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얗게 불태웠습니다.
※ 번역 초고입니다.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발견하시면 아낌없이 지적해주세요.
코노에가 잠에서 깨니, 방 안은 오렌지색으로 어렴풋이 물들어 있었다.
창으로부터 들어오는 석양의 빛이다. 코노에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 쪽으로 다가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숙면을 취한 탓인지, 몸의 심지가 달아올라 있다. 차가운 바깥 공기가 상쾌했다.
창밖으로는, 큰길 위를 오가는 수많은 고양이들이 보인다. 잠에서 막 깬 나른한 느낌 가운데서, 코노에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하고 있으니, 그 모든 일들이 꿈이기라도 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실감 따위가 없어도 현실은 좋고 싫음에 관계 없이 진행되어 간다.
변함없는 나날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생각되어도, 실제로는 착실히 나아가고 있다.
죽음을 향해서.
창틀에 기대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머리 위로 무언가가 어른거린다. 고개를 든다. 까만 꼬리가 지붕에서부터 늘어뜨려져 있다.
……아사토다.
코노에는 귀와 꼬리를 세우고 일어서서, 곧바로 창으로 올라앉았다.
몸을 앞으로 도약시켜 옆쪽의 나무로 뛰어올라가, 거기서 지붕의 가장자리로 뛰어든다.
「……!」
코노에가 지붕 위로 기어올라가자, 아사토가 꼬리를 일렁이며 돌아보았다. 놀란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사토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코노에로부터 멀어지려는 듯이 걸음을 내딛으려 하고 있었다.
설마 그런 행동을 취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던지라, 코노에는 조금 당황한다.
「잠깐 기다려」
아사토가 뚝 하고 움직임을 멈춘다.
「……왜 도망치는 거야」
「……나는 이제, 너랑 가까이하지 않을 거야」
「……!?」
너무나도 갑작스러워서, 의미를 파악할 수 없었다.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의, 의미야」
「어째서」
오늘 아침에는 거리가 줄어든 것처럼 느껴졌는데, 또 멀어져버리고 만 것일까.
그것도 이번에는 터무니없이 멀다.
공연히 억울해져서, 코노에는 아사토를 노려본다.
「잘 모르겠어. 설명해달라고」
「…………」
아사토가 천천히 그 자리에 앉는다. 코노에도, 약간 가까이 다가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고개를 숙이고 앉는 아사토의 모습은, 풀이 죽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고 보니 꽃을 따러 갔을 텐데,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또, 그──꽃밭에서.
「……모르겠어.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됐어」
목에서 억지로 쥐어짜내는 것처럼, 아사토가 괴로운 듯한 목소리를 낸다.
「나랑 어머니는, 그 녀석 때문에 고생해왔어. 거기에 어떤 이유가 있었다 할지라도…… 힘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그건 지금도, 변하지 않아」
그 녀석, 이란 필시 아버지를 말하는 것이겠지. 그 뒤를 재촉하는 듯이, 코노에는 침묵한다.
「그치만……. 사실은, 누구의 탓도 아니야. 어쩔 수 없는 일이어서……, 알고 있어.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어떻게 하면 좋지. 이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 살 수 있는 시간도, 모두 다. 그런데도, 살라는 말을 듣고……, 어떻게 살면 되지. 나는……」
무릎에 이마를 내리누르는 듯한 자세로 아사토가 고개를 숙인다. 띄엄띄엄 이어지는 말은, 그 사소한 구석구석에서까지 아사토의 곤혹과 고뇌가 전해져 왔다. 서투른 말의 단편에서, 코노에는 어떻게든 의미를 이해하려 한다.
「살 수 있는 시간……?」
살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
아사토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하고 싶지 않은 것이겠지.
또, 그 메이기의 고양이가 나타나서 무언가 말한 것일까.
아사토는 지금, 완전히 자신의 세계에 틀어박히고 만 상태다.
모처럼 서로가 발걸음을 내딛으려 했었는데, 다시 벽이 세워지고 말았다.
이런 때, 자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코노에는 필사적으로 생각한다.
이런 때──
살포시, 어떤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그 꽃밭의 냄새다.
──꽃잎.
문득 아사토 어머니의 유품, 시들지 않는 꽃잎을 떠올린다.
이전에 손이 닿았을 때에는 기억을 읽는 것을 주저했지만, 거기에 무언가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아사토가 기운을 차리도록 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마음을 정하고, 코노에는 아사토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 꽃잎, 잠깐 줘 봐. 어머니의 유품인 그거」
「……꽃잎을?」
의아해 보이는 얼굴로, 아사토는 품속에서 꽃잎을 꺼냈다.
천천히 숨을 내쉬고, 의식을 집중시킨다. 꽃잎을 바라보며, 코노에는 살며시 손을 뻗는다.
눈을 감는다. 어둠 속, 꽃잎에 손 끝이 닿는다.
「……윽」
파직 하고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튀고, 강한 전류가 스치고 지나간다.
그 충격에 의식이 흩어져버릴 것 같았지만, 어떻게든 집중한다.
찌르는 듯한 두통과 함께, 눈꺼풀 안쪽으로 영상이 흘러들기 시작한다.
소리는 잘 들리지 않고, 지직거리고 있어서 또렷하지 않다.
그러나, 처음으로 느낀 것은 의외로 기쁨과 사랑의 감정이었다.
틀림없이, 이 꽃을 받았을 때의…… 아사토의 어머니의 마음인 것이겠지.
화면에 한 순간, 누군가의 형상이 비친다.
얼굴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상이 바뀐다. 이번에는 공포와 두려움에 해당하는 감정이 흘러들어 왔다.
화면이 강하게 흔들린다.
앞길이 캄캄하다.
도망치고 있다.
키라와 메이기의 추격자로부터 도망을 치던 때의 영상이겠지.
정점에 달한 공포로 숨이 막힌다.
동시에, 슬픈 감정으로 가득 차올라 있기도 했다.
분명, 울면서 달리고 있다.
갑자기 화면이 멈추고, 회전한다.
그곳에는 무시무시한 살기에 휩싸인 몇 마리의 고양이들이 무기를 손에 들고 서 있었다.
막다른 곳에 몰렸다.
다시금 화면이 회전한다.
발 아래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나락의 밑바닥이 입을 열고 있다.
불현듯, 공포와 슬픔의 감정이 사라져버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다음 영상이 시작되자,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절망이 가슴으로 밀려들어왔다.
울부짖고 있다.
착란에 빠져 있다.
죽고 싶다.
죽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러한 감정이 화살과도 같이 잇달아 가슴에 꽂혀서, 코노에는 이를 악문다.
순간, 무언가가 화면에 씌워지는 듯이 번쩍인다.
곧바로 인식할 수 없었던 그것은, 계속 보고있는 사이에 무엇인지 파악이 되었다.
그리고, 등줄기가 얼어붙는 감각에 사로잡힌다.
──살 덩어리다.
기묘한 색을 하고서, 그 표면은 미끈미끈하게 젖은 듯한 광택을 띠고 있다.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알 수 없다.
아니, 그 전에 생물체인지조차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움직였다.
팔과 다리인 것일까, 끝이 가느다란 네 개의 뾰족한 끝을 발버둥치는 듯이 움직이고, 살 덩어리는──울었다.
거의 고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몹시도 기괴하게 뭉개진 소리로.
코노에의 마음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절망이 순식간에 부풀어 올라,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아진다.
「……윽! ……, ……」
죽고 싶다.
죽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만으로 머리가 가득 차 미칠 것만 같다.
수런거리며, 혼탁해진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이 살 덩어리가, 아마도──
──다시, 화면이 바뀐다. 이번에는 까만 아이의 모습이 비쳤다.
어딘지 쓸쓸해 보이는 눈동자로 귀를 숙이고서, 꼼짝 않고 서 있다.
아사토다.
이번에는, 방금 전과 같은 커다란 감정의 파도는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에, 어지럽혀진 코노에의 가슴을 온화하게 채워가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지극히 깊고, 커서, 절망까지도 삼켜버릴 정도로 원대한 것이었다.
조금은 외로운, 안타까운, 이 감정은──
「…………」
영상이 끝나고, 코노에는 천천히 눈을 떴다.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자,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아라토와 눈이 마주쳤다.
「괜찮아?」
「아아」
코노에는 손끝에 닿아 있던 꽃잎을 보았다.
그리고, 아사토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아사토」
「……?」
「네 어머니는, 불행한 게 아니셨어」
아사토가 약간 눈을 크게 뜬다.
그 눈동자에 복잡한 빛이 떠오른다.
「……어떻게, 그걸, 알 수 있어」
「……미안. 그 꽃잎의 기억을 읽었어」
「…………」
눈썹을 찡그리고, 눈을 돌리고서 아사토가 입을 다문다. 이유야 어쨌든, 멋대로 기억을 읽은 것이다. 화를 낸다고 해도 당연한 반응이겠지. 코노에는 귀를 숙인다.
「미안」
「……뭐가 보였어」
「여러 가지가. 확실히, 절망도 있었어. 공포도 두려움도 체념도, 정말로 여러 가지를 느꼈어. 그렇지만, 마지막에는……」
그 원대한 감정의 흐름이, 지금도 여전히 또렷하게 가슴에 남아있다. 그것을 확인하듯이, 코노에는 옷의 가슴께를 꼭 움켜쥔다.
「너도, 네 아버지도…… 사랑하고 있었어. 만나서 다행이라고…… 정말로, 다행이라고」
「…………, ……거짓말이다」
한쪽 무릎을 끌어안은 아사토의 손가락에 강하게 힘이 실린다.
「거짓말이다……」
「거짓말이 아냐. ……왜냐면, 그렇기 때문에 네가 지금 여기에 있는 거잖아」
「…………」
무릎에 이마를 내리누르고, 아사토는 입을 다물었다. 어깨가 희미하게 떨리고 있다.
바싹 달라붙듯이, 코노에는 그 어깨에 코끝을 가까이 가져다댔다.
아사토가 움찔 하고 몸을 떨었지만, 상관하지 않고 꾹 내리누른다.
맞닿은 뺨과 어깨, 그곳에서부터 전해지는 어렴풋한 체온을 더듬어 찾는 듯이 눈을 감고서, 코노에는 자그맣게 속삭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사토가 있어서, 다행이야」
「……코노에」
아사토가 몸을 돌리는 기척이 들었다. 고개를 들자, 아사토도 이쪽으로 고개를 내밀어 와서 뺨이 맞닿는다.
약간 그늘을 드리운 감청색의 눈동자가 진지하게 코노에를 바라본다.
「……만약, 내가 변해도, ……곁에 있어줄래」
대답이 돌아오는 것을 막는 것처럼, 아사토는 그 위에 말을 이어나간다.
「만약 내가…… 보기 흉한 것으로 변해버려도, 코노에는 이렇게, 곁에 있어줄 거야?」
코노에는 눈을 가늘게 좁힌다.
「가까이하지 않겠다고 한 건, 그것 때문이야?」
살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그것은 혹시, 아사토의 몸에 무언가가 일어날 것임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전에 멀어지려 한 것이 아닐까.
「전에도 말했잖아. ……무슨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멋대로 포기하고, 멀어지는 건 싫다고. ……곁에 있을게」
아사토는 맞대고 있던 이마를 천천히 떨어트리고, 정면을 향했다.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잠시 동안 서로 말이 없었다. 그저 가만히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란센의 거리를 바라보았다.
아주 조금, 밀착하는 듯이 어깨와 어깨를 맞댄다. 자그마한 온기는, 그럼에도 충분히 따뜻했다.
하늘은 조금씩 밤의 색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차가운 바람이 두 마리의 사이를 빠져나간다. 무의식중에 몸을 떨자, 아사토가 시선을 보내왔다.
「……추워? 슬슬, 돌아가자」
「아아」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선다.
문득 아사토가 어깨 너머로 돌아보고, 코노에를 바라보았다.
의아하게 여기고, 코노에가 시선을 되받는다.
아사토는 갑자기 긴장된 표정을 짓고는 꼬리를 흔들고, 지붕에서 옆쪽의 나무로 뛰어올랐다.
나무에서 자신들이 묵고 있는 방의 창으로 뛰어든다.
아사토가 어째서 그런 얼굴을 했는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채로, 코노에는 약간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그러나, 결코 안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의문을 품으면서, 코노에도 아사토의 뒤를 따라 창으로 들어갔다.
코노에가 방으로 들어가니, 아사토는 바닥에 앉으려 하고 있었다.
일단 자신의 침대로 가려 했지만, 그것도 어쩐지 내키지 않아서, 조금 거리를 두고서 코노에도 아사토의 곁에 앉았다.
연하게 들이비치는 석양이, 방 안을 비추고 있다.
서로 무언가 말하고자 하지만 말을 꺼낼 수 없는, 그런 분위기에서, 코노에는 그저 꼬리 끝을 느릿하게 흔든다.
「……미안해」
자그마한 목소리로, 갑작스레 아사토가 말을 내뱉는다.
「에?」
시선을 돌린다. 아사토는 바닥의 한 점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의미를, 알 수 없었지? 나는 그다지, 말을 잘 하지 못하니까」
어깨를 축 늘어뜨린 그 모습에, 코노에는 뺨의 긴장을 풀었다.
자신보다도 훨씬 몸집이 크고 다부지고 강한데도, 몹시도 자그맣게 움츠러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대답하는 대신에, 코노에는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서투른 말, 서투른 태도. 그렇지만, 정직하게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것이 아사토다.
말은 확실히 마음을 전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다 말로 전해지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알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밖에도 있는 것이라고, 코노에는 생각한다.
볼품 없이 구부러진 꼬리를 움직여, 살며시 아사토의 팔을 쓰다듬었다.
갈색의 피부가, 움찔 하고 떨린다.
꼬리를 또 한 번 움직여서, 곧게 뻗어있는 아사토의 까만 꼬리에 닿게 한다. 느릿하게 한 가닥으로 엮는 듯이 감고서, 꼬리와 꼬리를 밀착시켰다.
「코노에……」
아사토가 코노에를 본다. 그 눈동자에는 채 감추지 못한 놀라움과 망설임이 떠올라 있어서, 코노에는 갑자기 부끄러워져, 고개를 숙였다.
꼬리를 감았던 것은, 코노에 나름대로 마음을 나타내고자 한 것이었다.
코노에라고 해서 결코 말을 잘 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쪽이냐 하면 서투른 쪽인데다, 얼굴을 맞대고 무언가를 말하는 것은 꽤나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그것을 위해, 자신에게 있어 열등감의 덩어리라고도 할 수 있는 꼬리를 굳이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단순히 부끄러운 짓을 하고만 것뿐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자 후회가 밀려들었다. 자기혐오와 수치심에 뺨이 뜨거워진다.
감았던 꼬리를 풀려고 하자, 불현듯 아사토가 양손을 코노에에게로 뻗었다.
「? ……, 우왓……!」
몸이 둥실 뜨는 감각에 당황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침대 위로 올라간 상태였다.
함께 침대 위로 올라온 아사토에게, 머리까지 파묻힐 정도로 꽉 끌어안긴다.
「……윽, 뭘, 하는……」
다부진 팔은 완고해서, 코노에는 아사토의 가슴에 얼굴을 밀어붙이는 꼴이 된다.
숨이 막힌다.
필사적으로 가슴을 밀어내려 하자, 아사토는 번쩍 정신이 든 것처럼 코노에의 어깨를 붙잡고, 자기 쪽에서 떨어트려 놓았다.
축 하고 까만 귀가 숙여지고, 미안한 듯이 얼굴을 돌린다.
「……미안해」
「……괜찮아」
해방되길 기다리며 작게 숨을 내쉰다. 그러나, 어깨를 붙잡은 손은 얼마나 시간이 흘러도 떨어지지 않는다. 의아하게 여기고, 코노에는 아사토를 올려다보았다.
어두운 색의 피부는 잘은 분간할 수 없었지만, 뺨 부근이 희미하게 상기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사토……?」
「……기뻤어, 방금 전」
갈라진 목소리가 울린다. 궁지에 몰린 듯한, 잔뜩 긴장된 목소리이기도 했다.
「곁에 있어주겠다고, 말해줘서. ……그치만, 그러니까, 제대로 듣고 싶어. 괜찮은 거야? 정말로」
「……새삼 말할 것도 없잖아, 그런 거. 안 그랬으면, 난 여기에 없었어」
「널 괴롭게 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그걸 결정하는 건 네가 아니잖아」
잘라 말하고, 코노에는 아사토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짙은 감색의 눈동자는, 그 주인의 심정을 내비치는 듯이 창으로부터 들어온 달빛을 그 안에서 일렁이게 하고 있다.
「괴롭다고 느꼈는지 어떤지, 결정하는 건 나야. 나는, 너랑 함께 있는 게 고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것보다도」
코노에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으면서 말을 잇는다.
「나는 제대로, 네게 힘이 되고 있는 거야……?」
아사토의 눈이 조금 크게 벌어진다.
「당연하지, 그런……」
「그렇지만, 불안해져. 내가 아사토를 위해서라고 생각해서 한 일이, 실은 잘못되었거나 하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는 열심히 노력할 생각이었어도, 전해지지 않으면 전혀 의미가 없어. 그러니까……」
아사토는 분명, 늘 불안하고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겠지. 그렇기에, 갑자기 거리를 두려고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코노에도 마찬가지였다.
믿는다. 믿어 줘. 믿고 싶어.
아무리 말로써 약속했다고 해도,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따위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눈에 보이는 증거를 주는 일도 불가능한데다, 받는 일도 가능하지 않다.
반대로, 말이 없어도 이어져있는 때도 있다.
결국 상대를 「믿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어서, 그렇기에 더욱──불안해지는 것이다. 코노에는 감고 있던 꼬리를 조용히 풀어내고서, 파닥 하고 크게 흔든다.
「나는, 네가 괴로워하지 않게끔 하고 싶어. 내가 할 수 있는 한의 일을 하고 싶어. 네 곁에, 있고 싶어. ……나는, 어떻게 하면 돼?」
「아니야, 코노에, 나는……」
거기서 아사토는 무언가를 참는 듯이 입술을 굳게 다물고, 미간을 찡그리며 질끈 눈을 감았다.
말로 표현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하다. 그런 느낌이 전해져 왔다.
「……아니야, ……제길」
아사토가 작게 혀를 찬다.
「왜 이렇게, 성가신 걸까」
「……에?」
「……말 따위」
낮게 떨어지는, 혼잣말과도 같은 중얼거림.
그 뒤에.
아사토는 돌연 코노에의 어깨를 붙잡고서 끌어당기고──
입술을 겹쳤다.
「……!?」
겹쳤다, 라기보다는 부딪쳤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은, 격렬한 입맞춤이었다.
발정기 때에 주고받았던, 입술을 내리누를 뿐인 서투른 입맞춤과는 다르다.
이대로 먹혀버리고 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아사토는 코노에의 입술을 거세게 빼앗는다.
서로 부딪치는 이가 작게 소리를 낸다.
「……, ……읏, !」
그 어떤 예고도 없이 틀어막힌 호흡이 답답하다.
숨을 이어나가고자 입을 크게 벌리지만, 그 틈마저 메우려 하는 것처럼, 아사토는 깊게 입을 맞추어온다.
뜨거운 혀가 코노에의 입 안으로 침입한다.
찌릿, 하고 꼬리 끝까지 감전되는 듯한 감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혀는 난폭하게 돌아다니며 이빨 끝을 핥고, 이빨의 뒤쪽이고 점막이고 할 것 없이 전부 다 세차게 문질러 간다.
꺼끌한 표면의 융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은 감촉을 주어서, 코노에는 몇 번이고 귀를 떤다.
「……응, ……흣, 응……」
한껏 뒤로 젖혀진 목에서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새어나온다.
혀와 혀가 맞닿자, 아사토는 억제하지 못하겠다는 느낌의 뜨거운 한숨을 흘렸다.
휘감긴 혀에 서로의 타액이 뒤섞여, 입 끝을 따라 흘러내린다.
숨이 막혀서, 갈색의 살갗 위로 무심결에 손톱을 세웠다.
그러나, 아사토의 손톱도 코노에의 어깨로 파고들려 하고 있었다.
그 아픔조차 휩쓸려 내려가 버릴 정도로, 서로 여유가 없었다.
오고 가는 숨과 숨, 입술로부터 퍼부어지는 열정이, 머릿속의 심지에까지 퍼지기 시작한다.
멍하니 녹아들어간다.
놀라움에 곤두서있던 꼬리도, 점차로 다른 의미에서 팽창을 더해갔다.
거친 입맞춤은 기세에 몸을 내맡긴 것이긴 했지만, 코노에의 마음은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고 있었다.
말 따위가 없어도, 알 수 있다.
이것이, 그 내면에 숨겨져 있었던 아사토의 마음──열(熱)인 것이다.
「……읏, 하아, ……」
막혀있던 호흡은 마침내 한계에 이르러, 코노에는 아사토의 등을 쳐서 가까스로 해방된다.
고개를 숙이고, 몇 번이고 크게 가슴을 헐떡이고 숨을 잇는다. 앞머리에, 코노에와 같은 정도로 거친 아사토의 숨이 닿았다.
어깨를 잡은 아사토의 손에 힘이 실려, 코노에는 고개를 든다.
열기가 배인 짙은 감색의 눈동자에 사로잡힌다. 그 순간, 발열했을 때의 일──아사토의 밑에 깔려,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던 때의 일이 떠올랐다.
그러나, 묘하게도 몸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공포도 없다.
어째서일까. 그때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해도, 흐릿해지기 시작한 머리로는 답을 낼 수가 없다.
단 하나 알 수 있는 것은──자신도, 아사토의 몸에 닿고 싶은 마음이라는 것이었다.
아사토에게 닿고 싶다. 그 안쪽에 숨겨진 열에, 닿아보고 싶다.
「한번 더……, 해도 돼?」
「……뭘」
이 상황에서 일일이 물어보는 점이 아사토다워서 조금 웃음이 나온다.
대답하는 대신에, 코노에는 자기쪽에서 살며시 입술을 내리눌렀다.
「……음, ……」
다시금 깊게 입술을 맞댄다. 충동에 내몰린 혀는, 서로의 입 안을 마음껏 맛본다.
아사토는 코노에의 입술이고 혀고 할 것 없이 핥고 빨아올려, 이따금 이를 세우면서, 조금 거친 동작으로 코노에의 윗도리 옷자락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앗」
땀이 배인 손바닥이, 옆구리 부근에 닿는다.
그 감촉이 간지러워서, 코노에는 작게 몸을 떨고, 아사토의 입맞춤으로부터 달아난다.
그럼에도, 아사토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처럼, 코노에의 턱과 목덜미를 문다.
「……응, ……후」
아사토의 혀가 목덜미를 더듬어 올라가, 오싹한 감각이 치밀어 오른다.
그러면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코노에는 침대 위에 쓰러뜨려져 있었다.
아사토의 양손은 힘껏 껴안는 것처럼 코노에의 몸에 닿아, 한쪽 손은 배에서부터, 다른 한쪽은 등에서부터 윗도리를 걷어 올린다.
혀는 쇄골의 움푹 패인 곳을 더듬어간다. 간지러움과 뜨거움 양쪽에 몸을 약간 비틀면서, 코노에는 작게 얕은 한숨을 흘린다.
이제부터 일어날 일에 대한 불안으로, 희미한 초조에 내몰린다. 발정기 때는 영문도 모른 채로 그저 충동에 몸을 내맡겼지만, 지금은 다르다.
시야에 비치는 방의 천장이, 그 사실을 한층 더 강조한다.
바쁘게 옷이 스치는 소리가 이어진다. 윗도리가 풀어헤쳐지고, 코노에는 벌거벗은 상반신을 아사토의 앞에 드러냈다.
「…………」
아사토는 마치 몹시도 소중한 것을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없이 코노에의 몸으로 시선을 쏟는다.
노골적으로 그런 시선을 받자, 수치심을 느낌과 동시에 열등감도 자극이 되었다. 같은 수컷인데도, 자신은 아사토와 몸의 크기가 전혀 다르다.
「……뭐가, 이상해?」
무의식중에 몸을 옆으로 돌려서 감추려 하자, 저지하는 듯이 어깨를 붙잡혔다.
「……코노에, 나는……」
조금 상기된 목소리로, 아사토가 말을 이어나간다.
「……나는, 네 것이 되고 싶어. 키라도, 아무것도 관계 없어. 너만의 것이」
그 말에 어안이 벙벙해져서,
코노에는 그만 멍하니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말았다.
아사토는 정말로──서투르다.
「그런 건, 널 내 것으로 하고 싶어, 라고 말하는 거 아닌가」
「그런 거야?」
「글쎄. ……어쨌든」
코노에는 아사토의 팔에 살며시 손을 댄다.
「아사토는, 내 것이 되어줄 거야?」
「……아아」
똑바로 코노에를 응시하며, 아사토가 끄덕인다.
감청색의 눈동자는 깊은 곳까지 티 없이 맑아서, 코노에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한다.
빨려들어가 버릴 듯이 차분한, 밤하늘과도 같은 눈동자다.
「나는, 코노에의 것이 되고 싶어」
아사토가, 자신의 것이 된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 것인지 생각해보아도, 잘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말 자체가 중하고 소중한 것처럼 느껴졌다.
망설임을 느끼면서도, 코노에는 똑똑히 아사토를 마주보고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를 내는 순간, 심장이 크게 뛰어오른다.
「……그럼, 내 거야」
아사토는 기쁜 듯이 귀를 세우고, 눈을 가늘게 좁히고서 코노에의 가슴께에 이마를 내리눌렀다.
「……아아. 나는, 코노에 거야」
그릉그릉 목을 울리며, 코끝도 뺨도 문질러온다.
아사토의 머리카락이 맨살을 몇 번이고 스쳐서, 간지럽다. 코노에는 무심결에 몸을 비튼다.
「아사토, 머리카락이……, ……앗」
불현듯 축축한 감촉이 들어 숨을 삼킨다. 혀가, 울대뼈 부근을 주륵 핥아 올린다.
뼈의 융기를 즐기는 듯이 세심하게 덧그리고, 혀는 그대로 쇄골을 지나, 가슴으로 내려간다.
저항하려 했지만, 아사토는 코노에의 등이 침대에서 떨어질 정도로 단단히 양팔로 끌어안고, 무심히 혀를 놀린다.
「아, ……응, 하아……」
아직은 부드러운 가슴의 돌기를 핥아져, 무심결에 아사토의 머리카락을 끌어안듯이 느슨하게 움켜쥔다. 그곳은 곧바로 딱딱하게 심을 지니고 뾰족해져, 가볍게 이가 닿자 마비되는 듯한 자극이 스쳤다.
「크읏……, 응……」
아사토는 결코 코노에를 놓아주려 하지 않고, 이번에는 다른 한쪽의 마른 돌기로 혀를 움직여 뾰족하게 만든다.
소리가 새어나올 것 같아서, 코노에는 자신의 입가에 손등을 대고 필사적으로 입술을 다문다.
탐하는 듯이 아사토는 코노에의 양쪽 돌기를 핥고, 빨고, 깨물었다.
이따금 아릿한 아픔이 스쳐, 코노에는 얼굴을 찡그린다. 그러나, 점차로 성급해져가는 아사토의 움직임은 멈출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타액이 가슴에 가느다랗게 투명한 흔적을 남기고, 그것이 몇이고 겹쳐져서 살결을 적셔간다.
정말로 먹혀버리고 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난폭하게, 아사토는 코노에의 피부란 피부는 전부 다 맛본다.
그런 아사토가 약간은 무서웠지만, 그럼에도 당하는 대로만 있는 것도 싫어서, 코노에는 조금 무리하게 얼굴을 들고서 눈앞에 있는 까만 귀에 이를 세웠다.
「……앗」
움직임을 멈출 수는 없었지만, 아사토의 몸이 미미하게 떨렸다. 얇은 피부를 꺼끌한 혀로 핥고, 귀 안쪽으로 혀를 집어넣는다.
그러는 사이에, 자신 안의 흥분도 고조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앗, ……으응, 앗, ……크, 읏……」
의욕이 지나쳤던 행동이련만, 온몸의 이곳저곳을 가볍게 베어 물듯이 깨물리고, 코노에는 그때마다 몸을 떤다.
그러나, 서투른 애무 가운데도 엷은 쾌락이 차츰 스며들어, 몸 안으로 번져간다. 머리는 녹아들듯이 멍해지고, 아무리 억눌러도 상기된 호흡에는 달콤한 목소리가 섞여들었다.
동시에 조금씩 애가 타는 감각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쾌락은 허리에 고여,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하반신의 중심을 선정(煽情)한다.
발정기 때와는 다르다. 이성이 서서히 막다른 곳에 내몰려, 쫓겨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코노에는 약간의 곤혹감을 느낀다.
무릎이 들린 다리의 뒤꿈치로 시트를 문질렀다. 꼬리가 심정을 내보이는 듯이 느릿하게 일렁이며 흔들린다.
「……아, ……읏!」
아사토가 배꼽의 움푹 패인 곳을 핥고, 그곳에 이빨을 찔러 넣는 듯이 해서 깨문다. 욱신 하고, 하반신이 저려온다.
흐트러진 숨이, 땀과 타액으로 축축해진 살결 위로 튄다.
하반신을 감싼 옷이 벌려지고, 거칠게 내려져간다.
「……앗」
같은 성(性)을 가지고 있음에도, 보여지는 것에 저항을 느끼는 것은 역시──심경의 변화 탓일까.
그러나 부끄러워할 새도 없이, 이미 반은 서 있는 민감한 부분에 뜨거운 한숨이 얹힌다. 무의식중에 흠칫 하고 몸을 떠니, 혀가 휘감겨왔다.
「아……! 앗, 크읏……!」
허리로부터 강한 자극이 치밀어 올라와, 코노에는 무릎을 들어 달아나는 것처럼 몸을 비튼다. 그러나, 아사토의 양손이 코노에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서 놓지 않는다.
단단하게 휘어진 열의 뒷면을 뿌리부터 핥아져, 코노에는 솟아오르는 소리를 목 안쪽에서 필사적으로 눌러죽인다.
허리를 붙잡은 아사토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치고, 호소하는 듯이 가볍게 손톱을 세운다.
두려움에 가까운 커다란 불안과, 주어지는 쾌락에 대한 희미한 기대. 그 두가지에 농락당해,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어간다.
「아파…… 읏!」
혼탁한 사고에 날카로운 아픔이 스쳐, 무심결에 얼굴을 찡그린다. 코노에의 열을 혀로 지분거리며, 세게는 아니었지만 아사토가 깨문 것이다.
화가 나는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자기만 수동적으로 당하는 것은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사토에게도 무언가 해주고 싶어서 참을 수 없게 된다.
아사토는 본능이 이끄는 대로 갈구하며, 굶주린 짐승과도 같이 코노에의 몸을 마음껏 탐하고 있다.
그렇다면──같은 행위를 해도 거리낄 것은 없다.
코노에는 팔꿈치를 써서, 몸을 구부리고 조금씩 침대 위에서 이동한다.
「응, ……읏, 응……」
완전히 선 열과 사타구니의 안쪽으로 혀가 훑고 지나가 몸의 힘이 풀릴 것 같은 상태에서도 코노에는 어떻게든 아사토의 하반신으로 얼굴을 돌린다.
땀이 배인 손으로 여러번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옷의 여밈을 풀고, 심지를 가지기 시작한 아사토의 열에 손을 댄다.
손끝이 닿았을 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뜨거운 기운이 느껴져서 손가락을 뗄 뻔했지만, 결국은 머뭇머뭇 꺼내들었다.
당혹감을 느낀 것인지, 아사토는 코노에에게 하던 애무를 멈추고 가느다란 꼬리를 크게 흔들었다.
「……」
작게 중얼거리고, 코노에는 가쁘게 뛰어오르는 고동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 감각을 느끼며, 아사토의 열의 선단을 살며시 핥았다.
「……! 코노에…… 앗」
당황한 기색이 스민 소리를 내고, 아사토가 몸을 일으키려 한다. 그러나, 이제 와서 멈출 생각도 없어서, 코노에는 그 기세 그대로 아사토의 열을 입 안에 머금었다.
「……읏, 으……」
희미하게 배어든 쿠퍼액 방울이 혀끝에 쓰게 스민다. 입에 머금긴 했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 없는 채로, 코노에는 잠시 동안 혀를 천천히 움직였다. 그러나, 갑작스레 강한 자극을 느끼고 크게 몸을 떨었다.
「아, ……핫, ……응, 앗」
아사토도 코노에의 열을 입에 머금고 있었다. 미끈미끈한 점막에 감싸이고, 혀가 살에 휘감긴다, 눈 깜짝할 새에, 빠져들 것만 같은 달콤함이 허리에서부터 샘솟아 오른다.
헐떡이면서, 코노에도 필사적으로 아사토의 열에 달라붙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따위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아사토를 애타게 하고 싶은 마음에 혀를 움직인다.
「응, ……음, ……읏」
아사토도 느끼고 있는 것일가. 입 안의 열이 부피를 더해간다. 코노에에게 주어지는 애무도 조금 난폭해져서, 결국 이가 닿는다.
그러나, 이미 그것을 아프다고 느낄 여유도 없었다. 그리고 코노에도 처음으로 하는 것이었기에, 아무래도 아사토의 살에 이가 닿고 만다.
아픔과 쾌락이 뒤섞인 강렬한 감각이, 온몸을 몇 번이고 휘젓는다. 꼬리는 침착하지 못하게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발이 애타게 시트를 찬다.
무언의 방에, 이따금 흘러나오는 두 한숨과 물소리만이 음란하게 울린다. 줄곧 코노에를 괴롭혔던 수치심도, 지금은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후, ……응, 하……, 하아……」
스륵 하고 입 안에서 타액으로 범벅이 된 열을 꺼낸다. 선단을 가볍게 빨자, 흘러넘치는 것처럼 새로운 투명한 물방울이 스며들었다.
완전히 달아오른 사고로 깊게 생각하는 일도 없이, 코노에는 그곳에 손끝을 댄다.
자그맣게 갈라진 틈에 칠을 하는 듯이 손가락을 움직이니, 한층 더 물방울이 흘러나와, 손가락과 페니스 사이로 실을 만들고 떨어져간다.
아사토의 몸이 희미하게 떨렸다.
「……읏! ……후우, ……」
「……흘러내려」
「……, 코노에……!」
당황한 기색의 목소리가 들려와, 코노에는 작은 만족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런 코노에도 충분히 흥분된 상태였다. 아사토가 보복을 하는 듯이 코노에의 열을 세차게 빨아올린다.
「……아, 읏, ……!」
그 순간 절정에 달할 뻔해져서, 아랫배 부근에 꽉 힘을 주고 참는다.
타액과 쿠퍼액으로 완전히 녹아든 아사토의 열을 뿌리에서부터 핥아 올리고, 다시금 입에 머금고 빨자, 움질 하고 튕기는 듯이 아사토가 허리를 떼었다.
「……그만, 됐어」
다급한 말과 함께, 아사토의 손가락이 다른 장소를 만졌다.
「……!?」
손가락이 닿은 곳은 꼬리의 밑동 아래, 굳게 닫힌 봉오리였다.
실컷 희롱당한 열에서는 타액이라고도 쿠퍼액이라고도 할 수 없는 투명한 액체가 흘러 떨어져, 그 점액질을 이용해 손가락이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그러나, 갑작스런 이물감에 코노에는 조바심을 느끼고, 몸을 빼려했다. 꼬리로 막아내려 해도, 밑동을 문질러서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치워낸다.
그곳에, 미끈미끈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것이 닿는다.
「아…… 읏!?」
미지의 감각에 몸이 움츠러든다. 부드러움과 딱딱함이 동시에 항문으로 침입하려 한다. 혼란스러움에, 코노에는 아사토를 돌아보았다.
커다란 몸이 시야를 가로막아 잘 알 수 없었지만, 필시 아사토는 혀로 봉오리를 더듬으면서, 손가락을 집어넣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위화감이 강해진다. 그러나, 그것을 누그러뜨리는 것처럼 혀가 주위를 핥아 풀어내서, 좋은지 아픈지 분별을 할 수 없게 된다.
「아, ……윽, 싫, 어……, 응, 앗, 하아……」
벗어나려 해도 힘이 들어가지 않아, 코노에는 아사토의 다리에 매달리는 것처럼 가로눕는 수밖에는 없다. 꼬리의 밑동이 떨린다. 외설스러운 소리가 일방적으로 울려퍼져, 귀를 숙이고 눈을 감는다.
아사토의 움직임은 약간 난폭해서, 풀어낸다고 하기보다는 휘저어간다.
스륵 하고 혀와 손가락이 빼내어진다. 코노에는 크게 숨을 흩뜨리며 축 늘어져 몸의 힘을 뺐다.
그러나, 아사토는 옆쪽을 향하고 있던 코노에의 몸을 위로 향하게 하고는, 걸치고 있던 옷을 전부 벗고, 코노에의 허벅다리를 좌우로 가르는 듯이 해서 자신의 몸을 그 위로 덮어왔다.
「……코노에」
코노에의 몸에 걸쳐져있던 옷을 벗기며, 아사토가 그 귓가에서 낮게 이름을 속삭인다.
감고 있던 눈꺼풀을 희미하게 뜨자, 아낌없이 다 드러난 갈색의 피부가 눈으로 들어왔다. 매끈한 근육은 음영 탓인지, 융기가 한층 더 도드라져 보인다.
그리고, 다음으로 시선에 비친 것은, 보고 있는 코노에 쪽이 아파올 정도로 새까맣게 새겨진 목 부근의 반점이었다.
안개가 낀 듯 자욱이 흐려진 사고에도 그 반점은 선명하게 박혀와, 코노에는 무심코 손을 뻗었다.
손끝으로 반점이 떠오른 얇은 피부를 더듬어, 어루만진다. 아사토의 목을 끌어안고, 반점에 입술을 겹쳤다.
살며시 얼굴을 떼니, 아사토는 두 눈을 가늘게 좁히고 가만히 코노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빛과는 반대로 굶주림을 참아내는 듯이, 천천히 목의 울대뼈를 아래에서 위로 움직였다. 낮은 신음과도 같은 숨이 희미하게 새어나온다.
「……원해」
갈라진 목소리로 말을 뱉고, 아사토는 코노에의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코노에를, 전부…… 원해」
「……읏, ……!」
야성을 품은 속삭임과 동시에, 목덜미에 날카로운 아픔이 스쳤다. 서서히 이빨이 파고들어, 코노에는 숨을 멈춘다. 거의 동시에 봉오리가 손가락으로 열리고, 그곳에 열이 들이밀어진다.
열은, 곧바로 그 선단을 안쪽으로 넣으려 했다.
「아, ……윽, 앗, 아……!」
꿰뚫리는 듯한 아픔이, 몸의 중앙을 관통한다.
의지할 무언가가 필요해서, 코노에는 아사토의 어깨에 매달려, 날카롭게 손톱을 세웠다.
지금껏 느껴본 적이 없는 이물감과 아픔이, 풀어냈다고는 하지만 닫혀진 살을 꽉 메워간다.
경련하는 듯이 몸이 크게 흔들리고, 뒤로 젖혀진 목이 움찔 하고 떨린다.
굳게 닫은 눈꺼풀의 안쪽, 힘차게 튀어오르는 적과 흑의 명멸과 귀울음, 그리고──어깨에 부드러운 감촉.
코노에의 안으로 들어가려 하면서, 아사토는 방금 전 깨물었던 코노에의 어깨를 몇 번이고 핥고 있었다.
때때로 목덜미에서 뺨까지도 핥아 올린다.
분명, 아사토 나름대로 달래줄 생각인 것이겠지. 그렇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정성스러운 애무에, 코노에는 희미하게 눈을 뜨고, 아사토의 어깨에 이마를 가져다대었다.
숨을 들이마신다.
팔에 힘을 실어, 강하게 아사토의 몸을 끌어안는다.
아사토의 체취 가운데, 어렴풋이 꽃 향기가 풍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질 하고 미미한 현기증을 느낀다.
「……응, ……크읏, 아……」
꾸욱, 하고 강하게 밀어 넣어지는 느낌이 들어 얼굴을 찡그렸지만, 아무래도 그것으로 전부 메워진 듯했다.
아사토가 작게 숨을 내뱉는다.
코노에도, 가슴에 고여있던 숨을 깊게 내쉬었다.
「……코노에」
혼잣말을 하는 듯이 이름을 부르고, 아사토의 혀가 코노에의 뺨 위를 기어간다.
부드럽게 몇 번이고 핥으면서, 아사토가 천천히 허리를 흔든다.
「……으응, ……크윽, 흐읏……」
삐걱 하고 살이 어긋나는 소리가, 몸 안에 들어차 울려퍼진다. 한계까지 벌려진 점막은, 거세게 흥분한 아사토의 열이 움직이자 그에 끌려간다.
여전히 강한 이물감과 아픔에 시달리며, 코노에는 신음했다. 방금 전까지 우뚝 솟아있었던 하반신의 열도, 지금은 시들기 시작하고 있다.
처음엔 느릿했던 진동이, 점차로 격렬함을 더해간다.
고통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뒤흔들려, 코노에는 얼굴을 찡그린다.
「……하아, ……응, 앗……」
그러나, 그럼에도 참아냈다.
아사토도 분명, 자신과 똑같은 정도로 여유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예를 들면 겹쳐진 살결과 살결의 온도. 두꺼운 팔은 코노에를 강하게 꽉 끌어안고서, 전신으로 마음을 부딪쳐온다.
몹시도 서투르고 요령 없는 연결 방식다.
그래도, 아사토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하고 있는 것임을 알기에,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가득 차올라있었다.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이렇게 온도를 나누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코노에는 머릿속 한편으로 어렴풋이 그런 생각을 한다.
그렇기에, 자신도 아사토에게 있는 힘껏 매달린다.
손톱이 피부를 상처입힐지도 모른다. 아픔을 참아내기 위해서, 이빨로 살갗을 물어뜯고 말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라도 아사토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허용하고 싶은 것이라고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상처는──자신의 흔적이 되기도 하겠지.
아사토에게 자신을 새겨 넣는다.
「후……, 으응, ……앗」
진동에 맞추어 시야도 사고도 흔들거린다. 땀이 배인 살결이 부딪칠 때마다 축축한 소리를 파열시키며, 아사토의 열이 도려내는 것처럼 연한 살로 이루어진 내벽을 달군다.
몇 번이고 꿰뚫리는 동안에, 뻣뻣하게 굳어있던 안쪽이 문질러져서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찢어지는 듯한 아픔 속에서 아주 조금, 무언가 이전과는 다른 감각이 꿈틀거린다.
아사토는 코노에의 목과 가슴으로 혀를 놀리고, 이를 세우며 코노에를 꿰뚫었다.
다시 딱딱하게 심지를 가지기 시작한 코노에의 열에, 아사토의 손가락이 휘감긴다. 숙달되지 않은 난폭한 애무는, 그럼에도 달콤한 감각의 파도를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했다.
「아, ……앗, ……응, ……흐읏!」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한 쾌락에, 코노에는 목을 뒤로 젖히고 작게 떤다.
아픔과 뒤섞여서,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잘 알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고통을 참으면서 냈던 한숨에도 희미한 달콤함이 배어 나온다.
아사토의 허리가 저돌적으로 부딪쳐 와 몸도 마음도 혼탁해진 가운데, 돌연 오싹 하고 강렬한 새하얀 감각이 빠르게 지나갔다.
「……!? ……윽, 하앗, 아……」
무의식중에 숨을 삼키고, 희미하게 눈을 크게 뜨고서 아사토의 어깨에 매달린다.
귀 바로 가까이에서 심장이 두근두근 맥박을 치는 소리가 크게 울린다.
그 위로 연거푸 쳐 올려져서, 몇 번인가 똑같은 감각이 스친다.
꼬리의 털이 두둥실 부풀어오르고, 코노에는 아사토의 어깨고 등이고 할 것 없이 손톱을 세웠다.
「……코노에?」
갑자기 털을 곤두세운 코노에를 의아하게 여긴 것인지, 아사토가 움직임을 멈추고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 표정에 약간 가슴이 철렁한다.
땀이 스며든 갈색의 피부는 엷은 윤기를 띠고, 감청색의 눈동자에는 난폭한 열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 탓인지 다른 고양이처럼 느껴져서, 코노에는 그만 아사토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왜 그래?」
그렇게 속삭이며, 아사토는 참을 수 없다는 느낌으로 눈을 가늘게 좁히고 숨을 내쉬고, 느릿느릿 허리를 흔들기 시작한다.
「……잠깐, 기다, ……으응」
저지하는 목소리가 신음으로 바뀌자, 아사토의 눈동자에 거친 욕정이 스친다.
진동은 점차로 강해져 간다. 방금 전 불가사의한 감각을 느꼈던 장소를 찔려서, 코노에는 무의식중에 몸을 뻣뻣이 굳혔다.
「앗, 아……!」
한층 더 큰 소리가 흘러나와, 서둘러 입을 막는다.
수치심에 뺨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아사토에게로 시선을 돌리니, 조금 놀란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처럼 같은 장소를 자극받고, 코노에는 흠칫 하고 몸을 흔든다.
묘했다.
줄곧 아픔과 이물감에 시달렸을 터인데, 어느 사이엔가 코노에의 열은 꿀과도 같은 쿠퍼액을 뚝뚝 흘릴 정도로 흥분되어 있었다.
「……코노에」
무언가를 확신한 것일까, 아사토의 표정에 맹렬함이 되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같은 장소를 강하게 쳐 올렸다.
「……으응, ……앗」
「……기분 좋아?」
「모르겠, ……흐읏, 응, ……」
뒤흔들려, 말은 도중에 달콤한 한숨이 되어 목소리에 녹아든다.
그러나, 정말로 자기 자신의 감각을 알 수 없었다. 위장의 밑바닥이 건져 올려지는 듯한 부유감과도 비슷하게, 강렬한 달콤함이 번져간다.
너무나도 강렬해서, 어질어질하다.
열기와 욕망이 뒤엉킨 목소리로, 아사토가 코노에의 목에 덤벼들어 문다.
그 자극마저 기분 좋아서, 코노에는 떨리는 한숨을 내뱉는다.
「……앗, 응, ……하앗, 흐읏…… 응」
소리만은 아무리 해도 눌러죽일 수 없다.
입술을 굳게 다물어도 목이 울리거나, 무의식중에 입술 사이로 생각지도 못한 신음이 흘러나오고 만다.
여하튼 필사적으로 아사토의 어깨에 이마를 내리누른다.
아사토는 코노에의 허리를 단단히 떠받치고, 느끼는 곳을 좀 더 깊게 도려내는 듯이 꿰뚫는다.
두 마리의 배 사이에 솟아있던 코노에의 열은, 그 김에 문질러져서 물방울을 흥건히 흘리면서 더 높은 곳으로 몰려간다.
너무나도 격렬한 감각에 휩쓸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오로지 소리를 내며, 몸을 맡기는 수밖에는 없다.
어깨에 매달려오는 코노에의 팔 한쪽을 아사토가 살며시 잡고서, 손목에서부터 손바닥을 향해 핥아 올린다.
「응, ……으응, 앗……, ……!」
손가락이 하나씩 핥아지고 빨아올려져, 이빨로 부드럽게 깨물린다. 느슨한 자극도 전부 허리로 떨어져내린다.
그러면서, 아사토는 한계를 향해 코노에를 내몰아간다.
반복해서 꿰뚫려, 몸 안쪽이 뜨겁게 저린다.
그럼에도 쾌락은 바닥이 없는 것처럼 솟아나와서, 지나치게 느낀 나머지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흐느끼는 듯한 호흡과 함께, 코노에는 헐떡인다. 아사토의 손이 팽팽하게 긴장된 코노에의 열을 붙잡고, 강하게 훑는다.
순간, 막혀있었던 무언가가 흘러넘치는 것처럼, 급속도로 몰아쳐졌다.
「앗! ……아, 이제……, 아사토…… 흐읏」
아사토는 코노에를 양팔로 힘주어 끌어안고, 코노에의 가슴에 얼굴을 가져다대고서 강하게 코노에를 밀어붙인다.
참을 수 없어서, 코노에는 아사토의 어깨를 물고 늘어졌다.
힘을 조절하는 것 따위는 불가능한 상태로 이빨을 세게 찔러넣는다.
어두운 색의 피부가 희미하게 경련하고, 서서히 피 맛이 번졌다.
숨이 멎을 듯한 정도로 커다란 파동이, 코노에의 몸 안을 휩쓸어간다.
「……응, 앗, ……크읏, ……아아, 으응, ……아앗!」
머릿속에서 하얀 빛이 튀고, 기포와도 같이 흩어졌다.
움찔 하고 침대에서 등을 떼고서, 코노에는 완전히 흥분한 열에서 욕망을 토해냈다.
반동으로 안쪽의 점막이 아사토를 세차게 조인다.
「……아, ……으읏」
작게 신음하고, 아사토가 더욱더 허리를 몰아붙인다.
몇 번의 진동 뒤, 아사토는 몸을 떨고서 한층 더 강하게 코노에를 꿰뚫고, 그 깊숙한 곳으로 백탁의 액체를 쏟아냈다.
「……아, ……」
격렬한 쾌락의 여운에 흐릿해진 사고의 가운데, 몸 안으로 따뜻한 것이 내뿜어지는 것을 느끼고 코노에는 작게 소리를 냈다.
그대로, 천천히 힘을 빼고 눈을 감는다.
몇 번이고 내뱉어지는 흐트러진 호흡이 귀에 울리고, 그것들이 엷은 빛이 되어 눈꺼풀 안쪽의 어둠에 떠오르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아사토의 무게가 조용히 포개어져온다.
가쁜 숨에 가슴을 헐떡이면서도 받아들이고, 코노에는 기분 좋은 권태감이 온몸으로 퍼져가는 것을 느꼈다.
축축한 공기가 침대에 누운 두 마리를 부드럽게 감싼다.
코노에는 양팔을 다시 아사토의 등에 두르고, 그곳에 깊게 새겨진 흉터를 손끝으로 살며시 더듬었다.
「……윽」
아사토의 몸이 희미하게 흔들린다. 그러나 거부하는 일 없이, 아사토는 코노에의 손가락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이 상처가 어떤 경위로 생겨난 것인지는 모른다. 물어보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아마도 키라에서 금기의 자식 취급을 받았던 결과인 것이리라 추측한다.
시간이 흘러, 피부의 표면이 아무리 상처를 덮어간다고 해도, 마음에 남겨진 상처까지는 덮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그저 닿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손가락을 뻗었다.
포개어진 가슴과 가슴, 어느 쪽의 것이라고도 할 수 없는 빠른 고동이 뒤섞여, 녹아든다.
잠시 동안 그렇게 나른한 시간에 젖어 있다가, 이윽고 아사토가 몸을 일으키고, 코노에 안에 남겨진 채였던 열을 빼냈다.
「……, ……」
독특한 감각에 코노에는 작게 숨을 죽이고, 곧바로 느릿하게 내뱉는다.
아사토는 코노에의 곁에 누워, 몸의 힘이 빠진 듯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이내 시선을 코노에에게로 옮기고, 눈을 가늘게 좁히고서 응시한다.
「……이런 저런 얼굴의, 코노에를 봤어」
「……윽!」
어렴풋한 여운이 한 순간에 날아가버릴 정도의 수치심에 내몰려, 코노에는 아사토에게서 얼굴을 돌렸다. 뺨에 피가 모인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도, 자신의 것이 아닌 듯한 목소리와 갖가지 추태가 머릿속에서 멋대로 재생되어서, 혼란에 빠진다.
아사토를 노려보려 했던 참에, 등에서부터 살며시 끌어안겼다.
어깨 위로, 낮은 목소리가 작게 속삭인다.
「기뻤어. 그랬더니, 좀 더, 좀 더…… 나는, 코노에의 것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
그 목소리는 진지함 그 자체라, 코노에는 결국 화를 자그마한 한숨으로 바꾸어 내뱉었다.
허리에 감긴 손에, 자신의 손을 겹친다.
땀이 식은 피부는 열기가 가셨음에도 희미하게 촉촉함을 머금고 있어서, 딱 알맞은 밀착감을 느낀다.
아사토의 꼬리가 스륵 하고 미끄러지는 듯이 움직여 코노에의 꼬리를 느슨하게 휘감는다.
몸을 끌어안는 아사토의 팔에 가볍게 힘이 실리고, 커다란 손바닥이 코노에의 복부에 바싹 닿았다.
「이 주변이, 따뜻해. ……처음이야, 이런 거」
더듬어 찾는 것처럼, 코노에는 아사토의 손바닥이 닿아있는 부분으로 의식을 집중시킨다.
천천히 눈을 감으니 그곳에서부터 온도가 흘러들어와, 마음이 차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기분 좋은 피로감으로부터 졸음도 밀려와, 느슨한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자, 아사토가 작게 신음했다.
「……윽」
「……왜 그래?」
「……등이」
순간 왜 그러는 것인지 생각해보았지만 곧바로 짐작이 미쳐, 코노에는 팔꿈치로 몸을 일으키고 아사토의 어깨를 보았다.
갈색 피부 이곳저곳에 드문드문, 베인 상처와 깨물린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정신 없이 매달렸으니, 그 때문이다.
다시금 맹렬한 수치심에 내몰려, 코노에는 미안한 마음에 웅크리는 듯이 원래의 자세로 돌아간다.
부끄럽다. 이성을 잃는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신의 등에서 따끔거리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아픔에 가벼운 열기도 더해진다. 놀라서 돌아보니, 아사토가 귀를 숙이고 코노에의 등을 핡고 있었다.
「코노에도, 아프지. ……미안해」
자신으로선 볼 수 없지만, 틀림 없이…… 코노에의 어깨와 등에도 아사토의 그것과 똑같은 상처가 흩어져 있는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 우스워졌다.
「피차일반이잖아. ……이제 됐어. 자자」
창으로부터 엿보이는 하늘은 이미 어두워진 상태로, 음의 달의 빛이 조심스럽게 창으로 들어온다.
다시금 아사토가 코노에를 등 뒤에서 끌어안는다. 부끄러움이 꼬리를 붙잡아, 코노에는 몸을 떼어내려 약간 바둥댔지만, 결국 순순히 팔 안으로 들어갔다.
쑥스러움을 숨기려, 손등을 핥아 귀의 털다듬기를 한다.털다듬기를 끝냈을 때, 희미하게 웃는 기척이 들었다.
의아하게 여기고 뒤를 돌아보자, 아사토가 입가를 약간 느슨하게 풀고 있었다.
「……?」
「……귀, 뒤집혔어」
「!」
허둥지둥 귀를 만져본다.
안쪽을 만졌을 때, 기세가 넘쳐 그대로 젖혀지고 만 것 같았다. 눈치채지 못했다.
고치려고 하자 귀에 날숨이 닿고, 젖혀졌던 것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감각이 들었다.
아사토가 귀 끝을 입술로 가볍게 잡아당겨준 듯했다.
등 너머로, 그릉그릉 하고 목을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밀착되어 있기에, 몸 안쪽에까지 울려퍼지는 것 같았다.
본격적인 졸음이 덮쳐와,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나는, 네 거야」
다정한 온기 가운데, 어렴풋한 속삭임이 들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반은 잠에 휩쓸린 상태여서, 확인할 새도 없이 코노에의 의식은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