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
※ 번역 초고입니다.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발견하시면 아낌없이 지적해주세요.
물건의 과거를 공유할 때 느끼는, 독특한 압박감.
영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동굴과도 같은 뇌리 속에 기억이 비친다.
──고양이. 고양이가 있다.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일까.
얼굴은 보이지 않는데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어째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노래하는 고양이의 등 뒤에는, 수많은 고양이가 숭배하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정연하게 늘어서 있다.
바로 옆에 커다란 깃발이 있다.
그 위에 그려진 것은, 저것은──「암동」 축제 때 본 적이 있다.
확실히 란센의 문장이 아닌가.
그 곁에, 커다란 의자에 풍채가 좋은 고양이가 당당하게 앉아있다.
정황에서 미루어 보면, 란센의 영주인 것일까.
현재의 영주인지, 과거의 누군가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옆에서 노래하고 있는 고양이는──
상황을 채 다 파악하지 못한 사이에, 갑자기 영상이 다음 장면으로 바뀐다.
영상 전체의 톤이 어두워졌다.
바위 뒤에서 엿보고 있는 듯한 시점이다.
전방의, 조금 떨어진 곳에 고양이가 서 있다.
이곳은 동굴 속인 것일까? 아니면 깊은 숲 속일까.
주위가 너무 어두워서 잘 알 수 없다.
서 있는 고양이는 까맣고 기다란 천을 두르고 있고, 이쪽에 등을 돌리고 있다.
보다 깊은 곳에, 커다란 그림자가 있었다.
마치 카로우에서 올려다보는 밤의 숲과도 같은, 칠흑의 그림자다.
고양이의 그림자인 것일까 했지만, 아니었다.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나도 크고, 자유자재로 느릿한 신축을 반복한다.
그림자 그 자체에 의지가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저 보고있을 뿐인데도, 어째선지 눈을 돌리고 싶어진다.
발산되는 것은 사악한 파동과 위압.
그림자는, 붉다고도 푸르다고도 할 수 없는 불꽃을 흩날리며 우두커니 서 있는 고양이에게 접촉한다.
두근.
마치 영상 그 자체가 고동을 치는 듯이, 크게 흔들렸다.
이 영상을 보고 있는 자, 반지 주인의 고동일까.
그렇다면──아버지?
공포, 불안, 후회, 슬픔.
말하고 싶은데도, 말할 수 없다.
멈추고 싶은데도──멈출 수 없다.
그런 안타까운 마음이 흘러들어왔다.
어떻게 된 일인 것일까.
코노에는 당황한다.
그림자는, 그곳에 서 있는 고양이를 삼켜버리기라도 할 듯이 커다랗게 펼쳐져, 천천히 덮어간다.
고양이가 양팔을 벌렸다. 도망치려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받아들이는 것인가.
그때, 불현듯 무언가가 번쩍였다. 직감했다. 저 몸짓, 뒷모습. 설마──
……리크스?
돌연, 영상이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좀 전부터 계속해서 느꼈던 안타까움이 강해지고, 진동도 심해진다.
보고있을 수 없어져서, 코노에는 영상을 차단한다.
눈꺼풀 안쪽에서 불꽃 같은 빛이 튀었다.
「……윽!」
깊숙이 잠수했던 물속에서 끌어올려진 것처럼, 코노에는 크게 헐떡이고 눈을 떴다.
호흡이 무절제해져서, 한 순간 숨을 참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
멍하니 있자, 얼굴을 들여다보는 아사토와 눈이 마주쳤다.
「괜찮아?」
아사토의 질문에, 정지하고 있었던 사고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선을 손으로 돌린다. 반지는 지면에 떨어져 있었다.
서서히 스며드는 듯이 생각해 낸다. 공유했던 반지의 과거를. 그리고──
그 고양이는, 정말로 리크스였던 것일까.
「……아, ……」
코노에는 다시 아사토 쪽을 향하고, 본 그대로 느낀 그대로의 것을 이야기했다.
결국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홀로 남겨진 듯한 애절함만이 남아, 조금 괴로웠다.
아사토는 미동도 하지 않고, 코노에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없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코노에가 이야기를 마치고도 잠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좌우로 바쁘게 꼬리를 흔들고는, 이윽고 입을 열었다.
「란센의 문장, 영주 고양이……」
「아마도, 노래하고 있었던 건 아버지가 아닐까 싶어」
「코노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아사토도?」
아사토가 작게 끄덕인다.
「이 반지는 아버지 것인데다, 그리고 아버지는 노래를 좋아하셨다고 어머니께서 항상 말씀하셨어」
「코노에의 아버지는 분명, 찬아였을 거야」
「……에?」
생각지도 못한 말에, 코노에는 귀를 세우고 놀란다. 아사토는 티 없는 감청색의 눈동자로, 가만히 코노에를 보고 있다.
「란센의 영주가 있었다면, 분명 강한 찬아였을 거야. 그러니까 코노에도, 찬아인 거야」
아버지도──찬아였다.
처음 듣는 이야기다. 어머니는 그런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고, 혹은 아이에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어머니가 판단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코노에는 희미한 고양감을 느낀다.
아사토의 말에는, 역시 묘한 설득력이 있다.
또 하나의 영상에 대해서도, 아사토라면 알 수 있을까.
「그 다음 건. 검은 그림자랑, 고양이가 나오는」
「그건……」
아사토는 거기서 말을 멈추고, 눈을 돌렸다.
필시, 무언가 감지한 것이다. 코노에의 기대는 더욱더 높아진다.
「가르쳐 줘」
「확실하게는 모르겠어」
「그래도 괜찮아」
「……리크스. 그리고, ……거대한 어둠. 사악한 존재. 코노에의 이야기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어」
그 고양이가, 리크스.
그렇다고 한다면──아버지는 리크스와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 되지 않는가.
설마, 어째서.
어디에도 접점을 찾아낼 수가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코노에는 희미하게 동요한다.
뱃속을 기어다니는, 어렴풋한 예감이 있었다.
그것은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할 수 없는 것으로, 가능한 한 눈을 돌린 채로 있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알아차리고 싶지 않다. 또 하나의 자신이 외치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가 있는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실이 몇 개고 이끌려, 서로 얽혀 있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가, 리크스와 연관이 있다니, ……그런 거, 싫어」
고개를 떨구고 작게 중얼거린다. 마음속의 본심이었다.
얼굴도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존경하고 사랑하고 있다.
불안과 당혹이 응축되어, 지나치게 생각을 많이 한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코노에는 땅에 덜어진 반지를 살며시 주워들고 자루에 담아, 품속에 집어넣었다.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나기라도 하는 듯이 발치에서부터 냉기가 치밀어 오른다. 춥다.
무릎에 뺨을 내리누르고, 눈을 감았다.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몸도 마음도 마모되어 있었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슬퍼하거나 분노하거나 하고 싶지 않다.
「……코노에」
아사토의 목소리에 눈을 뜬다.
아사토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코노에도 똑같이 얼굴을 위로 향하고는 놀란다.
「……눈이다」
새까만 하늘에서 솟아나오는 듯이, 하얗게 둥실거리는 작은 덩어리가 흩날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마에 닿는다. 차갑다.
「노래대로 되었어」
「에?」
「두 개의 달에 관한 노래……. 달의, 눈물이다」
그러고 보니──
초목도 얼어붙는 겨울날에, 달은 서로를 그리워 해 눈물을 흘리고, 눈물은 겹쳐져 세계로 녹아들어, 눈이 붓도록 온 눈물을 다 쏟아낸 후에, 붉게 물들어 하나가 된다,
만약 눈이라는 해석이 틀리지 않다면, 이것은 불길한 징조가 되는 것인가.
──「최후의 때」가 임박했다는 것인가.
불현듯 희미한 긴장이 몸을 스친다.
아사토도 자신도, 그리고 이 세계도, 그 모든 것에 있어 「최후」가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지금은 어찌 할 방도가 없다.
훨훨 내리는 눈을 올려다본다.
이대로 계속해서 내리고 쌓여서, 시사 전체를 하얗게 물들여버리면 좋겠다.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부 다 새하얗게 되어버리면, 분명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된다.
마비될 것 같은 추위에, 부들부들, 하고 몸체에서 귀 끝까지 떨린다.
「추워?」
「……괜찮아」
하늘을 향한 채로 대답한다. 어깨에 툭, 하고 무언가가 닿았다.
아사토가 몸을 가까이 대왔다.
바로 가까이로 아사코의 얼굴이 다가와, 코노에는 조금 놀란다. 호흡이 희미하게 들떴다.
동이 트기 전의 하늘과도 같은 깊고 고요한 색의 눈동자가, 걱정하는 듯이 코노에를 바라본다.
「무섭지는, 않아?」
질문을 받고 깨닫는다.
아사토의 몸이 닿는 것을,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전처럼 공포에 내몰리는 일은 없다.
코노에가 작게 끄덕이자, 아사토는 안심한 듯이 미소를 띠었다.
「다행이다. 곁에 있으면, 따뜻해지니까」
까맣고 가느다란 꼬리가 빙그르르 코노에의 몸에 휘감긴다.
그리고, 다부진 팔이 코노에의 어깨를 살며시 끌어안는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굳혔지만, 겹쳐진 가슴의 온도는 확실히 따뜻해서, 코노에는 몸에서 힘을 뺐다.
아사토가 코노에의 어깨에 코끝을 내리누르고, 아주 작게 목을 울린다.
어리광을 부리는 몸짓이었다.
그럼에도, 어째선지 코노에 쪽이 보호를 받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약해져있는 탓인지도 모른다…… 마음이.
하얀 눈이 꽃잎처럼 하늘하늘 떨어져내린다.
그것은 마치 그 꽃밭과도 같아서, 살포시 꽃향기가 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사토의 어깨 너머로 어두운 나무숲을 멍하니 바라본다.
눈이 흩날리는 모습은 어딘가 쓸쓸하고, 그리고──카로우의 광경을 떠올리게 했다.
아무것도 없게 되어버린, 고향 마을.
문득, 코 안쪽이 찡하고 뜨거워졌다.
이상했다.
마을의 참상을 눈으로 보았을 때는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감정이 파도치기 시작했다.
결코 좋아하지 않았다.
증오에 가까운 감정마저 품었을 때가 있었다. 그럼에도 역시 슬픈 것은──고향이기 때문이겠지.
얼마나 싫어했어도, 잃어버리는 것은 괴로웠다.
눈 안쪽이 뜨거워지고, 시야가 흔들린다.
그런 코노에의 상태를 알아서인지 몰라서인지, 아사토는 코노에를 끌어안은 팔에 살며시 힘을 주고서, 귓가에 조용히 말을 풀어놓았다.
「코노에…… 보고 싶었어」
「…………」
그 순간, 그때까지 참고 있었던 눈물이 마침내 흘러내렸다.
생각지 못한 다정함에 맞닿아 흘러넘친 감정은 멈출 줄을 모르고, 잇달아 밀려들어온다.
눈물을 흘리면서, 동시에 아사토와의 사이에 느껴졌던 벽이 녹아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슬퍼?」
「……흑, ……」
조금 당황한 듯이, 아사토가 얼굴을 들여다본다.
오열 탓에 말이 나오지 않는 채로, 코노에는 좌우로 고개를 젓는다.
굳게 눈을 감고 어떻게든 눈물을 멈춰보고자 한다. 뺨에 따뜻한 감촉이 닿았다.
눈을 뜬다. 뺨을 흐르는 눈물을, 아사토가 혀로 더듬어 가는 듯이 핥았다.
「울지 마」
아사토 나름대로 마음을 써주고 있는 것이겠지.
코노에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넘쳐흘러서 멈추지 않는 눈물을 핥아내려 한다.
그 필사적인 태도가 오히려 더 아리게 다가와서, 코노에는 점점 더 울고 싶어졌다.
괴로웠다. 분하고, 슬펐다.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분명, 이 슬픔을 넘어설 수 있다.
아사토가 곁에 있어주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사토가 있어주어서, 다행이다.
숲의 한쪽 구석에서 자그마한 슬픔을 치유하며, 하늘은 조금씩 동틀 녘의 색으로 변해갔다.
눈은 한밤중을 지나서까지 계속해서 내렸던 것 같지만, 양의 달이 떠오르기 시작할 즈음에는 그쳐있는 상태였다.
눈을 뜨자, 어렴풋한 빛이 시야로 들어왔다.
순간, 란센의 여관방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지만, 몸에 스며드는 듯한 추위에 바깥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낸다.
그랬다.
카로우로 가서, 그리고 숲 속에서 하룻밤을……
잠이 덜 깬 머리로 조금씩 기억을 더듬어가는 동안에, 문득 지금 자신의 자세가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엎드린 채로 누워 있다.
그렇지만, 지면에 배를 깔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뜻했다.
시야에 까만 천이 들어온다. 얼굴을 들자, 깊은 청색의 눈동자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어났어?」
「……!」
상황을 파악한 코노에는 허둥지둥 몸을 일으켰다.
엎드리고 있었던 곳은, 아사토의 무릎 위였다.
하룻밤 내내 그 상태로 있었던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자 미안함에 부끄러움에, 뺨에서부터 귀까지 단숨에 뜨거워진다.
조금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거리며, 코노에는 아사토의 옆쪽에 고쳐 앉는다.
「……미안」
「왜 사과하는 거야?」
「아니, 그치만……」
「곤히 자고 있었어」
「…………」
자는 얼굴을 보고 있었던 걸까.
더욱더 부끄러워져서, 코노에는 조금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숨을 내뱉었다.
꼬리로 아사토의 팔을 은근슬쩍 툭 친다.
아사토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어리둥절하게 코노에를 보고 있다.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보고 있기에 조마조마한 구석이 있는 주제에, 이럴 때는 묘하게 당당하니 같이 있으면 이쪽의 나사가 풀려버린다.
곁눈으로 가볍게 쏘아보니, 아사토는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란센으로 돌아간다」
퉁명스럽게 말하고 일어선다. 뒤에서부터 따라오는 아사토의 발소리를 들으며, 코노에는 란센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숲 속, 때때로 나뭇가지 끝에 작게 쌓인 눈은 보였지만, 결국 그 일대를 백색으로 완전히 메울 정도는 되지 않았다.
아침의 공기는 마비될 듯이 차가워서, 들이마시면 폐가 얼어붙어버리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 정도로 맑기도 해서, 기분이 좋다.
코노에는 고개를 숙이고, 이따금 눈가를 손으로 내리누르며 걷고 있었다.
오랜만에 운 탓에 머리와 안구 안쪽이 무겁다. 그렇다고 하기보다는 뜨겁다.
그렇지만, 폭발할 것 같았던 감정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린 것인지, 가슴속은 얼마간 상쾌해져 있었다.
나란히 곁에 서서 걷는 아사토에게, 눈치채이지 않을 정도의 시선을 곁눈으로 보낸다.
아사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아직 잘 알 수 없었지만, 어제까지의 어색한 공기는 엷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째서일까 하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답을 찾아내자는 생각도, 물어볼 생각도 그리 들지 않았다.
말은 의지를 전하는 데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것이지만, 말이 있으면 다 되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서로 아직 말로는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라고 코노에는 생각한다.
말로서 입 밖에 내는 것이 가능해지는 때, 분명 무언가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벽은, 사실은 서로가 자기 좋을 대로 만든 것이니, 무너뜨릴 방법도 서로의 안에 있는지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란센으로 진입하자,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주위로 시선을 돌린다.
평소에는 흘러나오는 대로 큰길 위에 넘쳐흐르던 고양이들의 표정이, 기분 탓인지 경직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큰길로 나아가는 중에, 길의 가장자리에 앉아있는 고양이나, 몹시도 발걸음이 불안정한 고양이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의아하게 여기고 있자, 바로 옆에서 크게 소리치는 소리가 울렸다.
시선을 돌린다.
웅성거리며 흐트러져 있는 고양이들의 틈으로, 공포에 얼굴이 굳어진 고양이가 보였다.
한쪽 팔을 손으로 잡으며 무너지듯이 땅으로 고꾸라진다.
가까이에 있던 노점의 판매상 고양이와 장을 보던 손님 등이 달려가, 쓰러진 고양이를 안아 일으킨다.
일으켜진 고양이의 팔을 보고, 코노에는 전율했다.
……팔이, 없다.
잘려서 피가 난다든지 그런 증상은 없고, 우측의 팔꿈치부터 아래쪽이 소멸되어 있었다.
주위의 수런거림에서, 또 이건가, 라든지, 이걸로 몇 마리째야, 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실구인가」
「왜 란센에서……」
「리크스와 한패였던 녀석이 말한 대로다」
「최후의 때」가 임박해, 어둠이 흘러넘치고, 리크스의 힘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실구도 심해져간다.
휘리는 그렇게 말했다.
연동하고 있는 것인가. 어째서.
실구가 리크스의 소행이라는 것인가, 아니면 어둠에 호응하여 실구가 퍼지고 있는 것인가.
팔을 잃은 고양이는 종이처럼 새하얀 낯빛으로, 축 늘어진 채로 짊어져서, 어딘가로 실려 갔다.
불안한 기색을 짙게 띄운 거리의 고양이들이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본다.
팔을 잃은 고양이의 몸을 걱정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위에 자신의 모습을 겹쳐보고, 내일을 염려하고 있는 것일까.
거리의 고양이들은 모두, 란센만은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코노에도 그렇게 생각했고, 『공허』나 실구의 피해는 다른 마을에 비해 훨씬 적다.
그러나, 그것도 마침내 무너졌다.
란센의 고양이들에게 있어 『공허』나 실구는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 그저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 수밖에는 없지만, 코노에들은 그 흑막을 알고 있다.
란센에 특별히 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더 이상 그런──카로우와 같은 참상을 보는 것은 싫었다.
널브러진 유해. 독살스러울 정도로 선명한 색채로 얼룩덜룩하게 침식당한 마을. 떠올리고 싶지 않은 광경이 뇌리에 생생히 되살아난다.
아물기 시작한 생채기가 억지로 다시 벌려진 기분으로, 코노에는 작게 헐떡이고, 귀를 숙인다.
「코노에」
구렁에 빠지기 시작한 사고를 아사토의 목소리가 차단한다.
얼굴을 들자, 아사토가 걱정스러운 듯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다고 드러내보이듯이 작게 끄덕이고, 코노에는 아사토와 함께 걷기 시작한다.
술렁거리며, 흐름을 막는 고양이들의 물결을 헤치고, 코노에와 아사토는 여관으로 향하는 길을 더듬어 갔다.
여관으로 들어가려는 참에, 무심코 머리위로 시선을 던졌다.
지붕에 악마들의 모습이 있었다.
네 마리는 코노에의 존재를 알아차리고는 이야기를 멈추고 돌아보았다.
거리의 고양이들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여관의 뒤쪽으로 이동한다. 악마들이 내려온다.
「여어. 리크스가 있는 곳을 알았다고」
「있는 곳을 알았다기보다는, 리크스의 존재를 확인했다, 고 말하는 편이 맞을 것 같군. 어젯밤, 눈이 내렸을 때, 란센의 남쪽에서 확실하게 그 존재가 느껴졌다」
「란센의……, 남쪽?」
그것은 어제 코노에들이 있던 방향…… 카로우가 있는 쪽이 아닌가.
「틀림없이, 리크스는 란센의 남쪽에 있는 숲 속에 있다」
「숲에……!?」
핏기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났다.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말이 되잖아」
「……코노에?」
충동적으로 여관에서 뛰쳐나가려는 코노에를 아사토가 불러세운다.
「어디에 있는지 알았어. 숲으로 갈 거야」
「그래도, 아직 확실한 장소는, 모르는 거 아냐?」
「…………」
「까만 고양이가 말하는 대로야. 존재를 확인했다는 것뿐이지, 어디에 있는지까지는 모른다고」
베르그가 하찮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고, 팔짱을 낀다.
「그럼, 언제가 되어야 알 수 있는 거야」
「이제 곧이야」
그때까지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던 프라우드가, 엷은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이제 곧 알 수 있어. 그 두 개의 달에 대한 노래, 하얀 고양이의 해석은 적중했어. 두 개의 달이 겹쳐질 때──최후의 때는, 목전이야」
「드디어 리크스와의 감동의 재회로군. 아- 기대된다고. 그 녀석 완전히 작살을 내서 힘을 되찾으면, 이번에야말로…… 누가 널 먹을지 정하지 않으면 말이지」
베르그가 서서히 입꼬리를 올리고, 곁눈으로 코노에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 노골적인 눈초리에, 코노에는 전신의 털을 곤두세우고 경계한다.
이 녀석들은, 역시 적이다.
손을 잡고 있는 것은 이해의 일치로 인한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자신을 타이른다.
「그럼, 조금 더 뒤져볼까나. 또 보자고」
그 말을 남기고, 악마들은 제각각의 불꽃을 불러일으키고는 모습을 감추었다.
「…………」
아사토가 험악한 눈빛으로 악마들이 사라지고 난 후의 공간을 바라본다.
코노에는 맹렬한 초조에 내몰려, 털이 곤두선 꼬리를 세차게 좌우로 휘둘렀다.
「우리들도 가지 않으면……」
「코노에, 서두르지 마. 반드시…… 리크스 쪽에서, 무언가 수작을 걸어올 거야」
「…………」
확실히 무작정 숲을 뛰어다녀도 뾰족한 수가 없다. 자칫 잘못하면 리크스를 찾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게 된다.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꾹, 눌러 삼키고, 코노에는 눈썹을 찡그리며 입을 다문다.
「조금 쉬는 편이 좋겠어. 지쳐 보여」
여관으로 들어가기를 재촉하듯이, 아사토가 코노에의 어깨에 손을 댄다. 아사토가 말한 대로, 순순히 휴식을 취해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임박하는 때를 목전에 두고 마음은 앞서지만, 그렇다고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관의 뒷문으로 향하려다, 코노에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는 아사토를 돌아보았다.
「안 들어가?」
「나갔다 올게」
「어디로」
「……꽃을」
「꽃?」
「따 올게. 꽃냄새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으니까」
「그치만, 그 장소는…… 메이기의」
「오래는 안 있어. 괜찮아」
그 말에, 코노에는 무의식중에 귀를 숙인다. 걱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신경을 쓰게 하고 말았다.
「나도 갈게」
「너는 쉬고 있어. 금방 돌아올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아사토는 골목의 안쪽으로 달려갔다. 길 중간에 있는 나무에서 지붕으로 올라가 지붕에서 지붕으로 이동해 갈 생각이겠지.
까만 뒷모습을 바라보며, 코노에는 깊숙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사토에게 신경을 쓰게 만들고 만 것이 미안해서, 여유를 잃은 자신의 언동과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최후의 때는 바로 가까이에 도래해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꼬리의 밑동부터 끝까지 힘이 들어간다.
……잔뜩 힘만 주고 있어도, 넘어지고 마는 법인가.
늘 전력으로 계속 맞서서, 정작 중요한 때에 넘어져버려서는 의미가 없다.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라서, 코노에는 발걸음을 돌려 여관의 뒷문으로 몸을 구부리고 들어갔다.
그 꽃밭을 떠올린다. 무어라고도 할 수 없는 농후한 향기가, 그립게 느껴졌다.
지붕들을 건너서 란센의 동쪽으로 나아가, 아사토는 꽃밭으로 가기 위해 숲 속을 달리고 있었다.
코노에는 정말로 지칠 대로 지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카로우의 일도 있었으니, 상당한 쇼크를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편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일으킨 행동이었다.
어젯밤, 사실은 코노에에게 접촉할 생각은 아니었다.
코노에의 곁에 있고 싶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 마음에 확신이 들었을 때부터, 자신의 안에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의 지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신의 변화에 위기감과 초조를 감지하고 있었다.
지금은 분명 잠들어 있다. 검고 커다란 덩어리──언제 눈을 떠, 포효를 할지 모른다.
무슨 일이 일어나버리기 전에 멀어지는 편이 좋다. 그런 마음도 있었다.
그렇지만, 무리였다. 코노에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어떻게든 하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몸이 닿았을 때, 코노에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사실에 안도하며, 코노에의 눈물을 그치게 하고 싶어서 필사적이었다.
사실은 지금도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
자신은 코노에의 곁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그렇지만, 무리다.
머리로 이해하고 있어도, 곁에 있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다.
이런 기분은──처음이었다.
나무숲 사이를 달려서 빠져나간다.
시야를 가득 메우는 일대의 꽃밭이 펼쳐지고, 농밀한 향기에 온 몸이 그대로 삼켜진다.
그러나, 아사토는 거기서 움직임을 멈췄다.
꽃의 향기에 취한 것인지, 강한 현기증이 들이닥친다.
현기증은 두통을 유발하고, 아사토는 눈썹을 찡그리고는 한쪽 손을 이마에 바싹 댔다.
「……큭」
삐걱삐걱하고 머리의 심지가 어긋나는 듯이 아프다. 무언가가 머릿속을 억지로 열고서, 흘러넘치는 듯한 감각이다.
돌발적인 두통처럼도 생각되어서, 아사토는 눈꺼풀을 내리깔고 통증이 약해지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기척을 느끼고서 곧바로 눈을 뜨고,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시선이 어느 한 점에 붙박인다.
「…………」
꽃밭의 가운데에 서 있는, 생경하고 이질적인 존재.
「비애」를 관장하는 악마──카르츠였다.
카르츠는 주위의 꽃들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으나, 천천히 고개를 들고는 아사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실은 그 정도로 놀란 것도 아니었다.
카르츠는 언제나 자신을 보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눈빛에 적의를 느낀 적은 없었지만, 의아하게는 여기고 있었다.
경계에 귀를 숙이고, 아사토는 카르츠를 노려본다.
카르츠는 느릿하게 아사토 쪽으로 다가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서 멈춰섰다.
그 눈매가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가늘게 좁혀진다.
「……왜, 네가 여기에 있지」
아사토가 낮게 으르렁댄다. 그러나, 카르츠는 대답하지 않는다.
「너, 항상 날 보고 있었지. 어째서야」
강한 어조로 묻는다.
카르츠는 그 곁에 피어 있는 꽃에서 꽃잎을 한 장 뜯어내고는, 바람에 싣는 듯이 손바닥에서 날려보내고, 그 꽃잎을 뒤쫓는 것처럼 입을 열었다.
「많이 닮게 되었구나. 카야를」
「……!」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지금, 카르츠가 입에 담은 이름.
그것은──
어머니의 이름이었다.
기묘한 흥분이 가슴에서 솟아올라 마음을 휘저어서, 그것을 참아내는 듯이 아사토는 이를 악문다.
「……왜, 네가 그 이름을 알고 있지」
역시 카르츠는 곧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희미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이곳은, 메이기 고양이의 뜰이지. 지금도 여전히, 이렇게 유지되고 있는 건가」
아사토는 으르렁대는 것도 잊고서, 깜짝 놀라 카르츠를 바라본다.
어째서 그것을 알고 있지?
무엇을 알고 있지?
이 악마는──누구지?
「신경이 쓰이나. 내가」
「…………」
카르츠는 아사토의 눈동자를 탐색하는 듯이 바라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은 이런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나도 본디는 고양이다. ……메이기의」
「……메이기의」
꺼림칙한 예감이 정수리부터 꼬리 끝까지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동시에, 카르츠에 대하여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도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카르츠가, 메이기의 고양이.
그리고, 어머니의 이름을 알고 있다.
설마, 그것은……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시야가 어둡게 좁혀져간다.
바로 눈앞밖에는 보이지 않게 된다.
발 밑이, 어질어질하고 크게 흔들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쓸쓸해 보이는 빛이 그 눈동자에 일렁이고, 카르츠는 말을 이어나간다.
「이제 알았겠지? 나는, 너의……」
「……말하지 마!」
낮은, 그러나 강하게 힘을 실은 목소리로 차단한다.
호흡이 거칠어진다. 심장 고동이 시끄러울 정도로 소리를 내며 울리고, 점점 가속되어 간다.
오로지 좁아진 시야에 비치는 카르츠만을, 노려본다.
「말하지 마, ……아무 말도 하지 마. ……거짓말이다. 절대로, 믿지 않아」
「내가 너에게 거짓말을 해봤자 득이 될 것이 없다」
「……시끄러워, ……시끄러워!」
믿을까보냐. 그런 일, 있을 리가 없다. 카르츠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 따위.
「넌 악마잖아. 고양이가 아냐」
「영혼만이 남게 된다면, 모두가 똑같은 법이다」
그렇다고 해서──믿을 수 있을 리가 없다.
혼란스러웠다. 모든 것이 다 알 수 없어져서, 아사토는 카르츠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그러나, 카르츠는 그런 아사토를 어딘지 슬퍼보이는 눈동자로 바라보고, 속삭이는 듯이 말을 전했다.
「진실을, 알고 싶지는 않은 건가」
──진실. 그 말에, 혼란의 탁류가 움직임을 멈춘다.
그것은 확실히 아사토가 무엇보다도 바랐던, 동시에 포기하고 있던 것이었다.
「지금, 네 진실을 아는 자는 나밖에는 없다」
「……나와 어머니를, 내버렸잖아」
날카롭게 힐난하는 눈빛을 들이대며, 아사토는 저주와도 같이 말을 내뱉는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도 어찌할 수가 없는 일이겠지. ……그러나, 나와 카야는 분명히 서로 사랑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카르츠는 아사토에게서 시선을 돌리고는, 발치의 꽃으로 떨어트렸다.
「키라와 메이기에 우리들의 일이 발각되었을 때, 그 양쪽에서 추격자가 뒤쫓아왔었지. 마을에서 빠져나와, 숲에서 함께 있던 참에 습격을 당했다. 그때, 카야는 이미 너를 임신하고 있었지. 그래서 나는……」
거기서 작게 숨을 내쉬고, 카르츠는 말을 이어나간다.
「내 쪽으로 추격자들을 유인해서, 그 사이에 카야를 키라로 피신시키려 했던 거다. 그러나……, 카야의 움직임을 눈치 챈 추격자가 있었다」
「…………」
그리고 어머니는 홀로 숲 속에서 도망칠 길을 찾아 갈팡질팡하다가, 막다른 곳에 몰려──낭떠러지에서 떨어진 것이다.
「결국, 나도 끝까지 도망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후회했다.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이었는가라고…… 자신을, 이 세계의 모든 것을 저주할 정도로, 나의 영혼은 비탄의 탁류에 휩쓸렸다. 내 슬픔은 승화되지 않고, 영혼은 어느 사이엔가 마(魔)에 사로잡혀서……」
카르츠는 거기서 갑자기 말을 멈추고, 한 순간 그 표정에 괴로움을 내비쳤다. 그러나, 곧바로 말을 잇는다.
「……변화했다. 그것이, 지금의 이 모습이다」
아사토는 그저 멍하니 카르츠를 바라보는 일 밖에는 할 수 없었다.
너무나도 멀고,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머리가 따라가지 않는다.
만약 카르츠의 이야기가 거짓말이 아니라고 해도, 그렇다고 해서 줄곧 미워해왔던 아버지를 곧바로 용서하는 일 따위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아사토가 정말로 알고 싶은 것은──따로 있다.
「……내 몸은, 어떻게 되어있지. 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
이전에 이곳에서 조우했던 메이기의 고양이가 이야기했던 것도, 진실인 것일까.
꿈은, 꿈이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자신은.
카르츠는 슬픔이 스며드는 듯이 눈을 좁히고, 희미하게 미간을 찡그렸다.
「……아사토. 머지않아 너는──마에 침식당한 짐승의 모습으로 완전히 변모하게 되겠지. 네가 꾸는 꿈은, 꿈이 아니다. 그 사이에, 너는 정말로 짐승으로 둔갑하고 있어」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야」
「몸도 마음도 짐승이 되어서……, 되돌아올 수 없게 되겠지」
「…………」
소리도,
시간도,
그 무엇도,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정지한다.
눈을 뜨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허공의 가운데, 아사토는 있었다.
마에 침식당한, 짐승의 모습?
꿈은, 꿈이 아니다?
그렇다면, 자신은.
──자신은.
「과거에도 메이기가 다른 부족의 고양이와 교합하여, 슬픈 운명을 진 아이가 태어난 일은 있었다. 그러나, 마도의 피가 각성할 확률은 결코 높지 않아. 아사토, 너는 거대한 어둠과 접촉한 일로, 피의 각성을 가속시킨 거다」
「……거대한, 어둠?」
「너와 깊게 마음이 통한 고양이. 코노에야말로…… 거대한 어둠을 간직한 존재다」
이제, 이 이상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다.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다. 모르는 편이 좋았다.
이런──이런 진실이라면.
아무것도──
발치에서 힘이 빠져나가려 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견딘다. 무심결에 쥔 주먹이 떨렸다. 카르츠가 침통한 얼굴로 눈꺼풀을 내리깐다.
「코노에도 또한, 가련한 운명의 아래에 태어난 고양이다. 그러나, 아사토. 너는…… 나를 원망한다고 해도, 어찌할 수가 없겠지」
원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사토는 고개를 떨구고, 세차게 미간을 찌푸리고 이를 악문다.
원망하는 일 따위, 가능할 리가 없는 것이다.
얼마나 막중한 금기였다고 해도──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 사랑했던 것이니까.
사랑이라는 감정을, 아사토도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분명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자신은 태어난 것이다.
원망하는 일 따위, 할 수 없다.
손바닥에 손톱이 박힐 정도로 굳게, 굳게 주먹을 움켜쥔다.
번져나올 것만 같은 눈물을, 필사적으로 참는다.
슬픈 것도 화가 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이유도 알 수 없이 분했다.
「이것은 나의 소망…… 아니, 단순한 이기심인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말하고, 카르츠는 여전히 침통한 빛을 강하게 남기며 아사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살아갈 길은 반드시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코노에…… 그 아이는 확실히 거대한 어둠을 간직하고 있는 존재지만, 어둠 그 자체는 아니다. 미지수의 존재이기도 하지. 그러니 너희들은 분명, 살 길을 찾아낼 거라고…… 그렇게 믿고 있다」
거기서 카르츠는 눈을 감고, 다시금 아사토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살아주길 바란다. 너는…… 소중한 내 아들이다」
「……크윽」
자신이 무엇을 하려 했던 것인지, 어떻게 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사토는 낮게 으르렁거리며, 카르츠를 향해 덤벼들고 있었다.
그런 아사토에게 짓밟혀서, 덧없는 꽃잎이 수없이 공중으로 흩날린다.
바람이 둘러싸고, 한층 더 강한 향기가 감돌았다.
날카로운 손톱으로 카르츠의 어깨를 지면으로 밀어붙이고, 아사토는 그 몸을 올라탄다.
카르츠는 저항하는 일도 없이, 꽃들 속으로 쓰러졌다.
목에서 짐승과도 같은 신음이 새어나온다.
검고 커다란 덩어리가 몸 안을 기어다니고, 머릿속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무언가를 반복해서 말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던 그것이, 점차로 커다란 목소리로 바뀌어 간다.
……라, ……라.
……여라, ……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분명히 그렇게 인식했을 때, 아사토는 격렬하게 포효했다.
시야가 붉고 검게 명멸한다.
목소리는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같은 말을 계속해서 외친다.
죽여라. 사냥감은 지금 네 밑에 깔려 있다.
숨통을 물어 찢어발기면 된다.
산산조각을 내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면, 악마라 하더라도 잠시도 버티지 못하겠지.
──죽여라.
카르츠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그저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눈을 감고 있다.
절호의 기회다.
이 사냥감은 이미 단념하고 있다.
물어뜯어라.
아사토는 이빨을 드러낸다.
그 목덜미를 겨냥하고──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카르츠의 눈동자가 아사토를 포착한다.
「…………!」
꿈에서 깨어나듯이 번쩍 정신이 들어, 아사토는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잠시 멍하니 자신의 아래에 깔려있는 카르츠를 바라본다.
정적의 가운데, 심장이 이상할 정도로 커다란 소리를 내며 울리고 있다.
거친 호흡에 폐가 답답하다.
카르츠의 위에서 몸을 피하듯이 떨어져 나와, 아사토는 아연실색하며 자신의 손바닥으로 시선을 떨어트렸다. 몸이 전율한다.
──자신은 지금, 무엇을.
카르츠가 천천히 일어나, 아사토에게 고요한 시선을 보냈다.
「……부디, 극복해다오」
이를 악 물고 무언가를 참는 듯이 던져진 말의 다음으로, 카르츠의 발치에서 창백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불꽃은 그 형체를 모조리 태울 듯이 타오르고, 그것이 가라앉았을 때에는 카르츠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납작하게 눌린 가련한 꽃들에게 시선을 떨어트리며, 아사토는 분함이라고도 분노라고도 할 수 없는 감정에 내몰린다.
카르츠는──굳이 피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라지는 것도 가능한 주제에, 일부러 덮치게 만든 것이겠지.
──부디, 극복해다오.
사라지는 순간에 남겼던 말이,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귓가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자신에게,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너는 이제 곧 짐승이 될 거라는 선고를 당하고.
시간도 없다. 막을 수단도 없다.
그런데도──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눈앞이 돌연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로 변한다.
돌아보면, 등 뒤도 역시 똑같다.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니, 원래부터 길 따위는 없다.
이래서야──죽음의 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큭, ……」
몸 안쪽에서 솟아올라온 격렬한 감정을 억지로 삼키고, 아사토는 발걸음을 돌려 숲 속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 없다.
어찌할 수도 없다.
그저 해코지를 하는 존재로 전락하는 수밖에는 없다면, 지금의 자신에게──살아있는 의미는 있는 것인가?
떨쳐낼 수 없는 무언가를 떨쳐내려 몸부림을 치기라도 하는 듯이, 아사토는 달렸다.
혼미의 한가운데로 내몰려, 추락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