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정이었네요. ^^
※ 번역 초고입니다.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발견하시면 아낌없이 지적해주세요.
……아니. 아직이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자신은 아직──
살아있으니까.
포기하는 것은 죽는 때다.
아사토에게 그렇게 말했던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었지 않은가.
코노에는 배에 힘을 모으고서, 투명한 벽 너머로 보이는 모습이 변해버린 아사토를 바라본다.
──만약 내가…… 보기 흉한 것으로 변해버려도.
──코노에는 이렇게, 곁에 있어줄 거야?
언젠가 아사토가 물어보았던 말이 뇌리를 스친다. 그때, 자신은 뭐라고 대답을 했던가?
──곁에 있겠다고.
확실히 그렇게, 약속했다.
「아사토를 만나게 해줘」
「……호오?」
「나는 아직, 포기한 게 아냐」
「제정신을 잃은 짐승을 상대로 말인가?」
「어떤 모습이더라도…… 저건 아사토야」
매사에 서투르고, 그렇지만 정직하고.
언제든 직관에 따라서 마음을 부딪쳐 왔던, 그 까만 고양이임에 틀림 없는 것이다.
「후후후……, 그것도 좋겠지」
리크스는 자못 재미있다는 듯이 웃고, 코노에의 안에서 기척을 없앴다.
그 순간, 돌풍이 거칠게 불어댄다.
「……윽」
사악한 선율은 격앙된 듯이, 바람의 굉음과 함께 코노에를 농락한다.
흰색으로 완전히 메워졌던 공간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고, 다음으로 눈을 떴을 때, 시야에 비친 것은 거목 보루의 방 안이었다.
돌아온 것인가. 정면에는 리크스가 웃음을 띠고 서 있다. 그러나, 아사토의 모습은 없다.
「뒤쪽이다」
리크스가 코노에의 등 뒤를 향해 턱을 치켜든다.
「……!」
뒤를 돌아봄과 거의 동시에, 날카로운 바람이 칼날과도 같이 코노에의 옆을 가로질렀다.
즉시 몸을 돌려 재빠르게 피한다. 그러나 다음 순간, 경직했다.
그것은 마치, 어둠을 응축한 덩어리인 것 같았다.
탁하게 잠긴 거친 호흡이 쉴 새 없이 귀를 때린다.
코노에의 두 배는 될 법한 거구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날카롭게 구부러진 손톱, 크게 찢어진 입가로부터 엿보이는 이빨, 뚝뚝 떨어지는 타액.
새카만 털에 뒤덮인, 짐승의 모습.
──아사토인 것인가.
경악한다. 한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다시 한 번 눈으로 확인하고, 그 압도적인 박력에 전신이 얼어붙는다.
흉폭한 살기를 띠고 번뜩이는 눈동자가, 똑바로 코노에를 포착하고 있다.
──사냥감으로.
쌩 하고 바람이 스쳐지나간다. 아사토가 다시 팔을 치켜들고, 날카로운 손톱의 일격을 코노에에게 퍼부으려 한다.
「……윽」
뻣뻣하게 굳은 몸을 무리하게 움직여서, 코노에는 어떻게든 공격을 피한다.
바람이 스친 것뿐인데도, 뺨이 얼얼했다.
이번에는 반대쪽 팔이 덮쳐온다.
번갈아 피하면서, 코노에는 후퇴해 간다.
그러나, 피하는 데 실패한 일격이 어깨에 명중했다.
「으악…… 큭!」
몸이 뒤쪽으로 휙 날리고, 코노에는 지면에 마찰되어 그 여세로 넘어졌다. 어깨를 관통하는 듯이 둔탁한 아픔이 스쳐, 얼굴을 찡그린다.
그러나, 끙끙대고 있을 여유는 없다. 곧장 양팔로 지면을 튕기듯이 해서 일어난다.
코노에가 엎드리고 있던 장소를, 내질러진 손톱이 도려냈다.
「…………」
압도적이기까지 한 속도와 힘이 눈앞에 들이밀어져, 코노에는 주체할 수 없는 초조에 내몰린다.
반격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그러나, 짐승의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아사토인 것이다.
자신은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리크스는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를 띠고 방관하고 있다.
「…………」
아사토는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고, 한층 더 증폭된 살기로 코노에를 노려본다.
새카만 거구가, 다시금 돌진했다.
뒤쪽으로 재빨리 몸을 피한 코노에였지만, 눈 깜짝할 새에 방어 태세가 뚫리고 팔을 붙잡힌다.
치켜 올려진 아사토의 손톱이, 명치를 노린다.
이번에는 정말로, 피할 수 없다──날카롭게 구부러진 손톱 끝이 가슴을 꿰뚫으려 한, 그 때.
돌연, 무언가가 터무니없이 밝은 빛을 냈다.
「……!」
너무나도 눈부신 나머지 코앞까지 닥쳐온 공포도 잊고서, 코노에는 질끈 눈을 감는다.
살포시, 그 꽃의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깜짝 놀란 코노에는 억지로 희미하게나마 눈을 뜬다.
가느다란 시야에 비친 것은, 하얗게 반짝이는 무언가의 파편이었다.
파편──아니다.
저것은, 꽃잎이다.
이전에 아사토에게 받았던, 그 꽃밭의.
꽃다발 가운데 하나를 건조시켜, 품 안에 넣어 가지고 다녔던 것이다.
꽃잎은 이내 공기에 녹아드는 듯이 사라지고, 동시에 빛도 옅어져 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코노에는 멍하니 시선을 정면으로 돌린다.
검은 짐승이 있다.
그러나, 그 눈동자는──감청색의, 아사토의 눈동자였다.
제정신을 잃은 짐승의 그것이 아니다.
그 눈은 확실히, 코노에를 보고 있었다.
──아사토.
이름을 부르려 했던 코노에의 오른팔에, 타는 듯한 열이 스쳤다.
「……윽!」
열 다음으로 소름이 끼칠 정도의 격통이 스쳐, 코노에는 꼬리를 부풀리고 그 즉시 뒤쪽으로 빠르게 물러섰다.
그러나, 충격의 여운 탓인지, 탁 하고 힘이 빠져 땅에 한쪽 무릎을 꿇고 만다.
드높은 귀울음이 울린다. 핏기가 멋대로 빠져나간다. 거칠게 숨을 쉬면서, 코노에는 오른팔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은 깜짝 놀랄 정도로 붉게 젖어 물들어 있었다. 아사토의 손톱에 베인 것인가. 살갗은 입을 쩍 벌리고 찢어져 있다.
그러나, 그뿐만이 아니다. 팔꿈치서부터 아래쪽의 감각이 없었다. 자신의 팔일 텐데도, 말을 듣지 않는다.
너무나도 심한 통증에 감각이 마비되고 만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오른팔을 주의 깊게 보고는──숨을 삼켰다.
팔이, 거의 끊어져 있다. 뼈는 부러진 것이겠지. 말 그대로 살과 가죽 한 장이 가까스로 이어져 있는 듯한 상태였다.
코노에는 의외로 자신이 냉정한 상태인 것에 놀란다. 오른팔의 참상은 확실히 충격적이었지만, 이성을 잃고 허둥대는 일은 없었다.
필시,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토를 돌아보고, 방금 전 발견했던 것을 필사적으로 찾는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일까, 자신의 간절한 소망이 보여준 환상이었던 것일까.
공허한 눈동자에, 이성의 빛은 없었다.
「…………」
마치 그곳에 심장이 있기라도 한 듯이, 오른팔에서 두근두근하고 세찬 고동이 울려퍼진다.
신경이 밖으로 드러나고 만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통증에 시달리고, 팔이 비명을 지른다.
멈출 리가 없는데도, 피가 흘러넘치는 생채기를 왼손으로 눌렀다. 살갗도 옷도 순식간에 붉게 물들어, 지면으로 뚝뚝 떨어져간다.
아사토는 낮게 으르렁대며, 여전히 코노에를 표적으로 노리고 있다.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도, 의식이 아무리 해도 오른팔의 통증으로 쏠리고 만다.
이를 악물고, 코노에는 필사적으로 아사토를 노려본다.
「어떻게 된 거지? 포기하지 않을 거잖아? 아사토는 아직 상대를 해주길 바라는 것 같다고」
입속 웃음과 함께, 리크스가 조롱하는 어조로 말을 내뱉는다.
아사토가 다시금 살기를 끓어 올린다. 낮게 자세를 취한 다음 순간, 맹렬한 기세를 내뿜는 몸이 위협의 포효와 함께 코노에에게 돌진해왔다.
뒤쪽으로 물러나려 했지만, 몸에 힘을 주자 동시에 오른팔에 강한 통증이 스쳤다.
「……!」
다리가 휘청거린다. 호흡이 흐트러진다.
도망칠 수 없다.
길고 날카로운 손톱이, 머리 위에서부터 단숨에 내려쳐진다.
이번에야말로, 코노에는 각오를 정하고 굳게 눈을 감았다.
그러나, 예측했던 충격도 아픔도 없었다. 대신에 찾아온 것은, 긴박한 공기에 울려퍼지는 높고 맑은 소리였다.
선뜩한 냉기를 느끼고, 천천히 눈을 뜬다. 제일 처음 시야에 비친 것은, 두꺼운 투명한 창 같은 것이었다.
그것이 지면에 박혀, 코노에와 아사토의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 냉기는 그 창 모양을 한 것에서부터 뿜어져 나오고 있기에, 코노에는 그것이 얼음임을 인식한다.
아사토가 문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짜증이 난 듯이 낮게 목을 떤다.
활짝 열린 문을 등에 지고 서 있는 것은──
비애를 관장하는 악마, 카르츠였다.
코노에는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주연의 등장인가」
리크스가 카르츠를 흘끗 보고는, 입꼬리를 올린다.
「…………」
카르츠는 말없이 보루의 방 안으로 발을 들여놓고서, 아사토를 응시했다.
완전히 바뀌어버린 모습에, 그 미간이 애처롭게 좁혀진다.
그 눈빛을 보고, 문득 어떤 사실을 깨닫는다.
이전부터, 카르츠는 이따금 아사토를 보고 있었다.
그때와 똑같은 눈을 하고 있다.
적의 따위가 아닌, 그리워하는 듯한, 염려하는 듯한──마치.
그렇다.
마치, 부모가 자식을 지켜보는 듯한 눈빛으로.
「…………」
아사토의 기억의 영상을 떠올린다.
아사토의 어머니처럼 보이는 암고양이와, 그리고……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카르츠.
──설마.
깜짝 놀라 코노에가 카르츠에게로 시선을 돌린 때였다.
표적을 코노에에서 카르츠로 바꾼 듯한 아사토가, 뱃속까지 울려퍼지는 괴성으로 울부짖으며 공격을 걸어왔다.
두껍고 긴 팔이 굉음과 함께 무서운 속도로 바람을 가른다.
카르츠는 그 즉시 팔을 들어올려 얼음벽을 형성하고, 아사토의 팔을 받아들인다.
딱딱한 소리가 나며, 얼음벽에 금이 갔다.
「큭……」
카르츠가 이를 악물고, 다른 한쪽 팔을 내민다.
펼쳐든 손바닥에서, 끝이 뾰족한 얼음덩어리가 아사토를 향해 수도 없이 발사된다. 그러나, 아사토의 몸은 그것들을 간단히 튕겨내고, 끝이 부러진 얼음덩어리가 바닥으로 떨어져 부서진다.
아사토가 격렬한 포효를 울리며, 얼음벽의 방어막에 박혀 있던 팔을 한층 더 강하게 휘저었다.
「……!」
얼음벽의 방어막이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고, 카르츠는 얼음 파편과 함께 날아갔다. 그 몸은 코노에가 서 있는 바로 옆쪽의 지면에 내동댕이쳐져, 쓰러진다.
「카르츠……!」
코노에는 오른팔의 통증을 참아내면서 몸을 수그리고, 카르츠의 기색을 살폈다.
「……큭, ……」
카르츠는 괴로운 듯이 기침을 해대고, 눈썹을 찡그리며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 가슴에서 배에 걸쳐 옷이 찢어져, 천이 검붉게 젖어 있다.
아사토의 손톱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카르츠의 입꼬리에서도 한 줄기, 붉은 액체가 떨어진다.
「당신, 어째서……」
「…………」
카르츠는 돌연, 슬프다고도 온화하다고도 할 수 없는 눈동자로 코노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선을 아사토에게로 옮긴다.
흘러넘치는 살기를 흩뜨리는 듯이, 아사토의 목이 떨렸다. 카르츠가 미간을 좁힌 채, 입술에 희미한 미소를 띠운다.
「……사실은, 괴롭지?」
아사토의 커다란 몸이 약간 움직인다. 그 주변을 에워싼 공기가 변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줄곧 너를 괴롭혀 왔다. 그렇기에, 이 이상 슬픈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 네 소중한 것을 상처 입히게 할 수는 없어. 그것이, 최소한…… 아버지로서, 네게 해줄 수 있는 일이다」
──아버지로서.
그때, 아사토의 기억 속에 나타난 수고양이는, 역시 카르츠였던 것이다.
아사토의, 아버지.
밝혀진 진실에, 코노에는 경악한다.
그러나, 카르츠는 악마다. 어째서──
머릿속에서 부풀어 오른 의문이, 아사토의 포효에 싹 지워진다.
아사토는 한층 더 낮은 소리로 으르렁대고는 몸을 세차게 떨었다. 살기로 번뜩이는 눈동자가, 카르츠를 똑바로 포착한다.
──아니다. 그 한 순간, 짐승의 눈동자에 이성의 빛이 깃들었다.
슬픈, 통곡의 빛이다.
아사토가 땅을 차고 전진한다. 바람이 울고, 치켜 올려진 팔이 다시금 카르츠를 노렸다.
「……크흑, ……윽!」
「카르츠!」
손톱은 다시금 카르츠의 가슴을 깊게 도려내고, 그 끝에 걸린 몸을 날려버린다. 카르츠는 힘 없이 지면에 가로누웠다.
코노에는 오른팔의 통증을 참으면서, 발을 질질 끌듯이 해서 카르츠의 곁으로 다가간다.
카르츠는 고통스러운 듯한 호흡을 얕게 반복하면서, 얼굴을 찡그리고 심하게 기침을 했다. 약간의 피가 토해진다. 옷은 가슴이고 배고 할 것 없이, 이미 검붉은 색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코노에의 눈에는 카르츠가 일부러 아사토의 공격을 받아들인 것처럼 느껴졌다.
「……어째서……」
「……들어라. 카가리는, 무사하다. ……아사토에게, 전해주게」
「그치만, 당신은」
「괜찮다. ……이걸로 됐어」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을 내뱉고, 카르츠는 힘이 다한 듯이 눈을 감았다.
「부모와 자식의 정, 이라는 말이라도 나올 참인가. 그러나, 때는 늦었군」
「잘못을 후회한다면, 아사토가 생명을 받은 것 자체가 이미 잘못이었다는 말이다」
「…………」
그 말에, 코노에는 제정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은 분노를 느꼈다. 있는 힘을 다 해 리크스를 노려본다.
「……아냐. 너한테 그런 걸 결정할 권리 따위 없어. 그런 권리…… 누구에게도, 없어」
「사실이잖아」
「아냐!」
코노에의 외침과 동시에, 아사토가 울부짖었다.
뒤를 돌아보자, 아사토는 거친 호흡에 어깨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살기와 분노가 소용돌이치는 눈동자로 리크스를 보고 있었다.
코노에가 아닌…… 리크스를.
「호오. 목숨을 걸고 저질렀던 어리석은 짓이 헛수고로 끝나지 않은 것 같군」
리크스가 두 눈을 좁히고 냉담하게 말을 내뱉자, 아사토가 격렬하게 포효했다.
그것은 가슴이 죄어드는, 또 얼어붙는 듯한 외침이었다. 공기에서 피부로, 가지각색의 감정이 아릿하게 전해져 온다.
이성은 상실된 채였지만, 아사토의 적의는 확실하게 리크스를 향하고 있었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인 것은 아닐까. 코노에의 머리에 불현듯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
짐승으로 변화한 아사토가 언제 다시 코노에를 표적으로 노릴지, 그것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카르츠의 마음이──전해진 것이라면.
그러나, 돌연 시야가 핑 하고 크게 흔들리고, 코노에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거의 떨어져나간 오른팔이, 뜨겁다.
신경이 달구어져서 끊어지고 만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 아파서, 그것이 열처럼 느껴진다.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바닥은 피에 젖어, 제멋대로 전율한다.
어떻게든 견디고 있었지만, 피도 살도 모두 다 한계라고 호소해왔다.
「그 팔, 이미 죽어버린 것 같군. 그래서는 제대로 움직일 수 없지」
코노에의 마음속을 꿰뚫어보기라도 하는 듯이, 리크스가 노골적으로 비웃음을 띤 어조로 입술에 미소를 띠었다.
확실히 그 말대로였다. 통증 탓에 의식이 팔로 향하고 말아서, 아무리 해도 집중할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스윽, 하고 시야가 흐릿해지는 듯한 감각이 이따금 일어난다.
그러나, 여기서 쓰러지면 어떻게 되는가? 모든 것이 끝장이다.
모든 것이, 리크스의 뜻대로 되어버리고 만다.
그것은 싫다.
포기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다.
코노에는 곁눈으로 아사토를 본다.
완전히 변해버리고 만 그 모습에 가슴이 아파온다.
소리를 지르면서 날뛰고 싶어지는 듯한, 참기 힘든 충동이 솟아오른다.
모든 것은 자신의 탓이라고, 자신만 없었더라면 좋았던 것은 아닐까라고, 그런 생각도 든다.
그래도, 그래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설령──아사토가 더 이상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그때, 자신은 「아사토」에게 단언했던 것이다. 포기하는 때는, 죽는 때라고.
모든 생각을 뿌리쳐내고, 코노에는 얼굴을 든다.
거추장스럽다. 이 아픔이.
생생하게 비명을 지르는, 이 성가신 맥동이. 지금은 이런 것에 정신을 팔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렇다면, 없애버리면 된다.
왼팔로 검의 자루를 움켜쥐고, 칼집에서 뽑아낸다.
리크스가 말없이, 천천히 눈을 가늘게 좁힌다.
망설임은 없었다.
이 팔은, 있어도 없어도 결국 계속해서 아파올 것이다. ──그렇다면.
「……윽!」
이를 악물고, 검을 치켜든다.
내려친 순간, 칼날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몸이 흔들리는 충격과, 안쪽에서부터 틀어막힌 둔한 소리가 울렸다.
뚝 하고, 무언가가 파열하는 듯한 감각을 느낀다.
피부의 안쪽을 맹렬하게 태우는 열이, 단숨에 목덜미 부근까지 기어 올라온다.
그와 대조하여, 핏기가 싸악 하고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픔은, 없었다.
피 웅덩이 속에 가로눕는, 끊어진 팔을 바라본다.
마치 모조품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전까지는 분명히 이어져 있었는데, 자신은 의외로 박정하다.
「직성이 풀렸나?」
리크스의 목소리와 함께, 정지되어 있던 모든 것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으악!」
그 순간, 팔꿈치에서부터 아래를 잃은 팔에 격통이 스쳤다.
빙결되어 있던 감각이 일제히 녹기 시작한 듯이, 그 때까지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던 몸이 절단된 팔과 호응한다.
뇌수까지 울리는 듯한 뜨겁고 무겁고 둔한 아픔에, 코노에는 신음하며 고개를 떨군다. 리크스의 조소가 귀청를 때린다.
「어리석군. 그런 짓을 해봤자, 이제 와서 무엇도 변할 리가 없지」
「…………」
적어도 의지만은 전달하고자, 코노에는 리크스를 매몰차게 노려본다. 어리석은 행위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코노에에게 있어서는 행위 그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팔을 잘라내는 것으로, 자신의 미혹을 잘라낸다.
포기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미혹을 낳는 아픔은 필요 없는 것이다.
스스로 끊어내는 것으로, 그것은 결의의 아픔…… 증표가 된다.
그러나, 아무리 마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도, 몸은 이미 한계를 넘고 있었다.
마음이 견디고자 해도, 몸이 비명을 지른다.
균형을 잃고, 점점 무너져 간다.
마음과 몸이 투쟁하는 사이에, 불현듯 의식이 멀어져간다.
잠으로 끌려들어가기 직전과도 같이, 그것은 실로 자연스러워 저항할 수가 없는 감각이었다.
싫다.
아직 쓰러질 수는 없다.
아직……
의식이 어둠에 삼켜지려한 그 순간, 노래가 들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몹시도 부드럽고, 다정한 노래다.
「…………, ……이것은……」
리크스의 혼잣말이 귓가에 닿는다.
경악한 듯한 음성이었다.
모든 것이 모호하게 흐릿해져가는 가운데, 그 노래만은 유달리 또렷하게 들렸다.
몸 안쪽에서 하얀 빛이 생겨난다.
이것은──찬아의 노래를 부를 때와 똑같은 감각이다.
빛은 온몸을 가득 채우고, 이내 사방으로 튀었다. 코노에와 외부의 세계를 구분 짓는 경계가 녹아서 사라진다.
하얀 빛이 시야의 모든 것을 감쌌다.
천천히 눈을 뜬다. 그곳은 전면이 새하얀 세계였다.
여기는 어디지?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일까.
코노에가 멍하니 꼼짝도 하지 못하고 서 있자, 등 뒤에서 천이 스치는 소리가 났다.
돌아본다. 음유시인 고양이가 서 있었다.
「당신은……」
음유시인 고양이가 후드를 벗는다. 그 행동에, 코노에는 놀랐다.
밝은 적갈색의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지금까지 감추어져 있었던 얼굴이 드러났다.
온화한 두 눈이 코노에를 포착한다.
「……코노에, 너에게는 정말로 미안한 일을 저질렀어. 모두, 내 탓이야. 사과해서 될 일은 아니지만…… 미안했다」
음유시인의, 탓?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보다, 코노에는 음유시인이 처음으로 말을 했다는 사실에 당황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완고하게 침묵을 지켜온, 음유시인의 목소리. 귀에서부터 스며드는 듯한, 깊고 부드러운 목소리다.
「나는 본래대로라면, 이미 이 세계에서 사라졌을 존재다」
「에……?」
「지금은 이렇게, 간신히 영혼만을 남겨두고 있어. 그래서, 지금까지는 생명이 있는 자와…… 너와 접촉하는 것도, 말을 나누는 것도 할 수 없었지」
그래서──언제나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인가.
그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내용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분명, 음유시인이 지닌 분위기 때문이겠지.
어느 때고 이 고양이는 묘한 공기를 띠고 있었다.
마치, 이 세계의 것이 아닌 것만 같은.
「육체를 잃은 지금의 나로서는 무엇도 보상할 수가 없지만, 적어도 도움을 주는 것을 허락해주었으면 한다. ……한 가지, 대답해주지 않겠어?」
음유시인은 눈꺼풀을 한 번 내리깔고서, 조용히 코노에에게 시선을 보냈다.
「리크스에게 이긴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알고 있어?」
코노에는 눈썹을 찡그린다.
「너는, 본디 리크스의 안에 있던 존재. 리크스의 일부다. 분신인 네가, 본체를 넘어선다면 어떻게 될까……. ……너는, 본체로 돌아가게 돼」
「본체로, 돌아가……?」
「그래. 그 때는 리크스의 의지…… 영혼은 사라지겠지만, 필시, 마음과 몸에 배인 기억은 남을 거야」
「수많은 생명을 빼앗아온,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기나긴 암흑의…… 아픔의 기억이」
코노에를 바라보며, 음유시인이 천천히 눈을 가늘게 좁힌다.
「각오는 되어 있어? 견딜 수는, 있겠어?」
그것이 얼마만큼의 고통이 될 것인지, 코노에로서는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들 쪽이 죽고 말아. 만약 이곳에서 멀리 달아난다고 해도, 저주는 걸려있는 그대로야. 그래도 결국 죽고 말지. ……그렇잖아」
「…………」
음유시인이 슬픈 듯이 미간을 좁힌다.
「리크스가 말했던 대로, 『감정의 그릇』은 길게는 지탱하지 못해. 만약 저주에서 해방된다고 해도……」
오래는 살 수 없다, 는 것인가.
음유시인의 표정이, 넌지시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휑 하니 구멍이 뚫린 것 같아서, 손과 발의 끝이 싸악 하고 식어가는 감각이 들었다.
두렵다.
오래 살 수 없다는 것이……
죽음이, 두려웠다.
──그래도.
자신이 선택한 길은,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설령 괴로움에 시달리게 된다 하더라도, 나는 조금이라도 오래 살 수 있는 쪽을 선택할 거야」
「……그래」
음유시인 고양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지를, 가지고 있겠지」
「……반지?」
카로우까지 가지러 갔었던 아버지의 유품인 반지를 말하는 것일까. 그때도 확실히, 음유시인의 암시를 받고서 길을 떠났던 것이다.
「반지를 꺼내보렴」
그 의도가 이해되지 않는 채로, 코노에는 삼베 자루에서 반지를 꺼내 음유시인에게 건냈다.
음유시인은 반지를 받아들고는, 작게 미소지었다.
「이제부터 너에게, 노래를 가르쳐주마. 노래하는 이에 따라서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소중한 노래다. 너라면 반드시……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야」
「이봐…… 갑자기 그렇게 말해도……」
당황하는 코노에에게, 음유시인은 고개를 약간 기울인다.
「두려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 노래는, 어떤 마음을 알고 있다면 노래할 수 있어」
「어떤 마음?」
「아아. 정말로 소중하고, 그렇지만 소중하다는 사실을 어느 사이엔가 당연하게 느끼고 말아서, 정신을 차리고 보면 너무도 간단하게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지. 지금의 시사에서도, 서서히 상실되어가고 있어」
그것은 대체, 무엇일까.
음유시인이 손가락으로 악기를 타고, 조용히 눈꺼풀을 내리깐다.
「코노에. 지금, 소중한 상대가 있지?」
코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아사토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설령 주위에서 어떤 풍문을 듣게 되어도, 그리고, 어떤 마음의 어둠을 안고 있어도…… 잃어버려서는 안 돼. 현혹되어서는 안 돼」
「눈을 감고, 마음을 깨끗이 하고서 상대방의 진실된 목소리를…… 노래를 들으렴」
「상대방의…… 노래?」
「그리고, 목숨과 바꿔도 좋다고 생각되는 무언가가 발견되면, 그 때는──마음이 가는 대로 살아가렴」
긴 속눈썹이 떨리고서, 감겨있던 눈꺼풀이 희미하게 뜨인다.
「그것이 목숨을 잃는 결과로 이어진다 해도…… 만약 네 마음이 틀리지 않았다면, 반드시 넉넉히 채워질 거란다」
「그저 닥치는 대로 사는 것보다, 자신에게 있어서의 『의미』를 찾아내, 그것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상관 없다는 마음이 드는 때를 찾으렴」
자신에게 있어서의 「의미」──
마음 안쪽을 더듬어 살펴본다.
자신은, 잘못되지는 않았나.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을 후회하고 있지는 않은가.
분명하게 확신한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숨쉬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흔들림 없는 것이, 그곳에 있다.
「……아아」
음유시인이 상냥하게 미소짓는다. 안도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였다. 그러나, 문득 그 표정이 슬쓸해 보이는 것으로 바뀐다.
「……내 선택은, 분명 잘못되지 않았었어. 그렇지만, 후회도 하고 있지」
불쑥, 정말로 자그마한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의미를 물어보려 하자, 음유시인이 고개를 들었다.
「손을 내밀어보렴」
코노에는 왼쪽 손을 내민다. 그 손을 잡고, 음유시인은 중지에 반지를 끼웠다.
「자아……」
눈을 뜨니, 그 하얀 공간이 아닌 보루의 방으로 돌아와 있었다.
몸을 일으킨다. 오른팔이 심하게 아파와, 코노에는 얼굴을 찡그렸다. 모든 감각이 일시에 되돌아온다.
「……윽」
지금 것은 대체 뭐였을까.
한계를 넘은 육체가 보여준 환상인가.
생각하려고 해도 통증에 의식이 분산되고 만다.
오른팔에서부터 둘러쳐진 거미줄 모양의 가시에 전신의 신경이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어쨌든 멀어지기 시작한 의식은 되돌려졌다.
아직, 죽지는 않았다. 죽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염원하는 듯이, 코노에는 떨리는 왼손으로 강하게 검의 자루를 움켜쥔다.
「슈이 녀석……, 쓸데없는 발악을」
리크스가 목소리에 역정을 내비친다.
그 순간, 불현듯 미지근한 감촉이 코노에의 뺨을 어루만지고 사라졌다.
놀라서 뒤를 돌아본다.
바로 곁에──검은 짐승이 있었다.
아사토다.
코노에는 무심결에 방어 태세를 취하고, 그 자리에서 달아나고자 했다. 그러나, 어떤 사실을 눈치채고 움직임을 멈춘다.
아사토에게서 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덤벼들 듯한 낌새도 없다.
조심조심 기색을 살펴보니, 짙은 감청색의 눈동자에 낯익은 빛이 깃들어 있었다.
깊고 온화한, 동이 트기 전의 하늘과도 같이 맑은 색이다.
믿을 수 없는 기분으로 아사토를 바라보자, 다시 뺨을 핥았다. 이어서 팔꿈치에서 팔로, 상처에 닿지 않을 정도로 오른팔도 핥는다.
직접 닿지 않아도 상처 부근의 피부는 민감해진 상태라, 혀의 온도가 스며들어 아렸다. 그러나, 그것이 몹시도…… 기뻤다.
걱정해주는 듯한 다정한 몸짓. 아사토인 것이다.
돌연, 정체불명의 충동과 전율이 코노에의 내부를 스치고 지나간다.
외관은 무시무시한 짐승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눈동자와 몸짓은 확실히 코노에가 잘 아는 까만 고양이의 그것이다.
아사토가 낮게 목을 울린다. 그것은 위협의 목소리가 아니라, 미안하다는 듯한 울림을 띠고 있었다.
참을 수 없어져서, 코노에는 검을 내던지고 왼팔로 짐승의 목을 가까이 끌어당겼다. 온 마음을 실어서 이마와 코끝을 부빈다.
딱딱하고 두꺼운 털의 감촉. 그 안에서, 그 꽃의 향기가 희미하게 풍겨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온기도, 전해지는 심장의 소리도, 확실히──코노에가 알고 있는 것이다.
찡하고 코가 뜨거워진다. 눈가로 솟아오르는 것을 꾹 참고서, 코노에는 꼬리를 떤다.
「아사토……」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모습이어도 상관 없다.
「아사토」가 돌아와준 것이, 기뻤다.
곁에 있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지금, 분명하게 그것을 알았다.
역시, 살자.
아사토와 함께 살고 싶다.
새로운 힘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코노에는 얼굴을 들었다.
팔의 통증은 아직 계속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괴로움은 멀리 사라진 상태였다.
걸치고 있던 망토의 자락을 이빨과 왼손으로 찢고서, 그것을 오른팔의 상처에 단단하게 휘감고, 이빨로 꽁꽁 매듭을 지었다.
휘감은 천은 금세 붉게 물이 든다.
거의 의미가 없는 처치였지만, 피를 뚝뚝 흘리는 채로 있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코노에는 리크스를 응시한다. 이번에는 분노가 아닌, 강한 의지의 힘으로.
그 마음에 공명하는 듯이, 아사토가 리크스를 향해 포효한다.
「……카르츠의 어리석은 행위도 그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다는 건가. 이 녀석도 저 녀석도, 주제넘은 짓거리를」
보는 이들 모두를 꽁꽁 얼어붙게 만드는 듯한 눈빛이, 곁에서 대기하고 있던 휘리에게로 향한다.
「휘리. 노래해라」
휘리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든다.
「노래하라고 했다」
「……네. 리크스 님」
휘리는 그 표정에 비장한 그림자를 떨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윽고, 그 몸이 붉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빛은 순식간에 강하게, 짙어져간다.
노래가 흐르기 시작했다. 휘파람과 비슷한 소리가 공격적인 선율을 연주한다. 휘리가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코노에는 그 모습에 눈썹을 찡그린다. 휘리의 얼굴은 완전히 핏기를 잃고, 괴로운 듯이 일그러져 있었다.
휘리의 노래가 선명하고 강렬한 붉은 빛이 되어 리크스의 곁으로 흘러간다.
리크스의 몸에서도 검은 안개가 피어올라, 붉은 빛과 뒤섞인다.
휘리는 단순히 찬아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 터무니없는 일이 일어난다──코노에는 직감한다.
아사토가 한층 더 굵게 울부짖고, 휘리를 겨냥하여 질주한다. 리크스는 엷은 웃음을 띄운 채로, 막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아사토가 망설임 없이 휘리를 향해 한쪽 팔을 휘두른다. 그러나, 그 주먹은 공중에서 멈춘다.
마치, 그곳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기라도 한 듯이.
아사토는 뒤쪽으로 크게 점프하고, 이번에는 리크스를 공격했다.
그러나, 역시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히고 만다.
「헛수고라고」
리크스가 턱을 들어올리고 비웃는다.
그 몸은 검은 안개와 붉은 빛을 흡수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럼에도 아사토는 한결같이 휘리와 리크스에게 덤벼든다.
──노래하지 않으면. 오른팔을 잃은 지금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그것은 투아를 지원하는 것이다.
아사토가 어떤 모습이어도, 그 마음이 똑같다면──노래는 부를 수 있다. 코노에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오른팔은 아직 계속해서 아픔을 호소하고 있다. 상처에서 열이 나고 있는 것인지, 몸이 불처럼 뜨겁다.
거친 호흡을 가다듬으며, 코노에는 의식을 집중시킨다.
몸 안쪽에서 끓어오르는 하얀 빛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러나, 좀처럼 잘 되지 않는다.
사악한 선율과 어둠의 진동이 흘러들어와, 코노에의 의식을 휘저어 어지럽힌다.
귀는 제멋대로 소리를 포착한다. 아사토는 싸우고 있는 것이다.
어서,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주위에는 어둠의 안개가 자욱이 들어차고, 『공허』에 의해 탄생한 꽃이 무시무시한 색을 꽃피우고 있다.
휘리의 모습은 조금씩 검은빛을 띠고, 흐릿해져가고 있는 듯했다. 괴로워하고 있다.
「으, 으아아아아…… 으윽!!」
채 견딜 수 없다는 듯이, 휘리가 고통의 소리를 지른다.
그럼에도 휘리는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 아니, 이미 선율은 휘리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흐르고 있는 듯했다.
어떻게 된 일이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도 휘리의 몸은 투명해져간다. 마치, 노래에 목숨이 흡수되고 있기라도 한 듯이.
「…………」
──설마.
「후후후……, 아름답지, 이 반짝임」
리크스가 한쪽 팔을 내민다.
몸을 에워싸는 붉은 빛이 흘러들어, 한층 더 강한 빛을 발했다.
「목숨을 불태워 부르는 노래만큼 아름답고, 그리고 강한 것은 없지」
「……!」
역시. 코노에는 숨을 삼킨다.
휘리는…… 제 목숨을 깎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코노에가 아는 찬아의 힘이 아니다.
찬아의 목숨과 맞바꾸어, 그 힘을 받는 노래──
분명 이것도, 리크스가 엮어내는 어둠의 노래인 것이겠지.
휘리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는 중에, 코노에의 가슴에 의문이 스친다.
설령 주인을 위해서라고는 해도…… 본심인 것일까.
휘리는, 이걸로 만족하는 것일까?
「으아아아아…… 악!」
비통한 외침이 공기를 찢는다.
폭발음과 함게, 붉은 빛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휘리의 몸은 이제는 그 반이 사라져 숯 같은 상태가 되어 있었다. 똑바로 볼 수가 없다.
「……그만해!」
「다른 이를 신경 쓸 여유가 있는 건가. 엄청나시군」
리크스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다.
「……리, ……크스, 님……」
노래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희미하게 휘리의 목소리가 들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약하디약하고, 몹시도 가련한 목소리였다.
어째서…… 적이라고는 해도, 휘리가 한마음으로 리크스를 우러렀다는 것은 코노에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리크스도 물론이겠지.
그런데도, 어째서 이런 가혹한 처사를 내릴 수 있는 것인가.
「너는…… 다른 고양이들뿐만 아니라, 자신을 우러르는 자까지 희생시킬 수 있는 거야!? 그렇게까지 해서…… 그렇게까지 해서 힘을 가지고 싶은 거야……!」
「우문이군. 그렇게 정에 얽매이니까 약함이 생겨나지. 주위가 보이지 않게 된다. 휘리는 처음부터 최후의 카드가 될 존재였다. 그것을 위해 찬아로 길렀다. 이게 올바른 사용법인 거라고」
──사용법.
말을 잃는다. 그런……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아니잖아.
제 몸을 깎아서 온 힘을 다하려 했던 자에 대해서까지, 마치, 단순한 도구처럼.
「……너만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아……」
「호오」
리크스가 웃는다.
리크스를 감싼 검은 안개는 그 농도를 더해, 코노에와 아사토를 위압한다.
그저 닿는 것만으로도, 존재 그 자체가 삼켜지고 말 것 같다.
시간이 없다──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분노가 치미는 나머지, 노래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밉다.
용서할 수 없다.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이 감정을 힘으로 바꿔버리고 싶다.
「후후……. 슈이. 자신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아들이 이 세계와 함께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아라」
리크스의 목소리가 울린다. 코노에의 시커먼 분노가 정점에 달한다.
「리크스…… 앗!」
분노에 내몰려, 이빨을 드러낸 그 순간.
돌연, 몸 안쪽에서 하얀 빛이 끓어올랐다. 빛은 머릿속에서 살며시 속삭인다.
──눈을 감아.
이 목소리는……
──빛을 느끼렴.
음유시인 고양이?
──빛을 잃어서는 안 돼.
──분노에 삼켜져서는 안 돼.
──분노는, 너의 눈을 가리고 말아.
──지금, 너를 필요로 하고 있는 이를, 떠올리렴.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있는 이. 불현듯, 부예져서 좁아져 있던 시야가 활짝 개었다.
──자. 전해주렴.
──너의 노래를, 소중한 상대에게.
눈을 감는다.
악기를 타는 음유시인의 모습이 보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지금까지 줄곧, 이렇게 도움을 주었었다.
하얀 빛 가운데, 천천히 선율이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선율.
소중한 상대에게 전해주고 싶은, 소중한 마음을 읊은 노래다.
그것을 들으며, 생각했다.
아아, 이 노래는.
음유시인의 노래, 그 마음인 것이라고.
슬픔을 띤 표정을 떠올린다.
후회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음유시인은, 누군가에게 이 노래를 전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혹은,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소중한──누군가를 위해서.
자연스레 머릿속에서 가사가 떠오른다.
수많은 말들이 새하얀 소리의 흐름이 되어 나선을 그리고, 서로 겹쳐져 선율을 연주한다.
어둠의 진동도 그 모든 것이, 하얀 나선에 삼켜져간다.
몸이 떠오르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그렇게, 코노에는 소중한 「노래」를 풀어낸다.
소중한 상대의 곁으로.
천천히 눈을 뜬다.
「……그 노래는……」
리크스의 표정에 한 순간 변화가 생긴다.
코노에의 몸이 옅게 빛을 내며, 수많은 하얀 빛의 다발이 아사토의 곁으로 흘러간다.
검은 짐승의 몸이 코노에와 똑같이 새하얀 빛에 감싸인다.
노래를 받아들인 아사토가, 힘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듯이 높게 울부짖는다.
소중한 상대를 위해서라면, 죽어도 상관 없다.
그런 때를 찾으라고 음유시인은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그 때다.
「……아사토」
이름을 부르려 했지만, 생각보다도 훨씬 약한 소리가 되어버렸다.
목은 바싹 말라 있어서, 미약한 토기도 치밀어 오른다.
오른팔의 상처의 타격이 확실히 전신을 좀먹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사토의 귀가 코노에 쪽으로 향해진 것을 보고, 희미한 미소를 띄운다.
들어주고 있다.
그렇다면, 하고 말을 이어나간다.
「……네가, 어떤 모습이라도 좋아. 계속 그 상태여도, 상관 없어. 그런 거, 관계 없어」
아사토가 낮게 목을 울린다.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처럼도 들렸다.
「그저, 나는…… 아사토, ……너랑, 같이 있고 싶어. 같이 있을 수 있다면,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어」
혼잣말처럼 띄엄띄엄 중얼거렸다.
말꼬리는 대부분 갈라져서 목소리가 되지 못했다.
아픔은 뇌까지도 침범하는 것인지, 사고는 모호하게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 솔직한 마음이었다.
아무것도 생각할 여유 따위 없다.
본심으로부터의 말이었다.
아사토가 크게 몸을 떤다.
두 번 세 번 몸을 떤 뒤, 지면까지도 뒤흔드는 듯한 격렬한 포효가 울려퍼졌다.
그 포효 가운데서, 코노에는 목소리를 들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사토의 목소리가──뭐라고 말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코노에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기에, 분명 그런 말이었을 것이리라.
동시에, 코노에의 마음속에서도 무언가가 녹아서 흘러넘쳤다.
넓은 바다를 흔드는 커다란 파도와도 같이, 빛이 주변 일대로 번져간다.
어둠 그리고 『공허』와 힘을 겨룬다.
온화한 선율이, 온화한 노래가 차올라간다.
리크스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리크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괴로움으로 차올라 있었다.
「……나는 줄곧, 네 손바닥 위에서 조종당해왔어. 너 혼자만의 판단 하나로, 내 목숨 따위 간단하게 짓밟을 수 있지. 그렇지만, 설령 네가 나를 죽인다고 해도, 내 감정, 마음까지는 움직일 수 없어. 그것만큼은 마지막까지 내 것이야. 너로서도 죽일 수 없어, ……절대로」
「……닥쳐!」
어둠의 기운이 노기와 증오를 품고, 한꺼번에 부풀어 오른다. 마침내 리크스가 이빨을 드러냈다.
「지금이라면, 알 수 있어. 리크스, 네가 분노와 증오로 감추고 있는, 마음속 깊은 곳의 감정을」
그렇다. 또렷하게 느껴진다. 본래 리크스와 하나인 이 몸은, 그 감정을 강하게 반영하여 공감한다.
느껴지는 것은 분노와 증오. 그렇지만, 그 가운데서 위화감을 느꼈다. 시커먼 감정과는 다른, 좀 더 연약하고 고요한 감정이다.
그것은, 통상적으로는 분노와 증오에 뒤섞여서 분간이 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캄캄한 밤에 반짝이는 한 점의 별과도 같이, 도리어 그 고요함이 두드러지게 느껴졌다.
코노에가 음유시인으로부터 이어받은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함과 동시에, 보이게 된 그 빛.
지금이라면, 어쩐지 알 수 있다. 슬픈 감정에 사로잡히며, 코노에는 말을 풀어나갔다.
「분노에 삼켜져서, 감정에 농락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 건 네 쪽이야, 리크스」
「나는 알 수 있어. 당신의, 『감정의 그릇』이니까 말야」
「닥쳐!」
리크스가 울부짖는다. 그 몸을 에워싼 어둠이 누그러들어 흔들렸다.
「조금은 재미있는 꼴을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자유롭게 풀어줬더니……, 거들먹거리지 마라. 너희들은 여기서 영혼의 파편 하나도 남지 않을 정도로 어둠에 먹혀서, 그리고는 사라져가는 거다」
그리고 나서, 사악한 노래가 최대한으로 울려퍼졌다.
어둠들이 환희하는 듯이 리크스를 에워싸고, 『공허』에 의해 태어난 선명한 색채가 번쩍인다.
마치 어둠의 광연(狂宴)과도 같았다.
휘리의 모습은 이미 없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새카만 몰골에, 코노에의 가슴이 욱신거린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도 슬픔도 모두, 노래의 힘으로 쏟아낸다.
땅울림이 울려퍼진다.
시사의 울부짖음처럼 들렸다.
아사토가 포효한다. 코노에는 눈을 감고 노래에 집중한다. 가지고 있는 힘 전부를 아사토에게 쏟는다.
전신에 빛을 휘감은 아사토가 리크스를 겨냥하여 달린다.
하얀 빛이 어둠의 공간에 눈부신 잔상을 남긴다.
아사토가 팔을 치켜든다.
다시금 보이지 않는 벽이 손톱의 일격을 튕겨냈다.
그럼에도 아사토는 물러서지 않고, 더욱더 공격에 박차를 가한다.
「쓸데없는 짓을!」
리크스가 한쪽 팔을 앞으로 내민다. 그곳에 검은 불꽃이 모여들어, 보이지 않는 벽에 한층 더 힘을 보탠다.
아사토의 몸이 압도당할 듯이 밀린다.
그러나, 검은 짐승은 전신의 털을 곤두세우고, 보이지 않는 벽에 손톱과 이빨을 꽂아 박으려 한다.
그 몸이 힘을 원하며 강하게 반짝인다. 그에 응하듯이, 코노에도 온 마음을 아사토에게 쏟았다.
찬아에게까지 중압이 가해진다. 리크스가 있는 방향에서 어둠의 안개가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이, 찬아는 거의 무방비한 상태가 되지만, 그럼에도 지금은 버티는 수밖에는 없다.
여러 가닥의 어둠이 엮인 불꽃이 종횡무진으로 공중을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윽」
불꽃이 꼬리를 스치고 가, 아픔에 얼굴을 찡그린다.
집중하고 있었던 정신이 분산될 것만 같아지지만, 참아낸다.
지금 마음을 어지럽히고 말았다가는, 진다.
아사토가 낮게 울부짖고, 목을 떤다.
그 손톱이 조금씩 보이지 않는 벽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코노에의 몸에 둔한 통증이 스친다. 끼익 하고 뼈가 삐걱거렸다.
검은 불꽃이 몸에 명중해도, 화상 따위의 상처를 입는 일은 없다.
그러나, 그 아픔은 몸 안쪽으로 무겁게 울린다. 마치 피부를 넘어서, 내부를 파괴하는 듯이.
……아니.
기분 탓이 아니다.
이 불꽃은 몸의 표면이 아니라, 내부에 충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대로는 자신이 가장 먼저 쓰러질지도 모른다.
「으악…… 큭!」
불꽃이 오른팔에 명중해, 코노에는 얼굴을 찡그리고 신음했다.
아픔에 노래가 끊어질 것만 같았지만, 버텨낸다.
노래를 계속해서 부르지 않으면, 진다.
아사토도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검은 불꽃에 의해, 코노에와 똑같이 타격을 받고 있을 것이다.
지금 쓰러질 수는 없다.
앞으로 조금 더, 한 번 더.
──자신에게 있어서의 『의미』를 찾아내,
그것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상관 없다는 마음이 드는 때를,
찾으렴.
음유시인의 말이, 하얗게 흐려진 의식의 저편에서 울린다.
포기하는 일 따위──할 수 없다.
키라라는 작은 세계에 사로잡혀 있었던 아사토를 데리고 나와, 자신이 그 손을 이끌고 나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때로는 아사토가 코노에의 등을 밀어주는 일도 있었다.
아사토를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어느 사이엔가 자신도 도움을 받고 있었다.
매사에 서투르고, 세상 물정에 어둡고, 강하고 몸집도 큰 주제에 겁쟁이인 구석이 있어서……
그래도, 아사토는 언제나 정직했다.
솔직하게 코노에에게 마음을 부딪쳐왔다.
어눌한 말에 거짓이 있었던 일 따위,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아사토의 올곧은 마음과 다정함에, 어느 사이엔가 자신 쪽이 손을 이끌리고 있었다.
이끌린 것은, 마음이다.
여기서 이걸로 끝인지도 모른다.
리크스에게는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마지막까지──아사토를 지키고 싶다.
아사토의 곁에 있고 싶다.
자신도 「감정의 그릇」으로서 죽는 운명과 마주한 것이다.
이제 와 아까워할 목숨이 아니다.
「……아아아아아아앗!!」
짧게 외치고, 몸 속 깊은 곳에서 힘을 쥐어짜낸다.
떨어져 있었던 검을 왼손으로 주워들고, 코노에는 달렸다.
보이지 않는 벽에 아사토의 손톱이 조금씩 박혀들어 간다.
전신으로 노래를 풀어나가며, 코노에는 검을 앞으로 내질렀다.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을 정도의 빛이 작렬했다.
무의식중에 눈을 감고, 눈부심을 견디면서 희미하게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검의 끝이 보이지 않는 벽을 관통하고 있었다.
포효와 함께, 아사토가 리크스에게로 팔을 내려친다.
순간, 붉은색과 검은색과 흰색의 빛이 작렬해, 모든 것을 삼킨다.
무언가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코노에의 가슴으로 누군가의 감정이 흘러들어온다.
분노와 증오가 아니다.
──아아, 이것은.
리크스의 감정이다.
분노와 증오, 줄곧 그것들로 덧칠해져서 응고되어 있었던 감정.
있는 그대로 드러난 슬픔이, 코노에의 마음을 채웠다.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조금 전의 이야기.
깊은, 깊은 숲 속에서 남몰래 조용히 살아가는, 어느 마술사가 있었다.
마술사는 몹시도 연구에 열심이었다. 남의 눈에 보이지 않는 술수를 건 은신처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줄곧 마술 연구를 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몰두했던 것일까.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마술사에게는 야망도 야심도 없었다.
그저 오로지, 마술력을 높이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즉, 마술 이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그랬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더욱, 마술 연구가 유일한 삶의 보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
마술사가 숲을 걷고 있자, 수풀이 격렬하게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싸움을 벌이고 있는 듯한 소리였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간다. 한 마리의 고양이가 커다란 마물의 습격을 받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마물이 빈번하게 숲을 서성거렸다. 그렇기에, 드문 일은 아니었다.
마술밖에는 관심이 없는 마술사는, 평소대로라면 그대로 떠나갔을 터였다.
그렇지만, 어째서일까.
단순한 변덕이었으리라.
여하튼, 발걸음은 집이 아니라 마물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 손을 치켜들고 작게 주문을 외웠다.
손바닥에서 새빨갛게 들끓는 불꽃이 튀어나가, 마물의 몸을 날려버린다.
겁에 질린 마물은 곧장 수풀 속으로 도망쳐 가버렸다.
습격당했던 고양이는 너무 놀란 나머지 맥이 탁 풀리고 만 것인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고양이는 적갈색의 털을 지니고 있었고, 넋이 나간 듯이 마술사를 보고 있었다.
발치에는 뜯겨진 듯한 풀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약초라도 따러 왔던 것이겠지.
마술사는 발걸음을 돌려, 그대로 떠나려 했다.
왜냐하면, 마술 이외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걸음을 옮기려 했을 때 무언가에 잡아당겨졌다.
발을 멈추고 돌아본다.
적갈색의 고양이가 멍한 얼굴로, 마술사의 옷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적갈색의 고양이는, 이름이 슈이라고 했다.
찬아라고 한다.
그 외에도 무언가를 이야기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마술사는 그리 잘 기억하고 있지 않다.
다만, 우연한 순간에 슈이가 흥얼거린 콧노래 소리가, 몹시도 아름다웠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다.
마술사의 은신처는 좁고, 이런저런 물건이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었다.
슈이는 한쪽 구석에서 몸을 작게 웅크리며, 또 와도 좋냐고 마술사에게 물어보았다.
마술사는, 오지 말라고 말했다.
마술 이외의 것에는 관심이 없었던데다, 연구에 방해가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술사는 곧장 슈이를 돌려보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 후로도 슈이는 숲 속을 헤매는 일이 잦았다.
아무리 싫은 소리를 해도, 쫓아내도 다시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도와주고는 그조차도 질려서, 결국 란센에서 은신처까지 이어지는 길에 결계를 쳤다.
그 길로 들어오지 않게끔 하기 위해서다.
……마물이.
슈이만이 알 수 있도록, 길을 따라 돋아난 풀의 색을 바꾸었다.
내버려두면 되는데도, 그럴 수 없는 자신이 마술사는 이상했다.
그런 일이 계속되고, 어느 사이엔가 마술사와 슈이는 마음을 통하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슈이에게는 아내가 있고, 머지않아 아이도 태어난다고 했다.
게다가, 차기 찬아장 후보이기도 하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괴로운 일을 겪고 있는 듯했다.
마술사는 딱히 무언가를 물어보는 일도 없이, 말없이 슈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슈이는 말하기 어려운 듯이, 마술사가 란센에서 경원시되고 있다는 것도 이야기했다.
정체를 알 수 없으니 꺼림칙하고, 위험한 마술을 연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소문이 퍼진 모양이다.
마술사는, 그런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에는 어렴풋이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찌 되든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슈이는 화가 난 것 같았다.
너는 그런 고양이가 아니야, 라고 말했다.
마술사는, 그 의미를 잘 알 수 없었다.
몇 번째인가의 방문, 슈이는 선물이 있다고 말하고는 웃었다.
그리고, 노래를 불렀다.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목소리와 선율에, 마술사는 깜짝 놀랐다.
어두운 움막에 빛이 들이비치는 듯한, 태어나 처음 느끼는 감각이었다.
평소에는 마술 연구를 하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만, 그때만은 손을 놓고, 언제까지고 노래를 듣고 있었다.
다음에 슈이가 마술사의 집에 나타났을 때는, 굉장히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서, 슈이는 갑자기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마술사는 마술에 대한 것을 생각하며, 슈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특별히 이렇다 할 것도 없었다.
그저, 아주 조금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밤의 일이었다.
술렁이는 공기를 느끼고, 마술사는 집에서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와보니, 숲이 불타고 있었다.
새카만 하늘에, 새빨갛게 타오르는 불꽃.
기척이 느껴졌다. 고양이의 기척이었다.
수많은 고양이가, 숲으로 들어와 있었다.
횃불을 치켜든 한 마리의 고양이가 마술사의 존재를 눈치채고, 소리를 질렀다.
저 녀석이 마술사다! 슈이를 현혹시킨 마술사다!
란센을, 이 시사를 멸망시키려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에 틀림 없다!
어서 죽여라! 싹 불태워버려라!
마술사는 놀란다.
은신처에는 남의 눈에 보이지 않는 술수를 걸어두고 있었다.
그 장소는 슈이밖에는 모를 터였다.
마술사의 마음속에 검은 불꽃이 태어났다.
숲을 태우는 불꽃보다도 뜨겁게 너울거리는 불꽃이었다.
슈이는 차기 찬아장으로서, 괴로운 일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어쩌면, 슈이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알고 있으면서도, 미워하는 것밖에는 수단이 없었다.
그 정도로…… 그럴 정도로……
……
……슈이.
저 노래는, 예전에 네가 나를 위해 불러주었던 노래다.
나를 배신한 너를 증오하고, 이 세계를, 그리고 나를 현혹시키는 감정을, 감정을 지니는 생 그 자체를 증오하며, 오늘까지 왔다.
그러나, 이따금 의심을 품을 때도 있었다.
어째서, 나는 이 정도로까지 모든 것이 증오스러운 것일까.
너를…… 증오하고 있는 것일까.
줄곧,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오랜만에 너의 노래를 듣고서, 알았다.
처음으로, 알았다.
「──아아, 그런가」
「나는 줄곧…… 너를……」
「……그래서, 이렇게……」
코노에가 눈을 뜨니, 시야 전면이 숲이었다.
순간,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거의 분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코끝을 스치는 흙 냄새에 가까스로 감각을 되찾았다.
몸을 일으키려 하다가, 둔한 통증이 스친다.
마치 몸이 갈기갈기 찢어져버리기라도 한 듯한 아픔에, 숨이 멎는다.
시야가 급격히 좁아진다.
「……윽, ……」
이를 악물고 헐떡이니, 입 안에 피 맛이 가득 차 있는 것이 느껴졌다.
숨을 내쉼과 동시에, 붉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그러고 보니.
힘을 쥐어짜내, 노래를 불렀던 그때.
온몸에서 괴이한 소리가 나고, 그대로 쓰러지지 않았나.
분명, 몸 안은 터무니없는 꼴이 되어있을 것이다.
이 상태로는 목숨을 이어나간다고 해도 그다지 의미가 없다.
웃으려 하다가 피에 목이 메고, 기침을 해댄다.
호흡을 할 수 없다. 피가 목에 막힌다. 너무나도 괴로운 나머지 손톱으로 지면을 긁어댔다.
이대로, 죽는 거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픔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아파서 마비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강렬한 졸음과도 비슷한 토기가 몰려온다.
빙글빙글 흔들리는 의식이 천천히 멀어져간다.
이대로──
죽는 것인가.
아득해진 의식은 암전하지 않고 하얗게 물들어, 따뜻한 온도가 되어 몸을 감쌌다.
눈을 뜬다. 그곳은 새하얀 세계였다. 누군가의 등이 보인다.
몇 겹의 천을 두른 모습──음유시인 고양이다.
음유시인 고양이가 천천히 이쪽을 돌아본다. 몹시도 슬퍼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다.
「……코노에. 슬픈 운명을 짊어진 아이야. 줄곧, 남몰래 너를 지켜봐왔다」
음유시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코노에는 전에 들었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음유시인은 모두 자신의 탓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코노에에게는 그 의미가 이해되지 않는다.
「어째서…… 대체 무엇이 당신의 탓이라는 거야」
「…………」
음유시인 고양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슬퍼 보이는 얼굴 그대로 미소를 지었다.
「너는…… 엄마를 쏙 빼닮았구나」
코노에는 깜짝 놀란다.
어째서, 어머니를 알고 있는 것인가.
당황하면서, 코노에는 어두운 기분이 되어 고개를 숙인다.
「……거짓말이야」
「어째서?」
「나는…… 그 녀석의, 리크스의 『감정의 그릇』이니까……」
리크스는 자신과 완전히 똑같은 얼굴이었다. ……아니, 자신이 리크스의 복제인 것인가.
그렇기에, 어머니를 닮을 리가 없는 것이다.
「관계 없어」
그 말에, 코노에는 얼굴을 든다. 음유시인이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 강단 있어 보이는 눈 같은 게, 정말로 많이 닮았어」
「……어머니를, 알고 있는 거야?」
마침내는 질문을 던졌다.
음유시인 고양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노에의 안에서는 이상한 감각이 생겨나 있었다.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그리운 듯한,
안타까운 듯한 감각.
──그렇다.
카로우에서 처음으로 음유시인의 노래를 들었던 때에도, 이런 기분이 되었다.
「자. 너는 돌아가지 않으면 안 돼. 네가 이제부터 나아가야할 길로」
음유시인의 몸이 하얗게 빛을 발한다. 눈이 부셔서, 코노에는 한쪽 손을 들어올렸다.
「생각하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아가렴. 네가 선택한 길을, 있는 힘을 다해 걸어가렴」
그 말을 끝으로, 음유시인의 모습은 하얀 빛에 뒤섞여 보이지 않게 되었다.
눈을 뜬다.
시야에 가득 흘러넘쳐 있었던 빛이, 스윽 하고 무언가에 흡수되는 듯이 사라졌다.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킨다. 그리고, 놀란다.
……아프지 않다.
방금 전의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다.
가슴에 손을 얹는다.
빛의 여운이 아직 그곳에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양의 달의 빛이 나뭇가지와 잎의 틈새를 누비고, 약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달의 색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다.
거기서, 코노에는 무의식적으로 취했던 동작에 스스로 놀란다.
오른팔은──제 손으로 절단했을 터다.
가슴으로 시선을 떨어트리고, 경악한다.
그곳에 가져다대었을 손은 없었다.
오른팔을 움직였다는 감각은 확실히 있었다.
……아니, 감각뿐인 것일까.
태어났을 때부터 줄곧 지니고 있었던 것을 갑자기 잃어버린 것이다.
몸이 적응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동시에 그런 자신이 슬프기도 하고 한심스럽기도 해서, 코노에는 자조의 미소를 띄운다.
왼손으로 오른팔을 만져보았다.
절단면은 피부가 이어져, 상처가 아물어 있었다.
출혈도 통증도 없다.
그 일그러진 표면을 손끝으로 몇 번이고 덧그리고, 코노에는 작게 숨을 내쉰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충격적이진 않았다.
그저, 지금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는 수밖에는 없다는 기분이 되어 있었다.
아마도──죽을 작정이었기에 그런 것이겠지.
기적적으로, 이렇게 살아있긴 하지만.
그것도 아니면 모든 것은 꿈이고, 사실은 지금까지 줄곧 잠들어 있었던 것일 뿐이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한다.
그러나.
희미하게 신음 소리가 들렸다. 코노에는 곧바로 뒤를 돌아보고, 눈을 커다랗게 벌렸다.
코노에로부터 조금 떨어진 장소에 검은 덩어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털로 뒤덮인 그것은 불규칙적으로 크게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아사토.
말 그대로 꿈에서 깨어난 듯이, 코노에는 허둥지둥 아사토에게 다가갔다.
아사토는 축 늘어진 채로 누워있었다.
털의 색이 검은 탓에 잘 알 수 없지만, 만져보니 흠뻑 젖어 있었다.
생생하게 감각을 자극하는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피다.
아사토를 만졌던 손바닥이 붉은 물기를 띤다.
아사토는 괴로운 듯한 호흡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목에서 쉭 하고 바람이 우는 듯한 소리가 난다.
「……아사토」
그 몸에 왼손을 살며시 대고, 이름을 부른다.
그것 말고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코노에는 그저 고통에 헐떡이는 아사토를 바라본다.
어떻게 하지. 이대로는──
이대로는, 아사토가 죽고 만다.
순간, 벗어날 수 없을 정도의 현실감이 몰려들어왔다.
「……아사토, ……아사토」
갑작스레 혼란이 밀려들어와 당황한다.
아사토의 흠뻑 젖은 검은 털을 붙잡고, 몸을 흔든다.
싫다.
죽기를 바라지 않는다.
자신도 아사토도 지금, 살아있는 것이다.
죽지 않기를 바란다.
함께……
살기를 바란다.
「아사토, ……아사토……」
뜨거운 감정의 물결이 목 안쪽에서 치밀어 올라와, 코노에는 이를 악문다.
얼굴을 찡그리고, 피에 젖은 몸에 매달렸다.
따뜻하다.
농후한 피의 냄새.
생(生)의 냄새.
살아있다.
이렇게…… 이렇게 따뜻한 것이다.
그러니, 죽어버리는 것은 용서하지 않는다.
있는 힘을 다 해, 새카만 몸을 한쪽 팔로 끌어안았다.
아사토가 희미하게 목을 울리고, 머리를 들고자 한다.
그런 움직임조차 괴로워 보여서, 코노에는 아사토의 얼굴로 손을 뻗는다.
아사토가 손바닥을 낼름 핥는다.
약하디약하게 살갗에 닿는 혀에, 그만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아졌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참아낸다.
울고 있을 수는 없다. 우는 것은 슬플 때만이다.
지금은 그 때가 아니다.
──슬픈 때가, 아니다.
「……윽, ……」
울까보냐.
몇 번이고 손바닥을 핥는 아사토의 체온을 느끼며, 코노에는 굳게 눈을 감는다.
아사토가 틀어막힌 신음을 흘렸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코노에는 고개를 든다. 아사토가 몸을 떨면서 대량의 피를 토해냈다.
「……!」
검붉은 피가, 마치 폭포와도 같이 흘러넘친다.
코노에는 전율로 얼어붙어, 경악하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형용할 수 없이 혹독한 광경에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그 사이에도, 아사토는 멈추는 일 없이 계속해서 피를 토한다.
코노에와 아사토를 가라앉히기라도 하려는 듯이, 주위에 피 웅덩이가 번져간다.
──죽고 만다.
절망적인 마음으로, 코노에는 떨리는 손을 아사토의 입가로 뻗었다.
그 순간.
「!」
돌연, 아사토의 몸에서 검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코노에는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그대로 멈춘다. 그리고, 한쪽 팔을 아사토의 몸에 단단히 휘감았다.
떨어지고 싶지 않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던 것이다.
이제 와서 혼자서 살아도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영혼만이라도 맞닿아 있자.
검은 털의 결에 얼굴을 묻고, 아사토에게 꼬옥 매달린다.
검은 불꽃이 타오른다.
그것은 격렬함을 더해가며, 이윽고 새카만 어둠과도 같이 코노에와 아사토를 집어삼켰다.
뜨겁지는 않았다.
그저, 머릿속이 멍했다.
이대로 잠들고 만다면, 다음 눈을 떴을 때에는 무엇이 보일까──
눈꺼풀을 내려, 세계를 차단하려 했던 때였다.
불현듯, 몸을 에워싼 불꽃의 감촉이 없어졌다.
정적이 찾아온다.
귀를 자극하는 것은 나무들의 수런거림과 바람이 우는 소리다. 이상하게 여기고, 코노에는 눈을 떴다.
검은 불꽃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시야에 비치는 것은 하늘과 숲이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것일까.
혼란스러워하며 몸을 일으키려 하다가, 위화감을 느낀다.
시선을 아사토 쪽으로 돌리고, 코노에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검은 불꽃에 격렬한 자극을 받고, 머리가 이상해지고 만 것일까.
그러나, 아무리 눈을 깜박여도 시선을 모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잘못 본 것이 아니다.
「…………」
검은 짐승은──본래의 고양이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사고가 정지한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상태로, 코노에는 아사토를 멍하니 바라본다.
갈색의 피부.
까만 귀, 가느다랗고 낭창낭창한 꼬리.
그 옆얼굴은 지극히 낯익은, 몹시도 그리운 것이었다.
이제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모습.
「……아사토」
이름을 속삭이자 목 안쪽이 뜨거워지고, 그것이 단숨에 눈가까지 솟아올라왔다.
터질 듯한 마음으로 아직 눈을 감고 있는 옆얼굴로 시선을 쏟는다.
어개에 손을 대려 하다가, 코노에는 한 순간 주저한다. 갑자기 불안해져서, 겁이 났다.
엎드린 채로 있는 등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그것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서 안도한다.
그래도, 그럼에도 손을 대는 것이 무서웠다.
손이 닿는 순간 무언가가 변하고 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코노에는 마음을 정하고, 갈색의 살갗에 손끝을 가져다댔다.
어렴풋한 온기가 전해진다.
살며시 견갑골을 덧그리고, 손바닥을 댄다. 아사토의 몸이 움찔 하고 흔들렸다.
크게 울려퍼지는 고동 소리를 들으며, 코노에는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본다.
「…………」
뺨이 떨리고 눈꺼풀이 들어 올려진다.
감청색의 눈동자가, 다시 숨을 쉰다.
투명한 눈빛은, 느릿한 움직임으로 코노에를 포착했다.
유리구슬과도 같은 눈의 초점이 점차로 또렷해져간다.
「…………, ……코, 노에……」
「…………」
잠꼬대 같은, 거의 숨결뿐인 목소리가 이름을 부른다.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두 번 다시는…… 이름을 불리는 일 따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긴장을 풀면, 온몸을 휘젓는 격렬한 감정이 흘러넘치고 말 것만 같았다. 코노에는 아사토의 뺨으로 손을 뻗는다.
따뜻하다.
눈가가 뜨거워져, 미간을 좁히고 입술을 굳게 닫는다.
가슴에 숨을 모으고, 조용히 내뱉는다. 그렇게 하고서야, 코노에는 가까스로 입 밖으로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어서 와」
「…………」
아사토가 숨결만으로 희미하게 웃었다.
코노에도 눈물을 참으며 웃었다.
──다행이다.
진심으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기쁘다는 감정을 이렇게까지 깊게 맛본 것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일어나려는 아사토의 등을 신중히 받치면서, 재차 그 몸을 바라본다.
어째서, 돌아온 것일까.
그러고 보니, 토해냈던 피도 전부 없어졌다.
어쩌면──
아사토의 몸에서 흘러나온 것은, 메이기의 피였던 것은 아닐까.
마도의 피를 토해내서 원래대로 돌아온 것은 아닐까.
단순한 상상이었기에 확증도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사토는 상당히 초췌해져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고작인 상태였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축 늘어져 나무에 기대어 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다.
일단, 코노에는 자신의 코트를 아사토의 몸에 걸쳤다.
그런 코노에의 코트도 옷도 너덜너덜하긴 했지만.
완전히 지친 듯이 눈을 감고 있었던 아사토가, 코노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미약하게 숨을 삼키는 기척이 전해진다.
아마도, 오른팔이 사라진 사실을 눈치챈 것이겠지.
아사토를 보니, 충격과 슬픔이 뒤섞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코노에, 그, 팔은……」
「이건……」
거기서 코노에는 작게 숨을 들이마신다.
「……이건, 내가 살아있는 증거야」
막힘 없이, 그런 말이 입을 통해 나왔다.
의미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그 오른팔의 의미는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아사토가 침통한 표정으로 눈썹을 찡그리고, 시선을 돌린다.
「……미안해」
「아사토의 탓이 아냐」
「그치만」
「말했잖아. 내가 살아있는 증거라고. 이 팔을 잃어버렸다고 느낄 수 있는 것도…… 살아있기 때문이야」
「…………」
아사토를 똑바로 바라보며 단언한다.
모두 본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오른팔을 잃어버렸다는 타격보다도, 지금 여기서 아사토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 쪽이 더 소중하다.
아사토는 미안함에 어쩔 줄 모르는 듯이 있었지만, 또 무언가를 깨달은 듯이 그 표정을 바꾸었다.
「……코노에. 귀랑, 꼬리가」
「……에?」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의문의 눈빛을 보낸다. 그러나, 곧바로 번쩍 정신이 들어 자신의 귀를 눌렀다.
그렇지만, 귀는 거울에라도 비추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허둥지둥 꼬리를 붙잡고, 잡아끈다.
──돌아와 있다.
저주받은 칠흑색에서, 원래의 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저주가, 풀린 것인가?
손의 아머를 걷어 올리고 팔을 본다.
새카맣게 들러붙어있었던 반점도 깨끗이 사라져 있었다.
코노에는 곧바로 아사토를 본다.
그 목에 새겨져 있었을 반점이 사라지고 없었다.
무심결에, 그대로 아사토와 눈을 마주친다.
──끝난 것인가.
간신히, 끝난 것이다.
희미한 흥분과 함께, 가까스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리크스는?」
아사토의 말에, 번쩍 정신이 든다.
『감정의 그릇』…… 분신인 코노에가 본체의 리크스를 넘어선 때, 어떻게 되는지.
하나가 된다고 음유시인 고양이는 말했다.
그 암흑의 기억도 전부 물려받게 된다고.
가슴 밑바닥이 수런거린다.
욱신 하고 심장에 통증이 스친다.
「……윽, ……!」
「코노에?」
순간, 밤이 찾아들기라도 한 듯이 눈앞이 새카매졌다.
심장의 고동에 맞춰 두통이 무겁게 울린다.
소용돌이치는 것은 낯선 기억──아니, 알고 있다. 이 감촉.
아아, 그렇다. 리크스의 반지를 만졌을 때다.
아니다. 자신의 손으로 죽였을 때다.
──아니다. 죽인 기억은 없다.
이 기억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리크스의 것이다.
그렇지만.
리크스는 자신이고, 자신은 리크스인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저지른 것인가?
아니, 리크스가 저지른 것이다.
그렇지만 리크스는 자신이고, 자신은 저지르지 않았어도 이 기억은 자신의 것으로……
리크스는, 자신으로.
「으, 아아아아…… 악!」
격렬한 기억의 소용돌이와 자아의 대립에 농락당한다.
「코노에!」
허용량을 넘은 머리도 마음도 파열할 것만 같아진다.
멈출 새가 없이 솟아올라 넘쳐흐르는 영상.
노호, 비명, 오열, 절규.
그 중심에서 은밀하게 숨쉬는 감정은──
아픔과 슬픔, 이었다.
아픔과 슬픔이, 웅크리고서 울고 있었다.
──아아, 그런가.
그 때, 알았다.
음유시인이 했던 말의 의미를.
아픔의 기억.
그것은 물론, 리크스에 의해 고통을 받았던 자들의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고통이 그치고, 영상이 멈춘다.
어둠이,
개어간다.
눈을 떴다.
걱정스러운 듯한 아사토의 얼굴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
「……괜찮아?」
물음에, 끄덕인다.
방금 전의 혼란이 거짓말과도 같이, 마음은 몹시도 고요해져 있었다.
리크스와 하나가 되어, 리크스의 기억을 이어받은 지금, 모든 것을 알았다.
코노에는 천천히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본다.
피에 젖은 환상이 보였다.
그리고는 얼굴을 들어, 아사토를 바라보았다.
「……전부 다, 알았어」
「전부? ……뭘, 알게 된 거야」
「리크스는, 지금…… 내 안에 있어」
「……!」
「의지는 소멸되었어. 남은 건, 기억이야. 한 번 분리되었던 『감정의 그릇』이 리크스에게로 돌아갔어.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자연스러울지도 몰라」
외견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의 손을 보며 그렇게 생각한다. 특별히 변한 곳은 없다.
의지는 코노에의 것…… 코노에가 본체에게 이겼기에, 외견도 그것에 준한 것이겠지.
천천히 눈을 감고, 다시 뜬다.
이것은 확실히 자신의 의지이며, 자신의 생각이다.
몸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다만, 변했다고 한다면, 그것은──아픔이다.
끝을 모르는 아픔에 지배되고 있다.
코노에는 손을 살며시 움켜쥔다.
전부, 알았다.
리크스와 음유시인──슈이라는 이름의 고양이의 관계.
그리고.
자신과, 슈이와의 관계도.
코노에는 하늘을 우러르고, 나뭇잎 사이로 새어드는 햇빛에 눈을 가늘게 좁힌다.
「……아버지」
숨결만으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버지.
실감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묘한 감개를 느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르쳐준, 그 노래는──
리크스를 향하여 만들어진 노래다.
줄곧 읽을 수 없었던, 아버지가 남긴 유품의 가사.
그 내용을, 이제는 알 수 있다.
슈이는 가족과 리크스 양쪽을 지키려 했지만, 완전히 지켜낼 수 없었다.
결국은 자신도 그 능력을 시기받아, 쿠루이 고양이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자기 몸의 위험을 짐작하고 있었던 것인지, 아내와 자식만은 아내의 고향인 카로우로 남몰래 도피시켰다.
모두가 소중했다.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존재였다.
그리고, 리크스의 마음은, 분명──
연정도 애정도 아니다. 우정과도 다른, 좀 더 별개의…… 마음의 이어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또는 예감하고서, 그것을 갈구했는지도 모른다.
불현듯 눈앞의 공간이 일그러지고, 붉은색과 금색의 불꽃이 출현했다.
「……!」
악마들이다. 코노에는 즉시 뒤쪽으로 재빨리 물러선다.
아사토도 경계를 드러내고, 불꽃을 노려본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베르그와 라젤이었다.
「이야-, 마침내 끝이 났네」
전류가 흐르는 주먹을 펼쳤다가 그러쥐며, 베르그가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아-, 이거야 이거. 이 넘쳐흐르는 느낌」
「힘은, 무사히 돌아왔다」
그랬다. 악마들은 리크스에게서 힘을 되찾은 뒤, 자신을 먹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코노에가 귀를 숙이고 노려보자, 베르그가 어깨를 움츠렸다.
「그런 얼굴 해봤자, 이제 아무 짓도 안 한다고. 지금의 너 따위 맛없어서 먹을 수 있는 게 아냐」
「……에?」
「너는 리크스와 일체화했다. 즉, 단순한 『감정의 그릇』이 아니게 됐다는 것이다」
「너를 먹는다는 건, 리크스를 먹는 거랑 똑같다고. ……아아, 소름끼쳐. 말만 해도 치가 떨려」
베르그가 야단스럽게 몸을 떤다.
사실인 걸까.
그러나, 아무래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른 두 마리는」
프라우드와 카르츠가 없다.
「모-른다고. 딱히 몰려다니는 것도 아니고 말야」
진심으로 흥미가 없다는 듯이 대답하고, 베르그가 한쪽 팔을 들어올린다.
금색의 불꽃이 나타나, 베르그의 발치를 감싼다.
라젤의 발치에도 똑같이 붉은 불꽃이 나타난다.
「뭐랄까 고생만 잔뜩 하고 건진 건 전혀 없다는 느낌이었네. 널 못 먹은 건 아쉽지만, 뭐 먹이는 너 말고도 있으니까 말야. 이제 만날 일은 없겠다만, 그럼」
그런 말을 남기고, 두 악마는 제각각의 불꽃과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사라진 건가」
아사토가 의아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내뱉는다.
「…………」
코노에는 악마들이 있던 장소를 얼떨떨하게 바라본다.
머릿속 한구석에서 어렴풋이, 정말로 끝난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코노에는, 생각한다.
리크스는, 코노에와 함께 슈이가 나타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사실은…… 슈이를, 만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리크스와 이야기하는 사이에, 줄곧 느끼고 있었다.
흘러들어온 감정, 그 깊은 곳에 조용히 감춰져 있었던 마음을.
관계에 서투른 고양이는 배신을 당했다고 믿어버리고, 슬픔을 메우는 듯이 증오로 마음을 덧칠하고 굳혔다.
어둠의 힘을 이용할 생각이었지만, 역으로 이용되고 만 것이겠지.
감정을 증오하고, 배제하려 하면서, 휘둘리고 있었던 것은 리크스 자신이었다.
버리려 해도 채 억누를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는 것일까.
그렇기에 더욱, 필요 이상으로 감정의 배제를 열망한 것인지도 모른다.
가련한 고양이인 것이다.
리크스도…… 그리고 분명, 슈이도.
리크스가 맛보아온 슬픔, 아픔, 죄악, 후회. 고통을 주었던 고양이들의 모습, 비명, 분노.
지금, 그것들 모두가 커다란 덩어리가 되어 코노에의 안에 있다.
리크스가 마음에 한을 품고 살아왔던 세월만큼…… 아니, 분명 그보다도 오래 괴로움에 시달리게 되겠지.
슈이는, 이 사실을 말했던 것이다.
마음에 깊이 박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견딜 수 있는지 자신에게 묻는다.
대답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평온한 이 마음이다.
어둡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코노에의 마음의 기복을 전부 밀어내버렸다.
그렇기에, 지금은 마치 얼토당토않은 캄캄한 밤과도 같이 차분한 것이다.
슬픔과 괴로움, 후회와 같은 감정은 초월하고 말았다.
이 괴로운 기억은 영원히 마음속에서 끊임 없이 이어져나가겠지.
어쩌면, 언젠가 모두 다 내던져버리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도 눈치채이지 못하는 사이에, 조용히 미쳐버리고 말지도 모른다.
그러나──
코노에는 아사토를 바라본다.
그 표정은 몹시도 피폐해져 있었지만, 깊고 푸른 눈동자는 조용한 밤처럼 맑게 개어 있었다.
그 짐승의 야성을 느끼게끔 하는 빛은, 이제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잊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꺼림칙하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지금, 코노에와 아사토가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것도 전부──지금까지 함께 극복해온 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노에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아사토가 불쑥 말을 내뱉는다.
「너랑 함께 극복해주길 바란다고, 그런 말을 들었어」
「누구한테」
「……카르츠한테」
카르츠──과거에 아사토의 아버지이자, 고양이였던 악마다.
카르츠는 어째서 악마로 변화하고 만 것일까.
그 이유는 코노에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다른 악마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만은 줄곧 느끼고 있었다.
아사토를 지켜보는 눈빛에는 자애의 마음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지금은 알 수 있다.
「너랑 함께라면, 살 길을 반드시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찾아냈어?」
조용히 질문을 던지고, 코노에는 아사토를 본다.
아사토는 축 늘어뜨린 까만 꼬리의 끝을 몇 번인가 흔들고, 입을 열었다.
「나는, 코노에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살아있어. 그러니까,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그 대답이야」
그렇게 말하고, 아사토가 무리하게 움직이려 했다.
필시 코노에의 곁으로 다가가기 위함이었으리라.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인지 얼굴을 찡그린다.
코노에는 곧바로 아사토 쪽으로 다가갔다.
눈을 위로 드고 그 얼굴을 보자, 아사토는 기쁜 듯이 코노에의 코끝에 이마를 부벼왔다.
그릉그릉 하고 희미하게 목을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코노에가 내게 말해준 것처럼, 나도, 코노에가 무엇이 되든 좋아. 곁에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아」
그 온기와 솔직한 말이 기뻐서, 코노에도 목을 울리고 아사토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져다댔다.
다행이도 아사토는 고양이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만약 짐승의 모습 그대로였다 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숲 속 깊은 곳에서 조용히 살아가면 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형상 따위, 어찌 되든 좋은 것이다. 아사토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쁘다.
──과거를 바꿀 수 있다.
문득, 리크스의 말을 떠올린다.
만약 코노에가 리크스에게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고 해도, 역시 그에 응하는 일은 없었겠지.
모든 것을 잊는 일 따위 할 수 없다.
잊고 싶지 않았다.
그런 짓을 했다간, 지금의 자신은 자신이 아니게 되어버린다.
이제까지 끌어안아온 아픔, 이제부터 끌어안아갈 아픔.
즐거웠던 일, 기뻤던 일, 슬펐던 일, 화났던 일.
그 모두를 아울러 가지고 있으므로 지금의 자신이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코노에가 아사토의 어깨에 뺨을 문지르자, 아사토도 코노에의 오른쪽 어깨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그리고, 끊어진 오른팔의 상흔에 살며시 입술이 내리눌러진다.
살포시, 여러 번 맡아본 적이 있는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그 꽃밭의 향기다.
「나중에 또…… 그 꽃밭에, 갈까」
아사토가 움직임을 멈추고, 바로 가까이에서 코노에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 입가에 어딘지 기쁜 듯한, 수줍어하는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아, 그래」
지금, 하나의 끝을 맞이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리비카의 노래로, 눈을 뜬다
움튼 생명이 펼쳐져
이것은, 시작의 이야기
시작의 노래
모든 것은, 이 숲에서 시작되었다──
그 날을 경계로, 시사를 좀먹는 『공허』와 『실구』의 증상이 뚝 그쳤다.
『공허』에 침식되었던 숲을 시작으로 수많은 땅들은 다시 숨을 쉬고, 『공허』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졌던 생명은 점차로 시들고, 더러는 멸종해갔다.
하나로 겹쳐졌던 달도 다시 두 개로 돌아와, 살 기력을 잃고 있었던 리비카들은 활기를 띤 자연과 함께, 조금씩 마음이 여유로운 생활을 되찾아갔다.
암컷은 여전히 란센의 보호 아래 놓여있었지만, 이전처럼 수컷이 암컷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일도 없이, 조금씩 아이들은 늘어갔다.
생활이 충족되어감에 따라, 고양이들의 마음에도 상실되었던 감정이 돌아온 것이었다.
정말로 소중하고, 그렇지만 소중하다는 사실을 어느 사이엔가 당연하게 느끼고 말아서, 정신을 차리고 보면 너무도 간단하게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
그로부터, 수 년의 세월이 흘렀다.
눈 아래로 펼쳐지는 거대한 삼림은, 언제 보아도 장대하다.
그것이 익숙해진다는 일 자체가 없다고, 코노에는 생각한다.
크게 불거진 두꺼운 가지에 걸터앉아, 발 아래의 풍경을 바라본다.
이제 곧 봄이 돌아온다.
그로부터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난 것일까.
코노에는 저물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오도카니 생각한다.
『공허』와 『실구』가 시사에서 사라지고, 이것으로 세 번째의 봄이 된다.
아직 완전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시사는 꽤나 달라졌다.
고양이도, 마을도, 거리도, 숲도, 올려다보는 하늘의 색도.
석양도, 전에는 좀 더 망막에 강하게 눌어붙는 강렬한 색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온화한 주홍색과 투명해져가는 푸른색이 뒤섞여, 자연스레 눈이 이끌린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일몰까지 지켜보고 마는 일도 있었다.
아마도, 온 시사의 고양이들이 똑같이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란센으로 돌아왔을 때 눈에 보이는 고양이들의 표정은 환하게, 웃음이 차올라 있었다.
그런 떼, 코노에는 왜인지 공연히 기뻐진다.
자신이 이 나라를 구했다든지, 그런 식으로는 생각지 않는다.
리크스와 대치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을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잘 된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지금의 시사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나무 줄기에서 몸을 일으키고, 일어서려 했던 때였다.
「……앗!」
강한 바람이 스쳐지나가, 가지를 크게 흔들었다.
균형을 잃고, 코노에는 줄기에 매달리려다가 혀를 찬다.
그만 습관적으로 오른손을 사용하려 하고 말았다.
팔꿈치서부터 아래는 상실되어 있다.
곧바로 왼손을 뻗었지만, 손톱이 줄기의 표면을 긁기만 하고 끝난다.
한발 늦었다.
빙글 하고 시야가 기울어진다.
떨어질 뻔했던 코노에의 몸을 무언가가 받아들었다.
「……위험해」
귓가에 안도의 한숨과 함께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시선을 올리자, 걱정스러운 듯이 얼굴을 들여다보는 아사토와 눈이 마주쳤다.
갈색의 다부진 팔이 코노에를 단단히 껴안아 붙들고 있다.
저물기 시작한 하늘의 색에 깊은 푸른색의 눈동자가 잘 어울려서, 무심결에 넋을 잃고 바라본다.
「괜찮아?」
묻는 말에 제정신이 들어, 코노에는 곧바로 몸을 뗐다.
「……갔다 온 거야?」
넋을 잃고 보고 만 것이 부끄러워서,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고 얼굴을 돌린다.
「아아」
아사토가 작게 끄덕인다.
아사토는 조금 전에 유각의 계곡으로 길을 나섰었다.
키라의 낌새를 살피기 위해서다.
「어땠어?」
「괜찮은 것 같아. ……키라도, 조금 바뀐 것 같았어」
「바뀌었어?」
「분위기가, 조금 바뀐 듯한 느낌이 들어」
「그건, 좋은 의미로?」
「……그렇네. 아마도」
그 대답에, 코노에는 조금 안도한다.
어째서 키라의 낌새를 살핀 것인가.
그것은, 아사토가 키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꺼낸 것이 발단이었다.
고난을 극복하고, 살 길을 찾아낸 지금이기에 더욱 돌아가고 싶은 것이라고──아사토는 그렇게 말했다.
물론, 코노에도 함께.
코노에는 조금 불안했다.
촌장을 필두로 한 키라 고양이들은, 아사토에게 강한 증오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아사토의 마음을 저지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사토는 줄곧 키라를 두려워하고, 키라에 겁을 내며 살아왔다.
그렇기에, 키라로 돌아간다는 행위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에야 숲은 예전처럼 으스스하고 불길한 장소가 아니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키라가 변했다는 아사토의 말도 저항 없이 수긍할 수 있었다.
시사 전체가 변하기 시작한 지금, 키라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의식중에 왼손으로 오른팔을 누르면서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자, 그 위를 덮는 듯이 아사토의 손이 겹쳐졌다.
염려하는 시선을 보낸다.
「아직, 아픈 거야?」
「아니, 지금은 거의 안 아파. 가끔, 아직 여기에 팔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는 있지만」
「……그래」
아사토는 눈을 가늘게 좁히고, 코노에의 오른팔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가볼까. 키라로」
아사토가 움직임을 멈추고 코노에를 보았다.
그 눈동자에 약간의 망설임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사토는 천천히 눈을 깜박이고, 힘을 실어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아사토의 뒤를 따라, 코노에는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한쪽 팔이 없으면, 이래저래 불편하다. 그러나, 나무 오르기에 관해서는 그렇게 높은 나무가 아니라면 왼손과 발, 입을 사용해서 올라가는 기술을 터득한 상태였다.
유각의 계곡을 향해서 숲 속을 걸어간다.
여기서부터라면 그렇게 멀지 않다.
도중에, 아사토가 몇 번인가 기색을 살피는 듯이 시선을 보내왔다.
그 때마다, 꼬리로 아사토의 꼬리를 가볍게 친다.
아사토가 자신을 신경 쓰는 이유는 알고 있었다.
자각은 없지만, 리크스와의 일 이래로, 자신은 조금 분위기가 바뀐 모양이었다.
확실히, 마음에 공허한 틈새기가 생겨난 듯한 느낌은 있었다.
악몽에 시달려 자다가 벌떡 일어나는 일도 잦아졌다.
필시, 리크스의 기억 때문인 듯하다.
언제나 마음 어딘가에 아픔과 슬픔이 있다.
지배당하고 있다.
그래도, 그걸로 좋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기에, 후회는 없다.
그럼에도 이따금, 너무나도 무거운 고통에 견딜 수가 없어져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어지는 때가 있다.
그럴 때, 언제나 아사토가 곁에 있어주었다.
진정될 때까지 끌어안고서, 달래어준다.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구원받는 느낌이 들었다.
언젠가 다시, 모든 것을 허용하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웃을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계곡으로 들어갈 거야. 조심해」
아사토가 키 큰 풀을 헤치며, 급경사면을 내려간다.
코노에도 그 뒤를 따랐다.
이전에 발이 미끄러져 이 계곡으로 굴러떨어졌을 때의 일을 떠올린다.
그때는 필사적이었지만, 지금은 그립다는 느낌마저 든다.
처음으로 키라에 들어왔을 때도, 아사토가 앞에서 걷고 있었다.
이런저런 일들을 떠올리고, 코노에는 작게 웃는다.
「왜 그래?」
아사토가 의아한 듯이 코노에를 본다.
「아니……, 옛날 일을 떠올려서. 아사토랑 여기서 만나서, 그래서, 키라로 가고 싶다고 말하고」
「……아아」
아사토도 기억이 난 것인지, 입꼬리에 자그마한 미소를 새긴다.
「그때, 나를 보는 코노에의 눈빛이…… 강하고, 예쁘다고 생각했었어」
생각지도 못했던 그 말은 코노에가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이라, 새삼스레 부끄러움이 치밀어 올랐다.
동시에, 시간이 흐른 것이라고 재차 실감한다.
그때와 똑같은 장소를, 그때와는 다른 마음으로 걸어간다.
이윽고 안개가 걷히고, 전방에 키라가 보이기 시작했다.
코노에는 이제와서 긴장한다.
키라의 촌장과 고양이들은 아사토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증오가 퍼부어진다면. 아사토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나, 아사토가 말했던 대로, 키라는 확실히 약간 분위기가 변한 것 같았다.
아사토는 키라 안으로 곧장 발을 들여놓는다.
마을로 들어가자, 바깥에 나와 있던 키라 고양이들이 일제히 아사토와 코노에에게 주목했다.
그 눈빛은 모두, 경악으로 가득 찬 것이었다.
더 이상 배겨낼 수가 없어서, 코노에는 아사토를 본다.
그러나, 늠름한 눈빛에 망설임은 없었다. 마을 안을 똑바로 나아간다.
정면에 보이는 커다란 나무 앞에, 두 마리의 고양이가 서 있었다.
키라의 촌장과…… 카가리다.
아사토는 두 마리로부터 조금 거리를 두고서 멈춰 섰다. 코노에도 그 곁에 나란히 선다.
키라의 고양이들이 주위를 에워싼다.
촌장은 날카로운 눈으로 아사토와 코노에를 흘끗 보았다.
카가리는 꼼짝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팽팽히 긴장된 공기에, 코노에는 꼬리가 찌릿 하고 떨릴 정도로 긴장되었다.
「……잘도 돌아올 수 있었구먼」
촌장이 입을 연다.
낮게 잠긴 목소리는, 감정을 읽어낼 수가 없다.
「키라의 망신, 불길한 마물의 자식이」
주위의 공기가 약간 시끄러워진다.
그러나, 아사토는 동요하는 일 없이 촌장을 응시했다.
「줄곧, 그런 말을 들으면서 자라왔어. 나는 키라의 수치고, 키라가 삶의 전부라고. 키라가 없으면, 내가 살아갈 의미도 없다고」
「그 말대로다」
「하지만, 그건 틀렸어. 키라의 밖에는, 훨씬 넓은 세계가 있었어. 나는 수많은 것을 보고, 수많은 것을 알았어」
촌장의 시선이 코노에를 스친다.
가슴이 철렁했지만, 코노에도 촌장을 마주본다.
아사토는 촌장과 똑바로 마주하고 있다.
자신도 겁을 낼 수는 없다.
「바깥 세계를 알았을 때, 나는, 내가 사는 의미를 알았어. ……아니. 사는 의미를 움켜쥘 수 있었어」
그렇게 말하고, 아사토는 코노에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나는, 키라를 위해서만 존재하고 있는 고양이가 아냐. 자신의 길을 걷기 위해서, 존재하고 있어. 촌장님의 말은, 잘못된 것이었어」
「……그렇다면, 어째서 여기로 돌아왔나. 어디로든 가면 되는 것을」
촌장이 지그시 아사토를 응시한다.
「그래도, 나는 키라의 고양이야.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자랐어. 그래서, 돌아왔어」
「우리들은 언제나 너라는 꺼림칙한 존재의 소멸을 바라고 있었다. 네가 키라의 혈통을 타고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수치이고, 말소해야할 사실인 것이다. 그것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마물의 자식 따위, 키라에는 필요 없다」
「…………」
아사토가 침묵을 지키며, 고개를 떨구고 조용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이야기의 행방을 지켜보고 있었던 코노에는 묘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촌장이 내뱉는 말, 거기에 내포된 감정에 분노나 증오의 부류는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치만, 그럼에도…… 내 고향은, 여기밖엔 없어. 키라가 없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어. 어떻게 여겨지든…… 나는 키라의 고양이고, ……키라에, 감사하고 있어」
「…………」
촌장은 말없이 눈을 가늘게 좁히고, 이윽고 무언가를 체념한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변했구나, 아사토. 예전에는 키라의 고양이 누구와도, 눈을 맞추려고도 하지 않았던 주제에 말야」
아사토가 얼굴을 든다.
「시사도 변했다. 『공허』도 『실구』도 없어지고, 모든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키라도, 슬슬 변하지 않으면 안되는지도 모르겠군」
「촌장님……」
그 때까지 침묵하고 있었던 카가리가, 놀란 듯이 목소리를 낸다.
그리고, 그것은 코노에와 아사토를 둘러싼 키라 고양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혈통과 민족을 지키고자 했던 의도가, 어느 사이엔가 그것들로부터 저주를 받고 있었다, 라고 말해야 할 것인가……. 저주와 어둠…… 그런 종류의 힘은, 생명을 지닌 우리들의 공포와 방황, 두려움에 의해 비대해져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촌장은 모여 있는 키라 고양이들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마지막으로 아사토와 코노에를 보았다.
「그렇다고 해서, 쉽사리 너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러나, 키라는 너를 거부하지도 않는다. 좋을 대로 하면 된다」
「촌장님……」
아사토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작게 꼬리를 흔든다.
촌장이 발걸음을 돌려, 큰 나무에 장치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모여 있던 키라 고양이들도 당황하는 기색을 그대로 내보이며, 흩어져간다.
그런 중에, 아사토는 나무 위의 작은 방으로 향하는 촌장을 바라보며,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코노에는 그 어깨에 살며시 뺨을 부빈다.
다행이다.
아사토가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코노에」
아사토가 기쁜 듯이 뒤를 돌아보고, 목을 울리며 코노에의 이마에 코끝을 가져다댄다.
「잠깐. 마을 한복판에서 발정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네」
날카로운 목소리에, 코노에와 아사토는 놀라서 시선을 돌린다. 허리에 한쪽 손을 올린 카가리가, 기승스러운 눈동자로 노려보고 있었다.
번쩍 정신이 들어, 코노에는 곧바로 입을 연다.
「저기」
「뭐야」
「그때는……, 고마웠어」
그때──리크스의 보루로 들어가려 했을 때, 카가리는 도움을 주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줄곧 만나는 일은 없었다. 무사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안도한다.
갑작스러운 감사의 인사에, 카가리는 한쪽 눈썹을 찡그리고 기이한 것을 보는 듯한 얼굴이 되었다.
「뭘 이제 와서. 정말이지, 굼뜬 게 두 마리나 모여서」
「카가리. 정말로, 고마워」
아사토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카가리는 맥이 빠진다는 식으로 얼굴을 찡그리고, 이마에 손을 얹고 옆쪽을 향했다.
「관둬. 이제 됐으니까. 그치만, 뭐 무사해서 다행이야. ……증오와 증오가 충돌해봤자, 아무것도 태어나지 않으니까 말이지」
거기서, 카가리는 질렸다는 듯이 작게 웃었다.
「잘 해봐」
「아아」
기쁜 듯이 웃고서, 아사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아사토와 코노에는 키라에 있는 아사토의 작은 방에서 살기로 했지만, 잠시 동안은 빈번하게 란센으로 발길을 옮겼다.
리크스와의 싸움 후, 카르츠가 어떻게 되었는지 이리저리 그 소식을 찾고자 했지만, 결국 이렇다할 것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아사토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슬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코노에는 생각한다.
분명, 지금의 아사토라면 카르츠를 용서했을 테니까.
바르도는 지금도 란센에서 여관을 계속 운영하고 있어서, 얼굴을 내밀면 변함없이 나른한 듯이 굴면서도 정성이 들어간 요리를 대접해주었다.
라이도 현상금 사냥꾼 일을 계속하고 있다.
각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는 듯했지만, 아주 가끔 바르도의 여관에서 마주치는 일이 있다.
그럴 때, 라이와 아사토는 꼭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싸움을 했다.
바르도도 라이도, 코노에의 오른팔에 놀라움을 채 감출 수 없는 듯한 눈치였지만,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성을 내는 일은 없었다.
모두, 알고 있는 것이다. 발단은 리크스였다고 해도, 최종적으로 모든 것은 저마다를 위한 싸움이었다고.
그렇기에──코노에의 팔도 그 결과인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이따금, 오른팔이 아픔에 욱신거리는 일이 있다.
그럴 때, 코노에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지금은 이미 아물어 있는 상처에 왼손을 대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 자연스레 되살아나는 지금까지의 일…… 리크스의 기억을 포함한 이런저런 일들을 눈꺼풀 안쪽으로 보고, 받아들이려 했다.
도중에 괴로워져서, 견딜 수 없게 되는 때에는, 아사토의 곁으로 간다.
말은 없어도 좋다.
그 존재를 실감하고, 안도하고, 작게 숨을 내쉬고서, 다시 앞을 향하기 위한 힘을 얻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조금씩 시간을 들여서, 지금의 자신을 받아들여가고자 하고 있다.
전진하는 속도는 느려도 좋다.
상처를 입어, 무릎을 꿇고 쓰러질 것만 같아지면서도,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간다.
언젠가, 근심 없이 웃을 수 있는 날이 오도록.
모든 생(生)에, 사랑에, 빛에, 죄에──감사할 수 있도록.
천천히,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