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 초고입니다.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약간 어둑한 사당 안, 횃불의 불꽃이 흔들린다.
──주술사 고양이.
코노에가 발을 들여놓자, 주술사가 느긋한 움직임으로 돌아보았다.
「이런 이런, 이게 누군가. 바깥이 유달리 소란스럽다 싶더니만, 자네는 지난번의 신묘한 운명을 타고난 고양이가 아닌가. 오랜만이구먼」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빠르게 말을 내뱉자, 주술사는 유유히 미소를 지었다.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기라도 한 듯이.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무례한 녀석이로고. 뭐 좋아. 뭘 물어보고 싶나. 어서 말해보게」
「내…… 이 저주의 반점이랑 똑같은 게, 다른 고양이한테도 나타났어」
말을 입 밖에 냄과 동시에 한쪽 팔의 아머를 걷어 올리고, 주술사 앞으로 내민다.
「호오」
「당신이라면 뭔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 수컷인가? 전에 자네와 함께 왔던, 하얗고 고지식한」
「……아니, 그 녀석이 아냐」
「……호오」
코노에가 고개를 끄덕이자, 주술사는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이 내밀어진 팔을 응시했다.
「……그 반점, 전의 것과는 다르구먼」
「……아아」
「자네를 둘러싸고 있던 네 영혼의 힘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아. 대신에, 자네의 등 뒤에 있던 그림자가 더욱 거대해져서, 자네의 혼을 삼키려 하고 있어」
「…………」
함구하는 코노에를 향해, 주술사가 눈을 번뜩인다.
「정체는 알고 있겠지?」
「……리크스다」
「리크스? 악명 높은, 그 마술사 리크스인가. 호호오, 이것 참 재밌군」
코노에로서는 재미있다는 말 따위를 할 상황이 아니다. 실로 유쾌해 보이는 주술사를 가볍게 쏘아본다.
「그렇다면, 그 저주는 리크스에 의해 다시 일어난 것, 이라는 게 되는고?」
「아아. 게다가, 한 번 몸을 빼앗겼어」
「몸을 빼앗겼다? 후후후후후, 이것 참…… 꽤나 우스꽝스럽게 되었구먼」
「웃어넘길 일이 아냐」
울컥 해서, 말투가 조금 거칠어진다.
「어허, 리크스도 단순히 장난을 치고 있는 게 아니란 말일세. 도가 지나치네. 명백히 무언가 노리는 것이 있겠지. 요즈음 어둠의 기운이 활발한 것도, 그 탓이려나」
「리크스는, 최후의 때가 온다고 말했어. 두 개의 달에 대한 노래가 있잖아. 그때까지, 라고」
「호오」
주술사가 녹색의 눈동자를 날카롭게 좁힌다.
「당신이라면, 뭔가 볼 수 있지 않아? 이 세계의 미래나, 리크스를 저지할 방법이」
「……글쎄 말이지. 보려고 한다면,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네」
「그러면」
「그렇지만, 미래를 바꿀 수는 없지」
온화한, 그러나 강한 어조로 주술사는 코노에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 표정에 평상시의 누긋한 미소는 없다.
「그리고 볼 수는 있어도, 자네에게 가르쳐 줄 수는 없네. 그것은 내 역할에, 운명에 등을 돌리는 일이 되기 때문이네」
「역할……?」
「그렇다네. 앞날을 내다보는 힘이 있는 자의 금기지」
주술사는 제단 쪽으로 다가가, 낡은 장식품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겼다가는, 엄청난 모순이 발생하고 말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네. 물론, 나에게도 보이지 않아. 그렇지만……, 조언 정도라면, 못해줄 것도 없지」
그렇게 말하고 뒤돌아본 주술사는, 다시금 입가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똑같은 저주가 나타났다는 그 고양이는, 필시…… 자네와의 연인연이 강한 것이겠지」
「인……?」
「그렇다네. 리크스는 자네와 깊게 마음을 통한 상대에게도 똑같은 저주가 걸리게끔, 술수를 쓴 것 같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나한테 저주를 걸었을 때가 아니라는 건가?」
「거기까지는 나도 모르네. 그렇지만, 어쩌면 리크스는 이렇게 될 것도 전부 예측한 후에, 미리 계책을 다듬고 있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구먼. 무슨 말인가 하지 않았던가?」
「무슨 말을 들었냐고 해도……」
코노에는 집중해서 기억을 더듬는다.
강한 인연. 깊게 마음을 통한 자. 똑같은 저주. 똑같은……
──딱 하나 충고해두지.
어떤 말을 기억해낸다.
그렇다. 그것은 분명, 사색의 빛이 겹쳐지는 공터에서의 일이었다.
그때, 리크스는 뭐라고 말을 했던가.
──딱 하나 충고해두지.
──너와 깊게 관계되는 자는 결국……
──결국, 같은 운명을 겪게 된다.
같은, 운명을──
「기억해냈나?」
주술사의 목소리에 제정신이 든다.
「…………」
「말했던 건가. 그렇다고 한다면, 지금까지의 일은 리크스의 예측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겠군」
「예측이라니, 무엇을. 무슨 말이야」
「자네를 어떤 결말로 이끌고 있는 것이거나, 아니면 가능성의 하나로서 시사한 것이거나」
「그렇다면…… 그때부터 쭉 간파당하고 있다는 건가」
「이전에 내가 있는 곳으로 왔을 때부터, 자네의 혼은 리크스의 그림자에 뒤덮여 있었네. 무언가 상당히 강한 인연이 있는 것이겠지」
인연…….
──너와 나는, 이어져 있다.
코노에가 고개를 끄덕이자, 주술사는 한쪽 손을 가볍게 저었다.
「그리 염려할 것 없네. 마음이 깊게 이어져 있다는 것은, 찬아와 투아로서의 힘도 또한 크게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야말로, 리크스의 그림자 따위 날려 버릴 정도의 힘을 발휘해 보는 게 어떤고」
괘사를 부리며 웃고서, 주술사는 눈을 가늘게 좁히고 코노에를 바라보았다.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아서, 코노에는 질문을 던지는 듯이 주술사를 본다. 그러나, 주술사는 그저 빙긋이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최후의 때에 대한 이야기인데 말일세……, 두 개의 달에 대한 노래는 미신이 아니야. 그건 이 세계에 닥쳐올 이변의 예언이네. 별들에도, 얼마 전부터 기묘한 움직임이 있었지. 무슨 일인가 싶었네만」
「……! 그건, 언제 일어나는 거야」
「그것은 나에게도 보이지 않네. 예언도 본래는 조금 더 길었는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미신이라고 여겨질 정도로밖에는 남아있지 않네. 그러나, 리크스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그리 멀지는 않았다는 것이겠지」
「그게 사실이라면, 란센의 영주나 다른 고양이들에게 알리지 않아도 괜찮은 거야?」
자칫 잘못하다가는 나라가, 아니 세계 그 자체가 멸망해 버릴지도 모르는 것이다.
고양이들이 단결하면, 리크스에게 대항할 세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누구도 미신이 진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네. 게다가, 다른 고양이들이 안다고 해서 무엇을 할 수 있지? 그렇지 않아도 『공허』로부터 도피해, 『실구』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한층 더 혼란을 불러일으킬 뿐이로고」
「그렇다면……, 막을 방법은 없는 건가」
「세계에 닥칠 이변을 말인가? 예언이라는 것은 이제부터 앞으로 일어날 일을 가리키기 때문에 예언인 것이지. 그것이야말로 신도 아닌 이상, 무리로고」
「…………」
코노에는 귀를 숙인다. 주술사가 크게 소리를 내며 꼬리를 흔들었다.
「그렇지만, 염려할 것은 없어. 자네가 믿고 싶은 것을 믿게」
「……믿고 싶은 것?」
「그렇네. 그것이 바른지 그른지,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질 않아. 현혹되어서는 안 돼. 갈피를 잡지 못하겠어도, 스스로의 마음에 자-알 물어 보게」
「망설임의 가운데, 반드시 이렇게 하고 싶다는 확실한 마음이 딱 하나, 그곳에는 있을 것이네. 그것이, 자네에게 있어서는 진실이며, 힘이로고. 무언가를 강하게 생각하는 것은 전부, 힘으로 이어지지」
코노에는 움찔 하고 귀를 흔든다.
──분노는, 힘이 된다.
「……그건, 분노여도 좋은 건가? 분노는, 힘이 된다. 나는 줄곧,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어」
「흠……」
주술사는 입을 닫고, 천천히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도 또한 진실. 무엇이 바르고 그른지는, 누구도 판단할 수 있으며, 누구도 판단할 수 없는 것이지」
「그렇기에 더욱, 거기에 의존해서는 안 되네. 물론, 분노라고 해도 잘못되지는 않았네. 그렇지만, 자기 자신을 잃지 말게」
「자기 자신을 잃고, 감정에 삼켜지고 만다면, 마지막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분명…… 슬픈 결말이로고」
주술사의 말은 이해하기 어렵고, 실감이 들지 않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어딘지 모르게이긴 했지만……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감정에 삼켜질 것 같아지는 때의 감각을, 코노에는 공감의 작용으로 싫을 정도로 체득했다.
짓뭉개져서, 자신이 없어지고 마는 것은 아닌가라는 공포.
슬픈 결말──그것은 분명 이 세계의 끝이라든지,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다른 누구와도 관계 없이, 코노에가 바라지 않는 결말인 것이다.
「알겠나?」
코노에가 끄덕이자, 주술사는 만족스러운 듯이 웃었다.
「그걸로 됐네. 알았는지도 모른다, 로 좋은 것이로고. 감지하고 있다는 것이니까 말이네」
「뭐, 나는 그리 염려하지 않네. 모든 것은 운명이 흘러가는 대로, 결국은 결단의 때가 오네. 그때, 자네가 힘을 손에 넣는다면……」
길고 뼈마디가 울툭불툭한 손가락이, 코노에의 목을 가리킨다.
「자네의 노래는 반드시, 이 세계를 뒤흔들 것이네」
주술사는 침착하고 여유있는 미소를 입술에 띄운다.
그 목소리는 깊게 울려퍼져, 마음속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다.
「아직도, 자네가 나아갈 길에는 시련이 기다리고 있네. 리크스가 대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될 대를 위해, 대비해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네」
「그러나, 몇 번이고 말하는 것이지만, 자기 자신의 안에 존재하는 흔들림 없는 것을…… 힘을 찾아내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로고」
그렇게 말하고서, 주술사는 다시 제단 쪽을 향하고 장식품을 손에 들었다.
아무래도 무언가의 준비를 시작한 것 같다. 그 이상 코노에에게 이야기할 것은 없다는 듯한 형색이었다.
조금 더 이야기를 하고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코노에가 발길을 돌리려 한 때였다.
「하지만…… 이 세계가 멸망한다면, 그것도 또한 도리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네」
코노에는 뒤를 돌아보았다. 주술사는 여전히 제단 쪽을 향하고, 손을 움직이고 있다.
「영원히 계속되는 것따위는 없어. 세계는 언제나 다시 태어날 필요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네.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무슨 말이야」
「지혜를 지닌 생물이란, 길게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스스로의 욕망에 빠져, 이윽고 세계를 장악한 듯한 기분이 되지. 신이 되고자 하네. 피조물인 주제에 말이지. 『두 지팡이』도, 그렇게 스스로의 신세를 망친 것이로고」
「『두 지팡이』도……?」
「신의 노여움을 사서 말이지. 『두 지팡이』는 말하자면 리비카의 친부모.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마음도 알겠지만, 뚜껑을 열고 보면 그런 것이네」
「그 자손인 우리들도, 서서히 똑같은 길을 따라가기 시작했네. 이번에는, 그 거리가 조금 짧아진 것인지도 모르지」
코노에는 놀란다.
「두 지팡이」가 그런 이유로 멸망했다고는 생각해보지도 못했다.
코노에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리비카들이 그렇겠지.
주술사의 말이 정확한 것이라는 보증은 없다.
그렇지만…… 거만을 부렸던 것일까.
「두 지팡이」는, 감사의 마음을 잊고 신이 되고자 했던 것일까.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예, 이 세계 따위 없어져버리고 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나? 숲은 『공허』에 침식당해, 고양이는 『실구』에 좀먹지. 마지막에 다다르는 곳에는 무엇이 있지?」
마지막에 다다르는 곳에는──아무것도 없다. 그저 부조리한 어둠만이 펼쳐져 있다.
그래도. 코노에는 생각한다.
그렇기에 더욱……
「……나는 싫어」
주술사가 어깨 너머로 돌아본다.
맞서듯이, 코노에는 그 눈을 강하게 응시한다.
「당신의 말투로는, 마치 같은 전철을 밟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들려. 그렇지만, 『두 지팡이』는 『두 지팡이』다. 관계 없어. 어떤 일이 있어도 세계가 멸망하는 수밖에는 없다면 하는 수 없지만, 나는 거기에 동행하는 건 사양이야」
「게다가…… 만약 그것이 리크스의 음모라면, 더더욱, 절대로 싫어」
「그것은 또, 꽤나 제멋대로인 말씨로구먼. 자네 혼자만의 생각으로 길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싫은 건 싫다고. 어쩔 수 없잖아」
「……엉망진창이로구먼」
주술사가 눈을 가늘게 좁힌다.
「자네가 말하고 있는 것은 엉망진창이네. 그러나, 그 기세야말로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겠군」
「……바보 취급하는 거야?」
언짢음을 감추지 않고 묻자, 주술사가 우습다는 듯이 웃었다.
「후후……. 이런 이런, 그게 아니네.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면 미안하군. 자네에게 기대하고 있다는 말이로고. ……아아, 그래. 그리고 하나 더. 자네로부터, 불가해한 주술의 기운이 느껴지네」
「주술? 리크스가 아닌 건가」
「아니네. 굉장히 난해해서 나에게는 보이지 않네.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네만, 만약을 위해 주의하게나」
「……아아」
석연찮은 기분을 품으면서도, 코노에는 주술사의 사당을 뒤로 했다.
밖으로 나오자, 밤이 바로 가까이까지 다가와 있었다.
비록 『공허』에 침식당하지 않았더라도, 밤의 숲은 어둠의 시간이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코노에는 마을을 향해 달렸다.
달리면서, 주술사에게 들은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결국, 모든 것은 리크스의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고, 막을 수단은 없다는 것인가.
최후의 때가 올 때까지.
주술사는 거듭해서, 믿으라고 말했다.
믿는 것이야말로, 힘이 된다.
코노에는 생각한다.
지금, 무엇보다도 믿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연이다.
마음과 마음의 보이지 않는 이어짐을 믿고 싶었다.
아사토와의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에게 부담을 느끼고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있다.
이 이상 파고들었다가는 상대를 상처 입히고 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멀어지고자 하고 있다.
투명했던 벽이 점점 두꺼워져, 언젠가는 바위벽이 되고 만다.
그래도──실은 그럼에도 파고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마음의 부담을 느낄 터다.
죄악감에도 시달리겠지.
무슨 일이 생기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상처 입히고 말지도 모른다.
반드시 번민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일어날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어쩌면, 예측하지 못했던 무언가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자신은 그저, 겁을 내고 있을 뿐이 아닌가.
상처 입히는 것을 겁내고 있는 듯한 모양으로, 사실은…… 자기 자신이 상처 입을 것을 두려워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아사토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벽이 무너뜨릴 수 없을 정도로 두꺼워지기 전에.
코노에는 숲 속을 달렸다.
여관으로 돌아가 방에 들어가니, 실내는 조금 어둑했다.
길잡이의 잎으로 불을 켠다.
창가 쪽 침대의 모포가 부풀어 올라 있다. 아사토가 자고 있는 것이겠지.
다가가서, 숨을 죽이고 가만히 기색을 살폈다.
솟아오른 모포가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모포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탓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진정된 상태인 것 같았다.
코노에는 작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깨워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조용히 장비를 풀고 있자, 아사토가 몸을 움직이는 기척이 들었다.
「……코노에?」
아사토가 모포를 젖히고, 천천히 일어난다.
「……나 때문에 깼어?」
「아니……」
좌우로 느릿하게 고개를 젓고서 아사토는 고개를 숙였다.
열이 났던 것은 괜찮아진 것 같았지만, 초췌해져 있는 만큼, 그 표정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몸은 좀 어때. 목이라든지」
「꽤 괜찮아졌어」
「그래」
말을 주고받으며, 코노에는 아사토의 침대 쪽으로 다가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아사토의 공기가 희미하게 경직된 것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눈치 채지 못한 척을 했다.
코노에도 약간 긴장하고 있었다.
잠시 동안 무언의 시간이 흘렀다.
코노에는 느긋이 꼬리를 흔들며, 그쪽을 보는 것도 아니면서 발치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아사토도,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코노에는 고민한다.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도, 이런 점은 타고난 성격이기에 어찌할 수도 없다.
「코노에는……, 뭔가 알아낸 거야?」
「……아아」
고개를 끄덕이고, 코노에는 아사토의 목 언저리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가리켰다.
「그 목의 반점. 역시, 내 거랑 똑같아」
「리크스 때문인 건가」
「그렇네. 원인은, 깊게 마음이 통한 상대에게 저주가, ……」
거기서 말을 멈추었다.
「깊게, 마음이 통한 상대?」
그것은 즉……
「…………」
「…………」
아사토가 귀를 내리고 고개를 숙인다.
코노에도, 똑같이 고개를 숙였다.
아사토의 검은 꼬리가 좌우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뭐라고도 말할 수 없는, 더는 배겨낼 수 없는 공기가 흘렀다.
자연스레 발정기 때의 일이 머릿속에 되살아나, 황급히 그것을 머릿속에서 지운다.
깊게 마음이 통한 상대──아사토와 자신이 그런 것이냐 하면, 잘 모르겠다.
긍정하기에는 무언가 부끄럽고, 그렇다고 해서 부정을 할 수도 없다.
이 미묘한 거리, 미묘한 관계를, 무엇이라 부르면 좋은 것일까.
이유도 없이 초조함을 느끼며, 코노에는 무거운 공기를 잘라내듯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리크스는, 최후의 때가 가깝다고, 그렇게 말했어」
「최후의, 때」
시선을 아래쪽으로 향하고 말을 내뱉고서, 아사토는 무언가를 기억해낸 듯이 얼굴을 들었다.
「리크스가, 네 몸에 들어갔을 때에도 똑같은 말을 했어」
「……그래」
아사토의 말에 마음이 괴로워지는 것을 느끼며, 코노에는 주술사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간결하게 요약해서 아사토에게 전해주었다.
최후의 때에 대한 것, 두 개의 달에 대한 노래에 관한 것.
아사토는 진지한 눈초리로 말없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최후의 때라는 건, 언제인 거야?」
「그건 모르겠어. 다만, 멀지는 않다고」
「그럼,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건,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없는 거야?」
「그렇게…… 되네」
말로 구현해보고서, 다시금 실망감에 사로잡힌다.
「답답하네. 어느 정도의 정보는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리크스는 분명, 또 무언가 일을 벌일 거야」
「어째서, 그렇게 생각해?」
「리크스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어. 혹은…… 시험해 보고 있어. 그런 느낌이 들어」
그렇게 말하고, 코노에에게로 아사토는 올곧은 시선을 보냈다.
꾸밈이 없으면서도, 어딘지 독특한 아사토의 말은 왜인지 묘한 설득력이 있다.
그것은 직감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리라. 몹시도 오묘했다.
「기다린다는 것도, 뭔가 싫은 느낌이네. ……서서히 막다른 곳으로 내몰려 가는 것 같아서」
「그렇네……」
숨막히는 공기가 흐른다.
이야기를 하면서, 코노에는 자기혐오에 내몰리고 있었다.
「……미안」
「어째서, 사과하는 거야」
「말려들게 했으니까」
자신과 관계하지 않았다면, 아사토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무언가가 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었다.
기분이 침체되어 있는 탓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어」
아사토는 손 언저리로 시선을 떨구고, 말을 이었다.
「코노에랑 같이 있겠다고 정한 건, 나야. 코노에 탓이 아냐.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 내 쪽이야」
「어째서」
「나는, 코노에랑 같이 있고 싶어. 그치만, 나는 언젠가…… 너를, 상처 입힐지도 몰라. ……그러니까, 멀어지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
의미가 이해되지 않아, 코노에는 의아스럽다는 시선을 보낸다.
「상처 입힐지도 모른다니…… 뭔가 이유가 있는 거야?」
「있어. 그치만…… 말할 수 없어」
아사토의 옆얼굴에, 침울하고 어두운 그림자가 배어든다.
또, 리크스인 것일까.
리크스의 말에 동요되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돌연 분노가 치밀어 올라왔다.
──그 고양이는 내부에 잠재되어 있는 생명에 물어뜯긴다.
──결말은…… 어둠의 화신이라고나 할까.
리크스는 코노에에게도 그런 말을 했다.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설령 진실이라고 할지라도 믿을지 말지는 별개의 이야기다.
그러니까, 믿어야할 것은 리크스의 말 따위가 아니다.
믿어야할 것은──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제멋대로 군다면, 용서하지 않겠어」
「코노에……」
아사토가 얼굴을 들고, 희미하게 눈썹을 찡그리고 코노에를 본다.
타이르는 듯이, 코노에는 망설이는 눈동자를 들여다 본다.
「나는 너를 키라에서 데리고 나오겠다고 결정하고, 너는 나를 따라서 가겠다고 결정했잖아. 너는 나와, 너 자신을 믿은 거야.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밀고 나가라고」
아사토는 잠시 무언가를 참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이윽고 천천히 눈꺼풀을 내리깔았다.
「그렇네. 그렇게 하고 싶어」
여전히, 그 얼굴에서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말로는, 안 되는 것일까. 믿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안 되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아사토의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는 것일까. 코노에는 답답한 마음에 사로잡힌다.
아직 시간이──필요한 것일까.
「코노에」
이름을 불려, 코노에는 어느 사이엔가 발치로 떨어트리고 있던 시선을 들어올렸다.
아사토가 코노에를 지그시 바라보며, 손을 내밀어 왔다.
손끝이, 뺨에 닿는다.
「……앗」
무심결에 몸을 흠칫 떨고서, 코노에는 희미하게 등을 젖혔다.
그리고, 곧바로 격렬한 자기혐오에 사로잡혔다.
또다.
또, 피하려 하고 말았다.
긴장을 늦추고 있으면, 몸이 멋대로 피하고 만다.
아사토는 슬픈 듯이 미간을 찡그리고 손을 물렀다.
「……내가 만지는 게, 무서워?」
「…………」
「코노에는 줄곧…… 나랑 있을 때, 견디기 힘든 것처럼 보였어. 그렇게까지, 겁을 주고 만 건가?」
낙담한 기색으로 아사토가 말을 내뱉었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때…… 덮쳐졌을 때, 엄밀히 말하면 아사토에게 겁을 낸 것이 아니다.
아사토의 안에 있는 아사토가 아닌 무언가를 발견했기 때문에, 두려워했던 것이다.
──똑같은 것인가.
어떤 이유를 늘어놓는다고 해도, 몸이 피하고 마는 것은 사실인 것이다.
아사토는 그것으로 상처를 받고 있다.
그러니,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참아 줘」
그렇게 말하고는, 아사토는 코노에의 손을 잡고, 고개를 뻗었다.
아사토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온다.
뺨에 따뜻하게 젖은 감촉이 들었다.
아사토가 혀로 핥은 것이다.
그리고서 문지르는 듯이 코끝을 밀어붙이고는, 아사토는 얼굴을 물렀다.
「이게, 마지막이야」
「에?」
「이제, 아무것도 안 할 테니까」
아사토는 애달픈 듯이 두 눈을 가늘게 좁히고 코노에를 보고서는, 조용히 눈꺼풀을 내리고 몸을 웅크렸다.
코노에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 홀로 남겨진 기분으로 멍하니 아사토의 등을 바라보았다.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듯한 상실감을 맛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곧바로는 이해할 수 없어서, 그래서 아사토에게 되물을 수도 없었다.
아사토에게 들은 말을 머릿속에서 되풀이하고, 조금씩 이해해 간다.
──이것이, 마지막.
마지막인 것일까.
둘의 사이에 세워진 벽은, 이제 두꺼운 바위로 변하고 말았다, 는 것일까.
벌어진 거리는, 메울 수 없는 것일까.
막연히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이 굉장히 충격을 받았음을 깨닫는다.
기묘했다.
기묘하고, 우습다는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마지막이라는 말을 들은 이번에는──몸이 경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얗게 탈색된 듯한 머릿속으로 멍하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코노에는 자신의 침대로 돌아가 모포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슬프다든지 괴롭다든지, 그런 감정은 일절 떠오르지 않았지만, 얼마 동안은 하얀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감각이 들어, 좀처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음날, 잠에서 깬 코노에는 모포에서 얼굴을 내밀고, 옆쪽의 침대를 엿보았다.
창문으로부터는 차가운 아침의 공기와 함께 햇빛이 들이비쳐 온다.
그 빛을 쬐면서, 아사토는 딱히 무언가 하는 것도 없이 침대에 앉아 있었다.
아사토가 방에 있다는 사실에, 우선 한숨을 놓는다.
어젯밤의 기색으로는, 없어졌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좋은 아침」
주저하면서도 조심스레 말을 거니, 아사토가 돌아보았다.
「좋은 아침」
그 음색에는 약간의 딱딱함이 느껴졌지만, 표정은 차분해 보였다.
「몸은?」
「많이 나아졌어」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어젯밤의 일은 꿈이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것은 뒤집어 말하면──아사토의 안에서 무언가의 결론이 나와있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슬펐다.
무거운 기분을 질질 끌며, 코노에는 모포에서 빠져나와 털다듬기를 시작한다.
아사토가 침대에서 움직이는 기척은 없다.
귀만으로 기색을 살피며 털다듬기를 계속하고 있자, 불현듯 아사토가 불쑥 말을 뱉었다.
「……코노에」
「……응」
「소중한 건, 있어?」
갑작스런 질문에, 코노에는 털다듬기를 멈추고 얼굴을 들었다.
아사토는 전방을 노려보는 듯이 바라보고 있다.
「……있어」
의도를 채 파악하지 못한 채로, 코노에는 대답한다.
「소중한 것을, 계속 잃지 않고 있을 수는 있는 거야?」
「……모르겠어. 잃어버릴지도 모르고, 평생 소중하게 간직할지도 모르지」
「잃어버리고 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아무래도 눈치가 이상하다.
역시, 어젯밤의 일이 있었기 때문인가.
당황하면서, 코노에는 입을 연다.
「어떻게 하면 잃지 않고 해결될지, 생각할 거야. 그리고, 만약 잃어버린다고 해도 소중한 것이라면 찾을 거야」
「찾아도, 찾아내지 못하면?」
「그래도 찾을 거야. 찾아낼 거라는 마음으로 계속 찾을 거야. 그렇다기보다는, 포기하면 그 시점에서 없어지는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포기하는 건 죽을 때의 일이야」
「죽을 때까지 찾는 거야?」
「죽을 때까지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이야. 어쩌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래」
아사토는 작게 끄덕이고, 고개를 숙였다.
코노에는 곤혹스러움을 느낀다.
아사토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그것이, 조금 쓸쓸했다.
방 안에는 온화한 햇살이 흘러 넘치고 있다. 그럼에도, 숨이 막히는 듯한 침묵이 감돈다.
하릴없이, 코노에는 털다듬기를 재개했다.
쓸데없는 것을 생각하지 않도록 집중해서 공을 들여 뭉친 털을 풀어낸다.
털다듬기를 끝내고 작게 숨을 내쉰다. 그때, 방 안에 푸른 불꽃이 일었다.
코노에는 깜짝 놀라 털을 곤두세운다. 푸른 불꽃은 바닥에서부터 천장을 핥는 듯이 피어 올라가, 사라졌다. 그것이 사라진 자리에는 그림자 하나가 서 있었다.
「비애」의 악마, 카르츠다.
「…………」
그 순간, 아사토를 에워싸고 있던 공기가 일변했다.
카르츠는 슬픔을 띤 시선으로 코노에와 아사토를 번갈아 보고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조금, 시간을 내줄 수 있나. 할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
「리크스에 대한 일이다」
리크스.
코노에는 반사적으로 꼬리를 곤두세웠다.
「자네들에게서 우리들의 냄새가 나. 그리고, 자네의 그 형상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이야기를 듣고 싶어」
「냄새……? 무슨 말이야」
「모두 1층의 식당에 모여있어. 거기서 이야기를 하자」
코노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 듯이 아사토를 본다.
아사토는 경직된 표정으로 카르츠를 보고 있다.
「가자. 리크스에 대해서 알 수 있다면, 가는 게 좋아」
그 음색은 몹시도 낮고 덤덤해서, 코노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에 내몰린다.
그렇지만, 확실히 아사토가 말하는 대로다.
어쩌면, 최후의 때나 두 개의 달에 대한 노래에 관해 무언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식당으로 와 주게. 다른 이들도 모두 모여 있어」
「라이도?」
카르츠는 끄덕인다.
「알았어. 아사토, 가자」
코노에는 침대에서 내려와 코트를 걸치고, 아사토와 함께 방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