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네요. ^^
※ 번역 초고입니다.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식당에는 악마들의 얼굴이 가지런히 모여 있었다. 라이와 바르도도 있다.
「이제야 주역이 행차하신 건가」
「대체 뭐가 시작된다는 거야」
베르그가 장난기 가득한 어조로 말하며 히죽 웃는다. 바르도는 귀찮은 듯이 식당의 문을 닫았다.
바늘방석에 앉은 듯한 기분으로, 코노에는 자리에 모인 각자의 얼굴을 둘러본다. 거기서 문득,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카르츠만은──아사토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사토는 코노에의 옆에 앉아 있다. 그렇기에 부자연스럽지는 않지만, 그 눈빛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깃들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갑작스레 뒤에서 팔이 잡아당겨져, 코노에는 약간 비틀거렸다.
어느 사이엔가 베르그가 코노에의 등 뒤에 와 있었다. 베르그가 코노에의 겨드랑이 아래로 팔을 넣어 움직이지 못하게 붙든다.
「이제 슬슬 시작하자고」
「……윽, 이거 놔……!」
「코노에!」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베르그의 팔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코노에를 놔 줘」
아사토가 낮게 으르렁거리며, 이빨을 드러낸다.
베르그가 코노에의 코트를 벗겨 냈다.
「……!」
「역-시나」
「……너, ……!」
검은 귀와 꼬리가 노출된다.
라이는 팔짱을 끼고, 험악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다.
「……요전에도 생각했던 거지만, 당신 귀랑 꼬리가 그런 색이 아니었지」
「…………」
전력으로 베르그의 팔로부터 벗어나, 코노에는 귀를 숙이고 얼굴을 돌렸다.
자신에게 집중되는 모든 시선이 따갑다.
피부를 꿰뚫는 것 같았다.
스스로 밝힌다면 몰라도, 무리하게 들추어진 것에 대한 충격이 크다.
「팔에도 나와있겠지? 반점이. 그 자식, 되도 않는 짓을 하는군. 멋대로 남의 힘을 써대고」
「반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주지 않겠나」
재촉하는 카르츠 말에, 코노에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코노에는 신중하게 조금씩, 저주가 다시 나타난 일, 리크스에게 몸을 빼앗겼던 일을 이야기했다.
아사토에게 일어난 일도 이야기해야 할까.
자신의 입으로 말해 버려도 괜찮은 것일까.
동의를 구하는 듯이 시선을 보내자, 아사토가 희미하게 끄덕였다.
「그리고……, ……내 것과 똑같은 반점이, 아사토에게도 나타났어」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의 시선이 아사토에게로 모여든다.
아사토는 말없이 목에 두르고 있던 천을 끄르고, 턱을 가볍게 들어보였다.
그곳에는, 새까만 반점이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
「헤에……, 이런 이런」
「귀나 꼬리의 색은 변하지 않은 채로, 반점만이 나타난 건가」
「어째서……」
라이는 전과 다름없이 말없이 보고 있을 뿐이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전혀 읽어낼 수가 없다.
「……과연. 우리들이 생각한 대로다. 리크스의 힘은 증폭되어 있다」
그 말에 코노에는 문득 의문을 품는다.
「……당신들은, 알고 있었던 거야?」
「본래대로라면, 리크스로서는 우리들의 힘을 사용할 수 없을 터다. 그런데, 자네에게서 우리들의 힘의 냄새가 났지」
「리크스가 얼마나 실력 좋은 마술사라고 해도, 결국은 우리들과 이질적인 존재. 일시적으로 힘을 빼앗는 일은 가능해도, 온전하게 사용할 수는 없다」
「그게 가능하다는 건, 드디어 리크스도 본심이라는 거겠지」
「건 그렇고 위험하네. 뭘 생각하는진 모르겠지만, 이대로라면 리크스에게서 힘을 되찾을 수 없게 된단 거잖아. 농담이 아니라고-」
「최후의 때, ……두 개의 달이 겹쳐진다는 노래, 예언이 어느 때를 이르는 건지, 그건 알 수 없어. 그리고, 리크스가 어디에 있는지도」
「리크스가 있는 곳이라면, 희미하기는 하지만 느껴지고 있다」
「……에?」
생각지 못한 말에 라젤을 본다.
「그렇군. 이전에는 아무리 찾아보아도 그 무엇도 감지할 수 없었지.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녀석은 어디에 있지」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하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어둠이 차오름과 함께 녀석의 힘도 강해져 간다면, 머지않아 알게 되지」
「감출 생각은 없는 거라고. 리크스는, 분명히 말이지」
「……감출 생각이 없다?」
「그래」
프라우드는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을 뿐, 그 이상 이야기를 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때까지 말없이 있던 바르도가 턱을 문지르며, 꼬리를 크게 흔들었다.
「두 개의 달에 대한 노래라면……, 음의 달과 양의 달이 겹쳐질 때, 이 세계가 어쩌고 하는 그건가」
코노에가 끄덕이자, 바르도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거라면 분명, 하나 더 있지 않았나」
「노래가?」
「아아. 엄청나게 유명한 건 겹쳐지는 노래 쪽이지만 말야」
「뭐였더라……, 초목도 얼어붙는 겨울날에, 달은 서로를 그리워 해 눈물을 흘리고, 눈물은 겹쳐져 세계로 녹아들어, ……눈이 붓도록 온 눈물을 다 쏟아낸 후에, 붉게 물들어 하나가 된다, 였던가」
바르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띄엄띄엄 말을 풀어낸다. 그때,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사토가 얼굴을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두 개의 달에 대한 노래는 그쪽이야. 다른 하나는 몰라. 키라의 고양이들은, 그 노래를 배워」
「서로를 그리워 해 눈물을 흘리고……, 무슨 의미지?」
「달이 우는 거잖아? 우왕- 하고」
「하하하, 넌 정말로 멍청이로군」
「뭐라고!?」
「바르도, 어떤 의미인지 알겠어?」
「뭐였는지 가물가물하네」
「아사토는」
아사토가 눈꺼풀을 내리고, 좌우로 고개를 흔든다.
바르도가 말한 달의 노래에는 무언가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부분을 알 수 없다.
은밀한 흥분과 초조에, 코노에는 몇 번이고 꼬리를 흔든다.
──라이는?
시선을 돌린다.
라이는 생각에 잠겨있는 듯했지만, 이윽고 고개를 들었다.
「눈이 아닌가」
「눈?」
「달이 흘리는 눈물이다」
「눈물이라면 비 아냐? 어째서 눈이지」
「『눈물은 겹쳐져 세계로 녹아들어』. 비를 표현한다면 필요 없는 가사다」
「……그럴까나」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채로, 코노에는 고개를 갸웃한다.
「눈일지도 모르겠군. 이제 곧 내릴 기미다」
카르츠가 손바닥 위로 자그마한 얼음 결정을 만들었다. 결정은 섬세한 음을 내며 저절로 부서졌다.
「눈인가……」
「고양이들은 뭔가 하는 거야? 겨울 채비라든지, 겨울잠이라든지」
「약간 옷을 두껍게 입는 때도 있지만, 그리 겨울에 약한 편은 아냐. 단, 눈이 내리면 역시 춥지」
「흠. 여름 쪽에 약한 걸까나」
「뭐, 어느 쪽이냐- 하면 말이지」
「그 달의 노래인지 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쓸데없는 이야기를 가로막듯이, 카르츠가 약간 소리를 높인다.
「『최후의 때』는 가깝다, 라는 것이로군」
「그럼 뭘 할까 고민할 것도 없네. 리크스가 있는 곳을 찾아서, 냅다 쓰러뜨리기 위한 힘을 모아두면 되는 거잖아-」
「『최후의 때』까지 찾지 못하면?」
「찾게 돼」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있던 프라우드가 웃는다.
「『최후의 때』까지는 찾을 거야」
「어떻게 그렇게 잘라 말할 수 있지」
「감이야. 악마의 감」
「난 모르겠다고」
「넌 알겠다거나 모르겠다거나, 그 이전에 어찌 되든 상관 없는 거겠지」
「뭐- 그렇지」
칭찬을 받는 것도 아닌데도, 베르그가 어째선지 자신감으로 가득 찬 미소를 띄운다.
「자아 이제, 호출도 들어왔으니, 그럼- 속전속결로 한바탕 일 좀 하고 힘을 비축하러 가볼까」
말이 끝나자, 베르그의 몸은 옅은 노란색 불꽃에 에워싸여, 녹아드는 것처럼 사라졌다.
이어서, 다른 악마들도 제각기 불꽃에 몸을 감싼다.
「우리들도 준비를 해두지 않으면 안 되겠네. 그럼, 또 보지」
「…………」
프라우드가 싱글거리며 한쪽 손을 흔든다.
악마들이 사라진 후, 바르도가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 곁눈으로 코노에를 보았다.
코노에는 무의식적으로 바르도에게 등을 돌렸다.
묘한 긴장에, 꼬리가 뻣뻣해진다.
「왜 그래」
「……아니」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저주의 증거. 바르도는 코노에의 저주를 처음으로 안 것이다.
오히려 당연한 일이겠지.
코노에가 몸을 경직시키고 있자, 눈앞에 무언가가 내밀어졌다.
아사토가 코트를 손에 들고 있었다. 방금 전 베르그에게 벗겨진 것이다.
「입어」
「……고마워」
코트를 받아들어 입으면서, 은근슬쩍 바르도의 눈치를 살핀다.
눈이 마주치자, 바르도는 의아스러운 얼굴을 했다.
「뭐야」
「……아니. 기분 나쁘지 않을까 싶어서. 그, ……이, 저주라든지」
「아아」
몇 번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바르도는 한쪽 손을 목덜미에 댔다.
「이제 와서 그런 말 해봤자잖아. 당신이라고 좋아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지. 뭐, 악마도 묵는 여관이라고. 관록이 붙어서 좋잖아」
그 말투는 실로 어찌 되든 상관 없다는 듯이 들려서, 코노에는 다소 맥이 빠진다.
「이래저래 힘들 것 같지만, 뭐 힘내라고. 협력할 수 있는 거라면 도와줄 테니까 말야」
휙 하고 한쪽 손을 흔들고, 바르도는 식당에서 나갔다.
헐렁한 것일까 마음이 넓은 것일까, 코노에는 한숨 놓고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사토를 돌아본다.
천을 다시 목에 두르고 있는 참이었다.
눈이 마주쳐, 서로 당황하며 시선을 돌린다.
어째서 늘 이렇게 되는 것일까.
몇 번째인지 알 수 없는 자기혐오의 파도에 삼켜진다. 여하튼 무언가 말을 꺼내고자, 코노에는 아사토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어이」
라이가 뒤쪽에서 다가왔다.
아사토의 눈초리가 험악한 것으로 바뀐다.
「이게 어떤 사태인지, 당연히 이해는 하고 있겠지」
라이가 엄한 어조로 말을 내뱉는다.
「네가 하는 말 따위, 듣고 싶지 않아」
「바보가. 코노에와 똑같은 저주가 나타났다는 게 어떤 일인지, 네 녀석은 알고 있는 거냐고 묻고 있다」
「…………」
아사토가 입을 다물자, 라이는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코노에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했던 거다. 네가 서 있는 위치가 얼마나 위태롭고, 무거운 것인지를 생각해라」
강하게 잘라 말하고, 라이는 발길을 돌려 문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중에서 발을 멈추고 어깨 너머로 뒤를 돌아본다. 분노에 찬 눈동자가, 험악하게 아사토를 응시했다.
「만약 코노에를…… 찬아를 망가뜨리는 일이 생긴다면, 나는 네 녀석을 용서하지 않는다」
낮게 말을 내뱉고, 라이는 이번에야말로 식당에서 나갔다.
소리를 내며 닫힌 문을 노려보고, 아사토가 주먹을 움켜쥔다.
검은 꼬리는 완전히 곤두서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듯이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
아사토는 입술을 굳게 닫고는, 갑자기 식당의 창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활짝 열린 창문에서 밖으로 뛰쳐나간다.
코노에도 황급히 창문으로 달려든다. 그러나, 새카만 뒷모습은 눈 깜짝할 새에 골목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안타까운 심정에 내몰려, 코노에는 숨을 내쉬었다.
라이가 말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똑같은 저주가 나타난 것의 의미. 코노에도 아직 실감이 들지 않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다는 초조는 늘상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아사토를 말려들게 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많은 짐을 끌어안고 있는 아사토에게, 한층 더 무거운 짐을 지게 하고 말았다.
「…………」
마음이 깊게 이어진 상대에게 똑같은 반점이 나타난다.
그런데도, 코노에와 아사토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이어져 있을 터인데도, 한없이 멀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찌할 바를 모르는 채로, 코노에는 창에 기대어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혼자 가만히 있으니 쓸데없는 생각에 사로잡힐 것만 같아, 조금이라도 기분을 전환시키기 위해 코노에는 바깥으로 나가기로 했다.
여관에서 큰길로 한 발 내딛은 데에서 멈춰 선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고양이의 물결을 응시하지는 않은 채 단지 시선만을 그곳에 던져둔다.
「최후의 때」가 오면, 이 고양이들은 모두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런 것을 생각한다.
허나, 그렇지 않아도 결국 멸망할 운명인 것인가.
『공허』와 『실구』에 좀먹혀서.
──카로우는 지금, 어떻게 되어있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에 잠기니, 무언가가 시야의 끄트머리를 스쳐갔다.
뒤를 쫓듯이 그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회색의 천을 두른 가냘픈 몸이, 종종걸음으로 여관 옆의 뒷골목으로 들어간다.
순간적이긴 했지만, 그 모습은 본 기억이 있는 것이었다. ──그, 키라의 암컷 고양이다.
생각이 미침과 동시에, 코노에는 달리기 시작했다. 뒤를 쫓아, 뒷골목으로 들어간다.
잠시 동안 골목길 안을 달려나가니, 그 끝에는 길의 한가운데를 가로막는 듯이 그 암컷 고양이가 서 있었다.
주위에 다른 고양이의 모습은 없다.
코노에도 안전한 거리를 확보하고서 멈추어 섰다.
카가리, 라고 했었나.
아사토가 키라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붙이고 따른다는 고양이.
아사토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고양이──
아사토에 대해 알고 있는 고양이.
카가리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기승스러운 눈동자로 지그시 코노에를 바라보았다.
마치 만들어진 「물건」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기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전체적으로 자그마한 몸이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이겠지.
어쩌면 공격을 걸어올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코노에는 그다지 경계하지 않고, 무기도 들지 않은 채로 있었다.
이전에도 느낀 것이지만, 어쩐지 카가리를 적시하고자 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싸우고자 하는 마음 따위는 손톱만큼도 들지 않았다.
지금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카가리는 세 갈래의 칼날을 들고 자세를 취하며, 전신에서 투기를 발했지만, 코노에가 그저 계속해서 무방비한 상태로 있는 것을 알고서, 다소 짜증스러운 듯이 공격 태세를 풀었다.
「바보 취급 하는 거야?」
「싸울 생각은 없어」
「그럼, 어째서 쫓아 온 거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이야기?」
「아사토에 대해서야」
그렇게 말하자, 카가리는 무언가를 꿰뚫어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두 눈을 가늘게 좁혔다.
「들어서 어쩔 거지」
「……모르겠어. 그치만……, ……아사토는 고통스러워 하고 있어. 그러니까, 알고 싶어. 무엇이 아사토를 그렇게까지 괴롭히고,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것인지」
「알면, 구해줄 수 있다는 거야?」
카가리의 싸늘한 추궁에, 코노에는 말이 막힌다.
「……구해줄 수 없을지도 몰라. 알 수 없어. 그래도……, 알고 싶어」
절실한 마음을 담아, 코노에는 카가리를 강하게 응시했다.
앞일은 알 수 없다. 아사토에 대해 알게 된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벽을 무너뜨릴 단서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대로 내버려 두었다가는, 아사토는 어딘가로 사라져 없어져버리고 말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기에, 알고 싶었다.
카가리는 졌다는 듯이 작게 한숨을 쉰다.
「아사토를 죽이려는 나에게 그걸 묻다니, 바보네. 너」
「하는 수 없잖아. 아사토에 대해 알고 있는 녀석은 당신밖에 없다고. 게다가……, ……당신, 진심으로 아사토를 죽일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그것은 이전에, 카가리의 도움을 받았을 때에도 어렴풋이 느꼈던 것이었다.
아사토에 대한 살기는 확실히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적의가 감지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카가리의 뺨이 희미하게 떨리고, 날카로운 시선이 코노에를 포착했다.
「……당연하지. 꽤나 시건방진 질문을 하는 고양이네」
「그런 식으로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
카가리는 입을 다물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이 시선을 발치로 떨어트렸다.
그러나, 이내 얼굴을 들고 고개를 약간 기울이고서, 곁눈으로 코노에를 보았다.
「넌, 이상한 고양이야」
「……아사토에게도, 똑같은 말을 들었어」
「그래」
카가리는 눈꺼풀을 내리깔고서, 확인하는 것처럼 천천히 코노에를 보았다.
「알았어. 무슨 이야기가 듣고 싶지」
「……괜찮은 거야?」
「네가 알고 싶다고 했잖아. 내 마음이 바뀌기 전에, 빨리 물어보라고」
엄한 어조와는 정반대로, 팽팽히 긴장감이 서려 있던 공기가 조금 누그러진다.
코노에는 작게 숨을 내쉬고, 의문으로 여기고 있던 것을 입에 담았다.
「어째서, 키라 고양이들은 아사토를 죽이는 일에 혈안이 되어있는 거지. 원래, 키라 고양이가 그 계곡에서 나오는 일은 없잖아. 란센까지 쫓아와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 건가」
「……있어」
한 마디 대답을 내뱉고, 카가리의 눈빛은 희미하게 어두워졌다.
「그 아이는 저주받은 아이, 금기의 자식이다」
──또, 다. 아사토와 관련된 이들은 모두, 미리 짜두기라도 한 듯이 똑같은 말을 입에 담는다.
「그러니까, 어찌 되었든 없애지 않으면 안 돼. 곁에 있으면, 너도 반드시──불행해 질 거야」
「아사토의 아버지가 메이기의 고양이이기 때문인가」
「……알고 있는 거야?」
「그치만, 단지 그것 뿐이잖아. 금기의 자식이라든지, 마물의 자식이라든지, 그렇게까지 겁을 낼 이유가 뭔지 모르겠어」
「이유는 있어. 확실히 말이지」
거기서 카가리는 작게 숨을 내쉬고, 하늘을 우러러보는 듯이 얼굴을 들어올렸다.
「네가 방금 말한 것처럼, 아사토의 부친은 메이기의 고양이야. 메이기와 키라는 아주 오래전부터 서로 이빨을 드러내고 다투고, 미워하고 있어.
그래서, 아사토의 부모님은 줄곧 서로의 마을에 숨겨 가면서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던 거야.
그치만, 그 사실이 발각되어서, 당연히 쫓기는 신세가 되었지. 숲 속 이곳저곳을 도망쳐 다닌 것 같지만, 부친은 도중에 홀로 떨어져서 그대로 행방불명.
모친 쪽은 막다른 곳까지 몰려서, 낭떠러지에서 유각의 계곡으로 떨어졌지. 그때는 이미, 아사토를 임신하고 있었어」
「…………」
「다행히, 키라는 바로 가까이에 있었으니까 말이지. 모친은 목숨을 건진데다, 무사하게 아사토를 낳았지만 몸이 굉장히 약해지고 말아서, 그 후 얼마 안 있어 세상을 떴어」
몹시도──슬픈 이야기였다.
코노에는 비통한 심정으로 시선을 발치로 떨어트린다.
그래도, 그럼에도 역시 방금 전의 의문의 이유로서는 약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코노에가 시선을 들자, 카가리는 알고 있다는 말이라도 하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것만으로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거지? 아직 다음 이야기가 있어. 아사토는 말이지, 태어났을 때──
고양이의 형태를 하고 있지 않았어」
「……!?」
「문자 그대로, 마물이었던 거야. 자그맣고, 코와 입이 짐승처럼 길고, 귀도 축 늘어져 있어서……. 커지면서, 확실히 고양이의 모습이 되어갔지만」
「그런……, 그렇지만, 키라도 메이기도 똑같은 고양이잖아. 그런데, 어째서……」
「메이기 녀석들은 마도의 일족이다. 어둠을 사랑하고, 어둠과 교합하지. 녀석들은 줄곧 그렇게 해서 메이기의 피를 지켜왔어. 그래서, 거기에 다른 피가 섞였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어.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거야. 실제로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아. 그래서 지금까지 엄하게 금지되어 온 거라고」
「…………」
말이 막힌다, 정도로 형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코노에는 한 순간,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될 뻔했다.
그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홀로, 얼어붙은 것처럼 전신을 경직시키고 꼼짝하지 못한다.
「마을의 고양이들은 모두 아사토를 기분 나쁘게 여겨서 말이지. 갓 태어난 그 아이를 죽이라는 결정이 났었어. 하지만…… 내가 막았어」
「막을 수 있었던 거야?」
「키라에서 젊은 암컷은 나 하나밖에 없어. 아사토의 엄마는 아직 살아있었지만, 메이기의 고양이와 결합했기 때문에 누구도 가까이 다가가려 하지 않았지. 그러니까, 나에게는 촌장님 다음으로 발언권이 있어. 나랑 아사토의 엄마가, 끝까지 버텨서 그 아이를 키웠던 거야」
「어째서 막았던 거야」
그렇게 묻자, 카가리는 믿을 수 없는 것이라도 보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눈앞에서 갓 태어난 아이가 살해당하는 걸 입 다물고 보고 있으라는 거야……!?」
「그치만, 지금은 아사토를 죽이려 하고 있어. 아사토가, 금기의 자식이니까. 그건 처음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잖아」
방금의 말하는 품새를 듣고 있으니, 카가리는 아사토에 대해 육친이 가질 법한 정을 품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아사토를 죽이려고 하는 것은 어째서인 것일까. 모순되어 있다.
「…………」
카가리는 입을 닫고서 아픔을 참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시선을 발치로 떨어트렸다.
「……어쨌든, 그때는 내버려 둘 수 없었던 거야. 그것뿐이다」
애매하게 얼버무리는 듯한 말투에서 필시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거기까지 파고들 필요는 없다. 그렇기에, 추궁은 하지 않았다.
「태어났을 때에는 그런 모습이었지만, 그 뒤, 아사토는 정말로 지극히 평범한 고양이로서 자랐어. 그래서, 마을 고양이들도 기분 나쁘게 여기면서도 내버려 뒀지. 그치만, ……어떤 사건이 일어났어」
「사건?」
「아아. 심야에 마을 고양이가 마물의 습격을 받은 거야. 가벼운 부상을 당하고 끝났지만…… 유각의 계곡에는 마물도 좀처럼 들어오지 않아. 마물 따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그치만, 습격당한 고양이는 확실히 마물이었다고 말했어. 그래서 모든 마을 고양이들은 수상하게 여겼지. ……아사토가 아닌가 하고 말야」
「그런 거, 그저 일방적인 단정일 뿐이야……」
「어쩔 수 없어. 눈에 보이지 않는 걸 무작정 두려워하는 것보다, 불확실해도 눈에 보이는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조금은 안심이 되지. 서로 형편을 잘 알고 있는 좁은 마을이라면 더 그런 법이야. 불쌍하게 됐지만, 아사토가 그 표적이 되고 말았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채로, 코노에는 어금니를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카가리가 말하는 대로인 것이겠지.
폐쇄된 집단이란 그런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도 카로우에서 나오지 않았겠는가.
「……이게, 키라가 아사토를 집요하게 노리는 이유다. 만약 아사토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일으킨다면, 먼지를 뒤집어쓰는 건 키라 일족 전체다. 그렇지 않아도, 아사토는 마을의 규율을 어겼어. 키라는 절대로 아사토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럼……, 당신이 아사토를 노리는 이유는」
「……촌장님의 명령은 절대적이라고 말했잖아」
「딱히 당신이 나서지 않아도 괜찮았을 거야. 당신, 키라에서 단 한 마리뿐인 암컷이지? 내가 키라의 촌장이라면, 당신을 지명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아. 만약 죽어버리면, 암컷이 없어지게 돼」
이미 코노에는 확신하고 있었다. 카가리는 절대로 아사토를 죽이는 것을 바라고 있지 않다.
게다가 지금 말한 대로, 카가리 이외의 고양이였어도 딱히 상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
카가리는 입을 다물고, 얼굴을 돌리고는 눈꺼풀을 내리깔았다.
가냘픈 몸은 강한 눈동자가 감춰지자, 좌우로 치솟은 건물의 그림자에 파묻혀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리고, 카가리가 코노에를 바라본다. 그리고, 차분하고 강한 어조로 확실하게 말을 내뱉었다.
「내가 스스로 자청한 거야」
「……왜」
「다른 녀석에게 죽임을 당할 정도라면, 내가 이 손으로 숨통을 끊어주겠다고,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말야」
「…………」
──어쩌면.
「당신……, 아사토를 좋아하는 건가」
그렇게 묻자, 카가리는 희미하게 미소를 띠고, 좌우로 느리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감정, 옛날에 뛰어넘었어. 젖먹이였을 때부터 쭉, 아사토의 엄마가 죽은 후에도, 줄곧 내가 길러 왔다고. 남동생…… 아니, 이젠 내 자식 같은 거야. 그러니까, 다른 녀석에겐 넘겨주지 않아. 내가……」
거기서, 카가리는 천천히 한쪽 손의 주먹을 그러쥐었다.
「죽일 거야」
이를 악물듯이 말을 이어나가는 카가리의 눈동자에는, 더할 나위 없이 강하게 확신에 찬 빛이 서려 있었다.
──그 때문인가. 카가리에게서 줄곧 느껴졌던 위화감의 정체는.
카가리는, 아사토를 꺼림칙하게 여겨서 그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엄마처럼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야말로, 그런 것이다.
「너는 어떻지」
불쑥 질문의 화살이 돌려져서, 코노에는 움찔 하고 꼬리를 곤두세운다.
「……뭐가」
「넌 그 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아사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줄곧 쫓기듯이 지내왔기에,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여기서 생각한다고 해도 곧바로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코노에는 잠시 입을 다문 후, 생각이 난 그대로의 말을 입에 담았다.
「……소중하다고, 생각해」
입 밖에 내고 처음으로, 그 의미를 실감한다.
자신은, 소중한 것이다──아사토가.
「소중하다, 말이지」
카가리는 선선하게 눈을 가늘게 좁히고, 감정을 눌러 죽인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떤 식으로 소중한 거야」
「어떤 식으로?」
「각오는 되어있냐는 말이야」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채, 코노에는 카가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눈짓을 보낸다.
카가리는 턱을 당기고, 코노에의 눈동자 속 깊은 곳을 탐색하는 듯이 날카롭게 코노에를 마주보았다.
「그 애를 살리고 싶은 거잖아. 어쩌면 넌,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몰라」
「……그건, 당신이랑 서로 칼을 겨누게 된다는 의미인가」
「그것도 있어. 이런저런 의미와 가능성이 포함되어 있지. 그래도…… 끝까지 그 뜻을 관철할 자신이 있는 거야?」
질문을 받고, 코노에는 눈을 내리뜨고 시선을 떨어트린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설령, 목숨을 잃는 일 같은 것이 벌어져도──그래도, 아사토의 곁에 있고 싶은 마음인 것인가. 구해주고 싶다는 생각인 것인가.
어쨌든 싫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데도 다가설 수 없는 것이다. 자그마한 계기가 쌓이고 쌓여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찌 할 도리가 없는 거리와 벽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렇지만, 사실은 다가가고 싶다.
아사토는, 코노에를 따라 나서기로 결정하고 키라를 버렸다. 그렇기에, 좀 더 아사토의 손을 이끌고서 나아가고 싶다.
좀 더…… 함께 있고 싶은 것이다.
코노에는 얼굴을 들고, 정면으로 카가리를 응시한다.
「……각오라면, 처음부터 되어 있었어. 아사토를 키라에서 데리고 나왔을 때부터」
「……그래」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목소리로 대답하고서, 카가리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질렸다는 듯이 자그마한 입술에 희미한 미소를 띄웠다.
「알았어」
그러나, 그 감정은 곧바로 냉엄한 것으로 변한다. 카가리가 매몰차게 뒤를 돌아보았다.
코노에도 똑같이, 골목길 저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전해져 오고 있었다. 귀를 세우고 소리가 나는 기색을 살피며, 숨을 죽인다.
골목길 안쪽에서 그림자 하나가 나타난다. 검은 누더기를 걸치고, 눈만을 괴상하게 번뜩이고 있다.
……리크스가 보낸 추격자다. 그것도, 두 마리.
「뭐야, 저 녀석들……」
카가리가 한쪽 눈을 가늘게 좁히고, 경계를 드러내며 중얼거린다.
가슴에 날카로운 통증이 스쳐, 코노에는 얼굴을 찡그린다. 리크스와 관련된 자가 가까이 다가올 때 터져 나오는 통증이다.
카가리가 무기를 앞으로 내밀고 자세를 취한다.
코노에도 검을 빼들었다.
카가리는 자신이 찬아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잘 알지 못하는 고양이를 상대로 갑자기 노래를 부를 수는 없다.
가슴이 욱씬욱씬 아팠지만, 참아낸다.
추격자 고양이 가운데 한쪽이 검을 쥐고서 앞으로 나온다. 다른 한쪽은 피리 같은 것을 꺼내 들고는 입술에 대고, 눈을 감는다.
「……한 패인가」
카가리가 혀를 찬다.
「잠시 휴전하고, 어떻게든 여기서 헤치고 나가는 수밖에는 없겠네」
「아아」
코노에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피리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찬아의 노래가 시작된 것이다.
투아 고양이가 어렴풋한 붉은 빛에 감싸인다.
번쩍거리는 시선이 코노에 일행을 포착하고, 그 직후 돌진해 왔다.
「……윽」
뒤쪽으로 황급히 물러서면서, 코노에는 검을 앞으로 치켜들고 투아 고양이의 공격을 받아들인다.
똑같이 카가리도 뒤로 물러서서, 무기를 방패로 빗발치는 공격을 튕겨낸다.
붉은 빛에 감싸인 투아 고양이는, 무서운 스피드로 코노에와 카가리에게 번갈아서 공격해 왔다.
한쪽에서 덤벼들려 해도, 곧바로 다음 공격이 다가온다.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자 하지만 틈이 없다.
거기다가 이쪽도, 조금이라도 균형을 무너트리면 칼날의 먹이가 될 고비에 처해있는 상황이었다.
가느다랗고 날카로운 피리의 선율이 청각을 지배하고 속박한다. 마비시킨다.
「제길…… 윽」
명백한 열세다. 짝패의 힘이라는 것은, 찬아의 노래라는 것은, 이 정도로까지 차이를 만들고 마는 것인가.
가까스로 투아 고양이의 공격에서 벗어난 코노에였지만, 가슴에 강한 통증이 스쳐 무심결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윽, 크흑……」
「바보! 도망쳐!」
카가리가 소리친다. 얼굴을 들자, 흐릿한 회색의 검이 머리 위로 치켜올려져 있었다.
피하려 했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칼날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이제 틀린 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돌연, 하얀 빛이 흘러넘쳤다.
빛은 강렬한 눈부심으로 코노에를 감싼다. 코노에를 둘러싼 비명도 영상도, 그 무엇도 깨끗이 사라져버렸다.
평온한 정적.
마음이 밑바닥에서 건져 올려지는 것을 느꼈다.
이 빛 속에 있으면 괜찮다고, 안도한다.
하얗게 채워진 사고에, 어느 고양이의 모습이 나타난다.
──음유시인 고양이.
또, 도움을 받은 것일까.
어째서…… 도와주는 것일까.
음유시인 고양이는 악기를 타고, 노래를 자아내고 있었다.
흐르는 선율.
그것은 확실히 노래였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왜인지 말을 걸어오는 듯이 느껴졌다.
노래를 매개로, 시가 속삭인다.
──잊어버린 것이 있으리라.
잊어버린 것?
──네가 버리려 했던, 너를 버리려 했던 마을에.
버리려 했던 마을?
……카로우를 이야기하는 건가.
그렇지만, 무엇을 잊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생각이 나지 않는다.
──너를 낳아준 이들이, 남기고 간.
낳아준 이들…… 부모님이 남기고 간, 무언가.
코노에는 문득 생각해 낸다.
……반지.
반지다. 더 이상 마을에는 돌아갈 수 없기에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어쨌다는 것인가.
음유시인 고양이는 조금씩, 빛 속에 파묻혀 간다.
사라져버린다.
뒤쫓아가고 싶다. 그렇지만, 지금의 코노에에게는 육체가 없다.
앞으로 나아갈 다리가 없다.
안타까워 하고 있는 사이에, 음유시인 고양이는 멀어져 간다.
그 모습이 완전히 사라짐과 동시에 선율이 끊기고, 선명한 말이 울렸다.
──모든 대답은, 네 안에 있다.
느껴보렴.
마음 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숲, 부드러운 흙에 묻힌 것을.
「……이봐!」
눈을 뜬다.
긴장된 표정의 카가리가,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괜찮아?」
「…………」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는 채로 시선을 위로 향하자, 건물에 베어진 일그러진 하늘이 보였다.
그것으로, 마침내 위를 향하고서 쓰러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킨다.
가벼운 두통이 일어 코노에는 눈썹을 찡그리고,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일이」
「모르겠어. 갑자기 하얀 빛이 쏟아져서…… 눈도 뜰 수 없을 정도로. 그리고, 정신이 드니 그 고양이들이 없어졌고, 네가 쓰러져 있었어」
그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본다. 확실히 리크스가 보낸 추격자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음유시인 고양이.
문득 잔상이 뇌리에 떠오르고, 사라진다. 머릿속 한편에서 악기 소리가 희미하게 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혼란스러운 사고에 몸이 따라가지 못하고, 일어서려고 하다가 비틀거린다. 옆에서 카가리가 부축해 주었다.
「……미안」
「별로」
코노에로부터 곧바로 떨어져서, 카가리는 한숨을 쉬고 한쪽 손을 허리에 댔다.
「방금 전의 고양이들, 그건 뭐였던 거야. 널 노리고 있는 것 같았는데」
「…………」
무어라고 대답을 하면 좋을지 알지 못한 채, 코노에는 입을 닫았다.
리크스에 대한 일을 알면, 카가리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뭐 됐어. 너한테도 뭔가 복잡한 사정이 있을 것 같네. 다음에 만날 때는……」
거기서 말을 멈추고, 카가리는 똑바로 코노에를 바라보았다.
기승스런 눈빛은, 골목의 어둠 속에 있어도 강한 빛을 품고 있다.
이어지는 말이 담긴, 그러나 소리를 지닌 말로써 발화되지 않는 침묵이 이어지고, 마침내 카가리는 천천히 후퇴하기 시작했다.
다음에 만날 때는──적인가.
그렇지 않으면.
카가리는 발길을 돌려, 은밀한 발소리와 함께 골목의 안쪽으로 사라져 갔다.
홀로 남겨져, 코노에는 작게 한숨을 쉰다.
긴장돼 있던 공기가 느슨해지고, 그다지 차갑지도 않은 바람이 큰길에서 고양이들이 떠들썩거리는 소리를 희미하게 실어 온다.
조금씩 혼란이 가라앉아 간다.
카가리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되새기고, 코노에는 아사토에 대해 생각했다.
자신은 키라에서 미움 받고 있다고 말했던 그 의미를, 지금은 가슴에 스미는 듯이 이해한다.
그렇기에 오늘 아침, 그런 걸 물어 왔던 것일까. 소중한 것을 계속해서 잃어버리지 않고 있는 것은 가능한 일이냐고.
지금까지 수많은 것을 잃어온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뺏겼거나…… 처음부터 무언가를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용납받지 못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가슴이 아팠다.
아사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한다면, 사실은 잘 알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저──아사토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벽을 무너트릴 방법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만나면 다시, 숨막히는 시간만이 흘러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 가는 것도 아니었지만, 코노에는 큰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걸음을 내딛으며, 이번에는 음유시인에 대해 생각했다.
항상 현실인지 꿈인지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코노에는 확실하게 그 존재를 믿고 있었다.
반지, 라고 말했다.
코노에 부모님의 유물, 카로우에 놔 두고 왔던 반지다.
음유시인이 어째서, 그런 것을 언급한 것일까. 무언가가 있다는 것일까.
부모님이 남긴 반지에, 무언가가.
……돌아가 볼까.
내일, 카로우로.
물론, 사실은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째선지 돌아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골똘히 생각하며 걷고 있는 동안에, 코노에는 큰길을 가로질러, 서쪽의 뒷길로 빠져들고 있었다.
강이 길을 따라서 흐르고 있다.
수면은 해가 저물기 시작한 하늘의 색을 녹이고, 이따금 잔잔한 흰 물결이 인다.
축축한 공기 속, 수풀과 흙의 풋내를 맡으며, 코노에는 발치를 바라보며 느릿느릿 걷고 있었다.
그러나, 도중에 얼굴을 들었을 때, 시야에 비친 광경에 무심코 발을 멈추었다.
놀라움에 털을 곤두세우며, 곧바로 옆쪽의 덤불로 뛰어들어 몸을 숨긴다.
강의 얕은 곳에 우두커니 서 있는 고양이의 모습이 보였다. 이쪽에 등을 돌리고 있다.
검은 머리칼, 검은 꼬리에 갈색의 피부──아사토다.
그만 긴장해서, 코노에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아사토는 멱을 감고 있는 것 같았다.
팔에 혀를 미끄러트려 털을 다듬고 있다.
물에 젖은 피부는 석양의 색을 받아들여, 근육의 음영을 뚜렷하게 강조시키고 있다.
그 위에 희미하게 붉은 윤기가 감돌고 있어, 코노에는 작게 심장이 뛰어오르는 소리를 듣는다.
늘 보아 왔다, 라고 말할 정도로 봐온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평상시의 아사토와는 다른 고양이처럼 보였다. 그러나, 코노에의 시선은 어느 한 점에서 뚝 하고 달라붙는 듯이 멈춘다.
거무스름한 등을 세로로 가르는 듯이, 길고 커다란 흉터가 나 있었다.
멀리서 보아도 똑똑히 알 수 있다. 오래된 것이겠지.
무엇이 원인일까. 사고였을까. 아니면…….
「…………」
카가리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생각하기도 싫은 가능성을 결부시키고 말았다. 자기혐오에 빠져, 코노에는 곧바로 그 생각을 지운다.
물이 크게 요동치는 소리가 나고, 아사토가 어깨 너머로 돌아보았다.
그 순간, 코노에는 허둥지둥 덤불의 안쪽 깊은 곳으로 숨었다.
들킨 것일까? 인기척을 알아챈 것일지도 모른다.
아사토를 보고 싶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대면하는 것도 거북했다. 코노에는 살며시 덤불에서 원래 가고 있었던 길로 되돌아가, 큰길로 돌아갔다.
여관으로 향하는 길을 더듬어 가며, 천천히 심호흡을 한다.
몸의 상처는 나아도, 마음의 상처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곪아있는 상태일 것이다.
아물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
그렇기에, 코노에도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얼마나 시간이 흘러도 잃게 되지 않는 것이 있다고, 그렇게 아사토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