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확 갑니다.ㅋ
※ 번역 초고입니다.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고양이의 기척을 느끼고, 아사토는 등 뒤를 돌아보았다.
귀를 기울이고, 나무숲의 어둠으로 시선을 모은다.
잠시 기색을 살폈지만, 기척은 사라진 것 같았다.
경계를 풀고, 아사토는 수면으로 시선을 떨어트렸다.
저녁놀의 붉은 색으로 물든 강은, 마치 피가 흐르고 있기라도 한 듯했다.
손바닥에 퍼 담으면, 반투명의 붉은 물이 소리를 내며 커다란 물결로 돌아간다.
수온은 낮았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몸을 담그고 있는 동안에 피부도 그에 익숙해져 있었다.
살랑살랑 하고 피부의 표면을 어루만지고 가는 물을 내려다보며, 아사토는 사고를 회전시켰다.
지금의 기척은 혹시, 코노에가 아니었을까.
사라져 버렸기에 확인할 수도 없지만, 그랬을지도 모른다.
──보고 싶다.
강하게 생각한다.
코노에를 보고 싶다.
소중한 것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그렇게 물어보았을 때, 죽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코노에는 대답했다.
포기하면, 그 시점에서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금까지, 줄곧 포기하며 살아왔다.
아니, 그렇게 하는 수밖에는 살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마을의 고양이는 모두, 자신이 죽기를 바라고 있었다. 실제로 몇 번이고 죽임을 당할 뻔한 일도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존재하는 것만이, 가까스로 허용된 것이라고. 본래, 살아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니까.
오늘 아침, 식당에서 라이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때도, 역시 자신으로선 안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이의 말을 되받아치는 일도 할 수 없는 이런 자신은, 코노에를 지키는 일 따위 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가슴 깊은 곳, 결코 사라지지 않는 마음이 있었다.
코노에의 곁에 있고 싶다. 코노에를 지키고 싶다.
그것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다.
자신과의 접촉이 코노에를 겁나게 한다면, 이제 두 번 다시는 만지거나 하지 않는다.
곁에 있으면서 지킬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 정도로 코노에는──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그렇기에, 포기하고 싶지 않다.
죽을 때까지.
그것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품는 강한 충동이었다.
물에 잠긴 손바닥으로 천천히 주먹을 쥐고서, 아사토는 물가로 올라갔다.
귀와 꼬리를 흔들어 물기를 털어내고, 뒷골목에 건조되어 있었던 세탁물에서 슬쩍 해온 천으로 몸을 닦고 옷을 입는다.
여관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에, 낮은 둑을 올라가려 했던 때였다.
「……윽, ……!?」
갑작스레 목에 강한 통증을 느끼고, 아사토는 얼굴을 찌푸렸다.
목에 두른 천 너머로, 양손으로 목을 누른다. ……뜨겁다,
통증은 마치 작열하는 불꽃을 내리누르고 있기라도 한 듯이, 지글지글 아사토의 신경을 괴롭힌다.
「……욱, ……커헉, ……」
미간을 질끈 좁히고, 아사토는 결국 지면에 무릎을 꿇었다.
기관(氣管)까지 타들어가는 듯한 감각에 숨을 쉴 수가 없어져, 심하게 기침을 해댄다.
통증 가운데,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몹시도 희미한 것으로, 말인지 무엇인지도 알 수 없는 것이지만, 반복해서 울리고 있다.
동시에, 뱃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무언가 있다. 이 몸 속에, 무언가가.
──마물의 자식.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를, 수많은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반향한다.
──마물의 자식.
아니다.
마물 따위가 아니다.
마물 따위가……
몸속을, 머릿속을, 검고 커다란 덩어리가 기어 다닌다.
타는 듯이 아픈 목이, 휴 하고 바람 같은 소리를 낸다.
「……, ……크흑」
──코노에.
소리로 맺어지지 않는 목소리로 이름을 부른다.
그것을 비웃는 듯이, 검고 커다란 덩어리가 몸 속 어딘가에서 일그러진 울음 소리를 높였다.
와야할 때가 눈앞에 당도했다고, 환희의 목소리로 낮게 울부짖었다.
다음 날 아침. 깊은 바다의 밑바닥에서 끌어올려지듯이, 코노에는 눈을 떴다.
어제, 여관의 방으로 돌아와 잠시 아사토를 기다렸지만, 어느 사이엔가 잠이 들어버린 것 같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기에 피곤한 상태였다는 것도 있다.
모포에서 빠져 나와 창 밖을 보았다.
시간은 정오를 지난 것 같았지만, 햇볕이 조금 어둡다.
방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도 차갑다.
옆쪽의 침대로 시선을 던진다. 아사토의 모습은 없었다.
결국,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약간 충격을 받아 코노에는 귀를 내린다.
설마 이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자신의 약한 마음을 떨쳐낸다.
아사토의 일에 계속 정신이 팔려 있을 수는 없다.
자신에게는,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다.
카로우로──돌아가지 않으면.
만약 코노에가 돌아가도, 마을의 고양이들은 받아들여주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반지만큼은 되찾지 않으면.
귀에 희미한 선율이 되살아나, 뇌리에 음유시인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번쩍 떠오르고는 사라졌다.
간소한 털다듬기를 하고 물을 마시고, 몸차림을 가다듬고서, 코노에는 방을 나와 1층으로 내려갔다.
접수처에는 바르도가 졸린 듯이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
「나가는 건가」
「잠깐」
「조심하라고」
그대로 접수처 앞을 지나치려 하다가, 코노에는 불쑥 발을 멈추었다.
「저기」
「왜」
「아사토……, 못 봤어?」
바르도는 시선을 천장으로 향하고는 한쪽 눈썹을 찡그리고, 생각에 잠기는 얼굴을 했다.
「아니……, 아마 못 본 것 같네. 돌아오지 않은 건가」
「뭐, 잠깐」
「돌아오면 당신이 찾더라고 말해두지」
「아아」
접수처를 뒤로 하고, 코노에는 여관을 나온 지점에서 멈추어 섰다.
눈앞의 큰길은, 변함 없이 고양이들의 물결로 붐비고 있다.
눈동자의 초점을 흐리고, 그저 꿈틀대는 커다란 덩어리가 된 고양이들을 응시하며, 코노에는 란센으로 향하는 길을 생각하고 있었다.
란센의 남쪽──카로우에서 보면 북쪽에 위치하는 숲은, 『공허』의 피해가 크다. 마물을 보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곧바로 정면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 카로우에 도착할 수 있을지 어떨지도 알 수 없다.
카로우로 가겠다는 마음에 변함은 없었지만, 도착하기 전에 쓰러져버려서는 의미가 없다.
가능한 한 위험을 피하면서, 그 위에 그다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숲을 빠져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누군가에게 물어보거나 조사를 하거나 해두었으면 좋았다고, 자신의 생각이 얕았음을 원망한다.
그럼에도 가는 수밖에는 없나 하고, 코노에는 흐려두고 있었던 눈동자의 초점을 큰길로 모았다.
발을 내딛으려 하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다. 눈앞을 무언가가 가로질렀다.
「……!」
놀라서 털을 곤두세운다. 눈앞을 가로지른 것은, 고양이다.
지붕에서 누군가가 떨어져 내려온 것이다.
당황해서 물러서려 했지만, 곧바로 코노에는 아연실색했다.
눈앞에 서 있던 것은, 아사토였다.
「…………」
얼굴을 보는 것은 몹시 오랜만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젯밤에 보았던 것은 등뿐이다.
날렵한 뺨은 조금 여윈 것처럼 느껴졌다.
가느다란 검은 꼬리도 털이 부스스 흐트러져 있다.
아사토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이윽고 얼굴을 들고 코노에를 바라보았다.
감청색 눈동자──깊은 곳까지 티 없이 맑은 그 색에, 코노에는 눈을 뺏긴다. 이 눈동자를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무심결에 눈을 돌릴 뻔했지만, 꾹 참고서 시선을 되받았다.
경직된 공기에 숨이 막힐 것만 같다.
그럼에도, 마주본다.
「……어디, 가는 거야?」
「……아아」
「어디로」
「……카로우」
「카로우?」
아사토가 의아한 얼굴을 한다. 그것도 당연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갈 수 있는 거야?」
질문을 받고, 코노에는 좌우로 고개를 젓는다.
「그치만, 돌아가지 않으면 안 돼. 소중한 물건을 두고 왔어」
「그래……」
시선을 발치로 떨어트리고, 아사토가 침묵을 지킨다.
검은 꼬리의 선단을 흔들며 생각에 잠긴 뒤, 얼굴을 들었다.
「같이 가자」
「그치만……, 카로우로 향하는 중간의 숲은 『공허』의 피해가 꽤 심해. 너도 알고 있겠지」
「안전하게 빠져나갈 방법은 없는 거야?」
그것을 코노에도 생각하고 있던 참인 것이다.
조사해 볼까. 예를 들면…… 도서관에서.
그러나, 그 방대한 자료 속에서 찾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물어볼까. 누군가에게──
바르도는 어떨까.
「바르도에게 물어보자.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몰라」
「그래」
아사토가 끄덕인다. 코노에는 그 자리에서 발걸음을 돌려, 여관 안으로 돌아갔다.
접수처에는 방금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바르도가 한가한 듯이 있다가, 코노에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눈썹을 들어올렸다.
「물건을 잊어버렸나? ……아아, 검은 고양이도 함께인가. 찾아낸 거야?」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뭔데」
「란센의 남쪽 숲을 안전하게 빠져나가는 방법, 알고 있어?」
코노에의 말에 바르도가 얼굴을 찡그린다.
「란센의 남쪽이라니…… 『공허』의 숲인가? 거길 빠져나간단 건가. 왜 또」
「카로우로 가고 싶어」
「그건 또, 꽤나 갑자기네」
바르도는 접수처에 대고 있던 한쪽 팔꿈치를 떼고는, 곤혹이라고도 기막힘이라고도 할 수 없는 표정으로 가볍게 뺨을 긁었다.
「뭔가 알고 있어?」
「모를 것도 없지만」
「가르쳐 줘」
카운터로 몸을 내미는 듯한 자세로, 코노에는 바르도를 바라보았다.
그 박력에 압도된 것인지, 바르도는 어깨를 움츠리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뭔가 잘은 모르겠지만, 알았다고. 가르쳐 주지. 또 돌아오는 건가」
「아아」
「그럼, 조심하라고」
그것은 평상시의 어찌 되든 좋은 듯한 말투였지만, 졸려 보이는 바르도의 눈은 똑똑히 코노에를 포착하고 있었다.
바르도로부터 『공허』의 숲을 빠져나가는 방법을 들은 뒤, 코노에와 아사토는 즉시 란센의 남쪽 숲으로 향했다.
큰길을 나아가면, 맑은 하늘을 침식하는 울창한 실루엣이 보인다.
새까맣게 수런수런 흔들리며, 무한의 어둠과도 같이 코노에들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린다.
고양이의 물결과 떠들썩함은 멀어지고, 짙은 흙과 수풀의 냄새에 감싸인다.
쿡 하고 코를 찌르고 가는 냄새는 본능을 자극한다.
손톱으로 땅을 할퀴고, 이빨을 드러내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싶어진다.
그러나, 이 충동은 공격적인 것이 아니다. 어느 쪽이냐 하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라는 느낌이 든다.
『공허』가 나타나기 전, 리비카는 확실히 숲과 공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는, 기분이 불쾌해진다.
──공존.
지금, 숲은 적인 것일까.
복잡한 마음을 끌어안으며, 코노에는 아사토와 함께, 다시금 가장 불길한 숲으로 발을 들였다.
『공허』의 숲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안전한 길을 지나가면 된다──그것이, 바르도가 가르쳐 준 방법이었다.
『공허』의 피해가 없고 마물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 길이 숲에 있어서, 실제로 지금 코노에들이 걸어가고 있다.
어째서 그런 것인가 하면 이유는 불명인 것 같았지만, 나무의 밑동에 다른 것과는 색이 다른 풀이 돋아 있는 길이, 안전한 길이라는 것이었다.
좌우로 늘어선 나무들의 밑동을 잘 보면, 확실히 노랗게 시들어 가는 풀만이 잔뜩 돋아나 있다.
그리고, 으스스한 울음 소리나 기척은 느껴지지만 가는 방향을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서, 순조롭게 나아갔다.
「어째서, 이 길은 안전한 것 같아?」
넌지시 코노에가 질문을 던지자, 아사토는 주위로 시선을 돌리며 귀를 세웠다.
「무언가…… 힘이 느껴져. 오래된 힘이야」
「오래된 힘?」
「아아. 지금도 아직 그 힘이 남아 있어서, 그래서, 『공허』도 마물도 이 길로 들어올 수 없어」
「꽤나 강한 힘이었네」
그러나, 설령 수호받았던 길이라 할지라도, 숲은 충분히 을씨년스러웠다.
나무의 가지와 잎이 햇빛을 가로막는 탓에, 밝은 것인지 어두운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가는 감을 잡을 수 없게 된다.
멀리서 울리는 기묘한 목소리라고도 할 수 없는 목소리.
꼬리의 털이 내내 곤두서는 것 같은, 긴장으로 가득 찬 공기.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어도, 경계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다.
역시, 이젠 숲은 적인 것인가.
『공허』의 탓도 있겠지만, 거부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늘을 올려다 보아도 나뭇잎은 격자처럼 서로 겹쳐져, 양의 달의 모습은 단편적으로밖에는 포착할 수 없다.
그러나, 아직 높은 위치에 있다는 것은 알겠다.
가능하다면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고 싶다.
그 뒤로는 특별히 나눌 말도 없이, 그저 오로지 걷기만 했다.
『공허』의 숲의 공기를 마시고 있으니, 귀와 꼬리가 찌릿찌릿 저려와 자연스레 말수가 줄어든다.
그 동안, 코노에는 깊게 생각에 잠겨 있었다.
카로우의 고양이들.
카로우에서 보냈던 나날, 일어났던 일들.
숲으로 들어오고 나서의 일들.
──그러고 보니, 카로우에 있던 때부터 계속, 그 음유시인 고양이를 보고 있다.
처음으로 노래를 들었을 때, 전율할 정도로 감동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그 고양이는 나타난다. 때로는 도움을 준다.
정말로 어떤 고양이인 것일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알 수 없어진다.
고개를 숙이고, 길 위에 굴러다니는 작은 돌이나 낙엽을 힘껏 밟으며 걷고 있자, 불현듯 아사토가 멈추어 섰다.
경계를 드러낸 그 옆얼굴은, 지그시 전방을 노려보고 있다.
똑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고, 코노에도 놀라움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건」
색이 바래 생기가 없어진 수풀과 흙의 색채 가운데, 독살스러운 정도로 화려한 색을 휘감고 길 위에 멈추어 서 있는 형체는──휘리다.
「……너……」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휘리는 양손을 허리 뒤쪽으로 깍지끼고, 꾸뻑 하고 인사라도 하는 것처럼 몸을 옆으로 기울였다.
천진난만하다고도 할 수 있는 웃는 얼굴은, 코노에들에게 있어서는 분노를 부채질하는 재료밖에는 되지 않는다.
「……리크스는 어디 있지」
「뭐야.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갑자기 그거야? 친한 사이에도 예의를 지켜야 한다잖아. 별로 안 친하니까, 예의 차리는 건 당연하잖아」
일부러 그러는 듯 화가 난 몸짓으로 허리에 손을 대고서, 휘리는 까딱 하고 턱을 들어올린다.
그러나, 코노에는 위화감을 느꼈다.
어딘지 모르게 움직임에 흔들림이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든 것이다.
「어라, 넌가. 너, 저주가 나타난 거야? 그 하얀 녀석이 아니네. 의외」
「…………」
아사토가 낮게 으르렁대며, 턱을 당기고 휘리를 노려본다.
그러나, 휘리는 아사토의 형색을 신경쓰는 일도 없이, 오른쪽으로 몇 발짝 걸어가, 다시금 왼쪽으로 몇 발짝 걸었다. 그것을 잠시 동안 되풀이한다.
무언가를 골똘이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놀리면서 약을 올리고 있는 것인지, 그다지 의미가 있는 행동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코노에는 의아하게 여기면서, 휘리를 주의 깊게 바라본다.
「무슨 꿍꿍이지」
으르렁대듯이 아사토가 목소리를 내자, 휘리는 도중에 발을 멈추고 돌아섰다.
「어찌 되든 상관없는 일이지만, 너희들, 어디로 가는 거야」
「너하고는 관계 없잖아」
「카로우?」
「닥치라고」
「관두는 게 어때」
「……무슨 뜻이야」
「글쎄. 어떻게 받아들이든 딱히 상관없지만」
「너는, 리크스의 찬아잖아」
「…………」
코노에의 말에, 휘리의 뺨이 경직되었다.
역시 눈치가 이상하다.
언제나 흘러넘칠 것만 같이 그 몸에 감돌던 여유가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방금 전의 위화감도 기분 탓이 아니다.
휘리는 눈치 채이지 않게끔 하고 있는 듯했지만, 이따금 발걸음을 비틀거렸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의 눈초리를 떨쳐내듯이, 휘리는 코로 소리를 내며 실소를 터트리고는 기승스러운 미소를 띠며, 얼굴을 들었다.
「그래? 당연하잖아. 난 그 리크스 님의 찬아다」
「그러니까, 네가 하는 말 따위는 다 믿을 수 없어」
「아, 그래. 그럼 가든지」
어쩐지 화가 난 듯이 무뚝뚝하게 말을 내뱉고는, 휘리는 가볍게 땅을 차고 후방으로 뛰어올랐다.
또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사라질 생각인가.
코노에가 뒤쫓으려 하자, 휘리는 양손을 벌리고, 공중에 뜬 채로 정체했다.
하늘을 꿰뚫을 듯이 가지와 잎을 뻗는 나무들의 수풀을 등에 지고, 휘리가 지그시 코노에를 내려다본다.
적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는커녕 무엇도 느낄 수 없게 하는 표정에, 순간 오싹해진다.
「……실구라는 거 있지」
「……?」
휘리가 느닷없이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 음성은 담담하고 억양이 없어서, 진의를 가늠하기 어려워 코노에는 곤혹감을 느낀다.
「그건 이제부터 점점 심해져 갈 거야. 『공허』도. 『최후의 때』가 임박해, 어둠이 흘러넘치고, 리크스 님의 힘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심해져」
「리크스가……?」
어떻게 된 일인가.
다시 한 번 질문을 하려 하자, 휘리는 그대로 배면에서 휙 하고 공중을 돌아, 숲의 풍경에 녹아들듯이 모습을 감추었다.
소화불량의 의혹만이 남아, 코노에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휘리가 있었던 장소를 바라본다.
「……뭐였던 거야, 대체」
갑자기 나타나서, 갑자기 사라지고.
휘리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낌새가 이상한 것도 신경이 쓰였다.
「……아마, 저 녀석이 말했던 건, 거짓말이 아닐 거야」
「……에?」
휘리가 사라진 부근을 가만히 바라보며, 아사토가 불쑥 말을 내뱉었다.
「그치만, 함정인지도 몰라」
「그건, 아니야」
아사토의 단언에 한 순간 의문이 들었지만, 실은 코노에도 그런 느낌을 받고 있었다.
휘리는 리크스의 찬아다.
그렇기에, 이것은 함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언가 그렇게 단정을 내리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것이다.
애매한 태도도, 영문을 알 수 없는 말도.
오히려 휘리 자신이 당황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애초에 함정에 빠트릴 생각이었다면, 조금 더 나은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코노에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이니, 휘리가 그렇게 못 할 리가 없다.
무언가를 전해주고자 했던 것일까.
……자신의 주인인 리크스에게 적대하는 존재에게?
그런 터무니없는.
「카로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어. ……코노에」
아사토의 목소리에, 혼탁한 진흙탕 같은 사고를 잘라낸다.
숲에 떠도는 안개와도 같은 흐릿함을 가슴에 품으면서도, 코노에는 아사토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함과 동시에, 투명하게 비치는 푸른색을 하고 있던 하늘이 조금씩 짙은 잿빛으로 물들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쪽 면이 두꺼운 구름으로 덮여 있었다.
도중에 기온이 내려가, 입김이 하얗게 떠오를 정도가 된다.
그렇지 않아도 어두운 숲이 어둠으로 둘러싸여, 우거진 나무들도 지면도, 모두가 검은색과 회색의 농담(濃淡)으로 이루어진 세계로 변했다.
「무언가, 내리는 건가?」
아사토가 귀를 세우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말 그대로 온몸의 솜털이 전부 거꾸로 서버릴 듯한 추위였다.
시가지나 마을에 있어도 추운 건 춥지만, 몸이 떨릴 정도는 아니다.
숲은, 정말로 뼈의 심지에 스미는 듯이 공기가 차갑다. 얼어붙을 것만 같아 목을 움츠린다.
이미 주위는 으스스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밤의 어둠을 투과하여 보는 것처럼 시선을 돌리자, 나무줄기에 점점이 마킹…… 손톱으로 할퀴어서 난 흠집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거기서 문득, 카로우에서 나와서 이 숲을 헤매던 때, 자신도 똑같은 행동을 했었지, 하고 생각해 낸다.
그때는 오른쪽도 왼쪽도 비슷해 보이는 길이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아, 필사적이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니, 숨이 콱 막힐 것 같은 수풀의 가운데, 희미하게 그리운 냄새가 났다.
「……?」
번쩍 정신이 들어 무심결에 아사토를 본다.
코노에의 시선에 눈치를 챈 아사토가, 똑바로 전방을 응시했다.
「이제 곧, 카로우다」
그 말을 듣고, 허둥지둥 앞을 본다.
미간에 힘을 주고 가만히 시선을 모은다.
어두운 장막에 덮여 있는 것 같았던 밤의 시야에, 어렴풋한 형체가 비친다.
필시, 가옥의 형체다.
방금 전 그리운 느낌을 받았던 것도 당연한 일로, 의식하고 보니 오랫동안 맡아서 익숙한 냄새였다.
카로우의──고향의 냄새.
그 순간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기대감뿐만이 아니라, 숨이 막힐 듯한 긴장도 내포하고 있었다.
여하튼 자신은 저주를 받아 기피해야 할 고양이로서 마을에서 쫓겨났던 것이다.
재회를 기뻐할 고양이가 있을 리 만무하고, 마을의 고양이와 맞닥뜨리게 되면 불가피하게 소란이 일어나게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우울한 마음이 든다.
고개를 숙이고, 마을로 다가서는 것을 주저하는 듯이 걸음을 늦춘 코노에의 코끝이, 그 순간 이변을 감지했다.
얼굴을 들고, 의아하게 여기며 한 번 더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이상하다.
발을 멈춘 코노에를 아사토가 돌아보고, 말없이 눈썹을 찡그린다.
「……이상해, 뭔가……」
분명히 카로우의 냄새는 난다.
그러나, 진하지 않은 것이다.
어느 쪽이냐 하면 향이 풍기고 있다. 여운과도 같이, 희미하게.
거기다, 마을과는 다른 묘한 냄새도 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생각이 미치기가 무섭게, 코노에는 뛰어나가고 있었다.
밤의 길을 달린다.
가까워짐에 따라, 어슴푸레하게 보였던 가옥의 형체가 그 윤곽을 또렷이 드러낸다.
여기는, 이전에 코노에가 마을에서 나올 때 달려서 지나갔던 길이다.
잇달아 이어지는 거친 호흡이 귀에 울린다.
그때의 기억인 것인가, 지금의 자신이 토해내고 있는 것인가.
어둠 속에서 기어 나오듯이, 검은 숲을 빠져나왔다.
마을로 들어간다.
그 전모를 목격하고서──코노에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
마을은, 기묘한 양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밤눈으로도 알 수 있는, 몹시도 생기가 넘치고 윤기가 도는 흙과 수목, 길 위에 돋아난 잡초의 덤불. 겨울에 핀 꽃.
그것들이 독살스러울 정도로 선명하게 마을을 채색하고 있었다.
단, 전부가 아니라, 얼룩덜룩하게.
섬뜩한 것은 그 점이었다.
마치 새로 칠을 하던 도중에 방치된 벽처럼, 마을은 색이 바라고 썩은 부분과 싱싱하게 물든 부분이 점재하여, 공존하고 있었다.
코노에가 마을을 나올 때는, 이런 상태가 아니었다.
너무나도 괴이한 그 광경에 숨을 삼킨다.
그 위에, 경쾌하게 지저귀는 작은 새의 소리가 들려왔다.
자그마한 덩어리가, 시야를 재빠르게 가로지르고 간다.
토끼와 쥐다.
그 모두가, 『공허』가 나타난 이래로는 그다지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던 동물들이었다.
리비카들과 똑같이 『공허』에 침식되지 않은 장소를 찾아 숲에서 이동하거나, 『공허』에 덜미를 잡혀 멸종하거나.
그 외에는, 리비카에게 사냥을 당하거나였다.
그렇기에, 마을로는 가까이 오지 않았을 터다.
그런 것이 어째서 여기에 있는 것인가.
멍하니 바라보는 수밖에는 없는 코노에의 눈이, 땅에 웅크린 무언가를 포착했다.
그것은 잘 보면 여기저기에 떨어져 있었지만, 알아차릴 여유가 없었다.
웅크리고 있는 검은 형체를 가만히 바라본다. 몹시도 싫은 예감이 들었다.
귀의 안쪽에서 심장이 두근두근 하고 소리를 높인다.
확인하는 것이 두렵다.
그렇지만,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마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바싹 마른 목으로 타액을 억지로 삼키고, 입술을 굳게 다문다. 땅에 꿰매어져버린 것만 같았던 발을, 천천히 앞으로 내딛었다.
무겁다.
그럼에도, 간신히 걷는다.
눈을 깜박이는 것도 잊고서, 웅크린 형체를 바라본다.
시야가 좁아지고, 그 가운데 숨소리가 사방으로 반사하는, 기묘한 착각.
앞으로 조금 더.
웅크리고 있는 것은, 마을의 고양이인 것 같았다.
그것은 대충 예측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한쪽 밖에는 없다.
귀가.
팔이.
다리에 이르러서는, 양쪽 모두──
「…………!!」
말이 막혀, 뒤로 한 걸음 비틀거린다.
귀를 숙이고, 꼬리도 보풀이 인 채로 힘없이 내려갔다.
그 끝이 희미하게 떨린다.
웅크리고 있던 것은 확실하게 마을의 고양이로, 그러나 죽은 상태였다.
몸의 이곳저곳이 없어진, 참혹한 모습으로.
경직된 안구를 무리하게 굴려서, 다른 쪽으로도 시선을 돌린다.
그곳의 집 앞에도, 키가 큰 풀숲의 그림자에도.
필시, 카로우의 고양이 모두가──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사고가 완전히 정지했다.
그 무엇도 생각할 수 없는 채로, 코노에는 한 발짝 더 뒷걸음질 친다.
무방비해진 가슴에, 검고 커다란 감정의 덩어리가 밀어닥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원통함을 울부짖고, 회한에 흐느끼는 카로우 고양이들의 감정이.
한쪽 손으로 가슴을 세차게 움켜잡고, 코노에는 참아내듯이 굳게 눈을 감았다.
지금은 자제할 수 있는 자신이 없다.
삼켜져버릴지도, 모른다.
그 순간 돌연, 등 뒤에서 기척을 느꼈다. 코노에는 전신을 곤두세우고, 황급히 피하듯이 뒤를 돌아본다.
「코노에」
──아사토다.
살포시, 익숙한 방향이 코끝을 스치고 갔다.
그 꽃밭의 냄새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 코노에는 천천히 깊게 숨을 내쉰다.
「삼켜지지 마. 리크스의 생각대로 돼」
──리크스.
탁해지고 엉겨 붙은 사고에, 차가운 얼음의 칼날이 꽂힌다.
거기서부터 서서히 꽉 막혀있던 열이 발산되어, 희미하게나마 냉정한 판단력이 돌아온다.
괴이하게 생기를 내뿜는 동식물들은 틀림없이, 『공허』에 침식된 결과이리라. 『공허』는 집어삼킨 것을 「새로운 생명」으로 만든다.
『공허』가 나타나기 전부터 존재하는 「오래된 생명」과는 전혀 다르고, 접촉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끝내, 카로우에도 그 손이 다다른 상태였다는 것인가.
그리고, 목숨을 잃고 널브러져 있는 마을의 고양이들.
이것은──실구에 의한 증상이다.
모두, 몸의 어딘가가 결손 되어 있지만, 찢어지거나 상처를 입은 흔적은 없다. 깨끗하게,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기라도 했던 것처럼 사라져 있다.
『공허』와 실구.
카로우의 참상은, 이 두 가지의 불행한 요인이 겹쳐지고 만 까닭에 일어난 비극이다.
──그러나, 어째서?
『공허』는 확실히 이 일대의 숲을 침식했었지만, 속도로 따지고 보면 꽤나 느릿한 것이었다.
게다가 실구도, 이 정도로 맹렬한 기세를 떨치는 일은 지금껏 없었다.
──그건 이제부터 점점 심해져 갈 거야. 『공허』도.
──『최후의 때』가 임박해, 어둠이 흘러넘치고, 리크스 님의 힘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심해져.
귓가에 휘리의 말이 되살아난다.
이 일을 이야기하는 거였나.
최후의 때.
어둠.
리크스의 힘.
그것들이 『공허』나 실구와 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어찌 되었건, 눈앞의 광경이 리크스에 의한 것이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코노에……, 괴로운 거야?」
아사토가 슬퍼 보이는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얼굴을 들여다본다.
이 참상을 눈으로 본 직후는 덤덤했던 감정이, 마치 불이 붙여진 듯이 부글부글 하고, 분노라고도 억울함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검붉은 것을 끓어 올려, 뱃속에서부터 목을 향해 치솟아 올랐다.
「……큭」
어디로 터트리면 좋을지 알 수 없는 격정을, 이를 악물고 꾹 참고, 주먹을 움켜쥐어 눌러 부수고, 그럼에도 여파가 몸을 흔들었다.
안구의 안쪽에서, 새빨간 불꽃이 퍼져나가고 있다.
카로우는 고향이라는 의미에서 애착은 있었지만, 마을의 고양이들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을의 고양이가 잘 해줬던 기억도 없는데다, 친한 사이의 고양이도 없다.
어딘지 멀리하는 듯한 눈으로 코노에를 보고, 저주의 증표가 나타났을 때에는 마치 이때라는 듯이 눈에 핏발을 세우고 쫓아냈다.
저주에 관해서는 카로우가 아니더라도 고양이들의 반응은 똑같았겠지만, 역시 고향의 고양이에게 미움을 받는다는 것은, 힘들었다.
그래도, 그럼에도.
괴멸을 바랐던 일 따위는 없었다. 이런 비극은 보고 싶지 않았다.
얼마만큼 밉살스럽더라도, 소중한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살며 자라온 유일한 장소인 것이다.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남겨두고 온 장소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것이, 짓이겨졌다.
집도, 추억도, 모두.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이제, 자신이 돌아갈 장소는 어디에도 없다.
카로우의 고양이였을 것인데, 카로우는 없어졌다.
멸망했다.
──용서할 수 없다.
「……삼켜지면, 끝장이야」
이성을 잃어 이빨을 드러내고, 낮게 으르렁대기 시작한 코노에를 저지하는 듯이, 아사토가 살며시 그 어깨에 코끝을 가져다 댄다.
「그것보다도, 무엇을 하러 왔는지를, 생각해」
무엇을 하러──
반지.
부모님의 유물인 반지를, 가지러 온 것이다.
「…………」
천천히 눈을 감고, 자신의 안의 불꽃을 진정시킨다.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다. 분노나 증오는, 나중에 터트리면 된다. 쌓아두고, 힘으로 삼으면 된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은 후에 눈을 떴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었지만, 어떻게든 참는다.
「네가 찾는 물건은, 어디에 있어?」
「……집이야」
혼잣말을 하는 듯이 대답하고, 코노에는 자신의 집이 있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널브러진 사체를 뛰어넘어, 『공허』에 좀먹은 길을 피하면서 나아간다.
그렇게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마음속에 남아 있던 카로우의 기억이 메말라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코노에의 집은, 약간 썩었다는 인상은 주었지만, 집을 나올 때와 거의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침묵하고 있었다.
저주 받은 고양이의 집이다. 가까이 가려 했던 고양이 따위는 없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공허』에도 침식되어 있지 않다.
불행 중 다행인가, 라고 마음속으로 누구에게라고도 할 수 없는 자조를 한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희미한 곰팡내가 코를 찌르고, 쌓인 먼지가 둥실둥실 흩날렸다.
실내도 외관과 똑같이, 딱히 달라진 곳은 없다.
반지를 넣어두었을 터인 선반으로 다가가, 덧문을 열었다.
「……있다」
확실히 본 기억이 있는 작은 자루가 그곳에 있었다.
움켜잡고서, 자루의 입에서 안을 들여다본다.
반지가 들어있다.
이거다.
무심결에 휴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자루의 입을 조이고, 품속에 단단히 넣고서, 코노에는 문으로 향했다.
밖으로 나가기 전에, 한 차례 다시 실내로 돌아선다.
이유야 어쨌든, 이제 두 번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으리라 단념하고 있었던 집으로, 돌아왔다.
새삼스럽게 감개가 밀려든다.
그리운 광경.
그리운 냄새.
음미하듯이 공기를 들이마시니, 가슴에 애달픈 마음이 차올랐다.
이렇게 하고 있으니, 마치 집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사가 거짓말인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렇지만, 거짓말이 아니다.
현실이다.
이곳만이 옛날 그대로.
그 외의 추억은──짓밟혀서, 부서졌다.
「…………」
슬펐다. 모든 것이.
자신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긴장을 늦추었으면 눈물을 터트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심정을──분노로 바꾸면 된다.
분노는, 힘이 된다.
제악의 근원, 모든 것의 원흉은 알고 있는 것이다.
딱 가슴께의, 품속에 넣어둔 반지가 든 자루를 옷 너머로 움켜쥔다.
「괜찮아?」
아사토의 목소리에 얼굴을 들고, 뿌리쳐 내듯이 태어나고 자라온 집에 말없이 이별을 고했다.
눈앞에 선 뒷모습에, 어제 보았던 흉터의 기억이 겹쳐진다.
그런 뒷모습이 지금은 몹시도 다부지게, 믿음직스럽게 보였다.
카로우에서 다시 북쪽의 숲으로 들어가, 란센으로 향하는 길에 오른다.
구름에 가려져 조금 어둑했던 하늘은, 양의 달이 지자 어둠에 봉쇄되었다.
아무리 안전한 길이라 할지라도, 밤의 숲 속을 나아가는 것은 위험했다. 길을 잘못 들면 헤매게 된다.
원래대로라면 카로우에 머무르는 것이 상책이겠지만, 이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무엇보다, 심정적으로 무리였다.
결국, 숲으로 들어가 곧바로 나오는 수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양의 달이 뜰 때에 시가지로 돌아가기로 했다.
「쌀쌀해졌어. 춥지 않아?」
마주보는 듯이 앉은 아사토의 질문에, 코노에는 말없이 고개를 젓는다.
사실은 추웠다.
그러나, 몸을 녹이려면 불이 필요할 것이다. 불은 싫었다.
「……거짓말이다. 떨고 있어」
눈썹을 찡그린 아사토의 시선을 쫓아, 코노에는 자신의 꼬리를 보았다.
끄트머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다.
곧바로 둥글게 뭉쳐 숨겨보지만 늦었다.
「불을 피우자」
「그건」
주변에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를 그러모으려 하는 아사토를 제지하듯이, 그 팔에 손을 얹는다.
「왜 그래?」
「…………」
아사토의 의아한 듯한 눈초리에, 코노에는 얼굴을 돌리고 손을 물렀다.
불이 싫다.
그저 그렇게 말하면 되는 일이지만, 왜인지 언제나 그 말을 꺼낼 수가 없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해본 적이 없기에,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갑자기 입을 다문 코노에를 아사토는 잠시 동안 바라보았지만, 불쑥 생각이 미친 것처럼 입을 열었다.
「코노에는…… 불이, 싫어?」
「……어떻게」
「여관방에서도, 램프가 아니라 길잡이의 잎을 쓰고 있어. 그래서」
바로 그 말대로라고 대꾸를 하지도 못하고, 코노에는 다시금 입을 다문다.
약점을 들추어진 듯한 기분에, 조금 마음이 편찮다.
「그러면, 길잡이의 잎을 쓸게」
아사토의 제안에, 코노에는 시선을 돌렸다.
「따뜻하게는 되지 않아」
「없는 것보단 나아」
아사토의 단언에, 코노에는 삼베 자루에서 길잡이의 잎과 물이 담긴 나무통을 꺼내 들었다.
아사토가 나뭇가지를 그러모아, 정 가운데에 구덩이를 만든다. 거기에 잎을 넣고, 나무통의 물을 떨어트렸다.
물을 흡수한 잎이, 어렴풋이 빛나기 시작한다.
잠시 동안, 말없이 그 빛을 바라본다.
여전히 마음은 뒤숭숭했지만, 희미하게 흔들리는 옅은 빛에 자그마한 안도를 느낀다.
내뱉는 입김이 하얗다.
역시 낮보다도 기온이 떨어져 있어서, 코노에는 무릎을 끌어안고 꼬리도 둥글게 말아, 작게 움츠러들었다.
추위에서 주의를 돌리자는 생각에, 품속에서 반지가 든 자루를 꺼내 든다.
「소중한 물건이라는 건, 그걸 말하는 거야?」
「반지. 아버지랑 어머니의 물건이야. 정확하게는 아버지의 유품을, 어머니가 가지고 있었던 것 같지만」
「그래. 그걸로, 무언가 알 수 있어?」
「……아마도, 읽으면 될 것 같아. 기억을」
「……기억?」
그러고 보니, 아직 아사토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숨길 일도 아니라는 생각에, 코노에는 입을 연다.
「의식해서 물건을 만지면, 그 물건이 가진 기억을 읽을 수 있어. 오래된 물건이면 물건일수록」
「…………」
아사토는 조금 놀란 듯했다.
차라리, 거짓말이라고 여겨져도 별다른 수가 없는 이야기다.
「그건…… 옛날부터, 그런 거야?」
「아니, 저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서부터야」
「그래……」
당황하는 듯이 아사토가 시선을 떨어트린다.
그러나, 곧바로 다시 코노에를 보았다.
「그 반지를 의식해서 만지면, 기억이 보이는 거야?」
「아마도」
「왜, 그 반지의 기억을 읽을 생각을 한 거야?」
그것은──
음유시인 고양이의 모습이, 머릿속 한 구석을 스치고 간다.
「어느 고양이의 말을 들었어」
「그 녀석은, 신용할 수 있는 건가」
「아아」
코노에가 끄덕이자, 아사토가 천천히 크게 꼬리를 흔들었다.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신용할 수 있는 고양이인 거네」
「괜찮다고 생각해」
코노에는 손에 들고 있던 반지가 든 자루로 시선을 떨어트린다. 대체, 무엇이 보일 것인가.
자루의 입을 열어 반지를 들여다본다.
그 무엇도 별다를 게 없는,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한 반지다.
이걸로 무언가 알 수 있다고 한다면, 기억을 읽는 것 외에는 떠오르는 것이 없다.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이 반지는 아버지의 물건인 것 같으니, 아버지에 관련된 기억일까.
그러나, 그것은 코노에들이 원하는 정보가 아니다.
코노에 자신은 아버지에 대해 잘 모르기에, 아주 조금 기대되기도 했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내심 고개를 갸웃거리며, 일단 반지를 만져보자는 생각을 했다.
자루에서 손바닥으로 반지를 굴리고, 손가락으로 움켜잡는다.
두근, 하고 심장이 맥박 친다. 심호흡을 하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