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막바지.
분위기를 위해 배경음악도 살짝.
※ 번역 초고입니다.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발견하시면 아낌없이 지적해주세요.
다음날, 코노에는 묘한 두근거림에 눈을 떴다.
처음엔, 그것이 여관 안과 창밖에서 흘러들어오는 떠들썩한 소리 탓이라 생각해, 코노에는 잠이 덜 깬 상태로, 귀만을 움직여 주변의 기색을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이내 다시 잠의 늪에 빠져들 뻔했지만, 눈이 서서히 깜박깜박 감기기 시작했을 때 꼬리 주변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어,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고 꼬리 쪽으로 시선을 주고서, 흠칫 했다.
침대에 걸터앉은 아사토가 모포에서 비어져 나온 코노에의 꼬리를 잡고서, 갈고리 모양으로 굽어진 부분을 정성스레 핥고 있었다.
코노에는 곧바로 몸을 일으키고 기세 좋게 꼬리를 흔들어, 아사토의 손으로부터 벗어났다.
놀라움과 부끄러움에 단숨에 잠이 깼다.
「뭐 하는 거야……!」
「털이 흐트러져 있어서, 털다듬기를 하고 있었어」
왜 화를 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얼굴로, 아사토가 대답한다.
「됐어, 그런 거……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퉁명하게 말을 내뱉고, 코노에는 꼬리를 휙 하고 둥글게 말았다. 거기서 문득, 자신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임을 깨닫는다.
어째서인지를 생각하고서──그대로 사고가 정지한다. 그랬다. 어제, 자신은 아사토와……
「…………」
순간, 확 하고 꼬리의 털이 부풀었다.
순식간에 몸이 뜨거워진다.
뺨이 달아오른다.
허둥지둥 옷을 집어 들려 하다가, 허리에 스치는 둔한 통증에 얼굴을 찡그렸다.
틀림 없이, 꿈이 아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도, 머릿속에서는 그런 코노에의 마음과는 상관 없이 부끄러운 기억이 재생된다.
자신이 어떤 치태와 추태를 드러냈던 것일까.
그리고, 몸으로 느꼈던 아사토의 감촉.
살결을 쓰다듬는 뜨거운 손바닥과 흐트러진 한숨.
혼자 속으로 혼란에 빠져, 코노에는 방 안으로 시선을 돌린다.
옷은 침대의 가장자리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다. 눈에 보이자마자 집어 들고서, 고개를 숙이고 옷을 몸에 걸쳤다.
「미안해, 그렇게 싫어할 거라곤 생각 못 했어」
고개를 들자, 아사토가 귀를 숙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코노에 쪽이 더 미안한 마음에 사로잡혀 귀를 숙인다.
화가 난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꼬리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기에 부끄러움에 스스로가 한심스러워진 것이다.
이것만큼은 조건반사 같은 것으로, 어찌할 수가 없다.
「딱히, 화 난 거 아니니까. 놀란 것뿐이야」
「그래?」
그래도 여전히 아사토는 풀이 죽어있는 듯했다.
코노에는 침대 위에서 이동해 아사토의 옆으로 다가가, 사과의 마음을 담아 그 어깨에 가볍게 머리를 얹었다.
눈을 위로 뜨고 시선을 주자, 아사토가 기쁜 듯이 귀를 세웠다.
「……그게, 나도 말투가 거칠었으니까」
「코노에……」
「……!?」
순간, 아사토의 양손이 코노에의 어깨에 얹혀지고, 강한 힘으로 밀어붙여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지 못한 채 놀라는 사이에, 침대 위로 쓰러뜨려지고 있었다.
「아사토……!?」
아사토는 코노에의 몸을 침대에 밀어붙인 채, 무언가를 참는 듯이 미간을 좁혔다.
그 눈동자는 희미하게 야성적인 열을 띠고 있어서, 코노에는 흠칫 하며 어젯밤의 일을 떠올린다.
그렇지만, 어째서 지금 이렇게 되고 마는 것인지가 이해되지 않는다. 어깨에 얼굴을 파묻는 듯한 자세를 취한 아사토를 코노에는 필사적으로 제지한다.
「기다리라니까……, 왜 갑자기 이러는 거야……!」
「……모르겠어」
「모르겠다니, 네 일이잖아……!」
그러나, 확실히 아사토는 욕정을 내비치면서도 정말로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다.
마치 커다란 어린아이 같다.
코노에는 맥이 빠졌지만, 그런 아사토를 밉다 않다고 생각하고 마는 자신에게 더욱더 맥이 빠진다.
그렇다고 해서 꼭두새벽부터 이런 행동을 받아들여줄 수도 없다.
그렇지 않아도 어젯밤 그런 일이 있은 직후라 평정한 상태로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잠자리에서 막 일어난 후부터 계속해서 신경 쓰이는 점이 있다.
「…………」
돌연 아사토가 움직임을 멈추고, 귀를 창 쪽으로 향했다.
코노에도 똑같이 창으로 의식을 집중시킨다. 그렇다. 방금 전부터 바깥이 몹시도 소란스러운 것이다.
게다가, 어둡다. 아침이라 하기엔 하늘이 약간 어둑하다.
아무리 늦게 일어났다고는 해도, 역시 이 정도로 어두워질 만한 시간은 아닐 것이다.
수런수런 하고 작은 불안이 가슴속에서 꿈틀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사토가 코노에의 위에서 떨어져 침대를 내려와, 창 쪽으로 다가간다.
「지붕에, 모여있는 것 같아」
「뭐가」
「악마들이」
「……악마들이?」
의아하게 여기고, 코노에도 침대에서 내려와 창 쪽으로 향한다.
창에서 몸을 내미는 듯이 해도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확실하게 그 기운은 느껴진다.
몹시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가보자」
「아아」
여관의 뒤쪽에 있는 나무에 올라, 지붕으로 나왔을 때에는, 코노에도 상황이 이상함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져간다.
마치 초 단위로 땅거미가 몰려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싸늘하게 식은 청색이 반짝임을 잃고, 햇볕을 받고 있던 지상 모든 것의 색채가 바래져간다.
지붕 위에는 프라우드를 제외한 악마들이 이미 모여있는 상태였다. 바르도도 있었지만, 라이의 모습은 없다.
「라이는?」
「모르겠어. 아침 일찍 여관에서 나갔지만 말야」
바르도가 눈썹을 찌푸리고 험악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보라고, 저거」
베르그가 머리 위를 향해서 턱을 까딱한다.
평소 같았으면 똑바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양의 달이, 지금은 맨눈으로도 그 어떤 고통 없이 응시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양의 달이──이지러져있다.
서쪽에서 떠오를 때도 동쪽 끝으로 저물 때도, 항상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존속했을 터인 양의 달이, 몽땅 깎이기라도 한 듯이 결손되어 있다.
금이 간 것도 부서진 것도 아니다. 흡사 실구를 떠올리게 하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매끄럽게, 텅 비워진 결여.
「점점, 가늘어지는 거 아냐……?」
그 말대로, 양의 달은 코노에 일행의 눈앞에서 이지러져갔다. 순식간에 보고 있으면서 확실히 그것을 느낄 수 있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과연. 식(蝕)인가」
라젤이 귀에 익지 않은 말을 내뱉었다.
「식?」
반문하는 코노에의 뒤에서, 바르도가 무언가 짚이는 것이 있기라도 한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들어본 적이 있어. 분명…… 낮에는 보이지 않는 음의 달이, 양의 달과 함께 하늘에 떠서, 양의 달을 자신의 그림자로 완전히 덮어버린다던가, 하는 거 아니었나」
「빠삭하네? 여관의 도둑고양이 주제에 말이지」
조롱하는 어조의 베르그를 귀찮다는 듯이 흘끗 보고는, 바르도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식이라는 건, 두 지팡이에겐 상식이었다고 하네」
「먼 옛날의 천문학에서는, 그 시기를 가늠하는 것까지도 가능했다고 해. 시사에서는 최근 200년 가량은 없었던 현상이니까, 지식이 상실된 건 무리도 아냐」
「그럼, 두 개의 달이 겹쳐지는 때라는 건, 설마……」
「대강, 이렇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은 하고 있었어」
「알고 있었단 말이야……?」
「우리들은 특별히 별의 흐름을 읽지는 못 해. 그러니까, 언제 오는지까지는 몰랐다」
두 개의 달에 대한 노래──
그것은 단순한 전설 따위가 아니라, 미리 운명지어져있었던 천재지변이었다는 것일까.
「식의 달은 모든 마력이 한계까지 차오르는 때이기도 하지. 대규모의 마법을 운용하기에는 절호의 기회다. 리크스가 무슨 일을 꾸민다면, 과연, 그에 걸맞는 호기로군」
「그건 분명…… 메이기였나, 그 괴상한 고양이들에게 전해지는 비술 아냐?」
히죽히죽 웃으면서 말을 내뱉는 베르그를, 카르츠가 얼음과도 같은 눈초리로 흘깃 쳐다본다.
주위는 황혼과도 같은 어둠에 감싸여져간다.
당연한 일이다.
땅을 비춰야 할 양의 달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으니.
양의 달은 마치 초승달처럼 가느다랗게 여위어, 그 희미한 폭마저도 실처럼 줄어들어간다.
「없어져버리는 거 아냐……」
마침내, 음의 달의 침식이 양의 달을 완전히 뒤덮는다. 그 직후──
「……시작된다. 식의 달이」
갈 곳을 잃은 양의 달의 불꽃이, 음의 달의 배후에서 일제히 넘쳐흘렀다.
흘러가는 피와도 같이, 검은 하늘에 붉은 빛이 범람한다.
온 하늘이 붉게 물들지만, 달 그 자체만이 심연과도 같이 검다. 마치, 천공에 휑하니 불에 타오르는 구멍이 뚫리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 중심에서 자그마한 불꽃이 일어난다. 그것은 일렁일렁 하고 영혼과도 같이 희미하게 요동했다.
길을 가는 고양이들 가운데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다. 누구나가 넋을 빼앗기기라도 한 것처럼, 하늘의 괴기스런 형상을 올려다보고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드디어네」
「……!?」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밝은 목소리가 청각을 꿰뚫고 지나가, 코노에는 등 뒤를 돌아보았다.
지붕 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생겨난 것처럼, 붉은 의상을 걸친 도화사의 얼굴이 엿보였다.
하늘의 색이 그런 탓인지, 피부가 평소보다도 더 하얗게 보인다.
「때가 왔어」
「……너!」
코노에는 이빨을 드러내고, 공중을 향해 덤벼들고자 자세를 낮게 잡았다.
그러나, 휘리는 고개를 기울이고 키득 하고 웃으며, 슬쩍 받아넘기는 듯이 한쪽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렇게 잔뜩 흥분하지 않아도, 곧 만날 수 있으니까 괜찮아」
「……만날 수 있어?」
「그래. 만날 수 있어」
그렇게 말하고, 휘리는 턱을 당기고 입술을 양옆으로 벌리고서, 도발하는 듯이 코노에를 내려다보았다.
느릿한 몸짓으로 양팔을 벌리고, 한쪽 손을 가슴에 대고서 공손하게 머리를 내린다.
「그럼. 초대, 해드리지」
손가락 끝이, 달을 가리킨다.
「자, 보라고. 두 개의 달은 하나가 됐어. 낮의 달과 밤의 달, 이 세계를 탄식하고 슬퍼하며, 눈이 붓도록 온 눈물을 다 쏟아내고서 녹아들고 말았어. 하늘은 느즈러진다, 끝나지 않는 달의 애가(哀歌)에. 붉은 달, 붉은 달. 물방울 떨어지는 그 아래에──기다리고 계셔. 그 분이」
「……!」
그 분──리크스인가.
노래하는 듯이 전달하고, 휘리는 가볍게 공중을 찼다. 몸집이 작은 몸이 두둥실 날아, 등 쪽에서부터 휙 하고 돌아 흔적 없이 사라진다.
그 뒤로는, 피처럼 붉은 하늘이 남겨졌다.
「……, 초대……?」
그때, 살포시 흐르는 듯한 선율이 귀를 스쳤다.
어딘가의 음유시인이 노래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사악하다.
「……이 노래, 설마……!」
불안정하고 사악한 선율은, 마치 늦게 효과가 나타나는 독과도 같았다.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면 들리지 않게 되고 말 듯한 미미한 음량이지만, 서서히 스며들어, 조금씩 효력을 발휘해온다.
코노에는 이 노래를 알고 있었다. 들어 본 기억이 있다.
예전에 주술사를 찾아가던 길 도중에, 잠시 들렀던 마을에서 체험했던 무시무시한 하룻밤…… 죽은 고양이들을 꼭두각시인형처럼 움직였던, 리크스의, 가공할 사도(邪道)의 노래를.
다시금 왕래하던 고양이들로부터 비명이 솟아오른다. 이번에는 한 마리나 두 마리가 아니다.
공포에 얼굴을 경직시킨 수많은 고양이들이, 당황해서 허둥거리며 거리의 안쪽으로 달려간다. 마치 무엇인가로부터 필사적으로 달아나기라도 하는 듯이.
「괴물이다! 괴물이, 숲에서……!」
저것은…… 저것은, 고양이인가?
아니……
눈앞의 광경에, 코노에는 눈을 깜박이는 것도 잊는다. 강렬한 공포심이 발 밑에서부터 기어 올라왔다.
숲에서부터 몰려오는 것은, 확실히 고양이의 무리였다.
그러나──살아있는 고양이가 아니다.
달리는 일도, 으르렁대며 날뛰는 일도 없다. 늪의 밑바닥에서 솟아오르는 독기처럼, 천천히, 서서히 멈추는 일 없이 전진하는 그것은, 틀림 없이 숲에서 숨이 끊어진 죽은 고양이들의 무리였다.
열이나 스물 정도의 숫자가 아니다.
공허에 삼켜진 자, 실구에 좀먹힌 자.
먼 옛날에 목숨을 잃고 뼈만 남을 때까지 부패한 자──
과거에 숲속에서 운명을 다한 모든 고양이들의 시체가 일제히, 란센으로 쳐들어온 것이다.
「그때랑, 똑같이……」
그렇게 중얼거리고, 코노에는 이를 악물었다.
전에 들렀던 마을에서 리크스에게 노리개 취급을 받았던 생명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번의 규모는 그에 견줄 만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리크스의 마력이 강대해졌다고는 해도, 이 정도로 많은 시체를 노래로 일제히 조죵하는 일 따위가 가능하단 말인가?
「저 노래를 멈추지 않으면……」
잔뜩 굳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내뱉은 코노에를 향해, 베르그가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다.
「꼬마, 너 그거 무슨 의미인지 알고 말하는 거야? 저 노래가 어디서 흘러나오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 말에, 코노에는 깨닫는다.
침울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카르츠의 시선, 그 끝에는, 불꽃으로 가장자리가 덧대어진 칠흑의 달이 있다.
설마……
「……달인가? 달이, 노래하고 있다는 건가……」
믿기 어렵다는 듯한 바르도의 말에, 카르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식의 달로부터 방출되는 마력이, 리크스의 노래에 물들어있다. ──가공할 마술사로군. 식의 달을 이용해서, 시사 전역으로 노래를 퍼트리고 있어」
리크스가 고대하던 「두 개의 달이 겹쳐지는 때」는, 바로 이를 위한 것이었으리라.
아득한 하늘의 높은 곳에서 멸망의 노래를 퍼트리며, 이 세계에 종언을 가져오기 위한.
마침내 그것이 성취되는 때가 온 것이다.
「어떻게 하면……」
코노에는 달을 올려다보며, 밀려오는 초조에 조급하게 꼬리를 흔든다.
「리크스가 있는 곳은 모르는 거야?」
「서두르지 마, 까만 고양이. 있는 곳 찾는 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냐」
베르그의 말에 아사토가 시선을 돌린다.
그 시선을 그대로 흘려버리는 듯이, 베르그는 입가에 웃음을 띠며 카르츠를 보았다.
「그렇지, 비애의 악마 님?」
「…………」
문득 분위기가 팽팽하게 긴장된 듯한 느낌이 들어, 코노에는 무심코 아사토를 본다.
아사토는 온갖 살기를 그 눈빛에 담아 쏘아 보내듯이 지그시 카르츠를 노려보고 있었다.
살기는 없다, 그렇지만, 전신이 경계로 경직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카르츠도 또한, 곁눈으로 아사토를 본다.
한 순간,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는 복잡한 감정이 코노에의 가슴으로 흘러든다.
그러나, 이해하기 전에 그 감정은 끊기고 말았다.
무엇일까. 카르츠와 아사토의 사이에는 무언가──있는 것일까.
깊게 생각에 빠질 것만 같아,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고 사고를 전환한다.
「무슨 말이야」
「저 달에서부터 쏟아져내리는 노래는, 깊은 통곡을 기조로 하고 있다. 그리고 리크스가 달을 이용하고 있다면, 지표면의 어딘가에서 달을 향해 노래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 되지」
말없이 계속해서 달을 응시하는 카르츠 대신에, 라젤이 대답한다.
「슬픔을 관장하는 악마라면, 그 마력의 경로를 시각으로 파악해, 리크스의 위치를 특정지을 수 있다. ……그런 거겠지? 카르츠」
카르츠는 대답하는 일 없이, 그저 가만히 하늘의 달을 응시하고 있다가, 이윽고 작게 숨을 내쉬고 시선을 내렸다.
「──보였다. 역시 남쪽이다. 이번에야말로 자세한 위치까지 알 수 있어」
카르츠의 말에, 베르그가 짐승 처럼 속으로 웃는 소리를 흘린다.
「큭큭, 장소만 알면 이쪽의 승리라고. 리크스 자식, 이번에야말로 묵은 죄값을 치를 때다」
확실히 공간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악마들이라면, 위치만 특정할 수 있으면 거리 따위는 관계가 없으리라.
그러나 코노에를 비롯한 고양이들에게 있어서는 중대한 문제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태평하게 걸어가서는 시간에 맞지 않는다.
「……우리들도, 데려가 줘」
「앙?」
코노에의 절박한 분위기에, 베르그가 얼굴을 찡그린다.
「싸울 거니까 말야. 우리들도, 리크스랑. 너희들의 순간이동, 우리들을 동반한 상태로는 무리인가?」
「그딴 귀찮은 짓……」
「못 하는 거야?」
아사토가 묻자, 베르그가 눈을 부라리며 으르렁거렸다.
「그럴 리가 없잖아,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단, 뭐- 의식도 마법진도 안 갖춘 채로 다른 동물을 나르면, 리크스에게 힘을 뺏긴 지금 상태로는, 확실하게 갈 수 있는 건 한 명에 한 마리가 되겠군」
코노에는 주위를 돌아보고, 시선으로 각자의 의지를 묻는다.
바르도는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아사토는 힘차게 끄덕인다.
「나랑 아사토가 간다」
「두 마린가」
「프라우드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어딘지 신경 쓰여서, 코노에는 질문을 던진다.
「아아, 어디서 소원을 비는 장난감이랑 놀고 있겠지, 어-차피」
베르그는 자기는 관계 없다는 듯한 얼굴로 어깨를 움츠리고, 의미불명의 말을 내뱉었다.
악마들에게 있어서도 지금은 중대한 때일 터인데, 놀고 있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사고를 회전시키려 하자, 갑자기 뒤에서 뒷덜미를 거칠게 붙잡혔다.
「……!? 무슨……!」
「아- 아- 날뛰는 거 아냐. 라젤, 너는 저쪽」
라젤이 아사토의 등 뒤로 다가가, 그 어깨를 붙잡는다.
「이제 한시도 지체할 수 없어. 카르츠, 안내를 부탁한다」
「알았네」
고개를 끄덕인 카르츠의 전신이, 푸른 인광을 발하기 시작한다.
이어서 라젤과, 라젤에게 어깨를 붙잡힌 아사토가, 함께 불꽃을 연상시키는 오렌지색의 빛에 감싸였다.
「오- 오-, 굉장하네. ……무사히 돌아오라고」
바르도가 그 표정에 복잡한 빛을 내비치고, 평소와는 다른 진지한 말투로 한쪽 손을 올렸다.
「우리들도 간다. 엉뚱한 데에 내팽개쳐지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있으라고!」
베르그의 포효 후, 코노에는 불현듯 발 밑의 지면이 없어져버리기라도 한 듯한 부유감에 사로잡혔다.
시야가 일그러진다. 색채가 뒤엉켜서, 아무것도 판별할 수 없게 된다.
공간의 이동──그런 것,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무엇이 어떻게 되는지, 생각할 틈도 없었다. 곧바로 코노에의 사고는 뿔뿔이 흩어져,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리크스는 홀로, 그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루를 지키는 결계를 뚫고 침입해오는 코노에의 기운이 조금씩 다가오는 것을, 생생하게 느낀다.
그들을 마중하러 나간 자들을 해치울 수 있다면, 결국은 이 장소에 도달할 것이다.
대면의 순간을 마음속으로 그리며, 가면 아래의 입술은 일그러진 미소를 새긴다.
──그러나 그곳으로, 코노에와는 또 다른 존재의 기운이 비집고 들어왔다.
예기치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몹시도 잘 알고 있는 존재이기도 했다.
설마 이렇게 간단하게 나타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왔나」
혼잣말을 내뱉는 목소리에는 어쩐지, 아주 조금의 괴로움이 배어있었다.
리크스의 앞에, 어떤 형체가 모습을 나타낸다.
앞으로 나온 것은──음유시인 고양이였다.
음유시인은 리크스에게서 얼굴을 돌리고, 말을 하지 않는 조각상처럼 가만히 멈추어서있다.
「……슈이」
그 이름을 입에 담는 것은, 도대체 얼마만의 일인 것일까.
슈이──그것이, 음유시인의 이름이었다.
이름을 불린 고양이가, 얼굴을 들고 리크스를 똑바로 바라본다.
평소엔 머리 부분을 덮은 천의 그림자에 가려져있던 눈가가 살짝 엿보인다. 그 눈빛은 냉엄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한 수심을 띠고도 있었다.
「미련을 못 버리는 모양이군. 뭘 하러 여기에 왔지」
「리크스. ……이제 그만해」
「……후훗」
괴로움이 스민 슈이의 목소리에, 리크스는 비웃음으로 답한다.
「너에게 그런 말을 들을 이유는 없군. 한시라도 빨리 이 곳에서 물러가라」
「너는…… 오해를 하고 있어. 그날부터, 줄곧」
「모르는 일이다. 듣고 싶지도 않아」
「리크스, 그때 나는……!」
「닥쳐」
끈질기게 맞서는 슈이를 앞에 두고, 처음으로 리크스의 목소리에 화가 스며나온다.
「함정에 빠졌었던 거라는 말이라도 할 생각이겠지? ……어리석긴. 결탁해서, 출세에 방해가 된 나를 죽은 자로 만들려 했던 거겠지」
「……아냐!」
「틀림 없어. 내가 있는 곳은, 너밖에는 몰랐으니까 말이지」
완고한 리크스의 거절에도 굴하지 않고, 슈이는 참을성 있게 그 뒤의 말을 이어나간다.
「너는 어둠의 마술사 따위가 아냐. 그런 것, 예전에도 지금도, 잘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낳은 터무니없는 풍문이야. 그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어. 그런데 그런 너를, 어째서 내가……」
「설령 네가 그랬다고 해도, 주변은 달라. 시사의…… 특히 란센의 고양이로부터, 나는 경원시되고 있었던 것 같으니 말이지. 나도, 그런 세계를 증오했다」
「리크스……!」
「닥쳐. 이제 와선 이미 늦었다. 네 말로 과거가 변하는 것도 아냐」
「……확실히, 나는 네게 그렇게 생각되어도 어쩔 수 없는 짓을 했어. 그렇지만……, ……이 세계를 바꾼다는 계획도 전부, ……내 탓인 거잖아?」
아주 잠깐이긴 했지만, 주저하는 듯한 침묵이 찾아든다.
그러나, 다시금 리크스가 내던진 것은, 전과 다름 없는 조소의 말이었다.
「잘난 체하지 마라. 단, 너로부터는 이래저래 배운 점이 있었어. 인연이나 신뢰,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불확실한 것들이 얼마나 깨지기 쉽고, 어리석은 것인지를 말야」
「…………」
「인연, 신뢰. 감정 따위의 시시한 것들이 발목을 붙잡으니, 성가시게 되지. 그렇다면 그런 것들, 없애버리는 편이 나아」
「……그렇지 않아!」
슈이는 눈썹을 찡그리고, 어딘지 애달픈 표정으로 소리친 뒤, 무언가를 억누르는 것처럼 입술을 깨물었다.
「……리크스. ……그때의 마음은, 거짓이 아니었어. 정말로」
「닥쳐」
이미 몇 번째가 되는지도 알 수 없는 거절. 슈이는 고개를 떨구고, 그 후 다시금 리크스의 진의를 확인하는 듯이, 가면 안쪽의 눈동자를 직시했다.
「그렇게까지 나를 거부한다면, 어째서…… 코노에를 바로 죽이지 않았지? 증오스럽고 또 증오스러운 나의, 아들이잖아?」
「쉽사리 죽여버린다면 재미가 없잖아? 서서히 고통을 선사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이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었어. 어차피, 너는 어둠의 힘을 손에 넣을 생각이었겠지? 그럼, 어째서……」
「…………」
약간의 침묵 후, 리크스는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코노에는 단순한 『감정의 그릇』이 아니다. 너의 찬아로서의 능력을 이어받은, 특수한 존재다. 그래서……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해본 것일 뿐이다. 단지, 그것뿐이다」
계속해서 항변하려 하는 슈이를, 리크스가 한쪽 손을 들어올려 막는다.
「자, 시시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마침내 때가 임박했다. 슈이, 어차피 너로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영혼뿐인 존재이니까 말이지. 이미 모두 다 늦은 거다. 시사는 멸망하고, 새로운 세계로 다시 태어난다」
「…………」
슈이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 그저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그 모습은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며 색채를 잃고, 이윽고 투명하게 변하며 사라져갔다.
그것은, 시간으로 치자면 실로 한 순간에 불과한 것이었으리라.
그러나, 마치 위 속이 휘저어지는 듯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쾌감은, 터무니없이 길게 느껴졌다.
다시금 딱딱한 지면을 밟았을 때, 코노에는 고작 웅크리면서 토기를 참아내는 일밖에는 할 수 없었다.
주위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다.
「……코노에. 괜찮아……?」
아사토는 코노에만큼 힘이 부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괴로운 듯이 무릎에 양손을 짚고 있다.
악마들은 데리고 온 고양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처럼, 빈틈없이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코노에도 가까스로, 지금 자신들이 있는 「장소」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처음엔, 코노에는 눈앞에 높이 치솟은 그것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좌우가 완만한 호를 그리고, 활처럼 휘면서 멀어져가는 것을 보고서, 그것이 원통형의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두껍고 높다.
울퉁불퉁한 바위의 표면 같은 겉면도, 잘 보면 다르다. 이끼가 끼고 이중 삼중으로 덩굴에 휘감긴 그것은, 긴 세월을 지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두툼해진 나무껍질이었다.
이것은, 나무다.
그것도 거목 따위의 예사 물건이 아니다.
산 정도는 되는 괴목(怪木)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연스럽게 성장한 식물은 아니다.
그 너비도 그렇지만, 높이의 경우에는 올려다보아도 정상이 보이지 않는다.
구름까지 닿아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을 하게 될 정도다.
이렇게나 거대한 나무가 있으면, 멀리서 보아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저런 크기라면…… 머나먼 저편의 란센에서도 먼눈으로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이 나무…… 필시,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결계로 보루를 구석구석까지 뒤덮고 있었던 것이겠지. 외부에서부터 발견하는 일은 물론, 접근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도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보루의 소재지를 알 수 없었지」
「그렇지만, 위치만 파악하면 뒤는 간단해. 순간이동으로 비집고 들어갈 수가 있어. 이쪽도 공간을 일그러뜨려서 냅다 날아가는 기술이니까 말야」
어딘지 자신만만해 보이는 베르그의 말도, 코노에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확실한 것은, 아무래도 악마들의 힘이 없으면 리크스의 보루에 도달하기는커녕, 안으로 들어가는 일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리라는 사실이다.
괴물 같은 나무의 밑동에는, 거대하면서 무게가 있고 견고해 보이는 두 짝의 문이 설비되어 있다.
저 안쪽에──리크스가 있는 것일까.
「어이 이봐. 언제까지 앉아있을 거야, 이 꼬마 고양이」
베르그가 곁눈으로 쏘아보아서, 코노에는 허둥지둥 일어선다.
「저 안에, 리크스가……」
아사토가 문을 응시하며, 조용히 혼잣말을 내뱉는다.
마침내 여기까지 온 것이다.
코노에도 아사토의 곁에 서서, 묘한 감개와 고양감을 느끼며 거목의 보루를 올려다본다.
「자아, 그럼- 안으로……, ……응?」
「……어이」
베르그, 라젤, 카르츠가 동시에 뒤를 돌아본다.
아사토와 코노에도 이상한 기운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것은 어마어마한 숫자로, 이 보루를 에워싸는 것처럼 다가왔다.
「포위됐군」
「칫」
나무들 사이에서 무수한 눈이 빛나고 있다.
흐느적흐느적 하고 흔들거리는 것은…… 되살아난 사자(死者)들이다.
「왜 이렇게나 많이 있는 거야」
「……메이기다」
카르츠가 눈썹을 찡그리며 혼잣말을 내뱉는다.
「리크스의 힘을 받아서, 메이기의 마력도 또한 증대되어 있다. 이것은, 메이기의 술수다」
그 말을 뒷받침하는 듯이, 무수한 고양이들 가운데에는 몇 마리인가, 명백히 죽은 자가 아닌 고양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고양이들은 유달리 강한 증오의 빛을 눈동자에 담고서, 코노에 일행을 응시하고 있다.
──아니, 다르다.
정확하게는 코노에 일행이 아니다.
격렬한 시선은, 카르츠에게로 쏟아지고 있었다.
어디서부터라고 할 것 없이 저주를 내리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코노에 일행을 에워싸는 것처럼 흘러들기 시작한다.
메이기 고양이들이 무언가를 외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신호이기라도 한 것처럼, 사체 상태의 고양이들이 일제히 코노에 일행을 덮쳤다.
날카로운 손톱이 수도 없이 내질러진다.
그 무시무시한 기세에 삼켜져 멍하니 꼼짝 못하고 서 있는 코노에의 뺨을, 뜨거운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
코노에 쪽으로 몰려온 고양이의 시체들이 잇달아 불타올라, 폭발한다.
놀라서 돌아보자, 한쪽 팔에 새빨간 불꽃을 두른 라젤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라젤은 메이기 고양이 무리 쪽을 마주보고, 다른 한쪽 손도 붉은 일렁임으로 물들이고서 연이어 불꽃 탄환을 쏘았다.
메이기의 고양이들이 끄트머리에서부터 날려간다.
그럼에도 라젤의 불꽃으로 치명상을 입지 않았던 고양이들이, 동료의 사체를 밀어제치고, 일어서려고 하다가──그 자세 그대로 전신을 하얗게 물들이고 경직했다.
서리다.
카르츠가 치켜든 검에서 솟아나오는 서리의 물결이, 넘어진 고양이들 위로 떨어져, 몇 겹이고 단단히 달라붙는다.
계속해서 억지로 일어서려 했던 고양이의 정강이가, 말라죽은 나무와도 같은 소리를 내고 비틀어지며 뜯어졌다.
얼어붙은 발목이 바닥에 달라붙어, 떼어낼 수 없게 되어있다.
검은 천을 몸에 걸친 메이기 고양이가, 쓰러져서 엎드려있는 고양이들을 발로 차서 흩어놓으며 카르츠를 향해 돌진한다.
그 전방을 베르그가 막는다.
메이기 고양이는 쾌락의 악마가 옆으로 휘두른 도끼의 섬광을 검으로 감아냈지만, 그 여세를 완전히 상쇄시키지 못하고 뒤로 날려가 버린다.
「어이, 좀 더 강한 술수를 써보라고. 더 할 수 있잖아? 아니면, 예전 동료 상대로는 마음이 아파서 무리인 건가?」
베르그가 카르츠를 향해 짓궂은 미소를 보인다. 카르츠는 그저 조용히 눈꺼풀을 내렸다.
「……그런 게 아니야」
「헤-」
볼멘소리를 내뱉으며 베르그가 도끼를 번뜩인다. 번개가 고양이들의 무리 위로 내리쳐 그들을 쓰러뜨렸다.
악마들의 강대한 힘을 직접 목격하고서, 코노에는 전율했다. 역시 악마는 리크스에 필적할 만한 무서운 존재인 것이라고, 새삼스레 실감한다.
「얕보지 마라. 달이 하나로 녹아들어서 가득 차오른 어둠의 힘에 더해서, 녀석들은 리크스의 비호를 받고 있다」
「쳇. 네 네 그렇습니까요…… 엇, 어어!?」
다시금 덤벼들어온 고양이의 손톱이 목 언저리를 스쳐, 베르그는 일촉즉발의 시점에서 도끼로 그것을 받아넘겼다.
그 고양이는, 반신이 타서 눌러붙어 있었다.
방금 전 라젤의 불꽃에 쓰러졌던 한 마리인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불꽃에 그을리거나, 혹은 얼어붙어서 쓰러졌을 터인 유해들이, 다시금 완만한 움직임으로 차례차례 몸을 일으켜간다.
그 눈에서는 이미 생명의 빛이 상실되어 있었지만, 몸만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골수까지 완전히 태워버리거나 얼리거나 하지 않으면, 멈출 수 없다는 건가. 번거롭게도 수고를 하게 만드는군」
불꽃과 냉기와 뇌격이, 사체가 된 고양이들을 다시금 모조리 쓸어버린다.
그러나, 이미 죽은 상태인 고양이들은 악마들의 술수에 기가 꺾이는 일 없이 쳐들어온다.
──말 그대로 밑도 끝도 없다.
「메이기 고양이들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코노에」
악마들의 공격에 의해 틈이 벌어진 길로, 아사토가 사이를 두지 않고 뛰어든다.
코노에도 곧바로 그 뒤를 쫓는다.
헤치고 나가는 사이에, 사방에서 날카로운 손톱이 잇달아 날아온다. 정면과 좌측에서의 공격은 아사토가 처리하고, 좌측과 뒤쪽에서의 공격은 코노에가 막아냈다.
마치, 살기의 바다 속으로 내던져지기라도 한 듯한 기분이었다.
주위의 모든 것이 고양이들에게 완전히 파묻혀서, 오로지 그 앞을 뚫고나가는 수밖에는 없다.
라젤이 내뿜는 불꽃과 베르그의 뇌격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악마들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완전히 떨어져버린 듯하다. 그러나, 그것을 걱정할 여유 따위는 없다.
「……있다. ……그 녀석」
아사토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코노에는 바싹 쫓아오는 고양이들을 몸을 돌려 피하고, 때로는 베어내면서 전방으로 시선을 향한다.
코노에를 에워싸고 있던 사체들이, 느닷없이 뒤로 크게 물러섰다.
맹렬히 노려보는 아사토의 시선의 끝에는,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인 고양이가 있다. 검정 일색의 고양이는, 유해들이 후퇴하여 생겨난 공간으로 천천히 걸음을 내딛어왔다.
「……또 만났군. 저주 받은, 금기의 자식이여」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에, 코노에는 기억을 더듬는다.
──그렇다. 그 꽃밭에서 만났던 메이기 고양이다.
검정 일색의 고양이는, 슥 하고 턱을 올리고 아사토를 응시했다.
「그 강한 힘…… 마물은, 이미 각성을 시작하고 있는 것 같군. 종말의 날도 가까운 건가」
「…………」
아사토는 굳게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눈앞의 고양이를 노려본다.
그 옆얼굴에는 분노보다도 초조가 강하게 스며나와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코노에는 약간 동요한다.
「……내가 줄 수 있는 마지막 작별 선물이다」
침울한 목소리로 고하고, 검정 일색의 고양이가 허리에서 검을 빼들었다.
순간, 아사토가 소리도 없이 칼을 치켜들고 덤벼들었다.
검정 일색의 고양이가 바로 정면에서 아사토에게로 나아가 공격한다. 칼날과 칼날이 불꽃을 흩날리며 부딪치고, 서로 다툰다.
「……큭」
손쉽게 쓰러뜨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검을 밀어넣는 듯이 하고서, 아사토가 뒤쪽으로 재빨리 물러선다.
그 틈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검정 일색의 고양이가 칼을 빼어들고 쳐들어온다.
그 속도와 냉정한 칼 놀림에, 아사토가 조금씩 압도당한다.
거기다가, 메이기 고양이는 한족 손에 검은 불꽃을 피워 올렸다. 동시에 술수까지 걸 생각인가.
코노에는 아사토를 지원할 작정으로, 눈을 가늘게 좁히고 가슴 안쪽으로 전투의 선율을 불러일으켰다. 고동을 리듬으로, 솟아오르는 마음을 아사토에게로 보낸다.
그러나, 코노에로부터 흘러나온 빛은 아사토의 몸에 닿은 순간, 안개처럼 사라지고 만다.
「……!?」
처음 벌어진 사태에 당황했지만, 코노에는 이내 눈썹을 찡그린다.
아사토의 낌새가 이상하다.
거친 호흡에 어깨를 크게 오르락내리락하며, 그 눈초리에는 오싹할 정도로 흉폭한 빛을 품고 있다. 마치, 짐승과도 같은──
「윽……, 으아아아…… 큭!!」
아사토가 울부짖는다.
동시에 땅을 차고서, 준비 자세도 아무것도 없이 크게 휘두르는 일격을 메이기 고양이의 바로 옆에서 질러 넣었다.
메이기 고양이가 그것을 막아낸다.
──그러나, 여세를 완전히 상쇄시키지 못하고 뒤쪽으로 휘청거렸다.
연이어 공격을 가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러나, 아사토는 그 자리에서 멈춰서고는, 번민에 시달리는 표정으로 이를 악물었다.
「……큭, 후우, ……닥쳐, ……시끄러, ……닥쳐!」
눈의 초점이 맞지 않는다. 무언가에 씌인 것처럼, 아사토는 비통한 목소리를 쥐어짜낸다.
「우윽, 큭, ……아아아아아…… 크흑!!」
또 한 번, 포효와 함께 아사토는 메이기 고양이에게 덤벼들었다.
폭주한 아사토의 일격이 지니는 위협은 더없이 막강한 것이었지만, 그만큼 움직임이 커져서 틈이 생긴다.
메이기 고양이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몸을 돌려 피하고는 도망치면서 얕은 상처를 내서, 아사토의 체력을 조금씩 소모시키려 하고 있었다.
「……제길!」
초조에 내몰리며, 코노에는 몇 번인가 노래를 부르려 했지만, 역시나 빛은 아사토에게 닿으면 사라져버린다.
지금의 아사토에게는 노래가 들리지 않는 것이다──그 사실을 알고서, 코노에는 전율한다.
온몸에 생채기를 새기고, 아사토는 말 그대로 상처 입은 짐승이 되어 메에게 고양이에게 덤벼든다.
자폭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공격에, 커다란 틈이 발생했다.
메이기 고양이는 아사토의 품으로 깊게 파고들어, 한쪽 손으로 아사토의 손목을 붙잡으며 다리를 걸었다.
자신이 주었던 힘을 그대로 되돌려받고, 아사토의 몸은 지면으로 세게 내동댕이쳐진다.
「큭, 아…… 크흑!」
「아사토!」
──위험하다.
쓰러진 아사토의 가슴께로, 메이기 고양이가 용서 없이 검을 치켜든다.
당장 달려가려 했던 코노에의 바로 옆을, 한 줄기의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
시야의 끄트머리에 언뜻 엿보인 그 모습은, 회색의 천을 두르고 있었다.
틈입자는 메이기 고양이에게 덤벼들어, 양쪽 손에 들고 있던 무기로 잇달아 공격을 퍼부었다.
메이기 고양이는, 갑작스런 공격을 순간적으로 피해 달아났지만, 상대의 스피드에 꼼짝없이 놀아났다.
번뜩이는, 세 갈래의 무기.
──저것은, 설마.
가볍게 땅을 차고, 메이기 고양이로부터 거리를 둔 틈입자가 회색 천을 걷어치운다. 그 아래에서 나타난 것은, 예상조차 하지 못한 고양이의 모습이었다.
미친 듯이 날뛰는 몸 안쪽에, 아사토는 필사적으로 귀를 막고, 목소리를 내쫓으려 하고 있었다.
죽여라──
그 안의 충동이 말을 걸어온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외치고, 속삭이고, 위협한다. 현혹시킨다.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더 집요하게, 겹겹이 겹쳐져서 아사토의 마음을 막다른 곳으로 몰아간다.
──끝까지 버티지 못할지도 모른다.
오늘에야말로, 그런 예감을 품는다.
필시, 메이기 고양이와 리크스가 이야기했던 대로의 말로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추악한 괴물로 전락해서, 모든 것을 다 먹어치워 버리려 하는.
적도 아군도──소중한 상대까지도.
──코노에.
……싫다.
그것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싫다.
피할 수 있는 길이 없다고 한다면, 차라리──죽어버리는 편이 낫다.
「……카가리……」
수컷보다도 훨씬 나긋나긋하고 가냘픈 몸이, 쓰러진 아사토를 감싸는 듯이 그 앞에 막아선다.
「키라의 고양이인가」
「…………」
검정 일색의 고양이가 천천히 눈을 가늘게 좁힌다.
카가리는 말없이 고양이를 노려보고, 양손의 무기를 고쳐 쥐고 공격 자세를 취하고서 다시금 덤벼들었다.
칼날과 칼날이 몇 번이고 서로 부딪친다.
그 사이에, 코노에는 아사토의 곁에 몸을 웅크리고는 그 등을 일으켜세웠다.
「어이……」
「……으, ……」
아사토는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고, 뺨을 희미하게 경련시키며 천천히 눈을 떴다.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에서는 방금 전의 흉폭한 빛이 사라지고 없어서, 코노에는 한숨을 놓고 안도한다.
갈색의 피부는, 메이기 고양이의 검에 의해 이곳저곳이 가느다랗게 찢어져 있었다. 보고있는 이쪽이 다 아파오는 그 광경에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찡그린다.
「움직일 수 있어?」
「……, ……아아」
온몸이 아픈 것이겠지. 아사토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코노에의 부축을 받아 신중하게 일어섰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치열한 전투의 광경에 뺨을 굳혔다.
「……카가리, ……어째서, 여기에」
카가리는 메이기 고양이와 교전하면서, 아사토에게 험악한 시선을 보낸다.
「어서 가!」
「그치만……!」
「가라니까!」
카가리의 주의가 흩어진 틈을 노리고, 메이기 고양이가 검의 끝을 카가리의 목 언저리로 잇달아 내지른다.
순간적으로 몸을 빼고서 피한 카가리가, 다시금 메이기 고양이와 마주선다.
「……아사토, 가자」
카가리는, 자신들을 달아나게 해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여기서 주저했다간, 그것이야말로 카가리의 몸을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사토도 그것을 알아챈 것인지, 괴로움을 억누르는 듯이 입을 다물고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때까지 행동을 멈추고 대기하고 있던 고양이들의 유해가, 행방을 차단하는 듯이 일제히 덤벼들어온다.
떨어트린 검을 주워들고, 아사토가 달리기 시작한다. 코노에도 그 뒤를 이었다.
다시금 전위와 후위로 나누어 적을 베어 넘기면서, 오로지 거목의 보루를 향한다.
전방에 불꽃과 뇌격을 잇달아 뿜어내는 라젤과 베르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 주위에는 사체 고양이들의 두 번째 죽음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꽤나 수가 줄어든 것 같다.
그러나, 마치 땅에서 솟아나오는 것처럼 사체 고양이들은 나무숲의 그림자에서부터 줄을 지어 나타난다.
「우리들이 이 녀석들 날려버리는 사이에 빨리 뛰어들어!」
베르그가 외친다.
그 목소리에 채찍질당한 것처럼, 코노에와 아사토는 보루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으악!」
칼에 베여, 다리에 뜨거운 통증이 스친다.
가까스로 땅을 벋디디고, 뒤쪽으로 재빨리 물러서면서 카가리는 이를 악물었다.
허벅지를 베였다.
맥박과 격통이 연동하여, 생채기의 안쪽에서 소란을 피워대고 있다.
메이기 고양이는 검을 공중으로 내리쳐 핏자국을 떼쳐내고, 침착한 움직임으로 천천히 카가리 쪽으로 다가온다.
격렬한 공방 끝에, 몸은 피로에 의하여 둔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다리도, 팔도 무겁다. 숨도 차오른 상태다.
이 녀석은 특별하다.
카가리는 생각한다.
지금까지 메이기와 서로 다투었던 일은 있었지만, 이렇게 강한 녀석은 없었다.
검정 일색의 고양이가, 그 입술에 희미한 냉소를 띄운다.
「벌써 끝인가? 과감한 키라의 암고양이」
「…………」
메이기 고양이의 이런 점이, 정말 싫다.
언뜻 보기엔 신사적인 행동을 취해두면서, 유사시에는 정말로 냉혹해진다.
마음 속으로는 늘상 엷게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다른 고양이들을 깔보고 있는 것이다.
마음에 담긴 말을 눈동자로 내비치고, 카가리는 있는 힘껏 메이기 고양이를 노려본다.
엷은 웃음, 깔보는 시선.
그것들은 모두──지워버리고 싶은 과거를 떠오르게 한다.
수가 적은 암컷이었기에, 카가리는 어릴 적부터 줄곧 마을의 수컷에게 호시탐탐 그녀를 노리는 시선을 받으며 살아왔다.
철이 들기 전부터 억지로 교미를 강요받았던 적도 있었다.
그런 때, 카가리가 얼마나 크게 울부짖어도, 수고양이들은 엷은 미소를 띠며 깔보는 시선을 보내오는 것이다.
마치, 연약한 자를 못살게 구는 것이 즐거워서 견딜 수 없기라도 한 듯이.
무서워서, 무서워서, 항상 촌장님이 계신 곳으로 도망쳐 들어가 숨어서 떨고 있었다.
이럴 거라면 차라리 죽여달라고, 간청했던 적도 있었다.
촌장님 이외의 수컷은 모두 싫었다.
미웠다. 적이었다.
그렇기에…… 아사토가 태어나서, 그 고양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흉한 모습을 눈으로 보았을 때, 카가리는 이상하게도 공감을 느꼈던 것이다.
이도저도 전부 다 다른데도, 이 아이는 어딘가 자신과 닮았다, 라고.
기묘한 액체로 미끈대는 피부를 조심조심 만져보자, 아사토는 일그러진 얼굴을 카가리의 다리로 밀어붙였다.
바들바들 떨면서 그저 무심하게, 순수하게, 기쁜 듯이 제 살을 비벼왔다.
흑심도 없이, 그 어떤 보답도 원하지 않는 그 몸짓에, 카가리는 눈물이 나올 뻔했던 것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자신이 본체만체하고 내버려둔다면, 이 아이를 지킬 자는 아무도 없다.
키라의 모두가, 이 아이에게 있어서는 적인 것이다.
그때, 카가리는 결심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키우겠다고.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들어도 상관 없다.
만약 아사토의 엄마가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대신에 자신이 마지막까지 보살펴주겠다고.
그렇게, 금기의 자식으로서 죽임을 당했어야 했던 것을, 촌장님께 간청해서 중지시킨 것이다.
아사토──
하얗게 번뜩이는 검의 끝이 눈앞으로 들이밀어져, 카가리는 깊게 잠겨있었던 사고의 바다로부터 현실로 되돌아온다.
검의 끝과 똑같은 정도로 싸늘하고 날카로운 메이기 고양이의 눈빛이, 바로 위에서 쏘아 내려진다.
아아, 죽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아사토를 지킬 수 있었기에 후회는 없다.
그 아이는, 살지 않으면 안 된다.
가혹한 운명을 짊어졌다고 할지라도……
그, 아사토와 똑같이 저주 받은 운명을 진 고양이.
아사토가, 함께 살아갈 상대를 찾아낸 것이라면.
가혹한 운명을 짊어졌기 때문에 더욱, 살지 않으면──
「무언가, 남겨둘 말은 없나」
카가리는 험악하게 메이기 고양이를 응시하고, 입을 연다.
「있다고 해도, 메이기 따위에게 전할 말은 없어」
「……그런가」
메이기 고양이가 눈을 가늘게 좁힌다.
카가리는 최후의 순간까지 메이기 고양이를 노려보고자, 눈을 감지 않고 있었다.
들이밀어진 검이 휘둘러진다.
「……!」
날카로운 소리가 나고, 메이기 고양이가 놀란 듯이 검을 떨어트렸다.
바로 옆에서 무언가가 날아와, 고양이의 손에 맞은 것이다.
그것은 얼음 알갱이로 보였다.
기척이 느껴져 시선을 돌린다. 꽁꽁 얼어붙어서 엎드린 채로 쓰러진 사체 고양이들 가운데에 서있는 것은, 눈보라를 몸 주변에 두른 카르츠였다.
「……카르츠인가」
검정 일색의 고양이가, 그 표정에 복잡한 빛을 띠었다.
──카르츠.
아사토와 아사토의 모친을 불행에 빠트린, 메이기 고양이.
서슬퍼런 표정으로 노려보는 카가리를 슬프게 바라보며, 카르츠는 검정 일색의 고양이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오랜만이군」
「그 모습…… 그런가. 마(魔)에 씌인 것인가」
「…………」
「동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야. 네가 떠난 후의 메이기는, 그야말로 참담한 꼴이 되었다. 모두, 부족의 긍지를 잊고, 리크스의 꼭두각시로 전락했지」
자조가 섞인 웃음을 내뱉고, 검정 일색의 고양이는 땅에 떨어트린 검으로 시선을 돌린다.
「지금 메이기 고양이들은, 리크스를 섬기는 것으로, 녀석이 만들어낼 새로운 세계에 환생할 수 있다고 믿고 있지. ……어리석은 짓이다」
「잘못된 길에 들어선 동포에 탄식하고, ……그리고, 너는 어떻게 할 거지?」
카르츠가 눈썹을 찡그린 침울한 표정으로 묻는다.
「……물론, 마지막까지 싸울 거다. 아무리 어리석은 짓이라고 해도, 동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 내버리는 일은 있을 수 없어」
「……그런가」
진중하게 혼잣말을 내뱉고서 한 차례 눈을 내리깔고는, 카르츠는 카가리 쪽으로 다가가, 한쪽 손을 내밀었다.
「……윽」
카르츠의 손을 있는 힘껏 뿌리치고, 카가리는 험악한 시선을 던진다.
「누가 너 따위한테……」
카르츠는 말없이 슬퍼 보이는 얼굴로 눈을 가늘게 좁히고, 다시금 검정 일색의 고양이를 마주보았다.
「부족 간의 분쟁이나 증오 따위, 각자의 도를 지나친 오해에 지나지 않아. 사실은 모두 다르지 않은…… 고양이인데 말이지」
그렇게 말하고, 카르츠는 한쪽 팔을 과거의 친우을 향해 내민다.
검정 일색의 고양이도, 미소를 지으며 땅에 떨어진 검을 주워들었다.
「친구여.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아……, 그래」
갖은 슬픔을 머금고, 갖은 탄식을 띤 표정으로, 비애의 악마는 그 손끝에 냉기를 집중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