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스타트...★
※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
…………
…………
와 주었네……
기다렸어……
계속……
어서 내가 있는 곳으로……
나를 부숴줘……
너의 힘으로……
“네, 전화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크숍 ‘평범’입니다.”
“저, 저기~.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네.”
“그쪽 가게에서, 올메이트용 SII형 커스텀 파츠도 파나요?”
“네, 판매하고 있습니다. 재고도 남아있습니다만.”
“아,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문하실 건가요?”
“아, 아뇨. 저, 그게…….”
“네.”
“저, 갑자기 이런 말 하는 것도 좀 그렇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만.”
“네?”
“만약 괜찮으시다면, 그……, 오늘 가게 영업이 끝난 후에라도 만날 수 있을까요.”
“…………하?”
“아, 아니 그게~ 뭐랄까, 있잖아요, 목소리가 말이죠, 당신 목소리. 뭐랄까. 꽤나 좋은 목소리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
“…………. ……아뇨, 아뇨 설마 그런 천만에, 몹시 황송합니다~. 아, 그런데 고객님. 한 가지 생각난 것이 있어서요. 이야기해도 괜찮겠습니까?”
“아, 네에.”
“실은 말이죠, 방금 전에 고객님께서 SII형 커스텀 파츠 이야기를 하셨습니다만, 이번에 그 시리즈의 새로운 타입을 선행으로 입하할 예정이에요.”
“아, 네.”
“그래서 말이죠, 바로 지금 단골 고객님에게만 특별히 소개해드린다는 형태로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만, 어떠신가요?”
“필시 인기 상품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 곧바로 매진되고 말 것 같습니다만, 지금 예약하시면 확실하게 구입하실 수 있으십니다.”
“에, 저, 그렇지만…….”
“물론 이건 단골 고객님 한정으로 특별히 안내해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예약해주시면……, 서비스, 해드린다고요?”
“서, 서비스?”
“네. ……서비스, 입니다.”
“아, 아, 그럼 꼭! 그거, 그거 예약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고객님의 개인 데이터를 보내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확실하게 예약 받았습니다~.”
“그러면 앞으로도 부디 저희 가게를 자주 이용해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하아.”
전화가 끊기자마자, 나는 성대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뻔히 알고서 그런다고는 하지만, 흑심이 있는 게 역력한 고객을 응대하는 것은 정말로 성가시다.
뭐, 잘 되면 확실한 고객을 확보하는 걸로 이어지니까 그 점은 괜찮지만.
――당신의 목소리가 정말로 근사해서, 꼭 만나 뵙고 싶습니다.
전화로 문의를 해오는 고객 중에는,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녀석이 꽤 많다.
목소리만 듣고서 만나지 않겠냐니……, 내가 여자라면 몰라도, 남자가 남자를 상대로 그러다니 보통은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는 거 아니냐고-.
처음엔 적당히 넘겼지만, 몇 번 그런 전화를 받고서는 역시 확 짜증이 나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상품 권유를 했더니 술술 넘어왔다.
그 이후부터는 방금 전의 전화를 응대했던 것 같은 느낌으로, 룰루랄라 매출에 공헌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가게 밖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전화를 한 뒤에 정말로 만나러 오는 녀석도 가끔 있지만, 물어봐도 모른 체한다.
그러면, 모두 내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눈치 채지 못하고 돌아간다.
그렇기에 실질적인 피해는 딱히 없는데다, 뭐, 별 상관없나, 라는 생각에 나도 방치해두고 있다.
“으~……, 읏차. 이제 슬슬 점장님이 오시려나.”
나는 크게 기지개를 켜고, 카운터에 놓인 디지털시계로 시선을 돌렸다.
이곳은 자그마한 소모품부터 전문적인 금속 파츠까지 다양한 물건을 아주 싼 값에 제공하는 가게, 정크숍 ‘평범.’
어딘지 미묘한 느낌의 가게 이름에 끌려서 내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던 건 언제였지……. 어쨌든 꽤나 오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응? 메일인가.”
카운터에 한쪽 팔꿈치를 괴고서 멍하니 있으니, 팔에 장착한 코일에서 소리가 났다.
코일이라는 것은 휴대전화 같은 물건으로, 그보다는 조금 더 편리한 도구다.
전화나 메일, TV는 물론, 공과금 이체, 신분 증명까지 이것 하나로 다 할 수 있다.
“어디보자……”
‘[새 메일] 도와주세요 / 납치된 공주’
‘저번에 / 코우자쿠’
‘저녁밥 / 할머니’
‘잘 지내? / 미즈키’
‘이번 주 일요일 / 코우자쿠’
‘부탁했던 물품 건 / 하가 씨’
“납치된 공주?”
새로운 수법의 광고인가. 성인물 쪽의.
어차피 이어지는 내용은 ‘도와주세요, 몸이 달아올라서 난처해요.’ 겠지.
메일 삭제, 실행…….
“으엑!”
코일을 조작하고 있으니 허리 부근에 무언가가 부딪쳤다.
의자에서 굴러 떨어진 내 등에 쿵하고 무게가 실린다.
킥킥거리며 웃는 여러 명의 드높은 목소리. 이런 짓을 하는 건…….
“아오바 허점 발겨-언!”
“허점투성이네!”
“촌스럽다고, 너!”
[ 악동들! ]
+++ 악동 3형제 +++
키오 (장남)
키: 140cm
혈액형: A형
생일: 10월 11일
별자리: 천칭자리
나오 (차남)
키: 150cm
혈액형: O형
생일: 1월 6일
별자리: 양자리
미오 (장녀)
키: 130cm
혈액형: B형
생일: 4월 14일
별자리: 황소자리
“……너-희-들-말-야~!”
나왔군, 악동 형제.
장남 키오, 차남 나오, 장녀 미오.
이 가게에서 난동을 부리기 위해서만 찾아오는, 이 부근에 살고 있으면서 이웃에 폐를 끼치는 꼬마들이다.
“여기는 노는 데가 아니라고 몇 번을 말했잖아! 학습 능력이 없는 거야? 너희들!”
“아-! 아오바가 야한 메일 보고 있어!”
“엣!”
“거짓말!”
나오가 내 등 너머로 코일을 엿보고는 큰 소리를 내고, 거기다가 그 소리를 들은 나머지 두 명이 내 위로 올라탔다.
히, 힘들어…….
“내, 내려가 바보…….”
“야한 메일! 야한 메일! 아오바 변태다! 변태-!”
“어른 남자는 불결해!”
“아니라-고! 그건 위험한 물건을 사고파는 메일이야! 이 가게 야매니까 말야!”
“야매-! 야매-!”
“역시 촌스러워 이 가게!”
“윽, 크……, 큭.”
“좋았어! 변태에 불결에 야매인 아오바는 체포다!”
“그렇네!”
“체포-!”
“크으, 윽……, 너희들, 어지간히 좀 비키라고---!!”
“으아-----!!!”
애들이라고 봐주는 것 없이 떨쳐내고는 일어선다.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말을 들어도 상관없다. 이 녀석들이 그런 걸로 겁먹을 리가 없다.
“있지 있지- 저 선반 위에 있는 거, 어디에 쓰는 걸까나-?”
“분명 누군가를 쓰러뜨리기 위한 도구라고!”
“무셔-! 남자들은 야만인이네!”
벌써 다른 걸로 관심사를 바꿔대고…….
“너희들 말야, 엣, ……으엑!”
코일을 보고 깜짝 놀란다. 어느 사이엔가 통신 완료 화면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방금 전 코일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 것 같은데…….
꼬맹이들이랑 수선을 떠는 사이에 뭔가를 누른 것이겠지.
이상한 프로그램 같은 게 다운되지는 않았겠지…….
“아- 진짜, 엉망진창이잖아…….”
내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자, 가게의 문에 장치된 레트로 풍의 종이 딸랑딸랑 울렸다.
“후우, 오늘 배송지는 조금 멀었네.”
배달을 하러 나갔던 점장 하가 씨가 돌아왔다.
[ 하가 씨! ]
+++ 정크숍 ‘평범’ 점장 +++
오른손잡이
키: 177cm
혈액형: O형
생일: 2월 25일
별자리: 물고기자리
올메이트: 범인(凡人)군
“제가 많이 늦었네요. 아오바 구…….”
싱글벙글하던 하가 씨의 얼굴이 악동들을 보고서는 경련을 일으킨다.
지금까지 이 녀석들에게 받았던 피해를 생각하면, 뭐 당연한 반응이겠지.
“……이야, 너희들, 안녕. 와 있었네요.”
“키오-, 저거 꺼내줘-”
“잠깐 기다려. 이얍! 으잇차!”
“키오는 생각보다 작네!”
“뭐라고-!”
“이, 이봐 너희들, 가게 안에서 놀면 위험해요. 다치니까 말이야.”
하가 씨가 허둥거리며 주의를 준다. 그렇지만, 꼬마들은 듣지도 않는다.
“조금만, 더……! 에잇!”
“너, 너희들…….”
“진짜-! 시끄럽네-!”
“시끄러워 대머리-!”
“……아.”
“아.”
“아.”
……아- 아. 말해버렸다.
하가 씨를 둘러싼 공기가 딱 소리를 내며 얼어붙는다.
“……거기서 놀고 계신 어린이 여러분. 갑작스러운 말씀을 여쭙습니다만…….”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자, 한 번 더 말해주십시오. 맨 처음의 말은…… ‘대’?”
“대…….”
“대?”
“대……, 대, ……대, 따, 대따 배가 고프니까, 지, 지, 집에 갈래!!!”
“좋아 집에 가자고!”
“집에 간다고!”
악동 형제들은 쏜살같이 가게에서 뛰쳐나갔다.
“……대……? 대 다음에는 뭡니까, 대체……. 대가 어쨌다는 겁니까, 대가……”
“아, 맞다 점장님! 맞다 맞다 좀 들어보세요!”
무언가 중얼중얼 말하는 하가 씨를 향해 허둥지둥 말을 꺼낸다.
“A 파츠의 S 시리즈 주문이 최근에 또 늘었어요!”
“……파츠?”
“네! 이야~, 과연 점장님이네요! 역시 점장님의 예측대로였어요! 저번 달보다 매상이 50% 늘었어요!”
“그렇……습니까.”
“맞아요! 양이 늘었어요! 매상이 배로 늘었어요!”
“매상이…………, 배로!”
“그것 참, 다행입니다.”
“그렇게 잘 팔린다면, 조금 더 재고를 넉넉하게 해둘까요?”
내가 꺼낸 말에 반응한 하가 씨가 겨우 원래대로 돌아온다.
다행이다……. 위험했다.
한 번 뚜껑 열려서 날뛰기 시작하면 아무도 못 말리니까 말이지, 하가 씨…….
하가 씨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서는 안경을 치켜 올리고, 미간을 좁히고 웃었다.
“이야, 정말이지 완전히……,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는 아이들이네요.”
“에, 에에. 그렇네요~.”
“장난이 심하지만 않았더라면, 귀여운 아이들인데 말이죠…….”
“그렇네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뒤바뀌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경악스럽다.
이런 것도 스위치 변환이 빠르다고 하려나…….
“그렇지, 아오바 군.”
하가 씨가 카운터로 다가와, 발치에서 종이봉투를 집어 들었다.
“미안하지만, 이 짐을 발송해주지 않겠어요? 오늘은 그대로 돌아가도 좋으니까.”
“에, 괜찮은 거예요?”
“네에. 실은 말이죠, 이 뒤로 손님이 급하게 오시게 되었어요. 그래서 오늘은 가게도 빨리 닫아두자 싶어서요.”
“그런 거라면, 알겠어요.”
나는 옆에 두었던 가방을 들고, 하가 씨로부터 종이봉투를 받아들었다.
전표를 보니, 배송지가 조금 멀다. 이건 운반책에 가서 부쳐야 하는 짐이로군.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어요.”
“네, 수고했어요. 조심히 들어가요.”
싱긋 웃는 하가 씨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가게에서 나온다.
코일에 표시된 시간은 오후 3시. 뒷길 쪽에 있는 이 부근도 그 나름대로 사람들이 들어차있다.
운반책까지 가는 데에는 몇 개의 루트가 있다. 이 시간은 어디로 가는 게 제일 빠를까.
나는 어깨에 짊어 맸던 가방에서, 양손으로 감싸 안을 수 있을 정도의 폭신폭신한 털 뭉치를 꺼내들었다.
눈을 감고 있는 털 뭉치를 끌어안고, 그 이마 위로 손바닥을 얹어서 기동시킨다.
“렌. 일어나.”
이름을 부르자, 새까만 눈이 깜박이며 뜨였다.
‘……아오바.’
“운반책까지 가고 싶은데, 제일 빠른 루트를 검색해줘.”
‘알았다.’
렌이 입을 다물고, 잠시 그 상태로 있더니 내 위팔에 자그마한 앞발을 톡 올려놓았다.
‘동쪽의 241로는 검문으로 인해 봉쇄. 버스는 점검으로 인해 운휴. 북쪽의 터미널을 우회해서 가는 편이 빨라.’
“그래, 땡큐”
머리를 쓰다듬자, 렌은 멍멍 짖고는 꼬리를 흔들었다.
“좋았어. 그럼 가볼까.”
나는 목에 걸고 있던 헤드폰을 끼고, 플레이어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 Opening Movie ]
이동수단으로는 두 다리가 최강. 이건, 여기선 당연한 일이다.
이 구 주민구(旧住民区)의 교통사정은 꽤나 나쁘다.
그 나름대로 커다란 길목이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고 있어, 일단, 버스나 전차, 택시 같은 것도 있기는 있다.
그렇지만, 갑자기 운행을 쉰다거나 태연하게 지연시키거나, 어쨌든 안정되어 있지 않다.
도로도 갑자기 봉쇄되거나 하기 때문에, 공공 교통기관은 누구도 신용하지 않는다.
지금도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모습은 거의 없다. 길가에서 마냥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나, 이따금 다 낡아빠진 차가 멈춰 서있는 정도다.
그와는 반대로 보도는 사람들로 꽉 들어차있다. 가장 의지가 되는 것은 자신의 다리라는 거겠지.
그렇게 좀처럼 상황을 개선시키기 힘든 구 주민구는 동서남북으로 구역이 나누어져있다. 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구역별로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면, 내가 일하고 있는 ‘평범’이나 내 집이 있는 이 동쪽 지구는 주택가와 번화가가 이리저리 뒤섞여있는 듯한 곳이다.
모든 지구들 가운데서도 비교적 치안 사정이 좋고, 다양한 물건들을 손에 넣기 쉽다.
북쪽 지구는 출입금지 지정 구역이 있어서, 유령도시와도 같은 상태다. 치안도 나쁘다.
서쪽 지구는 주택가로 이루어져있어서, 물건을 살 수 있을 만한 곳은 별로 없다.
남쪽 지구는 옷가게나 게임센터 등 놀기 위한 시설이 충실이 갖추어져있어서, 젊은 사람이 많다.
그리고, 북쪽 지구보다 더 안쪽으로 가면, 유명 인사나 높으신 어른들이 드나드는 플라티나 제일(Platina Jail)이 있다.
플라티나 제일은 일본 5대 재벌 중의 하나, 토우에 재벌이 이 미도리지마를 통째로 매수해서 건설한 회원제 도시형 오락시설이다.
들리는 바로는, 모든 것이 다 호화스러운 것 같다.
도시 중심에 서 있는 ‘오벌 타워’를 필두로, 거대한 카지노에 영화관, 쇼핑몰에 호텔……. 여하튼 다양한 것들이 가득 들어차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는 초대를 받지 않으면 회원이 될 수 없다. 그렇지만, 입회금도 이 섬을 통째로 사들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정도의 금액……인 것 같다.
당연히, 우리들 구 주민구의 인간은 플라티나 제일에는 들어갈 수 없다.
구 주민구는 말하자면 섬의 슬럼가 같은 것으로, 일단은 빠듯하게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관리는 받고 있다.
그렇지만, 그뿐이다.
으스대는 것 말고는 능력이 없는 경찰이 야쿠자와 손을 잡고서 제멋대로 구는데다, 플라티나 제일과는 천양지차라는 말로도 형용이 안 되는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그런 건 우리들로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일이다. 불만이 있어도 꾹 참고 억누르는 수밖에는 없다.
그럼에도 어디든 정들면 고향이라는 말이 있듯이, 익숙해지면 생각보다 편하다.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막다른 지경에 내몰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들은 그 나름대로 매일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
많이는 바라지 않는다. 지금 이대로도 상관없다. 그런 기조로, 구 주민구의 인간은 살아가고 있다.
‘아오바. ……아오바.’
가방에서 얼굴을 내민 렌이 앞발로 내 팔을 툭툭 두드린다.
“왜 그래?”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하고 있어. 사고회로가 끊긴다고.’
“정말로? 대체 얼마나 빈약한 사고회로를 갖고 있는 거야, 나.”
‘비교 대상을 지극히 일반적인 성인 남성으로 보고, 그 사고회로의 강도를 100이라고 하면, 아오바의 사고회로 강도는…….’
“됐어, 됐어. 그런 건 됐으니까. 그렇게 설명하면 더 끊어진다고.”
‘그래.’
렌의 진지하기 그지없는 대답에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나는 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렌은 개 형태의 올메이트다. 지능을 가진 인공생명체로, 일반적으로는 네트워크 툴을 서포트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인터넷 검색이나 가상공간에서의 정보수집, 물론 넷상에서 물건을 사는 것도 가능하다.
개조하기에 따라서 청소기가 되거나 집안일을 돕게 만들 수도 있고, ‘라임’이라는 넷 게임의 파트너로서도 활약한다.
올메이트에는 다양한 타입이 있고, 그 중에서도 동물형은 종류가 풍부해서 펫으로 애호하는 사람도 많다.
나도 렌과는 꽤 오래 함께 지냈다. 단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메이트도 점점 개량되어서 신형이 나오고 있지만, 내가 렌을 곁에서 떠나보내는 일은 하늘과 땅이 뒤바뀐다 해도 없을 것이다.
‘아오바, 지름길로 갈 거면 다음 길에서 오른쪽이다.’
“이크, 위험했다. 지나칠 뻔했어.”
렌의 지시대로 좁은 옆길로 들어간다. 이곳을 지나가면 곧바로 운반책 나온다.
구 주민구를 넷으로 나누는 것은, 아오야기(青柳) 대로라는 커다란 도로다.
아오야기 대로에는 일반적인 물건을 싼 가격으로 손에 넣을 수 있는 올마이티한 가게가 많다. 반대로, 뒷골목 쪽에는 매니악한 가게들이 모여 있다.
그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더러운 벽에 아무렇게나 기댄 패거리들이 눈에 띄게 된다.
은색의 환각제 시트를 이리저리 돌리고는 씹어 먹는 녀석들이라든지……. 이 독특한 공기. 주체하지 못하는 젊음을 응축시켜놓은 듯한 느낌.
이런 게 좋다고 느끼는 시기도 있는 법이지. 나도 그랬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 그런 늙은이 같은 말을 할 만한 나이는 아니지만…….
나는 저런 건 이제 질렸다. 사양이다.
떼를 지어 모여 있는 양아치들의 사이를 스쳐 지나가자,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의 내용이 귀에 들어왔다.
“……그래서 말야, 진짜로 있었던 것 같단 말야. 이렇게, 갑자기 머릿속으로 쳐들어와서 의지를 뺏어버린다는 거?”
“뭐야 그거. 강제 라임 참가냐고.”
“맞아 맞아, 바로 그거야. 길가에서 갑자기 라임에 말려들어서, 그것도 상대가 엄청 세다고.”
“근데 그건 ‘우스이’가 없는 상황에서 그런 거잖아? 그런데도 라임 같은 거 할 수 있는 거야?”
“그게 가능한 것 같다니까. 잘 모르겠지만.”
“건 그렇고 준비도 아무것도 안 해놨는데 싸운다니 무리 아냐? 거부 못 하는 거야?”
“문답 무용인 것 같아. 어쨌든 강제적으로 끌려들어가서 흠씬 얻어맞는다고 하더라고, 딱 무차별 살인이라니까.”
“위험하잖아 그거.”
아무래도 라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라임은 신출귀몰형 온라인 대전 게임이다.
장치를 매개로 대전자의 의식을 온라인에 연결해, 실감나는 버추얼 배틀을 체감한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일어나는지에 대한 공지는 전혀 없다. 게임의 개최와 심판을 수행하는 ‘우스이(卯水)’가 게릴라식으로 나타난 그때, 그 장소가 회장이 된다.
처음에는 아마추어가 만든 자유 게임으로, 룰도 느슨하고 우스이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것이 점점 인기를 얻어서, 최종적으로는 토우에 재벌의 관련 기업이 스폰서로 붙었다.
그 후, 시스템의 강화와 우스이의 추가, 공식 룰 제정 등을 거쳐서 지금의 라임이 되었다.
뭐, 라임을 하지 않는 나하고는 관계없는 이야기다.
나는 뒷골목을 빠져나와, 다시 아오야기 대로로 나왔다.
널찍한 길의 저쪽에 운반책의 간판이 보인다.
그쪽으로 걸어가려 하다가, 길의 한 복판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깨닫는다.
아무래도 야단스럽게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구경꾼들이 모여서 수런대고 있다.
길이 급한데 걸리적거린다는 생각을 하며 걸어가자, 갑자기 크게 떠들썩거리는 소리가 일었다. 이어서 새된 비명소리가 들린다.
“응?”
나는 구경꾼들 사이로 까치발을 들어서 그 중심을 엿보았다.
집채만한 덩치의 남자가 땅바닥에 꼴사납게 쓰러져 있고, 그 옆에도 웬 남자가 서 있다.
서 있는 쪽은 이쪽에 등을 지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게 누구인지 바로 알았다.
새빨간 기모노에 커다란 검. 그 녀석밖에는 없다.
“덩치에 비해서 그리 대단한 것도 없네. 모처럼 여자 친구 앞에서 폼 좀 재려 했던 모양인데 엉망이 됐잖아.”
“꺄아아아!! 코우자쿠 씨~~~이!”
“멋있어~! 대단해~!!”
코우자쿠가 어깨에 진 검을 통통 튀기자, 눈이 하트 모양이 된 여자들이 쓰러진 남자를 짓밟고 달려들었다. 아- 아…….
“저……, 저기, 정말로 죄송합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여자가 미안하다는 듯이 코우자쿠에게 다가가, 머리를 꾸벅 숙였다.
“나도 코우자쿠 씨에게 헤어 세팅을 받고 싶다고 남자 친구한테 어리광을 부려서, 그래서…….”
“건방지다고!”
“맞아! 주제를 알라니까!”
이 곤경에 빠진 여자는, 아무래도 길바닥에 뻗어있는 남자의 여자 친구인 것 같다.
아마도, 코우자쿠의 가게 앞에 늘어선 줄에 새치기를 하려다가 소동이 일어났다거나 그런 것이겠지.
코우자쿠는 그의 주변을 에워싼 여자들을 살며시 손으로 제지하고, 머리를 숙인 여자를 향해 웃었다.
“아가씨. 그렇게 생각해주는 건 미용사로서 정말 황송하다고. 그렇지만 말야, 모두가 내 소중한 손님들이야. 순서는 제대-로 지켜주지 않으면 말이지.”
“네…….”
“남자 친구도 좀 막무가내였지만, 다 당신을 생각해서 그런 거야. 너무 나무라지 말라고? 뭐, 다른 날에 또 와줘. 그때는 환영할 테니까 말이지.”
“네!”
궁지에 몰렸던 여자의 표정이 거짓말처럼 바뀐다. 눈을 반짝이고 뺨까지 붉게 물들이고 있다.
이건 뭐 완전히 넘어간 건가…….
그 광경이 마음이 들지 않아 보이는 코우자쿠 친위대의 여자들이, 멍하니 황홀경에 잠겨있는 여자를 밀어제친다.
“잠깐! 언제까지 거기 있을 거야! 비켜!”
“저기, 코우자쿠 씨! 땀 흘리셨죠? 이거 방금 전에 막 사온 손수건인데요……. 만약 괜찮으시다면 써주세요!”
“아니, 그건 미안하잖아. 마음에 들어서 산 거잖아? 자기가 쓰라고.”
“괜찮아요! 코우자쿠 씨가 써주신다면 분명 이 손수건도 더 바랄 게 없을 거예요!”
“더 바랄 게 없단 말이지……. 그런 말까지 듣고서 거절하면 남자 체면이 말이 아니지. 그럼, 고맙게 쓰겠다고.”
코우자쿠는 친위대의 일원이 내민 손수건과 함께 그녀의 손을 잡고, 자기 쪽으로 휙 끌어당기고는 미소 지었다.
“고마워.”
“!!!!!!”
나왔다. 필살 살인 미소.
라고, 내가 멋대로 부르고 있다.
“하아~~~~~~~~.”
완전히 허리에 힘이 빠진 손수건녀에게 무시무시한 질투의 시선이 집중된다. 사람 한 명쯤 가볍게 죽일 수 있을 것 같다.
“……얼른 갈까.”
이제는 완전히 눈에 익은 광경이다.
기가 질리는 것을 느끼며, 나는 모여든 구경꾼들 틈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아오바?”
……윽.
일시에 주변의 시선이 내게 주목되는 것이 느껴진다. 지금 이 타이밍에서 부르지 말라고…….
위험하다, 못 들은 척 하자.
나는 발걸음을 휙 돌려서, 허둥지둥 걸음을 내딛으려 했다.
“어이, 기다리라니까.”
내 심경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코우자쿠가 뒤를 쫓아와, 팔을 붙잡힌다.
아~ 아…….
[ 코우자쿠! ]
+++ 유랑하는 미용사 +++
오른손잡이
키: 186cm
혈액형: A형
생일: 8월 19일
별자리: 사자자리
올메이트: 베니
팀: 베니시구레(紅時雨)
“아오바. 역시 아오바잖아-.”
“……여어.”
“뭐야, 남남처럼. 보면 말 걸라니까.”
“아-, 뭐어……. 일하는 중에 마침 지나가던 참이라.”
“일하는 중? 배달인가.”
코우자쿠가 후 하고 숨을 내쉬며 웃는다. 주변의 여자들의 눈이 또 하트 모양이 되었다.
이런 식으로 웃는 것은 오래 전부터의 습관으로, 이걸로 넘어가는 여자가 꽤 있다. 살인 미소의 서브 무기쯤 되겠지.
그건 그렇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에워싸고 구경하고 있어서 말을 못 하겠다……. 특히 여자들의 시선이 무섭다.
“너도 일하는 중이잖아. 뭔가 소란스럽긴 했지만.”
“아아, 이 녀석이 줄을 무시하려고 해서 말이지. 쬐금 가벼-업게, 말야.”
코우자쿠가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를 턱으로 가리킨다.
“너, 적당히 해두지 않으면 그러다가 칼 맞는다고.”
“칼을 맞아? 누구한테.”
“보면 아실 텐데-…….”
나는 진절머리가 나는 기분으로,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이쪽을 보고 있는 여자들을 눈만 움직여서 가리켰다.
남자든 여자든 코우자쿠에게 접근하는 패거리는 용서하지 않는다!라는 기백을 느낀다. 무섭다.
“아-, 뭐 괜찮겠지. 것보다 내가 그렇게 간단하게 칼 맞고 끝날 것처럼 보여?”
코우자쿠가 씩 하고 입 꼬리를 올리고 웃는다.
이 녀석…….
그렇지만 확실히 실력이 좋으니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코우자쿠는 예전부터 자신의 얼굴이 잘 생긴 것도 여자에게 인기가 있는 것도 자각하고 있어서,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은근히 자신감에 넘치는 녀석이라, 그 탓에 싸움에서도 강하다.
직업은 유랑 미용사로 여자의 머리를 자르거나 정돈하거나 하지만, 이게 꽤나 평판이 좋은 것 같다.
자기 변덕에 따라 일을 하니 좋은 때에 좋은 장소에서 간판을 내건다. 예고도 예약도 없다. 그런데도, 늘 순식간에 장사진이 만들어진다.
듣기로는 코우자쿠가 머리를 만지면 하늘로 승천도 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된다고 한다.
……어떤 걸지 상상도 안 된다.
그런 스펙을 가지고 있으면서 인간성 좋은 녀석이라는 점이 또 약았다는 느낌이다.
“어쨌든 여자를 가지고 노는 것도 적당히 해두라고. 그늘 뒤에서 울고 있을 여자가 얼마나 있을는지.”
“그런 말을 해도 말야. 어쩔 수가 없잖아. 곱게 차려진 밥상을 마다하는 건 남자의 수치고. 여자는 이 세상의 보물이고.”
“여자는 예쁘고 귀여워. 그러니까 모두에게 상냥하게 대해주고 싶다고.”
“코우자쿠 씨, 멋있어!”
“완전 좋아~!”
“……뭐, 그건 그거대로 좋으시겠지요. 그럼, 난 이제 간다.”
“오우.”
“코우자쿠 씨, 빨리~!”
“자암깐, 다음은 내가 머리할 차례라니까.”
“………….”
내가 이야기를 끝냄과 동시에, 순식간에 여자들이 코우자쿠를 에워쌌다.
그 가운데서 코우자쿠가 무언가를 떠올린 것처럼 나를 본다.
“아, 맞다. 또 머잖아 너희 집에 갈 테니까, 타에 할머니께 잘 말씀드려.”
“예, 예.”
나는 적당히 대답을 하고서 걷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저 녀석, 용케 지치지도 않네.
여자는 보물이네 어쩌네 말할 정도니 좋아서 저러는 거겠지만, 나라면 절대로 무리다.
저런 것도, 일종의 괴짜겠지.
등 뒤로 들려오는 여자들의 꺅꺅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운반책으로 향했다.
운송 전문 ‘델리버리 웍스.’
커다란 간판이 내걸린 가게의 자동문을 지나치자, 접수처에 있던 요시에 씨가 상냥한 인사로 맞아주었다.
“어서 오세요-. 어머, 아오바쨩. 또 들러줬네~”
“수고가 많으세요.”
나는 가볍게 머리를 숙이고, 들고 온 종이봉투를 카운터에 놓았다.
카운터에는 반질반질 윤이 나는 털을 자랑스럽게 늘어드린 소형견이 앉아서, 내 움직임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요시에 씨의 올메이트로 이 가게의 간판견, ‘클라라’다.
“이거 배송 부탁드립니다.”
“네, 네. 잘 맡아둘게~.”
요시에 씨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전표를 확인하고, 옆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카운터 옆의 박스가 열리고, 그 안으로 종이봉투를 집어넣는다.
운반책은 구 주민구의 어디로든 곧바로 짐을 보내주는 운송 서비스다.
고작 작은 섬의 일부 지역이라고는 해도, 결코 사람이 하루 안에 걸어서 돌아다닐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그래서 교통기관이 불편한 이 도시에서 널리 애용된다.
……그러면. 오늘 내 일은 이걸로 끝.
“그럼, 실례합니다.”
“아오바쨩, 이다음엔 가게로 돌아가는 거야?”
“아뇨, 오늘은 집으로 돌아갈 거예요. 점장님께서 가게를 일찍 닫을 거니까, 이게 끝나면 집에 가도 좋다고 하셔서.”
“어머! 그래애~. 잘 됐네에~. 아니 오늘밤은 ‘치굿’ 마지막 회잖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거 아니야~!”
“치……? 그게 뭐예요?”
“어머 싫다! 바로 요전번에 알려줬었잖아!”
“아, 그랬나요……. 에- 그러니까, ……뭐였죠.”
“드라마야, 드.라.마! ‘치크 댄스로 굿바이’라고! 오늘 드디어 어느 쪽을 파트너로 고를지 결정된다고!”
“나는 절대로 카이저 마츠오카가 좋다고 생각해! 그 상큼한 미소에 살짝 S기가 있는 게 참을 수가 없지~!”
“네에…….”
요시에 씨는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손가락에 휘감고, 소녀틱한 눈빛으로 황홀경에 빠져 있다.
뭐어……, 나쁜 사람은 아니지.
“그럼 저, 슬슬…….”
“그러고 보니 말야~ 아오바쨩 들었어? 있잖아 그 이야기야, 그 이야기. 어쩌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요시에 씨가 자못 심각하게 미간을 좁히고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한다.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말이지…….
나는 체념하고 요시에 씨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데도, 요시에 씨는 어째선지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있지, 북쪽에 ‘효우가다니’라고, 있잖아? 그 치안이 나쁜 지구.”
“원래도 좋은 소문은 없는 데였지만, 최근에, 특히 뒤숭숭한 소문이 들리는 거야~.”
“네에.”
“그 부근에서 말이지, 초 극악무도한 사형수가 리더를 맡고 있는 팀이 있는 것 같아.”
“아아. ‘스크래치’였나요. 왠지 위험한 패거리들이 최근에 자주 출몰하는 것 같네요.”
“맞아 맞아, 형무소의 죄수들로 만들어진 팀 같다니까.”
“확실히 얼마 전에도 그 부근에서 누가 유괴되었다던가, 건물이 무너졌다던가, 그런 이야기가 있었잖아?”
“정말 무섭단 말이야~, 밤길도 혼자서는 마음 놓고 못 다닌다고.”
“경찰 따위 전혀 의지가 되지 않고 말이지……. 그렇기는커녕 경찰도 우리들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모르고. 정말, 살기 힘든 세상이야~.”
확실히 구 주민구의 경찰은 전혀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제 기능을 하고 있지 않다.
죄를 저질렀는지 어쨌는지는 상관없다. 예를 들면 경찰과 엇갈려 스쳐 지나갈 때, 조금이라도 상대편의 비위를 거스르면 갑자기 얻어맞거나, 자칫 잘못하면 체포된다.
야쿠자랑 똑같다.
“아~ 싫다 싫어. 나도 빨리 집에 가고 싶어~. 있지, 만약 돌아가는 길에 습격당하거나 하면 어떻게 하지이!?”
“에.”
요시에 씨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온다.
“…괜, 찮지 않을까요.”
“뭐야 뭐야, 뭐어야아~~~. 아오바쨩, 너무해!”
“대체 내 어디가 괜찮다는 거야~~~~!”
“아, 그럼 전 이만. 수고하셨어요~.”
‘잠깐.’
허둥지둥 출구로 향하려 하자, 이번에는 요시에 씨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불러 세웠다.
“헤?”
‘그 파란 건 무슨 일이 있는 걸까나?’
“어머 클라라쨩. 렌쨩을 보고 싶은 거야? 그렇네에~. 클라라쨩이랑 렌쨩은 사이좋은 친구지~.”
요시에 씨가 클라라를 안아들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본다.
“아-, 오늘은 공교롭게도 집에…….”
‘그 가방 안에 들어있겠지? 나한테 인사도 안 하고 돌아갈 생각인 거야?’
한 사람과 한 마리의 추궁에 눌려, 나는 도망칠 수 없게 되었다.
렌에게는 미안하지만……, 조금만 참으면 된다.
나는 가방에서 슬립 모드로 되어있는 렌을 꺼내들고, 그 머리를 가볍게 두드려서 기동시켰다.
‘……아오바. 무슨 일이지.’
“렌. 에- 그러니까, 클라라쨩한테 인사.”
‘………….’
렌의 귀와 꼬리가 추욱 내려간다.
눈앞에는 요시에 씨에게 안긴 채로 거만한 자세를 취한 클라라가 있다.
‘………….’
‘어떻게 된 거야? 아직도 자고 있는 걸까나.’
‘……안녕, 클라라.’
‘안녕, 렌.’
클라라가 기쁜 듯이 꼬리를 흔든다. 요시에 씨도 눈꼬리를 축 늘어트리고 싱글벙글 웃고 있다.
“정말로 클라라쨩이랑 렌쨩은 사이가 좋네에~.”
“아, 아하하.”
“그럼 인사도 끝났고, 이번에야말로 이만…….”
“아, 기다려! 잠깐 기다려 아오바쨩!”
“……헤…….”
“딱 하나 더! 잠깐 기다려봐! 미안하네, 집에 가는 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