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여사님 블로그에 올라온 <place>의 미니 스토리입니다. 모든 저작권은 코여사님께... ☞☜
라멘토도 좋지만 기분 전환으로. ^.,^
★ place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인물설명
요코야마 아키오 - 30세 정도. 완구회사의 총무. 업무 처리가 능숙하고 온화함. 천사와 인간의 혼혈이라 날개가 있지만, 세간에는 전력으로 그 사실을 숨기고 있습니다. (......네. 뭐 얼마든지 태클 걸어주세요)
카가 료우타 - 25세 정도. 완구회사의 영업사원. 엄격한 성격의 순정파.
※ 요코야마에게는 날개가 있습니다만, 판타지적 요소는 전혀 없습니다. 시간 축으로는, 신장판의 새로 추가된 부분의 앞이 되겠습니다.
침묵하는 휴대전화를 앞에 두고, 카가 료우타는 데스크에 한쪽 팔꿈치를 대고 괴로움에 빠져 있었다. 요코야마에게서 점심을 먹자는 연락이 없다.
벽의 시계도 자신의 손목시계도, 12시 5분을 가리키고 있다. 점심을 먹자는 연락은 언제나 12시가 되기 전까지 오니, 바쁜 것이겠지. 밖으로 밥을 먹으러 나갈까, 아니면 앞으로 5분만 기다려볼까…….
"카가 씨."
사무를 보는 니시네가 옆으로 다가와, 싱긋 웃었다.
"점심, 같이 안 드실래요?"
"아, 그런데……"
"다른 약속, 있으신 거예요?"
이대로 연락이 오지 않으면, 기다리고 있을수록 허무해진다. 카가는 "갈게."라고 말하고는 지갑과 핸드폰을 손에 들고 일어섰다. 사무실 입구를 나서자마자, 니시네는 "라멘이면 괜찮겠죠?"라며 돌아보았다.
"상관없는데."
선택지도 주어지지 않고, 라멘 택일이다.
"그럼 결정!"
"……너, 혼자서 라멘 집에 들어가는 게 싫으니까, 날 부른 거지?"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아, 조금 서둘러도 될까요? 꽤 인기 있는 집이니까 말예요."
이 녀석, 슬쩍 말을 돌리고 있네, 라고 생각하며 걸음이 빨라진 니시네를 따라서 간다. 에어컨 바람이 잘 드는 사무실과 비교해, 밖은 무덥다. 하늘은 침침하게 흐리고, 공기는 무거워, 장마철 특유의 불쾌함이 그 부근에 온통 만연해 있다.
10분 정도 걸어서 나오는 뒷골목에 있는 라멘 집에는 여덟 명 정도의 행렬이 늘어서 있었다. 줄을 서고 있는 것은 완전히 남자들뿐. 맨 끝에 줄을 섰지만, 라멘 집은 회전이 빠르기 때문에 이 정도라면 15분쯤 기다리면 자리에 앉을 수 있겠지.
"그러고 보니, 카가 씨는 자주 요코야마 씨랑 같이 점심을 드시네요. 역시 왕년 콤비랄까, 굉장히 사이가 좋으시네요~"
연인의 이름에 기습 공격을 당해, 심장이 두근 하고 맥박 친다.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작게 숨을 내쉬었다.
"지금도 이래저래, 상담이라든지 하고 있으니까."
"저, 심부름 받은 게 있어서 오전에 기획부에 갔는데, 조금 소란이 일었었어요."
"기획?"
"제가 갔을 때, 마침 요코야마 씨도 기획부에 오셔서 부장님이랑 얘기하고 계셨거든요. 거기에 수리하는 사람이 와서, 카트로 복사기를 옮기고 있었는데, 요코야마 씨 발 위로 떨어져버려서."
"엣!"
카가의 목소리에, 니시네가 놀란 듯이 눈을 깜박였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피는 안 났지만, 오른쪽 발이 부으셨더라고요. 요코야마 씨는 괜찮다고 말하셨지만 아파 보이시고, 수리하는 사람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싹싹 빌고. 결국, 병원에 가신 것 같아요."
"니시네, 잠깐 줄 좀 서줘."
카가는 일단 줄에서 벗어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전화는……"이라는 안내 음성이 울린다. 병원에 갔다면, 전원이 꺼져있을지도 모른다. 카가는 연락을 달라는 메일을 보내고, 줄 서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복사기라면 꽤 무게가 나갈 텐데."
"그렇죠."
현장을 생각해내기라도 한 듯이, 니시네가 한숨을 쉰다.
"뼈라든지 부러지지 않았을까?"
"잘 모르겠지만, 걷기는 하셨어요. 큰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라멘을 먹고 있는 동안에도, 요코야마의 일이 신경 쓰여 반도 채 먹지 못하고, 니시네에게 "카가 씨, 속이 안 좋으신 거예요?"라는 말을 들었다.
사무실로 돌아온 후에도, 요코야마의 발 상태가 신경이 쓰여서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아직 점심시간이니, 총무부로 상황을 살피러 가볼까. 그렇지만 연락이 없다는 것은, 아직 병원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겠지, 라고 속으로 애를 태우고 있으니, 착신 음이 들려왔다. 카가는 휴대전화를 움켜잡고 사무실을 뛰쳐나가, 부딪칠 뻔한 후배 시미즈에게 "미안." 하고 사과를 하고, 복도의 막다른 곳까지 달려갔다.
[료우타, 전화랑 메일 했었네. 잠깐 나가 있었어서, 지금 회사의……]
"발은 어떠신 거예요!"
그만 상대의 말을 가로막고 말았다. 핸드폰 너머로, 요코야마가 쓴웃음을 짓는 얼굴이 떠오른다.
[니시네 씨에게 들은 건가. 발은 골절은 아니지만 염좌 기가 있어서, 걸으면 아파서 목발을 빌렸어.]
골절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안심한 것도 잠시, 목발 없이는 걸을 수 없다니, 꽤나 심각한 것이 아닌가.
"아프지 않으세요?"
[진통제를 받았으니까 괜찮아. 그리고 료우타에게 부탁이 있어. 발이 이런 상태라 차를 몰 수 없을 것 같으니까, 회사에 주차해둔 내 차를 맨션까지 운전해서 갖다 놓아주지 않을래?]
"알았어."
[미안하게 됐네. ……료우타의 일이 끝나면 주차장으로 갈 테니까, 연락해줘.]
"응."
[그럼 이따 봐.]
전화가 끊긴다. 역시 상태를 보러 가고 싶어서, 계단을 오르려하다가 깨닫는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 오후 근무가 시작되는 오후 한 시가 넘어가고 만 것이다.
오후부터는 전속력으로 일을 했다. "너, 뭘 그렇게 서두르는 거야?"라고 동료가 기막혀할 정도로.
시계가 오후 다섯 시를 가리킴과 동시에 "오늘은 일이 있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영업부의 사무실을 나와, 요코야마에게 메일을 보냈다. 즉시 전화가 걸려온다.
[벌써 일이 끝난 거야? 빨리 끝났네.]
"아, 응. 오늘은 별로 안 바빠서……"
솔직하게 '요코야마를 위해 일을 빨리 끝냈다'라고 말하면 됐을지도 모르지만, 억지로 호의를 밀어붙이는 꼴이 될 것 같아 입에 담을 수가 없었다.
[금방 아래로 내려갈게.]
5분 정도 있으니 요코야마가 왔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목발을 짚고 있는 모습에, 사전에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쇼크를 받았다. 그런 감정이 밖으로 전해질 정도로 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부상을 당한 본인에게 "괜찮아."라고 달래는 말을 들었다.
"진통제가 들어서 아프지도 않고. 목발은 너무 야단 떠는 건 아닐까 싶었지만, 역시 한쪽 발로는 걸을 수 없으니까."
카가는 요코야마의 짐을 빼앗아 들고, 천천히 그 곁에서 걸었다. 발의 통증이나 붓기가 가라앉을 때까지는, 생활하는 것이 고생스럽겠지. 그 동안, 자신이 수족이 되어서 움직이겠다. 그렇게 결심했다.
요코야마의 차는, 몇 번인가 운전해본 적이 있어서 익숙했다. 퇴근길의 러시아워에 발이 묶여 차는 그다지 나아가지 않고, 옆쪽이 조용하다 싶더니 요코야마는 눈을 감고 있었다. 자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진통제를 썼다고도 했다. 그런 종류의 약물은 부작용이 있으니까, 그 탓인지도 모른다. 언제나 자신이 요코야마가 운전하는 차를 탔으니, 옆에서 요코야마가 자고 있다는 역 패턴은 신선하다.
그러고 보니, 요코야마는 집 안에서도 목발을 짚는 것일까. 저것은 외출용으로, 집 안에서는 벽을 짚고 걷는다거나? 그런 일을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옆에서 부축해주면 된다. 아예 요코야마의 맨션에 묵을까. 그 편이 자신도 안심이다.
자신의 아파트에 요코야마가 오는 일은 있었어도, 자신이 요코야마의 맨션에 가는 것은 처음이다. 부축을 하고서 걷는다니, 그렇지 않아도 접촉의 기회가 많아진다. ……요코야마가 자신의 몸을 원해오면 어떻게 할까. 얼굴이 확 하고 붉어진다. 다친 사람을 상대로, 자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이 되어버린다면? 요코야마는 무리는 하지 않지만, 평범하게…… 그런 걸 좋아하는 남자라고 생각한다. 저 발로는 그다지 움직일 수 없을 테니, 그렇다면 자신이…… 그…….
카가는 귀가 뜨거워졌다. 섹스에 관해서는, 자신이 주도권을 잡아본 적은 없다. 늘 요코야마가 하는 대로 맡기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제대로 공부해두었으면 좋았다. 아니, 지식은 있는 것이다. ……실전으로 옮겨본 적은 없지만.
한 시간 정도 걸려, 요코야마의 맨션에 도착한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나서도 여전히 요코야마는 자고 있어, 깨우는 것이 망설여졌다. 자신이 조수석에서 잠들었을 때, 요코야마가 자신을 무리하게 깨우거나 하지 않은 마음을, 이제야 이해한다. 기분 좋은 듯이 잠들어 있는 것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
요코야마는 차를 멈추고 10분 정도 있자 눈을 뜨고서, 깜빡 잠이 들고 만 것을 카가에게 사과했다.
차에서 내리자, 요코야마는 목발을 짚고 능숙하게 걸었다. 그리고 현관으로 들어가 문이 닫히자, 현관에 앉고서, 목발을 옆으로 치웠다. 수트를 벗는다. 넥타이를 풀고, 셔츠의 단추에 손을 대고…….
카가는 요코야마의 가방을 품에 든 채로 경직했다. 어째서 현관에서, 라고 묻지도 못하고 옷을 벗기 시작한 남자를 응시한다. 이런 곳에서…… 한 적 없다. 애정행각을 벌이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 연인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카가의 불안에 아랑곳하지 않고, 요코야마는 가슴께에 둘러져 있는 무명천을 풀기 시작했다. 이미 몇 번이고 보았을 터인 연인의 알몸, 등의 하얀 날개에 심장이 부서질 것만 같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무명천으로부터 해방된 연인의 날개는, 마치 발돋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천천히 커다랗게 펼쳐졌다. 그 날개를 작게 좌우로 흔들고, 요코야마는 한쪽 발로 훌쩍 가볍게 일어났다. 벗어던졌던 옷과 무명천을 주워든다.
"료우타, 가방 들어줘서 고마워."
손을 내밀어 온다.
"아…… 그치만……"
"이제 괜찮아."
"……방 안까지 들고 갈게요."
"그래? 그럼 부탁할까."
요코야마는 한쪽 발만으로, 날개를 사용해 둥실, 둥실하고 솜털처럼 날아서 방 안을 이동한다. ……평소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날개를 쓰면 편하게 이동할 수 있지. 그러니까 밖에서 걸어 다닐 때 쪽이 큰일이려나. ……왜 그래? 료우타."
카가는 소파에 걸터앉아, 그 등에 얼굴을 내리눌렀다.
"……아무것도 아냐."
현관에서 옷을 벗은 것이, 야한 일을 하기 위해서인 것이라고 오해했다고는 말 못한다. 게다가 목욕을 시켜준다든지, 머리를 감겨준다든지, 이래저래 요코야마를 거들어줄 것이라고 망상하고 있었는데, 결국, 연인에게 자신의 손길 따위는 필요 없었다.
"뭔가 화난 거야?"
"……화 안 났어요."
"역시 화났잖아."
"화 안 났다니까!"
돌아본 순간, 맨몸으로 드러난 연인의 상반신이 눈으로 들어와, 카가는 얼굴을 붉혔다.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어서, 고개를 숙인다.
"뭘 화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미안해."
옆에 앉은 남자는 사과를 해오며, 카가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고, 자상하게 쓰다듬었다. 멋대로 착각하고, 자기혐오에 빠지고, 화풀이를 해댈 뿐이니 내버려두면 좋을 텐데, 사과한다. 요코야마는 그런 남자다. 서서히 얼굴을 들자, 다정한 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료우타가 계속 하고 싶은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아, 아냐!"
부정했는데도, 소파 위로 쓰러뜨려졌다.
"돌아왔을 때부터, 그런 눈으로 나를 보고 있구나 하고."
"그, 그런 생각 안 했어."
요코야마가 웃고, 몸이 겹쳐져 온다.
"발이 아프니까, 위로해줘."
연인이 귓가로 속삭여 온다. 진통제가 들었다고 했는데, 저녁밥도 아직 안 먹었는데…… 그렇지만 어리광을 부려오는 연상의 남자에게, 너무나 좋아하는 남자에게 저항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 발로는 운전도 못하고, 전철로 통근하는 것도 큰일이니까…… 내일도 료우타가 차를 운전해주지 않을래?"
"……좋아."
"오늘, 자고 가줄래?"
"……응."
요코야마의 날개가, 기쁜 듯이 등에서 파닥파닥 흔들린다. 카가는 달콤한 과자를 배불리 먹은 후와도 같은 행복감에 젖은 채, 부드러운 날개의 밑동을 꼭 움켜쥐었다.
"아니면, 이제 계속 내 집에 있을래?"
기분 좋게 귀에 닿는 말은, 처음에는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계속?"
"이 맨션, 올해 말이 계약 연장이야. 연장할까, 새로 살까 하고 고민하고 있어. 만약 료우타가 우리집에 와준다면, 살까."
"내 의견으로, 결정하는 거야?"
"그래."
"……뭐랄까, 프러포즈 받고 있는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해도 좋아."
자신이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육중하게 되돌아 온다. 요코야마와 함께 산다. 낮이든 밤이든, 약속을 잡지 않아도 집으로 돌아오면 이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다.
요코야마가 몸을 살며시 일으키고, 쓴웃음을 지었다.
"료우타가 상냥하니까 오버해버렸네. 이런 건 아픈 틈을 타서 말할 게 아니었는데. 좀 더 제대로……"
"싫어!"
카가는 무심결에 요코야마의 손을 움켜쥐고 있었다.
"지금 건 거짓말이었다는 말, 하지 마."
요코야마는 다정한 눈으로 내려다보며 "안 해."라고 말하고 카가에게 탐하는 듯한 뜨거운 키스를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