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토 루트 배드 엔딩, '슬픈 결말'입니다.
※ 번역 초고입니다.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발견하시면 아낌없이 지적해주세요.
……무리다.
코노에는 무릎을 털석 꺾는다.
눈을 크게 뜬 채로 고개를 숙이고, 매달리는 듯이 양손의 주먹을 보이지 않는 벽으로 밀어붙였다.
완전히 변해버리고 만 아사토.
예감은 있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오는 것은 아닐까라고──우려하고 있었다.
……자신의 탓이다.
알고 있으면서도, 멀어지지 않았다.
그런 제멋대로인 마음이, 되돌릴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하고 만 것이다.
풀이 꺾이고 만 코노에를 리크스가 비웃는다.
「스스로가 불러일으킨 과오의 무게를 가까스로 알게된 것 같군. 너는 아사토라는 고양이의 생 그 자체를 억지로 어둠 속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
「죄를 갚지 않으면, 안 되겠군」
조용히 속삭이는 듯이, 귓가에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불온한 음성에 코노에는 얼굴을 든다.
동시에 커다란 소리가 나고, 유리로 된 벽에 금이 갔다.
그렇게 생겨난 금은 순식간에 번져나가고, 갈라져, 고르지 않은 그물코처럼 벽 전체를 빼곡하게 완전히 뒤덮어, 이윽고 큰 소리를 내는 홍수와 함께 산산이 부서져 흩어졌다.
「……!?」
코노에는 깜짝 놀라,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눈을 질끈 감았다.
새하얀 공간의 파편이 쏟아져 내린다. 파편끼리 서로 부딪치며 자아내는 소리가 찰랑찰랑 하고 들려와, 코노에는 귀를 숙인다.
돌연, 덜컥 하고 몸이 낙하하는 감각이 들었다.
허둥지둥 눈을 뜨자, 주위에는 어느 사이엔가 숲이 펼쳐져 있었다.
순간 머리가 멍해지고, 앉아있는 지면이 흙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곳은…… 거목의 보루가 아니다. 어딘가 다른 장소로 날려진 것 같다.
상황을 파악하고자, 코노에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주위로 시선을 돌린다.
우거진 새카만 나무들, 캄캄한 밤하늘에는 붉은 달이 반점처럼 뿌연 윤곽을 하고 떠올라 있다.
코노에가 서 있는 위치의 정면, 정확히 달의 바로 아래에 해당하는 부분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절벽.
코노에의 뇌리를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떠올려내고자 하지만, 그러나 그 생각은 공포스러운 포효에 완전히 지워진다.
「……!」
소리는,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곧바로 뒤를 돌아본다.
숲의 밤, 유달리 검은 어둠이 부조(浮彫)되어 꿈틀거렸다.
번뜩이는 두 개의 빛은, 달빛을 반사하는 눈동자다.
끓어오르는 살기를 짙은 안개처럼 풍기며, 그것들은 사냥감을 응시하고 있다.
사냥감은──코노에다.
「알겠나? 이 장소가 어딘지」
돌연 울려퍼진 목소리에 시선을 돌린다. 나무숲과 어둠을 거느린 리크스가 서 있었다.
「리크스……!」
노기를 띤 코노에를 제지하는 듯이 한쪽 손을 치켜들고, 리크스는 천천히 그 손을 절벽 쪽으로 향했다.
「이 아래에는 유각의 계곡. 키라가 있다. 궁지에 내몰려 내려다보는 풍경은, 필시 절망으로 가득 찬 것이었겠지」
거기서, 코노에는 방금 전 뇌리를 스쳤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냈다.
이전에 보았던 과거의 기억이다.
아사토가 가지고 있는 시들지 않는 꽃잎, 어머니의 유품에서 읽어냈던 기억과 겹쳐진 것이다.
키라와 메이기의 고양이들에게 막다른 곳까지 내몰린 아사토의 어머니는, 이 절벽에서──
「이곳은 아사토에게 있어 특별한 장소다. 자, 죄를 갚도록 해라. 마성으로 가득 찬 밤, 붉은 달에 모든 것이 들추어지면서, 너는 그 영혼을 바치는 거다」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듯이, 어둠에 파묻혀 있던 짐승이 붉은 빛 아래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땅을 울리는 포효와 함게, 아사토가 커다란 몸뚱이를 떤다.
흉푹한 야성으로 번뜩이는 눈동자에 이성은 한 조각도 찾아볼 수 없고, 코노에는 눈을 깜박이는 것도 잊고서 뒷걸음질 친다.
방관자인 척 구는 리크스가, 우습다는 듯이 목을 울리며 웃었다.
「후후……, 자, 너는 산 제물이다. 그 몸으로 아사토의 굶주림을 채워라」
달빛의 붉은 광택을 띤 짐승이, 굵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지른다. 그 몸은 낮게 자세를 취하고, 코노에를 겨냥하여 도약했다.
즉시 몸을 돌려, 피하려 했지만 한발 늦고 만다.
「! ……으헉, 윽, 크…… 윽!」
몸이 세차게 지면으로 내동댕이쳐진다. 내장이 으깨지는 듯한 무거운 충격과 아픔에 호흡이 멈춰, 이를 악물고 신음한다.
심하게 기침을 해대며 다시금 숨을 들이마셨을 때, 시야를 덮는 커다란 그림자에 코노에는 전율했다.
고양이보다도 훨씬 날카로운 긴 송곳니, 거친 호흡, 흘러내리는 타액이 코노에의 뺨으로 뚝뚝 떨어진다.
어깨를 짓누르는 손톱은, 옷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사정 없이 피부로 파고들어간다.
포식자와 피식자다.
그렇게 실감하며, 공포심이 목덜미를 기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온몸의 털이 거꾸로 선다.
「싫어……, 아사토……!」
「…………」
비명과도 같이 작게 소리치고, 코노에는 필사적으로 위에서 덮쳐오는 몸을 밀쳐내려 했다.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손톱을 세워도 검은 짐승은 꿈쩍도 하지 않고, 한시라도 참고 기다릴 수 없다는 것처럼 소리를 내며 혀로 입을 핥았다.
사냥감을 확인하는 것처럼, 아사토는 코노에의 살 냄새를 맡는다.
이윽고, 미지근한 타액으로 흠뻑 젖은 혀가, 코노에의 뺨을 할짝 핥아 올렸다.
턱도, 입술도, 코끝도, 눈꺼풀도, 거드름을 피우며 맛을 보는 듯이, 아사토는 정성을 들여 핥는다.
날카로운 이빨이 윗도리의 옷깃 언저리를 덥썩 물고서, 그 기세로 단숨에 찢었다.
「……으악!」
무자비한 달빛이 하얀 가슴을 어둠 속에서 떠오르게 한다.
그 위로도 사정 없이, 짐승의 혀는 이리저리 기어다녔다.
「핫, ……윽, 그만, ……」
혀는 타액보다도 훨씬 뜨거워서, 코노에는 무의식중에 꼬리를 떨며 숨을 죽인다.
그러나, 코노에가 받는 감각은 쾌락 따위가 아니었다.
아사토의 몸이 닿는 모든 곳에서 공포가 집결되어, 끓어오른다.
살결을 더듬는 혀는, 이빨을 꽂아 박기에 최적인 장소를 찾고 있는 것으로밖엔 생각되지 않는다.
언제, 그 고통이 찾아올 것인가.
창백하게 질린 채로, 코노에는 헛된 저항을 계속한다.
「크, ……윽」
아사토의 어깨를 붙잡는다.
검고 뻣뻣한 털에 주먹이 파묻힌다.
다리로 복부를 차올려도, 마치 바위를 상대로 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반응이 없다.
「…………」
아사토의 혀는 가슴과 배를 더듬으며, 특히 목덜미의 얇은 피부를 몇 번이고 공들여 지분거렸다.
불현듯, 코노에의 어깨를 내리누르고 있던 손의 한쪽이 떨어진다.
도망칠 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이 스친 그 다음 순간, 하반신을 감싼 의복이 잡아 찢겨졌다.
「……!」
옷을 찢는 둔탁하고 듣고 있기 힘든 소리가, 몹시도 잔혹하게 고막 속에서 울렸다.
드문드문 달라붙은 천 사이로 드러난 맨살에, 싸늘한 밤 공기가 닿는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짐승의 호흡과 길게 늘어진 혀에서 방울져 떨어지는 타액이, 공포에 벌벌 떠는 하반신과 메마른 허벅지를 더럽혀 간다.
스륵 하고, 축 쳐진 하반신의 열에 혀가 닿았다. 밤공기와는 다른 강렬한 한기를 느끼고, 코노에는 몸을 떤다.
「아사토, ……싫어, 그만해…… 윽!」
그렇지 않아도 저항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굶주린 짐승 앞에 무방비한 몸을 드러내고 있다는 현실에 현기증이 일 정도의 공포를 느낀다.
코노에의 몸을 혀로 희롱하면서 흥분도 된 것인지, 거친 아사토의 호흡에 낮은 신음이 뒤섞인다.
그 흥분은 욕정이 아니라, 굶주림을 채울 기대에서 오는 것이겠지.
자신은──먹히는 것인가.
어찌할 바가 없는 절망감이, 코노에의 눈앞을 캄캄하게 뒤덮는다.
바로 앞에 들이밀어진 현실의 무시무시한 지독함에, 사고가 정지한다.
──「제물」이다.
문득, 코노에는 생각한다.
카로우에서 다른 고양이들에게 먹혀갔던 「제물」과 똑같다.
모두…… 이런 기분이었던 것일까.
살아있으면서 죽음에 좀먹어가는 감각. 보이지 않는 칼날이 조금씩 피부로 파묻혀가는 감각.
몸이 정말로 상처를 입는 것은, 이제부터인데도.
분명, 마음은 이렇게 공포로 몇 번이고 죽는 것이다.
몸이 모조리 먹히고 사라져, 그 때 가까스로 현실로부터 해방된다.
그 때는 아마도──아직 멀었다.
아사토가 코노에의 하반신에서 얼굴을 들고, 입을 크게 벌렸다.
타액으로 젖어 미끈한 광택을 두른 이빨이, 시야의 어둠을 가른다.
「……!! 으아악…… 큭!!」
목덜미에 격통이 스쳤다.
시야에 붉게 하얗게 불꽃이 튀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고, 고막도 파열된 듯이 모든 소리가 멎는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 경직되었다.
꾹, 하고 이를 악무는 소리가 머리로 울린다.
아사토의 송곳니가 사정 없이 목덜미의 피부를 뚫고, 살에 박힌다. 피 냄새가 짙게 풍겼다.
극심한 고통에 온몸이 마비된 느낌이 드는데도, 깨물린 장소에서는 여전히 아픔이 스며 나온다.
「윽……, 크흑…… 윽, ……」
피를 빨고 있는 것인지, 귀에 거슬리는 물소리가 났다. 피부가 잡아당겨지는 듯한 불쾌한 감촉이 든다.
공포로 휘저어진 심장 탓에, 이따금 호흡이 불규칙하게 멈춘다. 헐떡이듯이 어떻게든 숨을 쉰다.
떨리는 손으로, 그럼에도 아사토의 몸을 밀쳐내려 했다. 헛수고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생명의 위기로부터 발생한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그런 코노에를 가지고 노는 것처럼, 아사토의 손톱이 가슴과 배 위를 미끄러진다. 그 때마다, 예리한 칼과도 같은 손톱의 끝은 살을 베고, 붉은 선을 몇 개고 만들어 간다.
동시에, 따끔거리는 아픔도. 이제는, 몸의 어느 부분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머릿속에는 그저,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 밖에는 없었다.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코노에의 허리에, 기묘한 감촉을 지닌 무언가가 휘감긴다.
그것은 타액보다도 걸쭉한 점성이 있는 액체를 띤 점막과도 같고, 몹시도 뜨겁다.
두근, 두근 하고 작은 고동이 전해져오고, 이따금 생선처럼 불규칙적으로 날뛴다.
생리적인 혐오감을 느끼고, 코노에는 시선을 허리로 보낸다. 그리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허리에 휘감겨 있는 것은, 검붉고 두꺼운 밧줄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외설적인 광택을 띠고 맥박 치는 표면은 몹시도 생생해서, 내장을 연상시킨다.
그것은, 아사토의 허리 부근에서 뻗어나온 듯했다.
경악하는 코노에의 눈앞에, 몇 가닥의 촉수가 더 휘감겨온다.
「! 아, ……시, 싫어, ……윽, 싫어……!」
얼어붙는 듯한 공포와는 반대로, 안구의 안쪽과 꼬리의 밑동이 뜨거워진다. 깨물리고 있는 아픔도 한 순간 잊을 정도로, 그 광경은 무시무시하고, 공포스러웠다.
휘감겨드는 촉수는 피부에 착 달라붙어, 코노에가 아무리 몸을 흔들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허리에서 가슴으로, 더러는 양쪽 다리를 벌리고 허벅지 안쪽으로, 기분 나쁜 물체가 기어다니며, 휘감긴다.
점차로 온몸 이곳저곳이 욱신거리고, 아파오기 시작했다.
원인은 촉수인 것 같았다. 아사토의 손톱에 베인 상처에 달라붙어서, 스며 나오는 혈액을 빨아들이고 있다.
「……앗, ……, 으읏, ……」
미지의, 그것도 어떻게도 막을 수가 없는 감각에, 코노에의 입에서 흐느끼는 듯한 숨이 새어나온다.
실제로, 울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조차도, 이젠 판단할 수 없었다.
미지근한 점막으로 뒤범벅이 되어, 맹렬한 토기가 가슴을 쳐올리는 듯이 괴롭힌다.
저항하는 팔의 힘이 조금씩 약해져 간다. 그렇다기보다도, 팔도 촉수에 포박되고 말았다.
그것은 하반신의 축 쳐진 열에도 휘감겨, 의도적인 것인지 단순한 파동인 것인지, 강약을 주며 코노에의 그것을 단단히 조인다.
내장과 비슷한 감촉이, 내장을 애무한다.
그렇게 애무를 받으니 확실히 허리에서는 달콤한 감각이 생겨났다.
그러나, 몸이 반응한다고 해도 마음은 별개다.
꼬리와 귀를 흠칫대면서, 코노에는 크게 부풀어오른 공포 속에 뒤섞인 후회와 슬픔을 억누른다.
얼마만큼 가혹한 처사를 받는다고 해도, 이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고 해도, 이 짐승은──아사토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견딜 수가 없었다.
소리를 내지르고 싶어졌다.
촉수는 슬금슬금 코노에의 둔부로도 기어가, 그 틈새기로 밀고 들어오려 한다. 꼬리가 포박되어서, 움찔 하고 등줄기를 뒤로 젖혔다.
「……!」
쥐어짜는 듯이 조여져서, 잡아 찢기는 듯한 통증이 스친다.
동시에, 닫혀진 봉오리를 미끈대는 살점의 감촉이 억지로 비집어 열고자 했다.
그저 표면을 지분댈 뿐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은 조금씩 딱딱함을 띠고서, 억지로 코노에의 안쪽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 ……윽, 크……, ……윽, 아…… 앗!」
내장과도 같이 부드러움을 띠고 있었을 터인 그것은, 여유롭게 봉오리를 넓힐 정도의 살덩어리가 되어, 무언가를 받아들일 수 있게끔 되어있지 않은 그곳으로 파묻혀 간다.
「윽, 크흑, ……앗, ……으윽, 아아악……!!」
찌릿, 하고 전류와도 같은 날카로운 통증이 스치고 지나가, 코노에의 몸이 크게 튀어오른다.
한계까지 벌려진 내벽이 채 견디지 못하고, 찢어진 것 같았다. 외상과는 다른 타들어가는 듯한 아픔에,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파열한다.
코노에는 세차게 얼굴을 찡그리고, 이를 악물고, 숨을 멈추고서 고통을 참아내려 했다.
아사토가 만족스러운 듯이 목을 울리고, 깨물고 있던 목덜미에서 이빨을 약간 떼어낸다.
그곳에서 흘러넘친 피 한 줄기가, 가슴으로 흘러내려 살갗을 더럽혔다.
「……으헉, ……큭, 으흑, ……윽」
몸 안쪽에서, 점액질의 살덩이가 꿈틀댄다.
서서히 파동을 일으키며 나아간다.
점점 더 토기가 부추겨진다.
안쪽에서부터 먹히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온몸의 생채기에 달라붙은 것처럼, 내벽이 녹여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질 정도의 고통이었다. 의식이 몽롱해진다.
쾌락 따위는 느끼고 있지 않다. 촉수에 휘감긴 코노에의 열은 우뚝 솟아있었지만, 단순히 몸이 반응하고 있을 뿐이다.
살아있으면서 먹혀들어갈 정도라면, 차라리 단숨에 살해당하는 편이 훨씬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도 마음도, 서서히 숨통이 졸려 죽어간다.
미끈미끈한 감촉이 허벅지 안쪽을 문지른다.
어깨에서부터 흘러내린 피를 거꾸로 핥아내듯이, 촉수가 가슴 위를 기어 올라간다.
그것은 느긋하게 움직이면서도, 코노에의 목에 빙 둘러졌다.
그 끝이 희미하게 열린 시야의 끄트머리에 어른어른 스친다.
그것은 갑자기 기세를 몰아서, 힘 없이 떨구어져 있던 코노에의 입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 하읍, ……! 웁, ……윽, ……!」
깜짝 놀라 입술을 다물려 했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생생한 살의 감촉이, 코노에의 입 안을 유린한다.
호흡이 틀어막혀져서 괴롭다.
목을 뒤로 젖혀도 그것이 빠져나가는 일은 없고, 또 이를 세워도 살덩이의 표면에는 기묘한 탄력이 있어서, 물어뜯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나머지, 눈초리에 생리적인 눈물이 번진다.
촉수는 입의 점막을 문지르며 꿈틀거리고는, 그 끝에서 무언가를 방출했다.
「……! 욱, ……쿨럭, ……우흑…… 윽!!」
입 안에 액체가 흘러넘쳐서, 쿨렁쿨렁 소리를 낸다. 목이 메어서, 코노에는 심하게 기침을 해댔다.
그 때까지 꿈쩍도 하지 않았던 촉수가, 동시에 스륵 하고 입에서 빠져나간다.
달콤한 듯한 씁쓸한 듯한, 불쾌한 맛이 혀에 남았다.
입술에서 턱에 걸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대량으로 뚝뚝 떨어진다.
어쨌든 전부 다 토해내려 하다가, 코노에는 도중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심장이 이상한 세기와 속도로 맥박을 치기 시작하고, 머릿속에서 급속히 열이 팽창되어간다.
그 때까지 반쯤 흐릿해져 있었던 의식이 뒤흔들린다.
몸이, 이상하다.
뜨겁다.
체온의 급상승도 있긴 했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라, 어쨌든──뜨겁다.
불규칙적으로 상기되어 있던 숨이 깊게, 거칠어져간다.
시야가 캄캄해진다.
색은, 붉은색인가 흰색인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것은, 몸 안으로 울려퍼지는 자신의 호흡 소리뿐이었다.
「……하앗, ……응, 하아, ……읏, ……」
흥분이 퍼진다.
하반신을 들쑤시던 살덩어리에서도, 약간의 액체…… 아마도 입 안의 그것과 같은 것이 방출된 것 같았다.
몸 안쪽에서 걸쭉한 점액을 느낀다.
그 후, 찌릿 하고 욱신대는 열이 시작된다.
──뜨겁다.
가장 먼저 하반신의 중심이 반응했다.
생살의 촉수에 휘감겨, 그곳은 눈 깜짝할 새도 없이 그 끝에서 투명한 물방울을 흘린다.
몸 전체에 심장이 여기저기 박혀지기라도 한 것 같았다.
숨이 막힐 정도로 고동이 강하게 울려퍼진다. 의식이 멀어질 정도로 시달렸던 고통이, 놀랍게도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아니, 변하기 시작한 것일까──고통 이외의, 무언가로.
「응, ……으응, ……하아, ……읏」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한숨은 극심한 고통을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황홀경의 요염함을 띠고 있었다.
스스로의 몸에 스스로가 당황한다. 느끼는 것에 곤혹한다.
어째서, 갑자기──
스륵 하고 기세를 몰아서, 하반신을 꿰뚫는 살덩어리가 안쪽을 문지른다.
그 순간, 등줄기가 저려올 정도의 쾌락이 코노에를 덮친다.
「시, ……아, ……아앗 ……으읏!」
의도치 않게 목에서 튀어나온 소리에 놀라, 수치심에 내몰리기 이전에 새로운 공포를 느낀다.
어떻게 되어버린 것인지, 자기 자신을 알 수 없다.
「시, 싫…… 어, ……읏, 아사토, ……아사토……!」
「…………」
아사토가 웃는 것처럼 목을 낮게 울리고, 그 눈빛에 흉폭한 정욕의 색이 끓어올랐다.
그리고 나서, 이미 피가 흐르고 있는 어깨의 상처에 다시금 송곳니를 꽂아 박는다.
「……, ……으읏!」
터져 나올 것만 같은 비명을 삼킨다.
목에서 픽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아프다.
그런데도──좋은 것이다.
빨아올려져서, 그 자극조차도 허리를 강하게 욱신거리게 만든다.
깨물린 상처에서 한층 더 피가 흘러나와, 가슴을 흠뻑 적셔간다.
피 냄새가 감도는 가운데, 절망적인 밤하늘을 시야에 담고서 코노에는 신음했다.
쾌락일까, 고통일까, 그렇지 않으면 예측할 수 없는 몸에 대한 공포에서일까. 살덩어리가 몸 안쪽을 몇 번이고 드나든다. 질척질척 하고 물기를 머금은 소리가 난다.
그 때마다 정수리를 찌르고 나갈 정도의 쾌락이 스치고, 동시에 이성도 녹아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하얗고 뜨거운 물방울이 몇이고 배 위로 흩어져, 피에 섞여서 붉은색을 묽게 만들면서 흐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몇 번인가 절정에 달했던 것 같다.
이젠, 그것조차도 감지할 수 없었다.
「……앗, 아, 아…… 앗, 윽, ……핫, 아…… 앗!!」
「……후후」
온몸에 들러붙은 액체와도 같이 흐물흐물해진 사고에, 귀에 익은 목소리가 울린다.
「아사토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것을 스스로 상처 입히고, 그리하여 변화는 완성된다. 금지된 피로부터 태어난 어둠의 짐승…… 틀림 없이, 다시 태어난 세계에서 제 몫을 하겠지」
「…………」
리크스가 무언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코노에에게는 그 말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사고 능력은, 용해되어서 어딘가로 흘러가버렸다.
숨이 막힐 듯한 피의 냄새에 도취된다.
몸으로 받는 온갖 처사에, 코노에는 울었다.
깊은 만취상태 중에, 한 순간 문득, 쾌락과는 다른 것이 가슴으로 흘러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잘 아는 이의 감정이었다.
서글픈…… 아니, 마음이 전율하는 듯한 비탄의 외침──
아사토?
어깨에 박힌 이빨에, 힘이 실렸다.
「……으윽」
우직, 하고 살이 찢어지는 감각이, 어딘가 먼 곳에서 들었다.
딱딱함과 물기가 서로 뒤섞인 소리가, 멍해진 의식의 한구석에서 울린다.
시야도 몸도 의식도 모조리 다, 흘러넘치는 피에 새빨갛게 물들어 간다.
그것은, 단순한 망상일까.
짐승의 거친 숨결. 낮게 으르렁대는 공포스러운 목소리.
살에 꽂힌 이빨과 핥아 올리는 혀, 식욕으로 흘러넘치는 타액.
남의 일인 것만 같은 둔하게 뼈가 부러지는 소리.
씹어 으깨는 진동이 전해진다.
한 장의 엷은 막을 덮은 것 같은 시야에, 검은 숲과 밤하늘, 그리고 짐승의 모습이 비친다.
그 입에 물린 것은, 팔인 것 같았다.
먹히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아, 먹히고 있다.
그래도, 그걸로 족하다.
아사토의 굶주림을 채울 수 있다면, 그걸로.
코노에는 천천히 눈꺼풀을 닫는다.
쾌락에 마비된 몸은, 다행이도 아픔을 느끼지 않는다.
이대로──잠드는 듯이.
마지막으로 들린 포효는, 마치 비명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