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부분에 선택지까지 포함됩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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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막 잠에서 깨어났을 때, 거의 최악의 컨디션에 나는 눈을 뜨자마자 얼굴을 찡그리게 되었다.
“아야…….”
머리도 얼굴도 배도 전부 아프다. 팔다리도 마비된 것처럼 무겁다.
“으……, 아파…….”
시간을 들여 간신히 몸을 일으킨 시점에서, 침대의 헤드보드에 새가 앉아있는 것을 깨달았다.
“어라……, 좋은 아침…….”
소리를 내 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입을 닫는다.
소리가 쩍쩍 갈라진다. 목이 쉬었다. 막 자고 일어난 탓에 목이 잠긴 것도 있고, 또…….
어젯밤의 일을 떠올리고는 분함과 부끄러움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낀다.
새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기웃거릴 뿐이었다.
약간 기다려보았지만, 새는 말을 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얼마 남지 않은 두통약을 먹었다.
그리고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서, 렌을 기동시키고 안아들었다.
“좋은 아침, 렌.”
‘좋은 아침, 아오바. 몸 상태는 어때?’
“…………하하.”
방에서 나가고자 문을 여니, 새가 날개를 퍼덕이며 문틈으로 빠져나갔다.
……저 녀석, 왜 내 방에 있었던 거지?
하지만, 새가 있었기 때문인지 어째선지…….
왠지 모르게 방 안에 밍크의 잔향이 감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방에서 나와 복도 위를 걷는다.
어제도 인정사정없이 당했고, 우선 샤워를 하고 싶다…….
거실로 나가자, 밍크가 소파에 앉아 담뱃대를 한손에 들고 TV를 보고 있었다.
“………….”
……역시 아직은 좀 긴장하게 된다.
가능한 한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려고 했지만, 나는 도중에 발을 멈췄다.
밍크의 얼굴이 화가 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니다. 미간이 좁혀지고, 뺨도 경직된 것이 눈에 들어온다.
놀랍게도, 밍크의 표정에 분노가 스며 나오고 있었다.
그 눈은 마치 노려보는 것처럼 TV를 응시하고 있다.
모니터 화면에 비치는 것은 뉴스 프로그램으로, 누군가가 체포되었다는 내용이 보도되고 있었다.
아나운서의 해설과 함께 영상이 흘러나온다. 그것을 보고……, 흠칫 했다.
경찰관들에게 구속된 몇 명의 남자가 불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고 있다.
저 녀석들, 스크래치의……. 밍크의 팀 멤버들이다.
요전번에 창고에서 소동이 일었을 때, 역시 아쿠시마에게 붙잡혔던 건가…….
아나운서는 담담한 목소리로, 스크래치 팀원들을 토우에 재벌에 불만을 지닌 테러리스트 집단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처우가 내려질지는 플라티나 제일의 특별기념 이벤트가 종료된 후에 결정된다, 라고.
화면이 바뀌고, 토우에의 얼굴이 화면에 클로즈업되었다.
“플라티나 제일에 체류하고 계신 여러분에게, 우선 불안감을 조성하고 만 점에 대해 사과를 올립니다.”
“이러한 테러리스트들의 침입을 허가하고 만 것은 모두 저의 책임입니다.”
“그러나, 부디 그들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은 우리들과 자신들을 비교하고, 그 차이를 뼈저리게 깨닫고 만 가엾은 자들입니다.”
“우리들의 완벽한 행복을 시기하고, 질투한 나머지, 달리 해소할 길이 없는 마음이 증폭되어 이와 같은 수단을 취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벌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몸이지만,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들을 혐오하거나 증오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들은 우연히 불행을 타고났을 뿐, 우리와 같은 인간인 것입니다.”
“부디 그 사실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저도 그 사실을 엄숙히 가슴으로 받아들인 후에, 그들에 대한 처우를 결정하고 싶습니다.”
“부디 여러분의 마음에 자비를.”
토우에의 영상은 거기서 끝이 났다.
“……이건 아니잖아.”
다시 아나운서에게로 돌아간 화면에 그대로 시선을 고정한 채로,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을 내뱉었다.
방금 토우에가 했던 말……. 대체 뭐야, 그게. 신물 나게 역겹다는 건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퍽이나 자비심 깊은 마음의 소유자인 양 잔뜩 어필을 해대는 말투에 한기가 들었다.
플라티나 제일에 놀러오는 녀석들은 저런 걸 듣고서 ‘토우에는 좋은 사람이다’ 따위의 생각을 하는 걸까.
정말 그렇다면 완전히 머리가 어떻게 된 거다. 그 정도로, 언짢기 짝이 없는 연설이었다.
“…………얼뜨기 자식이.”
밍크가 담배 연기와 함께 낮은 목소리로 말을 내뱉는다.
그 미간에는 좀 전보다도 더 깊은 주름이 새겨져있었다.
나도 이렇게 열이 받는데, 밍크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리가 없다.
토우에에게 가엾은 테러리스트 취급을 당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스크래치의 멤버들이다.
그것도 모두 밍크를 위해서 필사적으로 여기까지 와주었던 것이다. 그것을…….
어떤 처우를 내릴지는 특별기념 이벤트 종료 후에 결정된다고 했다.
만일 그때까지 구조하지 못한다면, 팀원들은…….
“……토우에는 타워에 있다. 오늘밤, 타워로 들어간다.”
밍크가 조용히 일어선다.
그 목소리는 평소와 같이 억양이 없었지만, 이번만큼은 좀 전에 감정을 보였던 쪽이 밍크의 본심에 가까운 듯한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고비다.
밍크에게도, 나에게도.
나는……, 아직 완전히 밍크를 신뢰하고 있지 않다.
결국, 전화로 이야기했던 ‘넘기고 싶은 녀석’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한 채다.
하지만, 지금은 왜인지 여태껏 계속 가슴 한 구석에 자리하던 불안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 자신이 밍크에게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기에, 어느 의미에서는 체념이 된 상태라는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는지 모른다.
그리고, 꿈인지 현실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어젯밤, 창밖을 바라보는 밍크의 모습을 모았을 때, 무언가가 조금 변했다.
분노나 혐오보다도, 밍크라는 사람을 더 알고 싶다는 마음 쪽이 강해졌다.
“……나도 갈 테니까.”
“……당연한 일이다.”
밍크는 그 말만을 남기고, 복도를 지나 방으로 들어갔다.
평소와 같이 매몰차게 뿌리치는 듯한 말이, 이 순간은 내 안에서 다른 의미를 지니고 울려 퍼졌다.
과장된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밍크에게서 제대로 답변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오늘밤……, 타워로 돌진한다.
다시금 그 각오와 결의를 마음속으로 굳히면서, 나는 밤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보냈다.
창밖의 풍경은 변하지 않지만, 코일에 표시된 시간은 이제 충분히 밤이 되었다.
준비를 끝내고 기동시킨 렌을 가방에 넣고 있으니, 침실의 문이 열렸다.
“가자.”
“……아아.”
고개를 끄덕이고, 밍크의 뒤를 따라간다.
1층으로 내려갔을 때 새가 날아와, 밍크의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현관에서 밖으로 나가자, 화려한 밤의 번화가를 꿰뚫는 듯한 타워의 첨단이 보였다.
“저기에 토우에가 있는 거지.”
“아아. 이벤트를 개최하는 동안에는 타워에 있다.”
도중에 골목길을 지나가기도 하면서, 우리들은 묵묵히 시끌벅적한 거리를 걸었다.
점점 타워와의 거리가 줄어들고, 그 커다란 외양이 눈앞으로 바싹 다가온다.
이대로 돌입하는 건가 했더니, 밍크는 타워에서 조금 벗어난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
타워의 옆……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거리가 있는 빌딩을 향해 걸어간다.
그 빌딩은 높이가 꽤 되었지만, 거리 외관 연출용인지 그 안에 가게 같은 게 들어서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사람도 없는 것 같다.
밍크는 빌딩의 현관이 아니라 뒷문 쪽으로 돌아갔다.
키 록을 해제하지 않은 채로, 갑자기 문에 손을 대고는 옆으로 휙 잡아당긴다.
문이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열렸다.
“자물쇠가 안 잠겨져있었던 거야?”
“미리 부숴놨지.”
“부숴놔?”
“팀원 녀석이 말이지.”
……그렇다는 건, 이것도 계획의 일부인 건가?
밍크가 연 문의 건너편에는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뒷문으로 들어왔기 때문인지,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 밍크가 가장 높은 층의 버튼을 누른다.
가장 높은 층……. 옥상으로 가는 건가?
“………….”
둘 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가운데,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면서 나는 모터 소리만이 조용하게 울려 퍼진다.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정지하고 문이 열렸다.
눈앞에 좁은 복도와 옥상으로 이어지는 문이 나타난다.
이쪽의 문도 뒷문과 똑같이 부숴놓았겠지.
밍크는 그 문을 향해 똑바로 걸어가, 별로 힘을 들이지도 않고 손으로 문을 열었다.
신선한 공기와 함께 약한 바람이 불어, 뺨을 어루만지고 간다.
눈앞에는 휑뎅그렁한 옥상의 바닥과 언제나 밤의 색으로 물들어있는 하늘이 보였다.
여기에 뭐가 있는 거지?
바람에 흩날리는 밍크의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옥상 바닥 위를 걸어가자, 저수탱크 옆에 무언가 시커먼 형체가 있는 것이 보였다.
검은 천으로 완전히 가려진 그것은 크기도 꽤 큰데다 폭도 상당히 넓었다.
밍크가 천을 잡고, 기세 좋게 잡아당겼다.
검은 천 아래에서 나타난 것은 대형 바이크였다.
꽤나 흉악한 모양이라고나 할까, 좋은 의미에서도 나쁜 의미에서도 밍크에게 딱 어울리는 외관이다.
밍크가 시트 위에 올라타, 코트의 주머니에서 키를 꺼내 꽂는다.
시동이 걸리고, 미터 표시기의 액정에 불이 들어온다.
“타.”
“에?”
“빨리 해.”
“이거 1인승이잖아?”
“됐으니까 어서 타.”
“어디에 타라는 거야!”
“적당히 타면 돼.”
“적당히라니……!”
말하는 게 전혀 대중이 없잖아……!
그러나, 밍크는 당장이라도 바이크를 출발시킬 기세다.
나는 허둥지둥 바이크로 다가가, 시트 가장자리에 억지로 올라탔다.
자세도 불편한데다 좁고, 밍크한테 찰싹 달라붙지 않으면 제대로 앉아있을 수도 없고…….
“우와앗!!”
밍크가 바이크를 급출발시켰다. 몸이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넘어갈 뻔해서, 밍크에게 매달린다.
“잠깐……!”
예상은 했지만, 운전이 너무 거칠잖아……! 자칫하다간 떨어질 것 같다.
밍크는 선회를 하는 듯이 원을 그리며 옥상 위를 달리고, 그대로 몇 바퀴를 빙글빙글 돌았다.
뭐지? 뭐 하는 거지? 어쩔 생각이지?
내 안에서도 그런 의문이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했을 때…….
“에?”
밍크가 갑자기 핸들을 꺾고, 일직선으로 옥상 위를 질주했다.
“이 악물어.”
숨이 멎을 정도로 강한 바람이 살갗을 때리고, 격렬한 진동에 혀를 깨물 뻔한다.
바이크는 담이 없는 옥상 가장자리까지 달려, 그대로 멈추지 않고──
…………날았다.
“우와아앗…………!!”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할 줄은……!
요란하게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나고, 몸이 튕겨나갈 듯한 충격을 받는다.
나는 어느 틈엔가 꾹 감고 있던 눈을 떴다.
“………….”
거울처럼 반짝반짝하게 닦인 새하얀 벽과 바닥과 천장이 시야에 비친다.
이곳이 오벌 타워의 내부…….
“뭐야!? ……! 침입자 발견!”
“어이! 거기 서!”
복도 안쪽에서 경비원들이 총을 들고 나타났다.
“떨어지지 마라.”
바이크가 날카로운 엔진 소리를 울리고 급출발한다.
“으왓……!”
“서라! 우왓!”
밍크는 앞길을 가로막는 경비원을 쫓아버리고, 바닥을 타이어로 후려갈기는 듯한 운전으로 단숨에 복도 위를 달려 나갔다.
“이 자식들……!”
“서라!!”
등 뒤로 경비원들이 총을 쏘며 쫓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언제 총알이 명중할지 몰라 조마조마했지만, 밍크는 차체를 좌우로 흔들어 피했다.
원심력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모퉁이를 돌아, 더 앞쪽으로 나아간다.
바이크는 경비원들의 추적을 따돌리고, 복도 안쪽에 있는 계단으로 향했다.
……뭐, 계단!?
올라가는 거냐고!?
밍크의 무시무시한 핸들링과 믿겨지지 않는 속력으로, 2인분의 체중이 실린 차체가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브레이크 소리와 액셀이 돌아가는 소리가 교차로 울리고, 거기에 총성과 사람의 목소리가 뒤섞인다.
갖은 소리가 시끄럽게 뒤섞여 격류를 이루는 가운데, 나는 어쨌든 떨어지지 않게끔 팔로 밍크의 허리를 단단히 휘감았다.
“……으윽!”
버티고 있기가 꽤나 힘든 반복운동을 거듭하고는, 마침내 바이크가 계단에서 벗어나 복도 위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겨우 끝났다…….
약간 긴장이 풀려서, 온 관절이 뻣뻣하게 굳어있었던 몸의 힘을 뺀다.
얼마나 올라온 걸까.
“여기, 몇 층이지?”
“가장 높은 층이다.”
“그렇다는 건…….”
여기에 토우에가 있다는 건가?
밍크는 복도 위를 조금 달리고서, 좌우로 열리는 문이 있는 곳에서 바이크를 멈췄다.
밍크가 바이크에서 내리고, 나도 앉아있기 불편했던 시트의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린다.
이 층에는 방이 얼마 없는 것인지, 눈앞의 문을 제외하고는 기나긴 흰 복도가 이어져있을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는 경비원이 없는 것일까?
복도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한 상태다. 우리 뒤를 쫓아오던 경비원들의 기척도 사라진 것 같은데…….
“………….”
밍크가 말없이 눈앞의 문을 응시하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곳은 중간 규모의 홀과 비슷한 크기의 방이었다.
방의 정중앙에 서있는 인물을 눈으로 확인하고, 순간적으로 긴장감이 엄습하는 것을 느낀다.
“……토우에.”
토우에는 느긋한 태도로 뒷짐을 지고, 엷은 미소를 띠고서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우리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TV에서 보던 것과 다르지 않은……. 아니, 실물 쪽이 더 교활한 느낌이 든다.
겉모습은 신사 그 자체지만, 토우에를 에워싼 공기는 결코 보통 사람의 것이 아니다.
잘 갈린 슬림한 나이프를 남몰래 지니고 있을 것 같은, 그런 분위기를 느낀다.
토우에의 뒤에는 가면을 쓴 두 명의 사람이 서있다. 토우에 전용 경비원인 걸까.
“언젠가는 올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두 사람이 나란히 일부러 여기까지 행차해줄 줄은 말이지. 기다리고 있었네. 밍크 군. 그리고 아오바 군.”
“!”
날 알고 있는 건가? 밍크까지?
만난 적도 없을 텐데…….
“어떻게, 내 이름을…….”
“플라티나 제일에 발을 들여놓은 인간의 정보는, 전부 이 오벌 타워에서 관리하고 있네. 다시 말해 자네들의 정보도 훤히 꿰고 있는 상태지.”
토우에가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밍크를 보니, 표정에 분노가 가득 서려있었다. 뉴스에 나왔던 토우에를 보았을 때와 같다.
“……이 자식, 우리들의 움직임을 알고서 일부러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게 했지?”
“네 녀석이라면 제대로 마음만 먹었으면 얼마든지 우리들을 막을 수 있었을 거다. 그런데, 그렇게 요란하게 야단을 피워도 아무것도 없었지.”
“그 말대로네. 자네가 형무소에서 달아났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줄곧 자네를 감시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지.”
“!”
“그렇다는 건, 내가 여기에 온 이유도 알고 있다는 건가.”
“아아, 물론. 긍지 높은 신의 일족의 생존자여.”
“………….”
“그건 그렇고 자네를 만나게 되면 말을 해두자고 생각했던 것이네만……. 정말로 자네에게는 미안한 일을 했어. 지금 여기서 사과를 하고 싶네. 자네 일족에 대해서, 말이지.”
……그때, 밍크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바람에 부추겨진 불꽃이 더 넓게 타들어가는 듯이, 명백하게 살기가 흘러넘친다.
밍크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감정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토우에와의 사이에 심상치 않은 무언가가 있는 것이 느껴진다.
이것이, 밍크가 완고하게 의지를 관철하고자 했던 것의 이유일까……?
“연구를 위해서라고는 하나, 실험으로 일족 전체를 희생시키고 만 것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네.”
“하지만, 자네 일족은 좀처럼 보기 힘든 비밀스러운 능력을 품고 있었지. 자네 일족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약초를 달여 만드는 약…….”
“그것을 복용하거나, 담배 등의 형태로 태워서 연기를 들이마시는 것으로 자네들은 체취를 조작했어.”
“그 효능은 치유를 얻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만, 때로는 사람을 취하게 만들어 마약처럼 의존하게끔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지.”
“후각에서 발생되는 환상. 그것을 매개로 한 심리 조작. 나는 그 부분에 굉장한 흥미를 느꼈네.”
“소문에 의하면, 약효가 녹아든 자네들의 혈액은 농후하고도 풍부한 향을 풍겨서, 그것을 입에 댄 인간이 일시적인 황홀 상태에 빠진다고.”
“하지만, 자네들은 누구 하나 그 약의 제조 방법에 대해 실토하지 않았어. 신으로부터 이어받은 소중한 비법이기 때문이었겠지?”
“자네들 일족의 결속은 굳건했고, 신을 향한 신앙은 절대적이었지. 거기서 우리들은 하는 수 없이, 자네들의 체취를 분석하기로 했네.”
“인간의 마음을 현혹시키는 성분이, 체내에 어떤 식으로 생성되어있는지를 말이지.”
“………….”
체취 분석…….
방금 토우에는 ‘실험으로 일족 전체를 희생시켰다’고 말했다.
그 말인즉슨……. 조사를 위해서 죽였다는 건가?
그런 말도 안 되는…….
하지만 그거라면 밍크의 심상치 않은 분노도 이해가 된다.
밍크의 일족은 살해당한 것이다. 토우에에게.
“………….”
밍크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없이 토우에를 보고 있다.
“하지만 결국, 자세한 사항은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 최첨단 기술의 힘을 빌려도 자네들의 비술이 해명되지는 않았지.”
“생물이란 정말로 신비로워. 때로 과학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기적을 일으키지.”
“결국, 자네 일족의 생존자는 자네 혼자만 남게 되었지. 자네는 당연히 알고 있겠지? 약의 제조 방법을.”
“그렇다면 어쩔 거지. 설마 내가 네 녀석에게 가르쳐줄 거라고 생각하나?”
“물론, 그렇게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아. 그렇기에 더더욱, 나는 자네에게 교섭을 제의하고 싶네.”
“약의 제조 방법을 교환 조건으로, 우리 쪽에서도 자네의 바람을 이루어주지.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말이야. 어떻게 생각하나?”
토우에가 앞으로 한 발짝을 내딛고, 도전적인 눈으로 밍크를 보았다.
밍크는 잠시 아무런 말도 없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화를 내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좀 더 맹렬하고 시커먼 아우라 같은 것이 밍크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긴 침묵 후, 밍크는 작게 숨을 내뱉고서는 웃었다.
“……그렇게까지 해서 손에 넣고 싶어 할 줄은 말이지. 네 녀석의 집념에는 아주 질려버렸다고.”
“그만큼 자네 일족을 존경하고, 경애하고 있다는 걸세. 이 열렬한 마음을 알아주지 않겠나?”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인간의 마음을 조종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지. 그러나 자연적으로 갖추어진 힘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신비롭고 강력한 힘이라네.”
“과연 그러시군. 그럼 만약 내가 토우에 재벌의 전 재산을 넘기라고 한다면, 어쩔 거지?”
“연구와 경영이 곤란해질 정도의 조건은 역시 힘들겠지만, 자네가 나와 동등한 정도의 재력을 쌓게끔 조처하는 것은 가능하네.”
“……하. 역시나로군.”
“……그 말은 그 조건이라는 것만 받아들이면, 자네가 나와의 거래에 응해준다, 라고 해석해도 좋은 건가?”
평소엔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지만 그 말에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 밍크의 진의를 파악하려는 듯이, 토우에가 살짝 턱을 당긴다.
그러나, 밍크는 곧바로 얼굴에서 웃음을 지웠다.
“내가 원하는 건 네 녀석의 목숨이다. 그것 말고는 원하는 것 따위 아무것도 없어.”
“…………과연.”
토우에는 엷은 미소를 띤 채로, 밍크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고 몇 번 고개를 끄덕였다.
“뭐, 자네라면 그렇게 대답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네.”
그렇게 말하고 토우에는 한쪽 손을 들어올려, 손가락을 탁 튕겼다.
뒤쪽에 있던 경비원 가운데 하나가 앞으로 나온다.
“내 본래 뜻으로는 강경한 수단은 그리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 자네가 마지막 희망일세. 우리 쪽으로서도 뒤로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라 말이지.”
경비원은 천천히 양팔을 벌리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어쩐지 오페라라도 부를 기세다.
라고 생각했더니…….
“……에, 노래?”
경비원이 정말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느릿한 템포에 키가 높은, 그러나 어딘가 불안감을 조성하는 멜로디가 하얀 공간 안에 흐른다.
“……!? 윽…….”
돌연, 날카로운 두통이 스쳤다.
시야가 자잘하게 흔들리고, 바닥이 흔들리는 것처럼 다리가 휘청거린다.
뭐지? 뭔데 갑자기…….
“……윽, 이 노래…….”
밍크가 낮게 신음하고, 괴로운 듯이 얼굴을 찡그린다.
맙소사, 밍크까지……!?
이 노래 때문인가? 대체 뭐야, 이 노래……!
“후후…….”
토우에가 계속해서 노래를 이어나가는 경비원 뒤에서 웃는다.
“자, 이것은 시련이다. 어디까지 버틸 수 있으려나.”
그렇게 말하는 토우에의 목소리도 얼굴도……, 구불구불 일그러져간다.
“……으윽, …….”
“……윽.”
……틀렸다.
노래가 머릿속에서 반향하고, 그 음파가 목소리의 홍수처럼 불어나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뿌옇게 흐려지고 노이즈가 낀 시야 속에서, 밍크가 비틀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밍크…….
………….
“이런 거 식은 죽 먹기잖아.”
…………?
“써먹을 수 있는 건 써먹는 편이 좋잖아? 뭐 그런 느낌.”
이건…….
내 목소리?
“딱히 개조를 해서 위반을 저지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왠지 그냥 내 눈에는 저절로 훤히 보일 뿐이라니까.”
이건…….
……나다.
주위에는 비슷한 또래의 녀석들이 모여 있고, 각자가 자기 좋을 대로 행동하고 있다.
약을 하거나 싸움을 하거나 여자랑 놀거나 술을 마시거나 자거나. 그리고……, 라임을 하거나.
나도 그 안에 끼어들어, 아는 녀석이랑 어깨동무를 하고서 라임을 하고 있는 녀석들 쪽으로 걸어간다.
그런 나의 모습을 내가 ‘보고 있다.’ 똑같은 공간 안에 서서, 마치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러나, 이따금 이곳저곳에 희미하게 노이즈가 인다.
현실감 넘치는 3D 필름 속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본 적이 없는 허구의 세계가 펼쳐져있다.
……본 적이 없다고?
아니다.
나는……, 알고 있다. 여기에 와본 적이 있다. 그것도 몇 번이고.
이건…….
내 과거다.
내가 거칠게 놀았던 시기의……, 스스로도 잊고 있었던 기억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상대가 안 된다고! 전부 보이니까 말야!”
……그렇다, 그때.
어째선지 라임에서 상대방의 약점이 보여서, 그 덕에 나는 연승을 하고 있었다.
“질질 끄는 것도 귀찮으니까 광속으로 밟아주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연유로 보이는 것인지 따위는 생각지 않았다.
써먹을 수 있는 건 냉큼 써먹는 게 좋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때의 나는.
“하하, 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잘 가라고!”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만해!!!
……이런 건 싫다, 제발 그만해…….
“뇌에 직접 타격을 당했어.”
“자칫했다간 평생 이 상태겠네. 의식이 안 돌아오는 채로.”
“라임 네임, sly blue인가……. 엉망진창이군.”
싫다. 떠올리고 싶지 않아.
저건…….
저건………….
나는………….
“…………그럴 리가.”
“그럴 리가……. 나는,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내 눈에만 보이는 약점이 ‘사람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부분’이었을 줄은.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자신만이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우월감을 느끼고서…….
나는………….
부쉈다.
사람의 마음을, 부쉈다.
사람의, 마음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때…….
무너져내려가는 나의 손을 누군가가 붙잡았다.
“………….”
의식이 돌아오고, 번쩍 정신이 들어 고개를 들고는 자신이 아직 그 하얀 홀 같은 장소에 있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경비원도 토우에도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다.
방금 내가 과거를 추체험한 건……, 경비원의 노래 때문인가?
나의, 과거…….
줄곧 잊고 있었지만, 예전의 나는……. 터무니없는 과오를 범했던 것이다.
……? 누군가가 내 팔을 잡고 있다.
……밍크.
좀 전에 내가 스스로도 잊고 있었던 과거에 직면하고 자기 자신을 잃어가기 시작했을 때…….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주었다.
그게, 밍크였던 건가…….
내심 감사의 마음을 품으며, 그 얼굴로 시선을 돌린다.
“밍크, 괜찮아? 방금 그 노래…….”
밍크에게 말을 건네고는, 곧바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밍크? ……!”
커다란 몸이 움찔 하고 흔들렸다. 밍크가 바닥에 무릎과 한쪽 손을 짚는다.
“………….”
“무슨 일이야, 어이.”
몸을 숙여 얼굴을 들여다보고는 깜짝 놀란다.
밍크는 뺨에서 턱에 걸쳐 줄줄 흘러 떨어질 정도로 많은 양의 땀을 흘리며,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런 모습의 밍크는 본 적이 없다. 밍크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어본다.
“어이 밍크, 괜찮아? 밍크!”
아무리 불러도 반응을 하지 않는다. 내 목소리가 안 들리는 건가……?
눈은 뜨고 있지만,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다.
“………….”
여기까지 와서……, 이런 데서.
“당신이 먼저 끝나버리면 어떡해……. 그래선 내가 납득을 할 수가 없잖아!”
사람을 인정사정없이 때려눕히고, 말도 못하게 심한 짓을 하고…….
나를 이용하기 위해서, 내가 여기까지 따라오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던 주제에.
그럼에도 나는, 밍크가 냉혹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지니고 있는 것을 알고서는……, 이끌렸다.
물론 나와 밍크의 목적이 일치했기에 여기까지 온 것도 있지만…….
나는, 밍크의 차가운 눈이 응시하는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
목적 같은 게 아니라……, 이 정도로 강건한 의지를 지닌 인간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지.
그것을 알고 싶었다.
“…………윽.”
밍크는 좀 전에 내 손을 잡고서 내가 휩쓸려가지 않게끔 붙들어주었다.
그러니까, 나도 그에 보답하고 싶다.
지금, 내가 밍크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
……스크랩이다.
밍크를 구해낼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부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해낼 가능성이 0인 것은 아니다.
나는 밍크의 턱에 손을 대고, 가볍게 위를 향하게 했다.
동공이 풀린 눈은, 마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검은 바다가 펼쳐져있는 것 같았다.
그 눈의 가장 깊숙한 곳을 더듬어 파헤치는 듯이 지그시 응시하고, 낮고 고요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밍크, 내 말 들려? 지금부터 당신 안으로 들어갈 거야.”
“………….”
“내 눈을 보고……. 정신 차리고, 그래. 날 당신 안으로 들어가게 해줘.”
“나를 당신에게로……. 당신의 가장 깊은 곳으로, 데려가줘.”
“!”
고막을 찢는 듯한 비명에 몸이 움츠러든다.
비명, 포효, 폭발, 울음소리, 총소리.
밍크의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그런 것들이 나를 에워싸서,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주위에는 울창한 숲이 우거져있었지만, 그것을 춤을 추는 듯이 이글거리는 새빨간 불꽃이 모조리 불태워 시커먼 숯덩이로 바꾸어간다.
하늘은 캄캄하고 별 하나 보이지 않는데 마치 대낮처럼 밝다.
그 안을 수많은 사람들이 종횡무진으로 뛰어다닌다.
도망갈 길을 찾아 갈팡질팡하는 사람과, 뒤를 쫓는 사람.
아마도 도망치는 것은 밍크 일족의 사람이고, 뒤를 쫓는 것은 토우에 측의 인간이겠지.
여기는……, 밍크의 과거의 기억 속.
밍크가 마음 속 깊은 곳에 무겁게 간직하고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피를 흘리고 있는 상처의 안이다.
“…………으윽.”
갑자기 심장이 크게 뛰어오르고, 온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뜨겁다.
뜨거워……! 불로 지져지는 것 같다…….
“……윽, …….”
정말로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어 팔다리를 살펴본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다.
……라임이랑 똑같은 건가. 뇌가 데미지를 받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너무나도 생생하고, 괴롭다.
들이마시는 숨마저 뜨거워서, 폐가 불에 탄 것처럼 점점 숨을 쉬기가 힘들어진다.
“커헉, ……핫, ……크윽”
이건 현실이 아니다. 사전에 기록된 영상이 흐르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아프고 괴로워서 땀과 눈물이 스며 나오고, 토할 것 같아진다.
그런 나를 더더욱 궁지로 몰아붙이는 듯이, 목숨을 잃기 직전의 절규가 고막을 찢는다.
“크윽…….”
그렇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밍크를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불꽃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것처럼 양팔로 스스로의 몸을 감싸고, 나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이것은 현실이 아니다. 이것은 허구다.
이것은 모두 과거에 일어난 일이다.
오로지 그 생각만을 머릿속에서 되풀이하며, 울부짖는 사람, 쓰러져있는 사람들 틈에서 밍크를 찾는다.
……없다. 어디에도, 없다.
밍크는 어디에 있지……?
“싫어, 제발 그만해, 누가 좀 도와줘!!”
“!”
등 뒤에서 비통한 절규가 들려왔다.
“싫어, 그만해, 제발 그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