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 오탈자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
[ 도와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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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듣는 내가 다 고통스러워지는 비명에 발이 멈춘다. 하지만, 지금은 밍크를 찾지 않으면…….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그 목소리에 등을 돌리고서 앞으로 나아갔다.
“으아아아아아악!!!”
“싫다, 부탁이니 제발 그만!!!!”
……또다. 등 뒤에서 다른 사람의 비명이 들려왔다.
[ 도와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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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다. 지금은 밍크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가슴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끼며,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크윽.”
이것은 과거다. 이미 벌어지고 만 일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다. 과거는 바꿀 수 없다.
따끔따끔하게 가슴을 찌르는 죄악감을 억누르고, 나는 눈을 감고서 그 목소리에 등을 돌렸다.
뼛속까지 타들어가는 듯한 뜨거움을 참고서 앞으로 나아가자, 어디선가 음악이 들려왔다.
……심장소리?
아니, 파도소리인가.
모든 것을 포용하는 듯한 소리가 메아리치고, 아비규환의 세계를 천천히 남김없이 뒤덮는다.
기분 탓인지, 뜨거움이 조금 누그러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정도라면 조금 더……, 버틸 수 있다.
배에 단단히 힘을 싣고서, 나는 밍크를 찾아 다시 걸음을 내딛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에, 주위의 풍경이 조금씩 변해갔다.
숲이 사라지고, 나는 어느 사이엔가 거대한 창고 같은 장소 안을 걷고 있었다.
창고 안은 천장도 벽도 바닥도 녹이 슬어서 검붉은 색을 하고 있다.
중간이 끊어진 두꺼운 쇠사슬이 천장에서부터 늘어져있고, 뭐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쇠로 된 상자가 굴러다니는 풍경은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끔,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나는 것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공간의 너비가 꽤 되는 듯, 앞쪽에 벽이 보이지 않는다. 걷고 또 걸어도 끊임없이 바닥이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게나 생생했던 뜨거움과 고통은 완전히 가시고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그 대신, 걸음을 내딛는 다리가 점점 무거워져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기분 탓이 아니다. 무겁다.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발에 진흙이 달라붙는 듯이 무거워진다.
“큭…….”
구두창이 쇠로 된 바닥에 닿으면, 그 진동이 괴이할 정도로 크게 울린다.
공간 전체로 거부당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오지 마.’
그런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럼에도 억지로 앞으로 나아간다.
이번에는 무언가를 낮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중에 끊기는 일 없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 말은 이국의 언어로 이루어져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음산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윽.”
철근처럼 무거운 다리와 끊임없이 들려오는 저주로 인해 점점 내성이 약해진다
느닷없이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귀청을 찢고, 날개를 퍼덕이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그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이 공간은……, 어디까지 이어져있는 것일까.
안쪽으로 들어감에 따라, 서서히 벽과 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단 그것들은 모두 녹이 슬어있고, 쇠사슬로 빈틈없이 봉쇄되어있다.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흘러넘치는……, 절망.
“하아, 하아, 하아…….”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은 노정을 걸어가며, 마침내는 다리를 움직이는 것이 몹시도 버거워졌을 즈음…….
그제야 가로막힌 벽과 문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하아, 하아……, 하…….”
문에 손을 대고, 필사적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밍크는……, 이 뒤에 있는 걸까.
간신히 호흡이 안정된 시점에서, 나는 천천히 그 문을 힘주어 열었다.
문의 건너편에는 자그마한 정방형의 방이 들어서있었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창고와 똑같이 여기저기 녹이 슬어있고, 한가운데에 사람 비슷한 크기의 덩어리가 있다.
잘 살펴보니, 두껍고 튼튼해 보이는 쇠사슬이 무언가를 칭칭 휘감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 쇠사슬 덩어리로 다가가 틈새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초점을 모으고는……, 숨을 삼킨다.
“밍크……!”
쇠사슬 아래에는 철제 의자가 놓여있고, 그 위에 밍크가 앉아있다……기보다도 결박되어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탓에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어쨌든, 이 쇠사슬을 풀지 않으면.
“!?”
밍크를 향해 내뻗은 손끝이 쇠사슬에 닿은 순간, 감각이 마비될 듯한 충격과 함께 불꽃이 튀었다. 당황해서 재빨리 손을 뗀다.
“젠장.”
한 번 더……!
“윽!”
역시 안 된다. 손을 대려고 하면 튕겨진다.
이래서는 밍크를 구할 수 없다. 어쩌면 좋지…….
“………….”
그때,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거부당하고 있다.
이곳은 밍크의 머릿속이다. 모든 것이 밍크에 의해 제어되고 있는 것이다.
이 쇠사슬에 단단히 얽매인 밍크는, 밍크의 ‘본질’이라 칭할 만한 것이다.
처음 쇠사슬에 손을 댔을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다시 한 번 손을 댔을 때 어렴풋이 그 ‘본질’이 전해져왔다.
밍크는……, ‘움직일 수 없다’는 관념에 얽매여있다.
그렇기에 이런 상태가 된 것이다.
우선, 그 관념을 ‘부순다.’
나는 다시금 밍크를 향해서 손을 뻗었다.
“밍크……, 당신은 움직일 수 있어. 그러니까, 어서 여기서 빠져나가는 거야.”
그렇게 호소하자, 바로 앞에 있던 쇠사슬이 뚝 하고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그 안쪽에 있는 좀 더 굵은 쇠사슬로 손을 뻗는다.
“……!?”
손끝이 쇠사슬에 닿자, 이번에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깜짝 놀라 손을 뗀다.
……쇠사슬에 닿은 손가락은, 다갈색으로 변색되어있었다.
그것은 순식간에 손 전체로 퍼지고, 팔까지 침식해간다.
마치……, 이 공간을 뒤덮은 녹처럼.
너무나도 두려운 나머지, 나는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소리를 쳤다.
변색된 부분이 타들어가는 듯이 뜨겁다. 그러면서도 차갑다.
이렇게까지 해서…….
이렇게까지 해서 당신은 나를 거부하는 거냐고……!?
“……젠장……, 윽!”
이를 악물고, 나는 다른 한쪽 손을 밍크에게 뻗었다.
그쪽 팔에서도 똑같이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녹슬어간다. 그리고는 의자 위쪽에서 더 많은 쇠사슬이 뻗어 나왔다.
쇠사슬은 밍크의 몸을 휘감으며, 녹이 슨 나의 두 팔을 내리쳤다.
“!!”
두 팔이……, 유리처럼 산산조각으로 깨지고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 순간, 의식을 잃어버릴 것만 같은 극심한 통증이 전신을 덮쳤다.
아프다.
이마로 진땀이 스며 나오고, 시야가 뿌옇게 흔들린다. 후들거리는 무릎이 바닥으로 꺾어진다.
실제로 일어나는 아픔이 아닌 텐데도……, 머리가 어떻게 될 것만 같다.
“……큭, 흐윽…….”
밍크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거절하는 이유가 대체 뭐야…….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지……!
아무리 거부당해도……, 나는 당신을 부수지 않으면 안 돼……!
“윽, ……으아아아아악…….”
나는 양쪽 팔이 상실된 채로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한 번 더…….
밍크의 곁으로 다가가, 밍크의 몸을 뒤덮은 쇠사슬을 꽉 깨문다.
어떻게든 그것을 떼어내고자, 쇠사슬을 입에 물고서 잡아당긴다.
“……으윽.”
또 의자 뒤에서 뻗어 나온 쇠사슬이 나를 겨냥한다.
이제 틀린 건가…….
…………밍크!!
그때, 숙여져있던 밍크의 얼굴이 아주 조금 위로 들어 올려졌다.
그리고──
감겨져있던 밍크의 눈이, 나를 보았다.
“……!”
뭐지, 지금……!?
날 튕겨낸 건가……?
설마…….
실패한 건가……?
“……윽, 크윽.”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쓰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나는 핏기가 싹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밍크 쪽을 보았다.
“………….”
동공이 풀려 탁해졌었던 밍크의 눈동자는, 평소의 냉정한 빛이 되돌아온 상태였다.
몸을 웅크리고 있던 밍크가 천천히 일어선다.
실패……한 게 아닌가?
그렇지만, 밍크의 머릿속에서 튕겨져 나와서…….
………….
어떻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밍크를 스크랩함으로 인해 밍크의 ‘진정한 소망’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내가 알고 싶었던, 밍크가 얻고자 하는 것.
흔들림 없는 밍크의 눈동자가 줄곧 응시해온 것.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죽음’이다.
목적을 달성한 뒤의, 죽음.
토우에의 손에 일족을 잃고 만 밍크는 복수 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일족이 몰살되던 때, 필시 밍크는…….
밍크의 마음은, 죽은 것이다.
그런 연유로, 토우에를 향한 복수가 밍크에게 있어서는 생의 최종 도달점이 되고 말았다.
그 앞에는 미래도 희망도, 아무것도 없다.
있었다고 해도 스스로 끊어버렸을 것이다.
토우에의 옆에 있었던, 그 하얀 경비원의 노래.
그 노래 때문에, 우리들은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끔찍한 과거의 기억에 의식을 사로잡혔다.
나는 스크랩을 사용해 밍크를 그 주박으로부터 해방시키고자 했다.
그리고, 그것은 확실히 해제되었다.
‘당신은 움직일 수 있어.’
내가 그렇게 말했을 때, 밍크를 옭아매고 있던 쇠사슬 하나가 부서졌다.
그러나…….
밍크에게 걸려있던 주박은 ‘그것뿐’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밍크 자신이 둘러친 거절의 쇠사슬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이해했을 때, 내 안에서는 어찌할 수가 없는 절망이 생겨났다.
동시에, 역시, 라는 마음 또한 들었다.
지금까지의 밍크의 말과 행동은 이것 때문에 그랬던 건가 싶어서…….
“……윽.”
……머리가 아프다.
뇌의 한쪽 구석에서 무언가가 꿈틀대는 듯한, 불쾌한 느낌이 든다.
“……꼴사나운 얼굴이군.”
두통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자, 밍크가 희미하게 입 꼬리를 끌어올리고 웃었다.
“……에?”
“피로와, 고통과, 초조와, 절망이, 전부 뒤섞인 얼굴이다.”
“………….”
밍크는……, 전부 알고 있겠지.
내가 스크랩을 사용한 것도, 밍크의 진정한 소망을 알아버리고 만 것도.
“……윽, 당신, 정말 이걸로 족한 거야?”
극심한 두통에 비틀거리며, 나는 밍크를 보았다.
“정말로 그런……, 그런 방식으로 삶을 소진해도 괜찮은 거냐고.”
“……다른 방식 같은 건 생각해본 적 없어.”
“그래도…….”
“………….”
밍크는 말없이 나를 응시하고는, 내 팔을 붙잡았다.
“……전부터 이런 생각이 들었었지.”
“…………?”
“너에게서는, 나와 똑같은 냄새가 나.”
“!”
“‘생’과는 정반대의 냄새다.”
“그 말은…….”
밍크는 약간 눈을 가늘게 뜨고서는 내 팔을 놓고, 좀 전에 이 방으로 들어왔던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가자.”
“……어디로?”
“토우에를 뒤쫓는다. 녀석은 이 위에 있어.”
그렇게 말하고, 밍크가 걸음을 내딛는다.
달리 어찌할 수가 없는 안타까움과 애절한 마음을 느끼며, 나는 그 뒷모습을 쫓아갔다.
홀에서 빠져나가자, 잠시 세워두었던 바이크가 옆으로 쓰러져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밍크가 차체를 일으키고, 키를 꽂아 넣고는 돌린다.
그러나,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당했군.”
……발소리에 얼굴을 든다.
복도 안쪽에서 한 무리의 경비원들이 나타났다.
그 선두에 있는 것은…….
“여어~~~~~. 오랜만이군 너희들.”
“……또 네 녀석인가.”
밍크가 짜증이 치민다는 듯이 혀를 찬다. 그러나, 곧바로 밍크의 얼굴색이 바뀌었다.
경비원들의 뒤에 있는 것은……, 스크래치의 멤버들이다.
꽤나 혹독하게 당한 것인지, 모두 얼굴이 울퉁불퉁하게 부어오른 상태다.
“요전번에는 어쩐지 정신이 혼미해진 사이에 네놈들이 꽁무니를 뺐지만, 이번엔 그렇게는 안 된다고. 인질이 있으니까 말이지.”
“밍크 씨……. 정말로, 정말로 죄송합니다…….”
“…………. 이번에 데리고 온 부하들은 전부 다른 녀석들인 것 같군.”
“간첩이라도 섞였다가는 곤란하니까 말야-. 확실하게 물을 갈았지.”
“네놈은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하는 집념 덩어리로군. 감탄스러워.”
“그야 내 귀에는 칭찬이지. 이쪽은 오-래전부터 네 녀석이 마음에 안 들었다고. ……어이.”
아쿠시마의 목소리를 신호로, 경비원들이 손에 들고 있던 총을 팀 멤버들 쪽을 향해 겨누었다.
“지금 네 눈에 뵈는 대로다. 너희들이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했다가느~~~~은, 이 녀석들의 목숨은 없다! 그 즉시 빵! 꼴까닥!! 이런 상황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너희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말라고?”
아쿠시마가 턱을 당기고는 의기양양한 웃음을 짓고, 우리들을 바라본다.
팽팽하게 긴장감이 감도는 공기 속에서, 나는 시선만 움직여서 밍크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하지?
밍크는 나를 힐끔 쳐다보고서는 아쿠시마에게로 시선을 되돌렸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면…….”
의미심장한 여운과 함께, 그 눈이 나를 본다.
이어질 말을 재촉하는 듯한 시선에, 나는 밍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했다.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이 상황을 정리할 방법이, 딱 한 가지 있다.
“………….”
나는 미간에 의식을 집중시키고 아쿠시마의 눈을 바라보았다.
지금, 우리들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 상황을 돌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힘을 사용하자.
“……움직일 수 있으면 움직여봐.”
“하아??”
“너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어. 한 발짝도……,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일 수 없어.”
“뭔 소릴 지껄이는 거야? 정신이 나가기라도 한 건가??”
나는 경박한 비웃음을 띤 아쿠시마에게서 경비원들에게로, 눈을 맞추는 듯이 시선을 옮겼다.
전부는 무리여도 몇 명에게라도 힘이 작용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너희들도 모두 움직일 수 없어. 발바닥이 바닥에 달라붙은 것처럼,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가 없어.”
“닥쳐! 난 성질이 급하니까 말야, 허접한 발버둥에는 점점 짜증이 솟아오른다고……. 지금 당장 붙잡아주지!”
아쿠시마가 침을 튀기면서 고함을 치고, 뛰쳐나오려 했다.
“…………아아?”
……허나, 이내 뭔가가 이상하게 변한 것이 몸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아쿠시마가 의아한 듯이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는, 슬로우 모션 영상처럼 금세 낯빛을 바꾸었다.
“뭐어어어어어어야 이거어어어어어어어!!!!”
아쿠시마의 다리는 마치 그 부분만이 일시정지된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허리에서부터 위쪽이 아무리 날뛰어대도, 두 다리만은 신발 밑창이 바닥에 딱 달라붙은 채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경비원 중에서도 몇 명……, 특히 아쿠시마의 양옆에 있던 녀석들에게도 똑같이 일어났다.
“어이어이어이어이!!! 어떻게 된 거야 이거어어, ……으악!”
경비원들이 혼란에 빠진 틈에, 스크래치 멤버 중 한 명이 아쿠시마의 뒤통수에 박치기를 먹였다.
아쿠시마가 흰자를 드러내고서 풀썩 쓰러진다.
“밍크 씨! 여기는 저희들이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토우에는 위에 있습니다! 먼저 올라가세요! 이 뒤로는, 저희들이 반드시 아래로 내려가서 계획을 속행할 테니까!”
팀 멤버들이 경비원들에게 있는 힘껏 주먹을 날리면서 외친다.
밍크는 멤버들과 재빨리 시선을 교환하고서는 나를 보았다.
“너도 저 녀석들과 아래로 내려가라.”
“하?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여기서부터는 나 혼자로 충분해.”
그 말을 듣고는 머리로 피가 거꾸로 솟는 것을 느꼈다.
첫째로는 이제 와서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들었고, 그리고…….
밍크가 나를 멀리하려는 것이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이전 같았으면 말투가 왜 이렇게 자기 멋대로인 거냐고 화만 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싫어. 나도 따라갈래.”
“……칫. 시간이 없어. ……어이!”
밍크가 무언가를 부르는 듯이 소리를 치자, 잠시 후 복도 안쪽에서 새가 나타났다.
밍크는 어깨에 내려앉은 새를 붙잡고, 새의 배 부분을 조작해 AI칩을 꺼냈다.
AI칩은 사방 2cm 정도의 얇은 카드 형태의 칩으로, 올메이트의 코어에 해당하는 데이터가 전부 들어가 있다.
그것을 바이크의 키를 꽂는 곳에 나있는 구멍 안으로 밀어넣고, 한 번 더 키를 돌린다.
이번에는 시동이 걸렸다.
그리고, 밍크는 새의 본체를 인정사정없이 내던졌다.
“어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기체를 버렸을 뿐이다. 이 녀석 자체는 이 안에 들어있어.”
‘걱정하지 마라.’
스피커를 통해서 전해지는 듯이 바이크에서 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가. 단순하게 새의 내부를 구성하는 실체를 바이크로 옮긴 것이다.
‘이렇게 될 줄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지.’
“기분은 어때.”
‘나쁘지 않다.’
밍크가 손등으로 가볍게 탱크를 두들기고, 얼굴을 가까이 대고서 무언가를 짧게 속삭였다.
새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한 것 같지만, 정확하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뒤는 맡겨두지.”
‘알았다.’
바이크가 저절로 엔진 소리를 울리고, 요란하게 타이어를 회전시키며 경비원들을 쫓아내기 시작했다.
경비원들이 도망갈 길을 찾아 허둥대고, 스크래치 멤버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가자.”
내 팔을 붙잡고 이끄는 밍크를 따라서, 나는 일방적인 난투가 벌어진 현장을 빠져나왔다. 계단 쪽으로 향해 간다.
“어이 너! 파란 머리! 우리들 대신에 밍크 씨 백업 노릇 제대로 하라고!”
등 뒤로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뒤를 돌아보고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이 자식드으으으으으을!!!”
아쿠시마의 짐승과도 같은 포효 소리를 뒤로 하고, 우리들은 재빨리 계단을 올라갔다.
……길게 이어진 계단을 한참 동안 올라간 후에야, 밍크는 중간에 플로어로 연결되는 문을 지나쳐 안쪽을 들어갔다.
“크윽, 하아, 하아, ……윽.”
머리가 아프다.
이마에 땀이 맺히고, 시야가 통증이 이는 것에 맞춰 캄캄해진다.
두꺼운 바늘에 찔린 것 같다……. 방금 힘을 사용한 탓이겠지.
가방에서 약을 꺼내, 남은 양을 입 안으로 털어넣었다.
“………….”
밍크가 낌새를 살피는 듯이 나를 본다.
무리하게 동행한 이상, 추태를 내보이고 싶지 않다.
나는 괴로운 숨을 삼키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복도 위를 걸어가자, 전방으로 유달리 눈에 띄는 붉은색의 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부분 흰색으로 통일된 색채 가운데서, 그 문은 명백하게 도드라져 있었다.
밍크가 갑자기 멈춰 서서, 두통 때문에 발걸음이 불안정했던 나는 밍크에게 살짝 부딪치고 말았다.
사과를 하려고 하다가……, 들려온 소리에 의식을 빼앗긴다.
“! 에……?”
“좀 전의 그 녀석들을 다 정리한 거겠지.”
계단에서 플로어로 들어온 바이크가 끼익 하고 울려 퍼지는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우리들 앞에 정지했다.
밍크가 나를 돌아본다.
“역시 돌아가라.”
“!”
밍크의 시선이 바이크에 타라고 재촉한다.
“여기서부터는 방해가 될 뿐이야. 걸리적거려.”
밍크의 음성에는 어떤 감정도 담겨있지 않다.
……또다. 또, 일부러 이런 말을 하고 있다.
방금 전과 똑같다.
내가 여기서 발길을 돌리면, 밍크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겠지.
밍크의 목적은 토우에를 향한 복수를 끝마치는 것.
그리고……, 죽는 것이다.
만약 내가 여기서 막지 않는다면, 그것은…….
밍크의 죽음을 방관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 된다.
하지만, 밍크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밖에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외의 길은 보지 않는다.
밍크는 결코 내가 자신을 막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밍크에게서 떨어져도 괜찮은 건가?
역시, 밍크를 말리고 싶다.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이대로 밍크를 보내서는 안 된다.
설령 그것이 밍크의 마지막 소원이라 할지라도, 토우에 같은 녀석 때문에 밍크를 죽게 해서는 안 된다.
“……꼴사나운 얼굴이군.”
밍크가 내게 스크랩을 당했을 때와 똑같은 말을 입 밖에 낸다.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두통을 참으며, 나는 밍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 당신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난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일족이 살해되었을 때부터 줄곧.”
밍크가 내게서 시선을 돌린다.
“그런 거……, 말도 안 되잖아. 당신은 지금 이렇게, 살아있으니까.”
이야기를 이어나가며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격렬한 감정이 밀려와서, 나는 밍크의 팔을 붙잡았다.
밍크가 희미하게 눈썹을 찡그리고서 나를 본다.
“이렇게 몸을 맞댈 수도 있고, 숨도 제대로 쉬고 있어. 그러니까 당신은……, 살아있는 거야.”
“………….”
밍크는 자신의 팔에서 내 손을 살며시 떼어냈다.
밍크에게서는 대답이 없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다.
그 의지가 강철처럼 굳건하다는 것도, 내가 아무리 열을 내면서 말을 늘어놓아도 그것이 밍크에게는 닿지 않는다는 것도.
밍크는 천천히 내게 등을 돌리고서, 어깨 너머로 돌아보았다.
“……여기까지 오게 해서, 미안하군.”
“……!”
그 말만을 전하고, 밍크는 걷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채로…….
그저, 문을 통과하는 밍크를 바라보았다.
시나몬과 비슷한 잔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윽.”
두통이 한층 더 심해진다.
밍크를 보내고 만 것을 질책하는 듯이…….
……결국, 무리였다. 나로서는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악.”
뒤늦게 후회가 성난 파도처럼 마구 몰려들어와, 버티고 서있지 못하고 무릎을 꿇는다.
현기증이 인다. 토기도 올라온다……. 많은 양의 땀이 한꺼번에 솟구친다.
역시 억지로라도 가지 못하게 하는 편이 나았을까?
예를 들면……, 목소리의 힘을 사용해서라도.
밍크가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해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로 한을 품으며 생을 이어나가는 것과, 모든 것이 충족되어 죽어가는 것.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그리고, 어느 쪽이 행복한 것일까?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지금 여기서 내가 밍크를 막을 수 있었다고 해도…….
밍크는 최종적으로는 목적을 달성하는 길로 되돌아갔겠지.
그 정도로 밍크의 의지는 굳건하고, 그리고…….
밍크에게는 그것 말고는 걸어갈 길이 없다.
……그렇기에, 나도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부터 내가 걸어갈 길을.
자신의 길은 자신이 선택한다. 누구에게도 휩쓸리지 않고, 나 자신의 손으로.
“………….”
나는 천천히 일어서서, 바이크가 있는 쪽을 향해 갔다.
밍크가 사라져간 문은 더 이상…….
돌아보지 않았다.
“………….”
“기다리고 있었네.”
“……아니, 사실 난 자네에게 감탄했네. 그 노래의 효과를 뚫고서 여기까지 올 줄은 말이지.”
“자네도 체감했겠지만, 그 노래는 그것을 듣는 이가 가진 상처를 과잉되게 증폭시켜서 본인이 추체험하게끔 하는 효력을 가지고 있네.”
“대부분의 인간은 그것으로 중추신경에 타격을 받아 재기불능의 상태가 되지. 허나, 자네는 그것을 뛰어넘어 여기까지 왔네. 과연 선택받은 민족의 생존자답군.”
“……노래의 효력을 깨부순 것은 그 녀석이다. 내가 아냐.”
“아오바 군인가. 그러고 보니 아오바 군이 같이 없어도 괜찮은 건가?”
“내 목적은 너다. 그 녀석은 관계없어.”
“과연. 아오바 군을 놓아주었다는 건가.”
“내 추측으로는, 자네는 그렇게 간단히 타인을 자기 품 안에 들이는 성격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일세……. 아오바 군은 특별하다는 건가?”
“누가 놓아줬다고 했지. 이야기를 멋대로 끌고 가지 마라.”
“헛소리는 집어치워.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오기를 줄곧 기다리고 있었다. ……너의 목숨은 내가 받겠다.”
“이런, 잠깐 기다리게. 그렇게 조급하게 굴 거 없지 않은가. 실은 자네가 이곳에 도달했을 때의 상황을 가정하고서, 나도 손님을 맞이할 계획을 약간 생각해보았지.”
“자네가 나를 죽이고 싶다면 그에 대해 내가 덧붙일 말은 한 마디도 없네. 내가 자네의 손에 죽게 될지 어떨지는 신이 결정하는 일이지.”
“하지만, 단순히 목숨을 잃는 것만으로는 미진만큼도 재미가 없어.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
“자네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더라면 필요치 않았겠지만……. 나도 최후의 저항이라는 것을 조금 시도해보고자 하네. 몹시도 간단하고 심플한 것을 말이지.”
“무기는 사용하지 않아. 싸우지도 않지. 하지만 효과는 절대적이네. 자, 이 선물을……, 자네에게.”
“……자네는 죽지 않아. 죽을 수가 없어. 절대로.”
“……!”
“……윽.”
바이크의 속력이 너무 빨라서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 같다……!
나는 그립을 단단히 움켜잡고, 바이크가 무서운 기세로 계단을 내려가는 충격을 견뎠다.
……밍크는, 이미 토우에와 만났을까.
머릿속 한 구석에서 그런 생각이 몇 번이고 어른거린다.
가능한 한 그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나는 진행 방향에 의식을 집중시켰다.
층계참에서 속도를 늦춘다. 아까 팀 멤버들이 있던 곳은 분명 이 층이었다.
지금은 더 아래에…….
“!”
‘위험해!’
뒤쪽에서 무언가가 날아와서, 그것을 피하는 듯이 바이크가 급출발했다.
뒤를 돌아보고는 깜짝 놀란다. 벽이 푹 꺼져든 채로 질척하게 녹아들고 있었다.
뭐야……!?
방금 내려온 계단 쪽을 보니, 개가 서있었다.
개는 하품을 하는 것처럼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입은 상식적으로는 상상도 못할 각도로 벌려지고, 얼굴 중앙에서 길고 가느다란 대롱 같은 것이 튀어나왔다.
……위험하다.
바이크가 움직여, 간신히 두 번째 공격을 피한다.
“대체 뭐야, 저거.”
‘방범용 장비를 갖춘 특수한 올메이트다. 일반 시중에는 나돌지 않는 물건이지.’
“올메이트…….”
거기서 무언가가 마음에 걸렸다.
……뭐지? 바로 얼마 전에,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맞다. 렌.
밍크의 말에 따라서 렌에게 어떤 프로그램을 넣었었다.
타워에는 방범용으로 특화된 올메이트가 있으니, 그걸 해치우기 위해서라고…….
이걸 말하는 거였나.
그렇다는 건, 그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저 개를 막을 수 있다는 건가?
하지만, 그랬다간 렌이…….
‘아오바, 그 파란 녀석을 써라.’
“그치만…….”
‘망설일 틈이 없다고. 방어 올메이트는 저것 말고도 또 있어.’
계단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몇 마리의 개가 내려오고 있었다.
“………….”
‘우리들은 올메이트다. 파트너에게 도움이 되면 그걸로 족해. 인간의 감정적인 주저는 필요치 않아.’
‘우리들에겐 생명이 없지만, 인간에게는 있지. 네가 목숨을 잃으면, 그 파란 녀석은 올메이트로서의 책무를 완수해내지 못한 것이 된다.’
“……큭, 알았어.”
억지로 쥐어짜내는 듯이 대답을 하고, 나는 가방에서 렌을 꺼내 기동시켰다.
‘아오바.’
“렌……, 미안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건가.’
“……미안.”
‘아오바가 사과할 건 아무것도 없어. 이게 내 역할이야. 네트워크 커넥터에 날 접속시켜줘.’
“……큭.”
‘커넥터가 있는 곳까지 데리고 가겠다. 꽉 붙잡아.’
내가 그립을 쥘까말까 한 사이에 바이크가 달리기 시작했다.
계단을 내려가 플로어로 들어가서는, 복도 중간에서 멈춘다.
‘그 벽의 아래쪽에 있다.’
“알았어.”
나는 바이크에서 내려, 벽에 설치되어있는 네트워크 커넥터 앞으로 이동했다.
가방에서 렌을 꺼내, 배의 털을 헤치고 접속구를 노출시킨다.
네트워크 커넥터를 덮은 커버를 열고서, 수납되어있는 케이블을 끄집어내고는…….
“…………윽.”
……렌에게 연결했다.
‘………….’
렌의 몸이 크게 떨리고는 움직이지 않게 된다.
제대로 된 건가……?
뒤를 돌아보자, 그 개 모양 올메이트들이 가까이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녀석들은 움직임을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고, 그렇기는커녕 당장이라도 좀 전의 빔을 발사할 듯한 기세다.
어떻게 된 거야, 실패한 건가……?
“…………윽!”
그럼, 렌은…….
분한 마음에 소리를 지르고 싶어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는다.
젠장……!
이렇게 되면 이제부턴 젖 먹던 힘을 다 해서 이 상황을 돌파하는 수밖에는…….
개 모양 올메이트의 총구가 번뜩인다.
……그러나, 그 빛은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개 모양 올메이트들이 몸을 비틀거리며, 다리가 부러지기라도 한 듯이 그대로 바닥 위로 허물어진다.
“…………, 멈췄다.”
‘그런 것 같군.’
“…………렌.”
나는 움직이지 않게 된 렌의 몸을 안아들고, 뺨을 가져다댔다.
“……꼭 고쳐줄 테니까.”
렌의 몸을 조심히 가방 안에 넣고서, 바이크에 올라탄다.
“가자.”
‘아아.’
바이크가 다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어떻게 해서든……. 이 타워에서 탈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렌을 위해서도, 절대로……!
“후하하하하하하핫하하핫하하하하하하하-.”
“!”
“후하하하핫하하하하하, ……으응??”
느닷없이 계단 아래에서 울려 퍼진 웃음소리에 바이크가 급브레이크로 멈춘다.
저 뒷모습은…….
아쿠시마!?
이쪽에 등을 지고 있던 아쿠시마가 뒤를 돌아본다.
“뭐야, 네 녀석이냐아아아. 내 손에 죽으러 온 거냐아아아아아???”
아쿠시마가 히죽, 하고 만면에 기분 나쁜 웃음을 띤다.
아까 분명 내가 스크랩으로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을 때 스크래치 멤버들이 기절시켰을 텐데…….
그런데,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눈의 초점이 맞지 않는다. 이쪽을 보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보고 있지 않다.
설마 이 녀석도……, 조종당하고 있는 건가?
아쿠시마의 반대편에는 스크래치 멤버들이 있었다.
타워에서 빠져나가려던 도중에 아쿠시마에게 발목을 붙잡힌 거겠지.
“! 너!?”
“밍크 씨는 어떻게 된 거야!?”
“네놈들 전부 한꺼번에 죽여 버리겠어어어어어!!!!”
“우왓!”
“위험해!”
아쿠시마의 괴상한 무기에서 발사된 빔이 엄청난 기세로 벽에 부딪치고,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이거 장난이 아니네…….”
“큭…….”
“어떤가? 내가 말했던 대로겠지. 간단하면서도 심플하지만 효과는 절대적이야. 기분은 어떤가.”
“…………최악이다.”
“그렇겠지. 좌우간에 방금 내가 한 말은 자네의 마지막 소원을 산산이 부서트리고, 자네의 숨통을 끊은 것과도 마찬가지니.”
“자네의 소원은 나를 죽이고 자신도 죽는다. 그런 거였겠지?”
“………….”
“유감스럽게 됐군.”
“……스크랩인가.”
“정확하게는 약간 다르네. 나는 단순하게 청각을 통해서, 자네의 머릿속에 소위 ‘씨앗’이라 할 만한 것을 심었을 뿐이지.”
“인간의 마음을 조종한다는 영원의 과제를 연구하는 데에 있어, 그것을 지휘하는 인간이 전혀 손이 가지 않은 깨끗한 육체를 지니고 있어서는 체면이 서지 않으니까 말이지.”
“나 자신도, 이 육체를 매개로 연구의 성과를 테스트하고 있네.”
“………….”
“자네의 머리에 심은 ‘씨앗’은 스크랩이 아니면 제거할 수 없어.”
“다시 말해 자네는 여기까지 와서 소원을 달성하지도 못하고, 살아있으면서도 죽어버리고 말았다는 걸세.”
“……어떤가? 그냥 죽는 것보다도 괴로울 테지.”
“이것이 내가 자네에게 선사하는 최후의 선물일세. 밍크 군.”
“…………윽.”
“하하하하하하하핫하아!!!”
“우와앗! 위험해……!”
빔이 호쾌하게 벽을 도려낸다.
아쿠시마의 움직임에 주의하면서,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좋을 것인지를 계속해서 생각했다.
“제길, 빨리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되는데.”
“계획이 틀어지고 만다고……. 밍크 씨가 마무리만큼은 꼭 제대로 처리하라고 당부하셨는데, ……우왓!”
귀로 들어오는 대화로 짐작컨대, 밍크로부터 멤버들에게 뭔가 지시가 내려졌던 것이겠지.
어떻게든 해서 아쿠시마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으면…….
빔이 충전되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것인지, 아쿠시마가 빔을 한 번 발사하면 다음 공격까지 약간의 틈이 생긴다.
그 틈을 잘 이용할 수는 없을까.
……스크랩으로.
두통은 아까부터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어서, 이 상태에서 또 스크랩을 사용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다. 망설이고 있을 여유도 없다.
성공할 거라는 보장도 없지만…….
되든 안 되든, 해보는 수밖에는 없다.
“지금부터 내가 아쿠시마를 막을게. 그럼 당신들은 아래로 내려가줘.”
“하? 무슨 소리야 너! 어떻게 막겠다는 거냐고!”
“것보다 밍크 씨는 어쩐 거야!”
“밍크가 당신들이랑 같이 아래로 내려가라고 했어.”
“!”
“그걸 입 다물고 그냥 듣기만 했다는 거냐!?”
“아니……. 밍크 씨가 아무 생각 없이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지.”
“………….”
“어이어이어이 뭘 멀뚱히 있나아아아!!! 다음 공격 간다고오오오오오!!!”
“여기는 나한테 맡겨줘. 당신들은 빨리 내려가.”
“……알았어. 그거 끝나면 너도 빨리 내려오라고.”
“젠장! 너 꼭 내려와야 돼!”
멤버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서, 나는 아쿠시마를 향해 소리쳤다.
“어이! 이쪽이다!”
“헤헤헤, 자살골 대환영이다~~~~~~.”
아쿠시마가 내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즐겁다는 듯한 얼굴로 메가폰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밍크가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이 녀석의 집념 덩어리라고. 이 녀석의 마음속의 중추는 ‘집념’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것을……, 부순다.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바이크가 드높은 소리를 내며 포효했다.
“……간다.”
‘알았다.’
그 순간 바이크가 아쿠시마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헤에!? 하!? 뭐, 뭐야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게 버둥대는 아쿠시마에게 부딪치기 직전에, 나는 바이크에서 뛰어내렸다.
“우오옷!?”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진 아쿠시마의 몸 위로 올라타, 그 눈을 응시한다.
미간에 의식을 집중시키고,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되뇐다.
실패는……, 없다.
반드시 잘 될 것이다. 반드시.
나를 믿어준 스크래치 멤버들을 위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렌을 고쳐주기 위해서.
그리고…….
목적의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밍크를 위해서도.
누구의 명령도 아니다. 부득이한 것도, 부탁을 받아서도 아니다.
나는 나의 의지로…….
……힘을 사용한다.
아쿠시마가 내 쪽으로 무기를 겨냥한다. 발사구가 빛나기 시작했다.
지금, 도중에 집중력을 끊어지게 할 수는 없다.
이제 조금만 더…….
“으하하하하하하하하, 일이 잘 풀린다 싶었겠지만 말야! 이거 유감이군! 자-알 가라----.”
…………지금이다!
“……움직이지 마.”
“아하아하아하하하하하하하,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승부가 났으려나.”
“………….”
“이제 와 아무것도 할 마음이 들지 않겠지. 만일 지금 여기서 자네가 나를 죽여도, 자네는 목표도 육친도 모두 상실한 세계에서 계속해서 살아가게 되네.”
“말 그대로 무한의 지옥이지. 그렇다면 살아있든 죽어버리든……, 나에게 붙잡히든 큰 차이는 없을 거네.”
“……결국, 네 목적은 그건가.”
“내가 이겼다는 것은 운명이 내 편을 들어주었다는 것이지. 그렇다면 나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과 똑같이, 나의 길을 추구한다. 단지 그것 뿐이네.”
“자네는 일족 가운데서 유일하게 목숨을 부지한……, 내 손에서 달아난 인간일세. 허나, 본래는 나의 손안에 들어가 있었지. 그 사실에는 틀림이 없어.”
“그것이 당초의 예정대로 되는 것일 뿐이네. 뭔가 문제가 있는가?”
“………….”
“물론 자네도 분하겠지만,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고 생각하면 돼.”
“…………, 훗.”
“후후후……, 하하하.”
“왜 그러지?”
“……생각했던 대로다.”
“…………. 무슨 말인가. 효력이 발휘되지 않았던 건가?”
“제대로 발휘했어. 네 ‘씨앗’은 확실하게 내 안에 심어졌다.”
“눈앞이 새카매져서,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는 절망감이 내 안에서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너보다도 먼저 나에게 ‘씨앗’을 심어놓은 녀석이 있지.”
“………….”
“……아오바 군인가.”
“정작 당사자는 자기가 나한테 씨앗을 심었을 줄은 전혀 눈치도 못 채고 있을 테지만 말야.”
“그 녀석이 감정적으로 격해져서 내뱉은 말이 너의 ‘씨앗’을 능가했어. 거짓되지 않은, 진정한 힘의 압도적인 승리다.”
“……훗. 과연.”
“그 녀석이 나에게 심은 ‘씨앗’이 뭐였는지 가르쳐주지.”
“‘살아있다’는 것이다.”
“살아있다는 건 죽는 것도 가능한 것이지.”
“……나의 염원, 지금 이루어내 보이겠다.”
“………….”
“으윽……, 커억…….”
입을 크게 벌리고 경악한 듯한 표정을 지은 아쿠시마가 흰자위를 드러내고 쓰러진다.
“……하아.”
……순조롭게 끝났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스크래치 멤버들은 이미 아래로 내려간 듯, 내가 스크랩에서 현실로 돌아왔을 때에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또 극심한 두통이 찾아올 거다.
그런 생각에 잔뜩 몸을 사렸지만……. 지금 시점에선 아무렇지도 않다.
그렇기는커녕, 좀 전까지의 두통도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여태까지는 힘을 사용하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머리가 아파왔는데……, 어째서지?
원인으로 짐작이 가는 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이 힘을 사용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었기 때문일까.
나 자신이 이 힘을 원하고, 그것을 통해 길을 개척해나가고 싶다고 염원했다.
그 점이 관계된 걸까……?
“!?”
어디선가 폭발음이 나고, 복도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혹시 스크래치 녀석들이 말했던 건, 이건가?
타워의 폭파.
하지만, 그렇게 되면 밍크는?
…………, ……밍크는.
처음부터 살아서 돌아올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팀 멤버들에게 이런 명령을 내려두었던 것이겠지.
내가 타워 안에 남아있더라도 폭파해라, 라고.
‘타라.’
바이크가 내 앞까지 와서는 멈춘다.
‘너를 아래층까지 무사하게 데려다주는 것이 내 역할이다. 밍크가 그렇게 말했지.’
“에……, 밍크가?”
‘아아. 너도 팀원들도 아래층까지 데려다주라고, 방금 직접 부탁을 받았다.’
“………….”
밍크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나의 힘을 수단으로서 사용했다.
하지만, 나를 저승길의 길동무로 삼을 마음은 없었던 것이다.
이 1초가 급박한 상황 속에서, 밍크는 거기까지 내다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자기 외의 누군가를 죽게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 부분까지 포함한 ‘계획’이었던 거겠지.
“……, 대체 뭐냐고…….”
사람을 있는 대로 휘둘러 놓고선,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그런 걸 알게 하다니…….
“이런 거, 너무 자기 멋대로잖아……!”
신속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체의 감정을 배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망설임이나 당혹감이 생겨나면 생겨날수록 성공률은 떨어져간다.
그래서 밍크는 일부러 그런 식으로 행동했던 것이다. 나도 밍크가 정말로 그런 인간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도, 팀 멤버들이 그렇게 밍크를 우러르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밍크가 실제로는 어떤 사람인지, 그 녀석들은 알고 있었던 거겠지.
밍크도 ‘도구’로서 내게 선을 긋기 위해, 그런 부분을 보여주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큭.”
‘긴급 사태 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타워 안에 계신 분들은 즉시 탈출해주십시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긴급 사태 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빨리 타라.’
“……, 알았어.”
치밀어 오르는 감정의 덩어리를 억누르고, 나는 바이크에 올라탔다.
‘타워가 무너지기 전에 단숨에 내려간다.’
“아……, 잠깐 기다려봐.”
아쿠시마는…….
이 녀석, 이대로 내버려뒀다가는 붕괴에 휘말려서 죽겠지.
………….
“제길.”
방치하는 건 어쩐지 양심상 마음이 개운치 않다. 꿈에 나올 것 같아서 찝찝하다.
나는 바이크에서 내려 기절 상태의 아쿠시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그 몸을 질질 끌고 되돌아왔다.
“무겁다고…….”
아쿠시마를 차체 뒤쪽에 태우고……라기보다는 걸쳐놓고서, 나도 시트 위에 올라타 아쿠시마의 등을 한쪽 손으로 붙잡았다.
‘그 녀석도 데리고 가는 건가.’
“뭐 대충…….”
‘훗. 너답군.’
“그래?”
‘장점인 동시에 단점인 셈이 되겠군.’
바보 취급당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지만, 바이크가 곧바로 출발할 눈치라 허둥지둥 그립에 손을 올린다.
‘단단히 붙잡아라. 그리고 꼭 붙들어둬, 그 녀석도.’
“아아. 부탁해.”
“………….”
“………….”
“……나의 형제, 부모, 함께 나날을 보냈던 막역한 벗들이여. 정령, 아버지이신 태양, 어머니이신 초목이여.”
“나는 지금 여기서 긴 여정을 끝냈네. 바라건대 피로 칠갑이 된 우리들의 땅이 부정을 씻고.”
“모조리 불타고 만 우리들의 숲이 다시 숨을 쉬기를.”
“나는 이제부터 두 번째 길로 여행을 떠나네. 위대한 선조여, 내가 지닌 성스러운 도구를 당신들의 곁으로 보내드리리라.”
“나의 혼에 혼을 맞대었던 사랑하는 이들이여……, 기다려주오.”
“……나도, 이제 곧, ……그곳으로.”
“………….”
“…………크윽.”
타워가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 바이크의 운전히 꽤나 거칠어진다.
나는 한손으로 아쿠시마를 단단히 붙들면서, 떨어지지 않게끔 필사적으로 그립에 매달렸다.
바이크가 맹렬한 스피드로 계단을 내려가, 1층의 입구에서 밖으로 뛰쳐나간다.
타워를 올려다보니, 표면에 금이 가고 건물 전체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바이크가 브레이크를 걸고서 멈추려고 한다.
그러나, 제대로 멈추지 못하고 엄청난 소리를 내며 슬라이딩하고 말았다.
“우왓! ……윽!”
바이크에서 튕겨나간 나는 몇 미터 정도 땅바닥 위를 뒹굴었다.
“……아야야.”
일어서서 바이크 쪽을 보니 차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허겁지겁 바이크로 달려가, 차체를 일으켰다.
“어이, 괜찮아!?”
‘……아아. 약간 고장이 발생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문제없다.’
……다행이다. 일단은 안심이다.
“어이!”
스크래치 멤버들이다. 이쪽으로 달려온다.
“어떻게 잘 된 것 같군.”
“밑에서 조마조마했었다고. 네가 안 나오면 어떻게 하나 싶어서.”
“이 폭발, 당신들이…….”
“아아, 밍크 씨가 세운 계획의 마무리 작업이지.”
“그보다 빨리 도망치자고!”
갑자기 액셀을 회전시키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자, 바이크가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한 타워를 향해서 달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어이!”
지금 가면 확실하게 붕괴에 말려든다……!
내가 바이크를 쫓아가려고 하자, 뒤쪽에서 내 어깨를 붙잡았다.
“걱정할 거 없어. 우리들은 가자고.”
“………….”
스크래치 멤버들이 무언가 말하고픈 듯한 표정으로 타워를 올려다본다.
……그런가.
혹시, 새는 밍크를 구하러……?
“자세한 건 잘 모르겠지만, 우리들 나름대로 밍크 씨의 의도를 헤아려왔지.”
“그러니까……, 우리들은 가자고. 그게 그 사람의 뜻이다.”
그렇게 말한 뒤, 스크래치 멤버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렇구나. 이 녀석들도 괴로운 거다.
“……알았어. 가자.”
팀 멤버들과 함께 걸어 나가려던 순간, 땅바닥을 굴러다니는 사람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아쿠시마다.
아까 바이크에서 떨어진 후, 그 상태 그대로 뻗어있다. 아직 의식은 돌아오지 않은 것 같다.
“왜 그래?”
순간 망설였지만, 이내 나는 아쿠시마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쿠시마의 어깨를 지고서 일어선다.
“어이. 그 녀석 어쩔 셈이지.”
“이대로라면 죽어버리잖아. 하다못해 타워가 폭발하는 데에 말려들지 않을 만한 곳까지…….”
“바보냐? 농담하지 말라고, 그딴 녀석 내버려둬.”
“사람이 죽는 걸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어.”
것보다, 무거워…….
내가 비틀거리며 걸음을 내딛자, 빤히 보고 있던 멤버들 가운데 한 명이 달려왔다.
혀를 차고는, 내 반대쪽에서 아쿠시마의 어깨를 떠받쳐준다.
“땡큐, 덕분에 살았어.”
“이 버러지 같은 자식을 도와주려다가 네가 죽으면 최악이잖아, 멍청이!”
“말해두는데 절대로 안 데리고 갈 거야. 정말로 조금 떨어진 곳까지만이니까.”
“알고 있어.”
다른 한쪽을 떠받쳐준 덕에 앞으로 나아가는 게 훨씬 편해진다.
“서둘러!”
엄청난 땅울림이 일고, 단번에 시야가 먼지로 뿌옇게 흐려졌다.
거기서부터는 더 이상 뒤를 돌아보는 일도 없이, 우리들은 타워에서 조금이라도 더 멀어지고자 정신없이 달렸다.
심장부인 오벌 타워가 붕괴된 후, 플라티나 제일은 일체의 기능이 정지되었다.
그러나, 본토의 신속한 개입 등으로 인해 혼란은 빠르게 종식되었다.
타워가 붕괴된 원인은, 플라티나 제일의 중추를 담당하는 시스템의 폭주와, 테러리스트에 의한 폭파라고 했다.
당시, 타워 안에 있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기적적으로 대피를 해서, 사망자나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타워의 상태가 이상해지기 전에, 대피를 권고하는 수수께끼의 메일이 타워 안의 사람들에게 전송되었던 모양이다.
단, 토우에를 필두로 한 일부의 관계자들은 행방불명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토우에가 꾸미고 있던 사람의 마음을 조작하는 연구와 그에 관련된 실험이 세상에 공표되고, 토우에 재벌은 격렬한 사회의 규탄을 받았다.
그 결과, 토우에 재벌의 관련 기업이 관리하고 있던 것은 모두 다른 기업으로 인수되었다. 올메이트도 그렇다.
그와 똑같이 라임도 관리 회사가 변경되고, 라임을 주재하는 것은 우스이가 아니게 되었다.
그렇게, 토우에 재벌의 그림자는 미도리지마에서 조금씩 옅어져갔다.
지금, 섬의 주민들은 미도리지마를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놓기 위해 활기를 띠고 있다.
나와 스크래치의 멤버들도 무사히 구 주민구로 돌아왔다.
플라티나 제일의 게이트까지 돌아왔을 때, 구 주민구에 남아있었던 다른 스크래치 멤버들이 우리들을 맞아주었다.
그때, 우릴 맞아주었던 멤버들 가운데 한 명이 나에게 ‘네가 아오바냐?’라고 물어보았다.
얼마 전에 밍크로부터 ‘그쪽으로 넘기고 싶은 녀석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는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자기한테 무슨 일이 생겼을 때에는 서포트를 하라는 말이 밍크로부터 내려졌던 모양이다.
그 말을 듣고서, 나는 밍크를 의심하기만 했던 자신을 부끄럽게 여겼다.
진심으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과하고 싶었다.
……이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지만.
밍크는 스크래치 멤버들에게 이번 계획이 끝나면 팀은 해산이라고……, 그 뒤로는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것을 미리 알려두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팀 멤버들은 해산할 마음 따위는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밍크라는 보스가 있었고, 스크래치라는 팀이 있었다는 것을 지킬 거라며 자랑스럽게 웃었다.
마지막까지 밍크와 함께 있었던 것은 나였기에, 모두가 그때의 일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듯한 눈치였다.
그래서, 나는 농담인 척 ‘그 밍크가 죽을 거라고 생각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모두 ‘그 말이 맞네!’라고 맞장구를 치며 이번에는 즐거운 듯이 웃었다.
구 주민구로 돌아온 후, 나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우선, 그렇게 심했던 두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만지면 아팠던 머리카락의 감각도 서서히 희미해져갔다.
최근엔 ‘그 녀석’의 기척도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
스크랩의 힘을 사용할 때에 어른어른 뇌리를 스쳤던, 내 안에 있는 별개의 존재 이야기다.
다만, 아직 내 안에 있다는 사실만은 알 수 있다.
비유를 하자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깊게 잠이 들어있다. 그런 느낌이다.
그렇기에 여전히 불안이 남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 전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평온했다.
……밍크만이 상실된 채로, 시일이 흘러갔다.
“네.”
“……네. 네. 아,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실례하겠습니다.”
“……후우.”
수화기를 내려놓고, 나는 가볍게 기지개를 켜고서 카운터에 팔꿈치를 괴었다.
지금 그 전화는 고객으로부터의 문의 전화였다.
이전에는 내 목소리를 노리는 이상한 고객으로부터 자주 전화가 걸려왔지만, 최근엔 그런 것도 없어졌다.
플라티나 제일의 타워 붕괴 후, 구 주민구에도 꽤나 평온한 일상이 돌아오고 있었다.
나는 이 ‘평범’에서 다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구 주민구의 사람들과 코우자쿠, 노이즈, 클리어도 무사하게 잘 있다.
미즈키도 순조롭게 회복 중이다. 어제도 문병을 하러 갔다 왔다.
이러고 있으니, 전에 일어났던 그 파란만장한 일들은 모두 꿈이었던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드는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로 없다. 같은 경험을 공유한 녀석들이 있는데다, 무엇보다…….
밍크가 없다.
타워가 무너진 후, 밍크가 살아남았는지 어쨌는지는 알 수 없다.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 정보를 모아봤지만, 밍크의 안부조차도 손에 넣을 수가 없었다.
애초에 살아남았을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 자체에 무리가 있다.
하지만, 절망적인 현실을 순순히 받아들일 마음은 들지 않았다.
어쩌면 무사히 목숨을 건져서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했다.
스크래치 멤버들은 탈옥수로서 심의에 넘겨졌지만, 결국은 가석방이라는 형태로 풀려났다.
섬이 정비되고서 자세하게 조사를 해보니, 형무소에 있던 죄수들의 죄목은 대부분이 경범죄였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가끔씩 스크래치 멤버들을 만나러 갔다.
밍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뭔가 알게 된 것이 있으면 알려주고 싶어서, 그 때문에 녀석들을 찾아갔다.
이건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이지만, 스크래치 멤버들은 플라티나 제일에서의 일 이후로 얼굴빛이 변한 것 같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서로 알게 될 일도 없었을 녀석들인데도, 지금은 비밀을 공유한 연대감 같은 것을 느꼈다.
“북쪽 지구 형무소, 있잖아? 거기에 있는 죄수들은 감방에 들어갈 때, 전원이 진심으로 ‘여기서 나가면 죽는다’라고 진심으로 믿게 된다고.”
“이상한 방에 처넣어져서는, 강제로 이상한 빛을 쬐고 이상한 노래를 듣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뭐 그런 느낌이지.”
“그래서 스스로 탈옥하려고 하질 않지.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거야. 흉악한 범죄자들이 많다는 것 치고는 꽤 조용하다 싶었지?”
“근데 그걸 뚫고 나가게끔 해준 게 밍크 씨였어. 일부러 우리들을 감방 밖으로 내보내려고 해서 말야, 우리들이 날뛰어대니깐 냅다 두들겨 패고는 눈을 떠! 라고 했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한테 얻어맞는 쪽이 더 ‘나 죽네-!’ 이런 느낌이었지.”
“아주 드물게 정신력이 강한 녀석한테는 그런 암시 같은 게 풀려버리는 일이 있어서, 밍크 씨가 그랬던 것 같아.”
“처음부터 토우에를 목적으로 감방에도 일부러 온 것 같았으니까……. 전부 계획에 들어가 있었던 거겠지.”
“밍크 씨가 왜 감방에 들어왔냐고? 밍크 씨의 경우는 뭔가 특별했었지. 토우에가 직접 명령을 내려와서 들어왔네 어쩌네 해서.”
“교도관한테 들은 얘긴데, 밍크 씨 경우는 형벌을 받았다기보다는 감시가 목적이었던 것 같아. 연구 관련해서. 피실험체? 인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대충 그런 느낌이었어.”
“구 주민구의 형무소는 쓰레기통 같은 거니까 말야. 플라티나 제일의 녀석들이 공공연하게 드러내놓을 수 없는 게 잔뜩 숨겨져 있기도 하다고.”
“그런데, 밍크 씨는 감방에 있던 것도 꽤 오래되었고, 교도관을 자기편으로 돌려서 아무 제약 없이 행동했었어.”
“돈만 건네주면 정보 같은 것도 척척 알려주니까 말야. 감방 안은 자유니까 통상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있고.”
“것보다, 밍크 씨랑 또 만나고 싶다고. 그 사람이 그렇게 간단히 죽을 리도 없고. 절대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라고?”
“아오바 군.”
범인군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으니, 하가 씨가 내 이름을 불렀다.
“오늘은 이만 퇴근해도 좋습니다.”
“그래도 아직 조금 시간이 이른데요…….”
“오늘은 이제 손님도 그렇게 많이 오지 않을 거고, 이 뒤로는 저 혼자서도 괜찮습니다.”
“……죄송해요. 감사합니다. 그럼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네. 내일 또 봐요.”
직접 입으로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하가 씨가 나를 신경 써주고 계신다는 것이 전해진다.
최근에는 ‘일찍 퇴근해도 좋다’는 말을 듣는 일이 많아졌다.
아마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거겠지.
도저히 밍크에 대해 완전히 체념을 할 수가 없는, 나의 마음속이.
그 점에 대해서는 하가 씨에게 정말로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좀처럼 그런 마음을 떨쳐낼 수는 없었다.
밍크는 역시 어딘가에 살아있는 게 아닐까.
그런 마음이 날이 갈수록 강해져갔다.
나는 하가 씨를 향해 가볍게 머리를 숙여 보이고, 옆에 놓아두었던 가방을 들었다.
“렌, 집에 가자.”
‘알았어.’
발치에 있는 렌을 안아들고서 가방에 넣는다.
렌은 구 주민구로 돌아온 후 그럭저럭 수리를 마치고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렇다곤 해도, 하가 씨에게 파츠에 대해서라든지 이것저것 엄청나게 물어보고서, 그걸로 간신히 해낼 수 있었다.
꽤나 어려운 수리 작업이었지만, 하가 씨나 전문 업자에게 맡기자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렌은 반드시 내가 직접 고쳐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조심해서 가요~.”
‘평범’에서 나와, 매일같이 오고가서 너무나도 익숙한, 집으로 향하는 길을 걷는다.
주변의 풍경은 전과 똑같다. 그렇지만, 그 사이로 흐르는 공기가 변했다는 느낌이 든다.
플라티나 제일이 건재했을 때, 구 주민구에는 어쩐지 체념을 한 상태랄까, 자포자기한 듯한 느낌이 있었다.
지금은 긍정적인 자세로 열심히 해나가자는 밝은 분위기로 가득 차있다.
그것을 피부로 느낄 때마다, 나는 자신의 다리가 납처럼 무거워진 듯한 착각에 빠졌다.
주변이 점점 변해가는 가운데…….
과연 나 자신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나 혼자만이 언제까지고 같은 장소에 멈춰 서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듯한 소외감.
나의 시간만이 멈춰버린 상태로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때 이후로 줄곧.
……정말로 이래도 괜찮은 걸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로 있어도.
그것에 대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걸까? 나는…….
나는 스크랩으로 밍크를 구제할 수 없었다.
밍크가 사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가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건, 전부 자기 자신일 텐데. 아니면, 너는 누군가가 네 앞날을 결정해주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바보인 건가?”
……그렇다.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건, 나 자신이다.
그래서 나는 밍크의 곁으로 돌아가지 않고 타워에서 탈출했던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
플라티나 제일에서 밍크가 창밖을 바라보았을 때.
그 시선의 끝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리운 고향의 땅일까.
아니면…….
어렴풋하긴 하지만, 지금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의 밍크의 마음을.
“………….”
밍크에 대해 알고 싶다고, 줄곧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밍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알고 싶다.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고 싶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밍크에 대해서는 영원히 알 수 없다’라는 확증을 얻기 전까지는, 포기하고 싶지 않다.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나 자신.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그때, 머리 위로 커다란 새가 날아갔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새로운 결의를 단단히 마음에 새긴다.
밍크는 반드시, 이 하늘이 이어져있는 어딘가에 살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그곳으로 간다.
집으로 돌아온 후, 나는 지금까지의 일을 포함해 자신의 마음을 전부 할머니에게 털어놓았다.
할머니도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반대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이야기를 듣고서, 납득이 되었다는 얼굴을 했다.
그리고는 ‘부모와 자식은 닮는 법인가’라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할머니는 여비로 쓰라면서, 내가 매월 가계에 보탰던 아르바이트 급료를 모아두었던 것을 척 건네주었다.
나는 반드시 돌아올 것, 그리고 정기적으로 연락을 할 것을 할머니에게 약속하고, 집을 나섰다.
……밍크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
“……굉장하네.”
뒤쪽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가운데,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어디까지고 끝없이 이어진 붉은 대지, 힘차게 우거진 푸르디푸른 숲, 험준하게 늘어선 바위산.
아침노을에 반짝이는 맑은 하늘.
그런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있다.
마침내……, 여기까지 왔다.
미도리지마를 떠나고서…….
나는 그를 찾기 위해 생각이 미치는 모든 장소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스크랩을 했을 때 보았던 심상의 풍경을 바탕으로, 온갖 가능성을 이끌어내서 지극히 사소한 것부터 차례대로 조사해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있는 곳을 알아냈다.
역시, 살아있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내가 느꼈던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만날 수는 없었다.
내가 정보를 얻어서 행적을 쫓아도, 곧바로 그가 모습을 감춰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스크래치 멤버들에게도 팀의 해산을 알려두었었고, 그는 아마도 보스로서의 자신을 아는 인간과는 절대로 두 번 다시 만날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팀 멤버들과도, 물론 나하고도.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도망쳐도, 쫓고, 쫓고, 또 쫓아가서…….
이번 일은 스스로가 보기에도 정말 대책 없이 맹목적으로 벌이고 말았다는 자각은 있다.
그럼에도, 나에게는 근거 없는 자신이 있었다.
반드시 만날 수 있다고.
만에 하나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이상하게도 들지 않았다.
……그리고.
플라티나 제일에서 그가 먼눈을 하고 바라보았던 것.
그것과 같은 것을 지금, 나도 보고 있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인 광경이 몹시도 그립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 줄곧 이것을 찾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부터 쭉 알고 싶었던 것들 가운데 한 가지에, 마침내 도달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알고 싶은 것은 이것 말고도 또 있다.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너 자신이라고, 당신은 그렇게 말했었지.
당신의 뜻 같은 거랑은 관계없어. 내가 오고 싶었으니까 온 거야.
왜 왔냐는 불평 같은 건 입 밖에 못 내게 할 거고, 여기서부터는 도망치게 놓아주지도 않을 거야.
바람이 불 때마다, 긴 머리카락이 가볍게 흔들린다.
내 눈의 착각인지, 태양의 빛을 받은 그 머리카락이 황금색으로 보였다.
내 발소리를 눈치 챈 뒷모습이, 천천히 이쪽을 돌아본다.
바싹 몸을 기대는 것처럼 그 어깨 위에 앉아있었던 커다란 새…….
그의 파트너라고 할 만한 존재가 하늘을 향해 날갯짓을 했다.
머리카락의 색도 그렇지만…….
나를 보는 그의 눈동자는, 서서히 떠오르는 태양과도 같은 황금색을 띠고 있었다.
그 표정은 내가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도 보여서…….
어쩌면, 그래서 일부러 모습을 나타내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그를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해질 것만 같아진다.
이전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알 수 있다.
분명 이것이 본래의 모습인 것이겠지.
아무것도 숨기지 않은, 거짓 없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 것이다.
……겨우 찾아냈다.
포기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자신을 믿어서 다행이다.
그를 믿어서…….
다행이다.
무엇 하나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고향의 자연 속에서…….
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그의 곁으로, 나는 달려갔다.
“……흐윽.”
당신의 ‘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여기서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전하기 위해서.
지금, 나에게서…….
그에게로.