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 초고입니다.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난 것일까. 굉음은 점차로 멀어지고 작아지더니, 뚝 하고 끊겼다.
머뭇머뭇, 눈을 뜬다.
시야에 비치는 것은, 밤의 강이었다. 이따금, 수면이 반짝 하고 빛난다. 잔잔한 물소리와 함께, 조금씩 현실감이 되돌아온다.
곧바로 시선을 주변으로 돌린다.
그리고서, 자신의 팔다리를 보았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광경이, 거기에 있었다.
꿈이라도 꾸었던 것일까?
그러나, 그렇다고 하기엔 날이 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방금 일어난 일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리크스의 목소리가 귓가에 되살아난다. 그 울림은 몹시도 생생해서, 모든 것이 현실이라고 알리는 것도 같았다.
두 손으로 시선을 떨어트린다. 자신은 마을의 고양이를…… 다치게 하고 만 것일까.
알 수 없다. 죽였다는 확증은 없는데다, 죽이지 않았다는 자신도 없다.
리크스의 소행이라고는 해도, 실제로 행동한 것은 이 몸이다. 불안감에 견딜 수 없게 된다.
강으로 다가가 몸을 수그리고, 두 손을 물속에 넣는다.
신경이 마비될 듯한 차가움은 열을 머금은 사고에도 스며들어, 코노에는 굳게 눈을 감는다.
혼란에 빠져 있다.
마음을 가라앉히지 않으면.
눈을 뜨고, 천천히 숨을 내쉰다.
일단 여관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서, 모포를 푹 뒤집어쓰고 싶다.
강물에서 손을 빼내고, 천천히 일어선다. 조금 휘청거리며, 코노에는 여관으로 향하는 길을 더듬더듬 걸어갔다.
여관에 도착하니, 바르도가 접수처에서 다른 손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코노에는 후드를 눈이 가려질 정도로 깊숙이 뒤집어쓰고 얼굴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접수처 앞을 지나갔다.
그다지 다른 고양이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던 데다, 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계단을 올라, 곧바로 방으로 들어간다.
문을 닫고 크게 숨을 내쉬고서, 코노에는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손놀림으로 장비를 풀고 침대 위에 웅크렸다.
길잡이의 잎으로 불을 밝힐 기력도 없었다.
발치부터 한꺼번에 피로가 스며 나오기 시작해, 단숨에 몸 전체로 퍼져 간다.
이 이상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고 싶지 않다.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은 산처럼 쌓여있을 터인데도,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생각할 수 없다.
다만, 가슴에 쌓인 불안의 덩어리만은 언제까지고 욱신거림을 멈추지 않고, 코노에를 괴롭혔다.
조금 어둑한 천장을 올려다보고는, 조용히 눈꺼풀을 감는다.
천천히, 하나 하나를 되살리는 듯이 몇 번이고 기억을 더듬는다.
──너와 나는, 이어져 있다.
리크스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어둠이 차오르고 있다, 고도. 그렇기에 더욱, 코노에의 안으로 들어가, 조종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이 세계가 어둠으로 채워져, 공포와 비명, 혼란에 파묻히는 때.
──네 자신도 저주의 어둠에 먹히겠지. 그리고, 이 세계는 끝을 고한다.
종언이 가깝다, 라는 것일까. 종언. 이 세계의 끝. 끝나는 것인가, 모든 것이.
그것은 모두가 다 절멸되어, 새카만 어둠만이 남게 된다는 것일까. 세계가 죽는다, 는 것일까.
언어로써 상정해 보아도, 실감이 들지 않는다. 그렇게 되는 것은 확실히 싫다고 생각하지만, 뚜렷한 감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다만, 딱 하나 강하게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리크스의 뜻대로 되게끔 하고 싶지 않다는 것.
어째서, 자신인가. 그리고, 무엇을 위한 음모인 것인가.
지금까지도 호되게 리크스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났다. 얼마나 발버둥을 쳐도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닐지도 모른다.
리크스의 앞에 당도하는 것 외에, 진실을 알 방도는 없겠지.
당도한다고 해도, 진실을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대로 가만히 쓰러져 비명횡사 따위 할까 보냐.
천장을 노려보며, 그렇게 생각한다.
정말로, 진실을 알 방도는 하나밖에 없는 것일까. 하다못해, 진실을 손 안에 넣기 위한 실마리를 붙잡을 수는 없을까.
무언가── 기억 속으로 깊이 잠겨 들어, 카로우를 떠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일을 가능한 한 상기해 본다.
그러자, 갑작스레 어떤 고양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주술사.
이전에 코노에의 몸에 나타난 저주의 증표에 대해 묻고, 미래에 대한 예견을 들었던 그 주술사라면 무언가 알지도 모른다.
그렇게 갈피가 잡혔으면 당장에라도 움직이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윽고 의식은 서서히 멀어져, 어느 사이엔가 끊겨 있었다.
「…………」
눈을 뜨자, 시야로 옅은 빛이 희미하게 스며들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코노에는 그것이 길잡이의 잎이 내는 빛이라는 사실을 인식한다.
누가 불을 켰지? 물론 자신은 아니다.
느릿느릿 몸을 일으키며 생각한다.
자신이 아니라면──한 마리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잠이 완전히 달아나, 코노에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
눈앞에 아사토가 있었다. 깜짝 놀란 얼굴로 경직되어 있다.
「……아」
아사토는 곧장 방에서 나가려 했다.
불러 세우고자, 코노에는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발이 엉켜서 비틀거린다.
「……!?」
「……!」
아사토가 코노에의 팔을 붙든다. 순간, 움찔 하고 몸이 움츠러들어, 코노에는 아사토의 팔을 뿌리쳐 냈다.
한 순간…… 뇌리에 스쳐 지나간 것이다.
발열했을 때에 코노에에게 접촉해 오던 아사토의, 그 흉폭한 열을. 무력한 자신을 덮쳐누르던, 그 냉혹한 강력함을.
「……미안. 조금, 놀라서」
모처럼 도와준 것인데, 겸연쩍은 마음에 작게 사과한다.
아사토는 귀를 숙이고, 느릿하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코노에야?」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코노에는 아사토에게 시선을 돌린다.
아사토도 코노에를 보고 있다. 왜인지 몹시도 놀라서, 숨이 멈추었다.
기묘한 침묵이 가로놓인다.
「…………」
먼저 움직인 것은 아사토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코노에로부터 떨어지려 했다.
「기다려」
아사토가 움직임을 멈춘다. 그러나, 얼굴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 ……저번에는, 미안했어」
코노에가 말을 꺼내기보다도 먼저, 아사토가 입을 연다.
「절대로, 코노에에게 겁을 줄 생각은 아니었어. ……스스로도,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돼서」
「……괜찮아」
대답하면서, 코노에를 곤혹을 느꼈다.
별로 아사토를 싫어하게 되었다든지,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왜인지 묘한 거리감을 두고 만다. 이유는 자신도 잘 알 수 없었다.
「…………」
아사토가 귀를 숙이고 입을 다문다.
거북한 공기가 감돈다.
그것도 당연한 것이겠지. 코노에는 자기혐오에 빠진다. 고의가 아니라고는 해도, 자신은 아사토를 거절하고 만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는 해도 아사토의 뺨이 몹시도 경직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코노에는 의아하게 여겼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방금 전 아사토가 의미 불명의 말을 내뱉은 것이 떠올랐다.
그것은, 코노에인지를 확인했던 것일까.
……리크스가 들어왔을 때의 자신과 조우했기 때문에?
귓속에서 피가 빠져 나가는 소리가 났다.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아니……」
「얼굴색이 안 좋아」
「정말로, 아무것도 아냐. 그것보다, 너는 괜찮은 거야?」
「아아」
「그래」
아사토는 재빨리 자신의 침대로 뛰어올라, 코노에에게 등을 돌리고 몸을 웅크렸다.
말 없는 거절에 자그마한 아픔을 느끼며, 코노에도 침대로 돌아가 모포를 뒤집어쓴다.
리크스는 필시, 이 몸을 빼앗았을 때 아사토와 접촉한 것이다.
무언가 한 것일까? 아니면, 무언가 말한 것일까.
이 몸으로, 아사토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지.
초조와 불안이 엄습한다.
코노에가 아사토에 대해 거리를 두고 마는 것과 똑같이, 아사토도 코노에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한다면, 멀어지기만 할 뿐이지 않은가.
……멀어지는 편이 좋은 것일까.
귓가에 리크스의 말이 되살아난다.
──어둠은, 어둠과 호응한다.
──코노에, 네 안에도 어둠은 존재한다.
「…………」
물론, 리크스의 말을 믿을 셈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만 어쩌면 그것이 가능성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만다.
이 이상, 아사토에게 다가가지 않는 편이 좋은 것일까.
키라에서 데리고 나온 것은──잘못이었을까.
몹시도 슬픈 기분이 되어서, 코노에는 잠시 동안 잠들지 못하는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활짝 개인 겨울의 하늘에 양의 달이 떠올랐을 때.
동이 트기 전에 겨우 잠들 수 있었던 코노에는, 극심한 권태감에 얼굴을 찡그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옆쪽의 침대를 보니, 아사토가 털다듬기를 하고 있었다.
코노에의 기척을 감지한 것인지, 움직임을 멈추고 얼굴을 든다. 눈이 마주쳐, 코노에의 심장이 뛰어오른다.
「……좋은 아침」
「……아아」
결국, 아침은 어젯밤의 연장이다. 상쾌했을 공기는, 어색한 것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아사토는 곧바로 눈을 돌리고, 창문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답답하다.
마치 둘 사이에 투명한 벽이 서 있는 것 같다.
맞은편은 훤히 들여다보이는데도,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다.
바늘방석에 앉은 듯한 불편함을 느끼며, 코노에도 무심코 아사토에게 등을 돌리고 아침의 털다듬기를 하고자 한다.
거기서, 시야에 들어온 꼬리의 색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
황급히 머리부터 모포를 푹 뒤집어쓰고, 숨는다.
검게 물든 꼬리──그렇다. 꼬리도 귀도, 다시 저주로 물들어 버리고 만 것이다.
감출 수도 없는 햇빛에 비추어진 현실이, 악몽에 끝은 없다는 사실을 들이밀어 온다.
다시, 몸을 숨기며 살아가는 날들이 시작되는 것일까.
귀도 꼬리도 쥐어뜯어 버리고 싶은 충동에 내몰렸지만, 꾹 참는다.
이것은, 함정이다. 모두 다 리크스의 음모에 의한 것이다. 그러니까.
……그렇지만. 역시, 이 모습이 남의 눈에 띄는 것은 두려웠다.
「……괜찮아?」
갑작스레 목소리가 들려 와, 코노에는 움찔 하고 몸을 떨었다.
「……괜찮아」
「저주가 일어난 걸, 신경 쓰고 있는 거야?」
「…………」
「그거라면 어제 봤어. 코노에가 자고 있을 때에」
……말을 듣고 보면 그렇다. 코노에는 어젯밤도 아사토와 이야기를 했다.
어제는 리크스에 대한 일로 평정심을 잃은 상태였던지라, 귀와 꼬리를 감추자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런 식으로 숨어도 바보 같은 짓에 불과하지 않은가. 자신의 한심스러움에 크게 한숨을 내쉬고, 코노에는 모포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놀라지 않는 거야?」
「놀랐어. 리크스의, 소행이지」
「그 녀석이, 그렇게 말한 거야?」
「…………」
아사토가 입을 다문다.
역시, 리크스는 이 몸을 사용해 아사토에게 접촉한 것이다.
「또 뭐라고 이야기한 거야, 그 녀석은, 너한테」
「뒤로는……, ……잘, 기억이 안 나」
말을 흐리며, 아사토는 코노에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필시 코노에에게는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들은 것이겠지.
대체 무엇을? 무리하게 캐물을 생각은 없었지만, 쏟아낼 곳 없는 분노를 느끼며 꼬리를 흔든다.
「코노에는 이제, 괜찮은 거야?」
「……아아. 괜찮아」
마음속으로는, 화가 치밀었다.
아사토는 리크스의 말에 동요하고 있다.
코노에도 리크스의 말에 동요하고 있다.
물론, 모든 것이 다 리크스의 탓은 아니다.
그렇지만…….
──완전히, 리크스의 덫에 빠져들었다.
분하다.
화가 난다.
근거 없는 불안에 떨며, 무기력해지는 자신에게.
그리고 어색한 침묵이 찾아들었다.
어제부터 쭉 이런 상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신경이 소모되어 간다.
예민해진 신경을 분산시키고자, 코노에는 털다듬기를 시작했다.
그렇지만, 검게 변한 꼬리를 눈으로 보자 역시 불쾌한 기분이 되었다.
그럼에도 이럭저럭 가볍게 털다듬기를 마치고, 밖으로 나갈까 하고 생각한다.
더 이상 아사토와 같은 방에 있을 수가 없다.
보지 않으려 해도 기척을 좇고 만다.
과민해져 있다.
조금 머리를 식히고 싶다.
그런 생각에, 밖으로 나갈 준비를 시작했을 때였다.
등 뒤에서 묘한 소리가 나, 코노에는 뒤를 돌아보았다.
「……윽, ……」
아사토가 목 언저리에 손을 대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왜 그래?」
황급히 곁으로 다가간다. 아사토의 호흡이 거칠고, 식은땀이 이마에 배어 있다.
「목이……, 뜨거워, ……큭……」
목에 댄 두 손이 크게 떨리고 있다. 코노에는 경직된 아사토의 손가락을 신중하게 떼어낸다.
목에 감긴 천을 천천히 풀었다.
「…………」
──이것은.
말이 막힌다.
그런 바보 같은──
아사토의 목에는 뚜렷하게, 선명한 검은 반점이 떠올라 있었다.
똑같다.
이 몸에 나타난, 저주의 반점과.
똑같다──
「……왜, ……어째서……」
시야가 흐릿해진다. 손가락이 떨린다.
어째서──
저주를 받은 것은 자신만이 아니었던 것인가?
반점은 마치 아사토의 목에 감겨 붙어, 세게 조이고 있기라도 하는 듯했다.
너무나도 끔찍하다. 너무나도, 잔혹하다.
「그 녀석의, 탓인 건가……」
「……코노에, 진정해」
「그 녀석의……, 리크스의……, 어째서, 왜 너까지……!!」
리크스 때문인 것일까.
──아니다.
자신의 탓이기도 하다.
말려들게 하고 만 것이다.
아사토까지…… 이런 꼴을 당하게 되다니.
「코노에」
아사토가 코노에의 팔을 붙잡는다. 손바닥의 온도가 몹시 뜨겁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런가. 아사토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코노에는 천천히 숨을 삼키고, 떨리는 목소리로 알렸다.
「…………, 반점이」
「반점?」
「검은 반점이…… 목에」
아사토는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벌렸지만, 이내 눈꺼풀을 내리깔았다.
「……그래. 그치만, 나는 괜찮아」
목이 아픈 탓에 호흡을 하는 것도 괴로운 것인지, 그 목소리는 몹시도 갈라져 있었다.
그런 아사토의 모습에, 자신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고 마음을 진정시킨다.
가까스로 냉정한 판단력이 돌아와, 코노에는 아사토의 귀에 손을 댔다.
역시 뜨겁다.
열이 있는 것이 아닐까.
코노에는 아사토의 목에 다시 천을 감고, 그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열이 있는 것 같아. 좀 누워 있는 게 좋아」
겨드랑이로 팔을 집어넣어 아사토의 몸을 떠받친다.
아사토가 코노에의 움직임에 맞추어 천천히 일어섰다.
그 몸을 침대에 가로누인다.
「물은?」
「괜찮아」
아사토는 괴로운 듯이 얕은 호흡을 되풀이하며, 눈썹을 찡그리고 있다.
기다란 꼬리는 힘을 잃어 침대의 가장자리서부터 늘어져 있다.
코노에는 그릇으로 물통의 물을 퍼 올려, 침대 곁의 선반에 내려놓았다.
「만약 목이 마르면, 여기에 놓아 둘 테니까」
「……코노에는, ……어디 가는 거야?」
「조금, 나갔다 올게」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주술사가 있는 곳으로.
「무언가 알 수 있을지도 몰라. 곧바로 돌아올게」
코노에는 코트를 걸치고, 삼베 자루를 등에 지고서 문 쪽으로 가려 했다.
그러나, 몸이 뒤쪽으로 끌려 뒤를 돌아본다.
아사토가 코트 자락을 움켜쥐고 있었다.
갈색의 피부에 땀이 맺힌 채로 희미하게 입술을 벌리고, 그저 지그시 코노에를 바라본다.
──가지 마.
그런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사토가 어린 아이처럼 느껴져, 코노에는 천천히 몸을 돌린다.
「금방 돌아올 테니까」
「……조심해」
「아아」
고개를 끄덕이고, 코트 자락을 붙잡은 아사토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한 번 세게 움켜쥐고서, 살며시 코트에서 아사토의 손을 떼어놓는다.
「그럼, 다녀올게」
코노에는 이번에는 정말로 문 쪽으로 향해 갔다. 등 뒤로 아사토의 연약한 시선이 닿는 것이 느껴져, 가슴이 옥죄는 듯이 아팠다.
「잠깐」
방을 나와 1층으로 내려가, 현관으로 가려고 하자 접수처에 있는 바르도가 불러 세웠다.
「그거」
「?」
「꼬리 말야. 검은색이었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코트에서부터 꼬리의 선단이 희미하게 내다보이고 있었다.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무의식적으로 꼬리를 둥글게 말아 움츠린다.
「……그럼」
「? 오우」
이럴 때, 자신은 정말로 적당히 얼버무리는 것이 서투르다는 생각이 든다. 바르도는 약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한쪽 손을 올렸다.
코노에는 여관에서 큰길로 나갔다.
해질 녙의 빛을 받아, 큰길 위에 가득 들어찬 고양이들이 붉게 물결치고 있다.
그 사이를 누비는 듯이, 코노에는 달렸다.
전속력으로 달리면 후드가 벗겨지고 말게 된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답답한 심정으로 공터를 지나, 숲에 도달한다.
숲은 조금씩 밤의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어둠으로 봉쇄된 것은 아니다.
코노에는 기억을 더듬으며 숲 속을 달렸다. 확실히, 좌측으로 나란히 늘어선 암벽이 도중에 끊겨 있는 장소였다.
……있다. 가늘고 좁은 틈을 빠져 나가, 안쪽으로 들어간다.
기억과 똑같은 사당에 발을 내딛는다.
차갑게 습기를 머금은 길을 잠시 동안 걸어, 오른쪽으로 꺾어지자 횃불이 밝혀져 있는 것이 보였다.
안쪽에는 제단이 있고, 그 옆에는 고양이가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침대 위에 몸을 꽁꽁 웅크리고, 아사토는 가만히 몸의 열과 목의 통증을 참아내고 있었다.
목이 타들어 가는 듯이 뜨겁다. 마치 불꽃으로 달구어지고 있기라도 하는 것 같다.
숨을 쉬는 것도 힘들다. 목의 피부에 손톱을 세운다.
이대로 손톱을 박아 넣고 미어뜨려서, 흘러넘치는 피로 열을 식혀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윽, ……크윽……, ……」
코노에는──
심하게 충격을 받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스스로는 목 언저리를 볼 수 없었지만, 그런대로 상상은 할 수 있었다.
필시, 코노에의 몸에 나타난 것과 똑같은 반점이겠지.
그렇기에, 코노에는 그렇게 이성을 잃었던 것이다.
리크스의 함정인 것일까.
그러나, 그렇다고 한다면…… 무엇을 위해서?
──또 만나자. 어둠의 사도여.
「……큭」
불현듯 리크스의 목소리가 귓가에 되살아나, 아사토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초조함에 시달린다.
알 수 없다.
아무것도 알 수 없는데도, 터무니없이 커다란 검은 파도에 삼켜져 가는 감각만은, 또렷하게 느껴졌다.
울렁 하고,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그것을 억누르는 듯이, 아사토는 굳게 눈을 감았다.
만약──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된다고 해도, 마물로 변해 버리게 된다 해도, 코노에만은 지키고 싶다.
절대로 상처 입히고 싶지 않다.
절대로.
코노에의 곁에 있고 싶다.
그러나, 그것이 괴로운 일인 것 또한 사실이었다.
얼마나 온 마음을 다해 기원한다고 해도,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더욱 불안해진다.
코노에에게서 멀어지는 편이 좋은 것이 아닐까라는, 그런 생각이 늘 아사토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었다.
자신은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은 것일까.
부옇게 안개가 껴, 멀어져 갈 듯한 의식으로 생각을 회전시키고 있던 때였다.
별안간 어렴풋한 기척이 느끼고, 아사토는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저녁놀의 붉은색으로 완전히 물든 창문에서, 그림자 하나가 뛰어들어 왔다.
「……!」
즉시 옆쪽으로 피하려 했지만, 발열로 인한 노곤함에 움직임이 둔해진다.
침대에서 내려가고자 한 순간, 눈앞으로 불쑥 예리한 바람이 날아들었다.
세 갈래의 칼날──
올려다본 시야에 비치는 것은, 강한 의지가 깃든 커다란 눈동자였다.
「……카가리」
「낮잠이라도 잔 거야? 태평스럽네. 아니면, 여유만만이라는 건가?」
얇은 입술이 도발적으로 미소의 형태를 만든다.
「나 혼자라면 어떻게든 상대가 될 거라고, 그런 건가」
「아냐」
「흥」
아사토의 목 언저리로 들이밀어진 칼날은 빼지 않은 채로, 카가리가 두 눈을 가늘게 좁힌다.
「아냐. 카가리, 나는…… 너랑 싸울 생각은 없어」
진심이었다.
흐릿해진 눈동자로, 아사토는 카가리를 바라본다.
카가리는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말했을 텐데. 이젠 네 편이 아니라고. 나는 너를 죽이러 온 거야」
「촌장님의 명령이기 때문인가」
「그래」
「그래도, 나는」
작게 숨을 삼키고, 아사토는 말을 잇는다.
「나는, 카가리가 있었으니까, 키라에서 살아갈 수 있었어. 그렇지 않았으면, 살해당했을 거야. 그러니까…… 나는, 너와 싸우고 싶지 않아」
「…………」
카가리가 입술을 굳게 닫는다.
한 순간 눈동자에 당황하는 빛이 흔들렸지만, 무언가를 뿌리쳐 내는 듯이 한 번 굳게 눈을 감고서는 입을 열었다.
「어리광 부리지 마. 너, 내가 아니라면 누구나 아무 생각 없이 죽일 수 있잖아? 그 경계는 뭐지, 정인가? 그런 건 키라의 고양이에게는 필요 없어. 훼방꾼은 누구든 배제한다. 그것이 키라의 규칙이잖아」
무기질적인 울림을 동반한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칼날이 목 가까이로 바싹 들이밀어진다.
「촌장님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키라의 의지에 따라, 너를 죽인다. ……자, 죽고 싶지 않다면, 나를 죽여라」
「카가리……」
「어서」
거듭, 목으로 칼날이 밀어붙여진다. 싸늘한 감촉이 목에 두른 천 너머로도 전해졌다.
「……어서」
다시금, 카가리가 조용히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
아사토의 귀에는, 그 목소리가 절실한 울림을 품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마치──
죽여 줘.
그렇게 호소하고 있는 것처럼도 들렸다.
부드러운 피부에, 비통함을 머금은 칼날이 침전하고자 한다.
아픔, 열, 피, 붉음, 그런 것들이 눈꺼풀 안쪽에서 번뜩인다.
저항하지 않으면 죽임당한다.
카가리와 싸우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죽을 수도 없다.
「……윽」
어금니를 악물고, 아사토는 칼날을 밀어붙이는 카가리의 팔을 세게 붙잡았다.
눈을 가늘게 뜬 카가리가 전력을 다해 칼날을 목에 박으려 한다.
선뜩한, 차가운 통증이 희미하게 스쳤다──그때.
「……으앗!」
「……!?」
카가리가 작게 비명을 지르며 몸이 경직된 듯이 등을 젖혔다.
깜짝 놀라, 아사토는 카가리의 등 뒤로 시선을 돌린다.
문 앞에 서 있던 것은──「비애」의 악마, 카르츠였다.
카르츠는 손바닥을 이쪽으로 향하게 하고 팔을 내밀고 있다.
충격으로 젖혀진 카가리의 등에서, 후드득후드득 하고 얼음의 결정이 부서져 떨어졌다.
「……윽, ……너……!!」
카가리가 곧장 침대에서 뛰어내려, 창을 등지고 카르츠와 대치한다.
카르츠는 그늘진 눈빛으로 카가리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그에 반해 카가리의 눈동자에는, 마치 모든 것을 다 불태워 버릴 것 같은 격렬한 증오의 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빨을 드러내고, 당장에라도 덤벼들려는 기세다.
「……네 얼굴, 잊지 못해. 딱 한 번 보았을 뿐인데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아. 전부, 전부 네 잘못이야」
「…………」
「이…… 비겁자」
──카가리는, 카르츠를 알고 있는 것일까?
손으로 목을 감싸면서도 아사토는 그저 망연히, 두 마리를 바라보는 일 밖에는 할 수 없다.
애당초, 카르츠는 어째서 이 방에 나타난 것일까.
「너만은 절대로 용서 못해. 언젠가 반드시 죽여 버리겠어」
저주를 퍼붓는 듯이 낮게 말을 내뱉고, 카가리는 아사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한 순간, 그 눈동자에 쓸쓸함과 닮은 빛이 스민다.
「너도다, 아사토」
「카가리……」
몸을 훌쩍 날려, 카가리는 바닥을 차고 창문에서 땅거미가 진 하늘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눈으로 좇고서, 아사토는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카르츠.
전신에 경계가 인다. 카가리와 아는 사이였던 것일까.
어떤 관계인 것일까.
카가리가 그토록 격렬하게 증오를 표출했으니, 역시 무언가 있을 것이다.
대체, 어떤 자인 것일까.
카르츠는 슬픔이 스민 시선으로 아사토를 바라본다.
꼬리를 곤두세워, 아사토는 귀를 숙이고 낮게 으르렁댔다. 다가오지 말라고 위협한다.
「그리 경계하지 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차분한 목소리가 조금 어둑한 방 안에 울린다.
「대체 뭐야, 너」
「……미움 받아야 할 자, 라고 해둘까」
미간을 찡그리고 쓸쓸해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카르츠는 침대 쪽으로 다가왔다.
경계를 풀지 않고, 아사토는 카르츠를 노려본다.
그러나, 동시에 심장이 이상한 속도로 고동을 치고 있었다. 발열과 목의 통증 탓에,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카르츠는 침대 옆에 서서, 아사토에게로 팔을 내밀었다.
몸을 경직시키고, 아사토는 이빨을 드러낸다.
「누워라. 열이 나고 있는 중이겠지」
「…………」
곤혹스러움 느낀다.
카르츠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내밀어진 팔, 손끝이 아사토의 이마에 살며시 닿는다.
싸늘한 감촉이 들었다.
그것은 몹시도 기분 좋은 온도로, 아사토는 무의식중에 작게 숨을 내쉰다.
손끝이 손바닥으로 바뀌어, 이마를 꼭 눌러 덮었다.
일으키고 있던 상체는, 이마에 닿은 손에 의해 천천히 밀려 침대 위에 눕혀진다.
「네 몸에 나의 기를 남겨두고 가지. 열을 흡수하니, 조금 지나면 편해질 거다」
그렇게 말하고, 카르츠는 잠시 동안 아사토의 이마에 손을 대고 있었다.
냉기가 이마에서 달아오른 몸으로 스며들어 가는 것 같았다.
얕은 호흡을 반복하며, 아사토는 눈을 감는다.
안구의 안쪽에 가장자리에 푸른 빛을 띤 검은 구체가 몇 개고 떠올라, 퍼져 간다.
그런 이미지는 착각인 것일까, 아니면 카르츠의 「기」인 것일까.
어째서일까. 어딘지──그리움을 느끼고 있었다.
물속을 떠다니는 듯한 느긋한 기분으로, 아사토는 둥실둥실 들뜬 사고를 회전시켰다.
어째서──
어째서 모두 다 잃어가는 것일까.
카가리를 누이처럼 생각하고 있다. 가능한 한 싸우고 싶지 않다.
게다가, 코노에도……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 하나, 손에 넣어서는 안되는 것일까.
사소한 행복조차, 느끼는 것은 용서 받지 못하는 것일까.
금기의 자식이기 때문에?
마물의 자식이기 때문에?
좋아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닌데도.
견딜 수 없는 슬픔을 달래는 듯이, 부드러운 냉기는 아사토의 마음을, 몸을 채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