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크도 본편이 4편까지 이어집니다!
※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
“…………, ……으윽, …….”
……다음날 막 잠에서 깼을 때의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무거운 추라도 달아놓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몸이 노곤하고, 이곳저곳이 아팠다.
곧바로는 일어날 수가 없어서, 꽤나 시간을 들인 후에야 가까스로 상반신을 일으킨 채로 침대 위에 앉는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아야…….”
밍크에게 얻어맞은 뺨이 아프다. 혀로 더듬어보니 아무래도 입 안이 찢어진 것 같다.
게다가……. 몸 안쪽도 아프다. 불로 지지는 듯이 욱신거린다.
어제는…….
………….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생각 외로 기분은 약간 가벼워서, 스스로도 그것이 이상하게 여겨졌다.
아마도, 가슴 속에 꽉 들어차있었던 불안감과 당혹감을 쏟아냈기 때문이겠지.
어제 밍크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을 때……, 속내를 털어놓았으니까.
밍크가 나를 궁지로 내몰았던 탓에 터져 나왔던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그걸로 내 마음이 편해졌다니 조금 아이러니하다.
그 녀석은……, 나를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귓가에 속삭여졌던 명령을 떠올리고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낀다.
모두 다 드러내라고, 그렇게 말했었다.
만약 그 말대로 모두 다 드러낸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밍크에게는 그것이 보이는 것일까. 나 자신도 알지 못하는, 내 안의 무언가가…….
그리고……. 잘 생각해보니, 밍크가 일부러 침대까지 나를 데리고 와주었던 것 같다.
그 성격으로 보면 일을 치른 후 그대로 방치해둘 것 같은데, 어째서지?
밍크의 팀……, 스크래치의 팀원들에 대한 태도도 그렇지만, 내 안에 있는 밍크의 이미지와는 무언가 맞지 않는 것을 느낀다.
그렇지만, 폭력적인데다 남의 말 같은 건 귓등으로도 안 듣고……. 잘 모르겠다고…….
나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이불 위에 몸을 둥글게 말고 있는 렌을 기동시켰다.
“좋은 아침, 렌.”
‘좋은 아침, 아오바.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아. 괜찮아?’
“……아아, 괜찮아.”
렌의 질문에 쓴웃음을 지으며, 나는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방에서 나왔다.
일단 샤워를 하고 싶었다.
어제 밍크가 안에 사정을 하고 그 상태로 잠이 들었다. 다리 사이가 스멀스멀거려서 기분 나쁘다.
내 뒤를 따라오는 렌과 함께 2층의 거실을 빠져나가,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간다.
거실에서는 밍크가 소파에 앉아, 무언가 기계 같은 것을 만지고 있었다.
소파의 등받이에는 새가 내려앉아 털 다듬기를 하고 있다.
밍크의 모습에 눈에 들어오자, 심장이 불쾌한 긴장으로 뛰어올랐다.
시나몬과도 비슷한 은은한 향이 한층 더 심장을 압박한다.
“………….”
나는 밍크를 무시하고, 재빨리 샤워실로 가려고 했다.
“어이.”
“……!”
밍크가 날 불러세워서, 흠칫 하고 놀란다. 가능한 한 평정을 가장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뭐야.”
“이걸 네 올메이트에 넣어둬.”
“에?”
밍크가 이쪽으로 무언가를 던졌다. 새끼손가락 정도 크기의 USB 메모리다.
“뭐야, 이거.”
“타워에는 경비용으로 특별히 무기를 장착한 올메이트들이 배치되어있지. 그 녀석들을 쳐부술 프로그램이다.
“타워에 들어가면 네 올메이트를 온라인에 연결해서 그걸 살포해라.”
“그런 정보, 어디서 손에 넣은 거야.”
“교도관한테서.”
클럽의 회원 카드에 대한 이야기도 그랬지만, 구 주민구의 형무소는 거의 제 기능을 하고 있지 않다.
그런 탓에, 죄수들도 그게 지극히 당연한 일인 것처럼 교도관이나 경찰 내부의 인간과 거래 내지는 정보 교환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걸 넣으면, 렌은 어떻게 되는 거야.”
“글쎄.”
“글쎄가 뭐야……! 이런 위험한 걸 렌한테 넣으라니 농담하지 말라고. 죽어도 싫어. 안 해. 돌려준다.”
“……바보냐?”
밍크가 스윽 하고 눈을 가늘게 좁혔다.
“전부터 들었던 생각이지만, 어째서 그렇게까지 올메이트한테 구애되는 거지. 올메이트 따위 단순한 소모품에 불과할 텐데.”
“아니면 인형이 없으면 외로워서 잠도 못 자는 건가?”
“……윽, 내 앞에서 소모품 같은 말 하지 말라고. 난 렌을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그래서 망가뜨리고 싶지 않다는 건가? 이런 건 그저 기계에 불과해. 얼마든지 대체품이 존재하는 잡동사니라고.”
“아냐. 당신은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는……, 렌은 그렇지 않아.”
말을 이어나가면서, 나는 시야의 끄트머리로 힐끔힐끔 보이는 새를 신경 썼다. 물론 내 발치에 있는 렌도.
새는 밍크에게 소모품 같은 말을 들어도 싫지 않은 건가?
그러나, 새는 마치 밍크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은 것처럼 계속해서 털 다듬기를 하고 있다.
밍크와 함께 있는 이상은 그런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네 녀석의 생각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이건 계획의 일부다. 반드시 실행해라.”
“싫어.”
“실패하면 모든 게 다 끝이다. 너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윽.”
고개를 숙인 내 시야에 렌이 비친다.
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혀를 내민 채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무리다. 나에겐 불가능하다.
내가 USB를 든 채로 입을 다물고 있으니, 밍크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다가왔다.
번쩍 정신이 들어 방어 자세를 취하려 했을 때는, 늦었다.
“……윽!”
“언제까지 계집애 같은 소리를 지껄여댈 거지.”
뺨을 얻어맞고, 두, 세 걸음 뒤로 비틀거린다.
어제도 맞았던 탓인지, 입 안에 곧바로 피 맛이 번졌다.
아무래도 이런 처사에는 역시 화가 치밀어서, 나는 밍크를 세차게 노려보았다.
나한테 그러는 거라면 몰라도, 렌까지 자기 좋을 대로 하려는 것은 참을 수 없다.
“……당신이야말로, 남이 뭘 해줬으면 할 때는 일이 돌아가는 자세한 사정이란 걸 좀 알게 하라고!”
강한 분노가 몸을 움직여서, 나는 밍크에게 주먹을 날리며 덤벼들었다.
“……으악.”
그러나, 당연하게도 내 주먹은 밍크에게 닿지 않고, 도리어 한 방 먹는다.
어제의 데미지가 남아있는 탓에 매가리 없이 몸이 뒤로 날아가고, 나는 볼썽사납게도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 이상 더 얻어맞고 싶지 않으면 내 말대로 해.”
“…………윽.”
밍크는 툭 뱉어내듯이 그렇게 말을 하고는 다시 소파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담뱃대를 손에 든다.
그런 태연자약한 밍크의 모습에 한층 더 화가 치미는 것을 느끼면서도, 머릿속에는 어떤 의문이 떠올랐다.
밍크는 계획을 실행하는 것밖에는 생각하지 않는다. 본인도 직접 말했던 대로, 내 감정이나 의지 따위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밍크를 이렇게까지 완고하게 만드는 건 대체 뭐지?
토우에가 목적이라고는 했지만, 이유까지는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필시 거기에 뭔가가 있는 것이겠지.
자기 외의 모든 것을 철저하게 배제하면서까지 관철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무언가가.
그 의지의 강도에서는 심상치 않은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과 렌의 이야기는 완전히 별개다. 렌에게는 절대로 손을 대지 못하게 하겠다.
그때, 렌이 앞발로 내 무릎을 톡톡 두드렸다.
‘아오바.’
“렌.”
렌은 그 USB 메모리를 입에 물고 있었다. 어느 사이엔가 바닥에 떨어졌던 모양이다.
‘이걸 써.’
“! 그치만 그랬다가는 네가.”
‘괜찮아. 아오바, 마음이 동요된 상태인 것 같지만.’
‘밍크는 목적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 일말의 주저나 망설임이 없어. 따라서 목적을 달성할 확률도 높겠지.’
‘그것이 아오바의 목적과 일치한다면, 내가 그것을 위해 사용되는 것에는 그 어떤 이의도 없어. 아오바도 그에 대해선 이해하고 있으리라 생각해.’
“…………. 그치만 그랬다간 네가 망가져. 그런 건 싫어.”
‘내가 망가지면 진찰해줄 거잖아?’
“……, 렌.”
‘아닌가?’
“……어쩌면 내 힘만으로는 고칠 수 없을지도 몰라.”
‘그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어. 하지만 아오바가 고칠 수 있는 가능성이 완전히 제로인 건 아니야.’
“렌…….”
렌은 나를 믿고 있다. 어떤 망설임도 없이, 올곧게.
……그렇다면 나도, 렌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반드시 고쳐주지 않으면.
나는 손바닥 전체로 렌의 등을 쓰다듬고서, USB 메모리를 받아들었다.
“……알았어. 그럼, 연결할게.”
‘아아.’
렌이 바닥 위에서 뒹굴 굴러 배를 내보인다.
나는 복슬복슬한 털을 헤치고 접속구를 노출시킨 뒤, 긴장감에 차게 식은 손으로 USB 메모리를 꽂았다.
‘……접속 완료.’
렌이 기계적인 목소리를 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들부들 몸을 떤다.
어딘가 이상한 데가 있는 건 아닐까 싶어 주의 깊게 렌의 형색을 살핀다.
“괜찮아?”
‘아아, 양호하다.’
“그래…….”
일단 안심이 들어서, 입에서 긴 한숨이 새어나온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하면 이제부터가 관건이다. 아직 방심할 수는 없다.
시선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니, 밍크가 연기를 내뿜으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
소파에 자리를 딱 잡고 앉아있는 모습이, 폐건물로 끌려갔었던 때의 일을 생각나게 한다.
바로 얼마 전의 일인데도, 먼 옛날의 일인 것만 같다.
“그 올메이트 쪽이 훨씬 더 이해력이 좋은 것 같군.”
“………….”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어서, 나는 말없이 밍크를 노려보았다.
구 주민구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토우에를 막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기에 밍크와 행동을 함께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렌이 말했던 대로 밍크가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기에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머리로는 그런 사실을 알고 있어도, 심정적으로는 충분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맞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일 텐데…….
나는 렌을 끌어안고, 벽 옆으로 이동해 바닥에 주저앉았다.
밍크 쪽이 보이지 않게끔 하면서 렌의 등을 쓰다듬는다.
정말 이래도 괜찮은 건가?
렌까지 ‘도구’로서 이 일에 말려들게 되고……. 이래도 괜찮은 걸까.
렌이 혀를 내밀고 나를 올려다본다.
그 얼굴을 보고 있으니, 억누르고자 했던 죄악감과 후회가 서서히 가슴 속에서 스며 나오기 시작했다.
“…………윽.”
나는 렌의 털 사이로 얼굴을 묻고, 감정을 눌러 죽였다.
렌, 미안…….
그렇게, 감정의 파도가 물러갈 때까지 잠시 동안 가만히 있었다.
“……, ……아아, 그렇지.”
……눈을 뜨자, 희미하게 밍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 사이엔가 깜박 졸았던 모양이다.
“아아. 그쪽에 넘기고 싶은 녀석이 있다.”
“………….”
밍크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통화를 하는 건가?
‘넘기고 싶은 녀석이 있다.’ 지금, 그렇게 말했지.
넘기고 싶은 녀석? 누구를?
………….
…………설마.
정신이 또렷해진 나는 렌을 살며시 바닥에 내려놓고, 벽에 손을 짚고서 일어섰다.
밍크는 통화를 끝낸 듯, 소파에 앉아 코일을 조작하고 있었다.
나는 소파로 다가가, 등받이에 손을 올렸다. 밍크가 이쪽을 본다.
“……지금 그거, 무슨 이야기야.”
“………….”
밍크가 눈썹을 아주 조금 들어올린다.
“넘기고 싶은 녀석이 있네 어쩌네 했잖아.”
“……너한테 이야기할 필요는 없어.”
또 이건가. 이 말을 들은 게, 대체 몇 번째지.
통화의 내용에 불안을 느낀 나는, 순간적으로 기세를 타고 입을 열었다.
“날 말하는 건 아니겠지.”
“………….”
밍크가 침묵한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건 늘 있어왔던 일인데도, 지금만큼은 초조함이 쌓여간다.
“나야, 아니야.”
“시끄럽네.”
밍크가 성가시다는 듯이 소파에서 일어난다.
“어이!”
“오늘은 팀원 녀석들에게 오는 연락을 기다려야 한다. 밖으로는 안 나가.”
그 말만을 남기고, 밍크는 계단을 올라갔다.
침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린다.
그 자리에 홀로 남겨진 나는, 더 크게 부풀어 오른 불안을 안고서 2층을 올려다보았다.
……방금 전의 그 통화, 역시 내 얘기를 하는 거였나?
진정되지 않는 마음으로, 나는 소파에 살짝 걸터앉았다.
냉정하게 생각하고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시야를 차단한다.
만약 정말로 날 말하는 거였다면, 밍크는 나를 누구에게 넘겨줄 작정인 거지?
경찰인가, 아니면……. 토우에인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역시 그건 아닌가.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지? 나는 밍크에 대한 거라고는 요만큼도 아는 게 없다.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데다, 만에 하나 속았다고 해도 알 수 없다.
………….
“……윽.”
밍크를 신뢰할 수 있는 요인은 아무것도 없다. 신뢰는 고사하고 불신 쪽이 점점 강해져간다.
밍크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주저하지 않는다. 수단도 가리지 않겠지.
사람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는, 나의 힘.
토우에와의 교섭을 위한 미끼로는 안성맞춤이다.
……틀렸다. 불길한 상상밖에는 들지 않는다.
렌의 일도 있고, 도저히 신뢰할 수가 없다.
……역시, 밍크에게서 벗어나는 게 좋겠다.
얼굴을 가리던 두 손을 떼고, 나는 조용히 결심을 굳혔다.
늦은 밤, 나는 살며시 방에서 빠져나갔다.
외출 준비를 끝내고 슬립 모드인 렌을 가방에 넣고서, 가능한 한 발소리를 내지 않도록 하면서 방에서 나온다.
복도에 서서, 밍크가 있는 방 쪽을 본다. 들키지 않게 해야지…….
어디로 갈 건지, 다음으로 어떻게 할 건지. 그런 건 전혀 생각해두지 않았다.
어쨌든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 머릿속에는 그 생각뿐이었다.
숨을 죽이고 신중하게 2층의 거실을 지나, 계단을 내려간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한 건물 안에서는 희미하게 에어컨이 돌아가는 소리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만약을 위해 2층을 올려다보았지만, 밍크가 일어나는 기척은 들지 않는다.
……괜찮을 것 같다.
“………….”
불안, 초조, 주저.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는 그런 마음들을 뿌리쳐내는 듯이 앞을 향하고, 현관 밖으로 나온다.
조용히 문을 닫고, 가슴 가득 차올라있던 숨을 천천히 내뱉었다.
여기까지는 잘 됐다. 다음으로는 어딘가 숨을만한 곳을 찾자.
메인 스트리트로는 가지 않고 옆길로 들어간다.
가능한 한 번화가에서 벗어난 쪽으로 가고 싶어서, 코일로 지도를 띄우고서 걷는다.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내가 없어지면 밍크는 날 찾을까.
이 뒤로, 나는 혼자서 토우에가 있는 곳까지 갈 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별로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 스크랩의 힘을 사용하면 어떻게든 될까?
그리고, 렌에게 꽂았던 USB도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방금, 날개 소리가 들렸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한 마리의 새가 내 머리 위를 스쳐지나갔다.
……설마, 아니겠지.
곧바로 부정한다.
약간 과민해졌을 뿐이다. 그냥 새겠지. 기분 탓이다.
그렇게 자신을 타이른다.
그러나……, 그것은 허사로 끝났다.
날개 소리가 다시 이쪽으로 되돌아온다.
우아하게 하늘을 나는 그 모습을 보고서, 숨을 삼켰다.
선명한 색채를 몸에 두른 앵무새다.
……들켰다.
“……윽.”
공포에 내몰려, 나는 전력으로 내달렸다.
이미 지도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그저 어디든 좋으니 멀리 달아나자는 생각이었다.
어디로 이어져있는 건지도 알 수 없는 골목길 위를 정신없이 내달린다.
그러나……, 날개 소리가 뒤에서 나를 쫓아온다.
“하아, 하아……, …….”
……!
나는 도중에 급하게 브레이크를 걸고, 멈춰 섰다.
목소리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숨이 차올라서, 몸을 앞으로 구부리고 양손으로 무릎을 짚는다.
그러는 중에, 내 의식은 완전히 앞쪽으로 쏠렸다.
“………….”
앞길을 가로막는 듯이……, 밍크가 서있었다.
들키고 말았다는 낙담과, 역시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체념이 가슴 밑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아마, 밍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겠지.
내가 뭘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도.
……이길 수 없다.
그 말이 마음을 무겁게 메운다.
이 녀석에게는 이길 수 없다.
밍크는 평상시와 똑같은 걸음걸이로 내 쪽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인 내 앞머리를 움켜쥐고는 잡아당겼다.
“흐윽……!”
머리카락에 통증이 스쳐, 얼굴을 찡그린다.
억지로 고개가 위로 쳐들리고, 피할 수도 없이 밍크와 눈이 마주친다.
싸늘한 눈빛이 나를 꿰뚫는다.
“예상했던 그대로 행동하다니, 바보가.”
밍크가 내 머리카락을 고쳐 잡고, 얼굴을 바로 가까이에 대고서 눈도 깜박이지 않고 말을 이어나간다.
“내게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윽.”
뭐지? 지금…….
가느다란 전류와도 같은 자극이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오한과 공포와는 다른, 무언가 좀 더…….
좀 더 깊은 곳으로부터 발생된 ‘무언가.’
“이리 와. 제대로 알아먹을 때까지 패주겠어.”
말을 마치자마자, 밍크는 머리카락에서 손을 떼고는 내 팔을 붙잡았다.
전신의 핏기가 가시고, 손발이 차갑게 식어간다.
[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 없다 ]
[ 그럼에도 저항한다 ] → 선택
“이거 놔, ……싫어, 놓으라고!”
아무리 소리를 쳐도, 그저 내 목소리가 어둑한 골목길의 벽에 튕겨질 뿐이었다.
밍크가 팔을 부러뜨릴 듯한 힘으로 나를 잡아끌어서, 나는 결국 글리터로 돌아가게 되었다.
“……윽!”
글리터로 돌아가자마자, 밍크는 나를 난폭하게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윽, 크헉…….”
낙법도 쓰지 못하고 등부터 바닥으로 쓰러지고, 폐가 압박되어서 날카로운 통증이 스친다.
콜록거리며 몸을 둥글게 말자, 오른쪽 뺨에 퍽 하고 충격이 일었다.
“큭……, 으윽!”
“……윽!”
“윽, 크윽.”
“윽…….”
몇 번이고 뺨을 얻어맞아, 아픔과 함께 시야가 이리저리 뒤흔들린다.
입 안으로도 피가 잔뜩 흘러넘쳐서, 쇠 냄새가 코를 찔렀다.
“크헉, ……!”
이번에는 배를 발로 채여서, 내장까지 울려 퍼지는 둔통에 숨이 멎는다.
“으악, ……큭.”
“익……, 쿨럭, ……윽, 크윽…….”
밍크의 무거운 구둣발이 배를 직격해, 너무 아픈 나머지 시야가 새카맣게 암전된다.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는데도, 토기와 기침이 동시에 치밀어 올라서 고통스럽다. 눈물이 스며 나온다.
“큭……, 윽, 으윽…….”
그것들을 그저 꾹 참고만 있으니, 전신을 뒤덮었던 극심한 통증이 갑작스럽게 희미해져가는 느낌이 들었다.
의식도 안개가 낀 듯이 부예지고,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살며시 졸음이 몰려온다.
이대로……, 의식을 잃어버리면 편할 텐데.
멍하니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였다.
“!”
“자지 말라고.”
허리 부근에 묵직한 무게가 느껴지고, 무언가가 목을 휘감았다.
“……!?”
숨이 턱 막히는 느낌에 흩어지기 시작했던 의식이 되돌아온다.
눈을 떠보니, 밍크가 내 몸을 타고 올라 양손으로 목을 조르고 있었다.
“……윽, 아……!”
“날 봐라.”
양손의 엄지손가락으로 기관을 막아버릴 듯이 세게 누르면서, 밍크가 낮게 명령한다.
역시 거기엔 감정 따위는 없어서, 담담하게 내 목을 조르는 밍크에게 본능적인 공포를 느낀다.
죽이려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죽일 수 있다. 그리고, 날 죽이는 일 따위 뭐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그 사실을 말보다도 피부로 직접 느끼고, 전율한다.
“……윽, 이…….”
목을 조르는 손을 떼어내고자 발버둥을 치자, 밍크가 내 귓가로 얼굴을 가까이 댔다.
“고통의 밑바닥에 있는 것을 찾아내라. 네가 감추고 있는 것의 정체를 드러내.”
“무, 슨……, 큭…….”
밍크의 입술이 내 귀에 닿고, 말에 맞추어 천천히 움직인다.
그 목소리가……, 점점 숨소리로 바뀌어간다.
“실은 알고 있을 텐데. 흠씬 두들겨 맞고 지배당하고, 떨어질 데까지 떨어지는 편이 편하다는 사실을.”
흠씬 두들겨 맞고, 지배당하고……. 떨어질 데까지 떨어지는 편이, 편하다……?
밍크의 말이 머릿속에서 반복적으로 재생된다.
확실히……, 그럴지도 모른다.
패배를 인정하고 모두 내던져버리면, 지금보다 훨씬 편해질 수 있다.
의지를 폐기하고 저항하는 것을 그만두고,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하면, 분명…….
아픔이나 괴로움도 쾌락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빨을 드러내고서 맞서고자 하기 때문에 고통이 발생된다.
차라리……, 전부 그만둬버릴까.
위험한 생각이 머릿속에 어른거린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의 내 입장에서는 몹시도 달콤한 유혹이었다.
거칠게 놀았던 시기가 있었기에, 타락에 휩쓸려가는 것이 얼마나 편한 것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계속해서 저항하는 것의 힘겨움도.
그렇기에 더더욱, 평소에는 눈을 돌리고 보이지 않는 척을 했었는데.
감정에 동요를 일으키지 않고 아무 일도 없이 평온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해왔는데…….
이 정도까지 몸도 마음도 엉망진창이 되면, 생각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게 된다.
밍크는 그런 나를 끌어내려는 건지도 모른다.
패배를 인정하고 모든 것을 내던진, 하라는 대로 복종하는 나를…….
“하찮은 자존심은 버려. 넌 나한테는 이길 수 없어. 절대로. 내 팔 안으로, 떨어져라.”
“………….”
……이제,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밍크에게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절대로.
그렇다면……, 패배를 인정해도 괜찮지 않을까.
휩쓸려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윽, 아.”
머릿속에서 스위치가 바뀌는 소리가 들리고, 고통에 찬 신음과는 다른 비음이 새어나왔다.
“………….”
밍크는 목을 조르는 힘을 약간 풀고서, 몇 초간 내 눈을 바라보고서는 내 어깨에 얼굴을 가져다댔다.
킁, 하고 냄새를 맡는 듯한 소리를 내고는, 밍크가 얼굴을 든다.
그 입술이 아주 희미하게 웃음을 지은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거면 충분해. 너는 나만 보고 있어라.”
“……윽.”
달콤한 말처럼 들리지만, 그렇지 않다.
그 이면에 담긴 것은 완전 복종을 맹세하라는 승자의 명령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이미 패배감조차도 희미해지기 시작한 상태라, 그저 밍크로부터 내려지는 명령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 감각을 느낄 뿐이었다.
인정해버리면, 편한 것이다.
“아…….”
밍크는 한쪽 손은 내 목을 휘감은 채로 남겨놓고, 다른 한쪽 손으로 내 하반신을 더듬었다.
“무릎 들어.”
밍크의 말대로 무릎을 들어올려, 벗기기 편한 자세를 취한다. 바지와 속옷이 난폭하게 끌어내려졌다.
굴욕감이 아주 없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 된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도 흥분되는 것이 훨씬 더 강했다.
바로 어제 범해졌던 탓에 아직도 욱신거리는 봉오리에 밍크의 손가락이 닿는다. 움찔 하고 허리가 튀었다.
한쪽 허벅지 뒷면에 밍크의 손이 닿고, 그대로 들어 올려져 간다.
“……앗.”
흥분으로 팽창된 심장이 쿵쿵, 고동을 친다.
공기에 노출된 것만으로도 따끔거리는 그곳에, 또 억지로 쑤셔 넣는다면 어떻게 될지…….
그런 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나는 이제 달아나자는 생각 같은 건 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그 극심한 통증 뒤에는 무엇이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조차 품고 있었다.
……완전히, 떨어진 것이다. 휩쓸려간다는 쾌락 속으로.
알고 있어도, 이미 늦었다.
“윽, 으응……, 이, 아, 아앗……, 윽!!”
밍크가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들고, 내장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온몸을 덮쳤다.
목을 내리누르는 밍크의 팔 아래에서 가슴이 활처럼 휘고, 뻣뻣하게 굳은 두 손의 손톱이 바닥을 긁어댄다.
“힉, 아아, ……윽, 으윽, 아앗……!”
아픔이 금속질의 귀 울음처럼 몸 안으로 울려 퍼지고, 뇌를 관통한다.
몸으로 충격이 전해지는 대로 소리를 내며, 나는 밍크의 그것을 삼켜갔다.
갓 찢어진 살 속으로 또 칼날을 받아들이는 듯한 고통.
하반신 안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데도, 입 안에까지 피가 흘러넘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몇 번이고 도려내지면……, 내 내벽이 밍크의 그것에 딱 맞물리는 모양으로 바뀌어버릴지도 모른다.
“으, 윽……, 아, ……앗…….”
온몸을 뒤흔드는 전율에 이가 덜그럭거릴 정도로, 아프다.
그러나, 동시에 의식이 흩어질 듯한 감각이 스쳐지나갔다.
그것은……, 오싹할 정도의 쾌감이었다.
“후우, ……으응, 윽……, 아, 윽……!”
밍크가 한손으로 내 허리를 붙잡고, 있는 힘껏 흔든다.
“소리 내. 더 크게.”
속삭임과 함께, 목에 휘감긴 밍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 아, 하아……, 크헉……, 앗.”
또 목을 졸려서, 잠시 동안 멈췄던 숨 막힘이 되돌아온다.
그 상태에서 한층 더 강하게 꿰뚫려, 호흡곤란과 유사한 상태에 빠진다.
소리를 내고 싶은데도 숨을 쉴 수가 없다. 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고, 코가 시큰해지고는 눈물이 넘쳐흐른다.
“윽, 큭……, 하, 아앗…….”
“고통스럽나?”
밍크의 목소리가 거리가 가늠되지 않게 멀고도 가깝게 들려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잘 파악되지 않는다.
버둥거리는 사이에 점점 머리가 멍해져갔다.
신경이 마비되는 듯한 느낌이 들고, 고통도 그 안에 녹아들어 희미해져간다.
그 상태에서 밍크에게 꿰뚫리자, 눈이 핑 돌 듯한 쾌감이 일었다.
뭐지, 이거…….
고통스러운데도, 엄청 기분 좋다…….
“하……, 아아, ……앗, 윽…….”
밍크가 찌르고 들어오는 박자에 맞추어 몸이 큰 소리를 내며 기뻐한다.
만져지지도 않았음에도, 나의 그것은 완전히 단단해져서 투명한 액체를 뚝뚝 흘렸다.
그러나, 도중에 의식이 깜박깜박 명멸하기 시작했다.
몸의 감각과 숨 막힘이 사라지고,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어제도 그랬다.
목을 졸리고는 의식이 멀어져가고…….
오늘은 이제, 이대로…….
그 타이밍을 재고 있던 것인지, 밍크가 때를 맞춰 목을 조르는 손에서 힘을 뺐다.
“욱, 쿨룩, 크헉! 쿨럭, 콜록, 큭……!”
급격하게 목 안으로 흘러들어온 산소에 기침 마구 나오고, 얼굴이 눈물로 흠뻑 젖는다.
그럼에도 밍크는 전혀 봐주는 것 없이 계속해서 치고 들어왔다.
“윽 으윽, ……윽, 아, 쿨럭, 아앗, 아아…….”
이젠……. 자신이 어떻게 된 건지도 잘 알 수 없다.
나는 그저, 몸 안쪽에서 일어나는 막대한 쾌감에 몸을 맡겼다.
잠시 그러고 있으니……. 또 의식이 멀어져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고, 뭐가 뭔지 전혀 분간할 수 없게 되고…….
시야가 어둠으로……, 봉쇄된다.
………….
……………….
“………….”
“……하아.”
“하하, 아, 아앗, ……아하하.”
“……!?”
“……너.”
“뭐야……, 기껏 바라는 대로 밖으로 나와 줬더니……, 으응, 아…….”
“………….”
“이 녀석 짓눌러서, 나를 끄집어내고, 나도 짓눌러서……, ‘아오바’ 전부를 지배하려고, 그럴 작정이었겠지? ……하하.”
“그쪽이 도구로는 사용하기가 편리해, 그렇지? 하지만 말야, 난 그런 거 용납 못 해……. 내가 너한테 굴복하는 일 따위, 없어. 절대로.”
“스크랩은 내 힘이다. 그러니까……, 할 수 있다면, 해 보라고? 대신에…….”
“네 머리, 엉망진창으로 산산조각을 내버리겠어…….”
“……, 닥쳐. ……윽.”
“하하, 아하하, 읏, 아아, 더 해봐……, 더!”
“아하하, 아, 읏, 으응, 아, ……내 안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정도로, 해보라고……! 어서!”
“…………윽.”
“아하하, 하, 더 세게, 죽일 기세로 해!!!”
“아하하핫…….”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
“………….”
나…….
어떻게 된 거지……?
“………….”
“……아, …….”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밍크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약간 숨을 헐떡이고 있다.
몸이 엄청나게 노곤하다. 기억은 안 나지만, 사정 후의 여운이 남아있다.
그리고……, 머리가 무지막지하게 아프다. 약, 먹어야겠네…….
“…………?”
나를 보는 밍크의 눈이 가늘게 좁혀진다. 그 눈동자 안쪽에서 어떤 감정이 일렁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응, ……앗.”
아직 안에 있었던 밍크가 내 안에서 빠져나가고, 몸을 일으켜세운다.
나도 움직이고 싶지만……, 무리다.
몸이 나른하고 무거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어차피 밍크는 날 내버려두고 가버리겠지.
그렇다면……. 여기에 있는 걸로도 충분하니, 이대로.
조금, 쉬고 싶다.
조금만…….
……거기서, 내 의식은 다시금 칠흑으로 봉쇄되었다.
“………….”
잠에서 깨니, 부드러운 베개의 감촉이 들었다.
나, 언제 방으로 돌아왔지……?
기억을 떠올리려 해도, 진흙이 꽉 들어찬 것처럼 머리가 둔하고 무겁다.
……지금, 뭔가 소리가 들렸다.
창문 쪽에 누가 있나?
얼굴만 움직여서 그쪽을 본다.
창가 쪽 소파에 밍크가 앉아있었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머리가 멍한 상태라서 그런 걸까.
왜인지……. 밍크가 기도를 올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손을 맞잡은 것도, 눈을 감고 있는 것도 아닌데…….
창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밍크의 얼굴을 비추고 있으니,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밍크는 창밖을 바라보며, 손에 들고 있던 담뱃대를 이따금 입가로 나른다.
평소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분위기와는 다르게, 역시……. 기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설마 밍크가 기도를 올리다니.
만약 밍크가 기도를 한다고 하면……. 어떤 때, 무엇을 향해서 올리는 것일까.
신을 믿거나 하는 것일까? 소중한 것은, 있는 걸까.
내가 알고 있는 밍크와 지금의 밍크가 너무나도 달라서…….
그렇지만 몇 번 밍크에게 안기고서, 어렴풋하게 깨달은 것이 있었다.
나를 어디까지고 끝없이 몰아붙여가는, 밍크가 나를 안는 방식은, 마치 밍크 본인이 삶에 임하는 태도와 같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배제하고, 일직선으로 돌진해간다.
거기에는 어떤 마음이 있는 것일까…….
종잡을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하는 사이에, 또 졸음이 몰려왔다. 굳이 그것을 거스르지 않고 눈을 감는다.
밍크가 소파에서 일어나는 기척이 들었다.
느릿느릿한 무거운 발소리가 침대 옆을 스쳐지나간다.
……그럴 줄 알았는데, 도중에 소리가 멈췄다.
살며시 시나몬 향기가 풍겨온다.
이미 몇 번이고 맡았던 냄새. 분명, 내 피부에도 배어들었을 것이다.
좋은 향기다…….
묘하게 안도감이 들고, 나는 다시금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