미끌거리는 비늘의 감촉이 남아있었다.
주위로 시선을 움직인다.
창, 문, 출입이 가능한 장소에 설치한 덫에는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다.
침대 근처의 바닥에도 이변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다면 역시 그것은 꿈인 걸까. 그렇지 않으면──
집 앞의 지면에 남아 있던 뱀이 지나간 흔적이, 뇌리를 스친다.
그때 이미, 뱀이 안으로 들어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오늘밤의 뱀은 어젯밤의 뱀과 달랐다.
그렇다고 한다면, 두 마리가 들어온 것이 된다.
어쩌면, 어딘가에 작은 개구멍이라도 있는 걸까.
……좀 진정하자.
애당초, 뱀이 나온 것은 확실히 꿈 속인 것이다.
오싹해질 정도로 생생한 꿈이었다──그렇게 밖에는 말할 수가 없다.
코노에는 깊게 숨을 내쉬고, 꼬리로 세게 바닥을 쳤다.
방을 비추는 달빛에 흙먼지가 날린다.
내일은 한번, 집 안을 확인해 보자.
개구멍에 대해서는, 전혀 없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조금 물을 핥아 마시고서, 코노에는 이불에 푹 둘러싸였다.
창문으로 보이는 음의 달에는, 구름이 걸려 있었다.
두근거림──싫은 예감을 안은 채, 그날도 비몽사몽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다음날은 아침부터 무거운 구름이 자욱이 껴서, 비가 내릴 듯한 날씨였다.
그다지 잠을 자지 못한 코노에는, 오후에 침대를 빠져나왔다.
머리에서 녹색과 노란색의 뱀이 떠나지 않는다. 그 탓에 기분이 언짢았다.
일어나고서 제일 먼저, 작은 동물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없는지 방 안을 조사했다.
그렇지만, 그럴듯한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코노에는 초조해져서, 바닥을 손톱으로 긁어댔다.
마음을 고쳐잡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을 때, 문에 무언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
코노에는 귀를 기울인다.
어깨너머로 거친 숨소리가 들려온다.
밖에 누군가가 있는 듯하다.
코노에는 낮은 자세를 취하고, 발소리를 내지 않고 문으로 다가갔다.
벽에 등을 바싹 대고 기색을 살핀다.
상대는 기척을 죽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조급한 숨이 그럴 여유도 없음을 알려준다.
부상이라도 당한 것일까.
경계를 풀지 않고, 코노에는 신중히 문을 열었다.
조금씩 벌어지는 틈새에, 상대의 것이라고 생각되는 천 조각이 보였다.
「……어이」
말을 걸어도 대답은 없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문에 쿵 하고 하중이 실렸다.
──위험하다.
코노에는 순간적으로 재빨리 물러섰다.
문이 강하게 활짝 열려지고, 고양이가 뛰어들어 왔다.
고양이는 어깨로 숨을 쉬면서, 타오르는 듯한 살기를 흩뿌리고 있다.
완전히 숙여진 귀를 보고, 코노에는 미간을 찌푸렸다.
없다.
왼쪽 귀가 없는 것이다.
고양이가 조용히 위협의 숨을 뱉으며, 얼굴을 든다.
「……!」
무심결에 숨을 삼킨다.
눈동자는 번뜩번뜩 하고 격렬한 빛을 띠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오른쪽 눈 뿐이다.
왼쪽 눈이 있어야 할 장소에는 검은 구멍이 뚫려있었다.
패인 것도, 상처를 입은 것도 아니다.
귀와 똑같이, 안구의 존재 그 자체가──없는 것이다.
「……실구인가」
「…………」
고양이는 이빨을 드러낸다.
실구──그것은 3년에 한번, 시사에서 유행하는 수수께끼의 괴병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몸의 일부가 사라지는 것이다.
고통을 동반하는 고열이 난다.
사망률도 높다.
발병률은 낮지만, 암컷에 한해서는 달랐다.
발병률도 높고, 사망률은 백 퍼센트에 가깝다.
암컷은 희소하다 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으아아아악!!」
뱃속에서 짜내는 듯한 신음 소리를 지르며, 고양이가 덤벼들어 온다.
날카로운 손톱의 일격.
곧바로 물러서서 피하지만, 좁은 집 안에서는 생각처럼 움직일 수 없다.
공격이 어긋난 것에 발끈했는지, 고양이가 무서운 눈으로 노려본다.
눈동자에는 빛이 없다.
제정신을 잃기 시작하고 있다.
또다시, 고양이가 바닥을 차고 코노에에게 달려들었다.
내질러진 팔을 피해, 방 구석으로 물러선다.
지그시 상대를 응시한다.
문득, 이 얼굴을 본 기억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산 제물 고양이의 짝이 아닌가.
「으으으윽……」
고양이가 분노를 끓어올리며 신음한다.
코노에는 체념과도 비슷한 감정이 가슴 속에 번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짝을 잃고, 자신은 실구가 발병하고……
지금, 이 고양이로부터 전해져 오는 것은 분노다. 그러나, 분노의 건너편에는 끝없는 슬픔과 절망이 깊게 고여있다.
코노에는 완전히 전의를 잃고, 몸에서 힘을 뺐다.
부풀어 있던 꼬리도 원래대로 돌아온다.
고양이는 의아한 듯한 얼굴을 했지만, 업신여김 당했다고 생각했는지, 더욱더 세차게 이빨을 드러냈다.
눈동자를 빛내며 세 번째로, 돌진해온다.
코노에가 옆으로 재빨리 비켜서서 피하자, 관성을 통제하는 데 실패한 고양이는 그대로 벽에 부딪쳤다.
흩날리는 흙먼지 속에 고양이는 축 늘어져 가로누워,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코노에는 고양이의 곁으로 다가간다.
왼쪽의 어두운 눈구멍이 보여, 견딜 수 없는 마음에 사로잡혔다.
고양이는 괴로운 듯한 얼굴을 찡그리고 얕은 호흡을 반복하고 있다.
웅크리고 앉아, 쓰러진 고양이의 어깨에 손을 대본다. 뜨겁다.
발열하고 있는 듯했다.
고양이는 흠칫 몸을 떨었으나, 저항하지는 않았다.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기도사(祈禱師)의 집까지 데려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완치하는 약은 없지만, 고통을 완화시키는 일은 가능할 것이다.
「설 수 있겠어? 기도사가 있는 곳까지 데려간다. 괜찮지?」
그렇게 전하자, 대답 대신에 풀썩 하고 꼬리가 흔들렸다.
고양이의 몸을 떠받치며 신중하게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고양이는 흠뻑 땀을 흘리고 있어, 거친 숨이 정말로 고통스러워 보였다.
기도사의 집으로 향해 걸어가면서, 코노에는 흠칫 놀랐다.
이 고양이 외에도 마을의 이곳저곳에, 신음하며 웅크리는 고양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팔이 없는 자, 다리가 없는 자, 꼬리와 귀가 없는 자.
실구 발병자들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발병자가 나온 적은 없었다.
어쨌든 지금은 이 고양이를 무사히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자는 생각에, 코노에는 기도사의 집으로 향했다.
기도사의 집에는 그 외에도 실구에 걸린 고양이들이 쇄도하고 있었다.
고령의 기도사는 몹시 지쳐서 힘에 부치는 기색으로, 이렇게 발병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투덜대고 있었다.
옆에서 시중을 드는 고양이들이, 지벌은 아닐까 하고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벌 : 민속에서 신불神佛에게 거슬리는 일을 저질러 당하는 벌을 이르는 말)
산 제물을 너무나 많이 잡은 탓이라고.
고양이들은 더 나아가, 란센의 거리에 이주하고 싶다는 말도 입 밖에 내고 있었다.
산 제물 제도는, 란센에서는 행해지지 않는 듯하다.
『공허』에 의한 피해도 그렇게 나오지 않고 있다고 들린다.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는 마음도 알 수 없는 게 아니었다.
코노에가 집으로 돌아갈 즈음에는, 양의 달이 지평선으로 가라앉으려 하고 있었다.
실구 발병자들은 숨이 끊어진 뒤에, 혹은 확실히 죽을 것이라 판단되는 경우, 식량으로서 확보된다.
알고 있는 일이었지만, 코노에는 지독히 싫은 기분이 되었다.
바람을 타고, 선율이 귀에 닿는다.
발을 멈추고 돌아본다.
나무 그늘에 고양이 한 마리가 기대어 있었다.
고양이는, 몇 겹의 천을 두르고 있었다.
얼굴은 그림자가 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손에는 악기를 들고서, 박자를 맞추는 듯이 꼬리를 치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유랑하는 음유시인이다.
어느 날 훌쩍 와서 자유롭게 마음대로 노래하고, 어느 사이엔가 사라진다.
『공허』가 나타나기 이전에는, 카로우에서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자 따위는 없었다.
모두, 싸움 이외에는 거의 흥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집에서 얼굴을 내밀고 노래를 듣고, 목을 울리는 고양이도 있다.
변덕스러운 음유시인이 연주하는 노래는, 고양이들의 삭막해진 마음을 달래주었다.
리비카는 「두 지팡이」가 남긴 언어를 대부분 해독할 수 없다.
그래서 그림을 많이 사용해서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문자, 혹은 노래를 이용하는 일이 많았다.
노래는 소중하다.
싸움에도 일상에도,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인 것이다.
지금도 주위를 둘러보면, 몇 마리의 고양이가 넋을 잃은 얼굴로 노래를 듣고 있다.
음유시인 고양이는 울림이 좋은 저음으로, 느긋이 노래한다.
긴 손가락이 현을 탈 때마다, 섬세하고 투명한 음이 흘러나온다.
그 목소리와 음의 조화는 몹시도 기분 좋은 것으로, 코노에의 발은 자연스레 음유시인의 쪽을 향하고 있었다.
조금 거리를 두고, 조심스레 자리에 앉는다.
왜인지 긴장하고 있다.
이 몸을 태우는 격렬함은 괴로움과 달콤함을 양식 삼아
그 이름을 입에 담을 때마다 모습을 뇌리에 그릴 때마다
불꽃은 만개해 별이 되어 저편으로 흘러 가네
자그마한 이 몸도 마음도 사랑까지도 모두 태워버리고
소용돌이치는 불꽃은 달콤하고 씁쓸해 지금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눈꺼풀을 닫는다.
음유시인의 목소리가 고막에서부터 차츰차츰 스며든다.
안쪽에서부터 몸의 솜털을 어루만지는 듯한, 묘한 기분 좋음이었다.
선율과 함께 가사를 머릿속에서 곱씹는다.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하고, 멍하니 생각한다.
음유시인은, 과거와 꿈 이야기를 자신만의 언어에 실어 노래한다.
연애나 사랑, 지금은 그런 것을 믿고 있는 고양이가 어느 정도 있는 것일까.
서로를 잡아먹어서라도 살아남으려 하는, 이 세계에서.
암고양이의 격감에 의해, 자손 번영의 본능은 옅어지고 있다.
그 탓일까, 동성간 관계를 맺는 고양이도 적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생물적인 저항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늘 굶주림과 죽음에 겁내는 나날의 가운데, 불필요한 일에 체력을 낭비할 시간 따위는 없다.
그래서 리비카 고양이들은, 연애나 사랑 따위의 꿈에 부푼 감정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소용돌이치는 불꽃은 달콤하고 씁쓸해 지금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음유시인의 목소리에서 번지는 감정이, 코노에의 마음으로 넘실넘실 흘러들어온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릉그릉 하고 목을 울리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이것은 연애의 노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숨 쉬기 힘든데도, 그것이 기쁘게도 느껴지는 듯한, 이상한 감각이었다.
코노에는 꿈에서 깨어나듯이, 천천히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좋은 노래구나」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이 새어나온다.
음유시인은 노래를 멈추고, 코노에에게 얼굴을 돌렸다.
입가에 미소를 새긴다.
그 손가락 끝이 지링 하고 현을 탔다.
그 순간, 코노에는 꼬리의 털이 부풀어오르는 감각을 느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어째선지 애달퍼졌다.
코노에는 무심코 음유시인 고양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 감각은, 무엇일까.
그 전에도 음유시인을 본 적은 있었지만, 이런 기분이 된 것은 처음이었다.
음유시인은 그 후에도, 연애에 실패한 노래, 전투에서 승리한 노래 등을 읊었다.
이윽고, 여운에 잠긴 고양이들을 남기고 천천히 일어섰다.
마지막까지 듣고 있었던 코노에는, 얼굴을 든다.
어디로 가는 걸까.
이 마을을 떠나버리는 것일까.
코노에는 일어선다.
「저기……」
음유시인 고양이가 돌아본다.
말을 걸고서, 일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동적으로 말을 건 것은 좋지만,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알 수 없다.
또 만날 수 있는 건가?
어디로 가는 건가?
이상하다.
그저,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방금 전까지의 감각이 신경 쓰여서 어쩔 수 없었다.
음유시인은 말없이 코노에를 보고 있다.
이것저것 생각한 끝에, 결국 코노에는 고개를 숙였다.
「……또, ……」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이걸로는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
꼬리가 내려간다.
그런 코노에에게, 음유시인은 작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코노에는 귀를 세우고 음유시인을 보았다.
음유시인은 등을 돌리고, 소리도 없이 사라져 갔다.
그 끄덕임은, 승낙한 거라고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말을 나눈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혀 전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어째선지 확신감이 들었다.
또 만날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자욱이 두껍게 껴 있던 구름이 개어 있었다.
맑은 밤하늘에 음의 달이 떠 있다.
코노에는 천천히 숨을 내쉬고, 집을 향하여 걷기 시작했다.
가슴 속에는, 아직 애달픔의 여운이 욱신대고 있었다.
애달프고, 슬프고, 괴로운 감정.
그것도, 연애나 사랑의 일부인 것일까.
어머니와 아버지도, 그런 마음을 안고 있었던 것일까.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시사에는, 그런 것이 흘러넘치고 있었을 테지.
대체, 어떤 세계였을까.
언젠가, 자신도 그 마음을 알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두 밤을 지나, 악몽은 삼 일째에 접어들었다.
오늘밤도 또, 그 이상한 공간에 있었다.
물 속을 떠다니는 듯한 감각과, 멀게 가깝게 들려오는 음악.
또 같은 꿈이다.
「……윽」
돌연, 왼쪽 귀에 격통이 스쳤다.
코노에는, 얼굴을 찡그리고 아픈 곳으로 손을 뻗었다.
만지려고 하다가, 깜짝 놀랐다.
──없다.
귀가, 없어졌다.
분명히 있어야 할 감촉이 없다.
그런 바보 같은.
초조함에 머리카락 속을 더듬어 찾는다.
이번에는 뜨끔 하고 왼쪽 눈에 통증이 스쳤다.
핏기가 빠져나간다.
왼쪽 눈을 만질 수 없었다.
얼굴에 휑하니 뚫린 공동(空洞)을 떠올리고, 소름이 끼친다.
분명 없어졌을 테지.
왼쪽 귀와 똑같이, 눈이.
이것은──실구의 증상이다.
발병해버린 것인가, 자신도.
──기다려, 이것은 꿈이다.
방금 그렇게 생각했을 터다.
필사적으로 진정하려 하지만, 왼쪽 귀와 눈이 아프다.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
그리고, 왼쪽 팔에도 아픔이 스쳤다.
─왼쪽 다리에도.
겁이 나서, 코노에는 얼어붙은 채 허공의 한 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열이 들어차는 느낌이 들어, 괴롭다.
이것이 실구의 증상인 건가.
자신은, 이대로 죽는 것인가.
만약 꿈이라 해도, 눈을 떴을 때는 죽은 상태인 걸지도 모른다.
부유하는 자신의 꼬리가 시야의 끄트머리에 비친다.
그것은 사탕과자처럼 산산이 부서져, 반 정도부터 끝이 없었다.
끝없는 절망과 공포에 뒤덮인다.
그때, 강한 빛이 코노에를 감쌌다.
「……!」
이번엔 녹색도 노란색도 아니다.
새파란 빛이, 공간을 완전히 물들였다.
스륵 하고, 오른쪽 발목에 무언가가 휘감긴다.
점액질의 동체가 몸을 기어 올라온다.
파란 비늘이 어둡게 반짝였다.
「느껴지는가?」
목에 달라붙은 뱀이 속삭인다.
세게 조여오진 않았지만, 코노에는 슬픈 감정에 사로잡혔다.
울고 싶지 않은데도 눈물이 솟아오른다.
「느껴지는가? 이 나의 비늘로부터, 혀로부터, 눈동자로부터, 고동으로부터, 넘쳐나는 것을. 나의 존재를. 느끼고 있는가?」
파란 뱀이 묻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에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점점 눈물샘이 뜨거워져, 코노에의 뺨을 눈물이 타고 내려간다.
한번 흐르니, 멈추지 않는다.
왼쪽 뼘에도 젖은 감촉이 있었다.
눈구멍의 어두운 곳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이겠지.
「대답하라. 너에게 있어, 나는 무엇인가? 너는, 무엇을 느꼈는가?」
「……으흑, ……」
「대답하라」
코노에는 울면서, 노란색과 녹색의 뱀을 떠올리고 있었다.
던져진 질문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면, 이 짓눌리는 듯한 슬픔으로부터는 해방될 수 없는 것이다.
흐물흐물 해진 사고로, 어떻게든 대답을 내놓으려 한다.
[ 치밀어 오르는 슬픔의 충동 ] → 선택
[ 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뱀의 피부의 차가움 ]
코노에가 대답을 마음속으로 떠올리자, 파란 뱀이 움직임을 멈췄다.
마음에서 슬픈 감정이 빠져나간다.
겨우 눈물이 멈춘다. 치밀어 오르는 오열을 물어 죽이며, 코노에는 뱀을 털어내려 했다.
그러나, 뱀은 코노에의 목에 휘감긴 채 왼쪽 뺨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낼름낼름 나고 드는 붉은 혀가, 왼쪽의──안구가 있어야 했을 구덩이에 이른다.
슬픈 감정에 뒤섞여 있었던 아픔이 숨을 되돌린다.
왼쪽 반신이 비명을 질렀다.
눈구멍의 안쪽에, 뱀의 혀가 희미하게 닿는다.
뜨끔 하고 세찬 통증이 스쳤다.
「……윽! 그만, 해……!」
악 다문 이 사이로 신음한다.
뱀은 온화한 움직임으로 코노에의 왼쪽 반신을 기어다닌다.
마치──실구에 의해 잃어버린 부위를 가엾게 여기며, 위로하는 것처럼.
그러나, 얼마만큼 부드럽게 쓰다듬어도 코노에에게는 고통에 지나지 않는다.
온몸의 신경이 드러나기라도 한 듯한 아픔에 떨고 있는 것이다.
「아, 아……윽……!」
「……괴로운가? 너의 몸이, 마음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아픈 것이겠지, 모든 것이」
살갗을 미끄러지는 비늘의 감촉에, 미쳐버릴 것 같아진다.
파랗게 비치는 바닥 위, 등을 위로 향하고 젖히며 코노에는 발버둥쳤다.
얼마만큼 심하게 움직여도, 뱀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뱀이 왼쪽 뺨을 기어오르고, 마침내는──안구가 사라진 그 장소로 들어가려고 했다.
「윽, 그, 만……, 해, ……읏!!」
「…………, ……」
──눈을 뜨고 곧바로, 미쳐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로 벌써 3일 낮 3일 밤.
몸은 공포로 경직되어서, 일어날 기력도 없을 정도로 완전히 피폐해져 있었다.
뻣뻣해진 오른손으로 조심조심 얼굴의 왼쪽을 만진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따뜻한 온도와 융기(隆起).
확실히 있다. 안구도──귀도.
손도.
다리도.
무의식중에 코노에는 입에서 깊고 긴 한숨을 흘렸다.
눈꺼풀을 닫자, 온몸에 심장 소리가 울렸다.
자신도 놀랄 정도로 아득한 맥박을 치고 있다.
녹색, 노란색, 파란색 뱀의 꿈.
계속해서 같은 꿈을 꾸다니, 명백히 이상하다.
뭔가가 있다.
확실히, 좋지 않은 무언가가.
코노에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연속하는 꿈, 불길의 상(相), 실구의 이상한 발병률──
계속 느끼고 있던 불길한 두근거림은, 이제는 예감 따위가 아니다.
마음만 초조해진다.
「……제길」
짧게 내뱉고, 바닥을 세게 긁어댄다.
밤마다 뱀이 몸 위를 기어다니는 불쾌감으로, 온몸의 피부란 피부는 다 쥐어뜯고 싶은 기분이었다.
초조함이 견딜 수 없는 분노로 변한다.
코노에는 다시금 잠들 수 없는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코노에는 강한 목마름과 몸의 열로 눈을 떴다.
귀를 만져본다. 뜨겁다.
발열하고 있는 듯했다.
몸이 무겁고, 귀 끝조차도 움직이는 게 노곤하다.
입 안이 바싹 말라 있다.
물을 마시고 싶어서, 코노에는 침대에서 기어나왔다.
빙글 하고 세계가 비스듬하게 흔들린다. 벽에 손을 대고 몸을 지탱한다.
물통은 바로 그 자리에 있는데도, 한없이 먼 것처럼 느껴진다.
──틀렸다.
하다못해 조금 더 편해지고 나서 움직이자. 그렇게 생각하고, 코노에는 침대로 돌아갔다.
꼬리를 몸에 휘감고 웅크린다.
거친 숨으로 헐떡이며, 창 밖을 올려봤다.
하늘은 어둡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밖으로 뛰어나가, 비로 전신의 뜨거움을 식히고 싶다. 더불어 목도 축이고 싶다.
순간 그런 생각을 했지만, 증상이 악화할 뿐이라고 마음을 고치고 눈을 감는다.
시야를 차단하자, 어둠 속에 빗소리만이 울려온다.
솜털에 달라붙는 온기는 싫었지만, 비 오는 날은 싫지 않았다.
비가 내리면 세계의 모든 것이 흠뻑 젖는다.
가지와 잎을 뻗는 나무도 꽃도, 이때만큼은 모두 똑같이 비에 젖는다.
『공허』와 굶주림, 그 기묘한 뱀의 꿈조차도 먼 세계의 일인 것처럼 생각된다.
잠시 동안의 폐쇄된 시간이 기분 좋았다.
조용히 비의 세계와 동화하고 있자, 몸 안의 타는 듯한 열도 진정되어 가는 것 같았다.
살짝 눈꺼풀을 닫는다.
슬슬 목마름도 한계에 다다라, 물을 마시기 위해 일어서려 했다.
조심스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코노에는 말없이 문을 바라보며, 기색을 살폈다.
「코노에? 있어?」
어깨너머로, 잘 알고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침대에서 느릿느릿 몸을 일으킨다.
「나. 토키노인데」
「아아……」
문이 살며시 열린다.
토키노가 얼굴을 보였다. 그 눈은 코노에를 보자마자 동그래진다.
「에……, 코노에!? 어떻게 된 거야……!」
「너야말로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나는 이쪽에 조금 일이 있어서, 온 김에 들러본 것 뿐인데……, 뭐야, 열이 있는 거야?」
토키노가 분주하게 안으로 들어왔다.
젖은 바구니를 내려두자마자, 코노에 쪽으로 달려간다.
바깥 공기를 쐬어서 선뜩하게 차가워진 손이 귀에 닿았다.
「앗 뜨거, 우와, 엄청난 열이네. 왜 이렇게 될 때까지 내버려 둔 거야」
「어제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았어」
「오늘 아침, 일어나니까 이미 이랬다는 거야?」
「아아」
「뭐 이상한 거 먹거나 한 거 아니야……. 이럴 때는, 아, 그렇지, 에- 그러니까」
토키노는 허둥지둥 바구니를 끌어당겨서, 내용물을 뒤지기 시작했다.
「열을 내리는 풀, 가져왔을 텐데 말야……」
「……그 전에, 물 좀 마셔도 될까」
혀가 꼬여서 목소리가 갈라진다.
「아, 목이 마른 건가. 그랬구나. 응, 알았어」
토키노는 바구니 옆에 묶여 있던 나무 대롱을 손으로 집고, 뚜껑을 열어서 코노에에게 내밀었다.
받아들고서, 한 모금 목으로 흘려보낸다.
그러고 돌려줄 생각이었지만, 무심결에 목을 울리며 전부 마셔버리고 말았다.
물은 조금 미지근했지만, 말라있는 목에는 충분히 달았다.
입가를 손등으로 훔치며, 코노에는 약간 미안한 마음으로 토키노를 본다.
토키노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한 기색으로, 생글생글 웃으며 텅 빈 대롱을 받아들었다.
「……미안. 거기 있는 통 속에 들어있는 거, 퍼가도 괜찮으니까」
「천만에. 힘들 때는 서로 피차일반이니까. 자, 약 꺼낼테니까, 누워 누워」
살짝 가슴을 밀려서, 코노에는 토키노가 재촉하는 대로 침대에 웅크렸다.
토키노는 다시 바구니를 뒤져서, 이번에는 가늘고 긴 풀을 꺼내들었다.
「이거이거. 조금 쓰지만 참으라구. 잘 들으니까. 이거 먹고 자면, 한 방이야」
토키노가 건넨 풀의 끝을 조금 뜯어서 먹어본다.
쓰다.
슬금슬금 쓴 맛이 올라와서, 코노에는 무심코 미간을 찌푸렸다.
토키노가 진지한 표정으로 좌우로 고개를 흔들었다.
안 먹으면 안 돼.
그렇게 무언으로 호소해 온다.
마지못해, 코노에는 약초를 입에 털어넣고, 제대로 씹지 않고 삼켰다.
「옳지, 잘 참았어」
토키노가 자기 일처럼 기쁜 듯이 끄덕인다.
「애도 아니고……. 물 좀, 줘」
너무 쓴 맛에 얼굴을 찡그리고, 입가를 손으로 덮는다.
혀 끝이 얼얼하게 저린다.
토키노가 방금 전의 나무 대롱으로 통에서 물을 떠올려준다.
받아들고서, 코노에는 단숨에 다 마신다.
가까스로 가라앉은 숨을 내쉬자, 토키노도 작게 한숨을 쉬고는 꼬리를 내렸다.
「하-. 난 말야, 언젠간 꼭 이렇게 될 줄 알았다구」
「뭐가?」
「왠지 모르게 위태위태 하네-라고 생각하고는 있었단 말이지. 코노에, 혼자 살고 있기도 하고」
「오늘은 마침 내가 들를 수 있었으니까, 다행이었지만……. 다음에 와보니까 죽어있다든지, 그런 건 그만둬 달라구」
토키노가 농담도 진심도 아닌 얼굴을 한다.
「그런 일, 있을 리가 없잖아」
「정말이려나-」
「그렇게 되기 전에 어떻게든 할 거야. 그런 하찮은 이유로 죽고 싶지 않아」
「그런가. 그렇구나」
안심한 듯이 끄덕이고, 토키노가 일어선다.
「불 켤까? 어두우니까」
「아아」
토키노가 선반에 다가가, 물이 담긴 작은 접시에 길잡이의 잎을 띄웠다.
방 안이 옅은 빛으로 감싸인다.
토키노가 다시금 코노에 옆에 앉는다. 코노에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안도하고 있는 자신을 인지한다.
혼자에는 익숙해져 있다.
그래도, 이렇게 토키노가 있어줘서, 마음이 편해진 것도 틀림 없었다.
의외로 좋은 거구나──그런 생각을 한다.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토키노는 조용히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돌연, 토키노가 불쑥 중얼거렸다.
「뭐가?」
「이것 저것. 실구의 발병률이라든지, 란센에서도 엄청난 수지만…… 카로우나, 이 근처의 마을도 그렇다고 들었어」
「아아……」
란센도 똑같은 것인가.
어제, 집에 침입했던 실구에 걸린 고양이가 뇌리를 스친다.
그 위에 어젯밤의 꿈이 겹쳐져, 끝없이 어두운 눈구멍이 떠오른다.
뿌리치듯이 한번 굳게 눈을 감았다가, 뜬다.
「코노에도 갑자기 쓰러져버리고 말야. 뭐랄까, 별로 이런 거 얘기하고 싶진 않지만……」
「……불길한 예감이랄까,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하고. 그런 거, 생각하거나 해버려서」
토키노가 코노에에게 시선을 돌린다.
걱정스러운 듯한 눈동자는, 동그래진 동공에 희미한 빛을 흔들리게 하고 있었다.
정말로──이상한 일만 일어난다.
안 좋은 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자신만이 아니었다.
분명 누구나가 느끼고 있는 것이겠지.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라고.
「……꿈을 꿔」
「꿈?」
「뱀이 나오는 꿈이야. 최근 삼 일 동안, 연속해서 꾸고 있어」
「연속해서, 뱀의 꿈을」
「아아. 그것도, 매번 같은 내용으로. 다른 것은 뱀의 색깔 정도야. 세 번 모두, 뱀에게 똑같은 질문을 받아」
「『대답하라. 너에게 있어서, 나는 무엇인가. 너는, 무엇을 느꼈는가』라고」
「그런 꿈을 삼 일 연속으로? 왠지, 기분 나쁘네……」
토키노가 의아한 얼굴을 한다.
얘기하고 있는 동안에 꿈의 감촉이 되살아나, 코노에는 신경이 곤두선 나머지 크게 꼬리를 흔들었다.
「그 탓에 제대로 자지 못했어. 몸 상태가 나빠진 것도, 그 때문인지도 몰라」
「그런가……」
가능하다면, 오늘 밤은 잠들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 그 꿈을 꿀지도 모른다.
꿈 속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타격을 받고 있기라도 한 듯이 괴로운 것이다.
잠을 자는 것에 공포마저 느끼고 있었다.
「지독하게, 기분 나쁘고…… 피곤해지는 꿈이야」
몸을 뒤척이고, 어렴풋이 중얼거린다.
토키노는 작게 꼬리를 흔들고, 슬픈 듯이 눈을 내리깐다.
「코노에, 엄청난 얼굴을 하고 있어. 꽤나 힘들구나……. 큄 열매, 가져왔으니까. 이거 먹고, 기운 내」
「아아」
토키노의 손이 뻗어와서, 코노에의 눈가를 덮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어둠에 감싸인다.
「오늘은 좋은 꿈 꾸게 해주세요」
어둠 속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울린다.
코노에는 무의식중에 안도의 숨을 쉬었다.
눈가를 덮고 있던 손이 떨어져, 시야가 밝아진다.
조금 쑥스러운 듯이 웃는 토키노의 모습이 보였다.
「나도 나쁜 꿈 꿨을 땐 말야, 어머니가 이렇게 해주셨어. 주문이야」
「그래」
「……아, 저기, 미안」
무뚝뚝한 코노에의 대답에, 토키노가 깜짝 놀란 듯 귀를 숙였다.
코노에는 양친이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떠올린 것이겠지.
「별로, 신경 안 써」
그럼에도 토키노는 미안한 듯한 표정을 했지만, 코노에 자신은 정말로 마음에 두지 않고 있었다.
「시간은 괜찮은 거야?」
볼일을 보러 온 김에 들렀다고 하지 않았던가.
물어보니, 토키노는 마지못한 느낌으로 끄덕였다.
「응. 슬슬 나가봐야 할 것 같지만……, 괜찮겠어?」
「뭐가」
「아니, 그러니까, 걱정되니까」
「걱정할 거 없어. 어린애도 아니고」
「그런가」
끄덕이면서, 토키노는 뺨을 부벼왔다.
친애의 인사다.
그릉그릉 하고 서로 작게 목을 울린다.
토키노가 바구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어, 토키노의 옆에 두었다. 그대로 바구니를 지고, 일어선다.
「이거, 약초랑 큄 열매. 여기에 두고 갈테니까, 둘 다 제대로 먹어야 돼」
「알았어」
「그럼, 난 이제 가지만. 절대로 무리하지 말고, 착실히 쉬고 나아야 돼」
「아아」
상냥한 미소와 함께 꼬리를 흔들며, 토키노는 집을 나갔다.
토키노의 기척이 빗소리에 사라지자, 혼자가 된 방에 정적이 돌아왔다.
코노에는 몸을 뒤척이고, 문에서 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누군가가 떠난 후의 문은, 어째서인지 보고 싶지 않았다.
꼬리를 흔든다.
옷이 스치는 소리가 났다.
약초가 들은 것인지, 들떠 있던 호흡은 어느샌가 안정되어 있었다.
작게 기재기를 켜고, 머리부터 이불을 뒤집어쓴다.
꿈에 대해 생각하면, 자는 게 망설여졌다.
꿈──만약 또 꾸게 된다면, 이번에는 어떤 색의 뱀이 나오는 것일까.
그리고, 또 그 질문을 해오는 것일까.
역시, 어떻게 생각해도 우연으로는 여길 수 없었다.
무엇인가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 그렇게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푹 싸인 이불의 따뜻함으로, 조금씩 눈꺼풀이 무거워져 온다.
잠들면, 또 그 꿈을 꿀지도 모른다──
토키노의 주문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괜찮다.
효과가 있다면, 다음에 만날 때는 고맙다고 말하지 않으면.
그런 것을 생각하며, 코노에는 잠 속에 빠져들어갔다.
네 번째 밤.
역시, 꿈은 찾아왔다.
코노에는 이상한 공간을 떠다니고 있었다. 너무 멀지는 않은 음악이 울려퍼지고 있다.
또 그 꿈이라고 알아차릴 때까지,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이번에야말로──위험하다.
깨어나려고 발버둥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마치 자신이 아닌 다른 물체가 되어버린 것처럼, 꼬리 끝조차 움직일 수 없다.
머지않아, 고동과 비슷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윽」
위험하다.
어쨌든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했다.
그런 코노에를 비웃듯이, 빛이 시야를 완전히 뒤덮는다.
네 번째는──선명하고 강렬한 붉은색이었다.
온통 붉은 세계는 피바다를 연상시켜, 숨 막힘이 느껴진다.
다리에 따뜻한 기운을 띤 감촉이 휘감긴다.
──뱀이다.
아마도, 붉은 뱀.
흔들어 떼어내려 해도 무리였다. 뱀은 다른 세 마리와 똑같이 코노에의 몸을 기어 올라온다.
「느껴지는가?」
귓가에서 뱀이 속삭인다.
서서히 목이 조여져 간다.
「아, 크흑……!」
살갗에 닿는 붉은 비늘은, 마치 작열하는 듯이 뜨겁다.
코노에는 얼굴을 찡그리고 몸을 흔들었다.
뱀이 달라붙은 목의 피부가 타서 짓물러 간다.
움켜집어서 떼어내려고 해도, 손바닥이 소리를 내며 눌어붙는다.
「느껴지는가? 이 나의 비늘로부터, 혀로부터, 눈동자로부터, 고동으로부터, 넘쳐나는 것을. 나의 존재를. 느끼고 있는가?」
무엇을……느끼라는 것인가.
여하튼 뜨거워서, 이렇다면 곧바로 교살 당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뜨거워.
뜨거워.
살이 타는 소리가 난다.
솜털이 타들어가는 소리가 난다.
「대답하라. 너에게 있어, 나는 무엇인가? 너는, 무엇을 느꼈는가?」
「……윽!!」
뱀의 몸통을 긁어대지만, 손톱 끝이 그을릴 뿐이었다. 긁혀서 떨어진 비늘이 흩어진다.
「대답하라」
어쨌든, 질문의 답을.
답을──
[ 치밀어 오르는 분노의 충동 ] → 선택
[ 뱀이 몸에 휘감기는 숨 막힘 ]
답을 떠올리고 있자, 뱀이 압박을 느슨히 했다.
코노에는 반투명한 바닥에 웅크렸다.
몸이 경련한다.
그 정도로 괴로웠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꿈 중에서 제일.
짓무른 목은 만지면 부드럽고, 격통이 스쳤다.
「크, 하……윽」
쌕쌕 하고 혀를 내어 숨을 잇는다.
바로 옆에서, 증기가 올라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아픔과 열로 흐릿해진 시야의 가운데, 나타난 것은 새빨간──뱀이었다.
뱀은 불꽃을 내뿜는 것처럼 붉은 혀를 내보인다.
「괴로운가? 뜨거운가? 그 노여움, 분노는 모든 것의 근원. 그리고, 나의 양식이 된다」
뱀은 물결치는 배로 바닥 위를 미끄러져, 가까이 다가왔다.
달아나고 싶어도, 전신이 불처럼 뜨거워서 움직일 수 없다.
──여느 때였다면, 이제 끝난다.
그래. 지금까지의 꿈과 같다면, 이제 곧 끝날 것이다.
코노에는 눈을 감고, 최후의 때를 기다린다.
뱀의 열기가 눈앞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
꿈은……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붉은 뱀은 코노에의 목에 휘감기자, 딱딱하게 굳은 그 뺨에 머리를 갖다댔다.
「──모두, 여기에 모였다」
귓가에 똑똑하게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서 붉은 뱀은, 당치 않게도──
코노에의 입술을 가르고 들어가려 했다.
「받아들여라」
「!? 우, ……크흣……!!」
놀라서, 몸을 비튼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생리적인 혐오에 몰려, 뱀을 끌어내려 했다.
그러나, 채 완전히 잡히지 않고서 뱀은 입 속으로 침입해 간다.
입에서 목구멍으로, 목구멍에서 더욱더 안쪽으로 미끄러져 간다. 괴로움에 눈물이 스민다.
숨을 쉴 수 없다.
맹렬한 토기에 속을 게웠다.
「욱, ……크흑, 으……」
뱀이 몸을 구불거린다.
붉은 꼬리가 시야의 끝에 비춰지고, 이윽고 전부가 입 속으로 사라졌다.
목을 틀어막는 이물감이 사라진다.
귀도 꼬리도 힘 없이 내려가고, 코노에는 축 늘어져 가로누웠다.
입술 끝에서 타액이 한 줄기 방울져 떨어진다.
끝나지 않는 꿈.
붉은 뱀은 체내로 기어들어가, 사라졌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꿈인지 알 수 없다.
이것은 정말로 꿈인가……?
「!?」
붉은 공간에, 옷이 스치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코노에는 털을 곤두세워 얼굴을 든다.
싫을 정도로 온몸으로 절감했던 색이 셋, 크게 뜨인 눈동자에 비친다.
녹색, 노란색, 파란색의──뱀.
삼색의 뱀이 바닥을 미끄러지며 다가왔다.
당황스러움에 일어나려 한다.
그러나,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싫, 어……」
눈도 깜박이지 않고 중얼거린다.
코노에의 떨리는 입술에, 녹색의 뱀이 닿는다.
기묘한 탄력을 가진 덩어리가 치열을 무리하게 비집어 연다.
뱀이……녹색의 뱀이 목구멍을 미끄러져 내려간다.
「받아들여라」
「……우욱, 크……윽……!!」
목소리 따위 나올 리가 없다.
목은 막혀있다.
토기, 현기증, 공포, 아픔과 눈물.
모든 것이 한 덩어리가 되어 몰려온다.
붉은 뱀과 똑같이, 녹색의 뱀이 코노에의 몸 속으로 사라진다.
기다림에 지친 듯이, 노란색과 파란색의 뱀이 뒤를 이었다.
거기서, 코노에는 눈을 감았다. 눈을 뜨고 있을 기력도 없었다.
아니, 보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거부한 것인지도 모른다.
「받아들여라」
억지로 입이 벌려진다.
밀어내지는 혀.
「받아들여라」
혐오와 굴욕으로 솟아오른 눈물을 흘린다.
코 안쪽도 목구멍 깊은 곳도 너무나 아파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기관이 밀려서 열린다.
점막이 긁히는, 둔하게 막힌 소리.
이대로 뱀이 질질 나아간다면, 끌어당겨져서 벗겨질 것 같다.
「욱, ……흐윽, 윽……읏!!」
부얘지는 의식 속, 그저 빨리 끝내달라고, 그것만을 계속 바랐다.
──이것은, 꿈 따위가 아니다.
「……윽!!」
돌연, 의식이 부상한다.
크게 뜨인 눈에 어두운 천장이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