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왔네요. ^^
※ 번역 초고입니다.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발견하시면 아낌없이 지적해주세요.
보루는 벽과 바닥, 기둥의 도처에 덩굴이 휘감겨 있고, 거기서 나뭇가지와 잎이 뻗어나와 있는 불가사의한 요새였다.
그 안에 발을 들여넣고서 제일 처음으로 느낀 것은, 짙은 초목의 냄새였다.
숲 속을 걷고 있을 때의 냄새와 비슷히자민, 약간 다르다.
이 보루는 전부, 리크스의 마술로 만들어진 것일까.
깊은 곳까지 들어간 복도를 한결같이 걷는다.
그러나, 헤매는 일은 없다.
길이 갈라져 있어도, 항상 한쪽 길에만 빛이 밝혀져있기 때문이다.
문도 반드시 한쪽만이 열려 있고, 다른 문은 밀어도 당겨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유도되고 있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윽고 한층 더 커다란 문에 봉착하고, 코노에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종점이다.
이 문을 빠져 나가 다다르는 곳에, 반드시 리크스가 기다리고 있다.
천천히 힘을 주어 문을 연다. 문은 소리도 없이 열리고, 방문자를 안으로 불러들였다.
살갗에 느껴지는 공기가 변한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무엇이라고도 표현할 수 없는 방이었다.
전체적으로 약간 어둑하고, 천장은 높다. 정면의 벽에 커다란 마법진과 제단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으스스한 것은, 방 안에 온통 흐드러지게 만발해 있는 거목의 꽃이었다.
코노에의 키 정도로 높이가 있고, 커다란 꽃잎은 별개의 생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방의 중앙에──가면의 고양이가 여유롭게 서 있었다.
「이제야 온 건가. 기다리다 지쳤다고」
「리크스……」
그 목소리가 귀에 닿은 순간, 꼬리의 털이 단숨에 곤두선다.
노기를 띤 코노에를 향해, 리크스가 낮게 웃는다.
「알고 있다. 너는 이 세계에 대한 것보다도 훨씬 더, ……너 자신에 대해 알고 싶은 거겠지?」
「……아아」
말 그대로였다.
무엇보다도 알고 싶은 것은 자기 자신.
스스로도 정리가 되지 않는 갈등에 대한 것이다.
그 마음을 리크스가 알고 있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코노에의 마음에 고뇌의 씨를 심은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리크스로, 자신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줄곧 이 마술사에 의해 농락당해온 것이다.
「계속 신경 쓰였던 점이 있어. 너와 내가 똑같다는 건,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의 의미다」
말을 얼버무리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농담을 할 작정인지, 리크스는 말 끝에 웃음기를 내비친다.
코노에가 이빨을 드러내고 덤비려 하자, 제지하는 듯이 리크스가 뒤를 이어 말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 이야기를 좀 해볼까. 듣고 싶지 않나?」
역시나 농담 조이긴 했지만, 코노에는 입을 다물고 이어지는 말을 기다렸다.
리크스는 천천히 제단 쪽으로 몸을 돌렸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길고 긴 시간을 살아왔다. 스스로 모든 것을 멀리하고, 오로지 자신의 마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를 계속해왔다」
「그러면서, 줄곧 생각했다. 정말로, 무엇에도 뒤지지 않을 힘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장애물인지, 말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깨달은 것이다. 방해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리크스의 말투는 마치 무언가를 증오하고, 강하게 원망하고 있기라도 하는 듯했다.
「그것은 감정이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아 마음이 동요되면 허점이 생기지. 그래서는 강한 힘 따위는 손에 들어오지 않아. 그러니까 감정을 배제해버리자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억누르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되지. 그렇다면 차라리──내버리고 마는 것이 낫다고, 그렇게 생각이 미쳤다」
「……내버려?」
「그래. 내버리는 것이다. 감정이 끓어오를 때마다 그릇에 옮겨서, 정기적으로 말이지」
감정을 내버린다──리크스가 이야기하는 그것은, 말 이상의 불길한 뒷사정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단순히 마음속에서 억제하는 것과는 다르다.
「옮긴다」는 것은 무슨 의미지?
「그릇이라니…… 무슨 말이야」
「그릇, 이다. 그릇으로는, 속이 텅 비어있고 때묻지 않은 편이 좋지」
속이 텅 비어있고 때묻지 않은 것.
코노에는 몹시도 꺼림칙한 것을 연상한다.
리크스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래, 갓난아기다. 아이가 모친의 뱃속에 있는 동안에 선택해서, 쓸모없는 감정을 쏟아낸다」
「…………」
말을 잃는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마음과는 정반대로 코노에는 입을 열고 있었다.
「……그 아이는, 어떻게 되지」
「감정이 과다한 아이로 자라나, 타자의 감정에 영향을 받기 쉽고, 또한 공감하기 쉬워지지」
「당연한 일이다. 실질적으로 두 마리분의 감정을 껴안는 것이 되지. 허용치 초과다」
「따라서, 감정의 영향도 공감도 절제가 듣지 않기 십상이지. 항상 그런 상태로 살아간다면 이윽고 정신이 버틸 수 없게 되어서, 결국은 죽는다」
「……!」
눈앞이 캄캄해져간다.
리크스는──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죄도 없는 아이들을 희생시켜왔다는 것인가.
그것은, 너무나도 오만하고 제멋대로다.
분노와 슬픔이 동시에 치밀어 오른다. 주체할 수 없는 기분으로 한가득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가까스로 지금의 이 힘을 손에 넣었다.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의심의 여지 없는 냉혹 무도한 힘을 말이지」
「섣부르게 솟아오른 정 탓으로 계획을 망쳐버리는 것은 자주 있는 이야기다. 단순한 도구조차도, 오래 사용하면 애착이 샘솟지」
「그러나, 감정이입이 전무하다면 고양이건 물건이건 똑같은 것. 마음껏, 자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힘을 손에 넣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너는……!」
다시 말해──이 마술사는, 고양이로서 존재하는 것도 그만두고 만 것이다. 죄도 없는 생명을 희생시키면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하나의 불길한 예감에 가로막힌다.
리크스가 이야기하는 약함…… 남의 감정에 과잉되게 공감해버리는 것. 영향을 받기 쉬워진다는 것.
예전에, 리크스는 자신에게 뭐라고 말했던가?
──「너는, 나다」라고.
너는, 나.
리크스는, 나.
리크스는……
「……설마……」
코노에의 반응이 마음에 든 것인지, 리크스가 몹시 즐거운 듯이 웃는다.
「겨우 의미가 이해되었나? 그런 거라고」
타자에 대한 과잉된 공감.
어릴 적부터 줄곧 그랬다.
그러나, 다른 고양이와는 조금 다른 정도로밖엔 생각지 않고 있었다.
무언가가 이상하다고 깨달은 것은, 확실히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였다고 기억한다.
설마──자신이.
그런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이야」
「믿을 수 없다, 라는 얼굴이로군」
당연한 일이었다.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너무나도──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믿고 싶지 않은데다,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너는 단순히 감정이 과다할 뿐인 고양이가 아냐. 감정만이 아니라, 물건에 아로새겨진 『잔류사념』까지 읽어낼 수 있을 정도의 공감 능력이 있지」
「내 마음의 파편과 함께, 마술사로서의 소양까지 이어받고 만 결과다」
「거짓말이야!」
리크스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턱을 비스듬하게 기울였다.
「어떻게 해도 믿을 수 없다면, 증거를 확인해도 좋다. ……단,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꾐이다. 명백한 도발이었다.
그러나, 그렇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코노에는 자신 안에서 부풀어오르는 불안을 억누를 수가 없다.
리크스의 계략에 빠져든 것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상대의 말을 완전히 부정하고 싶다면 직시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리크스가 말하는 「증거」라는 이름의 카드를.
「……됐으니까, 이리 내보이라고」
「……후후」
리크스의 손이 가면에 걸쳐진다.
설마──
호흡도 눈 깜박임도, 모든 것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눈은 그저 리크스의 손의 움직임을 쫓는다.
그 한 순간만, 시간의 흐름이 몹시도 느슨해졌다.
가면을 붙잡고 힘이 들어가는 손끝, 덮여있던 부분의 피부가 그림자를 동반하며 서서히 드러난다.
코끝과 뺨, 그리고……
「…………」
완전히, 말을 잃었다.
아니, 자신이라는 존재 그 자체가 상실되기라도 한 듯한, 그런 느낌마저 들었다.
목이 신음하는 것처럼 숨을 삼키고, 소리를 낸다.
상기된 고동, 심장이 파열되어 혈액이 온몸으로 퍼지는 착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가면의 아래, 나타난 것은──
잘못 보는 일이 있을까.
대담하게 웃는, 바로 자신의──코노에 자신의 얼굴이었다.
「…………, ……어떻게 된, 일이야……」
아사토의 목소리도 경악과 당황에 갈라져 있다.
리크스가 가면을 땅으로 떨어트린다.
딱딱한 소리가, 얼어붙은 코노에의 의식을 깨뜨리는 듯이 크게 울려퍼졌다.
자신으로 가득 찬 입술이 여유롭게 휘어진다.
코노에의 얼굴을 한 리크스는, 리크스의 얼굴을 한 코노에를 향해 웃음을 던진다.
「몇 번이고 말했 듯이…… 코노에는 나고, 나는 코노에다」
「그러나, 동등하지는 않다. 이해가 되었으려나? 코노에는, 나로부터 태어난 『것』──나의 폐기물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런, …………」
아무것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너라고 하는 존재 따위는 없다는 말을 듣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리크스의 감정을 품고, 내포한 채로 죽기 위해──살고 있다.
코노에의 의지 따위는 관계 없다.
처음부터 리크스의 손바닥 안에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자신은,
이 「코노에」라는 고양이는 대체 무엇인가?
얼굴조차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리크스의 복제에 지나지 않는 존재라면……
어릴 적의 기억도, 지금 눈동자에 비치는 광경도, 생각하고 있는 것도, 전부.
자신은…… 어디에 있지?
──없다.
없는 것이다.
「코노에」라는 고양이 따위──
어디에도,
없다.
「아……, ……으아아아아아…… 아악!!」
머리를 감싸쥔다. 세계가 돈다.
강렬한 현기증이 들어 서 있을 수 없는 상태로, 무릎에서부터 힘이 빠졌나갔다.
자신이라는 존재는.
자신이라는 존재는.
자신.
자신, 이라는 말의 의미는.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것 따위 아무것도 없다.
「코노에, 정신 차려!」
누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머리가 이해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
아무것도 알 수 없으니까.
「자신, 존재. 그런 것이 얼마나 불확실한지, 이제야 깨달았나? 그렇다면 묻지. 너는 처음부터 자신이라는 존재가 대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었나. 알고 있었나? 생각해본 적은 있나」
어째서인지 리크스의 말만은 코노에의 가슴을 관통하고, 울려퍼진다.
당연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리크스야말로, 코노에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것이다.
한 번 도려낸 마음의 상처에, 리크스는 몇 번이고 똑같은 목소리를 깊게 찌른다.
「모르겠지. 애초에 의심해본 일조차 없을 테지? 그렇다면 처음부터 존재 따위…… 의미 따위 없는 것이 아닌가? 너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말이지」
코노에의 눈에서, 의지의 힘이 사라져간다.
의미 따위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
처음부터, 모든 것에 의미 따위는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아무것도.
어째서, 자신은 이런 일을 당하고 만 것인가.
어째서, 자신이 아니었으면 안 되었던 것인가.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분하게 여기는 감정도 정말로 존재했던 것인지 어떤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다면, 분하게 여길 것도 없는 것이 아닌가.
돌연, 분노의 불꽃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는 건가. 그것도 좋겠지」
조소를 보내는 듯한 리크스의 목소리에, 아사토의 전신이 분노로 떨린다.
「네 녀석은──더 이상 지껄이지 마!」
사나운 울부짖음과 함께 검을 치켜들고, 아사토가 리크스에게 돌진했다. 제지할 새도 없었다. 아니, 코노에로서는 제지를 할 수가 없었다.
아사토가 도중에 부자연스럽게 돌아본다.
훅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옆으로 뛰어들려 했던 것이리라. 아사토는 자세를 낮게 취했지만,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치기라도 한 듯이 뻣뻣이 몸을 굳혔다.
발치에 뚝 하고, 한 방울의 붉은 액체가 떨어진다.
두 방울, 세 방울──빨간 물방울은 연거푸 떨어져내려서, 이내 폭포와도 같은 흐름을 이룬다.
「…………, 아사토……?」
멍하니 혼잣말을 내뱉은 코노에의 귀에, 목소리가 울린다.
「유감이시네. 바보 씨」
──휘리.
코노에는 그 순간 뒤를 돌아본다.
그곳에는 하얀 얼굴에 유유자적한 미소를 띤, 리크스의 충실한 부하가 서 있었다.
그만 잊고 있었다. 휘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너희들, 아무리 리크스 님이 대단하시다고 해도 너무 넋이 빠졌다고. 덕분에 뒤쪽, 뻥 뚫렸어」
마치 전혀 경계심이 없는 듯한 발걸음으로 다가온 휘리가, 아사토의 가슴을 깊숙하게 꿰뚫은 단검을 뽑아냈다.
털썩, 아사토의 몸이 바닥으로 무너져 내린다.
「아, ……아사토……!!」
아사토가 칼에 찔렸다.
그 충격이, 코노에의 사라지기 시작했던 코노에의 의식을 되돌려놓았다.
뛰어가서 그 몸을 안아 일으킨다.
아사토는 괴로운 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낮게 신음했다.
검은색 옷의 가슴께가 흠뻑 젖어, 피 냄새가 코를 쿡 찌른다.
「……, 크흑……」
「아사토……!」
「아- 아. 움직여서 급소를 빗나가버렸잖아. 바로는 안 죽네」
코노에는 뒤를 돌아보고, 휘리를 험악하게 노려본다.
그러나, 동시에 격렬한 자기혐오에도 내몰렸다.
이것은 리크스의 말에 동요되고, 현혹되어 제정신을 잃은──그 대가다.
자신의 모자람이 초래한 사태인 것이다.
「어이. 리크스 님과 똑같은 얼굴을, 그런 식으로 꼴사납게 찡그리지 말아줄래?」
정말로 불쾌하다는 듯이 휘리가 말을 내뱉는다.
「시끄러……, 닥쳐!」
분노에, 눈에 보이는 세계가 붉게 칠해진다.
코노에는 이빨을 드러내고, 손톱을 세워 휘리에게 덤벼들고자 했다.
그러나, 몸이 느릿하게 뒤쪽으로 당겨져 움직임을 멈춘다.
아사토가 옷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괜찮아. 별거, 아냐……, ……큭」
괴로운 듯이 숨을 잇고, 가슴의 상처를 내리누르며, 아사토가 일어서려 한다.
그러나, 상처가 세차게 욱신대는 것인지, 도중에 다시금 쓰러질 뻔했다.
「아사토……!」
허둥지둥 그 등을 떠받친다.
「헤에, 아직 그런 힘이 있는 거야. 굉장하네, 집념이란 거」
아사토가 얼굴을 들고, 휘리를 노려본다. 그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를 새겨진다.
「……별다른 실력도 아니네」
「……뭐?」
휘리가 뺨을 딱딱하게 굳히고 눈을 가늘게 좁힌다.
「네가 움직였으니까 그렇잖아」
「변명하긴」
「……윽, 이 자식……!」
「휘리. 그 정도로 해둬라」
냉랭한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온다.
「……칫」
부아가 치민다는 듯이 혀를 차고, 휘리가 정말로 원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기색으로 후퇴했다.
리크스의 시선이 천천히 아사토를 포착한다. 그 눈가가 의미심장하게 좁혀졌다.
「지금, 죽어있는 편이…… 너에게 있어서는 행복이었을지도 모르겠군」
「……무슨 의미지」
「그건 아사토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일이다」
의아하게 여겨, 코노에는 아사토를 본다.
아사토는 괴로운 듯한 호흡을 이어나가며 눈썹을 찡그리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발치의 한 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불현듯 얼굴을 들고 리크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어찌 되든 좋아. 내 목적은, 너로부터 코노에를 해방시키는 거다. 그러니까, 널 죽인다」
「호오, 믿음직하군. 그러나 이제 와서 살아서 내게 덤빈다 해도──모든 것이, 이미 늦었다. 시간은 차올랐다. 최후의 때다. 어둠이 최고조에 달한 지금, 어둠의 모든 것은 나의 힘이 된다」
「『공허』가 시사를 좀먹고, 『실구』가 고양이들의 몸을 먹어치운다. ……모두, 오늘이라는 날을 위한 이른바 『제물』이다」
마치 벅차오르는 기대감을 주체하지 못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리크스가 소리를 눌러죽인 웃음에 어깨를 진동시킨다.
「어둠을 의지를 가지고 있다. 어둠이란 모든 마물, 암흑의 성질을 지닌 것이 소속된 강대한 존재다. 나는 어둠을 불러들이고, 그리고 그 힘을 얻기 위한 계약을 했다. 이 세계의 빛, 『혼』을 바치는 것을 조건으로 말이지」
「그렇게, 시간은 차올랐다. 그것이 오늘이라는 이 날, 최후의 때다. 나는 어둠을, 이 세계의 모든 것을 손에 넣는다」
「어째서……!」
코노에는 묻는다.
리크스의 손에 놀아난 죽은 자들, 죽음을 짊어지게 된 갓난아기들, 그리고 공허에 좀먹어간 자들. 모두…… 모두가 그 희생물이 되었다.
「뭐가 널 그렇게까지 하게 만드는 거야……, 어째서 그렇게, 이 세계를 미워하는 거야……!?」
몹시도 시시한 질문을 받기라도 한 듯이, 리크스가 실소를 흘린다.
「시사는 파멸로 향하고 있었다. 과거의 인간처럼 말이지. 그렇다면 차라리, 지금 존재하는 생명을 그대로, 더 이상적인 형태로 개조해버리는 편이 나은 거다」
「감정을 지닌 생물 따위 필요 없다. 감정은, 멸망을 부른다. 나는 이곳에, 더 완벽한 생명을──새로운 세계를 만든다」
「……웃기지 마!」
너무나도 오만한, 너무나도 제멋대로인 그 망상에 코노에는 소리친다.
「슬퍼하는 것도, 분노하는 것도, 누군가를 사랑스럽다고 여기는 마음도…… 쓸모없는 것 따위는 하나도 없어! 그 가치를 부정하는 일 따위 누구도 할 수 없어! 설령……, 신이라고 해도!」
「호오. 그렇다면 너는 사랑을 알고 있다는 건가. 사랑이 상실된 이 세계에서, 사랑과 동등한 감정을 피부로 느낀 적이 있다는 건가?」
「……윽」
반문을 받고 대답이 막힌다.
코노에 스스로, 줄곧 감정에 등을 돌리고 살아왔다.
분노나 슬픔은 알아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는…… 역시 알 수 없다.
지금 자신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그것을 말로서 구체화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인연, 그런 것에 의미는 없다. 한쪽의 인연이 성립되면, 다른 인연이 무너지는 일도 있다. 찬아와 투아가 좋은 예겠지」
「너희들이 승리를 손에 넣는 만큼, 상대의 인연은 무너져가는 것이다. 빼앗기는 일의 아픔은, 너도 잘 알고 있겠지?」
「……그렇지만, 그래도……!」
그래도──손을 놓고 싶지 않다.
단지 그것뿐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 코노에로서는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리크스가 말하고 있는 것이 잘못되었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그래도, 생각한다.
리크스가 이야기하는 『공허』의 말로로 펼쳐지는 세계에는, 분명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코노에가 체득하고, 느껴왔던 모든 것이──아무것도 없다.
그런 건, 싫다.
「말에 의미 따위는 없다. 마음을 보증할 수도 없다. 언제, 어디서 배신당할지도 모른다」
「그런 불확실한 것에 마음을 위협당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필요 없어」
「아냐! ……아니야! 나한텐, 그런 말을 하는 네 쪽이 훨신 더, 어리석게 보여……!」
세차게 노려보며, 코노에는 이빨을 드러내고 낮게 으르렁댔다.
리크스는 입가에서 웃음기를 싹 지우고, 무표정으로 코노에를 바라보았다.
그 두 눈이 천천히 좁혀진다. 눈동자에는 어둠의 불꽃이 날카로운 끝을 흔들고 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시험해주지. 네가 말하는 마음, 인연. 그런 것이 정말로 있는지 어떤지」
리크스가 유유히 한쪽 손을 내민다.
그 손끝은──아사토를 향하고서.
「……!?」
코노에의 귀에 이질적인 소리가 전해졌다.
귓속에서──노래가 들려온다.
그것은 몹시도 아름답고, 한없이 사악했다.
마음이 술렁이는 불쾌한 음조다.
리크스의 몸에서 시커먼 불꽃과도 같은 그림자가 피어올라, 꿈틀거린다.
──그렇다. 생각난다.
이 노래는, 그 죽은 자들의 마을에서 들었던 노래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검은 달에서부터 란센으로 쏟아져 내리는 것과 똑같은 선율이다.
「아아…… 기뻐라. 리크스 님이, 노래하고 계셔」
휘리가 황홀하게 중얼거린다.
코노에는 무심결에 귀를 숙였다.
그러나, 노래는 머릿속을 직접 가르고 들어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코노에의 몸 안쪽에서 낭랑하게 반향한다.
이것이, 리크스의 노래.
찬아가 연주하는 노래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 근본적으로 무언가가 다르다.
노래를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의 관계성 따위 무시하고, 노래를 귀에 전해들은 모든 이의 마음을 유린하고 능욕하기라도 하는 듯이 울려퍼진다.
「이, 노래는……, ……크윽!」
아사토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끝내 지면에 무릎을 꿇는다.
「아사토!」
리크스는 명백하게 아사토를 표적으로 하고 있다.
이 노래가 아사토에게는 어떤 식으로 들리고 있는 것인지, 똑같은 선율을 듣고 있는 것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안 돼……, 듣지 마!」
그러나, 어떻게 하면 이 노래를 막을 수 있는 것인지는 코노에로서도 알 수가 없다.
그저 초조만이 서서히 몸을 태우는 듯이 더해져간다.
차츰차츰 경관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시야에 비치는 모든 것이 흔들려서, 검은 물결에 삼켜져 멀어져간다──
눈을 뜨니, 코노에는 약간 어둑하고 습한 장소에 있었다.
어느 사이엔가 쓰러졌던 것인 듯, 뺨에 딱딱하고 차가운 바닥의 감촉이 닿아 있다.
아무래도 어딘가의 방 안에 있는 것 같았지만, 이전에 보았던 기억이 전혀 없다.
딱히 몸이 아프지는 않았지만, 사고가 또렷하지 않다.
자고 막 일어난 것처럼 멍하다.
양손을 짚고 천천히 일어나면서, 코노에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실내에는 너덜너덜한 모포와 물통만이 놓여져있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물통은 가장자리의 이가 빠져 있고, 금이 가 있다.
저걸로는 물을 넣어도 반도 채워두지 못하겠지.
습기가 들어찬 공기는, 독특한 쉰내가 났다.
살풍경하다기보다도, 누추하다는 느낌을 주는 방이다.
문득, 무슨 소리가 들린 듯한 느낌이 들어 코노에는 귀를 세웠다.
잘 보니, 방의 한 구석에 작은 덩어리가 떨어져 있었다. 시선을 집중시킨다. 덩어리라고 생각했던 것은──작은 고양이의 등이었다.
무릎을 끌어안고 웅크리고 있다.
옷은 이곳저곳이 찢어져 있고, 아직 덜 자란 꼬리가 떨고 있다.
무언가에 굉장히 겁을 먹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주저하면서, 코노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곁으로 다가가려 했다.
그러나, 어떤 사실을 깨닫고 움직음을 멈췄다.
시선은, 아이의 등에 못 박혔다.
의식이 전부 그곳에 집중된다.
심장이 두근 하고 커다란 소리를 낸다.
옷이 크게 갈라져 그 틈으로 엿보이는 등, 여위어서 도드라져 보이는 등골뼈의 라인을 가로질러, 붉게 번진 상흔.
검은 꼬리, 검은 귀, 갈색의 피부. 코노에의 눈이 크게 벌어진다.
──아사토다.
등의 상처는 어두운 곳 안에서도 붉게 젖어있는 것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와, 아직 상처가 말라붙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명백하게 치료가 필요했다.
그렇지만, 아사토는 아무도 없는 방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견뎌내고 있다.
이전에 카가리에게서 들었던 이야기가 뇌리를 스쳐, 가슴이 죄어드는 듯한 아픔을 느낀다.
키라에서 저주받은 자식 취급을 받아온 아사토는, 그의 죽음을 요망받기까지 했다고.
무의식중에 아사토에게 달려가려 한다.
상처의 처치를 하고, 꼭 끌어안아주고 싶었다.
이런 건──너무 가혹하다.
그러나, 코노에가 어린 아사토에게 다가가려 하자, 돌연 강한 바람이 불었다.
「……!」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을 정도의 풍압이라, 코노에는 양팔로 얼굴 앞을 가리고 후퇴한다.
바람이 그치고 다시 눈을 뜨자, 시야의 전면에 밤의 숲의 광경이 비쳤다.
짙은 녹음의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숲의 공기는 불온하게 수런거리고 있어서, 코노에는 귀를 기울이고 주위의 낌새를 살핀다.
여럿의 살기가──이곳저곳을 뛰어다니고 있다.
바로 옆의 수풀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코노에는 몸을 흠칫 떨고, 그 즉시 달리기 시작하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빨리 수풀에서 누군가가 뛰쳐나왔다.
──암컷 고양이다.
눈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노에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기보다도, 존재 그 자체가 보이지 않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거기서,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이것은 과거의 영상인 것이다.
아사토에 관한, 과거의 기억의.
어두운 피부색을 한 암고양이는 숨을 헐떡이며, 몹시도 긴장된 표정으로 등 뒤쪽을 신경 쓰고 있다.
그리고, 코노에의 옆을 스쳐지나 길 안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살포시──알고 있는 향기가 풍겼다.
그 꽃밭의 향기다.
번쩍 정신이 든다.
어쩌면, 방금 전의 고양이가.
아사토의──?
「…………」
돌아보았을 때에는, 암고양이의 모습은 어둠에 녹아든 것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코노에는 다시 얼굴을 정면으로 향한다.
좌측의 나무숲에 하나의 기척이 나타나, 반사적으로 시선을 쏟는다.
방금 전의 암고양이와 똑같이, 등 뒤쪽을 신경 쓰며 달리는 수컷 고양이가 있었다. 밤의 어둠 속, 그 모습은 몹시도 또렷하게 시야에 비쳐, 그대로 망막에 새겨졌다.
저 얼굴──
「…………카르츠?」
그런 말도 안 되는.
수고양이는 곧바로 나무숲의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 뒤를, 살기를 띤 고양이들이 몇 마리고 추적해간다.
코노에는 그저 망연하게, 지금 시각으로 받아들인 것을 이해하고자 오로지 사고를 회전시킨다.
틀림 없다.
저 고양이는, 카르츠였다. 귀도 꼬리도 달려 있었다. 그러나, 카르츠는 비애를 관장하는 악마일 터이다.
어째서, 아사토의 과거 영상에 나타난 것인가?
어째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알 수 없어져서, 혼란에 휩싸인다.
그런 고뇌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다시 강한 돌풍이 불고, 코노에는 굳게 눈을 감는다.
바람이 그치고, 조심조심 눈을 뜬다.
새하얀 공간에 아사토와 리크스가 있었다.
아사토는 어깨로 거칠게 숨을 쉬면서, 서 있는 것이 고작이라는 느낌으로 당장이라도 쓰러지고 말 것처럼 보였다.
「아사토……!」
이름을 불렀지만, 아사토는 이쪽을 보지 않는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인가. 발을 내딛으려 해도, 어째서인지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괴로운가」
「…………」
「너의 몸은 이미, 너 자신으로선 멈출 수 없는 변화 속에 있다」
아사토는 말없이 낮게 으르렁대고, 리크스를 노려본다.
앞쪽으로 구부린 가슴에서, 이따금 뚝 하고 붉은 물방울이 떨어져내린다.
「슬프군. 이 세계에 태어난 이래로 오늘까지, 너는 가혹한 길을 계속해서 걸어왔다. 그리고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지금, 너는 소멸되려 하고 있지. 가장 고통스러운 형태로 말이다」
「……닥쳐」
「이 세상을, 키라의 고양이들을, 너를 낳은 부모를…… 미워했겠지. 쏟아낼 곳이 없는 분노에 그 몸을 태웠던 일도 있겠지」
「……닥쳐!」
「……그러나,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거지?」
숨을 삼킨 아사토를 감싼 공기가 전해져온다. 그 미간이 희미하게 좁혀진다.
「너의 과거를 바꿔주지. 아니, 다시 태어난다, 는 쪽이 맞을지도 모르겠군」
「……무슨 말이지」
「출생 그 자체부터 다시 시작하게 해주지. 너는 행복한 부모의 슬하에 태어나고 자란다. 이런 부조리한 일 따위 겪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아갈 수가 있다」
「…………」
아사토가 입술을 굳게 다물고, 리크스를 가만히 응시한다. 그 눈동자에는 곤혹의 빛이 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뭘 바라지」
「지금까지의 시간, 이다. 간단하지?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한다면, 지금의 상처투성이 삶 따위에 미련이 있을 리가 없다. 너는 마음껏, 사랑으로 넘쳐흐르는 자유로운 삶을 구가하면 된다」
천천히 양팔을 벌린 리크스가, 가볍게 턱을 들어올려 아사토에게 엷은 미소를 보낸다.
「……자, 어떻게 할 거지?」
아사토는 미간을 세차게 좁히고, 무언가를 꾹 참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무거운 침묵이 하얀 공간을 지배한다.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갈등하고 있다.
그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라 생각한다.
잠시 엿보았던 아사토의 과거를 떠올리고, 가슴이 날카롭게 욱신거린다.
그렇지만──안 된다.
코노에는 직감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이것은 리크스의 함정이다. 내막에 반드시 무언가가 있다.
「지금까지의 시간을 잊는다는 건, 코노에에 대한 것도 잊어버린다는 건가」
「당연하지. 그러나, 애초에 너희들은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었던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설령 코노에에 대한 기억을 가진 채로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행복한 나날 속에서 결국은 잊어버리게 되겠지」
……싫다.
코노에는 어금니를 악물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에 떨면서 주먹을 움켜쥔다.
아사토를 생각해서라면,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쪽이 당연히 좋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싫다. 잊혀버리는 것은, 싫었다.
「……윽, 우흑, ……큭……」
돌연 아사토가 낮게 신음하고, 옷의 가슴께를 세차게 움켜쥐고서 무릎을 꺾었다.
피가 하얀 바닥으로 뚝뚝 떨어진다.
「그 몸, 이제 버틸 수 없다. 자, 결정하는 것은 너다. 새로운 삶인가, 아니면…… 갈기갈기 찢겨 너덜너덜해진 마음과 몸 그대로, 짐승으로 전락할 것인가」
──짐승? 가슴에서 의문이 솟아났지만, 그것도 이내 눈앞의 광경에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 ……나는, ……커헉, ……」
심하게 기침을 하는 아사토의 입술에서 붉은 액체의 내뱉어진다.
코노에는 핏기가 싹 가시는 소리를 귀로 들었다.
의문이 사라진 자리에 격렬한 초조가 닥쳐온다.
입술을 붉게 적시며 이를 악물고, 아사토는 강한 눈동자로 리크스를 노려본다.
「……나는, ……다시 태어나고 싶은 생각 따위 없어. 새로운 삶 따위, 필요 없어……」
「호오. 그렇다면 이대로 죽음을 선택하시겠다」
「……코노에가 없는, 세계라면. ……큭, 살아있어도 죽어있어도, ……똑같아……!」
리크스의 두 눈이 싸늘하게 좁혀진다. 그 팔이 천천히, 아사토를 향해 치켜올려졌다.
불길한 선율이 코노에의 귀를 때린다. 리크스다. 암흑의 노래가, 그 몸에서부터 발산되고 있다.
「네가 바라는 대로 해주지」
「! ……아사토!」
목소리는 닿지 않는다. 다가갈 수도 없다.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치켜든 팔은 보이지 않는 벽에 의해 저지당하고, 튕겨진다.
「……크학, 크…… 악, 크, 아아아…… 커헉!!」
아사토가 고통으로 가득 찬 소리를 지르며 땅으로 무너져 내린다.
웅크린 등은 격렬하게 위아래로 움직임을 반복하며, 부들부들 전율한다.
「아사토!」
있는 힘을 다해 외친다. 그럼에도, 목소리는 닿지 않는다. 노래가 계속된다. 귀에서부터 뇌가 쪼개져버릴 것 같은, 사악한 선율이었다.
리크스가 그 시선을 천천히 코노에에게로 돌린다.
──이쪽이 보이고 있는 것인가.
채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폭발해, 코노에는 보이지 않는 벽을 주먹으로 세게 내리쳤다.
온 힘을 다해, 리크스를 노려본다.
냉랭하게 코노에를 바라보던 그 입술이, 희미한 미소로 휘어진다.
「바보 녀석」
「아아아아아아아악……!!!」
「……윽!」
소름이 끼칠 정도의 포효가 귀청을 찢는다. 울부짖는 소리의 여운 위로, 뚝 하고 무언가가 부러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났다.
잔가지를 밟을 때와 비슷한 가벼운 소리도 이어지고, 그것들이 연이어 겹쳐진다.
불쾌한 불협화음이 된다.
코노에는 꼬리 끝까지 얼어붙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소리의 출처는──아사토다. 몸을 웅크린 아사토의 어깨와 등이 기묘한 형상으로 일그러진다.
우지직 하는 소리가 나고, 뼈가 피부를 뚫고 나온다.
「…………윽」
──보고 있을 수가 없다.
머릿속의 심지가 뜨거워지고, 시야가 온통 붉게 칠해진다.
소리를 내지르고 싶어질 정도의 강한 충동에 내몰렸지만, 이상하게 상기된 호흡 탓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시선은 아사토에게 못 박힌 채,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크게 뜨고, 코노에는 목 안쪽이 죄어드는 것을 느끼며 보이지 않는 벽에 양손을 짚는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시각이 인식 작용을 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만약 꿈이 아닌 것이라면──
코노에의 목이, 픽 하고 갈라진 소리를 낸다.
한없이 먼 벽의 건너편에 있는 아사토는, 아사토가 아닌 것으로 그 몸이 변화하고 있었다.
괴이한 형상.
짐승. ──마물.
그렇게밖에는 형용할 수 없는 형체가, 그곳에 있었다.
세계의 모든 것을 뒤흔드는 듯한 울부짖음이 꿈틀댄다. 코노에는 넋을 잃고, 그저 눈앞의 광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없다──아사토가 말했던 것은, 이것을 말하는 것이었을까. 알고 있었던 것일까. 자신의 미래를.
「이것이, 그 고양이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서, 코노에는 그 순간 뒤돌아본다.
그러나, 아무도 없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사토의 곁에 있었을 리크스의 모습이 없다.
목소리는, 머릿속에서 직접 울려퍼지고 있는 듯했다.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전율할 정도의 분노가 솟아오른다──
「리크스……!」
「메이기와 다른 부족의 피가 섞여 태어난 금기의 자식. 그러나, 마도의 피가 각성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런데도, 아사토가 왜 각성했다고 생각하나」
「그건 네가……」
「아니야. 네 탓이라고. 코노에」
서슬퍼런 날을 세운 목소리가 코노에를 단죄한다.
「말했었지. 어둠은 어둠과 호응한다고. 그 고양이 안의 마성을 끌어낸 것은 너다」
「인연만 있다면 무엇이든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나? 그 결과가 바로 이 꼴이다. 모든 것은, 너의 탓이다」
「…………」
머릿속에서 울리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꽂힌다.
확실히──뛰어넘고 싶다고 생각했다.
리크스의 말 따위에는 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서 운명을 개척해나가고 싶다고.
멀어지는 편이 좋았던 것일까.
달콤한 꿈 따위 꾸지 않고──아사토에게서, 멀어졌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일까.
「이미, 저 고양이에게 고양이였던 시절의 기억은 없다. 몸도 마음도 어둠에 사로잡힌 마수로 전락했다」
「당연히 네가 누구인지도 모르겠지. 그렇게 코노에, 코노에 하면서 따르더니 말야……」
자못 유쾌하다는 풍으로, 리크스가 목 안쪽으로 낮게 웃는다.
아사토의 포효가, 코노에의 귀에 슬프게 울려퍼진다.
분노도 그 무엇도 모두 감정의 차원을 넘어서, 코노에는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한 감각에 함락되었다.
이제,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일까.
이제, 모든 것이 늦은 것일까.
그렇다고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